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이끄는 자유민주당이 지난 8일 일본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한·일 관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은 이재명 정부와의 협력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가운데 양국이 갈등 현안으로 부각하지 않도록 관리하던 과거사 문제가 돌출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9일 X(옛 트위터)에 “다카이치 총리님의 중의원 선거 승리를 진심으로 축하한다. 앞으로도 우리의 신뢰와 유대를 바탕으로 한·일 양국이 보다 넓고 깊은 협력을 이어가길 바란다”고 적었다. 통상 총리 정식 선출 뒤 보내는 축전에 앞서 이 대통령이 SNS로 먼저 축하를 보낸 건 각별한 배려로 읽힌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방일해 다카이치 총리와 회담했고, 함께 드럼을 치면서 친교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또 이는 동시에 모처럼 선순환의 흐름을 탄 한·일 관계 개선의 기류를 이어갈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자민당이 대승하자 한·일 관계에 미칠 영향을 두고 적지 않은 우려도 나오기 때문이다. 이는 다카이치가 고(故)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를 계승하는 강경한 보수 성향의 정치인으로 꼽힌다는 점과 무관치 않다. 앞서 그는 일본의 사죄를 담은 1993년 고노 담화와 1995년 무라야마 담화를 부정하는 등 일본의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는 듯한 발언을 이어왔다. 제2차 세계대전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기도 했다. 다만 지난해 10월 취임한 뒤에는 이런 우익 성향 표출을 자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당시 다카이치 내각은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을 통해 출범, 소수 여당으로서 국내정치적 기반 자체가 취약했기 때문이다. 한·일 갈등을 다시 불지펴 얻을 실익이 크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번 선거 압승으로 오히려 다카이치 총리가 다시 역사수정주의적 노선으로 회귀할 여지가 생겼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당장 오는 22일 일본이 부당하게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며 기념하는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의 날 행사가 다카이치 총리의 ‘우익 본능’을 건드릴 이벤트가 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2013년부터 13년 연속으로 차관급인 정무관을 행사에 보냈다. 하지만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해 11월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행사에 각료를 보낼 것이냐는 질문에 “정부 대표에 대해서는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가 이번 행사를 어느 정도로 기념할지가 향후 한·일 관계의 향방을 예측할 첫 번째 가늠자가 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아직은 다카이치 총리가 ‘전략적 우군’인 한국과의 관계에 변화를 주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미국이 동맹을 상대로도 일방주의 기조를 내세워 압박하는 데다 대만해협 문제로 촉발된 중·일 갈등이 장기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손열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자민당 득표율은 36%로 지난 선거에 비해 지지율이 크게 반등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다카이치 내각도 당장은 파격적인 행보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짚었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치인 시절의 다카이치와 총리로서의 다카이치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며 “총리 취임 이후에는 한·일 협력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중시하는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심석용([email protected])
2026.02.09. 8:28
일본 집권 자민당이 지난 8일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압승하자,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리의 인기가 역사적 대승을 견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 언론은 자민당이 접전 지역구에서도 승리했다는 점을 짚으며 “다카이치 총리의 아이돌급 인기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총선 하루 전날인 지난 7일 도쿄 가스가 이소가와 공원의 유세 현장에는 다카이치를 보기 위해 약 1만 명의 인파가 운집했다. 고베신문은 “부채 등 아이돌 응원에나 쓰일 법한 응원 도구와 굿즈들이 유세 현장에 등장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26일 자민당 유튜브 채널에는 다카이치가 등장하는 30초 분량의 짧은 선거 영상이 공개됐는데, 공개 9일 만에 조회 수 1억 뷰를 돌파했다. 일본의 인기 2인조 그룹 ‘요아소비’의 메가 히트곡 ‘아이돌’ 뮤직비디오가 1억 뷰를 돌파하는 데 35일 걸렸는데, 이를 훌쩍 뛰어넘은 기록이다. 신조어도 잇따라 탄생하고 있다. ‘사나마니아’와 ‘사나카쓰’가 대표적이다. 사나마니아는 사나에와 마니아의 합성어로 다카이치의 열성 지지자를 뜻한다. 사나카쓰는 사나에와 활동(活)의 합성어로 아이돌 팬 문화인 ‘오시카쓰(推し活)’에서 파생된 말이다. 다카이치를 응원하거나 추종하는 활동 전반을 일컫는다. 특히 젊은 층의 열기가 뜨겁다. 블룸버그재팬에 따르면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18세부터 29세까지 젊은 층에서 다카이치 내각 지지율이 90%에 이른다. 이코노미스트는 “다카이치는 자민당의 기존 관행과 결별하려는 움직임 덕에 인기를 얻고 있다”고 짚었다. 유력 정치가문 출신 전임자들과 달리 자수성가한 다카이치가 ‘평범한 사람이 노력하는 이미지’로 젊은 층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수영([email protected])
2026.02.09. 8:28
여권이 9일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의 사퇴 문제로 갈라졌다. 이재명 대통령을 겨냥한 대북송금 의혹 사건 수사 당시 전 쌍방울 김성태 회장 측 변호인단 출신인 전준철 변호사를 특별검사(2차 종합특검)로 추천한 배후에 이 최고위원이 있다는 게 알려지며 파장이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다시 한번 대통령께 누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대단히 죄송하다고 사과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모든 일의 최종 책임은 당대표인 저에게 있다”며 “원내지도부가 (추천받은) 사람을 낙점하고 추천하는 방식이었는데 여기에 빈틈이 좀 많이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이 최고위원은 “정치적 해석과 음모론적 의혹이 제기되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 변호사는) 윤석열 정권에서 압수수색을 당하는 등 탄압을 받았던 변호사”라고 감쌌다. 비정청래계는 즉각 반발했다. 황명선 최고위원은 회의 직후 이 최고위원에게 “전준철 대변인처럼 얘기하면 되느냐”며 소리쳐 장내 분위기가 싸늘해지기도 했다. 이 최고위원 사퇴 문제는 정청래 지도부의 리더십 위기 촉매제가 되고 있다. 8일 저녁 비공개 최고위에서 정 대표가 합당 관련 당원 여론조사를 제안했지만, 비청계 최고위원 3명(강득구·이언주·황명선)이 이 최고위원 문제 등을 들며 제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의사를 밝혀 무산됐다고 한다. 문정복·이성윤 등 친청(친정청래)계 최고위원 4명이 찬성 의사를 밝혔지만, 한병도 원내대표가 ‘당원 여론조사까지 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쪽에 힘을 실으면서 이날 논의는 10일 열리는 의원총회에 최종 결정을 위임하는 쪽으로 흘러갔다. 10일 열리는 민주당 의총에서는 합당 추진 문제와 함께 이 최고위원 사퇴 문제도 함께 논의될 전망이다. 이날 당내에서는 정청래 지도부에 대한 공개 비판이 종일 이어졌다. 이건태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성윤 최고위원 사퇴”를 주장하며 “갑작스러운 합당 추진 발표, 1인 1표제 중앙위원회 투표 감시 의혹, 2차 특검 후보 추천 등에 대한 논란은 개별 사안이 아니다. 당내 신뢰의 위기, 리더십의 위기”라고 적었다. 하지만 친여 유튜버 김어준씨는 자신의 방송에 이 최고위원을 불러 해명을 들은 뒤 “알고 보니 (전 변호사는 특검을) 해도 됐던 인사 같다”고 평가하며 옹호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민주당 친명계를 겨냥해 “진영 전체보다 계파 이익을 앞세우며 권력투쟁을 벌이지 말라”고 페이스북에 썼다. 여성국([email protected])
2026.02.09. 8:27
“이번 봄 백악관을 방문해 미·일 동맹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를 기대합니다.”(다카이치 총리) “오늘 매우 중요한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와 여당 연합에 축하를 드립니다.”(트럼프 대통령) 지난 8일 집권 자유민주당(자민당) 압승으로 마무리된 일본 총선 직후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주고받은 메시지다. 두 정상이 주고받은 글은 단순한 외교적 수사를 넘어 ‘트럼프-아베’를 잇는 ‘트럼프-다카이치’의 신(新)밀월 구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한 일본’을 앞세운 다카이치의 ‘보통국가화’(전쟁을 할 수 있는 국가로의 전환) 전략과 동맹의 안보 분담 확대를 요구해 온 트럼프 대통령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이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일본을 두고 “훌륭한 동맹”이라고 평하며 “일본이 강하면 아시아에서 미국도 강해진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군사 안보는 물론 첨단기술·공급망 등 경제 안보를 포괄하는 동맹관계를 일본과 함께 끌고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양국 밀착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핵심 축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반면에 중국은 경계하는 분위기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9일 브리핑에서 일본 총선 결과에 대한 질문을 받고 “중국은 일본 당국이 국제사회의 우려를 직시하고, 군국주의 전철을 밟지 말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과 관련해 “다시 한번 다카이치 사나에의 대만과 관련된 잘못된 발언을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김형구.신경진([email protected])
2026.02.09. 8:27
美, 반중인사 지미 라이 20년형에 "부당…인도적 가석방해야" 루비오 국무장관 성명…"中, 홍콩 반환받으며 한 국제적 약속 저버려" (워싱턴=연합뉴스) 이유미 특파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9일(현지시간) 반중(反中) 언론인 지미 라이가 홍콩에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데 대해 "부당하고 비극적인 결론"이라고 비판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이같이 밝히며 "이는 베이징(중국 정부)이 1984년 중국-영국 공동선언에서 한 국제적 약속을 저버리고 홍콩에서 기본적 자유를 옹호하는 이들을 침묵시키기 위해 극단적인 조치도 불사한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보여준다"고 말했다. 영국과 중국이 1984년 체결한 공동선언(홍콩반환협정)은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된 후에도 2047년까지 50년간 고도의 자치와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를 유지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루비오 장관은 "2년간의 재판과 5년 이상의 구금 생활을 견뎌낸 라이 씨와 그의 가족은 이미 충분히 고통받았다"며 "미국은 (중국) 당국이 라이 씨에게 인도적 가석방을 허가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지미 라이는 홍콩의 대표적인 반중 매체 빈과일보의 창업자이자 사주로, 홍콩국가보안법 시행 직후인 2020년 8월 체포됐다. 이날 홍콩 법원은 외국 세력과의 공모·선동적 자료 출판 등 세 건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지난해 12월 유죄 판결을 받은 라이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2020년 6월 홍콩국가보안법을 제정·시행한 이후 해당법 위반으로 선고된 최고 형량이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유미
2026.02.09. 8:26
뉴욕증시, 고용 지표 대기 속 상승 출발 (서울=연합뉴스) 윤정원 연합인포맥스 기자 = 뉴욕증시의 3대 주가지수는 비농업 고용지표를 대기하며 상승세로 출발했다. 9일(현지시간) 오전 10시 33분 현재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3.73포인트(0.03%) 오른 49,762.69를 기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전장 대비 19.14포인트(0.28%) 상승한 6,951.44, 나스닥 종합지수는 전장보다 107.88포인트(0.47%) 상승한 23,139.09를 가리켰다 지난주 인공지능(AI)에 대한 과도한 지출에 대한 우려로 기술주가 약세를 보인 데 대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증시가 상승출발했다. 엔비디아는 3% 이상 올랐고 마이크로소프트와 브로드컴도 2%대 상승세를 보였다. 시장 참가자들은 오는 11일로 예정된 1월 비농업 고용지표를 대기하고 있다. 특히 지난주 발표됐던 미국 12월 구인 건수, 챌린저, 그레이앤드크리스마스(CG&C)의 1월 미국 기업 감원 계획 등의 고용지표가 일제히 부진했어서 1월 비농업 고용지표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 시장은 1월 비농업 부문 고용이 전월 대비 7만명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월 실업률 예상치는 4.4%다. 오는 13일에는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예정돼있다. LPL파이낸셜의 애덤 턴퀴스트 수석 기술 전략가는 "시장 전반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기 위해서는 기술주의 새로운 상승세가 필수적"이라면서 기술주, 특히 소프트웨어주의 도움 없이 S&P500지수가 7,000에 도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기술, 소재 등이 강세를, 임의 소비재, 헬스케어 등이 약세를 나타냈다. 오라클은 DA데이비슨에서 투자 의견을 '비중 유지'에서 '매수'로 상향 조정한 데다 저가 매수 움직임까지 붙으면서 주가가 8% 이상 뛰었다. 크로거는 월마트 경영진 출신 그레그 포란을 새로운 최고경영자(CEO)로 임명했다는 소식에 주가가 6% 넘게 올랐다. 미국 원격의료 기업 힘스 앤드 허스 헬스는 비만치료제 위고비를 출시하려고 했으나 원개발사인 노보노디스크의 법적 대응에 이를 포기하기로 결정하면서 주가가 26% 급락했다. 유럽증시도 대체로 상승세를 나타냈다. 유로스톡스50 지수는 전장 대비 0.66% 오른 6,038.01에 거래 중이다. 독일 DAX 지수와 프랑스 CAC40 지수는 각각 0.27%, 0.76% 상승했고 영국 FTSE100 지수는 전장 대비 0.18% 내렸다. 국제 유가도 강세를 나타냈다. 같은 시각 근월물인 2026년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 대비 0.74% 오른 배럴당 64.02달러를 기록 중이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국제뉴스공용1
2026.02.09. 8:26
리비아 인근 해상서 난민선 전복…53명 사망·실종(종합) 유엔 국제이주기구 "지난해 지중해서 사망·실종 난민 1천873명" (요하네스버그·서울=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이신영 기자 = 리비아 인근 해상에서 난민선이 전복돼 53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고 로이터, AP, AFP 통신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외신에 따르면 유엔 국제이주기구(IOM)는 이날 성명을 통해 지난 6일 리비아 북부 주와라 바다에서 이주민 55명을 태운 고무보트가 전복됐다고 밝혔다. IOM은 리비아 당국의 수색·구조 작전으로 나이지리아 여성 2명은 구조됐지만 나머지 53명은 숨지거나 실종됐다고 덧붙였다. 생존자 중 1명은 남편을 잃었고 다른 한명은 두 아이를 잃은 것으로 전해진다. 생존자들의 진술에 따르면 이 배는 아프리카 난민과 이주민을 태우고 지난 5일 밤 11시께 리비아에서 출발했으며 약 6시간쯤 지난 뒤부터 물이 차면서 전복됐다. 리비아는 2011년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 붕괴 이후 정국 혼란이 이어지면서 배를 타고 중부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가려는 아프리카·중동 난민의 주요 이동 경로가 됐다. 돈을 받고 난민의 유럽행을 알선하는 전문 업자들도 리비아의 혼란을 이용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AFP는 전했다. 난민선은 고무보트가 사용되는 경우도 있으며 대개 안전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고 수용 인원보다 많이 태우기 때문에 전복 사고가 잦다. IOM은 지난해 지중해에서 숨지거나 실종된 난민이 1천873명이며, 이 가운데 리비아 등 중부 지중해 경로로 이동하던 난민만 1천342명이라고 집계했다. 올해는 중부 지중해 경로에서 사망·실종자가 벌써 484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비극적 사건이 또다시 발생한 것은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한 이동을 막고 난민 밀항업자 네트워크와 싸우기 위해 리비아를 포함해 협력국들과 공동 노력을 강화할 필요성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고 AFP에 말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나확진
2026.02.09. 8:26
더불어민주당이 수사권을 가진 부동산감독원을 설치하기로 했다. 그제 국무총리와 당대표, 대통령비서실장이 만난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부동산감독원 설치에 속도를 내기로 합의한 데 이어 어제 민주당이 법안 발의 계획을 밝히는 속도전이 펼쳐지고 있다. 대표 발의를 맡은 김현정 의원은 “부동산 불법으로는 단 1원의 이익도 얻을 수 없다는 무관용의 원칙을 시장에 각인시킬 것”이라고 했다. 당·정·청의 호언장담이 집값을 내리는 결과로 이어지면 좋겠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혼란과 공포를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새로운 정책이 행정의 옥상옥 구조를 만들거나 기존의 순기능을 없애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것이다. 민주당에 따르면 부동산감독원은 국토부, 국세청, 경찰, 금감원 등으로 분산돼 있던 부동산 감시 기능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가 되고, 필요한 경우 직접 조사·수사를 수행하게 된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패가망신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조사권·수사권이 남용될 경우 거래를 위축시키고 거래 정보 노출에 대한 공포감을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에도 부동산 거래는 한국부동산원에 입력되는 실거래 신고에서 의심 거래가 적발돼 국토부의 검토를 거쳐 국세청과 검찰, 지자체 등이 위법 여부를 판단하는 절차로 감시가 이뤄졌다. 분산된 기능을 모아 강력한 권한을 주면 효율과 속도 면에서 장점이 될 수 있지만, 자칫 권한 남용과 업무 중복을 빚을 소지도 다분하다. 문재인 정부에서 부동산 감독기구 상설화가 논의됐다가 좌초된 것도 그런 우려 때문이었다.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의 낙마 사례에서 봤듯, 부정청약 등 불법 행위를 감시 시스템 부재 탓으로 돌릴 수만은 없다. 부동산 시장을 교란시키는 투기는 근절해야 한다. 다만 투기꾼 제재에 대한 긍정 여론에 편승해 졸속 입법이 이뤄지면 뒷감당은 선량한 국민의 몫이 된다. 선거를 의식해 내실보다 의욕이 앞섰다가 시장의 혼란만 키우고 정작 정책 목표는 달성하지 못한 전철을 답습해서는 안 된다. 며칠 새 이재명 대통령이 공론화시키고 있는 민간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 문제도 종합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임대사업자가 담당해 온 전·월세 시장의 공급자 역할도 고려해야 한다. 정부의 의지를 성과로 증명할 디테일이 중요한 시점이다.
2026.02.09. 8:24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한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핵심 공소사실이 법원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공소기각 판결이 반복되는 것은 특검 수사의 범위와 기소 과정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어제(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이현경 부장판사)는 김 여사의 집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김예성씨에 대해 일부 무죄와 공소기각을 선고했다. 무죄가 나온 부분은 증거가 부족하고, 나머지 횡령 혐의는 “수사가 김 여사와의 연관성에서 비롯됐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공소기각은 단순한 무죄와 다르다. 사건의 실체를 따지기 전에 특검이 이 사건을 기소할 권한이 없다고 본 것이다. 지난달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조형우 부장판사)도 양평고속도로 의혹과 관련해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된 국토교통부 서기관에 대해 공소기각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특검은 양평고속도로 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가능성을 갖고 수사를 개시할 수 있었겠지만, 이후 두 사건이 서로 무관하다는 점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며 “수사나 기소 권한이 있는 곳으로 사건을 이전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특검 수사가 법이 정한 범위를 넘어섰음을 의미한다. 이는 과잉 수사와 별건 수사 논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 수사 과정에서는 양평군 공무원이 자살하는 등 강압 수사 논란까지 벌어지지 않았나. 총선 공천 청탁과 함께 김 여사에게 고가의 그림을 전달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김상민 전 검사에겐 9일 징역 6월과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됐다. 하지만 그림 로비 부분은 무죄였고, 사업가에게 4200만원의 불법 기부를 받은 것만 유죄로 인정됐다. 물론 이우환 화백의 작품이냐를 놓고 논란이 있었던 그림을 김 여사 오빠가 보관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의심스러운 면이 있다. 하지만 충분한 증거 없이 유죄 판결을 받을 수 없는 일이다. 특검의 증거 수집과 기소 전략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든다. 여권의 법안 처리로 곧 2차 종합특검이 시작된다. 특검 수사가 정치적 목적으로 왜곡되고 과잉·별건·부실 수사로 이어지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2026.02.09. 8:22
김건희 여사와 연루된 이른바 ‘집사 게이트’의 핵심 인물로 지목됐던 김예성씨가 1심에서 무죄 및 공소기각 판결을 받았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 기소 건이 공소기각 판결을 받은 건 이번이 세 번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부장 이현경)는 9일 오후 김씨의 특정경제범죄법상 횡령 등 혐의 선고기일을 열고 혐의 중 일부는 무죄를 선고하고, 다른 횡령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김씨가 주식매매 대금으로 들어온 46억원 중 24억3000만원을 조영탁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 대표에게 송금한 혐의(횡령)와 그 밖의 횡령 등 혐의로 나눴다. 이 중 전자는 특검 수사 대상이 맞다고 보고 유무죄를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 역시 횡령은 아니라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를 제외한 김씨의 개인적 횡령은 김건희 특검팀의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보고 공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김건희와의 연관성을 확인하기 위한 필요성에서 수사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범행 시기도 매우 광범위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특검팀은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법원이 잇따라 공소기각 판결을 내면서 김건희 특검팀의 ‘별건 수사’ 논란은 가중될 전망이다. 앞서 지난달 22일 양평 고속도로 관계자인 김모 서기관 사건에서 공소기각 판결이 나온 바 있다. 지난달 28일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재판에서도 재판부는 일부 혐의(증거인멸)에 대해 공소기각 판결을 내놓았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 이현복)는 김상민 전 부장검사가 4·10 총선 공천을 청탁한 대가로 이우환 화백 그림을 김 여사에게 건넨 혐의(청탁금지법 위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특검팀은) 김 전 검사가 그림을 자신의 돈으로 구매했고, 김 여사에게 제공됐단 증명에 실패했다”고 밝혔다. 김 전 검사가 2024년 총선 출마를 준비하면서 사업가 김모씨에게 선거용 차량 대여비와 보험금 등 명목으로 4100만여원을 불법 기부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해서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고 4139만여원 추징을 명령했다. 김보름.최서인([email protected])
2026.02.09. 8:21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8일 날아온 은빛 낭보는 한편의 드라마 같았다.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 은메달을 수확해 한국에 첫 메달을 안긴 김상겸 선수가 그동안 주목받지 못한 ‘언더독’이었기 때문이다. 올해로 네 번째 올림픽에 연속 출전한 ‘개근’ 베테랑이지만 그간 최고 성적이 15위에 그쳤었다. 이제 37세인 그가 시상대에 서리라고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김상겸의 메달은 고단한 분투의 산물이다. 어린 시절 천식을 극복하기 위해 보드를 잡았던 소년은 국내 스노보드의 저변이 얕아 실업팀도 없던 시절엔 건설 현장 일용직을 전전하며 훈련 비용을 마련했다. 오로지 “계속 보드를 타고 싶다”는 일념으로 버텨 온 그는 마침내 올림픽 포디움에 섰다. 결승전에서 단 0.19초 차로 금메달을 놓쳤음에도 아쉬워하기보다 진심으로 기뻐하며 자신을 믿어준 가족과 동료에게 큰절을 올렸다. 진정한 스포츠맨십이 무엇인지 보여준 상징적 장면이었다. 한편 알파인스키 활강장에서 벌어진 미국의 ‘스키 전설’ 린지 본(41)의 드라마도 감동적이었다. 부상에도 불구하고 다섯 번째 올림픽 출전을 감행해 최고령 알파인스키 메달리스트에 도전했으나 다시 큰 부상을 입고 헬기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다. 본은 이송되는 중에도 팀 동료인 브리지 존슨을 응원했고, 존슨은 금메달을 획득했다. 본이 무모했다는 비난도 있으나 한계에 맞선 불굴의 의지와 동료를 향한 예우는 지켜보는 이들의 숙연함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이런 각본 없는 드라마를 통해 올림픽은 인공지능(AI) 시대에 인간의 존재 이유를 드러내고 있다. 소셜미디어에 넘치는 생성형 AI의 매끈한 영상·서사와 달리 올림픽은 불완전한 육체를 지닌 인간의 도전과 고통, 이변과 환희를 가공 없이 인류에 보여준다. 오랜 무명의 세월을 견디며 연마한 김상겸의 미세한 보드 컨트롤 능력이나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기 위해 기꺼이 몸을 던진 린지 본의 도전정신은 AI가 복제할 수 없는 인간만의 고유 자산이다. 아무리 AI 기술이 발달한다 해도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용기와 의지를 이번 동계 올림픽에서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2026.02.09. 8:20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의 오지급 사고 이후 회수되지 않은 130억원 규모의 자산에 대한 형사처벌 및 민사소송을 통한 회수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빗썸이 지난 6일 이벤트 당첨자 249명에게 잘못 지급한 비트코인은 총 62만 개(약 65조원)다. 이중 1788개는 매도가 이뤄졌고, 그중에서도 125개가량(약 130억원)은 현금으로 인출되거나 다른 암호화폐 매입에 쓰여 되찾지 못했다(7일 기준). 법적으로 보면 민사상으로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을 할 경우 빗썸의 승소 가능성이 크다. 비트코인 오지급은 일종의 착오 송금으로 볼 수 있다. 빗썸은 이벤트 당첨금을 2000원~5만원으로 명시했다. 김상균 변호사(법무법인 태율)는 9일 “수천억원 가치의 비트코인은 이벤트 대가가 아닌 게 분명한 만큼 민사상으로 반환해야 하는 돈”이라고 했다. 빗썸 실수로 지급된 비트코인이지만, 이를 받고 현금화했다면 형사 처벌이 이뤄질 수도 있다. 빗썸의 ‘유령 코인’ 사태는 2018년 삼성증권이 우리사주에 주당 1000원을 배당하려다 1000주를 잘못 배당한 ‘유령 주식’ 사건과 닮았다. 삼성증권 주식을 팔아치운 전·현직 삼성증권 직원 7명은 자본시장법, 배임 등 혐의로 집행유예와 벌금형 등이 확정됐다. 반면 착오로 송금된 비트코인을 처분한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한 판례도 있다. 2021년 대법원은 잘못 송금된 비트코인 14억원어치를 본인의 다른 계좌로 이체했다 기소된 A씨를 무죄로 판단했다. 예금계좌에 잘못 들어온 돈을 임의로 사용하면 횡령죄가 성립하지만, 암호화폐는 예금과 달리 형법상 재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한상준 변호사(법무법인 대건)는 “암호화폐는 횡령죄에서 의미하는 재물이 아니라는 게 기존의 판례”라면서도 “다만 2021년 대법원 판결 이후 암호화폐의 재산상 가치가 점차 넓게 인정되고 있는 만큼 판단을 다시 받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횡령이 아닌 배임죄는 성립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통상 별다른 이유 없이 타인 자산을 이체받았다면 부당이득이므로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반환 때까지 이를 보호할 임무가 주어진다. 그런데도 2021년 비트코인 착오 송금 처분에 대해 대법원이 배임죄가 안 된다고 본 이유는 은행 계좌와 달리 보낸 사람과 받는 사람의 정보를 알 수 없다는 점이었다. 비트코인을 받은 사람에게 신뢰 관계에 따른 보관 의무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김가람 변호사(법무법인 굿플랜)는 “이번 경우는 빗썸과 그 이용자 간의 착오 송금이라 신뢰 관계가 인정돼 이를 임의로 처분한 건 문제 될 것”이라고 봤다. 한편 이날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올해 업무계획을 발표하며 “이번 (빗썸) 사태는 가상자산 거래시스템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라며 “심각하게 보는 대목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오지급된 비트코인을 인출한 이용자에 대해선 “법률가의 험한 말을 듣고 싶으시냐”고 물은 뒤 “그건 재앙”이라고 표현했다. 법적으로 문제가 될 것이라는 의미다. 금감원은 현재 빗썸을 대상으로 현장점검을 진행 중이다. 고객자산 관리·보호 실태와 사고 방지를 위한 전산화 시스템, 내부통제 적정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 원장은 “점검 과정에서 일부라도 법 위반 소지가 발견되면 엄중히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정진호.김다영([email protected])
2026.02.09. 8:19
예전에 겪어보지 못했던 정치를 목도하는 일이 한두 개가 아니지만, 요즘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당내 갈등이다. 선거를 앞두고는 외연을 확장하거나 당내 갈등을 최소화해서 단합된 모습을 보이려는 게 상식적인 일이겠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 내부는 오히려 시끄럽다. 당내 갈등에 대한 여론의 부정적 평가나 심지어 잠재적 지지자들의 비판도 별로 의식하지 않는 것 같다. 선거 앞둔 여당 갈등과 야당 분열 당 장악 위해 강경 지지층만 신경 정치의 독과점 체제가 문제 원인 국민도 카르텔 정치에 피곤함 호소 국민의힘은 노골적으로 분열로 나아가고 있다.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했고 그를 지지하는 인사들에 대한 징계도 서슴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율은 20%에 머물러 있고 코앞으로 지방선거가 다가왔는데도 ‘자해적’ 행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외형적으로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외연 확대의 모양새를 취하고 있지만, 그것을 둘러싼 당내 갈등의 본질은 국민의힘과 별반 다르지 않다. 명분상 지방선거를 내세우고 있지만 합당 추진의 실질적 목표는 당내 정치이기 때문이다.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야당이 당내 분열을 ‘자초’하거나 대통령 임기 초부터 여당 내 갈등이 본격화하는 일은 과거에는 좀처럼 보기 어려웠다. 이렇게 된 것은 정당 정치의 작동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당 지지율이 어찌하든 당 대표로서는 이 당을 ‘내 정당’으로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 되었다. 당을 장악하면 향후 국회의원 선거에서 공천권을 행사하게 되고,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에서 보여준 것처럼 ‘비명횡사’로 반대파를 쫓아내면, 강화된 당내 입지로 차기 대통령 선거의 당 후보가 될 수 있다. 어차피 양극화되어 있는 정치 구도에서 상대방이 싫으면 내가 마음에 드는 후보가 아니더라도 나를 찍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계산도 깔려 있다. 이런 계산으로 인해 당내 분란 속에서 정청래 대표나 장동혁 대표가 추구하는 목표는 같다. 이들에게 중요한 존재는 당내 결정에 적극 참여해서 영향을 미치는 강경 지지층일 뿐, 대다수 유권자나 당의 온건 지지자조차 부수적 관심의 대상이다. 이런 정치가 가능한 까닭은 경쟁이 제한적인 카르텔 구조이기 때문이다. 전국 수준에서는 양당제로 보이지만, 하위 단위로 내려가면 많은 곳에서 사실상 일당 체제가 만들어졌다. 전국적으로는 과점, 지역적으로는 독점 체제인 것이다. 그동안 써 오던 한 회사 상품의 품질이 나빠지면 다른 회사 상품으로 옮겨 가야 하는데, 가게에서 한 회사 제품만 팔고 있으니 무슨 짓을 하든 울며 겨자 먹기로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시장 경쟁에서 카르텔이 소비자에게 손해를 끼치는 것처럼, 정치 경쟁에서도 카르텔은 유권자에게 불이익을 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유권자보다 정당 공천이 정치인들에게 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 강선우 의원의 공천 헌금 사태도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틀 속에서 발생한 것으로, 정치 부패 역시 이런 카르텔 정치와 무관하지 않다. 이런 정당 구도를 깨지 않으면 유권자를 무시하는 그들만의 ‘딴 세상 정치’를 고칠 수가 없다. 오늘날의 정당 구도는 1990년 3당 합당이 그 기원이다. 30년 이상이 된 낡은 정치적 틀 속에 갇혀 살고 있다. 그새 우리 사회는 엄청난 변화를 겪어 왔지만 정당 정치는 바뀌지 않았다. 삼성전자나 애플이 소비자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면서 끊임없이 혁신과 기술 개발에 힘쓰는 까닭은 화웨이나 샤오미와 같은 경쟁자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정치를 고치기 위해서도 카르텔을 파괴할 수 있는 위협적인 경쟁 세력이 나타나야 한다. 사실 대다수 국민은 선택을 강요받는 이런 카르텔 정치에 피곤함을 느끼고 있다.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중앙일보-경향신문이 지난 연말에 함께 행한 조사에서 ‘원만한 국정운영을 위해 국회 내 정당은 몇 개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응답은 평균 4.7개였다. 민주당 지지자의 평균은 4.9개, 국민의힘 지지자의 평균은 4.2였다. 정당이 두 개면 된다는 응답은 전체의 7%에 불과했다. 카르텔 정치를 깨트리려면 지역주의 거대 양당에 유리한 현 선거제도의 개정이 필요하지만, 그에 앞서 새로운 정치를 한번 해 보겠다고 뜻을 모아 달려드는 비전과 역량을 갖춘 정치적 창업자들(political entrepreneurs)이 나타나야 한다. 정당이 이런 지경이면 당내에서 이런저런 개혁을 외치는 목소리가 들리거나, 신당 창당의 움직임도 생겨날 법도 한데 그런 조짐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자리보전에 너무 진심이거나 딱히 별로 다를 바 없는 고만고만한 작은 이들로 정치권이 가득 차 있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우리 정치가 너무 작아졌다. 제도권 안에서 움직임이 없다면 밖에서라도 이제는 새로운 정치 세력을 규합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이봐, 해 보기는 해 봤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던 창업 세대의 도전 정신이 정치적으로도 그리워진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2026.02.09. 8:18
국방부 산하 한국국방연구원(KIDA)은 지난 6일 비상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 핵·미사일로 무장한 북한의 대남 위협에 대응할 국방정책을 찾기 위한 TF가 아니었다.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 차원에서 1·29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느닷없이 KIDA에 아파트를 짓겠다고 하자 긴급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란다. 국방 관련 시설에 아파트를 짓겠다는 발상부터 상식적이지 않다. 국토부 깜짝 발표에 반발 움직임 안보 특수성 고려해 재검토 필요 재개발·재건축 촉진, 정공법 쓰길 KIDA 관계자는 "아파트 1000채를 짓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직원들이 뒤숭숭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태릉골프장 아파트 논란은 있었지만, KIDA를 끼워넣을 줄 몰랐다"며 "국방부와 국토교통부를 곧 방문해 왜 이런 정부 발표가 나왔는지 경위를 파악할 예정"이라고 했다. KIDA는 군사전략, 군사력 건설, 무기체계 획득 등 국방정책 전반에 관한 체계적 연구와 분석으로 합리적 국방정책 수립에 기여하도록 1979년에 설립된 정부출연연구기관이다.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이나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처럼 KIDA는 국방부와 긴밀한 소통이 필요해 지근거리에 두는 것이 합리적이다. 경제 부처들이 세종으로 이전하니 한국개발연구원(KDI)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등이 따라간 것은 납득할 수 있다. 그런데 국방부는 용산에 남는데 KIDA만 수도권 밖으로 보낸다면 비현실적이다. 국방부 주변에서도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 당국자는 "부동산 대책 발표를 보고서야 (KIDA가 포함된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KIDA는 국회의원을 겸직하고 있는 안규백 국방부 장관의 지역구인 동대문갑에 있다. 공교롭게도 안 장관은 1·29 대책 발표 당일 1박2일 일정으로 일본 출장 중이었다. KIDA에 아파트 짓는다는 깜짝 정책에 안 장관도 적잖이 놀랐을 것 같다. 국방부 주변에선 문재인 정권 시절에 육사 출신 홀대가 심했는데 이번에도 안보 분야를 경시하느냐는 푸념이 들린다. KIDA 부지에 아파트 건립은 국가 안보의 특수성을 고려해 재검토할 문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일 "아파트 한 평에 3억원씩 한다는 게 말이 되나. 요새 서울 수도권은 집값 때문에 시끄럽고 제가 그것 때문에 좀 힘들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폭등한 집값이 각종 신기록을 경신하니 대통령도, 국민도 밤잠을 편히 못 잘 상황이다. 집값을 안정시키려면 주택 공급 확대가 답이다. 하지만 자투리땅을 긁어모아 찔끔 물량을 제시하거나 재탕·삼탕 대책을 내놓을 것이 아니라 시장의 예상을 압도하는 대규모 공급으로 집값 폭등의 불씨를 잡아야 한다. 문제는 서울에 신규 택지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국방부를 패싱하고 KIDA에 아파트를 짓겠다는 엉뚱한 발상이 나온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주택 공급을 제대로 하려면 약발이 떨어지는 우회로를 찾기보다 정공법을 써야 한다. 대규모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말이다. 강남권은 이미 노후해 재건축이 절박한 아파트가 즐비하고, 강북은 재개발 대상 노후 주택이 수두룩하다. 그런데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 선거 승리라는 정치적 계산 때문인지 서울시의 재개발·재건축 정책에 발목을 잡는 정책이 자꾸 나온다. 예컨대 지난해 9·7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금융 규제를 강화하는 바람에 서울 및 수도권의 여러 재개발·재건축 사업지에서 이주비 마련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광역단체장이 가진 정비구역 해제권을 국토부 장관이 갖도록 여당이 법을 바꾸면 서울시가 신속한 재개발·재건축을 위해 신속통합기획으로 지정한 구역까지 해제될 우려도 제기된다. 시장에서는 과거 박원순 서울시장 재임 기간에 정비구역 389곳을 해제해 극심한 공급 부족을 초래했던 시행착오를 답습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쯤 되면 정부·여당의 주택공급 확대 정책이 얼마나 진심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장세정([email protected])
2026.02.09. 8:16
최근 통일부가 『이재명 정부의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이라는 책자를 발간했다. 남북 평화공존 제도화와 공동성장 기반 구축, 전쟁과 핵 없는 한반도 실현을 위해 교류·관계 정상화·비핵화를 포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게 골자다. 이는 역대 진보정부가 추진했던 대북정책의 내용과 궤를 같이한다. 평화공존 정책은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정책에 대응하는 이재명 정부의 ‘통일 지향의 평화적 두 국가’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비핵화 등 공존 정책 공개 북한은 적대적 대남 관계 고수 미온적인 미·중 협력 이끌어낼 한반도 평화특사 고려해 볼 만 우리 정부의 ‘두 국가’ 해법은 한반도에 존재하는 두 정치 실체가 평화롭게 공존하며 남북 연합 단계를 거쳐 정치통합과 민족 통일을 실현하는 통일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평화 공존론’은 체제를 달리하는 국가 사이에서 무력에 호소하지 않고 평화적인 관계가 유지되는 것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옛 소련의 흐루쇼프 공산당 서기장이 주장한 이론이지만 미국이 소련·중국과 관계를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평화 공존론(데탕트)을 활용했다. 미·소, 미·중이 적대 관계를 해소하고 평화공존에 합의하면서 두 사회주의 국가들은 사상과 이론 조정(신사고·사상해방)을 하고 개혁·개방에 나서기도 했다. 남북의 갈등과 북·미 사이의 적대 관계를 해소하고 한반도에서 평화공존 프로세스가 작동한다면 북한도 사상·이론적 조정을 통해 정책 전환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진보의 ‘평화’, 보수의 ‘통일’ 대한민국의 통일 방안은 노태우 정부가 만들고 김영삼 정부가 수정·보완한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다. 민족공동체를 복원해야 한다는 당위에 대해서는 진보와 보수 모두 동의한다. 하지만 민족공동체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과 행동 방침은 차이가 있다. 역대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은 포용(김대중)-평화번영(노무현)-상생공영(이명박)-신뢰(박근혜)-평화(문재인)-통일(윤석열)-평화공존(이재명)으로 이어졌다. 대북 인식론에는 차이가 있지만 북한의 변화를 유도해 통합과 통일을 실현한다는 전략적 함의는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론은 근본적 차이를 보였다. 접촉·제공(지원)·대화를 통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는 포용 정책과, 제재와 압박을 통한 북한의 비핵화 추동과 급변사태를 유도하는 강압 정책이 대립했다. 무엇보다 북한의 지속적인 핵 개발 추진은 대북 정책의 일관성 유지를 어렵게 하고, 남북관계 진전을 가로막는 결정적 걸림돌이었다. 진보정부는 평화를 내세우고, 보수정부는 통일을 앞세우는 경향을 보였다. 진보정부는 ‘평화경제론’을 내세우고 남북교류협력을 증진해 신뢰를 쌓고, 나아가 정치 통합을 모색하는 기능주의 접근을 시도했다. 이에 비해 보수 정부는 핵 개발을 추진하는 북한과의 교류협력이나 대북 지원을 ‘퍼주기’로 규정하고, 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한 비핵화를 실현하고 급변 사태를 유도하고자 했다. 이명박 정부의 경우 표면적으로는 ‘상생과 공영’을 내세웠지만, 실질적으로는 급변사태에 기대를 걸고 ‘기다리는 것도 때로는 전략’이라며 미국 오바마 행정부와 함께 ‘전략적 인내’로 일관했다. 윤석열 정부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헌법 3조를 강조하며 ‘자유의 북진통일’을 공식화했다. 윤석열 정부가 두 국가 해법을 부정하면서 내세운 ‘김정은 정권 소멸론’에 맞서 북한이 ‘대한민국 괴멸론’을 주장하며 핵 공격을 위협하는 등 극단의 대치 상황으로 치달았다. 남북의 두 국가론 북한은 2023년 말 지난 80년의 남북 관계사를 결산하면서 대한민국의 민주 정부든, 보수 정부든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흡수 통일을 추진했다며 ‘적대적 두 국가론’을 들고 나왔다. 북한은 우리 헌법의 영토 조항(3조)을 문제 삼으며 역대 정부 모두가 정권 붕괴와 체제 통일을 추진했다고 주장하고 남북관계를 단절했다. 북한의 입장 선회가 없는 한 이제 대북정책 추진과 관련한 남남갈등이 재현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대신 ‘평화적 두 국가’ 해법을 둘러싸고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는 헌법 4조를 위반했다거나, 영구분단으로 고착될지 모른다는 주장으로 또다른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북한이 남북기본합의서에서 합의한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의 틀을 부정하는 상황에서 ‘통일 지향의 평화적 두 국가’ 해법은 현실정합성이 높다. 박정희 정부의 내정불간섭과 상호불가침 및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 추진(1973년 6·23선언), 노태우 정부의 남북기본합의서 채택과 유엔 동시가입 실현(1991년), 민족공동체 통일방안 제시(1989년) 등 보수 정부가 추진했던 대북·통일정책들은 사실상 ‘두 국가 해법’이다.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만들고 수정·보완할 때 주무 장관이었던 이홍구 전 총리는 “우리 통일방안에서 남북연합 단계를 설정함으로써 남북기본합의서 채택과 유엔 동시 가입을 가능하게 했다”며 “이는 한국판 양국체제해결안(two states solution)이었다”고 회고했다. 북한은 이달 하순에 열기로 한 노동당 9차 대회에서 통일·동족·화해를 버리고 ‘교전 중인 적대적 두 국가관계’의 틀을 제도화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판 두 국가 해법에 대비해야 하는 게 숙제로 던져진 셈이다. 북한은 이번 당 대회를 통해 분단 체제의 북한이 아닌 독립적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서 정체성 확립을 위한 사상·이론적 조정을 하고 새로운 대외 정책의 방향을 제시할 것이다. 북한은 적대적 두 국가 해법에 따라 정전 협정을 무력화하고 대한민국과 연계되지 않은 ‘사회주의 독립국가’로서 미국·일본 등과의 관계 맺기를 시도할 것이다. 평화 특사의 임무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해 말 업무보고에서 페이스메이커 역할 강화를 위한 ‘한반도 평화특사’ 임명을 요구했다. 통일부는 미·중 정상회담이 열리는 4월까지를 한반도 정세의 중요한 분기점으로 보고, 정 장관이 한반도 평화특사로서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수행하길 원하고 있다. 북·미 대화와 남북 대화를 재개해 종전선언 등을 추진하려면 한반도 평화특사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아직 평화특사를 임명하려는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정 장관의 주문대로 이재명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 특사를 임명해 중국과 미국 등에 파견하려면 사전에 관련국과 협의가 전제돼야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2018∼2019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작동했을 때 한국과 북한, 미국 정상이 정보 당국을 동원해 톱 다운 방식으로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점을 참고해야 한다. 지금은 남북관계가 단절돼 비밀 접촉 자체가 어려운 조건에서 특사를 통한 우회로를 활용하는 게 유일한 해법일 수 있다. 전략적 패권 경쟁이 격화하고 있는 미·중은 정상회담을 하더라도 당장 한반도 문제에 집중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난관을 돌파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이 더욱 절실하다. 대한민국이 전략적 자율성을 발휘하기 위해 특사의 역할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한반도 평화 특사가 정해진다면 우선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도록 미국과 중국·러시아를 통해 북한을 설득하는 것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 동시에 한국 전쟁을 끝내기 위한 한반도 평화 공존 프로세스를 가동하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 미·중 두 나라는 한국 전쟁의 교전국이자 정전협정의 서명 당사국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결단한다면 2(미·중)+2(남북) 또는 4자 회담을 통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고,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한 협상을 시작할 수도 있을 것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가 최근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 17건에 대한 제재를 면제하기로 결정했다.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염두에 둔 조치일 수 있지만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렸던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노딜을 경험한 북한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성의’ 표시다. ‘제재 대 자력갱생의 정면돌파전, 장기전’에 돌입해 사회주의 전면적 발전에 ‘성과’를 거둔 북한을 움직이려면, 북·미 관계 정상화와 같은 큰 선물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의 희망과 달리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의 판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우리도 실사구시의 입장에서 정전체제의 구조 변화를 가져올 평화협상에 대비해야 한다. 고유환 동국대 명예교수·전 통일연구원장
2026.02.09. 8:15
인천 강화군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색동원’에서 발생한 성적 학대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 해당 시설장과 직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지금까지 6명의 피해자로부터 피해 사실을 확인한 상태다. 서울경찰청 색동원 사건 특별수사단은 9일 성폭력처벌법·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색동원 시설장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종사자 1명에 대해서도 장애인복지법상 폭행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같은 혐의를 받는 또 다른 피의자 1명은 불구속 상태로 수사하기로 했다. A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장애인 시설에서 여성 입소자를 성폭행하고 성적으로 학대한 혐의를 받는다. 중앙일보가 확인한 ‘인천 강화군 장애인 거주시설(색동원) 입소자 심층조사 보고서’에는 여성 장애인 19명이 A씨에게 성폭행 등을 당했다는 내용과 시설 관계자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진술 등이 담겨 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오전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색동원은 2008년 개소했는데, 시설을 거쳐 간 장애인이 87명, 종사자가 152명”이라며 “종사자와 시설에 입소했던 분을 전수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까지 피해자로 특정된 것은 6명이고 나머지에 대해서도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박 청장은 “색동원이 보조금을 1년에 약 10억원씩 받고 장애인 수당도 받는데, 이것이 제대로 집행됐는지 등의 부분을 들여다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김민석 국무총리의 지시에 따라 지난달 31일 서울경찰청에 색동원 사건 특별수사단을 구성했다. 경찰은 지난해 5월부터 색동원 의혹에 대해 내사하던 중이었다. 임성빈([email protected])
2026.02.09. 8:13
트럼프주의 안보·국방전략과 우리의 대응 지난달 23일 미국의 ‘2026 국방전략(2026 National Defense Strategy)’이 발표되었다. 지난해 12월 4일 발표된 2025년 미국 ‘국가안보전략(National Security Strategy)’에서 군사전략을 구체화한 후속 문서다. 2026 국방전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2025년 국가안보전략의 기본 틀에 대한 이해가 먼저 필요하다. 우선 먼로주의로의 회귀가 강조되었다. 서반구 안보 집중 ‘재균형’ 정책…유럽 지역 중요성, 아시아에 밀려 중국은 우아한 평화 상대, 북 핵 위협 인정하면서도 비핵화 명시 없어 “한국에는 더 제한된 군사 지원” 표현, 90년대 미군 재배치 연상케 해 주한미군 변화, 전작권 전환 등 아직 불투명,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야 2025년 안보전략과 먼로주의 회귀 먼로주의에 대한 언급은 트럼프 행정부가 바라보는 세계관의 일단을 보여준다. 1945년 이후 전 세계 시장경제를 움직이기 위해 국제통화기금·세계은행·국제연합 등을 조직했던 미국의 역할보다는 다른 대륙에서의 전쟁 개입을 꺼리고 아메리카 대륙의 안보에만 개입했던 제2차 세계대전 때의 입장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중국과 러시아를 급박한 위협으로 규정하지 않았다. 패권이 중요하지 않다면, 강대국 간의 경쟁에 비용을 쓸 필요가 없다. 대신 재균형(rebalancing)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이는 대공황 극복을 위해 유럽 열강, 그리고 아시아에서 일본의 주도권을 인정하고 미국 내 경제 재건에 집중했던 1930년대 미국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그럼에도 오키나와에서 대만과 필리핀, 그리고 말라카 해협으로 이어지는 제1도련선(First Island Chain)을 설정했다. 이 부분은 마치 1950년 미국이 방어선(defense perimeter)으로 설정했던 애치슨 라인을 상기하게 한다. 물론 애치슨 라인에서 제외되었던 대만이 핵심으로 부각된 것이 큰 차이이다. 경제안보 강조 2025년 국가안보전략의 또다른 특징은 경제안보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닉슨이나 레이건 행정부에서 발생했던 통상 갈등이 재현되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러나 1980년대 통상법 301조나 슈퍼301조가 상대국에 대한 조사와 제재에 중점이 두어졌다면, 트럼프 정부의 경제안보는 관세 인상을 통한 ‘균형 잡힌 무역관계’로 설명된다. 이는 수출 경쟁력을 갖춘 제품이 적은 현재 미국의 경제 실정을 잘 보여준다. 수출 동력을 만들어내기 위해 한국·일본·영국과 ‘기술번영 양해각서’을 체결했으며, 다양한 동맹국으로부터 미국에 대한 직접 투자와 투자이익을 미국이 환수한다는 약속을 받았다. 아울러 다자개발은행(multilateral development banks)의 활용을 제안한 것도 주목된다. 이러한 목표 아래 유럽·한국 등 동맹국들의 방위비 분담과 투자를 강조했는데, 과거와 달리 지역적 중요성에서 북미와 중남미를 5위에서 1순위로 격상하고 인도 태평양 지역이 2순위, 제1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2순위였던 유럽이 3위로 밀려났다. 여기에 더해 유럽을 경제적 후퇴와 문명소멸(civilizational erasure)의 현상이 나타나는 곳으로 표현했다. 3순위로 떨어진 유럽 이러한 국가안보전략은 미국 탄생 이후 처음 나타나는 대외정책 기조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외교의 중심은 강대국 중심이었고, 항상 유럽이 제1의 외교 대상이었다. 이민자들의 고향이며, 경쟁자일 뿐만 아니라 가치관을 같이 하는 유럽 제국은 독립전쟁과 남북전쟁, 그리고 냉전 시기 미국 외교는 가장 중요한 외교적 고려 대상이었다. 미국이 패권국으로 등장하는 과정 역시 유럽에서의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었다. 아시아는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 즉 냉전 시기 열전이라는 예외적 상황에서 그 중요성이 부각되었지만, 트럼프 시대에는 이해관계의 중심 무대가,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며 가장 다이나믹한 인도에서 태평양으로 연결되는 지역으로 바뀌고 있다. 이러한 국가안보전략을 반영한 2026 국방전략은 글로벌한 활동이 더 이상 미국의 의무도, 이익도 아니라고 전제하고 있다. ‘거대한 체스판’에서 후퇴했던 브레진스키의 향기가 난다. 적대국과의 관계에서도 강한 대응보다는 힘에 의한 억지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트럼프 1기와도 다르다. 아울러 미국 자체의 방위산업 기반을 대대적으로 강화할 것을 선언했다. NSC 68의 재현인가? 이는 1950년 국가안보회의 68호 문서(NSC 68)의 내용을 떠올리게 한다. 소련의 핵무기 개발과 중국 혁명에 당황했던 미국은 NSC 68 문서에서 재래식 무기의 증강을 통해 미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문서는 불황 극복을 위해 막대한 군사비 지출로 경제 호황을 누렸던 양차대전의 시기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이라고 한다면 NSC 68은 미국 자체의 예산을 사용하는 것이고, 2026 국방전략은 동맹국의 투자를 통한 군수산업의 굴기를 계획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상호혜택적 동맹(mutually beneficial alliance)으로 규정했다. 이를 통해 모든 동맹국이 모범적 동맹(model alliance)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미국 안보를 위협하는 상대방 평가에서 중국은 우아한 평화(decent peace)가 가능한 상대, 러시아는 관리 가능한 위협으로 평가했다. 러시아는 유럽에 위협이 되지만, 미국에는 직접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또한 냉전 초기와 유사하게 러시아 자체의 약점에 주목했다. 당시에는 전체주의의 약점을 지적했다면, 2026년 국방전략에서는 인구와 경제적 측면의 약점을 부각했다. 반면 이란과 북한은 미국에 대한 직간접적 위협이 가능할 수 있다고 보았다. 특히 북한은 ‘미국 본토를 핵으로 공격할 수 있는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라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서는 명시하지 않았고,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은 한국이 일차적으로 책임져야 할 부분이라고 규정했다. 더 제한된 지원과 주한미군 물론 한국에 대한 언급은 유럽보다 더 톤이 강했다. 유럽에 대해서 제한된(limited) 지원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한국에 대해서는 ‘더 제한된(more limited)’이란 표현을 썼다. 일본이나 호주는 거의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집단 방위(collective defense)라는 개념을 쓰고 있다. 냉전시대 실패했던 동북아에서의 집단방위 개념이 다시 나타났다. 주한미군의 규모와 역할 조정도 언급됐다. 미국의 이익을 위해 주한미군의 성격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냉전체제가 무너진 직후 아버지 부시 행정부가 시작한 ‘해외주둔미군 재배치 계획(GPR)’과 그 과정에서 한국군의 평시작전권 이양이 결정되었던 1990년대 초의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2026 국방전략은 또한 탈냉전 이후 대응에 실패한 이전 정부에 책임을 묻고 있다. 1990년대 초의 GPR은 클린턴 민주당 행정부로의 정권교체, 북핵 위기의 대두, 그리고 9·11 테러로 인해 제대로 실행되지 못했다. 오히려 미국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늪에 빠져 더 많은 군사비를 써야 했다. 트럼프는 바이든을 비난하고 있지만, 실상은 선배 공화당 정부들의 실정이 더 큰 문제였음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역사적이라고 했지만 최근 미국의 국가안보전략 및 국방전략 문서에서 굳이 과거 미국의 정책을 비교한 것은 이들 문건이 스스로 역사적 접근(historic approach)이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와 단절하면서 새로운 미국을 만들기 위한 기념비적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지만, 유독 과거 정권들의 오류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탈냉전 이후 미국의 지도력과 대외정책은 모두 낭비에 불과했다’ ‘먼로 독트린의 지혜를 잃어버렸다.’ 이로 인해 트럼프가 취임했을 당시 미국은 세 번째 세계전쟁을 하고 있다고 했다. 과거 역사에 대한 비판 위에서 문건들이 만들어졌음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역사적인 외교적 변화를 담고 있다면 케넌·니츠·로스토우·브레진스키의 비전이 보여야 하지만, 그렇지는 않아 보인다. 유일한 특징은 ‘유연성’과 ‘중남미에 대한 강조’다. 베네수엘라에 대한 개입은 당연한 수순이었을 것이다. 이란에는 직접 개입하지 않을 것이다. 1970년대 말 이란에서의 피의 경험이 ‘국방전략’에 언급되어 있다. 유연성이라는 철학 이러한 안보·국방전략에 대해 유럽연합의 평가는 거의 절망적 수준이다. 공식적 논평이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트럼프 정부의 전략은 1945년 이후 미국의 역대 행정부가 일관되게 유지해 온 세계적 패권이 미국의 국익에 부합한다는 철학으로부터 벗어난다고 평가했다. 또한 국제주의뿐만 아니라 다양성·형평성 및 포용성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미국의 전략이 한국에는 어떻게 작동할까? 주한미군의 성격 변화와 전시작전통제권 이양 문제의 변화를 예측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1기가 북미정상회담으로 정신없이 지나갔다면, 2기의 앞날을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다. 미지상군 철수나 재배치를 주장했던 닉슨·카터·부시 대통령의 정책은 모두 실패했다.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는 가운데 관세 문제가 계속 발목을 잡고 있다. 전략 문서를 보면 과거 80년간 한미관계의 복잡했던 과정이 향후 3년간 재현될 가능성도 부인할 수도 없다. 유연성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소국으로서의 한국 외교에 새로운 비전이 필요한 상황이다. 응급 대응에 정신없는 외교 최전선에 서 있는 분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2026.02.09. 8:12
육군 5군단 소속 코브라(AH-1S) 헬기가 9일 오전 11시 4분쯤 경기 가평군 일대에서 훈련 도중 추락해 탑승한 조종사 등 2명이 사망했다. 해당 기종은 2023년 8월 사고로 운항 중단 뒤 2024년 12월 비행에 복귀했다. 복귀 1년여 만에 또 사고가 나면서 1988년 도입된 노후 기체의 안전성 문제가 수면 위로 다시 떠올랐다. 육군은 기체 결함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정밀 조사에 착수했다. [뉴시스]
2026.02.09. 8:10
가정형편이 어려운 대학 후배들을 위해 아파트를 매입해 무료 기숙사를 운영하던 교사가 1000만원이 넘는 세금을 부과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9일 세무 당국 등에 따르면 연수세무서는 지난해 9월 김창완(61) 인하대사범대학부속중학교 교감에게 2021~2022년 치 종합부동산세 1250만원을 부과했다. 인하대 출신인 김 교감은 가정형편이 어려운 지방 출신 대학 후배들을 위해 미추홀구 아파트 2채를 각각 2018년과 2020년에 매입해 무료 기숙사로 운영하다가 세금 부과 대상이 됐다. 이 시기에 다주택자는 과세표준 6억원 이상 주택을 보유하면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자였다. 김 교감이 소유한 아파트 2채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지원한 인하대 학생 6~10명이 임대료 없이 거주해왔다. 김 교감은 학생들에게 쌀 등도 제공하는가 하면, 김 교감의 지인은 매월 생활비 5만~10만원을 지원했다고 한다. 김 교감의 사정을 들은 세무서 측은 종합부동산세 감면 방안을 검토했으나, 형평성 등을 이유로 감면을 결정하지 못했다. 김 교감은 미추홀구에도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이 되는 재산세를 면제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 교감은 중앙일보에 “2021~2022년 과표기준이 바뀐 걸 놓쳐서 과세 대상이 됐다”며 “세무서에서 많이 도와주려고 했는데 형평성 문제가 있어 결국 마이너스 통장으로 가산세 50만원까지 합쳐 종합부동산세 1300만원을 납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집이 노후화되면서 지금은 지원자가 많지 않아 계속 유지해야 할지 기로에 서 있다”며 “도배와 장판도 새로 해야 하는 데 고민이 많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변민철.김지혜([email protected])
2026.02.09. 8:10
다른 사람이 찍은 내 뒷모습 사진을 받아들 때가 있다. 내 뒷모습이 이렇게 생겼구나 하면서 먼 타인처럼 내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숨기려야 숨길 수 없는 또하나의 얼굴이 거기에 있다. (…) 타인의 시선에 무방비로 노출된 등을 가졌다는 것. 자신이 알지 못하고 어찌할 수도 없는 신체의 영역이 있다는 것이 왠지 두렵고도 안심이 된다. -나희덕 『마음의 장소』 중. 나희덕 작가의 에세이집에서 이 대목을 읽으며 대만 에드워드 양 감독의 영화 ‘하나 그리고 둘’이 떠올랐다. 타이베이의 평범한 중산층 가정을 통해 삶과 영화의 본질을 묻는 영화다. 2000년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으로, 최근 4K 리마스터 버전이 국내 재개봉했다. 감독의 분신 같은 여덟 살 소년 양양은 아버지의 낡은 카메라로 주변 사람들의 뒷모습을 찍는다. 영화의 엔딩, 소년은 이렇게 말한다. “저도 이제 다 안 것 같아요. 제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말이에요. 저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보지 못하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그들이 못 보는 뒷모습을요. 그러면 다들 알게 되겠죠.” 삶의 진실은 삶의 이면에 있고, 그렇게 쉬 보이지 않는 진실을 보여주는 게 영화와 예술의 역할이라는 얘기다. 영화에는 “삼촌이 그러는데, 영화가 발명된 이후로 인류의 수명이 최소한 세 배는 늘어났대”라는 대사도 나온다. 영화를 통해 간접 경험하며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본다는 의미다. 하루에 수십 번 거울과 창에 비친 앞모습을 보고 치장하지만, 뒷모습은 볼 수 없고 치장도 불가다. 무방비다. 나희덕 작가는 이렇게 덧붙였다. “뒷모습은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동시에 아주 많은 것을 말해준다. 무엇보다 뒷모습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세상에 넘치는 거짓과 위선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그나마 정직하고 겸손할 수 있는 것은 연약한 등을 가졌기 때문이다. 뒷모습을 가졌기 때문이다.”
2026.02.09. 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