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 운하 인근 중국 기념물 철거 '시끌' 관할 시청서 안전문제 들어 심야 제거…중국 정부 반발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파나마 운하 영향력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파워게임' 한복판에 놓인 파나마에서 중국 커뮤니티 기념물이 시청 주관하에 갑자기 철거됐다. 29일(현지시간) 파나마 주재 중국 대사관 소셜미디어에 게시된 성명과 파나마 아라이한 시 보도자료에 따르면 파나마 운하 인근 아메리카스 다리 전망대 구역에 설치돼 있던 '중국인 정착 150주년 기념' 조형물이 지난 27일 심야 작업을 통해 제거됐다. 현지 소셜미디어에는 한밤중 굴삭기가 중국풍 조각들을 떼어내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공유됐다. 해당 조형물은 2004년 파나마와 중국 간 우호 관계를 상징하는 의미로 설치됐다. 파나마 내 중국인 커뮤니티의 '공헌'을 인정하는 차원이었는데, 공식적인 역사 유산으로 지정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아라이한 시청 측은 그러나 파나마 운하 수로를 내려다보는 자리에 있던 이 기념비가 "위험"을 초래할 구조적 손상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방문객 안전 문제 역시 고려 대상이었다고 덧붙였다. 현지 일간 라프렌사는 다만 시청에서 관련 기술 검토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았으며, 구조 보강을 목표로 한 중국 측과의 사전 협의 과정도 없었다고 전했다. 중국 측은 즉각 반발했다. 파나마 주재 중국대사관은 인스타그램에 올린 성명에서 "불법적이고 부적절한" 행위에 대한 "엄중한 제재"를 촉구했다. 현지 중국 대사는 철거 현장을 직접 살폈으며, "양국 우정에 큰 상처이자 중국계 파나마인 30만명에 대한 모욕"이라고 말했다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파나마 지방정부가 중국 기념비를 철거한 것을 강력히 규탄하며 파나마 측에 항의했다"고 피력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올해 초부터 파나마 운하 내 영향력 확대를 위한 미국과 중국의 공방에 휘말리며 곤욕을 치러온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은 아라이한 시장 결정을 비판하고 나섰다. 물리노 대통령은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아라이한 시장이 아메리카스 다리에 세워진 중국인 공동체 기념비를 철거한 야만적인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면서 역사 유산 프로그램을 통해 기념물 복원 가능성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적었다. 파나마는 1월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전후부터 미·중 간 지정학적 갈등에 휘말려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나마 운하가 중국 영향력 아래에 놓였다"고 주장하면서, 양국 간 조약을 통해 1999년에 넘긴 파나마 운하 통제권을 환수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파나마 운하 내 항만 5개 중 2개를 운영하는 홍콩계 업체인 CK허치슨홀딩스를 고려한 발언으로 해석됐는데, CK허치슨은 중국 당국과는 상관없는 민간 기업임에도 미국계 자산운용회사에 운하 운영권을 매각한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미국은 전 세계 해상 무역의 5%를 소화하는 약 80㎞ 길이 파나마 운하의 주요 이용국이다. 파나마 운하청(ACP) 2024 회계연도(2023년 10월∼2024년 9월) 기준 미국 선박은 파나마 운하를 통해 1억5천706만t(톤)을 실어 날랐다. 중국(4천504만t), 일본(3천373만t), 한국(1천966만t) 등이 그 뒤를 이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재림
2025.12.29. 10:25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은 29일 12·3 비상계엄 당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체포하라', '불법이다'라는 말을 들었다는 조지호 전 경찰청장의 증언에 대해 "명백한 거짓"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윤 전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은 이날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지난해 12월 3∼4일 조 전 청장이 윤 전 대통령과 통화를 나눈 시각에는 국회의원들이 월담하는 상황이 아니었다며 "현장의 객관적 상황과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윤 전 대통령은 조 전 청장은 지난해 12월 3일 밤 5차례, 이튿날 3차례 통화를 했는데, 해당 시각에는 이미 국회 출입이 허용되거나 본회의장에서 계엄 해제 표결이 이뤄지고 있어 월담이 불필요한 상황이었다는 설명이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의원을 체포하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가 없다"며 "어떤 시기의 통화에서도 월담하는 의원을 잡아들여 체포하란 말을 했다는 것은 명백한 거짓"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조 전 청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조 전 청장은 이날 윤 전 대통령 측이 증언의 신빙성을 지적하자 "어느 통화에서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히 '불법이다', '체포해라' 취지로 들은 적이 있다"고 했다. 김은빈([email protected])
2025.12.29. 9:48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문제와 관련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했다고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밝혔다. 레빗 대변인은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우크라이나와 관련해 긍정적 통화를 마쳤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통화 내용은 전하지 않았다. 통화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2시간 30분 회담 및 공동 기자회견을 한 다음 날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회담에 앞서 푸틴 대통령과도 "생산적이고 좋은" 통화를 했다고 밝힌 바 있어, 두 사람은 이틀 연속 전화로 소통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전쟁 당사국과의 종전 중재 협상 진척도를 '95%'로 소개하면서도 "한두 가지 까다로운 문제가 있다"며 영토 문제 등 여전히 복잡한 쟁점이 남아있다고 언급했다. 정혜정([email protected])
2025.12.29. 9:38
백악관 "트럼프, 푸틴과 우크라 관련 긍정적 통화" 젤렌스키 회담 다음날 이뤄져…푸틴과 이틀 연속 전화 소통 (워싱턴=연합뉴스) 박성민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문제와 관련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했다고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밝혔다. 레빗 대변인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우크라이나와 관련해 긍정적 통화를 마쳤다"고 짧게 적었다. 통화에서 어떤 내용이 논의됐는지 구체적인 내용은 전하지 않았다. 이날 통화는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2시간 30분 회담 및 공동 기자회견을 한 다음 날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회담에 앞서 푸틴 대통령과도 "생산적이고 좋은" 통화를 했다고 밝힌 바 있어, 두 사람은 이틀 연속 전화로 소통한 것이다. 레빗 대변인이 이날 통화가 '긍정적'으로 이뤄졌다고 밝힌 만큼 전날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 간의 회담에서 논의한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안과 관련한 진전이 이뤄졌을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전쟁 당사국과의 종전 중재 협상 진척도를 '95%'로 소개하면서도 "한두 가지 까다로운(thorny) 문제가 있다"며 영토 문제 등 여전히 복잡한 쟁점이 남아있다고 밝힌 바 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박성민
2025.12.29. 9:25
美주택용 전기요금 내년에도 인상 전망…"중간선거에 변수" 올해 지방선거 결과에 소비자 불만 작용…인상 원인은 다양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미국에서 다양한 이유로 전기요금이 빠르게 오르면서 선거에도 영향을 미치는 등 중요한 사회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부는 평균 주택용 전기요금이 내년에 약 4%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주택용 전기요금은 올해에만 4.9% 증가했다. 미국에서 전기요금은 자동차 휘발유 다음으로 가장 큰 에너지 관련 지출이며 난방도 가스가 아닌 전기로 하는 집이 많다. WSJ은 올해 미국인들이 전기요금에 얼마나 예민한지 보여주기 위한 사례로 최대 명절로 꼽히는 크리스마스 때 집을 전등으로 꾸미지 않은 한 여성을 소개했다.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불만이 쌓이면서 중요한 정치 이슈로 자리잡았으며, 연방 상·하원 의석이 걸린 내년 11월 중간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WSJ은 관측했다. 전기요금은 지난달 지방선거와 함께 치른 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주지사에 당선된 민주당의 마이키 셰릴은 전기요금 동결을 공약했는데 에너지부에 따르면 지난 9월 뉴저지주의 주택용 전기요금은 전년 동기 대비 21%나 증가했다. 조지아주에서는 공공서비스위원회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 두명이 공화당 현직 위원들을 제치고 당선됐는데 전기요금에 대한 유권자 분노가 한 이유였다. 공공서비스위원회는 발전소 규제를 담당해 전기요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전기요금은 통상 전반적인 물가 인상과 함께 올랐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한 2022년부터 다른 물가보다 빠르게 오르기 시작했다. 전력 사용량이 많은 데이터센터의 건설이 전기요금 인상 원흉으로 자주 지목되지만, 이밖에도 허리케인과 산불 같은 자연재해, 주(州)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오래됐거나 파손된 전력망 교체 등 다양한 요인이 있다고 WSJ은 평가했다. 각 주(州)의 저소득층 에너지 지원을 담당하는 관료들로 구성된 전국에너지지원국장협회는 올해 11월부터 내년 3월까지의 주택 난방 비용을 전년 대비 9% 증가한 995달러(약 137만원)로 추산했는데 이는 평년보다 낮은 기온과 천연가스와 전기요금 증가 때문이다. 전력회사 협회인 에디슨전기연구소에 따르면 민간 발전사들은 2025∼2029년에 송전·배전 시스템, 발전, 가스 운송 등 인프라에 1조1천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인데 이는 지난 10년간 투자액의 2배에 달한다. 이런 투자액은 보통 시간을 두고 전기요금 인상을 통해 회수된다. 한편 데이터센터의 경우 일부 지역에서 전기요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데이터센터가 많은 양의 전력을 구매한 덕분에 발전 비용이 분산되면서 주택용 전기요금이 낮아지기도 했다고 WSJ은 보도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김동현
2025.12.29. 9:25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오전 청와대로 첫 출근을 하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긴 지 3년7개월 만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첫 일정으로 참모들과 차담회를 갖고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내정자의 과거 비상계엄 옹호 발언에 대해 “직접 소명하고 단절 의사를 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청와대]
2025.12.29. 8:51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혜훈 전 국민의힘 의원의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지명에 대해 "상당히 획기적"이라고 평가했다. 김 전 위원장은 29일 BBS라디오 '금태섭의 아침 저널'에 출연해 "대한민국 정부 역사상 예산 총책임자를 전통적인, 소위 예산에 종사했던 관료가 아니고 정치인이 임명된 것은 처음"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상당히 획기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혜훈 전 의원이 소속 정당이 국민의힘인데 문제가 있지 않냐는 반응이 있을지 모르지만 이 전 의원 자체로 보면 사실 경제를 전문적으로 공부한 사람이고, 그동안 국회의원을 3선을 했기 때문에 정치적 감각도 어느 정도 있으리라고 생각한다"며 "예산은 단순한 이론이나 수치만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영향력이 굉장히 많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예산이 대통령의 정책을 숫자로 표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예산을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서 정책 방향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며 "지금 정부의 특성을 보면 대통령실에서 재정기획관이라는 소위 수석급이 따로 생겼고, 예산처가 독립돼 나와 있기 때문에 앞으로 기획예산처 장관과의 소통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서 예산의 운용 방향이 바뀔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예산이 그냥 관행적으로 전년 대비 얼마, 얼마 이런 식으로 편성을 해왔는데 지금 이 시점에서 보면 지출 구조의 대대적인 변화가 좀 필요하지 않으냐는 생각"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예산처 장관을 갖다가 선택한 것은 비교적 잘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김 전 위원장은 "제가 염려하는 것은 인사만 그렇게 했다고 우리나라 예산 운용의 근본 방침이 좀 획기적으로 변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라며 "장관을 정말 권한을 주고 예산을 근본적으로 바꿀지 아니면 그냥 액세서리처럼 모양만 갖출지 좀 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의 극심한 반발에 대해선 "너무 옹졸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이런 것을 계기로 소위 정치적인 화합을 위한 하나의 계기로 삼을 수 있는 건데, 이거를 그냥 완전히 잘못된 무슨 반발만 하는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제1야당으로서의 올바른 태도인가"라고 했다. 김은빈([email protected])
2025.12.29. 8:51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빚은 쿠팡이 고객 1인당 5만원 수준의 이용권을 지급하는 보상안을 내놨지만 되레 비난 여론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쿠팡의 자체 조사 및 외환 거래, 야간 노동 등과 관련해 위법행위가 있었는지에 대해 전방위 조사에 나섰다. 29일 쿠팡은 지난달 개인정보 유출 통지를 받은 3370만 개 계정 전 고객에 대해 1인당 5만원,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매달 구독료를 내는 와우회원과 일반회원, 개인정보 유출 통지를 받은 뒤 쿠팡을 탈퇴한 고객도 포함된다. 해럴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는 보도자료를 통해 “고객을 위한 책임감 있는 조처를 하는 차원”이라며 “끝까지 책임을 다해 고객이 신뢰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이번에 쿠팡이 제시한 보상 이용권은 쿠팡 내 다른 쇼핑몰에서 쓸 수 있다. 구체적으론 ▶쿠팡 종합몰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 트래블(여행) 2만원 ▶쿠팡 알럭스(명품) 2만원 등이다. 이에 대해 소비자들이 보편적으로 이용하는 쿠팡에서 쓸 수 있는 이용권은 5000원으로 제한하고, 상대적으로 고가인 여행·명품으로 쿠폰을 분산시켰다는 해석이 나왔다. 요컨대 “추가 결제를 유도하기 위한 꼼수 아니냐”는 것이다. 와우멤버십 가입자인 김모(30)씨는 “알럭스 등은 쿠팡 이용자 중에서도 소수만 이용하는데, 보상 쿠폰이라면서 플랫폼별로 제한을 둔 게 황당하다”며 “보상이 아니라 ‘미끼 마케팅’이다. 그동안 참고 참았는데 쿠팡 피해자 집단소송에 동참하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분노했다. 같은 와우회원인 이모(42)씨도 “2만원짜리 쿠폰을 쓰려고 200만원짜리 여행상품을 구매하라는 거냐”며 씁쓸해했다. 쿠팡 이용권으로 보상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탈퇴한 회원들의 재가입을 유도할 목적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이번에 쿠팡을 탈퇴했다는 권유진(33)씨는 “쿠팡 측이 사건을 제대로 조사하고 걸맞은 책임을 진다면 다시 이용할 의향이 있었지만 면피만 하려는 모습에 실망했다”며 “이번 보상도 기존 고객을 기만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이번 보상안이 소비자의 마음을 돌리기엔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개인정보 유출 보상의 형태가 쿠팡 내 여러 서비스 중에서도 널리 이용하지 않는 플랫폼의 이용권 형태에 집중된 건 적절치 않다”며 “소비자 시각에서는 (이용권이) 피해 보상보다 판촉물이나 마케팅의 일종으로 느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 과기부·경찰·금융위·공정위…쿠팡사태 범정부 전방위 압박 한편 정부는 쿠팡에 대한 조사를 전방위로 확대하고 있다. 이날 정부는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최근 쿠팡의 대응을 강한 어조로 경고했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를 3000만 건 이상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이라며 “범정부가 하나의 팀으로 움직여 단 하나의 의혹도 남기지 않고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끝까지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와 경찰청,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서로 역할을 나눠 이번 사태를 신속히 조사하고 대책을 강구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이날 쿠팡이 지난 25일 이번 사고 경위를 자체 조사·발표한 데 대해 위법행위가 있을 경우 엄중히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포렌식 여부 등을 경찰에 통보하지 않아 증거 오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쿠팡이) 제출한 자료를 확인하고 있고, 전자기기는 포렌식을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피의자 조사를 위해 압수물을 분석하고 있다”며 “쿠팡을 통해 연락을 취하진 않고, 본청에서 국제 공조 등 절차를 밟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정보 도용 여부와 쿠팡의 피해 회복 조치 등을 고려해 영업정지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고용노동부는 쿠팡의 야간 노동, 건강권 보호 조치와 관련한 실태를 점검한다. 관세청은 이날 오후부터 서울 송파구 쿠팡 한국법인에 조사 인력을 투입해 해외직구 등에 활용되는 개인통관부호 관리 실태, 쿠팡 미국 본사와 한국법인 간 외환 거래 등을 들여다보는 중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국민들이 개인통관부호 유출 여부에 대해 불안해하는 만큼 관리 실태 등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유림.강광우.김창용.안효성([email protected])
2025.12.29. 8:49
이혜훈 전 의원의 깜짝 발탁 충격이 보수 진영을 흔들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의힘 소속이던 이 전 의원을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다음 날인 29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 전 의원의 선택을 “동지를 버린 배신”이라고 단정했다. 국민의힘은 지명 소식이 전해진 직후 이 전 의원을 전격 제명했다. 장 대표는 그러곤 또다시 ‘당성(黨性)’ 회복을 외쳤다. 이날 전남 해남을 방문한 장 대표는 “보수 정당으로서의 가치를 보다 더 확고히 재정립해야 된다거나, 우리가 당성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더욱 중요하게 부각되는 국면이 됐다”고 했다. 이어 “당성이 부족하거나 당에 대해 해당 행위를 하는 인사들에 대해 제대로 조치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생각한다”며 “중도 확장은 중도 확장대로 하되, 당을 배신하고 당원 마음에 상처 주는 인사들에 대해선 오히려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장 대표는 이 전 의원에 대해선 “조금이라도 양지가 되면 자신이 그동안 갖고 있던 가치와 철학을 버리고 동지들까지 버릴 수 있다는 데 대해 참담한 마음”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이 전 의원을 향한 거친 발언이 쏟아졌다. 국민의힘 중심부에선 “이 대통령은 경제 위기를 덮기 위한 ‘정치적 방패’를 고른 것”(박성훈 수석대변인)이란 말이 나왔고, 국민의힘 원외당협위원회도 “은전 30냥에 예수를 판 유다와 같이 혹독한 역사적 평가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성명을 냈다. 국민의힘은 내년 1월 예정된 국회 인사청문회를 벼르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의원은 “당 전반에 ‘이혜훈의 전례를 남기면 안 된다’는 생각이 크다”며 “누구보다 더 철저하게 검증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동시에 장 대표가 강성 지지층 중심의 기조를 한층 강화하려는 것에 대해 “보수 엑소더스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영남권 중진 인사는 “이 전 의원의 시아버지인 김태호 전 의원은 울산에서 4선을 한 뼛속까지 보수 집안”이라며 “단순한 일탈로 치부하기엔 너무나 뼈아픈 일”이라고 했다. 실제로 보수 진영에선 지난 대선 국면부터 많은 전현직 의원이 이탈했다. 지난 5월 현역인 김상욱 의원을 필두로 권오을 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재명 대통령과 손을 잡았다. 이번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장관급)으로 지명된 김성식 전 의원도 한나라당과 국민의당, 바른미래당 등을 거치면서도 민주당과는 거리를 둬왔다. 수도권 초선 의원은 “민주당은 ‘통합 프레임’을 짜고 중도층과 보수층을 아우르는 선거 전략을 구사하는데, 우리는 철 지난 당성에 자강론만 강조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국민의힘 전직 지도부 인사도 “박근혜 탄핵 정국에서는 당을 나가는 일이 있어도 상대 당으로 가는 경우는 없었다”며 “보수가 외연 확장을 못 하면서 이 대통령이 중도를 넘어 보수까지 주무르는 현실이 됐다”고 꼬집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이날 “보수는 닫혀가고 있고, 민주당은 열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은) 그동안 내부 동질성 강화만 외쳐왔고 더 이상 외연 확장이 불가능해졌다”며 “탈영병의 목을 치고 배신자라 손가락질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냐”고 했다. 김규태([email protected])
2025.12.29. 8:44
이혜훈 전 국민의힘 의원 장관 발탁의 후폭풍은 29일에도 이어졌다. 현직 대통령이 제1 야당 정치인을 내각에 전격 발탁한 전례가 드문 데다 그간 밝혀온 입장이 여권의 노선과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전남 무안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후보자에 관해 별도 언급을 하지 않았다. 대신 대변인단이 나서 “실용주의와 탕평 의지가 반영된 결과”(김현정 원내대변인)라거나 “대한민국 국민의 실익적 관점에서 판단한 국정 운영의 일환”(문대림 대변인)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인사청문회를 진행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선 이상 기류가 흐르고 있다. 중진 의원은 “이 후보자는 자유시장경제론자다. 경제 철학이나 노선이 (민주당과) 다르다”며 “잘한 인사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했다. 또 다른 의원도 “이재명 정부의 정책 방향과 조응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이 후보자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한 전력도 변수다. 김영배 의원은 “‘학폭을 했어도 성적만 좋으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라고 페이스북에 썼다. 전날 이언주 최고위원은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의 대상이어야 하는가는 솔직히 쉽사리 동의가 안 된다”고 했고, 윤준병 의원도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의 파기”라고 반발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이날 “이 후보자가 윤석열 탄핵에 반대하고 ‘윤 어게인’을 외쳤다는 점에서 국민 수용성이 매우 낮다. 탄핵 관련 입장 변화가 있는지 철저히 검증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 후보자는 전날 “원외당협위원장으로 당시 (탄핵 반대) 분위기에 휩쓸려 잠깐 따라간 건 잘못된 일이고 후회하고 있다”고 했다. 하준호([email protected])
2025.12.29. 8:40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둔 4월 강선우(사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신의 보좌관이 시의원 공천 신청자로부터 1억원을 전달받아 보관 중이라는 취지로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상의하는 음성 녹음이 29일 공개됐다. 당시 김 원내대표와 강 의원은 각각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회 간사와 위원이었다. MBC에 따르면, 김 원내대표는 “어쨌건 1억원을 받은 걸 사무국장이 보관하고 있었다는 것 아니냐”며 “일반인들이 이해하긴 쉽지 않은 얘기”라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또 “돈에 대한 얘기를 들은 이상 제가 도와드려도 안 되지만, 정말 일이 커진다”며 “법적인 책임뿐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강 의원은 “제가 어떻게 하면 되냐” “저 좀 살려 달라”고 읍소하며 “딱 결과가 나자마자 그게 실시간으로 다 전달이 되고, 김경 시의원이 보좌관에게 전화 와서 그렇게 얘기를 한 것”이라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대화 말미에 “안 들은 걸로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합당한 이유가 없다면 통과시킬 수 없다”며 “이것에 대해 내가 안 이상 내가 어떤 행동을 취하더라도 묵인하는 거 아니겠냐”고 말했다. 하지만 다음 날 김 시의원은 단수 공천을 받았고, 6·1 지방선거에서 당선됐다. MBC는 “김 원내대표가 녹음했고, 이후 이 파일을 제3자에게 공유했다”며 “제3자로부터 녹취를 입수했다”고 설명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SNS에 “이미 (강 의원의) 공천 금품수수는 범죄가 성립됐다”며 “김병기·강선우 모두 기준상 구속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이날 SNS에 “공천을 약속하고 돈을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해당 사안을 인지하고, 공관위 간사에게 바로 보고했다”며 “다음 날 아침에도 재차 보고했고, 즉시 반환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특정 공관위원의 지역구에 관해 논의할 때는 해당 공관위원은 논의에서 배제되는 것이 원칙”이라며 “(저도) 그 원칙에 철저히 따랐다”고 해명했다. 김 시의원은 이날 “공천을 대가로 그 누구에게도 금품을 제공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문을 냈다. 강보현([email protected])
2025.12.29. 8:40
제주항공 참사 유족들이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1주기 추모식을 마친 뒤 로컬라이저를 바라보고 있다. 이날 유족들은 희생자들에게 쓴 편지를 담은 상자를 불로 태우는 ‘하늘로 보내는 편지’ 행사를 열어 고인들의 넋을 기렸다. [뉴시스]
2025.12.29. 8:37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이 김 여사가 대통령의 아내라는 지위를 이용해 사적 이익을 추구하고 국가 시스템을 훼손했다고 결론냈다. 특검팀은 29일 180일 동안 진행된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김 여사를 비롯해 20명을 구속 기소하고, 불구속 상태로 기소한 56명까지 포함해 총 76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역대 특검 중 사상 최다 기소 인원이다. 전 영부인이 구속 기소된 것도 헌정 사상 처음이다. 특검팀이 김 여사를 재판에 넘기면서 적용한 범죄 혐의만 9개에 달한다. 김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여론조사 무상제공, 건진법사 통한 통일교 금품 수수 및 청탁 등 3개 혐의로 일차적으로 구속 기소됐다. 이후 통일교인 집단 입당(정당법 위반)으로 추가 기소가 이뤄졌다. 지난 26일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 사업가 서성빈씨, 김상민 전 검사, 최재영 목사로부터 각각 금품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알선수재)에 대해 재판에 넘겨졌다. 민 특검은 “대통령 배우자의 권한 남용으로 대한민국의 공적 시스템이 크게 훼손됐음을 여러 사건에서 확인했다”며 “김 여사는 고가 금품을 쉽게 수수하고, 각종 인사와 공천에도 폭넓게 개입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김 여사가 받은 것으로 조사한 금품의 가액을 모두 합치면 3억7725만원에 달한다.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통일교가 전달한 샤넬백 2점과 그라프 목걸이를, 이봉관 회장을 통해 반클리프 목걸이 등 명품 귀금속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배용 전 위원장에게서 금거북이를, 서씨로부터 바쉐론콘스탄틴 시계를 받았다는 게 특검팀 판단이다. 이 외에 이우환 화백의 그림, 로저비비에 핸드백, 디올백 등이 있다. 장기간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던 사건의 실체를 규명했다는 점도 이번 특검의 성과로 꼽힌다. 특검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김 여사를 공범으로 기소했고, 명태균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제공 받고 김영선 전 의원 공천에 개입했다는 점도 수사로 밝혔다. 특검법에 명시된 수사 대상만 16개인 만큼 특검 출범부터 김 여사와 그 주변에 대한 광범위한 수사는 예견됐다. 이 때문에 기소 대상만 76명이라는 결과를 낳았지만, 실제 김 여사가 직접 관련된 범죄 혐의는 이 중 일부에 불과하다. 특검팀은 김 여사와의 관련성을 발견하지 못한 사건들을 결론 내는 대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로 넘기는 결정을 했다. 1~16호 수사대상 중 경찰로 이첩한 의혹만 12개에 달한다. 집사게이트 의혹은 김 여사와 IMS모빌리티에 대한 대기업의 투자 사이 연관성이 나오지 않았지만 추가 수사 필요성을 이첩 이유로 들었다.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과 검찰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디올백 수수 사건 무혐의 결정에 대해서도 수사했지만 기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끝마치지 못했다. 또한 김 여사의 금품 수수 인지여부 등 윤 전 대통령과의 공모 관계를 입증하지 못해 뇌물수수 혐의는 적용하지 못한 채 사건을 국수본으로 넘겼다. 특검팀은 대통령 배우자가 법적으로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 신분인 만큼 법리 적용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김형근 특검보는 “영부인에 대해서도 형사처벌에 있어 공무원에 준하도록 하는 규정을 두어 금품수수의 경우 엄중 처벌될 수 있도록 입법적 보완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진호.최서인.조수빈([email protected])
2025.12.29. 8:35
━ 재정건전성 소신 지키며 확장재정 견제 역할 막중 ━ 여야는 정략 타산보다 곳간지기 적임인지 검증해야 이재명 정부의 기획예산처 초대 장관 후보자로 이혜훈 전 국민의힘 의원이 깜짝 발탁됐다. 정부의 핵심 기능인 예산을 담당하는 핵심 부처의 수장에 야당 정치인이자 보수 경제학자를 지명한 건 파격적이고 또한 논쟁적이다. 청와대는 ‘통합과 실용 인사’라고 설명하지만 여야 정치권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 여당은 비상계엄을 옹호하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던 후보자의 전력을 문제 삼았다. 야당은 후보자가 현직 당협위원장 신분이었고, 보수 강세 지역인 서울 서초갑에서 3선을 했다는 점에서 “사상 최악의 해당 행위”라며 이 후보자를 제명했다. 지방선거 표심을 노린 야당 갈라치기 정략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반탄 집회 참석은 후보자가 해명해야 할 대목이다. 청와대가 인사 발표 전에 야당과 협의하는 모양새를 취했더라면 정부가 내세우는 통합과 협치의 취지를 좀 더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다 하더라도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라는 야당의 평가는 지나치다. 상대방을 반역자로 부르면서 어떻게 협상하고 정치를 한단 말인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핵심을 찔렀다. 그는 “보수는 닫혀 가고 민주당은 열려 가고 있다”며 “이혜훈 전 의원을 배신자로 몰아세울 때가 아니다”고 했다. 더 중요한 본질은 이 후보자가 예산장관으로서 나라 곳간지기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인 이 후보자는 보수 정당 안에서 경제민주화를 강조하는 개혁적 목소리를 내긴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재정 건전성과 시장원리를 강조해 온 보수 경제학자다. 2021년 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하는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를 “경제학 개념이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내년 말이면 나랏빚이 1413조원에 달하고 국가채무 비율은 50%를 넘어서는데 이재명 대통령은 내후년에도 확장재정을 공언했다. 경제학자로서 이 후보자의 소신과 대통령의 확장재정론은 충돌할 소지가 많다. 나랏빚 걱정으로 국채 금리가 슬금슬금 오르는 가운데 보수 경제학자를 나라 곳간지기로 지명한 점은 대외적으로 재정 규율을 지키겠다는 괜찮은 시그널이 될 수 있다. 이 대통령의 실용인사가 진심이라면 보수 경제학자를 그저 확장재정의 방패막이로 소비하는 정치공학에 그쳐선 안 된다. 이 후보자도 ‘행정부 안의 야당’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 재정학자들이 공감하는 재정준칙과 구속력 있는 중기재정계획 도입부터 속도를 내야 한다. 정부 안에서 ‘다른 목소리’를 결기 있게 낼 자신이 없다면 ‘얼굴마담용’ 장관직을 아예 맡지 않는 게 본인을 위해서나, 나라를 위해서나 나을 것이다. 여야는 정략적 이해타산을 떠나 이 후보자가 나라 곳간지기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적임자인지를 청문회에서 철저히 검증하기 바란다.
2025.12.29. 8:34
한국인 20명 중 1명은 타인과의 소통이 거의 단절된 ‘교류 저조층(은둔형 외톨이)’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국가데이터처는 29일 민간 데이터와 공공 데이터를 가명 결합해 분석한 ‘사회적 관심 계층 생활특성’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교류 저조층은 전체 인구의 4.9% 수준이다. 남성(5.1%)이 여성(4.7%)보다 비율이 높았다. 상대적으로 고령층이 많았다고 데이터처는 설명했다. 이들 가운데 근로활동(2023년 기준)을 하는 사람은 26.2%였다. 전체 평균(64.0%)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한달간 모바일 교류(통화+문자 발신) 대상자 수는 11.3명으로 전체 인구(50명)의 5분의 1 수준이었다. 발신 통화는 월평균 35.3회로, 하루 1.2회꼴이었다. 교류 저조층과 그 가족의 TV 시청 시간은 하루 약 9.0시간으로 집계됐다. 남수현([email protected])
2025.12.29. 8:32
180일에 달하는 김건희 특검팀의 수사가 끝났지만 여전히 많은 의혹이 풀리지 않았다. 특검팀은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과 관련해 국토교통부 서기관과 한국도로공사 직원을 재판에 넘기면서 ‘윗선’은 밝히지 못했다. 노선 변경 과정에서 용역업체에 대한 부당한 지시는 확인했지만 누가 이를 주도했는지는 물음표로 남았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소환조차 못 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29일 “서기관 정도까지만 기소했는데 누구도 그가 결정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며 “추가로 밝힐 부분은 국수본(경찰 국가수사본부)에 이첩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지난 8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해양수산부 장관) 등에게 돈을 줬다는 진술을 받고도 수사하지 않았다. 특검법상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를 댔다. 결국 통일교 특검 추진의 불씨가 됐다. 여야는 통일교 특검의 수사 대상과 특검 추천권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 편파수사 논란과 관련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지난 19일 민 특검에 대한 직무유기 고발 사건을 수사4부(부장검사 차정현)에 배당했다. 23일엔 윤 전 본부장을 참고인으로 조사했다. 양평 공무원 사망과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는 특검팀에 파견됐던 수사관 1명을 고발하고 3명을 수사 의뢰했다. 지난 10월 특검 조사를 받은 뒤 사망한 양평 공무원의 유서에 “안 했다 했는데 누가 시켰다고 해라, 회유와 강압에 너무 힘들다”는 내용이 기재된 만큼 강압적인 조사 정황이 확인됐다고 봤다. 민중기 특검은 과거 내부정보를 이용해 네오세미테크 비상장 주식을 거래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고발되기도 했다. 정진호.조수빈([email protected])
2025.12.29. 8:32
━ 보좌진 시켜 부인·아들 특혜받은 의혹 줄이어 ━ 여당 실세의 권력 사유화, 국민 눈높이 벗어나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권력형 특혜’를 누리고 보좌진에게 ‘갑질’을 일삼았다는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김 원내대표와 가족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전직 보좌진이 폭로한 의혹들은 낯 뜨거운 일탈부터 수사가 필요한 범법 혐의까지 백화점식으로 나열되고 있다. 사실이라면 국회 상임위 권한과 지역구 국회의원 권력을 자신과 가족을 위해 사유화한 매우 부적절한 처신이다. 김 원내대표의 전직 보좌진이 구체적으로 제기한 의혹의 상당 부분은 가족과 연결돼 있어 국민적 공분이 크다. 권한이 없음에도 대통령에 버금가는 지위를 누리며 나라를 난장판으로 만든 김건희씨에 대한 특검 수사 결과가 발표되는 와중에 여당 원내대표의 권력 사유화 의혹을 또다시 지켜보는 상황은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 어제(29일)는 김 원내대표의 차남이 가상자산 거래 업체에 취업한 경위에 대한 의혹이 폭로됐다. 김 원내대표가 해당 업체 대관 담당 직원들과 식사한 뒤 경쟁 업체를 비판하는 질의를 준비하라는 지시를 했고, 이후 업체에서는 수학을 전공한 김 원내대표 차남에게 유리한 채용이 진행됐다는 주장이다. 이 차남은 앞서 대학 편입에 구의원이 동원돼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 예비군 훈련 연기 신청을 보좌진에게 시켰다는 의혹 등이 제기된 바 있다. 김 원내대표의 장남은 국가정보원 취업 과정에 김 원내대표 부인이 국정원 고위 관계자에게 청탁 의심 전화를 한 녹취가 공개돼 논란이 됐다. 또 장남의 국정원 첩보 업무에 국회 보좌진이 동원됐다는 의혹도 있다. 김 원내대표의 부인은 동작구 의회 부의장의 업무추진비 카드로 200여만원을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줄 잇는 의혹에 김 원내대표는 납득할 만한 해명은 내놓지 않고 있다. 쏟아진 의혹에 대해 김 원내대표는 오늘(30일)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서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매우 심각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의 거취가 민주당 내 친명(이재명)계와 친청(정청래)계의 세력 재편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하지만 지금은 정치공학적 계산을 할 때가 아니라 권력형 특혜와 갑질 의혹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맞게 대처하는 공당의 모습을 보일 시점이다. 여당 원내대표는 청와대 국정감사를 담당하는 국회 운영위원회 위원장을 겸하는 자리다. 지난달 김 원내대표는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딸의 부동산 갭투자를 의심하는 야당 질의에 발끈하자 “여기가 정책실장이 화내는 곳이냐”고 고함을 질러 화제가 됐다. 이제 남을 탓할 때가 아니다. 납득할 만한 해명을 할 수 없다면, 자리의 무게에 걸맞은 책임을 지고 거취를 분명히 하는 게 공인의 도리다.
2025.12.29. 8:32
얼마 전 기획재정부의 대통령 업무보고를 보면서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정부는 2026년 경제성장률 목표를 1.8%로 잡고 크게 고무된 듯했다. 새해를 ‘한국 경제 대도약의 원년’이라고 했다. 1.8%는 1%대 저성장 아닌가. 대도약 원년이라고 하기에는 민망한 수준이다. 차라리 솔직한 게 나을 뻔했다. ‘내년에도 1%대 성장이 불가피하니 더 분발하겠다. 정부를 믿고 응원해 달라’고. 경제 규모가 커지고, 저출생·고령화로 인구 구조가 바뀌면서 예전 같은 고성장이 어려워졌다. 그렇더라도 3% 성장은 돼야 일자리가 생기고, 소비와 투자도 안정적으로 이뤄지며 선순환을 탈 수 있다. 1.8%로는 역부족이다. 2027년까지 1%대 저성장 이어져 한 번도 겪지 않은 장기침체 시작돼 환율·집값 오르고 양극화 심해질 것 돈 푸는 단기 대책으로 경제 못 살려 우리는 저성장에 익숙하지 않다. 박정희 정부 이후 1% 이하 성장은 네 차례뿐이었다. 2차 오일쇼크와 신군부 쿠데타로 혼란했던 1980년(-1.5%), 외환위기 때인 1998년(-4.9%),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8%), 코로나 팬데믹이 덮친 2020년(-0.7%). 모두 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주는 돌발 사건이 있었다. 한국 경제는 그때마다 용수철처럼 튀어오르는 놀라운 복원력을 보였다. 부진했던 전년과 대비해 이듬해 성장률이 크게 반등하는 게 우리의 성장 공식이었다. 이른바 기저효과다. 실제로 외환위기에서 벗어나면서 1999년 성장률이 11.6%에 달했다. 2021년에는 코로나 충격을 흡수하면서 4.6% 반등했다. 이상 징후가 나타난 건 2023년부터다. 큰 사건이 없었는데도 1.6% 성장에 그쳤다. 당시 전 세계가 코로나 팬데믹을 극복하기 위해 돈을 많이 푼 후유증을 앓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무너지면서 인플레이션이 극심했다. 하지만 1%대 성장으로 떨어질 정도로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다. 그해 미국은 우리보다 높은 2.9% 성장했다. 2024년에 기저효과도 없었다. 2%에 턱걸이했다. 2025년 1%, 2026년 1.8%에 이어 한국은행은 2027년에도 1.9%에 그친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2023~2027년 5년간 1%대 저성장 터널에 갇히는 셈이다. 이러다 위기가 닥치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지만, 위기는 이미 시작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30년’처럼 우리가 한 번도 겪지 않은 ‘잃어버린 5년’을 예약한 셈이다. 사태의 심각성에 비해 정부 대책은 위기감이 부족하다. 아이디어도 빈곤해 보인다. 지원금과 지역화폐를 앞세워 돈을 푸는 단기 대증요법에 매달린다. 진보 정부의 단골 메뉴다. 국정을 성남시 운영의 확대판쯤으로 여기는 듯하다. 이재명 정부가 집권하자마자 한 것도 전 국민 지원금이었다. 경제 연구기관들은 올해 13조원의 민생 쿠폰이 성장률을 0.1%포인트가량 올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효과가 있었지만, 경기 회복의 마중물이 될 정도로 크지는 않았다. 게다가 재정에 부담을 주고, 임시방편이다. 새해에도 경기가 안 좋으면 또 추경 얘기가 나올 것이다. 6월에 지방선거가 있으니 민주당이 가만있을 리 없다. 국민 세금을 자기 돈인 양 생색을 내며 풀 게 틀림없다. 돈을 계속 푸니 시중에 유동자금이 넘친다. 유감스럽게도 그 돈이 실물경제로 가지 않고, 증시와 부동산으로 몰린다. 정부는 코스피 5000이 목전에 왔다고 자랑하고 있으나 주가만 오르는 게 아니다. 집값이 치솟고, 물가도 들썩인다. 결국 집 없고, 주식 투자는 엄두도 못 내는 서민과 취약계층이 가장 큰 피해를 본다. 약자를 위한다는 역대 진보 정부에서 양극화가 심해진 이유다. 환율이 문제가 되자 정부는 해외 투자를 많이 하는 바람에 원화가 약세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지금 와서 서학개미(해외주식 투자자)와 국민연금, 기업을 원망하는 게 맞나 싶다. 원화 약세의 근본 원인은 돈이 많이 풀린 데다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부실하기 때문이다. 시중 유동자금의 물꼬를 실물경제로 돌리는 게 관건이다. 그러려면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를 풀어야 한다. 말만 무성하지 실제 된 게 별로 없다. 스타트업 종사자는 일이 생겼을 때 밤이라도 새우겠다는 열정을 갖고 있다. 가장 원하는 게 주 52시간 근무제 완화다. 정부가 이거 하나 해결해 주지 않으면서 AI 딥테크 스타트업을 1만 개 육성하겠다고 하니 공허하게 들린다. 지난 4년간 기술 스타트업은 외려 1만4000개나 감소했다. AI(인공지능)시대를 맞아 정부 부처는 온갖 정책과 조직 이름에 경쟁적으로 AI를 갖다 붙이고 있다. 하지만 원전을 줄이면서 무슨 수로 AI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겠다는 건지 명확지 않다. 실용을 외치다 정치와 경제가 뒤죽박죽 섞이면서 길을 잃은 것이다. 정부의 경제 성과로는 주가 상승과 미국 관세 협상 타결이 꼽힌다. 실물경제가 받쳐주지 않으면 늘 불안한 게 주가다. 미국 관세 협상도 대성공인 것처럼 무용담이 쏟아졌지만 정말 그런가. 엄밀히 말하면 매년 200억 달러 넘는 돈을 미국으로 보내야 하는 큰 부담이 남았다. 이게 우리의 현실이고 실력이다. 장기 침체가 시작됐는데, 뭐가 그리 자신만만한 건지 모르겠다. 고현곤([email protected])
2025.12.29. 8:30
-대통령님, 정운찬 총리를 왜 임명하셨습니까. 박근혜 대표 측에선 후계자 프로젝트로 의심하던데. "아냐 아냐, 정 (전 서울대) 총장이 충청도 (공주) 사람이잖아. 충청도 사람이 세종시 수정안 제대로 한번 해보라고 임명했어. 세종시를 제대로 만들어 보라고. 다음 선거와는 아무 관계없어." 이명박(MB) 정권 2년 차였던 2009년의 어느 가을밤이었다. 청와대 부근 안가(안전가옥)에 당시 MB와 몇 명의 기자가 마주 앉았다. 필자도 그 자리에 있었다. 정국을 흔드는 핵심 이슈들에 대한 허심탄회한 질문과 답변이 막걸리 몇 순배와 함께 오갔다. '오프 더 레코드'를 전제로 한 현직 대통령과 기자들의 대면, 청와대가 구중궁궐로 인식되던 시절에도 이런 물밑 소통은 있었다. 당시 지인들과의 주말 테니스를 마친 MB가 출입기자들의 공간인 춘추관에 들러 깜짝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테니스복 차림에 목엔 땀수건을 두른 채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그의 사진이 여러 장 남아 있다. 비단 MB뿐이 아니었다. 보수 신문들과 아슬아슬한 갈등 관계를 이어온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도 기자들과의 관저 소통은 있었다. 관저에서 대통령과 식사하고, 담배를 함께 피운 선배들의 취재담이 후배들에게 전해지곤 했다. 소통의 문은 좁지만, 열려 있었다. 서울 종로구 청와대로 1번지. 청와대가 한국 정치의 중심으로 다시 복귀했다. 29일 0시 용산 대통령실에서 내려간 봉황기가 청와대에 게양됐다. '대통령실'은 사라지고, 모든 게 '청와대'로 원위치다. 앞서 밝혔듯 오랜 세월 동안 청와대는 한국 정치 불통의 상징이었다. 대다수의 언론이 이구동성으로 '이전'을 촉구하는 공공의 적이기도 했다. 본관에서 비서동까지의 500m, 비서동에서 기자실(춘추관)까지의 300m는 대통령과 참모, 또 권부와 언론 사이 소통 단절을 상징하는 물리적 장벽으로 인식됐다. 구중심처에 숨어 있는 대통령 관저 또한 '민심과 동떨어진 갈라파고스'라는 청와대의 고립된 이미지를 더 심화시켰다. 정치 중심, 43개월 만에 청와대 복귀 용산의 오명은 세입자의 실정 탓 장소보다 대통령 의지가 더 중요 "현 청와대는 대통령 집무실과 참모들이 너무 떨어져서 문제가 크다. 너무 권위주의적이다. 참모가 대장 옆에서 왔다 갔다 해야지, 이런 조직이 어디 있나. 용산으로 가겠다는 건 대통령이 수시로 참모들 만나서 일 똑바로 안 하면 국민들 대변해서 조인트 까려고(정강이를 걷어차려고) 하는 것이다." 2022년 대통령실 용산 이전을 결심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주변에 했다는 얘기다. 용산 이전 작업에 참여했던 그의 참모는 "윤 대통령이 '청와대를 한번 가 보니 용산 이전 결정 전에 봤다면 (청와대에서) 못 나왔겠다'고 하지 않았나. 청와대가 출퇴근 불편도 없고 보는 눈도 없고, 그 안이 다 보안 구역이잖아. 기자실이 있는 춘추관은 멀리 다른 건물에 있으니 마음만 먹으면 완전히 '왕 놀이'를 할 수도 있지. 그런데도 윤 대통령이 용산에 간 데는 분명 불편을 감수한 자기희생적 측면이 있었다"(『실록 윤석열 시대』 중 참모 F씨)고 증언했다. 모두 일리 있는 말이다. 다만 실천이 문제였다. 자신이 열어젖힌 용산 시대를 스스로 무너뜨린 건 윤 전 대통령 스스로였다. 비상식적인 인식과 일방적인 언어로 도어스테핑을 중단시켰고, 폭음과 지각 출근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부부가 짝을 이뤄 '왕 놀이'를 일삼았고, 옳은 말 하는 참모를 멀리하다 결국 망상적 계엄으로 용산 시대의 셔터 문을 스스로 끌어내렸다. 용산 땅과 건물에 잘못이 있을 리 없다. 중요한 건 국민, 야당, 언론, 참모와 제대로 소통하겠다는 대통령의 마음가짐과 의지다. 그런데 용산은 그 세입자를 잘못 만난 탓에 굴욕적인 오명을 당분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향후 이재명 대통령의 청와대는 어떤 모습일까. 용산 대통령실의 운명이 윤 전 대통령에게 달려 있었듯, 이제 모든 것이 전적으로 이 대통령의 몫이다. 서승욱([email protected])
2025.12.29. 8:28
폴란드 정부가 3000t급 잠수함 세 척을 도입하는 차세대 잠수함 사업자로 스웨덴 사브(SAAB)를 선정했다. 초기 건조비만 최대 4조원이고 유지·보수·운영(MRO)을 포함해 최대 8조원이나 되는 대형 프로젝트다. 한국 업체들은 고배를 마셨다. 이번 입찰에서 대한민국은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였나, 아니면 대형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작은 사고 29건이 있다는 ‘하인리히 법칙’이 적용된 반면교사 사례인가. 폴란드 요구사항 제대로 못 읽어 캐나다 잠수함 입찰 앞두고 비상 방사청장, 컨트롤 타워 역할 해야 한국 측은 발표 직전까지도 프랑스와 독일을 경쟁 상대로 여겼다. 스웨덴은 안중에도 없었다. 폴란드가 접한 발트해는 평균 수심 50m 전후의 얕은 바다다. 한국 측이 제시한 3600t급 잠수함보다 스웨덴의 2000t급 잠수함이 더 적합했는데 이런 폴란드의 요구를 제대로 읽지 못했다. 최종 의사결정 시기도 몰랐다. 폴란드는 유럽연합(EU)의 방산 구매 기금(SAFE)을 활용하지도 않았다. 폴란드의 선택이 유럽의 짬짜미도 아니었다. 국제 방산시장에서 수주 실패는 다반사다. 그러나 이번 폴란드 사례를 어물쩍 넘기면 앞으로도 수주 실패가 잇따를 수 있다. 내년에 결판 날 캐나다 초계 잠수함 사업은 3000t급 디젤 잠수함 8~12척을 도입하는 사업이다. 폴란드 사업에 비해 규모가 5배나 되는 초대형 사업이다. 여기에서도 패한다면 K방산의 상승세가 꺾일 수 있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첫째, 방산 현장 컨트롤 타워를 다시 구축해야 한다. 방산 수출은 2020년 29억 달러에서 2021년 73억 달러, 2022년 173억 달러로 급증했다. 그러다 2023년 135억 달러, 2024년 96억 달러로 급감했다. 윤석열 정부 시절 방산 현장 컨트롤 타워 기능이 정지됐기 때문이다. 방산은 연구개발(R&D), 방산기업, 방산 정책 등 세 분야의 현장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 현장을 유기적으로 결속해야 방산 수출이 활력을 얻는다. 방위사업청 청장이 컨트롤 타워 기능을 맡아야 한다. 그런데 전임 정부는 “연구개발 카르텔을 타파하겠다”면서 국방 R&D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방사청은 전력 증강에만 집중하고, 방산 수출은 국방부 중심으로 이뤄졌다. 국방부는 방산 현장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있다 보니 아무래도 현장 감각이 떨어진다. 그나마 K방산의 흐름은 방산기업들이 가까스로 이어갔다. 이재명 정부가 국방 R&D 예산을 대폭 증액했으니 연구개발은 신속히 복원될 전망이다. 이제 방사청의 방산 현장 컨트롤 타워 기능의 회복만 남았다. 방사청장이 직접 상대국의 최고위직을 만나 경쟁 상대의 수준 등을 파악해 관련 정보를 실무자와 공유하고 후속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캐나다 초계 잠수함 사업에서 한국의 경쟁자는 독일의 TKMS(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즈)다. 재래식 추진 잠수함 분야에서 세계 최대 공급자다. 1980~90년대 한국의 1200t급(장보고-I) 잠수함 도입 당시 설계·건조·용접 등 핵심 건조 기술을 전수한 조선소가 독일 하데베(HDW)인데, TKMS가 2005년에 하데베를 인수·합병했다. 게다가 최근 캐나다가 SAFE를 활용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원팀으로 출전했지만 버겁다. 한국 팀이 제안한 3000t급 잠수함 성능이 앞선다고 방심하지 말자. 방사청장을 중심으로 점검 토론을 진행하되 반드시 레드팀을 운영해 우리 잠수함의 비교우위와 약점을 냉정하게 파헤쳐야 한다. 잠수함의 핵심 구성품에서 약점이 없는지 살피고, 보완 방안을 철저히 마련해야 한다. 둘째, 대통령실이 중심이 되어 ‘계층적 범정부 방산 컨트롤 타워’를 활용해야 한다. 방위사업청이 방산 현장의 목소리를 모아 범정부 협력 방안을 실무적으로 협의하고, 국방부가 외교부·산업통상부·문화체육관광부 등 부처 간에 조율한 뒤 대통령실이 최종적으로 확정하는 방식이다. 2022년 173억 달러라는 수출 성과가 가능했던 이유를 되새겨 봐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캐나다 잠수함 사업을 낙관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그러나 승률이 40% 미만이라고 생각하고 뛰어야 한다. 방산 분야 특사 활동도 필요하다. 다만 결정적인 시기를 선택해 가급적 비공개로 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강은호 전 방사청장·전북대 K방위산업연구소 소장
2025.12.29. 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