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이집트에 51조원 천연가스 수출 승인 (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이스라엘 정부가 17일(현지시간) 이집트에 약 1천120억셰켈(약 51조1천억원) 상당의 천연가스를 수출하는 계약을 승인했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이 보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엘리 코헨 에너지인프라장관과 함께 영상 성명을 내고 이같이 밝혔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에서 이집트로 향하는 가스의 양은 3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발표된 매출액 중 절반 이상인 580억셰켈(26조5천억원)이 이스라엘 국고로 귀속된다. 이번 계약은 이스라엘 기업 뉴메드에너지가 레비아탄 가스전에서 뽑아낸 천연가스를 이집트에 공급하는 내용으로 지난 8월 체결한 것이다. 해당 가스전의 공동 소유주인 미국 기업 셰브런도 계약에 참여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10월 이 계약 승인이 보류됐던 것과 관련해 안보 등 사안을 검토한 뒤 최종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 자금은 교육, 보건, 사회기반시설, 안보, 그리고 미래 세대의 훗날을 강화할 것"이라고 자평했다. 코헨 장관은 이번 수출 계약이 자국 역사상 최대 규모라며 "이스라엘에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강조했다. 레비아탄 가스전은 매장량이 약 600bcm(1bcm=10억㎥)에 이르는 지중해 최대 규모의 가스전으로, 2064년까지 생산이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스라엘은 이를 기반으로 요르단, 이집트 등 인근 국가와 에너지 연계를 강화해 역내 주요 에너지 거점으로 부상한다는 구상이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김동호
2025.12.17. 13:25
주한미군 규모를 현 수준인 2만8500명으로 유지하는 내용이 들어 있는 미국의 2026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NDAA)이 17일(현지시간) 미 상원을 통과했다. 지난 10일 하원을 통과한 지 일주일 만으로, 해당 법안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발효된다. 미국 상원(전체 100석)은 이날 국방수권법안을 찬성 77표, 반대 20표로 통과시켰다. 2026 회계연도 국방예산으로 총 9010억 달러(약 1330조원)를 책정한 이번 국방수권법안은 미군 병력의 연평균 급여 3.8% 인상과 군용 드론 생산 능력 촉진, 국가 미사일 방어시스템의 업데이트 및 ‘골든돔’ 구축 등 광범위한 군사정책이 담겨 있다. 특히 승인 예산을 현재 2만8500명 수준인 주한미군 병력을 감축하는 데 사용할 수 없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이 조항은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 의회가 행정부의 일방적인 주한미군 감축을 견제하기 위해 2019~2021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에 포함시켰다가 조 바이든 행정부 때 삭제됐었는데, 5년 만에 다시 복원된 것이다. 이는 트럼프 집권 2기 들어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듯한 발언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의회가 행정부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美 확장억제 재확인…韓 동맹 강화’ 국방수권법안에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라는 공동 목표를 지원하기 위해 약 2만8500명의 주한미군 병력 유지, 상호방위기지 협력 강화, 그리고 상호방위조약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미군의 전방위적인 방어 역량을 활용한 미군의 확장억제(핵우산 등) 공약 재확인 등 한국과의 동맹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방수권법안은 또 한미연합사령부의 전시작전통제권을 미군 지휘부에서 한국 지휘부로 이양하는 과정에서 양국 간 합의된 계획과 다른 방식으로 진행하는 데 예산을 사용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다만 법안은 미국의 국가안보 이익에 부합하고 한국과 일본 및 유엔군사령부에 군사적으로 기여한 국가를 포함한 동맹국들과 적절히 협의했다는 점을 소관 상임위원회에 제출하면 60일 이후 이러한 제한이 해제된다는 단서를 달았다. ━ 유럽 배치 미군 병력 감축도 제한 이번 국방수권법안은 유럽에 배치된 미군 병력 7만6000명의 감축도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만약 미 국방부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ㆍNATO) 동맹국과의 사전 협의 없이 45일 이상 이 규정을 위반하면 국방장관(피트 헤그세스)의 업무ㆍ출장 예산 25%를 즉각 동결한다. 다만 미 국가안보 이익에 부합하고 나토 동맹국과 협의됐다는 사실이 증명될 경우 감축이 가능하도록 했다. 중국과 관련해서는 “인도ㆍ태평양 지역에서 확대되는 중국의 영향력에 대응하기 위해 역내 동맹국과 파트너국들과의 군사 훈련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예산 요청을 전액 지원한다”는 내용과 “대만 협력 프로젝트에 10억 달러를 지원한다”는 조항이 들어갔다. 이와 함께 중국의 특정 기술에 대한 미국의 투자를 제한하는 규제가 새로 포함됐다. 이는 중국의 인공지능(AI), 군사기술 개발에 미국 자본이 전용돼선 안 된다는 초당적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 ‘국방부→전쟁부’ 명칭 변경 예산 제외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 중인 국방부의 ‘전쟁부’ 명칭 변경을 위한 예산은 제외됐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전투 역량 약화의 주요인으로 지목한 다양성ㆍ형평성ㆍ포용성(DEI) 프로그램 폐지와 기후변화 대응 예산 삭감 등 보수 진영이 원해 왔던 조항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 최근 국제법 위반 논란이 제기된 9월 2일 베네수엘라 인근 공해 상 마약 운송 의심 선박에 대한 미군 공습과 관련해선 공격에 대한 구체적 명령과 미편집 영상을 의회에 공개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국방수권법은 매년 국방부의 예산 지출과 정책을 승인하는 법안이다. 애초 정부 요청안보다 80억 달러 늘어난 총 9010억 달러 규모의 이번 법안은 ▶획득(무기ㆍ장비 구매) 1620억 달러 ▶연구ㆍ개발ㆍ시험ㆍ평가 1460억 달러 ▶작전 및 유지ㆍ보수 2910억 달러 ▶군 인력 및 보건 2340억 달러 ▶군사 건설 및 군인 가족 주택 200억 달러 ▶국방 핵프로그램 340억 달러 등으로 구성됐다. 2026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은 지난 10월 1일부터 내년 9월 30일까지 적용된다. 김형구([email protected])
2025.12.17. 13:05
글로벌 통상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수출통제 정책이 본격 시행되면서 수출입 기업들의 리스크도 급격히 커졌다. 최근에는 중국과 일본의 갈등으로 양국이 수출통제 카드를 내놓으면서 기업들은 해외 각국의 수출통제 및 제재 관련 법령을 일일이 확인하고 준수할 수밖에 없는 각자도생의 시대가 됐다. 최근의 수출입규제 리스크는 기업의 수출입 자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규제 리스크와는 그 규모와 결을 달리하고 있는 것이다. 법무법인(유한) 태평양(BKL, 이하 태평양)이 수출입규제대응센터를 출범시키고 전략물자 판정 및 국제수출통제체제 대응 등에 풍부한 실무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황호성 전문위원을 센터장으로 선임한 것은 이 때문이다. 태평양 수출입규제대응센터에는 전략물자·수출통제(미국 EAR, ITAR 등)·국가핵심기술(NCT)·국가첨단전략기술(NHT)·방산·관세·통관·국제조세·국제분쟁·형사 등 다양한 분야의 핵심 전문가 60여 명이 포진하고 있다. 제재 및 수출통제 분야의 김지이나 변호사와 국가핵심기술·국가첨단전략기술 및 지식재산(IP) 분야의 이재엽 변호사, 인수합병(M&A) 및 안보심의 분야에서 풍부한 업무 경험을 보유한 이오령 변호사, 관세 조사 및 수사 대응 분야의 주성준 변호사, 기획재정부 국가계약분쟁조정위원과 방위사업청 방산수출심의위원을 맡고 있는 방산 분야의 최다미 변호사가 각 분야를 이끈다. 중국 수출통제 분야는 태평양 중국 북경사무소 대표인 권대식 변호사, 헬스케어·바이오 분야는 태평양 헬스케어팀을 이끄는 안효준 변호사가 솔루션을 제공한다. 산업통상부 제2차관과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을 지낸 김정관 고문, 국제조세 및 이전가격 전문가 이경근 고문, 산업통상자원부 출신 권소담 변호사도 센터에 배치돼 힘을 보탠다. 이들은 ▶전략물자 수출관리 ▶미국 수출통제 ▶경제·금융제재(OFAC 등) ▶중국 수출통제 ▶방산분야 수출입 ▶NCT·NHT ▶국가안보심의 및 투자심사 ▶관세∙통관(원산지∙FTA, 사후검증∙관세조사) ▶통상∙무역구제(반덤핑∙상계관세) 및 국제통상분쟁 ▶국제조세(이전가격) ▶컴플라이언스 시스템 구축 ▶수사 및 조사 대응 ▶국제분쟁 대응까지 포괄하는 원스톱 솔루션을 제공한다. 태평양 수출입규제대응센터의 가장 큰 차별점은 ‘현실적 해법 제시’에 있다. 황호성 센터장은 “센터는 수출입 리스크에 단순히 평면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기업이 영업을 지속할 수 있는 최적의 안전지대를 입체적으로 설정하고, 그 안에서 합리적으로 개별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구체적 솔루션을 제시한다”고 강조했다. 황 센터장은 “규제 대응이 수출입 중단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규제와 비즈니스의 균형을 설계하는 ‘현실적 해법’을 제시한다는 점이 센터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수출통제∙제재 대응은 물론, 관세와 통상 리스크, 공급망 재편에 따른 국제조세 이슈까지 함께 고려해 ‘지속 가능한 거래’가 되도록 계약∙통관∙내부통제를 함께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대응 체제는 관세정책 변화와 통관∙원산지∙FTA를 둘러싼 사후검증 및 관세조사 리스크, 반덤핑∙상계관세 등 무역구제조치와 통상분쟁 가능성, 공급망 실사 및 제재 준수, 해외 생산∙판매 구조 재편 과정에서의 국제조세(이전가격 등) 이슈까지 맞물리며 기업이 마주한 ‘무역 리스크’가 갈수록 복합화되는 양상에 주효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는 기업이 수출입 규제에 대한 전략적 대응과 철저한 리스크 관리 없이는 무역활동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센터는 이러한 강점을 바탕으로 기업 고객들에게 반도체·인공지능(AI)·방산을 포함한 제반 분야의 수출통제 대상 분석 및 수출전략 자문, 공급망∙통상 컴플라이언스 체계 구축, NCT·NHT∙전략기술 보유기업 관련 M&A 및 안보심의, 무허가 수출 및 기술유출 사건 대응 등에 대한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HS분류∙원산지∙FTA 등 통관 리스크 점검, 관세 사후검증 및 관세조사 대응, 반덤핑∙상계관세 등 무역구제조치 대응과 계약∙가격조정 자문, 해외 생산∙판매 구조 재편과정에서의 이전가격 등 국제조세 리스크 진단 등으로 자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황 센터장은 “우리나라 전략물자 취급기업 10곳 중 6곳은 수출통제 등 ‘경제안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제시했다. 실제로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가 무역안보관리원, 한국무역협회와 전략물자 취급기업 190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략물자 취급기업 중 61.1%가 ‘경제안보에 대해 인지하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전략물자를 취급하는 기업들의 인식 수준이 이 정도라면 국내법상 전략물자를 직접 다루지 않더라도 수출통제 이슈가 존재하는 기업들의 인식 수준은 이보다 훨씬 낮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태평양 수출입규제대응센터의 진단이다. 더욱이 무역안보 위험에 대한 대처 수준이 낮은 편(38.1%)인 것으로 나타나 더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이러한 인식 격차가 수출통제뿐 아니라 관세∙통관, 통상 이슈, 공급망 컴플라이언스 등으로 확장되는 ‘복합 리스크’ 환경에서 더욱 큰 비용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 센터장은 “지난 10월 센터 출범을 기념해 개최한 ‘국내외 수출통제 동향’ 세미나에 기업 관계자 100명 이상이 참석해 다양한 고민과 현장의 목소리를 나눴는데 수출입 기업들의 고민이 얼마나 큰지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라면서 “수출입 규제는 모든 산업에 적용되고, 수출통제 대상 여부, 각국의 관세∙통관 제도와 통상 규범, 국제조세 기준 등 고려해야 할 것이 많기 때문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사업의 연속성을 위한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태평양 이준기 대표변호사는 “수출입규제대응센터 출범은 기업이 미·중 규제에 모두 노출되는 ‘샌드위치’ 리스크가 장기적인 악재로 작용하는 상황을 극복하는 데 기여하기 위한 것으로 태평양 전문가들의 모든 지혜와 경험, 역량을 한데 집중했다”며 “태평양은 우리 기업이 마주한 위기를 타개할 수 있도록 오랜 경험과 전문성을 가진 센터의 구성원들이 총력 대응해 최고 수준의 솔루션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수출입 규제 ‘솔루션 메이커’라는 자부심” “기업이 수출입 리스크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파트너가 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자 목표입니다.” 황호성 법무법인 태평양(BKL) 수출입규제대응센터장과 김지이나 변호사는 센터의 출범 의미를 이렇게 정리했다. 황 센터장은 삼성종합기술원에서 반도체를 연구하고, 전략물자관리원(현 무역안보관리원)에서 전략물자 판정과 국제수출통제체제 대응 업무를 담당한 ‘기술∙규제’ 융합형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우리나라 전략물자 수출관리 제도의 안정적 정착과 고도화에 기여한 공로로 산업통상자원부장관 표창, 부총리상, 외교부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중앙일보는 두 전문가를 만나 글로벌 수출입 규제 동향과 센터의 역할에 대해 들었다. Q : 요즘 기업들이 체감하는 ‘수출입 리스크’는 과거와 무엇이 다른가? A : 황호성 “미국의 고강도 수출통제 강화 흐름 속에서 중국도 수출통제·반간첩·데이터보안 등 이른바 ‘3대 안보 법체계’의 집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미·중 간 상충하는 규범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딜레마가 커졌다. 특히, 문제는 규제가 ‘한 가지’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수출통제나 제재 이슈가 촉발점이 되더라도, 실제 현장에서는 관세∙통관 단계의 비용과 사후검증∙조사 리스크, 통상 이슈, 해외 자회사 운영과 거래구조 재편에 따른 국제조제(이전가격) 리스크로 연쇄 확산되는 경우가 많다. 기업의 거래 전 과정을 관통하는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갖추지 않으면 ‘복합 리스크’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Q : 미∙중 규제가 충돌할 때 기업들이 가장 취약한 것은 어떤 부분인가? A : 김지이나 “중국의 반외국제재법은 글로벌 기업들의 ‘협조행위’까지 제재 대상에 포함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예컨대 한국 기업이 미국의 제재나 수출통제 조치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상황에 따라 중국 내 자회사나 계열회사 뿐만 아니라 모기업 차원으로까지 리스크가 확장될 소지가 있다. 이러한 역외 적용 가능성은 단순한 이론에 그치지 않고, 기업들이 실제로 내부 프로세스와 의사결정 구조를 재점검하게 만드는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Q : 태평양 수출입규제대응센터가 말하는 ‘현실적 해법’은 무엇인가? A : 황호성 “태평양 수출입규제대응센터는 규제를 나열해서 제시하는 곳이 아니다. 기업이 글로벌 무역을 보다 안전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한 거래’를 설계해주는 곳이다. 규제 준수와 영업의 균형이 깨지지 않도록 최적의 안전지대를 설정하고, 그 안에서 개별 리스크를 분류∙관리할 수 있는 실행 가능한 솔루션을 제시하는 것이 우리 센터 서비스의 핵심이다.” Q : 실행 가능한 솔루션이란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A : 황호성 “현재 센터는 제재 및 수출통제, 컴플라이언스 전문가인 김지이나 변호사를 중심으로 미국의 EAR 및 OFAC 제재 체계와 중국의 수출통제법∙반외국제재법 등을 병렬적으로 비교∙분석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상충 구간을 정밀하게 짚어 기업의 합리적인 중간지대를 설계할 수 있도록 대응전략을 구체화하기 위해서다. 핵심은 사후 대응이 아니라 거래 구조와 내부 절차를 정교화 하는 것이다. 센터는 수출입 규제 대응의 ‘솔루션 메이커’로서 실질적 해법을 제시하겠다.” 김준영([email protected])
2025.12.17. 13:00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17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19년 만에 최고치로 문재인 정부 시절보다 더 올랐다”며 ‘토지공개념’ 도입을 주장했다. 공급 정책을 통해 집값을 잡겠다는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를 향해 “판을 바꾸는 과감한 정책을 선택해야 한다”며 각을 세운 것이다. 지난달 28일 본지 인터뷰에서 “토지공개념 3법 제·개정과 서울의 강남3구, 마·용·성과 분당 등에 대규모 고품질 공공임대주택 공급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던 조 대표는 최근 ‘토개공개념 3법 재추진 기획단’을 꾸리겠다고 밝혔다. 혁신당 핵심관계자는 “민생 정책에 대해선 중도실용 노선을 주장하는 민주당보다 더 개혁적·진보적 목소리를 내야한다는 당 내부의 공감대가 있다”며 “토지공개념 정책은 그런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지난달 23일 취임한 뒤 민주당과는 결이 다른 독자노선을 꾸준히 시도 중이다. 지난 7일 민주당이 추진하던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에 대해 “위헌 논란과 재판 정지라는 중대 상황을 만들 위험성이 있다”(서왕진 원내대표)며 반대한 게 대표적이다. 혁신당 관계자는 “조 대표는 처음부터 민주당의 첫 버전에 위헌 우려가 있다고 생각해 당에도 그런 의견을 전달했다”며 “이후 의원총회 등에서도 여러 차례 논의를 거쳐 대안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혁신당은 이밖에 민주당이 밀어붙여 온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 제한법’(국회법 개정안)에도 반대 입장을 냈다. 조 대표가 지난 16일 서울 상도동 김영삼민주센터를 찾은 것도 정치권에선 민주당과의 차별화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됐다. 민주당 인사들은 지난달 21일 김영삼(YS) 전 대통령 10주기 추모식에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 조 대표는 김덕룡 이사장을 만나 “김 전 대통령의 대도무문(大道無門) 정신을 따라 큰 길을 가면 걸릴 게 없다”며 부산에서 자라며 정치의 꿈을 키운 자신을 ‘YS 키즈’로 묘사하기도 했다. 혁신당이 이처럼 독자노선에 가속 페달을 밟는 배경에는 당이 처한 냉혹한 현실 인식이 깔려 있다. 혁신당은 조 대표의 8·15 사면 복권과 당 대표 재취임 이후에도 주요 여론조사에서 3~4%대 박스권 지지율에 갇혀 있다. 혁신당은 지난달 이같은 상황을 윤석열 정권 조기 종식에 따른 정체성 위기로 규정하고, 사회권 선진국(제7공화국) 담론 등 새 비전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고 한다. 혁신당 관계자는 “이재명 정부가 순항 중인데 ‘혁신당이 왜 필요한가’라는 물음에 답해야 한다”며 “3% 안팎 지지율로는 당의 존속이 어렵다”고 말했다. 혁신당이 걷는 독자노선의 성패는 결국 내년 지방선거에서 일차적으로 판가름 날 거라는 게 당 안팎의 분석이다. 혁신당은 서울시장·부산시장,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 등 다양한 선택지에 조 대표를 넣어보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민주당과 후보 단일화가 가능한 지역으로 출마해야 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혁신당의 한 의원은 “일단은 당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조 대표 출마의 길도 열릴 것”이라며 “민주당과의 차별화 메시지를 강성 지지층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영익([email protected])
2025.12.17. 13:00
통일교가 20대 대선 1년여를 앞둔 시점, 여야와 체급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문어발식 정교일치를 시도한 정황이 17일 확인됐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통일교 1~5지구별 특별보고 문건과 녹음파일에서다. 이 문건은 2021년 5월 통일교의 권역별 총괄 간부인 지구장들이 한학자 총재와 간부들에게 성과 및 향후 방향성을 제시한 내용이 담겼다. ━ 한학자, 양승조 독대 후 “대선 순회 협조”…“일방 주장” 해명 당시 특별보고에서는 한 총재와 양승조 당시 충남지사의 독대 사진이 공개됐다. 만남은 2021년 5월 9일에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윤영호 전 본부장은 지난 5일 자신의 재판에서 “충남 양승조 도지사는 굉장히 가깝게 지냈다”고 밝히기도 했다. 통일교가 당시 대선 출마를 선언했던 양 전 지사의 선거 운동을 도운 정황도 포착됐다. 충남권을 맡고 있는 통일교 3지구장 유모씨가 “(양 전 지사가) 그동안 많이 협조해주셨는데, 참어머님(한 총재)께서 5개 지구장들에게 서로 (양 전 지사에게) 협조하라고 말씀하셨다”고 말한 것이다. 한 내부 소식통은 “협조란 양 전 지사에게 인적 네트워크 등을 지원하라는 뜻”이라며 “실제 2지구장과 5지구장이 양 전 지사 선거를 위해 지역 유력 종교인들과 연결해줬다”고 전했다. 실제 보고서에는 양 전 지사가 각 지역의 유력 종교인들과 대담회를 하는 모습이 실렸다. 한 총재가 양 전 지사를 도우라고 지시한 배경도 정교일치가 꼽힌다. 유씨는 “양 전 지사와 저희와의 인연이 더 단단해졌다”며 “대전·충청 지역의 광역시장, 도지사들과 국회의원 등이 중심이 되어 참어머님(한 총재)을 모시고 대전·충청 지도자 정상회의를 개최해 (통일교 현안을)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대선을 앞둔 2022년 2월 28일 윤 전 본부장이 이현영 전 통일교 부회장에게 “여야 모두 우리에게 신세를 지게끔 해야 한다”는 맥락과 유사하다. 양 전 지사는 통화에서 “한 총재와 독대한 적은 있지만, 지역 행사 차원에서 만난 것뿐이다. 특별한 현안을 주고받은 것도 없어, 통일교의 일방적 주장”이라며 “충남에 통일교 재단의 선문대가 있어 아는 통일교도는 많지만, 무언가 혜택을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또 “3만명에 달하는 연락처 중 윤 전 본부장 번호도 없고, 얼굴도 TV를 보고 알았다”고 했다. ━ 한학자 며느리, 김종인 접촉…해저터널 국가 공약화 추진 영남권을 총괄하는 5지구는 보고에서 ‘한·일 해저터널 국가 공약화’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국가 재정을 통해 100조원 이상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는 사업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한·일 해저터널은 통일교 측이 2018년~2020년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해양수산부 장관), 임종성 전 민주당 의원,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에게 청탁한 사항으로 경찰이 의심하는 사항이다. 한 총재의 며느리인 문연아 천주평화연합 한국의장은 2021년 5월 14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한·일 해저터널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재수 의원에게 자서전을 주며 접촉을 시도한 현 부산·울산회장이자 한·일터널연구회 이사였던 A씨도 이 자리에 배석했다. 영남 지역 담당인 5지구장 박모씨는 “2022년 대선, 지방선거 정책 제안서에 공약 입법화 단계까지 갈 수 있는 지도자를 배출하겠다”며 “생명까지 걸겠다”고 한 총재에게 보고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후 윤석열 후보 캠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김 전 위원장은 “당시 국민의힘을 나와 야인이던 시절이었고, 그런 사람과의 만남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알려왔다. 통일교의 세계평화국회의원연합(IAPP)을 통한 국가 공약화 추진 방안도 공개했다. 이는 “6개 기둥을 통한 VIP 라인을 형성한다”는 통일교의 인적 네트워크 활용 방식 중 하나다. 임종성 전 의원이 IAPP 의장을, 전재수 의원은 IAPP 회원이었다. “통일교의 일본 네트워크를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 李 경지도정에도 접근한 통일교…평화부지사 “기억 안 나” 통일교가 경기도와 강원도를 통해 숙원사업인 ‘DMZ 세계평화공원’ 조성을 추진하고자 한 내용도 특별보고 문건에 포함됐다. 통일교 사업을 국가 과제로 추진해 재정 부담을 덜겠다는 계획이었다. 2지구장 황모씨는 “(통일교의) 싱크탱크 2022를 중심으로 삼고 (DMZ 세계평화공원을) 국가 의제로 만들어야 한다”며 “한국(정부)의 자본력과 기술력을 최대로 투입해서 평화 생태 도시로 만드는 프로젝트”라고 한 총재 등에게 설명했다. DMZ 세계평화공원 조성은 통일교 측의 김건희 여사 청탁 사항 중 하나로, 과거부터 정교일치를 통한 현안 해결을 시도한 셈이다. 특히 경기·강원권 2지구는 DMZ 세계평화공원 사업을 위해 2021년 당시 경기도 평화부지사였던 이재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접촉했다. 다만 이들의 구체적 접촉 시기는 파악되지 않았다. 당시 경기도지사는 이재명 대통령이었다. 황씨는 보고에서 “(2지구가) 평화부지사를 중심으로 180여명 직원과 DMZ 사업을 연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은 “부지사를 직접 만나서 결과 보고까지 하시는 팔로우업을 보면서 우리 지도자들의 역량을 다시 한번 느꼈다”고 답했다. 이 의원 측은 “당시 DMZ 관련 사업으로 여러 단체와 만난 적은 있지만, 통일교 관계자와의 만남은 기억나지 않는다”며 “이 사업은 이전 자치정부부터 늘 추진해오던 것”이라고 말했다. 황씨는 또 정교일치 차원에서 경기도청 핵심 인사들에게 접근하고 있단 점을 분명히 했다. “신통일 한국과 신통일세계의 안착을 위한 전략적 요충지로 DMZ 세계평화공원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면서다. 이 의원이 평화부지사를 맡기 전부터 경기도에선 DMZ 세계평화공원을 추진한 만큼, 통일교가 NGO 단체인 천주평화연합으로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 2021년 7월 경기도는 ‘경기도 DMZ 일원 발전 종합계획(2021~2025)’을 통해 “DMZ 내 평화공원 조성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통일교의 문어발식 정치권 접촉 시도는 “반드시 2년 안에 적어도 국가가 복귀했다는 실적을 만들어내라”(2020년 2월)는 한 총재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복수의 통일교 관계자들이 전했다. 2027년까지 정교일치 사상인 천일국(天一國) 실현을 위해 2년 내로 밑 작업을 마치라는 취지라고 한다. 통일교 관계자는 “정치권과 만났다고 해서 범죄는 아니다”며 “가정연합은 교리 실천을 위해 노력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윤영호 전 본부장 일당이 한 총재 뜻과 달리 실행한 일탈”이라며 “사전 보고 없이 매번 사후 보고만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찬규.손성배.정진호([email protected])
2025.12.17. 13:00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이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자택에서 거액의 현금이 발견됐다는 이른바 ‘돈다발’ 의혹을 수사한 결과 “실체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17일 파악됐다. 이 전 장관의 ‘돈다발’ 의혹은 지난 2월 경찰이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거액의 현금이 발견됐다는 주장으로, 지난 7월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 알려졌다. 이후 정치권을 중심으로 해당 현금이 비상계엄 자금과 연관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7월 4일과 8월 19일 각각 원내대변인과 수석대변인 명의 브리핑을 통해 “거액의 돈뭉치가 발견됐다는 의혹에 대해 비상계엄을 위한 비자금 여부를 수사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7월 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구전에 따르면 루이비통 가방에 35억원 상당의 돈다발이 발견됐다는 설이 있다”며 구체적인 액수를 언급하기도 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해당 현금의 존재 여부와 내란 사건과의 연관성을 중심으로 수사를 진행한 결과, 거액의 돈다발이 발견됐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내부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당시 압수수색 조서와 현장 영상 등을 토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장관 측은 중앙일보에 “거액의 현금이 발견됐다는 주장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며 “가방에 있던 돈은 본인과 배우자의 현금 각각 300만~400만원 정도가 전부였다”고 밝혔다. 이어 “30억원이 넘는 현금을 보관하려면 그 높이만 최소 6m에 달할 텐데, 집 안에 보관하는 것이 가능하겠느냐”고 반박했다. 한편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이 전 장관은 최근 서울중앙지법에 보석을 청구했다. 보석 심문기일은 오는 19일로 예정돼 있다. 석경민.김성진([email protected])
2025.12.17. 13:00
국회를 대상으로 한 압수수색 절차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5일 경찰이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압수수색 하는 과정에서 참관 절차 등이 140분가량 지연돼 경찰이 ‘늦장 수사’를 했다는 지적이 불거지면서다. 통상적인 압수수색과 달리 피의자가 대응할 시간이 충분했다는 점에서 “국회만 성역이냐”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경찰은 전 의원의 사무실이 있는 국회 의원회관에 오전 9시쯤 도착했다. 하지만 절차상의 이유로 압수 수색 영장 집행은 11시20분쯤 시작됐다. 이 시간 동안 의원실 내부에선 문서 파쇄기가 작동되는 듯한 소리가 계속 들렸다. 이에 국회 안팎에서는 “증거 인멸이 이뤄진 것 아니냐”(야권 관계자)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찰 관계자는 “국회 압수수색은 관례상 국회의장 등에게 먼저 알리는 등 참관 절차가 필요하다”며 “의장이 해외 출장 중이라서 오래 걸렸다”고 설명했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과거에도 반복됐다. 지난 8월 이춘석 무소속 의원의 주식 차명거래 의혹을 수사하던 경찰은 이 의원의 자택을 주말(9일)에 압수수색 했지만, 의원회관 사무실은 국회 통지 등 절차를 거쳐 이틀 뒤인 월요일(11일)에 압수수색을 했다. 당시 취재진이 의원실 앞 분리수거 함에서 다른 피의자인 차모 보좌관의 이름과 비밀번호 등이 적힌 수첩이 버려진 것을 우연히 발견해 경찰 관계자가 이를 전달해달라고 부탁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외에도 국가정보원이 2013년 8월 28일 내란음모 혐의를 받던 이석기 당시 통합진보당 의원의 사무실을 압수수색 하기 전, 일부 보좌진이 미리 알고 사무실 문을 잠근 채 일부 서류를 파쇄기에 넣는 장면도 포착됐다. 이처럼 국회에서 신속한 압수수색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국회사무처에서 “수사 기관은 압수수색 전 의장·사무총장에게 사전 통지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근거는 형사소송법(제123조 제1항)의 ‘공무소 압수수색 영장 집행시 책임자 참여를 통지 해야한다’는 규정이다. 수사 관계자들은 “의장·사무총장을 통해 해당 의원 및 의원실에 사전 통보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입을 모은다. 이를 두고 유독 국회에만 특권을 부여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다른 공공기관의 경우 영장 집행 시 15~30분 정도만 기다릴 뿐 바로 집행에 들어간다”며 “반대로 국회는 성역처럼 압수수색을 하기 전 승인까지 받아야 하는 구조가 고착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더해 여권은 압수수색을 하기 전 판사가 사건 관련자들을 심문하는 내용의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 도입도 추진 중이다. ━ "형소법상 '통지', 승인 아닌 알림의 뜻으로 해석해야" 전문가들은 수사 기관이 형사소송법에 명시된 ‘책임자 참여 통지’의 개념을 보다 명확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한다. “‘통지’를 국회의장 혹은 사무처의 사전 승인이 아닌, ‘기별을 보내어 알게 한다’는 단어 뜻 그대로 봐야 한다”(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취지다. 2023년 1월 13일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는 금품수수 혐의를 받던 임종성 당시 민주당 의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지 없이 실시했는데, 사무처는 “국회를 방문하는 경우, 관련 부서에 반드시 사전에 통지하고 ‘협의’할 것을 바란다”며 반발했다. 이 교수는 “해당 조항의 취지는 협의하라는 것이 아니라 통지 후 참여 기회를 주라는 것”이라며 “요즘 수사 기관이 법 조항을 느슨하게 해석해 오해를 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사안에 따라 국회에도 집행 일시·장소 등을 통지하지 않고도 압수수색 할 수 있어야 한다”(한국형사소송법학회 관계자)는 주장도 있다. 형사소송법 제122조엔 ‘급속을 요하는 때에는 예외로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 교수도 “압수수색엔 예외가 없다는 취지가 형사소송법에 충분히 담겨 있다”며 “특히 비리에 대한 수사의 경우, 경찰이 권력의 눈치를 보지말고 일반인들과 똑같이 공정하게 법 집행을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김정재([email protected])
2025.12.17. 13:00
더불어민주당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을 수정하기로 하자 17일 여권 안팎에서 ‘무용론’이 빗발쳤다. 내란재판부를 강하게 밀어붙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의 추미애 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법사위가 위헌 소지를 없앴음에도 조희대(대법원장)의 진두지휘 아래에 있는 법원이 막무가내 위헌하다고 엄포를 놓았다”고 썼다. 법사위가 지난 3일 법원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법관 추천위원회를 구성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는데도, 지난 16일 민주당이 의원총회를 열어 외부 인사를 뺀 추천위를 구성하도록 법안을 수정키로 한 걸 비판한 것이다. 추 위원장은 “법원장회의를 소집해 국민을 상대로 싸우자는 조희대의 고집을 꺾지 못하고 결국 사법 정의 회복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게 되는 것인가 생각하니 마음이 몹시 어둡다”고 적었다.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친여 유튜브 ‘매불쇼’에 나가 “(내란재판부법 수정안이) 다들 답답하고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거냐는 생각이 든다”며 “내란재판부로 조희대 관여를 제한하는 ‘플랜A’가 보류 상태이니 법 왜곡죄를 만드는 ‘플랜B’를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 내란재판부가 마음에 드는 판결을 내놓지 않을 경우 “양심을 져버린 판결에 대해 판사를 처벌할 수 있게 만들어 놓자”고 강조하면서다. 그러면서 “법 왜곡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을 내란재판부법과 세트로 처리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사위 심사 단계에서 위헌 소지가 크다고 지적됐던 법안들이지만 또다시 강행 처리를 주장한 것이다. 친여 진영의 반발은 더 노골적이었다. 윤석열 정부 퇴진 운동을 주도했던 재야 단체 ‘촛불행동’(상임대표 김민웅)은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죽 쒀서 개 줄 셈인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수정안 철회하라’는 제목으로 항의 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수정안을 “내란 공범인 조희대와 지귀연에게 재판부 구성과 재판 절차를 모두 넘기게 되는 안”이라고 주장했다. ▶법원 내부에서 추천위를 구성하고 ▶2심 재판부터 적용하는 내용의 수정안이 결국 ‘도로 조희대 재판부’로 귀결된다는 주장이다. 김민웅 대표는 “민주당이 오로지 헛깨비 같은, 이른바 ‘위헌 소지’라는 조작된 논란에 휘둘렸다”며 “반민특위 특별재판부 설치를 친일 매국 세력의 허락을 받고 해야 합헌이라는 말과 뭐가 다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민심의 바로미터’로 지목하는 딴지일보 게시판도 비슷한 분위기다. 정 대표가 최고위에서 “일부러 위헌 시비 논란을 일으키는 만큼 시비 논란 자체를 없애겠다는 차원”이라고 수정안의 불가피성을 강조했지만, 게시판에는 “위헌 어그로(도발)에 말려 고작 한다는 짓이 생선을 고양이에게 맡기는 짓”이라는 취지의 글이 종일 올라왔다. “수박(변절자)들 구린 것과 딜(거래)이 됐다”, “잘못되면 민주당 의원들이 정치생명을 걸라”는 글도 여럿이었다. 문제는 이런 반발에도 내란재판부법의 위헌 논란이 여전하다는 점이다. 국민의힘 등 보수 진영은 물론 법조계와 학계 모두 “사후적으로 전담재판부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위헌”(윤진수 서울대 명예교수)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현직 판사는 “영장 판사마저 내란 사건을 전담하도록 특별한 구성을 허용하면, 궁극적으로 헌법뿐 아니라 삼권 분립까지 위협하게 된다”며 “앞으로 양당이 툭하면 특별전담재판부, 영장부를 구성하자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혼란은 결과적으로 대통령실과 민주당 지도부가 강성 법사위의 질주를 제대로 제어하지 못한 탓이란 분석이 나온다. 추미애 위원장이 지난달 26일 “(헌법이) 완전 무결하지 않는데, 갑자기 헌법 완전 무결성을 숭상하면서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고 하는 건 이해되지 않는다”고 강조하는 등 법사위는 내란재판부법 처리를 위해 내내 내달렸다. 하지만 여권 핵심부는 법안이 법사위 문턱을 넘기 전에 수정안을 관철시키지 못했고,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서야 뒤늦게 의원총회에서 수정안을 내자는 입장을 정리했다. 민주당은 내란재판부법 수정안 최종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지난 16일 의원총회엔 내란재판부 구성과 관련해 ①추천위 구성 없이 기존 법원 내규를 활용해 재판부를 구성하는 안 ②전국법관회의에서 6인, 각급 판사회의에서 3인을 추천해 추천위를 구성하는 안 ③각급 판사회의가 전권을 갖고 추천위를 짜는 안 등 세 가지 안이 보고됐다고 한다. 현재로선 친여 성향 법관을 활용할 수 있는 2안으로 중지가 모이는 분위기다. 이 과정에서 김용민 의원은 “전국법관회의는 법원 내규에도 없는 조직”이라고 반발했다고 한다. 대법원규칙(제3084호)에 명시된 전국법관회의 초대 의장은 2018년 당시 서울 북부지법 부장판사였던 최기상 민주당 의원이다. 심새롬.강보현.조수빈([email protected])
2025.12.17. 13:00
직장인 정모(40)씨는 와인을 한 번에 한두잔씩 즐겨 마신다. 소주·양주 등 도수가 높은 술은 거의 입에 대지 않지만, 와인 약속을 꾸준히 잡고 집에서도 혼자 마시곤 한다. 그는 "조금 마시면 별로 취하지도 않는다. 잦은 폭음만 피하면 큰 문제 없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도 '하루 와인 한 잔은 건강에 좋지 않냐'는 식의 질문이 종종 올라온다. 이처럼 한국 사회에선 '약주'로 통용되는 술과 건강에 대한 오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로 성인 대부분이 술을 조금만 마시면 괜찮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립암센터가 지난해 전국 만 20세 이상 남녀 2572명을 조사한 결과, 10명 중 3명(30.1%)은 "한두 잔의 술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한두잔은 건강에 별 영향이 없다"(35.8%)는 응답을 합치면 3명 중 2명은 소량 음주에 허용적인 입장을 보인 것이다. 하지만 실제 음주 행태는 이와 거리가 있었다. 술을 마신다는 응답자들에 한 번에 마시는 양을 물으니 1~2잔이란 응답자는 28.1%에 그쳤다. 반면 5잔 이상이란 비율이 절반 가까운 46%였다(7~9잔 16.1%, 5~6잔 15.8%, 10잔 이상 14.1%). 술에 관대한 자세가 음주량을 크게 키우는 셈이다. 술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1군 발암물질이다. 담배·석면 등과 마찬가지로 인체 내에서 각종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명확히 확인됐다는 의미다. 술을 입에 대는 것만으로 여러 건강 문제가 증폭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국내·외 연구도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한다. 세계 질병부담 연구(GBD Study)에서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한두잔 음주는 허혈성 심장질환 위험을 낮췄지만, 암을 비롯한 나머지 질환 위험도는 음주량에 따라 점차 늘어났다. 소량 음주의 효과가 일부 있을 수 있지만, 다른 폐해가 이를 상쇄하고 넘어서는 셈이다. 이는 음주로 인한 질병 위험을 최소화하는 음주량은 '0'이라는 걸 보여준다. 또한 하루 2~3잔 이하의 소량 음주를 일주일에 5회 이상 이어가면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위암 발병 위험이 46% 커진다는 연구 결과(강대희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팀)도 있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대한가정의학회 이사장)는 "최근 의학 연구들이 한두 잔도 안 먹는 게 건강에 좋다는 방향으로 많이 나온다"면서 "한국은 반주 문화가 강한데다 안주를 잘 챙겨 먹는 편이라 비만 등 생활습관 관련 질병도 늘리는 경향이 큰데, 최대한 술을 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한국건강증진개발원·국립암센터는 최근 국민을 위한 음주 예방 가이드라인을 내고 "안전한 음주는 없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술로 인한 건강상 위험은 한 모금부터 곧바로 시작된다. 그러면서 "주종과 상관없이 한 잔도 마시지 않는 게 가장 안전하다"고 권고했다. 술의 발암성은 주종이 아니라 술에 들어있는 에탄올 양에 비례한다는 설명이다. 술을 적게 마시려면 "음주량을 줄이는 동시에, 음주 횟수를 줄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정혜은 복지부 건강증진과장은 "연말연시 음주 모임이 이어지면서 술 한두잔만 마셔도 건강에 문제가 생기기 쉽다. '소량 음주는 괜찮다'는 생각 속에 음주운전 등 각종 사고도 늘어나는 만큼 절주·금주를 실천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정종훈([email protected])
2025.12.17. 13:00
세후 53만9740원. 1999년, 대학 졸업 후 인천의 한 공기업에 취업한 ‘26세 정영주’가 받아 든 첫 월급 명세서에 찍힌 액수다. 난 지방에서 올라와 부모님께 한 푼도 지원받지 못한 흙수저 출신이라, 이 월급으로 주거비와 식비 등 모든 생활비를 해결해야 했다. 과연 이 박봉으로 어느 세월에 중산층 이상의 삶에 편입할 수 있을까. 눈앞이 캄캄했다. 2023년, 나는 50세에 공기업 24년 차 차장이 됐다. 이 시기 내 급여 실수령액은 367만9360원으로, 여전히 많다고 할 순 없었다. 정년까지 10년이 남았지만 난 과감히 조기퇴직을 결정했다. 흙수저 출신에 박봉으로 근근이 버텨온 나의 퇴직 후 삶은 어떨까. 퇴직금을 생활비로 야금야금 헐어 쓰며 위태로운 삶을 이어가거나, 또다시 취업 시장에 뛰어들어 인생 2막을 치열하고 고단하게 살아갈 거라 생각한 이들이 많을 거다. 반전이 있다. 현재 우리 부부의 순자산은 40억원(부동산 포함)이 훌쩍 넘는다. 순자산은 헐어 쓰지 않고, 여기서 만들어진 현금 흐름만 매월 1000만원씩 나온다. 게다가 이 현금 흐름은 매년 불어나는 추세다. 같은 직장에 다니던 남편도 2024년 퇴직하면서, 명실공히 ‘백수 부부’가 된 우리는 월 1000만원을 생활비로 풍족하게 쓰며 외식하고 해외여행을 다니는 삶을 즐기고 있다. 혹자는 부자 남편이라도 만난 거냐, 복권에 당첨된 거냐고 의구심을 품지만, 남편 역시 나와 비슷한 흙수저 출신이다. 그리고 현재 자산을 이룬 기반은 우리 부부의 근로소득이 전부다. 부모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한 빈털터리 부부가 박봉으로 일궈낸 성과치고는 꽤 괜찮은 결과 아닌가. 심지어 이 성과를 내는 과정은 크게 어렵거나 힘들지 않다. 운이 따랐다는 점을 부정하진 않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안정적인 재테크였다고 생각한다. 박봉이지만 매년 오르는 급여와 정년이 보장된 공기업에서 굳이 조기퇴직을 선택한 사연, 회사를 다니며 치열하게 재테크에 매달렸던 이유를 공개한다. 성희롱 피해자, 도리어 ‘이상한 사람’ 꼬리표 " 네가 그 정영주냐? " 또 그 소리다. 회사에서 팀을 옮길 때마다 새 팀장은 “너, 지켜보겠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때마다 “제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그러시냐”고 따져 묻고 싶었지만 되돌아올 결과가 뻔하기에 꾹꾹 참았다. 나에 대한 견고한 편견은 업무 성과로 바꿔놓는 수밖에 없었다. " 1999년, 9급으로 입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성희롱 사건의 피해자가 됐어요. 가해자는 임원이었고요. 당시엔 사회적으로 성인지 감수성이 지금과 달랐고, 피해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조차 없었어요. 어지간한 수준이면 저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을 겁니다. 그런데 선을 넘어도 한참 넘은 수준이었어요. 저는 명백한 피해자였고 증거도 분명한데, 이 문제가 공론화된 뒤엔 사내에서 저만 ‘이상한 여자’로 낙인 찍혔어요. " 이 사건은 내게 꼬리표가 됐다. 상급자들 가운데 몇몇은 내가 퇴사할 때까지 인사조차 받지 않았다. 회사에 다니는 내내, 나는 팀장과 동료들에게 내가 이상한 사람이 아니란 사실을 최선을 다해 입증해야 했다. 남보다 많은 일을 처리하고 성과도 좋았지만, 내게 돌아오는 최고의 칭찬이라곤 “별문제 없네” “들었던 거랑은 다르네” 정도였다. 인사고과에서도 불이익이 이어졌다. 진급에선 항상 누락됐고 자꾸 한직으로 밀려났다. 경력이 쌓일수록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은 길어지는데 점점 자존감이 낮아지고 피해 의식만 커졌다. 회사에선 웃으며 버티다가 집에 돌아가면 눈물을 펑펑 쏟기 일쑤였다. " 결국 대인기피증이 생기고, 회사에서 숨이 잘 안 쉬어지는 거예요. 정신과에 갔더니 공황발작이라 하더라고요. 나중엔 불면증에 영양실조까지 왔어요. 제게 비빌 언덕이 조금이라도 있었거나, 다른 회사로 이직에 성공했다면 당장 그만뒀을 겁니다. 그럴 능력이 없고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그 회사에 다닐 수밖에 없었어요. " 살기 위해선 회사를 벗어나야 했고, 회사에서 벗어나려면 경제적 자유를 빨리 이루는 수밖에 없었다. 자산을 만들려면 투자를 해야 하는데, 내 월급으로 부동산 투자는 불가능했고, 주식을 사 모으는 게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었다. " 투자를 하려면 일단 안 쓰는 게 기본이잖아요. 매일 아침이면 김밥 한 줄 사서, 점심과 저녁에 반 줄씩 나눠 먹었어요. 못 먹고 못 입어 모은 돈인데, 투자한답시고 잃으면 견딜 수가 없는 거예요. ‘절대 잃지 말자’는 마음으로 주식을 골랐더니 결국 해답은 '이 주식'이었어요. " (계속) 대체 뭘 했기에 흙수저 부부가 순자산 40억을 일궈 여유로운 은퇴 후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됐을까. 이들이 자산을 형성하기까지 걸린 시간과 방법들을 속속들이 공개한다. 특히 주식 투자자라면 반드시 고민해야 할 최적의 퇴직 시기를 선택하는 방법, 아래 링크에서 모두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89879 ‘은퇴 Who’ 또 다른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공고 나온 ‘입주청소 아줌마’ 이 자격증, 의대 아들 키웠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12862 “박사? 자격증? 이 기술이 최고” 前경찰서장이 찾은 알짜 직업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80637 월 80만원에 해외 한달산다…은퇴자들의 여행·골프 성지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95319 “근무는 3시간, 책 보다 퇴근” 은퇴 뒤 찾은 월 100만원 꿀직장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78863 주가 폭락 때 노려 사표 썼다…순자산 40억 ‘백수 부부’ 비결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89879 52세에 명퇴당한 MBC PD, 월 1000만원 찍은 ‘사소한 습관’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73065 박형수.김현정([email protected])
2025.12.17. 13:00
대한민국에서 범죄자와 가장 많이 만나는 직업, 교도관. 살인, 강간, 사기 등의 범죄자와 매일 대면하며, 그들의 악한 마음을 교정해야 하는 사람들. 교도관의 하루는 어떻게 흘러가고, 매일 무엇을 느낄까요? 높은 담장 너머 속 진짜 교도소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나는 교도관입니다 https://www.joongang.co.kr/plus/series/246 「 아들의 시신, 인수하지 않겠습니다 」 청년은 웃고 있었다. " 일부러 안 갔어요. 군대 가느니 교도소 가는 게 낫죠. " 병역법 위반. 징집을 거부해 붙잡혀 온 청년이 자신의 죄명을 말하며 활짝 웃었다. 새하얀 피부, 이제 갓 스무 살쯤 돼 보이는 얼굴이었다. " 제 친구들도 군대 안 가기로 다 말 맞췄어요. 교도소에서 만나기로. " 청년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이어갔다. " 인터넷에 보니까 군대 밥보다 여기가 낫다던데, 맞죠? "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청년의 눈빛에는 두려움이나 후회 같은 감정은 보이지 않았다. " 여기서 몸도 좀 만들고, 검정고시도 보고 나가려고요. 잠도 좀 푹 자고. " 교도소가 누군가에겐 쉬었다 가는 곳이라니. 나도 모르게 한숨이 섞여 나왔다. 도대체 무엇이 이 청년에게 교도소를 요양시설로 보이게 만든 걸까. 며칠 뒤, 교도소 민원실에 한 부부가 찾아왔다. 잔뜩 상기된 중년 남성이 손에 쥔 서류를 책상 위에 내던졌다. " 우리 아들이 지금 방에서 제대로 누울 자리도 없다면서요. 한 방에 열 명이 뭡니까, 열 명이! 이게 나라입니까? 교도소가 사람을 짐승처럼 다루는 곳입니까? " 옆에 있던 여성의 눈가도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 우리 애가 얼마나 예민한 줄 아세요? 그렇게 좁은 방에 가두는 건 학대라고요. 학대! " 그들이 말하는 ‘우리 아들’은 며칠 전 나를 보며 웃던 그 청년이었다. 교도소 밥이 군대 밥보다 낫다던, 군대 대신 교도소에서 친구들과 만나기로 했다던 바로 그 청년. " 인권 침해로 고소할 테니까 그렇게 아세요. 변호사도 벌써 선임했어요. " 청년의 부모는 자신들이 할 말만 하고 차갑게 뒤돌아서 나갔다. 실제로 법원은 과밀 수용 피해를 본 수감자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언젠가 교도소가 풍선 터지듯 펑 하고 터져버리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며 복도를 걷고 있을 그때, 이번엔 교도소 비상벨이 사정없이 돌아갔다. " 자살 시도, 5동 3실! 당장 출동하세요! " 자살이라니. 쉼 틈이 없었다. 난 숨이 턱에 올라올 때까지 뛰어갔다. 무전에서 전해온 자살 기도의 현장은 바로 그 청년이 수용된 방이었다. 방문을 열자 청년이 축 늘어져 있었다. 심장이 조여 왔다. 교도소가 좋다며 미소 짓던 청년은 왜 갑자기 목을 맸을까. " 칼 가져와! " 목을 감은 수건을 끊어내자 청년의 몸이 힘없이 쏟아졌다. " 숨 쉬어, 숨 쉬라고! " 우린 청년을 업고 내달렸다. 계단을 내려가며 청년의 숨소리에 귀를 기울였지만 숨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응급차에 탄 선배와 나는 교대로 청년의 몸에 올라타 심폐소생술을 진행했고, 응급차는 사이렌 소리를 내며 브레이크 없이 새벽을 갈랐다. 너무 급하게 뛰었던 탓일까. 응급실에 도착하자 속이 울렁거렸다. 헛구역질을 연신 해대는 내 뒤로 서너 명의 의료진이 헐레벌떡 뛰어왔다. 환자는 이제 우리가 인계하겠습니다. 우린 그제야 의자에 앉아 숨을 골랐다. 근무복이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그때였다. " 교도관 어디 있어! "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응급실 문이 열렸다. 청년의 부모였다. 중년 남성이 고함을 치며 성큼성큼 우리 앞으로 걸어왔다. " 도대체 관리를 어떻게 하는 거야! " " 저희가 발견 즉시 응급조치를 취했고…. " 이번엔 여성이 내 말을 잘라 들어갔다. " 당신들 전부 직무유기로 옷 벗을 각오해! " 그로부터 사흘 뒤, 나는 중환자실 복도에 서 있었다. 의사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시계를 봤다. 새벽 3시. 복도 끝 자판기 불빛만이 희미하게 깜빡였다. 그때 중환자실 문이 열렸고 의사의 표정을 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 최선을 다했습니다만, 유감입니다. " 안타깝게도 청년은 끝내 깨어나지 못했다.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숨을 거둔 것이다. 청년의 나이 스무 살, 너무 짧은 생이었다. 「 # 아들 시신 안 받겠다는 부모, 180도 달라진 태도 」 나는 청년의 장례를 위해 부모에게 전화를 걸었다. "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뚜- 뚜- " 몇 번이고 다시 걸어도 마찬가지였다. 이상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교도소로 전화를 걸어 오던 그들이었는데, 아무리 전화를 걸어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그렇게 며칠이나 흘렀을까. 겨우 전화가 연결됐다. " 시신 인수를 거부합니다. 전화 그만 하세요. " (계속) 매일 교도소로 전화를 걸던 부모의 돌변, 청년의 시신은 무연고 사망자로 처리됐다. 꽃 한송이도, 조문객 한 명 없이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면회 기록으로 알게된 그 부모의 충격적인 진실,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88295 ‘나는 교도관입니다’ 또 다른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내 스타일이네” 500원에 샀다, 교도소 유행한 충격 모녀사진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82707 소년 눈물 닦아준 나, 후회했다…그의 죄목은 ‘여동생 잔혹살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76943 “딸 위해 살겠다” 모범수 출소…1년뒤 강간미수로 돌아왔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96867 지갑서 여학생 사진 꺼냈다…50대 수감자 소름돋는 유서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79661 매일 성경 외운 ‘독방 기도남’, 징역 1년에 튀어나온 한마디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86120 김도영.선희연.김현정([email protected])
2025.12.17. 13:00
━ 대한민국 마지막 트리거는 '개헌'…신 공동체 계약서 만들자 중앙일보가 창간 60주년을 맞아 대한민국 역사의 60가지 결정적 전기(critical trigger)를 독자들과 함께 반추해 왔다. 첫 회 한국의 민주화를 이뤄낸 ‘87년 넥타이 부대’(중앙일보 7월 1일자)를 시작으로 정치·경제·사회·문화 전 분야의 시대 전환이나 변화의 분수령이 됐던 사건들의 맥락, 한국 사회에 끼친 영향, 미래에의 교훈 등을 성찰해 보았다. 이 모든 대한민국의 성취와 교훈을 토대로 새로운 미래 60년의 대한민국, 그리고 소중한 우리 후대들을 보다 번영·행복하게 해 줄 으뜸 과제인 ‘헌법 개정’을 마지막 60번째 트리거로 택했다. 개도국에서 중진국으로 들어가던 38년 전의 우리 ‘87년 헌법’은 ‘대통령 직선제 성취’라는 민주화 초기의 임무를 달성했다. 하지만 선진국 진입의 길목에 선 나라와 국민의 나침반으로는 이미 수명을 다한 지 한참이다. 향후 60년의 미래 비전을 명확히 제시해 줄 새로운 ‘공동체의 계약서’, 바로 개헌(改憲)이야말로 지금 가장 절실한 대한민국 도약의 트리거가 돼야 한다. ━ 대한민국 '트리거 60' 〈60〉 헌법과 시대정신 아마도 ‘전문, 본문 130조, 부칙 6조’, 1만4400자 안팎의 우리 헌법을 다 읽어본 국민은 거의 없을 터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1조 정도가 우리가 떠올리는 헌법이다. 공기처럼 우리 의식 밖에 존재하다 탄핵, 촛불 시위 같은 나라의 대혼란 때면 ‘키다리 아저씨’처럼 심판을 내려 주려고 모습을 드러내 왔을 뿐이다. 그런데 왜 지금 개헌이 필요할까. 모든 제도는 태어날 때부터 개혁의 대상이다. 우리 헌법의 1987년 개정 과정을 되돌려보면 개헌의 필요성을 찾을 수 있다. 당시 한국의 1인당 GDP는 3658달러, 세계 평균을 처음 넘어선 수준이었다. 수출은 471억 달러, 세계 13위권이었다. 38년 뒤인 지금 1인당 GDP는 추산 3만5962달러(세계 37위권)로 10배 넘게 커졌다. 수출액은 15배 폭증한 7000억 달러로 세계 5위권을 넘본다. 상전벽해지만 경제에 관한 우리 헌법 조항은 130조 중 9개에 불과하다. 불변의 원칙이어야 할 ‘시장경제’ 역시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 자유와 창의를 존중한다’는 한마디만 찾을 수 있다. 나머지 모두도 추상적 선언에 그친다. 갈수록 논쟁적 빅 이슈인 독과점, 불공정 거래를 조정해 줄 ‘경제민주화’ 조항 역시 단 한 줄이다. ‘경제 주체 간 조화를 통한 경제 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이 한 줄로 지금의 복잡다기한 거래들의 공정성을 보장할 수 있을까. 38세 성인은 여전히 초등생 옷에 몸을 맞춰야 하는 신세다. 지방자치 30년, 헌법 규정은 달랑 2개 정치적으론 커진 몸이 더욱 힘든 옷이다. ‘체육관 선거’ 대신 ‘내 손으로 대통령을’이란 당시의 열망은 역으로 다른 모든 미래에의 숙의(熟議)를 건너뛰게 했다. 여야 ‘8인 회담’의 첫 회의 뒤 두 달 열흘 조금 지난 87년 10월 12일 지금 헌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당시 핵심들의 얘기가 이랬다. “큰 어려움은 없었다. 골자인 대통령 직선제에 이미 합의가 있었으니. 김영삼·김대중씨에게 보고해 승인만 받으면 일사천리였다”(이용희 전 의원). 김영삼 총재 역시 “직선제 합의로 90%가 타결됐고, 대선 일정에 차질이 생기면 안 되니 사소한 문제엔 구애될 필요가 없다”고 했었다. 속전속결에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가 끼어들 시공간이란 없었다. “87년 개헌은 한마디로 노태우·김영삼·김대중 3인이 만든 것”(강원택 서울대 교수)이다. ‘나도 대통령을 할 수 있다’는 3인의 들뜸의 산물이었다. 지금 헌법은 그렇게 ‘사소한 문제’들을 빠뜨린 걸까. 우선 후대가 지금껏 고통을 겪던 으뜸 원인인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를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돌아가며 ‘제왕’을 즐길 꿈에 부푼 김영삼·김대중·노태우 3인에게 그런 ‘정치적 신중함(prudence)’이 자리 잡을 여백은 없었다. 여야 정당 간, 행정부와 국회의 견제와 균형이라는 수평적 책임성, 국정 안정 같은 미래가 우리 헌법엔 보이지 않던 까닭이다. 87년 개헌 국민투표에 참여한 최소 연령인 67년 10월 29일 이후 출생자는 지금 인구의 70%다. 개헌 때와는 완전히 다른 세대와 인구의 나라다. 70%가 서명조차 하지 않은 공동 계약서란 게 존재할 수 있겠는가. 지방자치 30년이 지났지만 헌법의 지방자치 규정은 130개 중 달랑 2개다. 그나마 ‘지자체가 자치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 ‘지자체에 의회를 둔다’뿐이다. 독일은 헌법의 44.2%가 연방 및 지방 자치권 관련 내용이다. 프랑스는 “프랑스의 조직은 분권화된다”며 국가 운영 원리로 지방분권(decentralisation)을 헌법에 명시했다. 국민의 82%인 4180만 명이 서울 밖에 사는 이 나라의 계약서엔 그러나 ‘지방’이 없다. 시대의 이슈인 복지를 위한 책무는 어떤가. ‘국가는 사회보장·사회복지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지닌다’(35조)라는 단 한 줄이다. ‘노력’이란 단어는 매우 무책임하기까지 하다. 그때의 ‘사소한 문제’, 즉 경제민주화, 지방자치, 복지 등은 이젠 가장 중요한 우리 삶의 골간이다. 그러나 계약서에 그 정의조차 없으니 정부의 권한·책임 역시 모호해 이 중요한 문제들은 늘 정쟁의 늪에서만 허우적거려 왔다. 헌법 재건축의 방향은 명확하다. 권력의 분산으로 민주주의를 성숙시킬 ‘민주성’이 첫째다. 둘째는 적대 정치, 세대·성별 갈등을 완화해 줄 ‘평화성’이다. 반면에 국정 성과를 극대화할 ‘효율성’이 셋째다. 모든 지역, 국민에게 균등한 발전, 복지 혜택이 돌아갈 ‘보편성’이 넷째겠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변화는 미래를 정확히 예측해 나라를 순방향으로 맞춰 줄 ‘미래성’을 지녀야 한다. 승자 독식 제왕 대통령을 해소할 ‘민주성’을 위해선 대통령 4년 중임제 등이 거론됐다. 최근 여론조사(2024년 11월, 미디어리서치)로는 대통령 4년 중임제가 53.8%로 압도적 1위다. 5년 단임제(21.6%), 대통령과 총리의 역할 분담인 이원집정부제(9.1%), 의원내각제(6.8%) 순이다. 5년 단임은 국민이 선출권만 가졌던 반면, 4년 중임제는 선출권과 현직 대통령 심판권을 모두 가질 수 있다. 의회 다수로 선출된 총리가 내치를, 대통령은 외교·안보를 관장하는 ‘분권형 대통령제’ 개념은 권력 분산의 공통적 대안이었다. 결선투표제로 ‘과반 대통령’의 정당성을 부여하자는 제안도 절대다수다. 최근 정국은 불가침의 민주주의 원칙인 삼권분립을 더 확고히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우쳐 주었다. 미국은 1791년 제정 헌법에서 연방대법관에게 종신 임기를 부여하고, 의회가 대법관 급료조차 깎을 수 없도록 사법부 독립을 못 박았다. “어느 누구도 자기 사안엔 판관이 될 수 없다”는 삼권분립의 미국 헌법은 숱한 인종·계층 갈등을 헤쳐 오며 최강대국으로 만들어 준 토대였다. 대통령제·내각제 요소가 애매하게 뒤섞인 우리나라에선 대통령과 의회의 명확한 분립, 견제도 과제다.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직 금지, 정부 법률안 제출권 폐지, 대통령 임명직의 국회 동의 확대가 해법으로 제시돼 왔다. 정쟁의 근원이던 국회의원 면책특권의 제한, 국감 내실화, 신상털기 청문회 개혁 등은 ‘평화성’을 위한 제언이다. 국민주권을 확고히 하기 위해 의원 자신의 사안(선거제도 개혁, 세비 결정, 징계 의결)엔 국회 내에 중립적인 ‘제3자적 시민 숙의 기구’를 두어 구속력을 주자는 제안은 신선하다. ‘보편성’을 위해 지방분권 정신을 명확히 선언하고 중앙·지방 정부 간의 권한·책임, 협력 의무도 선명히 해줘야 할 새 헌법이다. ‘효율성’ ‘미래성’을 지닐 헌법에는 ‘시장경제’ 원칙의 확고한 천명과 함께 경제 민주화를 위한 국가의 개입 범위, 재정 역할, 국가 채무와 복지 지출 비율의 최적 균형(optimal equilibrium)도 담아내야 한다. 특히 ‘보편성’과 ‘효율성’의 충돌은 가장 숙고해야 할 개헌의 지점이다.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의 장단점을 비교, 토론할 공론의 장에서 이 같은 나라의 미래 기조를 정리하고 가야 할 때가 아닌가. 다가온 미래인 AI와 인간의 상생, 인간 권리 보호, AI 주권(AI sovereignty)과 국제 연대의 공존 논의 역시 새 헌법에 ‘미래’라는 가치를 더해 줄 터다. 지속 가능한 환경, 핵의 평화적 사용, 재생에너지의 적정 비율(RES·Renewable Energy Share), 블록체인 기반의 전자투표를 통한 선거 참여 확대 등이 모두 미래로의 계약서에 반영돼야 할 우리의 삶이다. 사사오입·유신…정치, 개헌에 악몽 씌워 가장 엄중한 책임을 물을 대상은 정치다. 정권은 늘 “나라가 위기인데 개헌이 다른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인다”며 반대하기 일쑤였다. 기득권 지키기의 핑계였다. “재집권 꼼수에 놀아나면 안 된다”는 야당의 화들짝 손사래도 한몫했다. 발췌, 사사오입, 유신, 국보위 개헌 등 ‘개헌’이란 단어에 악몽을 심어 놓은 주범은 바로 정치였다. 그러나 지금 그 어떤 정치의 반대도 새 시대, 새 계약서가 필요한 공동체의 절실함을 넘어설 수는 없다. 국민이 자기 삶과 계약서 사이의 적합성에 의문이 생기면 그때가 바로 개헌의 적기다. 헌법학자인 브루스 애커먼은 이 분수령을 ‘헌법적 순간(Constitutional Moment)’이라고 규정한다. 그 헌법적 순간이 바로 지금이다. 향후 60년의 대한민국을 도약시킬 60번째 트리거는 바로 미래로의 개헌이 돼야 한다. 창간 60주년 기획 '대한민국 트리거 60'은 아래 링크를 통해 전체 시리즈를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joongang.co.kr/issue/11765 최훈([email protected])
2025.12.17. 13:00
한국 정부는 『국가안보전략서』와 『국방전략서』 등 국가의 전략적 방향성을 제시할 문서 발간을 앞두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글에서는 ‘한국이 어떤 국제질서를 지향해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다뤘다. 이번 글은 ‘그 질서를 누구와 연대하여 이룰 것인가’를 다룬다. 이 질문은 한국이 어떤 다자주의를 추구할지, 또 이를 위해 누구와의 협력에 응해야 할지로 구체화할 수 있다. ━ 어떤 ‘다자주의’인가? 2025년 9월, 이재명 대통령은 유엔 데뷔 무대인 제80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연설했다. “‘다자주의적 협력’을 이어 나갈 때, 우리 모두 평화와 번영의 밝은 미래로 함께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한 다자주의는 어떤 다자주의인가? 역사상 가장 큰 다자 포럼이라 할 수 있는 유엔의 홈페이지에서는 다자주의를 “국제정치와 외교에서 서로 다른 관점과 목표를 지닌 여러 국가들이 함께 일하는 방식(international politics and diplomacy, where many countries with different views and goals work together)”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해당 방식은 3C, 협력(Cooperation)하고, 타협(Compromise)하며, 노력을 조율(Coordination)하는 것으로 구체화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다자주의는 늘 불완전했다. 국가의 힘이나 규모와 관계없이 최대한 많은 국가들을 포함해 협력과 타협 및 조율을 이뤄야 했지만, 실상은 그러지 못했다. 다자무대는 종종 강대국 정치에 휘둘리거나, 서로 다른 국익의 각축장으로 전락했다.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하여 꼭 필요한 의사결정을 못하게 되기도 했다. 미·중 전략경쟁과 트럼프 행정부 출범은 다자주의의 미래를 어지럽게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에 이어 2기에서도 여러 다자협의체에서 탈퇴하며 다자주의와 결별하고 있다. 다자기구가 중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의 요구를 들어주느라 미국의 국익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상황은 중국이 다자주의의 리더십 자리를 챙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고 있다. 지난 10월, 경주에 왔지만 APEC 정상회의 전에 떠나버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뒤로 한 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정상들에게 “진정한 다자주의를 이행하자”고 연설했다. 마치 그간 미국이 주도하고 추구하던 다자주의는 ‘진정’하지 않았던 것처럼. 하지만 다자주의는 개념적으로 중국이 지향하는 다극화와 양립하지 않는다. 다자주의는 국제기구와 규칙에 기반한 질서를 떠받들지만, 다극화는 서로 경쟁하는 여러 극(국가) 간의 거래와 합의에 따라 질서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진핑이 주장하는 다자주의가, 이전의 다자주의보다 더 ‘진정한’ 다자주의일지는 다소 회의적이다. 이처럼 동맹국인 미국의 대통령이 다자주의를 버리겠다고 할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다자주의를 버리지 않아야 한다면, 그것은 다자주의가 옳은 길이라고 믿는 바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다자주의에 대한 한국의 생각은 더 구체적이어야 한다. 한국의 국익에 부합하는 다자주의는 무엇인지, 중국이 말하는 진정한 다자주의와 같은 것인지, 한국은 다자주의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지에 대한 답을 낼 필요가 있다. ━ 다자협력, 누구와 함께할 것인가? ‘다자주의’가 다소 추상적으로 느껴진다면, 한국이 속한 지역의 다자협력에 대한 방향을 생각해보며 위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볼 수 있다. 강대국 경쟁으로 세계가 분열하면서, 더 작은 다자협력의 필요성이 크게 강화했다. 가치와 이해를 공유하는 소수의 국가가 단·중기적으로 협력을 추진해 더 큰 다자협력의 기능적 공백을 메우고, 이러한 협력을 쌓고 참여국을 늘리며 다자주의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특정 다자협력체나 국가들이 한국을 인도-태평양의 핵심국가로 보고 협력하기를 기대하는 가운데, 이재명 정부는 일부의 초대에 아직 응하지 못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는 유럽과 인도-태평양이 연계된 전략 공간이라는 인식 하에서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이른바 IP4(Indo-Pacific 4)를 나토 정상회의에 초청해왔다. 여러 사정으로, 이재명 대통령은 아쉽게도 올해 6월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못했다. 또한 2025년 11월, G20 회의 계기에 열린 한국·인도 정상회담에서, 인도의 나헨드라 모디 총리는 조선 등 미래지향적인 분야에서 ‘소다자 협력’을 추진하자고 한국에 제안했다. 같은 달 제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한국·일본·필리핀을 전략적 삼각형이라고 칭하며, 이들과 미국의 군사협력을 제안했다. 이 같은 초대에 응하려면, 한국은 무엇을 위해 다른 국가와의 어떤 협력이 필요한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이 모든 국가들을 하나로 묶어 협력할지, 나눠 협력하고자 한다면 어떻게 나눌지, 그때의 이유와 목표는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 한국이 무엇을 위해 연대를 원하는가에 집중해야 이 글은 누구와 연대할 것인가를 묻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답은 ‘누구’를 버리고 ‘한국’ 스스로를 대면하는 것이다. 다자주의든, 그것으로 나아가기 위한 다자협력이든, 누가 제안했는지보다 한국이 무엇을 추구하는지를 주도적으로 생각해 방향을 잡고, 협력 여부와 방법을 정해야 할 것이다. 한국이 어떤 국가로서 국제사회에 서고자 하는지에 대한 자기규정이 선행되면, 누구와 함께할 것인지는 선명해지기 마련이다. 곧 발간될 대한민국의 전략서가 그 답을 주는 역할을 무게 있게 감당했으면 한다. 전경주([email protected])
2025.12.17. 13:00
美의 유조선 봉쇄에도 베네수엘라 "법 따라 원유수출 지속"(종합) 유엔 사무총장, 마두로와 통화…"긴장 완화 필요성 재확인"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정부가 미국 행정부의 '유조선 봉쇄령'에도 원유 수출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17일(현지시간) 밝혔다.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 PDVSA(Petroleos de Venezuela, S.A)는 이날 성명에서 "우리는 에너지 주권 수호, 합법적 무역 약속 이행, 해상 운영 보호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한다"면서 "원유 수출 작업은 정상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부통령 겸 석유부 장관의 텔레그램을 통해 공개된 이 성명에서 PDVSA는 "원유 및 부산물 수출 작업은 진행 중이며, PDVSA 운영과 연계된 유조선들은 계속 항해하고 있다. 우리는 항상 헌법에 따라 행동할 것"이라며 원유를 계속 수출할 계획임을 강조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베네수엘라 정권을 '외국 테러 단체'(Foreign Terrorist Organizations·FTO)로 지정했음을 밝히고 제재 대상 유조선의 베네수엘라 출입을 전면 봉쇄할 것을 당국에 지시했다. 이는 베네수엘라 정부의 최대 자금줄 차단을 통해 마두로 대통령 퇴출을 가속하려는 전략으로 관측되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 역시 "우리 정부를 위협해 석유를 훔치려는 수작"이라며 반발하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을 카리브해 일대에 증강 배치해 군사적 위협도 연일 고조시키는 가운데 옛 소련제 구식 무기를 민병대 손에 들려주면서까지 항전 태세를 앞세우는 베네수엘라 군은 미국 '위협'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재차 피력했다. 베네수엘라 관영 언론(Agencia Venezuela News)에서 인스타그램에 게시한 동영상을 보면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로페스 베네수엘라 국방부 장관은 전날 열린 한 행사에서 "미국 정부의 저속하고 오만한 협박에 우리는 겁먹지 않는다"라면서 "그들의 자백을 통해 드러난 석유 침탈 야욕을 막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남미 좌파 대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말의 힘은 총의 힘을 능가할 수 있다"면서 미국과 베네수엘라 정상 간 대화를 촉구했다. 역내 또 다른 대표적 좌파 정상인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도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베네수엘라에서의 유혈 사태를 막기 위해 유엔이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멕시코 정상은 "(베네수엘라 상황에 대해) 지금까지 유엔은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면서 "유엔은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모색한다는 원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때마침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마두로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유엔 회원국들이 국제법, 특히 유엔 헌장을 존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지역 안정을 위한 긴장 완화 필요성을 재확인했다"고 유엔 대변인이 전했다. 베네수엘라 외교부 역시 별도 성명을 통해 " 마두로 대통령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세가 평화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재림
2025.12.17. 12:25
[뉴욕유가] 美 베네수 유조선 봉쇄령에 5일만에 상승…WTI, 1.2%↑ '4년10개월래 최저치' 탈출…美 휘발유 재고 연속 증가에 오름폭 축소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연합인포맥스 기자 = 뉴욕 유가는 5거래일 만에 처음으로 상승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정부를 겨냥해 '유조선 봉쇄령'을 내리자 공급 측면의 불확실성이 부상했다. 17일(미국 동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 대비 0.67달러(1.21%) 상승한 배럴당 55.9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0일 이후 처음으로 올랐다. WTI는 전날 최근 월물 종가 기준으로 지난 2021년 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다. 한때 배럴당 55달러 선을 소폭 밑돌기도 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오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을 '외국 테러 단체'(FTO)로 지정하고 제재 대상 유조선의 출입을 전면 봉쇄한다고 밝혔다. 미군이 베네수엘라 인근 카리브해에서 군사력 시위를 하며 마약 운반 추정 선박을 격침하고, 유조선을 나포한 데 이어 베네수엘라에 대한 압박 수위를 한층 높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는 남미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함대에 완전히 포위돼있다. 그 규모는 더 커질 것이며 그들이 받게 될 충격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수준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PVM 에너지는 보고서에서 "전 세계가 (원유) 공급을 얼마나 잃게 될지에 대한 계산 오차범위는 매우 클 수밖에 없다"면서 "바다를 통해 공급되지 못하게 될 것으로 추정되는 원유 물량이 제로에서 하루 100만배럴까지로 걸쳐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WTI는 이날 2.7% 가까이 급등하기도 했으나 미국의 휘발유 재고가 증가세를 이어갔다는 소식에 상승폭이 줄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 12일로 끝난 주간의 미국 원유 재고는 전주 대비 127만4천배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2주 연속 감소한 것으로, 110만배럴 정도 감소를 점친 시장 예상보다 소폭 더 축소됐다. 지난주 휘발유 재고는 480만8천배럴 증가하며 5주 연속 불어났다. 전문가들은 210만배럴가량 늘었을 것으로 예상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국제뉴스공용1
2025.12.17. 12:25
'주한미군 일방감축 견제' 美국방수권법안 상·하원 모두 통과(종합) 트럼프 서명하면 발효…'주한미군 감축 제약' 조문 5년만에 재등장 유럽의 미군 감축도 제한…공해상 선박 공격영상 의회 공개 의무화 (워싱턴=연합뉴스) 박성민 특파원 = 미국 행정부가 주한미군 규모를 일방적으로 줄이지 못하도록 견제하는 내용을 담은 미국의 내년도 국방수권법안(NDAA)이 17일(현지시간) 연방 의회를 통과했다. 상원은 이날 본회의를 열어 NDAA를 표결에 부친 결과 찬성 77표, 반대 20표로 가결했다. 지난 10일 연방 하원을 통과한 이 법안은 이날 상원 문턱까지 넘으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을 거치면 발효된다. 내년도 NDAA에는 법안을 통해 승인되는 예산을 한국에 배치된 미군 병력을 현 수준인 2만8천500명 미만으로 감축하는 데 사용할 수 없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또 한미연합사령부의 전시작전통제권을 미군에서 한국군이 지휘하는 사령부로 이양하는 것을 양측이 합의한 계획에서 벗어나는 방식으로 완료하는 데 예산을 쓸 수 없다는 내용도 담겼다. 다만, 미국의 국가안보 이익에 부합하거나 한국과 일본 및 유엔군 사령부에 군사적으로 기여한 국가를 포함한 동맹들과 적절히 협의했다는 점을 확인한 내용을 소관 상임위원회에 제출하면 60일 후 금지를 해제한다는 단서가 법안에 포함됐다. NDAA는 의회가 매년 국방부(전쟁부)의 정책과 예산을 심의하는 연례 법안으로, 이처럼 국방부 예산을 주한미군 감축에 사용하는 데 제약을 두는 조항은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사라졌다가 트럼프 집권 2기 들어 5년 만에 다시 나온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 의회를 통과한 NDAA는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한국에 배치된 약 2만8천500명의 미군 병력을 유지한다'는 내용은 담고 있었지만 예산 사용과 연계하는 내용은 빠졌다. 이번 NDAA에는 주한미군뿐 아니라 유럽에 주둔한 미군을 일방적으로 감축하는 것에도 제한을 뒀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 법안에는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이 유럽에 상주하거나 배치된 병력을 7만6천명 미만으로 45일 이상 감축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국방부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과 협의하고 감축이 미국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의회에 입증하는 경우는 예외로 한다. 아울러 NDAA는 동맹국의 국방자금 지원을 비판해 온 극우성향 공화당원의 반대를 넘어서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8억 달러 규모의 추가 군사원조와 이스라엘, 대만, 이라크 등 동맹국 또는 전략적 협력 파트너에 대한 수백만 달러 규모의 추가 지원을 승인했다고 NYT는 전했다. 특히 베네수엘라 인근 공해에서 마약 운반선으로 의심되는 선박에 대한 미군의 대대적인 공격이 강행되는 가운데 지난 9월 2일, 한 선박에 대한 2차 공격으로 생존자를 살해하면서 '전쟁범죄' 논란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 공격에 대한 구체적 명령과 편집되지 않은 공격 영상을 의회에 공개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를 준수하지 않으면 헤그세스 장관의 출장 예산 25%를 삭감하도록 규정했다. 이번 NDAA에 반영된 2026 회계연도 국방 예산은 9천10억 달러(약 1천330조원)로, 애초 정부의 요청안보다 80억 달러 늘어났다. 법안에는 신형 잠수함, 전투기, 드론 기술 등 국방 분야 지출에 대한 의회의 초당적 지지가 반영돼 있다. '군인 급여 3.8% 인상'도 포함됐다. 이번 NDAA는 특히 1991년 걸프전과 2002년 이라크전 당시 대통령에게 사실상 전쟁선포권을 부여하는 기능을 했던 무력사용권(AUMF)을 폐지했다. 무력사용권은 미국에 대한 적국발 공격이 임박한 것으로 판단될 때 미국 대통령이 의회 동의를 생략한 채 전쟁을 할 수 있도록 한 권한을 말한다. 이밖에 NDAA에는 시리아에 대한 제재 종료,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프로그램 금지, 기후 관련 프로그램 예산 삭감 등이 포함됐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박성민
2025.12.17. 12:25
'라이너 감독 부부 살해' 아들 법원 출두…유무죄 언급 안해 기소인부절차 연기…변호사 "참혹한 비극, 성급한 판단은 자제를"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할리우드에서 사랑받던 영화감독 롭 라이너 부부를 살해한 용의자로 아들 닉 라이너(32)가 지목돼 미국 사회에 충격을 준 가운데, 그가 사건 이후 처음으로 17일(현지시간) 법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A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1급 살인 혐의 2건으로 기소된 닉은 이날 오전 로스앤젤레스(LA) 법원에 출두했다. 손목에 수갑을 차고 자살 방지용 교도소 가운을 입은 그는 유죄 여부에 대해 진술하지 않았다. 변호인의 요청으로 기소 인부 절차는 내년 1월 7일로 연기됐다. 닉은 이 날짜에 동의하며 "네, 재판장님"이라고만 답했다. 이날 심리가 끝난 뒤 취재진에 둘러싸인 변호사 앨런 잭슨은 이 사건을 "라이너 가족에게 닥친 참혹한 비극"이라고 표현하면서도 닉에 대한 사법 절차가 "성급한 판단이나 결론 도출 없이 진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LA 카운티 지방검사장 네이선 호크먼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라이너 감독 부부에 대해 "이들을 잃은 것은 비극 그 이상이며, 우리는 살인범을 반드시 법의 심판대에 세우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호크먼 검사장은 닉에 대해 사형 구형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가석방 가능성 없는 종신형 또는 사형에 처할 수 있지만, 캘리포니아주에서는 2006년 이후로 사형이 집행된 사례가 없다. 닉은 지난 14일 이른 아침 LA 고급 주택가인 브렌트우드 지역의 자택에서 부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당일 오후 범행 현장으로부터 약 22.5km 떨어진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인근 공원에서 체포됐다. 미국 매체들에 따르면 닉은 사건 전날인 13일 밤 부모와 함께, 유명 코미디언이자 TV쇼 진행자인 코넌 오브라이언의 집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파티에 참석했으며, 당시 거친 언행으로 부모와 심한 다툼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닉은 헤로인 등 마약 중독으로 15세 때부터 재활센터를 드나들었으며 22세 때인 2015년에는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영화 '찰리'(Being Charlie)의 각본을 집필해 부친인 라이너 감독의 연출로 함께 개봉하기도 했다. 닉은 2016년 한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이 성장기 동안 아버지와 "유대감을 많이 형성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라이너 감독은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스탠 바이 미', '미저리', '어 퓨 굿맨', '대통령의 연인' 등 다수의 흥행작을 만든 명감독이다. 그는 열성적인 민주당 지지자로 민주당 인사들을 위한 모금행사를 자주 열기도 했다. 빌리 크리스털, 앨버트 브룩스, 마틴 쇼트, 래리 데이비드 등 라이너 감독 부부와 가장 가까웠던 몇몇 배우들은 전날 밤 발표한 성명에서 "그들은 역동적이고 이타적이며 영감을 주는 존재였다"며 "우리는 영원히 그들을 그리워할 것"이라고 추모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임미나
2025.12.17. 12:25
아마존, AI모델-칩 조직 통합…AI 유통사 넘어 개발사 변신 포석 재시 CEO "변곡점 왔다"…통합조직 수장엔 클라우드 인프라 총괄한 드산티스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권영전 특파원 = 세계 최대 클라우드 기업 아마존이 인공지능(AI) 모델 개발 조직과 자체 AI 칩 개발 조직 통합에 나섰다. 앤디 재시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17일(현지시간) 공개된 사내 공지를 통해 범용인공지능(AGI) 팀을 칩 개발 팀과 통합한다고 밝혔다. 아마존의 AGI 팀은 자체 대형언어모델(LLM) '노바'를, 칩 개발팀은 '트레이니엄'을 포함한 자체 AI칩을 각각 개발해왔다. 이들 팀의 통합은 아마존이 그간 따로 진행해온 '노바'와 '트레이니엄' 간 최적화에 나서 기업 고객용 AI 모델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위한 준비 과정으로 풀이된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통합을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함으로써 기업 고객에 매력적인 AI 인프라를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통합 팀의 수장도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마존웹서비스(AWS)에서 인프라 부문을 총괄해온 피터 드산티스 부사장이 맡았다. 그는 재시 CEO에게 직접 보고하게 된다. 아마존이 AWS에서 오픈AI와 앤트로픽 등의 AI 모델을 제공하기만 하는 유통사를 넘어 자신들이 직접 만든 '자체상표(PB)' AI 모델을 공급하는 개발사로 변신을 꾀하는 셈이다. 재시 CEO는 "아마존은 사업이 성장하고 탄력을 받으면 장기적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위치가 어디인지를 살펴본다"며 "나는 우리가 개발한 일부 신기술이 이와 같은 변곡점에 와 있다고 믿는다"고 이번 조직 개편의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노바2 모델이 갓 출시되고 우리의 맞춤형 반도체가 급성장을 보이는 지금 모델·칩·클라우드·인프라에 걸친 최적화가 이점을 가져다줄 것"이라며 "피터가 이 분야에 에너지와 리더십을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AI 모델의 무게 중심이 연구·개발에서 실제 사업 적용으로 옮겨감에 따라 기존에 AGI 팀을 이끌며 '노바' 개발을 주도했던 AI 과학자 로히트 프라사드 부사장은 연말 회사를 떠나게 됐다. 대신 로봇공학자이자 AI 연구자인 피터 아벨이 AGI 팀 내 프론티어 모델 연구팀을 맡는다. 한편, 드산티스 부사장이 총괄하는 조직에는 양자컴퓨팅 팀도 포함됐다. 이는 아마존이 현재의 컴퓨팅 능력의 한계를 뛰어넘는 차세대 연산 능력에 관한 연구를 통해 장기적인 AGI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아마존은 오픈AI에도 100억 달러(약 15조원) 이상을 투자하는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이 전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바 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권영전
2025.12.17. 12:25
EU 탄소국경세, 세탁기·자동차 부품 등으로 확대 내년 1월 전면시행 CBAM 개정안 공개…유럽 산업계 "환영" (브뤼셀=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내년 1월부터 전면 시행하는 이른바 '탄소국경세'가 세탁기와 자동차 부품 등으로 확대된다. EU는 철강과 알루미늄을 가공해 제조되는 수십 종 제품에도 환경 부담금을 확대 적용하는 내용을 담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개정 방안을 17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세계 최초의 탄소 국경세인 CBAM은 EU로 수입되는 철강, 알루미늄, 비료 등 7개 부문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배출량 추정치를 계산해 일종의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엄격한 배출 규제를 받는 유럽 산업계가 공정한 여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탄소집약 제품을 생산하는 제3국 기업을 겨냥한 것이다. EU는 이번 개정안에서 건설 자재, 기계류를 포함해 철강, 알루미늄 사용 비중이 높은 하류제품 180종으로 과세 범위를 넓히는 방안을 제안했다. 적용받는 대부분 제품은 배선, 실린더 등 산업용이지만 세탁기 등 일부 가전 제품도 포함됐다. 유럽 기업과 산업 단체들로 이뤄진 'CBAM 사업체 연합'은 EU의 이번 개정안은 유럽의 엄격한 기후 정책을 피하기 위해 제조업체들이 해외로 이전하는 데 따른 '탄소 누출' 위험이 가장 큰 제품들을 겨눈 것이라며 반겼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EU는 이번 개정안에서 외국 기업들이 과세 회피 차원에서 배출량을 축소 신고하면 강력히 단속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EU는 적발되는 기업이 속한 나라의 제품에 기본 탄소배출량을 적용할 방침으로, 이 경우 CBAM 부담금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U는 그동안 과도기 2년을 거쳐 내년부터 시행되는 이 제도가 EU에 연간 14억 유로(약 2조4천300억원)의 수입을 안겨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U는 아울러 향후 2년간 발생할 수익 25%를 별도 기금으로 조성해 해당 제품을 생산하는 EU 제조업 지원에 사용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현윤경
2025.12.17. 11:25
"오라클, 14조원대 '오픈AI 전용' 데이터센터 투자유치 난항" 블루아울, 수익성 악화로 투자협상 결렬…오라클 "다른 파트너와 협상 중"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권영전 특파원 =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이 오픈AI를 위해 건설 중인 100억 달러(약 14조7천억 달러) 규모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투자 유치에 빨간불이 켜졌다. 오라클의 투자 파트너인 블루아울 캐피털은 미시간주 설린 타운십에 건설 중인 1GW(기가와트)급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투자하지 않을 전망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소식통을 인용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루아울은 그동안 텍사스, 뉴멕시코주 등에서 오라클이 추진한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의 주요 후원자이자 자금줄 역할을 해온 회사다. 주로 특수목적법인(SPV)을 설립해 데이터센터를 소유한 다음, 오라클에 이를 임대하는 형식으로 투자해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오라클의 부채가 늘고 AI 인프라 지출이 급증하는 상황에 대한 우려로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루아울이 이같이 결정한 것은 대출 기관들이 오라클의 재무 상황을 문제 삼아 금리 등에 더 불리한 조건을 요구하면서 수익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기준 오라클의 부채는 1천50억 달러(약 155조원)로 1년 전의 780억 달러에서 약 34.6% 늘었다. 모건 스탠리는 오라클의 부채가 2028년까지 2천900억 달러까지 불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또 오라클이 지불해야 하는 임대차 계약 규모는 지난달 말 기준 2천480억 달러로, 불과 3개월 전의 1천억 달러에서 2.5배로 치솟았다. 오라클은 이와 관련해 "개발 파트너인 릴레이티드디지털이 최상의 금융 파트너를 선정했으며 이번에는 그 대상이 블루아울이 아니었을 뿐"이라며 "최종 협상은 예정대로 계획에 따라 진행 중"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소식통은 오라클이 블랙스톤 등 다른 잠재적 금융 파트너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나 아직 계약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오라클의 주가는 장 중 한때 전일 종가 대비 6% 이상 급락한 177달러대까지 떨어졌다가 일부 하락 폭을 만회해 미 동부 시간 오후 1시 기준 180달러 안팎에서 등락하고 있다. 앞서 지난 12일에는 블룸버그 통신이 오라클의 데이터센터가 인력·자재 부족으로 지연되고 있다고 보도했으나, 오라클이 이를 부인한 바 있다. 한편, 미시간 데이터센터 구축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으면 오픈AI에도 리스크가 될 전망이다. 구글 등과 치열한 AI 모델 경쟁을 벌이고 있는 오픈AI는 차세대 모델 학습을 위해 막대한 컴퓨팅 자원이 필요한 만큼, 프로젝트가 지연되면 AI 경쟁력 확보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권영전
2025.12.17. 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