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동맹국을 대상으로 전대미문의 도발을 감행했다. 베네수엘라의 강권 통치자 니콜라스 마두로를 생포하고, 나토(NATO) 동맹국인 덴마크로부터 그린란드를 가져오겠다며 군사 옵션까지 고려할 수 있음을 암시했다. 미국 내에서는 미네소타에서 평화시위를 벌이던 시민 2명이 이민세관집행국(ICE) 요원에게 살해당했다. ICE는 또 이탈리아 동계 올림픽을 감시하겠다며 요원들을 파견했다. 유럽의 반(反)트럼프 시위는 미네소타 시위만큼이나 격렬했다. 미국 없는 안보 논의 촉발됐지만 독자적인 방위 체제 구축엔 한계 동맹은 트럼프 이후에도 지속 미국의 유럽 동맹국들의 분노는 임계치까지 치솟았다. 다보스 포럼에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강대국의 괴롭힘을 비판하며 기립 박수를 받았다. 그는 은연중에 트럼프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동일시하며 캐나다와 같은 중견국들이 결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명의 바이든 행정부 출신 국가안보 전문가도 포린 어페어즈 1월호에서 비슷한 언급을 했는데, 앞으로 상황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동맹국들은 이제 미국을 제외한 ‘안보 플랜 B’를 찾아 나서야 한다고 강변했다. 트럼프 때문에 미국 주도의 동맹이 여전히 유효한가에 대한 논쟁이 촉발된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중견국들이 미국을 배제하고 자구책을 마련하기 위해 결속한다는 이야기는 환상에 가깝다. 실제 카니 총리나 포린 어페어즈 기고자들 모두 실행 방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어떤 종류의 플랜 B도 그럴만한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먼저 트럼프의 광기 어린 발언과 SNS 게시물에 기반해 장기 전략을 수립할 수 없다. 그린란드를 둘러싼 소동 직후 주식시장과 공화당 의원들의 반발이 나오자 트럼프는 바로 물러섰다. 트레이드 마크인 ‘충격과 공포’ 정치를 멈출 가능성은 낮지만 유사 사건이 반복될수록 여론과 정치권의 반응도 더욱 악화될 것이다. 미국 정치는 미국과 동맹과의 연대를 침식하는 외교정책을 장기적으로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둘째, 미국의 여론은 동맹국 편이지, 동맹을 공격하는 트럼프의 편이 아니다. 한국, NATO, 일본, 호주와의 동맹에 대한 지지율은 트럼프 행보에도 불구하고, 혹은 그 덕분에 여전히 높게 유지되고 있다. 트럼프가 캐나다 병합을 위협했을 때 미국인의 85%는 캐나다를 좋아한다고 답했고, 이 수치는 트럼프 지지율보다 두 배 이상 높다. 물론 미국인들은 동맹국들이 방위를 위해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지만 동맹국을 괴롭히는 것에 찬성하지는 않는다. 셋째, 비용과 리스크 때문이다. 카니 총리는 기립 박수를 받았지만, 현실을 보면 캐나다의 1인당 국방예산은 미국에 비해 너무 낮다. 미국 없이 캐나다 수호가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NATO 사무총장이 경고했듯이 유럽 역시 미국의 도움 없이는 스스로를 방어할 수 없다. 물론 유럽과 캐나다가 국방비를 증액하고 있지만 독자적인 군사 행동이 가능한 수준에 미치려면 한참 멀었다. 결국 복지를 희생해야 하는데 과연 국민이 이를 지지할지 의문이다. 마지막으로 기존 동맹 네트워크가 이미 잘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미군은 그 어느 때보다 동맹국들과 통합돼 있고 서로에 대한 의존성이 매우 높다. 호주의 오커스(AUKUS), 일본 군 지휘 통제 체계의 현대화, 한미연합사령부의 강력한 연합은 동맹국 군대들이 자율성을 추구하기보다는 오히려 미국과의 상호운용성 강화에 나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의 동맹국은 자국 내 국방 혁신을 통해 역량 강화를 원하지만, 미국으로부터의 독립보다는 미국과의 집단 방위체제가 훨씬 저렴하고 효과적인 선택지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아무리 미국이 까다로운 상대라고 해도 결코 개별적으로 중국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동맹국들엔 트럼프의 변덕을 관리하는 것이 미국 없는 새로운 안보체제를 구축하는 것보다 나은 대안이다. 국방비 증액, 국방 생산 및 혁신의 현지화, 동맹국 간 연계 강화와 같은 헤징은 설령 트럼프가 아니더라도 미국 동맹 체제에 유익하다. 그러나 이런 노력은 ‘플랜 B’가 아니라 ‘강화된 플랜 A’일 뿐이다. 트럼프가 동맹 체제에 해를 끼치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동맹 체제는 트럼프 이후에도 지속될 것이다. 동맹은 미국 안보에 있어 필수 요소이며 미국민도 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클 그린 호주 시드니대 미국학센터 소장·미국 CSIS 키신저 석좌
2026.02.04. 8:14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부정선거론을 내세우며 연방 정부가 선거 관리를 하겠다는 뜻을 공식화했다. 미국 헌법은 선거 관리의 주체를 주(州)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하원을 통과한 예산안에 서명한 뒤 “2020년 대선이 조작됐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며 부정선거 주장을 재차 꺼내들었다. 이어 “연방정부가 (선거 관리를) 왜 직접 하지 않는지 모르겠지만, 주 정부는 연방 정부의 대리인”이라며 “그런데 일부 주들이 선거를 얼마나 엉망으로 운영하는지 보면 정말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전날 보수 팟캐스트 방송에서 “미국의 선거를 ‘국가화(nationalize)’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이은 것으로, ‘국가화’란 선거를 연방정부가 관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기자들이 ‘주가 선거를 관리한다고 헌법에 명시돼 있다’고 지적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주)이 관리할 수 있지만, 정직하게 해야 한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그러자 공화당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존 튠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연방의 선거 개입을 막기 위해 선거 관리의 주체를 각 주 정부로 분산한 것이라며 “1개의 선거 시스템을 해킹하는 것보다 50개의 시스템을 해킹하는 게 더 어렵다”고 지적했다. 위헌 논란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주장을 한 것은 11월 중간선거 때문으로 보인다. 선거에서 패할 시 ‘부정’으로 몰아 레임덕을 막기 위해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미성년 성착취범’ 제프리 엡스타인과의 연관성을 거듭 부인했다. 그는 이날 “나는 더러움이 들끓는 엡스타인의 섬에 가본 적이 없다”며 “음모”라고 말했다. 법무부 엡스타인 수사 자료가 공개됐음에도 본인이 연루된 증거가 나오지 않은 데 대한 자신감이다. 강태화.하수영([email protected])
2026.02.04. 8:12
퇴직자들이 IRP(개인형퇴직연금)로 돈을 옮겨 놓고 어떻게 해야 꾸준히 월급 같은 소득을 받을 수 있을지 많이 물어본다. 간단한 질문 같지만 고령사회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인구가 증가하는 시기는 자산 축적이 관심이었다면 고령사회가 되면 축적된 자산에서 소득을 만드는(from asset to income) 것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기 때문이다. 젊을 때 보험료를 내고 퇴직 후에 종신토록 연금을 받는 국민연금은 자산을 축적하고 거기서 안정적인 소득을 만들어내는 대표적인 제도이다. 문제는 국민연금 이외에 안전한 은퇴 소득을 만들만한 자산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원금 분할상환 되는 은퇴채권 연금처럼 균등한 현금 흐름 줘 물가연동까지 되면 금상첨화 소득이 나오는 자산은 예금, 국·공채, 실적배당 상품 등이 있다. 그런데 예금은 만기가 1년으로 짧아 긴 현금흐름을 만드는 데 맞지 않다. 최근에 자본시장이 호황을 보이면서 배당주, 리츠(REITs), 월배당 커버드콜 ETF 등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자산 가격이 크게 하락할 수 있다. 안전한 소득을 장기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금융상품은 국채와 보험사가 제공하는 연금이 있다. 국채는 5년 만기 이상이 국채 발행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만기가 길어(50년 만기도 있다) 오랜 기간 안정적인 소득을 줄 수 있다. 하지만 국채가 은퇴 소득을 만드는 데 가장 큰 단점은 현금흐름이 균등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10년 만기에 금리가 3%인 국채가 1억원 있다고 하자. 1년에 300만원 이자를 받으니 6개월이면 150만원(월 25만원)이다. 이 국채는 6개월마다 이자를 150만원씩 20번 지급한다. 다만 10년 만기 시점에서는 1억원 원금이 상환되므로 현금이 1억150만원 들어온다. 정리하면, 6개월마다 150만원을 19번 받다가 20번째 1억150만원을 받는다. 극단적으로 평탄하지 않은 현금 흐름이다. 이러다 보니 월 100만원의 현금흐름을 만들려면 4억원의 국채가 있어야 한다. 게다가 10년 뒤에 돈이 왕창 만기 상환된다. 보통사람들에게 적합하지 않은 노후 소득 자산이다. 현금 흐름을 평탄하게 하는 방법은 있다. 10년 만기 국채를 한꺼번에 4억원 사지 않고 ‘10년 만기 4000만원, 9년 만기 4000만원…1년 만기 4000만원’으로 만기가 다르게 나누어 사는 방식이다. 이러면 매년 4000만원의 원금이 상환되어 비교적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만들어진다. 매월 사면 더 평탄한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개인이 만기를 꼼꼼하게 나누어 사기 어려우며, 만기에 따라 금리도 모두 다르니 곤혹스럽다. 만기는 같지만 매입 시점을 달리할 수 있다. 은퇴를 10년 이상 앞둔 사람이라면 10년 만기의 국채를 매년(혹은 매월) 매입하여 퇴직 후부터 매년(매월) 채권 만기가 돌아오게 하면 된다. 이것 역시 실행하기 까다롭다. 당장 받게 되는 이자를 퇴직 전에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만만치 않다. 한 가지 간편한 방법은 채권 발행자가 은퇴채권을 발행하는 것이다. 발행자가 원금을 만기에 일시 상환하지 않고 분할해서 상환해준다. 4억원을 대략 매년 4000만원씩 10년 분할해서 상환하는 식이다. 발행자는 불편하지만 투자자는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얻을 수 있다. 이는 주택담보대출의 일반적인 형태인 원리금균등상환 방식이다. 은퇴채권은 은퇴 소득뿐만 아니라 생애에 걸쳐 자산 축적과 인출의 과정을 모두 포괄할 수도 있다. 퇴직 전까지는 이자를 복리로 재투자해서 자산을 축적하고 퇴직 후에는 원리금을 분할해서 상환받으면 된다. 예를 들면, 55세에 3% 이자의 국채를 1억원 사서 10년 동안 복리로 두면 1억3400만원이 되는데 10년 후 퇴직할 때 이를 원리금분할상환으로 연금처럼 수령하는 것이다. 전자(10년까지)는 복리채이고 후자(10년 이후)는 원금분할상환채권으로, 둘이 결합된 구조이다. 거액을 발행하는 채권 시장에서 개인들의 수요에 맞춰 소매 채권을 발행하려면 비용이 들 수 있다. 하지만 고령화로 재정적자가 증가하는 시대에 국채 수요 기반을 만들 수 있고 은퇴자들에게 안정적인 은퇴소득 수단을 제공해주는 장점이 있다. 은퇴채권에 물가연동까지 되면 노후의 안정적인 구매력을 확보하는 데 금상첨화(錦上添花)이다. 김경록 옵투스자산운용 고문
2026.02.04. 8:12
지난 2일(현지시간) 예루살렘에서 하시딕(유대교 경건주의 운동) 소속 유대인 남성들이 유대 명절 ‘투 비슈밧(Tu Bishvat)’을 축하하기 위해 모여 있다. 투 비슈밧은 ‘나무의 새해’라는 의미로 나무를 심고 과일을 나누는 방식으로 기념한다. [로이터=연합뉴스]
2026.02.04. 8:10
간만에 한 달째 박스오피스 1위인 로맨스 영화가 나왔다. ‘만약에 우리’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이 사랑 통역되나요?’는 글로벌 무대를 달구고 있다. 한쪽은 가난한 청춘의 현실 로맨스, 다른 한쪽은 그림 같은 화면에 최강 비주얼 커플이 눈 호강시켜주는 로맨틱 코미디로 결이 다르지만, 공통점은 있다. K컬처를 이끄는 K로맨스의 힘이다. (이하 스포 있음) #현실 공감 로맨스의 저력 ‘만약에 우리’ 충무로에는 ‘로맨스물은 잘 안 된다’는 불문율이 있다. 송중기·박보영의 순수미가 절정인 ‘늑대소년’(2012)이 706만 명으로 역대 로맨스 흥행 1위이고 김아중의 뚱녀 변신 ‘미녀는 괴로워’(2006) 608만, 국민 첫사랑 수지의 ‘건축학 개론’(2012) 411만 등의 기록이 있지만, 모두 한국영화가 한창 흥했을 때 얘기다. 충무로 흥행공식이 한 작품 안에 코믹·액션·감동 등을 버무리는 쪽으로 바뀌면서 로맨스물은 흥행 타율이 낮은 마이너 장르가 됐다. 극장가 불황이 깊어진 2020년대 로맨스물로 200만을 넘긴 것은 3일 현재 234만 명을 모은 ‘만약에 우리’, 코믹 터치가 강한 ‘30일’(216만·2023) 두 편이다. ‘아바타’ 밀어낸 ‘만약에 우리’ 연애조차 사치인 현실 일깨워 넷플릭스 흥행작 ‘이 사랑…’ 비주얼의 매력으로 낭만 극대화 2018년 개봉된 중국 영화 리메이크작인 ‘만약에 우리’가 애초 별다른 주목을 끌지 못한 것은 당연한 얘기였다. 그러나 함께 개봉한 ‘아바타:불과 재’를 밀어내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더니 4주째 정상을 지키며 장기 흥행 중이다. 작은 영화라 손익분기점도 일찌감치 넘어섰다. 영화는 10년 만에 재회한 남녀가 하룻밤 사이 과거를 돌아보는 얘기다. 평범한 스토리에 담담한 TV 단막극 같은 평작임에도 관객을 모으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그 평범함과 현실 밀착 일상성 때문이다. 영화는 달달하거나 절절한 로맨스를 대리 체험하게 하는 대신 취업난·가난 등 연애마저 사치스럽게 느껴지는 고달픈 청춘의 현실을 일깨운다(리얼리즘 영화의 무게와도 거리를 둔다). 불안한 미래 때문에 서로에게 화풀이를 한 것이 마지막이었던 남녀는 10년 만의 재회에서 비로소 “안녕”이라고 작별 인사를 한다. 구교환의 아버지가 남긴 편지를 읽는 대목이 ‘눈물 버튼’이란 평이 많다. 배우 출신으로 ‘82년생 김지영’을 연출했던 50대 중반 여성 감독 김도영이 안타를 쳤다. 문가영이 연기파 구교환에 밀리지 않으며 호연한 것도 인상적이다. 굳이 극장에서 봐야 할 이유를 찾기 힘들다는 관람평이 많음에도 선전 중이니, 극장가 흥행 공식이 종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흔들리고 있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웰메이드 K로맨스의 매혹 ‘이 사랑…’ 최근 K로맨스 중 넷플릭스 글로벌에서 가장 흥행한 작품이다. 지난달 공개 2주차에 넷플릭스 비영어 TV 부문 1위에 올랐고 15개국에서 1위, 60개국에서 톱 10에 진입했다. 넷플릭스 통합(영어권 포함) 순위에서도 최고 3위, 3일 현재 6위로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3일 넷플릭스 국내 순위는 3위인데 인도네시아·대만·베트남에서는 1위고, 3위 안에 든 나라가 총 11개국이라 국내보다 해외 성적이 더 좋은 편이다. 넷플릭스에서 K드라마는 ‘오징어게임’(2021)의 성공 이후 ‘지금 우리 학교는’ ‘마이 네임’ 등 오리지널 액션·장르물이 인기를 견인하다가 최근에는 로맨스물이 크게 약진하는 모양새다. 2024년 ‘눈물의 여왕’(tvN)이 6억8000만 시청시간으로 K로맨스 1위를 찍으며 기염을 토했다. 시청 지역도 아시아·중동·남미 외에 영어권 국가로 확대되고 있다. 로맨스물은 반복·장기 관람이 많고, 드라마의 사회적 맥락에 대한 별다른 이해가 필요 없는 장르라 시청 허들이 낮은 편이다. 한류의 원조인 ‘겨울연가’부터 로맨틱 판타지를 최고도로 직조해내는 K로맨스는 시대 변화에 맞춰 전복적인 성 역할을 반영하며 변신해왔다. 이 드라마에서도 여주인공이 플러팅을 일삼고, 기습 키스를 먼저 하는 것도 여성이다. 드라마는 남모를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여배우가 여러 외국어에 능하지만 사랑의 언어에는 서툰 통역사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통역’을 사랑의 소통을 상징하는 장치로 활용하고, 통통 튀는 대사와 심리적 티키타카에 능한 홍자매의 대본, ‘붉은 단심’으로 영상미를 보여준 유영은 연출의 결합이 시너지를 냈다. 캐나다·이탈리아·일본의 아름다운 배경에 ‘역대급 비주얼 케미’란 평을 받은 김선호·고윤정의 연기 합이 더해져 보는 눈부터 만족스런 드라마다. 특히 고윤정의 사랑스러운 캐릭터 연기가 일품. 후반부 밀도가 느슨해지는 한계에도, 자극적인 서구 로맨스물과 달리 동화적인 분위기, 매혹적인 비주얼, 감정의 빌드업과 폭발, 설렘 포인트의 적절한 배치로 로맨틱 판타지를 극대화해 일종의 대리 연애로 소비되는 K로맨스의 강점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차무희(고윤정 분)가 어린 시절 트라우마로 이중인격(도라미)이 되는 설정도 호불호가 엇갈리는데, ‘너는 사랑받을 수 없는 아이’라고 낙인찍어버린 어머니가 부정적인 자기로 내재화돼 행복을 망치는 ‘내 안의 훼방꾼’이라는 설정은 충분히 흥미롭다. 차무희는 사랑을 원하지만 사랑을 믿지 못하고, 막상 사랑이 찾아오면 스스로 사랑을 깨버리는 회피형 인물이다. “절대로 사랑받을 수 없는 아이가 가장 안전하게 행복해지는 방법은 사랑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버리는 거야.” 도라미가 차무희에게 하는 말이다. 회피형 연애를 했거나 회피형 캐릭터인 사람들이라면 크게 공감할 대사다.
2026.02.04. 8:10
오는 8일 실시되는 일본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이 압승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가운데 ‘개헌 의석’ 확보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는 지원 유세에서도 ‘헌법 개정’을 화두로 적극 내세우고 있다. 4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2일 니가타(新潟)현 조에쓰(上越)시 지원연설에서 ‘헌법 개정’을 거론했다.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 때부터 자위대 헌법 명기를 주장해온 그는 개헌의 이유로 자위대 문제를 꺼내들었다. 다카이치 총리는 “그들(자위대)의 자부심을 지키고, 확실히 실력있는 조직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라도 당연한 헌법개정을 하게 해달라”고 유권자들에게 호소했다. 일본에서는 자위대가 사실상의 군대 역할을 하고 있지만, ‘평화주의 조항’으로 불리는 일본 헌법 제9조에서 ‘전쟁 포기’와 ‘전력 불(不)보유’를 규정하고 있어 자위대의 법적 위상이 애매한 상황이다. 따라서 자민당 등은 개헌을 통해 9조에 “(9조 규정은) 필요한 자위 조치를 취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추가해, 자위대의 존립 근거를 명확히 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헌법 개정이 ‘자위대 명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군대 보유와 교전권을 헌법적 권리로 만들어 군사 대국화로 향하는 길을 열 수 있다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절차에 있어서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헌법 개정을 위해선 중의원과 참의원(상원) 양원에서 전체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발의가 가능하다. 실제 개헌이 이뤄지기 위해선 이후 국민투표에서 국민 절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다카이치 총리가 ‘스승’으로 삼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역시 2차 집권 당시 자위대 명기 등의 개헌을 추진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현재 판세는 다카이치 총리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최근 아사히신문 조사(1월 31일~2월 1일)에선 자민당이 단독으로 중의원 전체 의석 465석 가운데 과반(233석)을 크게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연립여당인 일본유신회와 합치면 여당이 300석을 넘겨, 개헌 발의가 가능한 3분의2(310석)를 얻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개헌 의석’을 획득한다고 해서 당장 개헌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참의원에선 여전히 여소야대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뒤 정권 장악력을 높인 다카이치 총리가 60~70%에 달하는 높은 지지율을 배경으로 개헌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번 총선 후보들에 대한 조사에서 개헌에 찬성 입장을 내놓은 의원들이 다수인 것도 이런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이번 중의원 선거 후보자 55%가 개헌에 찬성해 반대(24%)를 훌쩍 뛰어넘었다. 여당만으로 한정해 보면 이 비율은 압도적이다. 찬성 의사를 밝힌 자민당 의원은 98%(다소 찬성을 포함), 일본유신회는 100%에 달했다. 야당에서도 국민민주당의 경우 91%가 찬성 의견을 내놨다. 김현예([email protected])
2026.02.04. 8:09
‘흠경각 옥루(玉漏)’라는 게 있다. 조선시대 자동 물시계 자격루의 발명가 장영실이 세종대왕만을 위해 만든 자동 물시계다. 겉모습만 보면 3m 높이의 아름다운 산이다. 꼭대기엔 해와 달의 움직임을 알려주는 혼천의가, 산의 사분면엔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이 담겨있다. 산 아래 평지엔 계절에 맞춰 모내기와 밭 가는 농부, 눈 내린 기와집 등이 미니어처로 돼 있다. 하지만 분명히 시계다. 네 명의 선녀 인형이 매시간 요령을 흔들고, 12지신상이 각자의 때에 맞춰 튀어나와 시간을 알린다. 대전 국립중앙과학관이 조선왕조실록 등 옛 문헌을 연구해 2019년 복원에 성공한 ‘작품’이다. 자격루처럼 4각 형태를 한 물시계는 중국에도 있지만, 아름다운 산 모양을 한 물시계는 세계에서 옥루 하나뿐이다. 물시계 옥루엔 천문학과 애민(愛民) 정신, 그리고 예술성까지 담았다. 영국의 세계적인 과학사학자 조지프 니덤(1900~1995)은 옥루를 당대 동아시아 기계시계 기술의 정점이며, 천문 시계와 자동인형 예술의 결합체라고 평가했다. 옥루는 지금 대전 국립중앙과학관 2층 한국과학기술사관에 있다. 바로 옆엔 2022년 10월 서울 고궁박물관에서 옮겨온 보루각 자격루(복원품)가 자리 잡고 있다. 자격루가 전시돼 있던 자리엔 지금 물항아리만 남은 진짜 ‘자격루’ 일부(국보)가 대신 들어섰다. 아쉬운 건, 니덤이 극찬한 옥루와 자격루를 수도 서울에서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고궁박물관엔 지난해 84만 명이 찾았고, 이 중 29%가 외국인 관광객이었다. 화려한 한복을 빌려 입고 경복궁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고궁박물관에도 몰려들고 있다. 반면 ‘국립중앙’ 이름을 단 대전 한국과학기술사관엔 한 달 평균 1만7000명이 찾는다. 외국인 관광객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러고 보니, 사실상 건물만 남아 텅 빈 우리 궁궐의 모습이 떠오른다. 임진왜란과 대화재, 일제강점기 수탈 등의 아픈 역사 탓이겠지만 검증된 복원품이 있는데도 진품이 아니라는 이유로 외면한 탓도 크겠다. 옥루가 들어섰던 흠경각은 경복궁 내 임금의 침전인 강녕전 바로 옆에 있었다. 임금이 직접 옥루의 작동을 살피고, 시간과 천문 현상을 보고받았다. 조선시대 국가 표준시계였던 자격루는 경복궁 경회루 남쪽 보루각에 있었다. 자랑스러운 국가문화 유산이라도 진품이 아니면,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아있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까. 워싱턴DC와 베이징의 한복판에 있는 그들의 과학관을 살펴볼 일이다. 최준호([email protected])
2026.02.04. 8:09
2024년 3월 11일자 ‘필향만리’에서 “능히 가까이서 취하여 비유할 수 있다면 그것이 곧 인(仁)을 행하는 방법이다”라는 뜻의 공자말씀 ‘능근취비(能近取比)’를 소개한 적이 있다. 인을 행하게 하는 효력을 가진 말은 형이상학적 전문 담론이 아니라, 가까이서 찾은 최적 비유의 쉬운 말이라는 뜻이다. 중국의 옛 책 중에는 황석공(黃石公)의 『소서(素書』, 편저자를 알 수 없는 『증광현문(增廣賢文)』, 홍자성(洪自誠)의 『채근담(菜根譚)』 등 ‘능근취비’의 효력을 가진 명언집 성격의 책이 많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에는 한때 추적(秋適)이 편간했다고 알려졌던 『명심보감』 외에 이런 부류의 책이 거의 없다. 엄격한 신분사회를 주도한 조선의 양반들은 지식을 독점한 채 성리학적 전문 담론에 몰두했을 뿐, ‘능근취비’의 명언집을 엮어 대중과 공유할 생각은 거의 하지 않은 것 같다. AI의 말을 듣느라 쫓기듯이 사는 이 시대야말로 ‘능근취비’의 쉽고 감동적인 사람의 말이 필요하다. 풍요와 과학의 힘이 인류를 복되게 했다지만, 만약 소크라테스·부처님·공자님·예수님 등의 귀한 말씀이 없었다면 인류는 진즉에 자멸했을지도 모른다. 말이 생명이다. AI 시대가 진화할수록 ‘능근취비’의 사람 말이 더욱 소중하게 다가온다. 지난주로 『논어』 말씀 연재를 마치고 금주부터는 매주 목요일에 더욱 평범한 ‘능근취비’의 명언을 모은 『증광현문』을 소재로 ‘필향만리’를 이어가고자 한다. 한 글자씩 한자를 익혀가며 읽다 보면, 삶의 지혜 터득뿐 아니라, 학생들의 어휘력과 문해력 향상에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독자 여러분의 애독을 바란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2026.02.04. 8:06
1980년 3월 26일, 명품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가 뉴욕타임스에 이례적인 광고를 실었다. 광고는 “귀금속인 은을 누군가 매점매석해 아기용 수저와 티스푼의 가격을 끌어올리는 해악을 저지르고 있다”고 비난했다. 월가 투자자들은 그 ‘누군가’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은을 쓸어담아 천문학적 수익을 올리고 있던 헌트 형제였다. 1974년 석유재벌 해럴드슨 헌트가 별세하자 막대한 유산을 상속한 삼 형제 중 두 아들이 은 매입에 나섰다. 이들은 1971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금본위제의 종료를 선언하자 달러 가치 폭락을 예측했다. 오일쇼크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물가가 두 자릿수로 상승하자 확신은 강해졌다. 화폐 가치 하락에 대한 대안으로 은을 선택했다. 1965년 정부가 은화 주조를 중단하자 은이 본격적으로 상품으로 거래되었다. 그전까지 미국 정부는 주조대상인 은 가격 상한선을 온스당 1.29 달러로 제한했다. 하지만 광학필름 등 산업재 수요가 급등해 내재가치가 공식가격을 뛰어넘었다. 은화를 녹여 실물로 보유하는 경우도 늘었다. 1974년 은 가격은 온스당 5달러를 넘어섰다. 전설적 투자자 워런 버핏도 1960년대 후반 은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펀더멘털을 보고 은을 사 모았다. 그는 몇 배의 이익을 거두었다. 헌트 형제는 가족 자본까지 끌어모아 약 1억 온스의 은을 매수했다. 전체 민간 보유 물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더불어 파생상품인 은 선물 계약까지 공격적으로 사들였다. 1980년까지 이들이 매입한 은 포지션 총액은 45억 달러에 달했다. 설상가상, 헌트 형제는 거래소 등에서 투자금을 차입해 과도한 레버리지를 일으켰다. 헌트 형제가 실제 투자한 돈은 10억 달러에 불과했다. 헌트 형제가 보유한 은 선물 매수 포지션은 뉴욕 상품거래소(COMEX) 전체의 69%에 이르렀다. 개인이 은 가격 방향을 통제할 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1980년 1월 은 가격은 마침내 온스당 48달러로 치솟았다. 수년 만에 몇 배가 부풀려졌다. 티파니의 뉴욕타임스 광고가 게재된 다음 날, 상품거래소는 새로운 은 선물 거래 규제를 발표했다. 이 규제를 통해 거래소는 은 매수 포지션의 청산만 허용하고 신규 매입을 금지했다. 선물 거래에 필요한 증거금 요건도 대폭 강화했다. 거래 제한 충격으로 은 가격은 온스당 11달러로 급락했다. 목요일의 폭락으로 은 시세의 절반이 하루 만에 사라졌다. 헌트 형제는 17억 달러의 손실을 보았다. 펀더멘털에 투자한 버핏은 큰 수익을 남겼지만, 가격 움직임에만 집중했던 헌트 형제는 몰락의 길을 걸었다. 오래된 사건이지만, 교훈은 새롭다. 김성재 미국 퍼먼대 경영학 교수·『관세 이야기』 저자
2026.02.04. 8:05
최근 ‘설탕세’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비만과 대사질환 증가 문제는 분명하지만, 접근 방식은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 설탕 섭취가 늘어난 배경과 식생활 구조에 대한 성찰 없이, 세금이라는 수단부터 앞세우는 방식은 오히려 문제를 복잡하게 만든다. 사실 설탕은 가정과 외식 현장에서 가장 간편하고 확실한 조미료다. 소량만으로도 맛을 쉽게 살릴 수 있고 실패할 가능성도 적다. 이런 편리함 때문에 과거보다 많은 설탕을 사용해 왔다. 문제는 이런 변화가 왜 일어났는지, 이를 어떻게 되돌릴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 없이 곧바로 세금으로 관리하겠다는 발상이다.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설탕세가 만능 해법은 아니다. 일부 국가는 설탕이 비만의 주범이라는 판단 아래 설탕세를 도입했지만, 오히려 비만 인구가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설탕 소비는 줄었을지 모르지만, 사람들은 값이 오른 설탕 대신 다른 고열량 식품으로 이동했을 뿐이었다. 문제의 본질은 단맛보다, 단맛에 길들여진 미각과 식습관 구조에 있었던 셈이다. 건강 문제를 세금으로 해결하려는 접근은 언제나 유혹적이다. 정책 효과를 수치로 설명하기 쉽고 세수 확보라는 실리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의 식생활과 미각은 숫자로만 조절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원인보다 결과를 관리하는 정책은 오래가기 어렵다. 미각은 적응의 산물로 오랫동안 달게 먹어온 사람에게 갑자기 덜 달게 먹으라고 요구하면, 몸은 저항하고 불만은 쌓이게 된다. 미각의 변화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교육과 경험, 반복된 노출을 통해 서서히 기준을 낮추어야 한다 핀란드의 경우 나트륨 섭취를 줄이기 위해 단기간의 규제에 의존하지 않았다. 수십 년에 걸쳐 교육, 미디어, 식품 표시, 공공 캠페인을 병행하며 국민의 미각이 점진적으로 적응하도록 유도했다.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과 일관성이었다. 설탕 문제도 마찬가지다. 단맛은 문화이고 습관이다. 이를 단번에 세금으로 억제하려는 정책은 반발과 부작용을 낳기 쉽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세금 논쟁에 앞서, 사회 전체가 단맛에 대해 다시 배우는 과정이다. 조리법을 바꾸고, 선택 환경을 개선하며, 우리들의 미각이 지나치게 단맛에 길들여지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 정책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의 문제다. 설탕세를 도입할 것인가를 묻기 전에, 건강한 식생활을 어떤 순서로 회복할 것인지부터 고민해야 한다. 미각은 기다림 속에서 바뀌고, 신뢰는 강요가 아니라 설득을 통해 쌓인다. 그 시간을 건너뛰는 정책은 좋은 의도와 달리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노봉수 서울여대 명예교수
2026.02.04. 8:02
스승과 제자 사이(師承)는 아니지만 나는 서울대학교 불문학과 박시인(朴時仁) 교수와의 인연을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젊은 시절에 대학출판부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신입생을 위한 고전 백선(百選)의 선정과 필자 섭외를 맡았다. 나는 먼저 박시인 교수의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을 넣고 원고 청탁을 위해 뚝섬 자택을 찾아뵈었다. 취지를 설명했더니 박 교수의 말씀인즉, “나라면 『플루타르코스 영웅전』보다 먼저 권할 책이 있소.” “그게 뭔가요?” “보에티우스의 『철학의 위안』과 토마스 아 켐피스의 『그리스도를 본받아』입니다.” 나는 당황했다. 내가 처음 들어 본 책이라는 것도 놀라웠지만, 박 교수가 기독교인인 줄 알았더니 그것도 아니었다. 학교에 돌아와 편집회의에서 그 안건을 보고했다가 한마디로 거절되었다. 보에티우스(480?~525)는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후손으로 학식과 덕망이 한 시대를 풍미했다. 그는 30대에 집정관과 원로원의원을 지냈고 뒷날 두 아들이 또한 집정관이 되었다. 그는 플라톤의 이상주의적 정의를 로마에 구현해보고 싶었던 마지막 철학자요, 시인이자, 정치가였다. 황제 테오도리쿠스도 그를 신임했다. 그러나 그는 부패한 로마의 정가에 정적이 많았고, 아리아교도인 황제가 가톨릭 신자인 그를 혐오했다. 보에티우스는 끝내 불의한 정적의 공격을 이겨 내지 못하고 사형 판결을 받은 다음 롬바르디아의 파비아로 유배되었다. 세속의 온갖 부귀공명을 모두 누리다가 이제 죽음을 기다리며 옥 창 너머로 아들을 보듬으며 아픔을 달랬다. 삶을 되돌아보니 인생에서 누린 극단의 행복과 나락으로 떨어진 불행을 상쇄하면 세상 누구나 다 같더라는 느낌을 준다. 그럼에도 그는 불의한 행복보다는 정의로운 죽음을 택하되 운명과의 투쟁에서 역경을 피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그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신복룡 전 건국대 석좌교수
2026.02.04. 8:02
이제 막 성인이 되어 사회에 나오는 청춘들을 보니 그때의 설렘과 두려움이 떠오른다. 푸릇푸릇한 젊음이 부러우면서도 앞으로 닥칠지 모를 미래의 고난과 역경을 슬기롭게 이겨낼 수 있도록 응원하고 싶어진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청춘들이 꽃길만 걷기를 바란다.” 응원의 한마디 중 ‘내딛은’에 주목해 보자. ‘내딛다’를 활용할 때 이처럼 ‘내딛은’이라 곧잘 쓰곤 하는데, 이는 틀린 표현이다. ‘내딛다’의 어간은 ‘내딛-’이므로 ‘은/는’을 붙여 활용하면 ‘내딛은’이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내딛다’는 ‘내디디다’가 줄어든 준말이라는 데 주의해야 한다. 표준어 규정 제16항에 따르면, 표준어에서 일부 준말의 경우 모음 어미가 연결될 땐 준말의 활용형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내딛다’는 ‘내디디다’가 줄어든 준말이다. 활용 시 어간 뒤에 자음으로 시작하는 어미가 올 땐 ‘내딛고, 내딛는, 내딛지’ 등과 같이 규칙적으로 활용되므로 고민 없이 쓰면 된다. 그러나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가 뒤따를 땐 준말의 활용형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준말인 ‘내딛다’의 어간 ‘내딛-’이 아니라, 본딧말인 ‘내디디다’의 어간인 ‘내디디-’와 결합해 활용해야 한다. 따라서 어미가 모음으로 시작되는 ‘내딛으면’ ‘내딛어서’ ‘내딛은’ ‘내딛을’ ‘내딛었다’ 등은 ‘내딛-’이 아닌 ‘내디디-’와 결합한 ‘내디디면’ ‘내디디어서(내디뎌서)’ ‘내디딘’ ‘내디딜’ ‘내디디었다(내디뎠다)’ 등으로 고쳐 써야 바른 표현이 된다.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청춘들이 꽃길만 걷기를!” 김현정
2026.02.04. 8:01
‘스키 여제’ 린지 본(42·미국)은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출정까지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번 대회 첫 경기를 불과 열흘 정도 앞둔 지난달 30일.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 알파인 여자 활강 경기 도중 착지 과정에서 넘어져 왼쪽 무릎을 크게 다쳤다. 헬기를 타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될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 검진 결과는 전방 십자인대 완전 파열. 골타박상과 반월상연골 손상 진단도 나왔다. 일각에선 본의 불참을 조심스럽게 예측하기도 했지만, 본은 초인적인 힘을 발휘했다. 얼마 뒤인 지난 3일 코르티나담페초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무릎 상태는 안정적이며 힘이 있다고 느낀다. 무릎이 붓지 않았고 보호대 도움을 받으면 8일 경기에도 나설 수 있다”고 출격을 알렸다. 본은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활강 금메달리스트다. 2018년 평창 대회에선 활강 동메달을 따낸 뒤 2019년 은퇴했다가 5년 뒤 복귀했다. 그 사이 무릎에 티타늄 인공관절을 넣는 수술을 받았는데도 올 시즌 FIS 월드컵에서 우승 2회, 준우승 2회, 3위 3회 등의 성적을 내는 기적을 썼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4일 본과 관련된 특별한 소식을 전했다. 바로 본의 이름을 딴 피자가 스키어들 사이에서 사랑받고 있다는 뉴스. 코르티나담페초의 한 식당(친퀘 토리)에서였다. 조직위원회는 “피자에 자신의 이름이 붙는 영광을 누리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마르게리타 디 사보이아 여왕은 19세기 나폴리에서 이 전통 요리가 탄생했을 당시 이러한 특권을 누렸다”면서 “100여 년이 지난 지금, 몇몇 올림픽 챔피언들의 이름 또한 이탈리아 피자 가게 메뉴에 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본은 이 식당의 단골손님이라고 한다. 이곳에서 여자 경기가 자주 열리는 덕분이다. 이곳 주인인 프란체스코 게디나의 배려도 세심하게 작용했다. 스키 선수 출신인 게디나는 본이 올 때면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평소보다 일찍 가게 문을 연다. 그러면 본은 강아지와 함께 재빨리 마르게리타 피자를 먹은 뒤 슬로프로 돌아간다. 이제는 따로 인사하지 않아도 호흡이 맞을 정도다. 게디나는 본을 위해 이 피자의 이름을 아예 린지 본 피자로 명명했다. 전통적인 이름을 바꾸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본의 컴백을 지켜보며 결심했단다. 1993년 문을 연 이 식당은 이제 전 세계 스키 올림피언들의 맛집이 됐다. 역시 ‘스키 여제’라고 불리는 미카엘라 시프린을 비롯해 사실상 모든 스키 선수들의 사인이 담긴 번호표가 가게를 채우고 있다. 게디나는 “올림픽은 축구처럼 대중적인 스포츠에 가려져 잘 알려지지 않은 종목에도 관심을 가져다준다. 그런 점에서 의미가 큰 행사다. 이번 대회 역시 기대된다”고 했다. 밀라노=고봉준 기자 고봉준([email protected])
2026.02.04. 7:45
시진핑, 트럼프와 두달여 만에 통화…직전엔 푸틴과 화상회담(종합) 트럼프가 공언한 '4월 방중' 앞두고 이뤄져 (서울=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4일 밤(베이징 시간 기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중국중앙TV(CCTV)도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 이날 저녁 전화통화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4월에 중국을 방문하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이뤄진 이번 통화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이들 정상 간 통화는 지난해 11월 24일 전화통화 이후 두달여 만이다. 당시 통화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를 계기로 열린 양국 정상회담 이후 한 달 만에 이뤄졌다. 미국과 중국은 전세계를 긴장하게 했던 무역전쟁의 '휴전' 체제를 지난해 정상회담 이후 유지하고 있다. 이번 통화 소식은 시 주석이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양국 간 협력 의지를 다지는 화상회담을 진행한 직후에 나온 것이기도 하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 위기가 커지는 등 혼란한 국제 정세 속에서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약 1시간 25분에 걸쳐 양국 관계 발전과 국제 현안 등을 논의했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정책 보좌관은 러시아와 미국이 전략 핵무기 규모를 제한하는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뉴스타트)이 오는 5일 만료되는 상황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 조약을 1년간 자체 연장하자는 푸틴 대통령의 제안에 아직 미국의 공식 답변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화상회담을 통해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에게 올해 상반기에 중국을 공식 방문해달라고 초청해 푸틴 대통령이 이를 수락했다고 우샤코프 보좌관은 전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권숙희
2026.02.04. 7:26
[올림픽] 伊외무 "올림픽 겨냥한 러 사이버 공격 차단" (로마=연합뉴스) 민경락 특파원 = 이탈리아 당국이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을 겨냥한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을 차단했다고 AFP통신 등 외신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안토니오 타야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외무장관은 이날 방미 중 기자들과 만나 "외무부 사무실과 코르티나 호텔 등 동계올림픽 관련 시설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차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공격들은 러시아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경찰은 지난 달 26일부터 사이버 보안팀을 가동해 동계올림픽을 겨냥한 테러를 감시하고 있다. 한국 외교부도 우리 국민의 사건·사고 대응 및 예방 활동을 위해 외교부·경찰청·소방청·국정원·대테러센터 직원이 근무하는 밀라노 임시 영사사무소를 운영 중이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민경락
2026.02.04. 7:26
8일 치러질 일본 중의원(하원) 선거를 앞두고 집권 자민당과 연립 여당인 일본유신회의 압승이 점쳐지는 가운데, 출마 후보자 과반이 헌법 개정에 찬성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여당 후보 대부분이 자위대 명기를 포함한 개헌에 뜻을 모으고 있어, 선거 이후 일본의 '전쟁 가능 국가' 전환 논의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4일 요미우리신문이 발표한 중의원 선거 입후보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5%가 개헌에 찬성한다고 답해 반대 의견(24%)을 두 배 이상 앞질렀다. 정당별로는 자민당 후보의 98%가 찬성 입장을 밝혔다. 일본유신회는 후보 전원이 개헌에 동의했다. 야권에서는 국민민주당이 91%의 높은 찬성률을 보인 반면, 입헌민주당과 공명당의 합당 신당인 '중도개혁연합'은 찬성 36%, 반대 32%로 팽팽하게 맞섰다. 공산당과 사회민주당은 후보 전원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개헌 찬성론자들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은 항목은 '자위대 근거 규정 마련'(80%)이었다. 이는 평화헌법 9조의 골격을 유지하면서도 자위대의 존재를 명문화해 법적 지위를 공고히 하겠다는 취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역시 지난 2일 유세에서 "자위대원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헌법에 자위대를 명시해야 한다"며 개헌 의지를 강력히 피력했다. 이외에도 대규모 재난 등에 대비한 '긴급사태 조항 신설'(65%)이 주요 개헌 과제로 거론됐다. 현재 판세 분석은 여권의 압승으로 기울고 있다. 아사히신문 등 현지 매체들은 자민당이 단독 과반을 넘어 일본유신회와 합치면 개헌 발의선인 3분의 2(310석) 이상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자민당은 헌법 개정을 창당 이래의 숙원으로 삼아온 만큼, 이번 선거에서 압도적 의석을 확보할 경우 개헌 추진에 강력한 동력을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실제 개헌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중의원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더라도 여소야대 형국인 참의원(상원)의 문턱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참의원은 임기가 6년으로 보장되어 있어 2028년 선거 전까지는 현재의 구도가 유지된다. 또 개헌안 발의 후 치러지는 국민투표에서 과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고성표([email protected])
2026.02.04. 7:23
경찰이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색동원'에서 불거진 성폭력 의혹의 핵심 인물인 시설장 김모씨를 재소환했다. 서울경찰청 색동원 특별수사단은 4일 오후 1시부터 약 6시간 동안 김씨를 상대로 그가 시설 여성 장애인들을 상대로 성적 학대를 한 혐의를 추궁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2월 이후 2개월 만에 이뤄졌다. 오후 7시 7분쯤 조사실에서 나온 김씨는 "성폭행 혐의를 인정하느냐", "19명이 피해를 입었다는 보고서에 동의하나"는 등의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고 귀가했다. 김씨는 생활지도 등을 빌미로 여성 장애인들과 강제 성관계를 맺거나 유사 성행위를 강요한 혐의(성폭력처벌법상 장애인 강간·강제추행) 등을 받는다. 김씨가 색동원에 지원된 보조금이나 입소자의 개인 자산 등을 횡령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색동원 소재의 인천 강화군이 한 대학에 심층 조사를 의뢰한 결과, 입소자 17명과 퇴소자 2명 등 30∼60대 여성 19명이 성적 피해를 입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이 가운데 최소 6명의 피해 사례가 입증 가능한 상황이라 보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색동원을 압수수색한 뒤 김씨를 출국금지하고, 지난달까지 색동원에 거주했던 여성 장애인 20명을 조사해왔다. 또 김민석 국무총리의 지시에 따라 색동원 특별수사단을 꾸려 경찰 27명 등을 투입했다. 김지혜([email protected])
2026.02.04. 7:18
7일(한국시간) 개막하는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나라마다 포상금을 내걸고 선수들의 선전을 독려하고 있다. 미국은 원래 메달 포상금을 별도로 지급하지 않았고, 이번에도 연방 정부 차원의 포상금은 없다. 로스 스티븐스라는 미국 경제계 거물이 최근 미국올림픽위원회에 1억달러, 한국 돈으로 1450억원 넘게 기부하면서, 이를 선수들의 재정적 안정성을 위해 쓰고 싶다고 밝힌 뒤 상황이 달라졌다. 4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 기부금 덕에 이번 올림픽에 출전하는 미국 선수들은 메달 획득 여부와 무관하게 전원 20만달러, 2억9000만원 정도의 보너스를 받게 됐다. 다만 이 돈은 일시불로 지급되는 것은 아니다. 절반은 올림픽 출전 후 20년이 지나거나 만 45세가 되는 시점에 받고, 나머지 10만 달러는 선수가 죽은 뒤 유족에게 지급된다. 이번 대회 미국 선수단 규모는 232명으로 이들에게 20만달러씩 주면 총 4640만달러, 673억원 정도가 필요하다. 폴란드는 특이하게 메달 포상금을 암호화폐로 지급할 예정이며, 금메달을 따면 대략 2억원 정도인 12만유로를 받게 될 전망이다. 다만 올림픽 포상금을 암호화폐로 주는 방법에 대해 투명성, 윤리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는 현지 언론 보도가 있었다. 우리나라는 금메달 포상금 6720만원을 주며 메달을 획득한 남자 선수는 병역 특례 혜택을 받는다. 한편, 2024년 프랑스 파리 하계올림픽 때는 홍콩의 경우 금메달리스트에게 600만 홍콩달러(약 11억1000만원)의 보너스를 지급했다. 당시 홍콩 펜싱 선수 비비안 콩은 여자 에페 개인전에서 우승해 금메달 포상금 11억원과 평생 철도 이용권 등을 받았다. 박린([email protected])
2026.02.04. 7:06
세종호텔 해고 노동자들의 복직 요구 농성을 벌이다 체포된 고진수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장이 구속을 면했다. 서울중앙지법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4일 업무방해, 퇴거불응 혐의를 받는 고 지부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남 부장판사는 "피의자가 혐의를 인정하고 같은 범행 반복하지 않을 것을 다짐하는 점, 대부분의 증거가 확보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의자가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고 지부장은 지난 2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호텔에서 1층 입점한 사업자가 3층 연회장을 사용하려는 데 항의하는 과정에서 통행을 막은 혐의로 체포됐다. 해당 연회장은 해고 노동자들이 과거 근무했던 공간이다. 당시 해고 노동자 2명과 활동가 10명 등 모두 12명이 체포됐으나 다음 날 고 지부장을 제외한 11명은 석방됐다. 연행은 고 지부장이 336일간의 고공농성 이후 노조가 세종호텔 로비에서 복직 촉구 농성을 이어가던 중 이뤄졌다. 앞서 세종호텔은 지난 2021년 코로나19에 따른 경영난을 이유로 식음료사업부를 폐지하며 조합원 12명을 포함한 직원 15명을 정리해고했다. 노조는 이후 경영 상황이 개선됐음에도 호텔 측이 교섭에 나서지 않고 있다며 해고자 전원 복직을 요구해 왔다. 김은빈([email protected])
2026.02.04. 6:45
이재명 대통령은 4일 김재열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회장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에 당선된 것과 관련해 "대한민국이 국제 스포츠 외교의 지평을 넓혀간다"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며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쾌거는 개인의 영예를 넘어 대한민국이 국제 스포츠 거버넌스의 중심에서 한층 더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를 지닌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김 위원이 ISU 최초의 비유럽인 회장으로서 한국 스포츠의 위상을 높인 점과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헌신한 점을 높이 샀다. 이 대통령은 "김 위원의 풍부한 경험과 탁월한 리더십은 올림픽 운동의 미래를 설계하고 이끌어 가는 든든한 토대가 될 것"이라며 "공정성과 투명성, 평화와 연대라는 올림픽의 가치를 바탕으로 스포츠를 통한 국제 협력을 더욱 넓혀 주시길 기대한다"고 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정부 역시 스포츠 외교를 적극 뒷받침하며, 책임 있는 파트너로서 국제 사회에 함께 이바지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김 위원은 이날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제145차 IOC 총회 선거를 통해 올림픽 개최지 선정과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핵심 기구인 집행위원회에 입성했다. 고(故) 김운용 전 IOC 부위원장 이후 한국인으로서는 두 번째다. 고성표([email protected])
2026.02.04. 6: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