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법무副장관 "피해자보호위해 엡스타인파일서 트럼프사진 삭제" '트럼프가 피해자와 있었나' 질문에는 "정보 불완전…다시 조사해서 공개" (워싱턴=연합뉴스) 홍정규 특파원 = 토드 블랜치 미국 법무부 부장관은 21일(현지시간) 법무부가 이틀전부터 공개하고 있는 '엡스타인 파일'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삭제한 조치가 "피해자 보호를 위해서"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측근인 블랜치 부장관은 이날 NBC 방송에 출연해 "(삭제 조치된) 사진을 보면 여성들의 모습이 있다. 그 사진을 공개한 뒤 그 여성들에 대해 우려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그래서 그 사진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피해자든, 피해자 변호사든, 피해자 권리 단체든 우리에게 연락해 '문서나 사진 중에 나를 식별할 수 있는 내용이 있다'고 연락해오면 우리는 당연히 그것을 내리고 조사한다"고 덧붙였다. 블랜치 부장관은 자신의 언급대로면 법무부가 공개했다가 삭제한 사진에 트럼프 대통령과 피해자가 함께 있었거나 관련이 있었다는 의미가 된다는 사회자의 지적에는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그는 "만약 우리가 그 사진에 (엡스타인 범행 피해자 중) 생존자가 포함돼 있다고 믿었다면 애초에 얼굴을 가리지 않은 채 올리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가진 정보가 완벽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런 유형의 사진에 대해 피해자 권리 단체의 의견이 접수되면 우리는 그것을 내리고 조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 사진은 아직 조사 중이다. 그 사진은 다시 올라갈 것"이라며 피해자임을 의미하는 "가림(redaction) 처리가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블랜치 부장관은 '엡스타인 파일에 담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모든 문서·사진이 공개될 것이라고 보장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이미 서너차례 말했다"고 거듭 다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돼 있다면, 트럼프 대통령이나 다른 누구의 사진이 있다면, 그것들은 당연히 공개될 것"이라면서도 "그가 엡스타인 파일에 등장한다는 게 그 끔찍한 범죄와 관련이 있었기 때문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엡스타인 관련) 사진은 이미 수십장 공개돼 있다. 그(트럼프 대통령)는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에 그(엡스타인)와 교류했다고 말해왔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나와 있다는 이유로 사진을 내렸다는 주장은 우스꽝스러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블랜치 부장관의 발언을 종합하면, 법무부가 공개했다가 삭제한 사진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있어서가 아니라 '피해자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여성들'이 있기 때문이며, 이에 대한 재조사를 거쳐 공개하겠다는 입장으로 읽힌다. 블랜치 부장관은 법정 시한을 넘기도록 엡스타인 파일이 전부 공개되지 않은 데 대해 "피해자의 이름과 관련 정보가 모두 보호되고 가려졌는지 확인"하느라 늦어지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금요일(지난 19일)의 공개'가 부족하다고 외치는 사람들(민주당 정치인)의 주장대로 우리가 피해자 관련 정보를 대량 공개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짜 범죄"라고 주장했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 11월 상·하원이 만장일치 수준으로 가결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엡스타인 파일 투명성 법'에 따라 엡스타인 사건 수사 관련 문서들을 19일 공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파일 중 트럼프 대통령 모습이 담긴 사진을 포함해 16건을 공개 하루 만에 슬그머니 삭제해버린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홍정규
2025.12.21. 10:25
마크롱 "새 핵추진 항공모함 건조 승인"…2038년 취역 예상 현행 샤를드골함보다 크게 건조…재정악화 탓 일각선 반대도 (브뤼셀=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프랑스가 빠듯한 재정에도 퇴역하는 샤를드골함을 대체할 새로운 핵추진 항공모함을 건조한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 중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아부다비 인근의 프랑스 군부대를 방문해 신규 핵잠수함 건조 계획을 이번 주 승인했다고 병사들에게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2건의 군사 계획법에 발맞춰, 철저하고 포괄적인 검토를 거친 끝에 새로운 항공모함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며 "새로운 포식자의 시대에 (적들에게) 두려움을 주려면 강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시 핵추진 방식으로 건조되는 새로운 항모는 길이 261m의 4만2천t급인 현행 기함인 샤를드골함보다 훨씬 큰 310m, 8만t급으로 건조된다. 승조원 2천명, 전투기 30대를 수용할 수 있는 이같은 규모는 10만t 이상인 미 해군의 슈퍼항공모함에 비해서는 작지만 중국과 영국의 항공모함에는 필적할 만한 것이라고 AFP는 전했다. 카트린 보트랑 프랑스 국방장관은 새 항공모함은 기존 샤를드골함의 퇴역 예상 시점인 2038년에 취역할 것이라고 로이터에 밝혔다. 샤를드골함의 경우 발주 15년 후인 2001년에 운용에 들어간 바 있다. 프랑스 정치권 일각에서는 최근 프랑스의 국가 재정 악화를 이유로 새 항공모함 건조를 연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편, 마크롱 대통령은 해외 주둔 프랑스군과 함께 성탄과 연말 휴가를 보내는 프랑스 대통령의 전통에 따라 900명의 프랑스 병력이 주둔하는 UAE를 방문했다. UAE는 프랑스 군사 장비의 주요 구입국이기도 하다. 그는 이날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을 만나 중동의 안정을 위한 관계 강화 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마약 밀매와의 대처에서 적극적인 협력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현윤경
2025.12.21. 10:25
경복궁 신무문을 통해 보이는 청와대 모습. 이르면 올해 안에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로 집무실을 옮기고 본관과 여민관에 집무실을 꾸릴 예정이다. 강정현([email protected])
2025.12.21. 9:30
더불어민주당이 ‘허위조작정보근절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법안 내용 수정에 나서면서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안 역시 본회의 상정 직전에야 법안이 완성될 예정이어서 민주당이 당초 목표했던 ‘연내 처리’ 시한을 맞추기 위해 각종 논란이 있는 두 법안을 무리하게 강행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22일부터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재판부법과 정통망법 개정안을 차례대로 처리할 방침이다. 두 법안의 처리 순서는 21일 오후 늦게 뒤바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12월 임시국회) 본회의 안건 순서는 현재로서는 바뀔 가능성이 없다”며 당초 계획대로 정통망법 개정안을 23일에, 내란재판부법을 24일에 처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 등이 21일 오후 고위당정협의회를 다녀온 뒤 당 지도부가 법안 처리 순서 변경을 급히 논의했다고 한다. 결국 ‘내란재판부법은 16일부터 수정안을 마련했지만, 정통망법 개정안은 20일에야 수정이 결정돼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쪽으로 결론났다.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상대적으로 완성도가 있는 내란재판부법을 먼저 처리하기로 했다”면서도 “고위 당정 회의에서는 관련 논의가 없었다”고 대통령실과 총리실의 개입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 내란재판부법도 벼락치기…당내 “최소 대법예규와 같아야” 국민의힘은 졸속 입법에 반발하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진행할 계획이다. 민주당은 조국혁신당 등 범여권 정당과 함께 ‘24시간 경과 뒤 필리버스터 강제 종료’ 규정을 활용해 국민의힘의 반대를 무력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두 법안은 22~23일 상정한 뒤 23~24일 각각 처리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상임위원회 심사는 끝났지만 정책위가 키를 쥐고 최종 내용을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등 야권의 반발은 물론 당내 이견으로 잡음이 커지는 상황에서 당 지도부가 사실상 ‘깜깜이’로 최종 성안을 도맡은 형국이다. 이 중 정통망법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가 ‘허위정보 유통 금지’ 조항을 심사 과정에서 되살려 논란을 일으켰다. 앞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언론계와 시민사회의 지적을 받아들여 삭제한 조항이다. 법사위는 과방위가 삭제했던 ‘사실 적시 명예훼손’ 관련 조항의 일부도 되살렸다. 그러자 지난 19일 전국언론노조는 “법사위가 자신의 권한을 뛰어넘어 법안의 핵심 내용을 뒤엎었다”며 “개악 시도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정치권 일각에서 “‘최민희 과방위’에 대한 ‘추미애 법사위’의 월권”(전직 의원)이란 비판이 제기될 만큼 논란이 커지자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20일 “단순오인·단순착오 및 실수로 생산된 허위 정보를 원천적으로 유통 금지하는 경우 이미 헌법재판소로부터 과도한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판결을 받은 바 있다”며 법안 재수정을 예고했다. 그럼에도 참여연대는 21일 “위헌적 요소를 제거하기는커녕 과방위 대안보다 더 나쁜 내용으로 수정됐다”며 법안 폐기를 촉구했다. 내란재판부법도 혼란스러운 상황이긴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지난 16일 의원총회를 열어 지난 3일 법사위를 통과한 법안을 수정키로 했다. 위헌 소지가 있는 판사 추천 방식을 바꾸기로 한 것이다. 특히 지난 18일 대법원이 자체 예규로 전담재판부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민주당은 수정안에 대법원 내 ‘사무분담위원회’를 통해 전담재판부를 구성하고 이를 법원 내 판사회의에서 의결토록 하는 방안을 담을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곽상언 민주당 의원은 21일 “최소한 대법원 예규와 같은 내용으로 내란재판부 설치법을 만들어 통과시키거나, (아니면) 위헌성으로 지적된 핵심 표지가 없고 대법원 예규보다 더 나은 합헌적 내용으로 설치법을 마련해 통과시켜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법사위 강경파가 “예규는 대법원의 꼼수”라고 비난하는 상황에서, “위헌 소지에 대해 다툼이 있는 설치안 통과와 그 이후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당 지도부가 수정안 마련에 대법원 예규를 참고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여권 내 위헌 논란이 지속되고, 법안 처리 순서까지 심야에 뒤집힌 이날 국민의힘은 정통망법 개정안과 내란재판부법의 원천 폐기를 요구했다. 김장겸 국민의힘 언론자유특별위원장은 이날 “민주당이 결국 스스로 졸속·땜질입법임을 자인했다”며 “공론화와 사회적 합의는 상임위 심사 과정에서도 없었다. 호떡 뒤집듯 바뀌는 ‘전 국민 입틀막법’을 즉각 철회하라”고 했다.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내란재판부법과 관련해 “민주당이 진정으로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원한다면 무작위 배당 원칙을 지키는 사법부의 대안(예규 신설)을 존중하면 된다”고 논평했다. 심새롬.여성국([email protected])
2025.12.21. 9:29
한·미 외교당국이 정례적인 대북정책 조율 협의에 나서면서 20여 년 묵은 ‘자주파 대 동맹파’ 간 갈등이 다시 불거진 가운데 주도적 남북관계를 중시하는 자주파가 총공세에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이 남북관계는 “통일부가 해야 할 역할”이라며 자주파에 다소 무게를 싣는 듯한 스탠스를 취하자 자주파는 ‘통일부 장관-여당 대표-원로 그룹’이 삼각편대를 구축, 정부 초기에 아예 동맹파를 눌러놓을 기세다. 자주파의 선봉에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서 있다. 지난 19일 외교·통일부 업무보고에서 공개적 파열음은 없었지만, 정 장관은 “남북관계에 중심을 둔 한반도 문제 해결”을 강조하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특히 “이재명 정부의 철학을 설명하겠다”면서 안중근 의사의 ‘동양평화론’부터 레닌과 저우언라이(周恩來)의 평화공존 노선까지 훑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이 동석한 자리에서 자신이 한반도 평화와 관련해 대통령과 인식을 함께하고 있다는 걸 강조한 셈이다. 국무위원 신분인 정 장관이 제기하기에 적절치 않은 주장은 범여권 진영 전체가 측면에서 지원하는 모양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7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사사건건 미국 결재를 받아 실행에 옮기면 남북관계를 푸는 실마리를 꽁꽁 묶는 악조건에 빠져들 수 있다”며 “정동영 통일부의 정책적 선택 결정이 옳은 방향”이라고 언급하면서 화력 지원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내에 ‘한반도평화전략위원회’(가칭)를 만들고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 등의 합류를 검토하고 있다. 특히 ‘순수 야인’인 범여권 진보 원로들은 원색적인 발언을 쏟아내며 스피커로서 톡톡히 역할을 하고 있다. 정세현 전 장관은 19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외교부를 향해 “미국이 하라는 것을 거역하면 안 된다는 그런 것이 습관화된 사람들”이라고 직격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에 대해서는 “늠름하게 사실을 왜곡한다”고 실명 비판했다. 이에 동맹파의 주축인 외교부는 일단 직접적인 충돌을 피하며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그렇다고 대북정책 운용 과정에서 미국과 긴밀한 조율이 필수라는 입장이 변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이재명 정부가 북·미 관계 개선을 중심에 두고 남북관계와 선순환을 꾀하는 ‘페이스메이커’ 기조를 유지하는 이상 동맹파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은 여전히 적지 않다는 평가다. 과거 진보 정부에서는 자주파와 동맹파의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자주파의 승리로 끝났다. 결국 대통령이 자주파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엔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노무현 전 대통령과 남북관계를 중시하는 점에서는 같지만, 접근법에서는 이념적 가치 지향보다는 실효적이고 실용적인 정책 결정을 우선시하는 성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양측의 갈등이 지속하면서 불필요한 논쟁이 반복될 경우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이는 동맹이나 우방은 물론 북한에도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영교.심석용([email protected])
2025.12.21. 9:28
32년 전 자신처럼…노숙인 봉사에 12살 아들 데려간 英왕세자 (브뤼셀=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영국 왕위 계승 서열 2위인 조지(12) 왕세손이 32년 전 아버지 윌리엄 왕세자가 조모 다이애나 손에 이끌려 처음 방문했던 노숙인 쉼터에서 크리스마스 봉사 활동에 나섰다고 AP통신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날 영국 왕실 유튜브 계정에 오른 영상에는 조지 왕세손이 지난 16일 런던 시내의 노숙인 쉼터 '패시지'의 부엌에서 앞치마를 두른 채 아버지 윌리엄 왕세자와 함께 노숙인들에게 대접할 식사 준비를 돕고, 쉼터의 성탄 트리를 꾸미는가 하면 노숙인들에게 나눠줄 선물 꾸러미를 준비하는 장면이 담겼다. 이곳은 11살이던 윌리엄 왕세자가 왕세자빈이던 모친 다이애나와 1993년 겨울 처음 찾은 이래 후원자 역할을 하며 주기적으로 방문해온 시설이다. 올해는 맏아들 조지가 아버지와 동행해 의미를 더했다. 윌리엄 왕세자 부부는 자신들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크리스마스 점심을 준비하는 '패시지'에서 봉사자들, 직원들과 함께해 자랑스럽다. 올해는 도움의 손길이 하나 더 보태졌다"고 적어 뿌듯함을 드러냈다. 조지 왕세손은 1993년 12월 14일 할머니 다이애나와 소년 시절의 아버지 윌리엄이 자필로 남긴 방명록의 같은 페이지 하단에 자신의 이름과 날짜를 적어 넣으며 감탄사를 내뱉었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전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현윤경
2025.12.21. 9:25
푸틴, 옛 소련 국가 정상들과 경제 협력 논의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러시아를 방문한 옛 소련 국가 정상들과 만나 협력을 논의하며 우방 다지기에 나섰다. 타스,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정상회의를 주재하며 "우리나라는 EAEU에서 파트너들과 상호 이익이 되는 다각적 협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관계를 포괄적으로 발전시키는 공동 작업을 강화하는 데 진정으로 관심 있다"며 협력 발전을 제의했다. EAEU는 회원국 간 자유로운 상품·서비스·자본·노동의 국경 이동으로 단일 시장 창출을 목표로 하는 러시아 주도 경제협력체로 러시아,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아르메니아, 키르기스스탄이 참여한다. 이날 정상회의에 앞서 푸틴 대통령은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과 별도로 양자 회담을 했다. 오는 22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독립국가연합(CSI) 비공식 회의가 열린다. 러시아는 매년 새해를 앞두고 CIS 정상들을 비공식적으로 초대해 관계 강화를 도모한다. 러시아는 이 자리에 참석하는 자파로프 대통령, 에모말리 라흐몬 타지키스탄 대통령,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에게 레오 톨스토이 국제평화상을 수여할 예정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영토 분쟁으로 갈등을 빚다가 지난 8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평화 선언에 서명한 니콜 파시냔 아르메니아 총리,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도 모두 CIS 회담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이 이틀간 열리는 행사에 참석하는 모든 정상과 개별적으로 대화할 예정이며, 우크라이나 전황에 대해서도 알릴 것이라고 전했다. 파시냔 총리는 EAEU 정상회의에서 아제르바이잔 영토를 통해 아르메니아로 상품이 이송될 수 있도록 차단 조치를 해제하고 양자 무역을 시작할 조건을 조성하는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알리예프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최인영
2025.12.21. 9:25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이 21일 통일교 금품수수 로비 의혹을 수사할 ‘통일교 특검법안’을 공동 발의하기로 합의했다. 특검은 제3자가 추천하고, 수사 대상은 통일교와 여야 정치권으로 한정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식당에서 오찬 회동을 한 뒤 ▶법원행정처장이 특검 후보 2명을 추천하면 그중 1명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제3자 추천’ 방식으로 특검을 임명해 ▶통일교와 여야 정치인의 금품수수,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 민중기 특검(김건희특검)이 민주당 정치인의 통일교 의혹을 은폐한 의혹 등을 수사하는 ‘단일 특검’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송 원내대표는 “우리 당과 개혁신당이 각각 일부 양보하고, 서로 포용의 정신에서 공동 발의할 법안을 준비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간 국민의힘은 대한변호사협회나 대법원장 등 외부 전문가에게 특검 추천권을 부여하자고 했던 반면 개혁신당은 통일교 의혹에서 자유로운 개혁신당이 특검을 추천하자는 입장이었다. 특검의 수사 범위와 형태에 대해서도 국민의힘은 통일교 의혹에 더해 민중기 특검의 ▶여권 수사 은폐·무마 의혹 ▶주가조작 의혹 ▶양평 공무원 사망사건 강압 수사 의혹 등도 수사하는 ‘쌍특검’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해왔다. 천 원내대표는 “민중기 특검과 관련된 다른 의혹 등은 추후 진행 상황을 보고 논의하기로 큰 틀에서 합의했다”고 전했다. 한국갤럽의 지난 16~18일 조사에서 통일교 특검 도입 찬성 여론이 62%에 달한 만큼 양당은 여론전 강화를 위해 지도부 단식이나 삭발까지 감수하겠다는 입장이다. 2018년 단식으로 드루킹 특검을 얻어낸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사례도 검토 대상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특검을 수용할 의사가 전혀 없다”(박수현 수석대변인)고 선을 긋고 있다. 양수민([email protected])
2025.12.21. 9:23
용산 대통령실 시대가 3년7개월 만에 막을 내리고 청와대 시대가 다시 시작된다. 윤석열 정부 출범 뒤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했던 대통령실이 원래 있던 청와대로 돌아가면서 연쇄적으로 이사를 해야 했던 국방부와 예하 부대도 제자리를 찾을 예정이다. 21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이달 내 청와대 이사를 마무리 짓는다. 이미 대통령실 주요 사무실은 이전이 완료돼 일부 참모진은 청와대에서 근무 중이다. 청와대는 ▶대통령 집무실과 접견실 등이 위치한 본관 ▶참모진 업무동인 여민관(1∼3관) ▶외빈맞이나 행사에 사용하는 영빈관 ▶기자실이 있는 춘추관 ▶대통령 관저로 구성된다. 본래 대통령 집무실은 본관에 있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주로 여민관에서 근무할 예정이다. 여민관에서 일하는 ‘3실장’(비서실장·정책실장·국가안보실장) 등 참모진과 소통을 원활하게 하려는 차원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본관 집무실은 외빈이 올 경우나 정상회담, 임명장 수여식 등 공식적인 행사가 있을 때에만 주로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업무 효율성 차원에서 임기 후반에는 주로 여민관에서 근무했다. 본관과 여민관은 500m 정도 떨어져 있어 거리가 상당하다. 그런 만큼 역대 대통령과 참모가 불통이 되는 이유로 대통령 집무실과 참모진 업무동의 물리적 거리가 꼽히곤 했다. 대통령실 관저는 이번 이사 대상에선 빠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관저는 아직 공사 중”이라며 “내년 중에 이사할 계획으로 아직 시점은 확정하지 못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당분간 한남동에 있는 지금의 관저에서 출퇴근한다. 청와대 이전으로 다시 제기될 수 있는 ‘구중궁궐 논란’은 이재명 정부 청와대가 극복할 과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용산 이전 브리핑을 하며 수차례 강조했던 말이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였다. 청와대가 참모진·국민과의 접촉이 구조적으로 어려운 만큼 소통도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논리였다. 대통령실은 청와대의 ‘제왕적 대통령제’ 이미지를 불식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대통령경호처는 청와대로 접근 가능한 5개 진입로에서 시민을 상대로 검문·검색을 하지 않을 계획이다. 문재인 정부 때만 해도 청와대로 향하는 진입로로 지나가는 시민과 차량 운전자에겐 목적지를 묻는 검문이 일상적이었다. 앞으론 테러 발생 등 이른바 ‘록다운(봉쇄)’ 상황을 제외하곤 시민 검문·검색이 없다고 경호처는 밝혔다. 다만 앞으로 일반 시민이 청와대 담장을 면하고 있는 인도로 통행하는 건 금지된다. 청와대 이전을 계기로 국민과의 소통의 폭은 더욱 넓힐 예정이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 7일 “청와대 이전 후에는 (대통령 일정에 대한) 온라인 생중계 등을 더 확충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의 청와대 출근일이 확정되면 청와대 복귀를 국민에게 보고하는 행사를 준비 중이다. 청와대 이전을 완료하면서 ‘세종 집무실’은 언제 현실화할지에 대한 관심 또한 커지고 있다. 현재 세종 집무실 완공은 2030년이 공식 목표지만, 이 대통령의 조기 완공 주문에 따라 1년 정도 앞당겨질 수 있다. 그러나 완공되더라도 곧바로 세종 집무실로 옮길 수 있는 건 아니다. 헌법재판소가 2004년 노무현 정부의 ‘신행정수도법’을 위헌이라고 결정하면서 “국회와 대통령 소재지가 어디인가 하는 것은 수도를 결정짓는 데 결정적 요소”라고 밝힌 만큼 위헌 논란이 제기될 수 있어서다. 다만 개헌 없이도 청와대 집무실을 그대로 둔 채 대통령 제2집무실을 세종에 두는 건 가능하다. 윤성민.오소영([email protected])
2025.12.21. 9:21
미국 정계를 뒤흔들 ‘판도라의 상자’로 불렸던 미성년자 성착취범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 수사 관련 문서가 19일과 20일(현지시간) 일부 공개됐다. 그러나 빌 클린턴 전 대통령 관련 사진이 대거 공개된 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관련 내용은 거의 없는 데다 일부 파일이 하루 만에 삭제돼, 자료가 선택적으로 공개되거나 검열을 거쳤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미 법무부는 지난 11월 상·하원이 가결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엡스타인 파일 투명성 법’에 따라 공개 시한인 이날 관련 자료 일부를 웹사이트에 공개했다. 10만 페이지가 넘는 공개자료 중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수사를 촉구했던 클린턴 전 대통령의 미공개 사진이 다수 포함됐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엡스타인의 과거 연인이자 공범인 길레인 맥스웰과 수영을 하거나, 얼굴이 가려진 여성의 허리 쪽에 팔을 두른 사진, 욕조에 함께 들어가 있는 사진 등이다. 법무부는 특히 클린턴 전 대통령의 온수 욕조 사진 중에서 얼굴이 가려진 사람은 엡스타인의 성범죄 피해자라고 밝혔다. 반면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엡스타인과 교류했던 트럼프 대통령 관련 사진이나 문서는 거의 없었다. AP통신에 따르면 공개된 자료 가운데 최소 16개의 파일이 하루 만에 삭제됐는데, 이중엔 트럼프 부부와 엡스타인, 맥스웰이 함께 찍은 사진, 엡스타인과 트럼프 대통령이 찍힌 사진이 들어있는 서랍 사진 등이 포함됐다. CNN은 웹사이트에 공개돼 있던 일부 사진들이 사라졌고, 웹사이트에 공개된 일련번호 형태의 파일 중에서 해당 파일이 사라진 것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법무부는 삭제 배경을 묻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법무부가 공개한 문서는 전체 증거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며 즉각 모든 파일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엡스타인 파일 투명성 법을 공동발의한 민주당 로 카나 하원의원은 “이번 공개 자료는 너무 많은 부분이 삭제돼 불완전하다”면서 “모든 가능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 측은 “이 사안은 클린턴에 관한 것이 아니다”라며 “사람들은 희생양이 아니라 답을 원한다”고 반발했다. 특히 사건의 희생자들은 공개된 자료가 대부분 가림 처리가 된 점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게시된 엡스타인 사건 관련 자료 가운데 파일 119개는 페이지 전체가 검은 칠로 완전히 가려졌다. 초기 피해자 중 한명으로 알려진 제스 마이클스는 “도대체 무엇을 보호하고 있나. 은폐는 계속된다”고 말했다.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의 억만장자 엡스타인은 자신의 자택과 별장 등에서 미성년자 수십 명 등 여성 다수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체포됐다가 2019년 감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정·재계와 문화계 유력 인사들이 포함된 성접대 리스트가 있다거나 사인이 자살이 아닌 타살이라는 등 음모론이 끊이지 않았다. 강태화.전민구([email protected])
2025.12.21. 9:18
━ 오늘은 동지…출근길 영하 9도 21일 서울 서초구 양재천 겨울눈놀이터를 찾은 시민들이 눈썰매를 즐기고 있다. 1년 중 밤의 길이가 가장 긴 동지(冬至)인 22일은 아침기온이 영하 9~0도까지 떨어지지만 오후에는 4~12도로 평년 기온을 회복해 추위가 다소 누그러질 전망이다. [뉴스1]
2025.12.21. 9:09
“지금 가장 원하는 건 슌스케의 피야. 네 피를 컵에 따라 놓고 벌컥벌컥 마시고 싶어. 나한테는 나를 지켜줄 피가 없어.” 지난 19일 한국에서 개봉해 17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일본 영화 ‘국보’는 예술을 극한까지 갈고 닦으려는 두 사람의 이야기다. 야쿠자 가문에서 태어났지만 일본 전통예능인 가부키 배우로서의 재능이 충만한 기쿠오(요시자와 료)는 가부키 명문가 출신의 슌스케(요코하마 류세이)에게 “너의 피가 부럽다”고 고백한다. 가부키의 온나가타(여성 역할을 연기하는 남자 배우)로서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려는 두 사람의 우정과 라이벌 의식, 예술의 전승 과정을 수려한 화면에 담아냈다. 그 어떤 영화보다 ‘일본스러운’ 이 작품을 만든 것은 ‘훌라걸스’ ‘분노’ 등으로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재일교포 이상일 감독(51)이다. 지난 16일 일본 도쿄의 한 호텔에서 만난 그는 “예술가로서 극한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국보’의 주인공들은 나의 분신 같은 존재”라고 했다. ‘국보’는 일본에서 1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실사 영화 역대 최대 흥행 기록을 세운 데 이어, 내년 초 열리는 제98회 아카데미 국제 장편영화 부문 예비후보에 오르는 등 세계 시장에서도 주목 받고 있다. 유명 배우 톰 크루즈가 ‘국보’를 보고 감동받아 지난 11일 이 감독을 미국으로 초청해 시사회를 열기도 했다. Q : 혈통이냐 재능이냐에 대한 이야기인데, 일본 밖에서도 반향이 크다. A : “한국이나 다른 나라들도 혈통이 중시되는 영역이 있을 것이고, 대를 이어 기술이나 사고방식, 철학을 전승해가는 전통예술에서 혈통은 ‘증명서’ 같은 것이다. 재능이 있든 없든 전통을 이어가야 하는 운명을 가진 이에게도, 반대로 혈통 없이 스스로를 증명해야 하는 이에게도 어려움이 있다. 결국 기쿠오와 슌스케 둘 다 서로에게 없는 것을 원하고, 동시에 서로가 얻어낸 것을 존중하는 관계다. 그런 관계가 이 영화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내 영화는 일본 영화, 뿌리는 한국” Q : 재일한국인인 감독에게 피, 혈통은 어떤 의미인가. A :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라 일본 문화와 음식, 풍경, 친구들 속에서 감각과 사고방식이 형성됐다. 언어와 사고의 상당 부분이 일본 사회에서 나왔으니 내가 만드는 것은 ‘일본 영화’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에겐 한국이라는 ‘루트(root)’가 있고, 이런 뿌리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한국 이름으로 감독 활동을 하고 있다. 이런 두 정체성 안에 어떤 균형이 있다고 생각한다.” Q : 영화 속 인물들을 자신의 분신과 같은 존재라고 했는데. A : “‘아웃사이더이자 재일교포’라는 관점에서 분신이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기쿠오의 삶의 방식, 예술을 극한까지 갈고닦고 싶다는 마음은 나에게도 있다. 어떤 측면에선 슌스케도 나와 비슷하다고 느낀다.” Q : 어떤 점에서 그런가. A : “자기보다 재능이 뛰어난 사람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고 좌절하기도 하는 모습이다.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 ‘저걸 넘어서고 싶다’고 생각하는 그 마음을 정말 잘 안다.” Q : 그런 대상이 있나. A : “정말 많다. 예를 들면 이창동, 봉준호 감독 같은 분들이다. 20년 이상 계속 그들의 등을 쫓아온 느낌이다. ‘저렇게는 되지 못하려나’ 생각하면서도 가까워지고 싶었다.” 이 감독이 동경해 온 봉준호 ‘국보’에 찬사 그가 동경해왔다고 고백한 봉준호 감독은 지난 11월 방한한 이 감독과의 대담 자리에서 ‘국보’에 찬사를 보내며 특히 가부키를 완벽하게 재현하기 위한 그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특히 후반부 클라이맥스에 등장하는 가부키 ‘소네자키 신주’는 사랑을 위해 죽음을 택한 남녀의 비극적인 이야기로, 영화의 주제를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감독은 “‘소네자키 신주’의 대표적인 대사는 ‘죽을 각오는 있느냐’다”라며 “인간은 그냥 먹고사는 존재가 아니라, 생존 이상의 무언가에 집착하는 존재이고 기쿠오와 슌스케에게 그것은 예술이었다. 관객들에게 ‘무엇에 집착하며 살아야 하는가’를 묻고 싶었다”고 했다. Q : 무엇이 주인공들의 노력을 가능하게 했을까. A :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싶다는 충동 아니었을까. 유명해지고 싶다, 돈을 벌고 싶다 같은 흔한 충동이 아니라 더 앞, 더 앞을 바라보며 끝없이 그 충동을 유지하는 건 보통 사람에겐 어려운 일이다. 그 충동에 인생 전체를 쏟아부은 사람이 표현해낸 것, 혹은 그 사람의 모습 자체가 아름답다.” Q : 자신에게 가장 큰 충동은 무엇인가. A : “초등학생 같은 답이지만, 또 좋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게 아닐까. ‘여기까지’라는 골(goal)은 없지만 ‘더 앞에 무언가 있다’는 건 알 것 같다. 이번에도 ‘국보’로 여기까지 왔지만, 아직도 저 앞에 가야 할 지점이 있다고 느낀다.” 이 감독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언젠가 ‘전쟁’을 다룬 영화를 만들고 싶다”며 “전쟁은 이유도 없이 부당하게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것이니,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깊이 들여다보고 싶다”고 했다. 이어 “한국의 훌륭한 배우들과 스태프들과도 꼭 함께 일해보고 싶다”며 “자연스럽게 찾아올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정원석([email protected])
2025.12.21. 9:05
‘촉망받던 두 명의 물리학도. 20년 뒤, 한 명이 다른 한 명을 총으로 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명문 브라운대 집단 총격과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피살 사건 용의자에 대해 이런 제목을 달아 추적 보도했다. 두 사건의 용의자 클라우디우 네베스 발렌트(48)는 뉴햄프셔주의 한 창고에서 18일 숨진 채 발견됐다. 수사 당국은 “발렌트가 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발렌트는 지난 13일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브라운대의 한 교실에 들어가 총을 난사해 학생 2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다. 이틀 뒤인 15일에는 매사추세츠주 브루클라인의 한 아파트에서 루레이루 교수에게 총을 쏴 숨지게 했다. 포르투갈 국적인 발렌트는 10대 시절 국제 물리학 올림피아드에 포르투갈 대표로 선발된 수재였다. 숨진 누누 루레이루(47) MIT 교수 겸 플라즈마과학·핵융합센터 소장과 1995∼2000년 포르투갈 리스본 고등이공대 물리학과에서 함께 공부했다. 루레이루에 앞서 수석으로 대학을 졸업했다. 하지만 대학 졸업 후 둘의 궤적은 달라졌다. 발렌트는 유학생용 비자를 받아 2000년 가을부터 2001년 봄까지 브라운대 물리학과 박사과정에 등록했다. 이후 휴학한 뒤 복학하지 않았고, 2003년 자퇴 처리됐다. 반면 루레이루는 2005년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연구하다 2016년 MIT로 자리를 옮겼다. 40세에 정교수가 된 뒤 MIT 최대 규모 연구소 중 하나를 이끌었다. 두 사람이 계속 연락을 주고받았는지는 불분명하다. 일부 옛 동창은 발렌트가 루레이루의 성공적인 경력을 부러워했을 거라고 추측했다. 김기환([email protected])
2025.12.21. 9:04
“완전히 한국인도, 미국인도 아닌 건 쉽지 않았지만, 그 경험이 타인을 이해하는 힘이 됐습니다.” 약 8개월간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첫 임무를 마치고 지난 9일(현지시간) 지구로 귀환한 미 항공우주국(NASA) 소속 한국계 우주비행사 조니 김(41)은 19일 NASA 존슨우주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인 정체성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라는 중앙일보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한국계 미국인으로 자라며 정체성이 형성되는 데 큰 영향을 받았다”며 “많은 1·2세대 이민자들과 마찬가지로 두 세계 사이에 끼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게 쉽지는 않았지만,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공감(empathy)하는 힘을 길러줬고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이런 배경은 그가 바라보는 국제 협력의 가치로도 이어졌다. 한국우주항공청 출범과 관련해 조니 김은 “매우 자랑스럽고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된다”며 “NASA가 지금까지 주도해온 것처럼 나라들이 함께 협력할 때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선례”라고 평가했다. 한식에 대한 애정도 남달랐다. 그는 “출발 전 가족과 지인들이 김과 김치, 밥을 싸 줬는데, 우주정거장 메뉴에는 그런 음식이 전혀 없었다. 그걸 먹으며 고향의 맛을 느낄 수 있었던 게 정말 좋았다”고 미소를 띤 채 회상했다. 앞서 그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고추장과 김치, 스팸과 햇반 등 한식을 먹는 모습을 공개해 한국 팬들의 관심을 모았다. 조니 김은 198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난 한국계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고등학교 졸업 후 미 해군에 입대해 네이비실 제3팀에서 복무하며 이라크 전쟁에도 두 차례 참여했다. 전쟁의 포화 속에서 열악한 전장 응급의료 현실을 목도하고 2012년 해군 의학외과국 장교 신분으로 하버드대 의학전문대학원에 합격해 2016년 졸업 후 의사로 전향했다. 이후 2017년 NASA 우주비행사로 선발된 그는 올해 4월부터 약 8개월간 ISS 72·73차 탐사대 비행 엔지니어로 활동하며 과학 연구와 기술 시연에 참여했다. 귀환 소감에 대해서는 지구의 감각을 다시 느끼는 기쁨을 강조했다. 그는 “다시 날씨를 느낄 수 있고 바람이 피부에 닿는 감각을 느낄 수 있어 정말 좋다”고 말했다. 성과로는 생명과학 분야 연구를 꼽았다. 그는 일본 실험 모듈 내 생명과학 글러브박스에서 진행한 ‘메이블(MABEL)’ 실험을 언급하며, 뼈 줄기세포를 배양해 뼈 손실을 줄일 수 있는 지를 연구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는 우주비행사 건강 관리뿐 아니라 지구의 골격·근육 질환 연구에도 의미가 있다고 한다. 우주 생활에 대해선 “지구에서 쉬운 일이 우주에서는 매우 어렵고, 지구에서 어려운 일이 우주에서는 아주 쉬운 경우가 많다”며 “물병을 내려놓는 간단한 행동조차 무중력 환경에선 쉽지 않은 반면 아주 무거운 물체도 손가락 하나로 밀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장 그리웠던 건 “가족”이라면서 아내와 아이들, 반려견을 언급했다. 동시에 “정말, 정말 그리웠던 것은 기술과 정보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휴대폰이 그리웠다”며 웃었다. 이날 회견은 후배 우주비행사들을 향한 조언으로 마무리됐다. 조니 김은 “임무 성공을 좌우하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어떻게 대하느냐”라며 “경청, 리더십, 연민, 공감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지혜([email protected])
2025.12.21. 8:49
━ 3년7개월 용산 시대 접고 청와대로 복귀 ━ 3실장과 근무…대통령, ‘소통의 머슴’ 돼야 연말부터 다시 ‘청와대 시대’가 열린다. 대통령실이 용산에서 청와대로 이사를 시작했고, 이재명 대통령도 올해 안에 집무실을 옮길 예정이다. 이로써 용산 대통령실 시대는 3년7개월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대통령실의 청와대 귀환을 바라보는 국민의 심경은 복잡하다.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권위를 상징하는 공간이 써내려 온 ‘애증의 역사’를 잘 알기 때문이다. 그간 청와대는 특권과 불통, ‘구중궁궐’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역대 대통령은 하나같이 소통을 약속하며 입성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공간의 폐쇄성에 갇혀 ‘제왕’으로 변해 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를 청산하겠다”며 용산 이전을 결정했을 때 일정한 지지를 받았던 것도 정치적·공간적 한계를 극복하라는 국민적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은 불법 계엄이라는 ‘제왕적 선택’으로 그 기대를 배반했다. 이전과 복귀 과정에서 쓰인 1000억원 넘는 예산은 고스란히 국민 몫이 됐다. 대통령실 이전은 단순한 이사를 넘어 치유와 회복의 의미를 담아야 한다. 국민에게 상처를 안겨준 정치에 다시 기대를 품을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한다. 대통령실이 용산 이전의 폐해를 극복하고 청와대의 부정적 이미지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 이 대통령이 참모 업무동인 여민관에 집무실을 두고, 3실장(비서실장, 정책실장, 국가안보실장)과 한 건물에서 일하기로 한 점도 주목된다. 본관 집무실은 정상회담 등 외빈 행사에 쓰이게 된다. 기자실과 대통령 집무실이 한 건물에 있던 용산 시절보다 언론과의 물리적 거리가 멀어지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기자회견장이 있는 춘추관은 가장 가까운 비서동인 여민관과 200∼300m 정도 거리가 있다. 대통령실 업무보고를 생중계할 정도로 투명한 소통을 강조해 온 이재명 정부의 국정 스타일과 배치될 수 있다. 대통령실은 디지털 소통 프로그램을 강화한다지만, 대면 소통의 공백을 메울 과감하면서도 효율적인 방식이 필요하다. 청와대는 국민과 더 가까워져야 한다. 3년2개월간의 개방 기간 동안 85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아왔을 정도로 청와대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높다. 미국 백악관이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웨스트윙(서관)’을 제외하고 ‘이스트윙(동관)’과 중앙 관저 등 상당 부분을 개방하는 점을 참고할 만하다. 대통령 경호처가 청와대로 접근 가능한 5개 진입로에서 검문·검색을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하니, 보다 친근한 청와대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이 대통령은 평소 “대통령은 머슴 중에 상머슴(큰 머슴)이 돼야 한다”고 했다. 다시 열린 청와대는 불통의 제왕이 아닌 ‘소통의 머슴’이 일하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2025.12.21. 8:34
━ 이 대통령 “수도권 과밀 해소 위해 물꼬 터야” 제안 ━ 야당과 협의하고 세수 이양, 자치 확대 뒷받침 필요 지난 18일 이재명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대전·충남 의원들과의 오찬에서 “수도권 과밀화 해법과 균형 성장을 위해 대전과 충남의 통합이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당시 균형 발전 전략으로 ‘5극(수도권·동남권·대구경북권·중부권·호남권) 3특(제주·전북·강원)’이라는 초광역권 육성 방안을 내놓았다. 대전·충남 통합은 그 시발점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수용 가능한 최대 범주”를 언급하며 적극적인 지원을 할 의사를 내비쳤다. 다음 날 민주당도 특위를 구성하고 통합 특별법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기초자치단체 통합은 일부 사례가 있지만, 광역자치단체 차원에서 실현된 적은 없다. 역대 정부에서 추진됐지만 정치적 이해관계에 가로막혀 번번이 좌초됐다. 그만큼 이번 논의는 단기적 유불리를 넘어 국가의 미래를 설계하는 장기 전략의 문제로 다뤄야 한다. 수도권 집중 현상은 이미 임계점을 넘어섰다. 인구와 자본, 일자리와 교육 기회가 수도권으로 빨려들어가 다른 지역의 생존이 위협받을 지경이다. 대안은 일정한 규모를 지닌 광역자치단체가 자생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대전과 충남이 통합하면 인구 357만 명의 새 자치단체가 탄생한다. 연구·과학 중심 도시인 대전과 제조업·농업 기반을 가진 충남이 결합하면 새로운 성장의 계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방향이 아니라 방식이다. 통합이 국가의 미래와 균형 발전이라는 대의보다 내년 지방선거 전략에 종속되는 순간, 정책 신뢰와 추진 동력은 급격히 가라앉을 수 있다. 실제로 여권에선 특별법 처리 시점을 내년 지방선거 이전으로 못 박고, 대통령실 인사의 차출설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10월 대전충남특별시 설치 특별법안을 발의한 국민의힘 내에선 환영이라는 반응과 선거공학적 접근이라는 비판이 교차하고 있다. 광역 지자체 통합은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부산·울산·경남 통합이나 대구·경북 통합도 논의됐지만 진척을 보지 못했다. 새 지자체 명칭과 행정기관 배치, 재정 배분, 주민의 생활권 변화까지 고려해야 할 사안이 적지 않다. 지역 주민의 공감대를 얻는 것은 물론이고 야당과도 충분한 협의를 해야 한다. 중앙정부의 ‘전폭 지원’ 약속도 선거용 메시지가 아니라 중앙정부의 세수 이양이나 자치 권한 확대라는 실질적 제도로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 대전·충남 통합이 성공한다면 다른 지자체 통합의 기폭제가 될 수 있고, 실패하면 지방 개편 논의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 그렇기에 정권의 성과나 선거 전략이 아닌, 행정 통합을 통해 국가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 것이냐는 대승적 관점에서 추진돼야 한다.
2025.12.21. 8:32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스스로를 “매우 안정된 천재(very stable genius)”라고 했다. 과연 그럴까. 하버드대 주디스 허먼과 동료 정신과 의사들은 그가 ‘자기애성 인격장애(NPD·Narcissistic Personality Disorder)’를 가졌다고 판정했다. 자기중심적이고, 타인을 무시하는 나르시시스트라는 것이다. 트럼프 1기 때 그의 황당한 정책에 반대하는 ‘어른의 축’ 인사들은 줄줄이 보따리를 쌌다. 그를 비판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 존 브레넌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 ‘러시아 게이트’ 수사 관계자들은 지금도 보복수사를 받고 있다. 자기중심적 트럼프도 반대 수용 공개 비판한 비서실장 계속 신임 윤석열, 한동훈 직언에 분노…몰락 직언자 안 보이는 이 대통령 위험 그런데 냉철한 ‘얼음공주(ice baby)’ 수지 와일스 비서실장이 배니티페어와 가진 인터뷰가 보도된 이후 트럼프의 반응은 의사들의 예상과 달랐다. 와일스는 트럼프가 상호관세를 발표하기 전 “좋은 정책인지에 대해 엄청난 의견 불일치가 있었다”며 “밴스 부통령과 함께 속도를 늦추려고 시도했다”고 털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적(政敵) 기소에 대해서는 “(취임) 90일이 지나기 전에 보복을 끝내기로 느슨하게 의견 일치를 봤다”고 했다. 와일스는 트럼프가 “알코올 중독자의 성격을 가졌다”며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은 없다는 시각으로 행동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분노하지 않았고 “그녀는 훌륭하게 일하고 있다”며 계속 신임했다. 트럼프가 올해 참모의 반대로 자신의 뜻을 접은 사례도 있었다. 파월 연준 의장을 ‘실패자’로 모욕하면서 쫓아내려고 했지만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이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며 반대하자 물러섰다. 민주당 상원의원을 반역 혐의로 처벌하려다 공화당 소속 상원 군사위원장이 제지하자 포기했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 관세에 대해 “부패의 온상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사람이지만 트럼프의 실용감각은 인정한다. “미친 것 같은 정책을 내놨다가도 아니다 싶으면 금방 바꾼다”며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멍청한 정책을 고집하는 민주당과는 다르다”고 평가했다. 디 언포퓰리스트 편집장인 시카 달미아는 “트럼프의 이념적 확고함 부족과 거래적인 통치 방식이 공존 불가능해 보이는 마가(MAGA) 파벌들을 결속시키는 데 필수적”이라고 했다. 허술한 것 같지만 영리하고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부처 업무보고 발언이 생중계로 알려지면서 구설에 올랐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과는 ‘책갈피 외화 반출 전수조사’를 둘러싸고 “천하의 도둑놈 심보”라며 설전을 벌였다.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에겐 학계에서 위서(僞書)로 정리된 『환단고기(桓檀古記)』에 대해 “문헌이 아니냐”고 물었다. 전 정권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을 상대로 한 공격적인 발언이었지만 감히 누구도 말리지 못했다. 여권은 4심제, 내란전담특별재판소 설치, 대법관 증원, 법왜곡죄 신설, 검찰 해체를 사법개혁이라며 추진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기둥인 삼권분립 원칙을 위협하는 일이다. 대통령 가족과 측근 비리를 감시하는 특별감찰관 도입은 감감무소식이다. 새 정부 인사에 비선 실세가 관여하고 있다는데 너나없이 침묵하고 있다. 비판을 극도로 싫어하는 보스를 상대로 직언을 거듭하는 트럼프 참모들과 대비된다. 현실감각이 탁월한 실용 대통령을 상대로 할 말을 하지 않는 것은 비겁한 일이다. 이 경직된 분위기를 어떻게 바꿀지 이 대통령은 고민해야 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서슬이 퍼럴 때도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는 민심을 전달했다. 그는 “무수히 많은 비공식적 경로와 방식을 통해 김건희 여사와 의대 증원, R&D 예산 삭감, 명태균을 비롯한 여러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대통령에게 요구했다”고 했다. 윤석열은 그를 ‘빨갱이’로 불렀고, 군사령관들에게 “한동훈을 잡아오라. 총으로 쏴 죽이겠다”고 했다. 그 오만과 독선의 비극적 결과가 12·3 불법 계엄이다. 이 대통령의 이너서클에는 한동훈처럼 단호하게 “노(No)”라고 할 사람이 없다. 대통령이 잘못을 성찰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면 계속 독주하게 된다. 내부 견제와 균형이 무너지고 위기에 대처할 수 없다. 대통령이 언로(言路)를 열면 국민이 편안해진다. 불완전한 한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국정의 오류와 허점이 다양한 시각을 통해 발견되고 현실에 맞도록 수정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통령은 ‘선출된 황제’가 된 지 오래다. 그가 호승심(好勝心)이 앞서 상대를 향해 “천하의 도둑놈 심보”라고 쏘아붙이면 누구도 입을 열기 어렵다. ‘황제’ 한 사람이 만사를 결정하게 되고 공화(共和)의 정신은 소멸된다. 비극의 출발점이다. 와일스는 “트럼프가 항상 내 의견을 존중한다”며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고 했다. 취임 6개월이 지난 이 대통령에게도 “야당과 그만 싸우고 통합의 길을 가자”고 직언하는 ‘얼음공주’가 필요하지 않을까. 이하경([email protected])
2025.12.21. 8:30
마치 대한민국에 유전이나 금맥이 터진 것 같다. 요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각종 선심성 정책을 쏟아내는 것을 보면서 드는 착각이다. 전북 정읍시는 내년 1월 전 시민에게 1인당 30만원의 민생지원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이학수 정읍시장은 “위기를 견디고 있는 시민들께 온기를 드리기 위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취지는 좋지만 문제는 돈이다. 310억원의 재원이 필요한데 정읍시의 재정자립도는 9.6%에 불과하다. 정읍시뿐이 아니다. 전남 순천시·보성군·고흥군과 충북 보은군·괴산군 등도 민생회복지원금 명목으로 전 주민에게 돈을 뿌린다. 정부·지자체 선심성 정책 남발 통화 급증해 원화값 추락하면 성실한 중산층도 가난해질 것 한국의 기초자치단체가 인건비 등 기본 운영 경비를 스스로 충당하려면 재정자립도가 최소 30%대 후반은 돼야 한다. 하지만 순천만국가정원 수입 등으로 비교적 사정이 나은 순천시의 재정자립도도 19%에 불과하다. 전국 시 평균(30%대 초반)에 못 미친다. 나머지 보성·고흥·괴산·보은군은 전국 최저 수준이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2024년 말 기준 국가부채가 4632조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이는 GDP(국내총생산)의 181%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하는 공공부채(1738조원)에 국민연금 미적립부채(1575조원), 군인연금 충당부채(267조원), 공무원연금 충당부채(1052조원)를 합친 것이다. 물론 박 의원의 주장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환율 방어에 동원되고 청년임대주택 재원 등 정치적 목적으로 남용될 경우 국가가 연금을 주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에 이를 수 있다. 가계부채도 세계 최고를 찍었다. 김세직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한국의 가계신용(2248조원)과 전세보증금(1002조원)을 합친 가계부채는 3250조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지난 30년간 모든 정부가 저금리 정책, 대출 규제 완화, 재정 확대 등 총수요 부양정책을 펼쳤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오히려 1997년 외환위기 때처럼 금융위기 압력을 높이고 있다. 올해 9월 기준 통화량(M2)은 4430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무려 352조원이 늘었다. 경기 부양을 위한 돈 풀기는 원화가치를 추락시키는 주범이다. 감사원이 새출발기금 감면 실태를 감사한 결과 월소득이 8084만원인데 빚 2억원을 감면받거나 4억3000만원의 가상자산을 보유하고도 1억2000만원을 탕감받는 등 ‘도덕적 해이’ 사례가 무더기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가난한 사람이 비싼 이자를 적용받는 것은 금융계급제”라고 질타했다. 이 때문에 고신용자보다 저신용자의 금리가 낮아지는 왜곡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또 탈모·비만치료제를 건강보험에 적용하는 방안을 지시했다. 해당자는 좋겠지만 건강보험 재정지출이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 늘어난 재정 부담은 주로 소득과 자산이 중간을 넘는 계층이 지게 된다. 문제는 중산층 이상도 세금과 사회보험 부담이 과중하면 빈털터리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통계청 기준 상위 1%의 순자산은 33억원이다. 이 중 부동산을 뺀 금융자산은 6억원 정도다. 이들은 은퇴 후 근로소득이 없어져도 부동산 보유세와 건강보험료로 연간 수천만원을 내야 한다. 상위 1% 순자산가도 은퇴 후 고정수입이 없다면 여생(평균 30여 년)을 마치기 전에 가진 돈을 전부 써버려 서민층으로 추락할 수 있다. 공짜 점심을 먹으면 그때는 좋겠지만 나중에 그보다 더 비싼 청구서를 받게 된다. 돈을 풀면 화폐가치가 떨어지고 물가는 오르게 된다. 인플레이션은 서민층에 가장 가혹한 세금이다. 부자는 부자대로 세금을 피해 해외로 탈출할 것이다. 베네수엘라·아르헨티나, 그리고 유럽의 복지국가에서 우리가 이미 목격한 현실이다. 포퓰리즘은 싸구려 마약 ‘펜타닐’ 같은 것이다. 이에 중독되면 인간은 자율 의지를 잃은 좀비처럼 정부가 주는 최소한의 구호물품을 구하러 거리를 비틀거리며 배회하게 될 것이다. 정철근([email protected])
2025.12.21. 8:28
1811년 영국, 밤의 적막을 깨고 직물 공장에 횃불이 날아들었다. ‘러다이트 운동’의 시작이었다. 역사는 이를 기술 진보를 거부한 기계 파괴 폭동이라 기록했지만, 사실 그들이 부수려 했던 것은 기계 자체가 아니었다. 그들은 기술 전환이 초래할 파국적 빈곤을 방치한 ‘사회의 무책임’에 돌을 던진 것이다. 기계가 인간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비정한 시스템에 대한, 생존을 건 저항이었다. 200여 년이 흐른 지금, 기시감이 느껴진다. 대한민국은 ‘세계 3대 인공지능(AI) 강국’을 향해 국가적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수백조 원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와 규제 혁파는 시급한 생존 전략이다. 그러나 이 거대한 청사진엔 결정적인 질문이 간과되어 있다. 기술 엔진의 출력을 높이는 투자만큼, 그 속도에 튕겨 나갈 사람들을 위한 안전망은 과연 준비되어 있는가. 기술 혁신 과정에서 실직자 양산 ‘AI 영향평가’로 복지·고용 챙겨야 커지는 디지털 불평등 방치 안 돼 기술 낙관론자들은 반문한다. “혁신은 결국 낡은 일자리보다 더 많은 새 직업을 만들고 인류를 진보시키지 않았나?” 하지만 이 매끈한 거시적 명제는 잔인한 함정을 품고 있다. 구산업 붕괴와 신산업 태동 사이의 아득한 시차, 바로 그 전환의 계곡에서 질식해가는 구체적인 삶들은 통계 숫자 뒤로 철저히 지워진다는 사실이다. 인류라는 종(種)의 차원에서는 진보일지 모르나, 그 과도기를 온몸으로 감당해야 하는 현실의 개개인에게 기술 혁신은 삶 전체의 파탄을 의미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혜택이 돌아간다는 말은 당장 생계가 끊긴 가장에게 위로가 되지 못한다. 한국은 빈약한 안전망 탓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살률 1위라는 비극을 안고 있다. 직업 상실이 곧 사회적 사형 선고나 다름없는 세상에서, AI가 초래할 고용 불안은 빈곤을 넘어 목숨을 위협하는 치명적 뇌관이 될 수 있다. 대비 없는 낙관론은 폭력이다. 우리는 화려한 발전의 수레바퀴 아래 깔린 개인의 호소에 먼저 귀를 기울여야 한다. 경고등은 이미 켜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선진국 일자리의 60%가 AI 영향권이라 했고, 한국은행은 청년 고용 감소의 대부분이 AI 노출 산업에 집중됐다고 분석했다. 기술 진화 속도가 사회 조정 능력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단순한 지체가 아니라, 사회 안전 시스템의 붕괴를 예고하는 전조다. 이제 AI 시대의 복지는 시혜를 넘어, 이 고통스러운 전환기를 건너게 해줄 사회적 교량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사회적 대응이 시급하다. 첫째, 가장 시급한 과제는 공공 영역의 ‘AI 영향평가’ 제도화다. 복지, 고용 등 국민의 삶을 좌우하는 공공 영역에 AI를 도입할 때, 인권에 미칠 치명적 영향을 사전에 검증해야 한다. 이미 유럽연합(EU)은 ‘AI 법’을 통해 고위험 AI에 대한 기본권 영향평가를 의무화했고 미국도 안전장치 마련을 지시했다. 효율성이라는 미명 하에 알고리즘이 소외계층을 차별하는 디지털 불평등을 방치해선 안 된다. ‘선(先) 검증 후(後) 도입’ 원칙은 필수다. 둘째, 복지의 패러다임을 사후 구제에서 예방적 개입으로 전환해야 한다. AI는 역설적으로 위기 징후를 가장 먼저 포착하는 도구가 된다. 연체 기록, 에너지 사용량 급감 등 데이터 신호를 분석해 가계 파산 전 개입하는 조기 경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는 반도체 공장 건설만큼이나 시급한 사회적 투자다. 셋째, AI와 공존할 인간 고유성에 투자해야 한다. 지식 처리는 AI에게 맡기되,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공감과 돌봄의 가치를 재발견해야 한다. AI 시대 인간의 자리를 묻고 그 역량을 기르는 교육만이 대량 실업이라는 디스토피아를 막을 방파제가 된다. 마지막으로, 기업이 국민 데이터를 학습 연료 삼아 창출한 혁신 이익을 사회안전망 재원으로 환류하는 데이터 배당 논의도 시작해야 한다. 기술은 미래로 나아가는 엔진이며, 사회안전망은 공동체 가치를 조향하는 핸들이자 주위를 돌아보게끔 속도를 조절하는 브레이크다. 제어 장치 없는 고성능 자동차는 위험하다. 200년 전 러다이트의 교훈은 명확하다. 진정한 AI 강국은 기술 고도화만 이룬 나라가 아니라, 그 기술이 초래할 전환기의 고통을 조율하고 인간의 복지와 동행할 품격을 갖춘 나라다. 혁신을 향한 투자만큼 사람을 보호하는 시스템 구축에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송인한 연세대 사회복지학 교수·리셋코리아 불평등해소 분과위원장
2025.12.21. 8:26
백악관 "美인플레, 목표치보다 낮아…금리 더 일찍 내렸어야" '차기 연준의장 후보' 해싯 경제위원장 "기업들, 관세 고려해 가격 낮춰" (워싱턴=연합뉴스) 홍정규 특파원 =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21일(현지시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더 일찍 내렸어야 했다"고 말했다. 해싯 위원장은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해 "'연준이 느리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말은 옳다"며 이같이 밝혔다. 해싯 위원장은 내년 5월 취임할 차기 연준 의장 후보군에 포함돼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몇 주 안에 차기 의장을 지명할 예정이다. 해싯 위원장은 "지금 데이터를 보면 목표치보다 훨씬 낮은 인플레이션을 보이고 있다"며 "우리는 공급 충격을 겪고 있다. 이는 인플레 없이도 높은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오스틴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조차 "최신 인플레 수치를 보면 지난번 금리 인하에 반대표를 던진 것이 실수였다고 인정했다"며 굴스비 총재가 "앞으로 더 많은 금리 인하에 찬성할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을 원래 해야 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사람을 원한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건전하고 독립적인 판단을 내리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해싯 위원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따른 비용 증가가 소비자에게 상당 부분 전가됐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선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해싯 위원장은 "현재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3개월 평균) 근원 인플레이션은 1.6%"로 바이든 행정부에서 트럼프 행정부로 넘어온 올해 초보다 대폭 하락했다면서 "인플레는 트럼프 대통령 하에서 급격히 하락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외국 생산자들은 미국에 물건을 파는 데 절박하다. 우리가 관세를 부과하면, 그들은 (시장 경쟁력을 위해) 가격을 낮출 것"이라며 "그래서 미국 소비자 가격에 최종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히려 관세 정책으로 "지난 몇 달 동안 우리는 (무역)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1년 만에 적자가 작년 대비 6천억~7천억달러 줄었다"며 "우리는 4% 성장률과 1%대 인플레이션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해싯 위원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주택 구입자들의 재정적 부담을 줄여줄 대책을 마련 중이라면서 "새해 초에 곧 발표할 큰 계획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를 위해 경제 참모들이 "크리스마스 이후 상당 기간을 (트럼프 대통령의 별장인) 마러라고에서 보낼 예정"이라며 "장관들이 신중하게 검토한 주택 관련 아이디어 목록이 1~2주 안에 대통령에게 제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홍정규
2025.12.21. 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