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54.9%로 전주 대비 0.1%포인트 상승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8일 공개됐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5일 전국 18세 이상 2520명을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는 54.9%로 나타났다. 직전 조사와 비교하면 보합세를 유지하면서도 소폭 오름세를 보였다. 반면 부정 평가는 42.1%로, 같은 기간 1.4%포인트 상승했다. 정당 지지도는 지난 4~5일 실시한 별도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이 44.2%, 국민의힘이 37.0%로 집계됐다. 민주당은 전주 대비 1.4%포인트 하락했고, 국민의힘도 0.4%포인트 떨어졌다. 조국혁신당은 2.6%, 개혁신당은 3.8%, 진보당은 1.4%로 조사됐다. 두 조사는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 정당 지지도 조사의 표본오차는 ±3.1%포인트다. 응답률은 각각 4.5%, 3.7%였다.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영혜([email protected])
2025.12.07. 16:49
경북 포항에서 스킨스쿠버를 하던 40대 여성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북도와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7일 오후 9시 41분쯤 포항시 청하면 청진1리 방파제 인근 해상에서 스킨스쿠버를 하던 A씨(40대)가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A씨는 구조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사망했다. 사고 당시 A씨는 수중에서 갑자기 의식을 잃은 것으로 파악됐다. 근처 방파제에서 낚시를 하던 시민이 A씨가 착용한 수중 랜턴이 장시간 움직이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겨 이를 A씨 일행에게 알렸고 이후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조대는 심정지 상태의 A씨를 물에서 건져 응급처치를 시행하며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병원에서 사망 판정을 받았다. 당국은 “해경에서 자세한 사고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영혜([email protected])
2025.12.07. 16:26
"中항모, 오키나와 동쪽 섬들 사이 해역서 첫 전투기 이착륙" 日방위성 "6∼7일 함재기 등 약 100회 이착륙…호위함으로 경계·감시"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중국군 전투기가 일본 자위대 전투기를 레이더로 조사(照射·겨냥해서 비춤)했다고 일본이 발표한 가운데 오키나와현 동쪽 섬들 사이에서 중국 항공모함 함재기의 이착륙이 처음 확인됐다고 NHK가 8일 보도했다. 일본 방위성에 따르면 중국 항공모함 랴오닝함 선단은 지난달 5일 동중국해에서 오키나와섬(沖繩本島) 남서쪽과 미야코지마(宮古島) 사이를 지나 태평양으로 항해했으며, 이후 오키나와섬 동쪽과 미나미다이토지마(南大東島) 사이를 통과해 7일 가고시마현 기카이지마(喜界島) 동쪽 약 190㎞ 해역까지 진출했다. 방위성이 공개한 랴오닝함 항해 경로를 보면 오키나와섬을 'ㄷ'자 형태로 에워싸듯 이동했다. 오키나와섬과 미나미다이토지마가 있는 다이토(大東) 제도 사이 해역에서 중국군 항모 전투기 이착륙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NHK가 방위성을 인용해 전했다. 랴오닝함에서는 6일과 7일 전투기와 헬리콥터가 각각 약 50회 이착륙했다. 방위성은 호위함 '데루즈키'를 활용해 경계·감시 활동을 실시하고, 함재기 이착륙에 대응해 자위대 전투기를 긴급 발진하는 등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NHK는 지금까지 중국 전투기와 헬리콥터의 일본 영공 침범은 파악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앞서 방위성은 지난 6일 오후 중국군 J-15 함재기가 일본 항공자위대 F-15 전투기를 상대로 두 차례에 걸쳐 레이더 조사를 했다고 밝혔다. 전투기 레이더는 주변 전투기를 찾기 위한 수색용과 공격 목표를 정해 집중적으로 전파를 쏘는 화기 관제용이 있으며, 중국군 함재기가 이번에 화기 관제용 레이더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이와 관련해 방위성 관계자는 "의도가 있어서 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항공자위대 출신 조종사는 일본 F-15 전투기가 중국군 전투기의 미사일 사정거리 범위 내에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에 밝혔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박상현
2025.12.07. 16:25
지구의 나이는 약 46억 년이에요. 탄생 이후 다양한 자연적 요인으로 인해 지구 기온은 계속 변화했는데, 오랜 기간에 걸쳐 천천히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에 인간을 비롯한 지구상의 생물들이 적응하고 진화하며 삶을 이어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18세기 시작된 산업혁명 이후 화석연료 사용과 공장식 축산 등으로 온실가스가 급증하면서, 지난 80만 년 동안 300ppm을 넘어선 적이 없었던 이산화탄소 농도가 2023년 기준 420ppm을 넘었어요. 이는 약 150여 년간 지구의 평균 기온이 1.1℃나 상승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과거 지질학적 자연 온난화 속도에 비해 약 200배 빠른 변화죠. 우리나라의 경우 1912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기온이 10년마다 약 0.2℃씩 상승했는데요. 특히 지난 30년(1981∼2010년) 대비 최근 10년(2011∼2020년) 여름의 열대야일은 4.6일 길어졌고, 폭염일은 2.8일 증가했어요. 이렇게 기후변화가 진행될 동안 한국 생태계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이윤슬·황지유 학생기자가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을 찾아 김미정 학예연구사와 함께 전시 '봄, 여름, 가을, 겨울 – 흔들리는 계절'을 통해 기후변화를 겪고 있는 한국의 사계절 및 그 생태계를 함께 알아보기로 했죠. "기후변화는 동식물의 생활사 주기를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어요. 이번 전시에서는 벼·명태·꿀벌·자리돔 등 우리의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으면서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는 우리나라 대표적 동식물을 사계절로 구분해 만날 수 있어요." 먼저 봄부터 살펴볼까요. 전시실에는 우리나라 꿀벌과 등검은말벌 등 여러 종류의 벌 표본이 있었어요. 지유 학생기자가 "최근 몇 년간 월동 중이던 꿀벌이 대량 폐사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들었어요"라고 말했죠. "맞아요. 이는 기후변화와도 관련 있어요. 우리나라 꿀벌은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벌통 안에서 겨울을 납니다. 최근 겨울 기온 상승으로 봄이 온 것으로 착각해 일벌들이 먹이활동을 위해 밖으로 나오거나, 여왕벌이 알을 낳으면서 2023년 우리나라 꿀벌의 월동 폐사율은 60%를 넘었죠. 자연 폐사율 약 20%를 크게 웃도는 수치예요. 또 따뜻한 겨울과 도시화로 인해 중국에서 아열대성 외래종인 등검은말벌이 유입돼 국내 꿀벌을 먹이로 삼으면서 국내 꿀벌 개체 수 유지에 큰 위협이 되고 있어요." 전 세계 꽃 피는 식물의 약 87%는 곤충 수분에 의존하며, 그중 꿀벌은 인류 식량 작물의 약 75~80%를 책임지는 가장 중요한 수분 매개자이기 때문에, 이러한 생태 시기 불일치는 식량 생산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모내기 시기도 늦어지고 있어요. 전시실에는 계절마다 농민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담은 그림인 '경직도'가 있었는데요. 우리 조상은 농작물 수확에 영향을 주는 기온·일조량·강수량의 변화를 중요하게 여겨 24절기에 따라 농사를 지었죠. 과거에는 24절기 중 6월 초인 망종 무렵부터 본격적인 모내기를 했어요. 하지만 최근 기후변화로 가을·겨울 기온이 상승하고, 여름철 집중 호우가 잦아지면서 벼의 생육 환경도 달라졌죠. 경기도농업기술원은 고온·다습으로 인한 병해충과 잡초 피해를 막기 위해 경기 지역의 모내기 시기를 과거보다 최대 25일가량 늦추도록 권고합니다. 봄철은 원래 강수량이 적어 산불이 빈번한 시기죠. 최근 기온 상승으로 봄철 대기가 더욱 건조해지고, 식물의 수분 증발도 빨라지면서 산불은 더 자주 발생하고 있어요. 산림청에 따르면 1980년대 연평균 238건이 발생하던 산불은 2020년대 들어서는 580건으로 급증했어요. 그중 봄철(3~5월)에 발생한 산불은 56%였죠. 잦은 산불은 생태계를 파괴할 뿐만 아니라, 대량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지구의 온난화를 가속합니다. 김 학예연구사가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최근 몇 년간 여름철 매미 소리가 더 길고 강하게 느껴지지 않았나요"라고 했어요. 본래 낮에 울던 매미가 도시의 인공 불빛과 밤까지 이어지는 고온 때문에 밤에도 우는 거예요. 또 봄철 기온이 상승하면서 매미의 부화시기도 빨라지고 있죠. 실제로 2024년 서울에서 매미의 첫울음이 평년보다 18일이나 앞당겨졌어요. 또 기온이 27℃가 넘었을 때 활발히 활동하는 말매미가 도심의 우점종이 된 것도 영향을 미쳤어요. 동남아 지역이 고향인 말매미는 3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들었지만, 도시 가로수로 양버즘나무·벚나무 등 말매미가 선호하는 나무를 많이 심으면서 개체수가 증가했죠.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 온도 상승으로 어획량과 어종의 분포 등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어요. 1968년부터 2022년까지 우리나라 바다 평균 수온은 약 1~1.5℃ 상승했죠. 이제는 '금값'이 돼 큰마음 먹고 사 먹어야 하는 오징어의 가격도 이와 관련 있어요. 오징어가 특산품인 울릉도에서는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연간 1만2000톤이 넘게 잡혔죠. 하지만 해수 온도 상승으로 오징어가 알을 낳거나 먹이를 찾기 위해 떼 지어 다니는 경로가 북상하면서 울릉도 부근 어획량이 크게 줄었어요. 2015~2022년 울릉도의 오징어 어획량은 연평균 658톤 정도로, 자연스럽게 국내산 오징어의 가격도 높아질 수밖에 없죠. 또 본래 제주 연안 어종이던 자리돔이 난류를 타고 올라와 이제는 상대적으로 북부 지방인 울릉도·독도·부산 등 동해와 남해에서도 쉽게 볼 수 있어요. 가을 한가운데의 명절인 추석의 풍경 역시 기후변화로 바뀌었어요. 전시된 1970년대 추석 성묘객의 사진을 보니 다들 긴소매를 입고 있었죠. 하지만 요즘 추석은 여름 못지않은 더위로 반소매 옷을 입는 경우가 많아요. 실제로 2024년 추석을 앞둔 9월 1~14일 전국 평균 기온은 26.1도로, 기상관측망이 전국에 확충돼 각종 기상기록 기준이 되는 1973년 이후 가장 높은 온도를 기록했어요. 전시실 한쪽에는 아열대 과일 국내 생산지를 표시한 지도가 있었어요. 윤슬 학생기자가 "망고·용과·파파야가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지 몰랐어요"라며 놀랐죠. 김 학예연구사가 "기후변화로 국내에서 생산되는 과일의 종류도 변화가 생겼어요. 망고·용과·파파야는 아열대 기후에서 나는 과일이죠. 그런데 기후변화로 우리나라에서도 이들이 생산되고 있어요. 망고는 제주·부여·영광·통영·함안, 용과는 제주·밀양·창원·통영, 파파야는 진주·밀양 등에서 재배 중이죠"라고 설명했어요. 반대로 사과·배·단감 등 우리나라에서 많이 나던 과일의 생산지는 계속 북상 중입니다. 모기의 활동 시기 변화도 우리나라 전반적 기온 상승과 관련 있어요. 과거 모기는 여름철 우리를 괴롭히는 곤충이었죠. 그런데 요즘 모기는 봄과 가을에 더 극성을 부립니다. 모기의 적정 활동 온도는 25~27℃이기에 30℃가 넘는 요즘 여름 날씨가 아닌, 가을철이 모기가 활동하기 좋은 환경이 됐기 때문이죠. 겨울철에 얼음이 꽁꽁 어는 강을 볼 수 있는 시기도 점점 짧아지고 있어요. 서울의 중심에 있는 한강을 예로 들어볼까요. 1900년대까지만 해도 한강은 평균 80일 이상 얼어붙었어요. 전시실에서는 당시 한강의 얼음 위에서 낚시하던 풍경이 담긴 사진들과 낚시 도구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후변화와 도시화로 인해 한강의 결빙 기간은 2000년대 들어 14.5일로, 100년 만에 결빙 일수가 82%나 줄어들었어요. 한때 밥상 위에 자주 오르던 명태가 우리나라 연안에서 사라진 이유도 기온상승의 영향이죠. 명태는 차가운 바다에서 서식하는 냉수성 어종인데, 동해의 수온이 2.04℃ 상승하면서 1990년대 후반부터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어요. 명태 외에 도루묵·대구·정어리 등 다른 냉수성 어종의 어획량도 감소 중이죠. 또 계절 변화에 따라 이동하며 살던 철새가 텃새가 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어요. 대표적인 예가 왜가리예요. 왜가리는 본래 여름 철새로 여름철 한반도에 머물다가 겨울이 되면 따뜻한 남쪽으로 이동하죠. 하지만 한반도의 겨울 평균기온이 높아지면서 1980년대부터 일부 개체가 남쪽으로 가지 않고 한반도의 남부 지방에서 겨울을 나는 모습이 관찰되기 시작했습니다. 요즘은 전국 곳곳에서 겨울에도 왜가리를 볼 수 있죠. 이외에 청둥오리·쇠백로 등이 겨울철에서 한반도에서 머물러요. 지금까지 기후변화로 한반도의 생태계가 어떻게 변했는지 계절별로 살펴봤습니다. 인간에게 기후변화는 아직까지는 에어컨을 조금 더 길게 틀고, 열대과일의 산지가 북쪽으로 확장되는 일 정도로 느껴질 수 있어요. 하지만 동식물에게는 서식지 파괴, 추운 겨울을 봄으로 착각해 동면에서 깨어났다가 목숨을 잃는 등 생존과 직결된 비극입니다. 동행취재=이윤슬(서울 언주초 6)·황지유(서울 봉은초 6) 학생기자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전시 '봄, 여름, 가을, 겨울 – 흔들리는 계절' 취재에서 정말 다양한 사실을 알게 됐어요. 기후변화로 인해 달라진 우리나라 생태계를 보여주기 위해 여러 생물 모형이 있었는데, 꿀벌과 벌집 모형도 살펴봤죠. 세계 꿀벌의 날은 제 생일과 같은 5월 20일인데, 기후변화로 인해 꿀벌들이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또 사진·영상 자료와 게임 등 여러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통해 기후변화와 국내 생태계에 대해 제가 몰랐던 사실을 배웠어요. 이윤슬(서울 언주초 6) 학생기자 봄에 벌이 사라지는 이유, 산불이 발생하는 이유, 여름에 매미가 과거보다 더 시끄럽게 우는 이유, 열대화, 모기는 왜 사라지는지 등 우리가 일상에서 피부로 느끼는 부분들이 자연현상에서 어떠한 변화로 인해 이루어지고 있는지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전시 '봄, 여름, 가을, 겨울-흔들리는 계절'을 통해 알게 됐어요. 내가 너무 이런 변화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않았구나 반성하는 시간이기도 했죠. 우리 주변에 일어나는 작은 변화들에 우리가 자각해야 할 원인이 반드시 있다는 것을 새삼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황지유(서울 봉은초 6) 학생기자 성선해([email protected])
2025.12.07. 16:00
배우 조진웅이 소년범 전력이 알려지며 은퇴 선언을 하자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명예교수가 "생매장 당하지 않고 맞서 일어나 우뚝 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7일 한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조진웅의 경우 청소년 시절에 잘못했고, 응당한 법적 제재를 받았다"며 "청소년 범죄는 처벌하면서도, 교육과 개선 가능성을 높여서 범죄의 길로 가지 않도록 한다. 이게 소년사법 특징이다. 소년원이라 하지 않고, 학교란 이름을 쓰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 소년(조진웅)이 어두운 과거에 함몰되지 않고, 수십 년간 노력하여 사회적 인정을 받는 수준까지 이른 것은 상찬받을 것"이라며 "지금도 어둠 속에 헤매는 청소년에게도 지극히 좋은 길잡이고 모델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자신의 과거 잘못을 내내 알리고 다닐 이유도 없다"며 "누구나 이력서, 이마빡에 주홍글씨 새기고 살지 않도록 만들어낸 체제 속에 우리는 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교수는 오히려 조진웅의 소년범 전력을 드러낸 언론을 문제 삼았다. 그는 "누군가 어떤 공격을 위해 개인·정치·선정적 동기든 수십 년 전 과거사를 끄집어내어 현재의 성가를 생매장 시키려 든다면, 사회적으로 준엄한 비난을 받아야 할 대상은 그 연예인이 아니라 그 언론"이라며 "이런 생매장 시도에 조진웅이 일체 활동을 중단하겠다는 건 아주 잘못된 해결책이다. 생매장 당하지 않고 맞서 일어나 우뚝 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가 좋아했던 독립운동가들에 관해 일제는 어떤 개인적 약점을 잡아 대의를 비틀고 생매장시키는 책략을 구사했다"며 "연예인은 대중 인기를 의식해야 해 어쩌면 가장 취약한 존재다. 남 따라 돌 던지는 우매함에 가세 말고, 현명하게 시시비비를 가리자. 도전과 좌절을 이겨내는 또 하나의 인간상을 그에게서 보고 싶다"고 밝혔다. 과거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를 대리한 김재련 변호사도 조진웅을 옹호했다. 그는 5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소년법 목적에 비추어보면 현재 성인이 되기는 했으나 모 배우 실명을 찍어 보도하는 것은 소년법 취지에 반하는 것 같다"며 "사회 도처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온통 너덜너덜하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소년법 제1조 '반사회성이 있는 소년의 성행을 교정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한다'는 조항과 제68조 '소년법에 따라 조사, 심리 중인 사건에 관해 소년이 누구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정도의 사실이나 사진을 보도할 경우 처벌한다'는 조항을 인용하며 해당 보도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가수 이정석도 6일 인스타그램에 "연예계 은퇴? 왜 그렇게까지 만드나. 너희는 그리 잘 살았고 살고 있나. 세상이 안타깝고 더럽다"며 조진웅을 옹호했다. 이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5일 디스패치는 조진웅이 고등학교 시절 중범죄로 소년보호처분을 받아 소년원에 송치됐다고 보도했다. 또 조진웅이 고등학교 2학년 때 특가법상 강도 강간 혐의로 형사재판을 받았다고 밝히며, 본명이 아니라 아버지 이름 조진웅으로 활동하는 것도 이러한 이력을 숨기기 위해서라고 전했다. 6일 소속사 사람엔터테인먼트는 "미성년 시절 잘못했던 행동이 있었음을 확인했다"면서도 "성폭행 관련 행위와는 무관하다. 조진웅이 부친 이름을 예명으로 사용한 부분은 과거를 감추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스스로 다짐하며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한 결심에서 비롯된 진심"이라고 밝혔다. 조진웅은 "모든 질책을 겸허히 수용하고 오늘부로 모든 활동을 중단한다"며 "앞으로 한 인간으로서 스스로 바로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성찰하겠다"고 은퇴 선언을 했다. 신혜연([email protected])
2025.12.07. 15:34
프랑스 출신 야수파의 창시자 앙리 마티스(1869~1954)의 판화 8점이 브라질 상파울루 한 도서관에서 도난당했다고 AFP 통신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 당국은 이날 마리오 데 안드라데 도서관에 무장 남성 2명이 침입해 작품들을 훔쳐 달아났다고 밝혔다. 도난당한 미술품 가운데에는 브라질을 대표하는 화가 칸딘도 포르티나리의 작품 5점도 포함돼 총 13점이 사라진 것으로 파악됐다. 마리오 데 안드라데 도서관은 상파울루 현대미술관과 협력해 현대미술 전시를 진행해왔으며, 도난 사건은 전시 종료 당일 발생했다. 시 당국은 도난 작품의 평가 가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상파울루 경찰은 도서관 폐쇄회로(CC)TV 영상을 바탕으로 용의자를 추적 중이다. 야수파의 창시자로 꼽히는 마티스는 단순하면서도 대담한 선과 형태로 독창적 미학을 구축해 ‘선의 연금술사’로 불린다. 이번 미술품 도난은 파리 루브르 박물관의 보석 절도 사건 이후 약 두 달 만에 발생한 문화재 절도다. 한영혜([email protected])
2025.12.07. 15:32
트럼프, 大法이 운명쥔 상호관세 '여론전'…"덜 번거롭고 신속" (워싱턴=연합뉴스) 박성민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집권 2기 행정부 출범 후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를 상대로 부과한 '상호관세'(국가별 차등 관세)의 이점을 강변하며 상호관세의 운명을 거머쥔 연방 대법원을 은근히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1977년 제정)에 입각한 상호관세 부과에 대해 "훨씬 더 직접적이고, 덜 번거로우며, 훨씬 더 빠르다"고 적었다. 이어 "이러한 모든 요소는 강력하고 단호한 국가 안보 결과를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IEEPA는 1977년 발효된 것으로 외국에서의 상황이 미국 국가안보나 외교정책, 미국 경제에 이례적이고 특별한 위험의 원인이 된다고 판단되면 대통령에게 국가 비상사태 선포로 경제 거래를 통제할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관세 부과를 위해 IEEPA를 발동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이며, 미 연방 대법원은 현재 관세 부과에 IEEPA 권한을 활용한 것이 위법인지 여부를 심리 중이다. 앞서 1, 2심은 모두 해당 행위가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SNS 게시글에서 IEEPA를 활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속도와 힘, 확실성이 언제나 지속적이고 승리하는 방식으로 일을 완수하는 데 중요한 요소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나는 미국 대통령에게 명시적으로 주어진 권한(IEEPA를 근거로 한 상호관세 부과 권한) 덕분에 10개월 동안 8개의 전쟁을 해결했다"며 "만약 이들 나라들이 이 권한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면 크고 명확하게 그렇지 않다고 말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이 IEEPA 활용의 위법성 심리에 들어간 이후 자주 대법원에 유리한 판결을 압박해왔다. 특히 대법원이 자신의 정책에 제동을 걸면 관세를 지렛대 삼아 한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과 체결한 무역 합의가 어그러질 뿐 아니라, 관세 덕분에 호황을 누리고 있는 미국 경제가 뒷걸음질 칠 수 있다며 강한 경고음을 발신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박성민
2025.12.07. 15:25
뉴질랜드 경찰이 3000만원 상당의 보석을 삼킨 절도범으로부터 '자연적인 배출'을 통해 보석을 돌려받았다. 5일(현지시간) BBC 등 외신은 뉴질랜드 경찰이 전날 밤 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남성 용의자 A(32)씨로부터 도난당했던 '파베르제 달걀' 펜던트를 회수했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의료적 개입 없이, A씨의 위장관을 자연적으로 통과해" 보석을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이 보석은 그가 6일 전 오클랜드 중심부의 명품 보석상에서 훔친 것으로 추정된다. 사건 당시 보석상 직원은 "A씨가 오후 3시경 보석상에 방문했다가 보석을 삼켰다"고 진술했다. 이후 직원은 경찰에 신고했으나 A씨는 혐의를 부인했다. 뉴질랜드 경찰은 A씨를 구금해 감시했다. 경찰은 A씨가 화장실에 갈 때마다 긴장하며 감시했다고 한다. A씨가 훔친 달걀 모양 펜던트는 세상에 50개밖에 없다. 금으로 만들어졌으며, 녹색 에나멜 페인트와 다이아몬드 183개, 사파이어 2개가 장식돼 있다. 1983년 영화 '제임스 본드 007 시리즈 옥토퍼시'에서 가짜 파베르제 달걀을 이용한 보석 밀수 작전에 영감을 받아 제작된 작품으로 알려졌다. 신혜연([email protected])
2025.12.07. 15:10
미술 작품은 특정 시대의 사회·문화·철학·종교적 배경을 반영하므로 이와 관련한 배경지식이 없다면 흥미가 떨어지죠. 그래서 우리와 다른 철학과 역사를 배경으로 한 서양미술을 제대로 즐기려면 작품이 만들어진 역사와 문화적 배경을 이해하고 나만의 방식으로 해석하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서양미술은 고대 미술의 이성과 조화에서 시작해 중세 미술의 종교적 상징성을 거쳐, 르네상스의 인본주의적 재탄생에 이르기까지 작품의 특징이 계속해서 변화해 왔죠. 이후 바로크·로코코의 극적이고 화려한 표현에 이어 신고전주의·낭만주의·사실주의를 거치며 600여 년간 다양한 변화와 시도를 통해 보는 예술에서 생각하는 예술로 확장됐습니다. 이러한 서양미술 변화의 거대한 궤적을 한자리에서 조망할 수 있는 전시 '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까지: 샌디에이고 미술관 특별전'이 오는 2월 22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에서 열려요. 2026년 100주년을 맞는 미국 서부 대표 미술관 샌디에이고 미술관(San diego Museum of Art)의 상설 소장품 65점 중 서양미술사를 대표하는 거장들의 걸작이 망라됐으며, 그중 28점은 미술관 개관 이래 한 번도 해외 반출이 이루어지지 않은 작품이라 관심이 집중되고 있죠. 이번 전시는 단순한 명화 감상이 아니라, 미술사 그 자체를 따라가는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합니다. 이상적인 비례와 해부학적 정확성을 통해 인간 중심의 미학을 확립한 르네상스, 감정과 드라마를 강조하며 화면에 역동성을 불어넣은 바로크, 이성의 질서를 추구한 고전주의와 개인의 내면을 드러낸 낭만주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그려내려 한 사실주의, 그리고 찰나의 빛과 색을 탐구한 인상주의까지, 서양미술이 어떻게 변화하고 확장됐는지 보여주죠. 특히 교과서 속에서 만나던 거장들의 작품을 실제로 마주할 수 있어 매력적입니다. 시대를 대표하는 화가들의 시선으로 화면 위에 켜켜이 쌓인 색감과 구도, 그들이 포착한 풍경과 인물은 단순한 이미지가 아닌 ‘시대의 기록’으로 다가오죠. 각 시대의 미적 가치와 철학을 고스란히 담아낸 이번 전시는 '유럽 남부와 북부의 르네상스' '바로크' '로코코에서 신고전주의로' '사실주의에서 인상주의까지' '20세기 모더니즘'에 이르기까지 총 다섯 섹션으로 구성됐어요. 특히 섹션마다 명화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소개하는 '명화의 순간들' 코너가 마련돼 관람객들이 심미안과 안목을 확장하며 전시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첫 번째 섹션에서 다루는 르네상스는 유럽 중세(14~16세기)시기에 등장한 문화 운동으로 이탈리아 피렌체와 로마, 베네치아를 중심으로 발전했죠. 인본주의가 퍼지면서 시각 예술 역시 합리적인 원근법과 사실성을 추구했고 그 결과 작품 속 인물은 평면적인 형태에서 벗어나 훨씬 사실적으로 표현됐습니다. 회화에 깊이감과 3차원적 환영을 만들어내기 위해 광학적 기법을 실험하기 시작했고요. 이탈리아에서는 인체의 이상적 비례와 기하학적 구도에 집중했는데 그 중심에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있었다고 해요. 그 영향이 베르나르디노루이니에게 이어졌는데, 과거 화려했던 치장을 버리고 예수를 따르기로 생각한 막달라 마리아의 결심을 표현한 '막달라 마리아의 회심(겸손과 허영의 우화)'을 보면 모나리자를 연상시키는 얼굴과 독특한 손짓 등 레오나르도 다 빈치 작품에서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죠. 또 현실적인 풍경과 일상의 사실적 묘사에 주목한 얀 반 에이크, 뒤러, 보스 등 북유럽 작가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다음 섹션 주제 '바로크'는 정치적·종교적 격변, 경제의 다변화, 그리고 유럽 열강들의 제국주의가 정점에 달한 시기에 생겨난 예술사조로 강렬한 시각 효과가 특징이라고 할 수 있어요. 시각적 강렬함은 정물화·풍속화·풍경화뿐 아니라 종교화 의뢰작에서도 중시됐죠.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화가는 단연 페테르 파울 루벤스로 예술적 재능을 넘어 다국어에 능통한 외교관으로도 활약하며, 서유럽 주요 왕실에서 박식한 예술가로 평가받았죠. 이 섹션에서 주목해야 할 작품은 프란시스코 데 수르바란의 '하느님의 어린 양'입니다. 평온하게 누워있는 어린 양은 예수를 상징하며, 후광을 띤 모습이 경건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관람객에게 깊은 공감과 고요한 묵상의 순간을 선사하죠. 이어지는 '로코코에서 신고전주의로' 섹션의 '로코코'는 바로크의 무겁고 종교적인 경향에 반발해 등장한 예술 운동이에요. 세련된 우아함을 강조하며 프랑스 왕실과 마드리드 부르봉 왕가 중심으로 널리 퍼졌죠. 이 시기 상류층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고전 문명과 예술을 직접 체험하는 ‘그랜드 투어(Grand Tour)’가 유행했는데, 이들은 풍경화에 관심이 많았다고 해요. 베네치아의 대표적인 건축물과 궁전의 정밀한 묘사로 명성이 자자했던 베르나르도 벨로토의 '베네치아, 산 마르코 분지에서 본 물로 부두'가 눈에 띕니다. 그랜드 투어 기간 베네치아를 방문한 수많은 영국인 관광객 중 한 명을 위한 기념품으로 제작됐다고 알려진 이 작품은 산마르코 유역에서 부두(Molo)를 바라볼 때 모습을 담았죠. 중앙에는 산마르코 광장과 시계탑이 배치돼 있고 안쪽에는 마르치아나 도서관과 산마르코 대성당(Biblioteca Marciana) 종탑이, 오른쪽에는 도제의 궁전(Doge's Palace)이 웅장하게 펼쳐져 있습니다. 당시에는 풍경화뿐만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데 탁월했던 초상화도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해요. 프란시스코 데 고야가 그린 '라로카 공작 비센테 마리아 데 베라 데 아라곤의 초상'도 직접 볼 수 있습니다. 이 그림의 특이한 점은 공작 입을 약간 벌려 그림으로써 마치 관객에게 말하는 듯한 모습을 한 건데요. 이러한 착시적 효과는 그 당시 고야가 청력을 상실한 이후 시도한 실험적 방식으로 화제를 모았다고 전해져요. 고대 그리스·로마의 고전적 이상을 되살려 엄격한 균형과 명확한 윤곽을 중시한 신고전주의는 로코코의 화려함에 대한 반발로 생성된 예술 운동이었죠. 고고학적 정확성에 관심을 가진 만큼 당시 조각가가 크게 주목받았는데, 베네치아 출신의 조각가 안토니오 카노바가 바로 그 예입니다. 흰 대리석을 이용한 카노바의 작품들은 기교 면에서 미켈란젤로와 베르니니의 작품에 필적한다고 평가받았죠. 네 번째 섹션 '사실주의에서 인상주의까지'에는 신고전주의와 낭만주의를 지나 19세기 혁명·산업화 등 사회의 격동을 반영한 작품들이 전시됐습니다. 사실주의는 이상적 주제에서 벗어나 현실의 인간과 노동, 도시와 시골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표현했고 이는 인간 경험의 진실성과 사회적 현실을 예술로 끌어들였죠. 있는 그대로의 것을 재현하는 것보다 작가가 받은 순간적인 인상을 포착·표현한 인상주의에서는 클로드 모네와 ,에드가 드가 등이 유명합니다. 이들은 전통적 구도와 선묘 중심의 회화에서 벗어나 시각적 감각의 자유를 추구했다고 해요. 전시된 클로드 모네의 '사이의 건초더미'는 1865년 젊은 모네가 동료 화가와 함께 숲을 찾아 그린 야외 풍경화로, 그의 유명한 건초더미 연작을 예고하는 선구적 그림으로 평가받아요. 인상주의 대표 작가로 꼽히는 에드가 드가의 '발레리나'는 역동적으로 잘라낸 구도와 활기찬 붓 터치가 돋보이죠. 미국 작가 메리 카사트의 '푸른 보닛을 쓴 시몬느'는 유동적인 붓 터치, 밝은 색채, 그리고 아이의 솔직하고 자연스러운 표정이 특징으로 꼽혀요. 빠른 붓 터치로 찰나의 순간을 포착해 빛과 자연의 인상을 표현하는 데 탁월한 스페인 출신 인상주의 화가 호아킨소로야의 작품 '라 그랑하의 마리아'도 전시됐습니다. 사진처럼 생생하게 대상을 그려내는 섬세함으로 당대에 큰 사랑을 받은 소로야는 스페인뿐만 아니라 미국 회화에 큰 영향을 미친 작가로 1909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전시는 역대 최다 관람객 기록을 세우기도 했죠. 이 작품은 라 그랑하(La Granja)의 왕실 별장에서 자신의 딸을 그린 것으로 당시 딸은 결핵에서 회복 중이었다고 해요. 마지막 섹션 '20세기의 모더니즘'은 과거의 전통을 거부하고 새로운 실험과 표현을 추구한 운동으로, 과학적 이성과 개인의 주관적 경험을 강조했습니다. 다양한 표현 방식과 양식이 동시에 발전한 이 시기 예술가들은 서로 대립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활동했다고 해요. 당시 활동한 파블로 피카소,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등은 빠르게 변화하는 근대 세계를 독자적으로 구축하며 색다른 작품을 선보였죠.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관람객 시선을 사로잡는 모딜리아니의 '파란 눈의 소년'은 그의 독특한 예술 세계가 잘 드러난 표현주의 작품으로 유명해요. 특히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물감이 아직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모딜리아니가 남긴 뚜렷한 지문이 발견됐다고 하여 작품 제작 과정의 생생함을 느낄 수 있는 그림으로 관람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죠. 이번 전시를 통해 서양미술 600년을 빛낸 위대한 거장 60여 명의 걸작과 함께 이상과 현실 감성과 이성이 교차하는 예술의 여정을 경험해 볼 수 있을 거예요. '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까지: 샌디에이고 미술관 특별전' 기간: 2026년 2월 22일까지 장소: 서울시 종로구 세종로 81-3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 7시 40분(입장 마감 오후 6시, 월요일 정상 운영) 입장료: 어린이 1만7000원, 청소년 2만원 성인 2만3000원 이보라([email protected])
2025.12.07. 15:00
연말 모임과 파티 등에서 자주 쓰이는 장식용 냅킨 일부에서 유해물질이 소량 검출됐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은 온라인 플랫폼, 재래시장 전문 매장, 중소 생활용품점 등에서 판매 중인 일회용 종이 냅킨 21건과 그림·무늬가 인쇄된 장식용 냅킨 84건을 대상으로 폼알데하이드, 형광증백제, 벤조페논 함유 여부를 조사한 결과를 8일 발표했다. 분석에 따르면 위생용품으로 분류되는 일회용 종이 냅킨은 모두 국내산이었고, 공산품으로 분류되는 장식용 냅킨은 전량 수입산이었다. 검사 결과 장식용 제품 84건 중 폼알데하이드가 8건, 형광증백제가 14건, 벤조페논이 23건에서 미량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일회용 종이 냅킨에서는 어떠한 유해물질도 검출되지 않았다. 연구원은 “장식용 냅킨을 입이나 손을 닦는 용도나 음식에 직접 닿는 용도로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소비자 주의를 당부했다. 한영혜([email protected])
2025.12.07. 14:35
현대인의 평범한 일상 속 순간들을 독특한 색감과 위트로 포착해온 영국의 세계적 사진가 마틴 파가 6일(현지시간) 별세했다. 73세. BBC방송 등에 따르면 마틴 파는 잉글랜드 브리스틀 자택에서 6일 생을 마감했다. 마틴 파 재단의 제니 스미스 디렉터는 “많은 이들이 그를 깊이 그리워할 것”이라며 유족으로 아내 수지와 딸 엘렌, 여동생, 손자가 있다고 전했다. 또한 가족이 사생활 보호를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마틴 파는 일상의 파편 같은 장면을 통속적이면서도 선명한 색채로 담아내며 장난스러운 유머와 날카로운 사회 비판을 동시에 구현해온 사진가로 꼽힌다. 그의 사진은 보기에는 가볍지만 그 속에 사회적 논쟁을 촉발하는 깊은 메시지를 품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2020년 한 전문지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엔터테인먼트로 위장한 진지한 사진을 찍는다”며 “보편적 진실을 찾을 수 있는 순간을 짚어내고자 한다”고 자신의 작업 철학을 밝힌 바 있다. 마틴 파의 명성을 본격적으로 알린 작품은 1980년대 머지사이드 뉴브라이튼에서 휴가를 즐기는 서민들의 모습을 거침없이 포착한 ‘마지막 휴양지’(The Last Resort)’였다. 이 작품으로 국제적 주목을 받은 그는 1994년부터 영향력 있는 다큐멘터리 사진가 그룹인 매그넘 포토스에 합류해 활동을 이어왔다. 영국 일상의 단면을 기록하는 작업으로 유명하지만, 그의 발걸음은 북한, 알바니아, 러시아 등 세계 곳곳으로 향했다. 70대에 접어든 이후에도 왕성한 활동을 펼친 그는 최근 자전적 사진집 ‘아주 게으르고 산만한(Utterly Lazy and Inattentive)’을 출간하며 창작 열정을 보여줬다. 한영혜([email protected])
2025.12.07. 14:20
최근 국내는 물론 외국 관광객까지 합세해 박물관을 찾는 발길이 끊이지 않으며 입장시간에 맞춰 오픈런을 하고 줄이 길게 늘어서는 경우가 많은데요. 박물관은 고고학적 자료와 역사적 유물, 예술품, 문화적·학술적 의의가 깊은 자료를 수집·보존하고 전시해 일반에 공개하며 학술 연구와 사회 교육에 기여하는 곳이죠.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들은 오래된 데다 땅속·물속 등에서 발굴되는 경우가 많아 부서지거나 빛바랜 채로 발견되기 십상입니다. 그럼 어떻게 우리들은 깨끗하게 세척·보수돼 제 모습을 되찾은 유물을 만날 수 있는 걸까요. 우리 문화유산을 지켜온 비법, 보존과학에 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소중 학생기자단이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센터를 찾았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용산 이전 20주년을 맞아 지난 10월 28일 개관한 보존과학센터는 문화유산을 과학적으로 연구하고 체계적으로 보존해 우리 문화의 가치를 미래 세대에 전하기 위해 세워졌습니다. 총 연면적 9196㎡ 규모의 지하 1층, 지상 3층 건물에 첨단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문화유산의 재질 분석, 손상 원인 규명, 보전처리와 복원, 환경 관리 등 종합적인 연구를 수행하기 위한 공간이 가득 들어섰어요. 토기·자기부터 금속·목재·석재·벽화·서화·직물 등 재질별 보존처리실은 물론, 3D형상분석·방사선조사실, 스마트 원격진단실, 보존과학 아카이브 등이죠. 재질별 보존처리실을 살짝 둘러본 소중 학생기자단은 서화실의 거대한 좌식 테이블을 보고 놀랐는데요. 서서 작업하는 것보다 앉아서 작업할 때 손 닿는 범위가 넓어 효율적이라 좌식으로 작업하며, 최대 10m 크기 그림까지 복원작업을 할 수 있다고 해요. 또 보존과학센터 개관을 기념하는 특별전 ‘보존과학, 새로운 시작 함께하는 미래’를 센터 1층 전시실에서 내년 6월까지 선보입니다. 김연우·김이재·이현우 학생기자가 보존과학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특별전 기획에 참여한 양석진 학예연구사(이하 연구사)와 만났어요. 보존과학이란 용어부터 낯설어하는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양 연구사는 “쉽게 설명하면 말 그대로 문화유산을 ‘보존’하기 위해 ‘과학’을 활용해 처리하는 것”이라고 알려줬죠. “모든 물질은 썩고 녹슬고 부서지죠. 그런 걸 좀 더 느리게 진행될 수 있게 약해진 부분을 과학적으로 강화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번에 보존과학센터를 개관하며 박물관 보존과학 50년 역사를 돌아보고 현재 모습과 미래까지 아우르며 보존과학의 방향을 제시하는 전시를 마련했죠. 먼저 과거 이야기를 살펴볼까요.” 우리나라 보존과학은 어떻게 발달했을까 우리나라의 보존과학은 1976년, 국립박물관 보존기술실이 만들어지며 본격적으로 체계화됩니다. 보존과학이라는 용어조차 생소하던 시절, 낡은 책상과 몇몇 도구만 갖춘 작은 사무실이었던 초창기 보존기술실의 모습이 ‘보존과학자의 방’이라는 이름으로 재현됐죠. 책상 옆에는 한 연구자의 영상이 나오고 있었어요. “우리나라 보존과학의 역사에서 이른바 시조라고 할 수 있는 고(故) 이상수 전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실장의 생전 모습을 인공지능(AI)으로 복원한 거예요. 이분과 더불어 이오희 한국문화유산보존과학회 명예회장 두 분이 처음으로 보존기술실에서 업무를 시작하셨죠.” 초기 연구자들의 책상에는 국보인 ‘도기 기마인물형 명기(기마인물형 토기)’와 그 조각들, 그리고 막대와 이쑤시개가 놓여 있었죠. 소중 학생기자단이 그 용도를 궁금해하자 양 연구사는 “초창기에는 이쑤시개로 깨진 토기 조각이나 금속 조각의 이물질을 제거했다”고 설명했죠. “금속으로 된 뾰족한 도구도 많지만, 금속 도구의 경우 잘못하면 유물에 흠집을 내거나 손상할 수 있어서 이쑤시개로 살살 작업했어요. 금속 도구를 쓰더라도 앞부분을 나무로 만든 걸 사용하고 이쑤시개 말고 대나무칼도 쓰죠. 사실 각종 첨단 기술과 기구를 사용하는 지금도 필요한 경우 이쑤시개를 사용한답니다.” 현우 학생기자는 “국립중앙박물관 유물은 전부 이곳 센터에서 보존처리를 하나요”라며 보존과학센터의 역할에 대해 질문했어요. “맞습니다. 50여 년 전 보존기술실로 시작해 보존과학실, 보존과학부 등으로 연구 분야 및 규모를 키워오다 보존과학센터를 세우게 된 거예요. 여러 전시에 필요한 유물부터 상태가 좋지 않은 유물을 선별해 보존처리하고, 소속 국립박물관은 물론 우리 문화유산을 보유한 국외 박물관과도 협업하죠. 이를 위해 디지털 원격지원에 필요한 데이터 구축 작업이라든지, 회화 등 조명을 오래 받으면 훼손될 수 있는 유물을 전시할 때 요새 많이 쓰는 LED 조명을 어느 정도 사용하면 괜찮은지 그런 연구도 하고 있어요.” 책상 주변에는 유물을 상세히 관찰하기 위해 근접 사진을 촬영하기 위한 접사대, 고압의 압축 공기로 유물에 붙은 흙·녹 등의 이물질을 제거하는 샌드블래스터, 금속 유물 강화에 사용하는 진공함침기, 온습도 기록계 등이 놓여 있었죠. 양 연구사는 그중 적외선 조사장비를 가리켰죠. “여기 전시된 장비는 보통 2000년대 이전 사용한 것들인데요. 이건 저도 써본 적 있어 아마 2003~2005년 정도까지 사용했을 거예요. 그림이나 글이 적힌 목간 등에 적외선을 비추면 가시광선이 통과하지 못하는 채색층이나 이물질을 투과·반사돼 나오는데요. 먹이나 목탄 등이 쓰인 탄소 입자로 이루어진 부분은 적외선을 거의 흡수해 검게 나오죠. 이를 통해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서화의 밑그림이나 목간에 쓰인 묵서 문자 등을 관찰할 수 있어요.” 보존처리자의 계명 -장인의 입장에서 당시 장인처럼 작업한다. -작업 전 작업 내용과 결과를 충분히 검토한다. -복원에 왕도는 없으므로 순리대로 진행한다. 고(故) 이상수의 강의 노트(1995년) 중에서 ‘보존과학자의 방’ 맞은편에는 우리나라 보존과학의 역사가 간략한 연표와 사진으로 표시됐어요. 그 아래에는 실제로 유물 보존처리 작업에 참여한 사람들이 작성한 노트가 전시됐죠. 양 연구사는 그중 5~6세기 삼국시대 신라의 고리자루칼을 예로 들었어요. “이 칼은 1921년 조선총독부에 의해 발굴된 경주 금관총에서 출토된 건데요. 2011~2013년 보존처리 과정에서 칼집 장식의 이물질과 부식물을 제거하면서 녹에 덮여 보이지 않던 ‘이사지왕(尒斯智王)’ 등의 글자가 확인됐어요. 그때까지 고신라 무덤에서 왕의 이름이 확인된 적이 없었기에 매우 중요한 발견이었죠.” 소중 학생기자단은 붓으로 섬세하게 작업하는 사진과 처리 전 상태를 묘사한 글·그림이 적힌 노트를 번갈아 보며 “저렇게 복잡한 유물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그리는 것도 어려워 보인다”며 혀를 내둘렀어요. 이재 학생기자는 “땅속이나 물속에 오랜 시간 묻혀 있던 유물을 어떻게 다시 깨끗하게 복원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며 “그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뭔지” 알려달라고 했죠. “금속·목재·유리·도자기·책·그림 등 다양한 종류의 문화유산이 있고 재질도 다 달라 각각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선생님이 다 따로 있어요. 제가 담당하는 목재를 예로 들면, 우리나라 토양 성질상 나무로 만들어진 물건은 땅속에 묻으면 대부분 썩어요. 지금 남은 목재 유물들은 보통 바다에서 인양하거나 호수·늪 등지에서 꺼낸 겁니다. 그럼 물로 가득 찬 상태인데, 이걸 그대로 두면 건조돼 다 쪼그라들고 갈라져버리는 데다 원래대로 되돌릴 수도 없죠. 그래서 물 대신 단단하게 형태를 유지해줄 물질을 넣는 강화처리 작업을 해요. 이때 그 농도와 비율을 잘 맞춰서 천천히 작업해야 하는데 무척 어렵고 오래 걸리죠. 이게 끝나야 부서진 부분을 붙이고 복원하는 작업을 할 수 있어요. 목재는 또 세척할 때도 붓이나 면봉 등으로 아주 조심스럽게 살살 해야 하고, 부서진 부분이 결대로 떨어졌어도 잘 안 맞는 편이라 조각 맞추기도 쉽지 않죠. 방금 본 진공함침기는 금속 재질 문화유산에 사용하는데요. 금속은 감압·진공한 뒤 강화제를 넣으면 바로 강화되고 보호 코팅되는데 목재는 감압하면 쪼그라들기 때문에 그런 기구를 사용할 수가 없어요.” “그럼 보존 처리를 하는 데 평균적으로 목재 유물이 가장 오래 걸리나요?” 연우 학생기자가 묻자 양 연구사가 고개를 끄덕였어요. “유명한 고려시대 무역선인 신안 해저선의 경우 배의 형태를 되돌리는 데 20년 정도 걸렸고요. 제가 여기 오기 전에 2005년에 창녕 송현동 고분군에서 발굴한 목관을 보존처리하고 있었는데, 이 작업이 아직도 안 끝났답니다. 이 목관의 경우 고분 근처가 개간되며 봉분이 깎여나갔고, 거기서 농사를 짓다 보니 고분 안으로 물이 스며들어 남을 수 있었죠.” 보존과학 속 다양한 첨단기술 이어 ‘빛으로 보는 보존과학의 세계’로 들어갔습니다. 앞서 살펴본 적외선 조사장비처럼, 보존과학에서는 다양한 빛을 활용해요. 빛은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시광선과, 그보다 긴 파장의 적외선, 그보다 짧은 자외선·엑스선·감마선 등의 종류가 있는데요. 보존과학에는 그중 엑스선이 가장 많이 활용됩니다. “소중 학생기자단 여러분이 넘어지거나 운동하다 뼈를 다치면 엑스레이를 찍죠. 그때 사용하는 엑스선으로 유물도 관찰할 수 있어요. 엑스선은 자외선보다 파장이 짧아 물질을 투과하는데, 해당 물질의 밀도와 두께에 따라 투과 정도가 달라져 이를 통해 유물 내부 구조나 상태 등을 확인하는 거죠. 최근에는 컴퓨터단층촬영(CT)법을 통해 수많은 2차원 엑스선 이미지를 재구성해 3차원으로 볼 수 있게 만들기도 해요. 예를 들어 청자 항아리라면, 눈으로 겉모양은 관찰할 수 있지만 그 안쪽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깨보지 않으면 알 수 없잖아요. 그런데 엑스선을 활용하면 그 유물의 재질부터 내·외부 구조와 제작 방법, 어디가 두껍고 얇은지, 균열은 어떻게 분포하는지, 수리했는지 여부 등을 비파괴적으로 정밀하게 조사할 수 있어요.” QR코드를 통해 엑스선·자외선·가시광선·적외선 등의 활용 사례를 살펴본 소중 학생기자단은 초분광 영상기술에 대해서도 알아봤죠.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은 특정 파장의 빛을 흡수하거나 반사하는 고유한 특성(분광지문)이 있는데 이를 활용해 유물 표면의 먹이나 안료 등이 어떤 물질인지 확인하는 겁니다. “분광이란 말이 어려울 수 있는데, 빛을 프리즘에 통과하면 빨주노초파남보의 스펙트럼으로 나타나는 걸 생각하면 돼요. 초분광은 이를 더 세밀하게 나눈 것으로 가시광선뿐 아니라 적외선 영역도 포함하죠.” 양 연구사는 고구려 벽화무덤 중 개마총의 벽화편과 그 초분광 영상을 가지고 설명을 이어갔어요. “고분벽화는 바깥공기에 노출되면 원래 색을 잃어버려요. 지금 여러분 앞에 놓인 벽화편에는 그림이 그려졌는데, 무슨 색인지 어떤 형태인지 흐릿해서 자세히 보이지 않죠. 그래서 초분광 조사와 성분분석을 해보니까 크게 4가지 색상과 진사·먹 등 각각의 성분이 무엇인지 나왔어요. 개마총은 일제강점기에 처음 조사됐는데, 당시 그린 모사도와 비교해 원래 색을 추정할 수 있게 됐죠. 이는 앞으로 복원 연구는 물론 고구려 벽화 연구에 도움이 됩니다.” 초분광 조사 재현 영상을 보니 948nm에서는 옷 문양과 선이, 1254~2145nm에서는 옷고름·밑단 색이 옷·옷깃 색과 구별되고, 2200nm이 되니 얼굴 윤곽이 나타나는 등 파장대 별로 자세히 관찰할 수 있었어요. 앞서 ‘보존과학자의 방’의 책상 위에 놓였던 기마인물형 토기를 CT로 살펴보기도 했죠. 기마인물형 토기를 둘러싼 투명 스크린을 정면과 좌우에서 각각 터치하면 원하는 만큼 확대해서 어떤 구조로 되어있는지 다양한 각도에서 볼 수 있어요. 몸통 부분이 검게 나타나자 양 연구사는 “안쪽이 비어있는 것”이라며 “CT를 통해 액체를 담고 따를 수 있는 구조임을 짐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죠. 희게 빛나는 부분은 접착제로 수리한 흔적이라고 해요. “흙을 반죽해 토기를 만들 때 공기가 많이 들어 있으면 구울 때 팽창해서 터질 수 있죠. 그래서 손이나 발로 계속 흙반죽을 눌러주며 공기를 빼는데 그 작업 흔적을 뒷면에서 기공 분석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어요. 빨간색이 많이 분포한 말 엉덩이 부분은 기공 크기가 큰 거고, 빨강에서 파랑으로 갈수록 공기가 적게 남은 겁니다.” 기마인물형 토기의 구석구석을 살핀 뒤에는 조선시대 목조여래좌상을 통해 CT 조사에서 보존처리까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아봤어요. 이 불상은 2021년 특별전 ‘조선의 승려 장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조사하게 된 유물 중 하나로 육안 조사부터 3D 스캔, CT 조사 등을 진행했죠. 그 결과 보존처리가 필요한 부분과 불상의 구조 및 내부의 복장품을 확인했어요. CT 조사 이미지를 보니 불상의 몸체 안에 책이 겹쳐져 있고 병 같은 물건이 들어 있었는데요. 수정 사리병과 후령통·오보병 및 『묘법연화경』 등의 경전, 향목 등의 유기물, 직물류·광물·금속 등 총 253건의 복장품이 나왔죠. 불상에서 복장품을 꺼내고 재질별로 보존처리하며 금박이 벗겨진 부분을 섬세하게 복원하는 과정은 영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현우 학생기자는 “옛날에 복원해서 기술이 발전한 지금이라면 더 잘했을 것 같아 아쉬운 유물이 있을 것 같다”며 “보존처리 분야에서 과거와 비교해 가장 좋아진 점은 무엇인지” 질문했죠. “지금 여러분이 살펴봤듯 CT 조사나 초분광 영상 등 기술 발전으로 비파괴 조사가 늘어났고, 몰랐던 복장품을 발견하기도 해요. 과거 보존처리 관련해서 가장 널리 알려진 예로 익산 미륵사지 석탑이 있죠. 창건 당시의 정확한 원형은 알 수 없지만, 9층으로 추정되며 절반가량 붕괴돼 6층 일부 정도만 남아 있었는데요.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무너진 부분에 콘크리트를 보강했죠. 당시 최신 기법으로 돌과 유사하고 튼튼해서 그렇게 보존처리를 한 건데, 지금 우리들이 보기엔 왜 그랬을까 더 잘할 수 없었을까 싶잖아요. 보존처리는 언제나 지금 현재에 최선의 선택을 합니다. 앞으로 더 좋은 기술이 나오고 더 좋은 방법이 생길 걸 알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어요.” 미륵사지 석탑은 콘크리트 노후화와 구조적 불안정이 우려돼 2000년대, 석탑의 역사적 가치 보존과 구조적 안정성 및 진정성 확보를 위해 국제적인 문화유산 보존원칙에 기초해 보수정비안을 만들어 체계적으로 조사·연구해 수리·복원했어요. 7층 이상의 원형을 입증할 수 있는 근거가 확인되지 않았기에 남아있는 6층까지만 수리하고, 원래 기법과 재료를 최대한 보존·활용하며 현대적 기술은 최소한으로 썼죠. 1999년 해체 수리가 결정된 후 2001년 해체를 시작해 발굴조사·보존처리·구조보강 등을 거쳐 2017년 조립을 마치고 주변을 정비해 2019년에 일반 대중에 공개됐습니다. “어떤 유물이나 유적의 경우 ‘흠집까지 역사’라는 말을 하던데, 그런 흔적을 지우지 않고 보존하는 이유는 뭔가요?” 이재 학생기자의 질문에 양 연구사는 “그런 흔적 자체로 역사이기 때문”이라고 했어요. “도자기를 보면 거미줄처럼 미세하게 금 간 것처럼 보이는 빙열이 있고, 금속의 경우 현대의 것처럼 빛나지는 않죠. 완전히 깨끗하게 만들 수도 있고 번쩍번쩍 광낼 수도 있지만 그 유물의 역사와 가치이기 때문에 다 그대로 보존하는 거예요.” 디지털 기술 기반으로 발전하는 보존과학 1924년 경주 식리총에서 발굴된 금동신발은 그동안 상태가 좋은 화려한 바닥판만 전시되고 측면 조각들은 복원되지 못한 채 별도로 보관하고 있었는데요. 그 원형을 복원하기 위해 2022년부터 3D 스캔, 현미경 분석, CT 조사 등을 진행했죠. 그 자료를 일제강점기 발굴보고서와 유리건판 사진 등과 디지털로 병합해 사라진 부분을 일부 추정 복원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은 100년 만에 완전한 형태를 갖춘 식리총 금동신발 재현품을 360도로 관람했죠. 또 전시된 이미지로 디지털 복원 전후 모습을 비교해보고, 신발에 있는 상서로운 동물과 새·용 등의 무늬도 자세히 살폈어요. “남아있는 측판 편을 참고해서 반대편 부분을 재현했고, 바닥판도 남아있는 스파이크 위치를 활용해 사라진 부분을 추정 복원하고 주조 성형과 U자형 고리 구조 등 제작기법을 새롭게 규명할 수 있었죠. CT 자료와 기존 자료를 함께 체크하며 확인했고요. 이러한 디지털 복원은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겁니다.” 연우 학생기자는 “이렇게 부서지고 깨진 유물을 복원하고 보존해야 하는 이유와 보존과학센터의 목표”를 궁금해했죠. “부서진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을 수 있지만, 완전한 형태로 만들면 그 유물의 가치와 의미를 더 잘 알 수 있고 일반 관람객 또한 훨씬 쉽게 이해할 수 있어요. 없는 부분은 마음대로 만드는 게 아니고 식리총 금동신발처럼 각 분야 전문가들이 역사적 고증을 통해 유사한 형태를 찾아보고 3D 스캔과 현미경·CT 조사 등의 기술도 활용해서 관련 자료를 종합해 복원하죠. 우리나라 유물을 모두 잘 보존처리할 수 있도록 국내뿐 아니라 국외에도 지원하고, 앞으로도 계속 잘 보존되도록 연구 여건을 마련하는 등 할 일이 많네요.” 보존과학센터는 50여 년간 축적된 보존 데이터를 통합하여 인공지능(AI) 기술과 결합한 ‘디지털 보존과학 시스템’을 구축 중입니다. 유물 연구는 물론, 손상도 측정 및 보존처리, 최적의 모델링 기술을 이용한 가상 복원, 객관적인 가치 평가, 스마트 원격 진단 등이 가능한 플랫폼으로 활용하고자 하죠. 이외에도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 모니터링 및 대응 연구들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고요. 소중 학생기자단은 영상을 통해 디지털 보존과학 시스템을 살짝 엿봤어요. “보존과학자가 되려면 어떤 공부를 해야 하고, 또 전망은 어떤가요.” 이재 학생기자의 질문에 양 연구사는 “유물의 배경을 파악하기 위한 역사적 지식, 약품 등을 다뤄야 해서 화학적 지식, 보존처리 작업에 필요한 미술적 감각과 손재주도 있으면 좋다”고 했죠. “CT 조사 자체도 재밌고, 보존처리를 마치고 유물이 전시돼 많은 사람이 관람하고 뭔가 느끼고 가는 그런 모습을 보면 뿌듯하죠. 조사·연구를 통해 남들이 모르는 걸 제일 먼저 알게 되고 그게 의미가 큰 경우, 또 그런 걸 아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 알리는 역할을 한다는 것도 보람이 큽니다. 나라의 보물을 다루고 소개하는 이런 직업은 흔치 않고 아무나 할 수 있는 직업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기술 발전에 따라 보존과학도 더 발전할 가능성이 큽니다. 소년중앙 독자 또래 어린이·청소년 여러분이 자주 박물관에 와서 문화유산에 관심 갖고 궁금한 점 생기면 질문하고 그러면 더 좋을 것 같아요.” 동행취재=김연우(경기도 위례초 6)·김이재(서울 아주중 1)·이현우(인천 중산초 4) 학생기자 소중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유물은 우리에게 과거의 역사를 보여 줄 수 있는 가치 있는 물건입니다. 그건 유물을 복원하는 일도 충분히 가치 있다는 뜻이기도 하죠. 저는 이번 보존과학 취재를 기회로 유물을 보존하고 복원하는 방법을 자세히 알 수 있었습니다. 제가 취재하고 배운 여러 가지 유물 복원 방법 중 저는 유물을 파괴하지 않으며 유물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비파괴 관련 기술이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덕분에 보존과학에 대해 더 관심을 갖게 됐어요. 소중 친구 여러분도 보존과학센터에 방문해 보존과학에 대해 한번 알아보세요. -김연우(경기도 위례초 6) 학생기자 ‘보존과학’이라는 말을 예전에 들어본 적 있어 이번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센터 취재가 더욱 흥미로웠습니다. 다양한 기록물을 통해 우리나라 보존과학의 역사와 처리 방법에 대해서 알 수 있었고 보존과학 담당 학예연구사 선생님을 만나 가장 궁금했던 유물 재질별 처리법에 대해서 자세히 알게 됐죠. 특히 선생님이 담당하는 목재 분야는 조각 맞추기가 굉장히 까다롭고 오랜 시간에 걸린다는 점이 기억에 남았어요. 보존과학을 자세히 배울 수 있어서 유익한 시간이었고 유물 복원에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답니다. 유물은 곧 보물이에요. 미처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던 우리나라의 많은 유물들이 복원되고, 훼손돼 가는 유물들이 보존과학의 손길로 다시 살아나기를 바랍니다. -김이재(서울 아주중 1) 학생기자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센터 취재를 통해 진공항침기·적외선 조사장비 등 문화유산 보존에 사용한 장비를 보고 보존작업에 사용되는 여러 과학기술을 만날 수 있었어요. 세월이 오래되어 지워진 그림 등은 초분광 영상을 통해 알아내고요. 병원에서 쓰는 CT를 활용해 불상 등의 안에 숨겨진 보물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평소 집에 있는 40년 된 아빠의 책은 누렇게 변했고 종이도 으스러지는데, 박물관에 있는 백 년도 천 년도 넘은 문화유산들이 어제 만든 것처럼 멀쩡한 것이 신기했었는데요. 이번 보존과학센터 취재를 하면서 그 비밀을 알게 되어 너무 좋았습니다. 취재하는 2시간이 짧게 느껴질 만큼 재미있었어요. -이현우(인천 중산초 4) 학생기자 김현정([email protected])
2025.12.07. 14:00
독일 스포츠카 포르셰의 볼프강 포르셰(82) 회장이 네 번째로 결혼했다고 dpa통신 등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포르셰 측 미디어 담당 대리인은 포르셰 회장이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가브리엘라 추라이닝겐(62)과 비공개로 결혼식을 올렸다고 전했다. 이어 “신혼부부의 사생활을 존중해 추가 문의는 자제해달라”며 최소한의 정보만을 공개했다. 포르셰 회장은 1970년 첫 결혼을 시작으로 세 번의 결혼과 이혼을 거쳤으며, 2023년에는 세 번째 배우자와의 이혼 절차에 들어갔다. 네 번째 부인 추라이닝겐은 귀족층이었던 가문 출신으로, 현재 독일 최대 철강기업인 티센크루프의 뿌리를 이룬 티센 가문 출신이다. 포르셰 창업자 페르디난트 포르셰(1875∼1951)의 손자인 볼프강 포르셰 회장은 2007년부터 포르셰 감독이사회 의장을 맡아왔다. 포르셰 가문은 페르디난트의 사돈 가문인 피에히 가문과 함께 포르셰 지주회를 통해 독일 최대 자동차 기업 폭스바겐그룹의 최대주주다. 한영혜([email protected])
2025.12.07. 13:36
브라질 도서관서 마티스 판화 8점 도난…무장 2인 침입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프랑스 출신 미술 거장 앙리 마티스의 판화 8점이 브라질 상파울루의 한 도서관에서 도난당했다고 AFP 통신이 7일(현지시간) 시 당국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무장한 남성 2명이 이날 마리오 데 안드라데 도서관에 침입해 마티스 작품들을 훔쳐 도주했다. 도난 작품 중에는 브라질 대표 화가 칸딘도 포르티나리의 작품 5점도 포함됐다. 마리오 데 안드라데 도서관은 상파울루 현대미술관과 협력해 현대미술 전시회를 개최했고, 이날 전시가 종료될 예정이었다. 시 당국은 도난당한 작품들의 가치가 얼마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상파울루 경찰은 도서관 폐쇄회로(CC)TV 영상을 토대로 용의자를 추적 중이다. 야수파의 창시자인 마티스는 드로잉과 판화에서 단순하면서도 대담한 선과 형태를 추구해 '선의 연금술사'라 불린 현대미술 거장이다. 이번 미술품 도난은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보석 절도 사건이 있은 지 약 두 달 만에 발생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지헌
2025.12.07. 13:25
아르헨 밀레이 '전기톱개혁' 2년…물가안정 성과, 고용·외환 불안 연간 물가상승률 211→31% 하락했으나 내수기반 안정화 시급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김선정 통신원 = 2023년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고강도 개혁을 상징하는 '전기톱'을 들고 혜성처럼 등장해 '기득권·포퓰리즘'을 잘라내겠다고 선언하며 집권한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오는 10일(현지시간) 집권 2주년을 맞이한다. 자칭 극단적 '자유경제 시장주의자'인 밀레이는 집권 이후 대규모 긴축, 규제 해체, 공공부문 축소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이에 물가안정과 재정 흑자라는 정책 효과가 가시화됐지만, 성장·고용·외환 지표는 회복이 지연되면서 구조적 취약성이 남아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밀레이 정부는 취임 직후 환율규제 완화, 보조금 감축, 공공지출 축소 등을 시행하며, 강도 높은 긴축정책을 추진했다. 이 조치로 2023년 211%였던 연간 물가상승률은 2024년 117.8%로 내려갔고, 2025년 10월 전년 동기 대비 연간 물가상승률은 31%를 기록했다. 월간 물가상승률은 2023년 12월 25%에서 2025년 하반기 월 2%∼2.5%대로 안정됐다. 재정 측면에서도 지출삭감이 직접적인 성과로 이어졌다. 2024년 1분기에는 16년 만에 재정 흑자를 기록했고, 정부는 이를 "개혁 지속의 근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내수 기반은 아직 취임 전 수치를 회복하지 못했다. 2024년 1분기에 제조업(-9%), 건설(-17%), 도소매·서비스(-7%) 등 주요 부문이 전년 동기 대비 큰 폭으로 동반 하락했다. 도소매·서비스는 올해 강한 반등을 보이면서 2023년 1분기 대비 6.5% 성장했으나, 제조업(-3.5%)과 건설업(-7.5%)은 아직 회복하지 못했다. 실업률은 2025년 1분기 7.9%로 집권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고 실업자 수는 117만명을 상회했다. 2분기에 7.6%로 소폭 하락했으나, 비정규 고용이 확대되며 노동시장 안정성도 약화되고 있다. 빈곤율은 정부 발표 기준으로 2024년 1분기 52.9%에서 2025년 1분기 31.6%로 내려갔으나, 실질 소득 감소와 공공요금 인상으로 체감 개선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외환보유고는 밀레이 정부 경제정책의 가장 큰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총보유고는 400억 달러(약 59조원)대에 이르지만, 순보유고는 마이너스 수준이라는 시장 분석이 반복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보고서에서 "아르헨티나의 외환 능력은 여전히 취약하며, 추가적 축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정치·외교 분야에서도 변화가 두드러졌다. 밀레이는 대선 캠페인 당시부터 자유시장주의를 전면에 내세우며 친미·친이스라엘 외교를 천명했으며, 취임 후 미국 보수 진영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반좌파' 기조를 공유하는 '이념 연대' 성격의 긴밀한 공조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중동 정책에서는 친이스라엘 노선이 강화됐다. 밀레이 정부는 주이스라엘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가자지구 분쟁에서는 조건 없는 이스라엘 지지를 표명했다. 이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의 공조를 강화하는 효과를 내는 반면, 중남미 블록의 외교 균형에는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밀레이 집권 2년 차 성과를 두고 "물가·재정 안정은 분명한 성과지만, 성장·고용·외환 지표들은 회복되지 않았다"고 평가한다. 향후 과제로는 외환보유고의 안정적 확보, 내수 기반 회복, 사회적 비용 완화, 대외관계의 균형적 관리가 꼽힌다. 급진 정책을 상징했던 '전기톱 정치'가 향후 지속가능한 성장 전략으로 이어질지 여부가 3년 차 이후 국정운영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김선정
2025.12.07. 13:25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배우 조진웅의 은퇴 선언과 관련해 "대통령은 괜찮고 배우는 은퇴해야 하는 모순"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을 비판했다. 7일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대통령이 되는 데 음주운전, 공무원 자격사칭, 폭행과 집기파손(특수공무집행방해)쯤은 문제없다는 것을 지난 6월 민주적 투표가 보여줬다"며 "항상 투표 결과는 국민의 가장 선명한 의사표시이기에 존중한다"는 글을 남겼다. 이어 "하지만 조진웅 씨는 강간 등 혐의는 부인하고 있고 결국 폭행을 시인한 배우가 소년범 전력으로 은퇴하게 됐다"며 "대통령은 괜찮고 배우는 은퇴해야 하는 모순이 생긴다"고 적었다. 이 대표는 "그래서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언제부터 배우에게 높은 도덕성을 요구했냐며 진영논리를 끌어와 조진웅 씨를 '상대 진영의 음모'에서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같다"며 "급기야 이 사건을 보도한 기자에 대해 인신공격까지 해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저는 연기자에게 절대적 도덕 기준을 높게 두지 않아서 조진웅 씨 건에 특별한 생각이 없다"면서도 "다만 국가의 영수가 그다지 도덕적이지 않으면 이런 일이 발생할 때마다 항상 상대적으로는 찝찝하게 느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진웅은 고등학생 시절 소년원에 송치된 이력이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저의 과거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저를 믿고 응원해주신 모든 분께 실망을 드린 점 머리 숙여 사과를 드린다"며 "이 모든 질책을 겸허히 수용하고 오늘부로 모든 활동을 중단, 배우의 길에 마침표를 찍으려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소속사 측은 조 씨의 소년범 전력 의혹에 대해서는 일부 일정했지만, 성폭행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신혜연([email protected])
2025.12.07. 13:21
얼마 전 서울의 한 병원은 전산망이 마비돼 진료가 불가능한 상황에 처했다. 병원의 전자의무기록이 악성코드에 감염됐고, 이어 랜섬웨어 공격이 이어졌다. 침입자는 정상으로 되돌리는 조건으로 상당액의 비트코인을 요구했다. 병원이 지불한 후 진료가 정상화됐다.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이런 일이 있으면 보건복지부에 즉시 신고해야 하지만 병원 측은 ‘쉬쉬’ 하고 넘어갔다. 개인정보 관리는 쿠팡 같은 유통업체만의 문제가 아니다. 민감한 의료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병원도 매우 취약하다. 하지만 7일 의료계에 따르면 일부 대형병원을 제외하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 대형병원이 랜섬웨어 공격을 받았다. 이 병원은 특이하게도 메인 망과 별도의 우회망을 운영했는데, 이 우회망은 보안체계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공격자가 우회망으로 침투해 내부 서버에 접근해 악성코드를 심었다. 이후 랜섬웨어를 까는 과정에서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이하 사보원)의 관제시스템에 걸렸다. 사보원은 즉시 병원 측에 연락해 “랜선을 뽑아라”고 조언했다. 다행히 대형 참사를 면했다. 사보원은 이 병원에 24시간 관제 서비스를 제공한다. 병원 서버의 로그 기록과 네트워크 트래픽을 분석해서 이상 기류를 감지한다. 지난해, 올해 200여건의 공격을 감지해 처리했다. ━ 7만여 병의원 중 43곳만 의료정보 보호 서비스 받아 그런데 사보원의 이런 서비스를 받는 데가 상급종합병원 35개(민간) 중 19곳, 종합병원 270곳 중 20곳, 7만여개 동네의원 중 5곳에 불과하다. 연 1200만~1800만원의 요금을 부담스러워 한다. 이성훈 사보원 의료정보보호센터장은 “악성코드 심기, 랜섬웨어 공격에 이어 내부 정보(진료 정보 등)를 빼가려고 다른 악성코드를 감염(3차 공격)시키기도 한다”며 “다만 여러 번 공격하기 때문에 3차 공격까지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데이터를 백업하면 랜셈웨어에 걸려도 복구할 수 있다. 하지만 외장 하드에 백업하고 별도 보관해야 하는데, 이렇게 하는 데가 많지 않다고 한다. 병원 직원이 정보를 빼가는 걸 막기도 쉽지 않다. 2023년 7월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18만 여명의 환자 정보를 유출한 대형병원 17곳을 적발했다. 직원이 환자 정보를 촬영하거나 다운로드해서 전자우편으로 제약사에 넘기거나 보조저장장치(USB)에 담아 건넸다. 일부는 제약사 직원이 불법적으로 시스템에 접근해 환자 정보를 빼내갔다. 리베이트 관련 수사를 하던 과정에서 이런 불법행위가 드러났다. 이 센터장은 이와 관련, “데이터를 암호화하거나 다운로드 때 관리자 허가를 받게 해야 한다”며 “그리하려면 병원 컴퓨터마다 다운로드 차단 장치를 달아야 하는데 예산이 적지 않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대형병원은 주민번호 등 주요 식별정보 외부 유출 차단, 이동식 저장장치를 통한 유출 방지, 주요 문서 암호화(DRM)로 외부 열람 차단, 개인정보 비정상 접근 여부 모니터링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보원의 관제 서비스도 받고 있다. 그리해도 안심하지 못한다고 걱정한다. 대한병원협회 관계자는 “병협은 개인정보보호 자율규제단체로서 관련 법에 따른 회원사(병원) 교육이나 안내를 주로 진행하고 있다”며 “이번 쿠팡 사태처럼 유출 사고가 발생하면 병원들을 대상으로 집중 점검에 나서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데이터를 못 보게 차단하지는 못하고, USB에 담아서 가지고 가지 말라고 교육은 한다”며 “외부에서 마음먹고 들어온다면 침투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의 한 의원 원장은 “개인병원은 외부 침투에 취약하다”고 말했다. ━ "작은 병원 뭐하러 털겠나" "내부 직원 유출엔 속수무책" 성형외과ㆍ피부과 등의 예민한 정보 관리 강화도 절실하다. 지난 2021년 서울 강남의 유명 성형외과가 랜섬웨어 해킹 공격에 환자 정보가 대거 유출되기도 했다. 당시 환자의 성형 전ㆍ후 사진, 의료기록 등을 빼낸 해커가 환자에게 “성형 사진을 뿌리겠다”며 직접 연락해 협박하기도 했다. 의료계에선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입장이다. 경기도의 A피부과 의원 원장은 “우리 같은 작은 병원을 누가 털겠느냐. 보안 프로그램 같은 걸 깔지 않았고 의무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내부 직원의 유출에 대해선 “그건 어떻게 하든 못 막는 게 아니냐. 속수무책일 듯하다”고 말했다. 서울의 B성형외과 의원 원장은 “메인 컴퓨터에 비밀번호 걸어둔게 보안 대책의 전부”라고 전했다. 서울의 C피부과에 근무하는 의사는 “우리 환자는 거의 다 비보험 환자라서 안전하다”면서도 “막말로 마음만 먹으면 못할 게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훈 센터장은 “정부의 상급종합병원 인정기준에 우리 원의 관제 서비스를 받는지 여부를 포함하면 어떨까 한다”며 “작은 병원과 의원을 위한 관제 방식을 개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랜섬웨어(Ransomware)=‘Ransom(몸값)’과 ‘Software(소프트웨어)’의 합성어로 사용자의 컴퓨터를 해킹하거나 데이터를 암호화한 뒤 정상적인 사용을 위해 필요한 복호화 키를 조건으로 금전을 요구하는 악성코드의 한 종류이다. 신성식.이에스더.채혜선([email protected])
2025.12.07. 13:01
━ ‘대한민국 1호 고인류학자’ 이상희 미국 UC리버사이드 교수 “생각해 보면 넘어지기는 특별한 사건이다. 사람이 아닌 동물은 넘어지지 않는다.” (이상희, 『사소한 인류』, ‘넘어지기의 기원’ 중에서) 고(古)인류학은 인류의 기원과 진화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보통 수백만 년, 적어도 수만 년 전 화석을 비교하고 유전체를 분석한다. 얼핏 오늘을 사는 우리 일상과 무관한 얘기 같지만, ‘대한민국 1호 고인류학자’ 이상희 미국 UC리버사이드 교수의 얘기는 다르다. 가령 사람은 일상 생활 중에 곧잘 넘어진다. 동물과 달리 두 발로 걷기 때문이다. 그는 그런 두 발 걷기야말로 “최초의 인간다운 움직임이었다”고 강조한다. 같은 맥락에서 반려견 기르기를 통해 현생 인류(호모 사피엔스)가 늑대와 동맹을 맺고 네안데르탈인을 물리친 과거를, 자신의 완경(完經)을 통해 ‘할머니 가설’(손주 양육을 도울 수 있기 때문에, 여성이 출산이 다 끝난 뒤에도 오래 기간 살게 됐다는 가설)을 풀어낸다. 그렇게 “사소한 일상에서 읽어내는 사소하지 않은 인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집을 낸 그를 지난 2일 서울 계동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약. ━ AI의 시대, 우리에게 ‘인간다움’이란 Q : 일상의 얘기를 책으로 엮었다. A : 너무 TMI(Too Much Information, 굳이 몰라도 될 과한 정보)라고 거부감을 주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 하지만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이제 일반적인 이야기보다는 그 사람만의 독특한 이야기, 고유한 이야기가 더 설득력 있고 매력 있지 않을까 생각도 한다. Q : 좀 더 구체적으로 말다면 A : 요즘 학교에서 수업하는 게 참 막막하다. 가령 지금까지 평가는 수업 시간에 배운 걸 (다시) 토해내는 거였다. 한데 이 AI 시대에, 찾아보면 다 나오는 이야기를, 굳이 줄줄 외워 쓰게 할 필요가 있을까. 차라리 학생이 (배운 걸) 사적인 이야기에 녹여낸다면, 그렇게 학생이 ‘자기 것’으로 소화한 이야기를 선생과 나누는 게 더 좋은 평가 방법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가르치는 게 인류의 진화인데, 그런 방식이 AI 시대 우리의 정체성, 사람의 특수성을 더 장려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 이 교수는 이런 교육ㆍ평가의 문제가 전에도 있었지만 AI의 등장으로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 먼 미래에 오늘의 인류를 되돌아 본다면 Q : 책에서 ‘인류학이 미래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지 기대된다’고 했다. 현재 고인류학은 화석 분석을 하고 있지만, 오늘날 사는 인류는 온갖 디지털 기록, 유전자 정보가 다 남을 거다. 그런 AI의 시대, 먼 미래에도 인류학은 유효할까. A : 고인류학뿐 아니라 모든 학문이 묻고자 하는 질문은 그 세대마다 다르다. 오늘날의 인류에 대해 모든 정보가 다 남아있다 해도, 10만 년 후의 사람들이 궁금해할 질문은 계속 있을 거다. Q : 예를 든다면 A : 1990년대에는 현생 인류의 기원, 그러니까 네안데르탈인이 현생 인류의 조상이냐 아니냐, 둘의 유전자가 섞였느냐 아니냐가 뜨거운 질문이었다. (그 답을 알고 난) 지금은 네안데르탈인이 현생 인류와 유전자를 섞을 정도의 집단이었다면, 우리가 생각하는 ‘인간다움’이란 과연 뭘까란 새로운 질문을 하고 있다. 이 교수는 남아프리카에서 발견된 ‘호모 날레디’를 또 다른 예로 들었다. 키 약 1.5m의 작은 체구에 두뇌 크기가 현생 인류의 절반 수준(600cc)인 고인류다. 이들의 화석은 동굴 깊은 곳에서 여러 개체가 반복적으로 놓인 형태로 발견됐다. 학자들은 이 점을 들어 호모 날레디가 시신을 매장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교수는 “매장은 죽은 사람이 점하는 공간과 시간이 (살아있는) 내가 점하는 시ㆍ공간과 다르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라며 “고작 고릴라 크기의 두뇌를 가졌던 고인류가 (고도의 지능을 가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그런 추상적 사고를 할 수 있었다면, 현생 인류는 왜 이렇게 큰 두뇌가 필요했던 걸까”라고 물었다. ━ ‘AI 시대’ 인류의 미래는 Q : 모든 영역에서 인간보다 뛰어난 AI, 소위 범용AI(AGI) 세상이 되면, 호모 사피엔스의 시대가 아니라 ‘AI 휴먼’의 시대가 될 거라고도 한다. 그런 세상에서 ‘인간다움’이란 어떤 의미일까. A : 의족을 쓰는 사람이 그 안에 칩을 넣어서 두뇌와 의사소통을 하게 된다면, AI가 내 몸의 일부분이 된다. 그렇게 되면 더 이상 나와 AI의 구분이 없어질 거다. 물론 진화론적으로 보면 그건 획득형질이어서 유전은 안 되겠지만.(웃음) Q : (환경ㆍ경험 등 후천적 요인이 다음 세대에 영향을 준다는) 후성유전학 관점에서 보면, 주변 환경이 다 AI로 바뀌면 우리에게도 영향이 있지 않을까. A : 흥미로운 주제 중 하나는 ‘과연 우리가 종 분화를 할 것인가’다. 호모 사피엔스는 홀로 있는 외동 종이지만 항상 그랬던 건 아니다. 다른 속들은 다 형제 자매가 있다. 침팬지가 2개, 고릴라가 3개, 오랑우탄도 2개다. 호모 사피엔스는 과연 이대로 끝날까, 아니면 분화를 할까. 종이 분화하려면 유전자 풀(pool)이 갈라져, 더 이상 서로 짝짓기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돼야 한다. 인류는 온 지구 위를 누비며 짝짓기를 하기 때문에 분리가 안 될 거라는 게 기존 생각이었다. 근데 일론 머스크가 화성이든 어디든 자기 마음에 드는 사람들을 태워서 데려간다고 하지 않나(웃음). 그러면 그 곳에서 가는 인류는 지구에 있는 인류와 자유로운 짝짓기가 가능하지 않을 거다. 그럼 결국 종 분화가 일어나지 않을까, 요즘은 그렇게 생각한다. 김한별 기자 [email protected] 김한별([email protected])
2025.12.07. 13:01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일본 개입’ 시사 발언이 나온 지 7일로 한 달이 지났다. 중국 정부는 이에 반발해 일본 여행 자제령 등 일본 국내 경제를 겨냥한 보복 조치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중국 항공사들은 지난 5일, 당초 이달 말이던 일본 노선 무료 취소 기간을 내년 3월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내년 2월 중국 춘절 연휴 기간을 겨냥한 조치로 해석된다. 그러나 지난 3일 방문한 일본의 대표적인 관광지 교토(京都)에선 중국인 관광객 감소로 인한 피해를 실감하기 어려웠다. 시민이나 상인들도 “영향을 거의 안 느낀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중국인 관광객은 감소 추세지만, 미국·한국 등 다른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기 때문이다. ━ 코로나19 이후 관광업계 ‘중국 의존 탈피’성공 3일 교토 시내 중심 상점가에서 만난 상인과 시민 10여 명에게 “중국의 보복 조치에 따른 영향이 있다고 느끼냐”고 묻자 모두 “별로 느끼지 않는다”고 답했다. 한 70대 택시 기사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 위주로 영업을 했던 음식점의 경우 주차장에 서 있는 버스의 수가 줄어들었지만, 개인 관광객은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니시와키 다카토시(西脇隆俊) 교토부 지사는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에서 “숙박 시설에서 중국인 단체 여행 취소 사례가 몇 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크게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느낌은 없다”고 밝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달 30일 중국 항공사들이 정부의 일본 여행 자제령에 따라 12월 운항 예정이던 일본행 노선 5548편 중 904편의 운항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이 중 간사이국제공항 도착편이 626편으로 약 70%를 차지한다. 이 조치에 따라 향후 오사카, 교토 등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일본어 홈페이지는 지난 4일 중국인 인기 해외 여행지 1위였던 일본이 상위 10위권에서 사라졌다고 전했다. 대신 태국이 1위를 차지했으며, 한국의 호텔 예약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240% 증가해 “한국 여행 인기가 최근 몇 년 간 최고치를 기록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교토시 관광협회는 지난달 28일 향후 객실 가동률 전망에 대해 “과거 한국과의 관계가 악화됐을 때 한국인 숙박 수요가 반감한 사례도 있다”면서 “이번에도 중국인 관광객 수가 반감할 경우 12월 객실 가동률은 당초 예상보다 5.8%포인트, 1월은 6.4%포인트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바꿔 말하면 중국인 관광객이 절반으로 감소해도 전체적으로 큰 타격을 입는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처럼 중국 정부의 조치에도 관광 산업에 비상이 걸리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코로나19 이후 상대적으로 중국인 관광객 비율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교토시가 발표한 ‘교토 관광 종합 조사’에 따르면, 2019년 외국인 숙박객 수는 총 380만 명이었다. 그 중 중국이 115만 명으로 30.2%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1위였다. 한편 지난해는 외국인 숙박객 수가 역대 최고인 총 821만 명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일본인(809만 명)을 넘어섰다. 이 중 중국인은 183만 명으로 전체의 22.3%로 코로나19 이전보다 비중이 크게 줄었다. 여전히 1위지만 2019년과 비교하면 관광객 수 증가는 1.6배에 그쳤다. 이에 비해 미국은 2019년의 2.6배인 125만 명, 대만은 2배인 85만 명, 한국은 무려 4배인 63만 명으로 급증했다. 유럽과 동남아시아 등에서 방문한 관광객도 크게 늘었다. 일본 관광업계에선 코로나19 이전부터 정치적인 영향을 크게 받는 중국인 관광객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코로나19 당시 SNS 등을 통해 다양한 국가에 적극적으로 홍보 활동을 펼쳤고, 이것이 가시적인 효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 등에 비교하면 일본이 상대적으로 물가가 싸다는 점, 지속적인 엔저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 ━ 5000엔 꼬치구이에 외국인 줄 서… “전통이 사라진다” 한편 다양한 국가에서 찾아오는 관광객의 수가 급증하면서 교토는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됐다. 외국인 관광객을 타깃으로 한 음식점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교토다운 전통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문제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은 교토역에서 지하철로 5분 거리에 위치한 ‘니시키(錦) 시장 상점가’다. 교토 관광 종합 조사에 따르면 니시키 시장은 지난해 교토의 외국인 관광객 인기 방문지 7위(36.7%)를 기록했고 하루 평균 약 1만 5000명의 관광객이 방문했다. 2019년 11위(18.5%)에서 크게 오른 순위다. 400년 전 어시장에서 시작된 길이 390미터, 폭 3.3미터의 아케이드에는 교토 요리를 대표하는 유바(湯葉), 쓰케모노(漬物) 등을 파는 약 130개 상점이 늘어서 있다. 교토 시민들이 식재료를 구입하던 곳으로 ‘교토의 부엌’이라 불린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이 거리의 풍경은 완전히 달라졌다. 대를 이어 가게를 경영할 사람이 부족해지고 임대료도 급등하면서 오랜 역사가 있는 생선 가게들이 줄어든 반면, 5000엔(약 4만7000원) 짜리 소고기 꼬치구이 가게 등 이전에 없던 비싼 음식점이 잇따라 문을 열었다. 외국인들이 주로 찾는 이런 가게들은 메뉴를 일본어·영어·중국어·한국어 4개 국어로 표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 3일 찾은 이곳은 노포 상당수가 문을 닫는 수요일이었음에도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고 걷기 힘들 정도로 혼잡했다. 와규(和牛), 튀김 꼬치구이 음식점 앞에는 미국·유럽 등 다양한 국가에서 온 외국인들이 줄을 서 있었다. “먹으면서 걷는 행위는 삼가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 방송이 일본어, 영어, 중국어로 10여 분에 한 번씩 흘러나왔지만, 정기 휴일로 셔터가 내려진 가게 앞에서 음식을 먹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이대로 가면 교토의 전통 문화가 사라질 수 있다”며 강한 위기감이 확산된 가운데, 지난해에는 세계적인 관광지로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이탈리아 피렌체의 ‘산 로렌초 중앙시장’으로부터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를 목표로 함께 활동하자는 제안이 들어왔다. 현재 북유럽 등 10개국 13개 시장과 함께 등재를 위한 활동을 시작했다. 니시키 시장 상점가 진흥 조합 시미즈 아키라(清水彰) 사무장은 “무형문화유산 등재 추진이 옛 시장 문화를 되찾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누키 도모코([email protected])
2025.12.07. 13:00
성남시와 성남도시개발공사(도개공)가 화천대유 최대주주인 김만배씨 등 ‘대장동 사건’ 민간업자들에 대한 1심 판결 이후 이들의 추징보전 재산 목록을 확보해 5673억원 상당의 가압류·가처분을 신청한 것으로 7일 파악됐다. 1심 법원은 지난 10월 김씨 등 피고인 3명에게 총 473억여원 추징을 명령했다. 앞서 검찰은 2021~2022년 대장동 일당 재산 5446억원에 대한 법원 추징보전 결정에 따라 이 중 2070억원을 동결한 바 있다. 이번에 성남시는 1심 판결과 기존 추징보전액을 상회하는 가압류·가처분 신청 가액을 정한 것이다. 중앙일보가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가압류 신청 재산 가액은 김씨가 4200억원으로 가장 크다. 가압류 신청 목적물엔 화천대유 명의 계좌 10개에 총 3000억원, 김씨의 누나가 사내이사로 등재된 (주)보경 명의 계좌 2개에 100억원, 천화동인 2호 명의 계좌 3개에 100억원, 천화동인 1호 명의를 변경한 (주)더스프링 2개 계좌에 1000억원 등이 포함됐다. ━ 1심 판결 및 검찰 추징보전액보다 액수 커 성남시가 지난달 서울중앙지검을 통해 확보한 대장동 민간업자들의 법원 추징보전결정문에 따르면 추징보전 총액은 544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김씨의 추징보전 인용 금액은 2386억여원이다. 성남시가 이번에 김씨 재산 가압류를 신청한 총액이 4200억원이므로 과거 법원이 추징보전 결정한 금액보다 1813억여원 많다. 이에 대해 도개공 측 관계자는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배당이익 6725억원 중 도개공이 수령한 1830억원의 차액인 4895억원을 화천대유 및 민간업자들이 나눠 가졌고, 그만큼 도개공이 손해를 봤다”며 “화천대유의 아파트 분양이익 3690억원도 도개공에 마땅히 귀속돼야 하는데 김만배 등이 불법 취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씨 다음으로 남욱 변호사에 대한 가압류·가처분 재산 가액이 크다. 천화동인 4호에서 명칭을 바꾼 (주)엔에스제이홀딩스 명의 5개 계좌에 총 300억원과 부동산개발업체 (주)엔에스제이피엠의 강남 역삼동 소재 옛 주유소 토지(400억원), 천화동인 7호를 잇는 (주)제이에스이레가 보유한 계좌 2개에 40억원, 부산 기장읍 청강리 80억원 상당 부동산 등 총 820억원에 달한다. 도개공 기획본부장(사장 직무대행)을 맡았던 유동규씨의 경기 수원 광교 오피스텔 전세보증금 반환 채권 6억7500만원도 가압류 신청 대상이다. 또 천화동인 5호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정영학 회계사의 천화동인 5호 명의 계좌 8개에 300억원, 천화동인 5호가 명칭을 바꾼 (주)성조씨앤디 보유 강남 신사동 건물 및 신탁계약에 따른 수익금 청구 채권 300억원, 강남 대치동 아파트 지분 50%(46억9000여만원) 등 646억9000만원도 가압류 신청 대상이 됐다. 법원은 지난 3일 채권자인 도개공에 남 변호사의 엔에스제이홀딩스 300억원 예금채권 가처분 신청에 따른 담보제공을 명령했다. 정 회계사의 천화동인 5호 300억원 예금채권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오는 10일까지 담보제공을 하라고 했다. 담보제공 명령이란 가압류로 생길 수 있는 채무자의 손해를 보전하기 위해 채권자에게 담보를 제공하게 하는 민사 소송 절차를 말한다. 검찰은 대장동 민간업자들에 대한 형사재판에서 도개공의 피해 금액을 4895억원으로 집계했다. 1심은 배임 피해액을 최소 1128억원(택지분양 수익)으로 판단했다. 성남시는 1심 법원의 배임 피해액에 화천대유의 수익 4408억원 중 절반인 2204억원을 더한 3332억원을 대장동 일당 중 김만배씨와 화천대유의 불법 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채무액이라는 입장이다. ━ 이 대통령 포함된 대장동 민사소송 4건 진행 성남시와 도개공은 지난 1일 신청한 13건의 가압류·가처분 신청 외에도 대장동 개발 관련 총 4건의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022년 7~8월 김만배씨와 남욱 변호사에 대한 사해행위 취소 청구 소송을 냈고, 지난 2023년 6월 성남의뜰을 상대로 배당결의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이 재판 기일은 오는 9일 예정됐으나 다음 해 3월 10일로 변경됐다. 지난해 10월엔 이재명 대통령과 정진상, 유동규, 정민용, 정영학 등 5명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했다. 성남시 관계자는 “대장동 일당의 범죄수익 중 단돈 1원이라도 찾아와 시민들에게 돌려드리겠다는 강한 의지로 소송에 임하고 있다”며 “법원에 성남시가 현재 처한 상황과 입장을 적극 개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성배([email protected])
2025.12.07. 1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