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주간전망] 올해는 산타가 올까요…썰매 연료는 AI 투자심리 美 노동부·ADP 주간 고용지표 '주목'…3분기 성장률도 나와 (뉴욕=연합뉴스) 최진우 연합인포맥스 특파원 = 이번 주(22~26일) 뉴욕증시는 연말을 맞아 '산타클로스 랠리'가 실제로 나타날지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산타 랠리는 연말 마지막 5거래일과 내년 첫 2거래일까지 이어지는 기간을 의미다. 오는 24일부터 내년 1월 5일까지다. 시장 데이터 집계 기관인 스톡 트레이더스 알마낙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지난 1950년 이후 이 7거래일 동안 평균 1.3% 상승했다. 79%가 오름세를 보였다. 작년에는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매파적 기조에 산타 랠리는 없었다. S&P 500의 경우 현재의 약세가 이어진다면 5월부터 시작한 7개월 연속 랠리가 끊어지게 된다. 반면, 산타 랠리로 역사적 평균인 1.3%만 오른다면 사상 최고치 경신도 가능하다. 핵심은 기술주에 대한 투자심리다. 현재는 오라클과 브로드컴이 촉발한 인공지능(AI) 산업 거품론을 '깜짝 실적'을 거둔 마이크론테크놀러지가 달래주는 모습이다. 호라이즌 인베스트먼츠의 포트폴리오 운용 총괄인 재커리 힐은 "S&P 500은 기술주의 비중(약 30%)이 너무 크다"면서 "핵심 종목들이 신고가를 경신하지 못하면 산타 랠리가 나타나기는 정말 어렵다"고 평가했다. 제프리 히르시 알마낙 편집장은 "12월 초반의 변동성 있는 흐름과 12월 중순의 저점은 12월 거래에서 매우 전형적인 패턴"이라며 "이것이 산타 랠리를 위한 여건을 만든다고 본다"고 했다. 스테이트 스트리트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최고 비즈니스 책임자(CBO)인 안다 파글리아는 "우리는 (AI를) 거품이라고 보지 않는다"면서 "몇 차례 작은 삐걱거림이 있을 수 있지만, 기술에 대한 매우 높은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나벨리어 앤드 어소시에이츠의 루이스 나벨리어는 "추세는 여전히 긍정적이며, 연말까지 산타 랠리가 나타난다고 해도 놀랄 일은 아니다"면서 "올해 강한 마무리와 내년 강한 출발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의 카막샤 트리베디 전략가는 "경기 침체 없는 가운데 연준이 금리를 내리고 글로벌 성장세도 유지된다면 위험자산에 기본적으로 좋은 환경"이라면서도 "밸류에이션이 과열돼 있다는 점 때문에 변동성은 불가피하다"고 경계했다. 이러한 시장 분위기 속 23일에 나올 ADP 주간 고용증감과 3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시장에 영향을 줄 만한 지표로 꼽힌다. ADP는 주간 단위(4주 이동평균)로 민간 부문의 고용 증감을 추산한다. 투자자는 이를 통해 미국 노동시장의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다. 3분기 GDP는 당초 10월 30일(1차)에 나와야 했지만, 연방정부의 일시적 업무정지(셧다운)로 약 2개월이 지나서야 나오게 됐다. 미 상무부는 통상 1차(속보), 2차(수정), 3차(확정)에 걸쳐 GDP를 발표하는데, 이번에 셧다운으로 1차는 취소됐고, 2차가 최초치로서 역할을 하게 된다. 확정치는 내년 1월 22일에 나온다. 그다음 날인 24일에 나오는 주간 신규실업 수당 청구 건수도 투자자가 꼭 챙겨봐야 하는 지표로 꼽힌다. 25일 크리스마스를 맞은 휴장이다. 이보다 하루 앞선 24일에도 오후 1시에 조기 폐장한다. 26일에는 정상 가동한다. ◇주요 일정 및 연설 - 12월 22일 없음 - 12월 23일 ADP 주간 민간 고용증감(4주 이동평균치) 3분기 국내총생산 성장률 최초치 10월 내구재 수주 10월 산업생산 12월 콘퍼런스보드(CB) 소비자 신뢰지수 12월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 제조업지수 - 12월 24일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 * 오후 1시 조기 폐장 - 12월 25일 * 크리스마스 휴장 - 12월 26일 없음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국제뉴스공용1
2025.12.20. 15:25
[특파원 시선] 뉴욕의 크리스마스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좀 크리스마스스러운(christmasy) 느낌이 있네요. 선생님들이 좋아하실지 모르겠어요." 연말을 앞두고 학부모들이 십시일반 모금해 마련한 기프트카드를 교사들에게 전달하려는데, 동봉해 보내는 감사 카드 디자인을 보고 다른 학부모가 보인 반응이었다. 색이나 문양이 크리스마스를 상기시키는 디자인이긴 한데, 누군가의 눈에 그게 부적절해 보일 수 있다는 생각은 미처 못했다. 결국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크리스마스스러운 느낌이 없는 카드를 다시 준비했다. 한국인 입장에서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미국에서는 해묵은 정치·문화적 논쟁 이슈 중 하나가 바로 '크리스마스 전쟁'이다. 크리스마스 전쟁에서 가장 치열한 전투는 '메리 크리스마스'와 '해피 홀리데이스' 가운데 무엇을 사용하는가를 두고 벌어진다. 미국에서는 비기독교인이 소외감을 느끼게 하지 말자는 취지에서 '메리 크리스마스'보다 포괄적인 표현인 '해피 홀리데이스'(Happy Holidays·행복한 휴일 보내세요)를 쓰자는 목소리가 있다. 12월 중순 유대인 명절인 하누카부터 성탄절, 새해 첫날 등 연말연초 휴일이 이어지다 보니 뭉뚱그려 해피 홀리데이스라고 부르는 것 같기도 하다. 미국의 다른 지역까지는 잘 모르지만, 뉴욕의 경우 해피 홀리데이스가 보편적으로 쓰인다. 직장, 학교, 공공기관 등 공적인 영역에서는 종교 중립적인 표현을 쓰는 경향이 더욱 뚜렷하다. 그렇다고 뉴욕 사람들이 또 메리 크리스마스를 성탄 인사로 아예 안 쓰느냐, 그런 것은 아니다. 엊그제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이웃도 내리면서 내게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말했다. 성탄 인사말을 둘러싼 논란이 굳이 '전쟁' 상황으로 비화한 것은 정치인들이 의도적으로 '문화 전쟁' 프레임을 씌워 대결 구도를 만든 측면이 있다고 본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기 집권 이전부터 '메리 크리스마스'를 되찾겠다고 공약을 내걸었다. 그는 1기 재임 기간 내내 성탄절에 '메리 크리스마스'를 부각해 썼고, 올해도 그럴 것 같다. 그렇다면 전임 대통령들은 메리 크리스마스를 안 썼느냐란 의문이 드는데, 과거 언론 보도를 찾아보니 그런 것은 아니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나 조 바이든 전 대통령도 메리 크리스마스를 사용했고,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과거에는 해피 홀리데이스를 즐겨 사용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핵심 지지층 결집을 위해 의도적으로 이런 대결 구도를 조성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실제로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크리스마스 전쟁이 존재한다는 인식 자체가 정당 지지 성향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여론조사기관 유거브가 최근 미국인을 상대로 수행한 크리스마스 관련 인식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 '크리스마스 전쟁'이 있다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공화당 소속 응답자의 41%가 '그렇다'라고 답했다. 반면 민주당 소속 응답자는 15%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인도계 무슬림으로 올해 뉴욕시장 선거에서 승리한 조란 맘다니는 성탄 인사말로 '메리 크리스마스'를 썼을까, 안 썼을까. 뉴욕주 의원이었던 맘다니는 작년 크리스마스이브에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이렇게 적었다. "아스토리아와 롱아일랜드시티(맘다니의 지역구)에서 모든 분에게 메리 크리스마스를 기원합니다." 인사말에 정답이 있다기보다는 상대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담은 진심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지헌
2025.12.20. 15:25
신형식 주교황청 대사 "교황 방한, 한반도 평화 계기 될 것" "북한 방문할 수 있다면 한반도 긴장 완화 계기…교황청과 협력 강화" (로마=연합뉴스) 민경락 특파원 = 신형식 신임 주교황청 한국 대사는 20일(현지시간) "2027년 예정된 레오 14세 교황 방한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 대사는 이날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주교황청 한국대사관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한반도 평화 실현과 전 세계 인류 보편적 가치 구현을 위해 교황청과의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레오 14세 교황은 2027년 8월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청년대회(WYD)를 위해 한국을 찾는다. 역대 교황으로는 요한 바오로 2세(1984·1989년), 프란치스코(2014년)에 이어 4번째 방한이다. 교황이 세계 각국을 찾아가 젊은이들을 만나는 행사로 자리 잡은 WYD는 성 요한 바오로 2세가 1985년 '세계 젊은이의 날'을 제정한 것을 기념해 이듬해 시작됐다. 신 대사는 "WYD는 외국 청년들에게 한국 문화를 홍보할 좋은 기회"라며 "한국 교회와 정부·시민사회가 모두 참여해 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교황이 한국과 함께 북한도 방문하실 수 있다면 한반도 긴장 완화 노력을 위한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교황은 이번 WYD 대회를 계기로 북한 청년들과도 만나고 싶다는 의향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 대사는 인터뷰 내내 한국의 굴곡진 현대사에서 국내 가톨릭교회가 교황청과 맺어온 '특별한 유대'를 강조했다. 신 대사는 "교황청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유엔의 합법정부 승인 과정에서 중요한 도움을 줬고 민주화 과정에서도 독재 권력으로부터 탄압받고 구속되는 등 '빛과 소금' 역할을 했던 가톨릭 사제들과 신자들의 역할이 있었다"고 말했다. 평생을 시민사회 운동에 전력한 신 대사를 이재명 정부 초대 교황청 대사로 임명한 것도 이런 한국 가톨릭 공동체와 교황청과의 '유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 대사는 1981년 서울대 광주항쟁 1주기 계승 시위를 주도했다가 구속된 뒤 민주화를 위한 출판인 모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국민주권연구원, 전국비상시국회의 등 시민사회 운동에 주로 몸담아왔다. 신 대사는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을 맡고 있는 유흥식 추기경 등을 언급하며 최근 교황청 내 한국의 외교적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신 대사는 "교황청 요직에 다수의 한국 성직자가 진출해있다"라며 "교황청도 한국인 성직자의 교황청 진출 확대를 바람직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 대사는 교황청 내 높아진 대한민국의 위상을 반영해 최근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분쟁 중재를 위한 교황청의 노력에 관심을 갖겠다는 뜻도 밝혔다. 바티칸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따른 아동 피해 지원을 위해 양국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하고 있다. 신 대사는 "교황청은 전 세계 갈등·인권 문제에 관심을 환기하고 평화를 강조하고 있다"며 "주교황청 대사로서 할 수 있는 외교적 노력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와 교황청 간 교류는 1947년 제임스 패트릭 번 주교가 교황 사절 자격으로 한국에 부임하면서 시작됐다. 양국 간 정식 외교 관계가 수립된 것은 1964년이다. 신 대사는 지난 19일 교황청에 신임장을 제정하고 3년의 공식 임기를 시작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민경락
2025.12.20. 15:25
美, 우크라戰 종전 중재 속도…마이애미서 우크라·러 연쇄회동 우크라 "美 종전 협상 성공 못 하면 우리는 다른 선택지 고려" 러 대표단 "전쟁 부추기는 세력이 美 종전안 무너뜨리려 노력" (워싱턴=연합뉴스) 이유미 특파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마이애미에서 우크라이나, 러시아 대표단과 연쇄 회동하며 우크라이나 종전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인 스티브 윗코프와 트럼프 대통령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가 참여하는 미국 대표단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마이애미에서 우크라이나 대표단과 만난 데 이어 이르면 20일 이곳에 도착한 러시아 대표단과 회동을 진행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루스템 우메로우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서기가 이끌었으며, 러시아 대표로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특사인 키릴 드미트리예프가 나섰다. 드미트리예프 특사는 러시아 기자들에게 "논의가 전설적으로 진행 중"이라며 "논의가 시작됐으며 오늘 계속되고, 내일도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고 리아 노보스티 통신이 전했다. 미 대표단은 지난 14∼15일 독일 베를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나 우크라이나의 안전 보장 방안 등을 논의한 바 있다. 당시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과 유사한 수준의 안보 보장 방안을 제시했으며,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반대하는 나토 가입을 포기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다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텔레그램에 올린 메시지를 통해 미국 주도의 종전 협상이 "성공하지 못한다면, 우리 모두 다른 선택지를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대표단 간 3자 회담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그는 기자들에게 "미국이 현재 국가안보보좌관급 3자 회담을 제안하고 있다"며 "이런 회담이 전쟁 포로 교환이나 3자 정상 회담 합의로 이어질 수 있다면 우린 그러한 제안을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측 드미트리예프 특사는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에 "마이애미로 가는 중"이라며 구름 사이로 햇빛이 비치는 영상을 올렸다. 그는 영상에 대해 "폭풍 구름을 뚫고 나오는 빛"이라며 "전쟁을 부추기는 세력들이 우크라이나를 위한 미국의 평화 계획을 무너뜨리기 위해 밤낮 없이 움직이는 가운데 나는 예전 (미국) 방문 때의 이 영상을 떠올렸다"고 적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유미
2025.12.20. 15:25
지난달 28일 제주 평대초등학교 3학년 교실. 까무잡잡하게 그을린 얼굴의 초등학생 8명이 책 ‘쉰모살, 어디까지 가 봤니’ 출판 설명회를 열었다. 학생들은 말미잘, 달랑게, 무늬발게 등 지난 학기부터 학교 인근 쉰모살 연안습지서 직접 보고 느낀 해양생물 탐험 기록을 책으로 엮었다. 쉰모살 프로젝트에 참여한 어린이 중 절반은 서울시교육청의 농촌유학 프로그램을 통해 제주형 자율학교인 평대초로 유학 온 서울 학생들이다. 학생들은 제주에 머물면서 학교 수업시간에 바다뿐 아니라 다양한 제주의 자연환경 특성을 살린 승마, 숲체험, 캠핑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고 있었다. 오세은 양(3학년)은 “서울에선 학원 6개를 다녔지만, 제주에 와선 수영만 배우고 있다”며 “학원 대신 캠핑 등 기억에 남는 다양한 활동을 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농촌유학은 서울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1개 학기 이상 농촌에 머물면서 자연과 지역 공동체를 체험하도록 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2021년 시작해 올해 2학기까지 누적 참여 인원은 2670명이다. 이번 학기에만 443명이 참여했다. 서울교육청은 현재 전남·전북·강원·제주 등 4개 교육청과 교류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인천교육청과도 교류가 시작될 예정이다. 교류 유형은 가족이 함께 이주하는 가족체류형, 현지 농가 부모와 생활하는 농촌 홈스테이형, 활동가와 함께 기숙사 생활을 하는 유학센터형 등 3가지다. 가족단위 참여시 가구당 30만원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제주의 경우 교육청에서 30만원의 추가 지원금을 준다. 지역소멸을 막을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지자체 차원의 지원도 검토 중이다. 학생, 학부모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올해 상반기 서울교육청 조사결과, 참여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는 88.4%로 집계됐다. 남매를 제주 공진초로 유학 보낸 A씨는 “전교생이 1800명인 과밀학교에 다니며 컨테이너로 된 교실에서 수업을 받았던 아이들이 지금은 휴일에도 학교에 가고 싶어할 정도로 학교를 좋아하게 됐다”고 전했다. 다만 참여 학부모들은 주거, 진학 등 현실적 여건상 주어진 1개 학기 이상 머무르기가 쉽지 않은 만큼 교육청과 지자체의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제주 성읍초에 두 딸을 보낸 학부모 B씨는 “만족도가 높아 서울에 있는 집을 처분하고 제주에 정착하기로 결심했다”면서도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다양하지만 학부모들이 지역에 적응하고 정착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 학생과의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지역 학생들을 고려한 프로그램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명혜 평대초 교사는 “남겨진 아이들이 나중에 친구 맺기를 두려워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다양한 수업 프로그램 개발 등 최선을 다해 학생들이 머물 기간을 늘리기 위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보람([email protected])
2025.12.20. 15:00
머드로 유명한 충남 보령에서 연말을 맞아 가족과 연인을 위한 닷새간의 특별한 이벤트가 마련된다. 사계절 관광도시 이미지를 알리고 비수기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충남 보령시는 오는 24일부터 28일까지 대천해수욕장 머드광장과 보령머드 테마파크 일원에서 ‘사랑·불빛 그리고 바다’라는 주제로 겨울바다 사랑축제를 개최한다고 21일 밝혔다. 축제에서는 야간 경관을 비롯해 공연과 체험·드론쇼 등 15개의 다양한 콘텐트가 관람객을 맞는다. 야간경관은 내년 1월 11일까지 계속 점등, 관광명소의 명성을 이어가게 된다. ━ MZ세대 위한 '솔로다방'…버스킹 공연 올해 축제는 24일 머드광장에서 열리는 점등식으로 막이 오른다. 핸드벨 타종과 산타빌리지 조명이 일제히 불을 밝히면서 광장 전체가 겨울 마을로 꾸며진다. 보령머드테마파크 외벽과 노을분수광장에도 크리스마스 조형물이 설치된다. 24일에는 MZ세대 남녀 120명이 참가하는 ‘솔로다방’이 열린다. 크리스마스인 25일에는 연인 100명이 참여하는 ‘러블리투어’를 진행한다. 가수 나윤권의 공연을 시작으로 뮤지컬과 아카펠라·마술·뮤지컬 공연, 프러포즈 이벤트도 준비됐다. 26일에는 해변의 낭만을 즐길 수 있는 ‘스노우 버스킹 공연’이 관람객에게 색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26일에는 머드광장 산타빌리지에서 스노우 버스킹 데이가 열린다. 27일에는 가족 200명이 참가하는 ‘패블리투어’가 열리며 가수 럼블피쉬 공연과 드론쇼가 준비됐다. 축제 마지막 날인 28일에는 어린이 300명이 참여하는 ‘키즈 데이’를 운영한다. 키즈 데이에선 어린이 연극과 매직쇼가 무대에 올라 저물어가는 한 해의 아쉬움을 달랜다. 축제 기간 머드광장과 머드테마파크에서는 스노우 BBQ 체험을 비롯해 크리스마스 굿즈 만들기, 알밤 구워 먹기 등 아이들을 위한 체험행사가 마련된다. 이번 축제는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를 높이기 위해 관광·소비 연계 요소를 강화했다. 러블리·패블리 투어 참가자에게는 짚트랙, 개화예술공원, 석탄박물관 등 지역 관광지를 경험하도록 구성했고 머드화장품 홍보관을 통해 지역 특산품 홍보도 병행한다. ━ 관광 비수기 지역경제 활성화 위해 마련 김동일 보령시장은 “겨울바다 사랑축제가 대천해수욕장의 매력을 더욱 빛나게 하는 축제로 거듭나고 있다”며 “가족과 연인, 친구와 함께 특별한 크리스마스를 즐기고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보령에서는 매년 5월(봄) AMC국제모터페스티벌, 7월(여름) 머드축제, 9월(가을) 무창포 신비의 바닷길, 12월(겨울) 겨울바다사랑 축제 등 계절마다 색다른 행사가 열린다. 신진호([email protected])
2025.12.20. 15:00
美, 베네수 연안서 유조선 추가 나포…긴장 또 고조될 듯 (워싱턴=연합뉴스) 박성민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카리브해에서 군사력 시위를 이어가며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을 압박하는 가운데 미군이 20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연안에서 유조선 1척을 추가로 나포했다. 크리스티 놈 미 국토안보부 장관은 이날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오늘 동트기 전 이른 아침, 미 해안경비대는 전쟁부(국방부)의 지원을 받아 베네수엘라에 마지막으로 정박한 유조선을 나포했다"고 밝혔다. 놈 장관은 이어 "미국은 이 지역에서 마약 테러에 자금줄인 제재 대상 원유의 불법적 이동을 계속 추적할 것"이라며 "우리는 당신을 찾아내고 막아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놈 장관의 발표에 앞서 뉴욕타임스(NYT), 로이터 통신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베네수엘라 인근 공해상에서 이뤄진 이번 나포 작전은 미 해안경비대가 주도했으며, 해군을 포함한 여러 연방 기관이 참여했다고 이 사안에 정통한 미 당국자가 밝혔다. 이는 지난 10일 미군이 제재 대상 유조선인 '스키퍼'(The Skipper)를 나포한 지 열흘 만에 이뤄진 추가 유조선 나포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6일 마두로 정권을 '외국 테러 단체'(FTO)로 지정하고 제재 대상 유조선의 베네수엘라 출입을 전면 봉쇄한다고 밝힌 이후엔 처음이다. NYT는 해당 선박이 파나마 국적의 '센츄리스'(Centuries)라며, 미 재무부가 공개적으로 관리하는 제재 대상 유조선 목록에 포함돼 있지 않으며, 베네수엘라 석유 업계 관계자들은 해당 선박의 화물이 중국 정유공장으로 베네수엘라 원유 수송 이력이 있는 중국 기반 석유 무역업체 소유라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베네수엘라의 마약 운반 의심 선박을 잇달아 격침하는 한편 조만간 베네수엘라에 대한 '지상 군사작전' 감행을 예고하며 베네수엘라 인근 해역에 군사 자산을 대거 배치한 상황에서 유조선의 추가 나포로 인해 양국 간 긴장 수위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박성민
2025.12.20. 14:25
「 죄책감 없는 살인 」 붉은 흔적이 인도한 길 어느 5월 끝자락의 휴일. 길정훈(가명)씨는 모임을 마치고 밤늦게 귀가했다. 늘 그랬듯 지하 2층에 차를 세우고, 엘리베이터를 향해 무심히 걸음을 옮겼다. 자정이 지난 아파트 주차장은 숨을 죽인 듯 고요했다. 형광등 불빛 아래, 자신의 발자국 소리만 주차장 바닥에 번졌다. 주차장 바닥에 뭔가 이상한 것이 눈에 띄었다. 처음엔 불빛에 반사된 얼룩쯤으로 여겼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 몸을 굽히는 순간, 싸늘한 기운이 등줄기를 훑었다. 피! 선명한 핏자국이 주차장 바닥 위로 길게 이어져 있었다. 잠시 얼어붙은 듯 그 자리에 서 있던 길정훈씨는 숨을 고르고 조심스레 그 자국을 따라 걸었다. 핏자국은 기계실 앞에서 한 번 끊긴 듯하더니, 방향을 틀어 다시 엘리베이터 쪽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불길한 기운이 전신을 타고 올라왔다. 그는 서둘러 아파트 경비원을 찾았다. 두 사람은 손전등을 들고 그 자국을 따라 천천히 이동하기 시작했다. 긴장감이 두 사람의 몸을 조이기 시작했다. 핏자국이 향한 마지막 지점은, 평소라면 누구도 눈길 주지 않는 곳. 지하 2층 한쪽 구석, 기계실 옆 집수정이었다. 두 사람은 떨리는 손으로 낡은 철제 덮개를 열었다. 그 아래, 반쯤 고인 물 속에 헝겊에 덮여 있는 무언가가 떠 있었다. 헝겊을 살짝 걷어내자 반쯤 잠긴 사람의 상체와 손가락이 드러났다. " 으악!!!!!! " 두 사람의 비명이 늦은 밤 아파트 지하에 울려 퍼졌다. 충격과 공포에 숨이 막힌 그들은 급히 자리를 벗어나며 112에 신고했다. “여기 ○○아파트인데요… 사람이 죽어 있어요. 주차를 했는데 핏길이 보이길래…. 지하 집수정에… 있어요.” 신고 시각은 새벽 0시46분. 강력팀은 즉시 현장으로 향했다. 지하2층 집수정. 물 위로 반쯤 떠오른 성인 남성의 나체 시신이 보였다. 육안으로도 사망한 지 오래되지 않았음이 느껴졌다. 무엇보다 섬뜩했던 건, 얼굴을 여러 겹으로 감고 있는 청테이프였다. 그 너머로 칼자국과 훼손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피로 얼룩진 손가락은 마지막 순간까지 무언가를 붙잡으려던 듯 굳어 있었다. 형사들은 그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못했다. 현장 전체가 피와 공포, 그리고 무언의 절규로 가득했다. 곧바로 현장을 통제하고, 감식을 시작하면서 시신을 물속에서 건져냈다.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소지품 등 단서는 없었다. 무언가를 숨기려 한 흔적만이, 오히려 더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흔적의 끝, 방 안의 남자 형사들은 지하 2층 바닥에 남겨진 핏자국을 따라 나아가기 시작했다. 핏자국은 길고도 또렷했다. 마치 우리를 어딘가로 안내하는 듯, 지하 집수정에서 엘리베이터를 향해 이어져 있었다. 비상계단을 통해 한 계단씩 오르며, 각 층의 엘리베이터 앞을 확인해 나갔다. 6층 엘리베이터 앞에 다다르자 고참 김 형사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 여기, 피를 닦은 흔적이 있습니다. " 눈썰미 좋은 그의 말을 듣고 살펴보니, 6층의 복도 벽과 바닥에 닦인 듯한 희미한 핏자국이 이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흔적은 609호 현관문 앞에서 멈췄다. 형사들은 아파트 CCTV와 지하 주차장의 차량 블랙박스를 분석했다. 00시08분쯤, 청색 러닝셔츠를 입은 젊은 남성이 1층 중앙 현관과 엘리베이터 CCTV를 청테이프로 붙여 가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어 00시18분. 지하 2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같은 인물이 사람의 발목을 붙잡고 끌고 가는 장면이 찍혀 있었다. 경비원에게 영상을 보여주자, 그는 망설임 없이 말했다. " 609호 아들인데요. " 용의자는 서른 살의 홍준기(가명). 피해자는 그의 아버지 홍형구(가명, 69세)로 확인됐다. 홍준기의 어머니 소재가 불확실했다. 혹시 집 안에 함께 있다면, 추가 범행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우리는 즉시 119 구조대에 협조를 요청했다. 베란다 아래 화단에는 에어매트가 깔렸고, 형사들은 조용히 문 앞에서 대기했다. 순간을 노려 문을 강제 개방했다. 형사들은 일제히 고함을 치며 진입했다. " 경찰이다. 움직이지 마. 가만히 있어 " 현관 옆 작은방 침대에 홍준기가 어깨를 웅크린 채 앉아 있었다. 우리를 향한 그의 눈빛엔 놀람도, 긴장도 없었다. " 지하에… 아버지를 두었어요. 제가… 했어요. " 형사들의 존재를 인식한 순간, 홍준기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말했다. 목소리는 평온했고, 표정에는 죄책감의 그림자조차 없었다. 우리는 곧바로 그에게 수갑을 채웠다. 다행히 집 안에 그의 어머니는 없었다. 말 없는 방, 조각난 고백 그는 범행의 모든 흔적을 방 안에 모은 채 침대에 앉아 있었다. 방 안 구석에는 줄무늬 셔츠와 짙은 청색 러닝셔츠, 찢긴 청테이프 조각, 구겨진 비닐봉지, 피 묻은 슬리퍼, 사용된 물티슈가 흩어져 있었다. 한쪽엔 크고 작은 흉기 두 점, 혈흔이 스민 휴지 뭉치들이 비닐에 감싸져 놓여 있었다. 범행이 벌어졌던 화장실과 거실은 깨끗이 치워진 상태였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홍준기는 곧바로 경찰서로 연행됐다. 친형과 함께 조사실에 앉은 그는 이상하리만큼 침착했다. 질문을 던지자, 그는 고개를 천천히 저으며 말했다. " 어제 아침부터 경찰관이 올 때까지 집에만 있었어요. 아버지를 죽이지 않았어요. 누군가 집에 찾아왔고, 저는 그 사람을 본 적도 없어요. " 납득하기 어려운 진술이었다. 방 안에서 발견된 범행 도구, 그가 입고 있던 옷과 신발, 청테이프를 붙이는 장면이 담긴 CCTV, 시신을 끌고 가는 영상, 그리고 혈흔 감식 결과까지 제시했지만 그는 끝내 부인했다. 그의 얼굴엔 감정의 파동이 전혀 없었다. 가끔 새어 나오는 미소는 섬뜩했고, 죄책감이 닿지 않는 차갑고 단단한 벽처럼 느껴졌다. 그때 마침 제주도에 있던 그의 어머니와 연락이 닿았다. 어머니는 남편의 사망 소식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끝내 아들을 걱정했다. 구속영장 실질심사 뒤 진행된 두 번째 조사. " 형사님들께 사실대로 말해. " 어머니의 조용한 설득에 그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 (계속) 어머니는 남편이 자상한 아버지였다고 했다. 그런데 아들은 왜 그런 끔찍한 짓을 벌였을까. 그리고 아버지는 마지막 순간에 뭘 잡으려 했을까. 아들이 아버지 얼굴에 청테이프를 칭칭 감은 이유를 말하자 모두가 경악했다. 그 부자의 말 못 할 사연,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82427 ‘현직 형사과장의 크라임 노트’ 또 다른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데이트폭력 신고女 성폭행했다…후배 경찰 수갑 채운 그날 동거 중인 남자친구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20대 여성 피해자는 처벌을 원치 않았고, 잠시 머물 안전한 곳만을 요청했다. 임용 8개월 차 김 순경은 여성을 파출소 맞은편 모텔로 안내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야간 근무를 마친 그는 문득 그녀가 떠올랐다. 사복을 입은 김 순경은 모텔 초인종을 눌렀다. “잠은 잘 잤어요?”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89883 김호중 “그건 제 자존심입니다”…음주조사 그날, 형사과장의 기록 [上] “압구정로 46길, 택시 접촉사고. 가해 차량 도주.” 2024년 5월 9일 밤 11시 44분, 무전이 울렸다. 자정을 앞둔 교통사고는 음주나 약물 가능성이 높다. 번호판 조회 결과, 차주의 이름은 김호중. 유명인이 연루된 만큼 초동 수사가 관건이었다. 경찰은 강력팀 3개를 투입해 소속사와 자택, 차량 등을 압수수색했다. 그러나 김호중은 한 가지 증거 제출을 거부했다. "그건 제 마지막 자존심입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86273 자신을 구속시킨 형사에게…김호중은 뜻밖의 말 꺼냈다 [下]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86455 “남자가 당했다면 믿어줄까” 23세 청년 덮친 50세 유부남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76748 “그 아저씨 없인 못 살아요” 소녀 셋 홀린 52세의 주사기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59506 딸 유학비 대며 한국서 성매매…“짱XX 콱!” 中엄마 살해당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68543 박원식([email protected])
2025.12.20. 14:00
━ [숫자로 보는 빙판길 사고] ‘4.5배.’ 겨울철에 눈이나 비가 온 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도로 곳곳이 얼어붙습니다. 이런 빙판길에선 차량이 제어가 잘 안 되고 미끄러지는 탓에 각종 사고도 잦은데요. 실제로 지난 4일 저녁 꽤 많은 눈이 내린 여파로 다음날인 5일 오전 5시 51분께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노들로에서 6중 추돌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또 오전 6시 5분께에는 서울의 강변북로 구리 방향 반포대교 북단에서 7중 추돌사고도 일어났는데요. 한국도로교통공단(이하 공단)이 최근 5년간(2020~2024년) 빙판길 교통사고를 분석한 데 따르면 모두 4112건의 사고가 발생해 83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치사율(사고 100건당 사망자 수)은 2.0명으로 마른도로(1.3명)보다 60% 이상 높습니다. 도로 표면이 얼어붙는 ‘노면 결빙’은 도로의 구조와 주변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교량 위, 고가도로, 터널 출입구, 지하차도, 그늘진 곡선로, 하천·저지대 인근 등에서 자주 발생하는데요. 이 중에서도 특히 다리 위와 고가도로를 조심해야 합니다. 최근 5년간 교량 위에서 발생한 빙판길 사고는 총 135건으로 모두 8명이 숨졌습니다. 치사율이 5.9명으로 마른도로의 4.5배에 달하는데요. 또 빙판길 사고 평균 치사율과 비교해도 3배나 됩니다. 고가도로도 만만치 않은데요. 총 63건의 사고가 발생해 3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치사율은 4.8명입니다. 물론 최근 5년간 빙판길 교통사고 통계만 보면 터널 안이 치사율 17.1명으로 가장 높게 나오는데요. 35건이 발생해 6명이 숨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2020년 2월 전북 남원의 사매2터널에서 발생한 사고 1건에서만 5명이 사망한 걸 고려하면 통상적인 상황은 아니라는 게 공단의 설명입니다. 그럼 왜 겨울철에 교량이나 고가도로가 더 치명적일까요. 교량과 고가도로는 구조상 지열을 받지 못하고 찬 공기에 노출돼 있어 눈과 비가 지표면보다 빨리 얼어붙고 쉽게 녹지 않기 때문인데요. 다리나 고가도로는 도로의 상하부가 모두 냉각 면으로 작용하는 탓에 땅과 접한 일반도로와 비교해 노면온도가 섭씨 5~6도 정도 낮아 빙판이 생길 위험이 더 크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합니다. 빙판길에선 차량 간 추돌사고 위험도 올라가는데요. 빙판길에서의 차대차사고 중 추돌사고 비율은 마른노면보다 14.0%p 높았고, 내리막사고 비율도 마른노면보다 12.3%p 높았습니다. 이 때문에 빙판길에서 사고를 줄이려면 감속하고 앞차와의 거리를 평소보다 넓게 유지하는 게 필요합니다. 또 내리막 구간에선 기어를 낮춰 엔진브레이크를 활용하면 안정적으로 속도를 줄일 수 있다고 하네요. 공단 관계자는 “날씨가 맑아도 교량 위, 고가도로, 그늘진 구간, 터널 출입구는 기존에 생긴 살얼음(블랙아이스)이나 빙판이 완전히 녹지 않고 남아있을 수 있다”며 “이들 취약구간을 지날 때는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강갑생([email protected])
2025.12.20. 14:00
엡스타인파일 공개 후폭풍…美법무부 '트럼프 삭제' 의혹 선긋기 20일 새벽 추가 공개 자료엔 '트럼프가 엡스타인 찾는 전화해' 메모도 법무 부장관 "이름 숨기려는 의도 없어…사건 희생자들 "은폐 계속돼" (워싱턴=연합뉴스) 이유미 특파원 = 미국 법무부가 미성년자 성착취범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 수사 관련 문서 공개에 나서면서 20일(현지시간) 미 정계 안팎에서 이틀째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법무부가 전날 자정 무렵 추가로 공개한 자료에는 엡스타인과 그의 옛 연인이자 공범인 길레인 맥스웰과 관련한 대배심 자료도 있다고 CNN은 보도했다. 연방 검찰이 두 사람의 기소를 관철하기 위해 대배심에 제시한 2019년 6월자 프레젠테이션 자료에는 엡스타인의 부동산, 여성들에 대한 메모 등이 담겨 있다. 연방수사국(FBI) 요원이 '한 14세 소녀가 고등학교 1학년 때 학교를 중퇴한 뒤 만난 또래 소녀로부터 이 부유한 남자(엡스타인)를 마사지해주면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대배심에 증언한 내용도 포함됐다. 엡스타인은 이 소녀를 성적으로 끔찍하게 학대했으며 한 소녀가 엡스타인을 위해 이런 식으로 20∼50명의 소녀를 데리고 오기도 했다고 해당 요원은 밝혔다. 이와 함께 '도널드 트럼프가 엡스타인을 찾는 전화를 했다'는 손 글씨 메모도 공개됐다고 CNN은 전했다. 해당 메시지가 언제 작성됐는지, 어떤 용건으로 전화했는지에 대한 정보는 나오지 않았다. 전날 오후 1차로 공개된 문서들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한 내용이 거의 나오지 않은 가운데, 법무부는 의도적으로 트럼프 대통령 관련 내용을 빼고 공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일축했다. 토드 블랜치 법무부 부장관은 전날 ABC 방송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부터 공개 가능한 모든 파일은 공개돼야 한다고 분명히 말해왔고 우리는 정확히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랜치 부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 언급된 모든 문서가 공개되느냐'는 질문에 "법에 부합한다는 전제하에 그렇다"고 답했다. 아울러 "도널드 트럼프라는 이름이나 빌 클린턴, 리드 호프먼 같은 이름이 등장한다는 이유로 어떤 것도 숨기려는 의도는 없다"고 강조했다. 블랜치 부장관은 그러면서 야당인 민주당 의원들이 엡스타인이 남긴 자료 가운데 일부만 선별적으로 공개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보이게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앞서 연방 하원 감독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엡스타인의 저택에서 확보한 9만5천여장의 사진 가운데 엡스타인과 트럼프 대통령이 함께 찍힌 사진을 공개한 것 등을 지적한 것이다. 법무부는 미 의회가 '엡스타인 파일 투명성 법'을 제정해 엡스타인 수사 관련 문서 공개를 강제하면서 전날 문서 공개를 시작했다. 법무부는 향후 수 주에 걸쳐 수십만건의 문서를 공개할 방침이다. 전날 공개된 문서에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얼굴이 가려진 한 여성의 허리 쪽에 팔을 두른 채 친밀한 자세로 앉아 있거나, 한 여성과 욕조에 함께 들어가 있는 모습 등 클린턴의 사진 다수가 포함됐다. 이와 관련해 클린턴 측 에인절 우레냐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이 사안은 클린턴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모든 사람, 특히 마가(MAGA·트럼프 대통령 강성 지지층)는 희생양이 아니라 답을 원한다"고 반발했다. 민주당도 법무부가 공개한 문서는 전체 증거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면서 정부가 즉각 모든 파일을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건 희생자들은 법무부 문서가 대거 가림 처리돼 공개된 것을 두고 좌절감을 나타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전날 법무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 1만3천건 이상의 사건 파일은 대부분 가림 처리가 돼 있었고 검색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엡스타인 사건 초기 피해자 중 한명으로 알려진 제스 마이클스는 "이들은 우리가 말해온 부패와 지연된 정의를 스스로 입증하고 있다"며 "도대체 무엇을 보호하고 있나. 은폐는 계속된다"고 말했다. 엡스타인에게 20살 때 성적 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해 온 마리케 샤르투니는 "모든 것이 가려져 있다면 투명성은 어디에 있느냐"고 반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엡스타인의 성범죄 사실이 드러나기 전인 2000년대 초까지 그와 여러 파티나 행사에 함께 참석했기에 성범죄에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자신은 아무 연관성이 없으며 민주당의 정치 공세라고 주장해왔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유미
2025.12.20. 13:25
위성락 "내년부터 농축·재처리·핵잠 한미협의 동시다발 진행" "최근 방미 협의서 美와 합의"…핵잠 관련 별도 협정 체결 추진키로 "美 '한미동맹은 모범동맹' 언급…분위기 살려 정상합의 이행 박차"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한미가 한국의 핵 추진 잠수함(핵잠) 건조와,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등 양국 정상 합의의 이행을 위한 분야별 협의를 내년부터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미는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의 16∼17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방문 계기에 이뤄진 고위급 협의에서 이같이 뜻을 모았다고 위 실장이 20일 전했다. 위 실장은 방미 기간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 등과 회동했다. 미국에 이어 캐나다를 방문한 위 실장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한미 간에 정상회담 합의 이행 차원에서 앞으로 계속해서 협의를 어떻게 할 지에 대한 일정에 대해 의견일치를 봤다"며 내년부터 정상회담 합의의 분야별 이행을 위한 협의를 시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위 실장은 한미 정상 합의 중 이행의 우선순위에 대한 질문에 "우선순위라고 할 것 없이 한꺼번에 다 론칭(논의 개시)한다"며 "우라늄 농축,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핵잠 등을 한미간에 새해에 동시에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국가안보실은 '핵잠 TF'와 '농축 우라늄 관련 TF'를 구성해 대미 실무 협상에 대비하고 있어 미측 대화 상대방이 확정되면 곧바로 협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위 실장은 "현재 한미간에 일이 잘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도 한미동맹에 대해 '모범 동맹'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며 "그 분위기를 살려가면서 후속 조치에 박차를 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위 실장은 그러면서 한미 정상 합의의 이행이 속도감 있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위 실장은 특히 한국의 핵잠 건조와 관련, 미국 대통령의 권한으로 군용 핵물질 이전을 허가할 수 있도록 한 미국의 원자력법 제91조에 입각해 한미간에 별도의 협정을 체결하기로 미 측과 뜻을 모았다고 소개했다. 무기용 핵물질의 이전을 제한하는 한미원자력협력협정상의 제약을 돌파할 수 있도록 별도의 한미 간 합의를 도출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는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틀에서 미국으로부터 핵잠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호주의 해법과 유사한 것이다. 올해 8월과 10월 각각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회담 결과를 정리해 지난달 양국이 발표한 한미 공동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미 원자력 협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를 지지하기로 했다. 또 미국은 한국이 핵잠을 건조하는 것을 '승인'했으며, 연료 조달 방안 등을 한국과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조준형
2025.12.20. 13:25
'SNS검증' 美비자심사 지연에…빅테크, 또 직원 출국자제 권고 H-1B 비자 수수료 증액한 9월 이어 두번째…"최대 12개월 지연"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권영전 특파원 = 구글과 애플이 외국인 직원들에게 미국 밖으로 출국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구글의 외부 법률자문을 맡은 BAL 이민법률사무소는 최근 구글 직원들에게 "미 대사관·영사관에서 비자 도장 발급 예약이 최대 12개월까지 지연되고 있다"며 미국 밖 장기 체류 위험이 있으므로 출국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고 미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애플의 자문사 프래고먼도 애플 직원들에게 "유효한 비자 도장이 없는 직원들은 해외여행을 자제할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며 "여행을 연기할 수 없는 경우 사전에 애플 이민 담당팀이나 자사와 연락해 논의해야 한다"는 메모를 보냈다. 이런 권고는 미국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검증 요건을 도입한 이후 외국인들에 대한 비자 심사가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 국무부도 심사 지연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국무부 대변인은 비즈니스인사이더에 "신청자의 온라인 활동 검토를 진행 중"이라며 "과거에는 사안을 신속히 처리하고 대기 시간을 줄이는 데 중점을 뒀을 수도 있지만, 현재는 인도를 포함한 전 세계 대사관과 영사관은 무엇보다 각 비자 사안을 철저히 심사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글·애플과 같은 거대 기술기업들은 해외의 전문인력을 유치하는 데 H-1B 비자를 주로 이용하고 있다. H-1B 비자는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 전문직을 위한 비자로, 기본 3년 체류가 허용되며 연장이 가능하고 영주권도 신청할 수 있다. 이 비자는 연간 발급 건수가 8만5천 건으로 제한돼 있는데,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지난해 이 비자를 5천537건 신청했고 애플도 같은 기간 3천880건의 신청서를 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 등 미 보수진영에서는 이 비자가 인도를 비롯한 외국인들이 미국으로 유입되는 통로가 되고 있다고 비판적인 시각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를 의식한 듯 지난 9월 해당 비자의 신청 수수료를 1천 달러에서 10만 달러(약 1억4천만원)로 100배 증액하는 포고문에 서명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아마존·구글·메타 등 거대 기술기업들은 당시에도 직원들에게 이번과 유사한 출국 자제 권고를 했다. 캘리포니아주를 포함한 19개 주는 비자 신청 수수료 인상에 반발해 지난 12일 소송에 나선 바 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권영전
2025.12.20. 13:25
‘공화당 42석 순감, 민주당 41석 순증’ 2016년 미국 대선과 함께 치른 연방 하원 선거 이후 2년 만인 2018년 중간선거에서 당시 여당인 공화당이 잃은 의석, 그리고 야당인 민주당이 늘린 의석 숫자다. 2016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내세운 공화당에 정권을 빼앗긴 민주당은 전체 435석의 주인을 가리는 하원 선거에서도 194석에 그쳐 241석을 얻은 공화당에 과반(218석) 다수당 지위를 내주고 말았다. 하지만 2년 만인 2018년 중간선거 결과는 정반대가 됐다. 민주당이 대약진해 235석으로 41석을 늘렸고, 공화당은 42석(미확정 지역구 1석 포함)을 빼앗긴 199석에 그쳐 소수당 신세가 됐다. 내년 11월 치르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에서는 ‘2018년 어게인’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 집권 2년 만에 치르는 중간평가 성격의 선거라는 점에서 2018년의 데자뷔가 느껴진다. 최근 버지니아·뉴저지 주지사 선거, 뉴욕시장 선거와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시장 선거 등 격전지와 공화당 강세 지역에서 연이어 대승을 거두면서 기세를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 ①민주당 ‘공략 가능’ 지역구 숫자 줄어 다만 워싱턴 정가에서는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을 탈환할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2018년 중간선거 때와 같은 ‘블루 웨이브(민주당 압승)’가 재현되기는 어려울 거란 전망이 나온다. 그 이유로 16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민주당이 공략 가능한 지역구 자체가 확 줄었다는 점을 꼽았다. 2018년 중간선거 때는 2년 전인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5%포인트 미만으로 승리했거나 패배해 민주당이 ‘공략 가능’한 곳으로 여겨진 지역구가 31개였다. 2026년 중간선거에서 같은 조건의 지역구는 14개에 불과하다. 민주당으로선 해볼 만한 싸움터가 절반 이하로 줄어든 셈이 됐다. ━ ②2024 하원 선거서 이미 ‘선방’ 민주당이 2024년 하원 선거에서 2016년보다 상대적으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점도 ‘민주당 물결’을 어렵게 만드는 배경 중 하나다. 민주당은 2016년 하원 선거에서 194석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대선 대패 분위기 속에서도 하원 선거에서 215석(득표율 49.4%)을 건져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폴리티코는 “2018년 중간선거처럼 민주당이 40여석을 뒤집으려면 트럼프가 지난해 대선 때 12%포인트 이하로 승리한 모든 지역구에서 당선돼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며 “이는 정치적 중력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짚었다.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의미다. 선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특정 정당이 전국 단위 선거에서 일방적으로 휩쓰는 시대는 이제 끝났다는 얘기가 나온다. ━ ③게리맨더링으로 ‘방탄 지역구’ 남발 공화·민주 양당이 그간 자의적으로 행한 선거구 재획정(게리맨더링) 역시 민주당 압승을 어렵게 하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양당이 각각 자당에 우호적인 지역, 즉 ‘방탄 지역구’ 중심으로 선거구 지도를 재편하면서 뒤집기를 시도해 봄직한 경합지 자체가 좁아졌다. 가령 2020년 선거 기준으로 승패 격차가 10%포인트 이내였던 하원 선거구는 93곳에 달했지만, 양당이 당리당략에 맞게 선거구를 재조정한 뒤로는 그런 선거구가 79곳으로 줄었다. 민심이 어느 정도 움직여도 의석 자체는 크게 움직이기 어려운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내년 중간선거에서 지난해 대선보다는 선전할 것으로 기대한다. 상원에서 다수당 지위를 탈환하지 못하더라도, 상원을 견제할 수 있는 수준의 안정적인 하원 의석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민주당 선거 전략가 단 세나는 “모든 의석이 뒤집기가 가능하진 않더라도 전장을 넓혀 공격하는 것이 민주당에 이롭다. 전투 범위를 넓히다 보면 보석 같은 후보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 공화당 “민주당 공세, 무모한 자충수” 하지만 선거구 재획정 작업이 아직 더 남아 있다는 점은 민주당이 간과하기 힘든 변수다. 예를 들면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로 텍사스 주에서는 일부 민주당 강세 지역을 공화당 안전 지역으로 변모시켰고, 민주당이 차지한 격전 지역구 두 곳을 공화당에 유리하게 바꿔 놨다. 민주당이 이긴 노스캐롤라이나 제1선거구도 선거구 재편으로 친공화당 성향이 강해졌다. 공화당 하원 선거위원회(NRCC) 마이크 마리넬라 대변인은 “민주당이 갑자기 ‘공화당 강세 지역에서 경쟁하겠다’고 하는 것은 절박함이 묻어난다”며 “지나치게 무모한 자충수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만 민주당 역시 자체적으로 선거구 재획정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새 선거 구도가 드러나는 내년 중반까지는 상황을 더 기다려 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형구([email protected])
2025.12.20. 13:00
" 위기 상황에서 최대한 침착하게, 어떻게든 신고만 해도 길이 있어요. " 기동대 1년 근무를 제외하면 8년 내내 파출소에 근무하며 가정폭력·교제폭력 등 관계성 범죄 현장 최전선을 지켜왔던 양창모 서울 용산경찰서 한남파출소 경사는 지난 16일 교제폭력 사건에서 신고와 초기 대응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지난해 용산구에서 짧게 알고 지낸 남성에게 여성이 성범죄를 당할 뻔한 상황에서, 피해 여성이 기지를 발휘해 가족에게 전화하는 척 ‘오빠 난데 늦을 것 같아’ 내용으로 112 신고한 사례가 있었다”며 “접수원이 뒤에 남자 목소리를 포착하고 연계해줘서 즉각 출동해 분리조치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대응이 언제나 가능한 건 아니다. 양 경사는 교제폭력의 반의사불벌죄 성격을 지적했다. 그는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심리적 지배를 받는 경우가 많아 진술만으로 현장에서 속전속결 피해 여부를 결정지으면 위험하다”며 “최소한 피해자와 기관을 연계해 조치가 이뤄질 정도의 시간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비교적 최근까지 교제폭력에 대한 경찰 업무 분담도 제각각이었다. 양 경사는 “교제폭력 피의자를 경찰서에 인계하러 가면 어떤 건 형사과가, 어떤 건 여성청소년과가 맡았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현재 우리나라엔 신고나 형사 입건 건수를 제외하면 제대로 된 교제폭력·교제사망 공식 통계조차 없다. 일반 폭행 등으로 뭉뚱그려 분류된 사건들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분석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양 경사는 이런 경험을 토대로 지난 16일 경찰청이 펴낸 ‘여기, 우리가 있습니다’(여성·청소년 경찰 업무 수기집)에 수기를 실어 공저자가 됐다. 이 책에는 엄선된 여성청소년과 경찰들의 수기 27편이 담겼다. 이종석 서울 양천경찰서 신월1파출소 경감 역시 이 책의 공저자 중 한 명이다. 지역아동센터를 부러 찾아다닐 만큼 인권 이슈에 관심이 많은 이 경감은 “소외계층 아동 3명을 경제적으로 돕고 있는데, 인세로라도 후원 아이들 수를 늘릴 수 있을까 싶어 공모를 냈다”고 했다. ━ 27년 차 지역경찰관 “교제폭력 법 없어 땜질식 대응” 27년 차 베테랑 경찰관인 이 경감은 교제폭력 대응의 제도적 한계를 현장에서 체감했다. 지난주에도 그는 “남자친구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다급한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피해 여성은 지난 1년간 교제폭력 신고만 10차례에 이르렀다. 그러나 현장에서 가해 남성에 대해 강제조치를 할 수 없었다. 스토킹 처벌법에 따라 강제조치하려면 지속적·반복적 행위여야 하는데, 신고 기록을 보니 피해자는 같았지만 가해 남성이 거의 매번 달랐다. 이 경감은 “교제폭력에 적용할 명확한 법이 없어 가정폭력처벌법의 사실혼 조항이나 스토킹 처벌법으로 땜질하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지난 1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친밀한 관계에서 평생 한 번 이상 폭력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여성은 지난해 기준 5명 중 1명(19.2%)에 달했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발의된 교제폭력 관련 법안은 단 한 건도 국회 문턱을 못 넘었다. 관계성 범죄는 경찰관이 섣불리 개입했다간 소송의 위험도 따른다. 이 경감은 “가정폭력 현장에 출동했는데, 늦게 들어온 아들을 경찰관 앞에서 때리는 것을 제지하다가 과잉 진압 논란에 휘말려 결국 재판까지 갔다”며 “그때 이후로 적극적 조치가 부담되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이렇듯 수사의 ‘첫 단추’를 끼우는 지구대·파출소 현장에 법과 매뉴얼이 미흡한 현실 속에서, 이 경감은 수기집의 글을 이렇게 맺는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대안을 만들고 개선하기보다, 문제에 대한 비난의 대상을 찾기에 급급하고, 비난 후 금방 잊는 익숙함에 길들어선 안 된다. 그래서 소망해 본다. 사회도, 시민도, 경찰도 익숙함에 익숙해지지 않기를….” 이아미([email protected])
2025.12.20. 13:00
대만이 대중국 억제력의 핵심 전력으로 꼽은 첫 국산 잠수함 하이쿤(海鯤)이 실전 배치도 전에 중국 매체의 먹잇감으로 전락했다. 닻 같은 기본 장비도 갖추지 못한 채 최근 해상 시험을 진행했다는 현지 보도가 나오자 중국 매체는 기존 제기된 취약점까지 부각해 하이쿤을 집중 공격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환구시보의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1일 “대만 섬의 첫 국산 잠수함 하이쿤이 닻(앵커)을 설치하지 않은 채 해상 시험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하이쿤의 앵커 장비에 고장이 발생해 초기 다섯 차례 해상 시험에서 닻 없이 출항했다”는 대만 인터넷 매체 미러 데일리 보도를 인용하면서다. 미러 데일리에 따르면 대만 당국은 “잠수함은 군함이자 특수선이라 예외”라는 이유를 들어 닻 없이 시험을 강행했다. 이와 함께 “하이쿤의 수밀문 시스템이 완전한 통합 시험을 거치지 못해 고압 상황에서 각 구획이 수밀을 유지할 수 있을지 검증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언급됐다. 글로벌타임스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대만 자유시보 보도를 들어 하이쿤의 디젤 엔진이 잠수함 전용이 아닌 북유럽산 상업용 디젤 발전기라는 점도 겨냥했다. 그리고는 대만 군 소식통의 발언을 소개했다. “대만이 고출력 잠수함용 주기관을 확보하지 못해 수출 통제 기준을 밑도는 상업용 발전기를 6기 병렬로 묶어 쓰고 있다. 앞으로 같은 방식의 잠수함을 양산하려면 시스템을 다시 설계해야 해 사실상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대만 국방부는 즉각 진화에 나섰다. 구리슝(顧立雄) 대만 국방부장은 1일(현지시간) 입법원 질의에서 “최근 실시한 부상 항해 시험에는 앵커 시스템이 필요하지 않았다”며 “승조원 안전을 위협하면서까지 시험 일정을 맞추려 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추이쥔룽(邱俊榮) 대만 해군 참모장은 “최근 시험에서 앵커를 떼어낸 건 일부 부품을 교체하고 미세 조정하기 위한 조치였다”며 “12월 중순쯤 재설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대만 국방부의 진화에도 하이쿤의 실전 배치 일정 지연은 사실이다. 하이쿤의 해상 시험은 당초 지난 9월까지 완료된 뒤 11월 말 해군에 인도될 예정이었다. 구 장관은 “안전성 평가를 최우선으로 삼고 있으며, 특정 월에 맞추기 위해 서두르지 않겠다”고 말했다. 글로벌타임스는 군사 전문가를 인용해 “시험 진척 상황의 심각한 지연, 탑재 장비의 잇따른 고장 등 모든 문제가 섬의 국산 잠수함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냈다”고 깎아내렸다. 하이쿤에 중국 언론이 이처럼 관심을 쏟는 이유는 이 잠수함이 지닌 상징성과 무관치 않다. 하이쿤은 대만이 2016년부터 추진한 대만산 잠수함의 첫 번째 함이다. 2023년 9월 열린 진수식에서 차이잉원(蔡英文) 당시 총통은 “과거에는 국산 잠수함이 불가능한 일처럼 여겨졌지만, 오늘 우리는 우리 손으로 설계·제작한 잠수함을 눈앞에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만 군 당국은 하이쿤급 잠수함이 중국 해군을 억지하는 전략적 전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대만은 하이쿤급 잠수함으로 대만 해협의 얕은 수심에서 매복 작전을 펼치거나 중국 항공모함 전단이 태평양으로 진출하는 길목을 봉쇄할 수 있다. 단 몇 척의 잠수함으로 중국 해군의 기동을 제한하는 사실상의 비대칭 전력인 셈이다. 중국으로선 하이쿤의 약점을 부각해 대만의 자주 국방 의지를 꺾어야 할 필요도 있는 실정이다. 이근평([email protected])
2025.12.20. 13:00
" 제가 건배사 하겠습니다. 한동훈 대표님하고 같이 하겠습니다. 우리는 하나다. " 국민의힘 대선 후보였던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손을 맞잡고 건배사를 했다. 지난 17일 서울 관악구 한 고깃집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현직 당협위원장 모임 ‘이오회’ 송년회 자리에서다. 김 전 장관이 이날 건배사로 “우리는”을 선창하자 한 전 대표는 “하나다”로 호응했다. 이어 두 사람은 잔을 든 손을 엇갈리게 해 러브샷까지 이어갔다. 이 광경을 영상으로 본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AI(인공지능) 합성인 줄 알았다”고 놀라워했다. 김 전 장관과 한 전 대표는 지난 5월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서 막판까지 각각 반탄(탄핵 반대)과 찬탄(탄핵 찬성)의 대표 주자로 대척점에 섰다. 김 전 장관이 최종 대선 후보로 선출된 뒤엔 한 전 대표가 한동안 지원 유세에 나서지 않다가 공식 선거운동 시작 2주 뒤인 5월 26일에야 첫 지원 유세에 나서는 일도 있었다. 당시 김 전 장관의 이름이 새겨진 공식 선거 유니폼 대신 국민의힘 로고와 기호가 적힌 유니폼을 입은 한 전 대표를 보고 정치권에선 “둘 사이의 거리감이 여전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좀처럼 섞이지 않을 것 같던 그들은 왜 당원 게시판 조사 재개 논란으로 한 전 대표와 장동혁 지도부의 갈등이 극에 달한 묘한 시점에 손을 맞잡았을까. 김 전 장관과 한 전 대표의 측근에 따르면, 두 사람의 17일 송년회 회동은 사전에 계획된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김 전 장관의 측근은 “한 전 대표가 오는지 모르고 가셨다. 모임 장소가 관악구라 자택에서도 가까워 들르신 걸로 안다”고 했고, 한 전 대표의 측근도 “이오회 모임에는 가끔씩 참석하셨다. 제가 아는 것만 세 번”이라고 했다. 김 전 장관은 이날 한 전 대표의 손을 맞잡고 “국가적으로나 우리 당으로서나 아주 귀한 보배”라며 “이런 보배를 자른다고 할 게 아니다”고 말했다. 최근 국민의힘에서 당원 게시판 의혹을 고리로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절차에 돌입한 걸 비판한 것이다. 김 전 장관은 이어 “내년 선거 때까지 우리가 하나로 뭉쳐야한다”고 강조했다. 한 시간여 뒤 김 전 장관이 다시 나와 “뭉쳐야 산다”며 건배사를 할 때도 한 전 대표와 손을 맞잡은 상태였다. 대선 때만 해도 서먹했던 김 전 장관과 한 전 대표의 관계는 지난 8월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조금씩 개선됐다는 후문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전당대회에 불출마했고 선거 구도는 김문수·장동혁 후보 2파전이었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결선투표를 앞두고 “최악을 피하게 해 주시라”(8월 23일)는 메시지를 냈는데 당 안팎에선 “한 전 대표가 김 전 장관을 지지한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장 대표도 토론회를 마치고 기자들에게 “사실상 김 후보 지지”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또 김 전 장관은 지난 8월 국민의힘 당 대표 본경선 3차 토론회에서 ‘내년 재보궐선거에서 한동훈 전 대표와 전한길씨 중 누구를 공천할 거냐’는 질문에 “한 전 대표”라고 답하기도 했다. 당시 장 대표는 같은 질문에 전씨를 택했다. 지난 17일 이오회 송년회에서도 김 전 장관은 한 전 대표에게 “당이 큰일이다. 싸울 수 있는 사람, 싸움꾼들은 다 같이 싸워야지 뭐하는지 모르겠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반복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한 전 대표에게 “이 상황이면 당은 정말 큰일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장관과 한 전 대표는 지난 전당대회 이후 따로 회동을 하지는 않았지만, 안부 문자 등을 계속 주고받으며 소통을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장관은 전당대회 이후 당 안팎 인사들을 만나며 물밑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한 측근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지난 10월 말엔 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의 면회를 다녀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 9월 검찰이 손 목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을 당시에도 “명백한 정치보복이자 종교탄압”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김 전 장관은 지난달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독립외교 40년: 이승만의 외로운 투쟁’ 시사회에 참석해 “지금 나라가, 특히 법치가 무너지고 있고 도둑떼들이 나타나 검찰청을 폐지했다”고 했다. 김 전 장관의 측근은 “전당대회 이후 특별히 정치적인 활동만 한 건 아니다. 산악회도 다니고, 등산도 하면서 당 안팎의 분들과 모임을 가져온 걸로 안다”고 했다. 또 다른 측근은 “최근에는 당 상황도 많이 걱정하고,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꼭 이겨야 한다고 강조한다”며 “어떻게든 함께 뭉쳐 싸워야한다는 말씀을 매우 자주 한다”고 했다. 양수민([email protected])
2025.12.20. 13:00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이 최근 급부상하면서 오래 전부터 선거를 준비하던 후보군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정 구청장의 진영 내 인지도는 지난달 12일 중앙지방협력회의 오찬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헤드테이블에 앉은 장면이 포착되고, 지난 8일 이 대통령이 X(옛 트위터)에 정 구청장을 직접 띄우며 급상승했다. 이 대통령은 ‘성동구민들의 정 구청장의 구정 만족도가 92.9%’라는 언론 보도내용을 공유하며 “일을 잘하기는 잘하나 보다. 저의 성남 시정 만족도가 꽤 높았는데 명함도 못 내밀 듯”이라고 썼다. ‘명심(明心)’ 마케팅으로 탄력을 받은 정 구청장은 점차 세력도 갖춰나가고 있다. 한 수도권 3선 의원은 “8·3 전당대회에서 박찬대 의원을 밀었던 친명 조직이 대거 정 구청장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던 정 구청장이 지난 18일 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면담했다. 최근 정 대표가 대통령실과 잦은 엇박자를 내며 이 대통령의 지지층과 정 대표의 지지층이 분화하는 양상을 보이던 와중이라 두 사람의 만남은 여권 내에서 이목을 끌었다. 정 구청장은 “제가 뵙기를 요청했고 흔쾌히 약속이 됐다”며 “먼 길을 가기 위한 채비로 이해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미 서울시장 선거에 출사표를 낸 민주당 의원들은 정 구청장의 광폭 행보에 속이 편치 않은 상황이다. 수도권 재선 의원은 “이 대통령이 왜 정 구청장을 픽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서울시장 후보군 대다수가 서운함을 느끼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에선 김영배·박주민·박홍근 의원이 이미 출마선언을 했고, 전현희·서영교 의원 등 당내 중량감 있는 다른 현역 의원들도 출마 가능성이 크다. 박주민 의원은 19일 MBC 라디오에서 ‘정 구청장이 솔직히 신경쓰이지 않나’는 진행자 질문에 “다 각자 열심히 하는 거죠. 뭐”라며 “재미있게 해야죠. 각자 준비했던 것들을 펼치고”라며 즉답을 피했다. 정 대표와 정 구청장 사이 면담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면담 요청을 하면 다 만나준다”고 말했다. 박 의원 측 관계자는 “서울시장은 행정만 갖고 되는 자리가 아니다. 갈등과 이해관계 조정 등 정치력이 중요한 자리”라며 “상대 후보에 대한 감정 보다는 우리 할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 검증 과정들이 곧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박 의원 측은 ‘기본특별시 서울’ 슬로건 아래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원 투룸 등 세부 공약 정책 공약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입장이다. 출마를 선언한 다른 의원들도 “서울을 '10분 역세권 도시'로 만들어 '시간평등특별시'를 구현하겠다”(김영배 의원) “서울을 ‘다함께 잘 사는 따뜻한 도시공동체’로 만들겠다”(박홍근 의원)며 공약을 가다듬고 있다. 전현희 의원 측 관계자는 “강남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경력이 있는 유일한 후보”라며 “중도층 경쟁력이 입증된 만큼 본선 시작하면 주목도 더 올라갈 것”이라고 했다. 정 구청장에 대한 주목도가 올라가면서 1995년 폭행 전력도 발굴되는 등 네거티브 이슈도 부각됐다. 정 구청장은 지난 15일 페이스북에서 “당시 민주자유당(현 국민의힘) 국회의원 비서관과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인식 차이로 다툼이 있었다. 해당 비서관과 경찰관께 피해를 드린 사실이 있다”며 사과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경쟁 주자들이 정 구청장의 강점과 약점을 집중 탐구하고 있어서 어떤 문제들이 추가로 불거질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영익([email protected])
2025.12.20. 13:00
美·이집트 등 4개국, 가자 평화구상 진전·후속조치 논의 (워싱턴=연합뉴스) 박성민 특파원 = 미국과 이집트, 카타르, 튀르키예 등 4개국 대표단이 19일(현지시간) 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회담을 해 가자지구 평화구상 1단계 이행을 검토하고 2단계 준비를 진전시키는 것을 논의했다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특사 스티브 윗코프가 20일 밝혔다. 윗코프 특사는 이날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이러한 내용의 4개국 공동성명을 게시했다. 성명은 "평화구상 1단계의 경우 인도적 지원 확대, 인질 유해 반환, 군대 부분적 철수, 적대 행위 감소 등의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2단계와 관련한 논의에서 우리는 민간인을 보호하고 공공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통합 가자 당국 아래 통치 기구 설립을 가능하게 하는 것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가자지구 재건과 지역 안정 및 장기적 번영에 필수인 무역 촉진, 인프라 개발, 에너지·물·공유자원에서의 협력 등 지역통합 조치를 논의했다고 성명은 덧붙였다. 성명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기로 한 가자지구 임시 통치기구 '평화위원회'가 "조속히 설립되고 가동되는 것에 지지를 표했다"고 밝혔다. 또 "우리는 가자 현지 기관 및 국제 파트너들과의 협력 속에 순서와 조정, 효과적 모니터링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가자지구 평화구상의 단계적 이행에 대한 향후 조치를 검토했다"고 전했다. 성명은 그러면서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20개 항목 평화구상 전체에 완전히 전념하기로 재확인했으며, 모든 당사자가 의무를 준수하고 자제를 발휘하며 모니터링 협의에 협력할 것을 촉구한다"며 "앞으로 몇주 후에 2단계 이행의 증진을 위한 추가 협의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박성민
2025.12.20. 12:25
휠체어 장애인의 첫 우주여행…"지금껏 가장 멋진 경험" "내가 시작에 불과하길"…블루오리진, '접근성' 고려해 우주선 개조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권영전 특파원 =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처음으로 우주여행에 나섰다. 제프 베이조스의 우주기업 블루오리진은 독일의 장애인 엔지니어 미카엘라 벤타우스(33)가 5명의 동승자와 함께 자사 뉴셰퍼드 NS-37 우주선을 타고 지구와 우주의 경계선인 카르만 선을 넘어 비행했다고 20일(현지시간) 밝혔다. 앞서 골수암을 극복하고 다리에 보철물을 삽입한 장애인 헤일리 아르세노가 2021년 스페이스X 우주선에 탑승했고, 뉴셰퍼드의 이전 비행에도 시각·청각 장애인이나 거동이 불편한 사람이 참여한 바 있지만 휠체어 사용자가 우주로 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AP통신은 설명했다. 유럽우주국(ESA) 엔지니어인 벤타우스는 2018년 산악자전거 사고로 척수가 손상돼 하반신이 마비됐다. 블루오리진은 그의 탑승을 위해 우주선 캡슐 해치에서 좌석까지 오갈 수 있는 환자 이송용 보드를 설치했다. 또 착륙 후 서부 텍사스의 사막 지면에 카펫을 깔아 그가 발사 때 남겨둔 휠체어에 곧바로 탈 수 있도록 했다. 블루오리진은 자사 우주선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는 등 애초에 접근성을 고려해 설계돼 몇 가지 사소한 조정만 거쳤다고 설명했다. 벤타우스는 약 10분간의 우주여행을 마치고 착륙한 이후 "솔직히 지금껏 겪은 일 중 가장 멋진 경험이었다"며 "나와 같은 사람에게 문이 열리길 바란다. 내가 시작에 불과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우주 비행에는 역시 독일인이자 전 스페이스X 임원인 한스 쾨니히스만도 동행했다. 벤타우스의 우주여행을 제안하고 후원한 쾨니히스만은 비행 중 벤타우스의 비상 보조자로 지정됐고, 착륙 이후에도 그를 캡슐에서 들어 올려 짧은 계단을 내려왔다. ESA는 장애인인 예비 우주비행사 존 맥폴의 국제우주정거장(ISS) 비행을 승인했으나, 맥폴은 아직 우주비행에 나서지 않았다. 영국의 전 패럴림픽 선수인 맥폴은 청소년기 오토바이 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잃었다. 뉴셰퍼드의 16번째 유인 우주비행인 이번 로켓 발사는 애초 지난 18일 이뤄질 예정이었으나, 발사 전 점검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해 이날로 연기됐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권영전
2025.12.20. 11:25
쿠팡 주주, 美법원에 집단소송…"정보유출 공시의무 등 위반" 쿠팡, 美행정부·의회에 광범위한 로비활동…5년간 159억원 지출 (워싱턴·뉴욕=연합뉴스) 이유미 이지헌 특파원 =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터진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 1위 업체 쿠팡을 상대로 미국에서 주주 집단소송이 제기됐다. 20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 북부연방법원에 따르면 쿠팡 모회사인 쿠팡 아이엔씨(Inc.·이하 쿠팡)의 주주인 조셉 베리는 지난 18일 쿠팡 법인과 김범석 의장, 거라브 아난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상대로 증권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원고인 베리는 비슷한 상황의 다른 주주들을 대변해 이번 소송을 제기했으며, 집단소송 성격을 고려할 때 소송 참여 원고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집단소송을 대리하는 로런스 로젠 변호사는 소장에서 "한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평가된다"면서 "쿠팡이 허위 또는 오해 유발 공표를 했거나 관련 공시를 하지 않아 투자자들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로젠 변호사는 이와 관련, "쿠팡은 부적절한 사이버 보안 프로토콜로 인해 전직 직원이 약 6개월간 탐지되지 않은 채 민감한 고객 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다"며 "이에 따라 쿠팡에 대한 규제 및 법적 조사의 위험이 중대하게 커졌다"라고 말했다. 이어 "쿠팡이 정보유출 사고를 당한 사실을 인지하고도 관련 보고 규정에 따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보고서를 통해 공시하지 않았다"며 "그 결과 피고인들의 (사업보고서상) 공표는 중대하게 허위이거나 오해를 유발하는 것이었다"라고 주장했다. 쿠팡은 지난 16일에야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미 증권당국에 공시했는데, 이는 11월 18일 사고 사실을 인지한 뒤 4영업일 이내에 공시해야 한다는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라는 게 원고 측 설명이다. 뉴욕증시에 상장된 쿠팡 주가는 쿠팡이 정보유출 사실을 공지하기 하루 전인 지난 11월 28일 28.16달러였으나, 이달 19일 23.20달러로 마감해 이 기간 18% 하락했다. 이번에 제기된 소송은 미 증권법에 따른 주주 집단소송으로 소비자의 정보유출 피해를 다투는 소비자 집단소송과는 구분된다. 복수의 국내외 로펌은 현재 쿠팡을 상대로 미국 법원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집단소송을 준비하며 소송 원고인단을 모집하고 있다. 한편, 쿠팡은 지난 2021년부터 미국 행정부와 의회를 대상으로 광범위한 로비 활동을 벌여온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연방 상원이 공개한 로비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은 2021년 3월 뉴욕증시에 상장된 뒤인 그해 8월부터 최근까지 5년간 총 1천75만 달러(약 159억2천만원)를 로비 활동에 사용했다. 연도별로는 2021년 101만 달러, 2022년 181만 달러, 2023년 155만 달러, 2024년 387만 달러, 올해는 3분기까지 251만달러를 로비에 썼다고 신고했다. 로비 대상은 입법기관인 연방 상·하원뿐 아니라 미 상무부와 국무부, 무역대표부(USTR),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했다. 쿠팡은 미국의 중소기업들이 쿠팡을 통해 어떻게 사업을 성장시킬 수 있는지와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 효과, 기업의 수출 확대 효과 등을 로비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홍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장 최근인 지난 10월 보고서에서는 "미국의 농업 생산자들이 쿠팡의 디지털·유통·물류 서비스를 폭넓게 활용하는 방안"과 "한국·대만·일본 등 동맹국과의 경제·상업적 연계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 등을 로비 사안으로 명시했다. 쿠팡은 지난 4월 로비 보고서에서 일본계 투자회사인 소프트뱅크(소프트뱅크 비전 펀드·SVF)를 "지분을 보유하고 투자자로서 이해관계를 가진 당사자"로 신고했지만, 지난 7월 보고서에서는 "더 이상 소유하거나 지배받지 않는 외국 법인"으로 명시했다. 소프트뱅크가 올해 2조3천억원 규모 쿠팡 주식을 처분하면서 지분율이 2021년 말 32.4%에서 17.39%로 떨어진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쿠팡은 최근 대규모 유출 사고가 발생하면서 한국 정부 조사 및 경찰 수사에 직면했다. 최근 미 무역대표부(USTR)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FTA 공동위)를 연기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와 국회가 미국 상장기업인 쿠팡을 압박하는 데 대한 경고성 조치라는 해석까지 나왔다. 다만, 이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는 "한미 FTA 공동위를 연기하기로 한 결정과 최근 쿠팡 정보유출 건은 무관하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지헌
2025.12.20. 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