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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미투자특별법, 네 탓 공방 멈추고 초당적으로 처리하라

경제 6단체가 어제 국회를 향해 대미투자특별법을 신속히 통과시켜 달라는 긴급 호소문을 냈다. “입법 지연은 대미 협상력 약화와 산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제계 우려엔 절박감이 묻어난다. 눈 뜨고 코 베이는 ‘초불확실성 시대’의 통상 환경에서 오히려 불확실성을 키우는 정치권이 얼마나 원망스럽겠는가. 경제계가 긴급 호소문을 낸 어제도 여야의 우선순위는 ‘사법 3법’에 있었다. 국민의힘은 “사법개혁을 사칭한 독재”라면서 국회에서 청와대까지 행진하는 장외투쟁을 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윤 어게인을 향한 비겁한 꼬리 흔들기”라고 비판했다. 대미투자특별법에 대해선 여야 모두 시급하다고 말했지만, 지연은 “네 탓”이라는 주장에 치중했다. 지방선거를 석 달 앞두고 강성 지지층의 비위를 맞추면서도 국익을 등한시했다는 책임을 면하려는 정략적 판단 때문일 것이다. 대미투자특별법안은 복잡하지 않은 내용이다. 한·미 관세 협상 타결로 전략적 산업 분야에 투자하기로 약정한 2000억 달러의 대미 투자, 1500억 달러의 조선협력 투자를 위해 기구와 체계를 만들고 기금을 조성하는 게 골자다. 여야 이견이 있을 수 없는 법안이 수개월 지연된 건 천문학적 규모의 피해에 대한 기업과 국민의 공포를 남 일처럼 여겼다는 방증이다. 민주당은 4일 대미투자특위를 재가동해 오는 9일까지 법안 심사를 마무리하고 12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계획이다. 그러려면 입법 지연이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장외투쟁 때문이라는 야당 책임론은 그만 접어야 한다. 그렇게 시급했으면 사법 3법에 앞서 처리했어야 한다는 야당 주장에 일리가 있기 때문이다. 야당은 장외투쟁을 멈추고 초당적으로 협력해 다른 쟁점에서의 협치로 이어가는 실마리로 활용해야 한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국익이다. 누구 탓이 더 크다고 한들, 훼손된 국익은 회복되지 않는다. 입법 지연이 관세 인상의 빌미가 됐고, 미 연방 대법원의 위법 판결로 새로운 관세 후폭풍이 예고된 현실을 여야가 함께 직시해야 한다. 반도체·자동차·의약품 등 국내 주력 산업의 대미 수출이 언제든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는 엄살이 아니다. 여야의 초당적 협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2026.03.03. 8:26

[사설] 우려되는 주한미군 중동 차출…대북 대비태세 이상 없어야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격이 장기화할 경우 주한미군 장비와 병력이 중동에 차출(순환 배치)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제(2일) 이란과의 전쟁에 대해 “4~5주 걸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미군은) 그보다 더 오래 지속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댄 케인 미 합참의장도 “군사 목표 달성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우리 측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이란을 상대로 한 ‘12일 전쟁’ 당시에 주한미군 패트리엇 포대 중 일부가 중동으로 차출됐던 것처럼, 이번에도 패트리엇·사드(THAAD) 등 방공 자산, MQ-9 ‘리퍼’ 다목적 무인기 등이 차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번 전쟁에서 미군은 이란의 미사일·드론 보복 공격을 일부 막지 못해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란이 중동에 산재한 미군기지와 걸프 국가의 에너지 시설까지 공격함에 따라 미군의 방공 무기 수요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공교롭게도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차관도 그제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통화해 중동 상황을 공유했는데, 이 자리에서 주한미군 차출 이슈가 논의됐을 가능성이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한·미 협의가 진행 중임을 부인하지 않았다. 주한미군 장비와 병력 차출은 대북 대비태세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 현대화’라는 명목으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확대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향후 이런 상황은 더욱 빈번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 ‘12일 전쟁’ 종료 후에는 패트리엇 포대가 한국에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만에 하나 복귀하지 않을 경우 이는 사실상 주한미군 감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완전 붕괴”까지 위협하고, 한·미 연합훈련 실기동훈련 규모를 축소해 실시하기로 한 데 이어 주한미군 전력이 차출된다면 이는 커다란 안보 우려 요인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차출에 앞서 미국과의 긴밀한 조율을 통해 주한미군 전력 누수를 최소화해야 한다. 이와 함께 2035년까지 증액될 국방예산을 활용해 한국형 방어체계(KAMD) 등 3축 체계 구축을 서두르는 등 대북 대비태세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2026.03.03. 8:24

[사설]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정부가 어제(3일) 국무회의를 열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는 법안을 확정했다. 정부안은 국회로 이송돼 의결 절차를 밟게 된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는 원칙에 따라 기존 검찰청을 대신할 기관을 설치하는 법안이 마련됐지만, 공소청 검사에게 보완수사권을 줄 것이냐는 아직 결론을 내지 못했다. 정부는 이를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반영하기로 하고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입장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공소청에는 ‘보완수사 요구권’만 부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직접적인 보완수사를 허용할 경우 수사와 기소의 분리 원칙이 훼손되고, 과거 검찰청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논리다. 반면에 법조계에선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이 없다면 사건 처리가 지연되고 공소 유지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지난해 경찰이 송치한 사건 가운데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한 비율은 14.7%로 건수로는 11만 건을 넘어섰다. 실제 경찰 수사에 허술한 부분이 있어서일 수도 있고, 검경의 신경전 때문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사건 핑퐁’이 이어지면 사건 처리 기간이 길어지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수사가 지연될수록 증거 확보와 실체적 진실 발견은 힘들어진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검찰 개혁의 최종 목표는 국민의 권리 구제와 인권 보호”라고 강조하며 “보완수사가 예외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달 SBS의 신년 여론조사에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줘야 한다’는 응답이 49%, ‘주면 안 된다’가 38%로 나왔다. 검찰 개혁은 어느 한 기관의 축소나 확대가 목표가 아니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는 원칙에 얽매여 ‘부실 수사’ ‘부실 기소’를 거르지 못해선 안 된다.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하되 요건과 범위를 명확히 제한하고, 공소청 검사의 자의적 권한 행사 소지는 다른 방식으로 엄정하게 차단하는 방안을 마련하면 된다. 앞으로의 의견 수렴 과정에서 무엇보다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 무엇이 더 도움되는지를 냉정하게 살펴야 한다. 이를 통해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고 범죄 대응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검찰 개혁이 진행돼야 국민의 불안감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2026.03.03. 8:22

[정운찬 칼럼] 한국의 영원한 벗, 스코필드 박사

3월이 되면 절실하게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바로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사랑한 스코필드(F.W.Schofield, 1889~1970) 박사다. 그의 한국 이름 석호필(石虎弼)은 돌과 같은 의지로, 강자에게는 호랑이처럼 무섭지만, 약자는 도와주는 사람을 뜻한다. 이름 하나에 그의 평생이 담겨 있다. 3·1운동의 민족대표 33인에 더해 34번째 대표로 불리는 스코필드 박사는 영국 태생이다. 그는 캐나다로 이주하여 토론토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27세 때인 1916년, 연세대 전신인 세브란스 의학전문학교 초청으로 조선에 왔다. 낯선 땅이었지만 금세 뿌리를 내렸다. 그는 세균학 강의와 연구를 병행했다. 동시에 이상재 선생 등 식민지 조선의 민족지도자들과 친분을 쌓았다. 3·1 운동 실상 세계에 알린 인물 지난해까지 있던 기념관 폐쇄 3·1 운동 기념관 제대로 세워 비폭력 독립운동의 뜻 되새겨야 1919년 2월 28일 이갑성 선생이 찾아와 다음 날 독립을 요구하는 만세 운동을 준비하고 있으니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였다. 그는 이미 1월부터 이 선생에게 세계 정세와 윌슨 대통령의 민족자결주의를 소개하고 있었다. 스코필드 박사는 3월 1일 탑골공원 앞에 모인 수많은 조선 사람들과 대한독립만세의 물결을 렌즈에 담았다. 3·1운동은 독립을 향한 우리 민족의 열의와 기개를 보여준 평화적인 비폭력 독립운동이었다. 하지만 조선총독부는 이를 무력으로 진압하고 참가한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검거하였다. 스코필드 박사는 영자신문 ‘서울프레스’ 기고를 통해 평화적이고 비폭력적인 3·1운동을 무력으로 진압한 일본을 비판했다. 또한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된 노순경, 유관순, 이애주 등 여성지도자와 여학생들의 고문과 폭력의 흔적을 확인하고 하세가와 총독에게 강력히 항의했다. 그리고 9월 일본 동경에서 극동지구 파견 기독교 선교사 800여 명을 만난 자리에서 3·1운동의 참상을 고발했다. 아울러 그 해 4월에 일본이 저지른 화성시 제암리 주민 학살의 진상을 알렸다. 결국 스코필드 박사는 세브란스 의학전문학교와의 계약 기간이 종료된 1920년 ‘과격한 선동가’로 낙인찍혀 비자 연장을 받지 못해 방한 4년 만에 캐나다로 돌아가야 했다. 캐나다로 돌아간 스코필드 박사는 명실상부한 수의학의 대가가 되었다. 그는 와파린 연구로 유명해졌다. 2009년 캐나다 연방정부는 그를 국가역사인물로 지정했다. 은퇴한 스코필드 박사는 1958년 대한민국 정부 초청을 받고 한국을 다시 찾았다. 서울대 수의학과 초빙교수로 근무하며 수입에서 일부만 생활비로 떼어놓고 나머지는 어려운 학생들의 장학금과 보육원 지원비로 썼다. 또한 그는 1970년 81세로 소천할 때까지 대학생과 고교생들에게 바이블 클래스를 열고 열강했다. 그는 젊은이들에게 크게 두 가지를 강조했다. 하나는 정직이었다. 거짓말은 거짓말을 낳고 결국 수많은 거짓말의 늪에 빠진다고 가르쳤다. 오늘날 한국은 정직한 사회인가? 내가 보기에는 정직과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참으로 안타깝다. 둘째는 어려운 사람은 비둘기의 자애로움으로, 강한 사람, 특히 불의한 강자는 호랑이의 날카로움으로 대하라고 했다. 오늘날 우리는 약자를 어떻게 대하는가. 강자 앞에서는 어떤 모습인가. 스코필드 박사의 가르침과는 정반대로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한 게 아닌가. 몹시 부끄럽다. 우리는 스코필드 박사에게 충분한 감사 표시를 했는가? 정부는 소천하기 바로 전에 건국 훈장을 수여했다. 토론토 동물원에 크고 멋있는 동상을 세웠고, 그 주변에 코리아 가든을 조성 중이다. 화성시 제암리와 연세대에도 조그마한 동상이 있다. 외국인으로는 유일하게 국립현충원 애국지사 묘역에 안장했고 2016년에는 첫 방한 100주년 기념행사도 벌였다. 그리고 호랑이스코필드기념사업회는 작년까지 수년간 돈의문박물관마을에 스코필드 기념관을 열고 그의 유품을 전시했다. 하지만 그 기념관이 개발 명목으로 폐쇄된 것은 무척 안타깝다. 우리가 그에게서 받은 것에 비하면 감사 표시는 미미하다. 진정한 감사는 무엇보다 우리 모두가 정의롭고 정직한 한국 사회를 만드는 데 동참하는 것이다. 약자를 돌보는 일도 잊지 말아야 한다. 그가 세계에 알린 3·1운동 정신을 오늘에 되살리는 일 또한 우리의 몫이다. 그래서 나는 3·1운동 기념관을 건립하여 3·1 정신을 부활시키자고 제안한다. 3·1운동은 우리 민족의 독립 의지를 세계에 알린 평화적 비폭력 운동이었다. 중국의 5·4운동과 인도 간디의 무저항 운동에도 영향을 미쳤고 훗날 우리의 독립 의지를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근거가 되었다. 우리가 오늘날 겪고 있는 혼탁한 세상을 걱정하면서도 이를 바로잡을 정신적 토대를 세우지 못한다면 미래는 없다. 3·1 정신을 기억하는 공간을 세우는 일은 막연히 과거를 기리는 일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나라를 지향하는지 스스로 묻는 일이다. 3·1 정신에 스코필드 박사의 가르침을 더하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 전 서울대 총장·국무총리

2026.03.03. 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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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리의 시시각각] 앤트로픽 계약 해지의 나비효과

낙관론 믿고 뒤늦게 영끌해 상승장에 베팅한 주식이 어제(3일) 7% 넘게 속절없이 주저앉았다. 두바이(중동 허브)를 경유해 유럽 가려던 여행 계획은 두바이공항 운항 중단으로 일그러졌다. 이게 전부 내 삶과 무관한 줄 알았던 저 먼 나라 이란 지도자 하메네이 제거 작전(미군의 '장대한 분노') 후폭풍 탓에 평범한 한국인이 지금 겪는 일들이다.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시간이 흐르면 금융시장은 일정 수준에서 안정되고, 막혔던 두바이·도하 등 중동 허브도 다시 열릴 거다. 다만 시간 보낸다고 거저 해결되지 않을 더 어려운 걱정거리가 있는데, 그게 바로 이란 공습 전후로 트럼프 행정부와 미국 AI 기업 앤트로픽 간의 갈등 국면에서 새삼 불거진 AI 관련 안보 종속 우려다. 한국과 무관한 미국 정부와 미국 기업 간 충돌이라고 치부해선 안 된다. 이번 '장대한 분노' 작전이 우리 기업과 국민 개개인 삶에 직접적 영향을 끼친 것만큼 결국 모두의 삶에 얽혀 있기에 하는 말이다. 주가 급락에다 해외여행길 막혀 먼 이란 공습, 내 삶과 밀접 연결 정부보다 센 AI 기업 준비돼 있나 지난달 27일 트럼프 대통령은 오픈 AI 출신 다리오 아모데이가 만든 자국 AI 기업 앤트로픽을 화웨이 같은 중국·러시아 적성국 기업에나 적용하던 '국가안보에 대한 공급망 리스크' 기업으로 지정하고, 모든 연방 기관에 즉각 사용 중단을 지시했다. 지난해 7월 앤트로픽이 국방부와 맺은 최대 2억 달러 규모 계약도 일방적으로 해지해버렸다. 지난 1월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 체포 작전 때 미 특수부대가 앤트로픽의 클로드를 활용해 표적 식별과 전투 시나리오 시뮬레이션 측면에서 톡톡히 재미를 봐놓고는, 앤트로픽이 "자국민 감시와 완전 자율무기는 양심을 넘어선다"고 원칙을 고수하자 이런 극약처방을 내린 거다. 자국 기업에 대한 이런 극단적 제재도 유례없는데, 불과 몇 시간 뒤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트럼프의 금지 명령 와중에 미 중부사령부(CENTCOM)가 클로드를 활용해 '장대한 분노' 군사작전을 감행한 것이다. 미 국방부는 지난해 7월 앤트로픽뿐만 아니라 오픈 AI·구글·xAI와도 비슷한 계약을 체결했지만, 오바마 정부 시절부터 핵심 분석 도구로 써온 팔란티어 플랫폼 위에서 작동하는 기밀 군사 네트워크는 클로드가 유일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앤트로픽이 정부 블랙리스트에 오르자마자 이 공백을 틈타 경쟁사 오픈 AI가 미 국방부와 새 계약을 체결해도 소용없었다. 트럼프 정부로선 오픈 AI가 실전에 투입될 때까지 수개월을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쉽게 말해, 트럼프가 아무리 엄포 놓고 협박해도 지금 현재 미국의 최첨단 군사작전은 클로드 없이 불가능하다는 불편한 사실을 역설적으로 드러냈다는 얘기다. 정부와 민간기업 간 첨단기술 주도권 다툼이라는 시각에서 볼 때, 민간 AI 기업의 원칙이 정부 정책보다 현실에서 더 강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전 세계 국가 절반에 무기를 파는 막강한 군사력의 미국조차 이럴진대 한국을 비롯한 나머지 국가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당장 미국에선 '민간기업의 상품 약관(원칙)이 군사 주권을 우선할 수 있는가'라는 논란이 터져 나왔다. 정반대의 시사점도 있다. 한국은 이미 여러 미 방산기업과 깊게 협업하고 있는 세계 10위권 무기 수출국이지만, 그걸 어디에 어떻게 쓸지 판단하는 머리는 없어 미국 민간 AI 기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 자체로도 우려스러운데, 이번 앤트로픽의 공급망 배제처럼 한국이 의존하는 외국 AI 기업이 자국 정부와의 정책 충돌로 하루아침에 공급망에서 배제돼버리면 큰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외국 AI 의존이 안보 리스크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원칙을 위해 당장의 큰 손실을 감수한 앤트로픽에 대한 평가는 각기 다르겠지만, 우린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하지 않을까. 소버린 AI 없이 안보를 지킬 수 있나. 정부의 무차별적 AI 폭주도 문제지만, 그걸 구축한 민간기업이 정부를 압도할 때 어떤 선택이 있나. 안혜리([email protected])

2026.03.03. 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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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준봉의 시선] 한 문학평론가의 정치 유튜버 활동

시쳇말로 ‘정알못(정치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지만 최근 정치권의 화두 비슷한 ‘뉴이재명’이라는 표현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의 책을 더러 읽고 인터뷰도 한 적이 있는 중견 문학평론가 함돈균(53)씨가 뉴이재명 현상과 관련 있어서다. 대통령 이름 앞에 ‘뉴(new)’라는 영어 관형어를 붙인 뉴이재명은 번지르르한 정치 선전이 아니라 알맹이가 그 안에 들어 있는 실사(實詞)가 되는 모양새다. 중앙일보에도 보도된 대로 지난달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합당 시도가 무산된 데 뉴이재명 세력이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듯 하다(2월 19일자 5면 ‘“새 주류” vs “뉴수박”…여당 지지층, 뉴이재명 놓고 내전’). 중견 평론가 함돈균씨 깜짝 변신 과한 발언 있지만 합리적 의견도 극단의 시대에 말 아끼는 지혜를 뉴이재명은 원래 한겨레 신문이 제안한 조어(造語)다. 동일한 유권자층을 대상으로 시차를 두고 실시한 패널조사 결과 1차 조사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던 이재명 정부 국정 운영 지지자들이 지난해 9월 2차 조사에서 새롭게 발견됐는데 이들 가운데 정치적으로는 중도·보수, 인구적으로는 30대 남성 비중이 높았다는 게 핵심이다. 이 대통령의 당 대표 시절 혹은 취임 이후 국정 운영에 공감해 새롭게 지지자가 됐다고 해서 뉴이재명이다. 실용을 중시하는 뉴이재명들이 다분히 정치공학적으로 보이는 민주·조국 양당의 합당 기도에 반대한 결과 무산됐다는 것이다. 문학평론가로서 함씨는 프로이트 정신분석학, 프랑스 현대철학, 그리스 고전에 두루 밝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철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2000년대 중반 등장한 미래파 등의 난해시를 요령 있게 읽어냈다. 그랬던 함씨가 지난 1월 하순 민주당의 합당 기습 제안을 계기로 백가쟁명, 고수들이 난무하는 정치평론 세계에, 그의 표현대로라면 ‘참전’했다. 물론 합당론자들을 비판하면서다. 정청래·유시민·김어준이 주 타깃이다. 2023년 1월 개설한 유튜브 채널 ‘함돈균의 뉴스쿨’이 그의 진지인데, 함돈균은 거침이 없다. ‘겸손이 힘든 놈들’ ‘문학평론가가 분석한 유시민의 해괴한 화법과 욕망’…. 에피소드 제목부터 도발적이다. 상대를 비판할 때 비속어도 서슴지 않는다. 다분히 유튜버스럽다. 최근 에피소드에서는 ‘자라면서 욕하는 걸 본 적이 없는 아들이 갑자기 욕을 해대니까 부모님이 걱정하시더라’는 집안 사정까지 공개했다. 시·소설을 안 읽는 세상인데, 누가 문학평론을 읽겠는가. 정제된 평론의 언어는 기껏 수백 명에게 가 닿을 뿐이다. 문단에서조차 ‘내부 회람용’이라는 자조가 나온다. 정치평론 혹은 정치 유튜브는 다르다. 수만 명이 읽고 수백, 수천 명이 찬성 혹은 응원글을 단다. 함씨 채널 구독자는 지난 1월 22일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합당 제안 직후 3만 명이 늘었다(현재 구독자 5만9800명). 공교롭게도 김어준의 유튜브(‘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구독자는 같은 시기 3만 명이 줄었다. 친문 성향 커뮤니티 클리앙에는 일종의 개종자(改宗者)도 보인다. 합당 무산 사태를 겪으며 김어준에 실망해 그의 유튜브를 구독 취소했다면서 함돈균의 유튜브 발언 내용을 요약해 놓은 글이 올라왔다. 덕분에 함돈균 몸값은 높아졌지만(타 유튜브 채널에 자주 초대된다) 뉴이재명의 한 특징으로 얘기되는 중도·보수적 시각에서는 거북스러운 주장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가령 지난달 19일 JTBC 유튜브 ‘장르만 여의도’에 단독 출연해 이례적으로 한 시간 넘게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가운데, 지금 한국사회에는 윤석열의 쿠데타, 조기 대선을 무산시키려고 했던 조희대 대법원장 중심의 사법 쿠데타에 이어 정치적 뿌리가 다른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바라지 않는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세 번째 쿠데타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개연성과 황당함이 공존하는 음모론처럼 느껴진다. 당연히 전향적인 주장도 있다. 검찰이 문제 많은 조직이기는 하지만 악마화해서는 곤란하며,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남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폐지 수준의 개혁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고쳐 써야 한다는 것이다. 함돈균 안의 모순 혹은 함씨보다 나을 것도 없는 우리 모두의 자가당착에 대한 해법이 우리 내부에 있는 것은 아닐까. 함씨는 논쟁적 이슈에 대해 선명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는 이재명 대통령의 어떤 모습을,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키츠가 얘기한 ‘네거티브 케이퍼빌리티(Negative Capability)’에 빗댄다. 소극적 수용력, 격하고 급한 말을 참는 데서 사유의 힘이 빛난다는 뜻이라고 한다. 극단의 시대에 이도 저도 어려운 난경(難境)을 헤쳐 나가는 길은 말을 아끼는 침묵일지도 모르겠다. 신준봉([email protected])

2026.03.03. 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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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배의 직격인터뷰] “법왜곡죄는 K법치의 수치…대통령의 재의요구 바란다”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 - 1호 헌법연구관 출신이 보는 사법 3법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 3법이 최근 국회 본회의를 차례로 통과했다. 법을 잘못 적용하는 판·검사 등을 처벌하는 법왜곡죄와 법원의 확정판결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판소원제를 각각 도입하고, 대법관 수를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는 법안들이다. 특히 법왜곡죄와 재판소원제를 놓고는 헌법에 위반된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다수결 능사 아냐…관용·자제 중요 재판소원· 대법관 증원 논의 부족 여당 공소취소 모임은 과잉 충성 야당도 내란 세력과 절연해야 대통령의 수난사 반복 안 돼야 민심 전달하며 통합 노력할 것 지난달 27일 헌재 1호 헌법연구관을 지낸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을 만나 사법 3법 처리와 국민통합에 대한 견해를 들었다. 이 위원장은 법왜곡죄 도입과 관련해 “대한민국 법치의 수치이며 국격에 맞지도 않는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사법개혁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추진 방식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법 3법 처리가 지난달 28일 마무리됐기 때문에 추가로 전화 인터뷰를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헌법, 다수의 손에 무너질 수 있어 Q : 사법 3법이 국회에서 처리되는 과정을 어떻게 평가하나. A : “다수결은 민주주의의 토대지만 전부는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다수결로 세워진 헌법이 다수의 손에 의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점을 역사가 보여준다. 그래서 헌법은 다수에게 권한을 주는 만큼 절제와 관용, 자제를 요구한다. 헌법의 핵심은 국가 의사 형성 과정에서 참여 기회의 균등을 보장하고, 그 바탕 위에서 국민적 합의를 형성하라는 데 있다.” Q : 사법 3법 자체에 대한 생각은. A : “사법개혁의 큰 틀 자체는 필요하고 찬성한다. 다만 이번 사안은 ‘지금 당장 처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급한 법안이라고 보기 어렵다. 국민에게 널리 이해시키고 설득할 시간이 필요하다. 이 기간과 절차를 충분히 거치지 않은 채 ‘정치적 변혁’처럼 속도전으로 진행되는 모습은 국민 통합의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Q : 여당의 법안 처리가 일방주의로 흐른다는 지적이 있다. A : “법안 처리 중에는 실용주의 차원에서 필요한 것이 있다. 상법 개정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수결에 따른 정당한 절차를 거쳤다는 주장도 가능하다. 그러나 심오한 헌법적 관점, 즉 다수결의 절제라는 기준에서 보자면 이번 과정은 자제력이 충분히 발휘되지 않은 것이다. 국민통합위원장으로서가 아닌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유감스럽다.” Q : 다수의 자제를 보기 어려운데. A : “세상을 더럽히는 자들보다 세상의 변화를 자기 생애에 이룩하겠다고 벼르는 사람들이 더 위험하다는 말이 있지 않나. 어떤 강박 관념에 의해서 국민을 상대로 마치 줄다리기를 해서 이기는 것처럼 이겨야 우리가 힘 있는 걸 보여준다는 식이 되면 곤란하지 않겠나.” Q : 법왜곡죄에 대해서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문명국의 수치’라고까지 말하며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A : “대한민국의 국격에 안 어울리는 법이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전원일치 의견으로 파면했을 때 나는 이를 ‘K법치’라고 했다.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독일을 방문했을 때도 이를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하지만 법왜곡죄는 K법치의 수치다. 이제 수사나 재판에 불만 있는 사람들이 다 고소하고 고발할 것이고 재판소원보다 더 많은 문제점이 야기될 것이다.” Q : 민주당이 최종안에서 법왜곡죄 대상을 형사사건으로 한정했는데. A : “그렇다고 본질적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명확성 원칙이다. 그런데 ‘의도적으로 왜곡했다’, ‘합리적 재량 범위를 벗어났다’ 같은 표현은 매우 추상적이다. 법관은 헌법 103조에 따라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 재판은 본질적으로 해석 행위다. 해석에는 의견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이를 형사책임의 대상으로 삼기 시작하면 판사들은 방어적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새로운 판결이 나오지 않는다.” Q : 외국에도 법왜곡죄가 있다는데. A : “독일은 150여년 전 프로이센이 통일한 독일제국 시절에 이 조항이 들어갔다. 여기에 나치를 겪은 역사적 경험 때문에 유지되는 것이다. 지금 이런 것을 새로 도입하는 선진국이 어디 있나. 독일도 실제 적용되는 경우가 드물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는 고소·고발이 많다. 큰 걱정이다. 대통령께서 법왜곡죄법에 대해서는 재의요구권을 행사해 주셨으면 한다.” Q : 재판소원은 헌법 101조(대법원이 최종심)와 충돌해 위헌이라는 주장이 있다. A : “재판소원이 위헌이라고 보지 않는다. 헌법 101조는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규정한다. 그러나 헌법 111조는 헌법재판소의 권한을 규정하고 있고, 헌법소원의 범위는 법률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 재판소원이라는 표현이 오해를 낳는다. 이것은 재판을 다시 하는 것이 아니라 헌법심으로 봐야 한다. 헌재는 법령 해석 기관이 아니라 최종적 헌법 해석 기관이다. 따라서 범위를 엄격히 한정해야 한다. 첫째, 위헌적인 법률을 적용했는가. 둘째, 중대한 헌법적 쟁점을 간과했는가. 이 두 범위로 제한하면 남용 가능성은 크지 않다. 전체 사건 중 극히 일부에 그칠 것이다.” Q : 대법원이 강하게 반대하는데 이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게 타당했나. A : “한정위헌(특정한 법 적용만 위헌)을 놓고 대법원과 헌재가 오래전부터 갈등을 빚었다. 저도 헌재 근무 시절 토론에 나가기도 했다. 법왜곡죄는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대법관 증원법과 헌법심(재판소원) 문제는 어느 정도 시간을 갖고 절충안을 만들어 국민을 설득할 수 있었다고 본다. 아쉬운 일이다.” 재판소원 아닌 헌법심, 범위 제한해야 Q : 재판소원제는 어떻게 해야 하나. A : “법안이 통과됐지만 헌법심의 관점에서 대상을 제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헌재와 대법원이 대상을 놓고 긴밀한 협의를 해야 한다.” Q : 대법관 증원은 어떻게 생각하나. A : “지금도 사건 폭주와 대법관 부족으로 본안 심리를 받지 못하고 심리불속행으로 종결되는 사건이 많다. 민사·가사·행정 사건의 경우 70%에 이른다. 대법관 증원은 필요하다. 하지만 3년에 걸쳐서 매년 4명씩 12명을 증원하는 것은 과하다. 매년이 아니라 2~3년마다 증원해서 8명 정도를 늘리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 법안이 통과됐지만 시행까지 시간이 있는 만큼 수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Q : 검찰청이 폐지돼 공소청과 중수청으로 나뉘는데 검사에게 보완수사권을 주느냐가 아직 논란이다. A :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는 권력 분산이라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책임 구조가 분산되면 실패 책임을 서로 전가할 수도 있다. 공소청 검사에게는 보완수사요구권이 아니라 보완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Q : 요즘 헌법적 논란이 많은데 헌법 제84조의 대통령 불소추특권은 어떻게 봐야 하냐. A : “야당에선 대통령에 대한 재판을 재개하라고 요구하고 법원의 시혜적 조치로 재판이 중단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헌법 84조의 불소추특권은 대통령의 직무 수행 안정성을 위한 조항이며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에 대해서는 수사는 물론이고 재판도 정지된다고 봐야 한다.” Q : 여당에선 공소취소 모임이 생겼다. A : “용어부터 생소하다. 이런 모임은 과잉 충성이고 대통령께도 득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어떤 큰 문제가 있어서 여당 의원들이 저런 일을 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실용주의 철학으로 통합의 정치를 해서 성과를 낸다면 퇴임 후에 국민이 이런 부분을 평가해 줄 것이다.” Q : 내란·외환 범죄에 대한 대통령의 사면권 제한 논의는 어떻게 보나. A : “현재 논의되는 방안을 보면 내란·외환 범죄는 원칙적으로 사면하지 않되,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가능하게 돼 있다. 이것은 전면 제한이 아니라 일정한 통제 장치를 둔 것이다. 본질적 침해라고 보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반성이다. 내란 범죄에 대해 진정한 반성이 없는 경우 사면은 신중해야 한다. 더 나아가 대통령 본인이나 친인척 관련 범죄에 대해서는 재임 중 사면권을 제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오히려 그런 제한을 두는 것이 대통령 권한의 도덕적 정당성을 높일 수 있다.” Q : 이재명 대통령의 직무 수행을 평가한다면. A : “비교적 잘하고 있다고 본다. 헌법적 실용주의를 택한 결과다. 다만 염려스러운 것은 최고권력자가 되면 점차 주변에서 불편한 얘기를 듣기 싫어하고 측근에 둘러싸이기 쉽다. 확실한 것은 전직 대통령의 수난사가 더는 반복되어서는 아니 된다는 것이다. 성공한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는 소신으로 대통령에 대한 나의 진언은 계속될 것이다. 주마가편(走馬加鞭)이라고 하지 않던가.” Q : 국민 통합을 위해서 앞으로 어떤 일을 계획하고 있나. A : “정치 양극화와 진영 논리, 사회 갈등과 분열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통합위원장으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우선 정부와 민심을 잇는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하려 한다. 때로는 현 정부의 국정 철학을 뛰어넘어야 할 때가 있을 것이다. 어느 한쪽의 비난과 칭찬에 흔들리지 않고 확고한 소신에 입각해 통합 행보를 계속해 나가려 한다.” Q : 국민 통합을 위해서는 야당도 역할을 해야할텐데. A : “장동혁 대표에 대한 기대를 갖고 두 차례 만난 적이 있다. 단식 현장도 방문했다. 내란 세력과 단절하고 보수의 참정신을 찾아 건전한 중도보수세력을 규합하여 보수를 재건해 달라 했다. 그러나 이번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판결 후의 행보를 보고 크게 놀랐다. 안타까운 일이다.” ☞이석연=행정고시(23회)와 사법시험(27회)에 합격해 헌법재판소 제1호 헌법연구관으로 근무했다. 시민운동가로 참여연대 운영위원, 경실련 사무총장 등을 역임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법제처장을 지냈고 21대 총선 때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전신) 공천관리위원장 권한대행을 맡았다. 21대 대선에선 더불어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냈고, 지난해 9월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장(부총리급)에 임명됐다. 김원배([email protected])

2026.03.03. 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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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기초연금 다 받아도…'최소생활비'도 안 되는 노인 338만명 [신성식의 레츠 고 9988]

서울 양천구에 사는 정모(81·여)씨는 기초연금(34만 9700원)과 국민연금 10만여원을 받는다. 정씨는 지난달 27일 기자와 통화에서 "이걸로는 생계유지가 안 돼 경로당 식당 도우미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노인 일자리 사업이다. 하루 세 시간, 열흘 일 하고 29만원 받는다. 셋을 합하면 약 74만원. 이 돈으로 한 달 살 수 있을까. " "그러니까 그냥 뭐 어떻게 그냥 어영부영 사는 거지요." " 국민·기초·식당일 74만원 정씨는 그냥, 뭐, 어떻게, 그냥, 어영부영 등등의 부사를 반복했다. 어렵게 어렵게 산다는 의미다. 74만원은 기초수급자 생계급여 최대치(올해 82만 556원, 지난해 약 77만원)에 못 미친다. 정씨는 "수입의 3분의 2가 병원비로 나간다. 팔다리가 아파서 매일 눈 뜨면 침 맞으러, 물리치료 받으러 간다"고 말한다. 20년 전 뇌출혈을 겪어서 정기적으로 진료받고 약을 탄다. 기초수급자가 아니어서 의료비 지원이 거의 없다. 기초연금 기준 논란 재점화 소득 무관하게 34만원 지급 국민연금 받아도 빈곤 허덕 대통령 "하후상박으로 개선 " 65세 이상 노인의 주요 수입원은 국민연금·기초연금, 노인 일자리 수당이다. 국민연금은 절반 조금 넘게, 기초연금은 704만명이 받는다.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둘 다 받는 이는 약 343만명(2024년)이다. 노인의 약 34%에 해당한다. 둘을 더해 기초수급자 생계급여 최대치(77만원)가 안 되는 사람이 약 259만명이다. 범위를 더 좁혀보자. 둘을 합해 49만원이 안 되는 이는 56만4000명. 이들은 정씨처럼 노인 일자리에 나가 29만원을 벌어야 77만원에 근접하게 된다. 259만명 기초수급 최대치 미달 국민연금공단이 조사한 1인 가구 최소생활비(월 136만원, 건강한 노년의 최저생활에 필요한 돈)로 넓히면 언감생심이다. 국민연금·기초연금을 합해 136만에 못 미치는 노인이 338만명이다. 노인 일자리까지 더해야 하는 노인은 324만명이다. 5만여명만 둘을 합해 최소생활비가 넘는다. 정씨의 수입이 연금공단의 최소생활비로 올라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면 병원비 걱정이라도 덜 수 있게 지원할 방법이 없을까. 국민연금은 매년 물가상승률만큼만 오를 뿐 조정할 여지가 없다. 노인 일자리 수당도 2년 전 6년 만에 2만원 올랐기 때문에 크게 올리기 힘들다. 남은 건 기초연금이다. 저소득 노인은 기초연금에 대해 양가감정(兩價感情, 두 가지 감정)을 표한다. 정씨는 "이것(34만여원)만 해도 고맙고, (한편으로는) 불만스럽기도 하다"고 말한다. 좀 더 올려주길 기대한다. 근거 없는 노인 70% 기준 마침 기초연금 개혁 논의가 시작됐다. 국회 연금특위가 중심이다. 기초연금은 2014년 도입할 때 '노인의 70% 이하'라는 지급 기준을 정했다. 노인 숫자가 연평균 6.4% 느는데, 70%라니. 복지포털 복지로에 따르면 중앙정부의 복지 서비스는 365개, 지자체는 4557개, 민간은 328개이다. 이 중 노인 일자리처럼 기초연금 수급자이어야 하는 서비스도 적지 않다. 이상한 기준의 이상한 응용이다. 반면 기초수급자 생계급여는 '기준중위소득의 32% 이하'로 분명하게 돼 있다. 기준중위소득은 복지의 근간이기에 여기에 맞추는 게 맞다. 노인의 70%로 돼 있으니 10년여 만에 수급자가 약 두 배로 늘었다. 매년 전체 노인을 줄 세워 소득인정액(소득·재산)이 70%에 해당하는 지점을 선정기준액으로 삼는다. 이것도 팍팍 오른다. 올해 1인 가구의 소득인정액 기준은 247만원이다. 기준중위소득은 256만원이다. 거의 같아졌다. 2015년만 해도 노인 70%에 해당하는 금액이 93만원이었으나 그새 166% 올랐다. 기준중위소득은 64% 올랐다. 근로소득 최대 468만원도 수급 선정기준액 247만원의 속을 뜯어보면 다른 모습이 나타난다. 근로소득·기본재산 등의 각종 공제 후 금액이다. 공제 전 근로소득은 468만원(연 5616만원)이다. 이러니 '중산층에게 기초연금?'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또 정씨와 고소득 구간의 기초연금액이 왜 같지? 라는 의문이 든다. 이재명 대통령이 핵심을 찔렀다. 1월 20일 국무회의에서 "똑같이 올려줄 것이 아니라 하후상박(아래는 많이, 위는 적게)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노인 빈곤 문제도 심각한데"라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1월 2일 보도자료에서 "소득인정액 150만원 미만이 86%이고, 200만원 이상 고소득자는 3%에 불과하다"라고 설명했다. 대통령 지적 이후 개혁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노인 70%'는 12년 전 기초연금 도입 당시 여야의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다. 70%의 근거가 없다. 한 해 27조원을 700만명의 노인에게 거의 균등하게 뿌리니 노인 빈곤 개선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 이 정부 국정과제대로 내년부터 기초연금 부부 수급자의 연금액 삭감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면 더 복잡해질 것이다. 저소득 노인 지급액 올려야 상당수 전문가는 "선정 기준을 노인의 70%에서 기준중위소득의 OO%로 바꾸자"고 제안한다. 김선민 의원은 기준중위소득의 100%로 바꾸는 법률 개정안을 냈다. 이렇게 바꿔 신규 노인부터 적용하면 대상자 증가 폭을 줄일 수 있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대상자를 줄여 절감한 예산으로 저소득 노인 지급액을 늘리자"고 제안한다. 소득이 낮은 40% 노인에게 더 지급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최옥금 국민연금연구원 연금제도연구실장은 지난달 25일 연금특위에서 "기초연금 대상을 점진적으로 줄이고, 저소득 노인의 연금액을 인상해 최저소득을 보장하는 제도로 전환하도록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성식([email protected])

2026.03.03. 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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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혜의 마음 읽기] 인공지능과 편집자의 일

편집자가 되고 몇 년 후인 2010년께 어떤 흐름이 등장했다. 몇몇 큰 출판사가 편집자에게 기획만 시키고 편집은 맡기지 않은 것이다. 편집자의 일은 기획과 편집인데 대부분의 시간은 편집에 쓰게 된다. 그 이유는 기획서라는 게 어떤 양식에 맞춰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며, 트렌드 조사에서 나오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저자 섭외는 중요하지만 실력의 관건은 상당 부분 편집에 달려 있다. 가성비 따져 편집 경시하는 문화 AI가 교정·교열 대신하며 가속화 그래도 인간의 편집, 살아남을 것 즉 단어와 문장의 뉘앙스를 정성스레 손본 흔적, 틈새를 메우는 능력, 지적 체계를 돕는 재배치 솜씨, 거친 부분을 마모하는 기술, 과함을 경계하는 판단력은 다음 작가를 찾는 데 밑바탕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폄하와 훼손은 늘 자기 안에서 먼저 조급하게 일어난다. 편집을 값싼 일로 깎아내리는 문화가 출판계 내부에서 생겨났고, 책의 품질 저하는 별일 아닌 듯 여겨졌다. 다수의 편집자는 자신이 한 번도 장인이라고 느껴볼 새 없이 책을 만들어왔다. 최근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글쓰기와 번역에 대한 폄훼가 이뤄지기 전에도, 그걸 다루는 편집자는 역할 전환을 재촉당하면서 자기 일에 의심을 품도록 만드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중 하나가 편집자는 마케터 정신으로 무장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시간을 SNS와 카드뉴스 작업에 쓰다 보니 원서 대조는 헐거워지고, 오문과 오타는 무방하다고 여겨졌다. ‘가성비’라는 단어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기보다 유행처럼 번졌다. 이전 시대의 편집자가 바늘처럼 예민했다면 오늘날엔 무딘 칼이 되라고 요구받는다. 실용서가 대세이니 인문학 서적 기획을 고집하지 말라는 말이 흘러나오자 인문서 편집자 지망생들은 목적과 수단이 도치된 상황에서 ‘좋고 훌륭한 것(善)’에 대한 감각을 얻을 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러다 근래엔 독자와의 만남이 중요해지면서 편집자의 역할이 큐레이션 쪽으로 확대됐다. 며칠 전 나는 현시대에 편집자의 역할이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 AI에 물었다. 답은 ‘교정·교열과 보도자료는 자기한테 맡기고 큐레이션에 집중하라’였다. 사실 자신의 지성과 감정을 동원해 텍스트 세부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편집자는 존재 가치를 거의 느낄 수 없고, 아름다움에 대한 감각은 부서질 것이다. 일의 의미가 폄하되고 축소된 세월은 짧지 않다. 일을 가능한 한 적게 하고 외주를 주는 것은 더 품위 있는 일에 집중할 시간을 버는 것처럼 여겨져왔다. 하지만 과정 없이는 삶도 없으며, 경력과 자존감 역시 생기지 않는다. AI가 내놓은 결과물에 대한 조정자 역할에 머물거나 수용적 사고를 하게 되면, 특히 글에 관해 그렇다면 우리는 직접 ‘살아본’ 적 없는 느낌을 갖게 될 것이다. AI의 등장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직접 하지 않으면 제 것이 되지 않는다’는 말은 주관적인 만족감만을 뜻하지 않는다. 이는 일상의 감각 및 지식의 체화와 직결된다. 편집자가 문장을 다듬는 과정은 텍스트와 벌이는 치열한 상호작용이다. 이 과정에서 그는 저자의 사유 방식을 흡수하고, 시대의 언어를 감각하며, 안목을 얻는다. 사유의 도구인 문장을 직접 다루지 않는 편집자는 자기교정과 자기비판 능력을 갖출 수 없다. 따라서 ‘기획력’이란 수만 개의 문장을 만지고 다듬으며 쌓은 언어의 퇴적물 위에서 피어나는 꽃임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 즉 지금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업무의 비효율이 아니라 직접 경험의 증발이다. 그렇지만 인간의 감각보다 AI의 정확도가 높아진 시점에도 수만 시간 동안 갈고닦는 이런 노력이 시장 가치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출판 시장의 어느 분야에서는 수작업에 대한 고집이 불필요한 비용으로 취급받을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분야에서는 ‘직접 다듬은 흔적’이 품질을 담보해줄 것이다. 게다가 상당수 독자는 그 안목이 개입된 서사를 읽길 원할 것이다. 일찍이 리처드 세넷이 “사람은 자신이 만드는 물건을 통해 자기 자신에 대해 배울 수 있다”고 주장했듯이, 나는 오히려 혼란한 좌표 속에서 책이라는 물건을 더 제대로 만들기 위해 더 많이, 더 정확히 읽는 데 집중할 것이다. 늘 그래왔듯 외부의 폄하에 직면하면서도 그것을 지켜내려는 내면의 노력을 끝까지 붙들면서. 이은혜 글항아리 대표

2026.03.03. 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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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의 문화노트] 도시의 벤치, 사람을 환대하는 디자인

여러분은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보행 신호가 짧다고 느껴본 적이 있습니까. 몸이 불편한 상태로 걸어본 사람이라면 보행 신호의 속도라는 게 ‘매우 건강하고 젊은 사람’에게 맞춰져 있음을 느껴본 적이 있을 겁니다. 이 속도가 사람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모두 바쁘니 다 같이 빨리 움직이자”는 것입니다. 반면에 이 속도가 암묵적으로 전하는 ‘배제’의 메시지도 강력합니다. “나이 들거나 몸이 편치 않은 사람들까지 다 배려할 순 없다”는 것입니다. 이 속도는 노약자에게 “머뭇거릴 시간은 없으니 서두르라”고 명령하고, 심하게 표현한다면 “남들 거추장스럽게 돌아다니지 말라”고 지시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신호 설계가 좀 더 인간적일 수 있다면, 노약자가 이용할 경우 ‘신호 연장’ 선택 버튼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도시의 디자인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메시지를 던집니다. 디자인은 단순히 형태의 문제가 아닙니다. 차도와 보행 도로, 광장과 공원, 계단과 경사로의 디자인은 도시가 어떤 가치를 중시하는지,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는지까지 드러냅니다. 벤치도 그중 하나입니다. 최근 한 네티즌이 SNS에 “장시간 걸을 수 없는 노인을 위해 길에 벤치가 촘촘하게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썼습니다. 그는 “벤치가 더 많아지면 노인들이 집 밖으로 더 편히 나올 수 있고, 앉아 담소도 나눌 수 있다”며 “(더 많은) 벤치야말로 노인들에게 필요한 복지”라고 말했습니다. 유현준 홍익대 도시건축대학 교수는 2020년부터 도심 내 공공 벤치 확충을 통해 사람들이 공짜로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습니다. 그는 “벤치야말로 카페 등 소비 공간에 들어가지 않아도 사회·경제적으로 이질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공짜로 머물고 쉴 수 있는 공간”이라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는 거리 내 벤치 수에서 나타난다”고 말했습니다. 이렇듯 거리의 벤치는 ‘앉는 곳’ 이상의 역할을 합니다. 그곳은 우리에게 ‘느린 속도’를 허용하고 사회 참여를 돕는 포용의 공간입니다. 밖에 앉아 주변을 바라보게 함으로써 우리가 도시를 경험하는 방식을 더 풍요롭게 합니다. 그곳에선 서로 말을 걸지 않아도 빈부격차, 세대와 문화의 격차를 넘어 하나의 보이지 않는 공동체로 연결됩니다. 노인이나 보행 약자에게는 필수적인 휴식처이며, 청소년이나 청년들에겐 경제적 부담 없이 머물 수 있는 공공재입니다. 더 관대하고, 더 인간적인 도시는 그냥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공원과 벤치가 ‘모두를 위한 복지’라는 인식이 확산돼야 합니다. 이은주([email protected])

2026.03.03. 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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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렬의 공간과 공감] 세계의 머리, 캄피돌리오 광장

로마제국은 7개의 언덕마을에서 시작했다. 가장 중요했던 카피톨리노 언덕은 영어 캐피탈의 어원으로 이탈리아어로 캄피돌리오라 부른다. 1536년 신성로마 황제의 로마 방문에 즈음해 교황 파울루스3세는 쇠락한 이 언덕의 대대적인 재설계를 미켈란젤로에게 의뢰했다.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1475~1564)는 이미 회화와 조각의 대가였으나 건축에도 천재의 솜씨를 발휘했다. 이 언덕은 고대 로마의 중심인 포룸 로마눔의 최종점에 위치해 기록보관소를 설치했고 그 뒤편은 절벽이었다. 그는 포룸 로마눔 쪽을 향했던 정면 광장을 없애고 뒤쪽 산피에트로 성당 쪽으로 새 광장을 만들었다. 과거를 등지고 당시의 도시 중심을 향해 축을 바꾼 것이다. 절벽에 80m 경사로인 코르도나타 계단을 조성해 주 출입로로 삼았다. 말의 보폭에 맞춰 단 사이를 벌려 말을 탄 채 오를 수 있었다. 중세에 건설된 세나토리오 청사와 콘세르바토리 건물은 약 70도 예각으로 비켜 있었다. 미켈란젤로는 콘세르바토리 맞은 편에 대칭으로 새 건물을 지어 역삼각형의 광장을 조성했다. 기존 두 건물의 광장 쪽 정면을 새 건물과 같이 개조해 3동의 형태를 통일시켰다. 건물 벽으로 둘러싼 빈 광장을 주인공으로 삼기 위한 수법들이었다. 역삼각형 광장은 르네상스 최고의 발명인 투시도법을 거꾸로 뒤집어, 시점에 따라 여러 가지 오묘한 착시를 일으킨다. 이 역투시도법을 코르도나타 계단에도 적용해 위 폭이 넓고 아래가 좁아 오를 때 높이감을 줄이는 시각효과도 거두었다. 원래 이 언덕은 ‘카푸트 문디(세계의 머리)’라 하여 세계의 중심을 뜻하는 타원형의 옴파로스(배꼽돌)가 있었다. 미켈란젤로는 광장 바닥에 12각형의 별과 타원형의 꽃 패턴을 만들고 그 중심에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기마상(현재는 복제품)을 설치했다. 포룸 로마눔의 유적지를 지나 광장에 서면 티베르강과 산탄젤로성과 바티칸이 한눈에 들어온다. 르네상스 최고의 천재는 과감한 발상과 치밀한 설계로 새로운 카푸트 문디를 창조했다. 김봉렬 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전 총장

2026.03.03. 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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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 캐플런의 마켓 나우] 경제 ‘잡음’ 걷어내야 보이는 기회의 실체

지정학적 긴장과 AI 혁신이라는 거대한 파고는 경제의 변수를 넘어 상수로 자리 잡았다. 낙관론과 신중론이 교차하던 시기를 지나, 우리는 보다 선명해진 경제의 실체와 마주하고 있다. 시장은 연방준비제도 리더십 교체, 미국 무역정책 재편, 다가올 중간선거라는 불확실성을 소화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단기적 잡음(noise)보다 실질 데이터와 장기 펀더멘털에 집중해야 한다. 지금 경제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동력을 짚어본다. 첫째, AI는 이제 ‘기대’가 아니라 ‘실적’으로 말한다. 세계 자본 흐름의 최상단에는 여전히 AI가 자리한다. 하이퍼 스케일러들의 설비투자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등 핵심 인프라 재편을 가속하고 있다. 초기 버블 논란을 넘어, AI는 이제 기업 의사결정 고도화와 운영 효율 개선으로 생산성 혁명을 이끈다. 둘째, 산업 간 온도 차와 소비 양극화가 뚜렷하다. 기술 주도 성장의 과실이 모든 산업에 고르게 돌아가지는 않는다. AI와 에너지 전환 분야가 독주하는 가운데, S&P500 기업 상당수가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기록 중이다. 소비 시장에서는 소득 상위 계층이 이끄는 프리미엄 부문은 견조하나, 저소득층의 구매력은 위축되는 ‘K자형’ 분화가 심화되고 있다. 셋째, 노동시장은 체질 변화를 겪고 있다. 한때 기업을 괴롭히던 채용난은 확연히 완화됐다. 주요 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은 대규모 해고도, 공격적 채용도 자제하는 ‘저채용·저해고’의 안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다만 이러한 고용 안정이 소비 둔화의 전조일지, 혹은 AI가 노동 구조를 고부가가치 중심으로 재편하는 과정일지가 핵심 관전 포인트다. 넷째, 인플레이션의 ‘마지막 고비(last mile)’를 지나는 국면이다. 실시간 주거비를 반영한 체감 물가는 안정 궤도에 진입했다. 통계적 시차를 고려할 때 물가 압력은 점진적으로 해소될 전망이다. 다만 전력 수요 급증과 공급망 재편에 따른 비용 상승 압력은 여전히 잠재적 리스크로 남아 있다. 다섯째, 자본비용 하락과 거래 시장의 부활이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하 기조 속에 자금 조달 여건이 개선되며, 얼어붙었던 M&A와 IPO 시장에도 온기가 돌고 있다. 딜로직 데이터 등에서 확인되는 거래액 증가는 기업가 정신의 회복과 시장 심리 개선을 방증한다. 결론적으로 지금 경제의 본질은 ‘변화와 기회의 교차’에 있다. 정책 변동성이 시야를 흐릴 수는 있으나 투자·소비·실적이라는 실물 지표는 견조하다. 기술 혁신이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물가와 자본비용이 하향 안정화되는 이 시기는, 준비된 경제 주체들에게 새로운 도약의 시간이 될 것이다. 켄 캐플런 블랙스톤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

2026.03.03. 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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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훈의 심리만화경] Z세대 인지능력, 부모보다 떨어진다?

최근 미국 상원에 제출된 한 보고서에서 Z세대의 전반적인 인지 능력이 하락세를 보인다고 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특히 그 원인으로 디지털 학습 환경의 확산을 지목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아마 부모들은 당장 집에 돌아가 아이의 휴대전화를 빼앗고 싶어질 기사였으리라. ‘요즘 아이들은 예전만 못하다’는 말은 인류 역사에서 반복되어 온 익숙한 서사이지만, 적어도 근대 사회 이후에 자녀 세대들은 부모 세대들보다 계속 더 나은 인지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교육 제도의 확대, 영양과 보건의 개선, 복잡한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사회 환경 등의 영향 속에서 후속 세대의 IQ는 이전 세대보다 꾸준히 상승해 왔으며, 이를 ‘플린 효과’라 칭한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폭발적인 교육 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오늘날, Z세대에서 첫 역전이 일어난 셈이다. 그런데 정말 Z세대의 인지 능력은 저하된 것일까? 2011년 발표된 한 연구에서 사람들은 정보를 나중에 다시 검색할 수 있다고 믿으면, 그 내용 자체는 덜 기억하지만 대신 그 정보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더 잘 기억한다고 보고했다. 언제 어디서나 방대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휴대 지성의 시대에 정보를 머릿속에 저장하는 능력보다 필요한 정보에 빠르게 도달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졌고, 기술의 발전으로 맞이한 이 새로운 상황에서 적절한 기억 전략을 만들어 낸 셈이다. 이렇듯 인지 능력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끊임없이 진화한다. AI가 일상으로 들어온 지금, 어떤 인재가 필요한지 여전히 갑론을박 중이다. 이런 시기 과거의 기준에서 필요한 인지 능력의 점수가 Z세대에서 조금 낮게 나왔다는 기사에 반사적으로 휴대전화를 탓하기보다는, 변화된 환경 속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능력이 무엇인지 차분히 성찰하는 계기로 삼는 편이 더 현명하지 않을까. 최훈 한림대 교수

2026.03.03. 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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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석 만평] 3월 4일

" [email protected] " 박용석([email protected])

2026.03.03. 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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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다수의 힘, 어디까지 허용되는가

이재명 정부의 여대야소 정국은 강력한 추진력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 힘이 어디까지 허용되는가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남는다. 다수의 선택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다수의 힘이 곧 제한 없는 권한을 뜻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와 여당은 다수 의석을 바탕으로 굵직한 법들을 빠르게 통과시키고 있다. 이른바 ‘사법 3법’을 비롯해 상법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일명 노란봉투법), 방송 관련 법안 등이 연이어 처리되며 국가 시스템 전반에 변화가 진행 중이다. 여기에 더해 헌법재판 기능과 상고 구조를 재설계, 사실상 ‘4심제’에 가까운 사법 체계를 사법 질서 전반이 변곡점을 맞고 있다.   개혁은 시대적 요구일 수 있다. 그러나 그 개혁이 헌법적 균형 위에 서 있는지 점검하는 일 역시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사법 3법’은 검찰 권한 축소와 수사·기소 분리 확대, 사법 통제 장치 재설계를 골자로 한다. 권력기관 개혁이라는 취지는 분명하다. 검찰 권한 집중에 대한 문제도 일정 부분 공감대를 얻어왔다. 그러나 사법 구조 재편은 신중히 처리해야 한다. 특히 사실상 ‘4심제’로 불릴 수 있는 구조 개편 논의는 사법 절차의 안정성과 신속성, 그리고 권한 배분의 원칙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재판 기회가 늘어나는 것이 정의의 확대를 의미하는지, 아니면 분쟁의 장기화와 사법 불확실성의 증가로 이어질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사법부는 정책을 보조하는 기관이 아니라 헌법 질서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제도 변화의 방향이 권한의 분산인지, 또 다른 형태의 집중인지는 냉정하게 따져야 한다.   상법 개정 역시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소액주주 권한 강화를 목표로 한다. 취지에는 공감할 수 있다. 다만 이사 충실의무 확대 등으로 경영 판단에 대한 사후 책임이 과도하게 늘어날 경우, 의사결정이 위축되고 소송 리스크가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글로벌 경쟁의 환경에서 기업의 신속성과 자율성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 개혁은 균형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   노란봉투법 또한 노동권 보호 명분이지만 사용자 범위 확대와 손해배상 책임 제한이 산업 현장의 예측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노사 관계의 균형은 어느 한쪽의 권리만 강화한다고 유지되지 않는다. 법은 갈등을 완화하는 장치여야지, 갈등을 구조화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을 포함한 방송법 개정도 그렇다. 정치적 영향력을 줄이겠다는 취지지만, 다수 의석으로 몰아붙이면 또 다른 편향 논란을 낳을 수 있다.     정부가 강조해 온 복지 확대와 공공 주도 정책 역시 같은 맥락에서 점검이 필요하다. 취약 계층 보호는 필요하다. 그러나 재정 건전성과 세대 간 부담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은 곤란하다. 문제는 정책의 선의가 아니라, 그 선의가 권력 집중 구조로 이어지는지 아닌지다.   역사는 이를 경고한다.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은 집권 후 개혁을 내세웠지만, 사법부 재편과 헌법 개정을 통해 권력을 강화했다. 하지만 견체 장치가 약화하면서 결국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대한민국은 다르다고 믿는다. 그러나 다수 권력이 헌법적 경계를 반복적으로 압박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원칙만큼은 예외일 수 없다.   미주 한인들은 권력 분산과 견제의 원리를 일상적으로 경험한다. 미국의 행정부·의회·사법부는 긴장 관계 속에서 서로를 통제한다. 제도의 신뢰는 바로 그 균형에서 나온다. 어느 한 기관도 절대적 권한을 갖지 못하도록 설계된 구조가 민주주의를 지탱한다.   모국의 변화는 해외 동포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 사법 체계 변화와 같은 구조 변화는 국가 신뢰도와 투자 환경, 재외동포의 위상과도 직결된다.     이는 특정 진영에 대한 지지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자유민주주의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주목하는 것이다.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개혁이 권력을 나누는 방향인지, 모으는 방향인지 스스로 물어야 한다. 입법 과정에 충분한 숙의와 사회적 합의가 있었는가, 시장과 개인의 자유는 존중받고 있는가.   선거는 권력을 위임하지만, 헌법은 그 권력을 제한한다. 다수의 힘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 힘은 언제나 헌법 아래 있어야 한다. 미주 한인 사회가 깨어 있는 시선으로 이를 지켜볼 때,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박철웅 / 일사회 회장열린광장 다수 허용 사법 구조 다수 의석 헌법재판 기능

2026.03.02.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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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3·1절 107주년 기념 공연을 마치고

지난 주말 LA 할리우드 지역에 있는 반스달 갤러리 극장에서 제107주년 3·1절 기념 전야제 ‘한마음 예술 대축제’가 성황리에 열렸다. 1919년 선조들의 독립정신을 기리는 107년의 역사 위에, 한미무용연합·진발레스쿨 창립 23년의 세월이 겹겹이 포개진 무대였다. 관객들로 가득 찬 공연장은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공간이었다.   3·1절은 날짜로만 기억되는 날이 아니라 마음으로 이어져야 할 정신이다. 나는 발레스쿨 단장으로서 그 의미를 다음 세대에게 어떻게 전할 것인지 오래 고민해 왔다. 답은 결국 춤이었다. 차세대들에 설명이 아니라 몸의 움직임으로, 말이 아니라 무대 위의 호흡으로 역사를 느끼게 하고 싶었다. 어린아이의 태극기, 청소년들의 창작무용, 시니어의 단단한 걸음이 한 장면 안에서 어우러졌다.   무대에는 발레, 재즈, 아크로바틱, 워십댄스 등 다양한 장르가 올랐고, 시와 사진, 발레가 만나는 콜라보 작품도 있었다. 단원 가운데는 소리를 들을 수 없는 단원도 있었는데 그녀는 음악 대신 몸으로 전해지는 진동과 호흡으로 리듬을 읽으며 자신의 춤을 완성했다. 그렇게 30여 개의 작품은 ‘Everybody Dance’라는 슬로건 아래 하나로 모였다. 서로 다른 장르와 세대가 결국 ‘춤’이라는 이름으로 연결되었다.   공연이 끝난 뒤 감동적이었다는 관람객들의 평가가 이어졌다. 여러 세대가 한자리에서 3·1 정신의 의미를 되새기는 모습이 깊은 울림을 주었다고 했다. “진정한 애국자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잠시 숙연해지기도 했다. 우리가 춤으로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관객들의 마음에 닿았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미국에 사는 우리이지만, 어디에서 왔는지는 잊지 말아야 한다. 조국을 기억하는 일은 과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나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나는 잠들기 전 스스로 묻는다. 오늘 하루는 백점 만점에 몇 점이었는지…. 그렇게 쌓인 하루들이 23년이 되었고, 그 시간이 이번 무대 위에 놓였다.   이번 무대는 결코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진 결과가 아니다. 한미무용연합·진발레스쿨이라는 문화예술 단체의 이름 아래, 학부모와 선생님들, 그리고 지역사회의 따뜻한 마음이 함께했기에 가능했다. 107년의 정신과 23년의 발자취는 그렇게 여러 사람의 힘으로 이어졌다.   공연은 끝났지만 질문은 남는다.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며, 무엇을 다음 세대에게 남길 것인가? 나는 그 답을 앞으로도 춤으로 이어가고자 한다. 진 최 / 한미무용연합회회장·진 발레스쿨 원장발언대 기념 공연 기념 공연 기념 전야제 한마음 예술

2026.03.02.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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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말로만 한인 사회를 위한다는 분들

LA 지역 일부 한인 단체들이 최근 보여주는 모습은 실망의 연속이다. 너도나도 한인 사회 발전과 차세대 영입을 위해 노력하겠다고는 하지만 실상은 거리가 멀다. 더구나 차세대 한인들이 지금의 모습을 보며 함께 하고 싶어 할지도 의문이다. 진정으로 한인 사회의 발전을 위한 말인지, 아니면 단체나 개인의 잇속만을 위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당장 올해 3·1절 기념식과 관련해서도 단체들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났다. 올해 기념식은 애초 LA한인 사회를 대표하는 한인회 주도로 준비 회의가 시작됐다. 한인회 측은 행사를 준비하며 대한인국민회기념재단, 광복회 미서남부지회, 미주3·1여성동지회 등 관련 단체들과의 공동 주체를 희망했다. 이에 한인회 측은 ‘모두가 한뜻으로 여는 행사’라는 의미에서 주최나 주관 기관을 특정 단체로 명시하지 않기를 원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 대한인국민회기념재단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재단 측은 한국 국가보훈부로부터 행사 관련 보조금을 받기 때문에 주최 기관으로 이름을 올려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양측의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고, 한인회는 개최를 포기하며 물러났다. 그 결과 3·1절 기념식은 대한인국민회기념재단 주도로 열리게 됐지만 여러 후유증이 따랐다.   먼저 대한인국민회기념재단 측에 묻고 싶다. 한국 보훈부로부터 보조금을 받는다는 이유로 행사의 파행 가능성에도 불구 홍보물에 주최 기관으로의 명시를 끝까지 고집해야만 했는가다. 재단 측은 국가보훈부 규정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한인회 측은 참여 단체들의 로고를 함께 표기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것으로 기념재단이 공동 주최 기관임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보조금 집행과 관련한 결산 보고에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런데도 기념재단 측이 지나치게 보조금에 매달리는 모습을 보였다는 전언은 씁쓸하기까지 했다.  LA 한인 사회가 보훈부의 지원 없이는 3·1절 기념 행사조차 치를 수 없을 정도의 수준은 아니지 않은가.  물론 기념재단이 재정적 여유가 없을 수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태도가 과연 한인 사회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정부의 재외 국민 사업에 보조자 역할에 만족하려는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인 단체 간 분란을 막고, 한인 사회가 하나 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3·1절 기념식의 연합 개최를 추진한 한인회의 취지는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그러나 한인회도 이번 일을 통해 모든 단체를 끌어안고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다.      한인 단체 가운데는 활동력이 급격하게 위축된 곳이 많다. 대부분이 아직도 1세대 중심으로 운영되는 단체들이다. 이들 단체도 문제점을 파악하고 차세대를 위한 비전을 거창하게 말하지만, 실질적으로는 한 발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차세대가 호응하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구태적 운영 방식이 가장 크다. 이는 행사 진행 방식에도 쉽게 나타난다. 끝없이 이어지는 장황한 축사, 릴레이처럼 반복되는 기념사진 촬영. 과연 이것이 한인 사회를 위한 행사인지, 아니면 자신들의 얼굴을 알리고 개인 업적으로 남기기 위한 자리인지 되묻게 된다.   한인회가 이들 단체까지 포용하고 함께 가려는 모습은 보기 좋다. 그러나 그로 인해 오히려 갈등이 증폭되는 현실도 직시해야 한다. 이제 한인회는 중심을 잡고 보다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단체들은 이제 ‘차세대 영입’을 말하기 전에 내부에서부터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차세대도 관심을 보일 것이다. 1세 중심 운영에, 1세들만 목소리를 높이는 단체에 어떤 차세대가 함께 하고 싶어 하겠는가.  1세대 중심의 한인 단체들은 이제 차세대가 자연스럽게 단체의 명맥을 이어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 한인 단체의 감투를 더는 자랑거리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김경준 / 사회부 기자기자의 눈 한인 사회 한인회 측은 한인회 주도 한인 사회

2026.03.02.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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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한순간 살다 가는

꽃이 폈다고 안부를 전해온 당신이 / 꽃이 졌다고 곡기를 끊었다는 말에 / 무슨 위로의 말이 필요했던가 / 슬그머니 몇 끼를 굶은 내가 / 허기를 느끼는 것은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 젊은 날도 가고 이 노년의 나이에 / 별의 안부를 물어오는 당신 때문에 / 동쪽 하늘로부터 서쪽 하늘까지 빛나는 밤하늘 아래서 / 눈을 떠 별을 헤아려 보는 내가 한밤을 / 지새웠다는 것은 또한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 우리 모두는 나를 잃어버리고 / 세상을 따라 분주히 살아가지 않았던가 / 기경된 나의 마음 밭에 초록을 품은 씨앗이 / 아파 몸을 뒤척이고 있다는 사실에 새벽 이른 시간 / 너를 기다리고 앉은 나는 또한 얼마나 행복한가 / 나뭇잎이 외로이 떨어지는 일도 / 하늘에 성근 눈이 소복이 내리는 것도 / 실개천이 강물로 굽이쳐 흐르는 것도 / 내가 어느 봄날 나무 밑에서 하얀 목련을 기다리는 것도 / 한순간 살다가는 내게는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우리는 모두 한순간 살다가는 유한한 존재이지요. 영원히 살 것 같아 죽음이라는 현실을 망각하며 살고 있지요. 신문 부고란을 보니 알법한 한 분이 팔십을 넘기지 못했네요. 양로원을 방문할 때마다 누워 계신 어른들이 하시는 말. “왜 날 빨리 데려가시지 않는 거야”라고 말씀하시지요. 그럼에도 휠체어에 의지해 복도를 걸으시고 열심히 음식을 가려 드시는 것을 보면 살아간다는 것이 처절하리만큼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이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행복해지기 위해, 성공하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지요. 밤잠을 설쳐가며 배우고 땀 흘리며 목표를 향해 계단을 오르지요. 그곳에 성공이 있던가요. 그곳에 나를 만족할 만한 행복이 펼쳐있던가요. 먹어도 배고프고 마셔도 갈증 나는 허망한 삶의 연장선 아니던가요. 가지면 더 갖고 싶고 곡간을 채우면 또 곡간을 짓고 그곳을 채우기 위해 고군분투하지 않았던가요. 결국 우리는 무엇으로도 만족한 삶을 얻지 못했지요. 문제는 우리의 내면입니다. 마음의 밭을 기경하지 않으면 푸르게 솟아나는 새싹을 볼 수 없지요. 노랗고 붉게 피어나는 꽃들에 다가갈 수 없지요. 가지마다 피어나는 잎사귀와 색색의 꽃들은 봄이 되면 심긴 자리에 어김없이 피어나지요. 그러나 내 마음에 봄이 찿아오지 않으면 앞마당 벚꽃도 뒤뜰 수선화도 눈에 보이지 않죠.   나의 깊은 내면으로부터 피어오르는 평화, 고요, 기쁨, 환희, 설렘, 만족은 나를 비우기로부터 시작됩니다. 세상으로 가득 찬 마음으론 이쪽 가지에서 저쪽 가지로 가볍게 움직이는 새의 모습은 흉내조차 낼 수 없으니까요. 세상에서 유일한 나는 날마다 다가오는 다른 환경 앞에서 마음을 비워야 합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이 내가 가질 수 있는 가장 귀하고 행복한 순간임을 스스로 깨달아야 하지요. 그 어느 것도 지금 이 시간을 대치할 수 없음을 인지해야 하지요. 삶의 끝에 서면 자신이 한 어떤 일도 중요하지 않지요. 다만 그때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아왔나만 남을 뿐이죠. 부끄럽지만 마음을 다하여 사랑했는가? 내게 다가온 시간과 상황을 얼마나 소중히 여겼던가? 겨울 얼음의 뿌리쯤에서 봄의 뿌리도 함께 자라납니다. 감출 수 없는 봄의 기운을 업고 몇 날 몇 밤을 지내다 보면 뾰족한 입망울, 꽃망울이 영글겠지요. 그때 우리 함께 노래해요. 한순간 살다가는 당신과 나. 서로를 향해, 만물을 향해 거슴을 펴고 마음껏 사랑하기로 해요.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 한순간 모두 한순간 밤하늘 아래 서쪽 하늘

2026.03.02.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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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커지는 이란 공습 파장, 사태 장기화에 만반의 대비를

미국의 이란 공습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란이 맞대응에 나서면서 미국 측 사상자가 발생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다시 보복을 공언하고 나섰다. 양측의 교전이 이어지는 와중에 친이란 세력인 헤즈볼라도 이스라엘 공격에 가세하며 전선은 확대되고 있다. 중동 정세의 불안과 함께 세계경제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성의 소용돌이로 빠져들고 있다. 상황이 당장 진정되기 어려운 형국으로 흘러가고 있는 만큼 재외 국민의 안전 확보와 함께 금융·실물 경제 양면으로 닥칠 수 있는 위험에 보다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 중동발 쇼크에 당장 국제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2일 아시아 증시에서 일본 닛케이지수는 한때 2.7% 급락했고, 홍콩 항셍지수도 장중 2% 하락했다. 우리 증시는 3·1절 대체휴일로 휴장했지만 3일 개장 때 주가와 환율의 변동성이 동시에 확대될 우려가 있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는 ‘비상대응 금융시장반’을 가동하고 필요하면 100조원 규모로 마련돼 있는 시장 안정 프로그램 등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급등세인 국제 유가도 걱정스럽다. 사태 발발 이후 국제 유가는 두 자릿수 상승하며 배럴당 80달러 선에 육박하고 있는데, 분석 기관들은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100달러 선을 훌쩍 넘길 수 있다는 경고도 내놓고 있다. 무엇보다 발등의 불은 이란이 선언한 호르무즈해협의 봉쇄다. 한국은 원유의 70%, 액화천연가스(LNG)의 2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고 이 중 95%가 호르무즈해협을 거친다. 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우리 경제도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우회 루트를 활용한다고 해도 운임이 50∼80% 상승할 수 있고, 운송 기간도 늘어나게 된다. 중동 정세 불안은 인플레이션을 촉발하고, 무역을 위축시켜 우리 수출 전반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우리 기업들이 중동 국가들과 진행하던 국가적 프로젝트도 단기적으로는 차질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 반도체 초호황에 힘입어 수출이 확대되고 증시가 달아오르던 우리 경제로선 큰 돌발변수를 만난 셈이다. 당분간 국제 금융과 에너지 시장의 변동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선 비상한 위기의식을 갖고 대비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 모두 단계별 대응 계획을 촘촘히 짜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전력을 기울일 때다.

2026.03.02. 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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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행정통합도 선택적으로 하나…TK 통합 지체하는 여당

2월 임시국회가 3일 끝나는데도 대구·경북(TK) 행정통합 법안 처리가 무산될 위기에 놓여 있다. 광주·전남 통합법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이미 본회의를 통과했다. 반면에 TK 통합법은 국민의힘에서 처리를 요구하고 지역 찬성 여론도 높은데도 여당의 어깃장으로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들과 지역 의회가 반대하고 있는 대전·충남 통합과 달리 논의를 거부할 명분이 없다. 민주당 소속 추미애 국회 법사위원장은 지난달 24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지도부와 대구시의회가 통합에 반대한다”며 TK 통합법은 놔두고 광주·전남 통합법만 통과시켰다. 이후 “졸속 통합 반대” 성명서를 냈던 대구시의회가 적극 찬성 입장으로 돌아섰다. 국민의힘도 대구·경북 의원들의 투표를 거쳐 찬성 의견을 모으고 민주당에 법사위 개최 및 본회의 상정을 요청했다. 그러자 추 위원장은 사법개혁 3법 등에 대해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나선 것을 문제 삼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비운 탓에 민주당이 당번조를 서고 있다”며 필리버스터 취소를 요구했다. 민주당 지도부도 “반쪽짜리 통합법은 안 된다”며 대전·충남 통합법까지 함께 처리해야 한다고 조건을 달았다. 지난 1일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 중단을 결정하고 TK 통합법 처리를 위한 법사위 개최를 요구했지만 민주당은 이를 무시했다. 급기야 민주당 지도부는 국민의힘의 대국민 사과와 충남·대전 통합에 대한 당론 통일을 TK 통합 법안 논의의 조건으로 내거는 모습이다. 가장 존중돼야 할 지역 여론과 민심은 법사위 문턱을 못 넘고 온 데 간 데 없는 모습이다. 논란이 이어지자 추 위원장은 SNS에 “여야 지도부가 통합법에 합의해 오면 언제라도 회의를 열 수 있다”는 글을 올렸다. 행정통합은 고사 위기에 빠진 지방 살리기를 위해 정부·여당이 먼저 꺼낸 것이다. 통합에 찬성하는 지자체에 대해선 우선 진행시키고 그렇지 않은 곳은 설득 과정을 밟아야 할 것이다. 민주당은 서둘러 법사위와 본회의를 열고 TK 통합법부터 처리하기 바란다. 국정을 책임지는 여당이 지역 균형 개발을 놓고 선거용 책임론을 제기하거나 거래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2026.03.02. 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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