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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주당 공천 비리, 과연 ‘개별 일탈’일 뿐인가

━ 등장인물 늘어나고 수사 무마 청탁까지 폭로 ━ 야당엔 엄하고 왜 자기 당 비리엔 관대한가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공천 비리 의혹을 사과하고 수습에 나섰지만 ‘꼬리 자르기’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조승래 사무총장은 어제(4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선거 때의 공천 비리 의혹에 대해 조사를 확대할 것인지 질문을 받고 “전면적인 시스템상의 문제라기보다 개별 인사들의 일탈로 본다”고 답했다. 김병기·강선우 의원이 연루된 공천 비리 의혹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겠다”면서도 당시 공천에 대한 전수조사는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탈당계를 낸 강선우 의원을 제명했다. 당연한 조치다. 하지만 ‘개별 일탈’로 치부하고 넘어가기엔 여론이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사이 의혹은 일파만파로 커지고 등장인물이 계속 더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총선에서 낙천한 이수진 전 민주당 의원은 김병기 의원의 부인이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전직 동작구 의원들에게서 1000만~2000만원을 받았다가 돌려줬으며, 이 내용을 담은 탄원서가 2023년 말 당시 이재명 당 대표실의 김현지 보좌관에게 전달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김 의원 부인이 구의회 부의장의 업무추진비 카드를 썼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경찰 수사 무마 청탁이 있었다는 폭로도 나왔다. 김 의원이 당시 여당(국민의힘) 의원에게 도움을 요청해 내사 종결로 처리됐다는 것이다. 당사자들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나 철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한 충격적인 의혹이다. 국민의힘은 공천 비리 의혹을 당시 민주당의 ‘비명횡사’ 논란과도 연결지으며 특검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권력 실세 연루에 이어 수사 무마 의혹까지 제기됐으니 정치 공세로만 치부할 수 없어 보인다. 모든 의혹을 특검에 맡기는 것도 능사는 아니지만 다수당이 상대방에게만 칼을 겨누는 ‘선택적 특검’은 더욱 경계할 일이다. 민주당이 임기추상의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특검에 대한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정의 구현을 내세워 2차 종합특검을 새해 1호 법안으로 추진하는 민주당으로서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일 것이다. “오늘의 정의로 내일을 지키겠다”며 내란 척결 의지를 다져온 민주당은 자당의 공천 비리 의혹에도 일관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그제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다지만,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외양간을 더 두껍고 더 높이 짓고 밑바닥으로 스며드는 연탄가스 구멍도 철저하게 막겠다”고 했다. 그러나 전직 원내대표와 현직 의원이 공천 관리위원을 맡은 상태로 저지른 공천 거래 의혹은 ‘외양간 수리’ 정도의 말로 무마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민주당 안에서도 “구석기 시대에서나 있었던 일”이란 탄식이 나올 만큼 민주 정당의 근본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범죄이기 때문이다.

2026.01.04. 8:32

[최훈 칼럼] ‘전환의 계곡’ 건너야 할 이재명 정권 2년 차

이재명 정부의 2년 차 새해다. 정치에선 가장 역동적인 시간이다. 정권의 성쇠가 이때 결정되기 때문이다. 잘 넘기면 무사히 완주했고, 잘 못 넘긴 권력은 레임덕과 추락이었다. 2년 차가 왜 분수령일까. 전임 정권의 이런저런 과오를 양분 삼아 1년 차 정권은 여론·언론과 허니문을 즐긴다. 우리 역시 윤석열 전 대통령 계엄 수사로 7개월을 소진해 왔다. 새 이재명 대통령 스타일이 화제를 낳으며 관대한 관찰의 신혼을 보내 왔다. “뭘 해도 윤석열보다 낫다”는 기저효과, 반사이익, 기대감의 시간이었다. “이재명 대통령 임기 5년이 너무 짧다는 분들이 있다”는 김민석 총리의 자찬은 아마도 이같은 1년 차 착시의 귀결이기도 하겠다. 허니문에서 냉정한 평가로 바뀌는 2년 차는 정권 흥망을 가를 고비 경제 살리기는 모든 성공의 토대 민주주의 퇴행은 권력 자멸 불러 국민의 ‘기대’가 ‘평가’로 바뀌는 시점이 바로 2년 차다. 혼돈의 한 해를 함께 건너 온 국민은 보다 냉정해진 입장에서 자신이 선택한 그 정권을 찬찬히 되돌아보게 된다. 당연히 한국의 정권은 모두 2년 차에 지지율 하락을 피할 수 없었다. 52%로 출범한 윤석열 정권은 2년 차에 24%로 반토막이 났다. 70~80% 대 고공 지지율로 출발한 문재인 대통령 역시 47%, 노무현·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초 60%, 44% 지지도 2년 차엔 모두 33%로 급락했다. 한국만의 신드롬도 아니다. 미국에선 2년마다 치르는 상·하원 중간선거가 대통령 중간 심판으로 작동하며, 정권에 패배를 안겼다. 1934년 루스벨트 대통령 이래 23차례 중간 선거에서 집권당 승리는 단 세 차례였다. 강력했던 프랑스의 사르코지·올랑드·마크롱 대통령 모두 취임 초 61~65% 지지도에서 2년 차에는 40%(마크롱), 13%(올랑드), 사르코지(30%)로 날개를 접고 말았다. 그 공통적 원인은 집권 1년 차 자신감이 부른 착시, 독선과 오만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집권 2년 차 광복절에 돌연 “공산 전체주의를 맹종하는 반국가 세력들이 활개친다”며 폭주를 시작했다. 10월엔 의대 2000명 증원을 추진,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문재인 정부 역시 집권 1년 차의 최저인금 인상, 근로 시간 단축, 부동산 중과세 등이 2년 차 민생에 큰 부작용을 낳으며 민심이 돌아서기 시작했다. 성찰 대신 오기로 밀어붙인 2년 차의 9·13 부동산 조치는 정권 교체의 씨앗이 되고 말았다. 자신감에 넘친 노무현 대통령 역시 2년 차 벽두에 총선의 여당 지지를 노골적으로 주문, 탄핵소추를 당했다. 늘 암울한 2년 차만은 아니다. 직선제 대통령 8명 중 6명(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윤석열)의 2년 차에 주가가 모두 상승했다. 세월호 여파의 박근혜(2014년·-4.8%), 급등한 부동산에 자금이 쏠려 간 문재인(2018년·-17.3%) 정권 2년 차에만 급락했다. 1430만 명의 소액주주들은 정치 풍향엔 주요 한 변수다. 2년 차 새해 역시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주식 시황 등 경제 전반의 활력, 반도체·자동차·바이오 등 기간 제조업의 경쟁력, 고환율·고물가 관리에 명운을 걸어야 할 2년 차다. 다른 2년 차 변수는 부패다. 사각지대에서 대통령 주변·측근, 가족·친인척의 탐욕이 싹튼다. 대개 1년 차에 그 균이 배양돼 2년 차에 곪아터진다. 김건희씨의 디올백~금거북이 수수 혐의는 모두 1년 차인 2022년 3~9월에 배태돼, 2년 차에 터져나왔다. 그림자 최순실이 박근혜 대통령 곁 양지로 등판한 게 2년 차였다. 그해 말엔 딸 정유라를 특혜 입학시키며 노골화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사위를 타이젯 항공에 입사시킨 시기도 2년 차 7월이다. 2년 차에 부패가 빈발하는 건 제도적 시차(institutional lag) 때문이다. 권력은 정점에 이르렀지만 야당·시민단체·언론 등의 감시와 견제는 1년 차에 느슨해진 틈새에서였다. 2년 차 신드롬을 떠나 현 정권의 가장 큰 불안은 민주주의 훼손 가능성이다. 삼권분립과 언론 자유를 침해할 거대 여당 강경파의 입법 독주가 끝이 없다. 내란전담재판부법에 이어 허위·조작 정보 근절이란 명분으로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강행(정통망법 개정)했다. 표현의 자유를 극도로 위축시켜 권력 비판을 막는 정치적 의도일 뿐이다. “의회는 언론·출판의 자유를 축소시킬 어떤 법도 제정할 수 없다”는 민주주의의 근간(미 수정헌법 제1조)을 허무는 폭거다. 미국 국무부가 지난주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며 강도높은 비판 성명을 낸 이유다. 윤석열 정부의 ‘입틀막’ 행보를 가장 비난한 건 누구였나. 지금 한국은 민주주의 이행기에 반드시 거치는 ‘전환의 계곡(valley of transition)’을 지나가고 있다. 전 정부의 계엄 폭거로 분열·갈등의 깊은 골짜기에 추락한 민주주의를 밀어올려야 할 시기다. 여당 강경파는 그러나 정권의 이익을 민주주의보다 더 우선시하고 있다. 2년 차 ‘이재명 국정’의 결과가 성공이더라도 민주주의 퇴행은 그 모두를 부정 당할 역사적 오류다. 정권만 알고 싶지 않을 진실은 ‘정권은 유한하다’다. 영원해야 할 유일한 가치가 바로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이다. 새해 2년 차 정부의 성찰과 국정의 성공을 바란다. 최훈([email protected])

2026.01.04. 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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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철의 시시각각] 쿠팡의 적반하장에 대응하는 방법

지난해 말 고객 정보 유출과 산재 사건 은폐 의혹으로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쿠팡은 한국법인 대표를 전격 교체했다. 네이버 출신의 국내파 박대준 전 대표 후임으로 미국 본사 최고관리책임자이자 법무 총괄인 해럴드 로저스가 투입됐다. 한국 공식 데뷔 무대가 된 지난주 청문회에서 그는 내내 억울함과 한심하다는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유출 규모는 3000여 명뿐이라고 우기고, 셀프 조사는 ‘한국 정부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산재 축소·은폐를 지시하는 김범석 쿠팡 대주주의 메시지를 들이밀자 “진위를 확인했느냐”고 따졌다. 미 증권감독위원회 규정을 어기고 늑장 신고했다는 지적에는 “중요치 않은 정보라 판단했다”고 맞섰다. 고객 정보 털리고 되레 큰소리 미국 소송 대비, 피해 규모 축소 끈질긴 수사, 독점 해소책 절실 그가 한국 문화를 모르거나 화를 참지 못하는 다혈질이라서 그랬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그는 매출 40조원의 거대 기업 대표고, 미국 증권법과 기업윤리 분야에 능통한 법률 전문가다. 치밀한 계산과 믿는 구석이 없으면 할 수 없는 행동이다. 엄청난 양의 고객 정보를 털리고, 산업재해 논란이 끊이지 않는데도 무심한 이 기업을 제대로 징치하고 싶다면 그 의도와 배경을 살펴야 한다. 우선 쿠팡으로선 정보 유출 규모를 축소하는 게 급선무다. 쿠팡은 노출된 정보와 상관없이 유출된 것은 3000건이라는 프레임을 짰다. 국정원이 판을 깔아줬다. 정부 합동조사가 벌어지는 마당에 따로 피의자를 만나 공범과 접촉하고 증거를 찾아오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쿠팡으로선 알리바이를 만들 절호의 기회가 생긴 것이다. 어차피 용의자는 중국으로 도주했고, 확보한 것은 쿠팡이 셀프 조사로 국내로 가져온 노트북뿐이다. 이 구도가 먹히면 증권 감독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제기된 미국 내 주주소송에서 유리해진다. 한국 정부의 과징금은 그다음 문제다. 그동안 구축한 전관의 네트워크도 비빌 언덕이라고 판단했음 직하다. 얼마 전 경찰 간부가 쿠팡의 부장으로 이직하려다 공직자윤리위에서 제동이 걸렸다. 노동부에선 장관이 나서 쿠팡으로 이직한 전관들과 만나면 패가망신할 것이란 엄포를 놓아야 할 지경이다. 검찰에선 쿠팡의 퇴직금 규정 변경의 불법성을 수사하던 부장검사가 상급자의 방해로 무산됐다고 폭로했다. 국회에서 쿠팡으로 이직한 보좌진도 상당하다. 시간이 지나면 이런 인프라가 다시 작동할 것이란 기대를 해볼 만하지 않을까. 쿠팡 울타리에 갇힌 소비자들은 최후의 보루다. 이미 새벽배송은 끊을 수 없는 일상이 돼버렸다. 막대한 자본을 쏟아부어 구축한 독점은 대안을 찾을 수도 없게 만든다. 정부가 못 한 일을 소비자의 캠페인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논리는 허술하다. 탈팡은 쉽지도 않거니와, 이내 회복될 가능성이 크다. 쿠팡과 로저스가 보여준 적반하장식 태도는 이런 계산 끝에 나온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의도를 파악하면 대응은 자명해진다. 현재 쿠팡의 아킬레스건은 정보 유출 규모와 과정이다. 쿠팡 주장보다 훨씬 많고 중요한 정보가 유출된 사실과 배후까지 밝혀야 한다. 그러면 쿠팡으로선 한국과 미국 양쪽에서 어려움에 처할 수밖에 없다. 수사가 쉽지 않겠지만, 범인이 보낸 협박 편지에서 드러난 실마리를 끝까지 물고 늘어져야 한다. 셀프 조사 과정에서의 증거 은닉이나 훼손, 위증 같은 불법이 드러나면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쿠팡식 노무 관리가 산재로 이어진다는 것을 증명하고, 그에 대한 행정 제재를 분명히 하는 것도 필요하다. 고 장덕준씨 사건 등 과로사 은폐 의혹도 엄정하게 수사해야 한다. 무엇보다 쿠팡의 독점을 해소하고 경쟁적인 시장 구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진실이 드러나고, 영업 환경이 하나씩 바뀌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국에서 신뢰 상실은 급격한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깨달을 것이다. 이 모든 일을 화내지 말고 꾸역꾸역 해내야 한다. 시간이 좀 걸리면 어떤가. 최현철([email protected])

2026.01.04. 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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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의 시선] ‘미친 집값’ 잡으려면 강북 매력 높여야

서울 강북은 시간이 과거에 멈춰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하는 곳이 적지 않다. 변두리로 갈수록 도로가 좁아 교통 체증이 심해지고 낡은 건물도 흔하다. 강남에는 지하철 노선이 여러 개 교차하는 곳이 수두룩한 반면, 강북은 노선 자체가 듬성듬성하다. 이 극단적인 비대칭이야말로 집값 불안의 출발점이다. 지난해 송파구 아파트값이 21% 오를 때 중랑구는 0.79% 상승에 그쳤다. 문재인 정부의 다주택 규제 이후 ‘똘똘한 한 채’ 현상이 본격화했지만, 이처럼 집값이 양극화되다 보니 ‘ 집값이 미쳤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마저 “수도권 집값에 뾰족한 대책이 없다”고 토로했을 만큼 집값 불안이 심각하다. 집은 많지만 정작 살고 싶은 주거 환경과 양질의 주택은 부족한 현실 때문이다. 해법은 없을까. 강북을 강남 못지않게 매력적인 곳으로 만들어 수요를 분산하면 강남 쏠림 현상을 완화할 수 있지 않을까. 강남 쏠림 놔두면 집값 대책 없어 강북 살기 좋으면 수요 분산 가능 도서관·공원 등 편의시설 늘려야 일단 강남과 강북의 현실부터 보자. 코로나19 직전, 서대문구 충정로 뒷골목을 돌아본 적이 있다. 온 동네 건물과 계단이 온통 페인트칠 돼 있었다. 무분별한 재개발을 막고 거주자를 보호한다는 취지였다. 당시 서울 강북엔 이런 곳들이 적지 않았다. 반면 강남은 계속 변하고 있었다. 최근 삼성동·청담동의 새 아파트 단지를 지나다가 부동산중개 사무실 창문에 붙은 시세표를 보고 놀랐다. 국민주택 규모 아파트가 ‘60억원부터’였다. 진입 도로는 넓고 매끈한 아스팔트로 정비돼 있었다. 이 극명한 대비를 보고 있자니, 서울 집값 안정의 열쇠는 강남 공급 확대 못지않게 강북의 매력을 끌어올리는 데 있을지도 모른다는 추론이 떠올랐다. 강북은 서울의 정체성이자 거대한 보물창고다. 궁궐과 성곽, 유서 깊은 고택 등 한국다움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그러나 그간 강북은 ‘낡고 불편한 곳’으로 치부됐다. 문화재도 적지 않지만 널리 알려지거나 매력을 드러낼 기회는 많지 않았다. 진정한 보존은 낡은 도시를 그대로 두는 데 있지 않다. 런던의 테이트모던이나 파리의 마레지구처럼, 오래된 지역에 현대적 창의성을 덧입혀 주변 공간을 혁신할 때 전통의 가치도 살아난다. 그런 노력을 아끼지 않은 도쿄는 지난해 ‘글로벌 파워 도시 지수(GPCI)’에서 뉴욕을 제치고 세계 2위에 올랐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가 큰 점수를 땄다. 2002년 이후 건축 규제를 완화하고 역사적 공간과 초현대적 기능을 결합해 도시 매력을 높인 결과다. 도시의 노화를 방치하지 않고 젊음을 수혈한 덕분에 인기 지역에 집중됐던 주거 수요는 도심 전반으로 분산됐고, 도시 전체의 활력도 되살아났다. 국내에서도 이런 변화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부산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300만 명을 돌파했다. 상전벽해라 할 만큼 도시 매력이 급상승한 결과다. 강남 쏠림이 부추긴 집값 폭등은 국민의 삶을 갈수록 옥죄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3년 이후 누적된 가계부채는 매년 소비를 0.4%포인트씩 잠식하고 있다. 집값은 올랐지만 쓸 돈은 없는 ‘소비 동맥경화’ 상태다. 강남 아파트 소유자도 ‘영끌’로 대출 상환에 허덕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자녀 세대의 주거 지원 부담까지 겹치면 지갑을 열기 어렵다. 이는 내수 경기를 질식시키는 구조로 굳어지고 있다. 이제 강남 주택 공급만으로는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어렵다. 정부는 최근 주택 공급을 전담하는 국토교통부 주택공급추진본부를 출범시켰다. 주택공급추진본부는 올해부터 5년간 수도권에 135만 가구를 착공하는 내용의 9·7 공급 대책 이행을 위한 조직으로 총 9개 과에 77명이 근무하는 대규모 조직이다. 성과를 내려면 강북의 탈바꿈이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강북 내부 교통망을 과감하게 확충해 생활 편의를 높이고, 재개발·재건축 과정에서 공공 도서관·체육관·공원을 대폭 늘려 강남보다 훨씬 살기 좋은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강북의 생활 인프라가 강남보다 낫다는 평가가 나오는 순간, 공급 부족도 강남 쏠림 현상도 자연스럽게 완화되기 시작할 것이다. 여기에 필요한 재원은 소비쿠폰처럼 쓰면 사라지는 선심성 재정 지출을 줄여 마련할 수 있다. 실물 인프라로 남을 뿐 아니라 극도로 침체한 건설 경기 회복과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된다. 주거 평준화는 끝없는 소비 동맥경화와 자산 양극화를 막는 실질적 해법이 될 수 있다. 여야를 막론한 초당적 결단이 필요하다. 강북의 변화 없이는 집값 불안 해소도, 서울의 도시 경쟁력도 기대하기 어렵다. 이제는 강북을 강남처럼 만든다는 각오로 국가적 역량을 쏟아부어야 할 때다. 김동호([email protected])

2026.01.04. 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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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9개월만에 5조원 번 트럼프…'이해 충돌' 논란에도 "부자 될 절호의 기회" [강태화의 아메리카 KNOW]

“지금이 부자가 될 절호의 기회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 더 부유해질 수 있습니다!” 지난해 4월 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소설미디어(SNS)에 올린 글이다. 전세계를 향한 무차별적 상호관세를 발표한 직후 시점이었다. 그리고 닷새 뒤 주식시장 개장에 맞춰 “지금이 매수하기 매우 좋은 시점”이란 글을 올렸다. 4시간 뒤에 “중국을 제외한 관세를 유예한다”는 발표가 나왔고, 주가는 순식간에 폭등했다. ‘부자가 될 기회’란 글은 대미 투자를 종용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취임 1년이 지난 현재 정말 부자가 된 사람은 투자자가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일가족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 ‘부동산업자’ 옛말…암호화폐가 ‘주력’ 포브스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트럼프 대통령의 자산은 73억 달러(10조 5558억원)로 추정된다. 2024년 39억 달러(5조 6394억원)이던 재산이 취임 9개월만에 2배가 됐다. 재산 목록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부동산 업자’에서 이미 암호화폐 투자자로 변신한 것이 확인된다. 트럼프의 자산 중 현금을 포함한 암호화폐 자산은 24억 달러(3조 4704억원)로 총자산의 33%에 달한다. 4억 달러가 넘는 손실을 내면서도 트럼프의 홍보 창구로 쓰이며, 실제로는 지지자들이 끌어올린 주가를 ‘실탄’ 삼아 암호화폐 자금를 댄다고 평가받는 소셜미디어 회사 ‘트럼프 미디어 앤 테크놀로지 그룹(트럼프미디어)’의 가치 20억 달러(2조 8920억원)를 더하면 비율은 60%로 올라간다. ━ “사기·재앙”이라더니…‘코인’ 줄줄이 출시 트럼프 대통령은 암호화폐에 회의적이었다. 1기 정부에서 물러난 이후인 2021년 6월 그는 폭스 인터뷰에서 “암호화폐는 사기처럼 보인다”고 했고, 그해 8월엔 “암호화폐는 언제든 재앙이 될 수 있다”고 재차 비판했다. 입장이 바뀐 시점은 2024년 대선 때였다. 트럼프는 선거 과정에서 암호화폐 기업의 막대한 후원을 받은 뒤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 새로운 기술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준비가 됐다”는 입장을 냈고, 지지자들에겐 “암호화폐로 기부금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암호화폐의 ‘위력’을 확인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을 즈음해선 직접 사업에 뛰어들었다. 취임 직전 ‘$TRUMP’라는 밈 코인이 출시됐고, 멜라니아 여사도 ‘$MELANIA’라는 밈 코인을 출시했다. 트럼프는 달러화에 고정된 스테이블코인인 ‘USD1’도 만들었다. 그리고 지난해 7월 암호화폐를 규제하는 최초의 연방법에 서명했는데, 해당 법은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업계의 요구가 반영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 암호화폐 이어…AI 노린 원전 진출? 이런 와중에 트럼프미디어는 지난달 19일 핵융합 기술 개발업체 ‘TAE테크놀로지스’와 60억 달러(8조 6760억원) 규모의 합병에 합의했다. 이 소식에 트럼프미디어 주가는 단숨에 40% 넘게 급등했다. 폭등한 주가는 암호화폐 사업 확장을 위한 현금이 될 수 있다. 동시에 인공지능(AI) 붐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을 노린 원전 분야로의 사업 확장이란 평가도 나왔다. 합병이 성사될 경우 정책 결정권을 쥔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행정부가 규제하는 다른 민간 에너지기업들과 직접 경쟁하는 회사의 실질적 소유주가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2030년까지 대형 원자로 10기 건설을 목표로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가동 중단 원전 재가동을 위해 정부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어떤 원전에 정부 자금을 투입할지에 대해선 아직 밝히지 않고 있다. ━ 이해충돌?…노골적인 ‘트럼프 패밀리’ 트럼프 대통령은 저서 『협상의 기술』에서 “돈은 내게 동기가 된 적이 없고, 진정한 즐거움은 경기 그 자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의 행보는 이와는 거리가 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카타르를 방문했을 때 받은 금으로 장식된 4억 달러(5784억원) 상당의 항공기가 뇌물이라는 논란이 일자, 골프에 비유해 “누가 컨시드(골프에서 홀컵에 가까이 붙을 경우 퍼트 한 번에 집어넣을 것으로 인정해 주는 것)를 주면 ‘감사합니다’라고 말한 뒤 공을 들면 된다. 그렇게 하지 않는 게 멍청이”라고 반박했다. 트럼프 일가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장남 트럼프 주니어는 대통령의 중동 순방에 맞춰 진행된 카타르 비즈니스 포럼에서 “아버지의 첫 임기 동안 가족들은 사업을 자제했지만 결국 비판만 받았다”며 “어차피 공격받을테니, 그냥 게임에 참여할 것”이라고 했다. 멜라니아 여사는 다큐멘터리 영화 출연료로 4000만 달러(578억 4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을 일으켰다. 이해충돌 논란 때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워낙 부유하기 때문에 돈이 필요하지 않다”며 “대통령에게 적용되는 모든 이해충돌 관련 법률을 준수하고 있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 ‘주식 금지’ 대통령 포함 시도 ‘맹비난’ 이런 가운데 미국 의회에선 민주·공화 양당 의원들은 초당적으로 의원들의 주식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의원들이 내부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해 주식 매매를 금지하고 보유한 주식도 처분하도록 한 내용이다. 하원에서 해당 법안에 공동 발의자로 참여한 의원은 119명에 달한다. 그러나 법안이 하원을 넘더라도 공화당이 다수인 상원을 넘기가 어려울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의원 상당수가 이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민단체 ‘커먼 코즈’에 따르면 미국 정치인들은 지난해 6억3560만 달러(9190억원), 1만3300건의 주식거래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주식거래 금지 대상에 대통령이 포함될 가능성에 민감하게 반응한 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공화당 조시 홀리 상원의원(미주리)이 상임위에서 대통령을 주식거래 금지 대상에 포함하는 법안에 찬성하자 “진정한 공화당원이라면 전례 없는 성공을 거둔 대통령이 ‘2류 상원 의원’의 변덕 때문에 표적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자당 상원의원까지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강태화([email protected])

2026.01.04. 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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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조의 혁신의 우주경제] 우주에 도전하는 ‘스카이 워리어’, NASA를 수술대에 올렸다

정치적 변덕인가, 아니면 드라마틱한 반전인가. 지난해 11월 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러드 아이작맨을 미 항공우주국(NASA) 청장으로 다시 지명한 것은 그 자체로 한 편의 서사시였다. 지난 5월, 상원 인준 표결 단 하루 전 일론 머스크와 공개적 갈등 속에 “과거 연관성에 대한 철저한 검토”라는 모호한 이유로 지명을 철회하며 전 세계 우주 업계를 충격에 빠뜨렸던 트럼프가, 불과 5개월 만에 다시 그를 불러들인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12월 18일, 마침내 42세의 젊은 수장이 NASA의 제15대 청장으로 취임 선서를 마쳤다. 이는 단순한 인사 복귀를 넘어, ‘올드 스페이스’의 석양 아래 혼돈에 빠진 NASA를 개혁하겠다는 강력한 신호탄으로 읽힌다. 아이작맨, 12월 NASA 수장 취임 민간 우주시대 상징 같은 인물 예산 대폭 삭감 NASA 이끌어야 한국 우주항공청, 교훈 얻어야 지하실에서 쏘아 올린 억만장자의 꿈 아이작맨의 삶은 그 자체로 ‘아메리칸 드림’의 강렬한 화신이다. 미국에는 아직도 개척정신이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1983년 뉴저지에서 태어난 그는 16세의 나이에 학교 수업이 지루하다며 고교를 중퇴하고, 할아버지에게 빌린 1만 달러로 아버지 집 지하실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자신의 아버지를 첫 직원으로 고용했던 이 당돌한 소년은, 기존 시스템의 비효율성을 날카롭게 파고들어, 오늘날 미국 식당과 호텔의 3분의 1을 고객으로 둔 거대 기업 ‘시프트4’를 일궈냈다. 연간 2600억 달러 규모의 결제를 처리하는 이 회사의 성공은 그를 억만장자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그의 영혼은 안락한 지상에만 머물기를 거부했다.사업에서 오는 번아웃을 비행에 대한 광적인 열정으로 승화시킨 그는 2009년 경비행기로 세계 일주 기록을 20시간이나 단축하며 하늘에 자신의 이름을 선명히 새겼다. 더 강렬한 스릴을 추구한 그는 전투기 조종 자격을 따고, 베테랑 조종사들과 곡예비행단 ‘블랙 다이아몬드 제트팀’을 결성해 세계 곳곳에서 화려한 공연을 펼쳤다.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땐 지금도 미그-29UB를 몰기도 한다. 그의 광기 어린 집념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퇴역 군용기를 사모아 세계 최대 규모의 전투기를 보유한 ‘드라켄 인터내셔널’ 설립으로 이어졌다. 뉴질랜드의 A-4 스카이호크부터 스페인 미라주 F1, 소련 시대의 미그-29까지 확보하며, 미군 조종사들의 가상 적기 훈련을 돕는 ‘스카이 워리어’로 거듭난 것이다. 2019년 이 사업을 매각해 확보한 천문학적인 자금은 자신의 최종 목표인 우주를 향한 ‘불쏘시개’가 된다. 아이작맨은 수익에만 올인하는 기업가는 아니었다. 그는 2021년 역사상 최초로 전원 민간인으로 구성된 우주 임무 ‘인스퍼레이션4’를 사령관으로서 직접 이끌었다. 특히 이 미션은 소아암 환자였던 간호사·기부자 등 평범한 이웃들에게 ‘희망’과 ‘관용’이란 이름의 좌석을 배정하며 대중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들은 국제우주정거장보다 높은 585㎞ 상공에서 3일간 궤도 비행을 마쳤으며, 이 과정에서 2억4300만 달러라는 거액의 기부금을 모아 성 주드 아동 연구 병원에 전달했다. 그의 열정은 ‘폴라리스(Polaris) 프로그램’을 통해 인류의 한계를 다시 한번 시험했다. 2024년 9월, ‘폴라리스 던(Dawn)’ 미션에서 그는 아폴로 시대 이후 인류가 도달한 최고 고도인 1400㎞까지 치솟았으며, 세계 최초의 민간인 우주 유영(EVA)에 성공했다. 차세대 우주복을 직접 테스트하고 38가지의 과학 실험을 수행하며 우주 탐사를 위한 기술적 토대도 닦았다. 이러한 불굴의 실천력은 그를 ‘위기에 처한 NASA를 혁신할 적임자’로 불러올린 결정적 배경이다. 그러나 아이작맨이 마주한 NASA의 현실은 축제보다는 전장(戰場)에 가깝다. 트럼프 행정부는 내년도 NASA 예산을 약 24% 대폭 삭감한 188억 달러로 신청하며 대대적인 수술을 예고했다. 이 예산안이 현실화할 경우 화성 샘플 귀환 임무의 취소나 기후 감시 프로그램 축소, 대규모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다. 계속 지연되고 있는 아르테미스 프로그램, 특히 500여억 달러를 쏟아붓고도 단 한 번의 발사 실적에 그치며 ‘예산 먹는 하마’로 전락한 SLS 로켓 사업은 그가 반드시 넘어야 할 거대한 파도다. NASA 난맥상, 젊은 수장 리더십 시험대 정치적 풍랑 속에서 ‘지명 철회’와 ‘재지명’이라는 드라마틱한 과정을 거쳐 탄생한 42세의 젊은 수장. 그는 이제 개인적 성취를 넘어, 미국 우주 프로그램의 새로운 황금기를 열어야 하는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되었다. 비효율의 대명사가 된 산하 10개 연구센터의 개혁과 함께, 세금으로 연명해온 기존 업계 중심의 우주산업 구조를 혁파하는 일이 그의 리더십을 증명할 첫 번째 관문이 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바람은 남의 나라 이야기만이 아닐 수도 있다. 최근 우주항공청을 설립하고 우주 강국을 향해 닻을 올린 대한민국 역시 NASA의 거대한 변혁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 성공한 기업가이자 선구적 우주인인 아이작맨의 혁신적 리더십이 NASA를 어떻게 탈바꿈시킬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 우주 경제가 얻을 기회와 협력의 접점은 무엇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하늘과 우주를 정복했던 ‘스카이 워리어’의 야성이 NASA의 검은 그림자를 걷어내고 새로운 우주 시대를 열어젖히기를 기대해 본다. 김승조 서울대 명예교수

2026.01.04. 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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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격변의 서막 베네수엘라 사태…강 건너 불 아니다

━ 통상전쟁 이어 군사작전 불사하는 국익 제일주의 ━ 한 수 앞 내다보는 지혜와 냉철한 실용외교 절실 새해 벽두 트럼프발 쇼크가 전 세계를 강타했다. 미국은 그제(3일) 전격 군사작전으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한 뒤 미국으로 압송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가 자국 이익을 위해 필요할 경우엔 타국에 대한 군사 개입도 불사한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다. 관세 전쟁으로 촉발된 통상 질서의 개편에 이은 국제 정세의 대격변을 알리는 서막이다. 안보와 통상 등 모든 면에서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게 강 건너 불일 수 없다. 미국의 군사작전은 지난해 말 공표된 새 국가안보전략에 담긴 서반구(남북 아메리카) 장악력 강화 방침과 무관하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부 세력이 서반구에서 우리 국민을 약탈하고 우리를 반구 밖으로 몰아내는 것을 절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에 서반구 밖의 일에는 소극적인 입장을 취할 수 있다. 미국이 ‘세계의 경찰’에서 ‘서반구의 경찰’로 물러나는 ‘돈로주의’(19세기 미 고립주의를 대표하는 먼로주의에 도널드 트럼프를 더한 합성어)가 현실화되면 그 여파는 우리에게 닥칠 수 있다. 미국이 유럽에선 러시아, 아시아에선 중국의 영향력을 일정 부분 인정하는 소위 ‘강대국 결탁의 시대’의 서막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장은 미·중 대립의 수위가 높아질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작전이 친중 성향의 마두로 정권을 축출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자 중국은 “국제법을 심각하게 위반하고, 베네수엘라 주권을 침해하며, 중남미와 카리브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패권적 행위”로 규정하며 맹반발했다. 중국은 석유 수입으로 베네수엘라 세입의 95%를 지탱해 줄 정도로 관계가 깊다. 더 나아가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작전은 중국의 대만 군사작전에 대한 오판 가능성을 키울 수도 있다. 마침 중국 국빈 방문길에 올라 오늘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는 이재명 대통령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북한의 반응도 예의주시해야 한다. 마두로 축출을 보며 김정은 국방위원장도 몸을 사릴 것이란 전망은 낙관적 희망일 뿐, 핵무장 집착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북한은 어제 탄도미사일 발사 시위를 통해 핵보유국인 자신들은 베네수엘라와는 다르다는 메시지를 미국과 한국에 보냈다. 더구나 북한 비핵화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의지가 1기 때만큼 강하지 않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세계 정세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이런 상황일수록 면밀하게 정세를 주시하며 한 수 앞을 내다보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지난해 취임 후 미·일 관계 중시라는 실용외교를 통해 외교·안보 정책의 바탕을 다진 뒤 중국 방문에 나선 이재명 대통령에게 국제 정세에 대한 냉철한 현실 인식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2026.01.04. 8:20

[조홍종의 이코노믹스] 전력 기자재 국산화, 에너지 주권 강화의 첫 걸음

국가 경쟁력 좌우할 전력 기자재 산업 최근 경제 뉴스는 인공지능(AI)이나 로봇과 관련된 내용이 대부분이다. 미국과 중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수백 조 원을 투자한다는 뉴스를 보고 있으면 돈의 단위가 무감각해지기까지 한다. 지구 한 편에서는 무력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다른 한 편에서는 국가 간 운명을 건 돈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국가 자본주의’의 등장이다. 미래 기술을 놓고 벌어지는 돈의 전쟁은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경쟁이 불가능하다. AI 분야의 경우 정부가 천문학적 AI 투자를 책임지고 확대해서 모든 산업 기반에 AI 생태계를 구축하는 ‘신 경제 체제’라 할 수 있다. 미국의 ‘제네시스 미션’은 AI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선전포고며 중국은 반도체 굴기와 전기화 가속화로 AI 경쟁에서 성공하기 위한 체제 전쟁을 하고 있다. AI 확산에 전기 수요 급격히 늘며 국가 경쟁력 핵심 된 전력 인프라 전력 기자재 첨단산업 부상에도 원자력 등에서만 국내 기업 우위 국산화 통해 미래산업 키우면서 기술 확보하고 외화 유출 막아야 이러한 AI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 확보와 함께 중요한 요소는 전기의 안정적 공급이다. 전력 산업이 새롭게 각광을 받는 이유다. 태양광·해상풍력, 커지는 중국 영향력 파리협정 이후로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한 청정 전기화가 재생에너지를 새로운 산업으로 인식하게 했다면 이제는 AI 데이터센터(AIDC)의 확산과 반도체 공장 등의 막대한 전력 수요 증가가 전력 산업 전반을 새로운 먹을거리로 인식하게 하고 있다. AI의 학습과 추론을 담당할 AIDC는 ‘전기 먹는 하마’인 동시에 안정적 전력 공급을 위해 ‘발전-송전-배전-소비’에 이르는 전력 산업 밸류체인(VC) 전반에 걸친 개혁을 일으키고 있고, 그 결과 전력 기자재가 새로운 첨단산업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전력 인프라는 더 이상 보조 산업이 아닌 국가 경쟁력의 핵심 요소이다. 거대한 에너지 시장의 변화 속에서 전력 기자재 산업의 국산화 투자와 육성을 통한 독보적 경쟁력 유지 여부가 산업 정책 차원을 넘어 에너지 주권과 국가안보 문제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을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산업 측면에서 보면 태양광 산업은 사실상 중국의 독점 구조에 가깝다. 중국은 점유율로 보면 폴리실리콘(96%)과 웨이퍼(97%), 모듈(80%)의 글로벌 공급망을 장악했다. 국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2024년 기준 한국 태양광 셀 시장에서 중국산 비중은 95%를 넘어섰고, 불과 5년 전 50%에 달했던 국산 비중은 5% 수준으로 급락했다. 단기적인 보급과 가격 경쟁 중심 정책이 누적된 결과다. 배터리 산업 역시 구조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K-배터리 3사의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점유율은 2025년 16.5%로 전년 대비 5.3%포인트 하락했고 매년 하락하고 있다. 반면 중국 기업의 점유율은 CATL과 BYD만 해도 50%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특히 배터리는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통해 전력망과 직접 결합하며 단순 제조업을 넘어 전력 기자재 산업의 핵심 구성 요소로 편입되고 있다. 해상풍력도 빠르게 중국 중심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 2022년 중국은 전 세계 해상풍력 신규 설치의 58%를 차지했으며, 향후 2030년까지 누적 설비 기준 점유율 역시 절반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 풍력 공급망에서 중국산 제품 비중은 60% 이상으로 확대됐다. 터빈뿐 아니라 설치 선박과 해저케이블, 유지·보수 인력까지 패키지로 공급하는 구조다. 국내 해상풍력 프로젝트 상당수는 설치뿐 아니라 고장 발생 시에도 중국 선박과 기술진에 의존해야 하는 취약한 구조를 안고 있다. 실제로 태양광을 최초 개발한 독일의 태양광 산업은 중국 태양광에 밀려 이미 존재하지 않으며 중국 전기차에 밀린 폴크스바겐은 독일 내 일부 공장 문을 닫고 있다. 무턱대고 외국산에 의존하다가는 국내 산업의 씨가 마를 수 있다. 기술 자립도 낮은 HVDC 국산화 절실 물론 한국이 경쟁력을 확보한 분야도 있다. AI 확대로 원자력 발전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국내 원자력의 발전 설비 기술은 최고 수준인 만큼 적극적으로 수출 활로를 열어야 한다. 완벽하게 국산화에 성공한 가스터빈은 일론 머스크의 xAI에 수출하는 등 AI 확대 흐름 속 가장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AIDC 확산에 따른 글로벌 전력망 교체 수요 덕분에 효성중공업과 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 일진전기의 변압기·차단기 등 송전과 변전 기자재 부문도 수주 호조를 보이고 있다. 2025년 3분기 말 기준 이들 4개사의 수주 잔액 총합은 33조원을 돌파하며, 5~6년 치 일감을 확보한 상황이다. 글로벌 전력 기기 및 케이블 시장 규모는 2030년 약 3718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며, 2023년 이후 연평균 6%대의 성장률이 예상된다. 하지만 변압기와 차단기 등 초고압 전력 기기는 계약에서 납품까지 2~3년에 이르는 긴 리드 타임을 가진다. 현재의 수출 실적은 이미 체결된 수주의 결과일 뿐 향후에도 동일한 호황이 지속할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 미국과 중국의 관세 전쟁 틈바구니에서 일부 품목에 한정된 만큼 장기적으로 중국산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향후 전력망의 핵심이 될 초고압직류송전(HVDC)의 기술적 자립도는 매우 낮아 국산화가 절실하다. 특히 HVDC는 전기화 시대의 핵심 인프라다. 장거리·해저 송전에 필수적인 기술로, 글로벌 HVDC 시장은 2028년까지 연평균 5.5% 성장해 약 149억 달러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전력 기자재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은 일부 기자재의 수출 성과가 아니라, 전력망 연계를 위한 초고압 변압기와 변전기, 차단기를 비롯한 HVDC 관련 기술과 AI 기반 전력시스템, 소형모듈원전(SMR), 수소 등 미래 전력 인프라 전반으로 경쟁력을 확장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AI 확대에 따른 글로벌 전력망 투자 규모는 2020년 약 3000억 달러에서 2030년 6000억 달러, 2035년에는 1조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궁극적으로 2050년에는 송·배전망 투자가 25조 달러에 이를 것이다. 글로벌 SMR 시장은 2035년까지 630조원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며 연평균 성장률 31%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린 수소 분야에서도 2030년까지 국내 청정수소 100만t 생산 체제 구축과 글로벌 수소 기업 30개 육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력 소프트웨어 경쟁력도 높여야 이와 함께 간과해서는 안 될 영역이 전력 기자재를 실제 전력망에 통합·운영하는 전력시스템 설계와 소프트웨어 경쟁력이다. 계통 해석과 보호계전 설계, 에너지관리시스템(EMS), 디지털 트윈 기반 시뮬레이션 등이 없이는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없다. 한국형 에너지 데이터 스페이스를 통해 에너지 데이터를 공유하고 활용하며 AI 활용을 통한 전력시장 효율화를 달성해야 한다. 향후 전력 기자재 산업 육성은 제조 역량에 더해 AI를 활용해서 계통 설계·운영 소프트웨어를 함께 수출할 수 있는 ‘시스템 패키지 산업’으로의 확장이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전력 기자재 국산화의 필요성은 명확한 경제적 논리에 기반한다. 첫째, 외화 유출 문제다. 전력 설비는 초기 구매 비용뿐 아니라 기술 로열티와 유지·보수 비용이 수십 년간 지속해서 발생한다. 국가 기간시설에 투입되는 재원이 장기간 해외로 유출되는 구조다. 둘째, 시스템 종속(lock-in) 효과다. 송·배전망은 단일 설비가 아닌 거대한 시스템이다. 한 번 특정 해외 기술로 구축되면 이후 확장과 보수에서도 같은 기술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향후 더 우수하고 저렴한 국산 기술이 등장하더라도 기존 시스템을 전면 교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셋째, 유지·보수 리스크다. 해상풍력처럼 접근성이 낮은 설비는 유지·보수 지연이 곧 발전 손실로 이어진다. 외국 기술진과 장비에 의존하는 구조에서는 신속한 대응이 어렵고, 단일 고장이 전체 시스템 마비로 확산할 위험이 크다. 넷째, 국가 안보와 보안 문제다. 전력망은 사이버 공격의 주요 표적이다. AI 기반 전력 시스템으로 갈수록 설비와 데이터가 결합하며 보안 리스크는 더욱 커진다. 외국산 설비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해킹과 백도어 위험을 구조적으로 내포한다. 마지막으로, 미래 산업 기회의 상실이다. 현재 비교우위가 없다는 이유로 국산화를 외면하면 기술 축적의 기회 자체가 사라진다. 기술은 축적의 산물이며, 지금 투자하지 않으면 10년 후에도 우리는 수입국에 머물 수밖에 없다. 전력 인프라 사업서 국산 확대 필요 전력 기자재 산업을 첨단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첫째, 5년간 재정·세제·금융·규제 패키지 지원을 통해 가시적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 둘째, 전력 인프라 사업에서 국산 기자재 활용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정책적 유인이 필요하다. 셋째, 전력산업에서도 AI를 적극 활용하여 전력전자·시스템 통합·운영 기술로 확장해 산업 생태계를 넓혀야 한다. 전력 기자재 국산화는 장기적으로 국가 비용을 줄이고 미래 첨단 먹을거리를 확보하고 에너지 주권을 지키는 가장 합리적인 투자다. 지금 우리가 내리는 선택이 5년 안에 대한민국 경제의 글로벌 위상을 결정할 것이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2026.01.04. 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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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코리아] 구조개혁 계속 미루면 고환율 해소 못 한다

지난해 7월 초 이후 원화 가치가 달러 약세에도 불구하고 하락했다. 특히 9월 중순 이후엔 가파르게 하락했다. 이로 인해 우리 경제가 큰 부담을 받았다. 예컨대 국제유가가 하락했지만, 자동차 휘발유 가격은 상승했다. 수입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1월 전년동월 대비 달러 기준 -2.3%였지만, 원화 기준으론 2.2%였다. 그렇지 않아도 2분기 실질소득 증가율 0% 때문에 가계가 곤궁했는데, 원화 절하에 따른 물가 상승으로 가계는 더 궁핍해졌다. 서학개미 작년 하반기 투자 줄여 경제 체질 약화가 고환율 불러와 첨단산업 키워야 원화값 강해져 다행히 지난 연말에 원화 가치의 급격한 하락은 누그러졌다. 그러나 주된 원화 가치 하락 원인을 서학개미의 해외 주식투자로 꼽은 한국은행의 견해는 논란을 야기했다. 타당성 때문인데, 지난해 1~6월 중 주식과 부채성 증권을 합한 월평균 우리의 해외증권 매입은 116억9000만 달러, 외국인의 한국 증권 투자는 월평균 37억4000만 달러였다. 즉 외국에서 유입 자금과 우리 자금의 유출을 가감하면 그 차액은 월평균 79억5000만 달러였다. 그런데 환율이 불안했던 7~10월 중 해외로의 순유출 증권관련 금액은 월평균 61억9000만 달러였다. 환율이 오른 부담도 있었겠지만, 서학개미의 미국 증시 과잉 투자를 탓한 시기에 정작 서학개미 투자는 20% 넘게 줄어들었다. 환율과 성장률, 금리 간에는 연관성이 높다. 높은 성장률 국가의 화폐 가치는 낮은 성장률 국가보다 높을 개연성이 크다. 또 정상적인 상황에선 금리가 높은 국가의 화폐 가치는 금리가 낮은 국가보다 높다. 그런데 통상 성장률이 높은 국가의 금리는 성장률이 낮은 국가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요컨대 환율에 성장률의 영향은 절대적인데, 국제통화기금(IMF)은 2025년 한국 성장률을 0%대(0.9%)로 추정했다. 이 수준은 IMF의 201개 성장률 추정 국가 중 하위 10.5%에 속한다. 역대 정권이 구조조정, 첨단산업 육성, 노동개혁 등 혁신을 미루고, 선심성 정책으로 국가 경제를 꾸려온 결과다. 또 한국의 기준금리는 2015년 이후 2020년 초를 제외하면 미국보다 낮고, 지난해 말 현재 한국보다 중앙은행 금리가 낮은 곳은 대만·일본·유럽연합(EU) 등 일부에 불과하다. 이처럼 경제가 취약하니 원화 가치가 버티기 어렵다. 실제로 2017년부터 달러인덱스 대비 원화 가치의 하락 속도가 빨라졌다. 달러 가치가 ‘1’만큼 상승하면 원화 가치는 ‘1’ 이상 하락했다. 이 여파로 달러 기준 외국인의 우리 주식매수 누적은 2018년 1월 1173억 달러를 정점으로 2022년 7월엔 650억 달러로까지 줄었다. 다만 2025년 10월 현재 886억 달러로 늘었지만, 국제 주식시장에서 이제 한국 주식은 단기매매 대상으로 여겨지는 것 같다. 또 외국인의 매수 종목 범위도 협소해졌다. 이런 상황에선 달러 수급이 수반되지 않는 충격에도 원화 가치가 상당히 하락할 수 있는데, 지난해 하반기에 그런 사안이 있었다. 저성장 와중에 기업을 옥죄는 노란봉투법이 지난해 10월 국회를 통과했다. 이 점이 환율에도 영향을 끼쳤을 듯싶다. 해외 변수도 있다. 지난해 10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취임하면서 아베노믹스를 계승했다. 이 때문에 엔화가 빠르게 절하되자, 그간 엔화와 동반 등락하던 원화도 절하 부담을 받았다. 또 미국의 3500억 달러 투자 요구가 외환시장을 혼란스럽게 했다. 환율 불안의 근본 원인은 여러 정권에 걸쳐 누적됐다. 여기에 충격 요인이 발생하자 환율이 급격히 흔들린 것이다. 경제 체질을 바꾸지 않으면 환율 불안과 물가 상승이 확대할 수 있다. 정부는 이런 현실을 토대로 대책을 세웠으면 한다. 이 과정에서 국민에게 대책 시행에서의 부담 사안을 진솔하게 토로하고, 양해를 구했으면 한다. 해외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오늘의 독일을 만들었다는 독일 슈뢰더 총리의 정책, 프랑스의 실업률을 1980년 이후 최저로 떨어뜨린 마크롱 대통령의 집권 초기 정책, 브라질 경제를 활성화한 룰라 대통령의 첫 집권 시절 정책이다. 이들의 정책은 노동 개혁과 기업 지원을 골자로 한다. 정권이 바뀌어도 기업을 흔들지 않는 대만도 모범 사례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신성호 전 IBK투자증권 사장·리셋코리아 경제분과 위원

2026.01.04. 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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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필의 인공지능 개척시대] AI로 더 현명해지는 사회

매일 인공지능(AI)을 쓰다 보면 걱정이 앞선다. 나도 모르게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잃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AI 도움 없이는 아무 일도 할 수 없게 될 것 같은 불안감이 든다. 조만간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직접 코드를 짜지 못하고, 제품 기획자가 스스로 기획서를 쓰지 못하는 시대가 올 것만 같다. 그래서 “이제 AI가 다 해주는데 인간은 점점 어리석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AI가 인간의 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현재 활발히 논의되는 주제 중 하나다. 대표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와 카네기멜론 대학 연구진은 생성형 AI를 과도하게 쓰면 비판적 사고 능력이 약화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스스로 판단하고 검증하기보다 사고 과정 자체를 AI에 맡겨버린다는 것이다. 인간 지능의 퇴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걱정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누구나 AI 사용하는 시대 오면 사회 전체적 지능 크게 올라가 공동체 난제 해결 능력 큰 도약 노인·장애인 소외 막는 건 숙제 하지만 관점을 달리해 볼 필요도 있다. 기술이 인간의 능력을 바꿔온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인터넷이 등장한 이후 우리의 기억 방식은 이미 크게 달라졌다. 예전에는 전화번호 수십 개를 외우는 사람이 흔했지만, 지금은 가족 전화번호 몇 개조차 기억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기억력이 쇠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저 기억의 방식이 ‘내용 저장’에서 ‘경로 저장’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 보자. 수렵·채집 시대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은 잘 달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런 능력은 생존에 필수적이지 않다. 수만 년 전과 비교하면 인간의 신체 능력은 쇠퇴했을지 모른다. 대신 우리는 자동차로 더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인류 문명의 본질은 도구를 활용해 우리 능력을 확장하는 데 있다. 만약 인간이 항상 AI를 쓰게 된다면, 중요한 것은 AI 없는 지능이 아니라 이를 활용할 때의 지능이다. 우리는 안경 낀 사람을 뽑으면서 “안경을 벗으면 시력이 얼마냐”고 묻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안경을 쓸 수 없는 상황은 극히 예외적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맨눈 시력이 아니라, 안경을 쓴 상태에서 무엇을 볼 수 있는가이다. 그래서 앞으로 AI가 일상이 되는 환경에서는 인간 능력이 떨어질까 걱정하기보다, AI를 통해 능력을 어떻게 확장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물론 모든 인간이 비판적 사고를 멈추고, AI에 사고 과정을 내맡기는 문제를 내버려 둘 수는 없다. 신체 능력이 생존과 무관해졌다고 해도 우리가 운동을 멈추지 않는 것과 같다. 우리는 여전히 의식적으로 시간을 내 헬스장을 찾는다. AI 시대의 비판적 사고력도 마찬가지다. 스스로 생각하지 않아도 살 수 있는 시대가 되더라도, 생각하는 훈련은 더 의도적으로 필요하다. AI를 ‘대신 생각해 주는 도구’가 아니라 ‘생각을 돕는 조력자’로 써야 한다. 이렇게 AI를 통해 개인의 역량이 확장되면 그 혜택은 우선 각자에게 돌아갈 것이다. 높아진 효율성 덕분에 여가가 늘어날 수도 있고, 업무 성과를 늘려 소득을 높일 수도 있다. 하지만 AI가 보편화되어 모든 이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사회가 된다면,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그보다 훨씬 강력할 수 있다. 사회 전체의 지능이 높아지면 공동체의 문제 해결 능력 자체가 질적으로 도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몇몇 똑똑한 사람의 판단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평균적인 판단 수준이 올라가는 덕분이다. 현재 우리 앞에는 기후 위기나 인구 구조 변화와 같은 난제들이 쌓여 있다. 이런 복잡한 문제를 구성원 모두가 제대로 이해하고 합리적 토론을 이어가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사회적 지능이 높아지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AI의 도움을 얻어 사안을 정확히 이해하는 시민이 많을수록, 상호 신뢰가 두터워지고 협력의 문턱은 낮아질 수 있다. 갈등으로 낭비되는 사회적 비용은 줄어들고, 미래를 향한 장기적 투자가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집단 지성의 향상이 저절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누군가는 최신 AI를 자유롭게 쓰고, 누군가는 접근조차 못 하는 사회라면, 전체의 평균을 높이기는 어렵다. AI 접근성을 넓히고, 교육 지원이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다. 노년층과 청소년, 장애인과 비전공자까지 누구나 AI를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그 출발점이다. 새해에는 누구도 AI로부터 소외되지 않는 나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좋겠다. 정부가 추진 중인 ‘세계에서 AI를 가장 잘 쓰는 나라’를 구현하기 위한 정책도 활발히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우리 각자도 할 일이 있다. 새해 다짐 목록에 ‘AI를 활용해 내 지능 높이기’를 추가해보는 것이다. AI에 더 잘 질문하는 방법을 익히고, 답변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역량을 키워 보자. 모두가 AI를 제대로 활용하게 될 때, 우리 사회의 집단 지능도 비로소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김병필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

2026.01.04. 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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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읽기] “먼저 소인이 되고, 나중에 군자가 되어라”

‘화기가 돈을 낳는다(和氣生財)’. 중국의 비즈니스 협상 격언이다. 화목한 분위기를 조성해야 이익을 얻을 수 있는다는 뜻이다. 방중을 앞두고 진행된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관영 CC-TV 인터뷰가 그랬다. 이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시야 넓은 지도자’로 치켜세웠고, 대만 문제에 대해서도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한다’고 강조했다.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했으니, 이제 ‘돈’ 챙길 궁리를 할 차례다. 중국 비즈니스 격언 중에 ‘먼저 소인이 되고, 나중에 군자가 되어라(先小人 後君子)’라는 말도 있다. 협상장에 들어서면 쩨쩨한 소인처럼 이익을 따지라는 얘기다. 군자 행세는 그 나중이다. 반대로 하면 낭패당하기에 십상이다. 마음 넓은 군자인 양 호기 부리며 양보하고, 환대에 현혹돼 대충대충 협상을 마무리하면 비즈니스는 더 꼬일 뿐이다. 외교 협상도 다르지 않다. 얼굴을 붉히는 한이 있더라도 우리 이익을 분명하게 챙겨야 한다. ‘중국에 핵심이익이 있다면, 우리에게도 중국이 넘보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고 버틸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서해 문제는 폭발성이 강한 사안이다. 구조물 설치, 불법 조업 등은 지금 해결하지 않으면 앞으로 두고두고 양국 관계를 수렁에 빠트릴 수 있다. 한·중 관계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서라도 꼭 매듭지어야 한다. 좋은 게 좋다는 식의 군자 외교로는 자칫 그들의 협상술에 말려들 수 있다. ‘칼 손잡이를 잡고, 작은 여지를 남긴다(執刀柄 留分寸)’는 게 중국의 전형적인 협상 전략. ‘담판의 주도권을 잡고, 상대에게는 체면치레 정도의 여지를 남겨주어라’는 뜻이다. 희토류 하나로 미국과의 관세 협상 판도를 바꾼 게 이를 보여준다. 일단 칼자루를 쥐면 게임 끝이다. 그들은 이리 치고, 저리 받아내는데 능하다. 무자비하게 칼을 휘두르고는 몇 개 작은 거 던져주며 ‘아량’을 과시한다. 여기에 휘둘리면 작은 거 몇 개 얻고, 큰 건 다 내주는 우를 범할 수 있다. 힘 있는 측이 협상 칼자루를 쥐기 마련이다. 외교건 비즈니스건 한·중 사이의 주도권은 점점 중국 측으로 기울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나마 지금이 우리 이익을 관철할 수 있는 마지막 시기’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이 새해 벽두에 외국 정상을 국빈 초청하는 건 매우 드문 일. 그들로서도 뭔가 절실한 게 있다는 얘기다. 그걸 찾아내 집요하게 끌어당기면 협상을 주도할 수도 있다. 오늘 쩨쩨하다는 소리를 들어도 내일 군자처럼 너그러워질 수 있다면, 그건 잘한 협상이다. 한우덕([email protected])

2026.01.04. 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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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프리즘] 우키시마호의 남은 진실

광복 직후 일제 강제징용자를 태워 부산으로 돌아오던 우키시마호가 의문의 폭발 사고로 침몰한 지 80년 만에 당시 승선자·사망자 수가 처음 공개됐다. 이 사고는 일제강점기가 끝난 직후에 발생한 대형 사고였지만 그동안 정확한 승선자와 사망자 수도 파악되지 않았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정부 공식 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우키시마호는 1945년 8월 22일 일본 아오모리(靑森)와 홋카이도(北海道)에서 강제 징용된 조선인을 태우고 가다 24일 일본 교토(京都) 마이즈루(舞鶴) 만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 사고로 침몰했다. 행정안전부가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 재단에서 밝힌 ‘우키시마호 명부 분석 3차 경과 보고회’에 따르면 당시 승선자는 총 3542명이었고, 이 중 사망자는 528명이었다고 한다. 일본 정부가 1945년 사고 당시 발표한 것과 비교해 보면 승선자는 193명이 적고, 사망자는 4명이 많다. 행안부 관계자는 이런 차이에 대해 “(일본 정부의 집계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근무했던 작업장별로 승선자 명단을 취합한 뒤 다시 관계기관이 필사했는데, 이 과정에서 중복·오기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승선자 명부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일본 언론인 후세 유진(布施祐仁)의 정보공개 요청으로 승선자 명부의 존재가 드러났고, 이후 일본 정부가 총 75건의 자료를 세 차례에 걸쳐 한국 정부에 제공하면서 이번에 승선자와 사망자가 공식 확인된 것이다. 80년 만에 바닷속에 수장됐던 진실의 일부분이 인양된 것이어서 반가운 마음이지만 이 사고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후속적인 조치도 이어져야 한다. 가장 급선무는 아직도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침몰원인이다. 그동안 일본 측은 미군이 투하한 기뢰에 의해 배가 폭침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생존자 등을 중심으로 일본 측의 연관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계속되고 있는 만큼 일본 정부에 관련 자료가 더 있는지 등 사고 원인을 파악하는 데에도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또 이번에 파악된 승선자 및 사망자 외에 배에 탑승한 강제징용자가 추가로 없었는지와 이들 피해자와 유족에 대한 지원 방안도 구체적으로 마련돼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침몰한 우키시마호는 1954년에 일본 측이 인양했으나 당시 바다에 수장된 강제징용자들의 유해는 아직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광복의 기쁨도 잠시 그토록 그리워했던 고국 땅을 밟지 못하고 아직도 차가운 바닷속을 떠돌고 있을 그들의 억울한 원혼을 달래기 위해서 지금부터라도 정부가 피해자와 유족의 아픔을 치유하고 역사의 진실을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위성욱([email protected])

2026.01.04. 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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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필향만리’] 日知其所無 月無忘其所能(일지기소무 월무망기소능)

“내게 없는 것 즉 내가 모르는 것은 날마다 조금씩 알아가고, 내가 익숙하게 할 줄 아는 것이라 해도 잊지 않기 위해 수시로 연습을 한다면 그런 사람이야말로 배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공자의 제자 자하(子夏)의 말이다. “배움은 물을 거슬러 배를 젓는 것과 같아서 힘써 나아가지 않으면 뒤로 밀리고, 마음은 초원을 달리는 말과 같아서 한번 놓으면 거둬들이기가 쉽지 않다(學如逆水行舟 不進則退 心似平原走馬 易放難收)”라는 말이 있다. 모르는 것을 날마다 조금씩 알아가야 하는 이유는 시대의 흐름에 밀리지 않고 배를 앞으로 저어가기 위함이고, 할 줄 아는 것도 수시로 연습하는 이유는 잠시 방심한 사이에 고삐 풀린 말처럼 옛 기능과 역할을 잊어버림으로써 공들인 시간을 날려 보낼까 봐 염려해서이다. 날마다 배우는 끈기와 수시로 연습하는 성실이 곧 호학 즉 배움을 좋아하는 태도인 것이다. 중국 청나라 때 큰 학자인 고염무(顧炎武)는 자신의 독서일기를 『일지록(日知錄)』이라고 명명하였다. 자하의 ‘일지소무(日知所無)’ 즉 ‘내게 없는 것을 날마다 조금씩 알아가자’라는 말에서 따온 이름이다. 고염무가 대학자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일지(日知)’의 끈기에 있었던 것이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2026.01.04. 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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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렬의 공간과 공감] 키리바시에 희망의 새해를

세계에서 가장 먼저 새해를 맞은 나라는 남태평양의 군도 국가, 키리바시다. 날짜 변경선 양쪽으로 국토가 분산되었던 불편을 없애기 위해 변경선을 무려 2700㎞나 동쪽으로 이동시켰다. 1979년 독립 때 제정한 국기(사진)도 대양의 파도 위로 떠오르는 태양과 가장 멀리 난다는 군함조를 상징화했다. 희망찬 국기와는 달리 이 나라는 심각한 소멸 위기에 처했다. 해수면이 상승해 국토 대부분이 잠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17개의 섬 중 16개 환초섬의 해발고도는 평균 2m로 현재 속도를 고려할 때 2050년에 완전히 침수되리라 예측한다. 이미 해변 마을은 침식되고 농경지는 염화로 황폐해졌으며 식수 또한 오염되었다. 인구 12만, 1인당 GDP 2000달러의 약소국이지만 방파제를 건설하고 고지대로 마을을 이전하는 등 노력했다. 그러나 거대한 환경 변화 앞에 역부족, 결국 ‘존엄한 이주’를 정책화할 수밖에 없었다. 오스트레일리아와 이주 협정을 맺고 피지에 국영농장을 확보했다. 키리바시가 소유한 세계 최대의 배타적 경제수역의 수익으로 이주 신탁기금도 마련 중이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은 “떠나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잔류를 희망한다. 2020년 ‘젊은 건축가 네트워크(YAC)’에서 키리바시를 위한 현상경기를 개최해 침수에도 마을 공동체가 지속 가능한 아이디어를 공모했다. 2등 당선한 한국의 청년팀은 누각식 주택을 바다 위에 짓는 안을 제안했다. 1등은 작은 오각형 부유 단위를 만들어 집합하는 안으로 좀 더 실천적이다. 어떤 오각형은 주택, 어떤 것은 텃밭, 어떤 것은 어장 등 다양하고 무한한 결합이 가능한 이상적인 안이다. 근본적인 해결은 지구적 기후 변화를 바로 잡아 해수면 상승을 방지하는 길이다. 누구나 알면서도 누구도 가려고 하지 않는 바로 그 길이다. 티토 전 대통령은 “섬나라들은 개미이고 산업화한 국가들은 코끼리다”라고 절규한다. 새해에는 코끼리들이 각성해 해결의 실마리를 풀기를 희망한다. 김봉렬 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전 총장

2026.01.04. 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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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즈 루의 마켓 나우] 2026년 달러·위안·엔의 향방

2026년 아시아 금융은 역내 경기보다 달러·위안·엔으로 구성된 주요 통화의 역학에 더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미국 달러는 방향을 결정하고, 중국 위안화는 변동의 하한선을 설정하며, 일본 엔화는 시장 불안기에만 영향력을 드러내는 구조다. 이 구조가 올해 아시아 환율의 한계를 규정할 것이다. 달러의 영향력은 2026년에도 압도적일 공산이 크다. 미국 금리가 점진적으로 낮아지더라도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시장 기대보다 신중한 완화 경로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 그 결과 미 국채 수익률은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글로벌 달러 유동성도 제한적일 것이다. 이는 자본 흐름이 미국 정책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아시아 통화의 독자적 강세 여력이 제약된다는 뜻이다. 달러 강세 국면에서는 역내 통화가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동반 약세를 보이기 쉽다. 일본 엔화의 영향력은 위기 국면에서만 두드러진다. 일본은행(BOJ)이 통화정책 정상화를 점진적으로 추진하며 엔화 약세를 관리하는 한, 엔화가 역내 기준통화로 기능하기는 어렵다. 글로벌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되고 위험 회피 심리가 커지거나 ‘금리 차를 노린 차입 투자’(carry trade)가 청산될 때 엔화 변동은 아시아 통화의 움직임을 일시적으로 증폭시킨다. 그러나 시장이 안정을 되찾으면 엔화의 영향은 빠르게 약화된다. 중국 위안화는 미묘하지만 구조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달러를 대체해 아시아의 기준통화로 부상할 가능성은 작지만, 역내 환율의 완충 장치로서 역할은 커지고 있다. 베이징이 환율 안정과 수출 경쟁력을 중시하며 위안화 변동을 억제하는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아시아 통화의 급락 위험을 줄이지만, 강달러 압력을 상쇄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위안화는 급락 위험은 낮아졌지만, 상승 흐름은 여전히 약하다. 이 같은 통화 지형은 한국 원화에 특히 뚜렷한 함의를 갖는다. 원화는 자본 이동과 글로벌 위험 심리를 통해 달러 사이클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수출 구조상 위안화와의 상대적 균형이 한국의 경쟁력에 직결된다. 여기에 엔화 약세가 이어질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압박하는 요인이 된다. 2026년 원화는 달러 강세와 간헐적인 엔화 충격 속에서 변동성 확대와 약세 편향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종합하면 2026년 아시아 통화 환경은 녹록지 않다. 정책 신뢰도가 높고 대외 완충 장치를 갖춘 국가는 상대적으로 선방할 수 있겠지만, 역내 전반의 통화 강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결국 아시아 통화의 방향과 한계는 각국 경기보다 글로벌 정책 신호, 특히 미국 통화정책에 의해 규정될 것이다. 루이즈 루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

2026.01.04. 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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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중의 아메리카 편지] 대통령의 붉은 말

새해 신년사는 대개 성장률·고용·재정 같은 수치로 시작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붉은 말의 2026년’을 대도약의 원년으로 선언했다. 달력의 언어를 빌리는 순간 정책은 논쟁의 대상이 아니라 시대의 요구로 설정된다. 정치는 판단의 문제보다는 타이밍의 문제가 되고, 다른 견해들은 ‘시기를 놓친 감각’으로 밀려난다. 오래전부터 정치는 동서를 막론하고 별과 계절, 주기와 순환 같은 질서의 언어를 빌려 왔다. 그래서 달력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정치의 정당화를 돕는 오래된 장치였다. 고대 바빌로니아에서 이미 하늘은 시간을 쪼개고 통치하기 위한 계산의 대상이었다. 별자리는 단순한 점괘가 아니라 달력의 뼈대였고, 주기는 불확실한 세계를 관리 가능한 리듬으로 바꾸는 도구였다. 이 체계는 헬레니즘 세계로 건너가며 더욱 정교해진다. 하늘을 믿음의 영역에서 구조화된 질서로 재편하는 결정적 고리가 기원전 4세기 플라톤의 『티마이오스』다. 여기서 행성의 규칙적 운동은 인간이 시간을 측정하고 삶을 조직하는 장치가 된다. 그리스어 카오스(chaos)의 반대말인 코스모스(kosmos)는 ‘정렬된 우주’를 뜻하게 되었다. 그 뒤 로마의 첫 황제 아우구스투스는 자신의 통치를 카프리콘 별자리와 결부시켰고, 천체의 질서를 제국의 질서로 겹쳐 놓았다. 그가 이집트에서 약탈한 오벨리스크를 거대한 태양시계로 세운 것은 시간의 기계장치 자체를 자신의 통치 선전으로 바꾸는 노골적인 제스처였다. 시간의 언어는 서양의 전유물이 아니다. 실크로드의 교차로였던 둔황 석굴 벽화에는 중국의 간지 체계와 더불어 별자리와 행성 도상, 천문 이미지가 그려져 있다. 사회가 혼란스러울수록, 정치는 공동의 리듬을 필요로 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붉은 말’은 우리 모두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리듬의 첫 박자로서 제시된 것이다. 김승중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

2026.01.04. 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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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문장

우리가 이제 떠나려는 탐험에는 회의(懷疑)의 정신과 상상력이 필요하다. 상상력에만 의존한다면 존재하지도 않는 세계로 빠져 버리는 우(愚)를 범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 앞에 놓인 탐험은 상상력 없이는 단 한 발짝도 뗄 수 없는 여정의 연속일 것이다. 회의의 정신은 공상과 실제를 분간할 줄 알게 하여 억측의 실현성 여부를 검증해 준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에서.

2026.01.04. 8:02

[박용석 만평] 1월 5일

" [email protected] " 박용석([email protected])

2026.01.04. 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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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시험대 오른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외교

━ 대중 외교는 원칙 지키는 일관성 필요 ━ 대만 문제 입장 요구엔 신중한 대처를 ━ 비핵화 재확인, 한한령 해제 등 챙겨야 이재명 대통령이 4일부터 3박4일간 중국을 국빈 방문한다. 뒤이어 이달 중순 일본 나라현에서 한·일 셔틀외교를 이어간다. 지난해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대미 통상 문제 타결이란 급한 불을 끈 뒤 중국·일본과의 관계 다지기에 나선 것이다. 이재명 정부의 외교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대통령의 국빈 방중은 2017년 문재인 대통령 이후 9년 만이다. 한·중 관계의 재정립이란 무거운 과제가 놓여 있다.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한한령(限韓令) 등의 보복 조치로 갈등이 깊어졌고, 미·중 패권경쟁이란 글로벌 환경이 더해져 한·중 관계는 풀리지 않는 고차방정식이 되어버렸다. 그런 점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방중이 신속하게 성사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엊그제 한·중 외교부 장관 통화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한 발언이 그런 현실을 대변한다. 왕 부장은 “한국 측이 올바른 입장을 취하고 국제 정의를 수호할 것이라 믿는다”며 “대만 문제를 포함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해 달라”고 말했다. 이번 방중을 계기로 대만 문제에 대한 분명한 입장 표명을 해야 한다는 요구 내지 무언의 압박이 담긴 발언인 셈이다. ‘하나의 중국’ 존중은 한·중 수교 당시부터 한국이 견지해 온 원칙이지만, 원론적 수준에서 더 나아간 입장 표명을 하기란 대단히 난감하다. 중국이 지난 연말 강도 높은 대만 포위 훈련을 실시했고, 시진핑 주석이 신년사에서 ‘조국 통일’을 강조해 2027년 무력침공론까지 거론되고 있는 데다 최근 대만 문제로 인해 중·일 관계가 험악해졌다. 이런 상황에선 한국이 어떤 입장을 내느냐에 따라 국제 사회에 오해를 불러 일으킬 소지가 있다.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며 슬기롭게 대처해야 한다. 중국은 박근혜 정부 시절 안중근 기념관 건립 등으로 한국 여론의 호응을 얻으며 한·중 연대를 강조한 적이 있다. 당시 박 대통령은 천안문 망루에까지 서면서 중국을 중시했으나 사드 배치 이후 호된 보복조치를 당했다. 문재인 정부는 한·중 관계 복원을 장담하며 “중국은 큰 산…”이란 식의 저자세 외교까지 마다 않았지만 돌아온 것은 ‘혼밥’ 푸대접 외교였다. 이 과정에서 얻은 값비싼 교훈을 망각해선 안된다. 반대로 우리가 재확인을 요구해야 할 원칙이 있다. 중국이 한달여 전 발행한 군사 백서에서 ‘한반도 비핵화’란 표현이 슬그머니 사라졌다. 북핵 문제 발생 이래 초유의 일이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 북한과의 대화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기대하고 협력을 구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비핵화 원칙 없는 대화는 공허하고 위험하기까지 하다. 과제는 산적해 있다.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과 서해 구조물 문제는 주권과 직결된 사안이다.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이 사드 사태처럼 갈등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불필요한 오인을 차단해야 한다. 한한령도 해결해야 하는 숙제다. 전세계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K컬처가 유독 중국에서만 공식적으론 막혀 불법적 경로로 소비되고 있다. 경제적으로도 묵과할 수 없는 손실이다. 우리가 일본 대중문화 상품을 개방한 것이 오늘날 K컬처 성장의 계기가 됐다는 점을 들어 한한령 해제가 중국에도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득해야 한다. 이번 방중에 4대 그룹 총수와 200명 규모의 경제사절단이 동행하는 만큼 경제협력도 다시 끌어올려야 한다. 국민이 거는 기대는 분명하다. 원칙과 실리를 결합한 실용외교로 국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 본인이 신년사에서 강조한 말이기도 하다. 9년만에 실현되는 중국 방문과 뒤이은 일본 방문에서도 이 원칙은 확고하게 지켜져야 할 것이다.

2026.01.02. 8:34

[우리말 바루기] 적절한 새해 인사 표현

다음 중 서술어가 바르게 쓰인 것은?   ㉠ 행복한 새해 되세요.   ㉡ 새해 만사형통하길 바래.   ㉢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요.   ㉣ 행복한 한 해 보내세요.   2023년 새해가 밝았다. 주변 사람들에게 새해 인사와 덕담을 나눌 때다. 인사로 오갈 만한 문구 몇 개를 골라 봤다.   ‘㉠ 행복한 새해 되세요’에서 ‘되세요’는 문제가 없는 표현일까? ‘되다’는 주로 어떤 지위나 상태에 이르는 것을 뜻하는 단어다. “커서 의사가 되고 싶다”처럼 쓰인다. 이때는 장래의 ‘나=의사’가 성립한다. “행복한 새해 되세요”는 듣는 사람이 행복한 새해로 바뀔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즉 ‘당신=행복한 새해’가 성립하지 않는다. “행복한 새해 보내세요”가 적절한 표현이다.   ㉡에서 ‘바래’는 ‘바라’가 맞는 표현이다. 생각대로 어떤 일이 이뤄졌으면 하고 생각하는 것의 기본형은 ‘바라다’이다. 어간 ‘바라-’에 종결어미 ‘-아’가 붙으면 ‘바라아’가 되고 줄어서 ‘바라’가 된다. ‘타다’의 ‘타+아(타아)’가 ‘타’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기본형이 ‘바래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빛이 바랬다”처럼 이는 볕이나 습기를 받아 색이 변한다는 뜻을 가진 낱말이다.   ㉢의 ‘받으십시요’는 괜찮을까? 정중한 명령이나 권유 등을 나타내는 종결어미는 ‘-십시오’가 맞는 말이다. ‘받으십시오’로 바꿔야 한다.   ‘㉣ 행복한 한 해 보내세요’에서 ‘보내세요’의 ‘-세요’는 명령·요청의 뜻을 나타내는 어미 ‘-시어요’의 준말로 문제가 없는 표현이다. 따라서 정답은 ㉣.우리말 바루기 적절 새해 새해 인사

2026.01.0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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