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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세 가지 안 하는 2026

새해가 주어진다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이다. 오토파일럿 모드로 그날그날 흘러가던 일상에 하나의 획을 긋고, 무언가 새롭게 다짐할 이유와 시간을 선물해 주기 때문이다. 해가 깊어지며 그 결심은 희미해질 수 있겠지만, 그래도 방향을 재조정할 수 있는 출발점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감사하다. 2026년 첫 아침, 나는 올해 무엇을 더 할까가 아니라 무엇을 안 할까를 생각해본다.   첫째, 게으르지 말기로 다짐한다. 대부분이 은퇴하거나 삶의 속도를 늦출 수도 있는 나이에, 나는 매주 한 시간 반짜리 영어 북클럽 네 개를 인도하고, 주 평균 15~20시간의 상담과 부모코칭을 이어가며 분주하게 살아간다. 겉으로 보면 매우 부지런한 삶처럼 보인다. 그렇게 바쁘게 살지 말라고 말리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사실 의지박약한 나는 일정 사이사이놀랄 만큼 게으른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감정 노동을 많이 하니까 셀프 케어를잘해야 해, 잘 쉬어줘야 해, 이런 핑계로 넷플릭스 앞에서 참 많은 시간이 잘도 술술 흘러간다. 가끔 수도쿠(SUDOKU)라는 숫자 게임을 온라인에서 하기 시작하면, 가장 어려운 Evil 레벨에서 최고 5% 이내라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하염없이 숫자와 씨름을 하기도 한다. 아, 마음이 불편해질 만큼의 이런 게으름은 올해부터는 청산하고 싶다. 무감각한 게으름의 시간 대신, 더 지혜롭게 진짜 나를 돌보는 찐 쉼의 시간을 가지고 싶다.   둘째, 무심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무심하다’는 마음(心)이 없다/쓰지 않는다는 뜻이다. 뭔가 감정의 온도가 낮고, 반응이 희미하고, 어떤 일이나 사람에게 관심이나 신경을 거의 두지 않는 상태를 말할 것이다. 나는 절대 무심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다. 아는 모든 사람의 삶에 관심이 있고 어떻게 지내는지 알고 싶다. 그런데 짜여진 일정을 바삐 소화하다 보면, 어떤 관계들은 나도 모르게 무심해지기도 한다.   바쁘니 이해하겠지라는 생각으로 무심함을 정당화하는 것은, 순전히 내 마음이 편해지고 싶어서다. 그러다 보면 마음 한편으로 미안한 생각이 드는 사람들, 이들에게 올해는 좀 덜 무심하고 싶다. 가까운 사람이나 일로 맺어진 관계뿐 아니라, 바쁜 내가 부담될까 봐 먼저 말을 꺼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올해는 내가 먼저 안부를 물을 수 있는 마음이 되었으면 좋겠다.     셋째, 비겁함과 타협하지 않기로 한다. 비겁해지는 것은 마음이 약해서가 아니다. 두려움의 크기를 실제보다 과장해서 읽을 때, 그래서 용기가 부족해질 때, 우리는 비겁해진다. 자꾸 뒤로 물러나게 된다. 비겁함은 어떤 의미에서 정서적인 게으름이다. 감정 소모와 상처의 가능성이 두려워 핑계 뒤에 숨고 마는 그런 비겁함이 올해는 없었으면 좋겠다. 두려워 보여도, 직면했을 때 그 뒤에 숨겨져 있을 수 있는 회복을 더 기대하며, 올해는 ‘필요한 한 걸음’을 내딛는 용기를 매사에 적용하고 싶다.   게으름, 무심함, 비겁함, 이 세 가지에서 벗어나려는 결심은 아마 실천하기 매우 어려울 것이다. 어쩌면 자주 실패할 것이다. 그러나 이 길만이 나의 소중한 자산인 시간, 인간관계, 그리고 정신적·육체적 건강을 잘 지키는 길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기에, 나는 한 번 결심해본다. 오늘 하루 게으르지는 않았는지, 무심하지는 않았는지, 비겁하지는 않았는지, 열심히 점검하며 2026 한 해를 살아보겠다고! Happy 2026! ([email protected]) 김선주 / NJ 케어플러스 심리치료사살며 생각하며 게으름 무심함 시간 인간관계 시간 대신

2026.01.07. 22:35

[길 위의 인문학] 버질 거리에서 희망을 읽다

LA에 사는 한인들 가운데 버질 거리(Virgil Avenue)를 모르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LA 코리아타운을 가로지르는 윌셔 거리에서 시작해 병원과 한국 식당, 여러 한인 교회들이 자리한 익숙한 길이다. 일상의 동선이자 생활의 일부가 된 거리다.   버질 거리는 1886년 LA의 도시 개발사에 처음 등장한다. 부동산 업자였던 조지와 클라라 샤토(George and Clara Shatto) 부부, 그리고 존 말트먼(John S. Mattman)이 자신들의 토지 15에이커를 당시 LA 대학교(Los Angeles University)에 기부하면서 서쪽 지경이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거리들이 만들어졌고, 커먼웰스(Commonwealth), 마이애미(현 웨스트모어랜드), 그리고 버질이라는 이름이 동시에 탄생했다. 다만 누가, 어떤 의도로 ‘버질’이라는 이름을 붙였는지는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다.   버질은 고대 로마 최고의 시인이자 건국 서사시를 남긴 베르길리우스의 영어식 이름이다. 그의 로마식 정식 이름은 푸블리우스 베르길리우스 마로(Publius Vergilius Maro). 그는 기원전 1세기 로마 제국 초기, 문학과 정치가 긴밀히 맞물려 있던 시대를 살았다. 후대에 ‘로마의 시성(詩聖)’으로 추앙받았고,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의 후원을 받으며 로마의 국가적 자부심을 담은 대서사시 『아이네이스(Aeneis)』를 남겼다.   베르길리우스는 기원전 70년, 북부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 안데스에서 태어났다. 가난했지만 아들의 재능을 믿었던 아버지는 성인식을 치른 뒤 그를 지방 대도시로 유학 보내 수사학을 공부하게 했다. 이후 로마로 옮겨 당시 유망주였던 옥타비아누스(훗날 아우구스투스), 안토니우스 등과 함께 수사학을 배웠다.   그러나 그는 웅변가로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대신 『카타렙톤』을 통해 시적 재능을 인정받았고, 호라티우스 등 당대 문인들과 교류하며 시인의 길로 방향을 확고히 했다. 기원전 29년 『농경가』를 발표하며 명성을 얻었고, 『아이네이스』로 로마 문학의 정점에 올랐다.   『아이네이스』는 로마의 건국 신화를 노래한 서사시다. 그리스 문학에서 호머가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로 차지하는 위치에 버금가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단테는 베르길리우스를 “모든 시인의 영광이자 빛”이라 부르며 자신의 스승으로 삼았고, 밀턴은 그를 넘어야 할 거대한 문학적 산으로 인식하며 『실낙원』을 집필했다. T.S. 엘리엇은 베르길리우스를 “유럽의 시인”이라 칭했고, 빅토르 위고 역시 그를 호머와 동급의 ‘영혼의 시인’으로 평가했다.   미국 곳곳에는 베르길리우스의 이름을 딴 거리와 마을이 남아 있다. LA의 버질 거리와 버질 빌리지(Virgil Village)를 비롯해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버질 스트리트, 사우스다코다와 뉴욕주의 버질 타운 등이 그렇다. 사우스다코다의 경우 라틴어식 ‘Vergilius’를 그대로 쓰고, 캘리포니아 캐스트로 밸리에는 ‘Vergil Street’라는 표기가 사용된다. 영어권에서도 Virgil과 Vergil이 공존하는 점은 흥미롭다.   『아이네이스』는 베르길리우스의 대표작이자 마지막 작품이다. 그는 기원전 19년, 작품을 완성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생전에 충분히 다듬지 못했다며 원고를 불태우라는 유언을 남겼지만, 그의 문학적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았던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공개와 출판을 명령하면서 이 작품은 세상에 남게 되었다.   서사시는 트로이 전쟁 이후를 배경으로 한다. 트로이가 함락된 뒤, 베누스의 아들 아이네이스는 신들의 예언에 따라 더 위대한 나라를 세우라는 사명을 받고 고난의 여정을 떠난다. 수많은 시련 끝에 이탈리아 땅에 도착해 로마 건국의 토대를 마련한다. 베르길리우스는 이 이야기를 통해 로마 시민이 지녀야 할 덕목, 그리고 절망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희망의 가치를 노래했다.   아이네이스에게 주어진 신탁이 ‘로마 건국’이었다면, 베르길리우스 자신에게 주어진 신탁은 ‘희망을 노래하는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오늘도 버질 거리를 오간다. 병원과 식당, 교회가 늘어선 이 길 위에서 로마의 시인이 남긴 희망의 서사를 떠올린다. 베르길리우스가 노래했던 것처럼,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희망은 사라지지 않는다. 버질 거리를 지나며, 희망의 노래로 새해를 시작한다.  강태광 / 월드쉐어USA 대표·목사길 위의 인문학 거리 희망 푸블리우스 베르길리우스 로마 문학 로마식 정식

2026.01.0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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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그냥 지나 ‘칠순’ 없지!

지난 12월 15일이 내 생일이었다. 앞의 숫자가 바뀌는 7학년 생일. 흔히들 고희, 또는 종심으로 부르는 칠순 생일.   남편이 속한 GGM 밴드가 선교후원을 하는 음악회가 내 생일과 비슷한 날짜에 있어 뭐로 도울까 하다가, 그날 오신 모든 손님들께 식사대접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생일즈음에 한국의 동창이 “그냥 지나 〈칠순〉 없지!”하고 카톡을 보낸 터여서 무언가 뜻있는 칠순을 보내고 싶었다.   가족 외식은 생략하고 대신 참석 예상 100명의 인원께 소박하나마 식사를 제공할 수 있다면 그도 의의가 있을 것 같았다. 교우들의 도움을 받아 비프와 치킨 테리야키, 샐러드, 김치, 과일컵의 간단한 메뉴를 120인분 준비하였다. 오신 손님들이 모두 맛있다 칭찬하신 한 끼를 대접할 수 있어서 뿌듯했다.   남편과 나만 아는 비밀로 준비했는데 남편이 인사말에서 생일밥이라 말해서 내 생애 가장 많은 축하인사를 받은 생일이 되었다. 그날 와주신 분들은 선교후원만 하신 게 아니라 덤으로 내 생일도 함께 축하해 주셔서 더욱 감사하다.   음악회 끝난 후엔 돕느라 수고했다며 보상으로 짧은 여행을 다녀오고, 코스트코의 먼지만 한 보석으로 만든 귀걸이도 받았으니 내겐 과분한 생일을 보냈다. 평소엔 성탄절 즈음의 생일이라 성탄과 생일이 섞인 축하로 두루뭉술 지내던 생일이었는데 말이다.   그 다음 주엔 교회에서 권사 은퇴식을 베풀어 주셨다. 무거운 축하패와 예쁜 꽃다발로 축하를 받았다. 온 교우들 앞에서 만 70살 되었다고 공표한 셈이다. 예전에 평균수명이 짧았을 때의 전통인 듯하나, 100세 시대인 지금 70세가 축하할 일은 아니지만 하여튼 빼도 박도 못할 자타공인 칠십이 되었다.   젊을 땐 이 나이 되도록 산다는 생각은 해보지도 않았는데, 쏜 화살 같은 세월은 친정아버지보다 더 오래 살도록 살려두었다. 온갖 병을 친구 삼아 민폐란 민폐를 다 끼치고 이 날까지 살아온 게 기적이다. 주변의 수많은 우렁각시와 신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삶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용서할 일보다   용서받을 일이 많아지는 것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보고 싶은 사람보다   볼 수 없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기다리고 있던 슬픔을 순서대로 만나는 것이다   세월은 말을 타고 가고   나이가 든다는 것은 마침내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도 이별하게 되는 것이다”   -김재진 ‘나이’   동갑내기 시인의 시이다. 슬프기도 기쁘기도 한 복잡 미묘한 시. 칠순의 내 마음 같다.  이정아 / 수필가이 아침에 칠순 칠순 생일 성탄과 생일 7학년 생일

2026.01.07.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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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한인 단체의 공금, 투명한가

조선 중종 때 청백리로 이름을 떨친 유학자 최부는 공과 사의 구분이 칼날처럼 엄격한 인물이었다. 홍문관 응교로 재직하던 시절, 그를 보좌하던 송흠과 함께 휴가를 받아 고향으로 내려간 일이 있다. 송흠의 고향은 전라도 영광, 최부의 고향은 나주였다. 송흠은 고향에 들렀다가 인근 나주에 머물고 있던 최부를 찾아가 인사를 올렸다.   담소를 나누던 중 최부는 송흠이 타고 온 말을 가리키며 물었다. “저 말은 무슨 말인가?” 송흠이 “역마입니다”라고 답하자, 최부의 얼굴이 굳어졌다. 역마는 공무 수행을 위해 국가가 빌려주는 말이었다. 최부는 “그 말은 자네 고향까지 타고 가라고 준 공적인 말인데, 사적인 방문에 사용한 것이 옳은가”라며 엄하게 꾸짖었다.   송흠은 섭섭한 마음을 안고 상경했지만, 최부는 그 일을 그대로 넘기지 않았다. 휴가가 끝난 뒤 대간에 사실을 알렸고, 결국 송흠은 파면되었다. 이후 하직 인사를 하러 온 송흠의 손을 잡고 최부는 말했다. “자네 같은 젊은 인재일수록 공과 사를 더욱 엄격히 가려야 하네.” 그 순간 송흠은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마음의 앙금이 씻겨 내려갔다고 전해진다.   이 일화는 공공의 재산을 사소하게라도 사적으로 쓰는 일이 얼마나 엄중한 문제인지를 일깨운다. 공금은 개인의 돈이 아니라 공동체가 맡긴 돈이다. 국가의 돈이면 국민의 것이고, 단체의 돈이면 구성원 모두의 것이다. 공금유용은 이를 잠시라도 사적으로 돌려 쓰는 행위이고, 공금횡령은 아예 불법으로 가로채는 범죄다. 형태는 달라도 공과 사의 경계를 허무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다.   오늘날 한국 사회와 우리 동포 사회를 돌아보면 공금 유용과 횡령, 청탁과 비자금 조성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 정치와 사회 곳곳에서 반복되는 부패의 뉴스는 마치 범죄 열전이 이 나라의 역사인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한다.     미주 한인 사회 역시 예외가 아니다. 각종 재단과 비영리 단체, 동포 성금과 공적 지원금이 투명하게 관리되지 못하고 논란 속에 사라진 사례들이 적지 않다. 책임지는 사람도, 부끄러워하는 반성도 없이 흐지부지되는 일이 반복돼 왔다.   국가 예산이나 동포들의 성금, 대표 단체의 기금은 명백한 공금이다. 수입과 지출은 한 푼의 오차도 없이 공개되고, 공인 회계 감사를 거쳐 투명하게 보고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기본 원칙이 제대로 지켜진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현실은 부끄럽기 그지없다.   문제의 근원은 분명하다. 개인의 도덕 의식이 무너지고, 이를 제어할 민주적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고치기 위해서는 동포 개개인의 윤리 의식을 다시 세우는 일, 공공 감시에 기반한 민주적 운영 원칙을 정착시키는 일, 그리고 부정을 저지른 이들을 공동체가 단호히 배제하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옛 선현들이 강조했던 상호 감시와 책임의 원칙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투명한 회계와 엄정한 책임이 일상화될 때, 공동체를 위해 기부한 이들의 선의가 보호되고 신뢰가 쌓인다. 공금을 둘러싼 시비가 사라진 사회야말로 건강한 공동체의 출발점이다.   새해를 맞아 다시 자문해보자. 우리는 공금을 얼마나 가볍게 다루어 왔는가. 이제는 관행이라는 이름의 방관을 멈추고, 실천으로 답해야 할 때다. 공금으로 인한 논란이 더는 되풀이되지 않는 공동체를 기대해 본다. 이상훈 / 수필가발언대 한인 단체 공금 유용 비영리 단체 동포 개개인

2026.01.07.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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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256만의 기대, 11월 투표로

재외동포청이 최근 발표한 ‘2025 재외동포현황’은 미주 한인 사회가 여전히 전 세계 동포 사회의 심장부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통계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미국 거주 한인(한국 국적자 포함)은 약 256만 명으로, 이는 전세계 재외동포의 약 36%에 달하는 압도적인 수치다.   새해 미주 한인 사회 앞에는 중대한 이정표가 놓여 있다. 11월 치러질 미국 중간선거다. 이번 선거는 256만 한인의 목소리를 ‘정치적 영향력’으로 전환해야 하는 시험대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기대되는 대목은 한인 신진 정치인들의 활약이다. 올해 선거에서는 선배 정치인들이 닦아놓은 기반 위에서 젊고 참신한 인재들이 의회에 대거 진입해 세대교체와 저변 확대를 동시에 이뤄야 한다.   한인 2세와 3세들이 주류 정계에서 활약하는 것은 한인 사회의 권익 증진은 물론, 불확실한 국제 정세속에서 한미 관계의 가교 역할을 견고히 하는 핵심 동력이 되어야 한다.   정치력 신장은 후보자의 역량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커뮤니티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과 참여가 뒷받침돼야 한다. 인구 통계는 그 숫자가 ‘투표권 행사’로 연결될 때 비로소 정치권이 두려워하는 권력이 된다. 한인 사회 구성원 모두가 유권자 등록부터 투표 참여까지 조직적으로 움직여, 우리 공동체의 요구사항이 미 정계의 핵심 의제로 다뤄지도록 압박해야 한다.   2026년 중간선거는 미주 한인 사회의 정치적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릴 절호의 기회다. 256만 명의 응축된 에너지가 11월 투표장에서 폭발해, 더 많은 한인 정치인 탄생과 정치력 확장의 결실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사설 기대 투표 한인 사회 투표권 행사 투표 참여

2026.01.07. 20:17

[사설] 정의는 바른 길이어야 한다

지난 1월3일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63) 대통령을 전격 체포해 미국으로 송환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마약 테러리즘에 대한 사법적 승리라고 평가했지만, 한 국가의 수장을 무력으로 체포해 자국 법정에 세운 이번 조치는 국제사회에 심각한 논란을 남겼다. 독재 정권의 종식과는 별개로, 이번 사건은 법치가 아닌 힘의 논리가 국제질서를 대신할 수 있다는 위험한 선례가 됐기 때문이다.   마두로는 나쁜 지도자였다. 12년간의 장기 집권과 부정선거, 인권 탄압으로 권력을 유지했고, 세계 최대 수준의 석유 자원을 보유하고도 무능한 정책으로 국민을 빈곤과 기아로 내몰았다. 그의 통치는 분명 종식돼야 했다.   그러나 이번 사안의 핵심은 마두로의 선악 여부가 아니라, 한 국가가 타국 영토에서 현직 지도자를 체포해 압송하는 행위의 정당성이다. 국제 형사 사법은 사법 공조와 공식적인 인도 절차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기본 원칙이다. 이를 무시한 이번 작전은 적법성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한 전례를 들어 이번 작전을 옹호한다. 그러나 두 사건은 대상의 지위와 법적 근거에서 본질적으로 다르다. 빈 라덴은 비국가 테러 조직의 우두머리였고, 그의 사살은 9·11 테러 이후 의회의 승인을 받은 ‘무력사용권한(AUMF)’에 따른 전시 작전이었다. 반면 마두로는 주권 국가의 현직 수장이며, 체포 명분은 일반 형사법상의 마약 혐의다. 이를 자위권이나 미국민 보호 권한으로 정당화하는 것은 자의적 법 해석이라는 비판을 낳는다.   더 우려스러운 대목은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향후 통치에 관여할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다. 이는 사법 집행을 넘어 사실상의 정권 교체와 내정 개입으로 비칠 수 있다. 외부의 강제 개입은 내부 정치의 정당성을 약화시키고, 그 피해는 결국 베네수엘라 국민에게 돌아간다.   미주 한인사회가 이번 사태를 복잡한 심경으로 지켜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정학적 갈등이 첨예한 한반도를 모국으로 둔 우리에게, 강대국의 일방적 무력 행사는 결코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힘의 논리가 법과 원칙을 압도할 때 어떤 비극이 초래되는지 우리는 역사 속에서 이미 뼈저리게 경험했다.   나쁜 지도자는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그 책임을 묻는 방식은 규범에 기반한 질서(Rules-based Order)에 따라야 한다. 원칙은 때로 더디고 고통스럽다. 하지만 빠른 길보다 바른 길을 택할 때에만 다음 세대에 부끄럽지 않은 질서를 남길 수 있다.사설 비국가 테러 일반 형사법상 마약 테러리즘

2026.01.07. 20:16

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시카고 베어스 vs 그린베이 패커스

시카고 풋볼팬들은 모처럼만의 플레이오프에 열광하고 있다. 그것도 베어스의 영원한 숙적 그린베이 패커스와의 승부다. 두 팀 모두 양보할 수 없는 한판 승부를 앞두고 있으니 팬들의 갈망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사실 베어스는 패커스와 함께 미프로풋볼(NFL)의 가장 오래된 팀으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지만 최근 성적만 놓고 보면 패커스에 한참 뒤져 있다. 현재 베어스가 속한 내셔널풋볼컨퍼런스 북부지구서 우승을 차지한 적은 지난 2018년. 올해 모처럼만에 지구 우승을 차지했으니 7년만에 경사를 맞았다. 그 전에는 2010년일 정도로 지구 우승은 베어스에 힘든 목표였다. 2010년 이후 올해를 포함해도 단 세 차례 지구 우승을 차지할 동안 패커스는 지구 우승을 휩쓸었다. 같은 기간 동안 패커스는 수퍼보울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지만 베어스는 우승권과는 거리가 멀었다. 2006년 시즌 수퍼보울에 진출한 이후 베어스는 수퍼보울은 커녕 플레이오프와도 인연이 멀었다. 그만큼 베어스의 암흑기는 길었다. 이 기간 동안 숱한 감독이 베어스에 왔다가 곧 사라졌다.     그랬던 베어스가 올해 달라졌다. 벤 존슨 감독이 부임한 첫해 성과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팀 성적이 개선됐고 팬들의 기대감도 높아져갔다. 지난해 5승 12패였던 팀 성적이 올해 11승 6패로 좋아졌다. 2년생 쿼터백인 칼렙 윌리엄스는 보다 안정된 기량으로 결정적인 패스를 성공시키며 팀 승리를 이끌고 있다. 특히 러싱 공격은 리그 수준급으로 디안드레 스위프트와 카일 모나가이 듀오의 파괴력이 강력해졌다. 패커스와의 올해 전적만 놓고 봐도 1승1패다. 원정 경기에서는 경기 막판 가로채기를 허용하면서 동점 기회를 날렸지만 지난달 20일 솔저필드에서 열린 경기에서는 경기 막판 동점에 성공하더니 연장전에서는 장거리 패스를 성공시키며 짜릿한 역전승을 기록했다. 사실 이 경기는 경기 막판까지 크게 뒤지며 패색이 짙었으나 성공 확률이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온사이드 킥을 성공시키면서 베어스가 경기를 뒤집었다.     사실 베어스는 지난해 패커스전에서 1승1패를 기록하면서 만년 열세였던 전적을 어느 정도 돌려놓는데 성공했다. 2년 연속 상대 전적 1승1패를 거두면서 이전 애론 로저스가 패커스 소속일 때 처참했던 상대 전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올해 패커스와의 플레이오프전이 더욱 기대된다.     베어스가 올해 선전하고 있는 이유는 존슨 감독에서부터 찾을 수 있다. 올해 39세인 존슨 감독은 지난해까지 디트로이트 라이온스 공격 코치로 있다가 올해 베어스에 합류했다. 30대 감독인만큼 그가 선수들과 허물없이 대하는 모습은 이전 베어스 감독들과 사뭇 달랐다. 특히 승리가 확정된 이후 라커룸에서 선수들을 상대로 하는 연설은 일품이다. ‘오늘 승리가 전부가 아니다. 우리에게는 다음 경기가 있고 다음 대결에서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내용의 연설은 선수들을 하나로 뭉치는데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그의 전매특허인 베어스 구호는 이제 팀 단결의 주요한 장치가 됐다. 존슨 감독의 구호는 ‘Good, better, best. Never let it rest. Til your good becomes your better and your better becomes your best’로 되어 있다. 경기에 승리하고 나서도 발전이 있어야 함을 강조한 이 구호는 존슨 감독이 다니던 고등학교 풋볼팀 코치가 착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올해 베어스 라커룸에서 나온 이 구호야말로 현재 베어스 팀을 제대로 설명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경기 내용도 이 구호와 닮아 있다. 20일 패커스전이 대표적인 사례인데 올해 베어스는 경기 내내 힘든 경기를 하다가도 막판에 뒤집는 저력을 보여 왔다. 경기 종료 고작 몇분 사이에 역전을 하거나 상대 필드골을 블로킹 하면서 짜릿한 승리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베어스 팬들이 더 흥분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경기 결과와는 다른 차원이지만 베어스 구단은 현재 새 구장을 물색하고 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솔저필드는 시카고 시청 소유로 구단이 구장을 맘껏 활용하기는 어려운 상태다. 규모도 작아 리그에서 가장 적은 수용 인원을 확보하고 있으니 보다 최신 시설을 갖춘 큰 규모의 경기장을 찾고 싶은 구단의 입장은 어렵지 않게 동의할 수 있다. 하지만 주정부가 새 구장 건축에 적극 나서지 않자 인디애나주 개리 인근을 후보지로 물색하면서 시카고가 아닌 지역에 홈 구장을 건설할 수도 있다는 의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베어스 팬들 입장에서는 여간 서운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베어스는 오랜만에 지구 우승을 차지하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요즘 NFL 플레이오프는 각 컨퍼런스에서 7팀이 올라가는데 1번 시드팀은 첫번째 라운드인 와일드카드전을 건너뛴다. 나머지 6개팀이 와일드 카드전을 펼치고 여기서 승리한 팀간에 디비전 시리즈, 디비전 시리즈 승자가 컨퍼런스 챔피언전을 갖는다. 이 경기에서 승리한 최종 2팀이 수퍼보울에서 격돌하는 방식이다.     베어스는 올해 내셔널풋볼컨퍼런스 2번 시드를 받았다. 와일드 카드전도 솔저필드에서 갖고 이 경기에서 승리하면 맞게 되는 디비전 시리즈 역시 홈에서 갖게 된다. 적어도 첫 2경기에서는 홈필드 어드밴티지를 안고 있는 것이다.     베어스와 패커스간 플레이오프전은 10일 오후 7시에 시작하며 폭스TV(채널 32)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통해 생중계된다. 이번 경기도 베어스 팬들이 패커스를 상징하는 치즈를 갈아내는 슈레더를 머리에 쓰고 환호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Nathan Park 기자시사분석 그린베이 현재 베어스 이후 베어스 사실 베어스

2026.01.07.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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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의힘 쇄신, 윤과의 절연 없이 가능한가

━ 장동혁 대표, 계엄 공식 사과, 만시지탄이나 환영 ━ ‘윤 어게인’과 절연 분명히 밝혀 진정성 입증해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7일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계엄 선포에 대해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이었다”고 했다. 장 대표는 “(계엄으로) 국민께 큰 혼란과 불편을 드렸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으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의 일들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과 역사의 평가에 맡겨 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장 대표가 취임 135일 만에 민주주의 헌정 질서를 훼손한 12·3 계엄을 사과하고, 당시 집권당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힌 점을 평가한다. 시기적으로 늦긴 했지만 당 대표가 공식적으로 계엄을 잘못된 것이었다고 규정하고 사과한 것은 보수 정당 쇄신의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라 할 수 있다. 국민의힘 강성 지지층이 핵심 기반인 정치인으로서 쉽지 않았을 결단을 내린 점도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국민 눈높이에서는 부족한 측면이 작지 않다. 무엇보다 장 대표는 윤석열 전 대통령 및 그 추종 세력과 절연할 뜻을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당장 당 외부에서는 물론 당내에서조차 사과의 진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계엄을 사과한다면서 계엄 책임자인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 청산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니 사과의 의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한편으로는 계엄을 사과하고, 한편으로는 계엄을 ‘계몽령’이라 옹호해 온 강성 유튜버의 입당을 받아들이는 행보를 보인 것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장 대표는 당 안팎의 쇄신 요구가 빗발치는데도 마이동풍 행보를 계속해 왔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천 헌금 의혹과 갑질 논란 등 숱한 악재에 휩싸였는데도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대를 벗어나지 못한 건 강성 지지층 결집에만 매몰된 노선을 고수해 온 장 대표에게 큰 책임이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 안철수 의원, 이명박 전 대통령에 이어 같은 지도부 멤버였던 김도읍 의원마저 정책위의장을 사퇴하며 장 대표에게 태세 전환을 촉구한 이유다. 그런 압박을 의식했는지 장 대표가 회견 일정을 하루 당겨 쇄신안을 내놓은 점은 다행이다. 장 대표는 계엄 사과를 전환점으로 삼아 다섯 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 대비해 온건·중도층을 향한 외연 확장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그런 전략이 순항하기 위해서는 ‘윤 어게인’ 세력과 절연한다고 분명하게 선언함으로써 중도 확장과 보수 통합을 위한 쇄신 의지를 입증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한동훈 전 대표 징계 논란 등으로 위험수위에 이른 당내 갈등을 수습하는 리더십과 포용력을 발휘해야만 한다. 이런 행동들의 뒷받침 없이 당명을 바꾸는 것만으로 보수가 거듭났다는 평가를 받기는 극히 어려울 것이다.

2026.01.07. 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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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희토류 보복 꺼낸 중국, 시험받는 한국 외교

━ 전략자원 무기화 시대, 일본 넘어 한국에도 경고 ━ 외교적 노력과 동시에 희토류 대책 만전 기해야 중국이 일본을 상대로 희토류 수출을 금지하는 보복 조치를 단행했다. 군사용 전환이 가능한 ‘이중용도 물자’ 수출을 전면 금지함으로써 조치는 대만해협을 둘러싼 중국의 레드라인을 분명히 한 것이다. 더 나아가 중국산 희토류를 일본에 재수출하는 제3국까지 처벌하겠다는 ‘세컨더리 보이콧’도 이번 조치에 포함시켰다. 중국은 외교 갈등이 있을 때마다 희토류 카드를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해 왔다. 지난해 중국이 희토류 자석 수출을 통제하자 미국 포드자동차가 공장 가동을 중단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를 일부 완화했다. 2010년 중·일 간의 센카쿠열도 분쟁 때에는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중단하자 일본이 하루 만에 나포했던 중국인 선장을 석방하며 백기투항한 선례가 있다. 이번 조치가 일본에 단행된 것이긴 하지만 한국에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더구나 이번 조치가 이재명 대통령의 국빈 방중 기간에 발표됐다는 점을 단순한 우연으로만 치부할 수 없다. 대만 문제를 포함한 현안에서 한국이 일본처럼 중국의 이익에 반하는 행보를 보일 경우, 똑같은 보복조치를 당할 수 있다는 계산된 경고를 보낸 셈이다. 또한 이 대통령에게 극진한 의전을 베풀며 선린 우호와 전략적 신뢰를 강조하는 동시에 한국과 일본을 ‘갈라치기’하는 고도의 전략을 구사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이달 중순 일본을 방문해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와 만나기로 예정돼 있다는 점을 의식한 측면도 읽힌다. 그렇다고 중·일 갈등 국면에서 한국이 어느 한쪽의 편을 들 순 없다. 이 대통령이 어제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은 우리 역할이 제한적”이라고 밝힌 것은 갈수록 좁아지는 외교 공간을 솔직히 드러낸 발언이다. 그러나 ‘끼어들지 않는 외교’와 ‘준비하지 않는 외교’는 다르다. 한·중 관계 관리와 한·일 협력을 동시에 추진해 나가는 것 외에는 다른 길이 없다. 외교적 노력과는 별도로, 경제 안보 차원에서 우리의 희토류 대비책에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 한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에 취약하다는 점은 수치가 말해 준다. 관세청에 따르면 한국의 희토류 원재료 대중 의존도는 90%에 육박한다. 일본이 70%대인 것보다도 훨씬 대중 의존도가 높다. 전기차에 필수적인 영구자석의 90% 이상이 중국산이고, 차세대 전력 반도체 핵심 소재인 갈륨은 세계 생산량의 98%를 중국이 장악하고 있다. 중국이 특정 품목 하나만 조여도 한국 산업 기반이 크게 흔들릴 수 있는 취약한 구조다. 공급망 다변화와 비축 확대, 호주·캐나다 등과의 광물 협력, 재활용 기술 투자 등 선제적 대책이 시급하다.

2026.01.07. 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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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여의도의 윤석열들

윤석열·김건희 부부를 향한 국민의 시선에는 분노만큼이나 당혹감이 섞여 있다. 명색이 민주주의 국가에서 권력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대통령 부부가 아무런 조심성이나 경계심 없이 넘나들었던 장면은 어이없다. 비상계엄이라는 헌정사적 사건도 충격이었지만, 개인적으로 더 한심했던 것은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금품 수수 논란과 공적 영역의 사유화였다. 흔히 ‘제왕적 권력’이라고 하지만, 이들의 권력 행사에는 제왕의 품위라고는 없었다. 김 여사 의혹을 수사했던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현대판 매관매직’이라고 규정한 데 고개가 끄덕여진다. 개인 영지로 전락한 의원 지역구 공천권 통해 지방 정치 오염까지 윤·김 부부 권력 사유화의 로컬판 김병기·강선우만의 문제이겠나 비슷한 장면이 서울 동작구라는 지역 정치 현장에서도 포착됐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 부부를 둘러싼 의혹들이다. 수사와 사법적 판단이 남아 있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만 보더라도 권력이 작동하는 방식과 자신을 정당화하는 논리는 용산의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다. 부인까지 동원된 금품 수수, 사익을 위한 권력 행사, 보좌관을 향한 갑질, 증거 은폐 시도 등은 ‘윤·김 사태의 로컬판’이라 할 만하다. 김병기 의원은 국정원 출신으로 이재명 대표의 ‘블랙 요원’을 자처해 왔다. 정보기관 출신답게 언론을 통해 드러난 행보는 집요하고 용의주도했다. 부인의 수사 무마를 위해 ‘친윤 실세’라 비판하던 상대 당 의원에게 부탁하고, 살려 달라는 동료 의원의 읍소를 만일을 위해 녹음했다. 식당 CCTV 유출을 막으려 했던 정황은 증거 은폐의 의혹까지 짙게 풍긴다. 생존과 이익 앞에서는 물불 가릴 것 없다는 정치판 생존 본능을 몸소 보여줬다. 비리가 불거진 계기가 보좌진에 대한 갑질이라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아들의 편입 경로를 알아보라는 지시, 국비로 급여를 받는 보좌진을 개인 이사나 예비군 훈련 연기 업무에 동원했다는 폭로는 충격적이다. 국회의원의 보좌 인력을 개인 ‘집사’로 여긴 셈이다. 지역구가 공적 책임의 공간이 아니라 사적 지배의 영지로 전락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이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공천권 농단이다. 공천권은 정당 민주주의의 실질이자 핵심이다. 전직 구의원들이 제출한 탄원서에는 김 의원의 배우자에게 2020년 총선을 전후해 현금을 전달한 뒤 돌려받았다는 주장이 담겨 있다. 탄원서에는 배우자가 “명절 선물이라면 많고, 공천 헌금이라면 작다”는 등 거래를 시도한 정황까지 있다. 배우자가 구의회 법인카드를 건네받아 사적으로 사용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사실관계가 명확히 밝혀져야겠지만, 공적 권력이 사적 거래의 수단으로 변질했다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공천 비리가 동작구뿐이겠나. 당장 강선우 의원과 김경 서울시 의원 간에 공천 대가 1억원 수수 의혹이 불거졌다. 중앙정치가 지방정치 공천을 사실상 좌우하는 마당에 이런 음습한 거래는 구조적이라고 의심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수천만원의 현금이 ‘새우깡 쇼핑백’에 담겨 오갔다는 주장이 허무맹랑하게만 들리지 않는다. 이런 사례는 중앙정치에 포획된 지방정치가 얼마나 쉽게 왜곡될 수 있는지를 말해 준다. 중앙정치와 먹이사슬 관계를 맺고 있는 지방의회가 왜 반복적으로 인허가 비리 등에 연루되는지도 짐작된다. 모든 권력과 자원이 중앙으로만 쏠리는 구조가 결국 지방정치를 중앙 정치인의 사적 도구로 전락시킨다. 한국 정치를 두고 “위를 향한 소용돌이”라고 꿰뚫은 그레고리 헨더슨의 지적은 여전히 현재형이다. 김병기·강선우 의혹이 권력 핵심에까지 뻗칠 조짐이 보이자 민주당은 ‘개별 인사 일탈’이라며 꼬리 자르기에 나섰다. 정청래 대표는 “시스템 에러가 아니라 휴먼 에러일 뿐”이라며 야당의 특검 수용을 거부했다. 김경 서울시 의원과의 금전 거래가 발생했을 때 강선우 의원은 지방선거 공천관리위 간사였다. 공천헌금 존재를 폭로하는 탄원서가 제출됐을 때 김병기 의원은 총선 후보 검증위원장으로 이 탄원서를 뭉개버렸다. 이들의 존재가 곧 시스템이었다. 권력 사유화가 정당 시스템 내부에서 얼마나 손쉽게 자행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이 문제를 개인적 일탈로 축소해버린다면 윤석열-김건희 부부도 개인적 일탈일 뿐이다. 연루자 수십 명을 사법처리하거나, 유례없는 3개의 특검을 동시 가동하며 내란 극복을 앞세워 요란을 떨 필요도 없었다. 용산을 향해서는 ‘내란’과 ‘농단’이라는 거대 담론을 동원하면서 자당 핵심 인사의 의혹에는 ‘개인 문제’라는 방패를 꺼내 드는 것은 명백한 이중잣대다. 정의는 내 편의 허물 앞에서 더욱 날카로워야 한다. 세상의 모든 일탈은 개인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반복되는 일탈을 개인 문제로 축소하는 순간, 위기의 신호(signal)는 우연한 소음(noise) 정도로 치부되고 만다. 신호를 소음으로 오인하는 조직은 자정 능력을 상실하고 서서히 침몰한다. 대통령 부부가 내던 파탄의 신호를 소음 정도로 애써 무시하다 몰락한 과거 여당이 꼭 그랬다. 이현상([email protected])

2026.01.07. 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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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병건의 시시각각] 당신은 녹음되고 있다

도대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가 없다. 같은 당 국회의원들이 만난 자리에서 왜 녹음을 하는가. 적대국 스파이끼리 만났나. 황당하기 이를 데 없다. 녹취록 내용은 더 황당하다.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좌관이 1억원을 받았다며 민주당 강선우 의원은 “의원님 저 좀 살려주세요”라고 절절하게 매달리고, 당시 민주당 서울시당 공관위 간사였던 김병기 의원은 “어쩌자고 저한테 그걸 상의하셔가지고 진짜”라며 엮이는 걸 피하려 한다. 김 의원은 “의원님께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발을 빼려 하고, 강 의원은 흐느끼는 듯 “제가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라고 한탄한다. 녹취를 들어보면 마치 당시 대화 장면이 눈에 그려지듯 생생하다. 황당한 여당 동료 의원 간 녹취 집권 반년밖에 안 됐는데 잇단 의혹 민주당, 민심에 긴장감 보이지 않아 민주당이 빨라도 너무 빠르다. 지금 집권한 지 7개월밖에 안 지났다. 대통령 취임 후 겨우 반년을 채웠는데 집권 여당에선 벌써 이것저것 난맥상이 노출되고 있다. 이춘석 의원의 차명 주식투자가 튀어나오더니 ‘현지 누나’ 인사 청탁 문자가 등장했다. 급기야 2022년 ‘1억원 대화’ 녹취까지 등장했다. ‘살려주세요’ 녹취는 거기서 끝난 게 아니다. 2020년 총선 탄원서 전달 ‘녹음’으로 번졌다. 당시 김병기 의원 측이 공천 대가로 돈을 요구했다는 주장이 담긴 탄원서를 받아서 2023년 이수진 전 민주당 의원이 당 대표실에 전했는데 당시 김현지 보좌관이 “대표에게 전달됐다”고 답했고 이 녹음이 있다는 것이다. 녹취가 녹취로 이어지는 민주당이다. 집권 반년째 여당에서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건 정상이 아니다. 녹취 내용을 보니 정상이 아니고, 의혹이 불거진 뒤 여론을 대하는 자세도 오만하다. 민심을 살피고 긴장해야 하는데 개인 일탈로 간주할 뿐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통일교 로비 의혹이 불거지자 느닷없이 신천지를 특검에 끼워넣자고 요구하고, 윤석열 정부가 추진했으면 민주당이 거리로 뛰쳐나왔을 정통망법 개정안을 고민도 없이 일거에 처리해버린다. 이유는 간단하다. 국민이 민주당에 실망해 반대편을 돌아보니 그곳엔 어이없는 정당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국민의힘은 힘겹게 생업을 이어가는 국민에겐 가십거리도 되지 않는 ‘당게’로 집안싸움을 벌이고 있다. 한나라당, 새누리당, 국민의힘으로 이어진 당의 역사에서 이런 유치찬란한 자해성 갈등이 있었는지 기억에 없다. 그러니 민주당은 민심이 식어도 국민의힘엔 쉽게 가지 않을 것을 알고 있다. 녹취가 수면 위로 튀어나오는 건 그만큼 수면 아래 녹취가 만연해 있음을 시사한다. 녹취는 거시적으로 보면 한국 사회에 이른바 ‘신뢰 자본’이 소진돼 있음을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녹취를 뜨는 건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말이 달라지니 녹취를 떠서 당시를 사진처럼 굳혀 보험으로 삼으려 한다. 사실 신뢰 자본을 소진시키는 주역은 한국 정치다. 한국 정치를 보면 한국 사회가 얼마나 말이 달라지는 데에 관대한지 알 수 있다. 정권이 바뀌니 감사원이 말을 바꾸고, 검찰도 입장을 바꿔 항소를 포기한다. 대선에서 내놨던 말을 180도 바꾸는 건 애교에 속한다. 세금으로 집값 안 잡겠다더니 어느새 지방선거 후 보유세 증세를 선택지 안에 올려놨다. 여당과 정부는 김병기·강선우 의원 녹취 파문에 소극적이다. 국민 신뢰를 높이는 정방향으로 가기보다는 개인 일탈로 간주해 당에서 내보낸 뒤 시간을 끌고 뭉개는 길을 택하려는 것 아닌가 의심스럽다. 엄정 신속한 수사보다는 시간 끌기, 논란이 잊힐 즈음 부실 기소, 마지막은 검찰의 항소 포기라는 ‘신면죄부’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그럴 경우 이 나라엔 ‘국가는 힘 있는 이들만 챙긴다. 힘없는 나는 나 스스로가 지켜야 한다’는 경험치가 무의식에 깔리게 마련이다. 불신지옥 대한민국인가, 이래저래 녹취를 권하는 사회가 된다. 채병건([email protected])

2026.01.07. 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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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미·일·호 광물협력, 한국엔 위기이자 기회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미·중 전략 경쟁은 무역과 기술 분야를 넘어 자원과 공급망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전략광물은 국가안보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핵심광물과 희토류는 전기차·반도체·방산·신재생에너지 산업의 혈관 같은 존재다. 미국은 2025년 국가안보전략(NSS) 보고서에서 “공급망 보안이 곧 국가안보”라고 분명히 밝혔다. 특히 핵심광물 및 관련 공급망의 대외 의존을 국가안보 리스크로 규정하고, 핵심광물과 희토류를 전략적 자산으로 재정의했다. 자원 공급망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축소하고, 미국과 동맹국을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하겠다는 거대한 지정학적 설계가 본격화한 것이다. 3국, 채굴·정제기술과 시장 분담 한국도 공급망 단순 수요처 탈피 전략카드 활용, 핵심 파트너 돼야 이런 전략의 연장선에서 최근 미국·일본·호주가 광물의 탐사부터 채굴·정련·재활용까지 모든 과정을 아우르는 제휴를 강화하고 나서 주목된다. 미·일·호 3국 협력의 본질은 역할 분담의 체계화다. 호주는 자원 채굴을, 일본은 정제·가공 기술을, 미국은 거대한 수요 시장과 제도적 인센티브(IRA 등)를 각각 담당한다. 이는 단순한 구매선 다변화가 아니라 규범·금융·기술을 결합한 공급망 생태계 구축이다. 특정 국가의 자원 무기화에 대응하는 집단적 방어 장치이기도 하다. 미·일·호 3국 협력을 보면서 대한민국이 얻어야 할 시사점이 적지 않다. 첫째, 공급망 안보의 자산화다. 그동안 한국 기업들은 비용 효율성을 이유로 중국산 광물에 많이 의존해왔다. 그러나 핵심광물은 더 이상 값싼 원자재가 아니라 국가안보와 직결된 전략자산이란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 한국도 양자 협력에 머무르지 말고, 미·일·호 3국이 구축한 다자 협력체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동맹 중심의 공급망 재편은 선택이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인 현실이다. 둘째, 기술적 우위를 활용한 공급망 지렛대 확보다. 전략 광물의 최대 병목은 채굴보다 정련·가공에 있다. 한국은 천연자원 빈국이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제련 기술과 배터리 양극재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미국이 한국의 아연 제련 기업에 주목해 11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성사시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본이 정제 기술로 3국 협력의 한 축을 담당하듯 한국은 K제련 기술을 전략 카드로 활용해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단순한 수요처가 아닌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채굴은 호주, 정련은 한국, 수요 창출과 표준은 미국·일본과 연계하는 역할 분담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 셋째, 핵심광물에 대한 국가 전략지도를 재정비해야 한다. 산업별 수요 전망과 기술 로드맵을 연계해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고, 탐사·정련·재활용 중에 선택과 집중이 요구된다. 아울러 배터리 재활용과 대체 소재 개발을 전략의 중심에 놓아야 한다. 순환경제는 공급망 리스크를 낮추는 가장 현실적이고 신속한 해법이다. 넷째, 민관 협력 모델의 혁신이 시급하다. 일본의 에너지·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는 민간의 해외 자원 개발 리스크를 국가가 분담하는 성공 사례다. 한국도 국제 공조에 참여하는 선언적 차원을 넘어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전략 광물에 한해서는 국가 차원의 장기 구매계약보증, 정책금융 확대, 세제 혜택과 리스크 공유 장치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통상 외교의 정교함이 중요하다.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핵심광물은 한국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전략자산이다. 미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에 기여하는 대가로 한국 기업들이 인플레감축법(IRA) 세액공제 등 실질적 혜택을 꾸준히 누릴 수 있도록 치밀한 대미 협상 전략이 요구된다. 미·일·호 3국의 제휴는 한국에 위기이자 기회다. 동맹과 함께하지 않으면 리스크는 커지고, 기술과 정책을 결합하면 기회는 열린다. 한국은 공급망의 수동적 수요자가 아니라 규칙과 해법을 함께 만드는 능동적 파트너로 도약해야 한다. 지금은 정부와 기업이 원팀으로 자원안보라는 거대한 체스판 위에서 치밀한 행보를 이어가야 할 때다. 공급망 다변화의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한국경제의 미래 성장 동력은 쉽게 흔들릴 수 있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경숙 국가안보전략연구원·미래전략실 책임연구위원

2026.01.07. 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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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현의 시선] 캐나다 잠수함 수주는 대통령 프로젝트다

또 한 번 지는 길을 가고 있다는 걱정이 든다. 폴란드에 이어 이번엔 캐나다다. 지난해 말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으로 구성된 코리아 원팀은 폴란드의 신형 잠수함 도입 사업인 ‘오르카 프로젝트’ 최종 사업자 선정에서 스웨덴 샤브에 밀려 탈락했다. 한국의 유럽 방산 수출의 교두보인 폴란드. 퇴역을 앞둔 해군 잠수함 장보고함 무상 양도까지 제안하면서 공을 들였지만 고배를 마셨다. 폴란드에 이어 수주 실패 우려감 핵심은 국가 간 경제협력 패키지 K방산 도약 위해 대통령 나서야 스웨덴을 선택한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폴란드 국방부 장관은 발트해 작전 역량을 강조했다. 폴란드 앞바다인 발트해는 평균 수심이 50~100m 정도다. 폴란드 해군은 숙적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이 얕은 바다를 종횡무진 누비고 싶었을 터다. 그런데 한국은 디젤 잠수함으로는 최대 규모인 3600t급을 제안했다. 아반테를 희망하는 고객에게 풀옵션 제네시스를 사라고 한 격이다. 사브는 2000t급을 제안했다. 저간의 사정이 이러했는데, 지난해 9월 뉴욕에서 폴란드 대통령을 만난 이재명 대통령은 “한국산 무기는 품질도, 가성비도 좋고 납품 일정을 어기지 않는다”고 했다. K방산 수출 4대 강국을 국정 과제로 내건 이 대통령이 핵심을 놓친 셈이다. 3월 초 캐나다 초계잠수함 프로젝트(CPSP) 제안서 제출을 앞두고 발트해의 얕은 수심을 놓친 것과 비슷한 일이 벌어질 조짐이 보인다. 최대 12척을 도입할 예정인 캐나다 잠수함 프로젝트는 향후 30년간 유지·보수 비용까지 감안하면 최대 60조원짜리 프로젝트다. 한국의 단일 방산 수출계약으론 사상 최대 규모다. 상대는 ‘U보트의 나라’ 독일의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TKMS). 독일 잠수함은 한국 잠수함의 ‘스승’이기도 하다. 지난해 10월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직접 한화오션 거제조선소를 둘러봤다. 동행했던 김민석 총리는 최근 K방산 포럼에서 “카니 총리는 한화라는 기업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를 상대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했다. 이번 수주전의 핵심을 찌르는 말이다. 카니 총리 말대로 대형 방산 프로젝트는 단순히 기업이 아니라 G2G(정부 대 정부) 프로젝트다. 실제 캐나다 측은 한국에 자신들이 희망하는 18개 항의 경제협력 패키지를 타진하고 있다. 핵심은 캐나다 국민 자동차 산업 육성. 최근 캐나다 산업부 장관은 독일 폭스바겐이 전기차 배터리공장 설립을 제안한 사실까지 흘리면서 한국 측의 캐나다 현지 자동차 공장 설립 의향을 물었다고 한다. 이뿐이 아니다. 독일은 핵심 광물, LNG(액화천연가스), 수소 협력 등 다양한 절충 교역을 제안했다. 물론 기업의 해외 투자 여부를 정부가 이래라저래라 할 순 없다. 트럼프 관세 여파로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리고 있는 자동차 업계 입장에선 캐나다 공장 설립은 경영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각종 인센티브 제공과 공동 투자 등 기업 간 협력을 유도하는 묘수를 찾아낼 수 있다. 이번에 독일이 그러하듯, 이미 주요 국가들은 자국 기업과의 내부 조율을 통해 G2G 프로젝트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런데 제안서 제출 시한이 채 두 달도 안 남은 상황에서 정부와 관련 기업 간에 이런 긴박한 조율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국가안보실과 정책실 사이의 불협화음설까지 나오고 있다. 대형 원전·방산 프로젝트 수주전은 기본적으로 대통령 프로젝트다. 영광도, 상처도 대통령의 몫이다. 이명박 정부의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이나 윤석열 정부의 체코 원전 프로젝트가 그랬다. 이 대통령은 지난 경주 APEC 정상회의 때 빡빡한 일정에도 카니 총리와 오찬까지 함께 하며 잠수함 세일즈에 나섰다. 최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캐나다를 찾았고, 방산특사인 강훈식 비서실장의 방문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두 번의 정상회담이나 대리인 파견은 대통령이 직접 움직이는 것과는 무게감이 다르다. 그래서 이젠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할 때라는 말이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9년 한국의 첫 원전 수출을 위해 UAE 실세인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왕세제(현 대통령)와 새벽 통화도 마다치 않았다. 명색이 대한민국 대통령인데 여러 차례 일방적으로 통화가 연기돼 자존심이 상했지만 계속 시도했다고 회고했다. 현직 장관이 대거 포함된 대표단을 파견해 경제협력 방안을 브리핑했고, UAE가 숙적 이란의 안보 위협을 우려한다는 정곡을 찔러 파격적인 안보 협력 방안도 제시했다. 프랑스의 집요한 압박 속에 최종 수주 확정을 위해 UAE행 전용기에 몸을 실었다. 그러고 보니 당시 UAE 원전 수주액 규모가 이번 캐나다 잠수함 프로젝트와 엇비슷한 약 400억 달러(약 58조원)였다. 차세현([email protected])

2026.01.07. 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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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범의 퍼스펙티브] 노란봉투법, 시행 연기하고 독소조항 덜거나 보완해야

3월 시행 앞두고 혼란 키우는 노란봉투법 “노란봉투법은 근로자가 가지고 있는 파업이라는 권리를 보장해 주는 게 가장 큰 핵심입니다.(중략) 근로자의 권리도 존중받아야 하지만 기업 생존을 위한 권리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프니까 사장이다’라는 온라인 카페에 있는 글이다. 지난해 8월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개정안’(이하 ‘노란봉투법’)은 논란과 문제의 여지를 많이 안고 있다. 경영상 결정, 교섭·쟁의 대상돼 노사 분규·파업 더 증가할 전망 원·하청 간 사용자성 분쟁 늘고 불법 파업 손배 청구 어려워져 노조 가입률 13% 불과한 상황서 노동시장 양극화 해소 역할 미미 노란봉투법에 따르면 노동조합이 사업 경영상의 결정이 근로 조건에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하면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파업 등을 할 수 있다. 2년 반 동안 7000여건의 파업이 발생했던 1987년 민주화 초기와 비교하면 노사분규가 상당히 줄었으나 아직도 우리나라의 파업에 따른 근로손실일수는 독일 등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비교할 때 상당히 많다. 그럼에도 노란봉투법으로 인해 파업이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노란봉투법, 파업 대상 범위만 늘려 고용노동부 해석 지침에 따르면 합병·분할·매각·양도 등 사용자의 경영상 결정은 원칙적으로 교섭이나 쟁의 대상이 아니나 근로 조건이나 고용에 실질적이고 구체적 변동을 초래하는 조치가 있는 경우 교섭을 요구하고 파업을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실질적이고 구체적 변동을 초래하는 조치’에 대한 다툼과 분규가 많아질 것이다. 노란봉투법 이전과는 달리 정리해고도 교섭 대상에 포함됐다는 게 고용노동부의 해석이다. 또한 노란봉투법의 시행으로 하청업체 노동조합이 원청업체를 대상으로 단체교섭을 많이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용자의 범위를 ‘근로 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 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까지 확대했기 때문이다. 하청업체 노동조합이 원청이 자신들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주장하며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원청 사업체는 거부하는 등 ‘사용자성’을 둘러싼 분쟁이 앞으로 많아질 것이다. 불법 파업이나 직장 점거도 빈번해질 것이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의 불법 파업에 대한 사용자의 손해배상 청구를 아주 어렵게 만들었다. 노란봉투법이 제정되기 전에도 노조가 법원의 점거 중지 명령까지 지키지 않는 노동 현장에서 기업들은 노조나 노조원의 불법적 파업에 대한 민사상 배상 책임 추궁도 상당히 주저해 왔다. 이런 분위기 속 파업의 범위를 모호하게 확대하고, 불법 파업에 대해 면책 조항을 담은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의 무리하고 비합리적인 행태를 더욱 부추기게 될 수 있다. 노란봉투법으로 법원의 재량이 커짐으로써 법이 지향해야 할 법적 규범력을 약화해 사회 안정을 해칠 수도 있다. 향후 법이 시행되면 현장에서 다양한 해석이 이뤄지는 등 혼란이 빚어질 가능성은 분명하며, 최악의 경우 몇 년이 걸리는 대법원에서의 최종 판결이 나와야 비로소 혼란이 정리될 것이다. 이대로 시행된다면 ‘노란봉투법 전담재판부’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까지 이를 수도 있다. 노란봉투법에 대한 기업 현장의 우려와 걱정은 크다. 노란봉투법이 노사관계의 근본 틀을 흔드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노조법 체계 전반을 그대로 두고 사용자 및 파업 대상의 범위만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지난해 말 (노란봉투법의 실질적인 적용 대상이 될) 매출액 5000억원 이상 100개의 기업을 대상으로 노란봉투법이 노사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 10곳 중 약 9곳(매우 부정적 영향 42%, 다소 부정적 영향 45%)이 부정적 영향을 우려했다. 긍정적 영향을 기대하는 기업은 단 1개 기업에 불과했다. 부정적 영향을 주는 이유(복수 응답)로는 ‘하청 노조의 원청 대상 교섭요청과 과도한 내용의 요구 증가’(74.7%), ‘법 규정의 모호성으로 인한 실질적 지배력 등을 둘러싼 법적 분쟁 증가’(64.4%)를 들었다. 사용자 범위 확대로 인한 현장의 가장 큰 어려움은 응답 기업의 77.0%(복수응답)가 ‘실질적 지배력의 판단 기준이 모호해 원청의 사용자성에 대한 법적 갈등 증가’를 꼽았다. 노조의 불법 파업에 대한 사용자의 손해배상 요구 제한과 관련(복수응답)해서는 ‘불법 행위에 대한 면책 요구 증가’(59.0%), ‘쟁의행위 이외의 불법행위 증가’(49.0%), ‘사업장 점거 등 불법행위 증가’(40.0%) 등을 우려했다. 이런 우려가 이어질 만큼 노란봉투법은 우리나라 노동조합법의 근간인 협약자치주의를 무력화시키는 등 문제가 아주 많다. 모호한 행정 지침, 혼란 해소 역부족 집단적 행위인 불법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와 관련해 불법 파업에 참여한 개별 행위자별로 청구자에 증명 책임을 요구하는 노란봉투법의 조항은 민법상 손해배상책임 체계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조차 중요하게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전반적인 문제가 심각하다. 집단적 불법 행위에 참가한 노조원을 개별적으로 분리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도록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노란봉투법은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하지 못 하게 하는 법이다. 오는 3월 시행을 앞둔 노란봉투법이 여러 문제를 안고 있는 만큼 고용노동부가 준비한 해석 지침에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고용노동부가 해석지침(안)을 공개했음에도 ‘깜깜이 법안’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주요 쟁점에 대한 행정 지침의 구체성이 떨어져 시행 초기 산업 현장에서의 혼란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이 시행령에 대한 지배적인 평가다. 법 자체가 부실하다 보니 시행령으로 보완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노란봉투법에서 가장 논란이 큰 ‘원청의 교섭’과 관련해 사용자성 판단 기준을 ‘근로조건별 구조적 통제’로 했지만 경영계는 “구조적 통제라는 개념이 여전히 모호하다”고 걱정한다. 노동계는 “교섭과 쟁의 범위를 지나치게 좁혀 노조법 개정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며 “반쪽짜리 권리 보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노란봉투법에는 없으나 기존 다른 법에 있던 창구 단일화 원칙을 원·하청 교섭에도 그대로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시행령에 담았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노란봉투법의 취지를 무력화시키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고, 경영계는 시행령이 제시한 ‘교섭단위 분리’ 기준이 너무 넓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또한 정부는 노동위원회의 사용자성 인정 판정에도 원청이 교섭에 응하지 않으면 ‘부당노동행위’로 간주해 시정 명령을 내릴 수 있는 등 기존의 ‘노동위원회’ 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방침을 시행령과 지침에 담았다. 그러나 노동위원회의 결정은 행정 처분인 만큼 불복한 당사자가 행정소송으로 끌고 가면 최종 결론은 대법원에서 나는 한계가 있다. 원청 대기업, 혁신 에너지 소진될 듯 ‘사용자성’ 해석과 판단을 둘러싸고 벌어질 다툼에서 우위에 서겠다는 전략으로 이미 원청을 상대로 하청 노조들이 직접 교섭 요구로 압박에 나서면서 노동조합법 시행령도 통상임금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해석 지침처럼 현장에서 무용지물이 되고 혼란만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통상임금 관련 해석지침은 산업 현장에 상당 기간 극심한 혼란을 초래하고 2024년 말 대법원에 의해 법적으로 정리됐지만 노사 간 다툼은 여전하다. 노란봉투법이 노동시장 양극화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는 일부의 기대는 현실화하기 힘들다. 우리나라 노조는 대기업과 공공기관 중심으로 되어 있고 전체 근로자의 13%만이 가입돼 있다. 노조원이 아닌 87%에 해당하는 중소기업과 영세기업 근로자가 노조를 조직해 대기업에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일부는 원하는 것을 얻을 수는 있다. 그러나 대기업이라도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 속에 지급 능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대기업 근로자의 양보 없이 하청 중소기업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힘들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대기업 노조의 행태로 보면 통 큰 양보를 기대하기가 어렵고 수십, 수백 개에 이르는 하청업체 노조의 교섭 요구를 받고 상대해야 하는 원청 대기업은 혁신 노력에 투입해야 하는 에너지와 자원만을 소모하게 될 것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0) 정책’을 밀어붙여 민간 부문까지 확산을 기대했던 문재인 정부의 실패 사례를 돌아보면 노란봉투법이 양극화 완화에 기여할 가능성은 낮다. 기업 99%, 노란봉투법 보완입법 요구 뿐만 아니다. 노란봉투법은 청년 일자리 문제를 더욱 꼬이게 할 수 있다. 최근 국가데이터처 발표 자료에 따르면, 경제활동 상태를 물었을 때 ‘그냥 쉬었음’이라고 답한 청년층(15~29세)의 숫자는 약 40만명대 중반에 이른다. 노조가 견인하는 대기업의 과도한 임금 인상은 중소기업 인력난과 청년 취업난 등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의 근원이다. 국민적 합의 없이 통과된 노란봉투법은 폐지하거나 시행을 일단 유보한 뒤 독소조항을 대폭 덜어내거나 보완해야 한다. 경총 조사에서도 기업의 99%가 국회의 보완 입법을 요청하고 있다. 법을 시행하고 부작용이 나타나면 보완하자는 무책임한 행태보다는 입법권과 행정권을 모두 가진 강력한 집권 여당이 지금이라도 노란봉투법의 보완과 개선을 통해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노동시장을 만드는 데 매진해야 한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2026.01.07. 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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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화의 마켓&마케팅] 완벽한데 왠지 불편해서…AI 시대, ‘안티 AI’도 뜬다

최근 AI로 제작된 광고 영상이 범람하고 허위·과장 정보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가 ‘AI 생성물 표시제’ 도입을 예고했다. 모든 AI 제작 콘텐트에 식별 표식을 의무화하여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한다는 취지다. 상품 개발과 시장조사, 브랜드 로고와 광고 제작까지 마케팅 분야에서 AI 사용으로 인한 비용 절감 효과는 절대적이다. 하지만 고객 접점에서 일어나는 부작용과 저항도 무시할 수 없다. 기업이 민감하게 감지해야 하는 것은 법적 규제를 넘어 소비자들의 싸늘한 시선이다. 진짜 같아 생기는 ‘AI 신뢰 역설’ 브랜드의 철학과 서사 지키는 건 대체 못하는 인간의 통찰력·경험 지난 연말엔 글로벌 기업이 공개한 AI 생성 광고에 비난이 쏟아졌다. 맥도날드는 네덜란드에서 ‘일 년 중 가장 끔찍한 시기(The Most Terrible Time of the Year)’란 제목의 광고를 내보냈다. 산타가 교통 체증에 갇히는 등 크리스마스에 있을 법한 사고와 혼란을 보여주며 맥도날드로 피신하라는 유머러스한 내용이었는데, “기괴하다” “섬뜩하다”는 혹평에 결국 중단됐다. 코카콜라는 2024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붉은 트럭이 줄지어 이동하는 AI 광고를 제작했다. 인물의 움직임이 어색하다는 평가를 의식해 이번에는 동물을 등장시켰지만, 이미지 오류를 지적당하거나 어린 시절 추억이 훼손됐다는 반응을 얻었다. 실수를 자산으로 활용한 일론 머스크 AI 생성 콘텐트는 쓰레기를 뜻하는 ‘슬롭(slop)’으로 취급받기도 하지만, 기업의 활용은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코카콜라의 글로벌 부사장 이슬람 엘데수키는 이번 AI 광고가 정량적 조사에서 압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음을 강조한다. 일부 고객의 부정적 피드백을 인식해 전통 방식으로 제작한 TV 광고를 병행하는 균형 전략을 취하고 있지만,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에 발맞추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다. 105개 국가의 글로벌 기업을 조사한 맥킨지 보고서에서도 마케팅은 IT·지식관리 다음으로 AI 도구를 가장 활발하게 사용하는 분야이며 앞으로 더 큰 잠재력을 발휘할 것으로 분석된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AI 기술은 부자연스럽고 어색한 표현의 한계를 빠르게 극복해주지만, 한편으로는 완벽함이 주는 불편함이란 모순을 낳는다. 기존에는 어설픈 기술을 신뢰하지 못했다면, 이제는 실제와 구별할 수 없어서 무엇이 진짜인지 혼란스러워 의심하게 되는 ‘AI 신뢰 역설(AI Trust Paradox)’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정교하고 잘 만든 콘텐트가 오히려 진정성을 해치는 부작용을 낳는 셈이다. 지난해 패션 브랜드 게스가 보그에 게재한 AI 모델 광고는 ‘인간의 자리를 뺏은 가짜’ ‘다양성을 무시한 기계적 광고’란 비난과 함께 마케팅 전문지 애드 에이지(Ad Age)의 2025년 최악의 광고로 뽑혔다. 완전함의 모순은 기술 혁신이 낳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심리학에서는 완벽하기보다 빈틈을 보이는 사람이 선호된다는 프랫폴 효과(Pratfall Effect)가 검증된 바 있다. 2019년 사이버트럭 시제품 공개 행사에서 방탄유리 충격 시연 중 창문을 깨뜨리는 실수를 했던 일론 머스크는 오히려 인간적이란 호응을 얻었다. 금 간 유리를 티셔츠로 만들고 테슬라 다이너에 전시하는 등 실수를 자산으로 활용해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완벽한 외모의 AI 모델보다 실재 인물의 주름진 얼굴을 선호하는 것도 불완전함에 공감하는 심리의 연장이다. 도브, 광고에 가상모델 안 쓴다고 공언 기술 혁신에 대한 불안감·반감을 느끼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안티 AI’ 전략을 택한 브랜드도 눈에 띈다. 20년 전부터 진정한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의미의 ‘리얼 뷰티(Real Beauty)’ 캠페인을 펼쳐 온 도브는 AI를 가장 큰 위협 중 하나로 정의하고 광고에서 가상 모델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그 바탕에는 AI 생성 모델이 가짜인지 알면서도 자신과 비교하며 자신감을 잃는 여성 소비자가 많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제품 개발과 고객 서비스에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뷰티 테크를 선도하는 로레알도 인물 이미지 생성에는 AI 사용을 금지한다는 원칙을 적용한다. 속옷 브랜드 애어리(Aerie)는 ‘보정 없음(No retouching), AI 없음(No AI)’ 광고로 큰 호응을 얻었다. 아날로그 현실, 인간적 경험을 강조한 마케팅은 다양한 분야로 확장 중이다. 하이네켄은 대화가 가능한 목걸이형 AI 프렌드(Friend)를 겨냥해 ‘친구를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맥주 한잔’이라는 빌보드 광고를 제작했다. 아날로그 카메라를 상징하는 브랜드 폴라로이드도 2025년 글로벌 마케팅 슬로건으로 ‘AI는 당신의 발가락 사이 모래알까지 만들어낼 수는 없다’를 내세워 진짜 세상을 체험하라는 메시지를 전파했다. 미국 유통업체 트레이더조는 키오스크 설치와 온라인 배송, 고객 데이터 추적을 제한하고 매장 큐레이션과 직원 서비스 역량을 강화하며 오프라인 경험 가치를 극대화한다. 스토리텔링 진정성이 브랜드 핵심 역량 AI 기술 덕에 시각적인 완벽함을 구현하는 것은 그 어느 때보다 쉬워졌지만, 그로 인한 차별화의 의미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기술 채택 여부를 넘어 마케팅 활동의 진정성이 중요해지고,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브랜드 서사의 힘은 더욱 커진다. 코카콜라가 혹평에도 AI 광고를 고수할 수 있는 것은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빨간 트럭의 추억과 설렘을 공유하는 많은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도브가 확고한 태도로 안티 AI 전략을 펼치는 것도 오랜 기간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축적해온 브랜드 서사가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월스트리트저널은 브랜드에 영혼을 불어넣을 스토리텔러를 찾는 기업이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AI는 단 몇 초 만에 수많은 카피와 이미지를 쏟아내지만, 브랜드 철학과 서사를 만들고 지키는 것은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통찰력과 경험에서 나온다. 무엇이 진짜인지 혼란스러운 AI 시대에는 진정성 있는 스토리텔링이 기업과 브랜드의 생명력을 강화하는 핵심 역량이다. 최순화 동덕여대 국제경영학과 교수

2026.01.07. 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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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과 편향의 시대…샘터가 멈추는 이유 [이지영의 문화난장]

월간잡지 ‘샘터’가 이번 1월호를 끝으로 무기한 휴간에 들어간다. ‘휴간’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 독자 대부분은 사실상 작별인사로 받아들이고 있다. 1970년 창간 이후 반세기 넘게 이어져 온 한국 최장수 교양지의 역사가 막을 내리는 것이다. 56년 역사 월간지 '무기한 휴간' 보편적 정서·도덕의식 사라지며 소박하고 착한 콘텐트 효용 다해 극단적 감정 완충지대는 어디에 샘터는 보통 사람의 삶도 기록할 가치가 있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대중화한 매체였다. 지금까지 샘터가 꾸준히 다뤄온 것은 사람 이야기다. 이름 없는 이들의 삶, 말해도 되고 말하지 않아도 되는 사소한 감정, 평범한 하루하루를 살아낸 기록들이 정기적으로 활자화됐다. 창간호엔 ‘근대화의 샘’ 박정희 휘호 671번째 샘터인 올 1월호를 구입하면 1970년 4월 발간된 창간호 복간본을 함께 준다. ‘정가 100원’이 찍혀있는 세로쓰기 잡지다. 창간호 표지 안쪽엔 ‘근대화의 샘’이라고 쓴 박정희 당시 대통령의 휘호가 적혀있다. 근대화가 지상과제였던 시대 분위기에서 “평범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가벼운 마음으로 의견을 나누면서 행복에의 길을 찾아보자는 것이 샘터를 내는 뜻”(김재순 발행인의 창간사 중)이었으니, 당시로선 상당히 이례적인 시도였을 것이다. 근대화라는 대의에 가려진 개인의 목소리와 감정을 전면에 내세운 문화적 실험이자, 생산성과 효율로 재단되던 시대에 ‘행복’이라는 비계량적 가치를 공공의 화제로 끌어올린 도전이었다. 평범한 사람의 행복을 위한 교양지로 출발한 만큼, 샘터는 필자 구성에서 3분의 1은 이름 없는 보통 사람들에 할애한다는 원칙을 지켰다. 창간호만 봐도 철학자 김형석, 평론가 이어령, 시인 강은교, 화가 김기창, 소설가 이문구, 가수 김상희 등 내로라하는 인사들 사이사이 초등학생과 주부, 은행원과 공장 노동자 등이 필자로 이름을 올렸다. 짝 바꾸는 날 설레는 아이의 마음과 아침마다 세 딸이 더운물을 뺏길세라 앞다퉈 세수한다는 일상 등 덤덤하고 소박한 삶의 이야기가 지면을 채웠다. 아버지에 이어 2대째 샘터를 꾸려온 김성구 샘터 대표의 표현대로 “억지로 감동을 쥐어짜지 않는, 간 덜 된 심심한 음식 같은 맛”이다. 1970년대 후반 월 50만부까지 달했다는 샘터의 발행 부수는 이제 2만부 선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마저도 절반은 군부대·보험회사 등에 납품하는 용도다. 지난 2019년 한차례 휴간을 검토했을 때 각계 후원과 정기구독 신청이 몰려 기사회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반짝 관심으로 연명하기엔 이미 샘터를 지탱해온 정서적 생태계는 붕괴돼 있었다. 샘터의 퇴장을 단순히 활자 매체, 종이 매체 시대의 종말로만 볼 수는 없다. 플랫폼의 ‘디지털 전환’ 작업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콘텐트 효용의 한계 문제이기 때문이다. SNS의 타인 일상, 공감 아닌 평가 대상 샘터가 보여준 타인의 일상은 SNS 속 과시형 삶의 모습과는 결이 다르다. 저마다 묵묵히 버티며 평범하게 사는 이야기는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란 공감과 연대의 감정을 끌어냈고, 나 아닌 남도 생각하는 최소한의 공공선(公共善) 의식으로 이어졌다. 창간호부터 56년간 샘터를 구독했다는 경기도 성남의 오두환씨는 올 1월호에서 “자기 삶을 성실히 일구어가는 이웃들의 이야기에 용기를 얻어 최선을 다해 살았다”고 밝혔는데, 이게 바로 샘터의 효용이다. 이런 샘터의 기능이 가능했던 정서는 ‘가난해도 마음은 따뜻하다’는 식의 서사다. 창간호 뒤표지에 적힌 대로 샘터는 “바르게, 참되게, 슬기롭게 살아가려는 모든 사람들의 친구”를 표방했다. 하지만 이제 이런 가치는 지루하고 뻔한 ‘꼰대질’ 취급을 받는다. 소박함보다는 성공 ‘플렉스(Flex)’가, 보편적 공감보다는 개인의 취향과 진영 논리가 더 중요해졌다. 자극적이고 편향적 정서의 시대가 된 것이다. SNS 등 디지털 환경에서 소비되는 일상은 공감의 대상이 아니라 우열 평가의 대상이다. 과잉 포장된 타인을 삶을 보며 자기 삶에 대한 불만과 고립감이 싹튼다. 한번 빠져든 감정과 연관된 콘텐트를 반복적으로 권하는 알고리즘 추천 방식은 분노와 혐오, 피해의식을 더욱 증폭시킨다. 샘터의 무기한 휴간 공지는 한국 사회가 공유하고 추구해온 보편적 휴머니즘과 정서적 유대감의 상실을 상징하는 신호이기도 하다. 고립된 정서의 시대, 극단적 감정의 완충지대를 어디서 찾아야 할까. 모두의 숙제로 남았다. 이지영([email protected])

2026.01.07. 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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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록의 은퇴와 투자] 퇴직한 다음 날

가수 이현우는 ‘헤어진 다음날’에서 “오늘 아침에 눈을 떠보니 모든 것이 달라져 있어요”라고 노래했다. 퇴직자가 그러하다. 연말에서 하루 지났는데 세상이 달라진다. 결제받으러 오는 사람도 없고 업무 관련 문자도 뚝 끊긴다. 귀에는 ‘김부장님! 김부장!’ 부르는 소리만 맴돈다. 사람을 만났는데 내밀 명함이 없다. 혹시 업무 관련해 급하게 나를 찾을지 모른다는 헛된 생각도 한다. 대기업에서 평생 재무 일을 담당하다 임원으로 퇴직한 친구가 퇴직 후 1년 정도 지났을 때 이런 말을 했다. “퇴직하고 나면 재무 관련 일을 물어보러 회사에서 반드시 전화가 올 거라 생각했는데 한 통화도 오지 않았다”고.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에서 김낙수 부장은 자신이 퇴직하면서 영업에 문제가 생겨 자신을 찾아와 다시 돌아와 달라고 간청하는 꿈을 꾼다. 퇴직 이후 삶은 새로운 우주 과거 매몰비용에 집착 말고 빨리 적응할수록 새 길 보여 현실을 자각해야 한다. 자신이 없으면 조직이 돌아가지 않는 게 아니라 자신이 조직의 힘을 빌리고 있었다. 여우는 호랑이에게 잡혀먹히기 직전에 자신은 신령한 존재이니 잡아먹으면 안 된다고 하면서 의심나면 따라와 보라고 한다. 호랑이가 여우의 뒤를 따라 숲을 걸어가자 동물들이 진짜로 겁에 질려 도망을 치는 게 아닌가. 여우가 호랑이의 위세를 빌린다는 호가호위(狐假虎威)의 이야기다. ACT라는 대기업 배경이 사라진 김낙수 부장은 하루아침에 호랑이 등급에서 여우 등급이 되어 버린다. 무리에서 추방된 수사자 신세가 된다. 퇴직 후의 이 낙차(落差)를 어떻게 해야 할까? 현실을 깨닫기 위한 자아비판을 해야 하는가? 어둠은 빛이 비치면 사라지듯 삶은 역설적이게도 다른 길을 마련해둔다. 판도라가 상자를 열자 온갖 불행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마지막으로 그 바닥에 희망이 남아 있었던 것처럼. 퇴직한 이들에게 주는 그 희망이란, 퇴직 후에 암울하게만 보이던 상황에 새로운 길이 있고 의외로 거기에 빨리 적응한다는 것이다. ‘예스 마담’ 양자경이 주연한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에서는 선택을 할 때마다 새로운 삶의 우주가 펼쳐진다. 멀티버스(multiverse·다중우주)가 전개되는 셈이다. 영화에서는 배우가 된 나, 성공한 사업가가 된 삶 등 생각지도 못한 여러 우주가 나타난다. 이 영화는 코믹하고 정신없이 전개되어 가볍게 보이지만 2023년 아카데미 7관왕을 한 작품이다. 영화가 과장된 것만은 아니다.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다. 지인은 공기업 퇴직을 앞두고 전통 공예를 배우는데 지금까지와는 다른 세상을 보았다. 좋은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고 하면서, 발을 내딛기 두렵지만 일단 내디디면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고 했다. 필자는 2022년 코로나가 막바지일 때 퇴직을 하고 고문으로 물러났다. 그리고 발을 내디딘 곳에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코로나19로 유튜브가 활성화되면서 많은 유튜브에 출연하게 되었다. 마침 베이비부머 퇴직자들이 많아지면서 은퇴자산관리에 대한 콘텐트 수요가 급증했다. 현직에 있을 때보다 많은 명함을 받았고 여러 도시를 다녔다. 태어나 처음 방문한 도시도 많다. 마치 또 다른 우주가 나에게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필자의 오랜 친구는 공무원을 퇴직하고 아파트 관리소장을 하면서 인생 오전과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이제는 아파트 주민, 은행 여직원, 아파트 설비 관련 업자들의 우주에 들어갔다. 점심에 햄버거와 콜라를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들면서, 일본 영화 ‘퍼펙트 데이즈(Perfect Days)’의 주인공 같은 삶을 살아간다. 일출 사진을 보내왔기에 부지런함을 칭찬했더니 사람이 많아 앞에 키 큰 젊은이에게 찍어달라 부탁했다고 한다. 넉살도 좋아졌다. 성경에는 소돔과 고모라를 탈출한 롯의 아내가 뒤를 돌아보다가 소금 기둥이 된다. 뒤를 돌아보지 말아야 한다. 앞에 새로운 우주들이 기다리고 있다. 과거의 매몰비용(sunk cost)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한 걸음 내딛자. 새로운 문을 열었을 때 세상은, 빛이 비치면서 어둠에 숨겨졌던 사물이 드러나는 것처럼 그 모습이 펼쳐진다. 퇴직은 1에서 0으로 변하는 디지털적 변화다. 많은 것이 있다가 없어진다. 큰 낙차로 스트레스를 겪게 된다. 애써 외면하고 현실을 부정하려 해서는 안 된다. 나를 과장하여 보호할 필요도 없다. 그 낙차를 극복하는 방법은 자기 합리화가 아니라 새로운 세상에 발을 딛는 것이다. 작고한 코미디언 이주일은 ‘일단 한 번 와보시라니깐요’라는 말로 코미디계를 장악했다. 사실 이 말의 원조 격은 ‘임자, 해봤어? 해보기나 했어?’라는 말을 한 정주영 회장이다. 일단 걸음을 내딛어보자. 인생 오후의 멀티버스가 여러분들에게 파노라마처럼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김경록 옵투스자산운용 고문

2026.01.07. 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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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의 사람사진] 무대에서 '붓의 춤' 추는 김소영

"나의 춤이 바로 한글입니다" “캘리그래퍼 김소영의 무대 퍼포먼스엔 생동하는 기운이 있습니다. 무대 위 대형 컨버스에 붓과 하나 된 듯 쓰는 글과 그림, 마지막에 한 바퀴 휘돌며 일필휘지로 대미를 장식하는 원, 그 자체가 생동입니다. 일단 한번 퍼포먼스 영상을 보면 제가 그를 추천한 이유를 알 겁니다.” 캘리그래퍼 김소영의 팬을 자처한 중앙일보 독자가 이리 추천했기에 영상을 검색하여 찾아봤다. 차고 넘치는 영상들은 국내는 물론 해외를 넘나든 기록들이었다. 영상은 추천서 그대로 설치된 대형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단박에 마무리 원을 그려내는 붓질, 가히 ‘붓의 춤’이었다. 게다가 그가 들려준 삶,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했다. “고교 졸업 후 바로 취업한 경기도 파주 LG디스플레이 공장, 당시 격월에 한번 보너스를 받을 정도로 대우가 좋았습니다. 그렇지만 내 일이 아닌 듯했습니다. 불 꺼진 암막에서 모니터의 빨간 점, 초록 점을 8시간 동안 찾는 일, 내가 공장의 부속품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그래도 그만둘 수 없었습니다. 부모님도 “고등학교 학력으로 거기서 나와 뭘 하겠냐”고 하셨으니까요. 그런 말 들으면 두렵잖아요. 어디 나가면 그냥 어린 여자애였으니까요.” 그냥 '어린 여자애'는 그래도 머물러 있지 않았다. “대학도 다니며. 이것저것 다 배웠어요. 바리스타 자격증, 그래픽스 자격증, 엑셀 자격증을 따고, 우드 페인팅, 가죽 공예, 캘리그래피도 배웠습니다.” 이때 배운 캘리그래피로 쓴 '씀'은 세상의 '쓰임'이 되고, 나아가 김소영 자신 또한 세상을 위한 '쓰임'인 된 게다. “한글을 콘텐트로 뭔가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 폰트가 될 수도 있고, 교본이 될 수도 있고, 교육이 될 수도 있고요.” 이렇듯 그는 '씀의 쓰임'을 너머 새로운 '씀의 쓰임'을 궁구하는 터였다. ‘권혁재의 사람 사진+’ 더 자세한 내용은 더중앙플러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원래는 고졸 공순이였죠” SNS 뒤집은 ‘그녀의 붓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93930 건방진 일진 참교육했다…교문 앞 지킨 ‘슈퍼맨 교장’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92217 수몰된 마을에 수억 태웠다…58년 개띠남이 찍은 ‘내 고향’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90441 권혁재([email protected])

2026.01.07. 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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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고무줄 의사 추계가 남긴 것

의대 증원 문제는 지난 1년 반 동안 한국 사회를 갈라놓았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립은 장기화됐고, 진료 차질과 의료 공백으로 피해를 본 것은 결국 국민이었다. 이 갈등을 ‘과학적 추계’로 해결하겠다며 이재명 정부와 여당이 내놓은 해법이 바로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였다. 정치와 이해관계를 걷어낸 독립적 분석기구처럼 소개됐다. 그러나 지난 한 달간 벌어진 일은 ‘과학’이 얼마나 쉽게 흔들렸는지를 보여준다. 추계위는 5개월간의 논의 끝에 2035년과 2040년의 의사 부족 규모를 산정해 공개했다. 그런데 추계 결과는 한 달 새 두 번, 그것도 논의가 거의 마무리된 시점에 바뀌었다. 문제는 이 변화가 정교한 분석을 통해 자연스럽게 도출된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지난달 8일 2040년 기준 의사가 최대 1만8700명 부족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그런데 불과 3주 뒤 발표된 최종 추계에서 이 수치가 1만1136명으로 크게 줄었다. 내부에선 “보건복지부가 그간 논의해온 모델 대신 국민 1인당 의료 이용량이 미래에도 유지될 거라고 가정한 의료계 모델을 다 받아준 결과”라는 비판이 나왔다. 지난 6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 보고된 추계 결과는 또 바뀌었다. 부족한 의사 수의 최소 수치가 당초 발표보다 689명 줄어든 5015명으로 바뀌었다. 복지부는 “의대 정원 외 입학자, 임상 활동 의사 비율 조정 등 변수 변경에 따른 수정”이라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설명이 납득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이유는 변화의 과정 때문이다. 핵심 가정이 추계위 마지막 회의 말미에 제기됐고, 발표 시점엔 반영되지 못했다며 뒤늦게 수정된 사실은 예측의 일관성과 독립성에 의문을 남긴다. 의료계는 “시간에 쫓겨 졸속으로 추계했다”라고 비판하고, 환자·시민단체는 “의료계에 유리하게 과소 추계했다”라고 반발한다. 추계위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구였다. 그러나 실제 운영 과정에서 정부는 석연찮은 개입으로 오히려 숫자를 둘러싼 새로운 갈등을 낳고 있다. 의대 정원 결정은 단기적 타협의 대상이 아니라 장기적 예측과 일관성이 요구되는 정책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숫자를 조금 더 줄이거나 늘리는 기술이 아니라, 그 숫자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사회적 신뢰다. 과학을 앞세워 갈등을 줄이겠다면, 그 과학이 누구의 입장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전제가 먼저 충족돼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의사인력 추계는 해법이 아니라 또 하나의 논쟁거리가 될 뿐이다. 이대로는 추계위 결과가 제시될 때마다 논란과 갈등이 매년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스더([email protected])

2026.01.07. 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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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필향만리’] 博學 篤志 切問 近思(박학 독지 절문 근사)

공자가 말한 ‘인(仁·어짊)’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노력하는 평소의 생활 속에 있다. 그래서 공자의 제자 자하(子夏)도 “배우기를 넓게 하고(박학), 뜻을 독실하게 가지며(독지), 간절하게 묻고(절문), 현실을 바탕으로 가까이 있는 것으로부터 생각하면(근사), 인(仁)은 그 가운데 있게 된다”고 했다. “그 가운데 있다”는 것은 비록 박학·독지·절문·근사가 효(孝)나 제(悌·공경)나 충(忠)처럼 인(仁) 자체를 구현하는 실천 항목은 아닐지라도 박학·독지·절문·근사의 생활을 하다 보면 마음이 밖으로 치달리지 않고 인의 실천을 향해 안으로 모이게 된다는 뜻이다. 이에 훗날 성리학을 집대성한 주희(朱熹)도 박학·독지·절문·근사를 인을 닦는 방법으로 택하여 학자들이 실천해야 할 강령처럼 중시했다. 특별히 여조겸(吕祖謙)과 함께 근사라는 말을 취하여 주돈이·정호·정이·장재 등 선배 성리학자의 어록을 엮어 『근사록(近思錄)』이라는 교재를 편찬하기도 했다. 인류는 지금 편리한 AI의 도움에 매몰되어 박학·독지·절문·근사를 너무 쉽게 포기하는 것 같다. AI는 눈치 빠른 진화를 스스로 거듭하는데 인류는 자진 퇴화하며 끝이 보이는 위험을 자초하고 있는 건 아닐까.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2026.01.07. 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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