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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바람직한 청소년 독서 방법

유난히 더운 여름이다. 빨리 시원한 가을이 왔으면 좋겠다. 한국은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지만 미국에서는 긴 여름을 ‘섬머 리딩 기간’이라고 한다.     나는 힘들고 스트레스가 쌓일 때면 서점이나 도서관을 찾는다. 읽고 싶은 책들을 고르다 보면 어느새 모든 고민이 사라지니 ‘독서 요법(bibliotherapy)’을 하는 셈이다. 그래서 이번 여름에도 틈만 나면 서점이나 도서관에 갔다.       다가오는 가을엔 독서(Reading)와 글쓰기(Writing)로 책의 세계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독서는 세계관을 확장해 주고 생각을 넓고 깊게 해주며, 어휘력도 풍부하게 해준다. 글쓰기는 삶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기회를 준다. 삶이 힘들 때 마음속 외침을 글로 써보면 정신적 위안이 된다. 다른 사람의 글을 읽을 때도 글을 쓴 사람이 어떤 생각으로 그런 어휘를 사용했는지 어휘 하나하나의 선택을 눈여겨 살펴봐야 한다.     학생들의 경우에는 좋아하고 관심이 있는 분야나 주제의 책들을 직접 골라 읽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녀에게 무슨 책을 몇 권 읽게 해야 하느냐고 질문하는 학보들이 종종 계시는데 자녀가 직접 책을 선택해서 읽고, 그 내용에 대해 써보고 다른 사람과 토론하도록 하는  것이 더 필요한 일이다.     진정한 독서는 생각하고 질문하고 토론하며 독서와 삶과의 연관성을 파악하는 것이다. 곧 읽기, 쓰기, 생각하기가 삼위일체를 이루게 하는 일이다. 나는  “오늘의 독서가가 내일의 지도자가 된다.(Today‘s readers are tomorrow’s leaders.)”라는 말을  굳게 믿고 있다.       자녀들에게 효과적인 독서 방법은  능동적으로 읽도록 하고, 읽은 내용을 잘 해석할 수 있도록  사고력을 높이는 질문을 하는 것이다. 가령 “왜 그렇게 생각하지?(Why do you think so?)”, “책의 어디에서 그런 점을 찾을 수 있니?(Where in the story do you see that?)”, “무엇을 보고 주인공이 용감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What in the story makes you think that the main character is brave?)” 와 같은 질문들이 그것이다.     초등학교 고학년(4학년 이후)이나 중고등 학생들은 책의 여백에 자기 생각을 적도록 노트를 권하는 것이 좋다. 단어 중에 재미있거나, 도움이 되거나, 특이한 것들을 적어 두었다가 본인의 단어장을 만들어 볼 수도 있다.      책을 다 읽은 자녀에게는 ‘주인공에 대하여 시를 써 보라(Write a poem about the main character)’, ‘저자가 쓴 다른 책도 읽고 싶나? 이유는? (Would you like to read other books by the same author?  Why?)’, ‘주인공이 아닌 인물 입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말해 보라(Tell what happened from the point of view of a minor character)’, ‘저자가 주인공을 묘사한 단어 다섯 개를 골라서 문장을 만들어 봐라(Find five words the author used to describe the main character.  Use them in a sentence)’ 등의 질문을 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부모님들께 읽을만한 책 두 권을 소개한다.  첫 번째는 심리학자인 조너선 하이트의  ‘The Anxious Generation: How the Great Rewriting of Childhood is Causing an Epidemic of Mental Illness’이다. 한글 번역본은 있는지 모르겠지만 쉬운 영어로 쓰여 있다.     저자는 청소년들의 걱정, 고민, 우울증이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에 연결되어 있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부모나 교육자들에게는 필독서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청소년은 놀이중심의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2010년 이후부터 청소년들은 스마트폰 중심의 어린 시절을 보내고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청소년이 좀 더 인간적인 어린 시절을 보낼 수 있는 해결책도 제시한다. 저자는 ‘청소년들은 외롭고 진정한 인간적 관계에 굶주려 있다’고 지적한다.     두 번째 책은 월스트리트저널 기자 키츠 헤이리의 ‘The Optimist Sam Altman, Open AI,  and the Race to Invent the Future’다. 한글 번역본의 제목은 ‘미래를 사는 사람 샘 올트먼’.     2022년 11월 30일 챗GPT(ChatGPT)를 선보여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오픈 AI의 샘 올트먼 CEO에 대한 책이다. 인공지능(AI)이 인간사회를 변화시키고 끝내 종말을 가져올지도 모른다고 걱정하는 분들은 꼭 읽었으면 한다. 저자는 올트먼의 가족, 친구, 교수, 공동창업자 등 수백명과 250회가 넘는 인터뷰를 했으며, 샘 올트먼과도 여러 번 만나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수지 오 / 교육학 박사·교육컨설턴트오픈 업 청소년 독서 독서 방법 독서 요법 main character

2026.08.27.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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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외로움과 고독의 차이

한국에도 ‘외로움’ 담당 차관이 생겼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보건복지부 제1차관이 한국의 초대 ‘사회적 고립 전담 차관’으로 지정됐다고 한다. 2018년 영국이 세계 최초로 외로움 담당 장관을 임명했고, 2021년 일본이 고독 고립 담당 장관을 신설한 데 이어, 한국도 정부 차원의 대응을 선언한 것이다.   외로움이 그만큼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는 말이겠다. 오늘날 외로움은 사회적 질병이다. 통계가 말해준다. 한국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한국 국민 3명 중 1명은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있다고 한다. 세 사람 중 한 사람은 외롭다는 이야기다.사회적 고립이란 사회적 관계가 부족하거나 단절된 상태로, 잠깐 집안일을 부탁하거나 이야기할 상대가 필요할 때 도움받을 만한 사람이 없다면 ‘사회적 고립’으로 판단한다.  사회적 고립의 극단적인 사례인 고독사는 해마다 늘어나 2024년 사망자 100명 중 1.09명이 고독사였다. 통계에 잡히지 않은 실제 고독사는 이보다 많을 것이라고 한다.   미주 한인사회의 현실은 어떤가? 믿을만한 통계는 없지만 혼자 사는 사람이 제법 많은 것으로 짐작된다. 특히 노인층의 문제가 심각한 것 같다. 노인 아파트에 사는 분의 이야기를 들으면, 고독사가 은근히 많은 것 같다.   미국 공중보건 최고 책임자인 비벡 머시 전 의무총감은 외로움을 ‘감염병’으로 정의하면서, 마음뿐만 아니라 몸을 병들게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뇌에서 외로움과 배고픔은 동일한 부위에서 처리된다고 한다. 관계에 대한 욕구도 그만큼 본능적이란 뜻이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외로움은 생명에 대한 위협으로 해석된다. 마약 중독자부터 심혈관 질환자까지 질병의 기저에는 외로움이라는 공통점이 있고, 자살의 근본적인 이유도 외로움 때문이라고 한다.   복지부 전담 차관이 할 일은 생계 지원 같은 복지 정책을 넘어선 공동체 복원을 위한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기술의 엄청난 발전으로 외로움의 질이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SNS의 발달로 우리는  초연결 사회,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인공적 친밀감에 살고 있다. 하지만, 인공적 친밀감은 외로움을 해소해 주지 못한다. 셰리 터클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목마른 사람에게 물 사진을 건네는 격”이라고 적절하게 비유했다.   여기서 우리가 짚어봐야 할 것은 외로움과 고독의 차이다. 사전적 의미는 별 차이가 없다. 그러나 철학적, 심리학적으로 외로움(loneliness)과 고독(solitude)은 뚜렷하게 구분된다. 철학자 틸리히는 ‘외로움은 혼자 있는 고통을 표현하는 말이고, 고독은 혼자 있는 즐거움을 표현하는 말’이라고 정의했다. 정신분석학자 설리번은 ‘외로움은 관계로부터 격리된 부정적 혼자됨, 고독은 스스로 선택해 나다움을 찾는 긍정적 혼자됨’으로 구분했다.   사람은 누구나 다 외롭다. 외로움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 있을 때도 엄습한다. 심층심리학적 입장에서 보면, 사람들이 정말로 두려워하는 것은 홀로 있는 것이 아니라, 외톨이로 여겨지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외로움을 넘어 혼자 있음을 즐기는 고독의 단계로 넘어가면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철학자 하이데거는 고독을 인간이라는 존재가 갖는 근본 감정이라고 보고, 이렇게 말했다. “타인의 지배 아래 놓여 있는 일상세계로부터 떨어져나온 고독하고 불안으로 가득 찬 세계, 그곳이야말로 우리의 본래적인 세계이며, 그곳에서 우리는 존재의 의미를 밝힐 수 있다.”   고독을 즐길 수 있는 준비와 능력을 길러야 한다. 외로움에 맞설만한 ‘자신만만한 생각과 힘’은 외로움을 고독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 타인에 의해 좌지우지되지 않고, 자기 삶의 주인이 된 사람의 ‘외로움’은 더는 외로움이 아니다. 그는 스스로 선택해 ‘나다움’을 찾는 고독한 사람이다.   자신감을 가지고 고독을 즐기는 사람이 많아질 때, 외로움의 사회적 문제도 해결될 것이다. 하지만 이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우리 하나하나가 해야 할 일이다. 장소현 / 미술평론가·시인문화산책 고독 사례인 고독사 고독 고립 사회적 고립

2026.08.27.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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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침에] 기타 치는 철수

석양이 빨갛게 물든 어느 화요일 저녁, 발걸음은 찬양과 말씀이 있는 조그만 모임으로 향했습니다. 그곳에 도착해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사람들과 친교를 나누었습니다.  친근하고 다정한 이야기들로 꽃피웠습니다. 식사 후에 찬양이 스며 나오는 곳으로 들어갔습니다. 왼쪽 뒤에 철수(가명)가 보입니다.   철수는 찬양팀에서 기타를 치고 있습니다. 그의 눈빛은 어딘가를 바라보며 깊은 생각 속으로 잠겨 있습니다. 선율 하나하나가 흘러갈 때마다 그 음률은 그의 내면 깊은 곳의 울림을 깨워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자신을 지켜주고 이끌어 준 모든 순간이 떠오르며, 그의 마음에는 조용한 감사가 잔잔하게 흐르고 있습니다.     그곳에 참석한 사람들은 그의 마음에서 흘러나오는 메시지를 들으며 찬양을 따라 부르고 있습니다. 그의 몸짓은 말보다 더 많은 것을 전하며, 찬양과 감사로 넘쳐 흐르는 그의 영혼이 우리 모두를 조용히 감싸줍니다. 그를 지금까지 있게 한 하나님의 은혜가 그의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있으며 우리에게도 전하고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사실 그는 기타를 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기타에 손을 얹은 채, 연주하는 듯한 몸짓으로 마음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의 나이는 마흔이 넘었지만 정신 연령은 어린아이와 같습니다. 그는 일종의 자폐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표정으로 기타를 치고 있으며 마음으로 음률을 전하고 있습니다. 조용하고 잔잔한 그의 리듬이 우리에게 들어오고 있습니다.   스크린에 가사가 보이고 우리는 그것을 따라 부르고 있습니다.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당신의 삶 속에서 그 사랑받고 있지요/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지금도 그 사랑받고 있지요.”   찬양팀을 인도하고 있으며 맨 앞줄에서 기타를 치고 있는 그의 아버지가 그를 살짝 쳐다보았습니다. 그에게 사랑의 눈빛을 보내었습니다.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들이 많이 있었겠습니까. 그의 아버지는 그것들을 하나님의 은혜와 은총으로 모두 다 극복했습니다. 살아 있는 한 언제까지나 아들 철수를 사랑과 헌신으로 보살펴 줄 것입니다.  그의 아버지의 얼굴에는 감사와 기쁨이 넘치는 표정으로 물들어 있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입니다. 찬양이 끝난 후 그의 아버지는 그를 조심스럽게 부축하며 그의 자리로 데려다줍니다. 자식에 대한 사랑이 한없이 느껴집니다.      마음속으로 그의 아버지를 존경합니다. 이 세상 누구보다도 마음 한 가운데서 그의 아버지를 가장 존경합니다. 자식에 대한 끝없는 사랑과 감사와 기쁨으로 살아가는 모습에 한없는 존경을 보냅니다. 이정호 / 수필가이아침에 철수 아들 철수 화요일 저녁 정신 연령

2026.08.27.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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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걷잡다’와 ‘겉잡다’

이미 번져 버린 불길을 바라보면 허망해진다. 이때 우리는 “걷잡을 수 없다”고 말한다. 먼발치에서 불길의 크기를 눈대중으로 가늠할 때는 “겉잡아도 이 정도는 되겠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처럼 ‘걷잡다’는 잘못돼 가는 형세나 흐름, ‘겉잡다’는 대상에 대한 ‘판단’과 관련해 쓰인다.   그렇지만 ‘걷잡다’와 ‘겉잡다’는 똑같이 [걷짭따]로 발음된다. 발음이 같다 보니 혼동하는 일도 종종 생긴다. ‘ㄷ’ 받침의 ‘걷잡다’에는 ‘거두어 붙잡다’는 기본 의미가 들어 있다. “한 방향으로 치우쳐 흘러가는 형세를 붙들어 잡다” 또는 “마음을 진정하거나 억제하다”는 뜻으로 쓰인다. 주로 산을 삼킬 듯 번지는 불길, 비 오듯 쏟아지는 눈물, 급격하게 변하는 경제 상황처럼 통제를 벗어나려는 대상을 바로잡거나 가까스로 억제할 때 사용한다. 그렇다 보니 ‘걷잡다’는 거의 ‘없다’ ‘못하다’ 같은 부정어와 함께 쓰인다. “걷잡을 수 없는 불길.” “걷잡지 못하는 지경에 빠져버렸다.”   ‘ㅌ’ 받침의 ‘겉잡다’는 ‘속’의 반대말 ‘겉’과 ‘잡다’가 결합한 말이다. ‘겉’을 잘 봐야 한다. 이 낱말은 겉으로 보고 대강 짐작한다, 헤아린다는 뜻을 갖게 됐다. 어떤 대상을 정밀하게 측정하거나 깊이 들여다보지 않고 눈에 보이는 대로 양이나 정도를 가늠한다는 말이다.     ‘걷잡다’와 ‘겉잡다’는 이렇게 구별된다. 상황이 마구 번져 ‘거둬(걷)’들여야 할 때는 ‘걷잡다’, 겉만 보고 어림잡을 때는 ‘겉잡다’다.우리말 바루기 경제 상황 기본 의미

2026.08.27. 18:52

[손헌수의 활력의 샘물] 내 인생의 짜장면

아직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이었다. 생일이라고 어머니께서 오백 원짜리 지폐 한 장을 내 손에 꼭 쥐여 주셨다. “시장에 가서 혼자 짜장면 한 그릇 사 먹고 오너라. 네가 아직 어려서 힘이 부족하니, 옆자리에 앉아 있는 어른에게 짜장면을 비벼 달라고 부탁하고.” 나는 러닝셔츠 차림으로 한달음에 시장까지 달려갔다. 짜장면집에 들어가 보니 어떤 아저씨가 내 나이 또래로 보이는 딸아이의 짜장면을 비벼 주고 있었다. 나도 짜장면 한 그릇을 시킨 뒤, 어머니가 가르쳐 주신 대로 그 아저씨에게 조심스럽게 부탁했다. “아저씨, 제 짜장면도 좀 비벼 주실래요?” 아저씨는 흔쾌히 내 짜장면을 비벼 주셨다.     나는 그 짜장면을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처럼 먹었다. 혼자였지만 외롭지 않았다. 생일에 짜장면을 먹는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때는 알지 못했다. 왜 생일인데도 우리 식구 모두가 짜장면집에 가서 함께 먹지 못했는지, 왜 어머니는 나를 혼자 보내셨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짜장면 한 그릇에 오백 원이었지만, 여자 혼자의 몸으로 다섯 자식을 키워야 했던 어머니에게는 그 오백 원도 쉽게 쓸 수 없는 큰돈이었다. 어머니는 당신의 한 끼를 아껴 아들의 생일상을 차려 주셨던 것이다.   그 일이 있고 50년도 더 지난 지금, 올해는 모처럼 가족과도 떨어져 생일을 혼자 서울에서 보내게 되었다. 서울의 짜장면 가격은 50여 년 동안 열여덟 배나 올라 이제는 한 그릇에 9천 원을 받는다. 오랜만에 생일날 혼자 짜장면을 시켰다. 어린 시절처럼 깨끗이 한 그릇을 다 비웠다. 이제는 누구에게 부탁하지 않고 내 손으로 짜장면을 비빌 수도 있고, 짜장면 값도 내가 번 돈으로 지불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어머니께 짜장면을 곱배기도 사드릴 수 있는데, 이 세상에 어머니는 더 이상 살아 계시지 않는다.   어린 시절 어머니는 내게 자주 이런 말씀을 하셨다. “혹시라도 엄마가 일찍 죽게 되면, 너는 아무 짜장면집이나 찾아가서 일을 시켜 달라고 해라. 배달을 하든 요리를 배우든, 시키는 일을 열심히 하면 식당이라 밥은 굶지 않을 게다. 그리고 주인에게 열심히 일할 테니 공부만 시켜 달라고 부탁해라. 가진 것이 없으니 너는 공부를 해야만 한다.”     어린 나에게는 무서운 말이었다. 어머니가 정말 일찍 돌아가시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걱정도 되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은 가난한 어머니가 자식에게 남겨 줄 수 있었던 가장 현실적인 생존 교육이었다. 어머니에게는 물려줄 재산도, 든든한 배경도 없었다. 대신 어떤 일을 하더라도 성실하게 해야 하고, 가난에서 벗어나려면 공부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셨다. 다행히 어머니는 다섯 자식을 모두 시집 장가 보내시고, 여든이 훨씬 넘어서 세상을 떠나셨다.   내 짜장면 이야기를 들은 한 동창은 나보다 더 슬픈 자신의 짜장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산꼭대기 집으로 이사하던 날이었단다. 형편이 어려웠던 친구 아버지는 이삿짐을 날라 주던 트럭 운전사에게 비용을 조금 깎는 대신 점심을 대접하기로 했던 모양이다. 이삿짐을 모두 내린 뒤 운전사와 친구, 그리고 친구의 아버지까지 셋이 짜장면집에 갔단다. 친구의 아버지는 돈을 아끼기 위해 운전사에게만 짜장면 한 그릇을 주문해 드렸단다. 운전사 아저씨가 짜장면을 먹는 동안 친구는 옆에서 침만 꼴깍꼴깍 삼키면서 엽차만 계속마셨단다.   나는 생일에 혼자서라도 짜장면 한 그릇을 먹었지만, 그 친구는 눈앞에 있는 짜장면을 바라보기만 해야 했으니 나보다 더 슬픈 짜장면 이야기다. 그 시절 짜장면은 그저 허기를 채우는 한 끼가 아니었다. 오래 전 나를 위해 자신의 한 끼를 포기했던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려 보자. 아직 그런 분이 곁에 계신다면 그 분께, 만일 그런 분이 곁에 계시지 않는다면, 지금 내곁에 있는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꼭 따뜻한 식사 한끼를 대접하기 바란다. (변호사, 공인회계사)     손헌수손헌수의 활력의 샘물 짜장면 인생 짜장면 이야기 짜장면 가격 시절 짜장면

2026.08.27.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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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당마저 공소취소 신중론…조작기소 특검 아예 접을 때다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조작기소특검법 추진과 관련해 속도 조절 및 신중론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이 발의해 놓은 해당 특검법은 이미 재판에 회부된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취소 권한을 특검에 부여해 논란이 됐다. 그런데 중앙일보가 여당 법사위 소속 의원 10명을 조사한 결과 특검법에 공소취소 권한이 포함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의원은 1명에 그쳤다. 지난 2월 공소취소 모임에 여당 의원 105명이 가입했던 것과 비교하면 기류가 확연히 달라졌다. 여당 의원들 사이에선 ‘굳이 역풍을 감당하면서까지 공소취소 조항을 남겨둘 필요가 없다’거나, ‘대통령이 공소취소를 원할지도 의문’이라는 반응까지 나왔다. 여당의 기류 변화는 예견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현실을 도외시한 부동산 세제 개편과 증시 폭락 등으로 대통령과 당의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면서 ‘대통령 지키기’로 비치는 특검법을 무리하게 밀어붙일 동력은 사실상 사라졌다고 봐야 한다. 정부·여당이 민생보다 대통령 사법리스크 방어에 올인할 경우 중도층은 더욱 돌아서고 추가 지지율 하락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다가오는 총선에서 당선을 최우선 목표로 삼는 의원들로서는 민심과 동떨어진 법안을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자칫 ‘정권 심판론’이 일어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혹여 여당이 당장 소나기를 피해 보자는 식으로 법안 추진에 거리를 두는 모습을 연출하는 것이라면 큰 오산이 아닐 수 없다. 그 같은 기만 정치는 더욱 거센 국민적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해당 특검법은 ‘누구도 자기 사건의 재판관이 될 수 없다’는 법치국가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삼권분립의 헌법 질서를 흔드는 내용이었던 만큼 독소 조항이 담긴 특검법 자체를 철회해야 마땅하다. 이 대통령도 본인의 사법 문제에 대해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여선 곤란하다.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잘못됐으면 취소하고 잘못되지 않았으면 놔두는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런 언급 자체가 여당이 무리수를 두는 한 배경이었기 때문이다. 대통령 스스로 당이 특검법을 접을 수 있게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국정 동력 회복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2026.08.27. 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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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물가 걱정에 금리 올리는데 돈 더 풀겠다는 정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어제 기준금리를 2.75%에서 3%로 올렸다. 지난달에 이어 두 달 연속 인상에 나선 것이다. 기준금리를 올리고 나서 당분간 효과를 지켜보는 관례를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통화정책은 완연한 긴축 기조로 굳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거시지표의 움직임을 보면 기준금리 인상이 정당화되는 측면이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 6월 연속 3%대를 기록했다. 7월 2.8%로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통화 당국의 목표 수준(2%)을 웃돈다. 중동전쟁 여파에 더해 수요 측 압력이 가세하며 고(高)물가의 장기화 가능성도 커졌다.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가 각각 3.3%, 2.9%로 높아지면서 근원물가 상승률도 두 해 모두 2.5%로 올라갈 것이란 게 한은의 전망이다. 신현송 한은 총재도 “물가 오름세가 확산하기 전에 조기 대응하면 궁극적으로 경기에 미치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면서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표현이 있는데, 이번에 호미로 막는 정책을 펴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준금리 3%’의 부담은 결코 가볍지 않다. 수출과 내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가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의 부담은 우리 경제의 취약한 부문에 집중되며 양극화의 그늘을 더 짙게 할 것이다. 특히 가계부채가 2000조원을 넘어선 터라 이른바 ‘영끌족’과 빚 많은 자영업자 등은 더욱 한계 상황으로 몰릴 것이다. 금융 불안이 확산하지 않도록 거시건전성 관리와 함께 취약계층을 보듬어 안을 미시 정책이 필요하다. 또 한 가지 걱정스러운 것은 통화정책과 정부 재정정책의 엇박자다. 한은이 돈줄을 죄겠다고 나선 상태에서 정부는 오히려 내년 800조원 넘는 수퍼 예산안 편성을 예고해 놨다. 이는 통화정책의 효과를 반감시키고 국민이 감당해야 할 긴축의 고통을 장기화할 우려가 크다. 글로벌 국채 시장의 불안에다 정부의 재정 확대 기조에 국고채 금리는 10년물 기준으로 4.27%까지 치솟아 있는 상태다. 시장의 우려와 혼선을 줄이려면 초과 세수를 명분으로 한 퍼주기식 예산을 지양하고, 선제적인 국가부채 상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맞다.

2026.08.27. 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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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국 드론 전력의 실상 보여준 해상 추락

지난 25일 첫 해상 운용 전투실험에서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 중인 자폭드론(무인기)이 대형 수송함인 마라도함에서 이륙한 직후 수초 만에 바다로 추락했다. 2㎞ 거리에서 고속 기동하는 목표물을 타격하는 실험을 하려 했으나 해상 추락으로 실험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자폭드론은 2024년 시작된 ADD의 핵심 기술 연구개발 사업 중 하나로, 사업 완료 목표 시점이 다음 달이다. 그간 지상에서 이뤄진 30여 차례의 실험에선 성공했지만, 해상 운용 실험에선 실패한 것이다. 드론은 이미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미국-이란 전쟁에서 ‘게임 체인저’로서의 위력이 확증됐다. 저가의 자폭드론을 활용해 고가의 요격 무기를 소진시켜 방공체계를 무너뜨리고, 최대 수천㎞ 떨어진 목표물을 미사일이 아닌 드론으로 정밀 타격하는 시대가 됐다. 우크라이나와 이란이 막강한 군사력을 보유한 미·러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런 전쟁 양상에 맞춰 우리 군도 당초 2030년대 중반에서 2030년 이전으로 앞당겨 장거리 자폭드론 전력화, 저가·소모성 드론 2만 대 이상 확보, ‘50만 드론 전사’ 양성 등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실상은 이 지경인 것이다. 정부의 드론전 역량 강화 계획은 여러모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합동성 강화를 위해 육·해·공사를 통합하겠다더니, 최초의 육·해·공·해병대 합동 전투부대인 드론작전사령부를 윤석열 정부 당시 ‘평양 무인기 사건’에 연루됐다는 이유로 해체하고, 각 군이 작전을 수행하도록 했다. 북한은 러시아 파병으로 드론 실전 운용 경험을 차곡차곡 쌓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세계 최강의 드론부대를 보유한 우크라이나의 협력 용의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를 우려해 외면하고 있다. 파병 논란으로 수년째 우크라이나 군사참관단 파견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달 초 미 해병대가 처음으로 국내에서 공개한 자폭드론 실사격 훈련엔 미국의 드론 스타트업 회사가 생산한 대당 700만원 수준의 소형 드론이 투입됐는데, 우리는 민·군 간의 벽이 높기만 하다. 여전히 대부분의 드론 핵심 부품을 중국에 의존하면서 말이다. 이러니 미래전의 핵심인 드론전에서 북한은 날고 있는데 우리는 기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2026.08.27. 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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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제 칼럼] 21세기 미국과 중국과 한국

미국이라는 나라를 가장 잘 아는 나라는 아마도 영국일 것이다.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미국 독립 250주년을 맞아 지난 1월부터 7월까지 7회에 걸쳐 건국에서부터 오늘까지의 족적을 기획시리즈로 정리했다. 이 깊이 있는 시리즈는 미국이 건국 이후 ‘언덕 위의 도시’처럼 세계에 비추었던 성취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경제적 불평등과 정치적 양극화, 현재에 대한 회의와 미래에 대한 불안 속에 빠져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지가 여론조사기관 유고브(YouGov)와 지난 6월 미 국민들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는 전체 응답자의 63%가 지금 국가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답했다. 민주당원은 91%가, 공화당원은 25%만 그렇다고 답해 이 나라가 심한 정치적 분열 속에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이 다음 250년 동안에도 존속될 것인가라는 질문에 42%(‘거의 확실히’라는 답은 17%)만이 긍정적으로 답했다. 이러한 분열과 불안의 모습은 트럼프시대 들어 더 깊어져 왔다. 과거 정부 운영과 대통령직을 제약하던 규범과 제도적 견제장치들이 무너짐으로써 건국의 기반이 된 민주주의 원칙에 대한 신뢰의 위기도 겪고 있다. 전 세계를 상대로 일으킨 무역전쟁과 미국우선주의 정책, 공감을 잃은 군사력 사용은 오랜 기간 미국이 쌓아 올린 도덕적 가치와 대외신뢰도도 무너뜨리고 있다. 흔들리는 미국, 깊어진 내부분열 거세지는 중국의 산업·군사 도전 트럼프 이후 미국은 새 전략 모색 한국의 길은 산업·기술과 정치혁신 시장이 연결되고 국가들 간 기술과 생산성의 격차가 줄어들면 결국 인구가 많고 영토 규모가 큰 나라가 패권국가로 부상하게 된다. 미국은 19세기에 영토를 확장하고 대규모 이민을 받아들이며 2차 산업혁명의 물결을 타고 영국을 제치고 20세기를 ‘미국의 세기’로 만들었다. 그러나 21세기는 다시 패권의 흥망성쇠가 요동치는 시대가 될 것 같다. 지금은 중국이 새로운 물결을 타고 부상하고 있다. 이미 중국의 경제 규모는 구매력 기준 미국보다 30% 더 크며, 미국의 두 배에 달하는 제조업 능력을 가지고 전 세계 선박, 배터리, 전기차, 희토류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미국보다 더 많은 특허를 출원하고, 인용 횟수가 많은 과학 논문들을 더 많이 발표하고 있다. 중국에도 내부의 취약점들이 많지만, 미국의 어떤 전략도 이제 중국의 부상을 제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금 사상 최대 규모의 군사력 증강, 해외 물류기지 확장, 4차 산업혁명 기술 장악의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트럼프 시대가 끝나면 아마도 미국은 새로운 대외·대중 전략을 모색하려 할 것이다. 지난 반세기 미국은 중국에 대해 유화적 접근과 대립적 접근을 시도해 왔으나, 이 두 전략은 중국의 도전을 막는 데 모두 실패했다. 조지타운대학의 도쉬(Doshi)교수는 미래 대중 전략이 두 가지 기둥 위에 세워져야 할 것이라 제언하고 있다. 첫 번째 기둥은 ‘관리된 경쟁’이다. 즉, 미국의 핵심 이익을 지키기 위해 중국과의 힘의 균형을 추구하되 경쟁이 재앙으로 치닫지 않도록 기술, 무역, 대만 문제와 관련해 미국이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지 중국에 명확히 밝히고, 미국의 목표에 한계를 긋는 것이다. 두 번째 기둥은 ‘동맹과의 연합’이다. 미국은 시간이 갈수록 혼자서는 중국과 맞서기 어렵다. 그러나 유럽, 일본, 호주, 인도, 캐나다, 한국 등 동맹국들과 힘을 합치면 무게 추는 다시 기울어진다. 이러한 동맹국들과의 연합은 중국의 GDP보다 2배 이상, 군사비보다 2배, 특허수보다 3배 더 많으며, 전 세계 제조업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 반면, 중국은 3분의 1에 그친다. 이는 동맹국 지역에 공동의 관세와 규제 장벽을 세우고 이를 통해 동맹국 기업들에 통합된 시장을 제공해 중국의 과잉생산 능력이 이들 국가의 산업들을 하나씩 무너뜨리지 못하도록 견제하자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미국의 최첨단 군사기술을 동맹에 제공해 억지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일종의 신(新)안보·산업 동맹인 셈이다. 미국은 포스트 트럼프 시대에 과연 어떤 전략을 선택해 나갈 것인가? 트럼프 시대에 상처 난 신뢰와 동맹국들과의 관계를 재건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 한국은 이 연합에서, 그리고 중국과의 관계에서 어떤 입지를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인가? 남은 21세기는 아직 한 세기의 나이를 넘기지 않은 대한민국의 영고성쇠에 또 다른 큰 도전의 시대가 될 것이다. 세계가 다시 전쟁으로 치닫지 않고 동서양의 세력 균형과 견제의 질서를, 더 나아가 동서융합의 질서를 세워 나가는 것이 이 지정학적 대변화의 핵 위치에 놓여 있는 한국에는 최선의 길이다. 이 도전의 시기를 헤쳐 가기 위해 한국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요소는 산업 생산 능력과 기술이라는 전략적 자산을 유지·확대하는 것이다. 그리고 장기적 경제·안보 전략을 세우고 실행할 수 있는 국가 운영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이보다 더 기본은 공동체의 규범과 기풍을 제대로 세우고, 정치가 바로 서는 일이라는 것을 국가 흥망성쇠의 역사는 가르쳐 준다. 조윤제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

2026.08.27. 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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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우의 시시각각]땜질과 누더기의 콜라보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형사소송법 개정안)를 주도했던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제도에 빈틈이 있으면 보완해 나가면 된다”고 말했다. ‘법이 뭐 별거야, 문제 생기면 그때 또 고치면 되잖아’라는 투다. 공교롭게도 실제 개정안 시행에 앞서 현실 수사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노출한 ‘장윤기·장미란 사건’이 불거지면서 김 의원의 발언이 재조명되고 있다. 그럼 당장 어디를 뜯어고쳐야 하나. 아니 법의 미비점을 미리 예측했으니 선지자로 칭송해야 할까. 기괴한 장면은 또 있다. 국회 법사위원인 민주당 김남희 의원은 지난 21일 국회 법사위에서 이진수 법무차관에게 “중요한 사법형사체계 개편 과정에서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국민이 얼마나 걱정하나.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 누가 책임지나. 경찰이 독자적 수사권을 갖게 되면서 무소불위로 휘두르는 권력을 제대로 감시·견제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매섭게 따졌다. 그런 무소불위의 경찰을 탄생시키는 법을 통과시킨 이가 정작 본인이면서 그게 걱정된다고 되레 호통치다니 이야말로 블랙코미디 아닌가. 역대급 유체이탈 화법에도 지금 김 의원은 민주당 경찰개혁추진단장을 맡게 됐다. 경찰에 수사권 몽땅 몰아주더니 이제는 힘 빼야한다며 허둥지둥 숙고하지 않은 법은 부작용만 커 물론 최근 경찰 비위 사건을 모두 보완수사권 폐지와 직접적으로 연결짓는 건 무리다. 그럼에도 2020년부터 민주당이 드라이브를 걸어 온 ‘검찰 해체-경찰 독점’ 작업의 파생물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앞서 숱한 전문가들이 개정안에 대해 “형사사법제도의 붕괴”라며 우려하고 “보완수사권 폐지는 오른팔이 썩어 수술대에 누운 환자의 목을 자른 격”(이상원 서울대 명예교수)이라는 지적도 나왔지만, 현 집권세력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검찰에 대한 뿌리깊은 적대의식을 먹잇감 삼아 “한 톨의 수사권이라도 남겨 놓는 건 반동”이라며 지지층과 함께 돌격전을 펼쳐 왔다. 그래놓고 개정안 시행을 코앞에 두고서야 “경찰도 문제야, 손봐야 돼”라며 경찰 6대 폐단을 척결하겠단다. 땜질 처방을 내놓는다 한들, 한번 망가진 틀을 되돌릴 수 있을까. 비슷한 풍경은 8·3 세제개편안에서도 드러났다. 당초 정부는 지난 60년간 부동산 세제의 뿌리였던 ‘1가구 1주택 보호’ 원칙을 깨고 ‘살지 않는 집은 몽땅 투기’라며 비거주 1주택에도 징벌적 세금을 부과할 태세였다. 하지만 역풍이 거세자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비거주 1주택 종부세 공제액을 9억원→12억원으로 원상 복구하고, 거주 인정 예외의 범위도 손주 돌봄 등으로 확대하겠단다. 이럴 경우 종부세 실거주 공제액(14억원)과 별 차이가 없어 왜 굳이 실거주-비거주를 나누는지 의문이 든다. 또한 예외 인정을 받기 위해 내밀한 개인사를 구구절절 소명해야 하는 점, ‘왜 이건 예외가 안 되냐’는 반발 등 불합리한 요소는 여전하다. “손을 댈수록 누더기가 된다”는 뒷말이 나오는 이유다. 용산공원도 오락가락이다. 당초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지난 14일 “용산어린이정원은 좁은 개념이고 용산공원 전체를 (주택 공급지로)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준경 청와대 경제성장수석도 “용산어린이정원은 사람이 별로 없다. 이 금싸라기 땅을 잘 이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가세했다. 그러더니 김 장관은 26일 국회 예결위에선 용산어린이정원 주택 공급 방안에 대해 “한 번도 논의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제는 일원동 탄천부지를 두고 “적극 검토”(26일)라고 했다가 하루 만에 “대체 부지가 중요하다”며 또 입장을 바꿨다. 도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나. 왜 이런 일이 반복될까. 숙고하지 않아서다. 당장 표가 되니, 정치적으로 득이 되니 일단 질러놓고 보자는 식이다. 일찍이 1970년대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는 이렇게 설파했다. “시장과 사회의 복잡성을 간과한 입법은 반드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부른다.” 그의 저서는 『치명적 오만(the Fatal Conceit)』. 현 집권세력이 되새겨 볼 지점이다. 최민우([email protected])

2026.08.27. 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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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현의 시선] 여의도에도 부 경장이 있었다

경찰을 다룬 픽션 중 인상 깊은 영화 중 하나는 ‘춤추는 대수사선’이다. 29년 전 일본에서 드라마와 영화로 흥행하고 한국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극 전체에 흐르는 우스꽝스러운 블랙 코미디가 묘미다. 강물에 뜬 변사체를 처리하는 장면은 지금도 회자된다. 시신을 강 건너편에 닿게 해 다른 경찰서 관할이 되게 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경찰관의 모습이다. 그들도 어떻게든 자기 일을 줄여보려고 잔머리를 쓴다는 불편한 진실을 관객은 목도했다. 경찰 수사가 춤을 추는 것처럼 정신없이 바쁘다는 영화 제목 행간에는 춤사위처럼 예측 불가한 일 처리도 부지기수라는 복선이 깔려 있었다. 변사체 강 건너로 밀친 영화처럼 무책임하고 나태한 경찰관 상존 위험 키운 입법, 똑같은 직무유기 영화 주인공인 열혈 형사는 총격과 추격보다 관료주의에 찌든 현실의 벽에 힘들어했다. 살인 사건에 긴급 출동하려다 “경무과에서 계장과 과장의 도장을 받아와야 순찰차 키를 지급한다”는 안내를 받는 식이다. 긴급 수사팀을 꾸리는 경찰 간부들은 수사본부 이름에 지역명을 넣어 홍보 효과를 높일 궁리만 한다. 말 그대로 ‘웃픈’ 현실이 경찰을 둘러싸고 있다. 사회부 기자 생활에서도 영화의 통찰을 여러 번 체험했다. 화재 사건을 취재할 때는 경찰은 “방화로 추정” 뉴스에 기함했고 전기안전공사는 “누전 가능성”이라는 예측에 질색했다. 방화라면 경찰이 방화범을 잡아야 하고 누전이라면 안전공사가 그 원인과 책임을 규명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청년들은 정의감보다는 안정된 직장을 찾아 경찰직에 지원하고, 일선 경찰은 승진을 위해 실적을 쌓으며, 간부들은 더 높은 자리를 노리며 정치권에 기웃대는 풍경도 지켜봤다. 제주도에서 숨진 채 발견된 30대 여성 장모씨 사건은 여러 영화와 취재 현장에서 느꼈던 씁쓸한 기억을 소환했다. 경찰이 일하는 현장엔 늘 국민의 상식을 벗어난 변수가 숨어 있었다. 형사계엔 영화 ‘범죄도시’의 마석도(배우 마동석) 같은 형사만 있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마동석이 납치 피해 여성의 남편으로 출연한 영화 ‘성난 황소’에 더 가까웠다. “아내가 납치됐다”고 신고하는 남편의 우락부락한 외모를 보고 형사들은 아내의 가출이라 지레짐작했다. “CCTV 다 확인해 보셨나요”라고 묻는 가족은 죄인 취급을 당했다. 참다못한 남편이 성난 황소처럼 직접 범인을 잡고 아내를 구하는 게 영화 줄거리다. 그 판타지 같은 결말은 장씨의 유족이나 평범한 피해자들이 겪는 절망과 너무 달랐다. 장씨는 지난 5월 12일 오후 10시 15분쯤 장기 투숙하던 펜션을 나서는 모습이 CCTV에 찍혔다. 그것이 생전 마지막 모습이 됐다. 남자친구의 실종 신고를 받은 부모(34) 경장은 “장씨와 연락이 닿았지만, 위치를 알려주지 말라고 했다”고 거짓말을 하고 2시간 30분 뒤에 사건을 종결해 버렸다. 부 경장이 왜 그런 짓을 저질렀는지는 조사 중이다. 그가 여성 화장실에 들어가는 기행을 벌여 직위해제를 당하는 등 품행에 문제가 있었다는 후속 보도가 이어진다. 진상은 더 밝혀져야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많은 국민이 한국의 경찰 시스템에 크게 실망했다는 사실이다. 시신을 상대편 강가로 밀치는 옛 영화 속 병폐는 애교 수준이었다. 여론의 화살이 여권을 향하는 것은 그래서 당연하다. 그런 경찰을 믿고 권한을 한껏 키워주는 형사소송법 개정까지 했으니 불안과 불신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경찰 개혁을 주문하며 수습에 나섰다. 동시에 더불어민주당은 장씨 사건이 보완수사권 폐지 이전에 발생했다는 점을 들며 형소법 개정과의 연관성을 차단하려 했다. 법의 문제가 아니라 ‘행정 영역에서 생긴 시스템의 실패’라면서다. 여당 입법자들의 궤변에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행정의 실패가 두렵기 때문에 입법에 신중해 달라는 게 국민의 하소연 아니었나. 70년 넘은 형소법 체계를 뒤흔들어 그 뒷감당을 전국 곳곳에 숨어 있는 부 경장들이 맡게 된 상황에서 그런 무책임한 말이 나오느냐 말이다. 장씨 사건이 시간상으로는 지난 7월의 형소법 개정과 무관할지언정, 비슷한 사건에서 암장의 위험성이 높아진 건 분명하다. 많은 국민과 피해자들이 걱정을 호소할 때 여권은 강성 지지층이 목표로 삼은 검수완박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호도했다.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는 경찰의 한계가 속속 드러나는 상황에서 보완수사권이라는 검찰의 통제 기능을 함부로 날려버린 여당은 실종 기록을 멋대로 없애버린 부 경장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국정 지지율이 최저치에 이르고서야 어설픈 형소법 개정의 심각성을 깨달아가는 정부·여당의 일머리에 깊은 한숨이 나온다. 김승현([email protected])

2026.08.27. 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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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남훈의 이코노믹스] AI 이윤, 연산·메모리·전력과 응용·데이터로 흐른다

AI 가치사슬의 향방과 한국의 전략 챗GPT가 공개된 지 4년도 되지 않았지만, 인공지능(AI)은 어느 범용기술보다 빠르게 경제의 중심에 들어왔다. 기술 발전 속도와 투자 규모, 기업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그러나 기술의 영향력과 그것을 공급하는 기업이 얻는 수익은 별개다. 철도와 인터넷은 경제 전체를 혁신했지만, 투자한 이들이 모두 승자가 되지는 않았다. 최근 반도체 주가의 급등락도 AI의 중요성에 대한 의심보다는 발전 속도와 이윤에 대한 견해 차이 탓이다. AI를 국가정책의 중심에 놓고 인프라 구축에 깊숙이 참여 중인 한국도 AI 가치사슬의 향방을 면밀히 주시해야 한다. 구글 등 AI 모델 빌더 매출은 급증하겠지만 압도적 기업 나오기는 힘들어 작은 성능 차이보다 금융·의료·제조 등 현장 이해도·연결이 중요해질 것 AI, 기존 질서 전복보다는 천천히 여러 산업에 스며드는 범용 투입 요소 제조·의료·금융 현장의 산업 데이터 접근권 설계가 우리의 경쟁력 좌우 AI 생태계의 가치사슬 AI 생태계의 핵심에는 오픈AI·앤트로픽·구글 같은 ‘모델 빌더’가 있다. 이들은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 모델을 학습시키고, 이용자의 요청을 처리하는 추론 서비스를 운영한다. 전자가 상품개발이라면 후자는 생산과 영업이다. 양쪽 모두 막대한 컴퓨팅 자원이 들고,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메모리, 네트워크, 전력설비와 냉각장비를 요구한다. AI 데이터센터는 웹호스팅을 하던 기존 시설과는 차원이 다르다. AI용 서버랙 한 대는 전통적 서버랙보다 훨씬 많은 전력을 쓰고, 액체냉각을 요구하는 등 수퍼컴퓨터에 가깝다. 학습시설은 싼 땅과 전력을 찾아가도, 응답 지연이 중요한 추론 시설은 외딴곳으로 옮기기도 쉽지 않다. 무디스는 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구글·메타·오라클·코어위브 여섯 기업의 자본지출이 2026년 7850억 달러, 2027년에는 1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들 하이퍼스케일러들은 모델 빌더를 위한 데이터센터 공급자이자 투자자·유통업자이며, 동시에 자체 모델로 경쟁하는 사업자다. 모델 빌더가 서비스를 키우면 인프라 비용이 커지고, 하이퍼스케일러가 자체 모델을 강화할수록 양자의 이해관계는 충돌한다. 이 산업에서 가장 많은 이익을 가져갈 사업자는 모델 빌더일까. 반드시 그렇지 않을 수 있다. AI 서비스에는 다른 산업에서는 좀처럼 동시에 나타나지 않는 특성이 있다. 비싸게 발명해도 빠르게 모방되며, 팔 때마다 상당한 비용이 든다는 점이다. AI의 수익화 능력이 떨어지는 이유 AI는 혁신 성과를 독점적으로 붙잡아 수익화하는 능력, 즉 데이비드 티스(D. Teece)가 말하는 ‘전유 가능성’이 투자 규모에 비해 낮다. 제약회사라면 특허로 복제약을 막고, 지식재산권이 없어도 영업비밀과 공정 노하우로 담을 쌓는 산업도 많다. 하지만, AI 모델은 그런 담을 쌓기가 어렵다. 최첨단 기업들은 핵심 정보를 감추려 하지만, 논문과 연구자 이동, 공개 벤치마크, 큰 모델의 출력을 학습 데이터로 삼아 작은 모델을 키우는 방법론인 ‘증류’ 등을 통해서 선도기업이 찾아낸 길이 빠르게 전파된다. 무엇이 가능한지 알려지는 순간 후발자는 탐색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데, AI 개발에서는 이것이 격차를 크게 줄인다. 딥시크·키미·GLM 같은 중국계 ‘공개형’ 모델은 이런 특성이 현실적 위협임을 보여준다. 에포크AI의 역량지수에 따르면 2026년 1월 이후 공개형 모델은 프런티어 폐쇄형 모델에 평균 넉 달 뒤져있을 뿐이다. 공개형 모델은 엄격한 의미의 오픈소스와는 다르다. 개발 과정은 폐쇄형과 비슷하게 비공개지만, 완성품인 가중치를 내려받아 수정하는 걸 허용해서 ‘오픈웨이트’ 모델이라 부른다. AI 개발의 특성을 활용해서 비교적 손쉽게 성능을 확보하고, 남은 열세는 개방성으로 메우며 값싼 추가 서비스와 생태계 확대로 이익을 얻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중국 기업이 보여준 진짜 위협은 선두에 근접한 모델을 개발한 기술력에 있지 않다. 엄청난 비용을 들인 지능도 쉽게 따라 만들어 무료나 저가로 풀고, 그로 인해 선도자의 수익 기반이 빠르게 무너질 수 있음을 보여준 데 있다. 선도자는 지금도 비용 부담이 버거운데 기술개발 속도를 높여 격차를 늘리는 식으로 대응하기도 어렵다. 피지컬 AI에서 우위를 노리는 중국으로서는 기반 AI 모델을 고이윤 상품으로 키우기보다 값싼 공공재에 가깝게 공급하고, 응용과 하드웨어 수요를 키우는 편이 합리적 전략이다. 미국 모델 기업의 수익성을 압박하며 가치의 중심을 자신들이 강점을 지닌 제조 현장으로 끌어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수출입 통제 등으로 막으려 해도 원인이 AI 개발 방식 자체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한계가 있다. 팔 때마다 상당한 비용이 든다 한편, AI는 다른 정보기술(IT)산업에 비해 규모의 경제가 크지 않은 편이다. GPU와 전력을 싸게 조달하고 가동률을 높이며, 전용 칩과 소프트웨어를 최적화하는 과정에는 규모의 이점이 있지만, 그것이 이윤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고정비는 품질경쟁 속에 매 세대 다시 투입된다. 개발 이후에는 추가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일반 소프트웨어와 달리 생성형 AI는 질문과 답변이 늘 때마다 추론 비용이 새로 발생하고, 요구가 복잡할수록 비용은 더 빨리 증가한다. 검색이나 SNS처럼 이용자가 많아지면 창출 가치도 커지는 네트워크 효과도 약한 편이다. 범용 업무용 모델은 여러 개를 동시에 쓰거나 갈아타기도 쉬운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모델 계층에서 검색시장의 구글과 같은 압도적 지배기업이 나오기는 쉽지 않다. 성능 격차는 좁고 추격은 빠르며 사용량이 늘수록 운영비도 증가한다. 인간을 완전히 넘어서는 초지능에 먼저 도달한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그 가능성만 믿고 자금을 무한정 투입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앤트로픽과 오픈AI가 잇따라 상장 서류를 제출하고, 대규모 설비투자로 잉여현금흐름이 줄자 메타의 주가가 급락한 것은 시장이 성장률 못지않게 자본회수 가능성을 보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이윤 기회는 보완자산으로 이동 모델 빌더의 매출이 줄어든다는 뜻은 아니다. 시장은 계속 커지고 매출도 급증할 것이나, 문제는 그 매출이 초과이윤보다는 학습비용과 가격경쟁으로 흘러나간다는 것이다. 티스는 전유 가능성이 작을수록 이윤은 혁신 자체보다는 희소한 보완자산 쪽으로 이동한다고 말한다. 앞으로 모델 빌더는 가치사슬의 하류로 내려가 응용서비스와 산업별 솔루션, 독점적 데이터와 고객 접점으로부터 차별점을 찾으려 할 것이다. 작은 성능 차이보다 금융·의료·제조 등 현장의 업무를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기존 제도와 시스템에 얼마나 안정적으로 연결하는지가 중요해진다는 뜻이다. 이윤 기회는 아직 병목이 남은 상류의 연산·메모리·전력과 함께, 보완자산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응용·유통·데이터 방향으로 이동하고, 상당 부분은 경쟁을 통해 소비자 후생 증가로 전이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AI는 단기에 기존 질서를 완전히 뒤집기보다는 천천히 여러 산업에 스며드는 범용 투입 요소의 형태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 중장기적으로 이는 한국에도 나쁘지 않은 흐름이다. 모델 간 경쟁이 이어지면 지능의 가격은 내려가고 사용량은 늘어난다. 병목이 완화되더라도 메모리·전력기기·냉각·네트워크처럼 한국 제조업이 강한 영역의 총수요는 계속 커질 수 있다. 다만 그 과정이 순탄하리라는 법은 없다. 중국의 메모리 기업들이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고, HBM에 대한 수요를 줄이거나 저렴한 메모리칩을 활용하는 시도가 늘고 있는 점은 한국 반도체의 성벽도 안심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한국의 몫은 어디에 있는가 금융의 쏠림도 위험 요인이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최근 미국 경제성장의 약 3분의 1이 AI 투자 및 파생 효과에 기인한다. AI 관련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 잔액은 지난해 말 이미 1조2000억 달러로 미국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모건스탠리는 올해 발행액만 57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거대한 설비투자와 장기계약, 부채가 한 방향으로 얽혀 있고, 성장에 대한 기대를 바탕으로 서로 주고받으며 신용을 키우는 현상도 보인다. 이러다가 모델 빌더나 하이퍼스케일러 중 균열이 생기면 그 충격이 자본시장 전반에 퍼질 수도 있다. AI 정책의 초점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자신의 역량에 맞는 전략을 골라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다. 모든 계층에서 선두를 바라보는 전략은 현실적이지 않다. 강점이 있는 층에서는 최선을 다하되, 나머지는 일방적 종속을 피할 역량 축적에 집중해야 한다. 특히 산업 데이터의 접근권 설계가 시급하다. 제조·의료·금융 현장의 데이터가 누구에게 어떤 조건으로 열리는지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다. 평가와 보안 요건의 검증 역량을 키우는 일도 중요하다. 최고의 모델을 만들지 못해도 AI 시대의 승자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가야 한다. 권남훈 산업연구원 원장

2026.08.27. 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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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숙인의 조선가족실록] ‘파묘’도 지울 수 없었던 절의, 사림파 집권 길 터

두 번 죽어 시대의 스승 된 김종직과 그의 가족 “항우(項羽)가 의제(義帝)를 시해한 일에 가탁하여 선왕(先王)을 헐뜯은 김종직을 부관참시하라. 그 자가 저술한 『점필재집(佔畢齋集)』은 모두 거두어 불사르고, 그 도당들을 일망타진하라.”(연산군 4년 7월) 1498년에 발발한 무오사화(戊午史禍)로 6년 전에 죽은 김종직(金宗直·1431~1492)은 무덤에서 나와 또 한 번의 죽음을 맞이한다. 유생 시절에 쓴 조의제문(弔義帝文·의제를 위한 제문)이 제자 김일손의 사초(史草)로 인해 되살아난 것이다. 실록은 객관적인 사실을 기록하는 것 외에 전해 들은 이야기나 사관(史官) 개인의 논평을 싣기도 한다. 세조의 왕위 찬탈을 비판하는 논조의 김일손 사초가 성종실록을 편찬하는 과정에서 나오는데, 자신의 충분(忠憤)을 정당화하기 위해 스승의 글을 끌어온 것이라 한다. 유생 때 쓴 ‘조의제문’ 훈구파 조작 무오사화 대역죄인 몰려 부관참시 성장하는 사림의 싹 뽑힌 듯 했으나 결국 도학자의 정치 참여 시대 열려 세조에 맞서 잡학 거부할 만큼 강직 역적 아비 둔 13살 아들은 유뱃길에 유자광 조작에 넘어간 연산군 격분 김종직 사후에 편찬된 『점필재집』에 ‘조의제문’이 실려 있지만 어느 누구도 의제와 항우를 단종과 세조라고 보지 않았다. 성종도 하나의 사평(史評)으로 보았을 뿐인 글을 주석을 달고 글귀마다 풀이하여 연산군을 격분시킨 자가 있었는데, 바로 유자광이다. 연산군은 자신의 증조부 세조를 농락한 김종직을 가만둘 수 없었다. 사화(士禍)가 아닌 사화(史禍)라고 한 것은 실록의 초고인 사초(史草)가 발단이 되었기 때문이다. 무오년의 사화로 희생된 사람은 50여 명인데, 김일손 등 사형 6명을 비롯하여 유배 아니면 파직이었다. 대부분 김종직 제자 그룹의 사림들이었다. 눈 속의 찬 매화와 비 온 뒤의 산 보기는 쉬워도 그려내기는 어렵지 세인(世人)들의 눈에 들지 못할 줄 알았더라면 차라리 붉은 연지로 모란이나 그릴 것을. 1446년(세종 28) 16세의 김종직이 진사시에 낙방하여 낙향하는 길에 제천정(濟川亭)에서 읊은 시다. 시의 뜻은 김종직 자신은 고고함과 청아함을 추구하지만 시관(試官)은 울긋불긋한 모란과 같은 화려한 글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나를 알아주지 않는 세상과 절연할 뜻은 없는 것 같다. 김종직의 이후 삶이 궁금해진다. 당시는 문장(사장) 능력이 과거 급제의 관건인 시대였다. 문장으로 탁월한 재능을 발휘하던 김종직은 부친 김숙자(金叔滋)의 권고로 이학(理學·도학)에 몰두하는데, 그의 나이 18세 때의 일이다. 이후 그는 도학(道學)과 시학(詩學)을 겸비한 유교 지식인으로 성장한다. 아버지 김숙자는 여말선초의 유학자 길재의 문인이다. 두 왕조를 섬기지 않겠다며 금오산 기슭에 몸을 숨긴 길재를 선산에 살던 김숙자가 찾아간 것이다. 정몽주를 이은 길재의 절의 정신과 그 학문을 따르고자 선비들이 몰려드는데 김숙자가 그 대표적 인물이다. 21세의 김종직은 현령 조계문의 딸 창녕조씨와 혼인을 한다. 그는 김숙자와 박홍신의 딸 박씨 사이 3남 2녀의 막내로 밀양에서 태어났다. 선산의 김숙자는 당시의 풍습대로 혼인과 함께 거주지를 밀양으로 옮겨 간다. 아들 김종직의 고향이 밀양이 된 이유이다. 요직 못 차지한 아버지 김숙자 과거를 통해 관료계에 진출한 김숙자는 능력과 행실이 탁월함에도 요직의 문 앞까지 갔다가 거절되는 상황에 직면한다. 급제 후 바로 조강지처를 버렸다는 것이다. 1423년(세종)에 동궁 교육을 담당한 시강(侍講)에 임명되자 ‘조강지처’가 또 발목을 잡았다. 사실과 다른 주장을 펼쳐놓는 고발자들과의 대변(對辨)을 부끄럽게 여긴 김숙자는 마침내 파직되고 고신(告身·임명장)을 빼앗긴다. 참 억울했을 아버지를 위해 김종직은 『이존록(彝尊錄)』을 저술하여 가족 및 혼인 관련 사실을 밝혀놓았다. 이에 의하면 아버지 김숙자(1389~1456)는 30세에 한씨와 이혼하였고 31세에 문과급제했으며, 32세에 박씨와 재혼하였다. 김숙자가 한변(韓變)의 딸 한씨와 혼인을 한 것은 그의 아버지 김관(金琯)의 뜻이었다. 김종직의 조부 김관은 공녀 차출에서 구해줄 요량으로 엉겁결에 아들 김숙자의 혼인을 약속한다. 당시 김숙자는 관례를 행하기 전의 나이, 13~14세에 불과했다. 그런데 사돈 집안의 격이나 며느리의 성품이 문제 되면서 김관은 며느리 출처(出妻·이혼)를 단행한 것이다. 출처의 원인은 ‘불순부모(不順父母)’였다. 이혼 사유는 김숙자 측의 주장이기에 가족 내부의 진실이 무엇인지는 알 수가 없다. 급제하고 이혼한 게 아니고 이혼하고 급제한 것은 사실이다. 다만 김숙자가 아들 김종직의 혼사를 정해놓고 혼례를 진행하지 않자 주변에서 부유한 쪽으로 혼처를 바꾸는 게 어떠냐고 하자 김숙자가 거의 분노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는 점, 자녀들의 혼사에 무엇보다 집안의 품격과 가풍을 강조한 것에서 짐작되는 바는 있다. 중앙에서 왕과 직접 대면하여 자신의 재덕(才德)을 풀어놓을 기회를 갖지 못한 김숙자는 경상도 고령과 개령, 성주 등지에서 수령과 교수직을 수행하며 자신의 역할을 다한다. 근무지마다 따라 다니는 세 아들의 학습을 아침저녁으로 지도하는 스승이기도 했다. “공부는 순서를 뛰어넘어서는 안된다!” 김종직이 마음에 새긴 아버지의 공부법이었다. 김종직은 또 ‘글을 읽을 때는 그 뜻을 생각해야 한다’는 아버지의 가르침을 평생 쓸 자호(自號)에 담았다. 김종직의 호 점필재(佔畢齋)는 ‘글 뜻도 모른 채 책을 읽는 사람’이라는 뜻을 가진 일종의 겸사(謙辭)다. 1459년(세조 5), 29세에 급제한 김종직은 불과 두 달 만에 사가독서(賜暇讀書)의 일원으로 선발되었고 그 3년이 지나 임금 앞에서 경전을 강의하는 영예를 얻었다. 그런데 잡학에 속한 천문·지리·의약 등의 칠학(七學)을 문신에게 익히도록 하라는 세조의 명에 김종직이 반기를 들었다. 잡학은 그 분야 전문가에게 맡기자는 김종직과 잡학의 수준을 높이려면 문신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세조가 대립한 것이다.(세조 10년 8월 6일) 김종직은 도학의 근본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고 세조는 학문의 개방성에 초점을 둔 것이다. 이로 인해 사헌부 감찰 김종직은 파직되었다. 자리를 잃은 김종직은 고향으로 갔다가 다시 서울로 올라오는 등 할 일 없이 어슬렁거릴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다. 고향에서 어머니 박씨가 편지를 보내왔다. “너는 고향에 연연하지 말거라. 어찌하여 그릇된 계책을 가지어, 태평한 때에 공연히 숨어 사느냐. 진실로 삼부(三釜)의 녹봉이면 너는 나의 증삼(曾參)이다.”(‘동무음(東武吟)’, 『역주점필재집』 1) 적은 녹봉을 받더라도 일을 하는 것이 어머니에게는 증삼(효로 이름난 공자의 제자)과 같은 효자라는 뜻이다. 1484년(성종 15) 54세의 김종직이 이조참판에 오르자 제자들은 훈구파와 적극적으로 싸워 조정을 바로잡아 줄 것을 기대한다. 하지만 기대에 못 미쳤는지 제자 김굉필이 시로써 스승의 어정쩡한 처신을 비판한다. 김종직의 답시는 이러했다. 분수에 맞지 않게 공경대부 높은 관직에 올랐지만 내가 어찌 임금을 보필하고 세상을 바로잡는 일을 해낼 수 있겠는가. 그대 같은 후학(後學)들은 나의 허물과 어리석음을 조롱하지만 구차하게 권세와 이익을 따르지는 않는다네. 한편 율곡은 절의를 중시한 김종직의 일화를 소개했다. 임금을 모신 자리에서 김종직이 “성삼문은 충신입니다”라고 하자 성종이 놀라며 낯빛이 변했다. 이어서 김종직이 “불행히 변고가 있으면 신이 성삼문이 되겠습니다”라고 하자 성종의 안색이 펴졌다(『석담일기』 하). 죽었을 때 초가 한 칸 없어 도학자의 정신을 견지하며 성종의 문치(文治)를 이끌던 김종직은 62세를 일기로 조용히 세상을 떠났다. 죽음을 예견한 듯 고향으로 돌아가 쉬고 있던 그에게 임금은 가난함을 걱정하며 밀양 백산의 외거 노비 15명과 동래 온정의 논 일곱 섬지기를 하사하였다. 그의 졸기에는 한양에 출입한 지 30년이 되었지만 자기 집으로 초가 한 칸도 갖지 않았다고 한다. 아쉽게도 그에게는 장례를 주관할 직계 가족이 없었다. 아내 조씨는 10년 전에 세상을 떴고 살았다면 23세가 되었을 죽은 아들 목아를 비롯 연이어 자식들을 잃는 비운을 겪었다. 재혼해서 얻은 아들 일곱 살 숭년(崇年)은 어려서 상주가 될 수 없었다. 6년 후 무오년 13살의 숭년은 ‘대역죄인’이 된 아버지의 유일한 핏줄로, 어리다는 이유로 죽음은 면하여 합천군에 유배되었다. 김종직은 도학자의 경세 참여의 문을 열었다는 점에서 한국유학의 전환기를 마련한 인물로 평가된다. 즉 그의 출사는 이후의 사림들이 관계(官界)로 진출하는 선구가 되었고 성종대에 문치(文治)를 이루는 바탕이 되었다. 무오사화는 성장하는 사림파를 제거하려는 훈구세력의 조작사건으로, 사림의 싹이 뽑힌 듯했으나 김종직이 뿌린 씨앗은 곳곳에서 자라나며 조선의 정치와 학문을 이끌었다. 두 번 죽음으로써 김종직은 시대의 스승이 되었다.

2026.08.27. 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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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호의 뉴스터치] 초현실적 재난 네팔 대홍수

북극 얼음이 녹아 바닷길이 열린다는 말은 일찍이 들었지만, 히말라야 빙하가 녹아 내려 대재앙을 일으킬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첨단 관측장비로 무장한 미국 지질조사국마저 처음엔 지진이 발생했다는 오보를 낼 정도였으니 말이다. 지난 26일 발생한 네팔 대홍수는 기후변화의 재앙이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범위와 규모로 일어날 수 있음을 실증했다. 산사태와 홍수는 집중호우나 태풍으로 인해 일어난다는 상식도 뒤집혔다. 이번 산사태는 말그대로 마른하늘의 날벼락이었다. 주민들은 영상 18도의 쾌적한 날씨속에 평소와 다름없이 평화롭게 일터로 나섰다가 순식간에 천지가 진동하고 강물이 뒤집히는 재난을 당했다. 관측된 진동은 규모 5.2의 지진과 맞먹는다고 한다. SF 재난 영화에서 보던 초현실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졌다. 재난이 무서운 건 과거의 양상을 답습하지 않기 때문이다. 재난은 인간이 축적해온 경험과 데이터의 임계치를 가뿐히 넘어선다. 예측과 대책 마련이 번번이 뒤통수를 맞는 이유다. 기후변화의 재난이 한반도를 피해 갈 것이란 기대는 요행에 운명을 맡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올 여름 우리는 기록적인 폭염 속에 극한 가뭄과 극한 호우가 연이어 닥치는 이변을 겪었다. 이 역시 앞으로는 이변이 아닌 일상일 것이다. 조상들이 명당으로 꼽던 배산임수(背山臨水)는 이제 뒤로는 산사태, 앞으로는 강물 범람의 위험을 안은 취약지형이 됐다. ‘위험사회’를 경고한 사회학자 울리히 벡의 통찰처럼 고도화한 첨단산업과 거대도시는 한계를 벗어난 재난 앞에 오히려 더 취약성을 드러낸다. 공교롭게도 네팔 대홍수 이튿날,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신규 댐 5곳 건설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극한가뭄, 극한호우에 대한 대응과 용수 확보를 위한 고육지책이다. 대표적 환경론자였던 김 장관조차 기후이변이라는 팩트 앞에서는 소신을 접고 겸허해질 수 밖에 없었던 모양이다. 최준호 과학전문기자, 논설위원

2026.08.27. 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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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백의 아트다이어리] 타로 권하는 사회

현진건이 단편 소설 ‘술 권하는 사회’를 썼을 때의 1920년대 우리나라 사회 분위기는 암울했다. 일제 치하에서 3·1 운동은 실패하고 지식인은 이상과 현실의 괴리 사이에서 괴로워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청년들은 만나면 대폿집으로 향했고 서로의 울분과 한탄을 주고받곤 했다. 술이 삶의 유일한 출구이자 위로가 되었던 이런 사회 분위기를 신문기자 출신의 작가는 “그 몹쓸 사회가 술을 권한다”라고 꼬집었다. 그런데 요즘은 술보다는 “타로 권하는 사회”라고나 해야 될지 모르겠다. 타로는 특히 젊은 층 사이에서 하나의 문화 현상처럼 대학가 주위에 유력 상권화되어 있다. 불안한 2030 사이에 타로점 열풍 카라바조 ‘점쟁이’ 속 청년에 꿈 박탈당한 한국 청년 겹쳐 보여 내가 재직하고 있는 대학가만 해도 수십 개의 박스형 부스가 줄지어 형성되어 있다. 청년층과 외국인 관광객의 접근성이 매우 높아 일종의 ‘타로 거리’를 조성하고 있다. 예의상 한두 개씩은 남아 있던 서점은 사라진 지 오래다.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주변 골목들도 마찬가지다. 소형 타로와 사주 부스가 다수 입점해 있어 2030세대의 데이트 코스로 활발히 소비된다. 타로·사주 집이 카페만큼이나 많아지긴 관광지 역시 마찬가지이다. 전주 한옥 마을, 경주 황리단길에는 한옥을 개조한 카페와 식당이 밀집한 거리 곳곳에 타로 및 사주 집들이 대거 입점해 있다. ‘타로’라고 쓰여 있는 간판을 볼 때면 옛날의 ‘점집’을 떠올리게 된다. 한자로 점(占)이라고 쓴 때 묻은 깃발 하나가 꽂혀 있고, 그 오두막 기와집에 드나드는 사람은 한 번쯤 주변을 둘러보고 얼른 들어갔다 나오던 그 원조 점집 말이다. 요즘은 어떤가? 이제 타로는 당당하고 시크한 하나의 유흥 문화가 된 듯하다. 마치 길거리 편의점처럼 오픈되어 있고 고객 역시 쭈뼛거리거나 주변의 눈치를 살피지도 않는다. 용하게 잘 맞춘다고 알려진 곳은 줄을 서야 할 정도. 30년간 같은 대학으로 출·퇴근해 온 나로서는 이 바뀌어버린 풍경들이 민망하고 쓸쓸하다. 20, 30대의 젊은이들이 스스로의 꿈과 좌표에 자신 없어 5000원, 혹은 1만원을 내고 낯선 사람 앞에서 자신의 미래를 물어야 할 만큼 불안해진 현실이 슬프게 다가온다. 20대는 소위 청운의 꿈을 꾸며 무지갯빛 미래 비전을 그리는 시절이다. 조금쯤 불안해도 자신의 계획을 썼다가 지우며 한발 한 발 내딛는 시기다. 그렇게 넘어지고 일어서기를 반복하며 방향을 찾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청년의 얼굴에서 그런 모험과 기백을 보기 어렵다. 그 대신 짙게 드리운 우수(憂愁)의 그림자가 보인다. 도대체 무엇이 그들에게서 꿈을 박탈하고 무지갯빛 미래를 빼앗아 버린 것인가. 그리고 무지갯빛 대신 잿빛을 쥐여준 것일까. 그래서 기댈 곳 없고 불안한 자신의 앞날을 유흥이 가미된 5000원 짜리 거래를 통해 묻게 만든 것일까. 이런 상황 속에서 왜 결혼하지 않느냐, 왜 아이를 낳지 않느냐고 뉘라서 그들을 몰아세울 수 있겠는가. 결혼을 한다 해도 서울 같은 곳에서 자기 집을 마련하려면 둘이서 열심히 벌고 저축하더라도 잘해야 회갑 무렵에야 겨우 신혼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산술적 계산이 나온단다. 이런 상황 속에서 ‘폐(廢)버스’나 ‘청년 빌라’는 그들에게 대안이 아닌 모독이고 능멸이다. 청년들이 ‘빚투’하여 뛰어드는 레버리지는 그들에게는 기성세대가 놓은 또 하나의 덫이고 함정이다. 걸려든 순간 미래는커녕 당장 오늘의 삶이 망가져 버리는 것이다. 카라바조(Caravaggio)의 ‘점쟁이’는 손바닥 점을 보는 집시 여인에게 운명을 묻는 청년을 그린 작품이다. 17세기 전 유럽 화단에 유행된 집시 점쟁이 도상의 시초가 된 그림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귀족 차림의 순진한 청년이 집시 여인에게 손바닥을 내밀고 있는 사이, 여인은 손금을 만지는 척하며 그의 손가락에서 반지를 빼내고 있다. 그런데 내게는 자신의 운명에 대한 답을 고대하는 그림 속 청년의 얼굴에서 타로집을 기웃거리는 우리의 젊은이들이 보인다. 반지를 빼가듯 꿈을 앗아버린 것이다. 누가 이들의 손을 다시 잡아 일으켜 희망의 사다리 쪽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전영백 홍익대 교수, 미술사·시각철학

2026.08.27. 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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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완의 마켓 나우] AI 경쟁, 모델에서 습관으로

대학은 미래 고객을 선점하는 시장이다. 대학생 때 익숙해진 브랜드는 졸업 뒤에도 계속 찾게 된다. IBM과 애플이 PC 시대에 썼던 전략이 AI 시대에 다시 등장했다. 구글이 지난 8월 19일 대학생 대상 AI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제미나이를 무료로 제공하면서 검색·유튜브·지메일·독스·드라이브와 연결된 생태계 안으로 학생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구글이 노리는 것은 학생의 지갑보다 익숙함이다. 대학생 때부터 기본값으로 자리 잡으려는 것이다. 대규모 언어 모델(LLM) 경쟁의 핵심은 오랫동안 더 강한 모델 만들기였다. 오픈AI·앤트로픽·구글은 추론과 코딩, 에이전트 성능을 겨뤘다. 이제 누가 사용자의 첫 선택이 되느냐가 중요해졌다. 대학에서 익숙해진 도구는 졸업 뒤에도 쉽게 바뀌지 않는다. 제미나이로 과제를 하고 지메일로 메일을 보내며 독스로 문서를 만들고 드라이브에 자료를 저장한다면 AI는 디지털 생활의 일부가 된다. 구글의 강점은 모델 하나가 아니라 생태계다. 검색과 유튜브, 업무용 소프트웨어, 클라우드와 데이터가 연결돼 있다. 오픈AI와 앤트로픽이 더 뛰어난 모델을 만들어도 이 모든 것을 한 계정으로 묶기는 어렵다. 구글은 AI만으로 대결하기보다 여러 서비스를 묶어 싸게 파는 박리다매가 가능하다. AI를 싸게 파는 것은 고객을 얻기 위한 수단이고, 생활 속에 AI를 심는 것이 진짜 목적이다. AI 경쟁의 축도 모델의 지능에서 생활과 업무에 AI를 연결하는 능력으로 옮겨가고 있다. 8월 25일 구글 클라우드가 법률과 금융용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를 프리뷰로 공개한 것도 같은 흐름이다. 계약 검토와 규제 모니터링, 금융 조사 같은 전문 업무에 AI를 연결한다. 챗봇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이 아니라 AI를 실제 업무에 집어넣는 것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데이터다. 계약서·고객기록·재무자료·연구결과처럼 조직에 쌓인 데이터를 AI가 읽고 다른 시스템과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한번 자리 잡은 도구를 바꾸는 데는 새로운 사용법을 익히는 비용뿐 아니라 데이터와 업무 환경을 옮기는 비용도 따른다. 조금 덜 똑똑한 모델이라도 이메일·문서·데이터와 연결돼 있다면 사용자는 쉽게 떠나지 않을 수 있다. 구글의 학생 프로모션은 그래서 단순한 할인 행사가 아니다. 다음 세대의 AI 습관을 선점하려는 전략이다. 대학생의 손에는 AI를 먼저 익숙하게 만들고, 기업의 시스템에는 에이전트를 먼저 심는다. AI 전쟁의 첫 단계에선 모델이 왕이었다. 다음 단계에선 누가 사용자의 습관과 데이터를 먼저 잡고, 그것을 실제 업무에 연결하느냐가 승부를 가를 것이다. 박철완 서정대학교 스마트모빌리티학부 및 미래자동차석사과정 전임교수

2026.08.27. 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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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민수의 이집트 문명] 쿠푸의 대피라미드, 피라미드의 정점

거대한 피라미드를 3기나 건설한 스네페루의 뒤를 이은 파라오는 쿠푸였다. 그의 시대에 피라미드 건축의 규모와 완성도는 정점에 이르렀다. 쿠푸는 아버지 스네페루가 건설했던 피라미드들보다 훨씬 더 크고 가파른 피라미드를 짓는 데 도전했고, 결국 성공했다. ‘쿠푸의 지평선’이라는 이름이 붙은 그의 피라미드는 높이 약 146m, 밑변 길이 약 230m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로 완성되었다. 외부 경사각도 약 51도로, 스네페루 시대부터 추구되어 온 50도대의 경사각을 거대한 규모와 함께 구현했다. 이후 50도대 경사각은 피라미드 건축의 일종의 표준으로 자리 잡아, 제5 왕조에 들어 규모가 현저히 작아진 뒤에도 오래 유지되었다. 쿠푸의 피라미드는 역사상 건설된 모든 피라미드 가운데 가장 크기 때문에 오늘날 흔히 ‘대피라미드’라 불린다. 또한 1311년 영국에서 첨탑 높이 약 160m의 링컨 대성당이 완공되기 전까지 무려 3800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인공 구조물’이라는 기록을 보유했다. 대피라미드는 내부 구조 역시 이전은 물론 이후의 피라미드들과 비교해도 훨씬 정교하고 복잡하다. 이 때문에 내부에 아직 알려지지 않은 ‘비밀의 방’이 존재할 가능성이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실제로 1993년과 2002년, 2011년 조사에서는 ‘여왕의 방’ 남쪽 환기구 내부에서 새로운 공간이 확인됐다. 이어 2016~2017년 ‘스캔 피라미드 프로젝트’에서도 대피라미드 내부에 새로운 빈 공간이 존재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대회랑 상단부의 길이 약 30m 공간과 입구 상단부 안쪽의 약 10m 공간이다. 특히 입구 쪽 공간은 2023년 내시경 카메라를 이용한 조사로 실제 존재가 확인됐다. 따라서 앞으로도 대피라미드 내부에서는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공간이 발견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할 수 있다. 곽민수 한국이집트학연구소장·한양대 겸임교수

2026.08.27. 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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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액션] 변호사를 빼앗긴 이주 어린이들

열두 살 소피아는 다섯 살 때부터 시작된 노동 착취와 인신매매를 피해 미국에 왔다. 자신을 지켜줘야 할 어른들로부터 오히려 끝없는 학대를 당했던 아이였다. 안전을 찾아 도망친 소피아는 지금 법률 활동가들의 도움을 받아 미국에서 치유를 받을 수 있는 법적 보호를 신청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을 대변해줄 경험이 많고 신뢰할 수 있는 변호사가 없다면, 소피아는 결국 추방돼 자신이 도망쳐 나온 끔찍한 구렁텅이 속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연방 의회는 2003년부터 부모나 법정 후견인 등 보호자 없이 홀로 미국에 입국한 이주 어린이들을 위한 법률 서비스 예산을 배정해왔다. 그러나 지난 7월 31일, 트럼프 행정부는 이 업무를 맡아온 아카시아정의센터와의 계약을 종료했다. 이 계약은 전국 100여 개 법률 서비스 기관으로 이뤄진 네트워크를 지탱해온 예산으로, 2만 명이 넘는 어린이들에게 법률 대리와 상담을 제공해왔다. 하지만 계약이 끝난 바람에 아이들 2만~2만600여 명의 대부분이 하루아침에 변호사 없이 이민 법정에 서게 될 처지가 됐다. 어린이들이 변호사 없이 법정에 서면 미국에 남을 수 있는 확률은 10%도 안 된다.     아카시아 측은 지난해 12월 이후 정부로부터 약 6500만 달러의 예산 지원을 받지 못했으며, 정부가 어린이들의 미공개 의료 평가서와 사건기록 등 민감한 신상정보 제공을 새 계약의 조건으로 내걸었다고 밝혔다. 아카시아 측은 이를 거부했고, 결국 계약은 종료됐다. 텍사스의 한 기관은 이미 이주 어린이 담당 프로그램을 중단했고 직원 13명도 해고했다. 일부 기관은 예산 없이도 아이들을 계속 대리하고 있지만, 이런 상황이 무한정 지속할 수는 없다. 변호사가 일자리를 잃으면, 아이들은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 믿고 의지해온 변호사를 잃게 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산하 난민정책국 측은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을 뿐이다. 한때 텍사스 휴스턴에 있는 소규모 법무법인과 계약을 하겠다고 했으나 이 법인이 이민법 경험이 전혀 없는 것이 밝혀져 논란이 된 뒤 흐지부지됐다. 지난 2008년 제정된 인신매매 피해자 보호 재승인법에 따라 미국 정부는 보호자가 없는 어린이들에게 실행 가능한 최대한의 법률 대리를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행정부가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번 조치의 파장은 뉴욕에서 즉각 나타났다. 뉴욕주에서만 1400여 명의 어린이가 법률 대리 없이 이민 법정에 서야 한다.   이번 결정의 배경은 분명하다. 정부의 목표는 수십 년간 아이들을 대리해온 경험 많은 변호사들을 걷어내고, 추방 정책의 속도를 높이는 데 협조하는 단체로 바꾸려는 것이다. 독립적이고 어린이 친화적이며 트라우마를 이해하는 변호사가 곁에 있을 때 아이들은 가장 안전하다. 하지만 정부는 예산을 무기로 아이들을 위험 속으로 되돌려 보내려 한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도 있다. 지역구 연방 의원에게 연락해 법률 서비스 예산의 복원을 요구하거나, 이들을 대리하는 변호사 네트워크를 지원하는 방법이다. 인신매매와 학대에서 살아남은 아이들이 법정에서 두려움과 외로움에 떨며 홀로 서 있는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보라. 어른들은 정말 왜 이렇게 잔인한가?     김갑송 / 미교협 나눔터 국장커뮤니티 액션 변호사 어린이 이주 어린이들 변호사 네트워크 법률 대리

2026.08.26.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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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LA한인타운, ‘경제 중심’ 위상 찾아야

LA한인타운의 역할이 위축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인 경제 중심지라는 위상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잘 보여주는 것이 부동산 시장이다. 아파트 개발은 활발하지만, 상가와 오피스 분야는 부진하다. 최근 10년간 한인타운의 아파트 공급량은 7000유닛이 넘지만, 상가와 오피스 빌딩의 신축이나 재개발은 활발하지 않다. 부동산 시장의 전반적인 양상이긴 하지만 한인타운은 유독 격차가 크다. 신축 아파트에 들어서는 상업용 공간조차 비어 있는 곳이 많다. 그만큼 수요가 없다는 의미다.     타운의 경제적 위상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한인 은행의 본점 이전이다. 한미은행이 지난 2021년  본점을 옮긴 데 이어, 뱅크오브호프도 내년 초 본점을 다운다운으로 이전한다.  자산 규모 1,2위의 한인 은행 본점이 모두 타운을 떠나는 것이다.       LA한인타운은 LA뿐 아니라 남가주 한인 경제의 중심 역할을 해오고 있다. 다양한 소매업소는 물론 금융, 법률, 회계, 부동산 등 전문 서비스 업소들이 있어 원스톱 해결이 가능한 곳이다. 그런데 점자 그런 기능이 사라지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1세들의 은퇴다. 최근 소매 업종은 물론 1세 전문직 종사자의 은퇴도 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빈자리를 대체할 차세대의 유입은 적다.언어, 문화적 어려움은 물론 그들에게 한인 시장은 도전할만한 규모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이전의 증가다. 최근 타운에서 오렌지카운티 등으로 이전하는 소매 업소나 전문직 종사자가 늘고 있다. 그만큼 타운의 역량이 빠져나가는 것이다.     LA한인타운도 위상 재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의 상황이 지속한다면 ‘한인타운’은 이름만 남게 될 가능성도 크다. 미래의 LA한인타운이 어떤 정체성을 가져야 하고, 이를 위해 어떤 작업이 필요한지 고민해야 할 시기다.사설 la한인타운 경제 경제적 위상 한인 경제 위상 재정립

2026.08.26. 18:21

[사설] 국가 부채 40조 달러…대책이나 있나

미국의 국가부채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재무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주 사상 처음 40조 달러를 돌파했다. 국가부채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부채 시계’는 26일 현재 40조775억 달러를 넘어섰다고 알리고 있다. 문제는 지금 이 순간에도 부채 시계가  빠른 속도로 돌아간다는 사실이다.   40조 달러는 올 회계연도 연방 정부 예산의 5.5배, 국내총생산(GDP)의 120% 규모다.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국가 부채 적정선인 GDP 100% 안팎을 훨씬 뛰어넘는 위기 수준이다. 미국 국민 1인당 11만6000달러, 납세자만으로 줄이면 1인당 36만 달러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국가 부채 증가는 당연히 수입보다 지출이 많기 때문이다. 코로나19팬데믹 당시 엄청난 경기 부양금을 풀었고, 은퇴 인구 증가로 메디케어 비용 등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 등이 원인이다. 반면, 감세 정책으로 정부의 최대 수입원인 세수입은 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 상황이 지속한다면 10년 후 미국의 국가부채 규모는 55조~60조 달러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국가 부채 급증의 여파는 벌써 나타나고 있다. 장기금리의 상승이다. 장기금리가 오름세를 보이면 모기지, 기업 설비투자, 학자금 대출 금리 등도 영향을 받게 된다. 서민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아울러 지금도 연간 1조 달러가 넘는 정부의 이자 비용 지출은 더 늘어나게 된다. 빚을 빚으로 갚아야 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트럼프 정부는 관세 인상을 부채 해결 방안으로 밝힌 바 있다. 추가 관세로 발생하는 수입을 부채 상환에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정부는 고율의 관세 정책으로 연간 1조 달러 규모의 추가 수입을 주장했지만 현재는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국가 부채를 줄이려면 세수입은 늘리고, 정부 지출은 줄여야 한다. 관세 수입도 좋지만 경제 활성화가, 감세 대신 재정의 효율성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는얘기다. 사설 국가 부채 국가부채 규모 국가부채 상황 국가 부채

2026.08.26.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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