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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석 만평] 2월 4일

" [email protected] " 박용석([email protected])

2026.02.03. 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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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선교와 포교

맨해튼 어느 지하철이다. 예수를 믿으라면서 전도지를 준다. 안 받고 그냥 지나가려고 했더니, 그 여인이 쫓아온다. 왜 안 받느냐고 짜증을 낸다. 내 손에 억지로 전단지를쥐여준다. 지하철에서 위로 올라가 길을 걷는다. 두세 명의 젊은이가 ‘예수 믿으라’고 소리 지르는 것이 보인다.     어떤 기독교 친구는 주로 남미로,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선교를 간다. 대략 이주 혹은 한 달 정도 선교하고 돌아온다. 여행, 숙박, 먹는 것 등 모든 비용을 다 자기가 부담한다. 자기 돈까지 써가면서 외국에 가서 선교한다는 것은 보통 훌륭한 일이 아니다.   기독교는 예수를 믿으면 예수의 아버지 하느님이 기독교 신자들을 천국에 보낸다. 거기서 영생토록 행복하게 살게 해준다. 그런데 예수를 안 믿으면 지옥으로 간다. 지옥에서 영생토록 고통을 받는다. 지옥에서 고통을 받게 해서는 안 된다. 지옥에 가지 못하도록 구원해주어야 한다. “전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구원을 받지 못한다”는 신앙의 의무가 있는 게 기독교다. 그래서 성의껏 선교한다. 선교한 후, 선교했었기에 구원을 받는 사람들을 보고서 기쁨을 느낀다. “아, 내가 지옥에 갈 사람들을 예수를 믿게 하고, 그래서 이분들이 천국에 가도록 해주었으니!” 하고 즐거움을 느낀다.   불교는 자력 신앙이다. 불교는 자기 스스로가 닦아서 스스로가 해탈해야 하는 종교이다. 부처를 믿으면 해탈하는 방법을 배우지만, 부처를 믿는다고 해서 부처가 해탈시켜주지는 않는다. 부처를 믿는다고 해서 죽은 후에 하늘나라에 가게 해주지는 않는다. 당신 스스로가 계(戒)를 지키면서 남들에게 선한 행위를 하면 당신 스스로가 하늘나라에 가는 것이다. 당신이 못된 짓을 저질렀으면 그 못된 행위 때문에 당신 스스로가 지옥에 가는 것이다. 부처를 믿고 안 믿고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지옥에 가면 지옥에서 죗값을 다 치르고 나면, 혹은 지옥에서 남들에게 선한 행위를 했으면 다시 인간으로 혹은 하늘나라에 태어난다. 잘되고 못 되고는 다 자기 하기나름이다.     그런데 불교는 “불교 믿으세요.” 하고 포교를 하고 다닌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불교가 포교를 안 하는 것은 아니다. 불교도 포교를 하고 있다. 포교 방식이 많이 다르다.     한국불교는 주로 미국이나 유럽 등 한국 사람들이 많이 사는 지역에 스님들이 와서 포교한다. 먼저 절을 지어놓는다. 불교에 흥미가 있으면 절에 스스로 찾아와서 불교를 믿으라는 것이다.     근래에는 주로 불교책이 불교를 많이 포교하고 있는 것 같다. 인도로 망명을 온 티베트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있다. 그는 많은 책을 썼다. 그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어서 불교가 널리 포교 되고 있다. 또 베트남에서 쫓겨나 지금은 프랑스에서 사는 틱낫한 스님이 있다. 그도 베스트셀러 책을 많이 썼다. 그의 책을 통해서 또한 불교가 널리 퍼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성철 스님과 법정 스님의 책들이 많이 팔린다.     불교는, 죽으면 다시 태어나고, 또 죽으면 다시 태어난다고 믿고 있는 종교이다. ‘죽고 태어나고…’ 하다 보면 금생에 안 믿어도 다음 생에서는 불교에 귀의해서 도를 닦게 된다는 게 불교이다. 다행히도 미국은 종교의 자유가 있기에, 불교책을 통해서 불교가 많이 퍼지고 있다. 조성내 / 컬럼비아 의대 정신과 임상조교수삶의 뜨락에서 선교 포교 불교도 포교 포교 방식 정도 선교

2026.02.02. 21:40

[산골 이야기] 하얀 겨울을 지나며

간밤에도 제설 자동차의 눈 치우는 소리에 잠을 설쳤다. 올겨울엔 지난해보다 눈이 많이 오는 편이다. 눈이 내린다 싶으면 언제 왔는지 한밤중에 제설 자동차가 들이닥쳐 눈이 쌓일 틈도 없이 쓸어내고 인부들은 염화칼슘 뿌리기에 바쁘다. 눈 오는 고장이라 제설 시스템은 철저하게 작동된다. 그러나 제설차가 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뉴저지에서 카운티 별로 차이는 있으나 대체로 2인치 미만의 적설량이면 바로 장비동원을 하지 않고 기다려 본다고 한다.   커튼을 열어 내다본 하얀 겨울은 세상이 멈춘 것처럼 조용하다. 가로수나 풀밭, 주변 산기슭이 온통 눈으로 뒤덮인 세상, 해가 뜨기를 기다려 밖으로 나와 눈밭을 밟아 본 뒤 차 위에 소복이 쌓인 눈을 긁어낸다. 운전할 때 시야 때문이지만 자동차 위에 눈이나 얼음을 매단 채 큰길로 나갔다간 벌금이 부과된다는 것은 썩 뒤에 안 일이다. 곧이어 딸한테서 전화가 걸려온다. “아빠, 오늘은 미끄러워 꼼짝 말아야 해요.” 눈 오는 날이면 영락없이 걸려오는 전화다.   피난 시절 머물렀던 충청북도 영동은 소백산맥에서 내려오는 바람으로 겨울 추위가 심했던 곳이다. 강추위로 논에 얼음이 꽁꽁 언 날 썰매를 타러 나가려고 하면 외할머니는 ‘감기 걸리니 꼼짝 말고 집에 있으라’ 고 붙잡으셨다. 그러나 저녁 시간 동네 사랑방으로 놀러 나가는 건 허락하셨다. 나는 버려진 탄피와 깡통으로 호롱불을 만들어 노인들이 모여 앉은 사랑방을 찾아다니며 ‘팥죽할머니와 호랑이’ ‘젊어지는 샘물’ 등의 이야기로 손바닥 그림자놀이를 했었다.   또래 동생들과 함께 몰려다니는 재미가 컸지만 전쟁의 상처와 혹한 속에서 살았던 그 시절은 아이들에게도 이웃에 대한 공동체 의식 같은 게 있어서 그런 놀이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로부터 세월이 또 몇 굽이를 돌고 돌아 추위가 없는 캘리포니아에서 살다 뉴저지로 옮겨와 세 번째 겨울을 맞고 있다. 여기는 눈이 내리거나 추운 날이면 산골 마을 전체가 적막감이 돌 정도로 조용해진다.   인접해 있으면서도 뉴욕과 뉴저지의 겨울 풍경이 크게 다르다. 뉴욕은 눈이 아무리 많이 내려도 여전히 바쁜 사람들, 꽉 찬 지하철, 심지어 눈 덮인 센트럴 파크에는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조깅하는 사람들로 붐빈다지만 뉴저지에 눈이 내리면 모두가 느리고 조용해진다. 도로는 물론 주 면적의 절반을 차지하는 산과 공원과 숲에는 사람보다는 자연의 숨결만으로 가득해진다. 뉴욕의 겨울이 화려하고 역동적이라면 뉴저지는 담백하고 한적하다.   지난가을에는 추위가 일찍 찾아오고 비가 잦은 탓에 어찌하다 보니 텃밭의 가을걷이는 물론 퇴비를 덮고 객토를 하려던 월동준비의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속절없이 긴 농한기를 보내는 동안 농기구와 비품들을 점검하고 실내에 토마토 고추, 가지, 바질 등의 파종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미루어 올해는 채소와 화초밭을 바꿔보고 작물의 종류도 욕심을 내지 말고 선택과 집중으로 농사의 내실을 기하기로 했다.   시화연풍(時和年?)이란 말이 있다. 천재지변이 없고 해마다 풍년이 든다는 뜻인데 시화는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를, 연풍은 인간과 산업과의 의미한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그의 전론(田論)에서 ‘생명을 낳게 하는 것은 하늘이요, 기르는 것은 땅이고, 그것을 완성하는 것은 사람’ 이라고 말하면서 세상사 모든 일에 사람들의 마음과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깨우쳐 주고 있다.   겨울에는 교도소에서도 사람들끼리 등을 비비며 추위를 쫓는다고 하는데 이웃 간의 관심, 연대가 없이는 연풍(年?)도 한갓 미망일 수밖에 없다.   딸네 집 텃밭까지 4마일을 오르내리는 좁은 산길에는 겨울이 한창이다. 숲속에는 하얀 눈이 그대로 덮여 있으나 찻길을 내느라 길섶에 밀어낸 눈덩이는 흉물스럽게 검은색으로 바뀌면서 마치 흑백 요리대전의 세트장을 연상케 한다. 더 볼썽사나운 것은 이 겨울 산골 밖에서 벌어지는 약육강식의 추태다. 어느 세월이 되어야 폭력과 탐욕의 시대가 가고 화평과 공존의 시대가 오려는 것인지. 산속의 검푸른 소나무 잎이라도 어서 연초록으로 변했으면 좋겠다. 김용현 / 언론인산골 이야기 겨울 겨울 추위 겨울 산골 겨울 풍경

2026.02.02.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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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삶에도 ‘조율’이 필요하다

연주가는 반드시 연주 전에 악기를 조율한다. 너무 조여 있는지, 혹은 느슨한지 점검한다. 인간의 삶도 마찬가지다. 살아가면서 이루어지는 사람끼리의 ‘관계성’이 바로 음악의 연주에 해당한다. 원활한 관계성은 그래서 조율이 필요하다.   인간의 관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은 크게 2가지다. 하나는 무관심이며, 다른 하나는 집착이다. 무관심은 악기의 느슨함에 해당한다. 줄이 느슨하면 음률에 탄력이 없어지듯, 무관심은 삶을 맥 빠지게 한다. 반면, 지나친 집착은 악기의 줄이 너무 조여 있어 자유로운 손놀림이 어려워질 때처럼, 삶을 긴장시키는 숨 막힘으로 이어진다. 이 두 가지 모두 인간의 아름다운 관계성을 해치는, 고장 난 현악기의 줄과 같다.                                                                           이 때문에 인간은 누구나 가끔 삶을 되돌아보며 삶을 조율하고 다른 이와의 관계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최근 유튜브에 올라온 한 이야기가 그것을 말해준다. 어느 날 IT로 성공한 돈 많은 젊은이가 값비싼 차를 몰고 쇼핑을 가다 빨간 신호등 앞에서 정차하고 있는데, 갑자기 홈리스처럼 보이는 어린아이가 다가와 벽돌로 고급 차의 앞 유리창을 작살냈다. 순간 화가 난 젊은 사업가는 차에서 내려 겁에 질려 떨고 있는 어린아이의 멱살을 잡고 흔들면서 부모가 누구냐며 호되게 다그쳤다. 그때 그 아이의 입에서 기상천외의 말이 튀어나왔다. “아저씨! 죽을죄를 지었어요. 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휠체어에서 떨어져 1시간 넘게 방치된 불쌍한 장애인 형을 살려낼 수 없어요. 아무리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도와달라고 외쳐도 누구 하나 눈길조차 주지 않기에 마지막 수단으로 이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어요. 제발 불쌍한 제 장애인 형을 살려주세요”라며 애원하는 것이었다.    순간, 젊은 사업가는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생전 처음 겪는 엄청난 비애와 분노 같은 죄의식에 사로잡힌 그는 즉시 자기 차의 뒷좌석에 두 아이를 태우고 병원으로 달렸다. 이런 일을 겪고 난 후부터 젊은 사업가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됐다는 실제 이야기였다.   일찍이 누군가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고 말했다. 인간은 사람들 안에서 자기의 존재를 느낄 수 있어서일까?  사람때문에 상처와 아픔을 겪기도 하지만, 사람을 떠나서는 살 수 없는 것 또한 인간의 삶이다.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관계성이 형성된다. 가족이 되고, 친구가 되고, 동창이 되고, 직장 동료가 되고, 믿음의 교우가 된다.   그 가운데서 우리의 관계성도 시냇물에 씻겨 다듬어진 조약돌처럼 온갖 희로애락의 세파에 씻겨 무관심과 집착마저도 원만하게 조율된다. 그래서 나태주 시인은 ‘오늘도 네가 있어, 내 마음이 꽃밭이다’라고 노래한 것 아닐까? 김재동 / 가톨릭 종신부제·수필가이 아침에 조율 관계성도 시냇물 나태주 시인 사회적 동물

2026.02.02.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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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한미 양국 보수정당의 딜레마

보수정당이 요즘 가장 크게 흔들리는 지점은 이념 그 자체가 아니라 ‘통치의 방식’이다. 극우적 방향성이 선명해지면서 정당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합리성인 타협과 절차, 책임감은 무너지는 장면이 반복되고 있다. 결국 하나의 딜레마로 귀결된다. 강경 지지층을 붙잡기 위해 오른쪽으로 갈수록 중도층은 멀어지고 통치 역량은 약해진다. 그렇다고 강경 지지층과 거리를 두는 순간, 조직이 흔들린다. 지금 미국과 한국의 보수정당은 이런 딜레마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최근 연방의회 세출법안 표결 과정에서 공화당은 결속보다 분열을 방치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최장기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를 겪은 뒤 부분적 셧다운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지만, 지도부는 내부 이견을 정리하지 못했고 결국 지난달 31일 부분적 셧다운이 시작됐다. 하원 공화당 내 일부 의원들은 당론을 거스르며 반대에 나서 상황은 더 꼬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과의 교착 상황을 풀기 위해 세출법안에 건강보험 관련 개혁안을 덧붙이며 중재를 시도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특히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 존 튠은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며 민주당과 협상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여기서 본질적인 질문이 하나 생긴다. 공화당은 왜 스스로 통치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합리적 타협을 회피하는가. 정답은 정치적 양극화 속에서 정당을 움직이는 동력이 중도층이 아니라 극단적 지지층의 결속력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극우 성향 지지층은 투표장에 더 충성스럽게 나오고, 온라인에서 더 크게 싸우며, 후원금과 정당 재정에도 더 많이 기여한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마가(MAGA) 스탠스는 이 지지층과 정당의 연결고리를 ‘정체성’ 수준으로 만들어버렸다. 공화당이 강경 노선을 완화하는 순간, 이는 정책 조정이 아니라 ‘배신’으로 프레이밍될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로널드 레이건과 조지 W 부시 시대 공화당의 중심이었던 신보수주의자들, 이른바 네오콘은 사실상 비주류로 밀려났고, 한때 공화당의 얼굴이던 ‘합리적 보수’는 오히려 약점이 됐다.   그럼에도 합리성 회복의 필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강경 지지층 결집은 단기적으로 유리할 수 있지만, 중도층 이탈이 본격화되는 순간 정당의 확장성은 급격히 약화된다. 실제 최근 여론 흐름에서도 중도층이 민주당으로 기우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선거의 승패는 결국 막바지에 판단을 내리는 중도층이 좌우하는 만큼, 이 흐름이 굳어질 경우 보수정당은 장기적으로 세력 기반을 잠식당할 수밖에 없다.   이 딜레마는 한국에서도 똑같이 나타난다. 보수정당인 국민의힘은 한동훈 전 대표 제명 이후 당내 분열이 격화되고 있지만, 장동혁 대표 지지자도 많다. 그 이유 중 하나로 “당내 재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장동혁 대표 취임 3개월여 만에 매월 1000원 이상 당비를 납부하는 책임당원이 20만 명 이상 늘었고, 지난달 기준 당원 수는 100만 명을 넘겼다. 한국 보수정당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동시에 위축의 길을 걷고 있다. 계엄 사태의 잘못을 인정한다고 말하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은 명확히 하지 못했다. 이 모호함은 진정성 논란으로 되돌아오고, 당내 소장파는 지도부를 비판하고 있다. 결국 관건은 늘어난 책임당원이 정당의 외연을 넓힌 것인지, 아니면 강성 지지층이 당을 더 좁은 방향으로 묶어버린 것인지다. 만약 후자라면 현 지도부가 합리성으로 선회하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결국 미국이든 한국이든 보수정당의 현실은 같다. 강경 지지층만 품으면 당장은 버티겠지만, 중도층과는 멀어지고 통치 능력도 약해진다. 반대로 합리성을 회복하려면 극단과는 일정한 선을 그어야 하지만, 그 순간 당내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     그럼에도 장기적 생존을 원한다면 답은 하나다. 보수정당은 극우화의 유혹을 끊고 상식과 정책, 협상이 작동하는 합리적 정당으로 돌아가야 한다. 김경준 / 사회부 기자기자의 눈 보수정당 딜레마 강경 지지층 극단적 지지층 하원 공화당

2026.02.02.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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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다정한 안부

가녀린 겨울 풀꽃을 보고 있노라면 / 가녀린 삶의 여정을 보는 듯하오 / 죽은 듯 엎드렸다가도 살아나고 / 모진 바람에 꺾일 듯 꺾이지 않는 // 아직 풀잎에 맺히지 않은 눈물이라면// 어딘가에 뿌리내린 씨앗이 되었을게요 / 풀잎의 마음을 품고 없었던 길을 날아 / 바람의 손을 잡고서라도 길을 // 잔잔한 생명들이 이리도 아름답다니 / 새삼 살아 있다는 경이로움에 / 풀잎의 시간은 꽃이 되어 내게로 올 거요 / 흘러가는 강물처럼 마침내 큰 바다를 이룰 거요 // 종이배 따라 뛰었던 유년의 행복 / 첫 기타를 튕기던 방 안 가득 전해왔던 기쁨 / 마음을 전할 수 없어 문 앞을 서성였던 설렘마저 / 겨울 풀꽃의 시간은 조각조각 색깔이 되어 / 돌아누운 봄을 향해 꽃으로 피어날 거요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 〈패치 아담스〉. 주연은 이런 영화에 꼭 어울릴 만한 로빈 윌리엄스다. 〈후크〉, 〈미세스 다웃파이어〉에서도 그의 진면모를 보여줬지만, 그의 익살스러운 연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영화의 첫 장면은 버스를 타고 정신병원에 자원해 입원하는 패치 아담스의 믿을 수 없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미 깊은 고뇌에 빠져 세상을 등지고자 자살 시도도 여러 번 시도한 그에게는 모두가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에 돌아갈 집이 없었다. 마음속은 폭풍으로 요동치고 그는 목적지를 잃은 채 정신병원으로 향한다.   정신 병동에서 그는 특유의 입담과 익살로 금세 환자들의 친구가 된다. 룸메이트인 다람쥐 강박증 환자인 루디 역시 그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된다. 그는 환자들과 어울리며 그들의 귀가 되고 입이 되었다. 방황하던 그의 삶이 비로소 살아야겠다는 길을 찾은 것이다. 의사는 환자에게 웃음과 희망을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그를 깨어나게 했다. "전 정말 사람들의 말을 귀담아듣고 싶어요." 사람들의 내면을 함께 느끼고 이해한다면 우리가 우려했던 어려움의 문제는 서서히 해결되리라 생각했다. 병원을 떠나면서 앞으로 자신은 사람들의 아픔과 절망과 상실의 몸을 감싸주는 패치(Patch)의 역할을 감당하리라 다짐한다. 병의 고통으로부터 사람들의 눈총으로부터 웃음과 행복을, 희망의 씨앗을 되돌려줄 익살스런 광대가 될 것을 결심하게 된다.   2년 후 그는 버지니아 의대에 입학한다. 그는 의과대학에 입학 후 매우 높은 점수로 동료들의 부러움을 사지만 여전히 그의 마음 속엔 공허함을 느낀다. 그는 3학년 이후부터 들어갈 수 있는 실습을 몰래 따라다닌다. 그렇게 몰래 병동을 다니며 소아암으로 죽음을 기다리는, 웃음을 잃어버린, 삶의 의욕마저 잃어버린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 왜 나에게 이런일이 일어 났지? 분노에 가득한 표정으로 말하기를 거부한 환자에게 다가가 익살스런 광대의 모습으로 다가가 저들의 마음을 보듬어 주고 웃음과 희망을 되돌려준다. 약봉지 대신 위로하고, 딱딱한 훈계 대신 저들의 이름을 불러주고, 말을 건네고 진정한 친구가 되어준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이를 용인하지 않았고, 그는 의사로서의 권위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퇴학의 위기를 수차례 당면하게 된다.(시인, 화가) *다음주에 계속 됩니다.     신호철신호철 풍경 패치 아담스 겨울 풀꽃 자살 시도

2026.02.02.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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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동산 정책, 부동산 정치로 가선 안 된다

대통령의 부동산 관련 언급의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어제(2일) SNS에 국민의힘이 부동산 정책을 비판한 내용을 담은 기사를 링크한 뒤 이를 “망국적 부동산 투기 옹호”로 지칭했다. 전날 시장의 혼선을 다룬 언론 기사에 “억까(억지로 까기)”라며 “왜 이렇게까지 망국적 부동산 투기에 편드냐”고 비판한 데 이은 것이다. 앞서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방침을 밝힐 때까지만 해도 시장은 대통령의 직접소통 성격으로 받아들였다. 가격 상승 기대라는 쏠림을 차단하기 위한 일종의 ‘구두개입’이란 해석도 나왔다. 하지만 다주택자를 향해 연이어 최후통첩성 압박에 나서고, 현실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언론 등에도 ‘투기옹호’ 딱지를 붙이면서 양상은 점차 대통령이 주도하는 여론전으로 바뀌었다. 거칠고 날선 표현들이 동원되니 일각에선 대통령이 부동산 정책이 아닌 지지층을 의식한 부동산 정치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온다. 야권이 반격에 나서며 소모적 논란이 재연될 조짐도 보인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 대통령의 발언이 신뢰를 얻으려면 여당과 정부의 다주택자들부터 집을 팔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의원 165명 중 25명이 다주택자다. 또 강남 4구에 주택을 보유한 의원 20명 중 11명은 거주하지 않고 임대를 놓고 있다. 이 대표는 이를 언급하며 “만약 이 내부자들이 (양도세 중과가 유예되는) 5월 9일까지 자신의 주택을 매각하지 않으면 시장은 정책을 만든 사람들조차 이 정책의 효과를 믿지 않는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에선 다주택자 등 특정 집단을 시장을 교란하는 투기세력으로 악마화하고, 한편에선 ‘내로남불’ 프레임으로 반격하는 건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익히 봐 왔던 장면이다. 그 결과는 모두가 안다. 정쟁과 갈등이 이어지며 정부는 급속히 정책 동력을 잃었고, 시장의 불확실성만 키웠을 뿐이다. 부동산 시장의 안정은 정권 차원의 이해를 넘어서는 우리 사회의 과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건 부동산 정치가 아닌 실효성 있는 정책과 이를 꾸준히 추진해가는 일관성이다.

2026.02.02. 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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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집권 8개월 만에 합당 놓고 권력 다툼 벌이는 여권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을 둘러싸고 더불어민주당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파열음은 친명과 친청 간의 계파 간 대립으로 점화됐다. 급기야 어제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내전 수준의 설전이 오갔다. 친명으로 분류되는 이언주 최고위원은 “조기 합당은 이재명의 민주당을 정청래·조국의 민주당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하며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자 친청계 문정복 최고위원이 “여당 대표 제안에 모욕에 가까운 얘기를 한다”고 반발하는 등 볼썽사나운 모습이 노출됐다. 정당의 정치 활동 자유가 보장된 민주 국가에서 정당 간 이합집산은 당의 자유로운 의사 결정에 따라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유권자의 선택을 존립 기반으로 삼는 정당, 특히 국정 운영에 책임이 있는 집권당과 다른 여권 정당의 합당은 투명하게 이뤄져야 하고, 밀실에서 권력 나눠먹기식으로 이뤄져선 안 된다. 문제는 지금 정청래 대표가 불쑥 밝힌 합당 추진이 당내 의견 수렴 절차는 물론 핵심 지도부와도 상의 없이 진행되었다는 점에 있다. 그런 연유로 일각에선 정 대표가 조국혁신당의 도움을 받아 8월 전당대회에서 연임하려는 정략이라거나 심지어 당 대표 자리와 대선후보 자리를 나누기 위한 것이란 밀약설까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이제 겨우 8개월이 돼 간다. 가파르게 오르는 수도권 집값과 미국발 관세 인상 대처 등 정부·여당 앞에 놓인 과제가 산더미다. 정권 초 민생과 개혁 어젠다를 세우고 실천 방안을 고민해도 모자랄 판에 계파 이익과 당권 셈법에 빠져 대립하는 여권의 모습을 반길 유권자는 없다. 정당을 합치는 과정에서 당연히 있어야 할 양당의 정책 노선이나 시대적 과제에 대한 논의는 실종 상태다. 범여권 인사들의 관심이 다음 총선에 공천권을 행사할 차기 당 대표 자리나 대권 구도 선점에 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친명과 친청으로 나뉘어 권력 다툼을 벌이는 여권이 국민에게 어떻게 비칠지는 자명하다. 마침 야당이 지리멸렬한 상태라 정당별 지지율에 큰 변화가 없다고 안심할 일이 아니다. 집권 1년도 못된 시점에서 보이는 일련의 행태는 현 정권에 대한 기대를 급속도로 낮출 가능성이 크다.

2026.02.02. 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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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워시 리스크’에 금융시장 대혼란…위험 전이 막아야

금융시장이 ‘검은 월요일’을 맞았다. 2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26% 하락했다. 지난달 27일 종가 기준 사상 첫 5000고지를 밟은 뒤 4거래일 만에 5000선을 내줬다. 코스닥도 4.44% 떨어졌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하루 만에 24.8원 급락했다. 일본 닛케이(-1.25%)와 중국 상하이지수(-2.48%) 모두 하락했다. 아시아 시장을 뒤흔든 건 ‘워시 리스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차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후보로 케빈 워시 전 Fed 이사를 지명하자 자산 시장이 긴축 발작을 일으켰다. 지난달 30일 금(-11.38%)과 은(-31.31%) 가격 폭락은 유례를 찾기 힘든 수준이었다. 비트코인도 9개월 만에 8만 달러가 무너졌다. 워시는 Fed 이사 시절 양적완화에 반대하는 등 ‘매파(통화 긴축) 본색’을 드러낸 바 있다. 시장은 워시가 과감한 금리 인하보다는 대차대조표 축소를 통한 시중 유동성 흡수 등의 신중한 행보를 보일 수 있다고 전망한다. 워시에게 붙은 ‘매파적 비둘기(통화 완화)’라는 모순 형용이 대변하듯 미국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금융 시장을 강타한 것이다. 문제는 이런 충격에 더 취약한 한국의 상황이다. 반도체를 제외한 주력 산업 부진과 내수 침체로 경제의 기초체력이 급격히 떨어져 가고 있다. 게다가 증시로의 자금 쏠림이 단기간에 과도해진 것이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코스피 5000 시대’를 내건 현 정부 기조 속에 주식 매수 대기자금인 예탁금은 지난달 27일 사상 처음 100조원을 돌파했다. ‘빚투’ 규모도 눈덩이처럼 커져 신용거래 잔고가 30조원을 넘어서 사상 최고 수준으로 많아졌다. 외부 충격 발생 시 증시가 대규모로 조정받을 수 있는 취약성이 그만큼 커진 셈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 통화 정책의 변화가 글로벌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충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이런 불확실성이 우리 경제 전반의 위험으로 번지지 않도록 정부는 비상한 위기감을 갖고 선제적 관리에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과도한 증시 부양이 가계와 경제의 리스크를 키우는 일은 없어야 한다.

2026.02.02. 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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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피지컬 장인AI의 시대

2012년 제프리 힌튼 교수의 연구는 “인식형 인공지능”을 가능하게 했다. AI가 세상을 알아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2022년 말 등장한 챗GPT 덕분에 우리는 이미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원하는 정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생성형 AI” 시대에 살고있다. 하지만 인식형과 생성형 인공지능은 시작에 불가하다. 소비자가 원하는 정보를 생성해주는 것을 넘어 “에이전틱 AI”는 소비자가 원하는 행동과 액션까지도 반자율적으로 실행해줄 수 있다. 휴머노이드 시대의 진입장벽은 학습에 필요한 행동데이터 축적 산업현장 장인들 행동 학습하면 독점적 경쟁력 갖춘 AI 탄생할 것 하지만 우리 인간은 아날로그 현실에 살고 있기에, 디지털 세상에서의 액션을 넘어 아날로그 세상, 그러니까 몸과 실체가 있는 “피지컬” 현실에서의 AI 역시 반드시 필요하다. 자율주행자동차와 휴머노이드 로봇 같은 “피지컬 AI” 기술이 미래산업 최고의 블루오션으로 기대되고 있는 이유다. 특히 휴머노이드는 제조업이 여전히 중요한 대한민국에서 절대로 놓칠 수 없는 기술이다. 왜 하필 휴머노이드일까? 1만년전 중동에서 농사를 짓기 시작하며 정착한 인류. 인간은 집을 짓고, 건물을 세우고, 공장과 기계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바로 인간의 “몸”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덕분에 대부분 환경은 인간의 몸을 위해, 아니 인간의 몸을 가져야만 움직이고 제어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미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세상에서 인간을 위해 행동하기 위해서는 인간과 닮은 몸을 가진 휴머노이드가 가장 최적화된 형태라는 말이다. 인간의 몸은 정교하고 복잡하다. 손 하나만 하더라도 27가지 자유도를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정교한 움직임을 지난 수 십년동안 인류는 “역기구학(inverse kinematics)”이라는 방법으로 해결하려 했다. 하지만 휴머노이드 움직임에 필요한 관절값들을 계산해내는 역기구학 수식들은 매우 복잡하고, 완벽한 답은 대부분 찾기 불가능하다. 불과 몇년전까지만 하더라도 휴머노이드들이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간단한 행동조차도 하지 못했던 이유다. 피지컬 AI가 풀어야 하는 문제는 이미 다른 인공지능 분야에서도 경험했던 문제들과 비슷하다. 수십년동안 과학자들은 “물체인식”을 수식으로 풀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아무리 수식화하고, 정량화해도 기계는 끝까지 세상을 알아보지 못했다. 2012년 인공지능 패러다임이 “설명”에서 “학습”으로 전환되고 나서야 물체인식은 빠르게 해결되기 시작한다. 자연어처리도 비슷하다. 문법구조와 언어의 규칙을 기계에게 모두 설명해 주어도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 했던 인공지능. 인터넷에 올려진 수 천억개의 문장을 학습하기 시작하면서 2022년 말 자연어 처리가 해결되기 시작한다. 챗GPT는 지난 30년동안 소비자들이 인터넷에 올려논 글과 그림과 영상을 학습했기에, 영상과 글과 글을 생성할 수 있다. 하지만 휴머노이드 학습에 필요한 인간의 행동과 신체 관절값 데이터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피지컬 AI를 만들기 위해서는 학습데이터 역시 동시에 확보해야 하는 높은 진입장벽이 존재한다는 말이다. 휴머노이드 학습을 위한 행동데이터는 크게 두가지 방식으로 얻을 수 있다. 우선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행동데이터를 생성해낼 수 있겠다. 하지만 아날로그 현실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복잡하고 예측하기 어렵다. 디지털 시뮬레이션만으로 휴머노이드가 아날로그 세상에서 완벽한 움직임을 실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사람이 일일이 보여주고 가르쳐줄 수도 있겠다. 잠재적으로 원하는 행동을 정확하게 실행할 수 있는 방식이지만,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다. 더구나 이 두번째 방법에는 중요한 변수가 하나 있다. 행동을 가르쳐준 사람의 행동 범위와 수준에 따라 휴머노이드의 행동이 좌우될 수 있으니 말이다. 챗GPT가 만약 영어 문서만을 학습했다면, 한국어를 이해하지 못했을 것 같이, 평범한 아르바이트생이나 대학생의 행동으로 학습된 휴머노이드가 조선소에서 배를 조립할 리는 없다. 대한민국은 특이할 정도로 여전히 제조업 비중이 높은 나라다. 단순히 비중이 높은 것이 아니라, 제조업 스펙트럼 역시 다른 국가들과는 다르다. 5년전 코로나 사태 때 전 유럽에 마스크 공장이 단 하나도 없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반대로 대한민국은 반도체와 비행기부터 종이빨대와 마스크까지 여전히 생산하고 있다. 그리고 이 넒은 제조업 스펙트럼이 어쩌면 피지컬 AI 시대에 결정적인 경쟁력이 될 수도 있다. 챗GPT는 공개된 인터넷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되었지만, 대한민국 산업현장 장인들의 움직으로 학습된 피지컬 AI는 이론적으로 독점화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생성형 인공지능을 넘어 에이전트 AI와 피지컬 AI로 빠르게 진화하는 오늘날. 대한민국 곳곳에 있는 장인들의 행동으로 학습된, “피지컬 장인AI”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수도 있겠다. 김대식 KAIST 교수

2026.02.02. 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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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호의 시시각각] 부동산 실패의 데자뷔 떨쳐내려면

이재명 대통령이 “집값 안정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성공시킬 것”이라는 메시지를 SNS에서 연일 발산하고 있다. 코스피 5000 달성보다 어렵지 않은 일이라며 자신감도 드러냈다. 다주택자를 향해선 “정부 정책에 부당하게 저항해 곱버스처럼 손해보지 말고” 이번 기회에 팔아 양도세 중과 면제라는 감세 혜택의 마지막 기회를 누리라고 했다. ‘계곡 정비’ 열의로 지자체 설득을 잘못 설계된 세제는 바로잡아야 노동개혁도 ‘표 계산 없이’ 할 일 집값 안정을 향한 대통령의 의지와 관심이 나쁠 것은 없다. 수도권에 6만 가구를 짓는 1·29 공급대책까지 현 정부 들어 네 번째 부동산 대책이 나왔지만 공급은 시간이 걸리고 지자체와 주민 설득이라는 난관이 버티고 있다. 새 아파트 공급을 마냥 기다릴 수 없으니 기존 아파트라도 시장에 나와야 한다. 대통령의 SNS를 통한 부동산 전면전은 다주택자를 압박해 매물을 공급하고 토지거래허가제에도 굴하지 않고 서울 아파트를 향하는 매수 대기자들을 진정시키려는 심리전이라고 본다. 한데 부동산 전면전에 나선 대통령의 넘치는 자신감이 데자뷔(기시감)를 부른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5년 “하늘이 두 쪽 나더라도 부동산만은 확실히 잡겠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 사서 기분 좋은 사람들이 언제까지 웃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때 대통령이 저격했던 강남 재건축 아파트 매수자는 지금 최고의 재테크 성공 사례 아니던가. 문재인 대통령도 뒤지지 않았다. 2019년 “부동산 문제는 우리 정부에서 자신 있다고 장담한다”고 했다. 2020년 초 당시 김상조 정책실장과 인터뷰했다. 시종일관 부동산 정책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다른 거 다 성공해도 부동산에 실패하면 꽝”이라며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트라우마’라고 표현했다. 그렇게 조심했던 문재인 정부도 노무현 정부와 다를 게 없었다. 문재인 정부는 왜 실패했을까. 집값 상승기에 집권해 유동성 관리가 중요했는데도 부동산 대출을 제대로 죄지 못했다. 공급 불안 심리를 조기에 잡지 못했으며, 보유세 강화와 임대사업자 제도 혼선으로 리더십이 흔들렸다. 종부세를 비현실적으로 올리고 과표 현실화를 무리하게 추진해 이념 논란을 초래하고 규제 불복 심리를 키워 정책 신뢰만 떨어뜨렸다(김수현, 『부동산과 정치』). 김수현 전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책에서 “이제 정부는 집값을 잡겠다는 약속을 하지 말자”고까지 했다. “정부는 민심을 달래는 차원에서, 또 시장과의 심리전 차원에서 집값, 특히 강남 아파트값을 잡겠다고 공언해 왔다. 정부의 약속이나 호언장담은 여지없이 헛말이 되고 만다. 전 세계 선진국 중에서 정부 수반이 집값을 잡겠다고 얘기하거나 집값을 못 잡았다고 사과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이재명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서 교훈을 얻었다고 본다. 엄격한 대출 규제와 ‘영끌’이란 평가가 나오는 공급 대책도, 세금을 최후 수단으로만 쓰겠다는 언급도 그래서 나왔을 것이다. 1·29 대책이 제대로 작동해야 시장의 불안심리가 잦아든다. 매수자들에게 ‘이제 기다려도 되겠다’는 믿음을 줄 수 있도록 지자체와 주민 설득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대통령이 도지사 때 계곡 정비했던 열의로 장관 이하 공무원들을 뛰게 해야 한다. 단지 집값을 잡기 위해 보유세와 거래세를 쓰는 정책은 피해야 하지만 ‘똘똘한 한 채’ 현상이 빚어질 정도로 유인체계가 잘못 설계된 부동산 세제를 균형 있고 형평성 있게 고치는 건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망국적 부동산 정상화는 불가능할 것 같은가. 표 계산 없이 국민을 믿고 비난을 감수만 하면 될 일이다.” 이 대통령의 SNS 언급 중에 가장 빛나는 대목이다. 부동산 세제를 포함해 조세 합리화를 뚝심 있게 밀어붙이길 바란다. 인공지능(AI)과 로봇 시대에 어울리는 노동개혁, 미래 세대도 동의하는 재정·연금개혁 등 정치적인 유불리를 넘어 국민을 믿고 긴 호흡으로 추진해야 할 일이 한둘이 아니다. 서경호([email protected])

2026.02.02. 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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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도의 퍼스펙티브] ‘시계 제로’ 이란 정국…세속적 민주주의 요구 봇물

고환율·고물가로 불붙은 이란 시위 지난해 10월 축구장 270개 크기의 세계 최대 쇼핑센터 이란몰(Iran Mall)을 지은 이란의 아얀데(Ayandeh) 은행이 파산했다. 이 은행은 금융위원회에서 상한선으로 막아 놓은 이자보다 무려 4%포인트 더 많은 이자를 지급하면서 수신고를 늘렸다. 다단계 영업(Ponzi scheme)과 매우 유사하게, 꾸준히 들어오는 신규 예금으로 초기 투자자들에게 이자를 지급했다. 그 결과 2013년 출범한 아얀데 은행은 2017년 이란 내 은행 예금액의 7.6%를 차지하는 기록을 세웠다. 더 큰 문제는 막대한 자금을 주로 부동산에 투자했다는 점이다. 대출금 중 약 70%를 아얀데 은행이 전액 출자한 자회사 이란몰 개발사에 제공했다. 다단계 영업으로 부동산 투자한 아얀데 은행 파산, 부정부패 의혹 확산 경제 제재 겹치며 이란 화폐가치 급락, 달러 환율 10년 만에 44배 급등 전자상가 상인들이 반정부 시위 앞장…정부의 강경 진압에 희생자 속출 트럼프, “시위대 지원” 내세워 군사행동 시사…이란, 확전 가능성 경고 아얀데 은행은 핵협정이 타결돼 외국인 투자가 몰려오면 수익 창출의 동력이 될 것이라는 희망으로 이란몰을 지어 2018년 문을 열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같은 해 5월 8일 이란과 맺은 핵협정에서 탈퇴하고 경제 제재를 다시 부과하면서 아얀데 은행은 파산의 늪에 잠기기 시작하였다. 결국 지난해 10월 아얀데 은행은 문을 닫았고, 부채는 550경 리알(약 51억 달러)에 이르렀다. 아얀데 은행의 부동산 자산을 매각해 부채를 상환하지 못하면 이란 정부가 국영은행을 통해 막대한 돈을 찍어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경고대로 인플레이션의 재앙이 다가왔다. 이란 중앙은행은 아얀데 은행의 부정부패 규모를 오래전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다. 아얀데 은행 뒤에 막강한 권력 엘리트가 있기 때문이라는 루머가 끊이지 않았다. 고환율에 수입 물가 급등 때는 늦었다. 지난해 10월과 11월 이란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50%에 달했고, 미국 달러에 대한 이란 리알화 환율은 역대 최고 수준을 경신하기 시작했다. 2015년 7월 20일 핵협정이 이뤄졌을 당시 1달러를 3만2370리알에 살 수 있었는데, 지난해 12월 28일에는 143만2000리알을 내야만 했다. 무려 44.2배가 뛰었다. 우리 돈으로 치면 과거 1400원을 내면 살 수 있던 1달러를 6만1880원에 사야 한다는 말이다. 널뛰는 환율에 전자제품을 수입하는 상인들이 가장 많이 화를 내기 시작했다. 서울로 치면 용산 전자상가라고 부를 수 있는 테헤란의 알라에딘과 차하르수 전자상가 상인들이 가장 싼 휴대전화마저도 가격이 부담스러워 사러 오는 사람이 없는 현실을 더는 참을 수 없다면서 지난해 12월 28일 각각 상점문을 닫고 정부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란에서 가장 큰 테헤란 대(大) 바자르(Bazar)의 상인들도 동조하며 나섰다. 놀란 정부는 상인들을 어르고 달랬다. 정부의 경제 실책을 인정하며 중앙은행 총재를 교체하고, 요구 사항이 무엇인지 대화를 하겠다고 자세를 낮췄다. 우대 환율을 없애 자유시장 환율로 통일하고, 전 국민에 매달 1000만 리알씩 넉 달 동안 주겠다는 대책도 내놓았다. 2018년 이란의 루하니 정부는 경제 제재에 따른 환율 부담을 이기기 위해 환율에 격차를 두는 정책을 폈다. 당시 필수품 수입에는 1달러에 4만2000리알, 2차 상품 수입에는 8만~9만 리알로 하고 그 외에는 시장에 환율을 맡겼다. 그 후 2차 상품 수입 환율을 없애고 필수품 수입 환율과 자유시장 환율을 위주로 작동 중이었다. 시위 발생 당시 필수품 수입 환율은 28만5000리알이었다. 가뜩이나 높아서 힘들었던 자유 시장의 환율은 지난해 9월 유럽 국가들이 이란에 대한 제재를 복원하면서 더 오르기 시작했다. 이렇게는 더는 못 살겠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상황으로 경제가 몰렸다. 친정부 상인들도 경제 실정 비판 1979년 이란 혁명이 성공한 이래 크고 작은 시위가 있었지만, 상인들이 주도한 시위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상인들은 어지간하지 않으면 시위에 가담하지 않는다. 정국이 안정돼야만 물건을 하나라도 더 팔 수 있기에 대체로 친정부적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경제 실정을 꼬집으며 거리로 나섰으니 놀라운 일이었다. 더욱이 1979년 이란 혁명의 주역이 바로 상인들이었기에 정부가 느끼는 심적 부담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무거웠다. 그래서 정부는 한껏 자세를 낮추고 상인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며 환율 및 보조금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러나 경제를 엉망으로 만든 권력층의 부패를 적발해 처벌하겠다는 약속이 빠졌다. 환치기로 돈을 번 사람들을 말로라도 혼내주겠다는 대책이 없었다. 전 국민에게 넉 달 동안 매달 1000만 리알을 보조금으로 지급하겠다고 했는데, 실제 물가를 보면 화가 날만 하다. 시위 발생 두 달 전인 지난해 10월 달걀 30개들이 한 상자가 198만 리알이었다. 그것도 130만 리알에서 오른 가격이었다. 그런데 지난달에는 500만 리알로 올랐다. 이슬람의 예언자와 시아파 이맘이 빵과 대추야자를 먹고 살았다고 배웠기에 이란 사람들이 ‘예언자와 이맘의 음식’이라는 애칭으로 부르는 대추야자 700g짜리 한 상자는 지난해 10월 가격으로 376만 리알이었다. 지난해 이란의 최저임금이 월 1억400만 리알이니 대추야자 27상자를 살 수 있는 돈이다. 정부 보조금 1000만 리알로는 대추야자 세 상자도 채 살 수 없는 현실이다. 이슬람 공화정 향한 반감 확산 상인들의 항의를 정부가 달래는 동안 불똥이 정치적 시위로 튀었다. 수면 아래 잠자고 있던 반(反)정부성 분노가 터져 나왔다. 처음 한 주는 시위대 규모가 2022년 히잡 반대 시위보다 작았으나 해외 반정부 세력이 가담하면서 커지기 시작하더니 트럼프 대통령이 도와주겠다는 말이 나오면서 점차 이란 정부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란 혁명 이후 최초의 시위는 1999년 7월 테헤란대 학생들이 개혁파 신문 살람 폐간에 항의하면서 일어났다. 혁명 이후 태어난 세대가 처음으로 정부에 반기를 든 시위였다. 진압경찰과 민병대는 시위 학생들을 테헤란대 기숙사 창밖으로 내던지면서 무력 진압을 서슴지 않았다. 이때 학생들은 “하메네이 퇴진”이라는 구호를 처음 외치고 “내 형제를 죽인 자를 죽일 것이다”라고 분노를 표했다. 이들은 “대포·탱크·기관총은 아무 소용없다”라고 목청을 높이고 “죽어도 굴욕은 참지 않는다”며 항의했다. 2009년에는 대통령 선거 부정에 항의하면서 “내 표는 어디에”라는 구호를 외치는 시위가 전국으로 번졌다. 2017년과 2019년에는 유가 보조금 삭감과 경제난에 분노한 시민들이 정부와 체제에 항거하는 시위를 벌였다. “개혁파여, 강경파여, 게임은 끝났다”며 이슬람 공화정 자체에 반대하는 심정을 드러냈다. 특히 “사람들은 구걸하고 성직자는 신처럼 군다”라는 시위 구호에서 볼 수 있듯 이슬람 지도자를 향한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급기야 “우리는 이슬람 공화정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국민보다는 팔레스타인 해방에 더 마음을 쓰는 이슬람 체제를 향한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1979년 혁명으로 막을 내린 파흘라비 왕조를 세운 레자 샤의 이름을 부른 시위대의 목소리가 압권이었다. 성직자들의 특권을 막고 정부 통제 아래 둔 레자 샤를 기억하면서 “레자 샤여, 편히 잠드소서(레자 샤 루하트 샤드)”라고 외쳤다. 이슬람 정부가 몰아낸 왕정을 세운 왕의 이름을 부르며 이슬람 공화정이 싫다는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미국은 시위 빌미로 핵 차단 노려 2022년 마흐사 아미니의 죽음으로 시작한 히잡 반대 시위의 대표적 구호는 “여성·삶·자유”였지만, “시위가 아니라 혁명이다”나 “압제자에게 죽음을, 왕이든 최고지도자든”이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체제를 무너뜨리고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열정이 담겼다. 그런데 지난해 시위대는 미국에 있는 레자 파흘라비를 향해 “왕이여 영원하라(자비드 샤)”를 외쳤다. 레자 파흘라비를 불러 왕이나 대통령으로 만들겠다는 마음보다는 어떻게 해서든지 이슬람 민주주의가 아니라 세속적 민주주의를 해보겠다는 갈망의 표현이다. 이란 정부의 강경 진압으로 시위의 불씨는 꺼졌다. 외국 세력이 조장한 폭동이냐, 아니면 순수한 민주주의 시위냐, 사망자가 3117명이냐, 4만3000명이냐, 아니면 더 많냐를 두고 입씨름을 벌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대를 지원하겠다면서 지난달 14일에 이어 현재도 이란에 대한 공격 자세를 풀지 않고 있지만, 시위대를 도와 이란 체제를 무너뜨리겠다는 마음보다는 시위를 빌미로 이란의 핵 개발 야심을 끊어 놓겠다는 계산이 앞선다. 이란은 미국이 공격하면 중동 전쟁으로 번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2026년 2월 3일 현재 시계 제로의 이란을 보고 있다.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

2026.02.02. 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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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서의 혁신창업의 길] 우주에서 위성 수리…우주 정비소 개발 나선 워커린스페이스

[연중 기획 혁신창업의 길] R&D 패러독스 극복하자 〈98〉 워커린스페이스 김해동 대표 한국 위성 기술은 올해 달로 향하는 미국 발사체에 우리 기술로 만든 위성을 탑재할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기술 수준에 비해 관련 기술의 영역은 좁다는 지적도 있다. 위성 기업 대부분이 통신이나 이미지 촬영 영역에 집중하고 있어서다. 김해동 경상국립대 항공우주공학부 교수가 2024년 세운 스타트업 워커린스페이스는 한국 위성 업계에선 낯선 ‘궤도 상 서비스’(OOS) 제공을 주력으로 내세우는 회사다. 경쟁이 치열한 통신·이미지 시장 대신 우주 공간에서 위성을 관리해주는 블루오션을 공략 중이다. 우주공간 위성관리는 블루 오션 위성수명 연장하는 고난도 기술 창업 2년 만에 90억원 투자유치 2030년 상용화 목표로 개발진행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등에서 30여년간 일한 김해동 교수는 대표적인 위성 전문가다. 항우연에서도 궤도 상 서비스 관련 주제를 주로 연구해왔던 그는 2022년 대학으로 적을 옮겼고, 10여년간 쌓아온 연구 성과를 사업으로 만들기 위해 워커린스페이스를 창업했다. 첫 단계로 지난해 국내 민간업체 최초로 세종시에 3차원 미세중력 모사장치를 구현했다. 암막과 조명, 중력장치로 지상에 우주 공간과 유사한 공간을 만든 것. 지난달 22일 세종 첨단산업단지 내 워커린스페이스 기업부설연구소를 찾았다. 김 교수는 미세중력 모사장치에서 실제 크기를 축소해 놓은 위성 모형에 로봇팔을 접촉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었다. 인공위성 우주 쓰레기 되지 않게 해야 Q : 뭘 만들고 있나. A : “궤도 상 서비스, 쉽게 말해 우주 위 정비소다. 우주에서 인공위성 연료가 떨어지면 재급유해주고, 고장이 나면 수리해준다. 인공위성은 원래 수명만큼 사용 못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수리해 수명을 연장해준다. 수리 및 급유 작업 등을 할 로봇팔이 달린 로봇 위성을 개발 중이다.” Q : 왜 궤도 상 서비스인가. A : “항우연에서 인공위성을 안전하게 운영하는 일을 했었는데, 2007년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 중국이 지구에서 미사일을 발사해 인공위성을 격추한 일이다. 일종의 우주 무기 테스트를 한 거다. 이 사건으로 우주 쓰레기 문제가 생겨났고, 위성이 충돌할 가능성에 대해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우주 쓰레기 자체를 없애는 건 더 먼 미래의 일이다. 그전에 인공위성이 우주 쓰레기가 되지 않게 오래 사용하고, 재사용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느꼈다. 실제 우주환경이 복잡해져 인공위성이 고장 날 가능성도 커졌다. 또 우주 쓰레기를 피하는 과정에서 연료 소모도 많이 한다. 지구 정지궤도 위성은 연료가 떨어지면 그냥은 못 쓴다. 그래서 우주에서 연료를 보충하고 위성을 수리할 기술을 연구하게 됐다.” Q : 이미지·통신 외 영역을 택한 이유는. A : “한국은 그동안 전통적인 인공위성을 만들어왔다. 지구 이미지를 촬영하거나 통신 서비스를 해주는 위성들이다. 해외에서도 많이 해왔던 분야다. 우리는 지구 위 사람들이 아닌 우주 위 위성을 대상으로 서비스한다. 완전히 다른 차원의 기술과 시장이다. 전 세계에서 찾아봐도 열 손가락이 안 될 거다. 여기에 도전하는 국내 첫 번째 회사라는 것에 굉장히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성공한다면 한국의 우주 산업 구조를 바꿀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투자자들 의구심 넘는 게 숙제 Q : 창업 결심 계기는. A : “30여년간 연구 생활을 했다. 항우연에서도 이미 궤도 상 서비스 기술을 주제로 연구하고 있었지만, 한계가 있었다. 경상국립대로 옮겨 교수가 되니 자유로워졌다. 연구만 할 게 아니라 사업화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주 산업이 정말 돈이 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 연구자로서도 연구 내용을 이론으로 멈추는 게 아니고 상용화 단계까지 발전시키는 게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Q : 창업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A : “우주 스타트업은 도전적인 걸 많이 한다. 예를 들어 달과 화성에 사람을 보내는 일이다. 지금까지 겪어 보지 못했던 것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진짜 될까’라는 의문을 많이 가지고 있다. 워커린스페이스도 그렇다. 우주에서 사후서비스(AS)를 제공하고, 재사용한다는 게 정말 돈이 되는지 의아해한다. 초소형 위성은 훨씬 돈이 적게 드는데 굳이 위성을 재사용해야 하냐고도 한다. 하지만 큰 위성들은 개발에만 수천억 원이 든다. 수천억 원짜리 위성을 살리는데 수백억 원은 쓸 수 있지 않겠나. 실제 세계 최초 궤도 상 서비스 상용화에 성공한 노스롭그루먼은 인텔샛 위성의 수명을 5년 연장해주는 대가로 매년 190억원을 받는다. 그 정도 돈을 주고서라도 위성을 살리는 게 훨씬 낫기 때문이다.” Q : 이미 미국 기업이 상용화에 성공했는데. A : “노스롭그루먼이 2020년 수명 연장용 위성을 발사해 6년째 운영 중이다. 우리의 위성은 이것과는 다른 형태다. 노스롭그루먼 위성이 단순히 집게 방식을 활용한다면 우리는 위성에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을 결합했다. 로봇팔 등을 활용해 위성을 수리하려 한다. 위성에 대해서는 잘 알지만, 로봇 관련 경험은 부족하다 보니 로봇 전문가와 위성 전문가를 어떻게 융합할 것인지 많이 고민했다. 현재 회사엔 로봇과 위성 전문 인력이 반반 정도 근무하고 있다.” 위성 수명 연장하면 수익성 좋아져 Q : 지난해 5월 KT SAT와 구매의향서(LOI)를 체결했다. 무슨 의민가. A : “기술적으로 검증되면 우리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단 의미다. 말만 그런 게 아니라 꾸준히 방문해서 얼마나 개발했는지 진도를 확인하고 있다. KT SAT의 위성들은 그동안 연료가 떨어지면 버려졌지만, 수명을 연장해서 쓸 수 있다면 수익성이 훨씬 좋아진다. 수명 연장이 필요한 시점이 2030년 전후인데 그때까지 서비스 개발을 완료한다면 선(先)구매 계약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Q : 투자는 얼마나 유치했나. A : “지난해 11월 프리A 라운드에서 약 90억원을 유치했다. 오랜 연구개발 경험에 대한 인정을 받은 것이라 생각한다. 창업 2년 차인데 팀이 잘 구성됐는지가 주효했다. 기술적으로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이기 때문에 단순히 유망한 산업이라고 해서 투자하는 게 아니라 준비된 팀이라는 점을 보여줘서 시작할 수 있었다. 지금도 인재 영입이 가장 중요하다. 이달 기준으로 직원 수가 32명이 됐다. 대부분이 위성 업체에서 일하다가 온 경력자다. 동종 업계 중견 기업으로서는 최고 수준의 대우를 약속한다.” Q : 앞으로의 계획은. A : “올해는 우주 공간에서 위성과 로봇팔을 제어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일차적으로 마무리할 계획이다. 하반기에 조립과 기능시험을 하는 AIT시설을 만들어 본격적으로 위성 개발을 시작한다. 이후 2028년까지 개발을 완료하고 2029년에 발사하는 게 목표다. 2030년까지는 상용화하려고 한다.” 조광래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김해동 대표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한국 우주기술 고도화를 위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해 왔다. 오랫동안 재직했던 항우연을 떠나 지난 30여 년간 쌓아왔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뉴 스페이스 시대를 맞아 주목되고 있는 궤도 상 서비스라는 첨단 우주산업을 개척하고 있는 도전적인 인물이다. 한국이 우주산업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궤도 상 서비스와 같은 기술을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과감하게 도전하여 쟁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권진회 경상국립대 총장 “워커린스페이스는 우주에서 주유소나 정비소 역할을 하는 로봇위성을 개발하여 인공위성의 수명 유지와 연장을 가능케하는 혁신적인 우주산업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근래 들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위성의 발사가 이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복잡해진 우주에서 위성의 수명을 유지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어서, 워커린스페이스가 도전하는 궤도 상 서비스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될 것이다. 학생들에게도 미래 우주시대에 도전 정신을 불어넣어 주리라 믿는다.” ◆‘혁신창업의 길’에서 소개하는 스타트업은 ‘혁신창업 대한민국(SNK) 포럼’의 추천위원회를 통해 선정합니다. SNK포럼은 중앙일보ㆍ서울대ㆍKAIST를 중심으로, 혁신 딥테크(deep-tech) 창업 생태계 구성원들이 함께 참여하는 단체입니다. 대한민국이 ‘R&D 패러독스’를 극복하고, 퍼스트 무버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R&D)에 기반한 기술사업화(창업 또는 기술 이전)가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장윤서([email protected])

2026.02.02. 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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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직매립 금지 대안, ‘시멘트 소성로’ 주목한다

수도권에서 1월 1일부터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전면 금지된 지 한 달이 지났다. 서울·인천·경기를 시작으로, 2030년부터는 전국 모든 지역으로 확대된다. 폐기물관리법에 따른 폐기물 처리 책임은 생활폐기물의 경우 지자체에, 사업장폐기물은 배출자에게 있다. 가정에서 나오는 생활폐기물은 음식물, 재활용품, 종량제봉투, 기타폐기물로 분리·수거되는데 종량제봉투에 담는 폐기물은 소각 대상이다. 소각장 신설 난항, 위탁 처리 한계 유럽은 폐기물 태워 유연탄 대체 환경부가 중심 잡고 역할 해줘야 서울에서 하루 약 3200t의 소각 대상 폐기물이 발생하는데 약 2200t은 서울의 4개 소각장에서 처리하고, 나머지 1000t가량은 그동안 소각하지 않은 채 수도권 매립지로 보냈다. 직매립 금지 정책 시행을 앞두고 서울시는 마포에 신규 소각로 신·증설을 추진했지만, 주민과 일부 정치인들에 반대에 부딪혔다. 인천과 경기 또한 각각 2기와 4기의 소각로 신설을 추진했지만 사정은 마찬가지다. 수도권 일부 지자체들은 직매립 금지 시행 전부터 민간위탁 처리 물량을 늘려왔다. 하지만 위탁처리의 한계, 처리 비용 증가, 안정적·지속적 처리의 불확실성, 낮은 열 회수 효율 등 문제가 있다. 직매립 금지 정책 시행 이후 서울의 한 자치구는 소각 대상 폐기물을 150㎞ 떨어진 충남 지역까지 운송하고 있다. 수도권 폐기물을 받아 처리해온 충청권에서 주민 반발도 적지 않다. 직매립은 금지되고, 민간위탁 처리도 갈수록 어렵기에 시급히 다른 대책을 찾아야 한다. 필자는 시멘트 제조에 사용되는 소성로(燒成爐)를 현실적 대안으로 제안한다. 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 국가는 시멘트 소성로에 사용하는 유연탄의 절반 이상을 가연성 폐기물로 대체했다. 유럽뿐 아니라 미국·일본도 시멘트 소성로에서 폐기물을 연료로 활용하고 있다. 동남아 일부 국가도 증가하는 폐기물 처리 수단으로 시멘트 소성로를 주목하고 있다. 한국은 생활폐기물의 분리·배출 제도가 잘 정착돼 있어서 가연성 폐기물을 시멘트 소성로에 넣어 태우면 유연탄을 대체할 연료로 활용할 수 있다. 국내 시멘트 공장은 충북의 제천·단양 지역과 강원도 영월·삼척·동해 지역에 분포돼 있는데,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수도권과 150~200㎞ 거리다. 강원도 삼척(삼표시멘트)과 동해(쌍용C&E시멘트)에서는 생활폐기물을 소성로에서 유연탄을 대체하는 연료로 잘 활용하고 있다. 각 지자체는 종량제 폐기물을 수거해 전처리(파쇄·분별) 과정을 거쳐 가연성 폐기물을 선별하고, 이를 시멘트 공장으로 운반해 유연탄 대체 연료로 연소한다. 시멘트 소성로는 일반 소각로보다 환경에도 유리하다. 가연성 생활폐기물을 일반 소각로에서 소각하면 소각재가 약 20% 발생해 소각재 처리 문제가 생긴다. 하지만 길이가 70~100m인 소성로는 석회석 등 원료를 약 1500℃ 고온에서 30~60분 동안 가열해 완전연소하기 때문에 소각재를 매립할 필요가 없다. 연소 과정에서 생기는 회분·철분 등은 용융 상태로 녹아 시멘트 원료 덩어리(Clinker)에 흡수된다. 소각로에서 문제 되는 다이옥신은 소성로에서 생성되지 않고, 시멘트 용출실험에서 중금속 물질의 외부 용출 현상도 나타나지 않는다는 연구가 있다. 생활폐기물을 소성로에서 연소하면 환경적으로 안전한 처리가 가능해 미세먼지 발생원 저감, 온실가스 감축, 탄소중립 기여를 기대할 수 있다. 자원순환 효과와 에너지 회수율을 높일 수 있다. 소성로의 장점은 더 있다. 기존 매립지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고, 일반 소각로 신설 문제를 피할 수 있다. 국내 시멘트 생산량은 연간 약 5000만t인데 시멘트 1t 생산에 유연탄 0.1t이 필요해 생활폐기물로 대체하면 시멘트 공장은 유연탄 연료비를 절감할 수 있으니 윈윈이다. 생활폐기물을 시멘트 소성로에서 연소하려면 지자체와 시멘트 업체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삼척시와 동해시는 분리·배출된 생활폐기물을 각 지자체가 수거해 전처리 과정을 거친 뒤 시멘트 공장으로 운송한다. 운송은 민간위탁이어서 운송비는 지자체가 부담한다. 직매립 금지에 따른 대안으로 소성로를 활용하려면 기후에너지환경부가 필요한 제도 개선에 나서고 지자체와 시멘트 업체의 협력 시스템을 구축해줘야 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동찬 세종과학기술연구원 연구위원·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부장

2026.02.02. 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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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민의 마켓 나우] 미국 틱톡의 분리독립은 완결되었나

지난달 22일, 미국 틱톡 사업의 경영권이 비중국계 투자자들의 컨소시움이 주도하는 신설법인(TikTok US Data Security JV)에 매각됐다. 5년 넘게 미·중 간 첨예한 이슈였던 사안이 마무리된 것이다. 틱톡의 개발사인 중국 바이트댄스는 19.9% 지분을 갖고 오라클, 사모펀드인 실버레이크, 중동계 펀드 등이 나머지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그렇다면 ‘틱톡 미국의 완전한 분리독립’은 완결됐을까? 형식과는 달리 실질적으로는 그렇지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글로벌 플랫폼 기업은 지배력의 핵심이 지분에만 있지 않기 때문이다. 추천 알고리즘이 경쟁력의 핵심인 틱톡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누가 그 알고리즘을 소유하고, 업데이트 권한을 가지며, 성능 개선의 방향을 결정하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이번 거래에서 핵심인 알고리즘은 매각되지 않았다. 바이트댄스가 신설법인에 알고리즘 라이선스를 제공하기로 했을 뿐이다. 미국 틱톡은 이를 기반으로 미국 사용자 데이터로 재훈련(retraining)과 현지화를 진행할 예정이다. 미국 사용자의 데이터는 오라클 클라우드에 저장되고, 접근이 엄격히 통제되며, 외부 감사까지 받게 된다. 최소한 데이터 수준의 독립은 확실해 보인다. 문제는 알고리즘 자체의 독립 여부다. 알고리즘은 단순히 고정된 프로그래밍 코드가 아니기 때문에, 지속적인 학습·개선·업데이트가 이루어져야 한다. 라이선스를 받아 운영되는 미국 틱톡은 전적으로 바이트댄스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엔진은 중국산인데, 연료(데이터)만 미국산으로 바꾼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알고리즘 업데이트 때마다 이른바 ‘백도어 리스크’ 논란도 지속될 수밖에 없다. 물론 미국 틱톡이 기존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독자적인 알고리즘을 개발·운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술 인력의 고용과 유지, 투자 기간과 규모, 완료 후 예상되는 성능 등을 고려하면, 결코 쉬운 선택은 아니다. 설사 어느 정도 성공한다고 해도 미국 틱톡이 이른바 ‘갈라파고스화’ 되어, 경쟁력을 급격히 잃을 위험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전 세계 콘텐트가 실시간으로 교류되는 글로벌 플랫폼의 장점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 틱톡의 분리독립은 완결이 아니라 ‘진행 중’이라고 봐야 한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알고리즘 라이선스 세부 계약의 내용, 바이트댄스가 가지고 있을 수도 있는 승인·거부 권한의 내용, 미·중 간 정치·경제적 갈등의 확산 등에 따라 진행 과정에 큰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미국 시장에서 당장의 퇴출 위기는 넘겼지만, 시간을 벌기 위해 양측이 타협한 결과물에 담긴 리스크는 여전하다.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

2026.02.02. 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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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공주 정안 밤을 먹으며 철을 생각하다

가끔 들르는 일용품 가게 이 여사님이 며칠 후 일을 그만둔다며 종이 봉지에 담긴 군밤을 건넸다. 고향 집 뒷산에서 딴 밤이라고 했다. 좌우 엄지로 껍질을 벌렸다. 따뜻함이 배어 있는 진노랑 밤알은 향도 맛도 일품이었다. 이 여사가 일을 마치던 날 커피 한잔을 대접했다. 그녀는 오른손으로 잔 손잡이를 쥐고, 왼손으로는 잔 바닥을 감싼 채 할아버지로부터 들은 고향 공주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밤 유명한 공주, 참나무도 많아 땔감 풍부해 도자기·철 생산 발달 철은 인류의 정신문화 싹트게 해 “어릴 적 뒷산에서 주어온 밤을 보신 할아버지는 흐뭇한 표정으로 동네 역사를 들려주셨어요. 1905년생 할아버지는 호박단추가 달린 연한 옥색 한복에 털신을 신고 마루에 걸터앉으셨지요. 오래된 은비녀를 꼽은 할머니는 빛 바랜 회색 한복에 낡은 ‘세타’를 입고 계셨고요. 초등학교 5학년생인 저는 두 분 사이에 앉았어요. 할아버지가 말씀하시는 동안 할머니는 저에게 아껴둔 오색 무지개 색 사탕 두어 개를 쥐여 주셨지요.” 이 여사의 할아버지 이야기는 고려 시대로 올라갔다. 유치원에서 일한 적 있다는 그녀의 스토리텔링은 먼 과거를 현재로 불러왔다. “공주 일대는 참나무가 많습니다. 그곳 참나무는 장작과 숯이 되어 대장간이나 가마에서 썼답니다. 힘든 일을 마친 대장장이나 도공은 삭신이 쑤시면 지네를 잡아 쇠무릎이라는 약초와 함께 달여먹고 몸을 일으켰지요. 오죽했으면 옛날 동네 이름이 ‘학도 울면서 날아가는 마을’이라는 뜻의 ‘명학소(鳴鶴所)’가 되었을까요. 그들의 고달픈 삶은 ‘망이 망소이의 난’으로 이어지기도 했지만 조선에 들어와서도 나아지지 않았답니다. 임진란 때는 도공들이 일본으로 끌려가기도 했지요. 그중에는 일본 도자기의 시조로 불리는 이삼평이라는 분도 있었답니다.” 이 여사의 이야기를 듣고 세월에 씻겨간 그들의 자취를 찾아 공주 일대를 돌아보았다. 참나무 가지 사이로 ‘쐐’ 한 골바람이 스칠 때 문득 한 분이 떠올랐다. 철(鐵)의 문명사적 궤적을 추적한 권오준 박사였다. 공주에 왔다고 하자 그는 “옛날에는 그곳이 첨단산업단지였으니 잘 보고, 듣고, 묻고 와!”라고 했다. 며칠 후 권 박사는 그곳이 왜 첨단산업단지였는지 설명해주었다. “도자기와 철은 공통점이 있어요. 열처리를 거쳐야 나오는 제품들이지. 먼저 도자기는 도기와 자기로 나뉘는데 장독 같은 도기는 섭씨 1000도 정도, 겉이 매끈한 자기는 약 1300도에서 만들어지지요. 당시 자기 만드는 열처리 기술을 가진 나라는 중국과 조선 정도였어요. 열처리는 비장의 기술이었거든. 중세 유럽에서는 사신을 보낼 때 도자기를 선물했어요. 은연중 자국의 열처리 기술을 상대국에 과시하기 위해서였겠지.” 권 박사로부터 나무와 도자기, 철로 이어지는 기술의 역사를 들으며 철이 인류에게 기여한 것 중 한 가지만 꼽는다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철은 인류에게 철학을 선물했지.” 의아한 표정을 짓자 그는 자세한 설명을 마다치 않았다. “인류가 소를 가축으로 삼은 것은 기원전 8000년이지만 기원전 1000년에 이르러서야 소에게 철 보습을 갖춘 쟁기를 끌게 했어요. 그때부터 농업생산량이 비약적으로 늘었지요. 배고픔을 면하게 된 인류는 학습과 토론을 할 여유가 생기지요. 그 결과 기원전 5세기부터 석가모니·공자·소크라테스·예수가 나오지요. 철학자 칼 야스퍼스는 그 시대를 인류 정신문화의 전환기를 의미하는 ‘축(軸)의 시대’라고 했어요.” 권 박사의 담론을 들은 후 “올해가 말띠인데 말과 연결된 철 이야기도 있을까요?”라고 묻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소가 철 보습을 이용한 우경(牛耕)으로 인류의 정착을 도왔다면, 말은 등자(鐙子)라는 철제기구를 통해 영토 확장에 기여했지요. 등자는 말을 탈 때 발을 걸치는 발걸이인데 등자에 발을 고정시킨 기사(騎士)는 말 위에서 몸을 돌려 뒤에서 오는 적도 공격할 수 있었어요.” 권 박사의 철과 인류 문명사에 대한 설명은 ‘전체를 하나로 꿰다’는 공자의 말 ‘일이관지(一以貫之)’를 연상시켰다. 요즘 철강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모든 어려움을 돌파하는 하나의 방책이 있을지 모른다. ‘어둠의 끝에는 빛이 있다’는 옛말을 철강인들에게 전하고 싶다. 곽정식 수필가

2026.02.02. 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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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희의 문장으로 읽는 책] 언제나 이타카를 마음에 두라

언제나 이타카를 마음에 두라/ 네 목표는 그곳에 이르는 것이니/ 그러나 서두르지는 마라/ 비록 네 갈 길이 오래더라도/ 늙어져서 그 섬에 이르는 것이 더 나으니/ 길 위에서 너는 이미 풍요로워졌으니/ 이타카가 너를 풍요롭게 해주길 기대하지 마라. 이타카는 너에게 아름다운 여행을 선사했고/ 이타카가 없었다면 네 여정은 시작되지도 않았으니/ 이제 이타카는 너에게 줄 것이 하나도 없구나. 설령 그 땅이 불모지라 해도 이타카는/ 너를 속인 적이 없고, 길 위에서 너는 현자가 되었으니/ 마침내 이타카의 가르침을 이해하리라. -콘스탄티노스 카바피 ‘이타카’ 중. 회사 생활을 정리하며 책상 옆에 붙여놓았던 이 글을 떼어냈다. 그리스 시인 콘스탄티노스 카바피의 시 ‘이타카’의 종반부. 처음 이 자리에 왔을 때 어디선가 읽은 이 구절을 프린트해서 벽에 붙였었다. 가슴 벅찬 글귀라 자주 되뇌었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 이 글이 벽에 붙어 있다는 사실조차 잊고 살았다. 사람이 이렇게 무뎌지는 것이다. “네가 이타카를 향해 길을 떠날 때/ 기도하라, 네 길이 오랜 여정이 되기를/ 모험과 발견으로 가득하기를…” 시는 이렇게 시작한다. 이타카는 그리스의 섬이자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서 오디세우스가 온갖 고난을 겪으며 필사적으로 돌아가려 했던 목적지, 그러니까 삶의 종착점이나 꿈, 이상향 같은 것이다. 언제나 이타카를 마음에 두되 서두르지는 말며, 늙어서 그 섬에 이를 때 너는 이미 풍요로워져 설령 그 땅이 불모지라 해도 이타카의 가르침을 이해하게 된다니, 목적지보다 여정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카바피는 평생 공무원으로 일하며 밤마다 시를 썼고, 지인들에게 조각조각 나눠주었다. 생전에 정식 출판된 시집 하나 없지만, 사후 20세기 그리스의 대표 시인이 됐다. 당신의 책상 옆에는 어떤 문장이 있는지 궁금하다.

2026.02.02. 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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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선화의 과학산책] AI와 함께 걷는 과학의 길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2026년에 주목할 흐름 중 하나로 ‘인공지능 기반 과학연구(AI for Science)’를 꼽았다. 이는 AI가 과학적 발견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음을 뜻한다. AI는 이미 연구 현장에서 큰 활약을 펼치고 있다. 단백질 구조 예측 AI인 알파폴드는 수십 년 동안 실험에 의존해 온 단백질 구조 연구에서 방대한 탐색 공간을 계산으로 열어 보였고, 이 성과는 2024년 노벨 화학상으로까지 이어졌다. AI가 과학의 성과로 공식 인정받은 첫 장면이었다. 이제 AI는 ‘정답을 빠르게 계산하는 조수’가 아니라 ‘다음 질문을 제안하는 동료’에 가깝다. 재료과학에서는 새로운 물질 조합을, 화학에서는 반응 경로를 찾아낸다. 그리고 네이처는 2026년을 인간의 관여 없이 AI가 새로운 과학적 발견을 내놓을 원년으로 보고 있다. 이제 AI는 연구자의 보조자가 아니라 동료로 성장한 셈이다. 새로운 동행에는 새로운 질문이 따른다. AI가 제안한 결과를 인간이 이해하지 못할 때 그것을 과학이라고 볼 수 있는가. 오류가 발생했을 때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실험을 직접 설계하지 않는 시대에 과학자의 역할은 무엇인가. AI는 과학의 속도를 높이지만, 동시에 과학의 기준과 윤리를 다시 묻게 한다. 단지 과학 분야뿐일까? AI는 이제 우리 일상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문제는 ‘얼마나 많이 활용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태도로 함께하느냐’이다. AI가 제시한 답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를 묻고 검증하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교육에서는 정답을 빨리 찾는 힘보다 질문을 만드는 힘을 길러야 한다. 일상에서도 판단과 책임의 최종 주체는 인간이라는 원칙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AI는 생각을 대신해 주는 존재가 아니라, 생각의 지평을 넓혀 주는 동반자여야 한다. 우리가 어떤 질문을 품고 AI와 함께 걷느냐에 따라 이 동행의 미래는 전혀 다른 길로 이어질 수 있다. 한선화 UST 명예교수

2026.02.02. 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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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석 만평] 2월 3일

" [email protected] " 박용석([email protected])

2026.02.02. 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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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왜 문화의 시대인가?

지금은 문화의 시대입니다. 21세기가 들어서면서 문화의 시대, 정보화 시대라는 말이 유행했습니다. 놀라운 속도로 정보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인터넷의 시대에서, 스마트폰의 시대로 바뀌었고, 지금은 인공지능의 시대로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변화의 속도가 너무나도 빨라서 따라가기가 벅찰 정도입니다. 세상은 어떻게 변화해 갈까요? 인간의 문화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지금이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문화의 시대였던 것은 아닐까요? 저는 이러한 주장도 맞다고 봅니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문화를 누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언어도 중요한 문화입니다. 따라서 인간이 말을 한다는 것은 이미 문화를 누리고 있는 겁니다. 종교도 문화의 정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대사회부터 행해진 제천의식은 모두 문화입니다. 춤도, 노래도, 악기 연주도 문화이고, 동굴이나 벽에 그린 그림도 모두 문화 행위입니다. 고대문명도 모두 문화의 시대를 보여줍니다. 수메르, 이집트, 그리스, 로마, 인도 그리고 중국, 한국, 일본 등 끊임없이 문화는 발달하여 왔습니다. 중세 이후 르네상스나 산업혁명 이후의 눈부신 문화 발전도 지금만이 문화의 시대라고 부르는 것을 주저하게 합니다.     그럼에도 지금은 문화의 시대라는 정의를 부정하기도 어렵습니다. 문화는 경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그리스에서 정치는 인간이 경제적 여유가 있을 때 행하는 최상의 문화 행위입니다. 그리스어의 학교라는 말의 어원도 ‘여유’에서 왔다고 합니다. 문화는 경제적인 여유, 시간의 여유가 있을 때 발전하고 누리게 됩니다. 호이징하의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라는 정의는 앞으로 우리 사회에 더 들어맞게 될 겁니다.     ‘반공일’과 ‘놀토’의 뜻을 아시나요? 아마도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겁니다. 이제 한국에서 반공일(半空日), 놀토의 개념은 없어진 지 오래입니다. 반공일은 토요일에 오전 근무만 하였기 때문에 생긴 말이고, 놀토는 격주로 토요일을 쉬었기 때문에 생긴 표현입니다. 지금은 사어(死語)로 변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주 4일 근무를 실시하거나 재택근무를 늘리고 있는 회사가 늘고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이미 주 3.5일 근무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점점 인간에게 여유의 시간이 많아질 겁니다.     정보화시대, 인공지능의 시대로 바뀌면서 인간의 노동은 점점 줄어듭니다. 일자리의 감소 또는 사라짐을 걱정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실제로 수많은 인간의 일자리가 인공지능이나 로봇에 의해서 대체될 것입니다. 이 경우에는 필연적으로 인간의 여유 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여유시간은 필연적으로 문화로 이어지게 될 겁니다. 다른 일자리와는 달리 문화와 관련된 일자리는 훨씬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문화에도 수많은 AI의 활용이 있을 겁니다. 그림, 문학작품, 음악 등 다양한 문화의 분야에서 인공지능의 활용이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문화를 즐기는 주체는 사람이고, 사람과 사람 간의 온기가 문화 속에 있습니다. 사람들은 인공지능으로 그린 그림보다 직접 자신의 손으로 그리고, 글씨를 베껴 쓰고, 노래를 부르고, 악기를 연주하고자 합니다. 자신이 직접 하고 싶은 것을 인공지능이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한 진리입니다.     새로운 시대가 올수록 문화의 시대는 더 활짝 열리리라 생각합니다. 문화 모습은 변화할 겁니다. 하지만 문화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많은 문화의 요소는 인간의 즐거움이자 기쁨이며, 치유의 순간이 될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문화의 시대입니다. 인간성이 메말라가고, 우울하고 답답한 나날이 눈앞에 있다면 인간은 더욱더 문화를 가까이하고, 직접 문화의 수용자에서 창작자로 모습을 바꾸어 갈 것입니다. 다양한 기술은 문화 창작의 협력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문화의 시대일수록 문화란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사고가 필요합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문화 문화 발전 문화 창작 문화 자체

2026.02.01.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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