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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석탄발전소 연장 운영 조치

인디애나주 북서부에 위치한 작은 도시 휘트필드. 시카고 다운타운에서 70마일, 차로 한시간 반 정도 걸리는 전형적인 중서부 농촌 지역이다.     이 곳에는 석탄을 태워 전력을 생산하는 화력발전소가 자리잡고 있다. RM 샤퍼 발전소는 당초 작년 12월부로 운영이 중단될 예정이었다. 화력발전소가 노후하기도 했고 더 이상 채산성이 맞지 않는다는 판단에 문을 닫기로 결정된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연방 에너지부는 최근 불거지기 시작한 전력망 안정성을 이유로 이 화력발전소의 운영을 최소한 3월까지 연장시키는 조치를 내렸다. 이로 인해 발전소의 생명은 임시적이긴 하지만 연장될 수 있게 됐다.     임시 연장 조치가 얼마나 계속될 지 알 수는 없다. 다만 비슷한 연장 조치를 받은 타주의 화력발전소의 경우 1년 이상 발전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이라 더 오랫동안 운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지역 주민들은 오랜 기간 동안 화력발전소에서 내뿜고 있는 대기오염과 석탄재 연못에서 지하수와 토양으로 망간 등의 중금속이 유출되면서 주민들의 건강을 해치는 것이 지속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화력발전소는 환경 오염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일리노이주에도 72개나 있는 석탄재 저수지가 문제다. 저수지는 석탄발전소에서 태우고 남은 찌꺼기들이 물과 섞여 모여있는 곳이다. 방수막이 없는 석탄재 저수지의 경우 인근 지하수로 유독성 물질이 유출되고 있어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다. 이 석탄재 저수지는 2031년까지 운영이 계속될 수도 있는데 일리노이에 위치한 3곳의 저수지도 해당된다.     휘트필드 지역 주민들의 우려는 최근 더 깊어지고 있다. 화력발전소 인근에 데이터센터가 건설된다는 소식 때문이다. 총 57억달러가 투자돼 건설될 데이터센터에는 2600메가와트급의 가스 발전소 건설도 동반되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심하다. 주민들은 공청회에 몰려가 데이터센터 건설에 반대했지만 결국 2월초 카운티 의회는 이를 승인했다. 발전소가 예정대로 완공되면 인디애나 주에서 세번째로 큰 탄소 배출원이 되기 때문에 배출가스로 인한 지역 주민들의 민원 역시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지역 주민들의 우려는 단순히 인디애나주 작은 도시 휘트필드에 머물지 않는다. 정부의 화력발전소 연장 조치로 추가 비용이 필수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이 비용은 결국 발전소가 전력을 공급하는 지역의 주민들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유사한 사례가 이미 미시간주에서 발생하기도 했다. 미시간주 웨스트 올리브에 위치한 JH 캠벨 석탄발전소도 연방 에너지부의 명령으로 최소한 1억 3500만달러의 비용이 발생했는데 이를 지역 전력망 업체들의 연합인 Midcontinent Independent System Operator(MISO) 고객들에게 부과했기 때문이다.     MISO는 인디애나주를 포함한 중서부 14개주에 전력망을 운영하고 있는 전력공급업체 연합인데 일리노이주 남부와 중부도 해당된다. 즉 MISO가 화력발전소의 연장 운영으로 발생하는 추가 비용을 고객들에게 전가한다면 일리노이 주민들 역시 높은 전기요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리고 이 작업은 현재 진행중이다. MISO가 연방 에너지부에 샤퍼 발전소의 운영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내용의 청원을 제출했기 때문이다. 만약 에너지부가 이를 승인한다면 중부와 남부 일리노이 주민들은 가뜩이나 높은 전기 요금에 부담이 큰데 추가 요금 인상을 피할 수가 없게 된다.     이런 움직임으로 인해 일부 비영리단체들을 중심으로 에너지부의 최근 조치에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에너지부가 콜로라도와 워싱턴, 펜실베니아, 미시간, 인디애나주의 석탄발전소의 수명 다한 발전소들을 계속 운영시키기 위해서 비상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에너지부는 석탄발전소의 연장 운영을 위한 긴급 명령은 필수적이며 이는 에너지 지배력을 확보하고 인공지능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는 입장이다. 에너지부는 폐쇄 예정인 석탄발전소의 운영을 90일씩 지속적으로 갱신할 것으로 보인다.     일리노이를 비롯한 중서부 지역에서는 석탄발전소에 의존하는 전력망 시스템에서 벗어나고자 수년 전부터 화력발전소의 폐쇄를 준비하고 있었다. 일리노이 주의회에서는 이를 기본 방침으로 삼은 새로운 에너지법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인공지능 기술을 발달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석탄발전소의 운영을 연장하는 임시방편이 나오고 있다. 이에 전력 공급 안정성 문제나 가격 급등 없이 에너지 부족 문제를 해결할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들어 일리노이주를 비롯한 중서부 지역에서도 데이터 센터 건립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을 뒷받침하기 위한 방안이긴 하지만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는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반대하는 일이 빈번하다. 게다가 지역 주민들의 높은 전기요금으로 부담이 가중된다는 소식은 결코 반가운 일은 아니다.     시카고 지역의 경우 전기 요금과 함께 천연가스 요금 역시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노후한 가스 파이프라인 교체를 위한 인상이라고는 하지만 결국 부담은 서민들에게 더 크게 돌아오는 것이 현실이다.     Nathan Park 기자석탄발전소 시사분석 화력발전소 연장 화력발전소 인근 연장 조치

2026.03.04.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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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중동 전쟁이 흔드는 금융시장, 실물경제 전이 막아야

미국과 이란 전쟁의 불똥이 한국 경제를 직격하고 있다. 어제 코스피는 사이드카(거래 일시 중지) 발동에도 12% 넘게 폭락했다. 이틀 누적으로는 20% 가까운 대폭락이다. 전날 밤 뉴욕 금융시장에서 거래된 원-달러 환율은 17년 만에 1500원을 돌파했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은 L당 1800원을 돌파했다. 전쟁이 이란의 결사항전으로 계속 격화하면 한국은 꼼짝없이 고환율·고유가·고물가의 ‘3고(高)’ 비상 상황에 갇히게 된다. 3고 확산을 막기 위한 대비책이 시급해졌다. 당장 호르무즈해협 봉쇄 위기는 한국 경제를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이란은 유조선 10척이 불탔다고 주장했고, 이에 미국 해군이 유조선을 호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올 만큼 사태는 악화하고 있다. 국내 선박 26척도 현재 호르무즈해협에서 발이 묶여 있다. 원유 소비량 세계 7위 수준인 한국은 에너지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한다. 수입 원유의 70.7%, LNG의 20.4%가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다. 한국의 원유 비축량은 6개월분에 달하지만, 호르무즈해협이 막히면 재고는 곧 바닥을 드러내게 된다. 그러니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수록 실물경제 충격도 커질 수밖에 없다. 수출 호조와 함께 경기 반등을 기대했던 한국 경제로선 비상 상황이다. 이란이 페르시아만 주변국에 있는 미군 시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드론 공격을 이어가면서 국내 기업의 중동 사업도 비상이 걸렸다. 중동에 진출한 140여 국내 기업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미래도시 네옴시티를 비롯해 원전과 인공지능(AI) 인프라 사업 등 중동에서 100조원 규모의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게다가 물류가 막히면 자동차·스마트폰·K뷰티 등 주력 상품 수출에도 먹구름이 낀다. 상황이 위중한데도 경제부총리가 주재하는 거시경제 금융 현안 간담회(F4)는 열리지 않고 있다. 정부는 그간 언론의 거듭된 ‘빚투’ 경고에도 “이제는 주식에 투자할 때”라며 주가 띄우기에 주력해 왔다. 그런데 깡통계좌 속출이 우려될 만한 증시 패닉 상황에도 외환보유액이 충분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사태가 심각한 만큼 정부는 위기감을 갖고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해야 한다. 무엇보다 금융 불안이 실물경제로 번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

2026.03.04. 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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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법원장 사퇴 압박한 여당, 사법부 독립 훼손 더는 안 된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한 범여권의 공세가 도를 넘고 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어제 최고위원회의에서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사법 개혁에 대해 저항군 우두머리 역할을 하는 거냐”고 말했다. 전날 조 대법원장이 사법 3법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조 대법원장은 그제 “갑작스러운 개혁과 변혁이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지 마지막까지 심사숙고해 주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국회를 통과한 법안에 대해 사법부의 입장을 밝힌 게 잘못인가. 여당 대표가 사법부 수장을 예우하지는 못할망정 ‘저항군 우두머리’라고 깎아내린 것은 사법부 독립을 정면으로 훼손한 부적절한 처사다. 국회의 입법은 무조건 ‘개혁’이고 사법부 반박은 ‘저항’이라는 주장도 받아들이기 힘든 편협한 논리다. 정 대표가 “1년이 넘도록 사법 개혁안을 다듬고 또 다듬었다”고 한 것도 동의하기 어렵다. 법 왜곡죄,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제 등을 담은 사법 3법 통과를 입법 독주라고 부르는 이유를 몰라서 하는 소리인가. 법 왜곡죄는 본회의 의결 직전 내용을 일부 수정해 졸속 입법이 탄로 났다. 어제 대한변협 회장 출신 등 원로 법조인들이 “헌정 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권력 구조의 변경 시도가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헌법적 검토 없이 밀어붙이듯 처리됐다”고 낸 성명을 잘 살펴보기 바란다. 범여권 의원들의 한 모임은 어제 조 대법원장의 탄핵을 촉구하는 공청회를 열기도 했다. 국회는 법에 따라 공직자를 탄핵할 수 있다. 하지만 참석자들은 “내란 청산의 최종 종착역은 조희대”라는 식의 인신공격에 집중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1심 무기징역을 선고하는 등 정상적으로 재판을 진행하는 사법부를 흔드는 게 내란 청산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다.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 인선이 40일 넘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도 사법부 독립이 위협받는 상황이다. 새 대법관 제청과 임명에서 대법원장과 청와대가 갈등을 빚는 모습은 사법에 대한 권력의 입김을 드러내는 불안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삼권분립의 핵심인 사법부 독립은 누구도 함부로 다뤄서는 안 된다.

2026.03.04. 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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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민자 문호 과감히 넓히고 이웃으로 대우해야

정부가 국내 산업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외국인 이민을 적극 장려하는 방향으로 이민정책의 개편을 선언했다. 법무부가 그제 발표한 ‘2030 이민정책 미래전략’을 통해서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언론 브리핑에서 “대한민국 산업 현장은 외국인이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다. 제조업 분야는 더욱 심각하다”며 이민정책 전환의 배경을 설명했다. 저출산·고령화로 일할 사람이 갈수록 줄어드는 현실에서 외국인 인력 활용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사회적 갈등과 차별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외국인 이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지혜가 절실한 시점이다. 이번 대책에서 정부가 각 지역 사정에 맞춰 신축적으로 외국인 고용 허가제를 운영하겠다고 밝힌 점은 긍정적인 변화다. 현재는 구인난에 시달리는 소상공인이라도 최소 3개월간 내국인을 고용한 실적이 있어야만 합법적으로 외국인을 고용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인구 감소 지역의 소상공인은 근로자의 국적에 상관없이 고용 자체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정부는 앞으로 인구 감소 지역에 한해 내국인 고용 실적이 없어도 외국인을 고용할 수 있는 ‘지역 활력 소상공인 특례’를 마련할 방침이다. 국내 전문대의 제조업 관련 학과를 졸업하고 지방 산업체에 취업하는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K-코어 비자’도 만든다. 그러나 이 같은 체류 자격 확대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외국인 이민자가 지역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지원하는 방안이 꼭 필요하다. 이제는 외국인을 단순한 노동력이 아닌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통합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때다. 저출산·고령화가 심각해질수록 한국 사회에는 외국인 인력이 더욱 필요해진다. 그렇다고 외국인 이민정책이 당장의 인력 부족을 채우는 것에 급급해선 안 될 일이다. 특히 외국인 이민자들이 사회적 차별과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법적·제도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책무다. 필요하다면 일본의 출입국재류관리청처럼 이민 담당 독립관청(이민청)을 설립하는 방안도 논의해 볼 만하다. 무엇보다 외국인 이민자도 이 땅에서 함께 살아가는 우리의 소중한 이웃이라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

2026.03.04. 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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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법 왜곡죄가 부를 양심의 왜곡

“아니 벌써?” 대통령 선거전이 한창이던 지난해 4월 29일 대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가 이틀 후인 5월 1일 내려진다고 예고했다. 고법 무죄 선고 후 사건이 대법원으로 올라온 지 34일, 전원합의체 회부 후로는 9일 만이었으니 대단히 이례적인 광속(光速) 재판임엔 틀림이 없다. 순간 “대선 전에 무죄 확정을 내려주려는 것이구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이재명 후보의 당선에 대비해 헌법 84조, 즉 대통령에 대한 임기 중 형사소추 면제에 재판도 포함되는지의 논란을 사전에 깔끔하게 정리하려는 대법원의 심려란 생각도 했다. 필자뿐 아니라 다수의 예상이 그랬다. 민주당 의원들은 겉으론 태연한 척했지만 속으론 쾌재를 불렀다. 그때 만난 의원은 “대권가도의 마지막 걸림돌이 해소됐다”고도 했다. “법·양심 따라 재판”, 헌법에 명기 주관적 양심의 과잉도 문제지만 외압이 양심을 옥죄면 더 큰 문제 선출권력의 입법만능주의 발상 “뭐라고?” 취재기자의 전화 보고를 받던 사회부 데스크가 소리치던 기억이 난다. 판결 결과는 다수의 예상을 깨는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이었다. 민주당은 그제야 판결의 신속함을 문제 삼기 시작했다. 지금 말하려는 건 판결의 옳고 그름이 아니라, 민주당이 대법원 판결의 신속함을 내란동조의 정황증거로 규정하고 몰아가는 행동력과, 역시 광속에 가까왔던 태세전환 속도다. “물리적으로 그 짧은 시간에 대법관들이 사건 기록을 읽었을 리 없다. 열람 기록을 컴퓨터 로그 기록으로 확인하겠다”는 초법적 발언이 태연하게 나왔다. 판결이 예고됐을 때 “숙고할 시간이 부족하지 않느냐”고 말한 사람이 있었다면 필자는 그분을 대단히 존경하게 되었을 것이다.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과거에 비해 많이 떨어진 건 불편하지만 인정해야 할 사실이다. 가장 큰 불신은 재판부에 따라 형량이 달라지고, 때로는 유무죄가 엇갈린다는 점에 있다.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고 파장이 큰 정치인 관련 사건일수록 그런 경향이 느껴진다. 오죽하면 재판부의 성향을 살피고, 심지어 고향까지 따지게 됐을까. 역설적이지만 양심의 범람이 사법부 불신의 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법관은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해야 한다는 건 만인의 상식이다. 그런데 양심이란 건 한 사회 구성원이 공유하는 최소한의 도덕률이란 공통분모를 제외하면 경험이나 가치관·종교·이념·정치성향 등에 따라 각자 다를 수 있다. 문언화된 법은 객관적 실체가 있지만 양심은 내밀한 영역에 갇혀 있어 실체 확인이 어렵다. 그래서 법보다 양심을 우선하면 법관마다 다른 판단이 내려질 가능성이 상존한다. 특히 진영 대립이 심한 우리 사회에서 법관의 양심이 정치적 신념과 동일시되면 판결이 오히려 사회 갈등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 헌법학 권위자들의 해석도 법관의 주관적·개인적 양심은 최대한 자제되어야 한다는 쪽이다. (김철수 『헌법학 신론』, 정종섭 『헌법학 원론』) 그렇다면 왜 헌법 103조는 ‘양심’을 적시하고 있을까.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는, ‘양심’과 ‘독립’을 한 문장에 배치한 조문의 구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외부의 힘에서 벗어나 법관의 양심을 걸고 오로지 자주적인 판단에 따라 판결해야 한다는 의미인 것이다. 법 왜곡죄가 문제되는 부분이 바로 이 조문에 있다. 판결을 잘못하면 처벌 받을 수 있다는 현실에서 모든 판사가 의연하게 판단할 수 있으리란 기대는 성인군자들만의 사회에서나 가능할 것이다. 판결의 잘잘못을 따지는 판단에 1차적으로는 수사기관이 개입하고, 그 과정에 정치권력의 힘이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법관의 양심이 설 공간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법의 왜곡을 막자는 조항이 오히려 독립적인 판결의 준거가 되어야 할 양심의 왜곡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의미다. 법 왜곡죄 논의의 태동에서부터 국회 문턱을 넘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의구심은 더욱 깊어진다. 지귀연 판사가 구속기한 산정 기준을 엄격하게 해석해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석방하자 법 왜곡죄 도입 주장이 민주당에서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지 판사가 반대의 결정을 내렸더라면 논의가 그렇게 급물살을 타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덕수 전 총리에게 구형보다 높은 형이 선고되자 “사필귀정”이라며 반색하던 의원들이 김건희 여사의 혐의 중 다수에 무죄가 선고되자 “그래서 사법개혁이 필요하다”는 명분으로 삼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이 선고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법 왜곡죄가 과연 법관의 양심을 온전하게 지켜줄 수 있을까. 법관이 양심을 과잉 표출하는 것도 문제지만, 법관의 양심을 옥죄고 왜곡하는 건 훨씬 더 심각한 문제다. 새 법을 만들고 없던 죄목을 신설해 사법부를 선출권력의 통제 아래 두어야 한다는 건 입법만능주의적 발상에 가깝다. “나라가 부패할수록 그에 비례해 법률은 늘어난다” 고 했다. 이미 2000년 전 고대 로마의 타키투스가 남긴 말이다. 예영준([email protected])

2026.03.04. 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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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현의 시시각각] 대통령이 레드팀을 좋아한다면

“제가 레드팀 이런 거 좋아해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월 기자회견에서 이혜훈 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의 투기 의혹에 대한 판단이 어렵다면서 한 말이다. 그는 “한쪽 얘기만 듣고 판단하는 건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며 레드팀의 효능을 강조했다. 보수 진영의 장관 후보자를 고른 것도 레드팀 역할을 바란 것이었다. 결국 인사 실패로 끝나 ‘탕평 쇼’라는 비난까지 받았지만, “반대쪽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한다”는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적 진심은 각인됐다. 레드팀 효능 강조해 온 이 대통령 거부 아닌 견제와 균형 원리 살려 입법 독주 점검하면 국익 아닌가 레드팀은 1960년대 미군의 모의전쟁 훈련에서 나온 용어다. 아군을 블루팀, 가상의 적군을 레드팀으로 구분해 훈련하며 약점을 찾던 것이 동질적 집단이 빠질 수 있는 오류를 발견하는 방법론으로 자리 잡았다. 이 대통령은 부처 업무보고 때도 ‘레드팀 본능’을 드러낸다. 보고 내용의 허점을 파고들어 “그래서 어쩌라고” 등의 퉁명스러운 말을 내뱉기도 한다. 아군에 회초리를 드는 모습이 60%대 국정 지지율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을 것이다. 그 좋아하는 레드팀 역할을 당·청 관계에선 십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이 된 순간부터 입법부와 삼권분립의 관계가 되는 헌법적 경계선이 근본적인 이유겠지만, 친명계와 친청계의 알력이 커지면서 대통령의 메시지가 과잉 또는 축소 전달되는 혼선이 잦았다. ‘똑부(똑똑하고 부지런한)’형 리더이자 꼼꼼한 법률가인 이 대통령의 눈에 차지 않았을 입법 과정과 결과물이 적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민주당이 대통령의 형사재판을 임기 중 자동 중지하는 법안을 ‘국정안정법’이라는 이름으로 추진했다가 철회한 것도 그런 사례다. 과잉 충성이라는 비난 여론에 대통령실은 “논란만 있고 실익이 없다”고 제동을 걸었다. 검찰 개혁 법안은 공소청의 보완수사권 존치 문제가 당·청 간에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친명계가 추진한 공소 취소 모임은 “미친 짓”(유시민 작가)이라는 말까지 들었다. 어제 이 대통령은 SNS에 “수사·기소권 조작은 살인보다 나쁜 짓”이라며 직접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지난달 말 국회를 통과한 ‘사법 3법’은 어떨까. 법 왜곡죄(형법 개정안), 재판소원제(헌법재판소법 개정안), 대법관 증원법(법원조직법 개정안)은 위헌적 독소 조항의 문제점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은 법 왜곡죄를 “K법치의 수치”라고도 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지만, 당·청 간 조율 속에 힘겹게 통과시킨 법안을 대통령이 거부하는 건 기존의 정치공학에선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 지점에서 이 대통령의 레드팀 본능에 호소하고 싶다. 우선 거대 여당의 입법 독주부터 팩트체크해 주길 바란다. 법제사법위원회가 사법 3법에 할애한 논의 시간이 법안당 평균 5시간 남짓이라고 한다. 야당에선 “생선을 짓이겨 어묵을 만드는 것 같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대통령이 레드팀이었다면 용인하지 않았을 과정과 결과가 있는지 따져봐야 할 상황이다. ‘초불확실성 시대’를 살아가는 국민을 감당하기 힘든 새로운 사법 시스템 속으로 내던지는 일까지 벌어져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야당 주장에 굴복하는 게 아니냐는 걱정일랑 접어두기 바란다. 헌정 질서를 파괴한 망상적 계엄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한 채로 “사법 파괴 악법”을 외치는 국민의힘 주장은 유체이탈 화법일 뿐이다. 그것보다 이 대통령이 사법 3법의 최대 수혜자로 의심받는 상황을 레드팀 역할로 떨쳐내는 게 우선이다. 거부권의 헌법상 명칭은 재의요구권이다. 정치 갈등의 산물이었기에 거부권이 더 익숙한 표현이 됐지만, 대통령이 이의를 달아 국회에서 재논의하게 하는 과정은 견제와 균형의 헌법 원리가 반영된 대승적 가치가 녹아 있다. 이 대통령이 사법 3법에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는 건 당장의 당·청 관계엔 불편한 일이 되겠지만, 국민과 국익을 지킨 레드팀의 업적으로 헌정사에 기록될 수도 있다. 김승현([email protected])

2026.03.04. 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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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3법 강행은 공화주의 정신을 무시한 다수의 폭거"[장세정 논설위원이 간다]

위기의 민주공화정, 시민사회의 대안 모색 1910년 일본에 나라를 빼앗기자 1919년 3·1 만세 운동을 전후해 독립운동에 뛰어든 임시정부 지도자들은 과거에서 탈피한 새로운 국가를 꿈꿨다. 그들은 봉건왕조 체제로 돌아가는 것을 거부하고 1919년 4월 11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헌법에 해당하는 임시헌장 제1조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한다'고 선언했다. 초기 임정의 이런 정신은 해방 이후 1948년 8월 15일에 출범한 대한민국의 헌법 1조 1항('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에 그대로 반영됐다. 현행 헌법엔 '민주공화국' 명시 국회에선 다수의 일방통행 난무 민주화 이끈 세력이 집권했는데 아직도 정치를 '집권투쟁'처럼 해 민주주의 결함, 공화주의로 교정 공화주의 강화할 문화운동 필요 민주공화국은 말 그대로 국민이 나라의 주인인 민주주의, 그리고 공공선·법치·자유 등이 존중되는 공화주의라는 두 축으로 굴러가야 온전해지는 정치체제다. 1987년 민주화가 실현됐고, 평화적 정권교체가 몇 차례 성사되면서 민주주의가 만개했다는 국내외의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위헌적 '사법 3법'을 일방통행식으로 강행한 거대 여당의 입법 독주에서 확인된 것처럼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는 지금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게다가 민주주의의 쌍두마차인 공화주의는 한국사회에서 소홀히 취급당하고 있다. 다수의 입법 독주, 의회 민주주의 퇴보 국회에서 거대 의석을 보유한 민주당은 위헌 논란이 해소되지 않았는데도 법왜곡죄, 재판소원, 대법관증원 법안 등 사법 3법을 임시국회에서 일사천리로 강행 처리했다. 위헌 우려가 제기된 법 조항을 충분한 숙의로 해소하자는 사법부와 시민사회 등 각계의 요구는 묵살됐다. 군부 독재에 맞서 민주주의를 쟁취한 민주화 운동 세력이 주류인 민주당이 이래도 되나 싶다. 정치평론학회장을 역임한 이동수 경희대 명예교수는 "다수결은 민주적 의사 결정 방식이지만, 다수결이 민주주의 그 자체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소수 의견을 무시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빠지기 쉬운 중우(衆愚)정치다. 다수의 횡포로 소수 의견을 무시한다면 헌법의 공화주의 정신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거대 여당은 법안 통과에 필요한 의결정족수를 규정한 국회법 조항을 준수했다고 주장하겠지만, 프랑스 철학자 몽테스키외가 강조한 '법의 정신'에는 위배된다는 것이다. 진보 성향 학자들이 주도해온 민주주의법학연구회에서 초대 회장을 역임한 강경선 방송통신대 명예교수는 "민주화가 실현된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1980년대 학생운동 출신 정치인들은 정치가 아닌 집권투쟁을 하고 있다. 이제는 균형과 질서가 잡힌 성숙한 민주주의로 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헌법의 공화주의 정신 짓밟는 정치 헌법 1조 1항에 담긴 공화주의(共和主義)는 '함께 화합해서 다스리는' 정치 철학이다. 정치학자들은 공공선(公共善) 또는 공동선(共同善), 법치주의, 비지배 자유, 시민의 덕성 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로마 공화정으로 거슬러 올라가고, 에이브러햄 링컨의 미국 공화주의로 진화했다. 지난해 말 공화협회 주최 토론회에서 김동규 21세기공화주의클럽 정책위원장을 만났다. 그는 단순히 투표로 대표를 뽑는 민주주의를 넘어 구성원들이 공공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법치(Rule of law)를 존중하며,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정치사상이 공화주의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민주주의가 다수파의 지배를 중시하다 보면 소수파가 소외될 가능성이 있는데 공화주의는 소수파까지 포용해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는 정치적 지혜를 모색해왔다. 김 위원장은 "이런 관점에서 보면 거대 여당의 사법 3법 강행은 공화주의 정신을 무시한 다수의 폭거"라고 비판했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공화주의와 공화국 정신에서 많이 벗어나 보인다. 국회에서 벌어지는 광경에서 확인한 것처럼 자의든 타의든 정치적 의사결정에서 소외되고 배제된 국민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연구원은 "민주공화국은 민주와 공화라는 두 바퀴로 굴러가는 체제인데, 한국사회가 그동안 민주에만 집중한 나머지 공화 가치에 소홀했다. 다수파의 지배를 중시하는 민주주의가 견제와 균형, 법치주의를 통해 공동선을 추구하는 공화주의를 가리면서 정당은 대화·숙의의 장이 아니라 팬덤의 전쟁터로 변질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딸'과 '윤 어게인'으로 불리는 극단적 두 진영의 팬덤은 서로를 민주주의의 적이라 비난하지만, 양쪽 모두 민주공화국을 위협하는 ‘반(反)공화주의의 쌍생아’라고 비판했다. 다수결 민주주의 과잉, 공화주의 결핍 사람의 몸은 특정 영양소의 과잉·과소 현상이 생기면 면역력이 무너지고 질병이 생길 수 있다. 공동체나 국가도 마찬가지다. 지금 한국 정치의 건강 상태를 진단한다면 민주주의라는 영양분은 과잉일 듯하다. 다수가 소수를 억누르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행태가 다반사다. 반면 공화주의는 영양 결핍이 심각하다. 나와 네가 서로를 죽이거나 배척해야 할 적이 아니라 함께 공존해야 할 동반자로 인식하는 공화주의 정신이 거의 실종됐다. 공동체가 분열과 갈등으로 해체 직전이다. 상황이 심각한데도 한국사회는 공화주의 학습이 미흡하다. 초·중·고 교실은 물론이고 대학에서도 법학자들은 판례 분석에 집중할 뿐 공화주의 교육은 뒷전이다. 서울 광화문에 건립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 가 보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구절은 내걸었지만, 전시관은 온통 국민의 저항으로 민주주의를 쟁취한 기록들로 가득하다. 공화주의가 무엇인지, 나보다 우리를 생각하고 배려하는 공존의 공화국 정신을 어떻게 살려갈 것인지 고민한 흔적은 찾기 어렵다. 김주성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사장은 "민중이 늘 깨어 있고 지혜롭게 판단하면 좋겠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고 다수결을 앞세운 민주주의는 인치(人治)와 독재의 위험이 항상 있다. 공화주의를 통해 민주주의의 결함을 상당 부분 바로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면희 전 성균관대 초빙교수(21세기공화주의클럽 상임대표)는 "공화주의의 모범 사례였던 미국조차 트럼프 정부 들어 공화주의 정신이 약해진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판이니 한국은 오죽하겠나. 대안으로 공화주의 토양을 강화하고 문화 운동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미국, 삼권분립으로 다수의 횡포와 포퓰리즘 견제" "결함 있는 민주주의를 맹목적으로 신성시하지 말아야" [인터뷰] 주대환 민주화운동동지회 회장 주대환(71) 민주화운동동지회 회장은 서울대 종교학과 입학 이후 민청학련 사건과 무림 사건, 부마 항쟁과 한국노동당 사건으로 네 차례 체포·투옥됐던 민주화 운동의 생생한 증언자다. 북한을 추종하는 주사파를 비판했고, 오랜 세월 진보정당 운동을 해온 비판적 지식인이다. 광화문에서 만난 그는 "본질에서 결함이 있는 민주주의를 소크라테스가 목숨 걸고 반대했다. 민주주의를 맹목적으로 신성시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Q : -2026년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현주소는. A : "민주화 운동 시절에 우리는 민주주의를 멀리서 그리워하는 연인처럼 아름다운 모습으로만 그렸다. 민주화 이후에 민주주의를 경험하면서 비로소 우리는 민주주의의 실제 모습을 입체적으로 인식하게 됐다. 선동정치·중우정치·금권정치라는 비판이 고대 아테네에서 이미 나왔다는 사실도 새삼 깨달았다." Q : -다수결과 선출권력이 절대선인가. A : "데모크라시(Democracy)는 민주정(民主政)으로 번역해야 하는 정치체제의 일종이다. 아테네는 민주정으로 흥했지만, 민주정으로 망했다. 그래서 로마인들은 절제와 타협으로 군주정·귀족정·민주정을 혼합하고, ‘법의 지배’를 중시해 오랫동안 번영한 로마공화국을 세웠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로마를 참고해 삼권분립을 엄격하게 정립하고 견제와 균형으로 다수의 횡포와 포퓰리즘의 위험성을 경계했다." Q : -입법 권력이 삼권분립을 흔드는데. A : "헌법 1조에서 민주공화국이라고 국가 정체성을 규정하고 있지만, 법치주의와 삼권분립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몰랐다. 최근 입법부의 다수당이 행정부를 장악하고 사법부까지 흔드는 실정을 보면서 ‘민주’ 못지않게 ‘공화’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공화국 틀 안에서 민주정이 작동해야 한다는 것이 선조들이 세운 민주공화국의 헌법 정신이다." Q : -공화정을 보장할 장치는. A : "미국이 연방대법원 판사 임기를 종신제로 정한 이유는 사법부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다. 미국처럼 한국도 비례대표 의원을 상원으로 만들어 양원제로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하면 어떨까. 그리고 제도와 법률도 필요하지만, 시민적 덕성과 공동선 등 공화주의의 정신적·문화적 자산도 뒷받침돼야 하는데 많이 부족하다. 산업화와 민주화로 지금 누리는 자유와 풍요를 후손에게 온전히 물려주려면 우리 스스로 더 성숙한 시민이 돼야 한다. 절제하고 타협하고, 공존하는 지혜를 배워야 한다." 장세정([email protected])

2026.03.04. 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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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희의 문화참견] 영화 ‘왕사남’의 따듯하고 슬픈 카타르시스

객석 곳곳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나도 눈물이 났다. 아니 속으로는 훨씬 전부터 울고 있었다. 퀭한 얼굴의 단종 박지훈이 등장한 첫 순간부터다. 이미 소년 왕의 운명은 알고 보기 시작한 영화였다. 절망과 분노, 체념과 기품이 뒤섞인 그의 눈빛을 보는 순간, 사실상 게임은 끝났다. 관객은 무장해제됐다. 영화 도입부 특유의 오버스러운 코미디, 다소 둔탁한 연출, 예전 같으면 한껏 논란이 됐을 생경한 호랑이 CG 같은 건 별 문제가 안 됐다. 늦게 시동 걸려 천만 관객 눈앞 박지훈 눈빛만으로 무장해제 다크 장르 범람하는 OTT 시대 감동과 눈물의 공백 파고들어 영화 ‘왕과 사는 남자(왕사남)’가 900만을 넘겨 1000만 고지로 달려가고 있다. 이번 주말이면 무리 없이 1000만 명을 돌파하리란 관측이 많다. 예측대로라면 장기 불황 속 2024년 ‘파묘’와 ‘범죄도시4’에 이어 2년 만에 나오는 1000만 영화가 되게 된다. 단종이라는 익히 알려진 소재에, 메가 히트와는 거리 먼 장항준 감독의 작품 스타일 등으로 이같은 초대박을 쉽게 예상치 못했다. 설연휴 기간 함께 걸린 류승완 감독의 첩보액션 ‘휴민트’(3일 현재 182만 명)의 손을 들어주는 쪽이 훨씬 많았다. 액션 영화의 출중한 기량으로 정평 난 류승완 감독은 2015년 ‘베테랑’으로 이미 1000만을 찍은 바 있다. ‘왕사남’은 개봉 첫 주부터 터지는 여타 1000만 영화와 달리, 200만 돌파까지의 기간이 길었다. 입소문을 타고 천천히 시동이 걸렸다는 얘기다. 제작비 110~120억으로 손익분기점 260만도 일찌감치 넘어섰다. 분노한 관객들이 세조의 묘지인 광릉의 지도 앱에 별점 테러를 하고, 단종의 유배지인 강원도 영월 청령포가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등 역사에 대한 새로운 관심,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이루어지고 있다. 장 감독으로선 2023년 전작인 농구영화 ‘리바운드’(70만 명)의 흥행 참패를 설욕하고도 남았다. # 울고 싶은데 울려준 영화 ‘왕사남’은 강원도 영월로 유배 간 단종의 마지막 4개월을 그린 팩션 사극이다. 단종의 시신을 수습해 장례를 치른 실존 인물 엄흥도(유해진)에 대한 짧은 기록에 상상력을 더했다. 실패한 권력, 약자들에 대한 응원·지지가 흥행 동력으로 분석되지만, 그보다는 어린 왕과 그의 마지막을 지켜주는 마을 사람들의 교감이라는 데 초점을 맞춰 전혀 새로운 이야기로 창조해낸 것이 주효했다. 정 깊고 순박한 사람들, 공동체의 우애와 연민, 코끝 찡한 슬픔과 감동 같은 단어들이 어울리는 영화인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요즘 이런 작품이 워낙 없었다. OTT 시대 큰 특징은 다크 장르의 범람이다. 강한 자극에 폭력 수위가 날로 높아진다. 부패한 권력 등 사회적 거악에서부터 사이코패스·소시오패스 등 악인에 이르기까지 특히 공들여 묘사하는 것이 악이다. 워낙 악독해진 세상의 반영이겠지만, 누가 더 최악의 악을 전시하는가 경쟁하는 느낌마저 들 정도다. 정의구현도 악을 악보다 더 악하게 응징하는 방식이다. ‘왕사남’의 흥행은 이런 OTT 시대에 대한 피로감, 반작용처럼 보인다. 요즘 콘텐트에서는 잘 찾을 수 없는, 그래서 오히려 그리웠던 따뜻한 정서를 담아내 여러 세대 대중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영화적으로 올드하다는 비판도 꾸준하지만, 대중이 원한 건 세련된 만듦새가 아니라 마음을 움직이는 인간애의 확인, 따듯한 슬픔이 주는 카타르시스였다. 얼마 전 로맨스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선전한 구교환·문가영 주연 ‘만약에 우리’도 비슷했다. 헤어진 연인이 10년 만에 짧게 재회하는 이 영화 역시 트렌디하거나 특별한 만듦새는 아니었다. 불안한 미래, 가난에 발목 잡히는 평범하고 현실적인 연애 이야기라 공감을 샀다. 특히 구교환의 아버지(신정근)가 세상을 떠나며 친딸처럼 아꼈던 고아 문가영에게 남긴 편지가 나오는 장면에서 객석 반응이 남달랐다. 훌쩍이는 관객들이 많았다. 이 장면을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꼽는 젊은 관객들도 많았다. 어쩌면 사람들은 울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쥐어짜는 강요된 눈물말고 인간애와 선의의 힘을 확인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눈물 말이다. 안 그래도 악독한 세상, 악독한 콘텐트의 범람에 지친 이들을 달래주는 숨구멍 같은 영화가 ‘왕사남’ 아닐까 한다. # 존재만으로 영화 납득시킨 박지훈 ‘왕사남’은 배우들의 열연도 화제였다. 단종과 브로맨스를 펼친 소시민 촌장 엄흥도 역의 유해진, 팽팽한 긴장감을 더한 한명회 역의 유지태가 압도적인 연기를 했다. 그러나 역시 최고의 수훈갑은 박지훈. 전국민의 ‘단종 앓이’를 이끌어낸 그가 없었다면 아예 성립이 안 되는 영화다. 연민을 자아내는 미소년의 얼굴에 귀족적 풍모까지 더해, 그저 등장하는 것만으로 영화를 납득시켰다. 아이돌 출신 박지훈은 2022년 웨이브의 학원액션 시리즈 ‘약한 영웅’의 연시은 역으로 폭발적 연기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약한 영웅’은 현재 넷플릭스 톱3에 오르며 역주행 중이다. 오래전 인터뷰 때 박찬욱 감독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워낙 배우에 대한 존중과 애정이 큰 감독이다. “영화에서 결국 관객이 보고 좋아하는 것은 배우다.” 영상과 서사, 연출이 있지만 그걸 관객에게 전달하는 것은 결국 배우의 연기란 얘기다. 당시 할리우드 진출 전이던 박 감독은 “할리우드에 가고 싶은 이유도, 좋아하는 대배우들과 함께 작품을 하고 싶어서”라고 말했었다. ‘왕사남’도 좋은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를 보는 즐거움으로 내내 뿌듯했다. 양성희 문화칼럼니스트

2026.03.04. 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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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아시아 지정학을 흔드는 다카이치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중의원 선거 압승은 일본 외교정책과 아시아 역학 관계에 앞으로 큰 변수가 될 것이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미국에서 벗어나 미·중 사이에서 독자 노선을 개척할 수 있다는 환상으로 유럽인들을 자극하고 있는 이때, 다카이치는 오히려 미·일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는 작금의 아시아 지정학 구도에 맞는 선택이며, 사실 유럽에도 더 유효한 비전이기도 하다. 이념보다 국익, ‘아베의 길’ 계승 공고한 미·일 동맹으로 중국 견제 한·일 협력은 대미 영향력 높여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다카이치 총리는 위태로웠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중국의 경제·외교적 압박에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 국민은 중국에 맞서는 다카이치에 열광했다. 새벽에 공무원들에게 전화해 ‘괴롭힌다’는 기사에 대해 총리가 공무원 조직의 기강을 제대로 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다카이치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으로 선정했다. 필자는 8세기 일본의 겐쇼 천황 이후 가장 강력한 일본 여성 지도자라고 평가해왔다. 그렇다면 다카이치는 앞으로 어떤 행보를 할까. 한·미 일각에서는 다카이치가 일본을 우경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과장된 측면이 있다. 다카이치가 자민당 내 극우세력 출신인 것은 맞지만, 필자가 다카이치를 처음 만났던 1989년 그녀는 당시 가장 진보적인 민주당 의원 중 한 명이었던 패트리샤 슈뢰더 미 하원의원실의 인턴으로 근무 중이었다.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멘토인 아베 신조 전 총리처럼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아베처럼 다카이치도 총리가 된 후 신사를 참배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이데올로기가 아닌 국력과 위상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카니 총리가 대미 의존을 줄이려고 할 때 다카이치는 오히려 미국에 한 발 더 다가서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다카이치를 ‘동지’로 치켜세운 것도 한몫 했지만, 중국 견제를 위해 미국의 역할이 필수적이라는 다카이치의 판단이 컸다. 일본 국민도 지지하고 있다. 미국을 신뢰하는 일본인은 22%에 불과하지만, 미·일 동맹에 대한 지지는 92%다. 이제 다카이치는 일본의 이익을 위해 미국의 힘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된다. 이를 위해 기술 파트너이자 투자자,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의 보루로서 일본을 미국에 필수적인 파트너로 자리매김했던 아베의 전략을 계승할 것이다.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한 정책과 동맹 경시 태도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미·일 동맹에 확고한 이유는 흥미롭다. 트럼프가 4월 베이징에서 개최되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대만을 ‘팔아넘길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는데 만약 그렇게 된다면 다카이치는 타격을 입을 것이다. 그럼에도 다카이치 정부는 여전히 미·일 동맹에 대한 굳건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 때문에 다른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필자가 볼 때 미국 국민과 의회가 일본과 아시아 동맹국에 대한 확고한 연대 의식을 갖고 있음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또 중국·대만·북한 문제에서 미국이 설령 오락가락 정책을 펼치더라도 결국 동맹국들과 함께 올바른 길을 찾아갔던 역사적 사례를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다카이치는 트럼프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할 것이며 이는 한국에도 이득이다. 다카이치와 이재명 대통령의 깜짝 드럼 합주는 한·일 관계와 대미 영향력 측면에서 좋은 징조다. 과거 한·일 관계는 한국의 진보와 일본의 보수에 의해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한국 진보진영에 좌지우지되지 않을 것이며, 다카이치도 일본 보수진영에서 자유롭다. 강경 반공주의자였던 리처드 닉슨이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중국 땅을 밟아 “오직 닉슨만이 중국에 갈 수 있다”는 명언을 남겼던 것처럼, 두 정상의 이념적 차이로 인해 양국 관계는 역설적으로 안정성을 확보했다. 다카이치의 대 트럼프 정책은 나토(NATO)에도 본보기가 된다.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한 ‘포스트 아메리카’ 비전은 그 토대가 미약하다. 현실은 미국이 여전히 나토 방위비 지출에서 70%를 부담하고 있다. 다카이치는 나토를 중요하게 본다. 아베도 트럼프 1기 대혼란 시기에 주요 7개국(G7)을 결속시키고 미-유럽, 미-아시아 안보 협력을 강화했다. 다만, 한국이 G7 회원국이 아니어서 아쉬울 따름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마이클 그린 호주 시드니대 미국학센터 소장·미국 CSIS 키신저 석좌

2026.03.04. 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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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록의 은퇴와 투자] 주택, 연금이냐 상속이냐?

노부부가 주택연금을 가입하고 돌아갔다가 일주일 후에 자식과 같이 와서 해약했다는 얘기들을 듣는다. 부모가 자녀 눈치를 보다 보니 주택연금 가입을 꺼려한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사람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부모가 자녀 눈치를 보기도 하지만 부모들도 자녀를 통제하고 싶은 전략적 동기가 있다. 주택은 노후에 두 가지 기능을 한다. 주택연금을 통해 가입자가 소득을 얻거나 자녀에게 상속해주는 상속 재산이 된다. 그런데, 연금 받는 부모와 상속 재산을 갖고 있는 부모는 다른 대우를 받는다. 자녀는 연금을 빵빵하게 받는 부모보다 값비싼 주택을 가진 부모를 자주 방문하는 경향이 있다. 왜 그럴까? 편익·비용 따져 결정할 수 있지만 관습, 심리적 만족의 문제이기도 주체적인 삶이 최우선되어야 (종신)연금은 연금 가입자가 사망하면 거기서 끝난다. 자녀 몫이 없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은 가입자가 사망하면 배우자에게 유족연금이 지급되며, 사망 당시 배우자가 없는 경우 25세 미만 자녀에게 유족연금이 지급된다. 연금은 부모의 생전 소득을 높이지만 자녀의 소득이 되지는 않는다. 주택연금은 종신연금 특성을 갖고 있다. 주택연금을 가입한 부모가 사망하면 주택을 처분해 연금으로 받은 부채를 상환하는데, 부모가 장수하거나 주택가격이 하락하면 상속되는 자산이 많지 않아 상속 재산으로 기능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면, 주택연금에 가입하지 않고 주택을 보유하면 상속 재산으로 기능한다. 상속 재산에는 부모의 전략적 동기가 들어있다. 상속 재산이 있다는 것만으로 자녀는 부모 말을 잘 듣고 부모의 집을 자주 방문한다. 돌봄을 유도하기 위해서 상속을 활용할 수 있다. 이때 상속 재산은 ‘돌봄에 대한 보상’이라는 성격을 띤다. 실제로 부모를 모시고 사는 자녀가 더 많은 재산을 상속받는 사례는 드물지 않다. 이 외에도 상속 재산은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자녀가 손주를 데리고 자주 부모 집을 방문하게 할 수 있고, 자녀와 외식을 같이 하는 빈도가 늘 수 있다. 부모가 원하는 진로를 자녀에게 선택하게 하거나 심지어 자녀의 결혼 상대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자녀가 여럿이면 더 다양한 전략이 가능하다. 이처럼, 부모가 주택연금에 덜 가입하는 이유에는 자녀의 눈치뿐만 아니라 상속 재산을 활용하여 자녀의 행동을 통제하려는 부모의 전략적 동기도 있다. 따라서, 주택연금 가입 결정은 하나의 정답이 있지 않고 본인의 선호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상속 재산을 활용해서 얻을 자신의 편익/비용과 주택연금을 통해 얻을 편익/비용을 비교해서 결정하면 된다. 상속재산으로 활용하는 편익/비용은 ‘자녀에 대한 통제력 확보/소득 감소’이며, 주택연금 선택의 편익/비용은 ‘소득 증가/자녀에 대한 통제력 약화’이다. 상속 재산에 전략적 동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녀에게 물려 주는 행위 자체에서 만족을 얻기도 한다. 자녀의 특정 행동을 유도하려 하지 않고 다만 ‘자식에게 뭔가를 남겨야 부모 노릇을 다했다’는 생각이다. 관습이나 심리적 만족의 문제에 가깝다. 어떤 동기에서 연금과 상속 중 하나를 선택하든지 선행되어야 할 게 있다. 먼저 부모가 자녀로부터 독립해야 한다. 자녀가 부모의 집을 방문하거나, 자녀의 행동을 변화시키거나, 자녀가 돌봄을 잘해줄 것이라는 생각에서 독립하는 것이다. 노년에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사회적 시설이 갖추어지고 있으므로 자녀의 존재와 독립적으로 자신의 노후 라이프 플랜을 짜도 된다. 자녀로부터 독립하고 주체적인 노후의 삶을 살아야 한다. 주체적이란 말은 추상적인 구호가 아니다. 내가 여행 가고 싶으면 가고, 먹고 싶으면 먹는 것이다. 여행 갈 때 허락을 구하고, 먹을 때 눈치를 보면 의존적이다. 노후에 주택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주체적인 삶의 기준에서 결정해야 한다. 주택연금의 소득이 나를 주체적으로 만들어주면 이를 선택하는 게 좋다. 자녀의 행동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수 있게 통제하고 싶은 수단을 포기하기 어려울 수 있다. 부모의 마음이다. 관점을 달리하자. 자녀가 부모의 노후를 걱정하지 않게 주체적으로 잘 살아가는 게, 그리고 자녀 역시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게 장기적으로 자녀의 행동을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지 모른다. 김경록 옵투스자산운용 고문

2026.03.04. 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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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누구를 위한 교복인가요?”…1조 세금 투입에도 모두 불만인 이유

“대체 누구를 위한 교복인가요?” 지난달 초, 서울의 어느 맘카페에 올라온 글이다. 새 학기를 앞두고 자녀 교복을 맞췄지만 품질·서비스 모두 실망스러웠다는 경험담이었다. “아이들이 입는 것도 즐거워하지 않고, 관리하기도 힘든 교복”, “(교복 구매를 지원하는) 입학 지원금도 결국 세금인데 아무도 반기지 않는 세금 축내기”라는 글쓴이의 비판에 수십여 개의 공감 댓글이 이어졌다. 신학기마다 되풀이되는 교복을 향한 불만은 학생도 마찬가지다. 학생들 다수가 정장형 교복을 기피하는 게 현실이다. 취재 중 만난 경기도 수원의 고교생은 “교복 바지를 입고 수업 듣는 게 너무 불편해 교실에 가자마자 체육복으로 갈아입는다”고 전했다. 그런데도 입학지원금은 사실상 정장 교복에만 쓸 수 있어, 생활복·체육복의 추가 구매를 위해 수십만원의 부담이 추가로 든다. 가격 논란의 ‘주범’으로 비판받는 업체들도 억울함을 호소한다. 업체들은 “교복 가격 상한 제도로 인해 10년 넘는 동안 교복값은 6만원 올랐을 뿐”이라고 했다. 원자잿값, 인건비 상승을 고려하면 품질 유지가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국민의힘 이종욱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국 시도교육청이 지출한 교복지원비는 총 1조527억원에 이른다. 연평균 2000억원이 넘는 세금이 들어가는데도 교복을 둘러싼 주체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2017년 관련 업무가 교육청으로 이관된 이후 사실상 교복 문제를 방치해왔다. 대통령의 비판(2월 12일)이 나온 뒤 부랴부랴 가격 조사, 정장 교복 폐지 권고 등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교육계에선 근본적인 해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가격 구조를 개편하고 품질을 높일 획기적인 대안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올해 교복을 생활복으로 바꾼 경기 김포 운양중의 경험은 주목할 만하다. 구성원 투표를 통해 정장 교복을 폐지한 이 학교는 학생들이 새 교복의 디자인·원단 선정에 참여하게 했고, 학생이 원하는 디자인·품질을 업체들에 밝혀 가격 경쟁을 유도했다. 학교 관계자는 “체육복과 생활복이 비싼 이유는 정장 교복을 제작하는 업체만 제작·판매할 수 있는 관행 탓인데, 경쟁을 살리자 가격이 내려가고 품질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교복 지원 제도가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하지 않고 학생·부모의 실질적인 만족도를 높이려면 품목별 상한가로 가격을 누르는 식의 규제만으론 불가능한 일이란 얘기다. 학생을 위한 교복을 위해, 정부·교육청·지자체·학교 모두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고민해봐야 할 때다. 이보람([email protected])

2026.03.04. 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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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의 ‘필향만리’] 易反易復小人心(이반이복소인심)

한문으로 기록하는 중국어는 단어의 형태 변화가 없이 한 글자가 하나의 뜻을 갖는 고립어(孤立語)이기 때문에 어떤 언어보다도 짝을 맞추기가 쉽다. 그래서 한문은 예로부터 구절마다 짝을 이루는 대구(對句)가 발달했다. ‘봄꽃, 가을 열매’라는 뜻의 춘화추실(春花秋實)을 예로 보자. 한글 문장은 봄꽃과 가을 열매가 의미상으로는 분명한 짝을 이루지만, 글자 수는 각각 두 글자와 네 글자로서 짝이 맞지 않는다. 그러나 한문은 춘화와 추실이 각 두 글자씩 글자 수도 완벽하게 짝을 이룬다. 오늘의 ‘이반이복소인심(易反易復小人心)’구절도 실은 앞 구절 ‘이창이퇴산계수(易漲易退山溪水)’와 짝을 이루는 대구다. 전후 대구를 연결하여 해석하면, “쉽게 불었다가 쉽게 빠지는 게 산속 시내의 물이고, 쉽게 뒤집혔다가 쉽게 되돌아오는 게 소인배의 마음이다”가 된다. 지면의 제약 때문에 뒤 구절만 서예 작품화하고 해석도 뒤 구절만 했지만, 전후 대구를 함께 읽으면 비가 내릴 때마다 쉽게 변하는 계곡물의 양과 지조 없이 변덕이 심한 소인배의 마음을 대비함으로써 상호 상승효과를 유발함을 느낄 수 있다. 간사한 소인배의 마음을 더욱 강하게 꼬집기 위함이다. 매월당 김시습 선생의 경세시(警世詩·세상을 일깨우는 시)에는 ‘예아변응족훼아(譽我便應足毁我), 도명각자위구명(逃名却自爲求名)’이라는 구절이 있다. “나를 기려 칭찬하던 사람이 곧 나를 헐뜯고, 명예를 피하겠다던 사람이 도리어 명예를 구하네”라는 뜻이다. 배반은 거의 다 내게 아부하며 나를 추켜세우던 사람에게서 나온다. 명예를 버리고 조용히 살겠다고 떠드는 사람은 대개 그 떠드는 말로 오히려 명예를 얻고자 한다. 다 상황 따라 이익을 좇아 이반이복하는 불나비 소인배들의 소행이다. 그러다가는 불에 데어 죽을 수도 있을 텐데.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2026.03.04. 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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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재의 마켓 나우] ‘탄광 속 카나리아’의 귀환

시장은 기술로 바뀌지만 위기의 구조는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위기 때마다 ‘탄광 속 카나리아’ 같은 비유가 되살아난다. 종합주가지수(코스피)는 1989년 처음으로 1000포인트를 돌파했다. 3년 뒤 경기 둔화로 500포인트가 무너졌다. 1994년 초 저점 대비 97%를 회복했지만 1000포인트 탈환에는 실패했다. 미국의 긴축이 발목을 잡았다. 연방준비제도(연준)는 기준금리를 3.25%에서 1995년 초 6%까지 끌어올렸다. 장기국채 금리도 5% 초반에서 8% 부근으로 급등했다. 이른바 ‘채권 대학살’이 시장을 강타했다. 1994년 말 금리 인상 마무리가 가시화하자 국제 투자 자금이 위험자산으로 이동했다. 신흥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코스피도 1100포인트를 넘어섰다. 아시아 시장 중에는 태국 단기채 시장이 특히 인기를 끌었다. 부동산 개발 붐을 타고 태국 경제는 견조해 보였고 달러당 25바트로 고정된 환율도 태국 채권 투자의 매력을 높였다. 선진국 은행에서 달러를 빌려 바트로 환전한 뒤 태국 채권에 투자하는 캐리 트레이드가 급증했다. 채권을 담보로 한 대출 구조상 가격이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마진콜(담보 부족 시 추가 증거금 요구)이 발생했다. 1996년까지는 마진콜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였다. 양호한 경제성장과 해외에서 유입되는 풍부한 유동성이 채권가격을 떠받쳤다. 하지만 이듬해 미국 인플레이션이 3%를 넘어서자 연준은 기준금리를 다시 올리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과도한 투자로 인한 경상수지 적자 누적 우려까지 겹치자 국제자금은 썰물처럼 신흥시장을 이탈했다. 각국 중앙은행은 자국 통화 가치를 지키려고 달러화를 팔아야 했고 보유 외환은 고갈되었다. 통화위기가 악화하자 바트화 채권 가격은 순식간에 75% 폭락했다. 달러를 빌려 태국 채권에 투자한 기관들은 현금 마련을 위해 헐값에 채권을 팔아 치워야 했다. 그 영향으로 채권 가격은 추가로 폭락했다. 다른 자산 가격이 연쇄적으로 무너지며 전면적인 금융위기로 번졌다. 최근에는 은행과 기관투자가, 고액 자산가에게 돈을 빌려 소프트웨어 관련 기업에 대출해 온 사모 여신 업체들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AI 기술의 급격한 발전이 소프트웨어 기업의 수익성을 잠식할 것이라는 우려로 투자금의 환매 요청이 빗발쳤다. 대형 사모 여신 회사 블루아울 캐피털도 자산을 팔아 환매 요구에 응해야 했다. 회사 주가는 올해 들어 25% 하락했다. AI 인프라를 둘러싼 과열이 짙어지는 상황에서, 사모 여신이 ‘탄광 속 카나리아’가 될지 모른다. 마진콜은 늘 가장 약한 고리에서 시작된다. 김성재 미국 퍼먼대 경영학 교수, 『관세 이야기』 저자

2026.03.04. 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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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복룡의 신 영웅전] 여성참정권자 데이비슨의 죽음

개항 이래 한국에 온 서양 선교사나 학자 또는 탐험가들은 여성 학대에 대한 기록으로 가득 채우면서 조선을 야만으로 표현했다. 그러나 서양도 여성에게 평등하지 않았다. 성경에 보면 여성은 인구에 포함되지 않았으며, 교회 예배에 참석할 수 없었고, 19세기까지 선거권도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영국의 에밀리 데이비슨(1872~1913)이 여성참정권 운동을 전개했다. 옥스퍼드대학 영문과 출신인 그는 여성참정권협회(WSPU)에 가입하여 사회주의 노선을 추구하면서 관리의 집에 돌을 던지고, 우체통에 불을 지르는 등의 투쟁을 전개하다 투옥되고, 감옥에서 단식자살(VSED)을 시도했으나 49회의 음식물 강제 투입으로 살아났다. 1913년 6월 8일, 데이비슨은 영국 최고의 전통을 가진 엡솜경마대회에 참관하러 들어갔다. 그 경기에는 국왕 조지 5세의 말 안메르도 참가했다. 그는 경마 마지막 바퀴의 코너에서 여성참정권 깃발을 들고 국왕의 말에 뛰어들어 등자를 잡고 끌려가다가 말에 채어 죽었다(사진). 정부는 그가 경기가 끝난 줄 알고 트랙을 건너려다가 우발적인 사고로 죽었다고 보도했으나 허위였다. 6월 14일의 장례식에 5000명이 그를 추모했다. 이듬해 제1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자 영국은 국내 소요를 막고자 투옥된 여권참정권자를 석방하고, 1918년에 재산가에 한하여 제한적으로 여성참정권을 허락했다. 권리는 거저 얻은 것이 아니다. 서양이 여권을 존중한다는 말도 괜한 소리이다. 역사의 어느 순간인들 중요하지 않은 때가 있었으랴만, 우리는 한국의 미래 100년의 명운에 의회만 쳐다보고 있다. 국력이 세계 12위인데 정치만 후진이라고 말하지만 덧없는 소리이다. 그 나라 국회의원의 수준은 그 나라 국민의 수준과 정확히 일치한다. 여성의원은 더욱 그렇다.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을 앞두고 문득 그를 생각했다. 신복룡 전 건국대 석좌교수

2026.03.04. 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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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가 있는 아침] (318) 삼월은

삼월은 이태극(1913 ~ 2003) 진달래 망울 부퍼 발돋움 서성이고 쌓이던 눈은 슬어 토끼도 잠든 산속 삼월은 어머님 품으로 다사로움 더 겨워-. 멀리 흰 산 이마 문득 다금 언젤런고 구렁에 물소리가 몸에 감겨 스며드는 삼월은 젖먹이로세 재롱만이 더 늘어-. - 진달래 연가(태학사) 생명의 봄이 시작되었다 해마다 삼월이면 널리 애송돼 삼월의 대표 시처럼 되어 있는 이 시조는 1953년 서울신문에 발표되었다. 그러나 시인의 생전에 간행된 우리 시대 현대시조 100인선에는 ‘1956.4. 15 동망산방(東望山房)에서’로 부기(付記)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퇴고되었음을 알 수 있다. 시인은 삼월을 진달래가 망울을 터뜨리려 하고, 눈은 녹아 어머님 품처럼 다사로운 계절로 그리고 있다. 잔설 덮인 먼 산이 문득 다가서고 물소리가 스며드는 삼월은 정녕 한 해가 시작하는 계절의 젖먹이가 아니겠는가? 우리 모두 엄혹했던 겨울을 이겨낸 승자들이다. 이 봄, 파릇파릇 움트는 생명의 기운을 온몸으로 받아들이자. 유자효 시인

2026.03.04. 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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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석 만평] 3월 5일

" [email protected] " 박용석([email protected])

2026.03.04. 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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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반드시’ , ‘반듯이’

매일같이 비스듬히 앉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허리가 아프다고 말하는 이가 주위에 있다면 어떤 조언을 건네야 할까. “자세를 반드시 하고 똑바로 앉아야 한다”고 해야 할까, “자세를 반듯이 하고 똑바로 앉아야 한다”고 해야 할까.   ‘반드시’와 ‘반듯이’는 발음이 모두 [반드시]로 나기 때문에 헷갈려 쓰기 쉽다. 또 ‘반드시’가 ‘반듯이’를 소리 나는 대로 쓴 잘못된 표현이라 생각할 법도 하다. 그러나 ‘반드시’와 ‘반듯이’는 각각의 독립된 의미를 지닌 단어이므로, 문맥에 따라 알맞은 낱말을 골라 써야 한다.   ‘반드시’는 “비가 오는 날이면 반드시 허리가 쑤신다” “이것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다” 등에서와 같이 ‘틀림없이 꼭’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단어다.   ‘반듯이’는 “고개를 반듯이 들어라” “허리를 반듯이 하고 앉아라” 등에서처럼 ‘비뚤지 않고 바르게’의 의미로 쓰이는 낱말이다.   ‘반듯이’는 ‘반듯하다’의 어간 ‘반듯-’에 ‘-이’가 붙은 형태이므로, ‘반듯하다’에서 온 단어라는 걸 쉽게 유추할 수 있다. 그러므로 ‘반듯하게’로 바꾸어 보아 말이 통하면 ‘반듯이’를 쓴다고 기억하면 된다.   따라서 위 예문은 ‘반듯이’를 써서 “자세를 반듯이 하고 똑바로 앉아야 한다”고 해야 바른 표현이 된다.     정리하자면 ‘틀림없이 꼭’ ‘기필코’ ‘필위’로 바꿔 쓸 수 있다면 ‘반드시’, ‘반듯하게’로 바꿔 쓸 수 있다면 ‘반듯이’라고 표기하면 된다.우리말 바루기

2026.03.03. 20:20

[오픈 업] 약물 치료로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극복한 여성 유명인들

주로 아동만 문제가 된다고 여겨졌던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가 어른들에게서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ADHD 진단을 받거나 치료 사실을 밝히는 여성 유명인이 늘고 있어 주목된다.     릴리 앨런은 영국 출신의 가수 겸 작곡가다. 그녀는 뉴욕에서 ADHD 진단을 받은 뒤 치료 과정을 타임지에 발표해 관심을 모았다. 그녀는 특히 ‘시간 감각’에 문제가 많았다고 한다. 소셜 미디어를 보기 시작하면 하루를 다 소비할 정도였다. 그러면서 그녀는 영국의 의료 시스템에서 ADHD 진단을 받으려면 7년은 기다려야 하는데 미국에서 일찍 진단을 받아 그나마 다행이라고 밝혔다.     시몬 바일스는 올림픽에서만 금메달 4개,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딴 미국의 유명 체조 선수다. 그녀는 과거 산만증 치료제인 리탈린(Ritalin)을 복용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해리 포터 등에 출연한 유명 여배우 엠마 왓슨은 어린 시절부터 ADHD 약물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는 배우로 활동하면서 옥스퍼드 대학에서 영문학 학위까지 받았다. 현재는 여성을 위한 유엔 친선대사(Good Will Ambassador)로도 활약하고 있다.     가수 겸 배우인 비욘세의 동생으로 가수·작곡가·배우 활동을 하는 솔랑 노울스는 처음 ADHD 진단을 받고 이를 부정했다고 한다. 본인에게는 그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두 번 째 진단을 받고는 치료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치료 시작 전의 고통들도 털어놨다. 그녀는 항상 에너지가 넘쳤지만 말실수가 잦아 마약에 취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영화배우자 감독인 그레타 거윅은 어린 시절 규칙을 잘 따르고 에너지가 넘쳤다. 모든 것에 열성적이었고 흥미도 많았다. 여성 ADHD 환자 가운데는 거윅처럼 규칙을 잘 따르는 ‘공상가(day dreamer)’가 많다. 이로 인해 거윅도 진단이 늦어져 우울이나 불안 등으로 오랫동안 고통 받았다.     아동기에는 ADHD 진단을 받는 남아 대 여아의 비율이 2.4대 1이나 되고, 청소년기엔 1.5대 1로 줄고, 성인이 되면 1대 1일이 된다. 많은 여성이 제때 ADHD 치료를 받지 못하고 고통스러운 성인기를 보내는 이유다.     유명 배우인 비지 필립스의 본명은 엘리자베스 진 필립스다. ‘비지(busy)’는 그녀의 별명이다. 아기일 때 항상 분주히 움직인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다. 어린 시절 ADHD 진단을 받았지만, 아무도 치료에 신경을 써 주지 않았다고 한다. 그녀는 치료 시작 이후에야  우울 ,불안, 열등감을 극복했다고 고백했다.       ADHD 환자의 70~80%는 우울, 불안 등의 증상을 보인다. ADHD의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한 이유다.     정신 질환을 ‘전신병’이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정신과 질병들, 특히 우울증이나 조울증 등은 몸의 증상이 먼저 오기 때문이다. 잠을 못 자고, 입맛을 잃고, 공연히 피곤하고, 머리나 배, 허리가 아프며,누워만 있고 싶다. 주의 산만증도 몸의 병이다. 뇌의 전두엽이 일하는데 필요한 도파민이나 노어 에피네프린이 충분히 생성되지 않는 병이 바로 ADHD다.     부모의 유전적 영향 대문에 이 병을 갖고서 태어난 아이들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1학년 무렵부터 선생님으로부터 “제 자리에 앉아 있어라”, “ 떠들지 마라”, “ 숙제해와라” 등의 말을 들으며 문제아로 찍힌다. 그 뿐이랴, 집에 가면 또 야단을 맞다 보니 “나는 바보인가” 아니면 “ 왜 사람들은 나를 미워하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나이에는 전두엽의 발달이 미숙하고 모든 것이 ‘ 자기 위주(self-centered)’이기 때문에, “선생님이나 부모님이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야단을 친다”라는 것을 깨닫기 어렵다.     피아제(Piaget)라는 학자의 인지 발달 이론에 의하면, 12세 정도가 돼야 조작적 사고( Operational Thinking)가 가능해진다. 이때부터 원인과 결과를 유추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고 “ 부모님의 야단은 나를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면, 필요한 약물로 아이를 도와주어야 한다.       몸의 병인 ADHD는 생물학적 치료, 즉 약물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필요한 약물치료를 거부하거나, 미루면 문제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오픈 업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유명인 여성 유명인 치료 시작 치료 과정

2026.03.03.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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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강석희 전 시장과 ‘어게인 2004’

최근 어바인 한인 사회에서 가장 화제가 된 뉴스 중 하나는 강석희 전 시장의 정계 복귀 선언이다.   강 전 시장은 최근 11월 열릴 어바인 시의회 1지구 의원 선거에 출마한다고 밝혔다. 비교적 최근 어바인에 둥지를 튼 한인은 그에 대해 잘 모를 수 있겠지만, 오랜 기간 어바인에 산 이들 중 그를 모르는 이는 매우 드물다.   강 전 시장은 지난 2004년 최석호 현 가주 상원의원과 나란히 당선돼 한인으로선 처음으로 어바인 시의회에 입성했다. 한인 동반 당선이란 낭보는 어바인은 물론 전국의 한인 사회, 한국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강 당시 시의원은 2008년에는 시장 선거에 출마, 전국 최초의 한인 직선 시장 당선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2010년 재선에 성공한 그는 2012년 임기 제한 규정에 따라 시의회를 떠났다.   강 전 시장의 뒤를 이은 이는 최 의원이다. 최 의원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시장을 지냈다. 강, 최 전 시장이 시의원과 시장을 지낸 기간 어바인은 많은 발전을 이뤘고, 한인 사회도 크게 성장했다.    한인 시의원이 없던 시절, 한인들은 시의회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대변해줄 이가 없다는 것을 많이 아쉬워했다.    한인 사회의 대표성을 인정받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어바인은 오렌지카운티에서 한인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다. 그런데도 2007년까지 어바인 시내엔 한인 마켓을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 2003년 문을 연 프레시아마켓이 ‘어바인 첫 한인 마켓’을 표방했지만, 실제 이 마켓은 터스틴에 있었다. 당시 한인 마켓 업계 관계자들은 어바인에 한인 마켓을 내는 것이 너무 어렵다고 푸념했다.   한인 시의원 2명이 배출된 지 3년 뒤인 2007년 11월 마침내 시온마켓이 어바인에 문을 열었다. 이후 H마트를 비롯한 한인 마켓이 잇따라 시내에 매장을 마련했다. 마켓과 함께 다른 한인 업소들도 앞다퉈 어바인에 진출했고, 이와 함께 한인 인구도 늘며 어바인 한인 사회도 팽창했다.   어바인 시가 한국의 서초구와 자매 도시, 노원구와 우정의 도시 결연을 한 것도 강, 최 전 시장 재임 시절의 성과다. 당시엔 한국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의 시청 방문도 잦았고 어바인 한국문화축제도 시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오렌지카운티의 한인 정치사를 논할 때 강, 최 전 시장을 빼놓을 수 없다. 카운티 최초의 한인 시의원은 1992년 당선된 고 정호영 전 가든그로브 부시장이다. 지난 2000년 정 부시장이 퇴임한 뒤 4년 만에 등장한 강, 최 전 시장 이후 한인 사회는 정치력 신장의 필요성을 실감하게 됐다.   2010년 이후 라팔마, 부에나파크, 풀러턴, 라구나우즈에서 한인 시의원이 잇따라 당선된 배경엔 강, 최 전 시장 이후 한인 후보에게 몰표를 주면 한인이 시의원에 당선되고, 한인 사회도 한층 발전할 수 있다는 유권자들의 믿음과 결집이 있었다.   강, 최 전 시장이 시의회를 떠난 후 단절됐던 어바인의 ‘한인 대표성’은 2020년 태미 김씨가 한인 여성 최초로 시의원에 당선되면서 다시 이어졌다.   김 시의원은 동료 시의원들의 투표로 부시장도 지냈지만, 2024년 시장 선거에서 낙선했다. 강 전 시장은 끊어진 한인 시의원 명맥을 2년 만에 다시 잇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어바인의 현직 타인종 시의원이 한인 사회를 외면 또는 홀대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인 사회의 사정은 한인 시의원이 가장 잘 알게 마련이다. 게다가 강 전 시장은 어바인 시 사정에 밝아 시의회 내 복잡한 역학관계를 풀어낼 적임자로 꼽힌다.   시의회를 떠난 지 14년 만에 다시 시의원 선거에 출마한 강 전 시장이 22년 전의 승리를 재현하려면 1지구 한인 유권자의 결집이 필요하다. 강 전 시장과 어바인 한인들이 ‘어게인 2004’를 이뤄내길 바란다. 임상환 / OC취재담당·국장중앙칼럼 강석희 어게인 어바인 한인 한인 시의원 어바인 시의회

2026.03.03.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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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원임의 마주보기- 돈에도 철학을 담자

자녀를 둔 부모는 장단기적으로 계획하고 소망하고 바라는 것이 참 많다. 그렇다면, 세상의 부모들이 가정을 이뤄 자식을 낳아 기르고 교육시키면서 자녀들에게 무엇을 진정으로 바라는 것일까? 나는 한마디로 자식의 ‘독립’이라고 말하고 싶다. 즉 자녀가 잘 커서 성인이 되어 스스로 자립하는 것이다.     독립적인 인간은 자신의 정체성을 정립하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노력하며 배워 나간다. 더 나아가 변하고 발전하는 첨단 산업과 정보통신기술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서 융통성과 지혜를 갖추고, 특히 경제적 안목도 있어야 한다.     사실상 내 어린 시절, 과거에 부모나 교사가 아이들에게 주로 하는 말은 “공부나 열심히 해!”였다. 그리고 “내 말 잘 들어!”였다. 말하자면 암기식 교육에 순종과 강요만을 시키는 식이었다. 그래서 솔직하고 진정한 대화를 통해서 사람과 사회를 보는 눈을 키우지도, 또 경제의 흐름과 돈에 대해서 이해하고 파악하는 경제적 마인드와 관리 방법 역시 배우기가 어려웠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도 어른들에게서 자주 듣던 말을 하나 꼽자면, “너는 알 필요 없어!”였던 것 같다. 이런 말은 아동에게 소외감을 들게 하고 자존감을 저해하고 만다.     다행히도 초등학교부터 경제 교육과정을 통해서 ‘돈 공부’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식과 그 실행이 증가하고 있다. 아이들의 자주 독립을 위한 균형 있는 양육과 교육에는 돈에 대한 이해와 산지식과 담론이 필수인 것이다. 이제는 가정과 학교와 사회에서 기존의 ‘돈을 밝힌다’는 편견이 아니라 ‘돈을 배운다’는 열린 사고로의 전향이 필요하다. 그래야 건전한 디지털 문해력과 함께 경제 문해력도 점차 키울 수 있다.     언젠가 비행기가 연착되어 공항 서점에서 우연히 책 한 권을 샀는데, 사람들의 돈에 대한 이해와 돈을 쓰는 행동을 심리학적인 측면에서 잘 설명했다. 이 책은 모건 하우절이 2020에 쓴 ‘The Psychology of Money’다. 한국에서는 2021년에 『돈의 심리학: 당신은 왜 부자가 되지 못했는가』로 번역되었다. 다음은 그가 자신의 아들에게 쓴 편지의 구절들이다.     “어떤 사람은 교육을 권하는 가정에서 태어나고, 어떤 사람은 교육을 반대하는 가정에서 태어난다. 어떤 사람은 모험 정신을 장려하는 경제 번영기에 태어나고, 어떤 사람은 전쟁과 결핍의 시대에 태어난다. 나는 네가 성공하기를 바라고, 네 힘으로 그렇게 되기를 원한다. 하지만 모든 성공이 노력 덕분도 아니고 모든 빈곤이 게으름 때문도 아니라는 사실을 꼭 알아두어라. 너 자신을 포함해, 누군가를 판단할 때는 이 점을 반드시 기억해라.     너는 네가 비싼 차, 고급 시계, 대궐 같은 집을 원한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장담하건대 너는 그런 것들을 원하지 않는다. 네가 원하는 것은 남들로부터의 존경과 칭찬이다. 비싼 물건들이 존경과 칭찬을 불러올 거라고 잘못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 특히나 네가 존경과 칭찬을 받고 싶은, 그런 훌륭한 사람이라면 말이다.”     나는 여기서 그의 ‘돈 철학’을 본다. 인생이란 본인이 ‘돈 공부’를 아무리 열심히 많이 해도, 자기 뜻대로 안 될 수 있다. 돈벌이에는 행운과 여러 위험 변수가 작용하는 법이다. 또한 돈과 물질을 삶의 궁극적 목적으로 삼기에는 인생이 너무나 허망하다. 따라서 우리 아이들이 ‘돈 공부’를 제대로 해서 경제의 흐름과 변화에 잘 적응하고, 나아가 ‘돈 철학’을 갖고 자신과 사회 전반의 건강과 복지를 위해서 경제적, 금융적 지식과 정보를 잘 활용하며, 현명하게, 제대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하자. 결국 우리는 돈에도 철학을 담아야 하는 것이다.  (전 위스콘신대 교육학과 교수, 교육학 박사)       손원임손원 철학 경제 교육과정 위스콘신대 교육학 교수 교육학

2026.03.0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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