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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재판 3법’ 속전속결 나선 여당, 사회적 합의 충분한가

더불어민주당이 재판 제도의 기본 틀을 바꾸는 법안을 신속하게 통과시키겠다고 공식화했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어제(3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사법개혁도 국민 눈높이에서 이른 시일 내 완수하겠다”며 “국민의 기본권과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3대 개혁 법안을 신속히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말하는 3대 법안은 법원조직법 개정안(대법관 증원),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재판소원 도입), 형법 개정안(법왜곡죄 도입)이며 우선 처리 대상으로 거론된다. 문제는 이 법안들이 중요도에 비해 사회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여당 법안대로면 늘어나는 대법관 전부가 이재명 정부 임기 내에 임명돼 ‘자기 사람 채우기’로 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 있다. 또 재판소원은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의 판결을 다시 보는 사실상의 ‘4심제’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법왜곡죄는 판사와 검사의 재판·수사 과정의 판단을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논란이 크다. 헌법 전문가인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이 지난해 12월 정청래 민주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법왜곡죄에 대해 “정말 부끄러운 문명국의 수치”라고 지적했을 정도다. 전체적으로 볼 때 이들 법안은 민주당이 속도전으로 밀어붙일 만큼 합의가 무르익지 않았고 논란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더구나 민주당이 사법개혁 명분으로 내세우는 문제점 중 상당수는 정치적 사건의 재판 결과에 대한 불만에서 기인한 것이다. 정파에 따라 법원 판결에 다른 입장이 있을 수 있지만, 이것도 상소제도의 틀 안에서 다투는 것이 바람직하다. 입법부와 행정부를 장악한 정권이 입법으로 사법부를 압박하면 삼권분립이 무너질 우려가 있다. 속도만이 능사가 아니다. 여당은 지난해 추석 연휴를 시한으로 정해놓고 통과시킨 검찰개혁 법안이 올해 10월 시행되지만, 수사기관 간의 혼선 등 논란이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재판 제도는 한번 손대면 국민의 권리 구제 절차와 사건 처리 시스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 민주당이 국민 눈높이를 말한다면 설 명절 전에 법안을 급하게 처리하기보다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먼저다.

2026.02.03. 8:26

[사설] “돈이 마귀…” 거친 말보다 입법·후속조치 서둘러야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다주택자를 겨냥해 강경 메시지를 연일 쏟아내고 있다. 어제(3일)도 “버티는 것보다 파는 것이, 일찍 파는 것이 늦게 파는 것보다 유리할 것”이라는 경고를 SNS에 올렸다. 또 다른 글에선 “다주택자의 눈물이 안타까운 분”들을 향해 “돈이 마귀라더니, 설마 마귀에게 최소한의 양심마저 빼앗긴 건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다주택자나 다주택자에 대한 과도한 규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언론을 향해 “마귀에게 양심을 빼앗겼나”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지나치다. 윤희숙 전 의원이 지적한 것처럼 다주택자에게도 다양한 사정이 있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조정 대상지역의 주택을 상속받았다. 이런 집을 팔면 집을 비워줘야 하는 세입자만 힘들어진다. 다주택자는 전월세 시장의 공급자이면서 분양시장의 수요자이기도 하다. 다주택자를 악마화하면 분양시장이 위축되고 결국 주택 공급이 타격받을 수 있다. “다주택자 마귀사냥을 선언한 대통령의 시각은 매우 위험하다”는 윤희숙 전 의원의 비판은 일리 있는 지적이다. 어제 정부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종료하되 5월 9일까지 계약을 완료한 서울 등 조정 대상지역 거래는 3~6개월까지 잔금·등기를 위한 기간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세입자가 6개월 안에 나가지 못하면 예외 적용을 검토하는 등 정책 처방이 유연해진 건 다행스럽다. 부동산 거래 관행과 시장의 현실을 충분히 고려해 합리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다주택자 규제가 매물 잠김으로 이어져 실수요자만 힘들어지지 않도록 세심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집값 안정을 위한 대통령의 의지는 강력한데 정부의 공급 정책을 뒷받침하는 입법은 대부분 지연되고 있다. 올해부터 수도권에 매년 27만 가구를 공급하는 내용의 9·7 공급 대책을 위한 법안 23건 중에 국회를 통과한 건 4건에 불과하다. 대통령이 지난주 발표한 수도권에 6만 가구를 짓는 1·29 공급 대책도 용산·태릉·과천의 공급 물량 자체에 대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이견으로 제대로 추진될지 불안하다. 지자체와 주민을 설득해 공급 대책이 실제로 추진되는 모습을 보여줘야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대통령의 거친 SNS 전면전보다 정부의 정책 추진력을 보여주는 게 훨씬 중요하다.

2026.02.03. 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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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심해 희토류까지 캐는 일본…한국도 만반의 대비를

희토류 등 핵심 광물의 탈(脫)중국화를 위한 주요국의 움직임이 긴박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제 120억 달러(약 17조5000억원)를 투입해 석유처럼 핵심 광물을 전략 비축하는 ‘프로젝트 볼트(Project Vault)’ 계획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년 전과 같은 일을 다신 겪고 싶지 않다”고 했는데, 미·중 통상 전쟁에서 중국의 핵심 광물 수출통제 카드로 미국이 타협했던 상황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으로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보복 조치를 당하고 있는 일본의 움직임은 더욱 절박하다. 요미우리신문은 5700m 심해에서 희토류가 고농도로 함유된 진흙을 채굴하는 데 성공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희토류 국산화를 위한 커다란 한 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세계 주요국은 중남미와 아프리카 오지는 물론 심해 해저, 심지어 달까지 뒤지면서 희토류 자급을 위해 애쓰고 있다. 정부 역시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해외 순방 시 공급망 안정화 양해각서(MOU) 체결이 단골 메뉴로 등장하고, 경제부총리 주재로 공급망안정화위원회가 주기적으로 열리고 있다. 그러나 희토류 자급률 제고 등 가시적 성과는 아직 나오고 있지 않다. 일각에선 과거 보수정권의 자원 개발에 거부감을 보여 온 정부·여당이 해외 희토류 지분 확보에 미온적인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재명 정부 들어 한·중 관계가 개선 움직임을 보이지만, 중국발 사드 보복이나 ‘요소수 대란’의 충격파를 잊어선 안 된다. 전 세계 채굴의 70%, 가공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이 미·일·유럽연합(EU)처럼 한국을 상대로 희토류를 무기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오늘 미국은 한국을 포함, 주요국을 초청해 핵심 광물 장관급회의를 연다. 정부는 공급망 안정을 위해 주요국과 공동보조를 취해야 하지만, 여기에만 머무르지 말고 희토류 자급률 제고를 위한 조치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2008년 중국 의존도 85%에서 2020년 58% 수준으로 낮춘 일본 사례를 참고했으면 한다.

2026.02.03. 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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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칼럼] 동반성장과 경제 민주화를 다시 생각한다

한국 경제는 지금, 반도체 등 극히 일부 산업의 호황에도 심각한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성장률은 0%대와 1%대를 오가며 좀처럼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소득 분배도 상위 1% 사람들의 소득이 전체 소득의 15%, 상위 10%는 전체의 50%에 육박해 사회 통합을 위협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한마디로 저성장 양극화의 늪에 빠졌다. 함께 파이 키워 공정하게 나누는 동반성장만이 양극화 극복 해법 그 제도적 토대는 경제 민주화 정부는 엄격한 심판관 역할 해야 이 위기의 바탕에는 과거 고도성장을 이끌었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낙수 효과의 단절이 있다. 대기업의 성과가 중소기업이나 가계로 이어지는 ‘선순환 연결고리’가 끊긴 것이다. 지난 10여 년간 제조업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각각 6~8%, 2~3% 수준이었다. 이 격차는 생산성 차이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납품 단가 인하, 원자재 가격 상승분의 전가, 기술자료 요구와 전속 거래 관행 등 각종 불공정 거래는 단기적으로 대기업은 살찌웠을지 몰라도 중소기업을 더욱 허약하게 만들어 양극화를 초래했다. 그 결과는 경제 전체의 저성장이다. 대기업의 경쟁력은 결국 튼튼한 중소기업에서나 나오기 때문이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충격과 고환율은 그 격차를 더욱 구조화하고 있다. 관세로 인해 대기업이 비용 압박을 받는 순간 그 부담은 납품 단가, 물량 조정, 계약 조건 변경의 형태로 하청 중소기업에 전가된다. 이러한 현상은 고환율과 결합돼 더욱 심해진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대기업 수출에는 보호막이 되지만, 중소기업에는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과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진다.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번영을 누리려면 패러다임의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나는 지난 17년간 ‘동반성장’을 주창해 왔다. 동반성장은 경제의 선순환 고리를 다시 연결해 지속 가능한 성장과 양극화 해소를 동시에 달성하려는 철학이며, ‘함께 파이를 키워서 공정하게 나누자’는 원칙을 담고 있다. 그것은 대기업의 시혜나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 공정한 경쟁 규칙을 회복하는 지름길이다. 함께 파이를 키우는 단계부터 대기업은 혁신 기술을 개발·공유하고, 중소기업은 이를 바탕으로 기술력을 향상시키며 상생의 선순환 고리를 생산 시스템 내에서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를 통해 경제 전체의 역동성이 회복돼 형평과 성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그것을 관철하기 위해서는 대기업 경영자들이 공동체 의식을 키워야 한다. 과거 대기업의 성공은 ‘한국주식회사(Korea Inc.)’라는 인프라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정책을 토대로 이룬 것이기에 대기업들은 국가와 사회에 대해 마땅히 갚아야 할 ‘사회적 빚’을 지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일부 대기업들은 성과공유제, 상생펀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그러나 현장에서 체감되는 변화는 미미하다. 왜인가? 현재의 프로그램은 효과성이 낮거나 사후 보상에 머물러 있다. 성과가 발생하면 나누자는 접근이지만, 성과가 실현된 이후에는 협상력이 지배한다. 대기업은 언제든 다른 공급처 등 선택지를 갖는 반면, 중소기업은 이미 설비를 선투입한 상태다. 사후 협의는 공정해 보일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불균형을 재생산하는 장치가 된다. 사전적으로 위험과 성과를 공유하는 제도적 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동반성장을 뒷받침할 제도적 토대는 ‘경제민주화’이다. 경제민주화는 동반성장의 협력적 모델이 작동할 수 있도록 공정한 경기장을 마련하는 일이다. 이는 헌법 제119조 2항에 근거한다: “국가는…(중략)…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 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경제 주체 간의 조화’는 대·중소기업 간 불균형을 해소하라는 헌법의 명령이자 헌법 가치를 실현하는 국가의 의무다. 이러한 제도적 기반 위에 동반성장을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 방향은 무엇일까? 첫째, 정부는 애덤 스미스가 말한 ‘공정한 관찰자’로서 시장의 왜곡을 방지하고 공정성을 확보하는 엄격한 심판관이 돼야 한다. 기술 탈취 등 불공정 거래 관행을 엄단하는 법제도를 확립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해 강력한 집행력을 부여해야 한다. 근로자 복지 및 문화시설 구축 등을 통해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를 부분적으로 나마 보상하고, 정부 사업 가운데 일정 비율을 중소기업에 직접 발주해 자생력을 키워주어야 한다. 둘째, 대기업은 종래의 관행인 단기 이익 추구를 넘어 연구개발 지출을 핵심 원천 기술 연구에 집중하고, 개발된 첨단 기술을 중소기업과 공유해야 한다. 또한 초과이익공유제를 도입해 협력사의 재투자와 임금 인상을 유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함께 가야 멀리 가고, 공정해야 오래간다. 경제민주화라는 토대 위에 동반성장을 선택할 때 저성장과 양극화 극복이 가능하다. 그제야 비로소 ‘한강의 기적’은 미래로 이어질 것이다.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전 서울대 총장

2026.02.03. 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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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리의 시시각각]무능한 야당이 정권 바꾸는 순간

" 무능한 야당은 정권을 못 바꾼다. " 한동훈과 장동혁, 전·현 당대표가 자기들끼리 극한 권력투쟁을 벌이고 있는 지금의 국민의힘을 비롯해 제 역할 못 하는 야당을 야단칠 때마다 사람들이 혀 끌끌 차며 꺼내 드는 단골 레퍼토리다. 꼭 그렇지만은 않다. " 무능한 야당도 얼마든지 정권을 바꾼다. " 실은 지난 두 번의 정권 교체가 다 그랬다. 정부 견제나 정책 대안 등 수권정당으로서의 역량을 보여주기는커녕 야당이 아무리 무능해도 권력이 오만하면 정권을 내줬다. 지리멸렬한 야당 비웃으며 영원히 집권할 것처럼 폭주하다가 자멸했다는 얘기다. "100년 집권" 운운이 무색하게 10년도 아니고 고작 5년 만에 정권을 내준 문재인 정부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거다. 이 대통령, 연일 부동산 메시지 국민과 싸우는 듯 과한 자신감 지리멸렬 야당 숨통만 틔운다 복기해 보자. 불과 14년 전인 2012년엔 민주당이 딱 지금의 국민의힘 같았다. 곳간에서 인심 나는 게 인지상정인데, 정권 내주고 나눠 먹을 거 별로 없으니 허구한 날 자기들끼리 물어뜯고 싸웠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 인기가 바닥 수준이라 다들 "질 수 없는 선거"라던 그해 4·11 총선, 결과를 까보니 여대야소(국민의힘 전신 새누리 152석, 민주 127석)의 야당 참패였다. 망하는 정당이 늘 그렇듯, 이때도 공천이 문제였다. 친노 위주 공천이 옛민주당 계열 호남의 반발을 불러와 지지기반 이탈 요인(탈당 후 창당)이 컸다. 반성은 없었다. "근소한 차이로 진 사람이 많다"느니 "수도권에선 이겼다"며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식의 정신승리에 급급했다. 정권과 싸우는 대신 내홍에 빠져 자기들끼리 치고받느라 당연히 정권은 되찾아오지도 못했다. 딱 요즘 국민의힘 같았다. 한마디로 무능했다. 세월호 사건,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 과정 속 여당의 자중지란 덕분에 무능한 야당 민주당이 거저 줍다시피 정권을 잡았다. 이제 무능한 야당 자리는 국민의힘(옛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몫이었다. 민주당이 2018년 지방선거 압승에 이어 21대 총선(2020)에서 역대 최대 180석을 차지한 후에도 국민의힘은 제대로 된 반성이나 외연 확장을 위한 개혁은커녕 자기 당에서 대선 후보 하나 내지 못하고 당권에만 연연하다 상대편 검찰총장을 수혈해와 대선 무대에 세웠다. 이렇게 말도 안 될 정도로 무능한 야당인 국민의힘이 지난 2022년 대선을 이겼다. 국민의힘의 대선 승리 요인을 딱 하나만 꼽을 수는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문재인 정부의 실책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탄핵 비상시국에 대안세력 부재라는 반사이익 덕에 얻은 정권이라 통합 노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했는데도 적폐청산에만 매달렸다. 입시 비리가 야기한 조국 사태(2019)는 내로남불 부메랑으로 돌아와 문재인 정부 심판론의 도화선이 됐다. 여기에 불을 붙인 건 부동산 정책이었다. 취임 100일 즈음 문 대통령은 "주머니 속에 강력한 집값 대책이 있다"며 자신만만해 했다. 하지만 임기 중 무려 28번의 부동산 대책을 통해 세금 등 모든 규제 수단을 총동원한 수요억제책을 내놓으며 다주택자 잡기에 혈안이 될수록 집값은 더 뛰었다. 임기 말 그가 부동산과 관련해 남긴 말은 "할 말 없다"였다. 그렇게 정권이 넘어갔다. 이렇게 장황하게 옛이야기를 꺼낸 건 이재명 대통령의 과도한 자신감이 불안해 보여서다. 그는 지난달 23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부활을 예고한 뒤 X(옛 트위터)에 부동산 관련 글을 10건 넘게 올렸다. 어제(3일)도 "마귀에게 최소한의 양심마저 빼앗겼느냐"는 험한 말까지 써가며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잡는다"고 했다. 턱없이 치솟는 집값 잡기에 반대할 국민은 없다. 다만 다주택자를 전부 투기꾼으로 몰거나, 모순되는 다주택 규제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상식적 반응까지 싸잡아 악마화해 무리한 정책을 펼치는 데 찬성할 국민도 없을 거다. 이런 시도는 다 죽어가는 무능한 야당 숨통만 틔워주는 결과로 나타날 가능성만 크다. 그걸 알고도 지금 이러는지 모르겠다. 안혜리([email protected])

2026.02.03. 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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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호의 뉴스메이커] “설탕세는 세금 아닌 부담금…100% 보건 증진에 쓸 것”

윤영호 서울대 의대 교수 - 2018년부터 도입 주장, 설탕부담금 논의 산파역 이재명 대통령이 ‘설탕부담금’ 도입을 띄우면서 ‘설탕세’ 논란이 불붙었다. 설탕부담금은 2021년 가당 음료에 부담금을 부과하는 ‘국민건강 증진법’ 개정안 발의를 계기로 논의가 이뤄졌지만 조세 저항과 물가 상승 우려를 내세운 식품업계 등의 반발로 무산됐다. 질병 관리청에 따르면 2024년 국민의 하루 당류 섭취량은 57.2g으로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치를 초과했다. 설탕부담금 논의의 산파역인 윤영호(사진) 서울대 의대 교수를 만났다. 그는 2018년부터 설탕 부담금 도입을 주장해왔고 지난해 9월 민주당 기재위원회 간사인 정태호 의원 등과 국회에서 관련 토론회를 개최했으며 오는 12일에도 설탕부담금을 주제로 국회 토론회를 연다. 대통령이 띄운 뒤 세금 논란 번져 첨가당 과다 경고 과태료일 뿐 걷힌 재원, 저소득층에 우선 지원 공론화 서둘러 오해 해소해야 “이대로면 24년 뒤 건보 44조원 적자” Q : ‘설탕세’라니 국민 가운데는 “또 세금 때리냐”는 저항도 나옵니다. A : “세금(Tax)이 아니라 부담금(Levy)입니다. 용처가 국민 건강에만 쓰인다는 점, 당분의 위험을 경고·예방하는 과태료란 점에서 세금과 다릅니다. 이 제도를 도입한 대표 국가인 영국도 세금이 아니라 부담금이라고 해요. 영국은 100㎖당 첨가당이 5mL 이상 들어간 식품에 18펜스(약 350원)를, 100㎖당 8㎖ 이상 첨가당 함유 식품은 24펜스(약 470원)의 부담금을 매깁니다.” Q : 효과가 있었나요? A : “그럼요. 영국은 첨가당 음료 매출이 33%, 식품에 든 첨가당 함유량이 46% 줄었죠. 포르투갈·뉴질랜드·멕시코도 비슷한 성과를 냈으며 미국 역시 5개 주가 탄산음료 등의 가격을 33% 인상한 결과 구매가 33% 줄었어요. 부담금 탄력성이 거의 1이니 효과가 큰 거죠. 더 의미 있는 건 저소득국가나 저소득층이 더 민감하게 반응해 소비량을 줄인다는 거죠.” Q : 설탕의 폐해가 그리 심각한가요? A : “우리 청소년 3명 중 1명이 당분을 과다 섭취하고 있습니다. 성인까지 합하면 국민 5명 중 1명이 과다 섭취고요. 유전적인 취약성이 큰 청소년기에 단것 먹기가 습관 되면 끊기 어려워요. 이는 만성 질환으로 이어져 노인이 됐을 때 의료비용이 급증할 테니 조기에 바로잡아야죠. 요즘 청소년들은 아침에 채소·과일을 먹지 못하고 편의점에서 가공식품으로 식사를 때우니 단것과 기름진 음식 노출도가 굉장합니다. 비만→당뇨·심혈관 질환→암 발생 악순환이 우려돼요. 노인도 심각합니다.” Q : 노인도요? A : “2024년 말 노인 인구가 20%를 넘어 초고령 사회로 진입, 의료 비용이 급증해 2050년엔 한해 건강보험 적자가 44조원에 달할 전망입니다. 과거엔 노인은 단것 안 먹는다는 통념이 있었는데 지금은 음식이 달지 않으면 맛없다고 여기는 사회가 됐어요. 노인의 당분 섭취 증대로 의료비용도 폭등해 24년 뒤엔 건강보험이 44조원의 적자를 기록할 전망입니다.” Q : 부담금을 매길 구체적인 식품은 뭘까요? A : “국민에게 질문하니 청량음료와 빵·과자·빙과 순으로 부담금 부과 대상이라는 답이 나왔습니다. 라면 같은 면류의 순위가 가장 낮아요. 필수식으로 여기는 듯합니다. 고추장·쌈장 같은 장류나 조림식품도 첨가당이 상당합니다. 이들도 포함해서 영국식으로 100㎖당 첨가당 5㎖ 초과 함유 식품엔 가격의 20%를 부담금으로 매겨야 한다고 봅니다. 1년에 최소 1조8000억원의 분담금이 걷힐 것으로 대강 산정되는데 그 100%를 보건 증진에 쓰는 거죠.” Q : 왜 ‘100㎖당 5㎖’라는 지표가 나온 걸까요? A : “세계보건기구는 일반인은 하루 칼로리 섭취량의 10%, 건강을 염려하는 사람은 5% 이하만 첨가당으로 섭취하라고 권장합니다. 이를 근거로 산정한 듯하고요.(제로 콜라 같은 무설탕 음료는요?) 설탕 대신 감미료를 넣은 식품인데, 감미료도 성인병 증가 요인이라 설탕 부담금 부과 120개 국가 중 75%가 부담금을 부과해 풍선효과를 방지하고 있습니다. 이 방안에 국민도 74%가 찬성해요.” Q : 그래도 국민 입장에선 “1000원짜리 콜라값이 1200원이 된다면 세금 아니냐”는 반발이 예상됩니다. A : “그래서 사회적 논의부터 하자는 겁니다. 정부와 의료계, 소비자·환자단체, 업계가 공론을 거쳐 10년의 로드맵을 세워 타협하는 거죠. 첨가당 많이 들어간 식품에 부과된 부담금을 채소나 저당 식품 지원에 써 가격을 낮춰주고 저소득층이 채소나 저당 식품을 사면 현금 포인트를 주며, 저당 식품을 개발하는 기업에 연구비를 지원하는 데 부담금을 쓰자는 겁니다. 또 전국에 국립대 병원이 10곳인데 소아과 오프런, 응급실 뺑뺑이 등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이들 병원을 서울대 병원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도 부담금을 쓰는 겁니다.” Q : 국민이 똑같이 부담금을 내는데, 저소득층에게만 혜택을 주는 것도 문제 아닌가요. A : “재원이 충분하다면 고소득층에게도 혜택을 주면 좋겠지만, 재원이 한정되니 첨가당에 가장 취약한 저소득층·청소년부터 적용하고 점차 확대하자는 겁니다.” Q : 설탕부담금으로 설탕값이 급등하면 식당 음식값 등 물가가 급등할 우려가 있지 않나요? 또 식당 음식이나 과일에도 당분이 들어있는데 부담금 대상 아닌가요? A : “설탕 자체는 부담금 안 매겨요. 건강에 해로운 첨가당을 과도하게 식품에 넣는 경우만 매기니 설탕값이나 연관 물가는 오를 이유가 없어요. 식당 음식이나 동네 제과점 빵에도 부담금 안 매깁니다. 자율적으로 당분을 줄이게 유도하는 게 우선이죠. 또 과일에 든 당분은 자연당으로 섬유질과 함께 섭취하기에 유해도가 낮아 부담금 대상 아닙니다.” Q : 국민은 ‘돈을 더 내라’는 네거티브보다 건강식품에 혜택을 주는 포지티브 방식으로 당분을 규제하면 된다고 보지 않을까요? A : “당분을 줄인 식품에 세제 인하 등의 혜택을 준다고 해봤자 기업 입장에선 첨가당 많은 식품 팔아 버는 돈이 훨씬 많다고 판단할 터라 효과가 미미할 겁니다. ‘속도 줄이면 자동차세 내려줄게’라고 한다고 과속 차량이 급감할까요. 과태료 물린다고 못 박아야 속도가 줍니다. 첨가당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건강에 해로운 건 소금, 기름진 음식, 술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맞죠. 소금과 지방, 알코올, 심지어 게임도 장기적으론 부과 대상이라 봅니다. 다만 설탕이 건강에 가장 해롭고, 120개국이 이미 분담금을 매기고 있는 글로벌 스탠다드를 고려해야 합니다.” Q : 부담금이 정말 국민 건강에만 쓰일까요? 정부가 전용할 가능성을 국민은 걱정합니다. A : “당연히 100% 건강에만 쓰여야죠. 부담금 대상과 목적, 방식에 대해 정부와 의료계, 기업과 국민이 합의를 끌어내고 독립적인 위원회가 매년 부담금 용처와 금액을 결정하도록 합니다. 또 집행 내역을 1원 단위까지 공개하면서 독립적인 감사위원회에서 감사하는 방안을 추진합니다.” Q : 도입 시점은 언제쯤일까요? A : “오는 6월 지방선거 직후 공론화에 들어가 타협점을 찾은 뒤 연내에 법안을 통과시켜 내년 말 안에 발효하면 좋겠습니다. (업계의 반발은 없나요?) 넉 달 전 토론회에 초청했지만 응하지 않았던 한국 식품협회 측이 이번엔 참석하기로 했습니다. 업계도 달라지고 있는 거죠.” “진보도, 보수도 설탕부담금 찬성” Q :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으로 인해 설탕 부담금이 정치적 이슈가 될 우려도 있지 않나요? A : “철저히 보건 관점에서 탈정치적으로 접근할 문제입니다. 자체 조사를 해보니 우리 국민은 정파를 초월해 설탕 분담금에 찬성하고 있어요. 자신을 진보라고 규정한 응답자의 찬성률이 85.1%인데 보수란 응답자도 77.1%, 중도란 응답자도 78.6%로 대동소이합니다.” Q : 어떻게 설탕 부담금 아이디어를 얻게 됐나요. A :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건강 결정 요인은 유전이 5%, 의료가 10%, 습관이 30%고, 사회 환경이 55%에 달합니다. 개인적으로 노력해도 환경이 나쁘면 건강을 지키기 어렵죠. 내 환자 가운데 암에 걸린 40대 남성이 있는데 당뇨도 있어 설탕 섭취를 줄어야 하는데 이걸 너무 어려워하세요. 무직자라 형편이 어려우니 라면 같은 값싼 가공식품을 먹게 된다는 겁니다. 약을 처방해줄 수밖에 없으니 환자 개인의 의료비용은 물론 건보 재정도 악화되죠. 결국 달고 기름진 식품이 만연한 환경부터 바꿔야 문제가 해결된다는 판단에서 8년 전부터 설탕 부담금을 거론하기 시작했죠.” Q : 개인적인 배경도 있을 법한데요. A : “전남 나주 출신인데 초등학교 3년 때 광주로 전학을 갔어요. 그때 대학 진학도 포기하고 일하며 저를 돌봐준 누님이 위암에 걸려 24세에 숨졌어요. 이불 뒤집어쓰고 울면서 의사가 되겠다고 다짐했어요. 84년 서울대 의대에 진학한 뒤 40대 암 환자를 돌보는 자원봉사를 하면서 호스피스 간호와 ‘웰다잉’의 필요성을 절감했습니다. 또 국립암센터에 근무할 때 담배를 끊지 못하는 환자들을 보고 박재갑 원장님과 함께 담배 부담금(일명 ‘담뱃세’)을 추진하면서 ‘사회 속의 의료’ ‘건강공동체’ 같은 개념을 정립하게 됐습니다. 그때 담배부담금 목표를 매년 1000원씩 올려 10000원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열을 올렸는데 결과는 500원 인상에 그쳤어요. 그래도 담배 소비량이 절반으로 줄더군요. 그때 얻은 체험이 설탕 부담금 운동으로 이어진 겁니다.” 강찬호([email protected])

2026.02.03. 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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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 거리 환자 수술했다, 한국 의사 놀라게한 집도의 정체 [신성식의 레츠 고 9988]

# 지난해 12월 30일 인도의 인디아투데이에 '상하이 외과 의사, 5000㎞ 거리의 뭄바이 환자 수술'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중국 상하이의 비뇨의학과 의사 T.B.유바라자가 수술로봇을 조종해 인도 병원의 전립샘암 환자(64)와 신장병 환자를 수술했다. 인도 당국의 허가를 받았고,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 지난달 9일 국내 한 의학전문지에 '인간 개입 없는 인공지능(AI) 자율 수술 성공'이라는 기사가 게재됐다. 중국에서 세계 최초로 로봇이 사람 도움 없이 돼지 담낭 제거 수술을 했다는 게 골자다. 심천·상해 AI 의료현장 가보니 중국 로봇 800여건 원격수술 사업 도움 없이 돼지 수술 성공 "병원 중심 AI 지원 시둘러야" 다빈치 위협하는 투마이 세계를 놀라게 한 두 사건의 '주인공'은 투마이(Toumai)라는 중국의 수술로봇. 마이크로포트사의 상업용 제품이다. 지난달 28일 오후 대한병원협회 해외탐방연수단(단장 이왕준 대한병원협회 부회장, 국제병원연맹 차기 회장)과 함께 이 회사를 찾았다. 투마이의 외양은 미국의 독보적 수술로봇 다빈치와 비슷하다. 상하이 외과의사가 입체 화면을 보면서 조종간을 움직이면 인도 병원의 투마이 로봇팔이 수술하는 식이다. 마이클 뤼 마이크로포트 마케팅·교육 담당 이사는 "2022년 후 9개국에서 승인받고 800건의 원격수술을 했다"고 설명했다. 연수단의 한국 의사들이 깜짝 놀라며 "정말이냐"고 묻자 뤼는 미국 플로리다 의사-아프리카 앙골라 환자, 상하이-쿠웨이트, 상하이-모로코, 상하이-브라질 등의 사례를 열거했다. 수술 중간에 통신이 끊기거나 버벅거리면 대형사고다. 이왕준 단장이 따지듯 물었다. "수술 중 멈춘 적이 정말 없느냐."(이왕준) "없다. 시행 전에 시간 지체가 0.19초 이하인지 검증한다. 이게 안 되면 중단한다."(뤼) 지난달의 상하이-뭄바이 원격 수술은 0.132초였다(인디아투데이 보도). 뤼와 이 회사 연구원은 이어 투마이의 무인수술 영상을 틀었다. 투마이에게 AI를 얹었다고 한다. 이 단장이 "무인수술 로직(원리)이 뭐냐"고 물었다. 연구원은 "내부 정보라 확인해 보겠다"며 에둘러 거부했다. 투마이는 연 350대 생산돼 70%가 미국·유럽 등 40개국에 수출된다. 돼지 무인수술은 지난해 7월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연구팀이 최초로 성공했는데, 여기에 쓰인 로봇은 연구용 시제품이다. 연수단은 이에 앞서 지난달 25일 홍콩 기업인 코너스톤이라는 수술로봇(센티어) 공장을 방문했다. 조립 라인, 카메라·로봇팔 검사장 등 모든 공정을 공개했다. 연수단의 한 참석자는 "기계공학자가 보면 담아갈 수 있는데, 이렇게 공개하는 건 자신감의 표시"라고 말했다. 신응진 대한외과학회 차기회장(순천향대의료원 특임원장)은 센티어로 돼지(마취 상태) 수술을 체험한 후 "다빈치와 차이를 못 느꼈다"고 말했다. 센티어는 홍콩 병원 두 곳이 쓰고 있다.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인 알렉시스 쳉(38)은 "중국 정부가 규제하는 게 없다. 항상 지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존스홉킨스대 박사 출신으로 2019년 창업했다. 직원 400여명의 평균 연령은 30대 초반이다. 세계 1위 PET 영상촬영장비 연수단은 지난달 26일 상하이 푸단대 중산병원을 찾았다. 하루 외래환자 1만 5000명이며 CT 3000명, MRI 600명, 양성자 단층(PET) 120명을 찍는다. 검사 이틀 내 휴대폰으로 결과를 전송한다. 대부분의 영상 장비가 중국 유나이티드이미징(UI) 제품이고, 최근 모델엔 AI가 탑재된다. 병원 담당자는 "AI가 환자 위치를 따라가고, 호흡이 가장 안정적인 순간에 촬영한다"고 말했다. CT실에 갔더니 환자가 촬영하고 나오자마자 30초 만에 AI가 판독해 결과가 모니터에 떴다. 연수단의 한 의사는 "의사가 마우스만 클릭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후펭쳉 중산병원 핵의학과 교수는 "병원에 숙식하며 UI 기계의 문제점을 찾아내 UI에 보내 개선했다"며 협업을 통해 개발 기간을 단축했다고 한다. 후 교수는 "전에는 다른 회사 기계(GE·지멘스 등)로 인체를 20개 부위로 나눠 20~30분 찍었으나 UI사 PET으로 30초 만에 전신을 촬영한다"고 말했다. 후 교수팀은 70여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 장비는 세계 1위를 달린다. 기자가 "중국 장비라고 좋게 말하는 게 아니냐"고 했더니 후 교수는 "정밀한 데이터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의료 굴기'를 체험한 연수단 의사들은 한결같이 "우리는 이제 어떡하나"며 걱정했다. 이왕준 단장은 "지금이라도 병원이 중심이 돼 의료에 AI를 접목할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의료 공백의 대안일 수도 귀국 후 재차 확인에 들어갔다. 원격수술 관련, 형우진 세브란스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는 "중국 투마이·센티어·엣지메디컬의 수술로봇은 다빈치와 차이 없을 정도"라며 "중국이 원격수술을 많이 했고, 기술에 문제없다"고 말했다. 곽철 서울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도 "잘 믿기지 않지만 사실이라면 대단하다"고 말했다. 형 교수는 "무인수술은 앞으로 갈 길이다. 완전자동화가 관건인데, 무인택시처럼 어느 순간 갑자기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연수단의 이상규(예방의학) 연세대 융합보건의료대학원장은 "모든 지역에 흉부외과 의사를 둘 수 없으니 원격수술이 한국 지역의료 해결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 의료법에는 원격수술이 쉽지 않게 돼 있다. 미국 인튜이티브의 다빈치는 원격수술을 지원하지 않는다. 브라이언 밀러 디지털·AI전략 글로벌 총괄은 "원격 수술이 미래의 협업 도구가 될 것으로 본다"며 "나라별로 시행 가능 여부가 다르다. 우리는 환자 안전을 우선 생각하고 접근성을 확대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신성식([email protected])

2026.02.03. 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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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준봉의 시선] 독서 진흥 없이 AI 강국 될 수 있나

AI 에이전트(비서)들이 전용 단톡방에서 인간에 대한 뒷담화 게시글을 주고받았다는 며칠 전 뉴스는 섬뜩했다. 자신의 정체성을 성찰하는 철학적 글도 보인다니, 추론 능력과 실행력이 지금보다 강화된 AI가 출현해 인간 주인을 배신하는 디스토피아 영화 같은 상황이 상상만은 아니라는 느낌이 들 정도다. 팔순 황석영씨 AI 활용해 소설 써 AI 시대에 독서 중요성 커지는데 전 정부 깎은 독서 예산 복원 안 돼 뒷감당은 할 때 하더라도 AI를 우선 활용하고 보자는 게 요즘 국내 출판계인 것 같다. 적지 않은 비용이 드는 번역만 해도 훨씬 저렴하게 비슷한 품질의 번역 원고를 얻을 수 있다는데 마다할 출판인은 없어 보인다. 창작 쪽도 비슷하지 않을까. 박진감 넘치는 소설 쓰는 데 필수적인 자료 조사의 품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는 인식이 퍼질수록 AI 활용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본다. 뜻밖에도 팔십 중반을 바라보는 1943년생 소설가 황석영씨가 총대를 멨다. 지난해 말 출간한 장편 『할매』를 AI의 도움을 받아 썼다고 밝혔다. 3주 전쯤 공개된 방송인 이혜성의 유튜브 채널 ‘1% 북클럽’에 출연해서다. 200쪽이 조금 넘는 단출한 분량의 소설은 전북 군산 하제 마을에 실재하는 수령 540년의 팽나무를 구심점 삼아 굴곡진 이 땅의 600년사를 아우른다. 운수납자(雲水衲子) 선승이 등장하고 천주교 박해, 일제 수탈, 동학난, 새만금 간척 반대 운동 등을 증언했다. 시베리아 철새 뱃속의 팽나무 씨앗이 하제 마을에 뿌리 내리기까지, 다큐 같은 생태 묘사가 50쪽가량 이어지는데도 지루하지 않게 읽히는 건 황씨 글쓰기의 미덕 때문일 듯싶다. 유튜브에서 황씨는, 하이데거의 난해한 저서 『존재와 시간』의 핵심 개념을 AI와 문답을 주고받으며 어렵지 않게 정리할 수 있었다고 했다. 소설을 어떻게 구성하고, 어떤 글쓰기 형식을 선택할지까지 AI와 토론해 최종 결정했다니 자료 조사만 도움받은 게 아니다. 황씨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질문(프롬프트)의 품질이 우수할수록 수준 높은 답변이 나오는 만큼 인간 작가가 먼저 풍부하게 콘텐트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AI와 협업은 마치 재간 있는 교수 대여섯 명을 조수로 두고 작업하는 것 같았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AI를 활용한 창작은 근심거리도 야기할 수 있다고 본다. 창작 AI 에이전트가 고도화할수록 기계의 작품인지 인간 작품인지 구분하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지 않을까. 검증마저 힘들어진다면 진실은 저작권을 주장하는 인간 작가의 양심 소관이 될 공산도 있어 보인다. 소설가 방현석(중앙대 문예창작과 교수)씨는 “각종 소설 공모전 응모작이 최근 늘고 있다는데, AI 확산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AI 전문가들은 사회·경제·과학·예술 분야에서 인간 능력의 대부분을 대체하는 범용 AI(AGI)가 짧게는 5년, 길어도 10~20년 후에는 출현할 것으로 본다고 한다. 〈중앙일보 1월 1일 자 1면 ‘호모 사피엔스의 종언?’〉 예술가들은 미래학자가 아니다. 먼 훗날 창작자의 운명은 당장의 관심사가 아닐 수도 있다. 황석영씨는 “앞으로는 AI 활용에 필요한 판단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가령 100대 1의 확률로 살아남아 자기 길을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봤다. 그래서 요즘 젊은이들이 책을 열심히 본다고 했다. 방현석씨 역시 “AI를 얼마나 개성 있게 활용할 수 있느냐가 앞으로 한 작가의 능력이 되는 시대가 오지 않겠느냐”고 점쳤다. AI가 검색해낸 개별 정보들의 의미를 해석하고 가치 판단을 하는 데는 사색 능력이 필요한데 그 능력은 결국 깊은 독서에서 나온다고 했다.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박사 출신의 SF 작가 전윤호씨는 결이 달랐다. 기술적으로, AI에도 창의성이 있을 수 있을 뿐 아니라 AI 작가가 인간 작가를 완전히 대체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AI에 주도권을 넘겨준 세상에 무비판적으로 순응하며 살지 않기 위해, AI가 가져올 변화에 대한 막연한 공포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인문학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AI 시대에 오히려 종이책 독서, 깊이 읽기, 시간 들여 천천히 읽기가 강조되는 역설 아닌 역설이다. 우려스럽게도 AI 3대 강국을 표방하는 현 정부는 독서 진흥에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 윤석열 정부 때 삭감된 국민독서문화증진 예산 60억원이 올해 복원되지 않았다. 이제는 적당히 예산 들여 구색 맞추기보다는 프랑스처럼 별도의 독서 진흥 정부 조직을 만들어 독서 생태계를 체계적으로 돌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책과사회연구소 백원근 대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손 놓고 있기보다 미리미리 AI 쓰나미 대비를 해야 한다. 신준봉([email protected])

2026.02.03. 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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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혜의 마음 읽기] 나보코프와 에리봉의 회고록

삶은 오직 앞으로만 나가고 우리는 순종의 마음으로 매일 새 출발을 하지만, 실감상 시간은 뒤로 흘러가는 것만 같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와 디디에 에리봉은 기억 속 세부 무늬를 이해하는 일이야말로 삶의 핵심이고, 열정적으로 과거를 간직하는 것은 마음의 짐이면서도 상실을 버티게 해주는 힘이라 여겼다. 그런 그들의 회고록이 얼마 전 나란히 출간됐다. 시간은 기억을 쌓고, 기억은 글을 쓰게 한다. 혹은 글이 기억을 불러오고, 기억은 시간을 재구축한다. 대가의 묘사력 선보인 나보코프 어머니 앞에서 무너진 에리봉 상실을 버티게 해주는 글쓰기 『말하라, 기억이여』에서 나보코프는 자연을 언어화하는 데 대가의 솜씨를 보인다. 햇빛이 초록 무늬 속을 파고들며 그의 기억으로 침투할 때 나비 연구가로서의 관찰과 소설가로서의 묘사력이 결합돼 읽는 이로 하여금 그 인생을 살아보고 싶다는 충동을 일으킨다. 에테르 냄새만 맡아도 옛집 현관에 불이 켜지면서 거길 떠돌던 나방을 불러내는 작가. 사람을 기억할 때도 그는 자연에 기댄다. 삼촌이 작곡한 연가는 “가을의 색채와 골짜기에서 들려오는 먼 목소리들”로, 뚱뚱하고 거짓말 잘하던 가정교사의 죽음은 “늙은 백조 한 마리, 무겁고도 무력한 날갯짓, 끈적하게 번들거리는 검은 물결”로 되살아난다. 소설가지만 자서전을 쓸 수밖에 없었던 건, 그가 기억의 보석함에 있던 것들을 등장 인물에게 입히고 나면 진짜 기억들이 작품에 삼켜졌기 때문이다. 그는 그 바깥에 떨궈진 기억들을 자서전에서 구해보려 애쓴다. 러시아 귀족이었던 선조들 덕분에 그의 가족은 방대한 영지를 소유했고, 영국·프랑스·독일 가정교사와 하인들을 거느렸다. 20세기 문턱을 넘었는데도 그는 종종 18세기 인물 같다. 나보코프는 그 시절을 투명하게 불러내면서도 기억이 비대해지는 것에 괘념치 않고 불쾌감도 곧잘 소환한다. 가령 “이방인이자 조난자이며 무일푼에다 병자”로 옛 가정교사를 회고할 때면 저 차가운 명사들을 독자로서 어떻게 소화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럽다. 하지만 역사학자 비조키는 역사를 볼 때 “과거 사람들보다 우리가 낫다거나 우리 방식만이 정답이라는 생각을 내려놔야 한다”며 경계했다. 회고록도 작은 역사서이기에 나보코프의 삶 속으로 판단 없이 들어가면 나뭇잎 융단 위로 떨면서 나는 나비를 볼 수 있게 된다. 프랑스 노동계급 가족 출신의 지식인인 에리봉이 어머니를 회고한 『어느 서민 여성의 삶, 노년, 죽음』은 문턱이 없다. 그는 어머니의 과거를 쓰지만, 그 어머니는 우리의 미래다. 배경지식은 필요 없이 노부모와 그를 돌볼 자녀의 불안·짜증·변덕은 즉각 일반성을 얻는다. 이 회고록에 쓰인 빠듯한 살림살이를 우리도 잘 알고 있고, 언젠가 들어갈지 모를 요양원이 감옥 같다는 데서는 한마음이다. 회고는 ‘실존의 틀’을 결정했던 곳이자 상실이 있는 곳으로 회귀해 그걸 재배치해보려는 시도다. 나보코프와 달리 에리봉에게 어머니를 모실 지역은 장소성이 옅어 그저 하나의 이름에 지나지 않는다. 아르데코 문양으로 장식된 그곳은 차갑고 비인간적이다. 나보코프의 부모가 진한 향수에 젖어 유럽에서 모국 러시아로 돌아가려 했던 반면, 에리봉의 어머니에게 고향 랭스나 그 대안으로 제시되는 곳은 끔찍한 동네다. 요양원에 들어가지 않으려는 어머니와 실랑이하는 에리봉은 “이성적으로 생각하셔야 해요. 달리 방도가 없어요”라고 외친다. 그의 말은 가난한 이는 언제나 합리적이어야 하고, 포기할 줄 알아야 하며, 미래의 질서 앞에서는 순종해야 함을 뜻한다. 이것은 에리봉이 평생 공부하며 사상적으로 분투해왔던 것들 앞에서 무너지면서 자신이 그 비판 대상에 되먹임되는 순간이다. 그는 회고록에서 느낌표와 말줄임표를 자주 쓴다. 둘 다 후회의 감정을 얼마간 담고 있지만 슬픔이 느껴지기보다 상황을 어쩔 줄 모르겠다는 마음이 읽힌다. 회고록은 삶에 형식과 관점을 부여하는 일이다. 근현대에 들어서 이 장르의 글쓰기는 ‘죽음’ 앞에 다가설 때 중세의 예배당이 담당했던 역할 같은 것을 하게 된다. 두 책 다 기억이 삶을 비집고 들어간다. 과거가 너무 강하면 현재는 ‘유령’이 돼버릴 텐데 다행히 그런 정도로까지 나가진 않고, 대기에 흩어져 있던 기억들을 자기 주름 속으로 잘 품어 들인다. 이은혜 글항아리 대표

2026.02.03. 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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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목의 문화노트] 안성기의 ‘내리막길의 미학’

한 달 전 별세한 안성기 배우는 ‘파파미’(파고 또 파도 미담뿐)의 삶을 살아온 연기의 구도자였다. 나이 듦을 받아들이는 자세 또한 귀감이 됐다. 언제나 주인공·주연상에 익숙했던 그는 2001년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영화 ‘무사’(2001)에서 고려 무사 진립을 열연한 결과였다. “연기자라면 꼭 받고 싶은 상이 조연상이다. 늘 탐냈던 상을 받게 돼 기쁘다”는 소감에 기립 박수가 쏟아졌다. ‘무사’는 안성기에게 가장 힘들었던 작품인 동시에 가장 소중한 깨달음을 준 작품이었다. “진립은 주변을 보듬으며 함께 나아가는 동력을 만드는 인물이죠. 그의 모습이 배우로서의 내 역할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사’의 안성기는 스크린 밖에서도 후배 배우들과 스태프들을 다독여준 든든한 정신적 지주였다. 혼자 앞서가는 것이 아니라 뒤에서 모두를 보듬는 것의 의미를 깨친 그에게 주연과 조연, 역할의 비중 같은 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그도 사람인지라, 세월과 함께 주연에서 밀려나는 씁쓸함과 비애를 비껴갈 순 없었다.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에서 주인공 형사 역이 당연히 자기 몫인 줄 알았던 안성기는 조연인 연쇄 살인마 역할을 제안받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출연을 결정했다가 갑자기 철회하고 다시 수락하기까지 그가 어떤 고뇌의 시간을 거쳤을지 짐작이 간다. 하지만 내키지 않았던 영화는 연기에 대한 그의 생각을 바꿔 놓았다. 그리고 빗속 격투신, 계단 암살 신 등 한국 영화사의 명장면을 만들어냈다. 많은 이들이 그 영화에서 안성기를 조연 아닌 주연으로 기억하는 이유다. 그는 2003년 절친한 후배 배우 박중훈과의 대담에서 이렇게 말했다. “3~4년 전부터 주연이 아닌 시나리오가 많이 들어와 서운하고 슬퍼지더라고. 상처받았지만 생각이 조금씩 바뀌었어. 역할의 비중은 작아져도 크기는 작아지면 안 된다는 걸 내 화두로 삼았지.” 그렇게 그는 ‘내리막길의 미학’을 스스로 만들어갔다. 작품을 빛낼 수 있다면 어떤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 자세로 연기했기에 ‘라디오 스타’(2006), ‘부러진 화살’(2012)에서 주연으로서 자신의 가치를 다시 한번 빛낼 수 있었다. 영화와 함께 한 모든 시간이 그의 전성기였다. 후배들에게 앞자리를 내주고 뒤로 물러서길 주저하지 않았던 안성기.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지 않고 깊이와 연륜, 새로운 쓰임새를 찾아간 그의 자세야말로 늙어가는 모든 이들이 본받을 만한 마음가짐이 아닐까. 정현목([email protected])

2026.02.03. 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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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태의 타임머신] 얄타 회담

1945년 2월 4일, 2차 세계대전의 끝이 보이기 시작할 무렵, 흑해 연안 휴양 도시 얄타에 미국·영국·소련의 지도자들이 모여들었다. 미국의 프랭클린 D 루스벨트, 영국의 윈스턴 처칠, 소련의 이오시프 스탈린이 한 자리에서 나치 독일의 전후 처리와 제반 사항을 논의하기 위해 일주일간 정상회담을 갖기로 한 것이다. 얄타 회담(사진)의 시작이었다. 독일의 운명은 정해져 있었다. 미국·영국·프랑스·소련에 의해 분할통치될 예정이었다. 연합국은 독일인의 최저생계를 마련해주되 그 외는 일체의 책임을 지지 않기로 했다. 독일의 군수산업은 폐쇄·몰수될 것이며, 주요 전범들은 뉘른베르크에서 열릴 국제 재판에 회부될 터였다. 분단되고 무장 해제된 독일에는 연합군, 특히 미군이 주둔하여 소련과 대치하게 되었다. 극동 지역에서의 문제를 두고 비밀의정서가 채택되었다. 독일이 항복하면 소련은 일본과의 불가침조약을 깨고 ‘2, 3개월 이내’에 일본을 상대로 전쟁을 해야 했다. 만주에 주둔한 일본의 관동군을 직접 상대하기 싫었던 미국이 이이제이를 꾀한 것이다. 이 판단은 큰 실책으로 드러났다. 소련이 참전한 지 5일 만에 일본이 항복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소련군은 빠른 속도로 한반도로 쏟아져 들어와 북위 38도선까지 도달했다. 전쟁을 일으킨 독일뿐 아니라 전쟁에 휘말렸을 뿐인 식민지 조선마저 분단되고 만 것이다. 얄타 회담은 2차 세계대전의 끝과 전후 질서의 시작을 알리는 사건이었다. 냉전의 철조망은 유럽에서 독일을 동서로 갈랐고, 아시아에서 한반도를 남북으로 나누었다. 북한이 대한민국을 침공하면서 냉전은 결코 ‘차가운’ 전쟁일 수 없게 되었다. 미국은 이미 공산권에 맞서기 위해 전범국이었던 독일과 일본의 경제 부흥을 돕고 있었다. 지금까지 우리가 80년간 익숙하게 여겨온 세계 질서는 이렇게 시작됐다. 그 질서의 끝이 보이는 듯한 지금,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냉철하고 현명해질 필요가 있다. 노정태 작가·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

2026.02.03. 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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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도버의 마켓 나우] 트럼프 관세 위협의 귀환과 캐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캐나다가 중국과 무역관계를 강화하면 모든 캐나다산 수입품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단기적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질 수는 있지만, 실제 충격은 제한적일 공산이 크다. 양국 간 무역 상호의존도가 워낙 높아 타협점을 찾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캐나다 S&P/TSX 종합지수는 2025년 무역 갈등 속에서도 31.7% 상승하며 미국을 비롯한 주요 글로벌 시장을 앞질렀다. 그런데도 관세 위협이 주목받는 이유는 양국이 세계 최대 규모의 양자 무역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 수출의 최대 목적지는 미국이며, 수입에서도 미국은 세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해 양국 간 상품·서비스 교역액은 1조 달러에 육박했다. 주요 교역 품목은 자동차 부품, 기계류, 농산물, 목재, 에너지 자원이다. 관세 부과는 양국에 부담이다. 자동차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고, 전력·목재·건축자재·자동차 등의 가격이 오를 수 있다. 캐나다 역시 대미 수출 급감으로 인한 GDP 충격을 피하기 어렵다. 따라서 양국 모두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재협상에서 주도권을 쥐려 하면서도 타협점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 장기 투자자라면 7월 1일로 예정된 협정 재검토 시점까지 관세 위협과 높은 변동성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미국의 관세 위협은 캐나다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 미국은 캐나다를 경유해 재수출되는 중국산 제품만을 선별해 관세를 부과하는 ‘정밀 타격’을 가할 수 있다. 전기·전자 기기, 자동차 부품, 금속 제품, 그리고 잠재적으로 전기차가 주요 대상이 될 것이다. 미연방대법원 판결도 변수다. 행정부의 관세 부과 권한의 근거인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에 법원이 제동을 건다면 국가별 관세 위협은 다소 힘을 잃게 된다. 물론 위협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행정부는 품목별 정밀 관세로 선회하거나 의회 승인을 거쳐 압박을 이어갈 수 있다. 미국이 무역·투자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안팎에서 각국이 보유한 달러 자산을 미국에 대한 경제 압박 도구로 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물론 미 국채의 대량 매도는 글로벌 금리 상승이나 달러 가치 하락 등 보유국에도 역효과를 낼 수 있다. 달러와 미 국채는 법적 지위와 유동성, 투자 이점 덕분에 여전히 공고하며 뚜렷한 대안도 없다. 그럼에도 각국이 위험 회피 차원에서 미국 자산 비중을 줄일 경우 시장 변동성은 커지고 미국의 차입 비용은 상승할 수 있다. 무역 분쟁이나 지정학적 갈등이 격화되면 그 영향은 더 커질 것이다. 스티븐 도버 프랭클린템플턴 최고시장전략가 겸 리서치센터장

2026.02.03. 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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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훈의 심리만화경] 이해는 해도상처는 남는다

넷플릭스의 로맨틱 코미디 ‘이 사랑 통역되나요?’에서는 ‘소통’의 어려움을 이야기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언어를 가지기 마련. 일단 말을 뱉고 보는 여자 주인공과 생각을 정리한 후 말을 고르는 남자 주인공의 화법 차이는 서로의 마음을 오해하게 만든다. 해피엔딩을 위해서는 서로의 말을 이해하도록 돕는 통역사가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이해를 해도 상처는 남는다. 상대가 한 말이 홧김에 던진 진심 없는 말이라는 것을 머리로는 알아도, 마음은 무척이나 쓰리다. 진화의 역사 속에서 인류는 이성보다 감정에 우선권을 부여했다. 밤길 수풀의 흔들림을 마주했을 때 그 상황의 위험 확률을 논리적으로 계산하기보다, 공포라는 감정을 근거로 일단 도망치는 쪽이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뇌에서도 공포를 느끼는 편도체는 이성적 사고를 담당하는 전두엽보다 앞단에서 작동한다. 그래서 상대의 말이 본심이 아니라는 이성적 판단이 전두엽에서 이루어지기 전에, 날카로운 독설은 이미 편도체를 강타해 정서적 통증을 남긴다. 존 가트맨 박사는 관계 속 신뢰를 정서적 통장에 비유했다. 다정한 말과 행동이 ‘입금’이라면, 모진 말은 ‘인출’이다. 문제는 입금과 인출의 화폐 가치가 다르다는 점이다. 부정적인 정보가 더 큰 주의를 끄는 부정성 편향 탓에 한 번의 날카로운 인출을 상쇄하려면 최소 다섯 번의 입금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래서 부부 싸움에서도 말은 골라 하라는 조언을 하는 것이다. 싸울 때의 말은 진심이 아니라 상처를 주기 위한 목적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이해하더라도, 나를 가장 잘 알고 가장 신뢰하는 사람의 말이 남긴 상처는 몹시 아프다. 결국 사랑이란 상대의 언어를 분석하는 정교함보다, 내뱉는 말 한마디가 상대의 마음에 얼마나 큰 상처를 낼지 먼저 헤아리는 사려 깊음에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최훈 한림대 교수

2026.02.03. 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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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석 만평] 2월 4일

" [email protected] " 박용석([email protected])

2026.02.03. 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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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선교와 포교

맨해튼 어느 지하철이다. 예수를 믿으라면서 전도지를 준다. 안 받고 그냥 지나가려고 했더니, 그 여인이 쫓아온다. 왜 안 받느냐고 짜증을 낸다. 내 손에 억지로 전단지를쥐여준다. 지하철에서 위로 올라가 길을 걷는다. 두세 명의 젊은이가 ‘예수 믿으라’고 소리 지르는 것이 보인다.     어떤 기독교 친구는 주로 남미로,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선교를 간다. 대략 이주 혹은 한 달 정도 선교하고 돌아온다. 여행, 숙박, 먹는 것 등 모든 비용을 다 자기가 부담한다. 자기 돈까지 써가면서 외국에 가서 선교한다는 것은 보통 훌륭한 일이 아니다.   기독교는 예수를 믿으면 예수의 아버지 하느님이 기독교 신자들을 천국에 보낸다. 거기서 영생토록 행복하게 살게 해준다. 그런데 예수를 안 믿으면 지옥으로 간다. 지옥에서 영생토록 고통을 받는다. 지옥에서 고통을 받게 해서는 안 된다. 지옥에 가지 못하도록 구원해주어야 한다. “전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구원을 받지 못한다”는 신앙의 의무가 있는 게 기독교다. 그래서 성의껏 선교한다. 선교한 후, 선교했었기에 구원을 받는 사람들을 보고서 기쁨을 느낀다. “아, 내가 지옥에 갈 사람들을 예수를 믿게 하고, 그래서 이분들이 천국에 가도록 해주었으니!” 하고 즐거움을 느낀다.   불교는 자력 신앙이다. 불교는 자기 스스로가 닦아서 스스로가 해탈해야 하는 종교이다. 부처를 믿으면 해탈하는 방법을 배우지만, 부처를 믿는다고 해서 부처가 해탈시켜주지는 않는다. 부처를 믿는다고 해서 죽은 후에 하늘나라에 가게 해주지는 않는다. 당신 스스로가 계(戒)를 지키면서 남들에게 선한 행위를 하면 당신 스스로가 하늘나라에 가는 것이다. 당신이 못된 짓을 저질렀으면 그 못된 행위 때문에 당신 스스로가 지옥에 가는 것이다. 부처를 믿고 안 믿고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지옥에 가면 지옥에서 죗값을 다 치르고 나면, 혹은 지옥에서 남들에게 선한 행위를 했으면 다시 인간으로 혹은 하늘나라에 태어난다. 잘되고 못 되고는 다 자기 하기나름이다.     그런데 불교는 “불교 믿으세요.” 하고 포교를 하고 다닌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불교가 포교를 안 하는 것은 아니다. 불교도 포교를 하고 있다. 포교 방식이 많이 다르다.     한국불교는 주로 미국이나 유럽 등 한국 사람들이 많이 사는 지역에 스님들이 와서 포교한다. 먼저 절을 지어놓는다. 불교에 흥미가 있으면 절에 스스로 찾아와서 불교를 믿으라는 것이다.     근래에는 주로 불교책이 불교를 많이 포교하고 있는 것 같다. 인도로 망명을 온 티베트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있다. 그는 많은 책을 썼다. 그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어서 불교가 널리 포교 되고 있다. 또 베트남에서 쫓겨나 지금은 프랑스에서 사는 틱낫한 스님이 있다. 그도 베스트셀러 책을 많이 썼다. 그의 책을 통해서 또한 불교가 널리 퍼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성철 스님과 법정 스님의 책들이 많이 팔린다.     불교는, 죽으면 다시 태어나고, 또 죽으면 다시 태어난다고 믿고 있는 종교이다. ‘죽고 태어나고…’ 하다 보면 금생에 안 믿어도 다음 생에서는 불교에 귀의해서 도를 닦게 된다는 게 불교이다. 다행히도 미국은 종교의 자유가 있기에, 불교책을 통해서 불교가 많이 퍼지고 있다. 조성내 / 컬럼비아 의대 정신과 임상조교수삶의 뜨락에서 선교 포교 불교도 포교 포교 방식 정도 선교

2026.02.02. 21:40

[산골 이야기] 하얀 겨울을 지나며

간밤에도 제설 자동차의 눈 치우는 소리에 잠을 설쳤다. 올겨울엔 지난해보다 눈이 많이 오는 편이다. 눈이 내린다 싶으면 언제 왔는지 한밤중에 제설 자동차가 들이닥쳐 눈이 쌓일 틈도 없이 쓸어내고 인부들은 염화칼슘 뿌리기에 바쁘다. 눈 오는 고장이라 제설 시스템은 철저하게 작동된다. 그러나 제설차가 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뉴저지에서 카운티 별로 차이는 있으나 대체로 2인치 미만의 적설량이면 바로 장비동원을 하지 않고 기다려 본다고 한다.   커튼을 열어 내다본 하얀 겨울은 세상이 멈춘 것처럼 조용하다. 가로수나 풀밭, 주변 산기슭이 온통 눈으로 뒤덮인 세상, 해가 뜨기를 기다려 밖으로 나와 눈밭을 밟아 본 뒤 차 위에 소복이 쌓인 눈을 긁어낸다. 운전할 때 시야 때문이지만 자동차 위에 눈이나 얼음을 매단 채 큰길로 나갔다간 벌금이 부과된다는 것은 썩 뒤에 안 일이다. 곧이어 딸한테서 전화가 걸려온다. “아빠, 오늘은 미끄러워 꼼짝 말아야 해요.” 눈 오는 날이면 영락없이 걸려오는 전화다.   피난 시절 머물렀던 충청북도 영동은 소백산맥에서 내려오는 바람으로 겨울 추위가 심했던 곳이다. 강추위로 논에 얼음이 꽁꽁 언 날 썰매를 타러 나가려고 하면 외할머니는 ‘감기 걸리니 꼼짝 말고 집에 있으라’ 고 붙잡으셨다. 그러나 저녁 시간 동네 사랑방으로 놀러 나가는 건 허락하셨다. 나는 버려진 탄피와 깡통으로 호롱불을 만들어 노인들이 모여 앉은 사랑방을 찾아다니며 ‘팥죽할머니와 호랑이’ ‘젊어지는 샘물’ 등의 이야기로 손바닥 그림자놀이를 했었다.   또래 동생들과 함께 몰려다니는 재미가 컸지만 전쟁의 상처와 혹한 속에서 살았던 그 시절은 아이들에게도 이웃에 대한 공동체 의식 같은 게 있어서 그런 놀이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로부터 세월이 또 몇 굽이를 돌고 돌아 추위가 없는 캘리포니아에서 살다 뉴저지로 옮겨와 세 번째 겨울을 맞고 있다. 여기는 눈이 내리거나 추운 날이면 산골 마을 전체가 적막감이 돌 정도로 조용해진다.   인접해 있으면서도 뉴욕과 뉴저지의 겨울 풍경이 크게 다르다. 뉴욕은 눈이 아무리 많이 내려도 여전히 바쁜 사람들, 꽉 찬 지하철, 심지어 눈 덮인 센트럴 파크에는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조깅하는 사람들로 붐빈다지만 뉴저지에 눈이 내리면 모두가 느리고 조용해진다. 도로는 물론 주 면적의 절반을 차지하는 산과 공원과 숲에는 사람보다는 자연의 숨결만으로 가득해진다. 뉴욕의 겨울이 화려하고 역동적이라면 뉴저지는 담백하고 한적하다.   지난가을에는 추위가 일찍 찾아오고 비가 잦은 탓에 어찌하다 보니 텃밭의 가을걷이는 물론 퇴비를 덮고 객토를 하려던 월동준비의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속절없이 긴 농한기를 보내는 동안 농기구와 비품들을 점검하고 실내에 토마토 고추, 가지, 바질 등의 파종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미루어 올해는 채소와 화초밭을 바꿔보고 작물의 종류도 욕심을 내지 말고 선택과 집중으로 농사의 내실을 기하기로 했다.   시화연풍(時和年?)이란 말이 있다. 천재지변이 없고 해마다 풍년이 든다는 뜻인데 시화는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를, 연풍은 인간과 산업과의 의미한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그의 전론(田論)에서 ‘생명을 낳게 하는 것은 하늘이요, 기르는 것은 땅이고, 그것을 완성하는 것은 사람’ 이라고 말하면서 세상사 모든 일에 사람들의 마음과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깨우쳐 주고 있다.   겨울에는 교도소에서도 사람들끼리 등을 비비며 추위를 쫓는다고 하는데 이웃 간의 관심, 연대가 없이는 연풍(年?)도 한갓 미망일 수밖에 없다.   딸네 집 텃밭까지 4마일을 오르내리는 좁은 산길에는 겨울이 한창이다. 숲속에는 하얀 눈이 그대로 덮여 있으나 찻길을 내느라 길섶에 밀어낸 눈덩이는 흉물스럽게 검은색으로 바뀌면서 마치 흑백 요리대전의 세트장을 연상케 한다. 더 볼썽사나운 것은 이 겨울 산골 밖에서 벌어지는 약육강식의 추태다. 어느 세월이 되어야 폭력과 탐욕의 시대가 가고 화평과 공존의 시대가 오려는 것인지. 산속의 검푸른 소나무 잎이라도 어서 연초록으로 변했으면 좋겠다. 김용현 / 언론인산골 이야기 겨울 겨울 추위 겨울 산골 겨울 풍경

2026.02.02.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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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삶에도 ‘조율’이 필요하다

연주가는 반드시 연주 전에 악기를 조율한다. 너무 조여 있는지, 혹은 느슨한지 점검한다. 인간의 삶도 마찬가지다. 살아가면서 이루어지는 사람끼리의 ‘관계성’이 바로 음악의 연주에 해당한다. 원활한 관계성은 그래서 조율이 필요하다.   인간의 관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은 크게 2가지다. 하나는 무관심이며, 다른 하나는 집착이다. 무관심은 악기의 느슨함에 해당한다. 줄이 느슨하면 음률에 탄력이 없어지듯, 무관심은 삶을 맥 빠지게 한다. 반면, 지나친 집착은 악기의 줄이 너무 조여 있어 자유로운 손놀림이 어려워질 때처럼, 삶을 긴장시키는 숨 막힘으로 이어진다. 이 두 가지 모두 인간의 아름다운 관계성을 해치는, 고장 난 현악기의 줄과 같다.                                                                           이 때문에 인간은 누구나 가끔 삶을 되돌아보며 삶을 조율하고 다른 이와의 관계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최근 유튜브에 올라온 한 이야기가 그것을 말해준다. 어느 날 IT로 성공한 돈 많은 젊은이가 값비싼 차를 몰고 쇼핑을 가다 빨간 신호등 앞에서 정차하고 있는데, 갑자기 홈리스처럼 보이는 어린아이가 다가와 벽돌로 고급 차의 앞 유리창을 작살냈다. 순간 화가 난 젊은 사업가는 차에서 내려 겁에 질려 떨고 있는 어린아이의 멱살을 잡고 흔들면서 부모가 누구냐며 호되게 다그쳤다. 그때 그 아이의 입에서 기상천외의 말이 튀어나왔다. “아저씨! 죽을죄를 지었어요. 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휠체어에서 떨어져 1시간 넘게 방치된 불쌍한 장애인 형을 살려낼 수 없어요. 아무리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도와달라고 외쳐도 누구 하나 눈길조차 주지 않기에 마지막 수단으로 이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어요. 제발 불쌍한 제 장애인 형을 살려주세요”라며 애원하는 것이었다.    순간, 젊은 사업가는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생전 처음 겪는 엄청난 비애와 분노 같은 죄의식에 사로잡힌 그는 즉시 자기 차의 뒷좌석에 두 아이를 태우고 병원으로 달렸다. 이런 일을 겪고 난 후부터 젊은 사업가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됐다는 실제 이야기였다.   일찍이 누군가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고 말했다. 인간은 사람들 안에서 자기의 존재를 느낄 수 있어서일까?  사람때문에 상처와 아픔을 겪기도 하지만, 사람을 떠나서는 살 수 없는 것 또한 인간의 삶이다.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관계성이 형성된다. 가족이 되고, 친구가 되고, 동창이 되고, 직장 동료가 되고, 믿음의 교우가 된다.   그 가운데서 우리의 관계성도 시냇물에 씻겨 다듬어진 조약돌처럼 온갖 희로애락의 세파에 씻겨 무관심과 집착마저도 원만하게 조율된다. 그래서 나태주 시인은 ‘오늘도 네가 있어, 내 마음이 꽃밭이다’라고 노래한 것 아닐까? 김재동 / 가톨릭 종신부제·수필가이 아침에 조율 관계성도 시냇물 나태주 시인 사회적 동물

2026.02.02.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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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한미 양국 보수정당의 딜레마

보수정당이 요즘 가장 크게 흔들리는 지점은 이념 그 자체가 아니라 ‘통치의 방식’이다. 극우적 방향성이 선명해지면서 정당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합리성인 타협과 절차, 책임감은 무너지는 장면이 반복되고 있다. 결국 하나의 딜레마로 귀결된다. 강경 지지층을 붙잡기 위해 오른쪽으로 갈수록 중도층은 멀어지고 통치 역량은 약해진다. 그렇다고 강경 지지층과 거리를 두는 순간, 조직이 흔들린다. 지금 미국과 한국의 보수정당은 이런 딜레마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최근 연방의회 세출법안 표결 과정에서 공화당은 결속보다 분열을 방치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최장기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를 겪은 뒤 부분적 셧다운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지만, 지도부는 내부 이견을 정리하지 못했고 결국 지난달 31일 부분적 셧다운이 시작됐다. 하원 공화당 내 일부 의원들은 당론을 거스르며 반대에 나서 상황은 더 꼬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과의 교착 상황을 풀기 위해 세출법안에 건강보험 관련 개혁안을 덧붙이며 중재를 시도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특히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 존 튠은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며 민주당과 협상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여기서 본질적인 질문이 하나 생긴다. 공화당은 왜 스스로 통치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합리적 타협을 회피하는가. 정답은 정치적 양극화 속에서 정당을 움직이는 동력이 중도층이 아니라 극단적 지지층의 결속력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극우 성향 지지층은 투표장에 더 충성스럽게 나오고, 온라인에서 더 크게 싸우며, 후원금과 정당 재정에도 더 많이 기여한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마가(MAGA) 스탠스는 이 지지층과 정당의 연결고리를 ‘정체성’ 수준으로 만들어버렸다. 공화당이 강경 노선을 완화하는 순간, 이는 정책 조정이 아니라 ‘배신’으로 프레이밍될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로널드 레이건과 조지 W 부시 시대 공화당의 중심이었던 신보수주의자들, 이른바 네오콘은 사실상 비주류로 밀려났고, 한때 공화당의 얼굴이던 ‘합리적 보수’는 오히려 약점이 됐다.   그럼에도 합리성 회복의 필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강경 지지층 결집은 단기적으로 유리할 수 있지만, 중도층 이탈이 본격화되는 순간 정당의 확장성은 급격히 약화된다. 실제 최근 여론 흐름에서도 중도층이 민주당으로 기우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선거의 승패는 결국 막바지에 판단을 내리는 중도층이 좌우하는 만큼, 이 흐름이 굳어질 경우 보수정당은 장기적으로 세력 기반을 잠식당할 수밖에 없다.   이 딜레마는 한국에서도 똑같이 나타난다. 보수정당인 국민의힘은 한동훈 전 대표 제명 이후 당내 분열이 격화되고 있지만, 장동혁 대표 지지자도 많다. 그 이유 중 하나로 “당내 재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장동혁 대표 취임 3개월여 만에 매월 1000원 이상 당비를 납부하는 책임당원이 20만 명 이상 늘었고, 지난달 기준 당원 수는 100만 명을 넘겼다. 한국 보수정당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동시에 위축의 길을 걷고 있다. 계엄 사태의 잘못을 인정한다고 말하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은 명확히 하지 못했다. 이 모호함은 진정성 논란으로 되돌아오고, 당내 소장파는 지도부를 비판하고 있다. 결국 관건은 늘어난 책임당원이 정당의 외연을 넓힌 것인지, 아니면 강성 지지층이 당을 더 좁은 방향으로 묶어버린 것인지다. 만약 후자라면 현 지도부가 합리성으로 선회하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결국 미국이든 한국이든 보수정당의 현실은 같다. 강경 지지층만 품으면 당장은 버티겠지만, 중도층과는 멀어지고 통치 능력도 약해진다. 반대로 합리성을 회복하려면 극단과는 일정한 선을 그어야 하지만, 그 순간 당내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     그럼에도 장기적 생존을 원한다면 답은 하나다. 보수정당은 극우화의 유혹을 끊고 상식과 정책, 협상이 작동하는 합리적 정당으로 돌아가야 한다. 김경준 / 사회부 기자기자의 눈 보수정당 딜레마 강경 지지층 극단적 지지층 하원 공화당

2026.02.02.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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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다정한 안부

가녀린 겨울 풀꽃을 보고 있노라면 / 가녀린 삶의 여정을 보는 듯하오 / 죽은 듯 엎드렸다가도 살아나고 / 모진 바람에 꺾일 듯 꺾이지 않는 // 아직 풀잎에 맺히지 않은 눈물이라면// 어딘가에 뿌리내린 씨앗이 되었을게요 / 풀잎의 마음을 품고 없었던 길을 날아 / 바람의 손을 잡고서라도 길을 // 잔잔한 생명들이 이리도 아름답다니 / 새삼 살아 있다는 경이로움에 / 풀잎의 시간은 꽃이 되어 내게로 올 거요 / 흘러가는 강물처럼 마침내 큰 바다를 이룰 거요 // 종이배 따라 뛰었던 유년의 행복 / 첫 기타를 튕기던 방 안 가득 전해왔던 기쁨 / 마음을 전할 수 없어 문 앞을 서성였던 설렘마저 / 겨울 풀꽃의 시간은 조각조각 색깔이 되어 / 돌아누운 봄을 향해 꽃으로 피어날 거요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 〈패치 아담스〉. 주연은 이런 영화에 꼭 어울릴 만한 로빈 윌리엄스다. 〈후크〉, 〈미세스 다웃파이어〉에서도 그의 진면모를 보여줬지만, 그의 익살스러운 연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영화의 첫 장면은 버스를 타고 정신병원에 자원해 입원하는 패치 아담스의 믿을 수 없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미 깊은 고뇌에 빠져 세상을 등지고자 자살 시도도 여러 번 시도한 그에게는 모두가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에 돌아갈 집이 없었다. 마음속은 폭풍으로 요동치고 그는 목적지를 잃은 채 정신병원으로 향한다.   정신 병동에서 그는 특유의 입담과 익살로 금세 환자들의 친구가 된다. 룸메이트인 다람쥐 강박증 환자인 루디 역시 그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된다. 그는 환자들과 어울리며 그들의 귀가 되고 입이 되었다. 방황하던 그의 삶이 비로소 살아야겠다는 길을 찾은 것이다. 의사는 환자에게 웃음과 희망을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그를 깨어나게 했다. "전 정말 사람들의 말을 귀담아듣고 싶어요." 사람들의 내면을 함께 느끼고 이해한다면 우리가 우려했던 어려움의 문제는 서서히 해결되리라 생각했다. 병원을 떠나면서 앞으로 자신은 사람들의 아픔과 절망과 상실의 몸을 감싸주는 패치(Patch)의 역할을 감당하리라 다짐한다. 병의 고통으로부터 사람들의 눈총으로부터 웃음과 행복을, 희망의 씨앗을 되돌려줄 익살스런 광대가 될 것을 결심하게 된다.   2년 후 그는 버지니아 의대에 입학한다. 그는 의과대학에 입학 후 매우 높은 점수로 동료들의 부러움을 사지만 여전히 그의 마음 속엔 공허함을 느낀다. 그는 3학년 이후부터 들어갈 수 있는 실습을 몰래 따라다닌다. 그렇게 몰래 병동을 다니며 소아암으로 죽음을 기다리는, 웃음을 잃어버린, 삶의 의욕마저 잃어버린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 왜 나에게 이런일이 일어 났지? 분노에 가득한 표정으로 말하기를 거부한 환자에게 다가가 익살스런 광대의 모습으로 다가가 저들의 마음을 보듬어 주고 웃음과 희망을 되돌려준다. 약봉지 대신 위로하고, 딱딱한 훈계 대신 저들의 이름을 불러주고, 말을 건네고 진정한 친구가 되어준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이를 용인하지 않았고, 그는 의사로서의 권위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퇴학의 위기를 수차례 당면하게 된다.(시인, 화가) *다음주에 계속 됩니다.     신호철신호철 풍경 패치 아담스 겨울 풀꽃 자살 시도

2026.02.02.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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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동산 정책, 부동산 정치로 가선 안 된다

대통령의 부동산 관련 언급의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어제(2일) SNS에 국민의힘이 부동산 정책을 비판한 내용을 담은 기사를 링크한 뒤 이를 “망국적 부동산 투기 옹호”로 지칭했다. 전날 시장의 혼선을 다룬 언론 기사에 “억까(억지로 까기)”라며 “왜 이렇게까지 망국적 부동산 투기에 편드냐”고 비판한 데 이은 것이다. 앞서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방침을 밝힐 때까지만 해도 시장은 대통령의 직접소통 성격으로 받아들였다. 가격 상승 기대라는 쏠림을 차단하기 위한 일종의 ‘구두개입’이란 해석도 나왔다. 하지만 다주택자를 향해 연이어 최후통첩성 압박에 나서고, 현실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언론 등에도 ‘투기옹호’ 딱지를 붙이면서 양상은 점차 대통령이 주도하는 여론전으로 바뀌었다. 거칠고 날선 표현들이 동원되니 일각에선 대통령이 부동산 정책이 아닌 지지층을 의식한 부동산 정치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온다. 야권이 반격에 나서며 소모적 논란이 재연될 조짐도 보인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 대통령의 발언이 신뢰를 얻으려면 여당과 정부의 다주택자들부터 집을 팔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의원 165명 중 25명이 다주택자다. 또 강남 4구에 주택을 보유한 의원 20명 중 11명은 거주하지 않고 임대를 놓고 있다. 이 대표는 이를 언급하며 “만약 이 내부자들이 (양도세 중과가 유예되는) 5월 9일까지 자신의 주택을 매각하지 않으면 시장은 정책을 만든 사람들조차 이 정책의 효과를 믿지 않는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에선 다주택자 등 특정 집단을 시장을 교란하는 투기세력으로 악마화하고, 한편에선 ‘내로남불’ 프레임으로 반격하는 건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익히 봐 왔던 장면이다. 그 결과는 모두가 안다. 정쟁과 갈등이 이어지며 정부는 급속히 정책 동력을 잃었고, 시장의 불확실성만 키웠을 뿐이다. 부동산 시장의 안정은 정권 차원의 이해를 넘어서는 우리 사회의 과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건 부동산 정치가 아닌 실효성 있는 정책과 이를 꾸준히 추진해가는 일관성이다.

2026.02.02. 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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