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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가 있는 아침] (320) 내게 쓰는 엽서

중앙일보

2026.03.18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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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효 시인
내게 쓰는 엽서
김상묵(1947~ )

깨꽃 나붓는 날은
어둠을 베개하고 혼자 울리라

하늘 청청(靑靑)
땅 청청
이날 사위면
가도 가도 끝없을 지평(地平) 어디메
창 닫고 눈 닫고서
숨어 울리라

별 하나 달 하나 거기쯤 두고
놓아 보낸 젊음을
빚어
울리라
-골뱅이 편지(태학사)

김상묵과 초원의 빛
젊은 시절 김상묵이 쓴 연시를 읽으며 그 시절을 그리워한다. 봄빛처럼 눈 부셔야 할 그 시절에 어찌 그리도 눈물이 많았을까? 혼자 우는 밤은 또 왜 그리도 흔했을까? 그러나 그 울음은, 그 눈물은 순수한 영혼의 훈장이었음을 나이 들어서 안다.

“한때는 그렇게도 밝았던 광채가/ 이제 영원히 사라진다 해도/ 초원의 빛이여, 꽃의 영광이여/ 그 시절을 다시 돌이킬 수 없다 해도/ 우리 슬퍼하기보다, 차라리/ 뒤에 남은 것에서 힘을 찾으리”
-초원의 빛(윌리엄 워즈워드 시, 장영희 역)

김상묵 시인은 사설시조의 독보적 존재다. 그가 고향인 충남 성환읍 대홍리(홍경)를 소재로 쓴 ‘횡겡이 사설’은 현대시조에서 사설시조의 영역을 확장시킨 문학적 업적이다. 그런 그가 절정의 시기에 돌연 시조를 접고 목회의 길을 걸었다.

유자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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