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지역의 한 마라톤 경기에서 고령 운전자가 몰던 1t 포터 트럭에 치여 뇌사상태에 빠졌던 20대 선수가 끝내 숨졌다. 1일 청주시 등에 따르면 청주시청 직장운동경기부 소속 20대 A씨는 지난달 30일 오전 1시 30분쯤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세상을 떠났다. A씨는 지난달 10일 오전 10시쯤 옥천군 구간에서 진행된 한 마라톤대회에서 80대 B씨가 몰던 1t 포터 트럭에 치여 머리 등을 크게 다치면서 뇌사 상태에 빠졌다. 당시 마라톤대회는 편도 2차선 중 2차로만 차량 통행이 통제된 채 진행됐는데, 1차로를 달리던 B씨의 트럭이 차선을 변경하던 중 선두로 달리고 있던 B씨를 시속 57㎞로 들이받았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고 지점 전방 100m 정도에 떨어진 신호등을 보느라 A씨를 미처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B씨의 혐의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변경해 조만간 사건을 검찰에 불구속 송치할 예정이다. 김지혜([email protected])
2025.11.30. 15:55
강원 속초의 한 아파트에서 강풍에 날아온 지붕 구조물이 주차된 차량 여러 대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1일 오전 2시 53분쯤 속초시 교동 한 아파트 주차장에 지붕 구조물이 떨어져 차량 6대가 손상을 입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신고를 받은 소방대는 즉시 현장에 출동해 파손된 구조물을 제거하고, 추가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 출입 통제선을 설치하는 등 안전조치를 마쳤다. 이후 관련 상황은 아파트 관리 측에 인계됐다. 현재 속초를 포함한 동해안 6개 시·군에는 강풍주의보가 발효 중이며, 당국은 시설물 피해와 낙하물 사고에 대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한영혜([email protected])
2025.11.30. 15:54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29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5일 쿠팡으로부터 이번 사태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하고 개인정보 유출 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수집해 분석 중이다. 쿠팡이 제출한 고소장에는 피고소인이 '성명불상자'로 기재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은 지난 18일 약 4500개의 고객 계정에 대한 개인정보가 무단으로 노출됐다고 밝혔으나, 후속 조사 과정에서 노출된 고객 계정 수가 3370만개로 크게 늘었다. 쿠팡에 따르면 이번에 노출된 정보는 고객 이름, 이메일 주소, 배송지 주소록에 입력된 정보 등이다. 결제 정보와 로그인 정보는 유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신혜연([email protected])
2025.11.30. 15:36
리돈도비치에서 교통사고로 전력 공급이 끊기며 남가주에디슨(SCE) 고객 336가구가 정전 피해를 입었다. 사고는 리돈도비치 랄스턴 레인과 프루이트 드라이브 교차로 인근에서 발생했다. 리돈도비치 시는 사고 사실을 주민에게 알리고 현장 주변을 피하라고 통보했다. 릴리엔탈 레인과 랄스턴 레인 동쪽 방향 차량 통행은 일시적으로 차단됐다. SCE에 따르면 전력 공급은 오전 10시 44분부터 중단됐다, 복구 예상 시각은 오후 4시 30분이다. 정윤재 기자교통사고 온라인 336가구 정전복구 고객 336가구 정전 피해
2025.11.30. 15:14
중서부와 오대호 지역을 강타한 강력한 겨울폭풍의 영향으로 전국 항공편 수백 편이 결항되면서, 추수감사절 귀경길에 나선 여행객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30일(일)은 지난 15년 중 가장 붐비는 항공 여행일이 됐다는 분석이다. 항공 정보 사이트 플라이트어웨어(FlightAware)에 따르면 이날 정오 기준 국내선 및 국내 출발·도착 항공편 중 총 6211편이 지연됐으며, 1006편이 결항됐다. 이번 폭풍으로 인해 캘리포니아 최대 관문 공항인 LA국제공항(LAX)도 큰 영향을 받았다. LAX에서는 출발편 6편이 결항됐고 126편이 지연됐다. 도착편은 12편이 결항됐으며 155편이 지연됐다. 이 외에도 버뱅크 공항, 롱비치 공항 등 남가주 주요 공항에서도 다수 항공편이 지연됐다. 연방교통안전국(TSA)은 추수감사절 연휴부터 내일(2일)까지 약 1780만 명이 항공편을 이용한 것으로 전했다. 특히 30일 하루에만 300만 명 이상이 공항 보안 검색대를 통과할 것으로 추산했다. TSA 부국장 직무대행 애덤 스탈은 “추수감사절 이후 일요일은 TSA 역사상 가장 바쁜 날 중 하나”라고 밝혔다. 겨울폭풍 외에 단기적 운항 차질 요인도 있었다. FAA(연방항공청)와 EASA(유럽항공안전청)는 최근 에어버스 A320 기종 소프트웨어 문제와 관련해 긴급 안전 지시를 발령했다. 30일 젯블루 항공편(칸쿤→뉴워크)이 기내 고도 불안정 문제로 탬파에 비상 착륙해 15~20명이 부상한 사고 이후 내려진 조치다. 당국은 여행객들에게 공항으로 향하기 전 전국 실시간 항공 지연 정보(NASstatus.faa.gov), 지역 기상 상황(National Weather Service)을 확인하고, 개별 항공사 웹사이트·앱에서 최신 운항 현황과 탑승 게이트 변경 정보를 반드시 확인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최인성 기자겨울폭풍 온라인 전국 항공편 도착 항공편 다수 항공편
2025.11.30. 15:13
3000만건이 넘는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겪은 쿠팡이 '유출 정보를 공개하겠다'는 협박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2대는 쿠팡이 "회원들의 개인정보를 보유하고 있다"며 "보안을 강화하지 않으면 유출 사실을 언론에 알리겠다"는 협박성 e메일을 받은 사실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e메일에 금전 요구는 없었다고 한다. 경찰은 이 이메일이 쿠팡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빼돌린 인물과 동일인이 보낸 것인지 추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쿠팡에서 근무했던 중국 국적 직원이 고객 정보를 유출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으나 경찰은 신중한 입장이다. 경찰은 지난달 21일 이 사건에 대한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했고, 25일 정보통신망법상 정보통신망 침입 혐의로 '성명불상자'를 수사해달라는 쿠팡의 고소장을 접수해 수사로 전환했다. 이후 28일 쿠팡 측 고소인 조사를 마쳤으며 쿠팡으로부터 서버 기록 등 자료를 임의제출 받아 분석 중이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지난달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관계 부처 긴급 대책회의에 참석해 "다수의 국민이 피해를 입은 사안인 만큼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피의자를 신속히 검거하겠다"며 "관계 부처와 협력해 국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쿠팡은 최근 약 4500개 계정의 개인정보가 무단으로 노출된 사실을 인지했다고 밝혔으나 후속 조사 과정에서 노출된 계정 수가 3370만개로 확인됐다. 고객 이름, 이메일 주소, 배송지 주소록에 입력된 정보 등이 유출됐지만 결제 정보와 로그인 정보 등은 유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게 쿠팡 측 설명이다. 김지혜([email protected])
2025.11.30. 14:38
검찰이 대장동 민간업자 3인방의 동결 자산 2000억원 규모의 추징보전 해제 여부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남욱 변호사 측이 최근 청담동 건물에 대한 추징보전 해제를 요구하면서 항소 포기 결정의 직격탄을 맞은 검찰이 법적·정책적 부담을 모두 고려한 대응책을 찾는 모양새다. 현재 서울중앙지검이 놓인 선택지는 크게 추징 보전 유지와 해제 두 가지다. 추징보전을 유지하면 민간업자 측이 국가배상 청구 등 후속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커진다. 반대로 보전을 즉시 해제하면 여론적 부담은 물론, 성남시 등이 향후 민사소송에서 손해배상 판결을 받아도 실질적 환수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 고려 요소다. 이런 이유로 검찰에서는 추징 보전을 해제하면서도 사실상 동결 효과를 유지하는 우회적 방식까지도 포함해 검토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선 먼저 기존 추징보전을 유지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2007년 대법원은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사건에서 징역형은 일부 감경하면서도 추징액을 늘려 확정한 판례가 있다. 당시 재판부는 “불이익변경 금지의 원칙을 적용함에 있어서는 주문을 개별적·형식적으로 고찰할 것이 아니라 전체적·실질적으로 고찰해 그 형의 경중을 판단해야 한다”며 주형을 감경한 만큼 추징이 다소 증가해도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위반이 아니라고 봤다. 이를 대장동 사건에 적용하면, 배임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김만배씨뿐 아니라 1심에서 추징금이 선고되지 않은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도 배임을 근거로 추징액이 늘어날 수 있다는 논리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 논리가 그대로 적용되기엔 제약이 많다는 지적이 있다. 무엇보다 현재 추징보전의 법적 토대가 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는 1심에서 무죄가 사실상 확정됐다.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추징의 전제가 된 법리가 사라진 상태이고, 배임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이 아닌 업무상 배임만 인정된 점을 고려하면 추징보전을 계속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성남시의 가압류를 이끌어 실질적 동결을 유지하는 방안 역시 가능성이 있다. 항소 포기로 검찰이 직접 추징 보전을 유지할 근거가 약해진 만큼,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 중인 성남시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검찰이 추징 보전한 재산에 대해 가압류를 신청하는 방식이다. 성남시가 가압류를 걸어 자산을 묶은 뒤 검찰이 추징 보전을 해제하는 구조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유사한 방식이 실제로 작동한 사례도 있다. 지난해 서울서부지검은 불법 대부업체의 자산 22억원을 몰수·추징했다가 법원이 “개인 재산과 섞여 몰수할 수 없다”고 판단하자 피해자들과 직접 소통에 나섰다. 이후 대한법률구조공단이 피해자를 대리해 해당 자산에 대한 가압류를 신청해, 자금이 다시 피고인에게 돌아가는 것을 막은 바 있다. 형사상 강제 처분이 무력화돼도 민사 가압류로 ‘동결’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전례다. 성남시도 최근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대장동 일당의 동결 자산 목록을 넘겨받고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실무를 맡을 대형 로펌들이 잇따라 수임을 고사해 가압류 전략이 초기부터 난항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 변호사는 “실제 손해액을 명확히 특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특경가법 배임이 아닌 업무상 배임으로 유죄가 선고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민사에서 수백억~수천억원이 넘는 손해액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와 별도로, 위례신도시 개발 의혹을 근거로 새로운 추징보전을 신청하는 방안도 내부적으로는 거론된다.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가 공통 연루된 사건인 만큼 법리적 연결성은 존재하지만, 위례 사건의 추정 범죄수익이 약 210억원에 불과해 대장동의 2000억원과는 규모 차이가 크다. 이미 재판이 1심 결심까지 진행돼 뒤늦게 추징보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도 나온다. 석경민([email protected])
2025.11.30. 13:01
정부가 건강보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신약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13년 만에 무더기 약품 가격 인하에 나섰다. 신약(오리지널 약)의 특허 기간이 끝난 후 생산하는 복제약(제네릭)이 대상이다. 이번 조치로 환자 부담이 일부 줄어든다. 국내 제약사 매출이 적지 않게 줄게 돼 신약 개발 투자가 오히려 위축될 수 있다는 반발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약가 대책을 공개했다. 희귀질환 치료제의 건보 등재 기간을 최대 240일에서 100일로 줄인다. 신약의 비용·효용 분석 방법을 개선한다. 혁신적 제약기업, 연구·개발 적극 투자 기업을 우대한다. 현재 제네릭 약가는 오리지널의 53.55%이다. 정부는 내년 7월부터 3년에 걸쳐 40%로 낮춘다. 가령 오리지널 약이 1000원이라면 제네릭의 지금 가격은 536원이고, 내년 7월 이후 400원으로 내려간다는 뜻이다. 환자 부담은 인하 가격의 20~30%인 27~41원 줄어든다. 건보가 되는 제네릭은 2만 1000여개이다. 정부는 이번에 6000여개의 가격을 내린다. 2012년에는 모든 제네릭 가격을 14%(1조7000억원) 내렸다. 이중규 보건복지부 건강보험국장은 "2012년 인하된 후 같은 가격을 유지하는 6000여개만 내린다. 이들 약은 그동안 충분히 이익을 확보했을 것으로 본다"고 말한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중증 희귀질환 치료제의 건보 적용을 앞당긴다니 환영할 만하다"며 "제네릭의 장점은 가격이 낮은 것인데, 오히려 높게 돼 있기 때문에 이를 개혁해 연구·개발(R&D)에 투입하면 긍정적 효과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제네릭 가격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17배로 높다. 정부는 이걸 낮춰서 건보 지출(연간 1조원 미만 예상)을 줄이려 한다. 그런데 약품비가 늘긴 했지만 약을 제외한 나머지 진료비는 더 늘었다. 지난해 약품비는 2017년보다 65.6%, 진료비(수술·검사·재료 등)는 74.2% 늘었다. 같은 기간 진료량도 늘고 노인 인구(증가율 39.4%)도 늘어 약품비와 진료비를 다 끌어올렸다. 지난해 건보 지출은 111조원이다. 의정 갈등 여파로 5년에 걸쳐 10조원 더 늘어난다. 지출을 억제하려면 과잉진료 축소, 약 사용량과 가격 관리가 필요하다. 약가는 10여년 제대로 손대지 않았다. 정부는 '약가 거품'이 의사 리베이트 재원으로 쓰인다고 의심한다. 그러나 기업은 비상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 협회는 "제약산업은 반도체 못지 않게 중요한 미래 먹거리"라며 "이번 조치로 연구·개발 투자와 고용의 핵심 재원이 줄어 신약 개발 지연, 설비 투자 축소, 글로벌 경쟁력 후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유명 제약사 대표는 지난달 28일 "정부가 제네릭을 왜 자꾸만 '나쁜 존재'로 보나. 제네릭 덕분에 코로나19를 극복했지 않았느냐"며 "약가 인하는 영업이익 감소로 연결돼 신약 개발 투자를 더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제약사 대표는 "연간 130억~150억원 매출이 줄어든다. 그러나 다국적 제약회사는 좋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환자 부담 감소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경제학연구』최근호에 실린 '2012년 일괄 약가인하 정책 영향' 논문(교신저자 최윤정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에 따르면 당시 약가 인하된 기업의 2013~2019년 매출이 26~51.2% 줄었다. 이들 기업은 대응책으로 비급여 의약품과 미인하 약 생산을 늘렸다. 이로 인해 소비자 부담이 오히려 13.8% 증가했다. 건보 재정 절감 효과도 기대보다 떨어졌다. 신성식.남수현([email protected])
2025.11.30. 13:00
지난달 28일 YTN의 민영화 취소 결정으로 윤석열 정부 당시 방송통신위원회(현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2인 체제 의결’이 또다시 위법 판단을 받았다. 법원에서 ‘2인 의결’의 위법성을 둘러싸고 진행 중인 소송은 1·2심 본안만 10여건이다. ‘2인 방통위’의 여파가 행정소송의 형태로 이어지면서 새로 출범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에도 과제가 쌓이고 있다. ━ 방통위 내리 패소…‘2인 체제 위법성’은 판단 갈려 MBC가 방통위를 상대로 제기한 ‘PD수첩 김만배-신학림 녹취 인용보도’ 관련 과징금 처분 취소 소송은 오는 17일 항소심 3차 변론을 앞두고 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0월 “(2인 의결은) 정족수를 채우지 못한 하자가 있어 위법하다”고 했다. 내년 1월 9일에는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권태선 이사장이 방통위를 상대로 낸 해임 취소 소송 항소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1심 법원은 “정당한 해임 사유가 없다”며 권 이사장 손을 들어줬다. 이밖에 지난 6월 선 JTBC가 제기한 과징금 취소 소송 1심에서는 “의결정족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판단했고 2심이 진행 중이다. 이처럼 방통위 패소 판결이 이어지고 있지만 ‘2인 체제’의 위법성에 대해서는 하급심마다 엇갈린 판단도 나왔다. 지난 8월 서울행정법원은 조능희 전 MBC플러스 사장 등 3명이 제기한 이사 임명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다만 재판부는 ‘2인 의결’에 대해서는 “의사 정족수에 관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위법하지 않다”고 했다. 이 판결은 방통위가 항소하지 않으면서 지난 9월 확정됐다. MBC가 제기한 제재조치 처분 취소 소송에서도 지난 7월 서울행정법원이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급심 판단이 엇갈리는 가운데 대법원에서는 아직 ‘2인 의결’ 소송에 대한 본안 판단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지금까지는 ‘방통위 패소 → 방통위의 항소 취하’의 형태로 대법원까지 가지 않고 본안 소송이 확정돼왔기 때문이다. 다만 대법원은 지난 3월 민사소송의 가처분 격인 집행정지 결정을 통해 “2인 체제에 위법 소지가 있다”는 원심을 확정한 바 있다. 이때 원심은 방문진 이사진 6명이 제기한 임명처분 집행정지 결정에서 “(2인 의결은) 방통위법의 입법 목적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했는데, 방통위 측이 재항고했으나 대법원은 원심 결정을 심리 없이 확정하는 ‘심리 불속행 기각’ 결정을 내렸다. 2인 의결에 위법 소지가 있다는 판단에 대법원이 수긍한 것이다. ━ 2인 방통위의 그늘…방미통위서 재의결해야 할 수도 ‘2인 방통위’의 그늘이 법정 다툼의 형태로 이어지면서 새 정부에서 출범한 방미통위가 해결해야 할 과제 역시 쌓여가고 있다. 앞서 2인 방통위가 의결한 안건들의 법적 근거가 흔들리면서 새 위원회 구성 후 재의결 절차가 필요할 수 있다.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사법부에서 2인 의결이 위법하다고 확정된다면 이를 어떻게 치유할 것인지는 앞으로의 숙제”라며 “방미통위가 당사자로서 항소를 하지 않거나 과반 이상의 재적위원이 참여한 상태에서 새로운 의결을 시도하는 방법 등이 있다”고 했다. 판결이 확정될 경우 2인 방통위의 의결에 대한 불만을 품고 당사자들이 민사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해임처분 취소소송 1심에서 승소한 남영진 전 KBS 이사장은 방통위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1심 판결이 나온 시점에 이미 임기가 지나 승소 확정(지난 7월) 후에도 복귀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YTN의 지분 30.95%를 취득하는 최대 주주 자격을 취득했던 유진그룹 측은 지난달 28일 “항소를 적극적으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방미통위는 “판결문이 송부돼 오면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최서인([email protected])
2025.11.30. 13:00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이 12·3 계엄 당일 추경호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상황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계엄 해제 요구안 표결에 참석하지 못했다는 취지의 국민의힘 의원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30일 파악됐다. 계엄 다음날 추 원내대표가 표결 참석을 막았다고 주장한 김상욱 의원(현 더불어민주당) 외에도 현직 국민의힘 의원들로부터 사실상 표결권을 침해당했다는 내용의 진술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특검팀은 최근 국민의힘 의원 10여명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마쳤다. 이튿날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 당시 국회 본청 원내대표실과 당사에 있던 복수의 국민의힘 의원으로부터 “추 전 원내대표가 당시 상황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표결에 참석하지 못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한다. 이들은 추 전 원내대표가 우원식 국회의장으로부터 통보받은 본회의 개최 시간,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대통령실 관계자들과의 통화 내용 등을 알았다면 표결 참여 여부 판단을 달리할 수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는 추 전 원내대표가 의원총회 장소 변경 등으로 표결을 방해해 윤 전 대통령의 계엄에 가담했다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구성의 핵심 논리와도 직결된다. 특검팀은 오는 2일 추 전 원내대표 영장실질심사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아 구속 필요성을 강조할 예정이다. ━ “우 의장·대통령실 관계자 통화 내용 알리지 않아” 우 의장은 지난해 12월 4일 오전 0시 29분 추 전 원내대표와 통화에서 “1시간 뒤(오전 1시30분쯤) 본회의를 개의하겠다”고 통보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1시간은 빠듯하다. 국회의원들을 모을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으나 우 의장은 10분 뒤 “본회의 개의를 1시로 앞당기겠다”고 통보했다. 당시는 추 전 원내대표가 의총 장소를 국회(11시3분 공지)→당사(11시9분)→국회(11시49분)로 바꿨다가 다시 당사(오전0시3분)로 바꾼 이후 시점이다. 0시47분 본회의는 개의됐고 계엄 해제안은 오전 1시1분 가결됐다.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50명 이상은 당사에 모여있었고, 18명만 표결에 참석했다. 이에 대해 추 전 원내대표 측은 “국회법상 개의 통보는 국회의장의 책무로 따로 알릴 필요가 없었다”며 “언론에서 4일 0시37분에 본회의 개의 속보가 나오는 등 본회의 개의는 모두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국회운영과는 4일 오전 0시 42분쯤 오전 1시에 본회의를 소집한다는 문자를 전체 의원에게 보냈다. 그러나 특검팀은 국회 공식 공지나 언론 속보가 나가기 전 본회의 개최가 급박했던 사실을 알았다면 10분 거리의 당사에 있던 수십 명의 의원 등이 다른 판단을 할 수 있었다고 보고 있다. 또 국민의힘 의원 진술에서 지목된 통화는 비상계엄 당일 추 전 원내대표가 홍철호 전 대통령실 정무수석(3분 23초), 한덕수 전 총리(7분 33초)에게 건 전화, 이후 윤 전 대통령(2분)으로부터 걸려온 전화 등이다. 특검팀은 추 전 원내대표가 대통령실 관계자와 통화에서 비서실장, 수석, 국무위원의 반대에도 계엄을 강행했다는 불법성을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의원들에게 판단할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판단한다. 특검팀은 원내대표가 의정활동에 필요한 정보를 신속히 제공하고 설명해야 하는 의무를 명시한 국민의힘 당헌57조에 주목해 의무를 저버렸다고 강조한다. 추 전 원내대표 측은 “홍 전 수석이나 한 전 총리 등과의 통화에서 계엄의 위헌 위법성을 인식할 수 있는 내용이 없었고, 의총이 열리면 알릴 생각이었다”고 해명했다. 또 “국회로 이동하던 중 물어보는 의원에게는 윤 전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을 말해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당시 민주당 등 범야권이 192석으로 계엄 해제안 단독 의결이 가능했지만, 윤 전 대통령이 계엄군을 동원해 본회의장에 모인 의결 정족수를 막으려 국회의원 체포 시도를 하려던 상황인 점에 주목한다. 계엄사령부 포고령 1호가 ‘집회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 금지로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권을 무력화하려 한 것인데, 추 전 원내대표가 의원들의 본회의장 진입을 방해하면서 간접적으로 협조했다고 보고 있다. 김보름.김성진([email protected])
2025.11.30. 13:00
━ 대한민국 '트리거 60' <56> 금융실명제 실시 1993년 8월 초. 과천 주공아파트 관리사무소로 505동 304호에 대한 주민 신고가 들어왔다. 밤늦게까지 타자 치는 소리와 파쇄기 소리, 사람 목소리가 계속 들리고 넥타이 맨 남자들이 우글대는데 간첩 같다는 것이었다. 대학교수들이 남북통일 용역 연구를 하고 있다고 둘러댔지만, 사실 이곳은 재무부가 금융실명제를 준비하는 비밀 아지트였다. 바로 여기서 한국의 경제 질서를 바꾼 금융실명제가 은밀하고 위대하게 모양새를 갖춰가고 있었다. 첫 시동에서 발표까지 불과 4개월. 금융실명제는 철저한 보안 속에 치러진 속도전이었다. 93년 4월 중순 김영삼(YS) 대통령의 지시로 이경식 부총리가 꾸린 한국개발연구원(KDI)팀이 초안을 마련했다. 5월에 재무부가 가세했고, 곧이어 과천 아파트에서 합숙하며 시행을 준비했다. 일부 공무원은 가족과 주변에 “해외 출장 간다”고 하고서는 아지트로 들어갔다. 8월 12일 오후 7시45분. YS가 방송 카메라 앞에 섰다. “저는 이 순간 엄숙한 마음으로 헌법 제76조 1항의 규정에 의거해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대통령 긴급 재정경제명령’을 발표합니다… 드디어 우리는 금융실명제를 실시합니다. 이 시간 이후 모든 금융 거래는 실명으로만 이뤄집니다….” 특별 담화를 시작하고 15분 뒤인 오후 8시에 긴급명령이 발동됐다. 모든 금융거래, 즉 예·적금과 보험뿐 아니라 자기앞수표, 양도성예금증서(CD), 회사채 등의 발행과 이자 지급, 상환에 실명제가 적용됐다. 실명 전환하면 계좌별로 최대 5000만원까지 자금 출처 조사를 면제했다. 전환 의무기간은 2개월이었다. 이행하지 않은 금융자산에 대해서는 6년에 걸쳐 매년 10%씩, 최대 60%까지 과징금을 매기도록 했다. 실명제 실시 직전을 기준으로 가명·차명 계좌 자금은 약 33조원으로 추산됐다. 당시 전체 금융자산(330조원)의 10%에 이르는 규모였다. 청와대 경제수석도 발표 직전까지 몰라 돈에 꼬리표를 다는 금융실명제는 기습작전처럼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박재윤 청와대 경제수석도 발표 2시간 전에야 통보를 받았을 만큼 철저히 비밀리에 진행했다. 임기 초 YS가 “금융실명제를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라고 물었을 때 박 수석이 “경제가 나아지면 하는 게 좋겠다”고 답하자 실명제 추진 의지가 약한 것으로 보고 박 수석을 배제했던 것이다. 긴급명령이란 방식을 택한 이유도 있다. 국회 입법 과정을 거치면 이해관계가 엇갈리며 금융실명제의 취지가 변질되고, 또한 논의 과정 중에 가명 예금주들이 돈을 해외나 부동산 쪽으로 빼돌려 경제에 충격을 미칠 수 있어서다. YS 자신이 헌법을 뒤져가며 긴급명령이란 방법을 찾아냈다. 사실 금융실명제는 전두환 정부 때인 82년에 처음 추진됐다. 이철희·장영자 어음 사기 사건으로 사채 시장을 중심으로 한 지하경제의 폐해가 드러나면서 수습책으로 금융실명제가 부각됐다. 당시 은행 거래는 40% 이상이 가명·차명이나 무기명이었다. 강경식 재무부 차관(후일 경제부총리)은 “사채 시장을 양성화하고 조세정의 실현을 위해 무기명 거래를 없애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건의했고, 나웅배 장관은 국회에서 금융실명제 시행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실명제에 힘을 실은 건 전두환의 경제 교사였던 김재익 청와대 경제수석이다. 그는 지하에서 유통되는 음성 자금을 양성화해 산업 자금으로 써야 한다고 생각하고 금융실명제를 그 방안으로 여겼다. 정의사회 구현을 위해서라도 금융실명제 실시가 필요하다며 대통령을 설득했다. 법제화에 착수했지만 여당을 비롯해 권력 실세인 허화평·허삼수에 이르기까지 정치권의 반발이 거셌다. 시장의 혼란도 이어졌다. 은행에서 뭉칫돈이 빠져나가고 자금이 부동산으로 이동하며 아파트값이 치솟았다. 결국 전두환은 한발 물러섰다. 금융실명법은 ‘1986년 1월 1일 이후 대통령이 정하는 시기에 시행한다’는 단서 조항을 달고서 통과됐다. 사실상 무기한 연기였다. 그럼에도 금융실명제의 씨앗은 뿌려졌다. ‘금융실명제=사회 정의’라는 등식이 각인되면서다. 실명제는 87년 대선 때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민주화와 개혁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되면서 82년엔 반대했던 노태우 후보도 금융실명제를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다. 정권을 잡은 뒤에는 실명제와 금융소득 종합과세 준비 작업에 돌입했으나 경기 악화 속 반대론자들의 거센 저항에 결국 유보를 선언했다. 두 번 좌초했지만 헛되지만은 않았다. 첫 시도가 금융실명제의 씨앗을 뿌렸다면, 두 번째 시도는 금융실명제가 튼튼하게 뿌리 내릴 토양을 만들었다. 89년과 93년 금융실명제 작업에 참여한 최규연 전 조달청장은 “89년에 우리가 실명제 준비를 거의 다 했다. 93년 YS가 지시한 지 넉 달 만에 긴급명령으로 금융실명제를 전격 도입할 수 있었던 것도 89년에 사실상 대부분 준비가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코리안 미러클 6-금융실명제』). 금융실명제는 92년 대선 후보들의 주요 공약으로 재등장했다. 대권을 쥔 YS는 금융실명제 도입을 서둘렀다. 경제적 측면에 무게를 뒀던 과거와 결은 달랐다. 비리 척결과 정치 자금 개혁 등에 초점을 맞췄다. YS식 정치 개혁 로드맵의 하나였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금융실명제는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공직자 2만5000명에 대한 재산등록을 마감한 바로 다음 날 전격 실시됐다. 강경식 전 경제부총리는 “(내가) 82년 입법한 금융실명제는 금융소득에 과세하는 등 세제 개혁과 조세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지하경제 규모도 줄이고 사회정의도 구현할 수 있었지만, 부수 효과였다. 93년 금융실명제는 부정부패와 부정 정치자금 척결을 위한 수단으로 실시한 것”이라고 했다(『국가가 해야 할 일, 하지 말아야 할 일』). YS도 『김영삼 대통령 회고록-상』에 ‘비실명 금융거래 관행이 장기간 지속되는 과정에서 음성 불로소득이 만연하고 지하경제가 확산되며 부정 축재 자금, 부동산 투기 자금, 범죄 자금 등이 가·차명 예금을 통해 세탁되고 있었다. 훗날 전두환·노태우도 천문학적 규모의 부정축재 자금을 가·차명으로 숨겨온 것이 밝혀졌다’고 썼다. 시행 1년 새 6조3000억원 실명 전환 전두환은 재임 중 9500억원 불법 정치자금을, 노태우는 비자금 4500억원을 조성한 것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실명제 덕이 컸다. 노태우의 가·차명 계좌를 관리하던 은행 직원이 처벌받을까 두려워 제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YS의 아들 김현철씨의 비자금이 실명제 때문에 드러나게 된 건 아이러니라고 할까. 그 뒤에도 한나라당의 ‘차떼기 사건’ 등 검은돈 관행이 이어졌지만, 정경유착의 고리는 약해졌다. 금융실명제는 한국 경제와 금융의 체질을 개선하며 빠르게 안착했다. 시행 1년 뒤인 94년 8월까지 가·차명 예금의 실명전환율은 98.1%, 실명 전환액은 6조2740억원에 달했다. 사실 차명은 가명과 달리 실명제 위반이 아니다. 그러나 차명도 위법이라 지레짐작한 예금주들이 대거 완전 실명으로 전환했다. 돈에 이름표를 달게 되면서 사채 시장 비중은 작아졌고, 금융 회사로 자금이 유입되며 금리가 낮아지고 통화정책의 효율성도 높아졌다. 금융 거래 및 과세 투명성이 확보돼 금융소득 종합과세의 기반이 마련됐다. 그 결과 조세 정책의 실효성·형평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기업 경영의 투명성 역시 높아졌다. 뒷돈으로 공공기관 납품을 따내던 기업들이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한층 챙기는 계기도 됐다. 각종 제도와 법규가 마련되고 전산시스템이 갖춰진 데다 금융정보분석원(FIU) 등을 통해 수상한 금융거래까지 파악할 수 있게 되는 등 이른바 ‘축적의 시간’을 거치며 금융실명제는 한국 경제의 기본값이 됐다. 하지만 금융실명제의 촘촘한 그물 탓에 비실명으로는 온라인에서 간단한 쇼핑조차 어려워지면서 핀테크를 비롯한 혁신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도 있다. 시대가 지나면 제도도 낡는다. 금융 거래의 투명성과 조세의 형평성은 살리되, 이젠 달라진 몸에 옷을 맞춰 줘야 할 때다. 창간 60주년 기획 '대한민국 트리거 60'은 아래 링크를 통해 전체 시리즈를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joongang.co.kr/issue/11765 ※다음은 ‘한민족 네트워크’ 편입니다. 하현옥([email protected])
2025.11.30. 13:00
지난 12일, 43일간 이어지던 연방정부 셧다운이 끝났다. 셧다운이 끝나고 무엇이 달라졌을까? 달라진 것이 없다. 민주당은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케어) 보조금 연장을 위해 공화당과 싸웠지만 얻은 것은 12월 ‘향후 별도 표결’을 한다는 ‘공수표’ 뿐이었다. 별도 표결이 어떻게 이뤄질지는 전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민주당과 무소속(2명) 상원의원 47명 가운데 7명, 민주당 하원의원 215명 가운데 6명만 셧다운 종결 예산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미국의 건강보험은 이제 폭풍을 맞게 됐다. 예산안에 따라 건보료 지원이 줄어들면 오바마케어 가입자의 보험료는 평균 114%, 연간 1016달러 정도 오를 것으로 보인다(보건 연구 단체 카이저가족재단 발표). 연방의회예산사무소는 이에 따라 당장 400만 명이 보험을 잃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구체적 사례를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MSMBC 보도에 따르면 연간 수입이 8만5000달러인 60세 부부의 보험료는 메릴랜드에서 1만3700달러, 미네소타에서는 1만5500달러, 켄터키에서는 2만3700달러가 오른다. 이들의 보험료 인상이 평균을 훨씬 웃도는 까닭은 연령과 거주지에 따른 영향이다. 60세 가입자는 21세 가입자보다 3배가량 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 또 8만5000달러 수입은 거의 모든 지원금을 잃는 수준이다. 그리고 가입자가 적은 지역일수록 보험료가 더 비싸기 때문에 지원금이 없어지면 건보 ‘폭탄’을 맞는다. 한인들이 많이 사는 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같은 60세, 8만5000달러 수입 부부의 경우 뉴욕 1만4000달러, 뉴저지 2만 달러, 캘리포니아 1만2500달러, 일리노이 1만5000달러, 조지아 1만8000달러 등으로 늘어난다. 이와 같은 극심한 보험료 인상 우려에 트럼프 정부도 최근 새 계획을 내놨지만 신통치 않다. 일단 올해 말에 끝나는 지원을 2년간 연장하고, 새 자격 조건을 만들어 연방정부 빈곤선의 700%(1인 10만9550달러) 이하 수입 가정에게만 지원을 하고, 보험료를 내지 않는 저소득층에게도 모두 월 최저 보험료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이다. 결국 지원은 2년간 연장하되 자격조건은 더 까다롭게 만드는 방안이다. 이 계획은 여전히 중산층과 시니어들의 보험료 급등을 막지 못하고, 저소득층에게 큰 부담을 주며, 값싼 플랜을 택할 수밖에 없는 시민들은 더 많은 의료비를 내게 만들어, 무보험자가 늘어나는 것을 결코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현 정부는 계속 중산층과 저소득층에 대한 정부 지출을 줄여 부자 감세를 유지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어떤 새 계획을 내놓아도 결과는 뻔하다. 새 계획이 실행돼도 최악의 경우 이민자 최소 140만 명이 지원금을 잃고, 저소득층 최대 1000만 명이 보험을 포기하고, 50~64세는 보다 저렴한 플랜을 택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의료비용이 급등한다. 또한 직원 보험이 있는 소기업들도 비싼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두 손을 들게 된다. 이는 곧 지역 보건소, 병원, 이민자 보건센터 등의 부담으로 이어져 잇따라 문을 닫게 만든다. 정부가 모든 사람의 건강보험은 권리이고, 보건의료는 기본권이라는 생각을 하기 전에는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셧다운은 끝났지만 보건대란은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김갑송 미교협 나눔터 국장 커뮤니티액션 셧다운 김갑송
2025.11.30. 10:11
20~30대 미혼 여성 절반 이상이 이른바 ‘영포티(Young+Forty)’ 남성과의 연애에 부담을 느낀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영포티는 40대지만 2030 세대와 비슷한 감성·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이들을 뜻한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지난 14~19일 25~34세 미혼 여성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57%가 영포티 남성과의 연애를 “주저한다”고 답했다. 가장 큰 이유로는 ‘젊은 척하거나 나이를 부정할 것 같다’는 응답이 33%로 가장 높았다. 이어 ‘세대 차이로 대화·공감이 어렵다’(30%), ‘권위적인 태도가 우려된다’(25%) 등이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반응에 대해 “실제 경험보다는 사회적 이미지와 편견이 크게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영포티 남성에 대한 전반적 이미지도 부정적 평가가 많았다. 응답 여성 44%가 영포티 남성을 ‘권위적’이라고 답했고, 40%는 ‘세대 차이를 크게 느낀다’고 했다. ‘외모나 분위기가 올드해 매력이 떨어진다’는 응답도 35%였다. 그럼에도 긍정 요인을 꼽은 여성들도 적지 않았다. 긍정 응답자들은 영포티 남성의 경제적·사회적 안정성을 가장 큰 장점으로 평가했다(39%). 외모·자기관리 수준이 높다는 응답이 31%, 책임감과 진지함을 매력으로 본다는 답변은 14%였다. 듀오 측은 “연애에서 나이 자체보다 안정성과 꾸준한 자기관리 같은 성향적 요소가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연령대별로도 인식 차가 뚜렷했다. 30~34세 여성의 영포티 긍정 응답률은 17%로, 25~29세(11%)보다 높았다. 결혼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본 비율에서도 25~29세는 11%였으나 30~34세는 26%로 두 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안정성과 실질적 조건을 중시하는 경향이 반영된 결과”라고 해석했다. 영포티 남성과 자연스럽게 접촉할 수 있는 계기로는 ‘직장·업무 관계’가 56%로 가장 많았다. 이어 취미·동호회(16%), 온라인 커뮤니티·사회관계망서비스(SNS)(16%) 순으로 나타났다. 직장 중심 관계는 연애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지만, 반대로 소개팅 등 사적 만남에서는 영포티 남성의 긍정적 특성이 부각돼 관계가 순조롭게 발전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는 마크로밀엠브레인에 의뢰해 진행됐으며, 신뢰수준 95%, 표본오차는 ±3.10%포인트다. 배재성([email protected])
2025.11.30. 9:48
30일 쿠팡이 피해 고객들에게 발송한 개인정보 노출 통지 문자 메시지. 쿠팡은 전날 3370만 명의 이용자 정보가 내부 직원에 의해 유출됐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관계부처 장관 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김현동([email protected])
2025.11.30. 9:24
지난달 27일 경기 안산 시화호조력발전소. 썰물 때 수문을 열자 시화호 물이 거센 물살을 일으키며 바다로 흘러나갔다. 중앙제어실에 있는 한국수자원공사(수공) 직원들은 방조제를 경계로 한 호수와 바다의 수위 변화를 면밀하게 살폈다. “최대한 시화호 수위를 낮춰 놓고 밀물 때가 오면 해수면과 낙차를 이용해 하루 두 번 발전합니다. 그렇게 시화호 저수량의 절반에 달하는 해수가 매일 유입·배출되죠.” 조력발전소를 관리하는 이동희 수공 운영부장이 설명했다. 제어실 한쪽에 크게 표시된 음력 날짜(10월 8일)가 눈에 띄었다. 이 부장은 “음력을 봐야지 물 때를 알 수 있는데, 보름달이 뜨는 시기에는 조수간만의 차가 커져서 발전 효율이 극대화된다”고 했다. 시화호조력발전소는 시화호의 수질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2011년에 만들어진 국내 유일의 조력발전소다. 과거 시화호는 ‘죽음의 호수’로 불렸다. 농업·산업용수를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방조제를 쌓아 해수 유입을 막았는데, 이후 수질이 빠르게 악화했다. 호수가 썩어 가면서 물고기는 떼죽음 당하고, 악취도 진동했다. 결국 정부는 담수화를 포기하고 1997년부터 해수를 다시 유입시켰다. 또 6000억원을 들여 세계 최대 규모의 조력발전소를 건설했다. 대조차(조수의 높낮이가 제일 클 때의 만조와 간조의 높이 차)가 7.8m로 매우 커 조력 발전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는 판단에서다. 해수를 다시 유통시키고, 조력 발전을 연계한 건 최악의 국책 사업으로 꼽혔던 시화호에 반전을 일으켰다. 현재 이곳에선 연간 552기가와트시(GWh), 약 50만 명분의 전기를 만든다. 시흥시 전체 인구가 1년간 쓸 수 있는 양이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해수면의 낙차를 읽어내고 최대한의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은 해외에서도 벤치마킹 목표가 됐다고 한다. 해수가 오가면서 시화호의 수질도 방조제 건설 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1997년 1리터(L)당 17.4㎎까지 치솟았던 화학적산소요구량(COD)은 2021년 2.2㎎로 줄었다. 천연기념물도 2005년 7종에서 2020년 18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기업들도 조력 발전 등 물을 활용한 재생에너지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해 삼성전자와 직접전력거래계약(PPA)을 체결했다. 2033년까지 10년 동안 시화호조력발전소에서 생산되는 모든 재생에너지를 삼성전자에 공급하기로 했다. 고지훈 수공 에너지융복합사업부장은 “고정 가격을 통해 안정적인 발전 수익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렇게 삼성전자가 10년 치 전기를 입도선매한 건 구글·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이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RE100’ 달성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의 2024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우 해외사업장에서는 RE100 달성률을 각각 97%·100% 이행했지만, 국내에서는 12%에 머물러 있다. 수공은 시화호조력발전소를 현재 10기에서 14기로 증설하고, 새만금에도 신규 조력발전소를 짓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윤석대 수공 사장은 “2030년까지 원전 10기(10GW) 규모의 물 에너지를 지속 개발해 국가 에너지 대전환을 선도하고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천권필([email protected])
2025.11.30. 8:54
“더 못 타요, 초과! 초과!” 지난달 28일 오전 8시6분쯤, 서해선 대곡행 열차가 시흥시청역에 도착하자 플랫폼을 가득 채웠던 승객들이 열차 안으로 몰려들었다. 신천역과 소사역, 부천종합운동장역을 지나면서 열차 내 승객 밀집도는 더욱 높아졌다. 곳곳에서 “이젠 더 못 탄다”며 비명이 터져 나왔다. 코레일이 열차 중간 연결기 결함이 의심되는 서해선에 대해 10월 28일부터 대곡~일산 구간 운행 횟수를 62회에서 42회(평일)·38회(주말)로 약 40% 단축, 서행했다. 1일부터 하루 14회로 추가로 줄인다. 30일 기준 서해철도주식회사 민원 게시판엔 ‘제2의 이태원 사고를 겪어야 정신을 차릴 건가’ ‘출근길마다 압사 사고 나겠다’ 등 글이 한 달간 500개 넘게 올라왔다. 경기 일산부터 김포, 부천, 시흥, 안산을 연결하는 서해선 출근길 이용 승객은 10월 35만4356명에 달한다. 실제 출근 시간대 직접 타 보니 틈 없이 눌려 숨도 쉬기 힘들 정도로 혼잡했다. 시흥에서 여의도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김예은(31)씨는 “원래도 승객들로 붐비던 열차가 단축 운행 이후 연착까지 더해지면서 더 미어터졌다”며 “흉통에 숨도 잘 못 쉬겠다”고 말했다. 김포공항역에서 잠시 내려 심호흡을 하던 50대 장모씨는 “승객에 밀려 내 발이 허공에 뜨는 것 같은 느낌까지 받았다”며 “이러다 큰일이 나는 건 아닐지 걱정된다”고 했다. 일산에서 원시행 열차를 이용한 김정호(35)씨는 “지난번엔 58분이나 연착된 적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차량 제작사와 함께 신속한 조치를 적극 협의해 고객 불편 최소화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차량 결함으로 인한 안전사고를 막기 위한 조치인 점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전율([email protected])
2025.11.30. 8:53
심장혈관흉부외과 전문의인 최명석(64) 신안대우병원장은 ‘섬 주치의’다. 지난 18년간 의료 취약지인 전남 신안군 비금도와 도초도에서 주민 6300여명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왔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30일 제5회 김우중 의료인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대우재단이 소외된 이웃을 위해 장기간 인술을 펼친 의료인을 선정해 매년 수여하는 상이다. 최 원장은 2008년 신안대우병원을 인수하며 비금도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섬 주민을 위해 24시간 진료체계를 구축했고, 병원은 2010년 신안군 유일의 지역응급의료기관으로 지정됐다. 전북 장수군·임실군 요청으로 20년간 보건의료원장을 네 차례 맡아 공공의료 최전선을 지킨 위상양(82) 전 장수군보건의료원장, 20년간 분만 1만 건을 집도한 산부인과 전문의 전진동(53) 미즈메디병원 진료부장도 같은 상 수상자로 명단에 함께 이름을 올렸다. 시상식은 오는 9일 서울 연세대 백양누리 그랜드볼룸에서 열린다. 채혜선([email protected])
2025.11.30. 8:49
서울시는 ‘보행일상권’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도시계획의 새로운 접근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과거의 도시계획은 서울시 전체를 대상으로 중심지 체계를 설정하고, 토지이용계획과 용도지역 관리계획을 수립하는 하향식(top-down)이었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런 방식에서 탈피, 2014년부터 시 전역을 5개 권역(도심·동북·서북·서남·동남)으로 나누고, 이를 다시 자치구당 4~5개로 세분화한 116개 ‘지역생활권’을 설정해 지역 특성에 맞는 생활권 계획을 수립·관리해 오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서울시는 최상위 도시계획인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의 7대 목표 중 하나로 ‘보행일상권 조성’을 제시했다. 이는 기존 ‘주거 용도’ 위주로 형성된 공간 체계를 전면 개편, 서울 전역에 자립적인 생활권을 구축함으로써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보행일상권’이란 주거지를 중심으로 업무·소비·여가·문화 등 다양한 활동을 도보 30분 이내에 누릴 수 있는 자족적 생활권을 의미하며, 기존의 지역생활권 계획을 재정비해 이를 실현하는 것이 핵심이다. 보행일상권 조성의 주된 목적은 이동 시간을 단축해 시민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하는 데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서울시는 다음과 같은 단계를 밟아야 한다. 첫째, 지역생활권 계획 수립 시 보행생활권 단위로 구역을 나눠 일상생활의 거점을 파악해야 한다. 둘째, 생활시설의 수요와 공급 현황을 면밀히 분석해 부족한 시설에 대한 확충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거점 지역과 주변 생활 공간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보행 네트워크의 접근성과 연계성을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지역에 필요한 시설을 효율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도 요구된다. 기존 시설을 재배치하거나 용도를 복합화(예: 학교 내 공공체육시설 조성, 공영주차장에 사회복지·문화시설 복합 건립)하고, 공·폐가나 학교 통폐합 부지 등 미이용 공간을 다목적으로 활용하는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또, 보행 활동이 빈번한 주요 가로는 차량 중심에서 보행 중심으로 전환하고, 자전거와 마을버스 등 녹색교통수단과 연계해 쾌적하고 안전한 동네를 조성해야 한다. 도시의 진정한 경쟁력은 그곳에 사는 시민의 일상이 얼마나 쾌적하고 편리한가에 달려 있다. 이제 서울시의 도시계획은 시민의 일상생활 공간을 세밀하게 살피는 수준으로 정교해지고 있다. 보행일상권 조성 시범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돼, 시민 누구나 자신이 사는 동네에서 편리하고 안전한 일상을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구자훈 한양대 도시·지역개발경영학과 교수
2025.11.30. 8:01
영화 ‘어쩔수가없다’에서 만수(이병헌)는 취업에 목숨을 걸었다. 그렇지만 희망을 안고 찾아간 ‘문 제지’에서 굴욕만 맛본다. 만수는 다시 결심한다. “나를 위한 자리가 없다면 내가 만들어서라도 취업에 성공하겠다.” ‘어쩔 수가 없다’는 듯이. ‘하릴없다’는 듯이. 혹 오해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여기서 ‘하릴없다’는 “할 일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달리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는 의미다. “어쩔 수가 없다”와 거의 같다. 일상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지만 소설이나 에세이 같은 글에서는 어쩌다 접할 수 있다. 때론 사회적 무력감이나 고립감 같은 상황을 묘사하는 장면에서도 나온다. “숫제 알거지가 되어 여덟 식구가 하릴없이 쪽박을 찰 수밖에 없었다.”(송기숙 ‘녹두장군’) 소설 ‘녹두장군’은 조선 후기 부패한 관리들의 혹독한 수탈과 농민들의 빈곤을 보여 준다. 작가는 피할 방법이 전혀 없고, 어찌 해 볼 도리가 없음을 ‘하릴없이’로 나타냈다. 여덟 식구가 발버둥도 못 치는 무력감과 고립감을 ‘하릴없다’는 말로 전했다. 수탈 앞에서 그들은 죽거나 ‘하릴없이’ 일어서야 했다. “몸뚱이는 네댓 살배기만큼도 발육이 안 되고 그렇게 가냘픈 몸 위에 가서 깜짝 놀라게 큰 머리가 올라앉은 게 하릴없이 콩나물 형국입니다.”(채만식, ‘태평천하’) 소설 ‘태평천하’의 ‘하릴없이’는 문맥상 ‘틀림없이’ ‘영락없이’와 통한다. ‘하릴없다’는 이렇게 ‘조금도 틀림이 없다’는 뜻도 가지고 있다. “그의 모습은 하릴없는 거지였다” “그는 겉모습만 보면 하릴없는 백수다”에서도 ‘틀림이 없다’는 뜻으로 쓰였다.
2025.11.30. 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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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30. 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