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스캠(연애 빙자 사기)에 걸려 거액을 날릴 뻔했던 남성이 순찰 중인 경찰관들의 눈에 띄어 극적으로 피해를 막았다. 23일 서울경찰청 기동순찰대에 따르면 지난 6일 저녁 강동구 천호동 거리를 순찰하던 경찰관들은 이상 행동을 하는 한 중년 남성을 목격했다. 그는 휴대전화를 계속 쳐다보며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경찰관들은 이 남성에게 도움이 필요한지 물었고, 그는 '여자친구'와 2000만원 송금 문제로 말다툼 중이라고 털어놨다. 외국에 사는 '여자친구'와는 두 달 전부터 채팅 앱으로 연락을 주고받다가 사귀는 사이가 됐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만난 적은 없다고 했다. 경찰관이 확인한 바에 따르며 '여자친구'라는 인물은 젊은 여성의 사진을 프로필에 올리고 이 남성을 '여보'라고 부르며 유대감을 형성해놓은 상태였다. 그러고는 "여보, 입국 비용 20000만원 보내주세요"라며 송금을 요구했다. 로맨스스캠이라는 사실을 인지한 경찰관들은 이 남성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금전 피해를 막았다 경찰 관계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접근해 금전이나 투자를 요구한다면 반드시 사기 범죄가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홍주희([email protected])
2025.11.22. 18:23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의 김혜성(26)이 부친의 채무와 이와 관련된 채권자를 대한 태도 논란에 사과했다. 김혜성은 22일 SNS를 통해 “지난 6일 공항에서의 제 미숙한 언행과 이후 인터뷰에서 보인 태도로 실망하셨을 모든 분께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는 글을 게시했다. 그는 “당시 행동은 어떤 말로도 변명할 수 없으며 계속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다”며 “현장에 계셨던 김 선생님, 취재를 위해 자리했던 기자분들, 그리고 이 장면을 지켜보신 모든 분께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거듭 고개숙였다. 앞서 김혜성은 지난 6일 MLB 시즌을 마치고 귀국한 자리에서 부친에게 돈을 갚을 것을 요구하는 남성 김씨에게 “저분 좀 막아주시면 인터뷰 열심히 하겠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이날 김씨는 ‘어떤 X은 LA 다저스 갔고 애비 X은 파산·면책’이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나타났다. 이에 김혜성은 인터뷰 도중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김씨는 수년째 김혜성 선수가 경기하는 경기장에 ‘느그 아부지한테 김씨 돈 갚으라고 전해라’ 등의 현수막을 들고 나타나 야구팬 사이에서 ‘고척 김 선생’으로 불려왔다. 김혜성은 “제가 지난 보름 이상 아무 말씀도 드리지 못한 이유는 최대한 조용히 자숙하는 것이 진심으로 반성하는 방법이라 생각했다”며 “하지만 저의 침묵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책임을 피하려는 태도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김혜성은 “그날 공항에서 시위하셨던 분은 제가 고등학생이던 시절부터 학교에 찾아오셨고, 2018년부터는 경기장과 공항 등에서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이어오셨다”며 “2019년 인천 문학구장에서 그분을 처음 직접 뵀을 때 ‘제가 빚을 갚아드리겠다’고 말씀드리기도 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하지만 그분께서는 ‘선수에게 돈을 받으려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에게 상황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며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셨고, 이후 공개적인 시위를 이어오셨다”며 “동료 선수들과 팬들에게 큰 폐가 될까 싶어 항상 죄송한 마음이었다”고도 털어놨다. 그는 “그동안 가족이라는 책임감으로 계약금과 월급을 포함해 금전적으로 아들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왔다”며 “아버지의 채무로 피해를 입으신 분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었다”라고도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김혜성은 “그 순간 감정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한 채 해서는 안 될 언행을 하고 말았다. 변명의 여지 없이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21일 방송된 SBS ‘궁금한 이야기Y’에서는 김씨가 출연해 지난 2009년 김혜성의 부친 A씨가 유흥업소를 운영하면서 1억2000만원의 빚을 졌다고 밝히며 “지금 16년째다. 내 인생에 있어서 잃어버린 16년을 어디서 보상받나”라고 호소했다. 방송에 따르면 제작진 주선으로 A씨를 직접 만난 김씨는 A씨가 오는 12월 20일까지 5000만원을 더 갚는 조건으로 채무 문제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조문규([email protected])
2025.11.22. 17:43
세무사 시험 부실 채점으로 불합격했다가 재채점 끝에 합격한 세무사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이 대법원에서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항소심은 부실 채점으로 인한 피해에 국가 책임이 있다고 봤으나, 대법원이 파기했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세무사 18명이 한국산업인력공단(산인공)과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국가배상 청구 소송에서 항소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고 23일 밝혔다. 항소심은 각 3700만원씩 총 6억6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했는데, “국가배상책임의 성립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고 봤다. 이 사건은 2021년 9월 4일 치러진 58회 세무사 2차 시험 관련이다. 세법학 1·2부, 회계학 1·2부 등 4개 과목(100점 만점)에서 각 과목 40점 이상이고 전체 평균 60점 이상이어야 합격하는데, 전체 응시자 4597명 중 706명이 같은 해 12월 합격했다. 이 사건 원고를 포함한 수십명은 세법학 1·2부에서 40점 미달로 불합격했다. 응시자를 대거 떨어뜨린 세법학은 그러나 20년 이상 근속 공무원 출신은 면제받는 과목이어서 공정성 시비가 일었다. 세법학을 일부러 어렵게 내 청년 수험생 합격률을 낮추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었다. 당시 정치권에서도 이 의혹을 제기하면서 결국 고용노동부와 감사원 감사까지 진행됐고, 시험에 오류가 있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출제 과정에선 난이도 조정 과정이 미흡했고, 채점 과정에선 채점위원이 일부 문제의 동일한 답안에 다른 점수를 부여하는 등 일관성이 없었다는 지적이었다. 결국 산인공은 재채점을 했고 2022년 8월 기존 합격자에 더해 75명을 추가합격자로 발표했다. 이에 75명 중 이 사건 원고 18명은 합격 지연에 따른 재산상·정신적 손해 배상을 청구하게 됐다. 지난해 10월 1심에선 청구가 모두 기각됐다. “단순히 시험 문제의 난이도가 적절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위법행위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고, 채점 잘못에 대해선 “채점상 재량권 일탈·남용의 위법이 있더라도,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될 만큼 객관적 정당성을 잃은 위법한 행위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하지만 지난 4월 항소심은 이를 파기하고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산인공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해 채점이 일관성 없이 이루어짐으로써 시험의 공정성을 침해하는 재량권의 일탈·남용이 있었다”며 “재채점으로 구제조치가 이루어지긴 했으나, 약 8개월 동안 원고들은 불합격자로서 불안정한 지위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1인당 3700만원 배상 액수에는 “세무사로서의 근무가 지연된 기간 원고들이 세무사로 근무했다면 얻을 수 있었던 소득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입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본 뒤 세무사 평균 연봉 등을 감안한 3500만원 및 불합격했다는 사실 등에서 온 정신적 충격 등 200만원 위자료를 더해 책정됐다. 하지만 대법원은 “재채점 결과가 최초 채점 결과와 다르다는 사정만을 들어 최초 채점 과정이 객관적 정당성을 잃어 위법하다고 볼 것은 아니다”며 뒤집었다. 또 “최초 처분 후 고용노동부 및 감사원은 신속히 감사를 진행했고, 산인공은 감사결과에 따라 지체없이 재채점을 실시해 원고들을 추가 합격시켰는바, 비교적 신속하게 구제조치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김준영([email protected])
2025.11.22. 17:00
록밴드 부활에서 활동했던 가수 김재희(54)씨가 2000억원대 불법 투자금 범행에 가담한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이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일당에 김씨가 포함됐다. 경찰은 앞서 범행 업체의 공동 대표인 A씨(43)씨와 B씨(44)를 구속하고, 투자 유치를 맡은 김씨 등 공범 67명은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넘겼다. A씨 등은 2022년 12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원금과 고수익을 보장한다면서 불법투자금 2089억원을 모은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전국에 35개 지사를 운영하면서 투자자 3만 명을 모았고, 신규 투자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금을 나눠주는 이른바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사기)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는 총 306명으로 피해 금액은 19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 업체의 부의장 겸 사내이사였던 김씨는 전국에서 열린 사업설명회에 참석해 회사 사업을 홍보하고 노래를 부르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통해 그는 급여 명목으로 1억원을 받았고, 추가로 시가 6000만~7000만원 상당의 승용차와 8000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챙긴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기 범행인지 몰랐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지난 1993년 ‘사랑할수록’으로 데뷔해 부활의 3집과 4집 앨범의 보컬로 활동했다. 부활 3대 보컬인 고(故) 김재기씨의 동생이기도 하다. 홍주희([email protected])
2025.11.22. 16:43
전남 신안군 앞바다에서 대형 여객선을 좌초시킨 혐의를 받는 일등항해사와 조타수를 구속한 해경이 선장에 대한 구속영장도 신청했다. 목포해양경찰서는 23일 중과실치상, 선원법 위반 혐의로 입건한 퀸제누비아2호 선장 60대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지난 19일 오후 8시 16분쯤 신안군 족도 인근 해상에서 협수로 등 위험구간에서 선박 조종 지휘 의무를 하지 않고, 이로 인해 퀸제누비아2호가 무인도인 ‘족도’에 좌초돼 승선원 30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자리를 비웠던 A씨는 선장실에서 휴식을 취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협수로 구간에서 자동항법장치에 선박 조종을 맡기고 휴대전화를 봤던 40대 일등항해사 B씨, 선박 조종의 수동 전환 등 임무를 소홀히 한 인도네시아 국적 조타수 40대 C씨는 전날 중과실치상 혐의로 구속됐다. 이 사고로 여객선에 타고 있던 승객 246명과 승무원 21명 등 267명 중 임산부를 포함해 30명이 부상을 입고 병원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조문규([email protected])
2025.11.22. 16:23
전날 강원 양양군 서면 서림리에서 난 산불이 밤새 확대되면서 확산대응 1단계가 발령됐다. 산림청은 산불영향구역이 10㏊(헥타르·1㏊는 1만㎡)를 넘자 23일 오전 4시를 기해 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고 밝혔다. 산불영향구역은 20㏊에 이른다. 밤사이 진화 장비 100여 대와 인력 320여 명을 긴급 투입됐다. 산림당국은 일출과 동시에 이날 오전 7시 15분쯤 산불 진화 헬기 25대를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인 결과 오전 10시 20분쯤 주불을 진화했다. 한편 이 지역 산불 확산에 따라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가용 자원을 신속 투입하고, 민가 보호와 인명 피해 방지에 총력 대응할 것을 긴급 지시했다. 윤 장관은 “산림청, 소방청, 강원도, 양양군, 인제군 등에서는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장비와 인력을 신속히 투입해 산불 조기 진화에 총력을 기울여달라”고 밝혔다. 또 “산불 영향이 우려되는 지역의 주민을 신속히 대피시키고, 선제적으로 방화선을 구축하는 등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우선을 조치해달라”며 “산불특수진화대, 지방 공무원 등 진화인력 안전에도 각별히 유의해줄 것”을 지시했다. 아울러 “산불 발생 지역 주민들은 재난문자 등 관련 정보에 귀 기울여주고, 필요시에는 신속히 대피해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이번 산불은 전날 오후 6시 16분쯤 서면 서림리의 한 펜션 인근 야산에서 시작됐다. 양양군은 산불이 나자 같은 날 오후 7시 35분쯤 서림리와 갈천, 송천 등 화재 지역 인근 5개 마을 330가구, 600여명의 주민에게 재난 안전 문자를 통해 마을회관 등으로 대피할 것을 당부했다. 현재까지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진화를 마치는 대로 산불 원인과 피해 규모를 조사할 방침이다. 조문규([email protected])
2025.11.22. 16:07
“휴식권을 보장해달라”는 공무원들과 “시민 불편을 초래한다”라는 주장이 4년간 맞선 끝에 대구에서 내년부터 공무원 점심시간 휴무제가 전면 도입된다. 대구 구청장·군수협의회(이하 협의회)는 21일 최근 열린 ‘민선 8기 4차 연도 제2차 정기회의’에서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역 9개 구·군은 민원실 점심시간 휴무제 시행을 위한 ‘민원실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제정을 완료했으며, 연말까지 홍보와 주민 의견 수렴을 거쳐 내년 1월 1일부터 운영할 계획이다. 공무원 점심시간 휴무제는 낮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 행정복지센터 민원실을 운영하지 않고 민원인을 상대하는 공무원의 휴식을 보장하는 제도다. 그동안 지자체들은 평일 시간을 내기 어려운 직장인들의 편의를 위해 점심시간에 조를 짜 교대로 식사한 뒤 복귀했다. 앞서 2017년 경남 고성군이 전국에서 처음 도입한 이후 부산과 울산 등 전국 100여 곳에서 시행하는 등 공무원 점심시간 휴무제는 전국적으로 퍼지는 추세다. 대구 지역에서 공무원 노조를 중심으로 점심 휴식권을 보장해달라는 목소리가 커진 건 2021년부터다. 노조 측은 “점심 교대근무로 오히려 1~2시까지 대기가 길어져 주민 불편을 초래한다”며 “우체국 등 공공기관, 은행에서 점심시간 휴무제를 운영해 시민 반응도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구·군에서도 노조 요구에 크게 반대하는 분위기는 없었다. 이에 따라 2022년 11월 협의회는 홍보를 거쳐 2023년 4월부터 10월까지 시범 운영을 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시행을 앞두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반대에 부딪혔다. 홍 전 시장은 “공무원은 국민 전체의 봉사자이고 국민 세금으로 급여를 받는 만큼 국민에 대한 무한 봉사자여야 한다”며 “(휴무제는) 생업에 종사하다가 점심시간에 짬을 내 민원 업무를 보러 오는 시민을 곤란하게 만드는 잘못된 조치”라고 말했다. 이에 협의회 측도 잠정 보류를 결정했다. 다만 달서구와 중구·수성구·남구 등 일부 행정복지센터에서 시범 운영하는 방식으로 휴무제를 운영해왔다. 군위군은 자체 시행 중이다. 그러던 지난 4월 홍 전 시장이 대선 출마로 시장직을 내려놓으면서 반대 기류가 누그러졌다. 점심시간 휴무제 도입 문제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대구 구청장·군수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류규하 중구청장은 휴무제를 도입하면서 “지역의 공통 현안을 중심으로 실질적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협의회의 중요한 역할”이라며 “앞으로 9개 구·군 차원에서도 행정 효율을 높이고 시민 민원 서비스 개선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다만 대구시는 점심시간 휴무제를 도입하지 않는다. 민원 성격이 다르고 전국 광역단체 중에서 민원실 점심시간 휴무제를 시행하는 곳은 아직 없다는 게 대구시 설명이다. 대구 공무원 노조는 ‘늦은 결정’이라면서도 환영의 뜻을 밝혔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구지역본부는 ‘점심시간 휴무제 전면시행을 환영한다!’는 제목의 성명문에서 “(휴무) 결정을 번복했던 기초단체장들에 대한 분노 등 많은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간다”면서도 “대구 구청장과 군수는 제도 시행에 만전을 기해 또 다른 불편이 없도록 잘 준비해야 한다. 점심시간 교대근무 폐지가 전국으로 확산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백경서([email protected])
2025.11.22. 15:00
"근무시간이 끝난 뒤에도 카카오톡으로 업무 지시가 이어져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아무 설명 없이 공문을 반복 반려하며 압박했습니다." 최근 울산지역 교사들이 밝힌 학교 내 이른바 '갑질' 사례다. ━ 울산 교사들 "교감에게 '갑질' 당해" 울산지역 교사 10명 중 6명이 이러한 '갑질' 경험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전교조 울산지부가 공개한 설문에 따르면 지난 6일부터 12일까지 울산지역 초·중·고 교사 134명을 대상으로 최근 3년 동안 갑질을 당했거나 목격한 경험을 설문 조사한 결과, 83명(61.9%)이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갑질 가해자로 지목된 대상(복수응답)은 교감이 52명(38.8%)으로 가장 많았다. 교장 47명(35.1%), 동료 교사 31명(23.1%), 기타 교직원 14명(10.4%) 등이 뒤를 이었다. 갑질을 경험한 교사 83명 중 실제 교육청 등에 신고한 이는 7명(8.4%)에 그쳤다. 신고를 고민했으나 결국 하지 못했다는 응답이 76명(56.7%)에 달했다. 신고하지 않은 이유(복수응답)는 '학교 내 관계 유지'가 62명(46.2%)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보복과 2차 피해 우려'(57명·42.5%), '신고해도 인정받지 못할 것 같은 불신'(48명·35.8%), '절차가 막막하고 부담스러움'(31명·23.1%) 등이 꼽혔다. 일부 교사는 "신고하면 금방 신원이 드러난다", "조사는 형식적일 뿐이다", "가해자가 오히려 승진하는 경우도 있다"고 주장했다. 교육 당국의 대응에도 불만이 컸다. 갑질을 신고한 경험이 있는 교사 7명 중 5명(71.4%)이 처리 과정에 '불만족'을 표시했다. '보통'은 1명, '대체로 만족'은 1명뿐이었다. 갑질 즉 직장 내 괴롭힘을 예방하기 위한 별도 조례 제정 필요성에 대해선 101명(75.4%)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필요 없다'는 응답은 6명(4.5%), '잘 모르겠다'는 답은 27명(20.1%)이었다. 직장 내 갑질 근절 조례는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 서울·부산·대구·인천·세종·충북·경기·경북·경남·전북·전남·제주 등 12곳에서 시행 중이지만 울산은 아직 없다. 조례에는 신고자·피해자 보호 및 지원, 사안 처리 기준, 교육감의 책임과 역할 등이 포함돼 있다. 이러한 분위기가 영향을 미친 탓일까. 울산에서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학교를 떠나는 명예퇴직 교사가 증가하고 있다. 울산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2월 말과 8월 말 명예퇴직을 신청한 교사는 총 208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해 같은 기간 107명, 10년 전인 2013년 107명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운 증가다. 명예퇴직 신청자 중 공립 중·고등학교 교사가 106명으로 가장 많았다. 전교조 울산지부는 "울산 교육현장 갑질 문제는 개별 교사 인내로 해결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섰다"며 "교사의 생명·안전과 교육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인 직장 내 괴롭힘 근절 조례를 즉각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교총 "교원 1명 중 134명만 설문 참여" 이에 대해 울산교총(교직원총연합회)은 성명 통해 "(해당 조사 내용이) 울산지역 전체 교원 1만여명 중 134명만이 참여한 소규모 조사였다"면서 "또 자발적 참여 방식이어서 불만이 큰 교사가 적극적으로 응답했을 가능성이 커 전체 교원 실태로 일반화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김윤호([email protected])
2025.11.22. 15:00
유병장수 시대, 어떤 건강기능식품을 택해야 더 팔팔하게 살 수 있을까. ‘저속 노화 전도사’로 알려진 정희원 서울시 건강총괄관(전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더니 “명승권 교수에게 물어보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렇게 자타가 공인하는 영양제 회의론자 명승권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와 인터뷰를 했다. 명 교수는 2015년 출간한『비타민제 먼저 끊으셔야겠습니다 』에서 “사람들이 건기식을 먹으면 안 먹을 때보다 건강에 조금이라도 도움될 거라고 막연히 믿는 경향이 있다”며 사회적 통념을 꼬집었다. 10년이 지난 요즘, 10가구 중 8가구 이상이 건기식을 구매하는 시대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건기식 품목만 4만 개를 넘었다. 명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영양제를 잘못 먹으면 오히려 사망률이 올라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금 먹고 있는 영양제는 건강을 위한 올바른 투자일까, 의미 없는 지출일까. 꼭 알아야 할 영양제의 오해와 진실, 선택 기준을 명 교수와 함께 짚어봤다. 영양제 효과 따져봤더니 Q : 방송이나 SNS를 보면 의·약사의 영양제 추천이 끊이지 않는다. A : 수십 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발표된 연구를 종합하면 과일과 채소를 골고루 자주 먹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암이나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10~30% 낮고 평균수명도 더 길었다. 영양제는 이런 과일·채소의 영양 성분을 한 알로 간편하게 섭취하자는 발상에서 나왔다. 하지만 과일·채소로 섭취할 때와 영양제 형태로 먹을 때의 건강 효과는 같지 않다. Q : 영양제의 효과가 없다는 말인가. A :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해로울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여러 임상 결과를 종합한 ‘메타 분석’에 따르면 비타민C·비타민E·베타카로틴·셀레늄과 같은 항산화 보충제를 먹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사망률이 5% 높았다. 칼슘 보충제는 심혈관 질환 위험을 15% 높인다는 분석 결과도 있다. 하지만 주변의 권유나 연예인을 내세운 광고 등 쏟아지는 정보를 외면하기는 쉽지 않다. 영양제의 ‘배신’을 짚어 온 명 교수는 영양제를 선택하는 기준이 단 하나라고 강조한다. 과연 어떤 기준일까. 영양제를 먹지 않는다는 명 교수는 식단을 특별히 잘 지키는 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그가 밝힌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 의학적으로 근거가 확실한 방법’은 어떤 내용일까. 아래 링크에서 더 보실 수 있습니다. 4만여개 영양제 다 뒤졌다…“이 병 생긴다” 암 전문의 팩폭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80907 헬스+ 더 건강해지는 정보 “내 아들 성장주사 없이 180㎝” 키 영양제 파는 그 의사의 진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82704 비명 터지는 유방암 검사실…아파도 사망률 19% 낮춘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79774 아빠 입냄새, 치매 신호라고? 뇌까지 파고든 ‘좀비균’ 정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77044 잠들면 뇌 청소부 깨어난다…치매 막는 단 90분의 비밀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73309 뻐근해서 눌렀다가 실명했다, 전문가 기겁한 ‘이곳’ 마사지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65177 “위고비 성공, 췌장염 피했다” 술 마시며 20kg 뺀 의사 꿀팁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56630 채혜선([email protected])
2025.11.22. 14:00
압수수색 현장에서 도주했다가 한 달여 만에 체포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주포' 이모씨가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소병진 부장판사는 22일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소 부장판사는 "증거를 인멸할 염려,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결정 이유를 밝혔다. 이날 앞서 이씨는 오후 3시로 예정됐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출석을 포기했다.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들을 수사하는 특검팀은 전날 이씨에 대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가담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이씨는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 돼 재판 중인 김 여사의 공범으로 지목되는 인물이다. 김 여사는 2010년 10월∼2012년 12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가담해 8억 100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얻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주가조작의 1차 작전 시기(2009년 12월 23일~2010년 10월 20일) 주포이자 김 여사의 증권사 계좌 관리인으로 일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여사에게 건진 법사전성배씨(구속기소)를 소개해준 인물이기도 하다. 이씨는 지난달 17일 압수수색을 받던 중 현장에서 도주한 뒤 34일 만인 지난 20일 충청북도 충주시에 있는 국도변 휴게소 근처에서 체포됐다. 신혜연([email protected])
2025.11.22. 6:57
22일 강원 양양군 서면 서림리에서 난 산불이 번지면서 지자체에서 인근 주민들에게 긴급 대피를 안내했다. 양양군은 이날 오후 7시 35분께 서림리와 갈천, 송천 등 화재 지역 인근 주민들에게 재난 안전 문자를 보내 마을회관 등으로 대피할 것을 권고했다. 불길이 바람을 타고 조침령 5부 능선 인근까지 번지고 있어, 산림 당국은 진화 장비 93대와 인력 356명, 열화상 드론을 투입해 불을 끄고 있는 상황이다. 해가 진 뒤라 헬기 투입은 어려운 상황이다. 산불이 난 양양지역은 건조주의보가 발효 중이며, 초속 4∼5m의 바람이 불고 있어 진화가 쉽지 않은 상황으로 전해졌다. 산림 당국은 내일 일출 시각에 맞춰 헬기 13대를 진화에 투입할 예정이다. 신혜연([email protected])
2025.11.22. 6:50
전남 신안 앞바다에서 자초된 대형 카페리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의 일등항해사·조타수가 구속됐다. 22일 목포해양경찰서는 중과실치상 혐의를 받는 일등항해사 A(40대)씨와 인도네시아 국적 조타수 B(40대)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증거 인멸·도주가 우려된다"고 구속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이들은 지난 19일 오후 8시 16분께 전남 신안군 족도 인근 해상을 항해 중인 퀸제누비아 2호 조타실에서 휴대전화로 뉴스를 검색하는 등 업무에 소홀해 여객선 좌초 사고를 낸 혐의를 받는다. 탑승객 267명을 태운 퀸제누비아2호는 지난 19일 오후 4시 45분께 제주에서 목포를 향해 출항했으나 같은 날 오후 좌초했다. 신혜연([email protected])
2025.11.22. 5:28
보호자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할 수 있는 휴대전화로 교체해주지 않자 집에 불을 지른 여중생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22일 광주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광주지방법원은 현주건조물방화 혐의를 받는 A양(14)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A양이 소년법에서 규정하는 '19세 미만의 소년'인 점을 고려해 광주지법이 이같이 결정했다고 북부경찰서는 전했다. A양은 지난 20일 오후 10시 52분쯤 자신이 사는 광주 북구 동림동 한 아파트 3층 작은방에 라이터를 이용해 고의로 불을 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화재로 집 안과 가재도구를 모두 태우는 재산 피해가 났고, 주민 17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다. 불은 소방 당국에 의해 20여분 만에 꺼졌다. A양은 보호자가 SNS를 이용할 수 있는 휴대전화로 바꿔주지 않자 앙심을 품고 이런 일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과거 A양이 다른 혐의로 보호관찰 처분을 받았고,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지 못했다. 김지혜([email protected])
2025.11.22. 3:44
쿠팡 동탄센터에서 근무하던 계약직 근로자가 식당에서 쓰러진 뒤 병원으로 이송됏으나 숨졌다. 22일화성동탄경찰서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 30분께 화성시 신동에 위치한 쿠팡 동탄1센터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던 A씨가 센터 내 식당에서 갑자기 쓰러졌다. A씨는 심정지 상태로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A씨는 단순 포장 관련 업무를 맡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망 당일이던 21일 오후 6시부터 이튿날 오전 4시까지 근무할 예정이었다. 경찰은 A씨 시신 부검을 진행한 뒤 사인을 밝힐 예정이다. 쿠팡풀필먼트서비스 관계자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족께 깊은 위로를 전한다"며 "고인은 지병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3개월간 고인의 주당 평균 근무 일수는 4.3일,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40시간 미만이었다"며 "회사는 유족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혜연([email protected])
2025.11.22. 3:21
강원도 양양군의 7급 공무원이 환경미화원들을 상대로 지속적인 괴롭힘을 행사해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1일 MBC 보도에 따르면 양양군청 소속 7급 공무원으로 운전직에 종사하는 A씨가 함께 일하는 환경미화원들을 지속해서 괴롭혀왔다는 제보가 나왔다. A씨가 일부러 환경미화원들을 차에 태우지 않고 출발해 차를 뒤쫓아 달리게 했다는 게 주요 혐의다. 보도 영상을 보면 환경미화원들이 종량제 쓰레기를 청소 차량에 싣는 중에 청소차가 출발해버리는 모습이 확인된다. 다급한 환경미화원들이 청소차를 따라 뛰어가야 했다고 한다. 피해자인 환경미화원은 "(A씨가) 차를 안 태워주고 뛰게 하는 방법"이라며 "일을 XX같이 하나 계속 욕을 한다"고 말했다. 미화원 쉼터에서는 이른바 '계엄령 놀이'라며 환경미화원에게 폭력을 행사한 의혹도 나왔다. A씨가 주식으로 손해를 보면 미화원 중 한명을 골라 폭행을 했다고 한다. 환경미화원들은 "본인의 주식이 3%가 오르지 않으면 '제물을 받쳐야 한다'며 저희 3명을 가위바위보를 시켜서 진 사람을 밟으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강요 때문에 A씨가 투자한 주식 수백만 원어치를 사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빨간색 물건만 쓰게 하는 식으로 강요했는데, 심지어 속옷 검사까지 했다고 한다. 피해자는 "아침에 나가기 전에 속옷 검사도 했다. 빨간 색깔 속옷이 아니면 그 자리에서 밟혔다"고 했다. A씨는 괴롭힌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미화원이 청소차에 타기 전 출발시킨 것에 대해 A씨는 "체력단련 차원에서 그렇게 했다"고 답했다. 빨간색 속옷을 강요한 것에 대해선 "우연히 이야기를 나누던 중 집에 빨간 속옷 있으면 같이 입고 출근할 수 있겠냐고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계엄령 놀이도 장난이라고 강조했다. A씨는 "장난삼아 게임식으로 해서 지금부터 '계엄령 시작'하면 담배도 빨간색 피워야 하고…"라고 주장했다. 피해를 주장하는 환경미화원들은 A씨를 폭행, 강요, 협박 등의 혐의로 경찰과 고용노동부에 고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혜연([email protected])
2025.11.22. 3:10
태어난 지 이틀 된 신생아에게 성인용 다이어트 보조제를 먹이며 제품을 홍보하는 영상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20대 여성에 대해 경찰이 '아동학대 혐의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22일 경찰에 따르면 최근 산모 A씨(27)에 대한 입건 전 조사(내사)에 나선 경북 경주경찰서는 지난 21일 아동학대 혐의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전문가 확인 결과 보조제 성분이 유산균과 비타민으로 이뤄져 아동학대 혐의가 될 만한 점이 없다는 결론이다. 앞서 A씨는 자신의 자녀에게 성인용 건강보조제 3종을 젖병에 넣어 먹이는 영상을 촬영한 뒤 '신생아 영양 관리'라는 문구를 달아 SNS에 올렸다. 그는 또 '맛있는지 쉬지 않고 흡입' '배앓이도 없고 토하지 않는다'라고 적는가 하면, 건강보조제 브랜드를 언급하며 "역시 ○○○ 베이비"라고 홍보했다. 하지만 이 제품의 안내문에는 '12세 미만 어린이는 복용 전 구입처로 문의해야 한다' '어린이가 함부로 섭취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돼 논란이 일었다. 네티즌들이 "출산 직후 자녀를 소재로 세일즈에 나선다" "아동학대나 다름없다"고 비판하자 A씨는 계정을 닫기도 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먹인 양이 극히 소량이고 특별한 위험성이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지혜([email protected])
2025.11.22. 2:55
2008년 6월 17일 오후 8시30분. 서울고속버스터미널 광장. 서초경찰서 강력6팀 형사들은 일대 아수라장이 된 인파를 비집고 안으로 들어서려고 했다. 5분 전 전파받은 무전에 따르면 칼부림 사건 현장은 호남선 건물 앞 화단. 하지만 무슨 일인지 보려는 사람들과 눈앞의 참상에서 뒷걸음질치려는 사람끼리 서로 밀치고 뒤엉켜 형사들의 진입을 막고 있다. 신분을 밝히며 지나가겠다고 해도 웅성거림과 비명에 파묻혀 소용이 없다. 간신히 현장에 다가섰을 땐 화단과 바닥에 핏자국만 흥건했다. 애초 보고받은 피해자 둘은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된 거냐는 천현길 팀장의 물음에 지구대 경관은 현장에서 발견했다며 날 길이 10㎝의 접이식 칼을 전달, 피해자 둘은 구급대가 와서 강남성모병원으로 이송했다고 말했다. “현장 통제부터 해!” 인파를 밀어내고 곧 노란색 테이프가 쳐졌다. 그리고 목격자를 추려내는 일이 빠르게 진행됐다. 자진해서 열심히 말하는 자도 있었고 겁에 질려 우물거리는 자도 있었다. 하지만 진술은 거의 상통했다. 인상착의는? 30대 초중반의 남성이다. 더벅머리였는데 가발 같다. 어떻게 행동했나? 호남선 정문에서 누군가를 찾는 듯이 두리번거렸다. 그러다 눈이 희번덕하더니 칼을 꺼내 화단의 남녀를 찔렀다. 인정사정도 없었다. 피해자들은? 연인처럼 보였고 정문을 등지고 서 있었다. 불시에 뒤에서 습격당해 저항조차 못했다. 남자가 먼저 찔렸고, 여자는 그다음이었다. 범인은 여자를 찌를 때 더 흥분한 것처럼 보였다. 엇갈린 건 도주로뿐이었다, 광장 앞 8차로 도로를 무단횡단했다는 진술이 대다수였으나 일부는 범인이 고속터미널역 입구로 달려갔다고 했다. 그 사이 천현길 팀장은 차를 몰아 강남성모병원으로 향하고 있었다. 정체가 극심한 강남 중심지인 탓에 경광등을 울리며 질주, 곧 응급실 앞에다 차를 세우고 뛰어들었다. 그가 피해자의 병상을 가린 흰 커튼을 걷어젖힐 때까지 의료진들은 이러면 안 된다며 만류했으나 병원의 사정을 고려하기엔 너무도 급했다. 왼쪽 병상에 누운 여성은 미간을 찌푸린 채 딸꾹질을 하고 있다. 폐와 심장이 찔려 호흡이 점차 꺼져 가는 신호, 즉 종말성 호흡이다. 반면에 오른쪽 병상의 남성은 쉰 목소리를 쥐어짜내며 살려달라고 애원 중이다. 발작하듯 상체를 들썩이는 남성에게 다가가 누가 범인이냐고 묻자, 그런 말은 들리지도 않는다는 듯하다. “정신 차리고 대답해, 범인 봤을 거 아냐. 누구냐고!” 천현길 팀장이 거듭 재촉하자 남성은 고개를 휙 돌렸다. “저 여자 남편, 황주, 황주연…! 그 새끼가 갑자기 칼로….” 경찰서로 복귀한 강력6팀은 즉시 황주연에 대한 인적사항을 조사했다. 1975년 2월 전북 남원 출생으로 전과는 없다. 특기할 점이라면 숨진 피해자 김영희(32·가명)와 1997년 결혼했다가 2003년 이혼, 그해 재결합했으나 2006년 갈라선 기록이다. 형사들은 황주연의 실시간 위치를 파악하려 했으나 곧 무위로 돌아갔다. 범행 시간대 전후로 그의 핸드폰이 꺼져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다 웬만하면 PC방에 숨어들었을 법도 하나, 본인 명의의 이메일이나 사이트 접속 기록도 뜨지 않았다. 이튿날 오전, 황주연 검거를 위해 서초경찰서 강력팀으로 구성된 수사본부가 설치됐다. 전북 남원에 살았다는 황주연의 거주지에 형사들이 급파, 혹시라도 그를 은닉해 줄 가능성을 고려해 지역 탐문수사가 시작됐다. 그런가 하면 부산에도 포진된 황주연의 지인 수색도 동시에 벌어졌다. 그가 심야에 남부권으로 내려갈 만한 여유는 충분했기 때문이다. 오전 11시쯤, 황주연의 매형에게서 제보가 들어왔다. 불과 10여 분 전 황주연이 전화를 걸어 와, 자신이 고속버스터미널에 세워둔 트럭과 거기 태운 딸아이를 챙겨달라고 했다는 거였다. “그 뭐라더라…, 형사님요, 걔가 그러던데요. 자기가 사고를 좀 크게 쳤다고 숨을 끊으러 간다고.” 수화기를 쥔 천현길 팀장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곧바로 매형이란 자의 통신 내역을 기지국에 넘겨 황주연의 위치를 파악하는 한편, 그가 유기한 트럭 수색을 지시했다. 트럭은 고속버스터미널 인근 뒷골목에 세워져 있었다. 딸아이는 없었다. 아이는 부친이 돌아오지 않자 서울에 사는 이모에게 전화해 그리로 간 것으로 사후 확인됐다. “황주연은 전처에게 상당히 집착했다. 두 번째 이혼 후 연락이 끊긴 전처를 찾아내려고 이메일에 남은 아이피를 토대로 흥신소에 추적을 의뢰하거나, 119에는 집 나간 아내가 자살할 거 같다며 위치를 알려달라고 했다. 하지만 모두 실패하자 끝내는 딸을 넘겨줄 테니 직접 만나자는 유인책을 시도했다.”(천현길 서초경찰서 강력6팀장) 그렇기에 실제 범행에 쓴 발리송 나이프는 그저 위협용일 수 있었다. 전처가 순순히 따라오지 않는 상황을 가정해 들고 나갔으나 약속 장소에 전처의 애인이 함께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래서 목격자의 말대로 눈이 뒤집혔던 것이다. 한편 황주연이 매형에게 전화할 당시 그는 신도림역 개찰구 안의 공중전화 부스에 있었다. CCTV 확인 결과 그는 개구멍 넘듯이 개찰구 안으로 기어들어갔는데, 이 또한 묘한 인상을 남겼다. 표를 산다면 역무원에게 인상을 남길 테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교통카드 태그조차 하지 않은 점은 석연치 않다. 경찰이 카드 내역까지 단시간에 감시할 거라 예상한 듯한 행동이다. 이후에도 그가 경찰 수사를 간파하고 있다는 인상은 계속됐다. 이날 오전 11시30분쯤 매형에게 다시 전화해 “부탁한 건 다 챙겼느냐”고 했을 때 그는 강남역 번화가의 공중전화를 이용했다. 뒤늦게 형사들이 매형을 데리고 강남역으로 가서 황주연과 인상착의가 유사한 남성을 수색할 무렵, 황주연은 사당역을 경유해 삼각지역에서 하차, 다시 지하철을 타고 범계역으로 간 뒤였다. 이날 오후 2시40분쯤, 그가 역 앞 백화점 주변을 서성이던 게 마지막 CCTV 기록이다. 그 후로 그는 완전히 사라졌다. 황주연의 지인 진술도 있었다. “그 새끼 결국 사고 쳤네요. 안 그래도 술 마시다가 그러더라고요. 범죄자들이 경찰한테 왜 잡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자기는 절대 경찰에 안 잡힐 자신이 있다고.” 범행 당일 피의자를 특정했건만 새 단서도, 증거도, 아무것도 없이 시간만 흐르면서 형사들의 질문도 기존의 레퍼토리를 넘어서지 못했다. 그러자 소문이 돌았다. 경찰의 단서가 바닥났다고. 수사가 안 풀리면 형사들은 티끌만 한 단서라도 붙잡고 백방으로 뛰어다닌다. 그래도 아무것도 안 나오면 전화를 기다린다. 결국 서초경찰서는 황주연에 대한 현상수배 전단을 전국에 배포했다. 언론 보도도 앞다퉈 이뤄졌다. 180㎝의 건장한 체격에 비뚤어진 안면, 오른쪽 만두귀. 얼핏 스쳐봐도 잊히지 않을 얼굴이다. 형사들은 거기에 기대를 걸었다. 제보는 쏟아졌다. 공사장 인부와 닮았다, 내가 아는 택시기사인 것 같다, 금산군의 인삼 농장에서 봤다 등등. 하지만 막상 가보면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그리고 얼마 뒤 창원에서 한 여성이 울먹이며 전화를 걸어왔다. (계속) “살려주세요. 그 남자가 곧 저를 죽이러 올 거예요.” 그녀는 황주연과 4년간 교제했던 연인이었다. 그런데 왜 자신이 지금 '살해될지도 모른다'라고 확신했을까. 한편, 당시 팀장이던 천현길은 서울청 광역수사대 강력팀장, 중랑경찰서 형사과장을 거쳐 현재는 총경이 됐다. 그는 여전히 황주연을 쫓고 있다.천 총경은 말한다. 그놈의 은신처는 '이곳'일 거라고. 그를 실제로 봤다는 가장 유력한 제보. 17년째 도주 중인 황주연 이야기,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79785 ‘강력계 25시’ 또 다른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유영철 경찰서 탈출 했었다…"女 있어요?" 사창가 충격 행적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44469 “계란 문대는 놈, 유영철이야” 형사는 영등포 사창가 찍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46250 택시 기사 17번 찌른 그놈들, 16년뒤 ‘휴지 1장’이 까발렸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55482 “시X, 백개는 땄어야 했는데” 2호선 막차 살인마의 정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57159 “차 3대 살게요” 전화한 그놈…피자 먹으며 女딜러 토막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60363 여자들 몸까지 닦고 튀었다…술집사장 136명 겁탈한 그놈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62083 女시신 가슴에 이빨자국 남겼다…그 엽기 중국인 ‘스포츠카 죽음’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73988 판교 IT맨, 손톱 뽑혀 죽었다…캄보디아 똑 닮은 ‘10년전 지옥’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75848 안덕관([email protected])
2025.11.22. 1:32
압수수색 현장에서 도주했다가 한 달여 만에 체포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주포' 이모씨의 구속 여부를 가를 법원 심사가 이씨 측의 참여 포기로 열리지 않게 됐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씨 측은 이날 자신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기로 했던 서울중앙지법에 불출석사유서를 냈다. 심사를 맡은 소병진 부장판사는 이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민중기 특별검사팀과 이씨 측의 변론을 듣는 절차 없이 수사 기록과 증거만으로 구속 필요성을 판단할 예정이다. 이씨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늦은 오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들을 수사하는 특검팀은 지난 21일 이씨에 대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가담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씨는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 중인 김 여사의 공범으로 지목됐다. 김 여사는 2010년 10월∼2012년 12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가담해 8억100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얻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씨는 주가조작의 1차 작전 시기(2009년 12월 23일~2010년 10월 20일) 주포이자 김 여사의 증권사 계좌 관리인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에게 건진법사 전성배씨(구속기소)를 소개해준 인물로도 지목됐다. 특검팀에 앞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이씨를 불기소 처분했으나 특검팀은 그가 차명 계좌로 주가조작에 가담했다고 보고 재수사해왔다. 이씨는 지난달 17일 압수수색을 받던 중 현장에서 도주했다가 34일 만인 지난 20일 충청북도 충주시에 있는 국도변 휴게소 근처에서 체포됐다. 김지혜([email protected])
2025.11.21. 23:35
휴대전화를 보는 등 딴짓을 하다 전남 신안군 앞바다에서 대형 여객선을 좌초시킨 혐의를 받는 일등항해사와 조타수가 22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다. 중과실치상 혐의를 받는 일등항해사 A씨(40대)와 인도네시아 국적 조타수 B씨(40대)는 이날 오후 광주지법 목포지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법원에 도착한 이들은 선사 이름이 적힌 외투와 모자, 마스크 등으로 얼굴을 가린 상태였다. A씨는 "혐의를 인정하느냐", "탑승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 등 취재진의 질의에 "이 자리를 빌려많은 분에게피해를 끼쳐 죄송하고, 임산부께 더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A씨는 '과거에도 자동항법장치를 켜고 항해했냐'는 질문에는 "직선거리에서만 자동항법장치를 켜고, 변침(방향 전환) 구간에서는 수동으로 변경한다"며 "(휴대전화로) 네이버를 잠깐 봤다"고 말했다. B씨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이들은 지난 19일 오후 8시 16분쯤 신안군 족도 인근 해상에서 운항 중 딴짓을 하다 대형 여객선 퀸제누비아 2호의 좌초 사고를 낸 혐의를 받는다. 사고 지점으로부터 1600m 떨어진 해상에서 변침을 해야 하지만 이를 실행하지 않았다. A씨는 당시 조타실에서 휴대전화로 뉴스를 보다가 충돌 13초 전에서야 위험을 인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전방을 살피는 것은 A씨 업무이며, 당시 자이로컴퍼스(전자 나침반)를 보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며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해경은 협수로 구간에서 조종을 직접 지휘해야 하지만 조타실을 비우고 휴식을 취한 선장 C씨에 대해서도 선원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진행 중이다. 김은빈([email protected])
2025.11.21. 22:41
[와이드 인터뷰] 이장우 대전광역시장이 말하는 ‘대전 K-테크’ 전략 “한국거래소 상장사 67개. 시가 총액 80조원…취임 이후 19개 기업 새로 상장” “우주항공·바이오헬스·나노반도체·국방·양자·로봇 등 6대 전략산업 집중 육성” “대전 프로야구·축구 약진은 도시 인프라, 시민 참여, 지역경제가 어우러진 결실” 11월 4일 오전 대전시 서구에 위치한 대전시청 시장 접견실 문이 열리면서 이장우 대전광역시장이 파란 눈의 방문객들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접견은 대전에 바이오프로세싱 생산센터를 건립 중인 독일 글로벌 바이오 기업 머크(Merck)의 고위 임원진 일행이 이 시장을 예방하면서 이뤄졌다. 만면에 웃음을 머금고 방문객들을 배웅한 이 시장은 자리에 돌아서며 기자에게 자못 자랑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세계적인 제약사 머크가 대전 유성구 둔곡지구에 조성 중인 바이오프로세싱 생산라인이 내년에 준공된다.” 그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민선 8기 출범 이후 그는 글로벌 생산기지로서의 대전, 상장사 요람으로서의 대전 브랜드 구축에 힘을 쏟아왔다. 이처럼 대전시는 ‘과학기술 수도’를 넘어 대한민국 산업경제의 중심으로 부상하고자 한다. 바이오, 반도체, 우주, 국방, 양자, 로봇 등 6대 전략산업을 축으로 한 혁신 생태계가 도심 전역에 조성되고 있다. 이 시장은 연구개발(R&D)과 인재 양성, 창업과 상장이 한 도시 안에서 완결되는 원스톱 산업 구조 조성을 목표로 한다. 이날 접견실에서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 나선 이 시장은 “대전은 기술과 인재, 자본이 선순환하는 도시”라며 “이제 연구의 도시를 넘어 ‘한국의 닝더’, 세계로 뻗는 K-테크 산업도시로 도약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Q : 해외 바이오 자본도 대전시를 찾는군요? A : “그렇습니다. 대전은 바이오를 비롯해 저희가 강점을 가진 분야를 중심으로 6대 전략산업을 육성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ABCD+QR’입니다. 바로 우주항공(Aerospace), 바이오헬스(Biohealth), 나노반도체(Chips), 국방(Defense), 양자(Quantum), 로봇(Robot) 산업이 대전의 미래를 책임질 업종입니다. 로봇 산업은 인공지능(AI)라 센서. 드론이 중핵을 차지합니다. 특히 바이오 분야는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어요.” Q : 구체적으로 어떤 면이 주목받나요? A : “코스닥 시총 10위 안에 드는 알테오젠, 펩트론, 리가켐바이오가 대전 소재 바이오 기업입니다.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대전 소재 바이오 기업만 28개에 달하죠. 현재 가동 중인 바이오 기업은 줄잡아 300곳에 달합니다. 대전시는 빠르면 5년, 좀 늦어도 10년 안에 대한민국 바이오 대표 도시를 넘어 글로벌 바이오산업의 메카로 불리는 미국 보스턴과 어깨를 나란히 하리라 기대합니다. 대전은 상장기업 수와 시가총액 면에서 눈부신 성장을 하는 도시입니다.” Q : 경쟁우위를 보여주는 데이터를 소개한다면? A : “어제(11월 3일) 코스닥 시장에 신규 상장한 AI 관련 기업인 ‘(주)노타’를 포함해 상장사가 67개에 달합니다. 시가 총액이 80조원을 웃돌 겁니다. 2022년 제가 취임한 이래 19개 기업이 새로 상장했어요. 이들이 대전시의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입니다.” Q : 기업 생태계가 급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A : “오랜 세월 축적된 대덕연구개발특구의 우수 인력과 연구 성과물이 창업으로 이어진 결과입니다. 그때 뿌려진 씨앗이 열매를 맺는 등 본격적인 성장 단계에 돌입한 것이지요. 한국과학기술원(KAIST), LG생명과학 등 대전에 즐비한 이공계 학교와 연구소에서 양성된 과학 인재들이 핵심입니다. 대전에서 이루어지는 창업은 다른 도시와 그 깊이와 질에서 차별화됩니다. 이 성장세는 앞으로 더 가속화할 겁니다.” ━ “국내 양자역학 연구 인력의 절반이 대전에” Q : ‘ABCD+QR’ 중에서도 양자(量子) 산업은 아직 국내에서도 생소한 분야 아닐까요? A : “아마 양자역학, 양자기술을 전공하는 과학자가 우리나라에 300명도 채 안 될 겁니다. 그중 절반의 인력이 대전에 있어요. 대덕특구에 있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의 양자기술연구소는 한국을 대표하는 양자 연구 기관이지요. 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KAIST 등 양자 관련 국가 핵심 연구기관과 전문 인력이 고도로 밀집한 도시가 대전입니다. 대전시는 양자산업 육성 조례를 시행 중이며, KAIST 등 9개 기관과 산·학·연·관 협력 생태계 구축에도 공을 들여왔습니다. 대전은 연구 인력과 인프라 차원에서 양자역학 연구의 핵심 도시라고 하겠습니다.” Q : 중국은 남동부 변방인 푸젠성 닝더에서 글로벌 배터리 기업인 CATL을 키워냈습니다. 과학도시 대전에서도 이런 세계를 대표하는 기업이 나올까요? A : “CATL 같은 글로벌 기업이 대전에서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중요한 건 도시의 규모가 아니죠. 기술·인재·실행력이 관건인데, 대전은 이미 그 세 가지를 모두 갖춘 도시입니다. 이런 인프라를 연구에 머물게 하지 않고, 산업화와 기업 성장으로 연결하는 것이 지자체의 책무이기도 합니다. 대전시가 앞서 밝힌 6대 전략산업을 정점에 놓고, 인재 양성과 창업·성장까지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고자 하는 것도 세계적 K-테크 기업을 육성하려는 노력과 맞닿아 있습니다.” Q : 이런 글로벌 기업 육성에는 중앙정부의 지원도 따라야 할 것 같습니다만. A :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각 지역의 특성과 현실을 세밀하게 반영하기가 쉽지 않은 측면도 있습니다. 우리의 길은 우리가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전은 일류경제도시를 지향합니다. 기업이 강하고 산업기술이 앞선 도시 말이죠. 행정은 규제의 주체가 아니라 성장의 파트너입니다. 저의 우선 과제는 규제와 절차를 줄여 기업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대전투자금융 설립입니다. 이는 지방정부 최초의 공공투자금융기관입니다.” ━ “전입자의 60% 이상이 2030 청년세대” Q : 대전시가 선제적으로 출자하는 거군요? A : “예. 대전시가 자본금 500억원을 전액 출자해 지난해 7월 출범했습니다. 대전에 세계적 인재와 기술은 있는데 자본은 서울에 몰려 있습니다. 이런 한계로 인해 지역의 기업이 성장에 필요한 자본을 제때 수혈하지 못해 애를 태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를 해소하고자 대전시가 나서 지역 자본으로 지역 기업을 키우는 구조를 만든 것이죠. 2030년까지 운용자금을 5000억원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Q : 대전시 인구가 12년간의 감소세에서 벗어나 증가했다고 들었습니다. A : “올 5월부터 5개월 연속 인구가 늘었습니다. 9월 기준 대전시 인구는 144만 2000명으로 지난해 말보다 3000여 명이 증가했습니다. 전국 광역 지자체 중 인구가 늘어나는 곳은 대전, 인천, 경기 정도입니다. 세종시로의 순(純) 유출이 줄고, 충남권에서의 순 유입이 많이 늘어나는 등 지역 간 인구 이동의 흐름이 완전히 바뀐 덕입니다. 특히 전입자의 60% 이상이 2030 청년세대라는 점도 획기적 변화라고 하겠습니다.” Q : 이런 반전(反轉)의 동력은 뭔가요? A : “저는 무엇보다 대전이 청년들에게 매력을 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말은, 도시가 재미가 있다는 것이지요. 또 새로운 기술, 기업이 일자리를 창출한 성과도 있습니다. 결국 대전시가 청년들에게 미래를 설계할 만한 꿈과 희망을 준다는 것이고, 삶의 만족도 또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생각합니다.” Q : 인구 반등은 대전시의 숙원 사업이었죠. A : “그렇습니다. 대전시는 결혼장려금, 청년 주거 지원 같은 실질적 지원은 물론이고, 기업 투자에서 문화, 교육, 일자리까지 청년의 삶의 질을 고르게 끌어올리는 인프라를 체계적으로 조성했습니다. 저는 무엇보다 도시의 분위기를 밝고 경쾌하게 만드는 데 주안점을 뒀습니다. 제가 취임하고 심혈을 쏟아 론칭한 ‘대전 0시 축제’의 경우 200만 이상의 인파가 몰려들었죠. 전국 10여 개 지자체에서 벤치마킹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대전은 과거의 ‘노잼 도시’ 멍에를 벗고 이제는 ‘꿀잼 도시’. ‘웨이팅 도시’로 이름을 드높이는 중입니다. 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홈구장인 대전 한화생명볼파크가 지난 3월 새로운 랜드마크로 개장했습니다. 대전시는 이어 더해 엑스포과학공원에 e스포츠 전용 경기장을 만들어 국내 최대 규모 대회를 유치하기도 했습니다. 청년이 와서 머물고 다시 찾는 도시 대전의 선순환 구조를 완성해가고 있습니다.” Q : 한국프로야구 코리안시리즈에서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지만 한화 이글스가 올 시즌 맹위를 떨쳤죠. 대전시민들은 신나는 시즌을 보냈을 것 같습니다. A : “한화 이글스의 한국시리즈 진출과 한화생명볼파크의 개장은 대전이 명실상부한 ‘야구특별시’로 자리매김하는 역사적 순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다시 타오른 응원 열기는 경기장을 넘어 도시 전체의 활력과 시민의 자부심으로 확산되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프로축구에서도 대전하나시티즌이 리그 2위권에 오를 만큼 선전하고 있으며, 지역 스포츠의 전반적인 경쟁력이 크게 강화되었습니다. 전국체전에서의 대전 선전(善戰)도 빠뜨릴 수 없는 성과입니다. 재작년 14위에서 지난해 11위, 올해 9위로 상승하며 생활체육과 전문체육이 함께 성장하는 도시의 역동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스포츠의 성장과 도시 발전은 서로 밀접하게 맞물려 있죠. 대전의 경기력 상승은 단순한 선수단의 성취에 그치지 않아요. 도시가 갖춘 인프라와 시민 참여, 그리고 지역경제의 상승 곡선이 함께 빚어낸 성과라고 하겠습니다.” Q : 전국적 인기를 끌고 있는 제과점 성심당도 대전의 이름을 빛낸 아이템 아닐까요? A : “3년 사이 매출이 두 배 이상 늘어난 대전의 명물 빵집 성심당은 전 국민의 ‘빵지 순례’ 명소로 급부상했죠. 이제 성심당은 더 이상 ‘빵집’이라는 한정된 단어로 설명되기 어려운 기업입니다. 반세기 넘게 다져온 장인정신 위에 지역의 온기를 더해, 한 도시의 자부심으로 성장한 로컬 브랜드의 상징이기 때문입니다. 대전에서 시작된 이 브랜드는 ‘지역에도 전국이 찾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증명했습니다. 그 성공은 단순한 상업적 성취를 넘어, ‘꿀잼도시 대전’이라는 새로운 도시 브랜드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이제 대전에는 성심당뿐 아니라 정인구 팥빵, 몽심, 하레하레 등 개성 있고 스토리가 있는 로컬 베이커리 20여 곳이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을 끌어들입니다. 대전이 맛과 이야기가 공존하는 도시로, ‘로컬이 곧 콘텐트’가 되는 도시로 변모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 초고령 사회에 걸맞은 수소트램 Q : 대전시는 28년간 계획으로만 존재하던 교통혁신 사업인 수소트램 건설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A : “대전시는 민선 8기 출범 이후 멈춰 있던 교통혁신의 시계를 다시 돌려, 수소트램의 실질적인 착공에 나섰습니다. 수소트램은 기존 사업비 7492억원에 7577억원을 증액해 총 1조5069억원(실시설계 기준)을 투입하는 대형 프로젝트로, 대전 교통체계 전환의 상징적 사업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총연장 38.8km, 정거장 45개소 규모로 대전 전역을 순환하며 주요 거점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교통망입니다. 전력선이 필요 없는 수소 전기 방식을 채택해 도심 내 전력선이 없는 구간에서도 친환경 운행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현재 공정은 2028년 개통을 목표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Q : 수소트램은 대전시민의 일상생활을 어떻게 바꿀까요? A : “수소트램은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도시 공간의 혁신을 이끄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기능하게 될 것입니다. 도심과 외곽을 하나로 잇는 순환형 노선은 시민 이동 편의성을 높이고, 지역 상권과 생활권을 확장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됩니다. 자동차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교통 패러다임을 전환하며,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이게 되죠. 미세먼지를 줄이며 에너지를 절감하는 등 지속 가능한 친환경 도시로의 전환을 견인할 것입니다. 특히 수소트램은 기존 지하철과 달리 지상에서 바로 탑승할 수 있는 교통수단입니다. 교통약자에게 더욱 친화적인 이동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죠. 기존 도시철도같이 승객이 지하로 내려가거나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복잡한 절차 없이 도로에서 바로 승하차가 가능해, 노약자와 장애인에게 특히 편리한 교통체계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대한민국에 이런 지상형 교통체계는 시민 이동권 보장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Q : 지난 3월 방위사업청 신청사가 착공에 들어갔습니다. 대전시는 이 사업에도 공을 많이 들였죠. A : “방위사업청의 대전 이전은 단순한 기관 이전을 넘어, 대전이 첨단 국방산업의 핵심 거점도시로 도약하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겁니다. 연간 18조원 규모의 예산과 1600여 명의 전문 인력이 대전에 상주하게 되니까요. 약 1조400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예상됩니다. 저는 방위사업청의 대전 이전이 이런 경제지표를 넘어 산업 구조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으리라 기대합니다. 방사청의 대전시대 개막은 방위산업 전·후방 기업과 서비스 산업의 동반 성장을 견인하고, 관련 협력기업 및 연구기관의 대전 이전과 투자를 본격화하는 기폭제이니까요.” ━ 지역 우주 기업이 주도하는 ‘대전샛’ 인공위성 Q : 내년에 발사되는 누리호 5차 발사체에 대전시 첫 인공위성인 ‘대전샛’이 탑재된다면서요? A : “대전시는 전국 최초로 지역 우주기업이 주도하는 초소형 큐브위성 개발 프로젝트, 즉 ‘대전샛(SAT)’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에는 스텝랩, 씨에스오, 이피에스텍, 엠아이디, 컨텍 등 대전의 대표적 우주기업 다섯 곳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설계부터 제작, 발사, 관제까지 전 과정이 지역의 기술과 인력으로 통제됩니다.” Q : 대전이 우주산업의 ‘허브’로 성장하는 데 넘어야 할 산이 있다면? A : “당면 과제로는 ‘인력 양성과 산·학·연의 유기적 생태계 구축’을 들 수 있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력과 기업이 있어도, 인재와 연구가 긴밀히 연결되지 않으면 지역 산업 경쟁력은 한계에 부딪힙니다. 글로벌 우주산업을 선도하자면 기술·인력·기업이 하나로 움직이는 생태계가 전제돼야 합니다. 대전은 이미 대한민국 우주산업의 중심도시로 도약하고 있습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 국방과학연구소 등 14개의 주요 우주 연구기관, KAIST를 비롯한 4개 대학, 그리고 쎄트렉아이·컨텍 등 80여 개 우주 관련 기업이 집결해 있습니다. 지난 2022년 12월 대전이 ‘우주산업 클러스터 연구·인재 개발 특화지구’로 지정되면서 명실상부한 국가 우주산업 거점으로 자리 잡아가는 중입니다.” Q :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합니다. 대전시는 방위산업 공급망에서 어떤 전략적 지위를 겨냥하나요? A : “글로벌 방산 공급망은 단순히 무기 생산을 넘어, 이제 인공지능(AI)·반도체·양자기술이 결합된 지능형 전장(戰場) 환경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 거대한 변화의 중심에 바로 대전이 있습니다. 대전에는 KAIST, 국방과학연구소(ADD), 한화, LIG 넥스원 등 공공 연구기관과 민간기업이 한 곳에 결집한 양상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공공 연구와 민간 산업이 집적된 국방 과학기술 중심지는 국내에서 대전이 유일합니다. 특히 대덕특구가 지난 반세기 동안 축적해 온 세계적 수준의 연구개발(R&D) 역량과 인프라는 어느 도시도 따라올 수 없는 대전의 강점이자 국가 전략 자산입니다.” ━ “대전·충남 통합시 국내 3위 초광역 경제권 탄생” Q : 대전은 이러한 강점을 어떻게 산업화하고, 세계 시장과 연결해 나갈 계획인가요? A : “대전은 지금 국방 혁신 체계의 정점에 자리합니다. 방위사업청의 대전 이전으로 정책·기술·산업이 한곳에서 연결되는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내년 하반기에는 유성구 외삼동에 안산첨단국방산업단지 조성에 착수합니다. 이 산업단지는 국방기업과 AI 기업이 협력하고 융복합하는 핵심 거점입니다. 대전시는 기업들이 AI 기반의 첨단 무기체계와 국방 신기술을 개발해 세계 시장에 도전하는 데 전폭 지원할 예정입니다.” Q : 시장께서는 ‘지역균형발전’을 자주 강조했습니다. 그 의미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나요? A : “그동안의 균형발전은 ‘나눠주기식 보상정책’에 머물렀습니다. 중앙이 주고, 지방은 받기만 하는 구조였죠. 그러나 이제 균형발전은 단순한 시혜가 아니라 국가의 생존 전략이자 새로운 성장 엔진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균형발전의 핵심은 ‘균등화’가 아니라 ‘효율화’입니다. 지방이 가진 기술, 인재, 산업 역량을 국가 전체의 경쟁력으로 연결해야 대한민국이 진정으로 커질 수 있습니다. 대전은 이 전환의 첫 번째 실험 무대이자 성공 모델이 될 것입니다. 결국 균형발전은 지방이 스스로 일어서는 과정입니다. 지방이 잘해야 나라가 삽니다. 그 길을 대전이 가장 먼저 열고자 하는 것이죠. 서울을 보완하는 지방이 아니라, 국가를 움직이는 지방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저는 늘 ‘우리 도시는 우리가 스스로 일군다’는 방침을 강조해 왔습니다. 대전의 모든 변화는 중앙의 계획이나 지시가 아닌, 스스로 결정하고 추진하며 완성한 결과였습니다. 이 자립의 정신이야말로 균형발전의 출발점입니다.” Q : ‘지방 주도 성장 모델’로서 대전·충남 통합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진행 배경을 설명한다면? A : “대전·충남 통합은 단순한 행정구역 조정이 아닙니다. 이는 지방이 스스로 주도하는 성장 모델을 제도화하는 일입니다. 대전이 가진 과학기술력과 충남의 산업 인프라를 결합하면, 인구 약 357만 명, 지역내총생산(GRDP) 197조원 규모의 국내 3위 초광역 경제권이 탄생하게 됩니다. 이는 지방이 힘을 모아 수도권에 필적하는 새로운 성장축을 세우는 전략입니다.” 박성현 월간중앙 지역전문위원 [email protected]
2025.11.21. 2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