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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권 혁신 거점 부산·거제] 조선업 호황인데 지역경제 침체 … 상생 방안 마련해야

고용·상권 악화된 거제시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 의존도 높아 실업률 3.4%, 중대형상가 공실률 35% ‘상생발전기금’ 제안, 조선사들 외면 “숙련 인력 회복, 지역경제 활성화를” 거제 조선업이 다시 호황을 맞았지만, 지역사회는 여전히 냉기가 가시지 않고 있다.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 등 국내 주요 조선사들이 고부가 선박 중심으로 수주 전략을 강화하며 향후 3년 치 일감을 확보했음에도, 지역 경기 회복은 좀처럼 체감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실적은 분명히 개선됐다. 삼성중공업의 2025년 3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13.4% 증가한 2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한화오션 역시 같은 기간 3조234억원으로 11.8% 성장했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요 확대와 미국 중심의 에너지 프로젝트 추진, 이른바 ‘MASGA 프로젝트’의 가속화로 글로벌 조선 시장의 성장세도 뚜렷하다. 그러나 지역경제는 다른 흐름을 보인다. 조선사들이 비용 절감을 이유로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 의존도를 높이면서 숙련 인력의 이탈이 이어지고, 임금의 상당 부분이 해외로 송금되며 지역 내 소비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거제시 인구는 2016년 25만7000여 명을 정점으로 감소세가 이어져 23만 명대가 위협받고 있다. 같은 기간 외국인 인구는 약 1만6000명으로 급증해 2021년 5400여 명에서 3배 가까이 늘었다. 고용·상권 지표도 악화했다. 거제시 실업률은 올해 9월 기준 3.4%로 전국 평균(2.1%)을 웃돌고 있다. 상권 침체는 더욱 뚜렷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5년 2분기 옥포 지역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35.1%로 전국 평균(13.4%)의 3배에 달한다. 소규모 상가 공실률 역시 17.2%(전국 7.5%)로 2024년 4분기(옥포 지역 중대형상가 15.5%, 소규모 상가 12.9%)와 비교해 악화되는 추세다.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변광용 거제시장은 지난 4월 대형 조선사들에 ‘지역상생발전기금’ 출연을 공식 제안했다. 거제시·삼성중공업·한화오션이 각각 매년 100억원씩 5년간 총 1500억원을 조성해 내국인 채용 인센티브 제공, 조선업 노동자 처우 개선, 지역경제 활성화, 사회공헌 프로젝트 등 지역 상생을 위한 다양한 분야에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변 시장은 “조선업 호황의 과실이 기업의 수익에만 머무르지 않고 노동자와 시민에게 선순환돼야 한다”며 “기금은 노동자의 처우 개선뿐 아니라 지역경제 회복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변 시장이 이 같은 제안을 한 이후 수개월이 지나도록 조선사들은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은 채 구체적인 논의에도 나서지 않고 있다. 변 시장은 지난 9월에도 두 조선사에 내국인 정규직 채용 확대와 지역인재 채용 할당제 도입을 거듭 요청했다. 그는 “조선업 회복세에도 내국인 인력은 줄고 외국인 의존도만 높아지고 있다”며 “이 구조가 지속되면 조선업 수주가 늘고 많은 실적을 올리더라도 그 결실이 지역과 시민에게 환원되기 힘든 현실”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무엇보다 숙련된 인력 단절과 지역 소멸 문제를 막기 위해 기업과 지자체가 함께 내국인 정규직 신규 채용 확대와 지역인재 채용 할당제 도입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거제시는 지역 산업 기반 강화를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시행해 왔다. 조선업 불황기에는 국내 최초로 ‘거제형 조선업 고용유지 모델’을 도입해 조선소 숙련 노동자 7000여 명의 실직을 막아냈고, 고용위기지역 지정 기간(2018~2024년) 동안 총 935억원의 지원을 이끌어냈다. 고용위기지역 종료 이후에는 400억원 규모의 재직자 희망공제사업도 추진했다. 이 밖에도 ▶생산공정 스마트화를 위한 ‘중소형 조선소 생산기술혁신(DX) 센터’ ▶빅데이터 분석·AI 등 첨단 기술을 적용해 제조 역량을 높이는 ‘조선해양 생산공정혁신(AX) 기술센터’ ▶친환경 선박의 초격차 기술 개발을 위한 ‘선박 풍력추진 보조장치 실증센터’ ▶경남도·한국조선해양기자재 연구원과 함께 추진 중인 ‘선박용 액체 수소 실증설비 구축 사업’ ▶숙련 인력이 거제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조선업 신규 취업자 이주정착비 지원 사업’ 등 조선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거제시는 이 같은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최근 고부가 선박 중심으로 산업이 재편되는 상황에서 용접·배관·전기·전자 등 핵심 공정의 숙련 인력 확보는 조선업 경쟁력 자체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원·하청 이중 구조, 외국인 중심 인력 구조가 지속될 경우 지역과 산업 모두 지속가능성을 잃을 우려가 크다는 설명이다. 거제시 관계자는 “조선업 호황의 이면에서 지역사회는 이제 기업이 감당해야 할 책임을 묻고 있다”며 “기업들은 하루빨리 숙련 인력의 회복, 지역경제 활성화, 상생 구조 마련이라는 과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2025.11.23.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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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권 혁신 거점 부산·거제] 늘리고 높이고 풀고 … 살기 좋은 글로벌 허브 도시로

부산 민선 8기 3년 성과 투자유치 14조원, 고용률 역대 최고 외국 관광객 급증, 해외 매체도 주목 ‘15분 도시’ 등 시민 체감형 정책 호평 박형준 시장 “남부권 혁신 거점 도약” 2022년 출범한 부산광역시의 민선 8기 시정이 지난 3년간 많은 분야에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시는 민선 8기 3년간의 시정 성과를 ‘늘리고, 높이고, 풀고’라는 핵심 키워드로 요약하며, 정책 성과가 단순한 구호가 아닌 숫자와 실질적 변화로 입증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 대기업 R&D센터, 신산업 기업 부산 몰려 우선 투자 유치가 늘었다. 지난 3년간 시의 투자유치 누적 금액은 약 14조원에 달한다. 2020년 2815억원이던 투자유치 규모는 지난해 6조3000억원으로 22배 증가했다. 이에 따라 대기업 연구개발(R&D)센터를 중심으로 한 세계적 기업과 첨단 물류, 신산업 분야 우수기업들의 부산행이 이어지고 있으며, 전국 지자체 최초로 연내 두 번째 지정된 기회발전특구·도심융합특구, 그리고 지역 전략사업 선정으로 500만 평의 개발 가용 부지를 17년 만에 확보했다. 또한 부산의 고용지표가 뚜렷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2022년 4월 85만 명이던 부산의 상용근로자 수는 올해 6월 100만 3천명을 기록했으며, 지난 6월 기준 부산의 고용률은 59%로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관광 지표도 크게 개선됐다. 외국인 관광객 수는 지난해 292만 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고, 올해는 4월에 해외 관광객 100만 명, 7월에 200만 명을 각각 넘기며 역대 최단기간 100만·200만 돌파라는 신기록을 세웠다. 9월에는 267만 명으로 최단 기간 기록 경신을 이어가며, 300만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삶의 질과 직결되는 공원은 2021년 대비 부산시민공원(47만㎡)의 27배가량 늘었다.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과정을 통해 도시브랜드 가치가 높아진 점도 눈에 띈다. 부산은 영국 컨설팅 기관 지옌(Z/Yen)이 발표한 글로벌스마트센터지수(SCI)에서 2021년엔 62위에 그쳤으나, 올해 12위(아시아 2위)로 급상승했으며, 국제금융센터지수(GFCI)도 역대 최고인 24위에 올랐다.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아시아 살기 좋은 도시’ 순위에선 2년 연속 6위에 올랐고, 뉴욕타임스의 ‘아름다운 해변도시 글로벌 5선’ 등 해외 유력 매체에서도 주목받는 도시로 자리매김했다. 국내에선 세이브더칠드런에서 발표한 한국 아동 삶의 질 전국 1위(2024년), 청년 삶의 만족도·시민행복지수 특·광역시 1위(2023년, 국회미래연구원) 등 다양한 지표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 각종 규제 풀고 장기 미해결 과제 해결 부산시 민선 8기 시정의 핵심 정책들도 시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부산을 만들기 위한 ‘15분 도시’ ▶부산형 통합 늘봄 ‘온 부산이 온종일 당신처럼 애지중지’ ▶부산형 청년정책 ‘청년지(G)대’는 시민들의 삶 깊숙이 자리 잡아 실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라는 호평을 받는다. 또한 부산콘서트홀 개관, 오페라하우스 공사 재개, 세계적인 미술관 조성 등으로 부산의 문화 기반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도약 중이며, 시장 관사 ‘도모헌’ 40년 만의 개방, 공원 면적 확대, 4대 스포츠 구단 보유 등을 통해 시민 삶의 질을 풍요롭게 하고 있다. 부산시는 장기 미해결 과제를 해결하고, 각종 규제를 풀기도 했다. 경부선 철도 지하화(부산진~부산역) 사업은 총 사업비 1조8184억원이 투입되는 국가사업으로 본궤도에 진입했다. 숙원 사업이던 대저·엄궁·장낙대교 등 낙동강 횡단교량 사업 또한 환경과 개발의 균형 있는 해법 마련으로 계획 수립 10년 만에 착공에 이르렀다. 또한 10년 넘게 멈춰있던 수영만 요트경기장 재개발 사업도 본궤도에 올랐고, 다대소각장도 복합해양 레저관광의 중심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민간 유치와 정부 공모 사업을 연계해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박형준 시장은 “성장잠재력의 한계에 직면한 대한민국이 지역 균형발전을 통해 다시 한번 재도약해야 할 중대한 분수령에 있다”며 “새 정부는 부산을 해양 강국의 중심도시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으며, 이에 우리 시도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어 “부산 글로벌 허브 도시 조성 특별법 제정과 한국산업은행 부산 이전 문제도 새 정부 국정 운영 방향에 맞춰 부산이 남부권 혁신 거점으로 성장하도록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의지를 전했다. 김재학

2025.11.23.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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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장벽' 처럼 빽빽…높이 90m 규제가 만든 세운3구역 풍경 [종묘 앞 개발 갈림길]

39개 구역으로 구성된 세운재정비촉진구역 중에서 10개 구역은 이미 완공됐다. 이 중에서 2023년 2월 완공된 3-1, 3-4ㆍ5구역이 세운4구역 고층개발과 맞물려 최근 화제다. ‘힐스테이트 세운센트럴’ 1ㆍ2단지로, 90m(27층) 높이의 건물 두 동으로 1022가구가 있다. 청계천변에 바로 붙어 있다. 김경민 서울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지난 13일 SNS에 “힐스테이트세운 바라보기 운동 본부를 설립한다”며 “힐스테이트세운 가서 건물 높이 보고 ‘와’하고 놀라면 된다. (세운4구역은)그보다 정확히 60% 더 올라간다”고 했다. 힐스테이트 세운센트럴이 ‘청계장벽’처럼 빽빽하게 지어진 탓에 세운4구역은 이보다 더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힐스테이트 세운센트럴의 높이는 박원순 전 시장 때 정해졌다. 당시 사대문 안 건물 높이는 90m로 제한됐다. 서울 내사산(內四山) 중에서 가장 낮은 낙산(125m)을 기준으로, 사대문 안 건물이 낙산보다 낮아야 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높이 기준 탓에 쉴 공간 없이 도심 건물의 밀도가 너무 높아졌다는 지적도 있다. 힐스테이트 세운센트럴의 건폐율(대지 면적 대비 건물 바닥 면적 비율)은 70%에 달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상업지역에서 높이를 규제하다 보니 용적률을 찾기 위해 빽빽하게 지은 것”이라며 “통상 주상복합이나 상업용 건물의 건폐율은 50% 미만으로 지어지는 것과 비교하면 밀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최고높이 142m로 계획된 세운4구역의 경우 건폐율이 약 46%다. 서울시에 따르면 세운상가군을 공원화(5만㎡)하고, 각 구역의 고층화로 얻는 개방형 녹지(8.6만㎡)를 포함하면 세운지구에는 13.6만㎡에 달하는 녹지가 생긴다. 시청광장(1만3205㎡)의 약 10배에 달한다. 세운지구에 높이와 용적률 인센티브가 주어지는 만큼 ‘제2의 청계장벽’이 나오지 않도록 잘 지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일본과 비교했을 때 한국에 좋은 건축이 없는 것은 디벨로퍼의 역량 문제도 크다”며 “경미한 변경 몇 차례면 조감도와 실제 준공한 건물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지엽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는 “종묘에서 바라봤을 때 올라가는 건물의 스카이라인을 잘 만들고, 종묘와 어울리는 도시 경관을 어떻게 만들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화([email protected])

2025.11.2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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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고등어 어획량 70% 줄여라"…'金등어' 된 국민 생선

20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수산물 진열대 한 칸을 노르웨이산 고등어가 가득 채우고 있다. 가격은 한 손(두 마리)에 최고 1만 4980원으로 국내산 고등어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이날 마트를 찾은 이모 씨는 “기름기가 풍부한 노르웨이 고등어를 요즘 자주 먹는데 가격이 점점 올라 사기가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노르웨이산 고등어는 국내로 들어오는 수입 고등어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노르웨이 고등어 가격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에 따르면, 한국으로 수출되는 노르웨이 고등어의 가격은 지난달 기준으로 ㎏당 5.14달러(7548원)를 기록했다. 1월(2.71달러)과 비교해 두 배 가까이 올랐다. 특히 하반기 들어 가격 상승세가 가팔라졌다. ━ “고등어 어획 압력 줄여야” 할당량 70% 감소 권고 가장 큰 원인 노르웨이 고등어의 수급이 불안정해졌기 때문이다.지난 9월 ICES(국제해양탐사위원회)는 해양 조사 결과를 토대로 노르웨이 등 관련 정부에 “내년 대서양 고등어의 총 어획 할당량이 17만 4000t(톤)을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올해 권고량(57만 7000t) 대비 70%나 감소한 수치다. 고등어 어획량 축소를 권고한 건 급격한 수온 상승과 먹이 감소 등의 영향으로 북대서양 고등어 자원이 붕괴할 위험이 커졌다는 판단에서다. ICES는 “고등어의 자연 폐사율이 상당히 높고, 신규 유입도 수년간 매우 부진했다”며 “어획 압력을 상당히 줄여야 어군이 회복될 수 있다”고 했다. 노르웨이 정부는 권고안을 토대로 영국 등 다른 국가들과 내년 고등어 어획 할당량을 협상 중이다. 이르면 올해 말에 할당량이 결정되는데, 지속가능한 어업을 중요시하는 노르웨이 정부의 특성상 할당량 감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 측은 “권고된 할당량은 한국과 일본이 작년에 노르웨이에서 수입한 양과 거의 같은 수준”이라며 “지금까지는 대부분 권고를 따랐기 때문에 내년 어획량은 올해보다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고등어 수입업체들은 비상이 걸렸다. 노르웨이 고등어 수입량은 해마다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4만 3093t에 달했는데, 국내 고등어 생산량의 3분의 1 수준이다. 한 수입업체 관계자는 “고등어 가격을 더 올리기는 부담되기 때문에 제공되는 함량을 지금보다 줄이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 국내산 가격도 올라…사라진 중·대형 고등어 국내산 고등어 역시 최근 들어 가격이 치솟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따르면, 지난달 고등어 소비자가격은 ㎏당 1만 2131원으로 한 달 전보다 5.9%가량 올랐다. 평년과 비교해도 16.8% 더 비싸다. 올해 국내산 고등어 물가가 오른 건 한국인이 선호하는 중·대형 비중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잡은 고등어 중에서 중·대형어 비중은 4.6%로 평년(20.5%)의 4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친다. 크기가 작은 고등어는 주로 아프리카 등으로 수출되고 있다. 국민 생선으로 불리는 ‘고등어’ 가격이 오르면 밥상 물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금까지는 국내산 고등어 물가가 오르면 노르웨이 고등어 수입량을 늘려 대처했지만, 태평양과 대서양 등 전 세계적으로 고등어 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 이젠 이마저도 쉽지 않아졌다. 김도훈 부경대 해양수산경영학과 교수는 “과도한 어업으로 고등어 개체군이 많이 줄어든 상태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수온 상승이 임계점을 넘어서면서 (개체군) 붕괴를 가속하고 있다”며 “식량 위기의 빨간불이 켜진 만큼 지속가능한 어업을 위한 해양 조사와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천권필([email protected])

2025.11.2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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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만원 vs 68만원…'돈 한푼 안 낸' 생계급여에 역전당한 국민연금

국민연금이 기초생활보장제의 생계급여에 역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이 최저 생계를 보장할 만큼은 돼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상황에 처했다는 뜻이다. 23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국민연금의 노령연금 1인당 평균액은 67만 9924원이다. 반면 1인 가구의 생계급여 기준액은 76만 5444원이다. 생계급여가 많아진 것은 2023년이다. 그 전에는 국민연금 평균액이 조금씩 높았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연금 전문가는 "자기 돈을 한 푼 내지 않는 생계급여보다 국민연금이 적다는 게 참 안타깝다. 국민연금이 최저 생활을 보장할 정도는 돼야 한다"며 "연금 액수를 늘리기 위한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기초생보는 2015년 생계·의료·주거·교육 등의 개별 급여 체계로 전환했다. 당시 1인 가구 생계급여는 43만 7454원, 국민연금은 48만 4460원이었다. 이후에도 국민연금이 1만~2만원 많은 상황이 이어졌다. 그러다 2023년 생계급여가 62만 3368원, 국민연금이 62만 300원이 되면서 생계급여가 3068원 많아졌다. 지난해에는 생계급여가 5만여원 더 많게 벌어졌고, 올해 차이가 8만 5520원으로 커졌다. 노령연금은 1990년대 국민연금 확대 때 5년만 가입해도 연금을 지급하던 특례연금, 이혼하면 지급하는 분할연금, 장애·유족 연금 등을 제외한 일반적인 형태의 국민연금을 말한다. 생계급여 기준액은 소득·재산이 없을 때 받는 최대치의 생계비이다. 역전 현상이 발생한 이유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이 '복지 강화'에 나섰기 때문이다. 2023년부터 복지를 결정하는 기준인 기준중위소득을 잇따라 역대 최고로 인상했다. 1인 가구는 더 올렸다. 또 기준중위소득의 30%이던 생계급여의 기준선을 32%로 올렸다. 이 조치 이후 1인 가구 생계급여가 연 7~14% 뛰었다. 그 전에는 2~6% 정도 올랐다. 반면 국민연금 평균액은 3~5% 인상에 그쳤다. 국민연금은 소비자 물가상승률(연 1~3%)만큼 올린다. 또 연금액 결정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게 전체 가입자 3년 평균소득(A값, 올해 309만원)인데, 이것의 상승률이 그리 높지 않다. 연 3~6% 선이다. 지역가입자의 신고 소득이 높지 않은 이유가 크다. 둘의 차이는 더 커질 전망이다. 지난 7월 말 2026년 기준중위소득과 생계급여 기준선을 결정하면서 내년도 1인 가구 생계급여를 82만 556원으로 정했다. 올해 12월 국민연금 평균액은 70만원 살짝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을 늘리기 위해 저소득 지역가입자 보험료 지원, 군·출산·양육·교육 등의 크레디트(가입기간 추가 인정) 확대 등으로 가입 기간을 늘려주는 정책이 따라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민연금 노령연금 수급자는 7월 기준 726만여명이다. 이 중 월 연금이 40만원 안 되는 사람이 271만명이다. 이들의 상당수는 65세 이상 노인이다. 이들이 기초연금(34만 2570원)을 온전히 받아서 국민연금과 합쳐도 1인 가구 생계급여(76만 5444원)에 못 미친다. 게다가 국민연금이 약 51만원 넘으면 기초연금이 삭감된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독일·스웨덴 등이 최저연금·최저보증연금 등을 운영한다"며 "우리는 국민연금에 기초연금을 합해 최저선을 맞춰야 하는데, 기초연금을 보편주의 식(노인의 70% 이하에게 같은 금액 지급)으로 지급하는 걸 고쳐야 한다"고 말한다. 양 교수는 "기초연금 기준을 기준중위소득 이하로 바꿔 대상자를 줄여나가되 저소득 노인에게 지급액을 올리고, 국민연금의 소득 재분배 기능을 없애고 소득에 비례해 연금이 올라가게 구조조정을 하자"고 덧붙였다. 신성식([email protected])

2025.11.2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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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포기 때리던 검사들, '항소포기 관여' 박철우 취임엔 조용…왜

구자현 검찰총장 권한대행(대검찰청 차장)에 이어 박철우 서울중앙지검장이 공식 취임하면서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로 인한 후속 인사가 마무리됐다. 항소 포기에 반발해 사의를 표명한 송강 전 광주고검장과 박재억 전 수원지검장의 사표도 최종 수리되면서 법무부 인사를 통해 수습 국면을 맞는 분위기다. 구 대행과 박 지검장은 취임 일성으로 ‘조직 안정’을 강조했다. 구 대행은 지난 17일 첫 출근길에 “(검찰이) 안정화되고 자기 일을 성실히 할 수 있도록 돕는 게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고, 박 지검장도 지난 21일 “중앙지검 구성원 모두가 검찰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조직 안정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검찰 내 공개 반발은 없어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 내에선 이번 인사에 비판적인 의견이 나오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반발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7일 항소 포기 사태 직후 검사장·지청장뿐 아니라 평검사까지 공개적으로 반발 의견을 표출하던 때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의견을 내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무력감이 커졌다”며 “이번 중앙지검장 인사가 검사들 목소리는 신경쓰지 않는다는 법무부의 명확한 시그널”이라고 말했다. 앞서 항소 포기 이후 정진우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노만석 전 대검 차장은 차례로 사퇴했다. 이후 법무부는 항소 포기 결정 라인에 있던 박 지검장을 중앙지검장에 임명했다. 법무부의 인사권을 통한 강행 돌파로 검찰 내 파장이 일단 수그러들었다는 풀이가 나온다. 익명을 원한 한 검사장은 “항소 포기 관여자에 대한 중앙지검장 임명에 대한 반발은 인사권에 대한 도전으로 비칠 수 있어 공개 행동에 나서기는 조심스럽다”며 “검사장의 평검사 강등 조치 등은 갈등만 더 부각할 수 있어 이번 (송강·박재억) 사표 수리로 봉합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도 “검사장 중 추가 사의 표명을 할 사람이 있었다면 송 전 고검장, 박 검사장이 냈을 때 같이 내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 주요 선고 때마다 논란 반복될 듯 당분간 항소 포기와 관련해 검찰 내 직접적 반발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오지만 언제든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다. 1심에서 일부 무죄가 선고됐는데도 검찰 스스로 항소를 포기하는 전례가 만들어지면서 주요 사건마다 동일한 문제 제기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서울남부지법이 국민의힘 패스트트랙 충돌 의원 및 단체장들에 대해 당선 유지에 해당하는 벌금형을 선고하자 야당에선 “검찰이 항소 포기하는지 지켜보겠다”는 말이 나왔다. 절차에 따른 항소가 자칫 정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생긴 것이다. 항소 포기를 놓고 정치권에선 장외 여론전이 계속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전국을 돌며 대장동 항소 포기 외압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조국 전 조국혁신당 비상대책위원장과 항소 포기 사태 관련 토론회를 여는 데 합의했다. 이날 장 대표는 “(토론을) 최대한 빨리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참여 의사를 밝힌다면 언제든 환영”이라고 말했다. 정진호.김보름([email protected])

2025.11.2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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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는 "천식 유발" 경고했다…500만개 팔린 '메롱바' 성분 논란

40대 직장인 박모씨는 최근 초등학생 아이에게 아이스크림 '메롱바'를 사준 뒤 제품 성분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유해성 논란이 있는 타르계 식용 색소가 들어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기 때문이다. 그는 "아이가 '요즘 유행이다'며 사달라길래 별 생각 없이 사줬는데, 이젠 사주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근 인기리에 팔리는 중국산 아이스크림 '메롱바'의 유해성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조만간 이 제품에 들어간 타르계 색소를 포함한 식용 색소 전반에 대한 기준 재검토에 나서기로 했다. 24일 식약처는 내년 1월부터 식용 색소류에 대한 '식품 등의 기준 및 규격 재평가' 절차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식품위생법에 따라 5년마다 이뤄지는 해당 평가는 2019년 조사가 마지막이었다. 식약처는 식용 색소류의 안전성을 종합적으로 조사하고 최신 기술을 적용해 각 색소의 사용 적정성을 판단할 계획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최근 중국산 간식류가 인기를 끌며 색소 유해성 논란이 벌어진 상황도 무관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에서 식품첨가물로 허용된 타르 색소는 9종 16품목이다. 이 가운데 어린이식생활법에 따라 과자·아이스크림 등 어린이 기호식품에 사용이 금지된 타르 색소는 적색 2호와 적색 102호 두 가지다. 최근 불거진 유해성 논란의 중심에는 '메롱바'가 있다. 지난 9월 출시된 이 제품은 두 달여 만에 판매량 500만 개를 돌파하며 화제를 모았다. 녹으면 젤리처럼 말랑해지는 독특한 식감과 혓바닥을 연상시키는 형태로 유튜브와 SNS에서 후기 영상이 수백만 회 조회되며 초등학생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22일 경기도 성남시 한 편의점에서 만난 초등학생들은 "요새 한 번쯤은 다 먹어본 간식"이라고 입 모았다. 편의점 점주는 "물량이 입고되면 금방 빠져나간다.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전했다. 하지만 해당 제품에 청색 1호, 황색 4호, 적색 40호와 같은 타르계 색소가 사용된 사실이 알려지며 학부모 사이에서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경기도 한 지역 맘 카페에는 "유행 중이라 먹어본 아이들이 많은데 걱정된다", "재고 조회하면서까지 일부러 사 왔는데 배신감을 느낀다"와 같은 글이 이어졌다. 최근 어린이·청소년을 겨냥한 무인 과자 판매점이 급증하면서 외국산 간식이 빠르게 퍼지는 분위기도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40대 학부모 A씨는 "무인 가게에 가면 아이들이 중국산 제품만 집어 든다"고 말했다. 타르계 색소는 유해성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국내 식품업계에서는 사용을 피하는 성분이다. 해외에선 타르 색소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지난 4월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은 2026년까지 청색 1호 등 타르 색소 6종을 식품에서 단계적으로 제거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식품안전연구원에 따르면 타르계 색소인 황색 4호는 유럽연합(EU)에서 천식 유발 물질로 간주되며, 청색 1호는 어린이의 활동 과다를 유발할 수 있어 섭취 제한이 권고되고 있다.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부 교수는 "타르 색소와 같은 식품 첨가물은 '소소익선', 즉 가능한 한 적게 먹을수록 좋다"라며 "미국이 규제에 나선 만큼 한국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식약처는 "현행 기준에서 논란이 된 색소들은 인체 위해 우려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2019년 검사 당시 색소 함량이 일일섭취허용량(ADI)의 0.0052% 수준에 그쳤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오수연 차의과학대 내과학교실 교수는 "타르 색소는 장내 미생물 환경 변화나 DNA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며 "제품 라벨을 꼼꼼히 확인하고 색소 때문에 색상이 지나치게 화려한 제품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오상우 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아이스크림에 쓰이는 천연 색소나 인공 색소 모두 안전하다는 보장이 없다"며 "특히 설탕 등 당류와 함께 섭취되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혜선([email protected])

2025.11.2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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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9년 만에 농가소득 10배로…100개국 퍼진 "잘 살아보세" [창간기획 대한민국 '트리거60'<53>]

━ '대한민국 트리거 60' <53> 새마을운동 1969년 8월 3일, 박정희 대통령은 전용 열차를 타고 부산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열차가 경북 청도군을 지날 때, 차창 밖으로 유독 깔끔하게 정비된 마을이 눈에 들어왔다. 박정희는 갑자기 “여기가 어디지? 기차를 세워 보라”고 지시했다. 열차가 선 곳은 신도마을이었다. 슬레이트 지붕으로 개량된 주택과 정돈된 담장, 깨끗한 마을 길이 시선을 끌었다. 마을 주민들은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보자고 마을 총회에서 결의해 자발적으로 공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김정렴 상공부 장관은 회고록 『한국 경제정책 30년사』에 “박 대통령은 이 경험을 통해 근면·자조·협동 정신을 각성시키면 농촌 전체를 새롭게 변화시킬 수 있다고 확신했고, 이것이 새마을운동의 밑거름이 됐다”고 적었다. 이후 청와대는 신도마을에 금일봉과 공동전화 1대, 그리고 주민 소득증대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양(羊)도 지원했다. 이듬해 4월 22일, 박정희는 부산에서 열린 한해(가뭄) 대책회의에서 “비만 기다리는 타성적인 사고로는 발전을 이룰 수 없다”며 농촌의 고질적 문제와 의식 구조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농민들의 자조정신을 일깨우는 운동이 필요하다”며 “이런 활동을 새마을 가꾸기 운동이라 불러도 좋고, 알뜰한 마을 만들기라 해도 좋다”고 언급했다. 이른바 이 ‘부산 훈시’는 새마을운동이 공식적으로 출범하는 전환점이었고, 훗날 4월 22일은 ‘새마을의 날’로 지정됐다. 새마을운동은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다. 49년에 만든 농지개혁법과 58년 시작한 지역사회 개발사업은 농촌 근대화의 출발점이었다. 5·16 군사정변 직후 박정희는 농민들의 삶을 개선해야 민심도 얻을 수 있다고 여겼다. 정부는 고질적 농촌 문제 해결을 위해 농어촌 고리채 정리에 착수했다. 농어촌개발공사를 설립하고 농공병진 정책도 폈다. 농촌 여성들의 ‘좀도리 저축’(아침과 저녁에 쌀을 한 줌씩 덜어 모으는 방식), 마을금고 운동 등 자조와 절약 운동도 나타났다. 전국적으로는 ‘농어촌 소득증대 특별사업(농특사업)’도 시작됐다. 전통 농업 방식에서 벗어나 시장성이 높은 작물을 생산하는 영농 구조로 변화를 꾀했다. 하우스에 채소 기른 신농법 개발 68년 1차 농특사업에는 2만여 농가가 참여했고, 참여 농가의 소득은 도시 근로자 평균 소득을 뛰어넘는 성과를 올렸다. 이 시기 충북 청원의 하사용씨 성공 사례는 박정희에게 새마을운동의 필요성을 더욱 확신하게 만든 계기가 됐다. 머슴살이와 잡부 일을 전전하던 그는 창호지에 콩기름을 발라 만든 ‘콩기름 창호지 하우스’(초기형 비닐하우스 시설)를 이용해 채소재배에 성공했다. 70년 서울시민회관에서 열린 ‘전국 농어민 소득증대 특별사업 경진대회’에서 하씨의 발표는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날 박정희는 단상으로 올라가 그의 손을 잡고 “무에서 유를 창조한 산증인”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씨는 동탑산업훈장을 받았다. 그의 성공담은 새마을운동의 대표 교육 교재로 활용됐다. 농가들의 참여가 늘어나면서 72년 농특사업은 ‘새마을 가꾸기’와 통합·확대돼 ‘새마을 소득증대 사업’으로 바뀌었다. 그해 5월, 박정희는 광주에서 열린 전국 새마을 소득증대 경진대회에 참석해 새마을운동의 방향과 성격을 더욱 명확히 드러냈다. 박정희가 작성한 이날 연설의 초고문은 16쪽이다. 최고 통치자의 농촌 개발에 대한 치밀한 디자인과 지원 의지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새마을운동이란 시멘트와 철근을 가지고 농로를 닦고 다리 놓는 것 등의 일이다. 쉽게 말하면 잘살기 운동이다. 근면·자조·협동이 새마을 정신이다…. 이제부터 이 사업은 소득증대 사업으로 이끌어가야 한다.” “우리도 한번, 잘살아 보세”라는 귀에 익은 새마을운동 캠페인 노래가 나온 것도 이즈음이다. “새벽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 너도나도 일어나 새마을을 가꾸세~”로 시작하는 새마을 노래도 전국에 울려퍼졌다. 72년 박정희 대통령이 가사를 붙인 곡이다. 마을회관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나오는 이 노래가 이른 아침부터 주민들의 잠을 깨웠다. 1년 365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으면서 새마을운동은 주민들의 일상 그 자체가 됐다. 새마을운동은 지붕 개량 숫자, 하수구 개선, 마을 도로 개선 길이, 마을 하천 개선, 마을금고 자산, 농가소득 금액, 공동사업 숫자 등 10개의 지표를 중심으로 평가했다. 이 지표는 매우 간단하고 객관적이어서 누구나 이해할 수 있었다. 정부는 전국 3만4000여 개 마을의 성적을 이 지표에 따라 평가해 우수 마을에는 더 많이 지원했다. 성과에 기반한 차등 지원 전략이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새마을운동 우수 마을을 직접 방문했다. 새마을 훈장도 도입했다. 우수 새마을 지도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격려했다. 새마을 지도자들이 언제든지 도지사·시장·군수를 만날 수 있는 증서를 만들어 줬다. 새마을운동이 전개된 70년대 전국의 모든 농촌 마을에는 남녀 각 한 명씩의 지도자가 활동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79년 말 전국에는 7만1000여 명의 지도자가 있었다. 하사용씨 같은 새마을 지도자들은 “목구멍을 위한 농사가 아니라 돈 버는 농업을 해야 한다”고 호응했다. 이들은 마을을 경영하는 CEO였다. 72년 10월 유신 후 정부는 새마을운동을 더욱 독려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유신이 곧 새마을운동”이라고 선언했다. 새마을운동은 도시지역으로도 퍼졌다. 매월 1일 집 앞 청소하기, 이웃 돕기, 환경 정비, 저축 및 폐품 수집 등 도시민들의 생활 개선 운동이 벌어졌다. 당시 새마을운동이 유신체제를 강화하고 박정희 장기 집권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수단으로 이용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일각에선 새마을운동이 근대화를 너무 강조하다 보니 전통문화를 억압하고 없앴다고 비판한다. 마을의 고유한 문화(장승이나 서낭당 등)나 전통은 ‘낡은 것’으로 간주했다. 일부 지역에선 “미신의 상징인 당산목(마을 입구의 오래된 나무로 제를 지내기도 했다)을 베어야 한다”며 주민 사이에 큰 갈등을 빚기도 했다. 5공 때 부패·비리 스캔들에 휘말리기도 하지만 새마을운동을 통해 한국 농촌이 단시간에 근대화를 달성했다는 점을 부인하긴 어렵다. 내무부 통계에 따르면 70~79년 동안 농가의 호당 평균 소득은 10배 증가했다. 보릿고개가 사라졌다. 전기와 상수도가 농촌에 보급돼 77년에는 농민 세대 98%가 혜택을 봤다. 마을 진입로와 안길도 넓어져 자동차가 다닐 수 있게 됐다. 1980년대 새마을운동은 변질·퇴색됐다. 새마을운동은 5공화국 출범과 함께 정부 주도 체제에서 민간 주도 체제로 전환된다. 새마을운동 중앙본부가 정부 역할을 대신했다. 전경환(전두환의 동생) 체제에서 부패와 비리 스캔들이 터지면서 새마을운동의 성과는 빚이 바랬고, 그 위상도 추락했다. 이런 부침에도 세계적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 교수는 “한국의 성공에서 가장 놀라운 대목 중 하나는 새마을운동”이라고 평했다. 2013년 새마을운동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선정된 것이 이를 방증한다. 1970~79년까지 생산된 대통령 연설문과 결재문서, 새마을 사업 공문, 마을 단위의 사업 서류, 새마을 지도자들의 성공사례 원고와 편지, 관련 사진과 영상 등 2만2000여 건의 자료가 등재됐다. 유엔은 보고서에서 “새마을운동은 한국형 빈곤퇴치 운동이자 농촌개발 운동”이라고 했다. 2005년 유엔은 아프리카 빈곤퇴치 프로그램의 하나로 새마을운동을 선택했다. 이후 중국·미얀마·캄보디아·라오스·르완다·우간다 등 100여 개 나라로 퍼져나간 새마을운동은 ‘한국형 공적 개발원조(ODA)’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현재 새마을운동은 사회봉사, 재난 구조, 공동체 운동 등 지역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 닥쳐도 공동체의 합심과 자조 노력을 통하면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새마을운동이 한국 사회에 남긴 유산이다. 창간 60주년 기획 '대한민국 트리거 60'은 아래 링크를 통해 전체 시리즈를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joongang.co.kr/issue/11765 ※다음은 ‘중동건설 붐’ 편입니다. 한도현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2025.11.2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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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층짜리 '궁품아' 생길 수도?…수원 화성도 제2 종묘갈등 우려 [종묘 앞 개발 갈림길]

유네스코 세계유산 수원 화성도 고층 개발 논란에 휩싸여 있다. 2023년 수원 화성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이하 역보지역) 규제가 완화돼 반경 200~500m 내 도시개발사업이 가능해지면서다. 이렇게 되면 화성 행궁을 조망할 수 있는 이른바 ‘궁품아’(궁을 품은 아파트) 단지가 20~30층 높이로 들어설 수 있다. 역보지역이란 문화유산과 바깥 사이에서 문화유산을 보호하는 일종의 완충구역이다. 애초 수원 화성은 성곽 외곽 500m 역보지역 전체를 16개 구역으로 나누고 구역별로 최저 8m~최고 51m까지 건축물 높이를 제한했다. 이를 두고 ‘재산권 침해’라는 민원이 잇따르자 수원시와 국가유산청은 2023년 성곽 외곽으로부터 200~500m 구역에 대해선 규제 권한을 수원시 도시계획으로 넘겨 사실상 높이 제한을 없애버렸다. 200m 안쪽 구간에서도 1개 층 정도 더 높일 수 있게 허용했다. 문제는 1997년 세계유산 등재 당시 성곽 경계로부터 ‘500m 완충구역’을 설정·관리하겠다고 유네스코에 약속했다는 점이다. 유네스코는 홈페이지에도 “500m 완충구역은 경기도 조례에 명시된 역보지역 범위와도 같다”고 써놨다. 완충구역이 공식적으로 관리된다는 점을 강조하는 문구다. 이 때문에 지역 문화재 단체와 전문가들은 “수원 화성의 세계유산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유네스코 측이 세계유산 영향평가(HIA)를 요구할 경우 제2 종묘 사태도 배제할 수 없다. 국내 HIA 권위자로 수차례 HIA를 수행한 김충호 서울시립대 교수는 “HIA는 개발을 막기 위한 규제가 아니라 세계유산을 보존하면서 도시가 발전하도록 돕는 절차”라며 “각 지자체가 자체 경관축을 엄격히 관리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고층 개발이 불가피할 땐 유네스코와 HIA 절차를 거치는 것이 세계유산 지위를 유지하고 국제 규범을 준수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강혜란([email protected])

2025.11.23. 13:00

英런던타워 인근 225m '치즈 강판 빌딩'…지독한 협의의 산물 [종묘 앞 개발 갈림길]

영국의 세계유산 런던타워(1988년 등재)로부터 500m가량 떨어진 곳엔 높이 225m짜리 빌딩이 들어서 있다. 일명 ‘치즈 그레이터(강판) 타워’로 불리는 리든 홀 빌딩(2014년 완공)으로 동쪽 면을 비스듬히 깎은 쐐기 형태다. 이를 비롯해 여러 고층 건물이 스카이라인을 형성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런던타워 실루엣을 보호하기 위해 경관축을 설정해 런던타워 배경이 되는 구역은 높이를 제한하되, 서측을 중심으로 고층건물을 밀집화한 사례”라고 말했다. 이 뒤엔 오랜 동안의 힘든 협의 과정이 있었다. 2004년 런던시 종합개발계획이 세워지고 금융업무지구가 개발되면서 런던타워 주변의 경관과 조망축이 문제로 떠올랐다. 303m, 216m 높이의 건물을 신축하려 했지만, 세계유산위원회가 2006년 우려의 목소리를 내면서 계획이 취소됐다. 당시 유네스코는 런던타워를 ‘위험에 처한 유산’에 올릴 것을 검토하기도 했다. 이에 런던시는 유산의 ‘상징적 경관(iconic view)’을 설정하고 이를 보호하기 위한 상세지침을 마련했다. 지난해 런던시는 이 일대 전체의 도시계획 재정비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런던타워에서 1㎞ 반경까지 세계유산 영향권으로 설정했다. 김지엽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는 “종묘도 주요 경관축을 정해 관리하되 그 외 지역은 개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강혜란.한은화([email protected])

2025.11.2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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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 vs 왕궁 인근 풍경…서울∙도쿄 엇갈린 20년 [종묘 앞 개발 갈림길]

지난 14일 오후 일본 도쿄의 심장부인 왕궁(皇居). 일왕의 거주지를 보기 위해 수백 명의 관광객이 만들어낸 긴 줄 사이로 하늘 높이 솟아오른 대형 크레인이 보였다. 도쿄해상빌딩 재건축 현장이다. 왕궁과 도쿄역(국가지정문화재) 사이, ‘도쿄의 월스트리트’로 불리는 마루노우치(丸の内丸の内)를 현재의 마천루 풍광으로 일궈낸 1호 건물이다. 공사 현장은 왕궁의 출입구인 기쿄몬(桔梗門)에서 약 300m 떨어져 있고, 국가지정특별역사유적인 에도(江戸)성 해자(垓字)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100m 높이의 건물을 110.9m, 지상 20층 지하 3층으로 새로 짓는다. 2028년 8월 완공 예정이다. 도쿄해상빌딩만이 아니다. 상장 기업 145곳이 자리 잡은 마루노우치 일대엔 최근 고층 재건축 바람이 불고 있다. 왕궁 인근 ‘오마루유(오테마치·마루노우치·유락초)’ 지역과 도쿄역 인근에서 현재 진행되는 대규모 공사만 해도 9개에 달한다. 도쿄역 동쪽 지역에서는 37개 빌딩을 해체해 지상 28층, 지하 4층, 높이 223m의 복합빌딩을 짓고 있다. 2029년 완공되면 상업시설·버스터미널·공연장 등이 들어선다. 도쿄역 서측에는 2028년께 완공 예정인 ‘토치타워’ 공사가 한창이다. 높이 385m, 지상 62층 규모로 일본 최고층 건물이 될 전망이다. 이 지역에선 2000년대 이후 두차례 집권한 아베 신조 총리가 경기 부양을 위해 규제 완화를 앞세운 국가전략특구 정책을 펼친 것도 고층 개발을 가속화했다. 최근에는 왕궁과 가까운 곳은 100m, 멀어지면 200m 높이로 짓는 ‘절구형 스카이라인’이 적용되고 있다. 도쿄도와 지요다구, JR동일본과 오마루유 지구마을 만들기 협의회 등으로 구성된 민관협의체가 만든 기준이다. 오사와 아키히코 도요(東洋)대 건축학과 준교수는 “토치타워는 200m라는 가이드라인에서 벗어나지만 (가이드라인에는) 도시 상징성을 창출하는 것은 200m를 초과해도 된다는 문언이 포함돼 있다”며 “왕궁과 어느 정도 거리가 있고 반대편이라는 점에서 왕궁 경관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마루노우치 개발 과정에선 경관 훼손 논란도 있었다. 1960년대 초 도쿄 올림픽 (1964년)을 앞두고 도시 재개발 필요성이 제기되고 도쿄해상이 1918년 준공했던 도쿄해상빌딩을 처음 재건축할 때 사토 에이사쿠(佐藤栄作) 당시 총리가 “왕궁을 내려다보는 빌딩을 세우는 것은 불경하다”며 반대하면서다. 결국 128m 높이로 지으려던 건물을 100m 높이로 낮추는 것으로 규제의 벽을 넘을 수 있었다. ━ 시장 바뀌면 높이도 바뀌어…정치적 판단에 휘둘린 세운지구 세계유산이 몰려 있는 교토에서도 비슷한 논쟁이 있었다. 1994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닌나지(仁和寺) 앞에는 연면적 약 5900㎡,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의 고급 호텔이 영업을 앞두고 있다. 원래 제1종 주거지역으로 연면적 3000㎡ 이상의 숙박시설은 지을 수 없었지만, 교토시는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하자, 2023년 특례 규정을 적용해 호텔 건설을 처음 허가했다. 대신 ‘닌나지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건물이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도시계획 전문가인 무네타 요시후미(宗田好史) 간사이(関西)국제대 국제커뮤니케이션학부장(교수)은 “경관 리뷰로 불리는 주민 참가 제도를 통해 지역 주민과 경관마을만들기 협의회(2008년)를 만들어 17년간 협의한 결과, 닌나지 앞에 호텔을 지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서울 종로구 종묘(宗廟) 앞 세운지구의 시계는 20년 넘게 멈춰 있다. 지난 21일 찾은 종묘 앞 세운지구는 도심 한복판 상업지역인데도 노후화가 심해 1960~70년대 판자촌을 연상시킬 정도였다. 총 39개 재개발구역 중 일부 개발이 끝난 구역을 제외하고 상당수 지역이 슬럼화돼 있었다. 종묘 맞은편에 있는 세운4구역(3만2222㎡)은 허허벌판이었다. 2004년부터 정비사업을 추진해 기존에 있는 저층 건물들을 철거하고 공사 가림막까지 세웠지만, 공사는 여전히 답보 상태다. 그동안 문화재 관련 심의만 13차례 받았으나 고층 재개발과 세계유산인 종묘 경관 보존을 놓고 도돌이표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4구역의 시행사인 SH공사는 토지보상비, 임차인 이주비 등으로 20년간 사업비 7250억원을 썼다. 그동안 350여 명이던 토지 등의 소유자는 상당수가 고령으로 세상을 떠났거나 현금청산을 택해 현재 140여 명만 남았다. 김종길 세운4구역주민대표회의 위원장은 “주민이 살아야 종묘도 보존되는 것 아니냐, 민생을 챙겨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세운지구가 이렇게 된 건 오락가락 행정 탓도 있다. 서울시장이 바뀔 때마다 세운지구의 높이가 춤을 췄다. 4구역의 경우 2004년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 최고 높이 90m로 재개발을 처음 추진했다. 이후 오세훈 시장 때 122m로 높아졌다가 박원순 시장 때 71.8m로 낮춰졌고, 최근 다시 141.9m(오세훈 시장)로 추진하면서 ‘종묘 대전(大戰)’에 불이 붙었다. 한국 1세대 건축가 김수근이 설계한 세운상가를 허물지 말고 보존해야 한다거나 도시를 동서로 단절시키는 세운상가군을 허물어 공원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기도 한다. 정치적 논쟁 대신 사회적 협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다. 백진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때 세운상가를 보존하고 재생사업을 통해 활성화하려 했지만 실패했던 만큼, 건물을 허물고 녹지축으로 만든다면 원도심 활성화에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민간 인센티브에만 기댈 게 아니라 중앙정부도 협력하고 지원해 높이를 낮춘다든지 같은 논의의 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 오사와 준교수는 “세계유산 주변의 환경·경관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시민, 토지 소유주, 전문가, 행정이 일체되어 논의하고 방향성을 공유할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한은화.강혜란.김현예([email protected])

2025.11.2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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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투표로 개발 택한 獨드레스덴 "한국도 자체 기준 세워야" [종묘 앞 개발 갈림길]

서울시가 지난달 종묘(宗廟) 맞은편 세운4구역 정비계획안을 변경해 고시하면서 종묘 보존을 둘러싼 해묵은 논쟁이 재점화됐다. 서울시는 세운4구역의 건물 최고 높이를 종로변 55m, 청계천변 71.9m에서 종로변 98.7m, 청계천변 141.9m로 높였다. 용적률도 660%에서 1008%로 높였다. 세운지구 개발이 20년 이상 공회전한 데는 높이 탓이 컸다. 종묘 앞에 고층빌딩이 들어서면 종묘의 경관과 분위기를 해친다는 우려 때문이다. 국가유산청은 종묘 상월대에서 정전을 등지고 도심을 바라봤을 때 수목선 위로 빌딩이 올라오는 것을 경관 침해로 본다. 이를 기준으로 나온 게 종로변측 55m였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때 이를 토대로 정비계획안이 수립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022년 취임하면서 도시계획의 큰 틀이 바뀌었다. 오 시장은 낮고 빽빽한 건물 대신에 높고 늘씬한 건물을 지어 스카이라인을 바꾸고, 공원을 늘리는 ‘녹지생태도심전략’을 세웠다. 세운지구도 이를 토대로 밑그림이 바뀌었다. 서울시는 7개 동의 세운상가군을 철거해 종묘에서부터 남산 인근에 이르기까지 너비 100m, 1㎞ 길이의 녹지 축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오 시장은 “종묘를 가리는 게 아니라 돋보이게 하는 개발”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상가 매입비(1조2842억원)와 공원조성비(1857억원) 등 약 1조4700억원이 들어간다. 시는 이 비용을 세운지구 사업자로부터 기부채납받는 대신 용적률과 높이 인센티브를 더 줬다. 국가유산청은 고층 개발이 종묘 경관을 훼손한다며 강력 반대한다. 1995년 종묘가 세계유산으로 지정됐을 당시 유네스코는 “세계유산 구역 내 조망 축을 훼손할 수 있는 고층 건물 건설이 허가되지 않도록 보장되길 원한다”고 권고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인근 지역’에 대한 정량적인 수치가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종묘는 조례에 따라 담장으로부터 100m 안을 ‘역사문화 환경보존지역’으로 지정해 개발을 제한한다. 4구역은 종묘 담장에서부터 175m, 정전에서부터 510m가량 떨어져 있다. 국가유산청은 세운지구 개발 관련 세계유산영향평가(HIA)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네스코는 세계유산 주변에서 고층 개발 압력이 높아지자 2011년 HIA를 도입했다. 한국은 지난해 ‘세계유산의 보존·관리 및 활용에 관한 특별법’을 만들어 세계유산지구 내 사업 영향평가 근거를 만들었지만, 세부 기준을 담은 시행령은 아직 없다. 국가유산청은 지난 13일에야 종묘 일대를 세계유산지구로 신규(국내 1호) 지정했지만 완충구역은 설정하지 않았다. 고층개발로 종묘가 세계유산에서 지정 철회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주민 편의를 위해 세계유산 지위를 포기한 사례도 있다. 2004년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독일 드레스덴의 엘베강 계곡은 주민들의 교통 편의를 위해 투표를 거쳐 다리를 건설했고, 2009년 세계유산에서 철회됐다. 영국 리버풀 해양산업도시도 항만 재개발 과정에서 2021년 등재 취소됐다. 남진 서울시립대 도시공학·스마트시티학과 교수는 “서울은 역사와 미래가 공존하는 도시로서 경쟁력을 가진다”며 “역사문화를 돋보이게 하면서 발전할 수 있는 대안이 뭔지 우리의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개발·보존의 이분법적 시각보다 세운지구를 종묘와 연결되면서 조화로운 경관으로 어떻게 디자인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은화.강혜란([email protected])

2025.11.2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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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연료 감축’ 합의 못한 채 유엔기후총회 종료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가 화석연료 감축에 합의하지 못하고 막을 내렸다. 한국이 ‘탈석탄’을 공식 선언한 것과 달리, 국제사회의 화석연료 퇴출 움직임은 후퇴했다는 평가다.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COP30은 당초 예정된 일정보다 하루 늦어진 23일 폐막했다. 총회에 참석한 194개국은 앞으로 10년간의 기후 대응 방향을 담은 ‘무치랑(Mutirao) 결정문’을 포함한 ‘벨렝 정치 패키지’를 채택했다. 과학·형평성·다자협력에 기반해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2035년까지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재원을 현재의 3배 수준(1200억 달러·176조원)으로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화석연료의 단계적 폐기 방안은 폐막을 하루 연기하는 등 막판까지 진통을 겪다 끝내 합의하지 못했다. 개최국 브라질 등 80여 개국은 화석연료 중단 로드맵을 추진했지만 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 등 산유국, 개발도상국의 반발이 컸다. 워싱턴포스트는 “석유·가스·석탄 산업계의 승리”로 평가하면서 “10년 전 파리협정 체결 당시에 비해 국제정치 환경이 얼마나 변화했는지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한국 정부대표단은 온실가스 감축, 탈탄소 에너지 전환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냈다. 203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53~61% 줄이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발표했고,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탈석탄동맹(PPCA)’에 가입했다. 하지만 COP30을 계기로 국제사회의 기후 리더십 부재가 여실히 드러났다는 평이다. 파리협정 탈퇴를 앞둔 미국은 처음으로 정부대표단을 파견하지 않았다. 중국도 화석연료 감축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마누엘 풀가르-비달 WWF(세계자연기금) 글로벌 기후·에너지 프로그램 총괄은 “장밋빛 약속은 넘쳤지만 정작 구체적 로드맵도, 해결책도 제시되지 않았다”고 했다. 천권필([email protected])

2025.11.23. 9:24

‘검사 엑소더스’ 올 161명 사표, 10년새 최대

올해 들어 검사복을 벗고 사직한 검사 수가 최근 10년 새 최대치를 기록했다.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통과 등으로 검사 엑소더스가 계속된 여파다. 23일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 10일까지 퇴직한 검사 수는 161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132명)보다 약30명 많고 4년 전(79명)보다 2배가 넘는다. 집계일 이후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로 노만석 전 검찰총장 대행, 정진우 전 서울중앙지검장, 송강 전 광주고검장, 박재억 전 수원지검장 등의 사표가 수리됐던 점을 감안하면 연말 기준으로 훨씬 더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10년간 퇴직 검사가 정권 교체기로 가장 많았던 2022년(146명)보다 15명 많다. 그 이전엔 2016년 70명, 2017년 80명, 2018년 75명 등 통상 한 해 70~80명 퇴직했다. 특히 내년 10월 검찰청 폐지, 공소청 전환을 못 박은 정부조직법이 통과되면서 저연차 검사가 대거 떠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올해 10년 미만 저연차 검사 퇴직자는 2023년(39명), 2024년(38명)을 크게 넘어선 52명에 달했다. 격무에 개혁 대상으로 지목돼 사기가 떨어진 게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반면에 지난 9월 신규 임명 법관 중 검사 출신은 32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저연차 검사 상당수가 퇴직 후 판사로 전직했다는 뜻이다. 100명이 넘는 인원이 3대 특검(김건희·내란·순직해병)에 파견된 데다 퇴직자까지 늘면서 사건 처리는 지연되고 있다. 검찰 미제 사건도 지난 6월(7만3395건) 이후 폭증해 10월 말 기준 10만 건을 넘겼다. 일선 검사 사이에선 “인력난에다가 업무 폭증이 겹치면서 내년 검찰청이 없어지기 전에 사람이 없어 먼저 문을 닫을 지경”이라는 말도 나온다. 구자현 검찰총장 권한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과 박철우 서울중앙지검장 등 신임 지휘부가 ‘조직 안정’을 앞세웠지만 12·3 비상계엄 가담 공직자를 색출하겠다는 범정부 ‘헌법존중 태스크포스(TF)’가 조직 내 또 다른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검은 지난 21일 구 대행을 단장,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을 부단장으로 외부 위원도 참여하는 10여 명 규모의 자체 TF를 꾸렸다. 법무부도 정성호 장관을 단장으로 별도의 TF를 꾸린 상태다. 검찰 내에선 ‘내란행위 가담자’ 내부 제보를 받는 것을 시작으로 대상자로 찍힌 개인이 휴대전화를 제출하지 않으면 대기발령·직위해제 후 수사 의뢰도 검토할 수 있다는 총리실 방침에 대한 반발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진호([email protected])

2025.11.23. 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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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임정 요인 후손들, 의장대 사열

23일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 입국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 환국 재현’ 행사에서 임시정부 요인 후손들이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임시정부 요인 유족과 정부 주요 인사, 광복회원 등 약 200여 명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2025.11.23. 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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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독감환자 4주째 증가세

23일 서울 성북구의 한 소아청소년과 전문병원이 환자와 보호자로 붐비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46주차(11월 9~15일) 외래환자 1000명당 독감 증상 환자는 66.3명으로 4주째 증가세를 보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14배 수준이다. [연합뉴스]

2025.11.23. 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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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타실 비우고 휴식…좌초 여객선 선장 구속영장

지난 19일 전남 신안군 앞바다에서 발생한 여객선 좌초 사고를 수사 중인 해경이 사고 당시 조타실을 비운 채 휴식을 취하고 있던 선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목포해양경찰서는 23일 위험구간을 지나던 선박에 대한 조종 지휘 의무를 하지 않아 여객선을 좌초시킨 혐의(중과실 치상, 선원법 위반)로 퀸제누비아2호의 선장 A씨(60대)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지난 19일 오후 8시 16분 여객선이 협수로(狹水路)인 신안 앞바다를 지날 때 조타실에서 지휘를 해야할 의무를 하지 않아 무인도와 충돌하게 한 혐의다. 당시 사고로 여객선에 타고 있던 승선원 267명 중 30명이 경상을 입었다. A씨는 사고 당시 근무시간이 아니라는 이유로 조타실을 비운 채 휴식을 취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해경은 A씨가 조타실 옆 선장실에서 쉬고 있다가 사고가 난 뒤에야 조타실로 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선원법에 따르면 선장은 출·입항할 때, 좁은 수로를 지날 때 등은 조타실에서 근무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해경은 섬에 충돌할 당시 한눈을 팔다가 배를 좌초시킨 혐의(중과실 치상)로 1등 항해사(40대)와 인도네시아인 조타수(40대)를 전날 구속했다. 이들은 수동운항을 해야 할 협수로에서 자동항법장치에 의존해 운항하다 선박의 방향을 바꾸는 변침(變針)을 하지 않아 배를 좌초시킨 혐의다. 조사 결과 1등 항해사는 휴대전화를 보다가 섬에 충돌하기 13초 전에야 조타수에게 타각 변경을 지시했다. 조타수는 “전방을 살피는 것은 1등 항해사의 업무이고, 타각 변경 지시를 받았을 때는 섬이 눈앞에 있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최경호.황희규([email protected])

2025.11.23. 9:02

[비즈 칼럼] 폭력 없는 세상을 위한 약속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중앙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서 지원한 딥페이크 피해자는 1300명이 넘는다. 이들 대부분은 여성, 그중 절반은 10대 청소년이었다. 오늘날 폭력의 양상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게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을 악용한 딥페이크 성범죄가 새로운 성폭력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영상의 생성, 복제, 확산이 쉬워질수록 피해자들의 두려움과 상처의 깊이는 깊어진다. AI 기술은 우리 삶에 긍정적인 변화도 주지만,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발생한다는 점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오프라인에서 발생하는 폭력 문제도 여전하다. 한국여성의전화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게 살해된 여성은 최소 181명, 미수에 그쳐 가까스로 살아남은 피해자는 374명이다. 이런 유형의 범죄는 개인적 요인이 아니라 여성을 통제 대상으로 보는 왜곡된 시선과 불균형한 권력 관계를 바탕으로 한다. 세계 각국은 폭력에 대응하기 위해 법과 제도를 빠르게 개혁하고 있다. 미국은 딥페이크 등 성적 영상 유포를 엄격히 처벌하고 삭제를 의무화하는 법을 마련했다. 영국 역시 가정 내 위협과 억압을 범죄로 규정하고 신속한 피해자 보호조치를 도입해 피해자의 권리를 우선한 신속한 대응이라고 평가받는다. 우리 정부도 변화하는 현실에 맞춰 여성 폭력에 빠르게 대응하고 강력한 보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국가적 책무라는 인식 아래, 폭력 대응을 국가의 안전 정책으로 수행하고 있다. 성평등가족부는 AI로 딥페이크를 탐지, 삭제하는 등 디지털 성범죄 대응 시스템을 더 정교하게 발전시켰다. 경찰청,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 등 여러 기관과 협력해 디지털성범죄 피해자를 위한 원스톱 지원 체계도 만들었다. 전국 어디서나 피해 상담이 가능하도록 전화번호를 ‘1366’으로 통합했다.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의 인력도 늘려 피해 촬영물 삭제와 심리 치유, 회복 지원을 더 강화하고 있다. 또 아동·청소년 보호를 위해 최근 아동청소년 그루밍 처벌 대상을 온라인에서 오프라인까지 확대했다. 성범죄자 취업 제한 기관을 대안교육기관, 청소년단체까지 확대하고, 성범죄자 취업 점검 불응 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해 제도의 실효성을 높였다. 오는 25일부터 12월 1일까지는 여성폭력 추방 주간이다. 폭력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약속의 시간, 사회 곳곳에서 여성폭력의 현실과 문제를 되돌아보고, 피해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누구나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책임. 우리 모두의 몫이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

2025.11.23. 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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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띄어쓰기 없는 ‘어쩔수가없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어쩔수가없다’가 지난주 청룡영화상 최우수작품상을 받았다. 영화 속 만수(이병헌)는 아내(손예진), 두 아이, 반려견과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는다. “미안합니다. 어쩔수가없습니다.” 가족을 위해 석 달 안에 반드시 취업하겠다고 다짐하지만, 집까지 날아갈 위기에 빠진다. 더 막막해진다. 박 감독은 ‘어쩔수가없다’를 한 단어처럼 사용했다. 그는 “누구나 살면서 ‘어쩔 수가 없다’는 말을 부지불식간에 자주 하는데, 그 말을 한 단어처럼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쩔수가없다’처럼 붙여 놓으니 시각적으로도 막막하고 갑갑한 느낌이 전해지는 듯하다. 규범에 익숙한 사람들은 띄어 쓰지 않아서 답답하겠지만. 규범을 적용한다면 “문장의 각 단어는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한다”는 한글맞춤법 규정을 따르면 된다. 각 단어를 띄어 쓰면 해결되는데, 말처럼 그렇게 쉽지는 않다. 띄어쓰기는 맞춤법 규정 가운데 해결하기가 가장 어렵다. ‘어쩔수가없다’는 그리 어렵지 않다. 이 문장에는 단어가 네 개다. 첫 번째는 동사 ‘어찌하다’의 준말 ‘어쩌다’다. ‘어쩌다’가 관형형 ‘어쩔’ 형태를 취했다. 관형형은 뒤에 오는 명사나 대명사 등을 꾸미는데, ‘읽은’ ‘잡을’ ‘먹는’ 같은 형태의 것들이다. 두 번째는 의존명사 ‘수’, 세 번째는 조사 ‘가’, 네 번째는 형용사 ‘없다’. 조사 ‘가’는 단어지만 어휘적 의미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어서 붙여 쓰는 걸 원칙으로 했다. 그래서 맞춤에 따른 띄어쓰기는 ‘어쩔 수가 없다’가 됐다.

2025.11.23. 8:01

[로또 복권] 11월 22일 <제1199회>

※ 자세한 사항은 동행복권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세요. www.dhlottery.co.kr

2025.11.23. 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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