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군이 매년 설날을 맞아 개최하던 씨름대회가 지방의회의 예산 심의 거부로 무산 위기에 놓였다.
12일 태안군에 따르면 태안군의회는 지난 9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특위)를 열고 ‘2026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 승인의 건’을 처리할 예정이었지만 예산 심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안건이 자동 폐기됐다. 지난달 26일 태안군은 2024년부터 매년 개최하던 ‘태안설날장사씨름대회’에 필요한 예산 4억7050만원을 확보하기 위해 태안군의회에 임시회 소집을 요청했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올해 개최 예정인 태안국제원예치유박람회를 홍보하겠다는 취지도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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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군의회, 고의로 안건 폐기해
임시회를 개최한 태안군의회는 예결특위를 진행했지만 의원 간 의견이 부딪히면서 씨름대회 예산은 심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사실상 ‘심의 없는 폐기’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태안군의회는 의장을 포함해 7명으로 구성됐다. 예결특위는 의장을 제외한 6명으로 운영하고 임시 위원장과 간사는 과반(4명)의 동의를 얻어 선출한다. 하지만 당시 예결위 회의장에는 3명의 의원만 출석, 회의 진행은 물론 임시 위원장 선출도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자정이 다 된 시간에 국민의힘 소속 의원을 의장으로 선출했지만, 안건이 처리되지 못하면서 자동 폐기됐다.
예결특위에 참석했던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지역과 주민을 생각하겠다는 의원들이 이런 행태를 보인 것은 스스로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격”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의원도 “견제 기능도 중요하지만, 주민들 보기가 부끄럽다”고 말했다.
태안군의회는 지난해 12월 “(집행부의) 설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씨름대회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당시 가세로 태안군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설날 장사 씨름대회는 특정 집행부의 사업이 아니라 군민 모두의 행사”라며 “정치적 갈등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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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박업계·전통시장 피해 불가피
태안군의회 심의 거부로 설 명절 공중파(KBS)를 통해 전국으로 생중계될 예정이던 경기가 대회 개최를 불과 40여 일 앞두고 중단될 가능성이 커졌다. 2024~2025년 설날 씨름대회 당시 전국에서 몰려든 대회 관계자와 관람객으로 호황을 누렸던 숙박업과 전통시장 상인들의 피해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역 상인들은 “태안화력발전소 가동 중단으로 지역경제 침체가 가속하는 상황에서 전국대회를 유치해 지역경제를 살려야 하는데 의회가 스스로 밥그릇을 걷어찬 셈”이라고 지적했다.
태안군의 대외적인 신뢰도 추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미 KBS와 대한씨름협회 등과 협의를 거쳐 3년 연속 개최를 확정한 상황에서 내부 예산 문제로 대회가 무산될 경우 향후 전국 단위 행사 유치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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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군 "대안 마련해 끝까지 대회 준비"
태안군 관계자는 “3년 연속 대회 유치라는 쾌거를 이루고도 예산 확보가 안 돼 대외적인 신뢰도 추락이 불가피해졌다” “아직 최종적으로 무산된 것은 아니며 대안을 마련해 끝까지 대회 개최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