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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조희대 이어 지귀연도…법왜곡죄, 일선 판사까지 겨누나

중앙일보

2026.03.18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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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이 법왜곡죄의 첫 피고발인이 된 데 이어 지귀연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도 법왜곡죄로 고발돼 경찰 수사 대상에 올랐다. 지 판사는 서울중앙지법 재직 시절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 사건의 1심 재판장이었다. 직접적인 고발 사유는 지 판사가 지난해 3월 윤 전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하고 풀어준 것이다. 판사의 결정이나 판결에 불만이 있을 순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판사 개인을 처벌해 달라며 경찰에 고발하는 행태는 매우 우려스럽다. 무리한 입법을 지적하는 사법부와 법조계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법왜곡죄가 이제는 일선 판사까지 겨냥하는 모습이다. 법률과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판단해야 할 판사들이 형사 고발 가능성으로 압박을 느낀다면 과연 공정한 재판이 이뤄질 수 있겠나.

지 판사는 사실 민주당이 법왜곡죄를 입법하는 과정에서부터 표적이 된 측면이 있다. 지난해 3월 지 판사가 형사소송법상의 구속 기간을 ‘날’이 아닌 ‘시간’ 단위로 계산해 윤 전 대통령의 구속취소 청구를 인용해 풀어준 것을 계기로 법왜곡죄 입법 논의가 급물살을 탔기 때문이다. 설령 법왜곡죄가 신설돼 시행에 들어갔다고 하더라도 일선 판사에 대한 고소·고발을 남발하며 형사사건으로 만드는 것은 자유롭고 공정한 재판의 진행과 사법부의 안정을 심대하게 해칠 수 있다.

법왜곡죄 고발 사건을 맡게 될 경찰이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독립적으로 수사할 수 있느냐도 중요한 과제다. 검찰 수사권이 박탈된 상황에선 경찰이 권력의 입맛에 맞는 사건을 선별적으로 처리하더라도 견제할 장치가 없다는 게 큰 문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어제 명태균 여론조사 관련 재판에 출석하면서 민중기 특별검사를 법왜곡죄로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여당뿐 아니라 야당 정치인도 법왜곡죄 고발을 수사기관이나 재판부에 대한 대응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법원의 경우 1심 재판장이 법왜곡죄로 고발돼 수사를 받는다면 상급 법원 판사들도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 법왜곡죄의 부작용으로 재판의 독립성과 공정성이 훼손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는다. 지금이라도 보완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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