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근로자 중 부업을 하는 경우가 2020년 27만7000명에서 2025년 37만9000명으로 37% 늘었다고 한다(중소벤처기업연구원 분석). ‘주 52시간제’ 도입 이후의 변화다. 2015~2020년엔 별 변화가 없었다. 코로나19 요인도 있겠지만, ‘주 52시간제’ 영향을 빼놓을 수 없다. 많은 전문가 예측대로다. 과로를 막겠다며 52시간 이상 일을 못 하게 한 정책이 오히려 중기 종사자들을 퇴근 후에도 일해야 하는 과로 시대로 내몰았다. 세상사가 다 그렇지만, 특히 경제엔 ‘공짜 점심’은 없다. 근사해 보이는 정책의 이면에서 누군가는 비싼 대가를 치른다.
토허제 시행에 전월세난 심화
휘발유값 급등, 최고가격제 등장
포퓰리즘 정책 값비싼 대가 치러
충격적인 이란전쟁 중에도 국내 주식 열풍은 식지 않고 있지만 무주택자들, 특히 결혼을 앞둔 이들에겐 전월세 구하기가 급할 것이다. 그런데 집이 없다. 18일 현재 서울 성북구의 전세는 1년 전보다 91% 줄었고(1427건→128건), 중랑·노원·관악·강북구 등에선 약 80% 감소했다(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 사정은 월세도 별반 다르지 않다. 물건이 귀하니 가격이 뛴다.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지난달 151만원을 넘었다. 결코 작은 부담이 아니다. 수도권의 전월세난은 다분히 지난해 10·15 대책의 결과물이다. 시장에선 2년간 실거주를 의무화한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로 인해 전월세가 급감할 것으로 예상했다. 안타깝게도 그 예상이 들어맞고 있다. 10·15 대책은 토허제로 거래를 억누른 게 핵심이다. 여기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가 얹어지며 강남 3구의 아파트값은 하락하고 있지만 그 대가를 전월세집이 필요한 무주택자들이 치르고 있다.
경제 정책에선 효과와 부작용을 함께 살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이나 주 52시간제, 윤석열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처럼 부작용이 정책 효과를 훨씬 능가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최근 ‘사법 3법’의 통과로 행정·입법·사법 3권을 사실상 모두 장악한 정권의 힘이 경제 현장에서도 여지없이 발휘되고 있다. 이란전쟁 이후 휘발유값이 요란하게 뛰자 최고가격제가 등장했다. 약 30년 만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가격 담합을 한 밀가루 업체 등에 20년 만에 가격재결정 명령을 내리는 조치를 진행 중이다.
가격 개입은 당장 약발이 듣는다. 치솟는 물가에 허덕이는 국민의 박수를 받을 수 있다. 포퓰리즘 성격이 다분하다. 그러나 일은 거기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우선 시장의 가격조절 메커니즘이 망가진다. 높은 가격은 소비를 줄이게 하지만, 가격 규제는 그런 시장 기능을 고장낸다. 게다가 기업 자율성 침해는 시장의 활기를 꺾는다. 가령 과도한 가격 규제로 기업 수익이 줄면 ‘투자 감소→내수 위축’의 방아쇠가 당겨진다. 민주화 이후 수십 년간 역대 정권이 가격 개입을 극도로 꺼렸던 이유다. 정유사들에 대한 손실 보전 방침도 논란이다. 손실을 어떻게 산정하느냐가 관건일 텐데, 손실을 계산하려면 예상 매출을 정해야 하고, 기업 경영의 핵심 비밀인 원가가 필요하다. 내밀한 사정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기업엔 그 자체가 고역이다.
지금의 고유가·고환율 상황과 닮은꼴이 2008년 미국발 서브프라임 위기였다. 그해 7월 국제유가는 배럴당 140달러를 넘었을 정도로 비상이었다. 그러나 그때 이명박(MB) 정부는 최고가격제를 쓰지 않았다. 경제 논리에 부합하지 않는 가격상한제는 당시 경제팀의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MB 정부는 대신 유류세와 할당관세 인하로 대응했다.
이란전쟁이 30년 만에 불러낸 최고가격제는 정부의 힘이 점점 더 막강해지는 한국 경제의 단면을 보여준다. 위기 시엔 민생을 지키기 위한 정부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이번 최고가격제가 정부와 소비자들이 가격 통제의 단맛에 길들여지는 계기가 될까 우려스럽다. 그렇게 시장의 자율성이 짓눌린 경제는 제대로 날아오르기 어렵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