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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의 ‘필향만리’] 讀書有用意, 一字値千金(독서유용의 일자치천금)

중앙일보

2026.03.18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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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쓸 용(用)’과 ‘뜻 의(意)’를 쓰는 ‘용의(用意)’는 글자대로 풀이하자면 ‘뜻을 사용함’이다. 그러므로 용의에는 당연히 뜻에 상응하는 동기·의도·목적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이에 국어사전은 용의를 “어떤 일을 하려고 마음을 먹음. 또는 그 마음”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따라서 ‘독서유용의’ 구는 ‘독서는 분명한 동기·의도·목적을 갖고 해야 한다’는 뜻이 된다.

현 대학교 1학년 학생에게 한문 ‘讀書有用意’ 구를 풀어주기 위해 필자는 위와 같은 긴 설명을 했다. 학생이 용의라는 단어의 뜻을 잘 알지 못했기 때문에 설명이 길어진 것이다. 요즈음 학생들의 문해력 부족 현상을 다시 한번 실감하며 기본적인 한자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讀:읽을 독, 値:값 치. 독서는 뜻을 가지고 해야 한다. 한 글자가 천금의 값이니. 34x71㎝.
성악설로 유명한 순자(荀子)는 배움을 위인지학(爲人之學)과 위기지학(爲己之學), 두 종류로 나누어 설명하였다. 얼핏 듣기에는 ‘다른 사람을 위한 배움’으로 번역되는 위인지학이 좋은 의미로 들리지만, 실은 위인지학은 남의 눈에 잘 보이기 위한 거짓 배움이라는 의미이다. 위기지학이야말로 자기를 위한 배움 즉 자신의 성장을 꾀하는 진정한 배움이다.

독서는 가장 좋은 배움의 길이다. 그러므로 독서의 용의는 위기지학에 두어야 한다. 위기지학에 뜻을 두면 한 글자가 천금 만금의 값어치임을 느낄 수 있다. 짧은 한 문장으로도 삶의 의미를 깨닫고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검색이 독서역할을 하는 시대이다. 검색을 통해 남을 이기기 위한 경쟁의 도구나 위인지학의 허세만 얻으려 말고, 위기지학의 의미를 찾아 심신을 연마하는 노력도 해야 한다. 위기지학을 통해 천근 만금 값의 한 글자, 한 구절을 얻는다면 이보다 값진 소득이 또 있겠는가! 남 앞에 나를 있어 보이도록 꾸미는 독서는 허무한 시간 낭비일 뿐이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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