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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중동 전쟁 와중에 날아든 삼성전자 총파업 예고

중앙일보

2026.03.18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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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조가 오는 5월 총파업을 벌이기로 했다. 지난 9일부터 실시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93.1%의 찬성률로 쟁의권을 확보하며, 5월 21일부터 18일간의 파업을 예고했다. 실제 파업이 벌어지면 창사(1969년) 이후 첫 번째 파업이었던 2024년 7월 이후 2년 만이다. 수출을 견인하는 반도체 생산에 차질을 빚고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례없는 반도체 호황 속에 삼성전자 노사는 성과급을 둘러싸고 평행선을 이어왔다. 노조는 SK하이닉스 수준에 준하는 성과급 확대를 요구하며 성과급 산정 기준 투명화와 보상 체계의 공정성을 주장하고 있다. 최대 쟁점은 초과이익성과급(OPI) 상한 폐지다. OPI는 사업부 실적이 연초 목표를 초과 달성하면 초과 이익의 20% 한도 내에서 개인 연봉의 최대 50%까지 주는 성과급이다. 사측은 성과급 상한을 없애면 인건비 부담이 늘며 시설투자나 연구개발(R&D)에 필요한 자금이 부족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도체(DS) 사업부와 다른 사업부 간 형평성과 ‘상대적 박탈감’ 우려도 사측의 반대 논리다.

이런 가운데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 위원장은 최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파업에 돌입하면 평택공장 생산량의 절반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어렵사리 고대역폭메모리(HBM)4 양산 등으로 반등의 계기를 마련한 상황에서 파업으로 생산 차질이 빚어지면 시장 신뢰 훼손과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회사 차원뿐 아니라 우리 경제에 악재가 아닐 수 없다.

기업의 이익이 늘면 주주뿐 아니라 근로자도 그 과실을 나누는 게 맞다. 하지만 노조가 파업 불참자를 강제 전배나 해고 1순위로 올리겠다고 사실상 협박을 가하는 등 선을 넘는 행위를 하는 것은 국민들의 공감을 받기 어렵다. 사측도 보상체계를 둘러싼 노조의 불신을 해소할 수 있도록 기준을 공개하고 성의 있는 설득을 계속해야 한다.

반도체는 한국 경제의 핵심 엔진이다. 중동전쟁 등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고 초일류 기업의 저력을 지킬 수 있도록 노사가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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