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후반기 국회에서 국회 상임위원장을 모두 차지할 수도 있다면서 국민의힘의 법안 처리 협조를 압박하고 있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어제 “상임위원장 여야 배분 문제가 국민들께 고통을 주고 국정 발목잡기용으로 전락한다면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전날 정청래 민주당 대표도 “후반기 원 구성 때 상임위원회를 다 가져올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국회의 18개 상임위원장을 의석수 비율로 배분하는 국회 관례를 무시하겠다는 것이다. 민생과 개혁을 위한 입법이 지체된다는 명분이 있다 하더라도 의회주의의 미덕이자 불문율인 상임위원장 배분을 훼손하는 발상은 매우 부적절하다. 숫자를 앞세워 관행을 깨는 순간, 견제와 균형의 민주주의 원리는 흔들리고 다수 독재의 위험성은 커지기 때문이다.
현행 국회법은 투표로 위원장을 선출하게 했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단독 과반 의석을 확보한 당이 모든 상임위원장을 가져갈 수 있다. 그러나 법에 근거가 있어도 역대 국회가 관행을 따르려고 노력한 것은 야당의 견제도 다수결 못지않게 의회주의의 한 축을 이룬다는 믿음에 바탕을 둔 것이었다. 제1 야당이 무기력한 정치 상황에선 야당 상임위원장은 사실상 마지막 견제 장치인 셈이다. 국민의힘은 “야당을 배제하겠다는 선전포고”라고 반발했다.
정부의 입법이 야당 상임위원장의 비협조에 발목을 잡히는 것 또한 비난받아야 한다. 상임위원장 독식 카드가 나온 것도 이재명 대통령이 “상속세법, 자본시장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야당이 정무위원장이라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며 답답함을 호소한 데 따른 일이다. 현재 정무위원장은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이며, 올해 법안 소위가 한 번도 제대로 열리지 않았다고 한다. 정부 여당의 분노가 이해는 되지만, 그렇다고 상임위원장 배분 관례까지 흔드는 것은 과하다. 민주당은 지금도 통상 야당이 갖던 법사위원장을 차지하고 그 힘과 의석수를 바탕으로 사법 3법 도입 등의 입법 독주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여야 모두 의회주의를 훼손하는 손쉬운 선택을 멈춰야 한다. 정부는 이 대통령의 말대로 공무원들이 야당을 찾아 읍소라도 하는 등 지혜로운 해법을 먼저 찾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