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어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1기 출범에 맞춰 열린 노동정책 토론회에서 “노동자들 입장에서 해고는 죽음”이라며 “기업이 원하는 고용 유연성에 대해 노동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충분한 사회안전망’을 해결책으로 제시하며 “긴 목표를 가지고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자”고 강조했다. 노동계가 고용 유연성을 양보하는 대신, 이로 인해 혜택을 보는 기업이 사회안전망 강화 비용을 부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대통령의 구상은 유연성(Flexibility)과 안정성(Security)을 결합한 덴마크식 유연 안정성(Flexicurity) 모델에 가까워 보인다. 덴마크는 기업이 해고는 쉽게 하되, 실업급여의 기간·금액을 높이고 직업 재교육을 강화하는 정책을 노사정 대타협으로 확립해 왔다. 북유럽의 유연 안정성은 조직률 높은 노조, 두터운 실업급여,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이 뒷받침했다.
‘해고는 죽음’이라는 노동계의 호소를 가벼이 들어서는 안 되지만, 뒤집어 보면 그 자체가 기존 일자리에 대한 과잉보호를 방증한다. 노동생산성에 맞는 임금을 받고 있다면 해고돼도 다른 일자리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부 대기업·정규직이 노조의 과잉보호를 받으며 노동생산성을 웃도는 임금을 만끽하는 반면, 중소기업·비정규직 노동자는 더 힘들어지는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가 굳어졌다.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유노조·대기업·정규직은 무노조·중소기업·비정규직에 비해 근속 기간은 4.8배, 임금은 2.4배라고 했다. 신규 채용 가운데 대기업·정규직 근로자는 2%에 불과하다. 청년이 원하는 좋은 일자리로 가는 문이 사실상 닫혀 있는 셈이다. 2월 청년 실업률이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7.7%)으로 치솟은 데엔 이런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노사의 주고받기가 잘되려면 상호 신뢰와 균형 잡힌 정부 정책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노란봉투법 시행, 노동자 추정제, 정년 연장 논의, 근로시간 단축 등 일련의 정부 정책이 기업에 부담을 주는 친노동 편향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산업 현장에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는 노란봉투법 보완부터 정부는 서두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