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이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도는 ‘깜짝 실적’을 내놨지만 주가는 하락했다. 국내 반도체주도 함께 긴장하고 있다. 국내 기업보다 한 달가량 먼저 실적을 발표하는 마이크론이 사실상 한국 반도체의 풍향계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론은 최근까지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로 미국 증시가 흔들리는 와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예외적으로 강세를 이어왔다. 지난 17일에는 사상 처음으로 시가총액 5000억 달러를 넘어섰고,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전쟁 이후에도 주가가 12%가량 뛰었다.
이 같은 흐름은 국내 증시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메모리 3사’로 어깨를 나란히 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업황 기대를 타고 동반 강세를 보이면서 코스피 상승을 이끌었다. 지난 17일 마이크론이 실적 발표를 앞두고 4.5% 오르자, 지난 18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7.58%, 8.87% 급등한 게 대표적이다. 이날 두 기업의 코스피 시가총액 비중은 사상 처음으로 40%를 넘어섰다.
하지만 18일(현지시간) 마이크론 실적 발표 이후 세 기업의 주가는 내리막길을 탔다. 이날 마이크론은 정규장에서 전날보다 0.01% 오른 461.73달러에 마감한 뒤, 실적 발표 이후 시간 외 거래에서 종가보다 5.97% 하락해 434.18달러까지 떨어졌다. 19일 곧바로 이어진 국내 증시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동반 하락세를 보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날 각각 3.84%, 4.07% 내린 채 마감했다.
전년 대비 3배 매출이라는 깜짝 실적 발표에도 주가가 내려간 배경에는 공격적으로 잡은 투자 계획이 꼽힌다. 모닝스타의 윌리엄 커윈 애널리스트는 “업황이 좋아 수요가 강한 시기 뒤에는 공급 과잉 국면이 찾아와 가격과 수익성이 급락할 수 있는데, 이는 마이크론의 2023회계연도에서 확인된 바 있다”며 “마이크론은 수직 계열화된 반도체 기업인 만큼 고정비 부담이 큰 구조여서, 생산량이 줄어드는 시기에는 수익성에 미치는 타격도 크다”고 말했다. 그는 마이크론·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적정 주가를 각각 270달러, 14만원, 62만3000원으로 제시했다. 현재보다 30~40% 낮은 금액이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이날 반도체주의 동반 하락을 인공지능(AI) 거품론에 따른 업황 꺾임의 신호로 보기는 이르다는 시각이 여전히 우세하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현재 메모리 시장은 고객사 수요 충족률이 여전히 60%에 머물러 있다”며 삼성전자 목표 주가 32만원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