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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쟁에 속타는 중기…컨테이너선 한달째 바다 위 둥둥

중앙일보

2026.03.19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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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물류 대란’으로 번지면서 수출 중소·중견 기업들의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세계 물류의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위기에 처하자 운송 중단과 비용 폭증이라는 ‘이중고’가 수출 현장을 덮친 탓이다.

19일 중소벤처기업부·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한국무역협회(무협) 등에 따르면, 이달 3일부터 17일까지 보름간 접수된 중동 상황 관련 기업 애로는 총 523건에 달한다. 하루 평균 30건 이상의 ‘비명’이 접수된 셈이다. 특히 피해는 대기업보다 대응력이 취약한 중소·중견기업에 집중된 것으로 파악됐다.

유형별로는 물류 관련 애로가 253건(48.4%)으로 절반에 달했다. 페르시아만 연안 6개 나라의 주요 항만들이 사실상 마비됐기 때문이다. 이날 기준 주요 항만 24곳 가운데 정상 운항 중인 곳은 9곳(37.5%)에 불과하다. 해협의 입구가 막히면서 안쪽 항구로 향하던 물길이 사실상 끊긴 것이다.

중동 상황 관련 애로 및 상담 접수 현황
문제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류비 쇼크’다. 글로벌 해운사들이 일제히 ‘전쟁 할증료’를 부과하고 나선 탓이다. 업계에 따르면 통상 2000달러(약 300만원) 안팎이던 중동향 컨테이너 운임은 전쟁 리스크가 반영되면서 3배 가까이 뛰었다. 선사들이 컨테이너당 3000달러~4000달러(약 450만원~600만원)에 달하는 전쟁위험할증료나 긴급분쟁할증료를 추가로 부르기 때문이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운임 등 물류비용의 단기적 급등은 국내 제조업과 수출 경쟁력 타격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과거 사례를 고려하면 사태 종결 이후에도 정상화까지는 봉쇄 기간의 2배 이상의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봤다.

진퇴양난에 빠진 기업들의 하소연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2월 두바이 제벨알리항으로 섬유제품을 보낸 A사는 한 달 가까이 ‘미아’ 신세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선박이 갈 길을 잃으면서, 대체 기항지를 찾지 못한 채 공해상에 둥둥 떠 있는 것이다. A사 관계자는 “이달 9일 선적 예정이던 물량도 선사가 아예 중동 노선 운항을 취소해 창고에 묶였다”며 “기약없는 대기에 보관료 등 부대비용만 눈덩이처럼 불어났다”고 했다. 이란으로 시약을 실어 나른 B 운송대행사는 현지 바이어가 연락이 두절된 탓에 반송(Ship-back)조차 불가능해지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반송 서류를 써줄 바이어가 해외로 피신한데다, 정상적인 항구 행정까지 마비된 탓이다.

현장의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한재완 한국무역협회 물류서비스실장은 “가장 치명적인 변수는 결국 전쟁의 장기화”라며 “우회로나 항공 운송 등 대체 수단이 있더라도 비용이 너무 높아 ‘역마진’이 불가피하고, 수출 화물 출하가 늦어지면 대금 회수까지 지연되니 가뜩이나 빠듯한 중소·중견기업들은 불확실성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 제조업 전체가 ‘비용 쇼크’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날 산업연구원의 호르무즈 리스크 분석에 따르면 해협 봉쇄가 3개월 이상 이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국내 제조업 생산 비용은 11.8%가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연구원은 “핵심 원자재의 수급이 끊기는 물량 차질이 발생하면 실제 산업 충격은 현재 추정치를 웃도는 수준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김수민.안효성([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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