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환율 1500원 현실화에 은행권도 비상…자산건전성 관리 총력

중앙일보

2026.03.19 00:09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중동 정세 불안이 계속되면서 유가 급등, 달러 강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은행권을 비롯한 금융지주들이 비상대응 체계에 나섰다. 연합뉴스

중동 정세 불안으로 고유가·고환율 흐름이 이어지며 국내 은행권도 위기관리 체계에 돌입했다. 환율·유가·채권금리가 동반 상승하는 ‘3고(高) 현상’이 장기화하면, 기업 대출 연체율이 상승하고 은행 외화 유동성, 자산 건전성이 나빠지는 등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는 일 단위 점검 체계를 구축하고 외환·자본 지표를 살피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주요 자회사별 환율 구간에 따른 대응 방안 마련에 나섰고, 하나·신한금융도 계열사별로 환 헤지 대응과 단계별 자본 적정성, 유동성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아직은 지표가 양호한 편이지만 중동 상황이 길어질 것에 대비해 위험 요인 분석,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의 가장 큰 우려는 핵심 건전성 지표인 보통주 자본비율(CET1)의 하락이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원화가치는 하락) 은행이 보유한 달러 대출 등 외화 자산의 가치가 커지고 변동성에 따른 위험도도 확대되기 때문이다. 보통 환율이 달러당 10원 상승할 때마다 CET1 비율은 평균 0.01~0.03%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은행의 CET1은 평균 13.59%로, 아직 규제 비율(8%)을 웃도는 수준이지만 환율이 1500원 선을 유지할 경우 자본 완충력이 급격히 소모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금융지주들은 유가·환율에 민감한 업종(정유·석화·항공 등)을 비롯해 기업의 대출 건전성도 살피고 있다. 운송·물류비, 원자재 부담이 급증해 기업 수익성이 악화하거나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은행의 대출 연체율과 부실채권 비중도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은 자산이익률(ROA)에 위험도를 적용한 위험가중자산이익률(RoRWA)을 도입해 대출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 기업대출 잔액은 854조3288억원으로 전월 대비 6조9759억원 증가했다. 정부가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며 기업대출은 지난해 말부터 꾸준히 증가세다. 하지만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은행권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대출 문턱을 높이고, 기업들은 자금난을 겪는 악순환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금융위 관계자는 “투자나 자금 수요가 위축되면 특히 규모가 작은 기업부터 타격을 받는다”며 “산업계 위험을 경계하면서 철저히 대응하되 중소기업·소상공인의 부담도 면밀히 살피겠다”고 말했다.



김선미([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