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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멈춤, 호주 인상…‘100달러대 유가’ ‘1500원대 환율’ 사이에 꼬인 한은 금리 셈법

중앙일보

2026.03.18 23:59 2026.03.19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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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마치고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26.02.26.

중동 전쟁이 4년 만에 100달러대 유가를 다시 불러오면서 주요국 중앙은행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 사이에서 금리 방향을 잡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1500원대 환율 부담까지 겹친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18일(현지시간)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연 3.50~3.75%로 동결했다. 관망 기조를 유지했지만 시장의 기대는 빠르게 바뀌고 있다. 이날 애틀랜타 연방은행에 따르면 향후 3개월 내 금리 인상 가능성은 19.2%로, 인하 가능성(17.3%)을 앞질렀다. 한 달 전만 해도 인하 기대가 39.7%에 달했던 점을 고려하면, 유가 급등이 방향을 단기간에 뒤집은 셈이다.

국가별 대응은 엇갈린다. 호주중앙은행(RBA)은 지난 17일 기준금리를 4.10%(0.25%포인트 인상)로 올리며 긴축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날 일본은행(BOJ)은 기준금리(단기 정책금리)를 0.75% 수준에서 동결했지만, 계속해서 금리를 인상해 나간다는 기존 방침은 유지했다.

기준금리를 2.25%로 묶은 캐나다 중앙은행(BOC) 역시 물가 상승 압력과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를 경고했다. 19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유럽중앙은행(ECB)과 영란은행(BOE)도 금리 동결 전망 속에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재확산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김영옥 기자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금리를 올리면 경기 둔화 부담이 커지고, 유지하면 물가 상승 압력이 확대하는 딜레마에 직면했다. 국제금융센터는 “유가 충격은 긴축 흐름을 다른 주요국으로 확산시킬 변수”라고 했다.

시선은 다음 달 10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둔 한은으로 향한다. 한은은 19일 TF 회의를 열고 중동 상황과 FOMC 결과가 국내 금융·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을 점검했다. 국제유가 상승과 미 국채금리 상승, 달러 강세 등 대외 불확실성을 주요 위험 요소로 꼽았다.

국내 상황은 더 복잡하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1500원 안팎까지 상승했고, 국제유가 역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유가와 환율의 동반 상승은 수입물가 상승과 자본 유출 압력을 키우며 통화정책 부담으로 작용한다.

다만 물가 환경은 유가 급등이 비슷하게 나타났던 4년 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와는 다르다는 평가다. 당시에는 코로나19 팬데믹 막판 소비 회복과 공급 충격이 동시에 작용하며 물가가 5~6%대까지 급등했고, 재정 지출과 초과 저축이 소비를 떠받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크게 확대됐다. 이로 인해 한은은 기준금리를 3.50%까지 빠르게 끌어올리며 강한 긴축에 나섰다.

반면 현재는 물가가 2%대에 머물고 소비 여력도 높지 않다. 유가 상승으로 에너지 지출이 늘어나면, 다른 소비를 줄여 오히려 전반적인 소비 흐름을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전략적 동결’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투자증권은 “유가 상승이 물가를 자극할 수 있지만, 공급 충격 성격이 강한 만큼 한은이 당분간 금리를 동결하며 신중한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NH금융연구소는 “전쟁이 지속할 경우 경기 대응을 위해 금리 인하 가능성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고유가 장기화를 전제로 한 인상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씨티는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10~120달러 수준을 유지할 경우 한은이 7월과 10월 두 차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중동 전쟁 영향이 본격적으로 물가 지표에 반영되면 금리 인하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지고 일부 국가는 인상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한은도 동결과 인상 사이에서 언제 금리를 올릴지 고민하는 딜레마 상황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김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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