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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에너지전쟁에 국제유가 급등...韓 환율 동반 상승하며 '이중쇼크'

중앙일보

2026.03.19 01:46 2026.03.19 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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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사태 여파로 국제 유가와 원·달러 환율 시세가 요동치고 있는 1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과 국제유가 벤치마크 브렌트유 선물, 원 ·달러 환율 시세가 보이고 있다. 뉴시스

중동 사태가 가스전 폭격 등 인프라를 직접 겨냥하는 ‘에너지 전쟁’ 양상으로 확산되면서 국제유가가 다시 급등하고 있다. 유가가 배럴당 110달러선을 돌파하며 고유가 장기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 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서면서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상승하는 ‘이중 충격’이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물가 상승 압력과 금리 부담이 동시에 확대되며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경제 전반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1.9원 오른 1505.0원에 개장했다. 환율이 개장과 동시에 15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16일(1501.0원) 이후 3거래일 만이다. 이는 세계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0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의 개장가다. 환율 안정에 대한 당국의 의지와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 물량이 유입되며 장중 상승폭은 일부 제한됐지만, 이날 환율은 결국 전 거래일(1483.1원)보다 17.9원 오른 1501.0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환율이 주간 거래 종가 기준 1500원대를 기록한 것은 글로벌 금융 위기 때인 2009년 3월 10일 이후 17년 만이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도 100.25 수준을 보이며 다시 심리적 기준선인 100선을 넘어섰다.


환율 급등의 배경에는 중동발 에너지 불안이 자리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이란 가스전을 공격하고, 이란이 중동 내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보복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급격히 커졌다. 국제유가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18일(현지시간) 107달러대에서 마감한 뒤 19일에도 110달러를 웃도는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한때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시장에선 유가가 다시 세 자릿수 구간에 진입하며 고유가 국면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브렌트유 추이
원·달러 환율 추이
문제는 유가 상승과 환율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한국 경제에 ‘이중 충격’을 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가가 오르면 수입물가와 생산비가 상승하고, 원화 약세는 달러로 결제하는 원유 가격을 더욱 끌어올린다.


이미 산업계 충격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환율과 유가 충격을 동시에 받는 항공업계가 대표적이다. 대형 항공사에 비해 재무 여력이 나쁜 일부 저비용 항공사(LCC)들은 비용 통제와 노선 재조정 등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상황이다. 한 국내 LCC업계 관계자는 “최근 환율 급등으로 항공기 리스료와 정비비, 유류비 등 주요 비용이 동반 상승하면서 수익성 압박이 크게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금리 환경도 빠르게 악화되는 모습이다.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위원은 “유가 상승이 물가를 자극하면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시점이 지연될 가능성이 커진다”며 “이는 경기 둔화 국면에서도 금리를 내리지 못하는 ‘정책 딜레마’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국고채 금리가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가계의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 정부의 국채 이자 부담이 동반 상승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유가 상승과 원화 약세가 겹칠 경우 금융시장 전반에 긴축 효과가 중첩되는 구조가 형성된다. 이런 현상이 장기화할 경우 한국 경제는 저성장과 고물가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압력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도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원화 흐름이 펀더멘털과 과도하게 괴리될 경우 적기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사실상의 구두 개입 신호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금융위원회는 은행·보험·여전업권 등이 참여하는 금융업권별 리스크 점검회의를 열고 장기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외환당국은 필요시 달러 매도 개입과 외환스와프 확대, 외환건전성 규제 조정 등 다양한 대응 수단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중동 사태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이라는 외부 요인이 환율 변동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정책 대응의 효과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1997년 외환위기 직전에도 당국이 환율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외환보유액을 투입했지만, 결과적으로 위기를 막지 못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상황이 외환위기와 같은 수준의 위기는 아니지만, 환율을 인위적으로 눌러놓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과도한 변동성을 완화하는 수준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다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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