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휴전 국면이 파국을 맞은 후 이란의 보복 화력이 친미 아랍국 쿠웨이트·요르단·바레인에 쏠리고 있다. 미국의 중동 작전 핵심 거점 중 만만한 나라만 골라 때리는 '강약약강' 보복전이다.
지난 18일(현지시간) 쿠웨이트 망가프의 석유시설 인근에서 연기가 치솟고 있다. 쿠웨이트석유공사는 이날 이란의 거듭된 공격으로 석유시설 한 곳이 피격돼 상당한 피해와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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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적 가치와 후폭풍 저울질…이란의 표적 계산법
쿠웨이트의 경우 이란 전쟁 개전 이후 이란으로부터 약 1400건의 미사일·드론 공격을 받았다.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달 초 휴전이 깨진 뒤 재개된 공격에서도 쿠웨이트는 직격탄을 맞았다”며 “지난 한 주 동안 이란은 쿠웨이트에 있는 미군 기지를 공격했다고 반복해서 주장해왔다”고 전했다.
요르단 내 미군을 겨냥한 이란의 공격도 지난 14일 이후 끊이지 않고 있다. 미 해군 5함대 사령부가 자리한 바레인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지난 14일 5함대 기지 내 연료 저장고와 방공·관제 레이더를 미사일과 드론으로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알자지라방송은 “미군 시설이 있는 세 나라가 이달 교전 재개 이후 이란 보복 공격의 집중 표적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지난 16일(현지시간) 공개한 영상에서 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IRGC는 해당 미사일이 요르단·쿠웨이트·바레인의 미군 표적을 향해 발사됐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반면 미군 기지가 있는 그 외 주변국은 이란의 위협에서 이들 세 나라보다는 벗어나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군의 중동 최대 공군 거점인 알우데이드 기지가 있는 카타르는 미국과 이란을 잇는 협상 창구로서 가치가 있어 이란이 공격을 자제하고 있을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는 군사력과 역내 영향력이 상당하다. 이란이 표적 가치와 공격 비용 등을 조합해 후폭풍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보복 국가를 선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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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웨이트, 지리적 요인이 쉬운 표적으로
쿠웨이트·요르단·바레인을 하나씩 살펴보면 비슷하면서도 다른 각각의 사정이 드러난다. 쿠웨이트는 이란의 보복 공격이 당황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전쟁 전까지 이란과 비교적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고, 바레인이나 UAE만큼 강경 노선을 택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셰이크 미샬 알아흐마드 알자베르 알사바 쿠웨이트 국왕은 지난 3월 TV 연설에서 “친구로 여긴 이웃 무슬림 국가가 우리를 공격했다”며 “이란을 향한 군사행동에 영토·영공·해안을 내준 적이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지리적 요인이 쿠웨이트를 쉬운 표적으로 만들었다고 FT는 분석했다. 이란과 가까워 단거리 미사일로 공격할 수 있는 데다, 미군 기지·공항·발전소 등이 좁은 국토에 밀집해있어 비용 대비 위협의 효과도 크다. 바데르 알사이프 쿠웨이트대 역사학과 교수는 FT에 “지난 며칠 간 이란의 공격 규모는 전례가 없었다”며 “마치 분노를 표출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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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 '안전한 후방'의 역설
요르단은 쿠웨이트와 달리 이란에서 비교적 멀지만 오히려 그 점 때문에 표적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이번 전쟁 기간 바레인·UAE·카타르에 있던 일부 전력을 요르단과 이스라엘로 옮겼다. 걸프 동맹국들이 미군 운용을 꺼려하자 이란에서 멀고 미군 운용 제약이 덜한 요르단이 안전한 후방기지로 떠올랐던 것이다.
표적의 가치가 커진 요르단을 이란은 그냥 놔두지 않았다. 특히 17일에는 무와파크 살티 공군기지를 공격해 미군 사망자 2명, 부상자 4명, 실종자 1명이 발생했다. 양측의 교전이 재개된 뒤 이란의 직접 공격으로 미군 사망자가 나온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공격은 이후에도 이어졌다. IRGC는 20일 홍해에 접한 요르단 남부 아카바 국제공항에 주둔한 미군 항공기를 탄도미사일로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공격은 22일에도 계속됐다. IRGC는 같은 날 “요르단 내 킹파이살·프린스 하산 공군기지를 공격했다”며 “이번 공격으로 미군의 F-15 전투기의 출격 준비용 격납고가 타격을 입었고 특히 무인기 격납고 공격을 통해 포장도 뜯지 않은 출격 전 상태의 신형 MQ-9 무인기 8대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주장했다. 또 야외에 계류 중이던 무인기 2대와 격납고에 있던 대형 헬기 2대도 상당한 피해를 봤고 미군 병력 주둔 시설을 공격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IRGC는 덧붙였다. IRGC는 “이번 공격은 미국의 공습에 대응한 합법적인 보복”이라며 “미군은 군사 및 민간 시설을 겨냥해 공격을 반복해 압도적인 보복에 직면하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란이 요르단의 보복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노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요르단에는 이란 본토를 타격할 장거리 전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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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함대에 아마존까지…바레인 시아파 민심 파고드는 이란
바레인도 미 5함대 사령부가 위치해있다는 이유로 개전 후 수시로 이란의 타깃이 됐다. WSJ에 따르면 지난 2월 말부터 6월까지 이어진 공격으로 5함대에서 최소 12개 건물, 위성통신시설 2곳이 크게 파손됐다. 바레인 내 이란의 목표물은 디지털 기반시설로도 확대됐다. IRGC는 지난 21일 성명을 내고 “순항미사일 여러 발로 바레인에 있는 미 기업 아마존의 중앙 데이터 인프라를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가 지난 17일(현지시간) 이란의 전략 군사시설을 정밀 타격했다며 공개한 영상. AFP=연합뉴스
이란이 바레인의 내부 균열을 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바레인은 국민 다수가 시아파지만 권력은 수니파 왕가가 쥐고 있다. 이란 입장에선 바레인의 취약한 통치 구조에 더해 시아파라는 국민적 동질성까지 활용하면 바레인 내 반정부·반미 정서를 부추기는 게 어렵지 않다고 판단할 만하다. 개전 이후 시아파 거주 지역에서 이란에 연대하는 시위가 이어졌고 당국이 진압에 나선 점도 관련 시각에 힘을 싣는다.
결과적으로 미군을 받아들인 대가를 주변국에 각인시켜 미국과 사이를 벌려놓으려는 노림수란 해석도 있다. 알사이프 교수는 FT에 “이란이 쿠웨이트라는 특정 나라가 아니라 하나의 모델로서의 걸프를 겨냥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