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열린광장] “뉘신지…” 치매 가족의 고통과 소망

6월은 ‘치매 인식의 달(Dementia Awareness Month)’이다. 서늘한 그림자처럼 노년의 삶에 드리워지는 치매, 그리고 그 가장 흔한 형태인 알츠하이머병은 한 인간의 존엄과 삶의 질을 송두리째 흔드는 질병이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에 따르면 이미 500만 명 이상의 노인이 치매로 고통받고 있으며, 그 곁을 지키는 가족과 의료진, 돌봄 제공자들의 수를 헤아리면 이는 우리 사회 전체가 직면한 거대한 과제임을 실감하게 된다.   알츠하이머 협회는 2060년이 되면 환자 수가 지금의 두 배를 훌쩍 넘어설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의학과 과학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인류의 삶은 풍요로워지는데도, 우리는 왜 이토록 아픈 도전 앞에 서 있는 것인가. 은퇴를 앞두거나 이미 노년의 여정을 걷고 있는 이들이라면, 이제 이 질문을 외면하지 않고 자신의 미래를 위한 진지한 성찰과 대비에 나서야 할 때이다.   치매 환자와 가족을 위한 생활 수칙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기에, 이 지면에서는 그보다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병원 채플린으로서 기억의 상실과 싸우는 환자들과 동행하며 길어 올린, 삶의 성숙과 시간에 관한 절절한 통찰인 까닭이다.   환자와 그 가족의 투병기는 한 편의 긴 ‘상실의 서사’다. 상담실에서 만나는 가족들은 처음에는 담담히 이야기를 시작하지만, 어느 한순간 켜켜이 쌓아온 슬픔과 아픔이 터져 나오며 무너지곤 한다. 한 사람의 인격과 사회적 존재감이 소멸해가는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는 고통, 사랑하는 이를 위해 모든 것을 감내해야 하는 가족의 심적 부담은 감히 짐작하기 어렵다. 아직 의학적 완치법은 없으나, 이 지난한 과정 속에서도 삶의 가치를 지키려는 노력들은 수많은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뤄내고 있다.   상담의 최우선 순위는, 환자의 힘겨운 여정 속에서 ‘삶의 기쁨’과 ‘존재의 의미’를 선제적으로 찾아 함께 빚어가는 데에 있다. 환자는 점차 기억과 단어를 잃어가며 대화의 끈을 놓치기 일쑤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에, 마지막까지 붙들어야 할 ‘궁극의 소망’이 무엇인지 함께 발견하고 그 여정을 완주하도록 돕는 것이야말로 돌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이 소망을 붙드는 프로그램 중 ‘매주 한 시간, 스토리 타임’은 금보다 귀한 시간으로 여겨진다. 환자의 삶의 목적을 함께 다듬고, 영적 자아상을 그리며, 사랑하는 이들에게 남길 ‘마음의 유산’을 한 줄 한 줄 써 내려가는 과정이다. 날이 갈수록 기억이 흐릿해지는 환자를 보며, 이 시간이야말로 얼마나 꾸준하고 헌신적인 돌봄의 자세로 임해야 하는지 깨닫는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우리는 ‘어쩌면 미래의 나’를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치매 환자를 돌보는 일은 이처럼 우리를 실존의 중심으로 이끌며, 궁극적 신뢰의 대상을 향하게 하는 구심력이 된다.   수년 전, 필자의 선친께서 알츠하이머를 앓으셨을 때 아내와 함께 잠시나마 집에서 아버지를 돌본 경험이 있다. 평온한 얼굴로 우리를 보시거나, 말없이 뒤뜰을 바라보시는 것을 참 좋아하셨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는 우리 내외를 물끄러미 보시더니 물으셨다.     “뉘신지….” 그 순간 필자는 하늘을 보며 마음속으로 외쳤다. ‘이제부터 아버지의 남은 여정, 온전히 주님께 맡깁니다.’   성경은 이같이 위로한다. “내가 어렸을 때에는 말하는 것이 어린 아이와 같고 깨닫는 것이 어린 아이와 같고 생각하는 것이 어린 아이와 같다가, 장성한 사람이 되어서는 어린 아이의 일을 버렸노라.”   우리 모두는 유한한 존재로서 각자의 시간을 살아간다. 피할 수 없는 질병이 닥쳐온다 해도, 그 시간 속에서 ‘궁극의 신뢰’를 잃지 않도록 마음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의 마지막 여정이 단순한 소멸이 아닌, 거룩한 축복으로 기억될 수 있기를 간절히 구한다. 김효남 / HCMA 채플린 본부 디렉터열린광장 치매 가족 치매 가족 치매 환자 치매 인식

2025-06-12

시카고대병원, 환자∙직원 정보 무더기 유출

시카고대병원이 사이버 공격을 받아 4만명에 가까운 환자와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카고대병원은 27일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해 발생한 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한 내용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정보 유출은 체납된 의료비를 청구하는 외부 업체를 통해 발생했다. 네이션와이드 리커버리 서비스라는 외부 회사의 전산망을 통해 해커의 침입이 이뤄졌고 이를 통해 총 3만8000명의 환자와 병원 직원의 개인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유출된 개인 정보는 이름과 주소, 생년월일, 은행, 의료 정보를 포함해 소셜 시큐리티 번호까지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유출된 정보를 통해 은행 계좌가 개설되거나 융자 신청, 신용카드 개설 등이 가능할 수도 있는 위험이 높다.     그러나 시카고대병원은 아직까지 유출된 정보로 신용 사기 사건이 발생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만약 개인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을 경우 병원측은 해당 개인에게 편지로 피해 사실을 고지했다.     정보 유출 사건이 확인되자 시카고대병원측은 즉각 네이션와이드 리커버리 서비스와의 계약을 파기하고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에 나섰다.     이번 유출 사고로 시카고대병원 뿐만 아니라 네이션와이드 리커버리 서비스사와 계약한 전국의 다른 병원들도 피해를 입었다. 피해 병원은 노스이스트 조지아 병원과 어랭거 웨스턴 캐롤라이나 병원, 조지아주의 하빈 클리닉 등이다.       한편 시카고지역에서는 작년 로레토 병원과 루리 어린이병원 등에서 환자 개인 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병원의 경우 환자의 민감한 개인 정보인 이름과 소셜시큐리티번호 등을 모두 보관하는 경우가 많아 사이버 공격의 주요 대상이 되고 있다.   Nathan Park 기자시카고대병원 환자 시카고대병원 환자 정보 유출 개인 정보

2025-05-28

[잠망경] 유리. 죽여… 도깨비.

2025년 4월, 5월에 걸쳐 맨해튼 소극장 ‘The Public’에서 공연된 연극의 제목이 희한하다. “Glass. Kill. What If If Only. Imp.” 우리말로 “유리. 죽여. 만약 만약이라면 어쩌지. 도깨비.”라 옮기기로 한다. 영국 극작가, 올 86세 ‘Caryl Churchill’의 걸작품.   첫 번째 무대, ‘Glass’에서는 유리처럼 깨지기 쉬운 여성의 취약성을, 두 번째, ‘Kill’에서는 곧잘 전쟁을 일으키는 인류의 뿌리 깊은 가학성을 묘파한다.   세 번째, ‘What If If Only’. 아홉 살짜리 내 손녀딸 세실리아(Cecelia)가 등장한다. 심한 상실감에 빠진 사내에게 그녀는 말한다. “I am going to happen!” “나는 발생할 것이에요,”라 하면 좀 이상하게 들린다. “나는 피어날 거예요.”는 어떨까. “나는 일어설 거예요?”   마지막 무대, ‘Imp’에서 마약중독자, 지체부자유자 등등 사람들의 대화는 끊임없이 계속되지만, 소통의 흔쾌한 연속성은 여전히 부재한다. 도깨비가 무서워서 병 속에 넣어 코르크로 입구를 막아 두는 정황. 이들의 대화에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에 버금가는 단절감이 범람한다. 이 연극은 만화경 같은 구성으로 짜여졌다는 평을 받은 바 있다. 실체는 없고 그림자만 있는, 말이 사라지고 느낌만 살아나는 예술적 분위기.   당신과 내 대화에서 서로 딴소리를 하는 상황이 연출된다. 그나마 의사가 대충 전달되는 게 재미있지. 사실주의 그림보다 추상화에 마음이 쏠리는 이치와 비슷하다. 문맥이 엉망이라도 바닥을 치는 진실 같은 것이 확 느껴지는 순간에.   옛날에 문라이팅을 할 때 병동에서 두 노인환자가 양지바른 창문을 향해 앉아 대화하는 정경을 접한 적이 있다. 한쪽이 말한다. 자기 아들이 음주운전에 자꾸 걸려 감옥에 갈 것 같다고. 다른 쪽이 말한다. 자기 딸의 두 번째 임신이 또 아들이라는 소식을 듣고 아주 기쁘다고.   이들은 짐짓 따스한 미소를 지으며 대화를 계속한다. 공감이나 적개심이 전혀 없이 다정하고 평화로운 의사소통을 이어가는 것이다.   허언(虛言). 빌 虛, 말씀 言. 빈말은 허망하다. 망상에서 나온 말을 망언(妄言)이라 하지. 망령될 忘, 말씀 言. 망상은 내 소관이다. 허언과 망언을 분별하기가 어려워서 고심하는 것 또한 직업의식이다.   사전은 허언을 ‘실속이 없는 빈말’ 외에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꾸며대어 말을 함’이라 풀이하고, 유의어로 ‘거짓말, 공염불’을 든다. 우리는 거짓말을 거짓말이라 하는 대신 ‘허언’이라는 한자어로 포장한다. 거짓말쟁이를 허언증 환자라 지칭하며.   기원전 1세기. 줄리어스 시저의 양자(養子) 옥타비아누스는 그의 정적(政敵) 마르쿠스 안토니우스가 알콜중독, 바람둥이, 클레오파트라의 꼭두각시라는 가짜뉴스를 퍼뜨린다. 안토니우스는 옥타비우누스와의 전쟁에서 패배한 후 자살한다. 이것이 위키피디아가 지적한 인류 최초의 ‘fake news, 가짜뉴스’다. 고의적으로 한 새빨간 거짓말!   세 번째 무대, ‘만약 만약이라면 어쩌지’에 나오는 이런 대사가 뼈를 때린다. “I‘m the ghost of a dead future. I’m the ghost of a future that never happened…”, “나는 죽은 미래의 유령이에요. 한 번도 생겨나지 못한 미래의 유령이요….” 다시 말해서, 당신과 나는 아직 깨어나지 않은 미래의 유령인지도 모른다. 서량 / 시인·정신과 의사잠망경 도깨비 유리 허언과 망언 허언증 환자 거짓말 공염불

2025-05-27

골프장 근처 살면 파킨슨병 위험 높아져

골프장 인근에 거주하면 살충제 등 화학약품 영향으로 파킨슨병 발병 위험이 두배 이상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파킨슨병은 도파민을 생성하는 뇌세포가 서서히 사멸해서 발생하는 퇴행성 신경질환으로, 떨림, 근육 경직, 느린 움직임 등의 증상을 보인다. 매년 미국에서 9만명 이상 진단받고 있으며, 주로 50세 이후에 발병하는 경향이 있다.   메이요 클리닉과 캔자스대학교 메디컬센터 등 4개 기관이 파킨슨병 환자 419명과 건강한 대조군 5113명을 비교 분석한 결과, 골프장 인근 거주 환자의 파킨슨병 발병위험이 높았다. 연구진은 1991년부터 2015년까지 미네소타와 위스콘신 주민 5000여 명의 의료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골프장 반경 1마일 이내에 거주자의 파킨슨병 진단 확률이 평균 2.26배, 최대 2.98배까지 증가했다.  반면 3마일 바깥 거주자의 발병 위험은 상당히 떨어졌다.     연구팀은 골프장 사용 살충제 노출 원인이 가장 크다고 분석했다. 각종 유해한 화학물질을 포함한 해당 살충제 등이 오염된 지하수나 공기를 통해 인근 주민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 오래전부터 살충제와 파킨슨병 연관성에 대한 여러 연구가 진행돼 왔다. 연구진들은 골프장과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파킨슨병 위험이 증가하는 뚜렷한 상관관계가 보고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전적 요인이나 직업 환경 등의 요소는 분석에서 제외됐다. 파킨슨병이 진단 시점보다 10여년 이전부터 뇌에서 서서히 시작되기 때문에, 골프장 인근에서 얼마나 오래 거주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수질과 유해 살충제 살포 여부에 대한 확인도 이뤄지지 않은 문제도 나왔다.   김옥채 기자 [email protected]골프 파킨슨병 파킨슨병 발병위험 파킨슨병 진단 파킨슨병 환자

2025-05-11

[문예마당] 레이건과 오코너가 보여준 용기

무거운 이야기에 앞서 마음을 살짝 풀어주는 서양의 치매 유머 하나를 소개한다.                                                   한 남자가 친구에게 말했다. “요즘 기억력이 많이 나빠졌어. 아내 이름도 가끔 까먹어.” 친구가 놀라서 물었다. “그럼 어떻게 불러?”     남자가 “음… 그 5월에 피는 예쁜 꽃 이름이 뭐지?” 친구가 “Rose?” 하니까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서서 외친다. “Rose! 내 옆에 이 친구 이름이 뭐였지?”   LA에 사는 여고 동창 대여섯 명이 모이는데 그중 두 명의 남편이 치매라고 한다.   한 명은 아내를 가끔 못 알아볼 때가 있고 다른 분은 외출했다 집을 못 찾기도 한다고 한다. 남편들뿐만 아니라 우리도 깜빡 깜빡하는 경우가 많아서 만나면 치매 걱정이다.     최근 많은 이들이 암보다 치매를 더 두려워한다고 한다.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인 알츠하이머병은 많은 이들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육체적 고통보다 일상이 무너지고 인간의 존엄성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얼마 전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 정도로 피곤했다. 어제 뭘 했는데 이렇게 피곤할 까 생각해 봤지만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머리가 텅 빈 것 같았다.     남편에게 “어제 내가 뭘 했죠?” 물으니 한심한 듯 쳐다보며 “큰일났군! 새벽부터 하루 종일 바빴잖아” 라고 했다.   ‘새벽부터’라는 말을 듣는 순간, 어제 일이 주르륵 떠올랐다. 일요일 오전 8시에 시작하는 1부 예배에 참석하기 위해 6시에 일어났는데 서머타임이 시작된 지 얼마 안 되서 새벽처럼 느껴졌다. 오후 1시 반부터는 일 년에 한번 있는 대심방이라,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그 후에는 오랫동안 교회에 나오지 못한 구역식구 심방을 갔다. 집에 돌아오니 오후 6시가 됐다. 그 많은 일들이 전혀 생각이 나지 않다니! 그렇지않아도 요즘 깜빡거리는 증상이 잦아져 치매가 아닌가 걱정이 많았는데, ‘드디어 올 게 왔구나’ 생각했다.   전문가 의견을 들어보니 피곤하거나 스트레스가 많을 때는 기억이 순간적으로 흐려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나중에 어떤 단서로 기억이 다시 떠오른다면, 치매가 아니라 건망증에 가까운 현상일 가능성이 크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휴~ 살았다.”   그런데 그 뒷말에 가슴이 철렁했다. “혹시 최근에 집중력이 많이 떨어지셨나요? 단어나 사람 이름이 잘 떠오르지 않거나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하는 경향이 있다면 치매의 증상일 경우가 있습니다.” 아! 그렇다면 나는 치매다. 겁이 덜컥 났다.   “하지만 그런 증상들이 꼭 치매 초기 단계라고 단정할 필요는 없어요.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인지 기능 저하일 수도 있고 피로, 스트레스, 수면 부족, 약물 부작용일 수도 있습니다.” 아니, 내가 치매라는 거야, 아니라는 거야.  아리송했다.   치매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퇴임 후인 1994년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여 자신이 치매환자가 되었다는 것을 알려 충격을 주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나는 최근에 본인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수백만 미국민들 중의 한 명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낸시와 나는 이 사실을 우리의 개인적인 비밀로 할 것인가 아니면 여러 사람에게 알릴 것인가를 결정해야 했습니다…. 우리는 내가 알츠하이머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여러분에게 알림으로써 이 병에 대한 보다 많은 관심이 유발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이병으로 고생하는 환자와 그 가족들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아직은 괜찮다고 느끼는 지금, 나는 신이 나에게 준 이 땅위에서의 나머지 인생을 지금까지 항상 해온 일들을 하면서 지낼 것입니다. 나는 내 인생의 여정을 사랑하는 아내 낸시와 내 가족들과 함께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나에게 이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일할 수 있었던 큰 영광을 준 여러분께 감사합니다. 언제일지 모르나 하나님께서 당신의 집으로 나를 부를 때, 나는 조국에 대한 깊은 사랑과 조국의 장래에 대한 영원한 희망을 지니고 떠날 겁니다.”     후에 그는 자신이 대통령이었다는 사실도 잊었다 한다. 치매 환자임을 공표한 직후 레이건은 그의 아내인 낸시와 국립 알츠하이머병 재단과 함께 치매 치료 연구를 위한 로널드 낸시 레이건 연구소를 창설했다.   또 한 사람, 미국 최초 여성 대법관인 샌드라 데이 오코너이다. 오코너는 종신직인 대법관 자리에서 2006년 조기 퇴임했다. 그 이유가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던 남편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드라마틱한 것은 그녀의 남편 존은 정작 그녀에 대한 기억을 잃은 상태였다. 그리고 그는 피닉스의 요양원에 만난 ‘케이’라는 할머니와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이다.   직장을 그만두면서까지 뒷바라지에 헌신적이었던 오코너는 남편의 이런 모습을 담담하게 받아들였다고 한다. 큰아들 스콧은 방송 인터뷰에서 “어머니는 아버지가 요양원 생활에 만족해 하고 행복해하는 데 대해 매우 기뻐하고 있다”고 했다.   배우자가 다른 여인을 사랑하는 것을 보며 충격과 배신감, 그리고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고통이 복잡하게 얽힐 수 있다. 그것이 질병의 영향 때문이라는 걸 이해하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씁쓸함과 외로움이 가시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 역사상 가장 힘 있는 자리에 있던 두 사람이 말년에 보여준 용기 있는 행보는 특별한 울림을 주고 있다.   치매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병이다. 아무리 영민한 사람도 걸릴 수 있다.   앞서 말한 여고 동창 남편 두 분은 의사다. 평소에 남들보다 더 이지적이고 의식이 강한 분들이었다. 치매 환자의 배우자로 산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익숙했던 남편이 점점 변해가는 모습을 보는 것도 힘들고, 하루 종일 붙어서 돌봐야 하는 부담도 크다. 단순한 신체적 부담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동반한다. 오랜 세월을 함께한 사람이 성격이 변하고, 때론 낯선 사람처럼 대할 때 그 상실감과 두려움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울 것이다.   가족에게 고통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치매에 걸리면 안 되겠다. 의사선생님께 치매를 예방하는 약은 없느냐고 물으니, “연구가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치료법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기껏해야 치매의 진행을 늦출 수 있는 신약 개발 정도”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람들과 잘 어울리며 살라고 했다. 집순이인 내가 특히 새겨 들어야할 말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내게 알츠하이머병이 찾아온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어느 정도 미리 예방할 수 있는 것이 치매라고 하니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겠다. 배광자 / 수필가문예마당 레이건 오코너 치매 환자 로널드 레이건 치매 치료

2025-05-08

가주서 백일해 환자 1775건 발생…전국적 대유행 조짐

홍역과 백일해와 같은 전국적으로 백신으로 예방 가능한 질병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가주에서도 1775건의 백일해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탐사보도 전문 매체 프로퍼블리카가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백일해 환자 수는 팬데믹 기간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전국적으로 1500% 이상 폭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백일해 환자 수는 3만5435건이었으며, 이 중 1775건이 가주에서 발생했다. 가주 인구 10만 명당 발병률은 4.55명 수준이다.   가주 보건국 자료에 따르면, 2024년 1월부터 10월 사이 주 내에서 2000건 이상의 백일해 환자와 1건의 영아 사망이 보고됐다. 백일해는 특히 영아와 어린이에게 치명적일 수 있으며, 폐렴, 무호흡, 탈수, 뇌 손상 등을 초래할 수 있다. 팬데믹 전 평균적으로 매년 2명에서 4명이 백일해로 사망했으나, 지난해에는 10명이 숨졌고, 올해 들어서도 2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체 측은 현재 발생하고 있는 홍역과 백일해의 유행은 백신 거부 확산에 따른 공중보건 위기의 전조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23년 기준, 39개 주에서 홍역 백신 접종률이 집단 면역 기준을 밑돌았다. 다만 가주는 접종률이 집단 면역 기준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백일해 백신 접종률 역시 2013년부터 2023년까지 대부분의 주에서 하락했지만, 가주는 예외였다.   올해 들어 여러 주에서는 백일해로 인한 사망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루이지애나에서는 지난 6개월 동안 영아 2명이 백일해로 사망했고, 워싱턴주에서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사망자가 나왔다. 아이다호, 사우스다코타, 오리건주에서도 사망 사례가 보고됐다.   존스홉킨스대 국제보건학부 교수인 안나 더빈 박사는 “홍역뿐만 아니라 (백일해와 같은) 백신으로 예방 가능한 질병들의 대규모 확산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는 어린이와 청년층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전했다. 조원희 기자백일해 환자 백일해 환자 백일해 백신 이후 전국적

2025-04-27

‘관행’이라는 이름의 불법…텍스리펀 뒤에 숨은 병원의 수익 놀음

한국의 의료관광 시장은 미용 수요 확대와 함께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4년 한국을 찾은 피부과 외국인 환자 수는 약 117만 명으로, 전년(61만 명) 대비 93.2%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로 한때 급감했던 외국인 환자 유치 실적은 3년간의 회복기를 거쳐 빠르게 반등하고 있으며, 2009년 이후 누적 방문자는 505만 명에 이른다.   이처럼 외국인 환자 유치가 다시 활성화되는 가운데, 시장의 건전성과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왜곡된 운영 구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외국인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 중인 '의료 택스프리' 제도는 본래 취지와 달리 일부 의료기관과 유관 업체 간의 부적절한 수익 분배 구조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의료 택스프리는 외국인이 국내에서 미용 시술이나 수술을 받은 경우, 일정 금액의 부가가치세를 환급해 주는 제도로, 2016년 4월 1일부터 시행되어 현재까지 연장 운영되고 있다. 병원이 이 제도를 활용하려면 먼저 ‘외국인환자 유치기관’으로 등록하고, 지정된 ‘환급창구운영사’에 가입해야 한다. 이 운영사는 병원을 대신해 세금 환급 업무를 처리하며, 통상적으로 환급액의 1~2%를 수수료로 취한다.   문제는 이 수수료가 환급창구운영사와 병원 간의 거래에서 정상적인 계약 범위를 벗어나, 다시 병원으로 되돌아가는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일부 병원들은 운영사로부터 수수료 상당액을 되돌려받는 조건을 제안받거나, 이를 기준으로 운영사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의 한 피부과 원장은 “운영사 여러 곳에서 ‘수익의 일부를 돌려줄 테니 계약하자’는 제안을 받은 적이 있다”며 “이미 업계에서는 흔히 오가는 이야기”라고 전했다.   이 같은 수익 분배 구조는 단순한 유치 전략을 넘어 제도 본연의 취지를 훼손하고, 의료기관 간 불필요한 과열 경쟁을 조장할 수 있다. 특히 환급 과정에서 정부의 세금 환급이 실제로 누구를 위한 혜택인지 모호해지며, 세제 지원 제도 자체에 대한 신뢰마저 저하시킬 수 있다.   외국인 환자 유치 산업은 국가 서비스 수출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단기적 수익을 위해 제도를 악용하거나, 제도의 허점을 이용한 왜곡된 경쟁이 반복된다면 결국 전체 산업의 지속 가능성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건전한 시장 질서를 지키기 위해서는 의료 현장의 자정 노력은 물론, 관련 당국의 적극적인 관리·감독과 실효성 있는 제도 정비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지금 이대로 방치한다면 산업의 신뢰 기반은 흔들릴 수밖에 없으며,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점에 와 있다.    최지원 기자관행 이름 외국인환자 유치기관 수익 분배 외국인 환자

2025-04-24

2023년 이후 첫 홍역 환자 발생

    최근 멕시코를 여행한 푸에블로 거주 성인 1명이 홍역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콜로라도에서 홍역 환자가 발생한 것은 지난 2023년 이후 처음이라고 덴버 포스트 등 지역 언론들이 보도했다. 콜로라도 주보건환경국(Colorado Department of Public Health and Environment/CDPHE)에 따르면,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이 확진자는 현재 홍역이 유행하고 있는 멕시코 지역을 방문했으며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상태였다. CDPHE는 3월 17일부터 21일 사이에 푸에블로시 남부에 있는 사우스웨스트 델리 & 카페 또는 3월 22일 오후 3시30분에서 6시 사이에 푸에블로시 서부 소재 서던 콜로라도 클리닉을 방문한 사람들은 홍역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노출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은 21일 동안 증상이 나타나는 지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공공장소 방문을 피하는 것이 권장된다. 연방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홍역은 전염성이 매우 높은 질병으로 고열, 기침, 콧물, 충혈된 눈, 입안의 작은 흰 반점, 발진 등의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합병증으로 폐렴과 뇌염이 발생할 수도 있다. 홍역에 노출된 후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즉시 의사, 응급진료 센터 또는 병원 응급실에 연락해야 한다. 올해 미국의 홍역 확진자는 이미 2024년 전체 확진자수를 초과했으며 최소 5개주에서 발병 사례가 보고됐다. 2월에는 텍사스에서 어린이가 홍역으로 사망했는데, 이는 2003년 이후 첫 소아 사망 사례다. 미국에서 홍역으로 인한 성인 사망이 보고된 것은 2015년이 마지막이다. 텍사스의 홍역 유행 사례는 최근까지 400건으로 증가했으며 뉴멕시코, 캔자스, 오하이오, 오클라호마주에서도 3건 이상의 확진 사례가 보고됨으로써 공식적인 유행(outbreak)으로 분류됐다. 2월 이후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2명이 홍역 관련 원인으로 사망했다. 최근의 홍역 유행 사례는 백신 접종률이 낮은 미국내 각 지역에서 바이러스가 확산될 것이라는 보건 전문가들의 우려를 확인시켜주고 있으며 확산이 1년 이상 지속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번 주 멕시코에서 발생한 홍역 사례가 텍사스의 유행과 관련이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은혜 기자홍역 환자 홍역 환자 홍역 확진자 현재 홍역

2025-04-09

[필향만리] 泰而不驕(태이불교)

공자가 말했다. “군자는 태연하지만 교만하지 않고, 소인은 교만할 뿐 태연하지 못하다.” 국어사전은 ‘태연(泰然)’을 ‘마땅히 머뭇거리거나 두려워할 상황에서 태도나 기색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예사로움’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흔히 ‘클 태’라고 훈독하는 ‘泰’는 태산처럼 크고 장중하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태연의 진짜 속뜻은 ‘스스로를 크고 장중하게 여긴다’라고 할 수 있다. 자칫 교만으로 보일 수 있는 태도이다. 그런데 군자는 태연과 교만의 차이를 정확하게 구분하여 처신한다. 그러므로 군자는 태연하지만 결코 교만하지 않다. 이에 반해 소인은 교만할 뿐 태연하지 못하다.   자신을 크게 여겨 잘난 체하는 병적증세를 일컬어 ‘자대증(自大症)’이라고 한다. 태연함과는 거리가 먼 자대증은 곧바로 ‘갑질’로 이어진다. “나 ○○인데 나를 못 알아보다니? 괘씸한 놈!” 소인의 교만한 자대증에서 비롯되는 갑질은 여러 사람을 힘들게 한다.     힘듦을 당한 사람의 한숨은 독(毒)이 되어 결국은 자대증 환자 자신에게로 돌아온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이란 말이 있다. 교만한 자의 권세는 10년을 잇기 쉽지 않다는 뜻이다. 권력이든 돈이든 많이 가진 자여! ‘태이불교’의 인품으로 그 ‘가짐’을 더욱 빛나게 하소서! 김병기 /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필향만리 자대증 환자 진짜 속뜻 자의 권세

2025-04-02

[잠망경] 관음증

관음증을 한자로 觀陰症이라 쓰는 줄 알았다. 볼 觀, 그늘 陰. - 그늘을 바라보다.   관음증은 한자로 觀淫症이라 쓴다. 볼 觀, 음란할 淫. - 다른 사람의 알몸이나 성교하는 것을 몰래 훔쳐보면서 성적인 만족을 얻는 증세라고 네이버사전은꼰대스럽게 풀이한다.   트위터 단어사전은 觀淫을, 타인의 계정을 사찰하며 그 사람이 쓴 트윗과 멘션(mention) 등을 찾아보는 것이라 산뜻하게 해석한다.   관광(觀光)이 병이 아니듯이 觀淫도 觀淫症도 병이 아니라는 견해다. 만약에 당신이 관음증을 질병이라고 우긴다면 지구촌 모든 SNS 참가자들을 다 환자 취급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단, 인터넷에 만연하는 성범죄는 어디까지나 죄질이 저열한 범법행위로써, 지금 나의 주제에 크게 어긋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둔다.   觀은 황새 관(  )자와 볼 견(見)자가 결합한 모습.    은 새 추(  )자 위에 커다란 눈과 눈썹을 그려 놓은 황새 모양의 상형문자.    과 見이 합쳐진 觀은 나무 위에 올라가 있는 황새처럼 넓게 본다는 뜻이다. (네이버사전)   그래서 觀光은 황새가 빛(光)을 바라본다는 뜻이 된다. 황새는 설악산을 크게 환호성을 지르며 구경하지 않는다. 애오라지 빛을 묵묵히 바라보는 황새는 고즈넉하게 그늘을 바라보는 당신만큼이나 시적(詩的)인 모양새다. ‘sightseeing’이라는 영어단어의 닝닝한 뒷맛과 비교해 보라.   ‘sight’에는 시야, 시력 외에 장관(壯觀)이라는 뜻이 깃들여져 있다. 눈에 뵈는 대상 자체에 역점을 둔 서구인들에 비하여 동양인들은 대상이 보이게끔 도와주는 ‘medium, 매개체’인 ‘빛(光)’이 주제가 되는 것이 흥미롭다.     당신과 내가 거창한 장관(壯觀) 여행에 오르지 않고, 오붓한 관광(觀光)길을 떠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觀淫症을 다시 분석한다.     淫자에는 음란하거나 무엇을 탐한다는 뜻이 담겼다고 사전은 해명한다. 淫은 물 수(水)와 가까이할 음(   )이 결합한 문자.    자는 허리를 숙인 채 무엇을 잡아당기는 사람 모습. 마치도 무엇인가를 가까이하려는 형상이다.     접근의 대상은 물! 급기야는 ‘물=욕정’이라는 은유법에 의하여 淫자가 욕정을 가까이한다는 뜻으로 변했다고 풀이하는 한자사전이참 고지식도 하지.   때는 바야흐로 11세기 초엽. 영국 코번트리(Coventry) 지역의 레오프릭(Leofric) 백작의 아내 고다이버(Godiva)가 과도한 세금에 시달리는 농민들의 고통에 깊은 동정심을 품은 나머지 남편에게 세금을 내려줄 것을 간청한다. 남편은 그녀가 벌거벗은 채 말을 타고 동네를 한 바퀴 돌고 오면 청을 들어주겠다는 조건을 내세운다.   남편의 조건을 받아들인 그녀는 자신이 말을 타는 동안 모든 주민이 집에 머물면서 창문을 가리고 밖을 보지 말 것을 당부한다. 그들은 고다이버의 간곡한 부탁을 들어준다.     단 한 사람, 양복 재단사 톰(Tom)이 그녀의 알몸을 몰래 훔쳐본 후 나중에 장님이 된다. 이 전설에서 유래한 단어, ‘Peeping Tom’이 인류 최초의 관음증 환자로 기록에 남는다. 그리고 ‘Godiva’는 1926년 벨기에에서 만인의 사랑을 받는 고급 초콜릿 상표명으로 태어난다.   관음증의 대상이 벌거벗은 남녀의 몸에 국한돼야 한다는 법은 없다. 황새와 관광객은 어원학적으로 빛을 추구하는 법. 우주의 관광객 아인슈타인도 빛의 속도를 탐색했다.     지금 바로 이 순간에도 지구촌 곳곳 학자들과 예술가들이 갤럭시와 인간의 진리와 정신활동을 관음(觀淫)하고 있다. 서량 / 시인·정신과 의사잠망경 관음증 관음증 환자 관광객 아인슈타인 한자사전이참 고지식도

2025-04-01

[보험 상식] 건강보험의 종류

Q: 건강보험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고 하는 데 어떤 것들이 있나요?   A: 건강보험에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HMO, PPO, EPO, POS 등이 있는데, 주로 사용되는 것이 HMO와 PPO입니다.   HMO 플랜 가입자는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는 의료기관에 가야만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으며, 가장 큰 특징은 주치의(Primary Care Physician) 제도라는 것입니다. 응급상황을 제외하고는 자신의 정한 주치의를 방문하여 진료를 받아야 하고, 전문의에게 가려면 주치의 추천을 받아야만 합니다. 추천서를 받는데 수일의 날짜가 걸릴 뿐 아니라, 지정해 준 전문의에게만 갈 수 있습니다.   PPO 의 경우 네트워크 밖에서도 진료를 받을 수는 있으나, 본인 부담액이 커지므로 자신의 보험을 받는지를 미리 확인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HMO와 달리 원하는 전문의를 바로 방문하여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다음 날 다른 전문의를 또 찾아갈 수도 있으니 사용에 제한이 없어 편리합니다. 그런 만큼 대부분의 경우 HMO보다 PPO 보험료가 더 비싼 편입니다.   HMO(Health Maintenance Organization) 의사는 고정 급여를 받고 서비스를 제공하며, 환자는 치료비 일부를 코페이먼트 형식으로 부담하기 때문에 의사 입장에선 환자가 자주 찾아오지 않을수록 이익이 클 것입니다. 그렇기에 미리 건강검진도 하고, 질병 예방을 위한 노력을 하게 됩니다. 서비스를 많이 한다고 더 많은 보상을 해 주지도 않으므로 불필요한 의료서비스 제공이 없습니다. 말 그대로 건강을 건강할 때 지키도록 노력하는 제도입니다.     임산부, 어린이, 노약자처럼 같은 의사를 계속 찾아야 할 경우 유리할 수 있습니다. 무슨 병을 앓았고, 어떤 가족력이 있고, 무슨 알러지가 있고, 현재 복용하고 있는 약은 무엇인지 등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PPO(Preferred Provider Organization)는 네트워크 밖에서도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는 있으나 본인 부담이 큰 편입니다. 의사 입장에서는 치료할 때마다 수입이 발생하므로 찾아온 환자를 마다할 이유가 없고, 환자 입장에선 만족스럽게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반면 여러 병 치료를 위해 동시에 여러 의사를 방문하고 있을 경우, 환자 정보 교환을 하거나 교통정리를 해 줄 사람이 없으므로 같이 먹어서는 안 되는 약을 동시에 처방할 수도 있고, 비슷한 약을 중복으로 처방할 수도 있습니다.   어느 보험이 더 좋은가에 대한 정답은 없습니다. 건강상태 등 본인의 입장, 취향에 따라 입맛에 맞는 보험을 선택하면 됩니다.     보험의 성격을 충분히 파악하고 내게 맞는 보험을 선택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헷갈릴 경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결정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일 수 있습니다. 보험 형태에 따른 종류뿐 아니라, 본인 부담액에 따른 보험 등급도 여러 가지기 때문입니다.   ▶문의:(213)387-5000  진철희 / 캘코보험 대표보험 상식 건강보험 편의성 건강보험 적용 환자 입장 의사 입장

2025-03-09

'콜록콜록' 독감 환자 속출…확진율 30%까지 육박해

LA 등 전국에서 독감환자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보건당국은 생후 6개월 이상인 사람은 독감(flu),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코로나19 백신을 꼭 맞으라고 당부했다.     제니 황(43)씨는 최근 다섯 살 아이를 병원 응급실로 데려가야만 했다. 황씨는 “아이가 기침을 계속하고 체온이 105도까지 올랐다”면서 “증상이 계속 나빠져 응급실에 갔더니 독감이었다. 다행히 RSV는 아니었다”고 전했다.   피터 신(38) 전문간호사(NP)는 “독감에 걸린 환자가 너무 많이 병원을 찾고 있다. 우리 가족도 걸려서 일주일 정도 구토를 하는 등 이번 독감은 증상이 꽤 심하다”고 말했다.   LA카운티 공공보건국에 따르면 지난 1월 넷째 주 독감증상을 보인 환자 6668명 중 확진자는 1913명으로 확진율 29%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중순 독감이 1차 유행한 뒤 올해 1월 초 확진율이 22%까지 떨어졌지만, 중순 이후 다시 29%까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1월 말 기준 독감 증상으로 병원 응급실을 찾은 환자 비율도 12%로 지난해 동기의 6%보다 두 배 높았다.     CBS뉴스는 현재 캘리포니아주 등 전국 41개 주가 독감 확산 수준이 ‘높음 또는 매우 높음’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병원 응급실을 방문하는 독감 환자는 전주 대비 30%나 급증했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낮은 백신 접종이 독감 감염률 상승에 기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CDC에 따르면 백신접종률은 성인 44%, 어린이 44.5%로 목표치 70%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     이영직 내과전문의는 “면역력이 약한 나이대일수록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하다. 증상이 심하면 의사 진료를 받고 72시간 안에 항바이러스 감기약인 타미플루를 먹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약자를 공격하는 RSV 감염자도 늘고 있다. 1월 말 기준 LA카운티 지역 RSV 확진율은 8%로 지난해 11월 4%대의 두 배 수준이다.     RSV는 영유아를 중심으로 기관지염이나 폐렴 등 심각한 호흡기 질환을 일으켜 예방과 빠른 치료가 중요하다.     티파니 김(70대)씨는 “RSV는 독감하고 증상이 비슷하고 감염되면 숨을 못 쉴 정도로 기침을 계속한다. 한번 고생하고 난 뒤에는 백신을 꼭 맞는다”고 전했다.   이밖에 LA카운티 공공보건국은 호흡기 질환인 메타모뉴 바이러스(HMPV)와 겨울철 식중독을 유발하는 노로바이러스 감염도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한편 LA타임스는 가주 전역에서 조류독감(H5N1, H5N9)이 계속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2월 3일 기준 가주에서만 상업용 양계장 100곳 이상에서 조류독감이 확인됐고, 2300만 마리가 바이러스에 노출됐다고 전했다.     특히 전국에서 67명(사망 1명)이 조류독감에 감염됐고 이 중 50%가 가주민으로 나타났다. LA카운티에서는 지난해 12월 첫 조류독감 감염환자가 보고됐다.   LA카운티 공공보건국은 “멸균 처리되지 않은 우유, 덜 익힌 동물성 제품을 섭취하지 말고 애완동물 등이 야생동물에 노출되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재 기자 [email protected]확진율 독감 조류독감 감염환자 독감 환자 노로바이러스 감염

2025-02-06

"ICE 피하려는 환자 돕지 말라"

뉴욕시 공립병원이 직원들에게 연방정부의 이민 단속을 피하려는 환자를 돕지 말라는 메모를 보내 논란이 일고 있다.     5일 크레인스뉴욕이 입수한 뉴욕시헬스앤병원의 사내 메모에 따르면, 병원 측은 직원들에게 "미국에서 불법으로 체류하는 사람을 의도적으로 구금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공지했다. 이어 "이민세관단속국(ICE) 단속을 통해 신분이 노출되는 것을 피하도록 (직원이) 적극적으로 도우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썼다.     이 메모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체류자 단속과 추방을 강화하기 위해 병원과 학교, 교회와 같은 '민감한 장소'도 오픈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내리기 전인 지난달 16일 전해진 것으로 파악됐다.     메모에는 직원들에게 ICE 요원을 마주쳤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조언도 적혀 있었다. 단속 요원에게 신원 확인을 요청하고, 영장이 있는지 확인하고, 지정된 ICE 연락 담당자에게 알리는 것 등의 내용이다.     이와 같은 내용이 전해지자 의료진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뉴욕의사협회는 "의료진은 환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의무가 있다"며 병원 측을 비판했다. 이처럼 병원과 같은 필수 시설에서도 이민 단속이 이뤄진다면, 불체자들이 두려움 때문에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은별 기자 [email protected]환자 ice 불법체류자 단속 ice 요원 ice 연락

2025-02-05

[박검진의 종교·철학 여행] 원래 있는 것을 찾는 게 깨달음

깨우침을 얻으려면 계정혜(戒定慧)와 팔정도(八正道)를 우선 공부하고, 제행무상(諸行無常)과 제법무아(諸法無我)를 깨달으면 탐진치(貪瞋痴, 욕심, 분노, 어리석음)에서 벗어나 해탈하고 열반에 든다고 불교에서 가르친다. 결국, 불교는 깨달음의 종교라는 것이다.     그런데 깨달음은 인간의 수행과 지혜로 말미암아 생기는 것이니 인간의 육체가 없이는 깨달음의 수단이 없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나 제행무상과 제법무아를 깨달으면 자아(自我)란 존재는 원래 없는 것이다. 나란 존재는 육체에 의존해서가 아니라 늘 여(如如)히 그 자리에 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깨달은 분들은 깨달음이란 없는 것에서 무언가를 찾는 것이 아니라, 원래 있는 것을 찾는 것이라고 말한다.     인간으로 태어났기에 육체가 있는 것이고, 욕망도 있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의지도 생기는 것이다. 그것이 있기에 '깨달음' 공부에 매진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불교에서는 욕심과 분노와 어리석음을 버리라고 가르친다. 언뜻 이해가 안 된다. 서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 쇼펜하우어는 인간은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여기서 의지란 욕망 내지 욕심이다. 이것이 있어야 에너지가 생기고, 목표가 생기고, 인간다운 삶을 산다는 것이다.     니체도 비슷한 사상으로 욕망의 순기능을 주장한다. 훨씬 전의 스피노자도 이성을 가진 욕망을 주장했다. 이처럼 욕망이 있어야 생기가 넘치고, 삶의 원천을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욕망을 도덕주의에서는 숨기라고 가르친다.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지 말라는 것이다. 이것이 지나치면 억압이 돼 꿈에서 왜곡의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프로이트는 설명한다. 그것을 풀지 않으면 히스테리나 신경증, 심하면 조현병에 걸린다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깨우침의 세계는 무의식의 세계와 관련이 깊다는 것이다. 실제로 깨우친 분들의 뇌파를 보면 세타파가 많다고 한다. 수면 중의 뇌파가 델타파인데, 이것 다음으로 조용한 뇌파가 세타파인 것이다. 거의 몰입의 경지에 들어서는 순간, 그동안 풀리지 않았던 문제들이 풀리고, 도파민과 같은 행복의 신경전달물질이 솟아난다.   만약, 그것이 화두였다면 불교에서 말하는 깨우침의 경지를 맛본 것일 테고, 과학자였다면 노벨상을 받을만한 연구의 결과를 맛볼 것이다. 그러므로 불교를 너무 깨달음을 얻기 위한 종교로만 이해하기보다는 몰입을 통하여 또 다른 정신세계와 만난다는 수단으로 수행을 하면 좋겠다.   몰입을 통해 뭔가의 깨달음을 얻으면 분명히 뉴런의 접속과 연결이 바뀌고 새로운 시냅스들이 생성될 것이다. 이런 것이 쌓이고 쌓이면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될 것이다. 아마도 앞으로 과학적으로도 증명이 될 것이다. 대뇌피질이 변하여 마치 도통한 사람처럼 행동할 것이다. 이것이 깨우침이 아니고 무엇이랴.     그들의 몸에서는 알 수 없는 도인(道人)의 향기가 날 것이다. 인간의 몸은 화학물질로 이루어져 있으니 특유의 화학적 냄새를 풍길 것이다. 이런 것을 찾아서 후각을 활성화하는 물질을 개발한다면, 누구나 깊은 연구에 몰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세계가 반드시 오리라 믿는다. 실례로 미국 병원의 한 간호사는 파킨슨병 환자의 환자복에서 특유의 냄새를 식별했고, 자기의 남편에게도 같은 냄새가 나는 것을 느끼고, 파킨슨병임을 확신했고, 진료의 결과 정말 그녀의 남편이 파킨슨병에 걸렸다는 것을 발견했다. 당시에 의료진은 냄새로 병을 인지한 사실에 경악했다고 한다. 가령, 반려견들도 자신이 암에 걸리면 냄새로 알고, 우울증세를 보인다고 한다. 앞으로 후각은 중요한 연구 분야가 될 것이다.    ◆박검진 단국대 전자공학과 졸업. 한국기술교육대에서 기술경영학(MOT)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LG반도체 특허협상팀 팀장, 하이닉스반도체 특허분석팀 차장, 호서대 특허관리어드바이저, 한국기술교육대 산학협력단 교수를 거쳐 현재 콜라보기술경영연구소 대표.    박검진의 종교·철학 여행 깨달음 신경세포 파킨슨병 환자 하이닉스반도체 특허분석팀 화학적 냄새

2025-01-20

[문예마당] 의사가 환자가 되어 시작한 새해

십여 년 전에 ‘환자가 싫어하는 의사’, ‘의사가 싫어하는 환자’, 작년 이맘때는 ‘의료 방해와 의료사고 예방’이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썼다. 글의 요점은 환자들과 의사, 의사들과 환자들 사이의 간격 좁히기와 도움이 되기 어려운 높은 기대치 허물기에 대한 것이었다. 서로 간의 관념과 관점을 이해하면 의사는 환자가 원하는 것을, 환자는 의사들이 알리고자 하는 것을 쉽게 이해하게 된다.   의사라는 직업은 밥벌이를 위한 것이 아니고 타고난 직업, 천직(天職)으로 분리된다. 즉 하늘이 준 일, 영어로는 vocation(보케이션)이라 하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직업(occupation)과 구분하는데, 여기에는 봉사의 뜻이 내포되어 있다. 간호사, 교사, 종교인, 변호사도 직업인이라기보다는 천직을 가진 사람이라고 본다.   천직을 가진 사람들, 특히 질병을 다루는 의사들이 매일 천직의 관념을 잊지 않고 살아가기는 어렵다. 물질 만능주의가 강세인 현대를 살아가는 의사들은 학자금 대출 때문에 쌓인 빚을 잊고 살 수는 없다.     의과대학 학자금 빚은 탕감해 주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드물다. 2024년 1월 포브스 잡지는 의과대학생들의 평균 빚이 20만6924달러라고 보도했다. 이들은 졸업하는 시점부터 빚을 갚기 시작해야 한다. 빚에는 이자까지 포함되어 있다. 가정도 꾸려야 할 나이이다.   그런데 환자들이 기대하는 의사는 어떤가? ‘마르코스 웰비, M.D.’의 주인공 의사처럼 인자하고, 인정 많고, 한사람의 환자를 위해서 충분한 시간을 써 주는 의사가 주치의이기를 바란다.     ‘마르코스 웰비 박사’ 텔레비전 시리즈는 1970년대 ABC에서 방영되었던 인기 있었던 프로그램이었는데, 천천히 움직이는 한가한 세상에서나 볼 수 있는 실화일 것이다.   얼마전 의사인 내가 환자가 되어 외래 수술을 받았다. 수술을 받은 곳은 내가 의사로서 젊음을 보냈고, 그곳에서 은퇴한 메디컬 그룹이 운영하는 큰 병원이었다. 내가 활동하던 시기보다 수술프로토콜이 더 많이 세분되어 있었다. 병원의 운영과 의사 중심에서 환자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체재로 많이 변해 있었다. 내가 전직 의사라서 특별대우를 받았을 것이라는 추측도 어느 정도 맞을지도 모르겠다.   수술은 오른쪽 어깨 근대의 파열을 보수하는 것이었다. 담당하는 가정의에게 어깨가 아프다고 알렸을 때, 진단에 필요한 엑스레이, 초음파, MRI 검사와 함께 물리치료 전문의에게도 의뢰되었다. 이어서 정형외과의사, 물리치료와 정형외과 보조 의사와도 몇 번 만나는 바쁜 한 달을 지났다.     수술을 하면 좋은 점, 나쁠 수 있는 점, 부작용 등등 세심한 설명과 내용이 적힌 팸플릿, 영상까지도 제공되었다. 옵션에 대한 설명도 있었다. 어떠한 질병 치료에도, 좋든 나쁘든, 옵션이 있다. 그중 가장 중요한 옵션은 환자가 수술을 거부할 수 있는 옵션이다.   참고로 어깨 근대 파열은 테니스나 골프를 많이 하는 사람들에게 흔하다. 또는 무거운 것을 들어야 하는 직종을 가진 경우에도 발생한다. 나의 근대 파열 문제는 오랫동안 써서 생긴, 나이와 관련된 것이었다.     치료로는 수술 대신 운동을 하라고 권하기도 하는데, 운동은 근대 주위의 근육들을 튼튼하게 만들어서 병난 부위의 대치 역할을 시키는 방법일 뿐, 운동으로 잘린 근대가 이어지지는 않는다.   수술로 일단 단절되어 있는 부위를 연결해 주기로 했다. 요즘은 환부를 크게 오픈하지 않고 관절경(arthroscopy) 방법을 쓴다. 끄트머리에 꼬마 카메라가 달린 관절경을 관절에 집어넣고, 관절경이 실시간으로 보내 주는 정보를 TV 스크린을 통해서 본다. 외과의사는 환자의 확대된 환부를 스크린에서 보면서 수술한다. 참 좋은 세상이다.   수술하는 날, 새벽 5시 30분까지 입원 대기실에 도착했다. 미래 의료 동향서와 휴대폰만 갖고 갔다. 수술은 전신 마취였고, 하루 전날 밤부터 공복이어야 하였다. 입원 대기실에 도착한 후, 나와 보호자인 남편을 동석시키고, 자세한 개인 정보를 확인하고, 팔에 ID 팔찌를 끼워 주었다.     미래의료동향서를 건네니까, 이를 스캔하는 부서로 일단 보내고, 스캔 된 부분은 전자기록에 첨가된다고 친절히 알려주었다. 직원은 만약 의료사고가 생기거나, 전신 마취 중에 연락이 필요한 경우, 일 순위부터 가족들의 이름, 연락처가 정리되어 있는지도 확인하였다.   수술 대기실로 옮겨지고, 친절하고 명랑한 마취전문의, 마취 전문 간호사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정맥주사가 연결되었다. ‘잠깐 주무세요!’라는 속삭임 이후의 해프닝은 전혀 알 수도 기억나지도 않는다.   이론적으로만 이해하였던 내 환자들의 ‘육체적 아픔’을 경험하고 있다. 참을성의 문턱이 꽤 높은 나 자신에게, 실상 진통제가 필요할 만큼 심한 이 아픔은 적극적으로 침범해 온다. 시간이 약이라던 어른들의 말씀을 믿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삼각기 팔걸이 슬링을 하고 다니면, 동정도 많이 받을 것 같다.   환자로 시작한 의사의 2025년이다. 아프지만 의미 깊은, 그래서 겸손하게 시작하는 새해이다. 그래서 그런지, 2025년은 힐링의 새해, 겸손과 나눔의 새해가 될 것 같은 좋은 느낌이 든다. 모니카 류 / 종양방사선학 전문의문예마당 의사 환자 정형외과의사 물리치료 주인공 의사 의사 의사들

2025-01-16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