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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 전기톱, 한국에 더 필요할지도

[아르헨티나 현장에서] 관련기사 밀레이 ‘전기톱 개혁’ 아르헨티나를 살렸다 자유주의가 하지 말라는 일 골라 하다 몰락 탈세가 미덕이라는 골수 자유주의 대통령 개혁은 비포장길…긴축 고통에 저항도 여전 개혁의 강 건넌 아르헨티나, 이번엔 다르다 좌파 포퓰리즘이 반세기 넘게 망쳐놓은 아르헨티나는 지금 수술대에 올라 있다. 의사는 ‘미친놈(El Loco)’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 그는 메스 대신 전기톱을 휘두른다. 재정, 보조금, 정부조직, 공무원, 각종 규제가 그의 전기톱에 뭉텅뭉텅 잘려나가고 있다.   자유지상주의 개혁 현장에서 보름 동안 택시 기사부터 정재계 인사에 이르기까지 40여명을 만났다. 그들은 한결같이 ‘그렇게라도 안 하면 도저히 바꿀 수 없을 지경이 됐다’고 설명한다. 포퓰리즘은 더 이상 안된다는 공감대가 감지됐다.     아르헨티나 몰락의 원인은 대중영합 정책으로 요약되는 페로니즘이다. 한 마디로 선심성 복지 포퓰리즘이다. 그에 취해 흥청망청 쓰다 국제통화기금(IMF)에 처음 손을 내민 게 1958년. 그 잘 살던 나라가 기울기까지 불과 10여 년밖에 안 걸렸다. 그 뒤부터는 익숙히 알려진 아르헨티나 경제의 흑역사가 21세기까지 이어졌다.   밀레이는 포퓰리즘의 달콤한 중독을 깨우기 위해 쓴 약을 내밀었다. 당연히 금단현상과 저항이 나올 수밖에.     지난 3월 12일과 19일 시위 현장엔 땅이 뒤흔들릴 함성이 터져나왔다. 수천 명이 경찰에게 쇠파이프를 휘두르고 화염병을 던졌다. 그곳에서 취재 중 최루탄 가스를 들이마시고, 경찰 고무탄을 맞고 길바닥에 주저 앉았다. 종아리와 엉덩이에 맺힌 핏멍울의 고통은 ‘이게 무슨 자유주의냐’라며 나를 시위대와 공감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크게 보면 이 역시 거쳐야 할 개혁의 과정이다. 1년 반 남짓한 밀레이의 개혁은 가시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 성장률, 물가, 환율, 주가, 빈곤율… 대부분의 경제지표들이 포퓰리즘 시절에 비해 몰라보게 개선됐다.   아르헨티나의 개혁은 지금까지 대세였던 복지국가 모델과는 궤를 달리 한다. 정부에게 기대지 말고 개인과 시장이 알아서 하라는 자유방임 또는 자유지상주의에 입각해 있다. 한물간 신자유주의의 원조쯤으로 여겨지던 사조다. 이게 밀레이의 개혁을 통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아르헨티나처럼 정부효율부(DOGE)를 설치해 일론 머스크에게 맡겼다. 밀레이는 머스크에게 전기톱을 선물하기도 했다. 공공부문 축소라는 공통분모를 부각시킨 셈이다.   대선을 앞둔 한국에서도 아르헨티나를 두고 말이 많다. 정말 와보고 말하는 건지는 의문이다. 지도자 잘못 뽑으면 아르헨티나처럼 된다면서도, 내세우는 공약은 정작 아르헨티나 포퓰리즘을 빼다박았다. 특히 민주당의 기본소득, 기본금융, 기본주택 등 '기본 시리즈' 공약이 그렇다. 그럴 듯하게 포장한 지역화폐도 아르헨티나에선 이미 여러 차례 해보다 부작용만 키웠다. 먼 훗날 한국에도 전기톱이 나와 잘라내야 할지 모른다.     개인의 윤택한 삶을 국가가 보장해줄 수는 없다. 아르헨티나의 반세기가 이를 증명하고 있지 않나. 그런데도 국민을 위한다며 뭐든 다 해줄 것처럼 유혹한다. 실패의 낭떠러지가 뻔히 보이는데도 말이다.   이를 두고 미국 보수층에선 포퓰리즘을 넘어 사회주의에 다가서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나온다. 반공주의자로 유명한 고든 챙 박사도 본지 영문매체인 koreadailyus.com과의 인터뷰에서 그런 우려를 표했다.     포퓰리즘은 유혹하고, 사회주의는 덮친다. ‘비야31’이라는 부에노스아이레스 빈민가를 보고 든 생각이다. 한인들의 자랑스러운 모국이 그에 당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장열 기자ㆍ[email protected]아르헨티나 기획

2025-05-18

개혁의 강 건넌 아르헨티나, 이번엔 다르다

  [특별기획] 1. 아르헨 살린 '전기톱' 개혁 2. 100년 전 선진국의 몰락 3. 리버태리언 밀레이는 누구 4. 페로니즘의 향수는 아직도 5.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      흔히 택시 기사들의 여론을 ‘민심의 풍향계’라 한다. 서민층에 속하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접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체감하기 때문이다. 그럼 부에노스아이레스 택시 기사들은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의 개혁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본지 취재팀이 지난 3월 33회에 걸쳐 현지 택시와 우버를 이용하면서 직접 설문한 결과 32명이 지지를 표명했다. 밀레이를 지지하는지, 반대하는지 묻자 모두들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 보였다. 압도적으로 밀레이 편이다. 우버 드라이버 다니엘 에두아르도는 “이번에 바뀌지 않으면 과거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기사 앤젤 프란스시코도 “많은 것이 바뀌고 있고, 사람들도 점점 희망을 갖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공감대는 확실해 보인다. 실패한 포퓰리즘 경제에서 사는 게 얼마나 힘든지 다들 알기 때문이다. 당장에라도 차 세우고 반정부 시위대에 합류할 법한 택시 기사들이 외려 밀레이를 지지하는 이유다. 이들은 과거 대부분 페로니스트 정부 지지층이었으나, 이젠 돌아섰다고 한다. 포퓰리즘 정책의 실패에 따른 피해를 처절하게 경험한 계층이기에 노선 변화가 두드러진 것이다.   좌파 페로니즘 정권에서 산업부 산업정책국장(2019~22)을 지낸 레안드로 모라 알폰신도 이런 정서를 인정한다. “40년의 민주주의를 지나면서도 약 45%가 기본 생계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기존의 방식을 바꾸려 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대중의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물가, 성장률, 빈곤율 등 각종 통계가 부쩍 개선되자 긴가민가하며 관망하던 여론층도 개혁에 호감을 보이게 됐다. 밀레이 정부는 그들에게 과거보다 미래를 얘기한다. 페데리코 스투르제네거 규제개혁장관은 지난 13일 “향후 15년간 매년 4%씩 꾸준히 성장하면 아르헨티나 국민소득은 스페인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인 라틴 아메리카 정치경제학자인 마리아노 토마시 산안드레스 대학 교수는 이렇게 설명한다. “수십 년간의 침체와 실정에 반발한 국민은 완전히 다른 접근방식을 받아들일 자세가 돼 있었는데, 이게 밀레이의 스타일과 맞아떨어졌다. 특히 그의 이념적 일관성은 밀레이 개인뿐 아니라 그의 정책적 방향에 일정 수준의 신뢰성을 주고 있다.”   밀레이를 향한 대중의 지지는 개혁에 대한 갈구의 표출이다. 밀레이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지금의 개혁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저변에 깔렸다. 실패는 곧 끔찍한 과거로의 회귀를 뜻한다는 걸 다 알기 때문이다. 킨토 투자자문의 바우티스타 부르디외 애널리스트는 “현재 추진 중인 정책과 변화가 실패한다면, 아르헨티나는 과거의 인플레, 부채 위기, 빈곤의 악순환을 반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밀레이는 경제에서만 득점하고 있는 게 아니다. 기득권 정치 엘리트들에 대한 공격으로 대중의 지지를 받는다. 국회의원 특권 축소가 대표적이다. 라디오 방송 진행자인 조엔나 메사 알퍼트는 “그동안 아무도 그런 일을 한 적이 없다. 그 점에서 정말 긍정적이다. 그런 위험을 감수했다는 점에서 존경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선 아르헨티나인에게 ‘밀레이가 성공할까’라는 질문은 차라리 우문에 가깝다. “그렇게 물으면, 밀레이가 실패하면 안 된다고 답하는 사람이 대부분일 거다. 나도 사업하는 사람으로서 밀레이가 꼭 성공하길 바란다. 페론주의자들도 알 거다. 자기들도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을. 꼭 성공하면 좋겠다.”(물류회사 LK글로벌 강태민 대표)   두터운 지지를 의식해서인지 밀레이는 과격 시위대의 요구에 반응하지 않고 있다. 과거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면 형식적으로라도 요구를 받아들이곤 했는데, 지금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야당을 설득하려는 자세도 안 보인다. 자유지상주의 개혁 정책에 타협이란 없다. 최고 권력기관인 정부 자체를 혐오하는 무정부주의 성향의 밀레이가 파쇼라는 형용모순적 비난을 받는 이유다.   그가 임기 중 개혁을 일관성 있게 추진할 것이라는 데 대해선 대체로 의견이 일치한다. 정치적으로 큰 분기점인 오는 10월 중간선거에서 대중의 지지를 받는 밀레이 여당의 승리가 예상된다. 지금의 여소야대 구도가 뒤집어지거나, 여당 의석수가 두드러지게 늘 경우 개혁엔 더 탄력이 붙을 수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헤럴드의 칼럼니스트 릴리아나 프랑코는 “정치 분석가들은 밀레이의 자유전진당이 여러 의석을 추가로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야권이 상당히 분열돼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가전메이커 피바디의 최도선 회장도 “중간선거에서 밀레이가 압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야당에서 밀레이에 대적할만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 페론당은 나라를 망쳐놨기 때문에 그렇다.”   문제는 그 다음, 즉 밀레이가 임기를 마친 뒤다. 자유지상주의 개혁의 관성은 유지될까, 아니면 포퓰리즘의 기운이 다시 고개를 들까.   라틴 아메리카의 정치변동사에 해박한 토마시 교수는 다소 조심스러운 견해다. “밀레이가 야심 찬 개혁의 일부를 성공적으로 실행하더라도, 향후 정권 교체에 따른 정책 후퇴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은 큰 리스크로 남아 있다.”   과거 아르헨티나의 정정불안을 감안한다면 일리 있는 말이다. 개혁의 실패, 또는 개혁 피로감 탓에 정권이 바뀐다면 과거로의 회귀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밀레이의 개혁 정책이란 것도 무슨 대못을 박아둔 게 아니다. 자른 공무원들이야 다시 고용하면 되고, 줄인 정부부처도 금방 되살릴 수 있다. 틀어막은 보조금 다시 푸는 건 일도 아니다. 규제 역시 다시 법령 만들어 채울 수 있다.   그러나 경제 현장에선 자유지상주의 개혁을 되돌릴 수 없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방향이 옳고, 성과가 확실한 데다, 많은 국민이 이에 적응했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의 생활과 시장의 흐름이 이미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는 것이다. 정권 교체 이후에도 개혁은 나름의 관성을 타고 비가역적으로 굴러갈 것이라는 뜻이다.   아르헨티나 최대 회계법인 리식키 리트빈의 세자르 리트빈 대표는 “밀레이의 후임자가 그 비전을 이어갈지가 중요하다”면서 이렇게 말한다. “예전으로 돌아가진 못할 것이다. 밀레이가 워낙 많이 바꿔놨고, 이젠 사람들이 거기에 제법 익숙해져 있다. 국가에 의존하지 않는 삶에 익숙해져 있다는 것이다.”   자유지상주의와 결이 다른 사람들도 지속가능성을 높게 본다. 페로니스트 정부에서 산업부 장관(2019~22)을 지냈던 마티아스 쿨파스는 “개혁의 일부는 지속가능하다. 특히 재정준칙과 원칙적인 통화관리는 앞으로도 오래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하이퍼 인플레이므로, 그 원인이었던 방만재정과 현금 살포를 다음 정권이 답습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포퓰리즘의 실패를 겪을 만큼 겪은 국민은 과거로 돌아가는 게 어떤 뜻인지 잘 안다. 아르헨티나를 유럽 수준의 국가로 만들자는 밀레이의 비전은, 그래서 공감을 얻는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거리에선 ‘이번엔 다르다’는 시민들의 기대감을 체감할 수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남윤호·장열 기자   관련기사 개혁의 강 건넌 아르헨티나, 이번엔 다르다 개혁은 비포장길…긴축 고통에 저항도 여전 탈세가 미덕이라는 골수 자유주의 대통령 자유주의가 하지 말라는 일 골라 하다 몰락 밀레이 ‘전기톱 개혁’ 아르헨티나를 살렸다   □ 도움말 주신 분(무순) 기예르모 모레노 (원칙과가치 당대표)   마르틴 라팔리니 (산업연합회 회장) 세자르 리트빈 (회계법인 리식키 리트빈 대표)   에두아르도 헤커 (전 방코나시옹 행장)   마티아스 쿨파스 (전 산업부 장관)   릴리아나 프랑코 (부에노스아이레스헤럴드 칼럼니스트) 다리오 쿠신스키 (UNPAZ 총장)   실비나 카탈디 (UNPAZ 국제국장)   마리아노 토마시 (산안드레스대학 교수) 엘리오 델레 (금속산업협회 회장)   리안드로 모라 알폰신 (전 생산개발부 산업정책국장)   루시아노 볼리나가 (아우스트랄대학 아시아연구센터 소장)   알레한드로 젠타일 (테친그룹 디렉터) 바우티스타 부르디외 (킨토투자자문 애널리스트) 에르난 로메로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 출판사)   구스타보 에이리즈 (라플라타 시립 오케스트라 비올리스트)   마르티나 이바르 (케네디대학)   엘피나 로한나 (부에노스아이레스대학 학생)   알레한드로 김 (변호사)   조애나 메사 알페르트 (콘덕토라 칼럼니스트) 이용수 (주아르헨티나 한국대사) 유정아 (주아르헨티나 한국대사관 참사관)   남선우 (코트라 부에노스아이레스 무역관장) 배성용 (부에노스아이레스 무역관 부관장)   최도선 (피바디 회장)   정유석 (중남미한상연합회 대표)   강태민 (LK글로벌 대표) 케빈 강 (LK글로벌 이사)   양수민 (강남익스프레스 대표)   김광복 (전 포스코 아르헨티나 법인장)   김미숙 (부에노스아이레스 한국문화원장) 정세훈(신성교회 목사) 고훈 (신성교회 장로) 박진성 (사업가)   조연미 (사업가)   황진이 (변호사)   이 우리엘 (포스코)   캐롤라인 김 (부에노스아이레스 병원 의사)   김소희 (부에노스아이레스 의대생) 남윤호·장열 기자아르헨티나 기획

2025-05-15

개혁은 비포장길…긴축 고통에 저항도 여전

[특별기획] 1. 아르헨 살린 '전기톱' 개혁 2. 100년 전 선진국의 몰락 3. 리버태리언 밀레이는 누구 4. 페로니즘의 향수는 아직도 5.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     “이대로 그냥 죽으라는 거냐.”   시위대 맨 앞에서 악에 받친 고함이 터져 나온다. 지난 3월12일 오후 아르헨티나 국회의사당 앞. 연금개혁 반대 시위대의 밀라그레스 에레라(41)는 “어머니가 무료로 약을 받았는데 정부가 빼앗아갔다”고 목청을 높였다. 시위대는 ‘또라이 자유주의자’라는 “리베르톤토(Libertonto)”를 연신 외쳐댔다.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을 향한 욕이다.   훌리건과 전문 시위꾼들이 가세해 폭력 시위로 번지자 경찰은 물대포·최루탄·고무탄으로 진압했다. ‘맑은 공기’라는 뜻의 부에노스아이레스 도심은 매캐한 최루가스와 펑펑 터지는 고무탄 발사음으로 뒤덮였다. 현지 사진기자 파블로 그리요는 최루탄에 머리를 맞고 중태에 빠졌다. 본지 취재팀 장열 기자도 종아리(사진) 등에 고무탄 세 발을 맞았다.     30년간 미래로여행사를 운영 중인 정유석 대표는 “페론당의 퍼주기 정책에 길들었는데, 밀레이가 바꾸려다 보니 반발이 심하다”고 말했다. 그 말대로 일부에선 페로니즘의 향수를 못 버리고 있다. 놀면서 쉽게 보조금을 받았는데, 갑자기 끊으니 반발할 수밖에. 우버 기사 메히야 헤리베르토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밀레이를 좋아하고, 일하기 싫어하는 사람은 욕한다”고 했다.     개혁의 금단현상은 주로 취약계층에서 비대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그 고통의 신음은 매주 수요일 열리는 시위에서 연신 터져 나온다. 다만, 격렬한 시위 현장에만 빠져들면 개혁에 호응하는 또 다른 큰 흐름을 놓치기 쉽다. 아르헨티나 최대 회계법인 리식키리트빈의 세자르 리트빈 대표는 나무와 숲을 함께 보라고 한다.     “정부 보조금에 기대 살려던 사람들이 저항하는데, 그 수는 점점 줄고 있다. 그들이 많지는 않지만 대단히 폭력적인 성향을 지닌다. 자신의 몫을 침해당한다는 의식, 자신의 삶이 바뀐다는 피해의식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저항하고 시위하는 것이다.”   긴축에 대한 반발은 시위로만 표출되는 게 아니다. 불만과 저항심리가 뭉근하게 끓고 있는 곳이 있다. 교육 현장이 그렇다. 밀레이 취임 직후 교육부는 졸지에 타 부처에 흡수되고, 대학 보조금도 끊겼다. 국립대의 연구 프로젝트, 캠퍼스 공사들이 딱 멈춰섰다.   부에노스아이레스 도심에서 북서쪽 30마일 거리의 국립대 UNPAZ도 그런 케이스다. 짓다 만 캠퍼스 건물이 가림막으로 둘러쳐져 있다. 최신 체육시설을 만들어 학생과 지역주민에게 개방할 예정이었는데 예산이 끊겨 중단 상태다. 다리오 쿠신스키 총장은 답답해한다. “대학에 대한 정부의 역할이 있다. 그간 정부가 대학의 교육과 연구를 다 지원해 왔다. 이게 밀레이 때문에 끊겼다. 가장 좋은 투자가 연구개발인데 그걸 못하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학생들 역시 밀레이를 곱게 볼 수 없다. 본관 로비 벽면엔 온통 페로니스트와 좌파 단체 포스터들로 빼곡하다. UNPAZ는 서민층 자제들의 고등교육을 지원하는 대학으로, 재학생 대부분이 집안의 첫 번째 대학생들이다. 재학생 칸델라리아(23)는 “과거 어느 정부도 우리 같은 사람들에 신경을 안 썼지만, 밀레이 정부는 특히 서민층을 돌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개혁을 환영한다는 재계에서도 각론으로 들어가면 불만이 적잖다. 특히 법인세나 준조세보다 관세를 덜커덕 먼저 내린 탓에 수입품이 밀려들어 국내기업 다 죽게 생겼다고 아우성이다. 한국의 전경련에 해당하는 산업연합회(UIA) 마르틴 라팔리니 회장은 “자유롭게 경쟁하라면서 국내 기업들만 모래주머니를 차고 뛰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건 외국 기업들과 같은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도 진짜 경쟁하고 싶다”는 말을 서너 차례 반복했다.   개혁의 큰 성과인 페소화 안정이 다 좋은 것만도 아니다. 페소 강세의 그늘이 슬슬 짙어지고 있다. 수출품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수입품이 밀려들고 있다. 쇠고기 먹으러 여행 간다는 아르헨티나에 곧 쇠고기가 수입될 판이다. 해외소비는 성큼성큼 늘어 지난 1월 해외 신용카드 사용액이 7년만에 최고치(6억4500만 달러)를 찍었다. 그러니 경상수지 적자는 자꾸 불어 가뜩이나 모자라는 외환보유액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 3월 경상수지 적자는 16억7400만 달러로 밀레이 취임 후 최대폭이었다.   그런데도 페소가 강세인 건 정부의 개입과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이 강력하고, 시장도 이를 인정한다는 뜻이다. 자유지상주의자 밀레이도 외환시장만큼은 꽉 움켜쥐고 있다. 이게 과도기적 역설인지, 곧 깨질지 모를 살얼음판인지, 시간이 좀 지나봐야 알 수 있다.   개혁 성과를 유보적으로 보는 이들도 적잖다. 최근의 개선된 거시경제는 충격요법에 따른 반짝효과라는 논리다. 한국의 산업은행 격인 방코 나시옹의 에두아르도 헤커 전 행장은 ‘표면적’이라고 평가한다. “국제 경쟁력은 더 높은 생산성과 효율성을 통해 확보되는데, 아직 그런 변화가 시작되지도 않았고, 경제를 보다 강하게 만들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없다.”     페로니스트 정부에서 산업부 장관(2019~22)을 지냈던 마티아스 쿨파스는 과도한 긴축의 영향을 지적한다. 밀레이의 긴축은 너무 가혹해 인프라, 연구개발 등 미래를 위해 필수적인 부문에 타격을 준다는 것이다. 또 에너지 보조금 삭감에 따른 부담이 가계 부문으로 전가되고 있다고 했다.   “도로, 교량 등 인프라가 빠른 속도로 노후화되고 있다. 얼마 전 바릴로체에 휴가 갔다 움푹 팬 도로 때문에 사고당할 뻔 했다. 에너지 보조금 삭감은 가계의 구매력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며, 경제 성장세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쿨파스와 같은 시기에 산업부 산업정책국장을 역임한 리안드로 모라 알폰신도 현재 상황을 “매우 우려되는 일”이라고 말한다. 극단적인 정책 추진으로 갈등과 대립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국민들의 물질적 생활 조건과 관련된 문제에 부딪혀 결국 한계를 맞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래된 생활의 타성과 깊이 뿌리내린 인식을 바꾸긴 쉽지 않다. 어느 나라, 어느 방향의 개혁에서도 반발과 저항은 거쳐야 할 과정이다. 게다가 아르헨티나에선 다른 나라엔 없는, 특이한 정서가 개혁의 발목을 끈끈하게 휘감고 있다. 바로 에바 페론에 대한 향수다.   페로니즘이라 하면, 후안 페론 전 대통령보다 두 번째 부인 에바 페론을 먼저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에비타라는 애칭으로 불리던 그는 1940~50년대 서민과 노동자들의 우상이었다. 강한 카리스마의 연설과 통 큰 복지로 성녀처럼 추앙받았다. 가난한 노동자들을 위해 뭐든 다 해주겠다는 국모로서의 시혜가 국가 복지정책으로 확대 재생산되면서 포퓰리즘으로 번졌다. 그 달콤한 온정이 국가 쇠락의 연결고리였다는 점은 잊혀진 채 낭만적 회고의 대상으로 남아 있다.     그 자취는 지금도 여기저기서 확인할 수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레콜레타 공동묘지의 에바 페론 묘소(사진)엔 늘 꽃다발이 놓여 있다. 내외국인 모두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오면 꼭 거쳐가는 성지가 돼 있다. 국회의사당엔 그를 기념하는 여성의원 전용 회의실도 마련돼 있다. 에바 페론의 초상·유품·흉상이 전시돼 있다. ‘에바 페론’ 간판을 내건 레스토랑·술집도 성업 중이다. 이곳엔 어김없이 페론 부부의 대형 초상화가 걸려 있다. 대학생들로 북적이는 UNPAZ의 본관 로비엔 페론 부부를 그린 현수막과 배너가 많이 붙어 있다.      또 부에노스아이레스 중심부의 보건부 청사엔 높이 31m짜리 에바 페론의 금속 초상(사진)이 한쪽 벽면을 덮고 있다. 페로니즘의 상징물이자, 누구나 한 번쯤 둘러보는 관광코스다. 택시 기사 다니엘 에두아르도(61)가 “밀레이가 곧 허물지 모르니 기념사진을 찍어두라”고 했다. 밀레이 정부는 그동안 보건부 청사 철거 계획을 내비쳐 왔다. 페로니즘의 색채를 빼려는 시도다. 살아 있는 밀레이가 죽은 에바 페론을 의식하고 있다.   뮤지컬 ‘에비타’의 ‘Don’t Cry for Me Argentina'는 그의 헌신을 찬미했지만, 아르헨티나는 지금 그 향수에 젖어 있을 여유가 없다. 페로니즘의 늪에서 벗어나려는 개혁의 길은 어차피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다. 하지만 그 끝엔 포퓰리즘과는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질지 모른다. 문제는, 과연 아르헨티나가 그 지점까지 개혁을 지속할 수 있느냐다. 밀레이의 임기와 무관하게.   관련기사 개혁의 강 건넌 아르헨티나, 이번엔 다르다 개혁은 비포장길…긴축 고통에 저항도 여전 탈세가 미덕이라는 골수 자유주의 대통령 자유주의가 하지 말라는 일 골라 하다 몰락 밀레이 ‘전기톱 개혁’ 아르헨티나를 살렸다 □ 도움말 주신 분(무순) 기예르모 모레노 (원칙과가치 당대표)   마르틴 라팔리니 (산업연합회 회장) 세자르 리트빈 (회계법인 리식키 리트빈 대표)   에두아르도 헤커 (전 방코나시옹 행장)   마티아스 쿨파스 (전 산업부 장관)   릴리아나 프랑코 (부에노스아이레스헤럴드 칼럼니스트) 다리오 쿠신스키 (UNPAZ 총장)   실비나 카탈디 (UNPAZ 국제국장)   마리아노 토마시 (산안드레스대학 교수) 엘리오 델레 (금속산업협회 회장)   리안드로 모라 알폰신 (전 생산개발부 산업정책국장)   루시아노 볼리나가 (아우스트랄대학 아시아연구센터 소장)   알레한드로 젠타일 (테친그룹 디렉터) 바우티스타 부르디외 (킨토투자자문 애널리스트) 에르난 로메로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 출판사)   구스타보 에이리즈 (라플라타 시립 오케스트라 비올리스트)   마르티나 이바르 (케네디대학)   엘피나 로한나 (부에노스아이레스대학 학생)   알레한드로 김 (변호사)   조애나 메사 알페르트 (콘덕토라 칼럼니스트) 이용수 (주아르헨티나 한국대사) 유정아 (주아르헨티나 한국대사관 참사관)   남선우 (코트라 부에노스아이레스 무역관장) 배성용 (부에노스아이레스 무역관 부관장)   최도선 (피바디 회장)   정유석 (중남미한상연합회 대표)   강태민 (LK글로벌 대표) 케빈 강 (LK글로벌 이사)   양수민 (강남익스프레스 대표)   김광복 (전 포스코 아르헨티나 법인장)   김미숙 (부에노스아이레스 한국문화원장) 정세훈(신성교회 목사) 고훈 (신성교회 장로) 박진성 (사업가)   조연미 (사업가)   황진이 (변호사)   이 우리엘 (포스코)   캐롤라인 김 (부에노스아이레스 병원 의사)   김소희 (부에노스아이레스 의대생) 부에노스아이레스=남윤호·장열 기자아르헨티나 기획

2025-05-14

탈세가 미덕이라는 골수 자유주의 대통령

[특별기획] 1. 아르헨 살린 '전기톱' 개혁 2. 100년 전 선진국의 몰락 3. 리버태리언 밀레이는 누구 4. 페로니즘의 향수는 아직도 5.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   2023년 가을 아르헨티나 기업인들이 대선 후보 하비에르 밀레이와 간담회를 했다. 대화 도중 밀레이가 옆의 대기업 사주에게 불쑥 물었다. “탈세하고 있죠?” 당황한 기업인은 아니라고 답했다. 밀레이는 정말이냐고 재차 묻다 실망한 듯 이렇게 말했다. “탈세하는 사람이 영웅입니다.”   동석했던 가전업체 피바디의 사주 최도선 회장의 목격담은 밀레이의 사고방식을 잘 보여준다.     자유지상주의(Libertarianism)의 오른쪽 끄트머리에 선 그는 정부를 악으로, 세금을 정부의 도둑질쯤으로 본다. 스스로 무정부를 지향하는 아나코-캐피털리스트라고 한다.   무정부 성향을 지닌 국가원수. 이 역설이야말로 아르헨티나가 좌파 포퓰리즘과 결별하게 된 출발점이다.   밀레이가 누구인가. 어떤 성향이고, 어떤 배경을 지녔나. 아르헨티나 사람들도 외국인과 마찬가지로 잘 모른다. 워낙 혜성처럼 정계에 진출해 2년 만에 대통령이 됐기 때문이다. 서점엔 밀레이를 다룬 책들이 많이 깔렸다.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 구내서점 직원 에르난 로메로는 “인기가 있어서라기보다 궁금해하기 때문에 많이 사간다”고 말한다. 독자 반응을 묻자 “극과 극으로 갈린다. 어중간한 사람은 없다”고 한다.   밀레이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중산층 가정에서 폭력적이고 권위적인 부친에게 자주 얻어맞으며 컸다. 두들겨 맞을 때마다 꼭 여동생 카리나(52)가 다독여 줬다고 한다. 소싯적부터 밀레이의 카리나에 대한 의존도는 매우 높다. 생활비 관리에서 개 먹이 주기에 이르기까지 카리나가 도맡아 해줬다. 밀레이가 카리나를 ‘보스’로 부를 정도다. 지금은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밀레이를 밀착 수행한다. 밀레이 남매와 산티아고 카푸토 자문역이 모든 실권을 쥔 ‘철의 삼각형’으로 불린다.   음악에 재능을 보여 록밴드의 리드 보컬을 했고, 주니어 축구클럽에선 골키퍼로 꽤 활약했다.     1980년대 후반 하이퍼 인플레를 겪으며 경제학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명문 벨그라노 대학(UCEMA)에서 경제학 학사를, 이어 경제사회개발연구소(IDES)와 토르콰토 디텔라 대학(UTDT)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두 개 취득했다. HSBC은행과 맥시마 AGJP 자산운용에서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일했고,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쳤다.   2010년대 중반 TV에 출연해 신랄한 어조, 괴짜 이미지, 록스타 풍 외모로 주목을 받았다. 수퍼히어로 복장으로 등장하거나, 굉음을 내는 전기톱 퍼포먼스를 벌이는 등 강한 시각적 메시지로 시선을 끌었다. 2021년 11월 신생 자유전진당(LLA) 후보로 하원에 입성했고, 2년 뒤 대선에서 승리하며 초고속으로 대통령이 됐다.   하원의원 시절, 매달 자신의 세비를 전액 추첨으로 유권자에게 나눠줬다. 국가가 세금으로 뜯어낸 더러운 돈을 주인인 국민에게 되돌려준다는 뜻에서다. 대중은 열광했고, 얼마나 많은 돈을 받는지 만천하에 드러난 동료 의원들은 경악했다. 2023년 12월 그가 하원에서 받은 마지막 세비 210만 페소(2500달러)까지 추첨으로 뽑은 한 시민에게 줬다.     그의 별명은 ‘미친놈(El Loco)’. 이글거리는 눈, 마구 헝클어진 머리, 불규칙 바운드로 튀는 언행… 이런 겉모습만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다. 그를 가까이 겪어본 사람들은 딱 어울리는 별명이라고 한다.   “여러 번 만나 보니 제정신이 아니더라. 그는 무정부주의자다. 제대로 아는 것도 없더라. 또 작은(50m2) 아파트에 혼자 살면서 큰 개를 네댓 마리나 길렀다. 월급을 개에게 다 쓴 탓에 제대로 못 먹어 그런지, 내 사무실에 오면 테이블 위의 과자를 깡그리 먹어치우곤 했다. 원래 제정신 아닌 사람들이 재미있긴 하지만,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됐다는 건 심각한 일이다.”   내무무역부 장관(2006~2013)을 지낸 골수 페론주의자로 ‘원칙과 가치’라는 정당의 당수인 기예르모 모레노(70)가 취재팀에 들려준 말이다.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논쟁적 정치인이자 기인인 모레노의 눈에도 밀레이는 제정신이 아니라고 비쳤던 모양이다.   밀레이는 머레이 로스바드(사진)의 '인간 경제 국가'(1962)를 읽고 오스트리아학파의 세례를 받았다고 한다. 고색창연한 이름의 오스트리아학파가 도대체 뭔가. 1871년 빈 대학의 카를 멩거가 '경제학 원리'를 통해 자유시장주의를 주장했고, 이에 동조한 제자와 동료들이 합류해 형성한 학파다. 시장은 인간의 자유로운 선택으로 작동하므로 국가가 끼어들면 되레 망가진다는 게 핵심 철학이다.     오스트리아학파라는 이름은 멩거를 비판하던 독일 학자들이 붙였다. 제대로 된 이론이 아니라 오스트리아 사람들의 쑥덕공론이라는 비아냥이었다. 이게 폰 미제스, 하이에크, 로스바드 등을 거쳐 자유지상주의 경제철학으로 발전했다.   로스바드는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루트비히 폰 미제스에 비해 극단적인 자유주의를 주장한다. 국가를 없애야 한다는 식의 무정부주의 색채가 짙다. 밀레이가 아나코-캐피털리스트를 자임하는 데엔 로스바드의 영향이 크다.   그는 자유지상주의를 신봉한 나머지 일거수일투족을 일관성 있게 그 논리에 맞게 포장한다. 기르는 개 이름도 밀턴 프리드먼의 ‘밀턴’이나 머레이 로스바드의 ‘머레이’ 등으로 부른다. 자신의 트레이드마크가 돼버린 헝클어진 헤어스타일을 두고는 애덤 스미스의 말을 빌려 “그냥 자유롭게 내버려 두면 바람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이 빗겨준다”고 한다. 실제론 엘비스 프레슬리와 엑스맨 캐릭터 울버린의 중간처럼 보이려고 전문 스타일리스트에게 머리를 맡긴다.     연설할 땐 그냥 “자유 만세”라고 외치지 않는다. 꼭 “자유 만세, 빌어먹을(¡Viva la libertad, carajo!)”이라고 내지른다. 마치 앙시앙 레짐을 향해 돌격하는 혁명군의 결의를 연상시키듯 말이다.   그가 자유지상주의에 깊이 빠진 이유에 대해선 흥미로운 가설이 있다. 어릴 때 부친의 폭력에 대한 반발심리로 극단적인 반권위, 반국가주의로 흘렀다는 것이다. 증명할 수는 없으나, 아르헨티나의 전기작가 후안 루이스 곤잘레스가 내놓은 정신분석학적 설명이다.   그럼 도대체 무정부주의자가 어떻게 국가를 통치하나. 그게 바로 밀레이 정부의 역설이다. 비대해진 국가가 무능과 비효율에 빠져 경제를 망쳤으니, 국가를 최소화시켜 많은 걸 시장에 맡기자는 게 그의 철학이다. 그는 권력으로 이를 실현하겠다며 정치에 뛰어들었다. 1960년대 학생운동의 정신적 지주 헤르베르트 마르쿠제와 루디 두치케가 국가기구 내부로 들어가 자본주의를 타도하자며 ‘제도권으로의 대장정’을 좌파의 전략으로 제시했던 것과 같다. 방향만 반대일 뿐, 체제를 내부에서 뒤엎자는 점에서 매우 유사하다.   그에 대한 오해도 많다. 서방 언론은 흔히 그를 포퓰리스트로 묘사하지만 사실과 다르다. 대중에 직접 호소한다는 면에선 그렇게 보일 수 있지만, 정작 그의 정책은 포퓰리즘과 정반대다. 과거의 인기영합적 정책을 다 폐지하고, 대대적인 구조조정으로 국민에게 고통 감내를 요구하고 있다. 세상에 포퓰리즘 때려잡는 포퓰리스트도 있나. 한국의 좌파처럼 국민 뜻이 제일 중요하다, 기본 복지로 국민을 섬기겠다, 재정을 곳간에 쌓아두면 썩는다, 정도는 해야 포퓰리스트다.   그를 극우 파쇼로 비난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역시 오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는 외국 지도자로 알려지면서 ‘미니 트럼프’ 딱지와 함께 극우로 몰렸다. 유럽 극우 리더들과 친하다는 점도 더해졌다. 그가 사회주의, 공산주의, 워크(Woke) 등 좌파 이념을 혐오한다는 점에서 우파인 건 확실하다. 그러나 이민 규제에 별 관심이 없고, 자유무역을 지향하는 점에서 극우와는 거리가 멀다. 또 그는 독재 권력을 추구하기는커녕 의도적으로 정부 권한을 줄이고 있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행정명령에 의존해 개혁을 추진하다 보니, 야당이 파쇼라고 비난하는 것뿐이다.   그는 의외로 실용적인 면이 있다. 후보 시절 중국 공산당을 비난했지만, 취임 후 대중 관계를 원만하게 관리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과 회담도 추진 중이다. 루시아노 볼리나가 아우스트랄대 교수는 “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과의 만남이 다가오면서 중국과의 대립적인 어조가 점점 약화됐다”며 “아무리 밀레이가 강경하더라도 현실적 한계를 무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 3월 남부 지역에 홍수가 났을 땐 긴축에서 벗어나 긴급 재난지원 예산을 편성했다. 그 외에 마약 단속을 강화하는 등 교조적 자유지상주의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부에노스아이레스 헤럴드의 칼럼니스트 릴리아나 프랑코는 “밀레이가 자신의 신념에도 불구하고 실용적인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운도 좋다. 특히 야당복이 많다. 여소야대인데도 야당은 쪼개져 힘을 못 쓴다. 아르헨티나의 저명한 정치경제학자인 마리아노 토마시 산안드레스대학 교수의 설명이다.   “밀레이의 개혁을 저지할 다양한 세력들이 존재하지만, 이해관계가 달라 강력한 연합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밀레이의 인기가 여전히 높다는 점이 강력한 저항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개혁에 대한 강경한 반대가 오히려 정치적으로 위험한 전략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포퓰리즘에 대한 환멸, 변화에 대한 갈망, 지리멸렬한 야당… 민심은 이미 개혁 쪽으로 기울었다. 바람의 방향은 분명히 바뀌었다. 리버태리언 밀레이는 그 바람에 올라타 가장 높이 떠오른 연이 됐다.   부에노스아이레스=남윤호·장열 기자ㆍ사진=김상진 기자    관련기사 개혁의 강 건넌 아르헨티나, 이번엔 다르다 개혁은 비포장길…긴축 고통에 저항도 여전 탈세가 미덕이라는 골수 자유주의 대통령 자유주의가 하지 말라는 일 골라 하다 몰락 밀레이 ‘전기톱 개혁’ 아르헨티나를 살렸다   □ 도움말 주신 분(무순) 기예르모 모레노 (원칙과가치 당대표)   마르틴 라팔리니 (산업연합회 회장) 세자르 리트빈 (회계법인 리식키 리트빈 대표)   에두아르도 헤커 (전 방코나시옹 행장)   마티아스 쿨파스 (전 산업부 장관)   릴리아나 프랑코 (부에노스아이레스헤럴드 칼럼니스트) 다리오 쿠신스키 (UNPAZ 총장)   실비나 카탈디 (UNPAZ 국제국장)   마리아노 토마시 (산안드레스대학 교수) 엘리오 델레 (금속산업협회 회장)   리안드로 모라 알폰신 (전 생산개발부 산업정책국장)   루시아노 볼리나가 (아우스트랄대학 아시아연구센터 소장)   알레한드로 젠타일 (테친그룹 디렉터) 바우티스타 부르디외 (킨토투자자문 애널리스트) 에르난 로메로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 출판사)   구스타보 에이리즈 (라플라타 시립 오케스트라 비올리스트)   마르티나 이바르 (케네디대학)   엘피나 로한나 (부에노스아이레스대학 학생)   알레한드로 김 (변호사)   조애나 메사 알페르트 (콘덕토라 칼럼니스트) 이용수 (주아르헨티나 한국대사) 유정아 (주아르헨티나 한국대사관 참사관)   남선우 (코트라 부에노스아이레스 무역관장) 배성용 (부에노스아이레스 무역관 부관장)   최도선 (피바디 회장)   정유석 (중남미한상연합회 대표)   강태민 (LK글로벌 대표) 케빈 강 (LK글로벌 이사)   양수민 (강남익스프레스 대표)   김광복 (전 포스코 아르헨티나 법인장)   김미숙 (부에노스아이레스 한국문화원장) 정세훈(신성교회 목사) 고훈 (신성교회 장로) 박진성 (사업가)   조연미 (사업가)   황진이 (변호사)   이 우리엘 (포스코)   캐롤라인 김 (부에노스아이레스 병원 의사)   김소희 (부에노스아이레스 의대생) 남윤호·장열 기자아르헨티나 기획

2025-05-13

자유주의가 하지 말라는 일 골라 하다 몰락

[특별기획] 1. 아르헨 살린 '전기톱' 개혁 2. 100년 전 선진국의 몰락 3. 리버태리언 밀레이는 누구 4. 페로니즘의 향수는 아직도 5.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   “세계엔 네 종류의 나라가 있다. 선진국, 후진국, 일본, 그리고 아르헨티나.”     1971년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사이먼 쿠즈네츠의 말이다. 아르헨티나가 그만큼 특이한 나라라는 뜻이다.   20세기 초 아르헨티나는 세계 5대 부자에 꼽히던 금수저 국가였다. 1인당 국민소득이 프랑스·독일보다 높았고, 스페인의 거의 배에 달했다. 당시 유럽 이민자들이 뉴욕으로 갈지, 부에노스아이레스로 갈지, 고민했을 정도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엔 LA보다 80년이나 앞선 1913년 지하철이 개통됐다. 지금도 건재하다.   그러다 대공황에 이어 포퓰리즘과 군부독재의 실정을 거쳐 쇠락했다는 건 다 알려진 일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 헤럴드의 칼럼니스트 릴리아나 프랑코는 분배 중심의 정치를 쇠락의 범인으로 지목한다.     “분배 중심의 정치가 자리 잡으면서, 저축 인내 노력과 같은 기본적인 가치들이 약화됐다. 이렇게 몇 세대가 지나자, 국가는 마치 기적을 일으키는 존재이며, 복지를 책임지고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이 퍼졌다. 페로니즘은 이를 확산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국가가 뭐든 다 해주다 보니,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여느 자본주의 사회와는 달라졌다. 가전업체 피바디의 사주 최도선 회장은 포퓰리즘에 길든 근로자들의 가치관을 지적한다.   “포퓰리즘으로 인해 3~4대째 정규직장을 다녀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많다. 아버지가 매일 출근하는 걸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은 시간 지켜 일하러 나가는 걸 문화적으로 못 받아들인다.”   포퓰리즘과 동의어로 통하는 페로니즘이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건 아니다. 세상만사, 객관적 여건과 주관적 의지의 결합으로 이뤄지는 법. 대공황 이후 서서히 하락세를 보인 아르헨티나에선 과거 번영에 대한 향수와 상대적 박탈감이 쌓여갔다. 이게 기성 엘리트에 대한 불신과 겹쳐 곧 폭발할 듯한 거대한 정치 에너지로 부풀어 올랐다.     이 흐름을 포착해 권력을 잡은 인물이 후안 페론(1895~1974)이었다. 그는 부인 에바와 함께 노동자와 서민을 대변하는 언동으로 대중을 결집하고, 국가가 불평등을 해결하겠다고 선언했다. 페론의 포퓰리즘은 단순한 인기영합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상실감에 대한 정치적 응답이었다. ‘피크아웃 코리아’ 국면에서 포퓰리즘 공약이 활개 치는 한국도 그와 다르지 않다.   누구 말처럼, 페로니즘이 서민을 위한다니까 진짜 서민을 위했다고 보면 오산이다. 페로니스트 정권은 부유층의 기득권도 인정해줬다. 연방 상속세와 증여세가 없다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아르헨티나에선 주 정부가 지방세로 상속세를 걷는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경우 상속세율 최고 구간이 9.51%로 한국에 비할 바가 아니다.     방대한 재정지출을 감당해야하는 페로니스트 정권은 법인세·소득세·부가세를 두루 무겁게 만들었다. 법인세 최고세율은 35%. 이게 적용되는 과세표준은 30만 달러 초과에 불과하다. 웬만한 중소기업은 죄다 최고세율이다. 한국은 과세소득 3000억원(약 2억1000만 달러)을 넘어야 최고세율 24%를 낸다. 소득세 최고세율은 35%인데, 이 역시 연 소득 약 6000달러만 넘으면 다 내야 한다. 부가세도 21%로 북유럽 국가와 맞먹는다.       세율을 높이면 세금이 많이 걷힐까. 천만의 말씀이다. 아르헨티나 최대 회계법인 리식키리트빈의 세자르 리트빈 대표는 “아르헨티나는 그동안 전형적인 ‘래퍼 곡선’의 함정에 빠져 있었다”고 말한다.   세율이 어느 선을 넘어 높아질수록 세수는 되레 감소한다는 게 경제학자 아서 래퍼의 이론이다. 미국 레이건 행정부 감세정책의 이론적 근거였다. 래퍼 곡선의 세수 위축 효과가 아르헨티나를 괴롭혀온 것이다.   기업들은 법인세에다 약 5%의 지방세와 각종 준조세를 더 낸다. 이게 기업 경쟁력을 갉아먹고, 전체 공급망의 효율을 떨어트린다. 한국의 전경련에 해당하는 아르헨티나 산업연합회(UIA)의 마르틴 라팔리니 회장은 이를 ‘아르헨티나 비용(Argentine cost)’이라고 부른다. 그는 “세금·규제 등 모든 문제가 응집된 결과 높은 가격이 형성됐다”고 말했다. 또 “우리 기업인은 그 체제의 생존자들”이라는 표현도 썼다.     무거운 세금을 다 내고, 까다로운 규제를 다 지키며 사업을 할 수 있을까. 누구나 피해가는 길을 찾기 마련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세금부담액이 기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국가별로 계산한 결과 아르헨티나는 106.3%에 달했다. 번 것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낸다는 뜻이다. 이게 100%를 초과하는 나라는 아프리카의 콩고와 코모로 정도다. 있을 수 없는 구조인데도 돌아가는 걸 보면, 세금을 제대로 안 걷고 안 내거나, 지하경제가 크게 형성돼 있다는 뜻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은퇴한 한인 사업가 고훈 씨의 얘기다.     “예전엔 세관에 돈을 집어주면 뭐든 수입할 수 있었다. 컨테이너에 무엇을 넣어 들여오든 통관서류엔 못을 수입한다고 신고했다고 한다. 그게 단가가 제일 싸니까. 그런 식의 밀수로 돈 번 사람들이 많다.”   생활 속의 세세한 규제는 이루 헤아릴 수 없다. 물류회사 LK글로벌의 케빈 강 이사의 경험담이다.   “2023년 9월 캐나다의 친구가 생일 축하 엽서를 보내왔다. 그거 한장 받는데 세금만 20달러 냈다. 그마저도 받는 데 한 달이나 걸렸다. 그게 당시 아르헨티나 상황이었다.”   그런 환경에서도 사람들은 살아야 했다. 뭐가 어떻게 바뀌고, 무엇을 피해야 하는지, 다른 나라에선 몰라도 될 일들을 자세히 알아야 했다. 라플라타 시립 오케스트라 단원 구스타보 에이리즈는 요즘 살림이 어떠냐는 질문에 휴대폰을 꺼내 환율, 주가 차트를 펼쳐 보인다. 해외녹음으로 번 외화를 언제, 어떻게 들여오느냐를 놓고 애널리스트처럼 시장을 분석한다.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거의 준경제학자다. 인플레가 심하고, 경제사정이 어지러워 나 같은 뮤지션도 경제지식이 많다. 상황에 맞게 다들 살아가는 방법을 체득했다.”   포퓰리즘 체제에선 경제적 보상 구조도 사회주의를 따라간다. 미국에선 고소득이 보장되는 의사의 초임이 이곳에선 월 1000달러에 불과하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의사로 일하는 모니카 마르티네즈(55)는 “수많은 의사가 힘들게 일만 하다가 최저 연금으로 은퇴한다”고 말했다. 또 사립병원 영상의학과 의사 김 캐롤라인(31)은 “의사들이 보통 2~3개 병원에서 동시에 일한다. 한계를 느낀다”고 말한다. 그와 곧 결혼할 케미컬 엔지니어 이 우리엘(33)은 전공을 포기한 채 포스코 현지법인에서 월급 3500달러를 받고 통역사로 일한다. 그는 “의사, 엔지니어보다 통역사가 돈을 더 번다는 건 이상한 일 아닌가”라고 되물으며 “결혼 후 다른 나라로 갈까 생각 중”이라고 했다.     그의 말처럼 유능한 인재들의 선택은 나라를 떠나는 것이다. 라나시옹 등 현지 언론 분석에 따르면 2020년 9월부터 2022년 4월까지 약 30만 명의 전문직 인재가 해외로 유출됐다. 정착지는 주로 스페인·브라질·미국이었다. 애써 인재 키워 남의 나라 좋은 일 해주고 있다.   커나가야 할 기업은 발목 잡히고, 능력 있는 인재는 떠나고, 일해야 할 사람은 손 놓고… 100년 전 부잣집이었던 아르헨티나가 이런 지경이 됐다. 자유주의 경제이론에서 하지 말라는 것을 골라 하다 말이다.   관련기사 개혁의 강 건넌 아르헨티나, 이번엔 다르다 개혁은 비포장길…긴축 고통에 저항도 여전 탈세가 미덕이라는 골수 자유주의 대통령 자유주의가 하지 말라는 일 골라 하다 몰락 밀레이 ‘전기톱 개혁’ 아르헨티나를 살렸다   □ 도움말 주신 분(무순)   기예르모 모레노 (원칙과가치 당대표)   마르틴 라팔리니 (산업연합회 회장) 세자르 리트빈 (회계법인 리식키 리트빈 대표)   에두아르도 헤커 (전 방코나시옹 행장)   마티아스 쿨파스 (전 산업부 장관)   릴리아나 프랑코 (부에노스아이레스헤럴드 칼럼니스트) 다리오 쿠신스키 (UNPAZ 총장)   실비나 카탈디 (UNPAZ 국제국장)   마리아노 토마시 (산안드레스대학 교수) 엘리오 델레 (금속산업협회 회장)   리안드로 모라 알폰신 (전 생산개발부 산업정책국장)   루시아노 볼리나가 (아우스트랄대학 아시아연구센터 소장)   알레한드로 젠타일 (테친그룹 디렉터) 바우티스타 부르디외 (킨토투자자문 애널리스트) 에르난 로메로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 출판사)   구스타보 에이리즈 (라플라타 시립 오케스트라 비올리스트)   마르티나 이바르 (케네디대학)   엘피나 로한나 (부에노스아이레스대학 학생)   알레한드로 김 (변호사)   조애나 메사 알페르트 (콘덕토라 칼럼니스트) 이용수 (주아르헨티나 한국대사) 유정아 (주아르헨티나 한국대사관 참사관)   남선우 (코트라 부에노스아이레스 무역관장) 배성용 (부에노스아이레스 무역관 부관장)   최도선 (피바디 회장)   정유석 (중남미한상연합회 대표)   강태민 (LK글로벌 대표) 케빈 강 (LK글로벌 이사)   양수민 (강남익스프레스 대표)   김광복 (전 포스코 아르헨티나 법인장)   김미숙 (부에노스아이레스 한국문화원장) 정세훈(신성교회 목사) 고훈 (신성교회 장로) 박진성 (사업가)   조연미 (사업가)   황진이 (변호사)   이 우리엘 (포스코)   캐롤라인 김 (부에노스아이레스 병원 의사)   김소희 (부에노스아이레스 의대생) 부에노스아이레스=남윤호·장열 기자, 사진=김상진 기자아르헨티나 기획

2025-05-12

밀레이 ‘전기톱 개혁’ 아르헨티나를 살렸다

[특별 기획]   1. 아르헨 살린 '전기톱' 개혁 2. 100년 전 선진국의 몰락 3. 리버태리언 밀레이는 누구 4. 페로니즘의 향수는 아직도 5.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한국에게 아르헨티나는 훌륭한 거울이다. 누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국민이 온통 깡통을 찰 수도, 그러다 다시 일어설 수도 있다는 걸 잘 보여준다.   포퓰리즘으로 거덜 나, 툭 하면 부도내고, 국제통화기금(IMF)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던 골칫덩이… 우리가 알던 아르헨티나는 더 이상 없다. 2023년 12월 취임한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의 자유지상주의(Libertarianism) 개혁 이후로 말이다.   개혁의 핵심은 대대적인 긴축과 광범위한 규제 철폐다. 포퓰리스트 정부가 뭉텅뭉텅 나눠주던 보조금과 선심성 지출을 틀어막았다. 18개 정부 부처를 8개로 줄이고, 공무원 4만2000여명을 내보냈다. 취임 후 하루 2개꼴로 규제를 없앴다. 트럼프 정부가 공공지출 삭감, 규제 철폐, 행정 간소화를 위해 정부효율부(DOGE)를 둔 것도 밀레이의 개혁에 영향을 받았다.   그 결과 수십 년간 앓던 고질병들이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다. 2023년 말 월 25%였던 인플레는 2~3%대로 떨어졌다. 재정은 14년 만에 첫 흑자를 냈다. 성장률은 올해 5.5%를 무난히 달성할 전망이다. 또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라는 취급받던 페소는 유례없는 강세다. 해외 투자자들의 시각이 달라지면서 외화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지금은 달러를 팔고 페소를 살 때’라고 했다.   포퓰리즘을 때려잡고 완전히 다른 나라로 나아가려는 아르헨티나의 현장을, 미주 한인 언론 최초로 취재했다.       ━   포퓰리즘 대수술, 물가 잡고 성장률 높였다      아르헨 살린 밀레이 ‘전기톱 개혁’ ①    재정지출 30%, 공무원 4만명⭣ 월 25.5% 인플레가 1% 눈앞 경제, 페로니즘 수렁서 회복세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플로리다 거리. LA로 치면 다운타운의 브로드웨이 거리와 비슷한 곳이다. 쇼핑몰, 기념품점, 레스토랑, 호텔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발을 들여놓는 순간 여기저기 큰 목소리로 “캄비오(환전)”를 외치는 사람들과 마주친다. 암달러상들이다.   하지만 이들과 흥정하는 관광객은 보기 어렵다. ‘블루 달러’라 불리는 암달러 환율과 공식 환율의 차이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2023년 말 25% 정도, 그 전엔 배에 달했던 게 말이다. 4월 말 이후엔 가끔 암달러가 더 싸지는 날도 있다. 지난 8일 은행의 공식 환율은 달러당 1138페소(소매 기준), 암달러 환율은 1170페소였다.   암달러상은 외환 통제를 먹고 산다. 외환 수급이 원활하고 시장이 안정되면 굳이 암달러상을 찾을 일이 없다. 플로리다 거리에서 빈손으로 돌아서는 ‘캄비오’들은 통제에서 개방으로, 불안에서 안정으로 향하는 아르헨티나 경제를 잘 보여준다.   아르헨티나에선 이를 ‘밀레이 효과’라고 부른다.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취임 이후 일관성 있게 추진한 자유지상주의 개혁의 산물이라는 뜻이다.   리버태리언 밀레이의 논리는 명확하다. 선심 정책 탓에 재정이 거덜 나고, 하이퍼 인플레가 일어났다. 따라서 이를 잡으려면 긴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퍼주기 복지, 방만 재정, 철밥통 공무원, 밑도 끝도 없는 보조금 … 뭐든지 전기톱으로 썰어내겠다고 공약했다. 과거 정부가 개혁 시늉을 할 때 쓰던 소품이 가위였던 데 비해 굉음을 내는 전기톱은 대중에게 그의 의지를 각인시켰다. 밀레이는 미국의 일론 머스크와 친해 올 초 정부효율부(DOGE)를 이끌던 그에게 전기톱을 선물했다.   그는 당장 보조금과 복지성 경비 등 공공지출을 대폭 삭감했다. 정부조직도 확 줄였다. 18개 부처 이름을 적은 테이프를 보드에 붙여놓고 “꺼져(¡Afuera!)”라고 소리치며 하나하나 잡아떼는 퍼포먼스는 유명하다. 취임 후 15개월간 전체 공무원의 8.4%인 4만2000여 명을 내보냈다. 이래저래 재정지출을 단번에 30% 줄였다.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 국채를 인수하던 것도 끊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개혁의 성과를 평가해 지난달 200억 달러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1년여 만에 거시지표들이 모두 좋아지기 시작했다. 인플레는 잡히고, 성장률은 오르고, 통화가치는 높아지고, 빈곤율은 떨어지고, 재정은 흑자로 돌아섰다. 사람으로 치면 독한 몸만들기로 혈압, 당뇨, 콜레스테롤이 두루 개선된 셈이다.     최대 성과는 역시 물가 안정이다. 보통 물가가 1년에 두 자리 수로 뛰면 나라가 흔들리지만, 아르헨티나에선 한 달에 두 자리 수도 예사였다. 땔감 사는 것보다 지폐를 태우는 게 싸다고 할 정도의 하이퍼 인플레였다. 그러던 게 이젠 월 1%대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1976년 이민 와 물류사업을 하며 역대 정권을 겪어본 LK글로벌 강태민 대표는 “인플레를 잡은 건 과거 아르헨티나를 되돌아보면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고 했다.     물론 인플레가 잡혔다고 물가수준이 낮은 건 아니다. 외국인이 느끼는 달러 환산 물가는 의외로 높다. 올초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빅맥 지수에 따르면 아르헨티나가 미국보다 약 20% 높았다. 플로리다 거리 선물가게에선 젊은층에 인기인 스탠리 텀블러에 11만6500페소라는 가격표를 붙여놨다. 취재 시점(3월14일)의 환율로 약 97달러. 미국 판매가의 거의 세 배다. 근처 나이키 매장에선 ‘보메로(vomero) 17’ 모델을 31만4999페소(262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미국보다 100달러를 더 줘야 한다. 시간당 2.3~3.2달러인 최저임금을 감안하면 엄청나게 높은 가격대다. 스페인에 근무했던 코트라의 남선우 부에노스아이레스 무역관장은 “이곳 물가가 3년 전 마드리드보다 비싸다”고 말한다. 또 주아르헨티나 한국대사관의 유정아 참사관도 “제네바 근무 시절의 체감물가와 비슷하다”고 한다.     성장률은 지난해 하반기 플러스로 돌아섰다. IMF는 2024년 성장률을 -2.8%로 예상했으나 가속이 붙어 -1.7%로 높아졌다. 올해 전망치는 5.5%로 급반등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헤럴드의 칼럼니스트 릴리아나 프랑코는 “IMF 전망에 대해 경제학자들 의견이 대체로 일치한다”며 “예상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최대 회계법인 리식키리트빈의 세자르 리트빈 대표는 “내년 이후에도 비슷하게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10년 넘게 제자리 걸음이던 경제가 성장하기 시작한다는 건 큰 변화다. 정부통계국(INDEC)에 따르면 2024년 민간부문 정규 근로자는 660만 명이다. 2013년에 비해 불과 20만 명 증가한 데 그쳤다. 아르헨티나의 고용탄성치가 0.6이므로 밀레이의 남은 임기 3년 간 같은 수준으로 죽 성장한다면 고용은 매년 3.3%씩 모두 10%쯤, 약 67만 명 증가하게 된다.   잠시 높아졌던 빈곤율은 뚝 떨어졌다. 초기 공공부문 실업자들이 쏟아지자 야당은 나라가 더 가난해졌다고 거품을 물었다. 소득이 기본 생활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가구의 비중으로 측정하는 빈곤율은 지난해 중반 52.9%로 치솟았다. 그 뒤 물가 안정과 고용 회복으로 최근 38.1%로 낮아졌다. 자유지상주의 개혁이 빈곤을 양산한다는 비난은 힘을 잃었다.     물론 부에노스아이레스 거리에선 노숙자를 자주 볼 수 있다. 이들을 부각시킨 언론보도만 보면 마치 경제위기라도 온 듯하지만, 실제론 다르다. 그 숫자나 밀도에서 ‘노숙자 천국’ LA와는 비할 바가 못된다. 경제가 잘 돌아가고 있다는 걸 체감할 곳은 많다. 유명 레스토랑은 미국 수준의 가격임에도 예약하기 어렵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립극장 테아토르 콜론의 주말공연 티켓 역시 구하기 쉽지 않다.   본격적인 규제철폐로 일상생활은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대표적인 게 주거환경이다. 월세를 눌러놓고, 세입자 못 내보내게 하던 임대규제를 밀레이 정부가 싹 없앴다. 세입자 보호는커녕, 임대물건을 줄이고 임대료를 폭등시켜 원성이 자자한 규제였다. 가주의 세입자보호법(AB1482), LA시의 임대 안정화 조례도 그와 비슷하다. 1년도 채 안 돼 임대물건은 170% 늘고, 임대료는 40% 떨어졌다. 지난해 대선 때 카말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가 비슷한 임대 규제를 공약하자, 월스트리트저널이 이를 비판하며 모범사례로 든 게 밀레이였다.   시장이 살아나자 기업들은 움직이기 수월해졌다. 엘리오 델레 금속산업협회 회장은 “거시경제가 정돈되면서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해졌고, 개방에 속도가 붙었다”고 말했다. 통관, 인증, 대금 지급 절차는 몰라보리 간소화됐다. 과거엔 수입 승인을 받으려면 중앙은행에 서류를 제출하고 하염없이 기다렸으나, 지금은 웬만하면 48시간 안에 허가가 난다.  남선우 무역관장은 “무역대금 지급규제가 많이 풀려 기업들이 크게 반긴다. 투자 문의도 몰라보게 늘었다”고 전했다. 자유지상주의는 포퓰리즘에 오염된 경제토양에 희망의 싹을 틔우고 있다.   관련기사 개혁의 강 건넌 아르헨티나, 이번엔 다르다 개혁은 비포장길…긴축 고통에 저항도 여전 탈세가 미덕이라는 골수 자유주의 대통령 자유주의가 하지 말라는 일 골라 하다 몰락 밀레이 ‘전기톱 개혁’ 아르헨티나를 살렸다   ━   □ 도움말 주신 분(무순)   기예르모 모레노 (원칙과가치 당대표)   마르틴 라팔리니 (산업연합회 회장) 세자르 리트빈 (회계법인 리식키 리트빈 대표)   에두아르도 헤커 (전 방코나시옹 행장)   마티아스 쿨파스 (전 산업부 장관)   릴리아나 프랑코 (부에노스아이레스헤럴드 칼럼니스트) 다리오 쿠신스키 (UNPAZ 총장)   실비나 카탈디 (UNPAZ 국제국장)   마리아노 토마시 (산안드레스대학 교수) 엘리오 델레 (금속산업협회 회장)   리안드로 모라 알폰신 (전 생산개발부 산업정책국장)   루시아노 볼리나가 (아우스트랄대학 아시아연구센터 소장)   알레한드로 젠타일 (테친그룹 디렉터) 바우티스타 부르디외 (킨토투자자문 애널리스트) 에르난 로메로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 출판사)   구스타보 에이리즈 (라플라타 시립 오케스트라 비올리스트)   마르티나 이바르 (케네디대학)   엘피나 로한나 (부에노스아이레스대학 학생)   알레한드로 김 (변호사)   조애나 메사 알페르트 (콘덕토라 칼럼니스트) 이용수 (주아르헨티나 한국대사) 유정아 (주아르헨티나 한국대사관 참사관)   남선우 (코트라 부에노스아이레스 무역관장) 배성용 (부에노스아이레스 무역관 부관장)   최도선 (피바디 회장)   정유석 (중남미한상연합회 대표)   강태민 (LK글로벌 대표) 케빈 강 (LK글로벌 이사)   양수민 (강남익스프레스 대표)   김광복 (전 포스코 아르헨티나 법인장)   김미숙 (부에노스아이레스 한국문화원장) 정세훈(신성교회 목사) 고훈 (신성교회 장로) 박진성 (사업가)   조연미 (사업가)   황진이 (변호사)   이 우리엘 (포스코)   캐롤라인 김 (부에노스아이레스 병원 의사)   김소희 (부에노스아이레스 의대생) 부에노스아이레스=남윤호·장열 기자, 사진=김상진 기자아르헨티나 기획

2025-05-11

[3·1절 기획] 갈 곳 없는 ‘뉴욕 평화의 소녀상’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평화의 소녀상’(이하 소녀상) 이 뉴욕에서 자취를 감췄다. 2017년 건립돼 6년 넘게 자리를 지켰지만, 미주한인이민사박물관(MOKAH)의 한인회관 리스 재계약이 불발되자 지난해 뉴욕한인회관에서 철거됐고 2년째 뉴저지주에 있는 한 창고에 보관 중이다.   ◆뉴욕 소녀상 수난사…한인회관 퇴출 후 플러싱 설치 시도했지만 실패= 2017년 10월, 맨해튼 뉴욕한인회관 내 한인이민사박물관(MOKAH)에 마련된 소녀상은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존재였다. 각종 이벤트에 참석한 타민족도 소녀상에 관심을 갖고 설명을 자세히 읽어보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그러나 뉴욕한인회관 내에 자리잡았던 한인이민사박물관과 한인회의 리스 재계약이 지난해 불발됐고, 소녀상 설치 면적만 리스를 하는 방안까지도 고려했지만 결국 계약은 성사되지 못해 소녀상은 철거됐다.   지난해에는 퀸즈 플러싱 레너드스퀘어에 소녀상을 설치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오가는 사람이 많은 퀸즈공립도서관 앞에 소녀상을 세워 노출을 늘리고, 타민족에게도 알리자는 취지였다. 소녀상을 보관 중인 이민사박물관은 샌드라 황(민주·20선거구) 뉴욕시의원을 비롯해 론 김(민주·40선거구) 뉴욕주하원의원 등으로부터 공감대를 끌어냈다.   그러나 플러싱을 관할하는 커뮤니티보드(CB7)에는 안건 상정도 되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인 사이에서도 소녀상에 대한 의견이 갈린 것이 주된 배경이었다. CB7은 커뮤니티 내 찬반이 너무 갈리거나, 혼란을 만드는 이슈는 통상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는다. CB7을 통과하면 시의원, 퀸즈보로장 승인도 얻어내기 쉽지만 결국 한인 사이에서 소녀상에 대한 의견 격차가 심했던 것이 발목을 잡았다.   ◆‘꼭 기억할 역사’ VS ‘불필요한 분쟁 조장’= 아픈 역사를 기억한다는 순수한 의미의 소녀상이지만, 이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아지자 한인 사이에서도 소녀상에 대한 의견이 양분됐다.   김민선 한인이민사박물관장은 “과거 한국의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해외 거점도시와 협업해 전세계에 소녀상을 설치했지만, 정권에 따라 관리가 소홀할 때는 거의 버려져 있다”며 “독일이나 미국 다른 도시에서는 일본의 꾸준한 방해와 로비로 소녀상이 철거되는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테렌스 박 아시안아메리칸유권자연맹 대표(CB7 위원)는 “역사는 짚어가는 것이고, 피해갈 수 없다”며 “팩트를 바탕으로 깨닫고, 뉘우치게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기에 소녀상 설치를 지지한다”고 전했다.   반면, 일본과 분쟁을 불필요하게 조장한다는 의견도 있다. 박윤용 한인권익신장위원회장(CB7 위원)은 “한인들이 과거에만 매달리진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논쟁이 큰 문제에 집착하기보다는, 오히려 3·1절 정신을 살려 ‘현대판 유관순’이 되려면 한인들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 지 긍정적인 논의가 많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은별 기자 [email protected]·1절 기획 위안부 소녀상 뉴욕 소녀상 맨해튼 뉴욕한인회관 소녀상 설치

2025-02-27

켐프 주지사 "기업 상대 소송 남용 차단"

"소송 남발로 조지아 엑소더스 초래"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가 올해 최우선 입법과제로 '소송 개혁'(tort reform)을 들고 나왔다.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늘어나고, 비즈니스 보험사들이 이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보험료를 일괄 인상하면서 '조지아 엑소더스'가 발생한다는 이유다.   켐프 주지사는 14일 조지아 상공회의소가 매년 주최하는 신년 조찬회의에서 "소송 개혁이 올해 조지아 의회 정기회기의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에 대한 기획 민사소송은 때로 천문학적인 배상금액을 요구하면서 비즈니스 보험료를 급등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받는다. 미시시피주 등 전국 35개 주는 위자료 제한, 배상연대책임 폐지 등을 골자로한 소송개혁을 2004년부터 단행했다. 켐프 주지사는 재계의 요구에 따라 2023년 소송 개혁법을 추진했다.   크리스 클라크 상의 회장은 "법은 '잭팟'이 아닌 정의 구현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며 "중소기업은 민사 판결 하나로 인해 문을 닫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조지아주는 소송개혁을 추진한 인근 플로리다주, 테네시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등에 비해 연간 비즈니스 보험료를 평균 4500달러 이상 더 내고 있다. 소송부담과 보험료를 낮추기 위해 타주로 이전을 고려하는 조지아 사업체도 적지 않다.   크리스 카 법무장관 역시 "정신적 손해배상 청구권이 남용되고 있다"고 소송 개혁을 지지했다. 그는 배상액 수수료를 얻기 위해 소송 자금을 대는 제3자 헤지펀드 회사도 많아 각종 기획소송이 더 잦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행사에는 아마존, AT&T, 델타, 기아 등 주 최대 고용 기업들이 참석했다. 애틀랜타 저널(AJC)은 "각 회사 대표들은 당파적 입법에 찬반 의견을 내 정치에 개입하는 것을 꺼렸다"고 전했다. 장채원 기자 [email protected]경제동력 민사소송 민사소송법 개편 기획 민사소송 소송 개혁법

2025-01-15

대뉴욕한인경제단체협의회, 한인 네트워킹 행사 기획

대뉴욕한인경제단체협의회(이하 경단협)가 한인 2세들을 중심으로 한 네트워킹 행사 모금에 힘쓴다.   10일 경단협은 플러싱 한인네일협회 사무실에서 월례회를 열고 ▶네트워킹 기획 방안 토의 ▶한인 투표율 신장안 고려 ▶협회별 일정 공표를 진행했다.   특히 이날 13명의 참석자가 토론을 벌인 안건은 이른바 ‘싱글모임’(가제)이라 불리는 한인 네트워킹 행사의 기획 진척도다.     남녀 각 25명을 협회별로 추천, 검증해 네트워킹 행사를 만들 예정이었지만, 시류에 맞지 않는다는 일부 의견을 수용해 현대적으로 소화할 수 있도록 고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행사 준비위원회는 시간당 1500달러선이 드는 장소 섭외에 어려움을 겪어, ▶최소 10개 협회로부터 각 500달러 후원 ▶참가비 각 100달러를 기반으로 총 1만 달러를 모금할 계획이다.     회장단에 따르면, 당초 행사는 뉴욕한인봉사센터(KCS)와 뉴욕한인회 등으로부터 네트워킹 관련 전언을 듣고 검토한 것으로, 준비위를 통해 경단협 자체의 네트워킹 기획으로 굳어졌다.   가입 후 이날 모임에 처음 참여한 로렌스 한 한인변호사협회 회장은 “‘영 프로페셔널’ 등의 명칭으로 밍글(mingle)하는 게 낫고, 해피아워 등을 통해 일찍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한편 박광민 한인식품협회장은 한인 정치력 신장을 위해 투표율을 높일 방안을 경단협 차원에서도 고민하자고 했다. 또 세탁협회는 온라인을 활용한 업무가 많아 이달 21일 관련 세미나를 개최한다고 밝혔고, 보험협회는 9월에 골프대회를 연다. 뉴욕한인기술인협회는 9월에 낚시대회를 개최한다.  글·사진=강민혜 기자 [email protected]대뉴욕한인경제단체협의회 네트워킹 대뉴욕한인경제단체협의회 한인 행사 기획

2024-07-10

LACMA 체스터 장 전시회 연다…'한국의 보물들' 공개

남가주 한인 커뮤니티의 올드타이머이자 사회공헌활동가인 체스터 장 박사가 지난 2021년 LA카운티미술관(LACMA)에 기증한 한국의 고미술품 일부가 오는 25일부터 6월 30일까지 일반인에게 공개된다.     LACMA는 25일부터 레스닉 파빌리온에서 장 박사와 아들 캐머런 장 박사(전문의)가 기증한 초기 컬렉션을 중심으로 전시회 ‘한국의 보물들’을 개최한다고 6일 발표했다.     LACMA는 한국의 전통 세속적이고 종교적인 그림, 서예, 남북한의 희귀한 20세기 중반 유화, 고려(918~1392)와 조선(1392~1897) 왕조의 도자기를 포함하여 35점을 공개할 예정이다.       전시회 기획은 중국·한국·동남아 및 남아시아 미술관장인 스티븐 리틀 큐레이터가 직접 맡았다.   앞서 장 박사는 지난 2021년 10월 본지를 통해 한국 현대 미술사의 대표적인 화가 이중섭과 박수근, 조선 시대 그려진 한국의 고미술품 1000여점을 LACMA에 기증한다고 밝혔다.〈본지 2021년 10월 14일자 A-1면〉   LACMA는 그 후 약 2년간 장 박사의 자택에 보관됐던 기증품들을 수장고로 옮기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LACMA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장 박사 부자의 컬렉션은 미술관 역사상 가장 큰 한국 미술품 기증”이라고 설명했다.   또 전시되는 작품은 지난 2021년 장 박사 부자로부터 기증받은 초기 아시아 미술 작품 100점 중에서 선정됐으며, 이 컬렉션은 주로 삼국 시대부터 20세기에 이르는 한국 회화, 서예, 조각, 도자기, 옻칠 가구 및 기타 예술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 컬렉션에 있는 대부분의 작품은 한 세기 동안 장 박사 가족이 소유하고 있었고 공개적으로 전시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LACMA 주소: 5905 Wilshire Blvd. Los Angeles, CA 90036 장연화 기자 [email protected]체스터 전시회 한국 미술품 전시회 기획 한국 회화

2024-02-06

“주제 다양성 확장한 사진전 기획” 남가주사진작가협회 김상동 회장

2005년 비영리단체로 창립된 남가주사진작가협회(회장 김상동·사진)는 지난 18년 동안 사진예술 작업과 사진을 매개체로 지역사회 참여 및 봉사를 추구하며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이를 통해 얻은 성과와 보람은 끊임없는 협회 활동의 원동력이 되었다.     올해 협회는 창립 20주년을 앞두고 남가주 사진 협회로서 명성을 더욱 구축하고 사진 예술성을 높이는 활동에 집중하려고 한다.     먼저 17년째 LA 한국문화원과 공동주최로 협업 중인 정기전시회에 변화를 주려고 한다. 독특하고 특별한 작품 주제로 확장해 회원 작품들의 창작성과 예술성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     정부기관과의 협력 강화로 한인 사진작가들의 작품을 주류사회에 소개하는 사진전도 기획 중이다. 이를 통해 네트워크 및 협력을 강화해 사진 예술을 폭넓게 알리려고 한다.     올해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해마다 부산에서 열리는 부산국제사진전을 LA 개최로 유치하는 것이다. 국제무대에서 남가주 한인 사진작가의 작품과 협회 활동을 알리는 기회가 되리라 생각한다.     내실 다지기에도 집중한다. 회원들의 사진 작업 실력 향상을 위해 다양한 사진 기술과 예술성을 다루는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최신 사진 테크놀러지와 소프트웨어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업그레이드된 워크숍도 준비 중이다.     새해 예술계에 기여하고 회원들 간 소통과 협력을 강화해 함께 지역사회와 성장하는 단체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은영 기자남가주사진작가협회 다양성 남가주사진작가협회 김상동 회장 김상동 사진전 기획

2024-01-28

한상대회 화제 기업(5) 씨어스 "자체 개발 EV 충전기로 미국 진출"

한국의 유명 전기차(EV) 충전기 전문업체 씨어스(cus21.co.kr)가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한상대회)를 통해 다양한 제품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인천 도화동에 본사를 둔 씨어스는 차별화된 전문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기차 충전기부터 충전케이블, 충전기 캐노피, 소화포 등 관련 제품을 자체 생산하고 있다.   한상대회 참가 목적에 대해 김기옥 씨어스 대표는 “전기차 충전시장이 한국도 크게 확대되고있지만, 미국은 바이든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테슬라를 중심으로 더욱 급진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우수 충전기를 미국 시장에 선보이고 현지 사업자를 찾기 위해 참가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에 따르면 개발을 시작한 지 20년 5개월째를 맞아 지금까지 홈충전기, 공용충전기, 급속충전기, 휴대용 충전기, 가로등 충전기 등 75개 모델에 대해 인증을 받았다. 가격은 40만원부터 5500만원까지 다양하다.   김 대표는 “한국은 아파트와 단독주택 비율이 8대2인데 미국은 정반대이기 때문에 가정용 충전기 수요가 많다”면서 “급속충전은 5배 이상 비싸 집에서 충전하는 것이 유리하다. 물론 충전시간은 4배 정도 길지만 모든 충전기에 예약기능이 있어 요율이 가장 낮은 시간에 충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충전기 사업에 뛰어든 계기에 대해 김 대표는 “직접 개발, 만드는 것을 좋아해 한국서 IC카드용 공중전화기를 만들어 16만5000개를 납품했다. 1989년부터는 신축 아파트에 주방용 TV, 비데 등 홈오토메이션 시설을 100만대 이상 납품하면서 머지않아 아파트 주차장에 충전기가 필요할 것이라 예상해 개발에 들어갔다.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제주도의 전기차 충전시설을 우리가 전량 납품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전기차 화재 이슈에 대해 “화재에 대비해 자사 충전기가 설치되는 충전소에는 자체 개발한 전용 소화기가 함께 설치된다. 전기차 화재시 차량에 시트를 덮어 산소를 차단함으로써 진화하는 질식소화포도 자체 개발해 승인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3~5분 내로 완전히 소화되며 소방서에서 충분한 시험을 거쳤다"고 밝혔다.   향후 포부에 대해 김 대표는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로 반도체칩을 제외하고 모든 금형, 케이블, 충전건까지 모든 부품을 자체 생산하고 있으며 13년 된 충전기도 여전히 가동되고 있을 정도로 품질을 보증한다. 2030년까지 1조5000억원 매출을 목표로 시장 확대에 나설 것”이라고 다짐했다. 관련기사 한상대회 화제 기업(1) 더터치온 "버튼 누르면 라면 자동 조리…견본품까지 완판" 한상대회 화제 기업(2) BANF "타이어 데이터 활용해 안전·연비 개선" 한상대회 화제 기업(3) 케이존 "골칫거리 '아마존 반품' 처리해 드립니다" 한상대회 화제 기업(4) 마음AI “단순 반복 업무 AI휴먼에게 맡기세요” 한상대회 화제 기업(5) 씨어스 "자체 개발 EV 충전기로 미국 진출" 글·사진=박낙희 기자 [email protected]미국 충전기 전기차 충전기 EV WKBC 씨어스 기획 한상대회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 김기옥 급속충전 소화포

2023-10-24

한상대회 화제 기업(3) 케이존 "골칫거리 '아마존 반품' 처리해 드립니다"

아마존 셀러로 활동하면서 경험한 악성 반품 처리 문제에서 착안해 솔루션을 개발한 한인이 주목받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역물류 관리 플랫폼 ‘리멕스(remexreturn.com)’를 론칭한 케이존(KZone)의 김성수 대표. 김 대표는 최근 OC에서 개최된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한상대회) 스타트업 피칭 경연에서 리멕스 플랫폼으로 최우수상을 차지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아마존 미국 내 셀러들은 대부분 창고를 보유하고 있어 반품 발생 시에도 큰 문제가 없으나 해외 셀러들은 반품 발생 시 보관, 배송 등 경비 문제로 폐기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아마존 전체 반품의 33%가 폐기되고 있으며 그 규모는 연간 860만 달러에 달한다.     버지니아주 리버티대학서 국제무역을 전공한 김 대표는 “졸업 후 중국서 제품을 만들어 아마존에서 판매하는 셀러로 활동하면서 매출이 급증했다. 하지만 반품이 늘면서 악성 재고 문제가 발생해 수익률이 저조했다. 셀러들이 반품 처리에 어려움을 겪겠다 싶어 처음에는 주변 지인들을 대상으로 수작업 반품 처리를 시작했는데 입소문을 타고 유명 셀러들의 서비스 요청이 급증해 리멕스 플랫폼을 개발, 론칭하고 본격적인 비즈니스를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악성 재고 가치 최대화’를 목표로 2020년 케이존을 창업했으며 리맥스 플랫폼 서비스 운영은 2022년 초부터 시작했다.     리멕스 플랫폼을 통해 셀러들이 아마존 계정을 연동시켜 놓으면 반품 발생시 자동으로 물건이 케이존 웨어하우스로 배송되며 입고된 반품들은 중고전문점에 B2B로 유통된다. 지금까지 반품 처리된 제품 수는 25만여개, 재판매된 제품 비율은 97%로 재판매 제품 가치는 150만 달러 규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반품 보관료, 서비스 구독료 없이 유통 판매 대금에 대해서만 수수료를 받고 있어 누구나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다. 현재 한국, 미국, 캐나다, 중국, 홍콩, 인도, 파키스탄 등 7개 국가 아마존에서 100여 업체가 리멕스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스타트업 피칭 참여 계기에 대해 김 대표는 “한국 경기도 판교에 있는 본사를 텍사스 댈러스 미국법인으로 이전하기 위해 자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한국서 5억원을 투자받았는데 이번 대회를 통해 미국서 120만 달러 투자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미국 전역에 웨어하우스를 마련해 보다 효율적인 운영 시스템 구축이 첫째 목표다. 둘째로는 아마존이 활성화된 일본을 비롯해 영국 등 유럽국가들의 셀러들을 대상으로 리멕스 플랫폼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관련기사 한상대회 화제 기업(1) 더터치온 "버튼 누르면 라면 자동 조리…견본품까지 완판" 한상대회 화제 기업(2) BANF "타이어 데이터 활용해 안전·연비 개선" 한상대회 화제 기업(3) 케이존 "골칫거리 '아마존 반품' 처리해 드립니다" 한상대회 화제 기업(4) 마음AI “단순 반복 업무 AI휴먼에게 맡기세요” 한상대회 화제 기업(5) 씨어스 "자체 개발 EV 충전기로 미국 진출" 글·사진=박낙희 기자 [email protected]미국 아마존 악성 반품 반품 보관료 리멕스 REMEX 반품 리턴 한상대회 스타트업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 기획 WKBC

2023-10-22

한상대회 화제 기업(1) 더터치온 "버튼 누르면 라면 자동 조리…견본품까지 완판"

지난주 애너하임 컨벤션센터에서 첫 해외 개최된 제21차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이하 한상대회)가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500여개가 넘는 업체가 참여해 650여개의 부스에서 다양한 제품 홍보에 나선 가운데 투자자와 관람객들의 이목이 쏠린 기업과 상공인을 5회에 걸쳐 소개한다.       식료품부터 인공지능(AI)까지 다양한 제품들이 전시된 컨벤션센터 행사장에서 가장 인파가 몰린 부스 중 하나는 바로 즉석 라면 시식 코너였다.     특유의 라면 조리향이 관람객들의 후각을 자극한 데다가 즉석에서 바로 먹을 수 있는 라면 조리 과정이 호기심을 발동시킨 것. 화제의 인덕션 라면 조리기를 선보인 더터치온(The Touch On)의 크리스 김 대표와 이승화 이사는 이어지는 문의에 준비해온 브로셔, 명함까지 동났다며 희색이 만연했다.   인덕션 가열 방식인 더터치온 라면 조리기는 시간이나 물의 양을 조절하면 라면 이외에도 짜파게티 등 다른 인스턴트 면류 제품을 3~4분 만에 맛볼 수 있다. 알루미늄이 삽입된 특수 종이 용기에 라면을 넣고 버튼 하나만 누르면 자동으로 조리된다.   김 대표는 “한국서 제조된 더터치온 라면 조리기는 까다로운 UL 및 NSF 인증을 받아 미국, 캐나다, 멕시코 지역에 독점 판매되고 있다. 구매일부터 1년 동안 무상 교환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급속 조리라 면발도 맛있어 가정은 물론 회사들에서도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는 김 대표는 “가동 준비 중인 조지아 SK배터리 공장에 이미 라면 조리기 십여대가 설치돼 한 달에 라면 용기를 1만개씩 납품하고 있다. 또한 삼성전자, 농심, H마트, 한진물류, 현대모비스 및 멕시코 기아공장과도 납품이 결정됐다”고 덧붙였다.   사업 파트너로 한국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이 이사는 “본사는 버지니아주에 있고 이제 1년 반 된 신생 회사지만 14개 물류업체를 통해 LA 등 전국서 한국의 유명 한강라면을 맛볼 수 있도록 무료 배송 판매하고 있다. K푸드를 알리려는 상공인들을 돕기 위해 앞으로 찐 계란, 떡볶이, 김치볶음밥 등 다양한 K푸드도 판매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라면 밴딩머신에 즉석 조리기 2대가 장착된 대당 1만2500달러짜리 이동식 라면 이벤트 마차를 이번 대회 전시용으로 가져왔는데 견본제품임에도 판매됐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적은 비용으로 시작할 수 있는 좋은 사업 아이템”이라고 강조했다.   추가 정보는 웹사이트(thetouchon.com)에서 찾아볼 수 있다. 관련기사 한상대회 화제 기업(1) 더터치온 "버튼 누르면 라면 자동 조리…견본품까지 완판" 한상대회 화제 기업(2) BANF "타이어 데이터 활용해 안전·연비 개선" 한상대회 화제 기업(3) 케이존 "골칫거리 '아마존 반품' 처리해 드립니다" 한상대회 화제 기업(4) 마음AI “단순 반복 업무 AI휴먼에게 맡기세요” 한상대회 화제 기업(5) 씨어스 "자체 개발 EV 충전기로 미국 진출" 글·사진=박낙희 기자 [email protected]견본품 버튼 라면 조리기 더터치온 인덕션 라면 한상대회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 WKBC 기획 시리즈

2023-10-18

[기획 르포: 라파예트 광장을 가다] '시위 로비' 현장된 백악관 앞길

특정 인종에 대한 증오나 혐오는 ‘나와 달라서 잘 알지 못함’에서 시작되며 그로 인한 두려움과 저항이 표출되는 방식이라고 사회학은 규정한다. 정치 사상적인 경계와 대립도 있지만 인종적 뿌리가 다름으로 인해 오해하고, 결국 서로 잘 알아갈 기회를 갖지 못한다면 대결과 폭력의 극한은 예고된다고 봐야 한다. 그런 예들은 매우 많았다. 미국은 이민 문호가 열려있고 초현대식 대의 민주주의를 품고 있다고 자랑하지만 여전히 토착 원주민을 몰아내고 학대한 이력이 있으며, 흑인 노예를 끌어다 막대한 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민 정책은 정권이 달라질 때마다 기류가 달라졌고 최근 3년 동안의 팬데믹과 인플레이션으로 인종간의 괴리가 심해진 상태다. 본지는 연방행정부가 위치한 수도 DC에서 아시안 증오의 현주소를 찾고 3회에 걸쳐 관련 보도를 이어간다. 〈관계기사 3면〉   펜실베이니아 애비뉴 초입부터 북소리와 쇠붙이 굉음이 들려왔다. 백악관을 찾는 관광객들의 발걸음과 인근 건물의 공사장 장비 소리가 뒤섞이는 전형적인 도시 공원 ‘라파예트 스퀘어(Lafayette Square)’ 북쪽 출입구에 들어서자 ‘펠티에르를 석방하라(Free Leonard Peltier)’ 구호가 울려펴졌다.   8500평(약 7 에이커)에 달하는 아름다운 이 공원은 100년 넘게 미국인들의 외침이 채워진 곳이다. 여기저기 각종 구호와 메시지를 적은 현수막과 피켓이 눈에 띠고 눈길을 끌기 위한 타악기와 메가폰이 동원된다.   펠티에르는 아메리칸 원주민들의 민권 활동가로 지난 75년 사우스다코타 소재 원주민 독립 구역에서 대치하다 연방수사국(FBI) 요원 2명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다. 재판에서 두 번의 종신형을 선고받은 그는 현재 플로리다에서 46년째 복역중이다. 국제사면위와 여러 해외 인권단체들이 그의 석방을 요구했으나 클린턴, 오바마를 포함한 모든 대통령들은 그의 사면을 승인하지 않았다.   집회 참석자 랜디 베이커(버지니아)는 “직접 총을 쐈다는 증거도 없고 원주민 옹호 조직의 수장도 아닌 그에게 이렇게 가혹한 이유는 바로 정부 기관의 뿌리깊은 증오라고 본다”며 “백악관의 대답이 없지만 계속 그의 석방을 외칠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 날(9월 12일)은 그의 79세 생일이었다.   증오와 폭력의 대명사가 된 9.11테러 22주기 다음날 미국 행정부 수반의 집무실 길건너 풍경이다. 미국은 기본권 보장을 위해 핵심 국가 지도자의 가정과 집무실이 인접한 이곳에서도 시위를 허용한다. 공간의 관리는 공원서비스국(US Park Service)가 한다. 하지만 이날 시위는 200여 명이 넘게 참가하고 참가자들의 성향이 공격적일 수 있어 백악관 담장 앞길에 비밀 경호대 중대 병력이 포함된 저지선이 형성됐고 팽팽한 긴장감도 돌았다.   라파예트 스퀘어에는 앤드류 잭슨 등 전직 대통령의 동상이 있으며 노예를 사고팔던 ‘데카트루 하우스’도 건물이 그대로 남아 역사의 긴 페이지를 상징한다. 동쪽으로는 요인 경호에 가장 전문이라는 재무부 건물이 있어 삼엄함을 더한다.   연방 의회 의사당으로 연결되는 펜실베이니아 애비뉴에는 수많은 기업, 로비단체, 민간단체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시위도 로비의 한 종류인 셈일까. 이곳에서 25인 이상의 시위를 하려면 공원서비스국에 사전 신고를 해야 한다.   대통령에게 가장 가까이서 외칠 수 있다는 이유로 링컨 기념관이나 의회의사당보다 더 인기가 있다. 이러다 보니 미국 내 모든 소수계가 라파예트 스퀘어를 찾는다. 50년대 유색인종 민권 운동, 60년대 여권 신장 운동, 70년대 베트남 전쟁 반대, 2000년대 동성애자 권리 주장, 2020년대 아시안 차별과 증오 반대 시위까지 균등과 평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메아리치고 있다.   공원서비스국의 자료에 따르면 사전 신고한 시위는 2016~2019년 매년 120~140여 건이었으며,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초에 주춤했다가 2021년 다시 194건, 2022년에 207건으로 늘었다. 하지만 그 규모가 작거나 인도에서 진행되는 시위행렬은 신고 의무가 없다. 따라서 사실상 매일 시위가 있으며 주말에는 시간을 정해 3~6개 팀이 순환 시위를 벌이기도 한다.   한인들은 2021년 애틀란타 스파 총격 사건에 분노해 이 곳을 찾아 ‘더이상 미워하지 말라’며 시위를 벌였다.   최인성 기자 [email protected]기획 르포: 라파예트 광장을 가다 백악관 시위 라파예트 스퀘어 아시안 증오 아메리칸 원주민들

2023-09-19

차값 ‘쑥’ 오르고 인센티브 ‘확’ 줄었다

칩 사태, 인벤토리 부족으로 신차 가격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오른 가운데 한국차(현대, 기아, 제네시스)도 최근 5년간 1분기 거래가격이 크게 뛴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인센티브는 대폭 삭감해 수익성 극대화를 도모한 것으로 분석됐다. 각 업체별, 모델별 거래가격 및 인센티브 변동 추이를 알아봤다.     ▶거래가격   2019년 2만6278달러였던 한국차의 1분기 평균 거래가격은 올해 3만6115달러로 37.4%가 뛰어 5년 만에 9837달러가 인상됐다. 〈표1 참조〉 GM은 올해 5만1431달러로 2019년보다 1만169달러로 올라서 상승 폭은 27.7%에 그쳤다.   가장 큰 폭의 상승을 기록한 브랜드는 현대차로 2019년 2만5398달러에서 올해 3만5407달러로 39.4%가 올랐다. 이어 기아가 2만6484달러에서 3만4854달러로 31.6%가 뛰었으며 제네시스는 5만509달러에서 6만2472달러로 23.7%를 나타냈다.     ▶모델별 판매실적·가격   올해 1분기 기준으로 현대차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모델은 전년 동기보다 16.4%가 증가한 4만6170대의 투싼이었다. 이어 엘란트라가 47.1%가 급증한 3만2473대, 싼타페가 2만8256대(11.5%)로 뒤를 이었다. 순수 전기차 아이오닉5는 5736대로 8.1%가 감소했다.     지난 1년간 평균 거래가격이 가장 많이 뛴 모델은 아이오닉5로 7.3%가 인상된 5만5158달러를 기록했다. 이어 싼타페(3만9829달러)와 엘란트라(2만6855달러)가 각각 3.6%, 3.1%씩 뛰었다. 투싼은 3만5200달러로 0.1% 인상에 그쳤다.   기아는 스포티지가 3만1684대로 전년 동기보다 92.5%의 신장률을 기록하며 최다 판매 모델에 올랐다. 이어 포르테(3만526대)와 텔루라이드(2만7190대)가 각각 29.9%, 23.2%가 늘었다. 전기차 EV6는 3392대로 35.8%가 급감했다.    가격 상승률에서도 스포티지(3만5643달러)가 1년 만에 11.2%가 인상됐으며 텔루라이드(4만9938달러)가 3%로 뒤를 이었다. EV6는 5만7593달러로 0.6% 인하됐다.     제네시스는 SUV모델 GV70(5308대)과 GV80(3939대)이 각각 29%, 20.9%가 늘어 최다 판매 모델 1, 2위를 차지했다. 스포츠세단 G70은 10.2%가 감소한 2580대에 그쳤다.     지난해에 비해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모델은 G80(6만4893달러)으로 10.3%가 인상됐으며 GV70(5만6983달러), GV80(7만3901달러), G70(4만9492달러)이 각각 6.1%, 5.4%, 4.5%가 인상됐다.     ▶인센티브   한국차가 올 1분기 역대 최고 영업이익을 기록한 데는 소비자들에게 주는 인센티브 삭감이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2019년 대당 평균 3045달러에 달했던 인센티브가 올해는 811달러로 73.4%가 축소된 것.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한국차의 평균 인센티브가 1000달러 아래로 내려간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표2 참조〉     인센티브를 가장 큰 폭으로 삭감한 브랜드는 기아로 2019년 3606달러에서 올해 671달러로 81.4%가 줄었다. 2020년 3913달러로 4000달러에 육박했던 것에 비하면 82.9%가 급락한 것이다. 제네시스도 6825달러에서 1778달러로 74%가 줄었으며 현대차 역시 2416달러에서 878달러로 63.7% 축소됐다.   GM은 2019년 4711달러에서 올해 1908달러로 59.5% 삭감했다. 글·사진=박낙희 기자 [email protected]인센티브 차값 판매실적 거래가격 한국차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 GM Auto News 기획 특집

2023-05-01

팬데믹에도 ‘K-카’ 쾌속 질주

반도체 칩 사태 및 공급망 대란에도 불구하고 1분기 역대 최고 실적을 올린 한국차 3사의 최근 5년간 미국 시장 성적표가 나왔다.   자동차 시장분석 전문업체 콕스 오토모티브가 한국차의 1분기 실적 동향 보고서를 발표한 것.   월별, 분기별 업계 전반의 실적 분석 내놓고 있는 콕스 오토모티브가 올해는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는 한국차와, 도요타를 제치고 판매실적 1위에 복귀한 GM 등 2개 브랜드를 집중 조명하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2019~2023년 팬데믹 전후 5년간 1분기 현대·기아·제네시스 등 한국차와 GM의 판매실적, 시장점유율, 가격, 인센티브 동향을 분석해 2회에 걸쳐 소개한다.   ▶판매실적   2019년 1분기 총 28만8698대를 판매했던 한국차는 팬데믹이 발생한 2020년 5.5% 감소를 한 후 2021년부터 지속 성장세를 기록하며 올해 38만2354대로 32.4% 신장률을 달성했다. 〈표 1 참조〉   브랜드별로는 제네시스가 2019년 4202대에서 2021년 8222대로 두 배 가까이 급증한 후 올해 1만3769대로 5년 만에 227.7%라는 괄목 성장을 기록했다. 이어 기아가 2019년 13만6911대에서 올해 18만4136대로 34.5%가 늘었으며 현대차는 14만7585대에서 18만4449대로 25%가 증가했다.   최근 1년 사이 1분기 실적을 비교해보면 기아가 21.8%로 가장 큰 성장 폭을 나타냈으며 제니시스 17.5%, 현대 15.5% 순으로 나타났다.   디자인과 성능, 가성비를 앞세운 SUV 및 친환경 차량 판매 호조가 인벤토리 부족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한국차의 눈부신 성장세를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셰볼레·GMC·뷰익·캐딜락을 소유한 GM은 2019년 1분기 66만5005대를 판매한 이래 지난해 50만9108대로 23.4% 감소한 후 올해 17.7% 반등에 성공해 59만9187대를 기록했다. 결국 지난 5년간 9.9% 감소한 셈이다.   ▶시장 점유율   한국차의 지난 5년간 1분기 시장 점유율은 팬데믹 중에도 꾸준히 성장했다. 2019년 7.2%에 불과했던 시장 점유율은 올해 10.7%를 기록하며 48.6%의 성장세를 보였다. 〈표 2 참조〉   브랜드별로는 2019년 0.11%에 불과했던 제네시스가 올해 0.38%로 245.5% 급신장했으며 기아는 3.43%에서 5.14%, 현대차 3.70%에서 5.15%로 각각 53.9%, 39.2%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2019년 16.7%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던 GM은 칩사태로 인한 공급 차질로 지난해 15.3%까지 떨어졌다가 올해 16.7%로 원상 복귀했다. 글·사진=박낙희 기자현대차 자동차 시장분석 판매실적 시장점유율 특집 기획 기아 제네시스 GM 1분기 Auto News K-카 K-Car

2023-04-30

[새해 기획] 2023년 일리노이 이렇게 바뀐다- 3. 경제

새해 일리노이 지역 경제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무엇보다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지속적인 이자율 인상으로 인한 여파가 클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영향이 예상되는 곳은 부동산 시장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사상 최저치에 속하는 모기지 이자율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한동안 활황세를 보였으나 이후 이자율이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점차 냉각기로 접어들었다.     올해 역시 부동산 거래량이나 가격 역시 약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이지만 2008년과 같은 부동산 위기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작년 일리노이 주를 본사로 둔 대기업들이 연이어 타 지역으로 옮겼다. 보잉과 캐터필러, 시타델과 같은 기업들이 시카고를 떠났다. 글렌뷰에 본사를 뒀던 올스테이트사는 본사 캠퍼스를 물류회사에 매각한 뒤로 임시 본사를 길 건너편에 정했을 뿐 차기 본사 자리를 확정하지 않고 있다.     반면 시카고로 본사를 옮겨온 회사도 있다. 프랑스 파리에 본사가 있었던 이나릭스와 카본 세이버, 멕시코의 샨티 등은 올해 본사를 시카고로 이전할 계획이다.   기업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타 주 이전도 문제다. 일리노이 주의 인구는 자연 발생적으로 증감하는 비율은 거의 정체돼 있지만 타 주로의 유출이 타 주에서의 유입에 비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외부에서 이민자가 급격하게 늘어나지 않는 이상 이 같은 추이는 2023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곧 지역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새해 일리노이 주의 최저임금도 올랐다. 작년 시간당 12달러에서 올해 13달러로 인상됐고 2025년까지 15달러까지 단계적으로 인상될 예정이다. 시카고의 경우 자체 최저 임금이 적용되고 있다. 기업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현재 시간당 14.50달러 혹은 15.40달러다.     개솔린 세금은 올해 두 차례 인상될 예정이다. 당초 물가 인상에 따라 개스세 역시 동반 인상될 예정이었으나 작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인상이 한번 유보됨에 따라 올해 1월과 7월 두 차례 오르게 된다. 이에 따라 현재 갤런당 세금이 42.4센트에서 44.3센트로 증가하게 된다. 일리노이는 캘리포니아에 이어 전국에서 두번째로 개스세가 높은 주여서 특히 서민들의 세금 부담은 더 무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년 유보된 식품세(1%) 역시 올해 7월부터 적용돼 식품비도 덩달아 올라갈 예정이다.     그나마 긍정적인 뉴스는 주정부의 예산이 비교적 양호하다는 점이다. 물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연방정부의 지원금이 큰 부분을 차지하긴 했지만 공무원 연금 부담액을 높이고 예비비의 비중을 올려 신용평가사들로부터 등급이 올라가기도 했다.     지역 재개발은 시카고 다운타운의 북쪽과 북서쪽 지역을 중심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시카고 강 북쪽 지류를 따라 건립될 링컨야드 프로젝트의 첫 건물이 올해 중 완공될 예정이고 밸리스의 카지노는 트리뷴 윤전시설 부지에 착공한다. 이에 앞서 올 중순에는 임시 카지노가 노스 리버 지역에 오픈할 예정이다.  Nathan Park 기자새해 기획 일리노이 경제 새해 일리노이 작년 일리노이 일리노이 주의

2023-01-05

[새해 기획] 2023년 일리노이 이렇게 바뀐다- 1. 정치

2023년 2월 28일 시카고서 지방선거가 실시된다. 이번 선거를 통해 시장과 50명의 시의원을 선출하게 된다.    이번 선거 최대 이슈는 과연 초선인 로리 라이트풋 시장이 재선에 성공할 지 여부다.    하지만 선거를 두 달 여를 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라이트풋의 재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망된다. 최신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1위는 물론, 2위 자리도 차지하기 힘들 것이라는 결과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라이트풋이 람 이매뉴얼 전임 시장의 불출마 선언 이후 선거에 출마해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비교적 정치 경험이 없어 새로운 바람을 불러 올 수 있고 경찰 개혁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첫 임기가 끝나가는 이 즈음 라이트풋의 성과를 살펴보면 당초 기대에는 훨씬 미치지 못한다.     우선 범죄 도시로의 시카고 이미지를 바꾸지 못했다. 임기 시작 후 데이빗 브라운 경찰청장이 새로 취임했지만 전 세계에 불어닥친 팬데믹 여파와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에 이은 인종차별 반대 시위로 인한 범죄 발생 급증을 막아내지 못했다. 최근 일부 범죄 발생 건수가 줄어들며 개선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차량 탈취 등의 범죄는 급격하게 늘어나며 주민들의 불안은 오히려 가중되고 있다.     라이트풋의 리더십이 기존 시장들과 크게 다른 점이 없다는 점도 재선 가도에 빨간불을 켜고 있다. 50명에 달하는 시의원들과 불협화음을 노출하는 경우가 많았고 정신병원 설립과 경찰감시위원회 설립 등의 주요 공약을 지키지 못함에 따른 지지 철회 등도 이어졌다. 새롭고 합리적인 정치 리더십을 기대했던 시카고 주민들에게는 실망스러운 결과였다.     2월 시카고 시장 선거에서는 새로운 시장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까지는 출마를 선언한 11명의 후보 중에서 추이 가르시아 연방 하원의원의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다. 만약 그가 시카고 시장에 당선된다면 최초의 라티노 시장이 된다. 시카고서 라티노 인구가 흑인 인구를 추월한 상황에서 충분히 가능한 얘기다. 해롤드 워싱턴 전 시장의 명맥을 잊는 개혁가의 이미지를 쌓은 가르시아 의원이 시카고 시장에 당선되면 시정 운영에도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     시장과 함께 50명의 시카고 시의원들 중 새로 교체되는 의원들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정계 은퇴를 선언했거나 여러 가지 이유로 불출마 선언을 한 현역 시카고 시의원만 15명에 달한다. 현역 의원이 낙선할 경우까지 고려하면 시카고 시의원의 ⅓ 정도가 바뀔 수도 있다는 얘기다. 재출마를 하지 않은 시의원 중에는 부정부패 의혹에 연루된 경우도 있어 시의회의 대폭적인 물갈이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새해 일리노이 정계에는 기존 구태 정치인에 대한 사법 심판도 이어지게 된다. 마이클 매디간 전 주 하원 의장과 에드 버크 시카고 시의원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일리노이 주와 시카고 정계를 좌지우지 하던 정치권 실세였지만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됐고 곧 재판을 앞두고 있다.     지난 11월 중간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JB 프리츠커 주지사는 대권 도전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직까지는 재선에 성공한 주지사직에 전념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상황은 어떻게 바뀔 지 모른다. 만약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출마를 포기하면 프리츠커는 민주당 대권 후보의 한 명으로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Nathan Park 기자새해 기획 일리노이 정치 정치 리더십 시카고 이미지 시카고 주민들

2023-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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