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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창가에 비

마음속에도 비가 내린다 이른 새벽부터 한낮까지 젖어오는 꿈으로 팔을 뻗어보아도 하늘 가득 젖어오는 창가에 비 하염없음 만으로 잠겨보고 싶은   사랑하는 사람이여 동그란 잎사귀 비에 젖어가는 제 몸의 무게에 고개를 떨구는 두 손을 모아 지탱해 주어도 하염없이 뿌리치고야 마는 혼탁한 언어를 지우며 젖어오는   그늘 틈새 얼굴을 내밀어도 저물어가는 어둔 길을 걸어도 보이지 않게 밑줄을 그어도 펄떡이는 새의 심장으로 날아와 눈물로 길게 적어 내리는 편지 흘러내리다 지워지기도 하는 당신이 보내온 창가에 비   Chopin - Spring waltz(Mariage d’ Amore)의 피아노 연주를 들으며 비가 내리는 창가에 앉아 있다. 모든 게 정지된 정원엔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와 길게 자란 하얀 데이지, 보라색 제비꽃들이 산들 흔들리고 있다. 창문엔 빗물이 흘러내리고 그 긴 자국을 연신 지우고 있다. 빗물은 다시 너에게 보내는 한 줄의 연서같이 자꾸 내 마음을 적어 내린다. 내리는 비에 무거워진 나뭇잎들은 한 결로 고개를 떨구고 고해를 하는 듯하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듯 세상은 그다지 어둡지도, 쓸쓸하지도 않다. 시간의 틈새를 살피다 보면 마음에 전해오는 따뜻한 숨결도 있고, 지쳐있는 누군가에게 보내는 촉촉한 눈길도 있다. 그래서 지친 밤을 보내고도 아침을 맞이하는가 보다. 그리운 사람이여, 그대도 창가의 비를 바라보고 있나요. 그 비가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이 되어 마음으로 흐르는 강이 되어 오고 있나요.   비를 맞아본 적이 있다. 처음엔 비에 옷이 젖고, 그 후엔 온몸이 비에 젖어간다. 얼마 후 마음 속에도 비가 내리고 있다는 걸 인식하게 된다. 마음도 비에 젖어간다. 가랑비는 가랑비대로, 보슬비는 보슬비대로, 소나기는 소나기대로 온몸과 마음에 사뿐히 때론 세차게 내리고 있다. 빗방울이 젖어드는 시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얼마 후면 감각의 차이는 있겠지만 결국 몸과 마음까지도 비에 젖어갈 것이다. 창가에 앉아 비 오는 뒤란을 바라보고 있다. 장대 같은 나무도, 작은 묘목도, 꽃을 피우는 모든 식물이 조용히 움직임 없이 비를 맞아내고 있다. 무거워진 가지가 아래로 처지고, 작은 묘목의 잎들도 빗방울을 담아낸 무게로 고개를 숙였다. 새들의 놀란 가슴도 둥지를 찾아 날개를 접었다. 나도 창을 사이에 두고 비에 젖어드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 음악이 흐르는 창가에는 빗소리와 함께 피아노의 청아한 멜로디가 들려오고 창가에 비는 마음에 젖어오는 시간을 소환하고 있다.   사랑과 미움의 거리는 어쩌면 멀리 떨어져 있지 않고 가깝게 붙어 있단 생각이 든다. 사랑의 마음 속에 한톨의 미움도 없을까? 미움의 마음 속엔 한 조각의 사랑도 없을까? 사랑 속의 한 톨의 미움이 더 아플 수 있다. 미움 속의 한 조각 사랑이 더 눈물겨울 수 있다. 창을 사이에 두고 비 오는 창밖을 바라보다 사랑과 미움의 거리는 사실 붙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랑과 미움의 정의를 나 스스로 정해놓으면 사랑 속 미움의 순간을, 미움 속 사랑의 조각들을 무심히 흘려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소중한 순간을 시계 초침같이 내 속에서 사라지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이여. 비가 내리는 아침부터 낮까지 시간에 따라 지워지기도 하고 다시 생겨나기도 하는 사랑과 미움의 감정들, 그 소중한 순간들, 그리고 지울 수 없이 마음에 깊게 새겨진 풍경들을 이제 기억해 내야 함은 우리에게 남겨진 시간의 조각들이 얼마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 풍경 조각 사랑 온몸과 마음 피아노 연주

2025-06-09

신간 ‘사랑을 말하고 싶은 날’…국화리 작가 첫 수필집

미주문협 소속 국화리(본명 모니카 김) 작가가 첫 수필집 ‘사랑을 말하고 싶은 날(사진)’을 출간했다.     수필은 1983년 미국으로 이민와 뿌리 내리며 살기까지 힘든 여정을 고스란히 담았다. 작가는 황해도에서 태어나 1.4후퇴 때 우리나라로 내려와 홀어머니 밑에서 성실하게 자라 숙명여고와 서울교육대학을 졸업했다. 그는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다 남편을 따라 미국으로 이주, 한의과대학을 설립했다.     동시에 작가는 2006년 미주 ‘문학세계’로 등단했고 2010년 서울 ‘한국산문’으로 재등단했다. 현재는 피오피코 도서관 후원회장으로 봉사하고 있다.     이번 작품은 그가 살아온 고군분투의 기록이자 이웃과 자식들과 친구들에 대한 사랑의 기록이다.   작가는 인사말에서 “무대에 막을 내릴 시간이다. 첫 작품을 끝내고 커튼콜 인사를 할 시간이 왔다. 내 모습 그대로를 보여도 부끄럼이 없어진 나이가 돼서야 한 줄의 목걸이로 만들었다. 삶의 뿌리를 두 번씩 옮겨 심으며 자란 나무의 열매들이다. 빛깔이 좋고 맛이 들어 영근 것도 있지만 벌레 먹고 부실한 것도 끼어있다. 그 티들은 인생의 무늬로 보련다. 티끌 같은 인생이었지만, 아직 내 앞에 생이 있어 고맙다”라고 삶에 대한 따뜻한 애정을 드러냈다.  최인성 기자 [email protected]게시판 신간 신간 안내 신간 사랑 수필집 사랑

2025-06-08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그리웠다 사랑한다 말해주세요

평소 실력이 진짜 실력이다. 평소에 놀기만 하다가 갑자기 오두방정 떨며 벼락치기 공부해도 결과는 뻔하다. 학업에는 집중 안하고 시와 그림을 벗 삼아 나홀로 풍류를 즐기다 보니 성적이 뒤죽박죽, 분야별 꼴찌로 들락날락 했다. 그나마 글짓기나 미술실기 대회에서 상타는 일로 겨우 체면 유지는 됐다.   평상시에 잘 놀다가 학기말 시험 전날은 초비상이다. 초치기 분치기로 시험 준비에 몰두한다. 일단 대청마루에 상을 편 뒤 졸릴 걸 대비해 세수 대야에 찬물을 준비한다. 밤샘 할 요량으로 혹여 잠이 들면 어머니께 깨우라고 신신당부했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홀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려고 열심히 공부했다. 백점 받은 시험지를 보는 어머니의 얼굴은 보름달처럼 환해진다. 연필에 침을 발라 가며 네모진 공책 칸을 메꾸며 한글을 익히는 동안 소복 입은 어머니는 한석봉 어머니처럼 하얀 가래떡을 써신다. 난리방구통 떨며 시작한 밤샘 공부는 새벽도 안 돼 꼬꾸라지고 어머니는 한쪽 무릎을 꼿꼿이 세운 채로 모시 적삼을 다듬었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잠시도 머무르지 않는다. 그대 사랑이 흔들리는 안개 속에 잊혀지는 것처럼 머무르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시간을 동여맬 수 없다 해도 아름다운 기억들은 사랑의 열매로 꽃을 피운다.   부모나 자식, 형제나 이웃, 애인이나 친구가 곁에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때를 놓치기 전에 일상의 바쁜 손 멈추고 그립다 보고 싶다 사랑한다고 말해야 한다. 있을 때 잘할 걸 후회해도 때를 놓치면 소용없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신 후에 뼈 아프게 깨달았다. 때를 놓치면 모든 게 물거품이란 걸. 생각만 하고 할 뻔했던 것들은 흘러간 물이고 놓쳐 버린 파랑새다. 놓친 자의 후회는 공허한 메아리로 가슴을 후려친다.   친하게 지내던 사람도 작은 틈이 생기면 금세 사이가 벌어진다. 죽자 사자 사랑을 불태우던 커플도 헤어질 땐 빙하기의 팽귄처럼 털갈이하며 등을 돌인다.   급하고 먹고 칠칠치 못해서 옷에 음식을 자주 흘린다. 얼룩 지면 얼른 수건에 물 적셔 살살 문지르면 얼룩이 사라진다. 얼룩이 마르면 자국을 지우기 힘들다.   산천은 세월에 묻혀 천천히 변하지만 사람 마음은 작은 말 한마디 흔들리는 눈빛에 일순간 변한다. 때를 놓치면 많은 걸 잃는다. 사랑은 접착제다. 금이 간 도자기는 그대로 두면 언젠가 깨진다.   ‘물 속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그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 안에는/ 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 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 이여/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류시화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대나무는 속이 비어 있다. 바람이 불어도 꺾이지 않는다. 대나무 꽃은 잘 피지 않는다. 100년을 지나 꽃이 피기도 한다. 대나무는 줄기가 거의 시들어갈 무렵에 꽃을 피운다. 끝간 데 없는 사랑은 매마른 땅을 대나무 숲을 만든다.   사랑은 기다림으로 바위에 상형 문자를 새긴다. 사랑은 따지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믿고 보이는 그대로 사랑하고 내 속에 너를 품는다. (Q7 Editions 대표)   이기희이기희 하늘 사자 사랑 그대 사랑 한석봉 어머니

2025-06-03

[등불 아래서] 10원 어치 오뎅에서 본 사랑

이른 아침, 어둠을 밀어내는 이슬을 밟는다. 담벼락을 따라 번져가는 햇살이 눈 부시다. 그 사이로 커피잔을 든 채 전화를 받으며 자동차로 향하는 사람이 보이고, 신문을 든 채 뛰어가는 이, 시동을 걸어 놓고 물건을 찾느라 소리치는 이도 눈에 들어온다. 그렇게 어제와 다르지 않은 하루가 시작된다.   분주한 하루가 저물고 어둠이 내릴 즈음, 나직이 되뇌어 본다. “그래도 하나님은 나를 잊지 않으시지.” 나는 잊고 있었지만, 하나님은 여전히 약속을 지키시며 나와 동행해 주셨다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그러나 그 하나님과 함께 걷는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나는 내 일, 내 감정, 내 필요에만 얼마나 매달려 있었던가. 하나님은 그저 아플 때는 의사가 되어 주시고, 속상하면 위로자가 되어 주시며, 부족하면 채워 주는 분이라고만 믿었다.   어릴 적, 붐비는 장터에는 늘 어묵 가게가 있었다. 좁은 가게 틈에 어깨를 밀어 넣고는 10원어치 어묵을 참 맛있게도 먹었다. 찌그러진 양은 사발에 담겨 나온 어묵 두 개를 다 먹고 나면 대나무 꼬치만 남았고, 가게 바닥에는 어묵 없는 꼬치들이 한가득 널려 있었다.   문득 그 꼬치들 속에서 하나님이 겹쳐 보인다. 나는 하나님을 그렇게 대해 온 것이 아닐까. 정작 가장 어리석은 것은, 그런 대접을 받으시면서도 여전히 나와 함께하시는 이유조차 묻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토록 내 곁에 있고 싶어 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보지 못했다. 어묵 없이 팽개쳐진 꼬치가 되더라도, 사랑하는 이의 배를 채우려는 그 마음을 외면했던 것이다.   나는 보지 못했다. 하나뿐인 아들의 목숨을 나에게 주셨을 때조차 그 사랑을 깨닫지 못했다. 어찌 이리 어리석고 무딜 수 있는가.   그런데도 하나님은 오늘도 나와 함께 걸으신다. 내가 좋아서, 나를 보고 싶으셔서 그러하신다. 나와 말하고 싶으셔서 내 안에 오신다. 함께 숨 쉬고, 함께 고통받고, 함께 눈물 흘리신다. 이 바쁜 세상에서, 아무도 나를 생각하지 못하는 그 순간에도 하나님은 나를 생각하신다. 그 사랑 앞에서 나는 오늘도 질문을 받는다.   너는 그 사랑을 사랑하고 있느냐고. 그 사랑에, 너의 심장은 어떻게 뛰고 있느냐고.     [email protected] 한성윤 / 목사·나성남포교회등불 아래서 오뎅 사랑 어묵 가게 대나무 꼬치 어치 오뎅

2025-06-02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고슴도치 사랑의 딜레마

사랑은 독약이다. 치유할 약이 없다. 한 번 빠져 들면 물불을 안 가리고, 헤쳐 나올 길이 막막해진다. 사랑할 때는 꽃길이지만 끝이 나면 배신의 지옥불에 몸부림 친다. 사랑은 또 다른 사랑은 찿아 헤맨다. 사랑에 빠지면 가시덤불 속에서도 손을 꼭 잡고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으로 겁 없이 뛰어든다.   ‘옛날에 고슴도치는 자기와는 너무 다른 모습의 다람쥐와 사랑에 빠진다. 다람쥐는 고슴도치의 생김새와 가시가 싫었지만 고슴도치의 사랑이 너무 커서 다람쥐도 고슴도치를 사랑하게 된다. 고슴도치는 다람쥐를 안을 때마다 다람쥐의 몸에 베어나는 상처에 가슴이 저려 슬픔에 빠진다. 고슴도치는 다람쥐를 위해 자기 몸의 가시를 뽑기로 결심한다. 가시를 뽑으며 붉은 피가 넘쳐났지만 고통을 견디며 다람쥐를 껴안는다. 다람쥐는 더 이상 상처가 나지 않았고 가시를 뽑은 고슴도치는 다람쥐 품에서 죽는다.     ‘고슴도치와 다람쥐의 사랑’은 유래가 불분명 하지만 헌신적인 사랑을 깨닫게 한다.     쇼펜하우어는 “서로의 온기가 필요하면서도, 서로의 존재로 인해 상처가 될까 거리를 두는 상황”을 ‘고슴도치의 딜레마’라고 명명한다. 인간은 서로를 요구하면서도 독립적이고 싶은 욕구를 동시에 지닌 모순적 존재라는 설명이다.   고슴도치는 적대감을 드러내야 하는 순간이나 천적이 나타났을 때, 몸을 숨겨야 하는 필요성이 있을 때만 가시를 곧추세운다. 고슴도치는 온 몸의 가시를 뽑지 않아도 사랑할 때만큼은 부드러운 ‘남자’로 변신한다. 가시가 돋친 생명체라도, 사랑하는 사람에겐 한없이 너그러워 지고, 친구와 우정을 나눌 때, 가족과 함께 일 때는 가시를 납작하게 만든다. 행여나 소중한 사람이 다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사랑할 때와 죽을 때(A Time To Love And A Time To Die)’는 내 청춘의 로망을 담은 순정 영화다.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더글라스 서크 감독이 제작한 멜로와 로맨스를 적절하게 담은 전쟁 영화다. 함부로 영화관 출입을 못하던 시절, 일년에 한 두 번 단체 관람을 허락하던 학교 방침에 따라 보게 됐는데 마지막 장면은 일생동안 나에게 사랑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하게 했다.   2차대전이 막바지에 이를 무렵, 전쟁이 잠시 소강상태가 되자 독일 병사 에른스트는 러시아 전선에서 고향으로 잠시 귀향한다. 고향은 폐허로 됐고 부모님은 행방불명이다. 충격에 빠져 길을 걷던 에른스트는 반나찌 혐의로 처형된 옛 스승의 딸인 엘리자베스와 재회하게 된다.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고 결혼해서 꿈같은 시간을 보낸다.   엘리자베스가 임신을 하고 에른스트는 아버지가 된다는 기쁨으로 행복하다. 하지만 이도 잠시, 전시 상황이 바뀌면서 곧바로 전선에 투입된다. 전쟁터에서 아내가 보낸 편지를 읽고 있을 때, 그는 과거에 자신이 풀어주었던 게릴라 요원이 쏜 총에 맞고 쓰러진다. 에른스트가 숨을 거두고, 그의 손에서 떨어진 편지가 물 위로 흘러간다.   ‘사랑할 때와 죽을 때’의 감동과 묘미는 극과 극의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 때문이다. 피비린내 나는 전쟁과 운명적인 사랑이라는 공존할 수 없는 요소들을 대조하고 병치함으로써 소설이 줄 수 있는 극적 체험의 진수를 보여준다.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사랑의 꽃은 피어난다. 짓밟고 뭉개도 봄이면 푸른 잔디가 돋아나는 것처럼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 영원한 생명으로 향기로운 꽃을 피운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라고 말할 수 있다면, 고슴도치처럼 털을 모두 뽑아 죽음에 이를지라도, 사랑은 불꽃 속에 영원히 빛나는 별이 된다. (Q7 Editions 대표)   이기희고슴도치 이기희 고슴도치 사랑 다람쥐 품 영화관 출입

2025-05-27

[종교와 트렌드] 진정한 감사는 사랑의 실천

최근에 영성가 헨리 나우엔 신부님의 책  ‘예수의 길’을 읽으면서  유카리스티어란 단어에 대한 묵상 부분에 많은 공감을 했다.     감사는 단순한 기분이 아니다. 우리는 흔히 감사를 감정이나 태도로 이해한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았을 때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감사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성경 속 헬라어 유카리스티어, 곧 ‘감사’는 훨씬 더 깊고 실천적인 개념이다. 이 단어는 헬라어에서 ‘eu(좋은)’와 ‘charis“(은혜, 은총)’가 합쳐져  ‘선한 은혜에 대한 응답’을 의미한다. 이는 단지 말로 표현되는 감사가 아니라, 받은 은혜에 대한 전인격적이고 능동적인 응답이다.   예수께서 최후의 만찬에서 떡과 포도주를 들고 감사하신 후에 제자들에게 나눠주신 장면은 유카리스티어의 본질을 드러낸다. 그 감사는 단순한 감사기도가 아니라, 자신의 몸을 세상을 위한 생명의 떡으로 내어주는 행위로 이어지는 감사였다. 즉, 진정한 감사는 자신을 내어주는 사랑의 실천으로 나타난다.   유카리스티어는 세상을 위한 축제다. 유카리스티어는 성찬의 또 다른 이름이다. 그러나 성찬은 단순한 교회 안의 의식이 아니다. 세상을 위한 축제요, 공동체가 다시 세상으로 파송되는 출발점이다. 성찬을 통해 우리는 ‘이것은 너희를 위한 내 몸이다’라는 예수의 선언을 기억하며, 동시에 ‘이제 너희가 세상을 위해 나의 몸이 되라’는 부르심을 함께 듣는다.   감사하는 공동체는 더 이상 자기 자신만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은혜를 받았기에, 그 은혜를 흘려보내야 한다. 성찬의 떡을 나누는 손은 세상의 고통 속에 있는 자들을 향해 뻗어져야 하며, 포도주의 잔은 위로와 소망이 필요한 이들과 함께 나누어야 한다. 유카리스티어는 세상을 섬기는 삶의 시작점이며, 섬김은 감사를 실현하는 방식이다.   감사는 정의와 평화의 씨앗이다. 오늘날 세상은 고통과 분열, 무관심과 탐욕으로 얼룩져 있다. 그러나 유카리스티어적 삶은 그 반대의 길을 걷는다. 그것은 은혜에 감사하며, 받은 것을 움켜쥐기보다 나누고, 세상과의 연대를 선택하는 삶이다. 참된 감사는 나만 잘 사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잘 살 수 있도록 행동하게 만든다. 그래서 유카리스티어는 단순한 종교 행위가 아니라, 정의와 평화를 심는 혁명적 행위이다.   하나님께 감사하는 사람은 결국 이웃에게 책임지는 사람이다. 감사는 머리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손발로, 시간과 재정으로, 친절과 봉사로 드러나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예배다. 유카리스티어, 감사는 단지 말이나 감정이 아니다. 그것은 받은 은혜에 대한 삶 전체의 응답이며, 그 응답은 세상을 향한 사랑과 섬김으로 나타난다. 우리는 매일의 삶 속에서 유카리스티어적 존재로 살아갈 수 있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교회와 사회에서 우리는 모두 세상을 위한 떡이 되어야 한다. 또한 한인들이 이 미국땅에서 받은 은혜를 갚을 시기이다.   [email protected]  이종찬 / J&B푸드컨설팅 대표종교와 트렌드 감사 사랑 유카리스티어 감사 헬라어 유카리스티어 은혜 은총

2025-05-26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모든 게 사랑이었어

고통과 슬픔, 환희도 사랑이었다. 만남과 이별은 시작과 끝이 속절없는 반복이 되고 상처의 흔적이 물안개처럼 앞을 가려도 사랑이 없었다면 허공에 그리는 그림이다. 그대 있었기에 내가 존재하는 것처럼 사랑하고 미워하는 모든 순간은 기적이었다. 사랑이 없었다면 꽃잎에 맺히는 새벽 이슬과 스쳐가는 바람에 서로를 묶지 않았을 것을.   가랑비 내리는 날 우산도 없이 허우적거리며 구멍이 송송 난 가슴을 쓰다듬는다. 사랑으로 총 맞은 흔적은 억겁의 시간이 흘러도 수시로 아프다.   내 꿈은 여류시인이 되는 것이었다. 전국 여고생 백일장에서 ‘백목련’으로 수상했는데 심사를 맡은 김춘수 시인이 대구에서 노천명 같은 시인이 될 거라고 칭찬하셨다. 시인이 못 됐지만 선생님의 말씀은 일생동안 자음과 모음을 가슴에 품고 살게 했다. 길을 잃고 흔들릴 때, 한국 방문이 쓸쓸하고 외로울 때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사랑으로 선생님은 내 이름을 불러 주셨다.    믿음은 어떤 고난과 불행도 견디게 한다. 사랑은 신통력을 가진 주술처럼 심장을 뛰게 하고 자유로운 영혼 되어 성냥개비 하나로 우주를 불태운다.   운명의 물줄기는 여러 가닥으로 흐른다. 대학시절 미 문화원 원장 부인의 한국어 교사로 일 하다가 미국 독립기념파티에서 미 육군 보급사령관을 만나 결혼하고 도미했다. 너무나 엄청난, 어이없는 일이 벌어져 보수적인 지역 문인들의 마른 안주로 입방아에 올리기에 충분했다. ‘주변문학’ 동인 활동을 함께 하던 동지가 내가 결혼할 즈음 간경화증으로 세상을 떠난 것도 ‘가난한 작가의 사랑을 배신하고 부귀와 영화를 위해 백마 탄 남자’를 선택한 시나리오로 둔갑했다.     연인들의 슬픈 사랑 이야기에는 사랑을 위해 목숨 바친 사람과 배신자가 등장한다. 작가 지망생의 뼈를 수장하는 문우들의 슬픔을 담은 중편소설 ‘전리’로 신춘문예에 당선돼 문단에 진출한 작가는 훗날 유명한 영화 감독이 된다. 기억조차 흐릿한 먼 옛날의 추억은 아득하고 멀지만 사랑은 밤하늘의 별처럼 지상으로 내려와 반짝인다.   결혼 후 첫번째 고국여행 때다. 문단의 반항아로 찍힌 나를 측은하게(?) 여긴 선배 시인이 오늘의 작가상을 탄 신예작가 술잔치에 날 데려갔다. 순식간에 인기 문인 반열에 오른 작가가 ‘남편을 사랑 하십니까’라고 물었다. 난감했다. 사랑한다고 말하면 위장된 정답이고 아니라면 부귀영화에 침몰한 여자가 된다.   ‘사랑이 무엇인지 잘 모릅니다. 급한 일이 생겼을 때, 지옥에서도 나를 구출해 줄, 내 머리 속에 제일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남편이라면 사랑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그 대답으로 국민적 사랑을 받은 작가와 끈끈한 인연을 맺게 된다.   모국어는 내 존재의 증명서다. 천국과 지옥에서 지상으로 내려오는 패스포트다. 지상에서 무엇을 추구하며 살 것인지, 살아야 하는 지는 여태 미지수다. 살아있다는 것은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단지 잊히지 않는 작은 눈짓이 되고 싶을 뿐이다.   사랑에는 인센티브(Insentive)가 없다. 성과나 실적에 따라 보상받지 않는다. 사랑은 받은 만큼 주는 것이 아니라 유통기간의 제한 없는 조건 없는 선물이다.   사랑은 무언의 자작극이다. 흉내 낼 수 없다.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한다.분가루를 얼굴에 바르고 비통하고 아름다운 몸짓으로 별들의 아픔을 새기는 광대의 무언극이다. 사랑은 각본 없이 가면 쓰고 목숨 걸고 줄타기 하는 꼭두각시 탈춤이다.   단 한 번의 몸짓으로 막이 내리는, 존재하는 모든 것은 사랑이다. (Q7 Editions 대표)   이기희이기희 하늘 사랑 이야기 국민적 사랑 김춘수 시인

2025-05-20

[혈자리로 보는 세상만사] 어머니의 고황혈<膏肓>, 사랑의 온도

5월은 흔히 ‘가정의 달’이라 불리지만, 그 중심에 있는 날을 꼽으라면 단연 어머니날입니다. 해마다 돌아오는 이날은 우리의 가장 깊은 감정과 기억을 자극합니다. 이 시기마다 저는 『논어(論語)』 안연(顔淵)편의 한 구절을 떠올리곤 합니다.   ‘사랑하면 그가 살기를 바라고, 미워하면 죽기를 바란다(愛之欲其生, 惡之欲其死).’   공자는 이 말을 통해 인간 감정의 간사함, 그리고 애정이 증오로 뒤바뀌는 마음의 허약함을 경계하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말에서 앞 부분만을 떼어내어 곱씹고 싶습니다.   사랑하면, 그가 살기를 바란다고 합니다. 사랑이란 결국, 누군가가 잘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아닐까요. 저는 그 사랑의 가장 높은 형태가 ‘효(孝)’라고 믿습니다. 효는 단순히 부모를 공경하는 윤리적 행위가 아니라, 부모님께서 이 세상에 건강히 살아 계시기를 기원하는 간절한 정성입니다.   효(孝)라는 글자의 기원을 살펴보면 그 의미는 더욱 깊어집니다. 일반적으로는 ‘늙을 로(老)’와 ‘아들 자(子)’의 합자로 알려져 있지만, 어머니가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모습을 본뜬 상형문자에서 유래하였다고도 합니다. 생명을 잇는 행위 자체가 효이며, 그것은 곧 ‘살기를 바라는 사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진료실에서 자주 보는 장면이 있습니다. 진료를 기다리시는 어머님께서 조용히 휴대전화를 들어 전화를 거십니다. “어~ 에미냐? 잘 지내니? 그냥 한번 걸어봤다.”   그리 길지 않은 이 짧은 통화는,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깊은 마음을 담고 있는 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식의 일상에 방해가 될까 염려되어 “그냥”이라는 말을 덧붙이시는 것이지요. 그 안부는 결코 심심해서 걸린 전화가 아닙니다. “네가 괜찮은지만 확인하고 싶다”는, 말 없는 사랑이 그 안에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종종 이런 부모님의 마음을 당연하게 여깁니다. 그러나 그 마음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소리없이 전해지는 사랑이기에 더욱 묵직하고 따뜻합니다.     그 전화 한 통, “그냥 한번 걸어봤다”는 그 말 속에는 “그저 너는 걱정없이 잘 살아만 있어다오”라는 간절함이 스며 있는 것입니다.   어릴 적, 어버이날이면 학교에서 카네이션을 만들고, “나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로 시작하는 노래를 불렀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이 노래는 불교 경전 『부모은중경』의 구절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부모가 자식을 위해 감내하는 열 가지 은혜를 노래한 이 경전은 종교를 떠나 사람이라면 누구나 되새겨볼 만한 귀한 가르침입니다.     이즈음 저는 ‘고황(膏?)’이라는 혈자리를 떠올립니다. 고황혈은 등 뒤 견갑골 아래쪽, 방광경 위에 위치하며 목과 어깨, 등 주변의 근육들과 연관된 자리입니다. 근육의 긴장이나 만성적인 통증 치료에 자주 활용됩니다.   이 혈자리의 의미는 매우 특별합니다. 왜냐하면 이 자리는 누구나 스스로는 손이 닿지 않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 없이는 닿을 수 없는 지점이 생긴다는 사실, 이 고황혈이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셈입니다. 그래서 고황은 단순한 치료점이 아니라, ‘타인의 정성과 관심이 꼭 필요한 곳’입니다.     어머니날 즈음, 멀리 계신 부모님께 “그냥 한번 걸어봤다”고 전화가 오시기 전에 먼저 전화 한 통 드려보시고, 가까이 계시다면 직접 찾아뵙고 고황혈 부위를 손으로 부드럽게 문질러 드려보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그때, 이렇게 말씀드려보시지요. “엄마, 폭삭 속았수다.” 제주도 사투리로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라는 뜻으로 요즘 넷플릭스에서 가장 인기있는 한국드라마 제목입니다. 평소에 차마 표현하지 못했던 감사와 사랑이, 이 말 한마디에 그동안의 소원했던 마음이 다 담길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머니날, 그저 꽃 한 송이와 형식적인 선물로 지나치셨다면 이제라도 “사랑하면 그가 살기를 바란다(愛之欲其生)”는 마음을 행동으로 보여드리는 하루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어머니의 고황에 닿는 손끝이 곧 여러분의 사랑이고, 효(孝)입니다. 강병선 / 침뜸병원 원장혈자리로 보는 세상만사 어머니 사랑 윤리적 행위 불교 경전 견갑골 아래쪽

2025-05-12

장학금으로 이어지는 참전용사들의 끝없는 ‘한국 사랑’

한국 전쟁 때는 자유를 지켜주기 위해 싸웠고, 전쟁이 끝난 후에는 한국의 고아들과 불우 아동에게 장학금을 모아 전달하는 ‘대한민국의 수호 천사’ 같은 단체가 있다.     뉴욕에 있는 ‘한미사랑의재단(이사장 휴버트 리 박사)’이 바로 그 단체다. 사랑의 재단이 올해도 어김없이 장학금을 들고 한국을 찾아간다. 이제는 많이 고인이 된 한국전 참전용사들의 유지를 이어받아, 여전히 어려운 처지에 놓인 한국의 소외 계층 청소년들에게 조용한 응원을 전하고 있다.   올해로 설립 23주년을 맞는 한미사랑의재단은 오는 25일 경기도 양평군을 방문해, 소년소녀 가장과 장애인 학생 등 총 25명에게 1만 달러의 장학금을 전달한다. 이 장학금은 미주 지역 참전용사들과 한인 동포들의 기부금으로 조성되었으며, 양평군이 선발한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직접 수여된다. 전달식은 양평음악회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전달식은 음악회와 함께 거행되며 음악회는 협성대 음대 김미미 교수가 주관할 예정이다.   17일 장학금 전달을 위해 한국 방문을 앞두고 뉴욕중앙일보를 찾은 한미사랑의재단 이호제 총재는 “대한민국이 세계적인 경제 대국이 되었지만, 아직도 도움을 필요로 하는 청소년이 많다”며 “죽는 순간까지 고국의 불우 아동을 돕는 것이 애국의 한 방식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는 공짜가 아니며, 부모 세대의 희생으로 얻어진 것”이라며, 한미동맹의 소중함을 후세가 잊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미사랑의재단은 2002년 뉴욕에서 설립되어 현재까지 경기도 화성, 부천, 인천, 금천구, 의왕시 등 전국 각지에서 소외 청소년들에게 총 27만 달러가 넘는 장학금을 전달해왔다.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는 한미 관계의 가교’를 모토로, 참전용사의 명예를 기리고 다음 세대를 위한 사회 공헌 활동을 꾸준히 펼쳐오고 있다.   참전용사의 헌신과 후손들의 연대가 빚어낸 조용한 연민과 사랑은, 국경을 넘어 진정한 동맹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글·사진=서만교 기자참전용사 장학금 한국전 참전용사들 한미사랑의재단 이호제 한국 사랑

2025-04-17

[문화산책] 시를 사랑하는 정치가 그립다

‘대통령 파면’이라는 대한민국 헌법재판소의 선고는 끝 아니라 시작이라는 말은 맞는 것 같다. 다음 대통령이 정해질 때까지는 상당한 혼란과 대결, 반목, 질시의 거친 소용돌이가 그치지 않고, 한층 더 심해질 것이라는 염려가 매우 크다. 성숙한 민주주의로 가는 성장통치고는 너무 크고 아픈 고통이다.   정치적, 법적으로는 일단 결론 지어진 것으로 보이지만, 국민들의 마음에 새겨진 상처를 치유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마땅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게 필요한 상황이다.   엉뚱한 말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시(詩) 정신을 치유약으로 적극 활용하면 좋겠다는 제안을 하고 싶다. 좋은 사람들의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것이 시를 비롯한 예술의 기능이라고 믿는 것이다. 시가 더럽고 살벌한 세상을 정화하는 일에 한몫하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면 얼마나 고마운 일일까….   물론, 한국 정치판에는 이미 시가 들어와 있다. 실제로, 좋은 시(詩)들이 어지러운 정치판에 불려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는, 걱정스러운 소식도 들려온다.   뜬금없이 등장한 “호수에 뜬 달그림자를 쫓는 격”이라는 시 낭송이 화제가 되는가 싶더니, 지난 3.1절에는 정치인의 기념사에 민족시인 이육사의 시가 동원되었다고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꽃’, 홍준표 대구시장은 ‘절정’의 한 구절을 인용했다고 한다. 다음 대통령 자리를 넘보는 이들의 일이라서 눈길을 끈다.   ‘하늘도 다 끝나고 비 한 방울 내리잖는 그때에도 오히려 꽃은 빨갛게 피지 않는가’-‘꽃’의 한 구절   ‘매운 계절(季節)의 챗죽(채찍)에 갈겨 / 마츰내 북방(北方)으로 휩쓸려오다 /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高原) / 서릿발 칼날진 그 우에 서다 / 어데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 한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 이러매 눈감아 생각해볼밖에 /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보다’-‘절정’의 한 구절   이 시들은 암울한 일본강점기의 절망적이고 극한적인 상황을 끝끝내 이겨내고야 말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현한 이육사 시인의 절창으로 3.1절에는 썩 잘 어울리는 시다. 이 시를 빌려다 쓴 정치인들은 자신의 정치적 상황을 시에 빗대어 호소하려 한 모양이다. 하지만, 평소에 시와는 별 관계없이 싸움질만 일삼던 사람이 뜬금없이 멋진 시 구절을 읊어대니, 영 생뚱맞다.   물론, 시나 문학이 정치에 건강하게 참여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문학이 정치 현실과 무관할 수는 없다. 그래서는 안 된다.   우리 옛 벼슬아치들은 기본적인 시적, 인문학적 소양을 두루 갖춘 선비들이었다. 이방원과 정몽주처럼 시로 정치적 신념을 주고받는 멋을 알았다. 영국의 처칠 수상은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평화상이 아니라 문학상이다.   한국에서도 실제로 정치 무대에서 활약한 문인이 많다. ‘꽃’의 시인 김춘수, ‘겨울공화국’의 양성우 시인, ‘인간시장’으로 유명한 김홍신 소설가 등이 금배지를 달았고, ‘접시꽃 당신’의 도종환 시인은 의원에 장관을 지냈다. 소설가 김한길은 국회의원, 당 대표, 장관 등 여러 개의 감투를 쓴 정치인으로 이름을 날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정식 등단한 수필가로 대접받았다.   결국 문제는, 현란한 미사여구나 겉치레에 그치지 않고, 세상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시, 문학, 예술의 긍정적 힘을 어떻게 살리느냐에 달린 것이다. 즉, 절실한 진정성의 문제다. 시심(詩心)을 소중하게 받드는 정치지도자가 한 사람이라도 더 많아지면 얼마나 좋을까. 희망사항이 너무 거창한가.   다 접어두고, 아주 작고 소박한 부탁 하나만 하고 싶다. 제발 막말, 험한 말, 헛소리, 욕지거리, 삿대질… 좀 그만하시라! 제발, 거짓말은 하지 마시라!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정치가 사랑 한국 정치판 정치적 상황 이육사 시인

2025-04-10

K-POP 스타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한국 과자, 전 세계가 주목

  탑 K-POP 아이돌들이 무대 밖에서 즐기는 간식은 무엇일까?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는 스타들의 취향 중 하나는 바로 ‘먹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글로벌 K-POP 스타들이 사랑하는 간식으로 농심 제품들이 자주 언급되며 눈길을 끌고 있다.     ‘바나나킥’을 사랑하는 스타들-- 제니·아이유·정국   달콤하고 바삭한 식감으로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농심의 대표 스낵 ‘바나나킥’은 케이팝 스타들의 간식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블랙핑크의 제니와 솔로 가수 아이유, 방탄소년단(BTS) 정국이 모두 ‘바나나킥’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팬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블랙핑크 제니는 최근 제니퍼 허드슨 쇼에 출연하여 본인의 ‘최애’ 간식으로 바나나킥을 소개하며 큰 화제를 일으켰다. 또한 방탄소년단 정국과 아이유는 소셜미디어에서 바나나킥을 선보이며 강한 애정을 드러냈다. 특히 얼마전, 아이유는 팬클럽에 아역 배우와 함께 찍은 초대형 바나나킥 사진을 공개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 바나나킥에는 드라마 캐릭터 이름 ‘오애순킥’이 새겨져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이처럼 바나나킥은 글로벌 K-POP 스타들의 최애 간식으로 사랑받고 있다.                                                      새로운 ‘바나나킥’ 맛도 등장! ‘딸기바나나킥’과 신제품 ‘메론킥’ 출시 농심은 이러한 사랑에 힘입어 기존의 인기 제품을 업그레이드한 새로운 맛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기존 바나나킥에서 한 단계 진화한 ‘딸기 바나나킥’과 신제품 ‘메론킥’을 출시하며 주목받고 있다. ‘메론킥’은 기존 바나나킥의 바삭한 식감을 그대로 살리면서, 달콤하고 시원한 메론 맛을 강조한 스낵이다. 메론의 자연스러운 맛이 입 안에서 풍부하게 퍼지며, 여름철 시원한 과일을 먹는 듯한 상쾌함을 선사한다. 기존 바나나킥과는 다른 상큼하고 청량한 맛의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한다. '새우깡’의 매력에 빠진 블랙핑크 로제 이러한 K-POP 셀럽들릐 바나나킥 사랑과 더불어 블랙핑크 로제는 농심의 ‘새우깡’을 사랑하는 팬으로 잘 알려져 있다. 새우깡은 바삭하고 고소한 맛으로, 그 중독성 강한 식감 덕분에 한 봉지로는 만족할 수 없는 스낵이다. 로제는 한 인터뷰에서 “근데 새우깡은 그냥 넘사벽이라서 한국 과자를 고를 수밖에 없네요. 새우깡을 놓을 수가 없어요. 새우깡이 이깁니다”라고 밝히며 새우깡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로제가 즐겨 먹는 새우깡은 그 짭짤하고 고소한 맛 덕분에 해외 케이팝 팬들 사이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새우깡은 한국을 대표하는 간식으로 자리잡으며, 전 세계적으로 많은 팬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바나나킥 & 새우깡 구매처 링크: 바나나킥 (아마존): https://a.co/d/9ay9ke5   바나나킥 (Weee!): https://www.sayweee.com/en/product/Banana-Kick-1-58oz/2070971   딸기 바나나킥 (Weee!): https://www.sayweee.com/en/product/Nongshim-Strawberry-Banana-Kick/2057360?trace_id=61364523-0f12-40e6-8a94-7197f684dfee   새우깡 (아마존): https://a.co/d/iQLLsXU   새우깡 (Weee!): https://www.sayweee.com/en/product/Nongshim-Korean-Shrimp-Crackers/94942?trace_id=b30312aa-355f-4a88-91cf-03bfe7e9007b아이돌 글로벌 바나나킥 사랑 농심 간식 딸기 바나나킥

2025-04-07

[열린광장] 광야를 채우는 첫사랑의 기억

어쩌면 인간은 사랑 이야기에 질릴 법도 하다. 문학, 음악, 예술, 영화는 물론이고, 주변의 감동적인 사랑의 순간들까지, 우리는 이미 충분히 많은 사랑 이야기를 접해왔다. 누구나 가슴속에 사랑 노래 한두 곡쯤, 잊지 못할 사랑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여전히 모든 영역에서 끊임없이 사랑 이야기를 갈망하며 귀 기울이는 것일까.     그 이유 중 하나는 명확하다. 삶의 근원적인 힘이 되어주는, 그 어떤 것으로도 대체 불가능한 사랑을 아직 온전히 경험하지 못한 인간의 깊은 갈증과 아픔 때문일 것이다.   특히 현대 사회의 환경은 인류에게 더욱 절실하게 진정한 사랑과 희망의 증표를 찾도록 요구한다. 임상목회학의 관점에서 볼 때, 현대인은 에른스트 베커의 “죽음 부정의 시대”나 빅터 프랭클의 “의미를 찾아나선 인간”에서 제시된 무거운 주제들과 다시금 마주하고 있다.     피할 수 없는 질병과 죽음을 외면하거나 은폐하려 하고, 내면의 공허함의 이유를 애써 외면하며, 노년을 성숙과 삶의 결실의 계절이 아닌 돌봄과 의존의 대상으로만 인식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연하기 때문이다. 이는 미디어가 묘사하는 노년의 모습에서도 노화 과정과 노인에 대한 편견을 구분하지 못하는 이미지로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현대인은 고독과 아픔 속에서 소진되지 못한 삶을 안타까워하기보다는, 내면 깊숙이 자리한 영혼의 목마름에 적극적으로 응답하며 더 큰 의미를 찾아 나서야 한다.   인류는 어김없이 새로운 사순절을 맞이하여 40일간의 거룩하고 헌신적인 사랑에 대한 묵상의 여정을 시작했다. 학생, 직장인, 질병과 싸우는 환자, 새로운 인생을 맞이한 은퇴자, 타지에서 헌신하는 이, 그리고 남모르는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이 40일간의 묵상 여정에 동행하자.   동시에, 올해의 사순절 여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감사히 여기며 시작하자. 또 다른 사순절은 우리가 원한다고 해서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묵상의 시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선물이다. 이 기간을 통해 우리는 역사적인 첫 부활절 새벽의 기쁨과 소망을 더욱 깊이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이러한 특별한 시간이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하다.   성경은 그 소망의 언약을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사랑은 여기 있으니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한 것이 아니요 오직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사 우리 죄를 위하여 화목제로 그 아들을 보내셨음이니라. 사랑하는 자들아 하나님이 이같이 우리를 사랑하셨은즉 우리도 서로 사랑하는 것이 마땅하니라.”   만약 누군가가 우리 대신 갚아야 할 빚을 “전액 완불”해 주었다면, 우리는 그날부터 시작된 새로운 삶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현대라는 광야에서 길을 잃을 때, 우리에게 먼저 베풀어주신 그 거룩한 “먼저 사랑”에 의지하며, 이전보다 더욱 풍성한 은혜가 우리 마음속에 가득 채워지는 사순절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김효남 / HCMA 원목협회 디렉터열린광장 첫사랑 광야 사랑 이야기 사순절 여정 묵상 여정

2025-03-30

발달장애인 사랑의 축제 3000불 지원

오렌지카운티 한인라이온스클럽(회장 이승일, 이하 라이온스클럽)이 발달장애인을 위한 사랑의 마당 축제를 위해 3000달러를 기부했다.   라이온스클럽 이승일 회장과 전현식 홍보위원장은 26일 가든그로브의 본지 OC사무실을 방문해 본지 산하 비영리기관 해피빌리지 김장호 국장에게 기금을 전달했다.   이로써 라이온스클럽은 사랑의 마당 축제를 위해 올해까지 6차례에 걸쳐 총 1만8000달러를 기부했다. 이 회장은 “회원 모두 행사 취지에 깊이 공감하고 있어 처음 인연을 맺은 이후 매년 빠지지 않고 돕고 있다. 앞으로도 사랑의 마당 축제는 계속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라이온스클럽 측은 봉사위원회(위원장 에디 변) 주도로 5월에 열릴 행사 당일 배식 봉사에 나선다. 이 회장은 “회원들이 부부 동반으로 봉사할 것이다. 지난해 16명이 봉사했는데 올해는 그 이상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장호 국장은 “라이온스클럽이 매년 도움을 줘 감사하다. 이 기금으로 축제 참여자들을 위해 불고기 200인분을 제공하고 경품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사랑의 마당 축제는 매년 5월과 12월, 남가주에서 장애 사역 활동을 하는 교회, 단체들이 연합해 치르는 행사로 발달장애인과 가족, 후원자 등이 한데 어우러져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행사다.   오는 5월 17일(토)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부에나파크 중학교(6959 Knott Ave, Buena Park)에서 열릴 제41회 축제는 ANC 온누리교회, 밀알선교단, 해피빌리지, 풀무원이 공동 주관한다. 라이온스클럽은 한미은행, 로열 비즈니스 뱅크, 미주복음방송, 캐러밴 캐노피와 함께 특별 후원한다.   김 국장은 “올해 축제에 약 1500명이 참여할 것으로 보이며, 여러 교회와 단체가 풍성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댄스 파티를 포함한 흥겨운 프로그램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현식 홍보위원장은 “발달장애인들이 모처럼 탁 트인 공간에 모여 축제를 즐기며 활짝 웃는 모습을 보면서 봉사에 참여한 회원들 모두 기쁨과 뿌듯함을 느꼈다. 올해 축제에서도 열심히 봉사하겠다”고 말했다.   사랑의 마당 축제를 위한 기부를 포함한 문의는 축제 조직위원회(562-229-0001), 해피빌리지(213-368-2630)로 하면 된다.   한편, 올해 창립 48주년을 맞은 라이온스클럽은 매달 두 번째와 네 번째 토요일 정기 모임을 갖고 친목을 다지며 봉사하고 있다. 가입 문의는 이원희 총무(562-355-6676)에게 하면 된다. 임상환 기자발달장애인 사랑 발달장애인과 가족 축제 참여자들 축제 조직위원회

2025-03-26

[심리만화경] 사랑은 노력이고 기술이다!

편의점 앞을 지나는데 알록달록한 현수막이 눈에 띈다. ‘화이트데이!’ 진열장에 놓여있는 각종 사탕들. 평소 사탕을 먹지 않는 아내지만, 오늘만은 예외일 것이다.   화이트데이. 일본에서 시작되었다는데, 원래는 밸런타인데이에 여성이 남성에게 초콜릿으로 사랑을 고백하면, 남성이 한 달 뒤 흰 초콜릿, 흰 사탕, 흰 손수건 등 흰색의 물건으로 자신의 마음을 대답하는 날이라고 한다. 요즘에는 고백과 상관없이 남성이 연인에게 사탕을 선물하는 날로 정리된 듯하다.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 챙겨야 하는 게 뭐가 이리도 많은지. 사랑도 쉽지 않다.   그런데 원래 사랑은 어렵다. 사랑이 쉽다면, 왜 많은 사람이 눈물을 흘리며 사랑의 상처에 괴로워하겠는가? 사랑은 단순히 마음 하나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배려·책임·존경·이해가 어우러진 종합 예술이다. 그래서 에리히 프롬은 사랑을 배우고 연습하고 노력해야 하는 ‘기술’이라고 했다.   심리학자인 스턴버그는 ‘사랑의 삼각형 이론’에서 완전한 사랑을 하기 위해 필요한 3가지 요소로 열정·친밀, 그리고 헌신을 꼽았다. 헌신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모든 종류의 노력을 이야기한다. 열정과 친밀의 마음이 있어도 헌신이 없는 사랑은 낭만적 사랑에 그칠 뿐이다.   가장 쉽고 흔한 노력은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걸 꼭 말로 해야 알아?”라고 반문하기도 하지만, 사실 말하지 않고 표현하지 않으면 어찌 알 수 있겠나. 사랑만이 아니다. 원래 보이지 않는 것은 그 존재를 확인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반지로 혹은 기념일의 선물로 사랑의 존재를 눈으로 확인하길 원한다.   가장 사랑하는 가족에게조차 상처를 줄 만큼 우리는 사랑의 기술에 서툴다. 어색해도 사랑의 마음을 표현하는 노력은 해야 하지 않을까. 화이트데이의 사탕은 아니더라도, 오늘 사랑하는 사람에게 꽃 한 송이라도, 커피 한잔이라도, 아니면 ‘고마워, 사랑해’ 말 한마디라도 건네보면 좋겠다. 최훈 / 한림대 교수심리만화경 사랑 노력 낭만적 사랑 평소 사탕 각종 사탕들

2025-03-25

[문장으로 읽는 책] 일인칭 단수

“네. 저는 어디까지나 원숭이지만, 절대 천박한 짓은 하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여자의 이름을 내 것으로 삼는다-그것만으로 충분합니다. 분명 성적 욕망이 깔린 악행이기는 하지만, 동시에 지극히 깨끗하고 플라토닉한 행위이기도 합니다. 저는 마음속에 있는 그 이름을 그저 남몰래 혼자 사랑할 뿐입니다. 마치 부드러운 바람이 초원을 가만히 훑고 지나가듯이.”   “흐음.” 나는 감탄해서 말했다. “하긴, 어찌 보면 궁극의 연애라고도 할 수 있겠어.” “네, 그것은 어찌 보면 궁극의 연애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동시에 궁극의 고독이기도 합니다. 말하자면 동전의 양면인 셈이지요. 그 둘은 꼭 달라붙어서 영원히 떨어지지 않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일인칭 단수』   하루키가 지난 2020년 내놓은 책이다. ‘나’라는 일인칭 단수 시점으로 그린 8편의 사랑 얘기, 6년 만에 펴낸 단편집이다. 최근 들어 하루키 월드에 심드렁해 하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천만에, 하루키는 하루키다.   인용문은 ‘시나가와 원숭이의 고백’의 일부다. 온천 료칸의 종업원으로 일하는 ‘말하는 원숭이’와 만난 나는 염력을 사용해 사랑하는 여자의 이름을 훔치는 원숭이의 사랑법을 듣는다. 사랑할수록 외로워지는 사랑의 모순을 그린 우화다.   ‘돌베개에’의 주인공 나는 “사람을 좋아한다는 건 보험 적용이 안 되는 정신질환이랑 비슷해”란 여자의 말을 떠올린다. 모든 건 먼지처럼 다 사라졌고, 여자가 지어 보낸 몇 편의 하이쿠만이 남았다. “벤다/베인다/돌베개/목덜미 갖다대니/보아라, 먼지가 되었다” 양성희 /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문장으로 읽는 책 일인칭 단수 일인칭 단수 사랑 얘기 무라카미 하루키

2025-03-19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그대 있음에 내가 있으니

허생원은 젊은 시절 꽤나 돈을 모은 적도 있었지만 노름으로 다 날리고 집도 절도 없이 이곳 저곳을 떠도는 장돌뱅이다. 하지만 지난날 봉평 물레방앗간에서 마을 처녀와 보낸 하룻밤은 아득한 그리움으로 남아 있다.   무더운 여름 조선달과 봉평장을 파하고 가던 길에 충주집에서 애송이 장돌뱅이 동이와 시비가 붙어 손찌검을 한다. 그날 밤 하얀 메밀꽃이 소금을 뿌린 것 같이 산골 언덕배기를 수놓고 달빛마저 머금은 몽한적인 풍경 속을 세 사람은 장터로 떠난다. 이럴 때마다 허생원은 그 옛날 봉평에서의 애틋한 추억을 떠올린다.   냇가를 지나다 미끄러져 동이에게 업혀 그의 과거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동이가 왼손잡이인 걸 보고 아들임을 눈치채며 감회에 사로 잡힌다.   이효석의 단편 ‘메밀꽃 필 무렵’은 소설의 영역에서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한 작품으로 서정적이고 시적인 표현으로 가슴 저미는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누군가를, 무엇인가를 가슴에 품고 사는 사람은 헤어져도 마냥 슬프지 않다. 긴 겨울 밤 삭풍에 문풍지 해져도 사랑은 얼어붙은 심장에 따스한 피를 돌게 한다.   사랑은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해답이다. 사랑은 천만 개의 언어와 백만 개의 꽃송이로 살아있는 모든 것들에게 생명의 꽃을 피운다.   외나무 다리에서 마주쳐도 사랑은 사랑을 위해 길을 터준다. 내 것이 아닌 것이 내 것이 되는 순간 타인의 존재가 내 삶의 무게와 합해진다. 사랑은 길이가 아니라 무게다. 가슴 뚫고 지나가는 바람이 허수아비라 해도 사랑은 추수가 끝난 들판에서 영원히 그대를 기다린다.   산다는 것은 허공에 떠 있는 것이 아니라 발을 땅에 굳건히 딛고 누군가를 위해 빛이 되고 그림자가 되는 일이다. 홀로 있어도 외롭지 않고, 함께 있어도 넘치지 않는 사랑으로 서로의 가슴을 끈으로 묶는다.   길을 떠났다. 빈자리를 채워 줄 무엇인가를 찿기로 했었다. 빈 손으로 돌아왔다. 연민과 그리움으로 가득 찬, 손에 잡힌 연날리기 줄을 놓아버리면 사는 것이 한결 자유로워진다. 뒤척임을 끝맺으면 별들이 어둠과 작별하는 새벽이 온다.   다시 시작 할 무엇이, 사랑할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은 얼마나 큰 행복인가.   존재하는 것들의 은밀한 의미를 깨닫지 못한다 해도 그대 있음에 내가 있다면 나의 존재는 살아가야 할 충분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존재(存在)’는 정신적인 ‘존’(存)함과 물질적인 ‘재’(在)함을 포괄하는 단어다.   실존하는 모든 것은 존재한다. 존재는 실존의 객관과 주관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눈을 뜨면 다시 저녁이 오기를, 하루가 시작되지 않기를 바라는 아픔으로, 기대도 희망도 없이 허무의 일기장에 낙서 하며, 삶의 목적과 존재의 이유를 묻는다 해도 살아있는 것만큼 소중한 기적은 없다.   강력한 부정은 긍정으로 가는 첫 단추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존재한다는 사실 만큼 정신적이고 물질적이며 살아가야 할 구원의 희망을 준다.   연결되지 않는 삶은 없다. 사랑은 모든 관계를 잇는 구심점이다. 내가 없으면 너도 없듯이 그대 사랑은 절뚝거리며 인생의 먼 길을 걷게 한다.   존재하는 것이 한 때 피어나고 사라지는 꽃잎 송별이라 해도, 메밀꽃 필 무렵 그대 손잡고 꿈결 같은 꽃 길 떠나는 사랑의 흔적으로 남는다. (Q7 Editions 대표)   이기희이기희 하늘 그대 사랑 장돌뱅이 동이 가슴 저미

2025-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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