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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간 LA에 살던 엄마, 자진 출국 택한 사연

로스앤젤레스에서 36년간 거주해온 한인 이민자 레지나(Regina, 51세)가 최근 강화된 이민 단속을 우려해 자진 출국을 선택하고 멕시코로 떠났다. 가족과의 이별 장면을 담은 딸의 영상이 SNS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레지나는 1989년 남가주에 정착해 봉제공장에서 일하며 세 자녀를 키웠으며, 현재는 세 손주의 할머니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연방정부의 대규모 이민 단속이 본격화되면서 일상적인 외출조차 불안해하던 그는 “삶의 통제권을 스스로 지키기 위해” 떠나기로 결정했다.   그의 딸 줄리 이어(Julie Ear)는 “엄마는 누군가 집에 들이닥칠까 두려워했고, 운전을 하다가 단속에 걸릴까 봐 차도 몰지 못했다”며 “공포 속에 사느니 스스로 선택한 삶을 살겠다는 결정을 내리셨다”고 밝혔다.   지난 6월 7일, 가족은 함께 멕시코 티후아나로 이동했고, 레지나는 멕시코시티행 편도 비행기를 타고 미국을 떠났다. 줄리는 이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해 소셜미디어에 게시했고, 해당 영상은 수백만 회 이상 재생되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레지나는 연방정부가 운영 중인 자진 출국 지원 프로그램 ‘프로젝트 홈커밍(Project Homecoming)’의 1,000달러 지원금도 거절했다. 줄리는 “그 프로그램은 마치 덫처럼 느껴졌고, 정부가 모든 권한을 쥐게 되는 것이 두려웠다”고 말했다.   멕시코에 도착한 후, 레지나는 22년 만에 자신의 친정어머니와 감격적인 재회를 가졌다. 줄리는 “이별은 가슴 아팠지만, 엄마가 주도적으로 삶을 선택했다는 사실에 의미가 있다”며 “곧 엄마를 다시 만나러 갈 것”이라고 전했다.   레지나는 세 자녀와 세 손주를 남겨두고 떠났으며, 가족은 온라인을 통해 이민자 가정의 현실을 알리고 있다. AI 생성 기사엄마 자진 엄마 자진 자진 출국 한인 이민자

2025-06-14

엄마의 심정으로 주는 장학금…엄마의 마음 장학 재단

엄마의 마음 장학재단(대표 김명숙, 이하 재단)이 장학금 신청을 받는다. 재단은 지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121명의 학생에게 총 12만4000달러의 장학금을 수여했다. 올해도 10여 명에게 1인당 1000~1500달러를 지급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어려움 속에서도 자녀 교육에 정성을 쏟는 엄마의 마음으로 장학금을 주고 있다. 특히 홀부모 자녀는 특별 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11회 장학생 신청 자격은 현재 대학교 또는 대학원에 재학 중이거나, 입학이 허가된 미국 거주 풀타임 학생에게 주어진다. 박사 과정 학생은 제외된다.   신청 접수 마감일은 7월 5일이다. 재단 측은 심사를 통해 장학생을 선발하고 8월 초까지 장학금 수표를 우송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학금 수여식은 따로 열리지 않는다. 장학금을 받은 학생은 재단에 감사 편지를 보내야 한다.   장학금 종류는 ▶홀부모 자녀 장학금 ▶목회자, 선교사 자녀 장학금 ▶신학생 장학금 ▶일반 장학금 등 네 가지다.   제출 서류는 장학금 신청서, 에세이, 성적표, 추천서, 지난해 세금보고, 재정 확인서 등이다. 신청서는 웹사이트(mmhsf.org)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신청 서류는 우편(PO Box 6214, Buena Park, CA, 90622)으로 제출해야 한다. 재단 측은 “서류 준비가 미흡한 경우, 장학생 선발 심사에서 제외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재단은 지난달 31일 부에나파크의 브릿지웨이 가정상담소에서 장학기금 마련을 위한 후원의 밤 행사를 가졌다. 장학금 또는 후원 관련 정보는 웹사이트에서 찾아볼 수 있다. 문의는 전화(714-402-6482)로 하면 된다. 임상환 기자장학금 엄마 신학생 장학금 장학금 신청 장학금 수여식

2025-06-04

엄마는 치과, 나는 피부과… 온 가족이 찾은 ‘K-헬스 투어’

최근 미국 내에서 고가의 의료 서비스와 긴 대기 시간으로 불편을 겪는 환자들이 증가하면서, 한국을 방문해 진료를 받는 ‘의료관광’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특히, 개별 환자 중심에서 벗어나 가족 단위로 함께 한국을 방문해 각각 다른 분야의 진료를 동시에 해결하는 ‘K-헬스 패밀리 투어’ 형태가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한 미국 LA거주 가정의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60대 어머니는 한국에서 임플란트 시술을 받고, 딸은 피부과에서 색소 치료 및 레이저 시술을 받았으며, 손주는 알레르기 검사를 진행했다. 이 가족은 단 2주간의 체류로 다양한 진료를 병행하면서, 미국에서 받는 비용의 절반 이하의 예산으로 모든 치료를 마쳤다.   한국의 의료 시스템은 고도로 디지털화된 예약 시스템, 진단의 정확성, 그리고 신속한 시술 체계를 기반으로 외국인 환자들에게 높은 만족도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치과와 피부과는 비급여 중심의 진료로, 보험 적용이 어려운 미국 내 상황에 비해 한국에서의 비용 부담이 현저히 낮다.   대표적인 사례로 치과 임플란트 시술을 들 수 있다. 미국치과협회(American Dental Association)와 WebMD 등에 따르면, 미국에서 임플란트 1개당 평균 비용은 다음과 같다: • 진단 및 엑스레이: 약 $100~$300 • 임플란트 시술: 약 $3,000~$4,500 • 크라운 및 보철물 비용: 약 $1,000~$2,000 =〉 총 비용 평균: $4,000~$6,500 (한화 약 550만~900만원)   반면, 한국에서는 동일한 조건의 임플란트 시술이 평균 150만~250만원 수준에서 가능하다. 일부 지역 중소형 치과의 경우 100만원대 후반 가격도 가능하며, 대형 병원 기준으로도 200만원 전후에 고품질 시술을 받을 수 있다. 총 비용은 미국 대비 약 60~80% 절감되며, 체류비와 항공료를 포함해도 여전히 미국보다 경제적이다.   피부과 시술에서도 차이는 분명하다. 미국에서 프락셀, IPL, 피코 레이저 등 색소·모공 치료는 1회당 평균 $300~$600(한화 약 40만5회 이상 진행되는 경우 전체 비용은 $2,000(약 270만원)을 넘기는 경우가 많다.   반면 한국에서는 동일한 고급 레이저 시술을 포함한 패키지 기준으로 3~5회 구성 시 100만~150만원 선에서 치료가 가능하며, 시술 기술력 또한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가족 단위로 한국 의료를 찾는 또 다른 이유는 ‘의료+관광’의 결합이다. 주요 병원들은 외국인 전용 진료센터를 통해 다국어 서비스를 제공하며, 의료 일정 사이에 문화 체험이나 관광 일정을 함께 구성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서울, 부산, 제주 등 지역별로 의료 특화 서비스와 관광 자원이 결합된 형태의 ‘헬스 투어 패키지’가 정착되고 있다.   미국 환자들의 경우 보험 미적용으로 부담이 큰 성형외과, 피부과, 치과, 안과, 건강검진 분야의 수요가 높으며, 최근에는 아토피, 비염, 만성질환 관리까지 가족 건강 전반을 다루는 방향으로 의료관광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 번의 방문으로 다수의 진료 과목을 연계해 상담과 치료를 진행할 수 있는 ‘패밀리 헬스케어 프로그램’이 각 병원에서 주목받고 있다.   정부 역시 이러한 수요를 뒷받침하기 위한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한 전담 의료비자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한국관광공사는 각국의 여행사 및 글로벌 보험사와 협력해 의료관광 콘텐츠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가족 단위 의료관광객의 증가에 맞춰, 소아 진료 통역, 시니어 환자 전용 이동 서비스, 숙박 연계 지원 프로그램 등도 확대되고 있다.   2023년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통계에 따르면, 한국을 찾은 외국인 환자 중 가족 단위 방문 비율은 전체의 약 18%로, 전년 대비 9.4% 증가했다. 특히 미국, 캐나다, 호주 출신 환자 중에서는 2인 이상 동반 진료 비율이 35%에 달해, ‘1인 치료 목적’에서 ‘가족 건강 관리 목적’으로의 전환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흐름 속에서도 고려해야 할 점은 존재한다. 가족 단위 진료를 위한 일정 조율의 복잡성, 개별 진료 항목별 준비서류, 사전 건강 기록 확보 등은 여전히 환자 측의 부담 요인으로 남아 있다. 이에 따라 병원 측에서는 사전 화상 상담, 다과목 연계 진료 예약 시스템, 전용 코디네이터 배정을 통해 환자 편의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국의 의료는 이제 단순한 ‘진료’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치료와 미용, 예방과 관리, 문화와 회복이 결합된 헬스 투어는 미국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신뢰할 수 있는 의료 품질과 체계적인 시스템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최근에는 단순한 치료 목적을 넘어, 가족이 함께 건강을 관리하는 여행을 계획하는 미국 환자들의 문의가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한번 시술로 5년 젊어져” 한국방문 필수 코스로 인기 외국인 환자 117만 명 돌파…한국, 의료관광 중심국으로 부상  치과 비용 비교 “한국서 치료 받으면 얼마나 쌀까?”피부과 엄마 치과 임플란트 임플란트 시술 외국인 환자들

2025-06-02

남매 데리고 도주 한인 살인혐의 수배…아이들 엄마 숨진채 발견

지난해 새크라멘토에서 자신의 자녀인 두 남매를 데리고 사라진 캠론 이(39·사진)씨가 살인 혐의로 수배됐다. 〈본지 2024년 7월 12일자 A-2면〉   새크라멘토 경찰국은 9일 “새로운 단서가 발견됨에 따라 이씨를 살인 혐의로 수배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ABC10뉴스는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씨의 집에서는 지난해 7월 안젤리카 브라보라는 여성의 시신이 발견됐다. 이 여성은 이씨의 여자친구이자 실종된 두 남매의 엄마로 밝혔졌다. 부검 결과 브라보의 몸에서는 타박상과 찰과상, 질식 흔적 등이 발견됐지만, 정확한 사인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후 경찰은 브라보의 두 자녀 아테나(4)와 마테오(3) 남매가 실종된 사실을 확인하고 수색에 나섰다.   이씨는 사건 직후 두 자녀와 함께 자취를 감췄으며, 현재 남가주 또는 멕시코에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새크라멘토 경찰국 앤서니 갬블 대변인은 “살인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돼 연방수사국(FBI)과의 공조를 통해 멕시코까지도 수색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씨의 소재나 남매에 대한 제보를 당부했다.   ▶제보: 새크라멘토 경찰국(916-808-0560)     강한길 기자 [email protected]살인혐 남매 도주 한인 새크라멘토 경찰국 아이들 엄마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 미국 LA뉴스 LA중앙일보 강한길 미주중앙일보 멕시코 남가주 실종

2025-04-10

“한국 사회가 직면한 보편적 고민 담았다”

지난 4일 오후 3시 시카고 다운타운 더 화이트홀 호텔에서는 시카고서 열리고 있는 아시안 팝업 시네마(Asian Pop-Up Cinema)의 ‘2025 한국 영화 쇼케이스’에 초청된 작품 ‘딸에 대하여’의 감독 및 배우와 함께 하는 특별 인터뷰가 열렸다.     영화 ‘딸에 대하여’는 2007년 출간된 동명의 장편소설을 원작으로, 중년 여성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 낸 작품이다.     이번 영화는 이미랑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으로, 이 감독은 “나이가 들어가는 삶의 과정 속에서 이 작품을 만나 의미 있었다”며 “문학 언어를 영화 언어로 어떻게 전환할지 고민하며 작업에 임했다”고 전했다.   ‘폭삭 속았수다’, ‘더 글로리’, ‘펜트하우스’ 등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한 주연 배우 오민애는 기존의 강렬한 이미지와는 달리 조용하고 현실적인 한국 엄마 역할을 맡으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그는 “굉장히 섬세한 감정선이 매력적인 시나리오였다. 연기하면서도 편안하게 다가올 수 있는 인물로 10년 전 취득한 요양보호사 자격증이 있어 배우로서 자연스럽게 역할에 몰입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영화 ‘딸에 대하여’는 딸의 동성 연애, 비정규직 문제, 노년의 고독 등 현대 한국 사회가 직면한 보편적인 고민들을 담아냈다. 이 감독은 “이 영화는 결국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며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는 시대에 따뜻한 위로와 공감을 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해외 영화제에서의 반응에 대해 이 감독은 “동성 연애라는 소재가 특별하게 부각되는 영화가 아니라 많은 관객이 엄마와 딸의 관계, 가족 같은 관계, 노년의 삶에 감정 이입하며 봐준 점이 인상 깊었다”고 전했다   향후 활동에 대해 이미랑 감독은 “이번 작품보다 더 성숙한 이야기로 다시 찾아뵙고 싶다”며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고, 오민애 배우 역시 “해외 배우들과 함께 작업해 보고 싶다는 꿈을 진지하게 품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영화 ‘딸에 대하여’는 지난 6일 오후 3시, 시카고 AMC NEWCITY 14에서 아시안 팝업 시네마 ‘2025 한국 영화 쇼케이스’의 일환으로 상영됐다.     이날 상영회에는 오민애 배우, 이미랑 감독 외 김정한 시카고 총영사, 소피아 웡 보치오(Sophia Wong Boccio) 아시안 팝업 시네마 디렉터가 참석, 관객들과의 질의응답 세션도 마련돼 소통하는 시간도 가졌다.     Luke Shin한국 사회 한국 영화 한국 엄마 현대 한국

2025-04-07

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창가에 앉아 뒤란을 바라보고 있어요. 초록빛을 띠는 잔디가 봄을 성큼 데리고 온 느낌이어요. 나뭇가지 끝에는 도톰한 잎눈이 맺혀 있어 언제라도 연둣빛 잎사귀를 내밀 준비를 마친 듯해요. 릴리와 부추는 손가락만큼 씩이나 벌써 싹을 내밀었어요. 테크 문을 열고 나가 보니 봄바람이 얼굴을 스쳐요. 이만큼 가까워진 봄의 생기가 뜰 안 가득 퍼져와요. 노랗게 꽃 피울 달맞이 꽃무덤이 보이는 듯해요. 하얀 꽃잎을 기지개 켜듯 피워낼 데이지의 가느다란 줄기가 서로에게 기대며 바람에 흔들리는 꿈을 꾸어요. 뭉쳐 있는 낙엽을 줍고, 흙을 고르며 봄날 아침을 마음에 담고 있어요. 기다림의 끝에서 꽃신 신고 오는 당신을 만나요.   당신 손길 같은 봄날   1  아직 멈추지 않고 살아있음을 알게 해준 봄 / 끝이 있으면 시작이 찾아옴을 알려준 / 기억이라는 선물을 펼쳐 보여준 봄 / 작은 관심에 큰 기쁨으로 되돌려준 / 조용한 침묵의 기다림을 알게 해준 / 성실하게 반응하는 법을 가르쳐준 / 나의 권리를 포기할 수도, 나의 권리를 주장할 수도 있음이 당연함을 알게 해준 봄 / 나를 상실할 수 있었음에도 대지의 몸으로 다시 뜨겁게 달궈준 / 신비한 생명의 끈질김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해준 / 창조주의 손길이 엄마의 손길과 닮아있음을 느끼게 해준 / 잃어버릴 뻔한 색깔들을 되찾게 해준 / 흉내와 진심을, 죽음과 삶을, 구별해 보여준 / 방황과 포기의 날에 살아가는 이유를 알게 해준 봄 / 울타리를 열고 다른 세상의 문을 들여다보게 해준 / 느낌과 감정에 자유의 언어를 부여해 준 /  우주 속 소우주가 펼쳐지는 뒤란의 / 그리운 사람의 마음을 마구 훔쳐 가는 / “뭐야 이거?” , “이게 뭐지?” 하면서 빠져드는 봄 / 온통 당신 눈물로 맺힌 봄, … 봄   2 엄마 부르면 먼 길 가셨는데 눈 녹듯이 마음속에 피어나 종일 가슴에 삽니다   언제 어디서라도 엄마 부르면 가슴부터 웁니다 봄이 다소곳이 기대와 두 눈에 눈물 고입니다   엄마 목소리 들려 동구 밖으로 나가보니 출렁이는 백열등 아래 엄마 손이 약손이다 아픈 곳 쓸어주는 봄바람   엄마 부르면 먼 길 가셨는데 봄 오듯이 뒤란 가득 피어나 평생 가슴에 삽니다   3 끝난 것이 아니라 다시 시작이다 / 살아가는 반경은 작고 심플하게 / 포용과 사랑의 온도는 더 높고, 뜨겁고, 빛나게 / 감성은 꽃을 피우듯 풍요롭지만 절제되게 / 삶의 무게는 날아 오르는 새의 무게만큼 가벼웁게 / 내 마음을 물들인 단풍처럼 더 붉게 타오르면서 / 촛불같이 자신을 태워며 사라져도 환하게 비추면서 / 땀을 비 오듯 마지막 구간을 달리는 마라토너처럼 / 끝난 것이 아니라 매 순간 다시 사는 것처럼 / 해와 달이 함께 떠 있는 날에도 슬퍼하지 말고 / 무슨 일이 일어난 듯 허둥대지 말고 / 이슬로 깨어나는 당신의 아침을 맞으면서 / 연두의 입눈을이 터지는 설레임으로   4 나에게 오셔요 반짝이며 날 이끌어 주셔요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요 사라질 어둠을 나는 알지요 이제 먼동이 트면 당신은 원래의 모습으로 녹아질 테니 오시려거든 빛으로 오셔요 당신을 쳐다볼 수 없지만 천지에 가득한 봄은 공허한 가슴을 채워주네요 소리 없이 다가와 바람 속에서도 나를 흔드는 하늘 가득 당신이어요   내 안에 살게 가만두셔요 지난겨울 눈꽃처럼 흐드러지게 필 시간이어요 한겨울 죽은 듯 숨죽여 봄을 피운 당신 아닌가요 삶의 흔적, 기대의 자리마다 흐른 시간이 거름 되어 가지마다 터질 듯 피어날 봄 내 안에 살게 가만두셔요 흔들릴수록 아픔은 희망으로 움 틀 터이니 가만히 바라만 보셔요 일제히 눈꽃처럼 피어날 봄날 기적앞에 당신이 있어요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 풍경 엄마 목소리 봄날 기적앞 흔적 기대

2025-03-25

[우리말 바루기] 밤낮이 바꼈다고요(?)

초보 엄마·아빠에게 육아는 예측 불능의 가시밭길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힘든 것을 물어 보면 수면 부족이라 답하는 이가 많다. 육아 관련 게시 글을 보면 “아기가 밤낮이 바껴서 한숨도 못 잤어요” “밤에 보채는 아기 때문에 저도 밤낮이 바꼈어요” 등과 같이 고민을 토로하는 것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바뀌다’를 활용할 때 위에서와 같이 ‘바껴서’ ‘바꼈어요’로 쓰는 사람이 있다. ‘바뀌어서’ ‘바뀌었어요’는 길어서 쓰기 불편하다고 생각해 줄여 사용하는 것일 테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바껴서’ ‘바꼈어요’를 분석해 보면 ‘바끼+어서’ ‘바끼+었어요’의 형태다. 즉 ‘바끼다’에 ‘-어서’ ‘-었어요’를 붙였다. 그러나 ‘바끼다’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으므로 ‘바껴서’와 ‘바꼈어요’는 성립할 수 없다.   ‘바뀌다’의 어간 ‘바뀌-’에 ‘ㅓ’를 붙여 줄여 쓸 경우 ‘ㅟ’와 ‘ㅓ’가 합쳐져야 하는데 이를 표기할 수 있는 한글은 없다. 다시 말해 ‘ㅟ’와 ‘ㅓ’는 합쳐지지 않으므로 ‘바뀌다’에 ‘ㅓ’를 붙여 활용할 땐 ‘바뀌어서’ ‘바뀌었다’로 적어야 한다.   이는 ‘할퀴다’와 ‘사귀다’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아기가 얼굴을 손톱으로 할켰어요” “비슷한 또래의 아기 친구 엄마를 사겼어요” 등처럼 쓰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이 역시 ‘할퀴었어요’ ‘사귀었어요’가 바른 표현이다.우리말 바루기 밤낮 아기 친구 아기 때문 초보 엄마

2025-03-13

아이들의 싸움 어른 세계로 확장, 진실은 사라졌다

아카데미상과 더불어 영화 산업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의 양대 산맥을 이루는 칸 영화제의 최고상은 영화제 공식 경쟁 부문의 최우수 장편 영화 감독에게 수여되는 ‘황금종려상(Palme d’Or)’이다.     칸 영화제는 보수적인 성향의 아카데미상에 비해 전통적인 영화 제작 방식에서 벗어나 독창적인 시각을 보여주거나, 사회적, 정치적 이슈를 다룬 영화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영화 예술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강조하며, 독립 영화 분야의 신인 감독들에게 그들의 존재를 세상에 알릴 기회를 제공한다.     ‘주목할 만한 시선상(Un Certain Regard)’은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선정된 감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감독들의 작품, 또는 실험적인 영화들에게 ‘주목’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제정된 상이다. 그 외 최우수 신인 감독상에 해당하는 ‘카메라 도르상(Camera d’O, 황금카메라상)’이 있다. 경쟁부문 참여작들 중 신인 감독의 데뷔작들에서 수상작을 선정한다.     2025년 아카데미 국제영화상 부문 노르웨이의 출품작이기도 했던 ‘아르망’은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최초 공개되었고,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했다.     영화를 연출한 할브단 울만 톤텔 감독은 스웨덴의 거장 잉마르 베리만과 노르웨의의 전설적 배우 리브 울만의 손자로, 영화 ‘아르망’에는 할아버지가 연출하고 할머니가 주연한 ‘페르소나’에 대한 헌시인 듯한 장면들이 많다.     잉마르 베리만의 실내극 양식으로 진행되면서 톤델의 독특하고 현대적인 감성과 색감이 더해진 ‘아르망’은 철저하게 계산된 촬영 기법과 사운드가 심리를 파고든다.     영화는 학교 내에서 6살 난 남자아이 아르망과 존의 다툼으로 시작된다. 교장은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아르망의 엄마 엘리자베스(레나테 라인스베)와 피해 학생 존의 부모 사라(엘렌 도리트 페테르젠)와 앤더스를 소환한다. 아이들의 이야기가 충돌하고, 그들의 관점이 충돌하고, 누구의 잘못인가에 대한 어른들의 확신이 흔들린다.   사라와 앤더스는 아르망이 자기 아들을 성희롱했다고 주장한다. 가해자로 의심되는 아르망의 엄마 엘리자베스는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한다. 그녀는 유명 여배우다. 얼마전 교통사고로 남편 토마스를 잃었다. 그녀의 정신적 혼란이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엘리자베스, 사라, 앤더스 그리고 토마스는 어릴 적부터 이 학교에 함께 다니던 친구 사이임이 밝혀지면서 아이들에 관한 민감한 주제는 점차 어른들의 이야기로 옮겨간다.     아이들의 작은 다툼이 어른들의 세계로 확장되고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 채 의심과 소문만으로 서로의 주장을 펼칠 뿐이다. 진실은 이제 관심 밖으로 벗어나 있다.   사건을 대하는 어른들의 세계. 그들의 숨겨졌던 과거가 드러난다. 아이에 대한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는 엄마, 의심 정황으로 자신들의 아이가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부모, 책임을 미루려는 학교 직원들의 진실 공방. 난무하는 오해와 편견!   존의 부모 사라와 앤더스에게 숨겨진 이야기의 실마리를 풀 수 있는 동기가 있는 듯 보이지만 여전히 애매한 영역에 있다. 명예가 심각히 훼손된 엘리자베스는 텅 빈 교실과 어두운 복도에서 진실을 밝혀내려고 노력하지만 역부족이다. 그녀의 욕망, 광기, 집착을 표현하는 장면들은 라인스베의 온몸이 오열하는 무용 연기로 대치된다.     ‘아르망’을 학교를 배경으로 한 스릴러 정도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톤텔의 의도된 연출은 예상을 뛰어넘는다. 심리극인 만큼 주제가 복잡하다. 진실과 거짓 사이의 모호한 영역을 오간다.     감독은 3명의 학부모와 3명의 교사를 등장시키고 그들을 학교라는 폐쇄된 공간에 가둔다. 그리고 그들의 잠재 심리 안에 숨어 있는 불안과 죄의식을 들추어낸다. 곳곳에 성의식이 잠재해 있다.     연극적인 대사와 배우들의 동작, 무용 등의 기법을 동원하여 그들의 심리를 표현한다. 도덕적 경계는 여전히 모호하다. 부모의 책임, 세대 간의 갈등, 남녀의 성적 본능 안에서 객관적 진실을 찾기란 불가능하다.     톤텔의 카메라는 학교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닌다. 도덕의 모호한 영역에 뿌리를 둔 줄거리, 스릴러와 멜로드라마의 형식을 빌려 진행되는 스토리텔링, 그러나 영화는 종반에 접어들면서 초현실주의적 심리 드라마로 넘어간다. 엘리자베스의 정신이 균열하면서 영화는 한 편의 추상화로 표현되는 느낌이다. ‘아르망’은 종반으로 갈수록 엘리자베스의 환상 속으로 달려간다.     엘리자베스 역의 레나테 라인스베와 사라 역의 엘렌 도리트 페테르젠의 대립되는 연기와 전체 캐스팅의 앙상블 연기가 영화의 핵심을 이룬다.     2021년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The Worst Person in the World)’로 이미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바 있는 레나테 라인스베가 또다시 수준급 연기를 보인다.     영화 중반 학교 측 제안의 부조리성에 폭소를 터트리는 장면, 그리고 그 참을 수 없는 웃음이 잠시 후 자학적 슬픔과 울음으로 바뀌는 시퀀스는 라인스베 연기의 하이라이트다.     톤텔 감독은 처음부터 라인스베를 염두에 두고 극본을 썼다. 그녀의 모든 몸짓, 무표정한 시선에 담아내어 표현되는 엘리자베스의 긴장과 불안, 그리고 격렬한 감정의 폭발은 마치 칼날 위에서 춤추는 듯한 느낌으로 전달된다. 그녀의 연기는 관객을 지속해서 압박한다. 그 순간 관객은 더는 타인이 아니다. 그녀의 순간적 광기에 동화된다. 그녀 안에 내재한 불안은 타자의 가슴에 죄책감을 일게 한다.     텅 빈 학교는 밀실 공포증을 유발한다. 질식할 정도로 폐쇄적이다. 이 안에서 벌어지는 하루 동안의 일들. 관객은 이제 각자의 엘리자베스와 사라의 심리 안에 숨어 있는 스토리들을 캐내어야 한다.     엘리자베스의 아들 아르망은 영화에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아르망과 존은 어른들에게 사건을 던졌고 어른들은 진실을 삼켜 버렸다. 좀처럼 보이지 않는 진실! 김정 영화 평론가 ckkim22@gmailcom진실 확장 영화제 경쟁 영화제 공식 엄마 엘리자베스

2025-02-12

[이 아침에] 고마워 아들, 엄마 참 행복해

회사 프런트 오피스에 꽃 배달이 연이어 온다. 밸런타인스 데이다. 꽃 선물을 받아 든 젊은 여사원들의 환한 미소가 어여쁘다. 내 젊은 시절을 돌아보며 밸런타인 꽃 선물을 저들 곁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뿌듯하다.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을 보는 것 같다. 그림 속 주제는 스스로 모르기 마련이지만,바라보는 이의 눈엔 행복이 봄 햇살처럼 눈부시게 비친다.     오후 일찍 퇴근한 막내가 찾아와 나를 밸런타인 이벤트로 이끈다. 분위기 있는 식당을 예약해 격조 있는 음식을 즐기고, 이어서 영화관으로 안내되었다.     나랑 극장에 가면 막내는 으레 칵테일바로 먼저 데려가 내가 좋아하는 와인을 시켜준다. 마주 앉아 와인을 마시며 아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이 시간이 다른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최고의 순간이다.     엄마가 얼마나 행복해하는지 아들은 잘 모른다. 언젠가 자연스레 체득하게 될 때가 있으리라. 우리 어머니 노년의 행복이 딸과 함께하는 시간이었음을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남기신 글을 읽고서야 알았던 것처럼.     자식들은 엄마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한다고 무심히 여기지만, 엄마야말로 얼마나 많은 말을 마음속으로 접어 두는지. 엄마의 말은 빙산의 일각처럼 조금 드러낼 뿐, 수면 밑에 잠긴 거대한 밑동이 되어 잠잠히 받친다.     막내와 마주할 때면 주로 내가 이야기한다. 아들은 간간이 미소나 짧은 응답을 할 뿐 귀 기울여 듣는다. 이야기 도중 서울 오빠에게서 메일이 왔다. 읽다가 눈물을 글썽이니 놀란 아들이 왜 그러냐고 묻는다. 외삼촌의 안부 글인데 괜히 눈물이 난다며, 읽어 줄까 물었다. 슬퍼서 울게 되는 건 싫다며 고개를 젓는다. 막내의 여린 면모와 마주쳐 엄마의 둔감이 저며 들고 애틋함이 훑는다.   아들이 화제를 재미있게 돌린다. “엄마, 나한테 애인이 있으면 엄만 지금 ‘나 홀로 집에’겠지?” 나는 웃음으로 맞장구친다. 밸런타인을 멋지게 보내게 해주어 고맙다고, 행복하다고 대답한다. 마음속에선 아들이 애인과 밸런타인데이를 보낸다면 더 기쁘리라고 되뇌면서.   영화 상영 대기 시간의 바에서는 아들과 함께하는 정겨운 분위기를 그대로 재워 두고픈 마음이 담겨 와인을 아주 천천히 기울여 음미한다. 다 비우지 못한 잔 위로 아껴 둔 정겨움을 부어 담은 듯, 반쯤 남은 잔을 소중히 들고 영화관 안으로 들어갔다.     ‘La La Land’. 엄마가 좋아할 만한 영화를 애써 찾은 듯하다. 감상적인 영화를 보며 혹시 아들이 지루해 하지는 않을까 살짝 훔쳐본다. 아들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좀처럼 눈물짓는 모습을 볼 수 없었던 우리 막내. 정작 마음이 참 여리구나. 아들이 일어서며 말했다. “영화 참 잘만들었지? 전혀 슬픈 영화가 아닌 것 같은데 굉장히 슬프네. 집에 돌아가면 게임 한 판을 해서 슬픈 기운 날려 버려야겠다. 하하.”     주차장에 이르러 아들 부축을 마다하며 방금 영화에서 받은 감흥이 뒤섞여 허밍을 부르고 빙빙 춤을 춘다. 이런 엄마의 제멋 대로를 말리고 싶어하는 눈치라도 보일까 하여 취기에도 언뜻 아들을 살핀다. 내가 넘어질까 봐 주춤거리며 지켜보는 아들 눈길에서 남편의 따뜻한 눈빛이 아른거린다.     엄마의 춤이 저절로 우러나는 행복의 몸짓임을 아는 웃음 같다. 그 웃음에서, 엄마들 못지않게 자식들도 마음의 수면 밑으로 침묵의 말들을 잠가 두고 있음을 읽는다. 우리 모자의 밸런타인 맞이가 오늘 하루 함께한 시간 속에 아름답게 새겨져 갔다.     “고맙다. 우리 아들, 덕분에 엄마 참 행복하네.” 이영신 / 수필가이 아침에 아들 엄마 아들 엄마 아들 부축 아들 눈길

2025-02-12

[기자의 눈] 두 ‘한인 엄마 후보’에 거는 기대

얼마 전 한 흥미로운 기사를 접했다. 40대 한인 여성이 또 다른 한인 여성인 영 김 연방하원의원 지역구(가주 40지구·공화)에 민주당 소속으로 출마를 선언했다. 주인공은 LA와 댈러스, 서울 등에서 아트 갤러리를 운영하는 에스더 김 바렛(Esther Kim Varet)이다.   선거가 앞으로 약 1년 9개월가량 남았기 때문에 실제 맞대결이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만약 현실화된다면 한인 후보들이 연방의원직을 두고 여야 대표로 경쟁하는 첫 사례가 된다. 그간 멀게만 느껴졌던 ‘한인 정치력 신장’이 어느 순간 눈앞에 성큼 다가온 듯하다.   실제 한인의 정치력은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성장했다. 첫 한인 연방하원의원은 김창준 의원(1993~1999년 재임)이다. 약 20년이 지난 2019년에 앤디 김 의원이 하원에 입성했다. 앤디 김 의원은 2024년 한인 최초로 상원의원에 당선돼 현재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미셸 스틸, 영 김, 메릴린 스트릭랜드 하원의원 역시 2021년부터 의원직을 수행했다. 2024년 선거에서 스틸 의원이 낙선했지만 영 김과 스트릭랜드 의원, 그리고 새로 당선된 데이브 민 의원이 현재 ‘하원의 한인 3인방’으로 뛰고 있다. 이외에도 각 주와 지방 선거에서도 한인 선출직이 꾸준히 늘고 있다.   만약 영 김 의원과 김 바렛 후보가 실제로 맞붙게 된다면 그동안 한인 후보들의 선거 캠페인에서 보지 못했던 장면들이 연출될 수 있다.   지금까지 일부 한인 후보들은 한인 유권자들의 지지를 당연하게 여겨왔다. ‘우리가 남이가’ 식의 논리가 작용하며, 선거 기간 동안 한인 사회에 얼굴을 자주 비추다가 당선 후엔 모습을 보기 어려운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한인 후보들이 각당 대표로 서로 경쟁하게 된다면 ‘한인 프리미엄’은 사라지게 된다. 선거 과정에서 한인들의 목소리에 더 열심히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한인들 앞에서 연방 하원에 출마한 두 여성 한인 후보간 토론회가 개최되는 장면을 상상해보라. ‘한인들이 한인 후보를 뽑아달라’는 호소는 통할 수 없다. 공약과 정책만으로 냉정하게 승부를 겨루게 된다.   영 김 의원 후보의 2024년 선거 운동 홈페이지와 최근 만들어진 김 바렛 후보의 홈페이지 등 현재까지 공개된 선거 캠페인 자료를 보면 두 후보는 비슷한 배경을 내세우고 있다. 둘 다 ‘이민자의 자녀’, ‘평범한 어머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중산층 보호와 세금 부담 완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이런 공통점을 고려하면, 후보 간 정책 차이를 명확히 가르는 논쟁은 필연적이다. 이는 한인 유권자들에게 더 풍부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우려되는 점도 있다. 한인 프리미엄이 사라진 자리에 ‘이념 공방’이 고개들 수 있어서다.   실제 한인사회에서는 최근 영 김 의원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관련 발언을 두고 의견이 갈렸다. 김 의원이 “윤 대통령 탄핵 주도 세력은 한미 동맹을 약화시키려는 세력”이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 비판 여론이 일었다. 그의 사무실 앞에서는 반대 시위가 열렸고, 온라인 청원 사이트 ‘체인지(change.org)’에까지 그를 비판하는 글이 올라왔다. 약 4600명이 이에 동의한다는 서명을 하기도 했다. 김 바렛 후보도 벌써 “극단주의적인 공화당의 영 김 의원을 은퇴시켜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들은 김 의원의 발언에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반박한다. 한미동맹 강화를 위한 정당한 주장이라는 논리다.   1년 9개월 뒤 한인 사회가 두 후보를 두고 선택해야 할 기준은 분명하다. 이념을 뛰어넘는 바른 정책이다. 두 ‘한인 이민자’이자 ‘어머니’들이 토론장에서 분열된 정치가 아닌한인 사회를 위한, 그리고 미국을 위한 신선한 싸움을 벌이길 바란다. 김영남 / 사회부 기자기자의 눈 한인 엄마 한인 후보들 한인 연방하원의원 한인 정치력

2025-02-09

[잠망경] 감각 프로토콜

오감(五感)을 생각한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태아의 발달과정을 살펴본다. 임신 2개월에 눈의 망막이 생기며 3개월에 내이(內耳)가 자리를 잡고 혀에 맛봉오리가 솟아나는 태아.   당신과 나는 4개월의 태아였을 때 엄마 자궁 속에서 빛에 반응을 보이고, 소리를 듣고, 냄새를 맡고, 손가락을 빨기도 했다. 6개월 때쯤 엄마 목소리와 다른 소리를 인지하고 7개월에 단맛 쓴맛을 분별했고 8개월에는 소리의 강약과 고저와 엄마 냄새 또한 알아냈던 것이다.   초등학교 자연 교과서. 태아 발달과정의 흑백 그림을 상기한다. 왕방울처럼 커다란 눈에 등이 휘어진 생선 같은 생명체가 벌써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을 알고 무언가를 피부로 느끼다니.   태아의 입과 혀는 말을 하는 대신에 자기 손가락을 빨고 있다. 젖먹이(영아)를 영어로 ‘suckling’이라 부르는 것도 태아의 본능적 행동의 연장선에서 비롯된다.   ‘fetus, 태아’는 전인도유럽어 뜻으로 ‘빨다, suck’였다. ‘affiliate, 제휴하다’와 동일한 어원이면서 ‘fellatio, 흡경(吸莖)’도 같은 말뿌리다. 어원학 공부를 하다 보면 이렇게 낯뜨거운 배움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생긴다.   우리 5감의 발달과정의 선두주자는 단연 시각(視覺, visual sensation)이다. ‘Seeing is believing, 百聞이 不如一見’ 할 때의 바로 그 ‘seeing’. 고대 영어로 ‘see’의 원래 뜻은 ‘aware, 눈치 차리다, 인지하다’였다. 현대영어의 ‘I see.’도 알았다는 뜻이다.   우리말 ‘보다’는 다른 감각과 두루두루 섞여 쓰인다. 누구의 말을 들어볼 때는 청각과 시각이, 음식을 맛볼 때는 미각과 시각이, 무엇을 만져볼 때는 촉각과 시각이 합쳐지는 순간이다.   ‘보다’는 감각에만 그치지 않고 당신이 알게 모르게 아주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흉보다, 깔보다, 손보다, 돌보다, 해보다, 알아보다, 두고보다, 눈치보다, 물어보다, 노려보다, 쳐다보다, 바라보다 등등. 자칫 당신과 나는 보기만 하다가 볼 장 다 볼 것 같다. 또 있다. “언제 할래?” 하는 질문을 받았을 때 당신이 나직이 하는 대답, “봐서…”는 어떤가.   요즘 유행하는 우리말, ‘비주얼(visual)이 좋다’가 있다. ‘보기 좋다’는 닝닝한 표현보다 훨씬 쿨하게 들리는 게 약간 이상하다. ‘visual’은 15세기 라틴어로 ‘시야(視野)’라는 뜻이었다. 불어에서 유래한 ‘visage, (문예체) 얼굴’, ‘visa, 비자’와 말뿌리를 같이한다. ‘vis-a-vis, 얼굴을 마주하다’는 아주 우아한 프랑스식 표현이다.   태아가 증여받는 ‘감각 프로토콜’의 시발점은 자기보존 본능에 입각한 시야 확보다. 생후 3, 4개월쯤 아기의 뇌에 엄마 얼굴이 각인된다. 그렇다. 당신과 내가 매달리는 가장 소중한 비주얼은 잔잔한 호수에 백조 두 마리가 물음표처럼 지루한 목의 곡선미를 보여주는 풍경화가 아니다. 평범한 사람 얼굴, 자신을 걱정스럽고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엄마 얼굴이다.   엄마는 아이의 얼굴을 쳐다보지 않고 바라본다. 쳐다보는 시선은 날카롭지만 바라보는 시선은 늘 부드럽다. 아이도 덩달아 엄마 얼굴을 바라본다. 김민수 편 우리말 어원사전(태학사, 1997)은 ‘바라보다’를 ‘바라다(望)’와 ‘보다’의 합성어로 풀이한다. 무엇인지 소망하는 눈빛은 따뜻하다. 내가 다른 사람의 얼굴을, 당신의 얼굴을 쳐다보지 않고 바라볼 수 있다면 좋겠다. 서량 / 시인·정신과 의사잠망경 프로토콜 엄마 얼굴 시각 visual 태아 발달과정

2025-01-07

[이 아침에] 젊은 엄마의 초상

젊은 엄마를 기억한다. 나는 아마 다섯 살, 엄마는 스물다섯.  신작로, 늘 흙바람이 아지랑이처럼 스멀거리는 곳. 공주에서 올라오는 버스가 멀리서 콩알만 하게 나타났다. 엄마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관방 차부 앞. 다른 한 손에는 눈깔사탕 두 알.     새벽부터 조짐이 이상했다. 아직 잠에서 덜 깬 채 실눈을 뜨니 엄마가 내 얼굴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나를 안아주었다. 다른 날보다 더 꼭꼭. 차부에 가서 사탕을 사주겠다는 것이었다. 그 말에 혹해서 그런 일이 전에 없었던 일이라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     엄마 손을 잡고 집을 나왔다. 우리 집 식구 모두 따라나섰다. 할아버지만 빼놓고. 할아버지는 엄마와 내가 싸리문을 나설 때도 안방 문을 빼꼼히 연 채 헛기침만 하셨다. 작은아버지 그리고 새색시 작은 엄마도 따라나섰다. 바로 아랫집에 사시는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이모도 같이 나섰다.   우리 동네 삼바실에서 관방까지는 외길, 겨우 소달구지 하나가 다닐만한 좁은 길이었다. 아랫말 끝자락 동네 고사 지내는 모새독고리를 지나, 행상집, 서낭당, 애장터를 지나면 학교가 보이고 곧 관방. 어린애 걸음으로도 이십 분도 안 걸리는 길이었지만, 한 번도 혼자 와본 적은 없었다.     서낭당을 지나며 엄마가 돌을 하나 주워 이미 내 허리 높이의 돌무더기에 올려놓았다. 외할머니는 작은 소리로 “관세음보살”늘 부르셨다. 우리 식구는 원래 별말이 없었다. 그날도 그랬다. 신작로 가에 옹기종기 서 있는 그들의 숨소리에 하얀 김이 서린다.  겨울이었던 듯. 멀리서 보이던 버스가 갑자기 다가온다. 스르륵 차가 멈춘다. 차 문이 열린다. 차부라는 말이 버스 정류장이라는 뜻이라는 것을 그제야 깨닫는다.   엄마가 손을 놓는다. “엄마,” 내가 자지러지게 소리친다. 엄마는 차에 오르며 나를 살짝 민다. 뒤에서 이모가 나를 받아 안는다. 둘이서 오랫동안 연습을 한 듯.  차가 부르릉 떠나버린다.     나는 발버둥 치며 이모의 품을 벗어난다. “엄마아 ~~” 울며불며 차가 가버린 북쪽으로 뛰어간다. 버스는 이미 나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버스 뒷바퀴에서 잔돌들이 튕겨 나왔다.   엄마는 일 년 후에 돌아오셨다. 시골에서 볼 수 없었던 멋진 세일러복 한 벌이 엄마의 선물이었다. 그 옷보다 내 기억 속에 오래 남은 것은 엄마의 사진 한장. 유리문이 달린 부엌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흑백 사진.  20대 어린 엄마의 얼굴은 그 사진 속의 모습으로 각인되어 있다.     엄마의 서울살이는 식모살이였다. 아무도 내게 직접 말을 해주지 않았지만 어른들이 하는 이야기 조각을 맞추어 보고 내가 철이 든 다음에 깨달았다. 그때 엄마가 벌어온 그 돈은 그 후 우리 집의 경제적 기반의 원천이 되었다.     거의 70년 전 일이었다. 90이 넘은 엄마의 기력과 기억이 소실점을 향해 빠르게 흘러간다. 평생을 외아들로 살아온 나에게 엄마는 “어제 네 형은 왔다 갔어”하고 말한다. 첫돌을 넘기지 못하고 애장터에 뭍인 첫아들이 멀쩡하게 장성하여 살아있다고 착각하시는지.   김지영 / 변호사이 아침에 엄마 초상 그때 엄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버스 뒷바퀴

2024-11-21

피살 김서린씨 유아 딸 사망에 대한 설명은 없어

   지난 7월말 덴버 시내 아파트에서 대학 교수인 남편에 의해 살해된 한인여성 김서린씨 사건이 발생 3개월째를 맞고 있는 가운데, 남편은 김씨 살해 혐의로 기소됐지만 당시 김씨와 함께 시신으로 발견된 김씨의 유아 딸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궁인 상태다. 다음은 덴버 포스트 기사를 요약한 것이다. 이번 여름, 레슬리 영희 김은 축복의 100일을 앞두고 있었다. 덴버에 사는 엄마 김서린(44세)은 매일 딸 레슬리의 사진을 캘리포니아에 사는 부모에게 보내 레슬리의 성장에 대한 소식을 수시로 전했다. 하지만 레슬리는 100일을 넘기지 못했다. 두 모녀는 7월 29일에 목숨을 잃었다. 서린씨의 11년차 남편이자 레지스대학 교수인 니콜라스 마이클버스트(45세)는 아내의 죽음과 관련해 1급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레슬리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되지 않았지만 그의 변호사는 기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부부의 첫 아이인 베어 지용 마이클버스트는 2021년에 생후 9일만에 사망했다. 하지만 그의 죽음과 관련해 아무도 기소되지 않았다.       유가족은 두 아이 모두 신중하게 계획됐고 불임 치료의 도움으로 임신했다고 말했다. 서린씨는 40대에 2번의 임신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또 계획했다.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은 김씨 사망 후 그녀의 부모에게 보낸 편지에서, “서린씨는 가장 최근에 연방수사국(FBI) 덴버지부에서 법의학(forensic) 담당 회계관으로 일했으며 8년간 재직하는 동안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녀는 모든 사람이 달성하고자 하는 충실함, 용기, 정직함을 보여주었다”고 적었다. 병원에서 서린이 죽었다고 전화가 왔을 때 아버지 김우환씨의 첫 생각은 교통사고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우환씨는 사위가 딸에게 폭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는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김서린과 마이클버스트는 둘 다 19살 때 대학에서 만났고 10년이 넘게 교제한 후 2013년에 결혼했다. 가족들은 두 사람이 25년을 함께 보냈고 잘 지냈다고 전했다. 7월 29일 경찰이 덴버시내 3200대 노스 시라큐스 스트리트 소재 아파트로 출동했을 때 마이클버스트는 서린씨가 발판(stool)에서 떨어졌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그녀가 그의 주장과 일치하지 않는 명백한 둔기 타격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마이클버스트의 손에는 멍이 들었고 몸에는 긁힌 자국이 있었다. 그는 증거 조작 혐의로도 기소됐다.         레슬리는 명백한 외상을 입지 않았다. 그녀의 사망 원인과 방식에 대한 결정은 아직 보류 중이며, 마이클버스트는 레슬리나 과거 그의 아들의 사망과 관련해서는 기소되지 않았다. 마이클버스트는 콜로라도 공공 변호인 사무국(Colorado Office of the State Public Defender) 소속 변호사가 대리하고 있으며 이 사무국은 정책상 미해결 사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2021년에 아들 베어의 사망 원인과 방식은 불확실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지만, 사망 당시 베어는 두개골 골절을 입은 상태였다. 덴버 경찰 대변인은 지난 10일 베어의 사망에 대한 수사를 재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서린씨의 부모는 마이클버스트가 부부만의 결혼 생활에서 자녀를 둔 결혼 생활로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감당하지 못했다면 아이가 태어날 때마다 질투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김우환씨는 “마이클버스트가 베어가 너무 까다롭다고 불평했다. 우리는 그가 그런 성격을 가질 수 있다고 상상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김서린 피살 엄마 김서린 사망 원인 니콜라스 마이클버스트

2024-10-23

피살 김서린씨 유아 딸 사망에 대한 설명은 없어

   지난 7월말 덴버 시내 아파트에서 대학 교수인 남편에 의해 살해된 한인여성 김서린씨 사건이 발생 3개월째를 맞고 있는 가운데, 남편은 김씨 살해 혐의로 기소됐지만 당시 김씨와 함께 시신으로 발견된 김씨의 유아 딸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궁인 상태다. 다음은 덴버 포스트 기사를 요약한 것이다. 이번 여름, 레슬리 영희 김은 축복의 100일을 앞두고 있었다. 덴버에 사는 엄마 김서린(44세)은 매일 딸 레슬리의 사진을 캘리포니아에 사는 부모에게 보내 레슬리의 성장에 대한 소식을 수시로 전했다. 하지만 레슬리는 100일을 넘기지 못했다. 두 모녀는 7월 29일에 목숨을 잃었다. 서린씨의 11년차 남편이자 레지스대학 교수인 니콜라스 마이클버스트(45세)는 아내의 죽음과 관련해 1급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레슬리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되지 않았지만 그의 변호사는 기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부부의 첫 아이인 베어 지용 마이클버스트는 2021년에 생후 9일만에 사망했다. 하지만 그의 죽음과 관련해 아무도 기소되지 않았다. 유가족은 두 아이 모두 신중하게 계획됐고 불임 치료의 도움으로 임신했다고 말했다. 서린씨는 40대에 2번의 임신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또 계획했다.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은 김씨 사망 후 그녀의 부모에게 보낸 편지에서, “서린씨는 가장 최근에 연방수사국(FBI) 덴버지부에서 법의학(forensic) 담당 회계관으로 일했으며 8년간 재직하는 동안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녀는 모든 사람이 달성하고자 하는 충실함, 용기, 정직함을 보여주었다”고 적었다.       병원에서 서린이 죽었다고 전화가 왔을 때 아버지 김우환씨의 첫 생각은 교통사고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우환씨는 사위가 딸에게 폭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는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김서린과 마이클버스트는 둘 다 19살 때 대학에서 만났고 10년이 넘게 교제한 후 2013년에 결혼했다. 가족들은 두 사람이 25년을 함께 보냈고 잘 지냈다고 전했다. 7월 29일 경찰이 덴버시내 3200대 노스 시라큐스 스트리트 소재 아파트로 출동했을 때 마이클버스트는 서린씨가 발판(stool)에서 떨어졌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그녀가 그의 주장과 일치하지 않는 명백한 둔기 타격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마이클버스트의 손에는 멍이 들었고 몸에는 긁힌 자국이 있었다. 그는 증거 조작 혐의로도 기소됐다. 레슬리는 명백한 외상을 입지 않았다. 그녀의 사망 원인과 방식에 대한 결정은 아직 보류 중이며, 마이클버스트는 레슬리나 과거 그의 아들의 사망과 관련해서는 기소되지 않았다. 마이클버스트는 콜로라도 공공 변호인 사무국(Colorado Office of the State Public Defender) 소속 변호사가 대리하고 있으며 이 사무국은 정책상 미해결 사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2021년에 아들 베어의 사망 원인과 방식은 불확실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지만, 사망 당시 베어는 두개골 골절을 입은 상태였다. 덴버 경찰 대변인은 지난 10일 베어의 사망에 대한 수사를 재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서린씨의 부모는 마이클버스트가 부부만의 결혼 생활에서 자녀를 둔 결혼 생활로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감당하지 못했다면 아이가 태어날 때마다 질투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김우환씨는 “마이클버스트가 베어가 너무 까다롭다고 불평했다. 우리는 그가 그런 성격을 가질 수 있다고 상상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김서린 피살 엄마 김서린 사망 원인 니콜라스 마이클버스트

2024-10-23

"같은 엄마에게서 났지만 태어나서 처음 만납니다"

한국에서 각각 미국과 벨기에로 입양된 자매가 39년만에 처음 만나게 됐다.   다라 해넌(Darragh Hannan) 씨는 1986년 생후 8주였을 때 미네소타주 미국인 가정에 입양됐다. 이후 인디애나주에서 자라다 현재 펜실베이니아주에 거주하고 있다. 그의 양부모는 아이를 갖고 싶은 마음에 그를 입양했으나 입양 얼마 후 다른 아이를 임신하게 됐다고 한다. 그렇게 그는 비슷한 나이의 여동생을 ‘사실상의 쌍둥이 형제’로 부르며 미국에서 함께 자라게 됐다.   해넌씨보다 14개월 먼저인 1985년에 태어난 하지원씨는 처음에는 한국에 있는 가정으로 입양됐다. 두 살 때까지 해당 가정에서 자랐지만 부모가 이혼, 다시 1987년 벨기에의 한 가정으로 입양됐다. 그는 다른 입양 자녀 9명과 같은 집에서 컸다.   이들이 재회할 수 있었던 것은 DNA를 통해 전세계에 흩어진 가족을 찾는 ‘마이헤리티지(MyHeritage)’를 통해서였다. 해넌씨와 하씨 모두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가족을 찾게 됐다는 다큐멘터리 등을 접하고 2010년대 말에 각각 DNA 검사를 의뢰했고 최근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게 됐다.   해넌씨는 언니 하씨로부터 “안녕, 우리가 자매인 것 같아”라는 이메일을 받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그는 “DNA를 통한 가족 찾기를 신청한 지 6년이나 지나 그랬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있었다”고 했다. 해넌씨가 DNA 접수를 한 2018년 당시만 해도 아시아계 데이터베이스가 생각보다 크지 않아 별다른 연락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하씨는 “행복한 가정에서 자라지 못해 진짜 가족을 찾고 싶었다”며 “입양된 부모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고 했다. 해넌씨의 입양 기록을 보면 생모는 당시 21세로 학교를 자퇴할 수밖에 없었고 아이를 돌볼 수 없어 입양을 결정한 것으로 돼있다. 하지만 하씨가 더 먼저 태어난 것으로 조사 결과 확인됐다. 하 씨는 “왜 나의 출생 사실을 숨겼는지 이해가 되지 않으며 어머니를 만나 우리 자매들을 사랑하기는 했는지, 그리고 왜 우리를 버렸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하씨는 “하지만 여동생을 찾게 돼 너무 기쁘다”며 “나와 연결돼 있는 사람을 만나게 돼 행복하다”고 했다. 다만, “내 어두웠던 과거가 다시 살아나는 것 같아 울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덧붙였다. 동생을 찾아 기쁘지만 “이로 인해 ‘내가 누구이고 내가 왜 버림을 받았는지’라는 질문이 머릿속에 다시 계속 떠오르게 되는 게 사실”이라고도 했다.   이들은 25일 한국 서울에서 첫 상봉할 계획이다. 한국에서 부모를 찾아 흩어진 퍼즐 조각을 맞추고 싶다고 밝혔다.   하씨는 “우리 자매의 끈끈함은 특별하다”며 “우리가 그리워하고 우리에게서 사라졌던 과거를 되찾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여정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한편 해넌씨는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박물관 전시전 개최를 담당하는 회사에서 매니저로 근무하고 있다. 하씨는 벨기에의 발렌 지역에서 봉제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김영남 기자 [email protected]미국 엄마 입양 자녀 입양 기록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2024-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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