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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재외선거, 악법은 방치 임명장만 남발

한국의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진행중인 가운데 주요 정당들이 재외국민 표심을 잡겠다며 미주 한인 수백 명에게 각종 임명장을 수여했지만, 이는 전혀 현실성이 없는 생색내기용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임명장을 받은 한인들은 까다로운 재외선거 규정 탓에 사실상 입과 손발이 묶여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고, 정작 임명장을 보낸 정당들은 재외선거법 개정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LA 지역에서의 재외선거(20~25일) 투표가 내일부터 시작되는 가운데,  각 후보 지지 한인들은 무의미한 임명장만 받아든 채 선거운동도 못하고 이번 대선을 맞이하게 됐다.   양대 정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이번 선거를 위해 북미지역 대선 참여 운동본부 등을 출범시켰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경우 LA, 뉴욕 등 11개 지역 본부장과 위원, 고문 등 무려 300명 이상에게 임명장을 발송했다. 문제는 임명장을 받은 이들이 재외선거운동 지침이 현지 사정과 맞지 않는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 후보 총괄 미주지역 특보단장 최아숙 씨는 “단체가 주도하는 모임은 물론 지지 성명도 낼 수 없고, 언론 지면 광고나 배너 사용도 할 수 없다”면서 “당 법률지원팀에 재외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여론을 전달한 상태”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 측도 김석기 의원을 재외동포위원장으로 임명하고 재외국민 투표 독려에 나섰지만, 정작 재외국민들은 ‘깜깜이 선거’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재외동포위원회 미주부의장인 이용태 LA 평통 회장은 “재외선거운동을 제한한 선거법은 정말 말이 안 된다”면서 “최소한 한국 선거운동과 비슷하게 지면 광고도 하고, 배너와 플래카드도 활용해야 투표 참여 독려가 가능한데 이를 막고 있어 선거운동을 거의 못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치권의 행보와 재외국민들의 현실은 엇박자만 내고 있다. 각 정당들은 재외선거 참여만 강조할 뿐, 선거법 개정에는 이렇다 할 입장조차 내지 않고 있다.   본지는 국민의힘 재외동포위원장으로 임명된 김석기 의원에게 이러한 상황에 대해 두 차례 입장을 물었지만, 김 의원은 16일 현재까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최아숙 민주당 미주지역 특보단장 역시 “당에서는 선거법을 바꿔보겠다라든지, 현지 여론을 수렴해보겠다는 말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답답함을 전했다.   이용태 회장 역시 “당에서는 선거법을 위반하면 안 된다는 말만 반복할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대선에서 재외선거 등록 유권자는 25만 8254명이다. 이중 미국에서는 5만 1885명이 등록 유권자로 나타났다. 이중 LA는 1만 341명이다. 한국 대통령 재외선거는 20~25일 LA총영사관 등 전 세계 182개 재외공관에서 치러진다. LA총영사관 관할 지역 투표소는 ‘LA총영사관 2층, OC한인회관, 샌디에이고 한인회관, 애리조나 마리코파 아시아나마켓’ 등이다. 김형재 기자포커스 재외선거 임명장 재외선거법 개정 재외선거운동 지침 재외선거 규정

2025-05-18

[포커스] 전화 불통, 웹사이트 다운, 예약도 한달 대기

“연금 때문에 정말 귀에 땀띠가 날 지경이에요.”     소셜연금 신청을 위해 이틀에 한 번꼴로 사회보장국(SSA)에 전화를 걸고 있다는 김정곤씨(67·부에나파크)의 하소연이다. SSA 웹사이트에는 통역 서비스가 제공된다고 안내돼 있지만, 고객센터 연결 자체가 어려워 한 달 넘게 문의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김씨는 “1시간 넘게 기다려도 결국 자동응답만 들을 뿐”이라며 “인근 사무실을 찾았지만 예약 없이는 입장 불가였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시민들의 불편은 연방정부의 대규모 인력 감축과 맞물려 있다. 올해 초 트럼프 행정부는 효율화를 이유로 SSA 전체 직원 5만7000명 중 3000여 명을 조기 퇴직시킨 데 이어, 추가로 7000명의 감축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전국 사무소는 기본 민원 대응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SSA노조의 제시카 라포인트 위원장은 “사실상 무분별한 감축으로 인해 각 지국은 기본적인 업무도 못 하고 있다”며 “일부 지국은 프린터 용지도 부족해 수혜 지급 결정문조차 출력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3월부터 도입된 본인 인증 규정으로 신청자 수만 명이 SSA 사무실로 몰리면서 대기 시스템은 사실상 마비됐다. ‘My Social Security’ 온라인 계정 접근이 안 되면 반드시 오프라인 방문을 통해 신분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매주 7만5000~8만5000명이 추가로 사무실을 찾고 있으며, 이로 인해 SSA 웹사이트는 2주간 다운되기도 했다.   웹사이트는 폭주로 인해 2주간 다운되거나 수혜자 조회 불가 상태가 반복되었고, 이로 인해 내부 업무 처리도 크게 지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3월, 연방 조달청은 약 800건의 부동산 임대계약을 취소할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 중 47곳이 SSA 지역 사무소였다. 공식적으로는 폐쇄 계획이 없다고 발표했지만, 백악관에 제출된 SSA 문서에는 내년 목표 중 하나로 ‘지국 통폐합’이 명시되어 있어 시니어들의 줄은 더 길어질 전망이다.     실제 SSA는 전국에 개설된 10개 지역 본부를 4곳으로 통폐합한 상태이며, 이로 인해 복잡한 사안이나 재심 요청이 사실상 처리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하루가 급한 장애인 수당은 신청 후 7~8개월이 지나도 처리되지 않은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SSA 자동 응답 시스템은 현재 장애인 신규 수당 신청 평균 대기 기간은 200~230일이라고 밝히고 있다. USA투데이에 따르면, SSA의 무료전화 대기 시간은 바이든 정부 때 60분이었지만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엔 최대 90분으로 30분이상 늘었다. 매체 측은 직접 걸어 본 결과 90~150분 사이였으며 심지어 수차례 대기 중에 전화가 끊기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SSA 내부에서는 대기 시간이 길어진 원인에 대해 “충분한 준비 없이 추진된 인력 감축과 정책 변경”라고 지적하고 있다. 전문성과 경험을 가진 인력이 대거 빠져나가면서 전체 시스템이 붕괴 위기에 놓였다는 것이다.   시니어들의 소셜연금 신청을 돕고 있는 케빈 강 씨는 “인력 감축 초기라서 불편이 가중됐다고 하지만 앞으로 이와같은 적체 상황이 수개월 지속한다면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인성 기자 [email protected]포커스 연금 웹사이트 대기 시스템 트럼프 행정부 감축 계획

2025-05-15

[포커스] 국제법 위반여부 질의에 선관위 '답변 거부'

한국의 대통령 선거가 진행중인 가운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노태악, 이하 중앙선관위)의 미국 내 선거법 단속이 지나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선관위는 주권침해 등 국제법 위반 여부에 대한 질의에는 궁색한 답변으로 일관해 빈축을 사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선거범죄 조사권 행사가 ‘국민의 기본권’에 제한을 가하는 행위〈중앙선관위 선거연수원 선거연구〉임에도 미국 등 해외에서 벌이는 조사 활동에 대해 명확한 근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1일 중앙선관위는 미국 등에 파견된 재외선거관의 선거범죄 예방 및 단속 업무에 관한 본지 문의에 대해 2주가 지나서야 공식 입장을 밝혀왔다. 이번 질의는 중앙선관위가 지난 2일 LA지역 재외동포 2명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며 사법기관 수사의뢰 및 경고서한을 보냈다고 밝혀 이뤄진 것이다.〈본지 5월 5일자 A-1면〉     우선 중앙선관위 공보과는 “(재외선거관은)재외선거사무 지원 등을 위해 파견된 중앙선관위 소속 직원은 법 제218조의28 및 제272조의2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선거범죄에 대한 조사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재외국민 또는 시민권자를 대상으로 벌이는 기본권 제한 행위 근거로 한국 법령만 들이댄 셈이다.     반면, 중앙선관위는 주권침해 등 국제법 위반 가능성에 대해서는 ‘답변 거부’로 일관했다. 한국 법무정책연구원은 중앙선관위와 재외선거관의 조사권 발동 행위는 ‘현지 국가의 사전 승낙 없이 일방적으로 실시하는 직접적인 수사(조사) 형태로 주권침해 등 국제법 위반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국제법상 한국 정부기관이 다른 나라에서 조사 활동을 벌이기 위해서는 ‘사법공조(Rechtshilfe)’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한국 외교부도 재외국민 사건처리 안내와 관련 ‘재외국민 대상 강제 수사를 할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LA총영사관 등 재외공관에 파견된 경찰·검찰 영사가 주권침해 등 외교적 마찰을 피하기 위해 재외국민 대상 자체 수사나 체포를 강제하지 못하는 이유다.   하지만 중앙선관위는 국제법 위반 소지도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중앙선관위 공보과는 재외선거관의 선거범죄 예방 및 단속 업무가 국무부 등 미국 정부의 동의를 받았는지에 관해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른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해 답변이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재외선거관의 시민권자 및 현지 언론사 대상 조사 행위가 미국 수정헌법 1조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 등 주권침해 문제를 유발한 점에 대해서는 “(한국) 법령에 따라 선거범죄 조사를 할 수 있다. 재외선거 조사는 적법한 절차를 준수하고, 당사자의 동의를 받으며 주권침해 등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범위에서 실시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재외선거관의 선거법 위반 단속 행위가 주권침해 논란을 키우자 ‘당사자의 동의’를 강조한 답변도 궁색하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중앙선관위 재외선거관은 한인 시민권자, 미국법인 한인 언론사 등을 상대로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접촉, 면담, 자료 요구에 나서 비판을 받았다. 〈본지 2024년 3월18일자 A-1면〉   이와 관련 중앙선관위 공보과는 LA타임스, 뉴욕타임스 등에 한국 선거 관련 정당 또는 후보자 지지 지면 광고가 게재될 경우 대응에 대해서는 “발생하지 않은 행위라 답변할 수 없다”고 전했다.   한인 사회는 선거법 단속 관행의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한인민주당협회(KADC) 전 이사장인 스티브 강 LA시 공공사업위원회 의장은 “미국은 법으로 민주주의와 시민의 자유를 보호한다”면서 “한국에서 파견한 공무원이 미국 내에서 지나치게 활동하는 것은 재검토해야 한다. 특히 미국 시민권자의 활동을 제재하는 것은 문제에 대한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형재 기자포커스 미국 위반여부 중앙선관위 선거연수원 중앙선관위 공보과 중앙선관위 소속

2025-05-13

뉴욕한인예술인연합, '포커스 아트페어 뉴욕' 참가

뉴욕한인예술인연합(KANA)은 15일(목)부터 18일(일)까지 뉴욕시 맨해튼 첼시에 있는 첼시 인터스트리얼(Chelsea Industrial: 550 W 28th St, New York, NY)에서 열리는 '포커스 아트페어 뉴욕 2025(FOCUS ART FAIR NEW YORK 2025)'에 전시 부스와 토크 프로그램을 기획해 참가한다.     KANA는 뉴욕의 젊은 예술가들을 위한 비영리단체로, 다양한 예술 전시와 문화 행사를 통해 예술가들을 지원하고 한국 문화를 알리고 있는데, 이번 행사 총괄 기획을 맡은 카나의 기획팀장 황혜린 큐레이터는 뉴욕에서 활동 중인 아티스트 전효주(HyojuCheon)와 노바울(Paul Rho)의 작품을 소개한다.   KANA는 "이번 페어의 주제 ‘Human and Technology’에 대해 기술이 예술을 포함한 여러 분야를 지배하는 현시점에서 인간성과 물질성에 주목하는 역방향의 접근을 시도한다"며 "참여 아티스트들은 기술 중심이 아닌, 인간적인 경험과 재료 탐구에 기반한 작업을 선보이며, AI와 디지털 혁신의 흐름과 대조되는 맥락 속에서 관객들에게 ‘인간’, ‘물질성’, ‘불완전성’, ‘느림’이라는 개념을 사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소개했다.   황 큐레이터는 "미디어와 테크놀로지를 독창적인 시점으로 경험하도록 하는 포커스 아트페어만의 차별화된 방향성과 함께 관객들이 예술을 보다 폭넓고 다각적으로 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KANA의 토크 프로그램은 16일(금) 오후 4시 30분에 열리는데, 정재연 파트너 큐레이터의 진행 아래 글로벌 예술계에서 활동하는 공간 운영자와 큐레이터들이 각자의 경험을 공유할 예정이다.     패널로는 뉴욕에서 독립 전시공간을 운영 중인 장재준, 뉴욕과 서울을 오가며 활동하는 큐레이터 김정현과 정하영이 참여해 '동시대 한국미술의 주목할만한 변화들: 미디어와 경험 중심의 큐레이토리얼 실천'이라는 주제 아래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편 포커스 아트 페어는 큰 주제 아래 가장 트렌디한 예술과 그 예술을 아우르는 현대적인 예술적 담론의 메시지를 관객에게 선보이는 행사다.   KANA 활동과 '포커스 아트페어 뉴욕 2025' 행사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e메일([email protected])로 문의하거나, 웹사이트(www.nykana.org) 참조 박종원 기자뉴욕한인예술인연합 KANA 포커스 아트페어 뉴욕 2025 FOCUS ART FAIR NEW YORK 2025 황혜린 큐레이터 전효주 노바울

2025-05-12

35년 거주 부부도 추방 대기 "전과도 없는데"

불체자 단속을 강화하고 있는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영주권자까지 정확한 이유와 근거없이 구금하고 추방하면서 한인 이민사회가 불안해 하고 있다.     남가주에서는 미국 생활 35년째인 라틴계 부부가 지난달 21일 검거돼 루이지애나 구금 시설에서 추방 일정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지역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NBC 방송은 글레디스와 넬슨 곤잘레스로 알려진 이 부부가 전과도 없고, 미국에서 평범한 이민자로 살아왔는데 갑자기 알 수 없는 이유로 추방 위기에 처했다고 18일 보도했다.     ICE 측도 이들이 범죄 기록이 없다고 밝히고, 다만 이민법을 위반해 추방이 결정됐다고만 밝혔다.     뉴욕데일리뉴스가 최근 보도한 바에 따르면, 보스턴에서는 지난 7일 영주권자인 독일계 남성이 로건공항에서 검거돼 강력한 취조를 받았다. 가족들은 파비안 슈미트가 룩셈브루크에서 오던 길이었는데 ICE에 의해 수시간 동안 옷이 벗겨지고 차가운 물을 뒤집어썼다고 주장했다. ICE가 그에게 영주권 포기를 종용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가족들은 그가 수 시간 동안 물과 음식은 물론 약도 먹을 수 없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후 슈미트는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독감 진단을 받았다. 가족들에 따르면 그는 현재 로드아일랜드의 연방 구금 시설에 수용됐다. ICE는 아직 그를 체포한 이유와 취조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지난 8일에는 친팔레스타인 시위를 주도했던 컬럼비아대 대학원생이자 영주권자인 마흐무드 칼릴이 학교 인근 아파트에서 체포돼 구금되기도 했다. 그는 영주권 취소와 함께 곧 추방절차를 밟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가 하면 전문직 비자(H1-B) 소지자인 브라운대 교수도 추방된 것으로 전해졌다. 레바논 국적인 라샤 알라위에는 신장이식 분야 전문가로 J1비자로 미국에서 의사 펠로십과 레지던트 과정을 마쳤다. 가족들에 따르면 미국으로 돌아오던 그는 구금됐으며 17일 레바논으로 추방됐다.     문제는 체포 및 추방 이유를 알 수 없어서 해외여행 자체를 가지 않는 게 안전하다는 내용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당국은 영주권자라고 해도 영구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 당국은 법적인 이유가 있을 때 언제라도 영주권자 자격을 박탈할 수 있으며, 미국 체류를 제한할 수 있다. 특히 해외 거주가 6개월 초과할 경우 재입국 시 당국의 심문이 있을 수 있으며 1년 이상 해외 체류의 경우 영주권은 박탈될 수 있다. 하지만 연이은 영주권자에 대한 단속 행위가 해당 체류 기간 문제인지는 확인할 수 없는 상태다.     이민법 전문가들은 영주권이나 체류 신분 박탈 과정에는 반드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적법한 절차를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런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경우도 발생하면서 전문가들은 비자 소지자나 영주권 수속 중인 경우 당분간 미국의 출입국을 자제하라고 권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 법을 집행하는 정부 기관에 재량권은 매우 넓은 것이 현실이다.     이민국적법(Immigration and Nationality Act)에 따르면 당국은 범죄에 대한 기소가 없어도 이민자에 대해 신분 박탈과 추방 조치가 가능하게 되어있다. 예를 들어 테러와 반국가 관련 범죄에 연관된 개연성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추방 조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영주권자를 포함한 비시민권자들에 대한 체포와 조사, 추방 집행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최인성 기자 [email protected]포커스 영주권자 이민사회 루이지애나 구금 구금 시설 한인 이민사회

2025-03-18

"홈케어 가입 후 3개월마다 600불 지급" 믿어도 되나

# 김성태(가명·81)씨는 얼마 전 ‘H헬스’ 마케터 말에 속아 메디케어·메디캘 보험을 옮기는 소동을 벌였다. 김씨는 “아는 사람이 홈케어 서비스에 가입하면 3개월에 600달러씩 현금을 주겠다고 했다”면서 “우리 부부가 가입해 1200달러를 받았는데 보험 에이전트에게 물어보니 불법이라고 해 불안하다. 하지만 주변에서 생각보다 많이들 가입한다”고 전했다.     # 이은애(가명·83)씨는 양로보건센터 친구들이 집에서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으며 현금을 받는다는 말에 혹했다. 이씨는 “한 친구는 5년 넘게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고 3개월에 한 번씩 현금을 받는다고 자랑한다”면서 “양로보건센터, 간병인 서비스, 호스피스 서비스까지 한 번에 다 받아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시니어들에게 현금 리베이트를 미끼로 ‘홈케어 또는 호스피스’ 의료 서비스 가입을 유도하는 불법 영업이 횡행하고 있다. 업자들은 교회, 양로보건센터, 노인아파트 등을 돌며 ‘가입 동의 시 3개월에 500~600달러 현금 리베이트’ 등을 내세워 가입을 종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방과 가주 정부 건강보험인 메디케어와 메디캘 전문 한 에이전트는 “김씨의 경우 현금을 받은 뒤 겁이 나서 상담을 요청한 경우”라며 “홈케어 신청을 받아 간 쪽에서는 김씨 이름으로 각종 검사와 의료 비용을 청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김씨는 그런 사실도 모른 채 정기적으로 현금을 받는다는 것에만 혹했다”고 말했다.     한인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현금 리베이트를 명목으로 홈케어 또는 호스피스 서비스를 등록하게 한 뒤, 사실상 보험사기를 저지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한인은 물론 타인종 마케터들까지 한인 시니어 대상자를 물색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시니어가 제공한 개인정보로 불필요한 의료행위 및 보험을 청구해 거액의 돈을 받아내는 수법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일부 조직은 한인 시니어에게 3개월에 600달러 현금을 주면서 치료비 명목으로 한 달 평균 1만 달러를 정부에 청구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작 시니어 당사자는 이런 사실을 모를 때가 많다”고 전했다.         특히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잘 모르는 사람이 호스피스 서비스 등록을 유도할 때 시니어 본인의 건강상태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통상 호스피스 서비스는 건강이 악화해 더는 손을 쓸 수 없는 환자를 위한 것이다. 이로 인해 호스피스 서비스에 한 번 등록되면 일반 질병 진료, 치료, 처방 등이 제한된다고 한다.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다 일반 메디케어나 메디캘 서비스로 전환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익명을 원한 호스피스 업계 관계자는  “시니어 호스피스 서비스는 연방정부의 보험 지원”이라며 “우선 환자의 건강상태가 손쓸 수 없는 수준이라는 주치의의 ‘말기질환 진단서(Certification of terminal illness)’가 필요하다. 그런데 그 정도 수준이 아닌 시니어가 등록했다 차후 문제가 발생하면 환자, 마케터, 의사 모두 불법을 저지른 행위로 간주된다”고 말했다.     한 보험 업계 관계자는 “본인의 건강상태를 속이면서 불필요한 메디케어·메디캘 서비스에 등록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며 “만약 정부를 상대로 사기를 벌인 사실이 적발되면 건강보험 혜택과 웰페어까지 다 중단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형재 기자 [email protected]포커스 의료사기 리베이트 현금 리베이트 호스피스 서비스 한인 시니어 김형재 기자 캘리포니아뉴스 미국뉴스 LA뉴스 미국 남가주 미주중앙일보 LA중앙일보 한인사회

2025-03-11

[뉴스 포커스] 기업인과 정치인

“일자리의 안전성이라는 면에서만 보면 로컬 정부보다 연방정부 공무원이 더 취약하다고 볼 수 있죠. 정치 바람을 탈 가능성이 가장 높잖아요.”   공무원 생활을 했던 한 지인이 오래전 농담처럼 했던 말이다. 그런데 그 말이 실감 나는 요즘이다. 아마도 연방정부 공무원들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듯하다. 대규모 감원 조치가 예고되어 있기 때문이다. 최대 75% 감원설도 들린다. 연방정부 공무원이 220만여 명이니 160만여 명은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당장 연방정부 공무원 노조가 반대 성명을 내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다.       감원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곳은 ‘정부효율부(DOGE)’다. 트럼프 당선인이 2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의욕적으로 만든 기관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공화당 대선 후보로 나섰던 비벡 라마스와미가 공동 수장이다. 공식 명칭이 ‘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라 ‘정부효율부’로 불리지만 자문기구라 머스크와 라마스와미는 의회 인준이 필요 없다.   그동안 단편적으로 알려지던 DOGE의 활동 방향성이 드디어 공개됐다. 머스크와 라마스와미 공동 명의의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을 통해서다. 핵심은 각종 규제를 없애고, 행정부를 축소하고, 비용을 줄이겠다는 3가지 내용이다. 비대한 연방정부 조직의 군살을 빼고 관료 집단의 권한 행사에 제동을 걸겠다는 것이다. 규제를 없애면 이를 집행하던 공무원이 필요 없어지고, 정부 조직과 인력을 줄이면 비용도 아낄 수 있다는 논리다.     사실 연방정부의 비효율성은 자주 논란이 됐던 이슈다. 과도한 규제와 업무 중복 인력 과잉이 문제라는 지적이었다. 이런 측면에서 연방정부의 효율성 제고 정책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을 정도다.       그런데 문제는 속도와 범위다. 개혁 작업이라는 게 신속하고 대대적으로 이뤄져야 효과적이긴 하지만 대상이 정부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특히 몇몇 기관이 아니라 지금처럼 아예 연방정부 조직의 밑그림을 다시 그리겠다는 입장이면 더 신중히 해야 한다. 모든 국민의 삶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섣부른 개혁이 이뤄지면 국민은 오히려 피곤해진다.     당장 WSJ 기고문에 언급된 몇몇 사안만 봐도 알 수 있다. 그중 하나가 메이케어와 메디케이드 프로그램의 개혁이다. 이들 프로그램은 대상자가 수천만 명에 달하는  방대한 국민건강 프로그램이다. 올바른 개혁을 위해서는 상당한 준비 작업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 DOGE는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 사기와 남용 행위 근절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하지만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 든다. 스스로 밝힌 DOGE의 활동 시한이 2026년 7월까지이기 때문이다.         머스크와 라마스와미는 기업인들이다. 기업인의 최고 가치는 효율적인 경영을 통한 기업 수익의 극대화다. ‘남는 거래냐’ ‘밑지는 거래냐’가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머스크는 특히 이런 기업인의 논리에 충실한 인물이다. 소셜미디어인 X(트위터) 인수 후 가장 먼저 한 일이 직원 80% 해고 조치였던 것도 그 사례 가운데 하나다. 직원 숫자를 줄이면 기업의 수익성은 좋아지기 때문이다.     그의 파트너인 라마스와미 역시 투자 대비 수익률을 최우선시하는 인물이다. 헤지 펀드사 출신인 그가 바이오테크 기업을 창업한 것도, 공화당 대선 후보로 나섰던 것도 이런 배경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지금 그들이 하는 일은 정치인의 영역에 해당한다. 국민의 삶과 연결된 정부 조직을 다루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인의 판단 기준은 수익성이나 효율성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정치인이 최고 가치로 여겨야 할 것은 국민의 삶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다.     머스크와 라마스와미의 개혁 작업이 칼춤이 되지 않기만 바랄 뿐이다.  김동필 / 논설실장뉴스 포커스 기업인 정치인 연방정부 공무원들 연방정부 조직 사실 연방정부

2024-11-21

[뉴스 포커스] ‘트럼프 정부 시즌 2’의 시나리오

“축하합니다. 백악관에 돌아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정치라는 게 참 어렵군요. 하지만 오늘은 좋은 날입니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이 13일 백악관에서 주고받은 덕담이다. 이날 만남은 원활한 정권 이양 작업을 위해 마련된 것이었다. 두 사람의 대화는 2024년 판 대선극의 마지막 대사처럼 느껴졌다.     두 사람의 인연은 얄궂다. 4년 만에 입주자와 퇴거자의 입장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다만 4년 전과의 차이는 당시 트럼프가 두 페이지짜리 편지만 남기고 백악관을 떠나는 바람에 만남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선극이 끝나면서 무대에는 새로운 것이 준비 중이다. ‘트럼프 정부 시즌 2’다. ‘시즌 1’보다 출연진은 더 화려하고 제작 여건도 좋다. 정부 요직에 충성심 강한 인물들이 속속 발탁되고, 연방상·하원도 공화당이 장악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마음이 맞는 배우들과 제작비 걱정 없이 마음껏 ‘시즌 2’를 만들어 갈 수 있게 됐다.      그럼 ‘시즌 2’에는 어떤 줄거리가 펼쳐질까?  대외 정책 기조는 ‘시즌 1’의 연장선이 될 전망이다. ‘미국 우선주의’와 ‘신고립주의’다. ‘세계 경찰’의 역할은 그만두고 미국의 국익 극대화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 등 우방국들이 긴장하는 이유다.          국내 정책 역시 ‘시즌 1’의 확장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선 공약에 나타난 키워드는 감세,규제완화,연방정부 축소,불법체류자와의 전쟁 등이다. 이중 주목되는 것이 감세, 규제완화 등의 경제 정책이다. 트럼프 승리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것이 경제 이슈이기 때문이다. 장기간의 인플레이션과 일자리 걱정에 지친 ‘워킹 클래스’ 유권자들은 대거 트럼프에게 표를 줬다. 먹고 사는 문제의 해결이 최우선 관심사고, 이를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지표상의 경제는 괜찮다고 하지만 안정적인 일자리가 줄고 식료품과 개스 가격, 주거비용이 오르는 상황은 참지 않았다.       이런 민심의 흐름은 선거 당일 실시된 에디슨 리서치의 출구 조사에서도 잘 드러난다. 응답자의 절반 가까운 46%가 4년 전보다 살기가 어려워졌다고 답했다. 이는 4년 전 선거 때의 20%에 비해 배 이상 급증한 비율이다. 당연히 후보의 경제 공약을 보고 투표를 결심했다는 응답자가 32%나 됐다. 낙태(14%)와 이민(11%) 이슈를 훨씬 앞질렀다.      이는 많은 히스패닉, 아시안 유권자가 트럼프 지지로 돌아선 이유이기도 하다. 히스패닉 남성 유권자의 55%가 트럼프에게 한 표를 줬다고 답했다. 트럼프의 득표율이 2020년 선거 때와 비교해 19%포인트나 급증했다. 아시아계 유권자의 득표율도 4년 전 34%에서 39%로 높아졌다. 반면 트럼프의 백인 유권자 득표율은 오히려 소폭 하락했다. 결국 바이든 정부의 경제 정책에 실망한 히스패닉과 아시안 유권자의 표심이 선거 결과를 가른 셈이다.     이 두 그룹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층으로 분류됐다. 이민과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지지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의 표심에 변화가 생겼다는 것은 민주당에게는 큰 충격이 될 듯하다.   ‘시즌 1’과 달라진 것도 있다. 감세 확대와 연방정부 축소다. 두 정책은 별개로 보이지만 연관성이 깊다. 법인세 추가 인하, 팁과 오버타임 수입, 사회보장연금 비과세 등으로 인한 세수 부족 문제를 연방정부 지출 축소로  해결한다는 구상이다. 이 업무를 주도하고 있는 인물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공화당 대선 후보로 나섰던 비벡 라마스와미다. 머스크는 현재 500개 가까운 연방정부 기관과 관련  “99개로 줄여도 충분하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트럼프의 시계가 이미 작동을 시작한 셈이다.     유권자들은 인권이나 민주주의 등 추상적 가치는 잠시 미뤄두고 경제적 실리를 택했다. 과연 그 선택이 옳았는지는 지켜볼 일이다.  김동필 / 논설실장뉴스 포커스 시나리오 트럼프 감세규제완화연방정부 축소불법체류자 트럼프 정부 트럼프 지지

2024-11-14

[뉴스 포커스] 현수, 월드시리즈서도 MVP 됐으면

LA다저스의 3회 말 공격 상황, 4번 타자 토미 현수 에드먼의 2점 홈런이 터졌다. 순간, 오늘 게임은 다저스가 이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20일의 다저스와 메츠 간 NLCS(내셔널리그 챔피언십) 6차전 경기 장면이다. 예상대로 다저스는 이날 승리했고, 월드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그리고 NLCS의 MVP는 쇼헤이 오타니도 무키 베츠도 아닌 에드먼이었다. 이날 다저스타디움에 모인 6만 명 가까운 팬들은 이미 8회 말 에드먼이 마지막 타석에 들어섰을 때 “MVP!”를 연호했다.         다저스가 시즌 중 에드먼을 데려온 것은 그야말로 신의 한 수였다. 그의 영입으로 불안했던 유격수 문제가 해결됐고,타선에도 활기가 돌았다. 그 덕에 다저스는 시즌 막판 치열한 순위 경쟁에서 밀리지 않았다.     사실 다저스의 에드먼 트레이드는 위험 부담이 있었다. 에드먼이 부상으로 시즌 초부터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부상중 트레이드’로 7월 말 다저스에 합류한 에드먼은 8월 중순이 돼서야 경기에 나설 수 있었다.   에드먼의 경기 모습을 보고 있으면 야구를 참 잘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플레이는 화려하지 않지만 성실하다. 상황 판단이 빠르고 작전 수행 능력도 뛰어나다. 감독이 계속 선발로 기용하는 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에드먼은 본인에게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에드먼은 한인들에게는 ‘현수’라는 이름으로 더 친숙하다. 지난해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한국 대표팀의 멤버로 활약한 이후다. 그는 어머니가 한인이라 한국 대표팀 합류가 가능했다.   당시 한국 대표팀은 현수 외에도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몇몇 한국계 선수들과 접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부상 등을 이유로 대부분 고사했고 현수만 합류 의사를 밝혔다.     물론 개인적으로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현수의 결정은 쉬운 것이 아니었다. 대회가 스프링캠프 시즌 기간에 열렸기 때문이다. 스프링캠프는 치열한 주전 경쟁이 벌어지는 무대다. 자리가 보장된 스타 선수가 아니면 긴장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비록 잠시지만 팀을 떠난다는 것은 큰 결단이 필요하다. 더구나 부상의 위험도 따른다. 현수가 시즌 초 부상으로 결장한 것도 혹시 WBC의 후유증은 아니었을까 생각되기도 한다.       이렇게 ‘한국계, 아니 한인 한국 대표선수’가 탄생했다. 다른 종목은 종종 있었지만 야구는 처음이었다. 당시 대표팀 합류를 위해 한국에 도착한 현수가 인터뷰 중 비록 서툴지만 한국말로 인사를 하던 모습이 생생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한국팀은 예선에서 탈락했고, 에드먼의 짧은 ‘한국 대표선수’ 생활도 끝이 났다. 그래도 한국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한국 선수들과 함께 뛰는 그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뿌듯했다.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진출로 LA가 들썩이고 있다. 다저스는 4년 전인 2020년 월드시리즈에서도 우승한 바 있지만 당시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이라 팬들은 즐거움을 만끽하지 못했다. 더구나 이번 상대는 뉴욕 양키스다. 두 팀은 과거 라이벌이었고, 지금도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최고의 팀들이다. 대형 스타 선수들도 즐비하다. 경기장 입장권 가격이 폭등할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한인 팬들에게는 월드시리즈를 기다리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바로 현수가 활약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다. 혹시 아직 그를 모르고 있었다면 지금부터라도 관심을 갖고 응원하면 된다.   주변에 “요즘 힘들다”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월드시리즈를 보며 현수를 열심히 응원하는 것도 잠시나마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하나가 되는 일체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스포츠의 매력 중 하나다.        한인 사회에는 현수가 박찬호나 류현진보다 더 가까운 존재다. 우리의 차세대인 한인 2세이기 때문이다. 그가 월드시리즈에서도 MVP가 되길 기대한다. 김동필 / 논설실장뉴스 포커스 월드시리즈 현수 월드시리즈 진출 한국 대표팀 한국계 선수들

2024-10-24

[뉴스 포커스] 꼭 전하고 싶은 “수고하셨다”는 말

신문 지면에는 매일 다양한 기사들이 실린다. 그 많은 기사 중에서 요즘 꼭 챙겨 읽는 것이 부고 기사다. 인연이 있는 분들의 이름을 부고 기사에서 발견하는 일이 잦아지면서부터다.     올해도 이미 몇몇 분의 부고 기사를 보고 놀랐다. 앞으로는 지인의 부고 기사를 더 자주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건강이 좋지 않다고 하시더니….”, “이분이 갑자기 왜….” “연세가 이렇게 많으셨나.” 기사를 읽고 난 감회는 다르지만 안타깝기는 매한가지다.   고인들과 인연을 맺은 계기는 다양하다. 취재를 명분으로 본의 아니게 괴롭혔던 분도 있고, 반대로 나를 힘들게 했던 분도 있다. 물론 좋은 감정으로 시작된 인연이 훨씬 많지만 말이다. 그중에는 인간적인 친밀감으로 개인적은 고민을 털어놓는 사이가 된 분들도 있었다.       부고 기사는 고인이 세상에 남기는 마지막 흔적이다. 그 안에는 그의 일생이 오롯이 담겨 있다. 비록 고인의 이름과 나이, 사망 원인, 유가족, 장례식 일정만 있는 짧은 부고 기사라도 그렇다.  지인들은 부고 기사를 읽으며 고인과 공유하는 부분을 추억하게 된다.       나는 지인의 부고 기사를 보면 고인이 들려준 옛날이야기가 먼저 떠오른다. 달랑 300달러를 들고 미국생활을 시작했다는 얘기, 길에서 한인을 마주치면 누구든 오랜 친구처럼 반갑게 인사했다는 얘기, 이야기, 밴 차량에 물건을 가득 싣고 여기저기 다니며 장사를 했었다는 얘기, 고기 통조림 가격이 너무 싸 구입했는데 알고 보니 애완동물용이었다는 얘기, 샌타모니카 바닷가를 찾아 향수를 달랬다는 얘기…. 그들은 추억처럼 담담하게 들려줬지만 이민자의 어려움이 묻어나는 사연들이었다.   그들이 떠나면서 그들이 간직했던 사연들도 함께 사라지고 있다. 한인 사회 역사의 한 페이지가 함께 묻히고 있는 것이다. 이제 이민 초창기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려줄 사람도 그리 많지 않을 듯싶다.  그나마 자서전 등으로 본인 삶의 기록을 남기는 분들도 있지만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부고 기사 가운데 가장 인상적은 것이 뉴욕타임스(NYT)의 ‘Overlooked(간과했던 것)’이라는 연재물이다. 우리에겐 2018년 3월 29일 게재됐던 유관순 열사 부고 기사를 계기로 잘 알려졌다. 미국 최고의 신문이 한국 독립운동가를, 그것도 사후 100년이 되어가는 시기에 새삼스레 추모 기사를 썼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물론 ‘Overlooked’에는 유관순 열사 외에도 많은 인물이 소개됐고, 연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NYT가 뒤늦은 부고 기사를 쓰는 이유다. NYT는 “1851년부터 부고 기사를 게재했지만 백인 남성에게 집중됐다. 우리가 간과했지만 역사적으로 뛰어난 인물들을 알리려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지만 잊지 말아야 인물들을 발굴해 역사의 퍼즐을 맞춰가겠다는 의도 아닌지 싶다. 이런 의도라면 부고 기사도 역사 기록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한인 사회의 인구 구성이 달라지고 있다. 1세들의 은퇴는 느는 데 반해, 신규 이민자의 유입은 줄고 있다. 자연히 무게 중심은 점차 차세대로 옮겨가고 있다. 이런 세대교체 현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그렇다면 미래의 한인들은 이민 1세들의 삶을 어떻게 이해하고 평가할까? 아니 기억하려 할지조차 모를 일이다.     지금의 한인 사회는 저절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1세들의 피와 땀이 만든 결과물이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기는 했지만 그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지금의 모습조차 갖추지 못했을 것이다. 그들은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고 성과를 거뒀다.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부고 기사의 주인공들에게 “그동안 수고하셨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김동필 / 논설 실장뉴스 포커스 수고 추모 기사 얘기 이야기 얘기 샌타모니카

2024-09-26

[뉴스 포커스] 차기 LA한인회장이 되려면

'한인회가 어떤 일을 하는 단체죠?' 이런 질문에 선뜻 답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은 많지가 않다. 한인이 사는 곳이면 어디든 있을 정도로 한인회라는 조직은 많지만 역할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어렵다. 그래서 '한인회'라는 명칭은 친숙하면서도 낯설다.     수많은 한인회 가운데 대표를 꼽으라면 아마 LA 한인회일 것이다. 규모나 역량 면에서 그렇다는 의미다. 이런 LA 한인회를 들여다보면 한인회의 존재 이유도 어느 정도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LA 한인회 웹사이트에 소개된 설립 목적을 보면 한인사회 공익 대변과 한인 단체의 구심점 역할, 한·미 양국의 각종 정보 제공, 한인 사회 위상 제고로 되어 있다.   주요 업무 내용은 더 다양하다. 주류 사회와 한인 사회 연결,한인들의 권리와 공익 보호, 소비자 문제 상담, 문제 해결 중재, 각종 정보 제공 및 확인, 통역 및 서류작업 지원, 고용 추천 서비스, 법률,복지제도 상담, 세미나 워크숍, 사회복지 혜택 상담, 차세대 지도자 육성, 이민자 지원 서비스 등 12가지나 된다. 모두 필요한 일들이긴 하지만 '지금 역량으로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LA 한인회는 비영리 봉사단체고, 회장 자리는 명예직이다. 역대 회장 대부분이 본업은 따로 있고 한인 사회를 위해 봉사하겠다며 나선 분들이었다. 물론 회장 역량에 따라 성과에서 차이를 보였지만 전체적으로는 큰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한인회라는 조직의 태생적 한계 때문이다. 예산이 부족하면 회장이나 이사장이 주머닛돈으로 메우는 경우도 많았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한인회에 분발을 촉구하기도 모호한 구석이 있었다.     LA 한인회가 주목받을 때도 있었다. 회장 선거 시즌이 그때다. 특히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LA 한인회장 선거는 과열 양상을 보였다. 한동안은 선거 때마다 분란이 생겼을 정도다. 갈등의 골이 깊어져 법원에 호소하기도 하고, 2명의 회장이 선출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이런 볼썽사나운 모습에 '한인회 무용론' 주장이 불거지기도 했다. 당시의 분란 원인을 복기해 보면 대부분이 주먹구구식 업무 처리와 불투명한 운영이 발단이었다.     그러던 LA 한인회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것은 코로나 19 펜데믹 시기였다. 당시 정부의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들이 쏟아졌지만 한인들이 도움을 받을 만한 곳은 없었다. 이때 발 벗고 나선 곳이 LA 한인회다. 펜데믹 기간에도 사무실 문을 열고 상담을 하고 신청을 도왔다. 자연히 한인회를 바라는 한인들의 시각에도 변화가 생겼다. '있느나 마나한 단체'에서 '필요한 단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다.     펜데믹 이후 한인 사회도 전환의 시기를 맞고 있다. 가장 근본적인 것이 인구 구성의 변화다. 한인 1세들의 은퇴는 늘고 있지만, 신규 이민자는 줄고 있다. 그 격차를 1.5세와 2세들이 일부 메우는 상황이다. 이처럼 한인 사회가 달라지고 있다면 한인회도 변해야 한다.   지금의 한인회라는 틀은 수십 년 전 이민 1세들이 만든 것이다. 그때와 지금의 상황은 너무나 차이가 있다. 과거에 만들었던 틀은 이제 제 역할을 다했다고 볼 수 있다. 달라진 환경에 맞는 새로운 한인회로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조만간 차기 LA 한인회장 선거가 있다고 한다. 벌써 자천타천으로 몇몇 후보가 하마평에 오르는 모양이다. 한인 사회를 위해 활동하겠다는 의욕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니 반갑다. 다만 LA 한인회장 선거에 나서려는 후보들이 염두에 둬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LA 한인회도 전환기를 맞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거처럼 단순히 명예직으로 생각하고 회장에 나설 일이 아니라는 의미다.   한인 사회의 변화에 맞게 한인회 조직과 역할에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는 인물이 차기 회장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LA 한인회가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수많은 한인회의 생존도 가능하다.  김동필 / 논설 실장뉴스 포커스 la한인회장 차기 한인회 가운데 la 한인회 한인사회 공익

2024-09-19

[뉴스 포커스] 그도 불법체류자였다

한국이 IMF 사태로 어려움을 겪던 1990년대 말, LA에 왔다는 친구의 연락을 받았다. 그리 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먼 길 왔는데 얼굴이라도 한번 보자며 약속을 잡았다.     그의 ‘미국행’엔 사연이 있었다. IMF사태로 하루아침에 사업이 망했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어렵게 여행 비자를 받아 LA행 비행기에 올랐다고 했다. 그 무렵 많은 한인이 무작정 미국 땅을 밟았다. 그리고 새로운 곳에서의 재기를 꿈꿨다. 이때 부모를 따라 미국에 온 자녀들을 ‘IMF 키즈’라고 부를 정도였다.      사정은 딱했지만 달리 도울 방법은 없었다. 종종 밥 한 끼 사주며 응원의 말을 건네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다 비자 기간 만료로 그는 불법체류자가 됐고, 얼마 후 연락이 끊겼다. “잘살고 있겠지” 생각하며 몇 년이 흘렀다. 그러던 어느 날 연락이 왔다. 사업을 시작했다고. 체류 신분 문제를 물었더니 그것도 잘 해결될 것 같다고 했다. 그간의 고생담은 직접 듣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 그는 든든한 가장으로, 건실한 비즈니스맨으로, 성실한 납세자로 잘 살고 있다.      친구의 미국 정착기는 다행히 ‘해피 엔딩’이었다. 하지만 수십 년을 불법체류자로 전전긍긍하면서도 열심히 살았지만 끝내 체류 신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고인이 된 분도 있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간 분들도 있다. 그들은 미국 사회에서 가장 약자로 살았다.     최근 몇 번의 대통령 선거에서 줄곧 불법이민자 문제가 주요 이슈로 부상했다. 좀 더 명확하게 말하면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 선거 무대에 등장하면서부터다. 그는 첫 출마였던 2016년  선거에서 국경장벽 설치와 불법체류자 추방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불법 이민자들이 서민 일자리를 빼앗고, 온갖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마치 모든 미국적 병폐의 원인이 불법이민자에게 있다는 듯 몰아붙였다. 당시 “불법체류자, 불법입국자는 과거에도 있었는데 느닷없이 왜?”라고 생각했다. 전략이 통했는지 트럼프는 백악관 입성에 성공했다.     그런데 그는 4년 후인 2020년 대선 때도 같은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리고 다시 나선 2024년 대선에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해 말 “불법이민자가 미국인의 피를 오염시키고 있다”고 하더니 10일 대선 토론회에서는 “불법이민자가 미국인이 기르는 개와 고양이를 잡아먹고 있다”는 황당한 발언까지 했다.  진행자가 “언급한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시에 확인했더니 근거 없는 얘기라고 하더라”고 팩트 체크를 해도 발언 취소나 정정은 없었다. 이 정도면 가짜 뉴스가 아니라 막말 수준이다.     이번 토론회는 6700만 명이 지켜봤다고 한다. 물론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황당 발언’으로 웃고 넘겼겠지만, 이를 사실로 받아들인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앞으로 그들이 이민자를 만나면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까? 가정이기는 하지만 가슴이 서늘해진다. ‘합법이민자’임을 나타내기 위해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이름표처럼 달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다.     불법 입국자가 늘고 문제인 것은 사실이다. 특히 멕시코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주들은 이들의 처리 문제로 골치가 아프다. 주요 대도시가 홈리스 해결에 골몰하듯 이들 지역은 불법 입국자 대책에 부심하고 있다. 그런데 두 가지 모두 속 시원한 해법을 찾기가 어렵다는 게 문제다.     국경을 통한 불법 입국자는 최대한 막아야 한다. 하지만 그들에게 굳이 혐오스러운 막말까지 퍼부을 이유는 없다. 그 말의 여파가 모든 이민자 커뮤니티에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민자의 나라에서 이민자가 혐오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앞에서 언급한 친구의 예처럼 불법체류자였지만 이제는 건강한 미국시민이 된 사례도 많다. 대통령이 되려는 정치인이라면 본인 발언의 파장도 염두에 둬야 한다.    김동필 / 논설실장뉴스 포커스 불법체류자 불법체류자 불법입국자 불법이민자 문제 불법체류자 추방

2024-09-12

[뉴스 포커스] 멀어지는 ‘아메리칸 드림’

미국에 살면서 많이 했던 덕담 가운데 하나가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셨네요”다.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지인에게도, 사업이 번창하는 지인에게도, 자녀가 명문대에 입학한 지인에게도 이 말로 축하 인사를 전하곤 했다. 듣기에 따라서는 다소 어색할 수도 있지만 그냥 ‘축하한다’는 말보다는 낫다는 생각에서다. 어떤 이유든 큰 결심을 하고 미국에 왔으니 ‘아메리칸 드림’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보통 ‘아메리칸 드림’ 하면 이민 1세들의 목표나 희망을 떠올린다. 이민 2세나 3세의 성공담에 ‘아메리칸 드림을 이뤘다’는 표현을 잘 쓰지 않는 이유다. 하지만 ‘아메리칸 드림’은 미국 역사와 함께 하는 오랜 미국의 가치다. 의미가 포괄적이고 주관적인 해석의 여지가 많지만 미국 사회를 지탱하는 기둥 중 하나다.     미국에 처음 정착한 대부분의 유럽인은 종교적, 정치적, 경제적 자유를 찾아온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출신 국가에서의 온갖 박해와 차별을 피해 이주를 결심했다. 따라서 노력에 합당한 결과물을 받고, 공정한 기회를 얻는 것이 그들에게는 최고의 가치였다. 이것이 ‘아메리칸 드림’의 뿌리다. 당연히 신규 이민자뿐만 아니라 수 대에 걸쳐 미국에 사는 사람도 꾸는 꿈이다. 이민 1세와는 다르겠지만 2세나 3세들에게도 ‘아메리칸 드림’이 있는 이유다.   그런데  ‘아메리칸 드림’의 개념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갈수록 경제 이슈에 더 많은 가치를 두는 것이다. 이런 변화에는 2008년의 금융위기가 많은 영향을 끼친 듯하다. 금융위기가 확산하면서 심각한 경제적 불평등 문제가 제기됐고 이에 대한 논란도 거세졌다. 상위 1%가 부를 독점하다시피 하고,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갈수록 굳어진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소위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이런 분위기에 월가 대형 투자은행들에 대한 정부의 막대한 지원이 기름을 부었다. 정부의 지원이 탐욕스러운 은행과 큰 손 투자자들의 배만 불렸다는 주장이다. 이에 반발해 ‘월가를 점령하라’는 시위가 벌어졌고 그때 등장한 구호 가운데 하나가 ‘아메리칸 드림은 사라졌다( American Dream is Over)’였다.     그로부터 10여 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상황은 달라졌을까? 안타깝게도 ‘아메리칸 드림’은 여전히 이룰 수 없는 꿈이 되어 가고 있다. 서민들의 경제 사정은 별반 달라진 게 없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업체 퓨리서처가 최근 전국 87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아메리칸 드림은 가능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53%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과거엔 가능했다’는 응답자가 41%, ‘가능한 적이 없었다’는 답도 6%였다. 겉으로 보면 아직 절반 이상은 ‘아메리칸 드림’이 가능하다고 믿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현재 미국 사회의 중심인 젊은층과 중년 세대의 생각은 딴판이다. 30~49세 사이의 응답자 가운데 ‘가능성이 있다’는 반응은 43%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더구나 18~29세 사이에서는 그 비율이 39%로 더 떨어진다. 주목할 것은 그들이 ‘아메리칸 드림’에 부정적인 가장 큰 이유가 경제적 문제라는 점이다. 매달 생활비를 걱정하고 아무리 노력해도 내 집 장만은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에서 ‘아메리칸 드림’은 공허한 외침일 뿐이라는 것이다. 아마 이들 중 상당수는 10여년 전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대에 직접 참여했거나 그들의 주장에 공감했던 사람들일 것이다.     11월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면서 경제 이슈가 주요 관심사가 되고 있다. 카말리 해리스와 도널프 트럼프 캠프에서는 각종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선거 광고의 상당 부분도 경제 관련 내용이다. 하지만 그중에는 현실성 없는 내용도 많다. ‘아메리칸 드림’의 실현을 바라는 유권자라면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 김동필 / 논설실장뉴스 포커스 아메리칸 드림 아메리칸 드림 경제 이슈 경제적 불평등

2024-08-29

[뉴스 포커스] 미국 한인 사회는 왜 못할까?

스포츠의 가장 큰 매력은 감동이다. 경기에 나서는 팀이나 선수가 스토리를 갖고 있다면 감동은 배가 된다. 어려움을 극복하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감정적 동조 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일본의 한국계 학교인 교토국제학교가 화제다. 전일본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에서의 맹활약 덕분이다. 이 학교 야구팀은 일본 최고 권위의 고교 야구대회에 참가해 승승장구했다. '여름 고시엔'은 대회 참가 자체가 영광일 정도라고 한다. 올해도 전국 3100여개 고등학교 야구팀 가운데 겨우 49개만 본선 무대를 밟을 수 있었다. 그런데 중학교까지 합쳐도 전교생이 겨우 160명인 교토국제학교가 본선 진출은 물론 연전연승을 한 것이다. 스포츠가 줄 수 있는 감동으로 충분하다.         교토국제학교는 1947년 재일 한인들이 설립한 교토조선중학교가 모태다. 이후 1958년 교토한국학원으로 이름을 바꿨고 1963년엔 고등학교 과정도 개설했다. 하지만 일본 교육 당국으로부터 정식학교 인가를 받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개교 56년이 지난 2003년에야 정식 학교 인가를 받아 교토국제학교로 이름을 바꾸고 일본인 학생도 받았다고 한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학교 명맥을 이어온 재일 한인들의 끈기와 저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해외 최대 한인 사회가 있는 LA에도 한국계 학교가 있었다. 윌셔 초등학교와 멜로즈 중·고등학교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들 학교는 이제 이름만 남았다. 1985년 개교했던 윌셔 초등학교는 2018년 문을 닫았고, 멜로즈 중·고등학교는 1994년 개교한 후 5년 만인 1999년 폐교를 했다.        재일 한인 사회는 해낸 일을 LA 한인 사회는 실패한 것이다. 조건과 상황은 일본 한인 사회가 훨씬 열악했을 텐데도 말이다. 윌셔와 멜로즈의 폐교엔 여러 원인이 있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학교를 이끌던 이사들의 무능과 무책임이다. 이사들은 학교 발전을 위한 계획을 세우고 이의 실행 방안을 찾기보다 자리보전에 더 급급했다. 이사들 가운데는 교육 문제와 전혀 관계없는 인물들도 있었다. 학교 측은 비전을 보여주지 못했고, 이런 학교에 자녀를 맡길 부모는 없었다. 결국 학교는 '학생 수 감소-예산 부족-교육의 질 저하'라는 악순환에 빠졌고 그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폐교 위기가 알려지면서 한인들 사이에는 논란도 벌어졌다. "기금을 모아 학교를 살리자"는 측과 "왜 사립학교를 지원해야 하느냐"는 주장이 맞섰다. 하지만 "왜"의 목소리가 훨씬 컸고   학교는 폐교 수순을 밟았다. 이 과정에서도 이사회라는 조직은 별 역할을 하지 않았다. 만약 당시 이사회가 한국계 학교의 필요성을 각계에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생존 방안을 치열하게 고민했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들에게는 두고두고 불명예로 남을 것이다.  단순히 한국계 학교 하나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정체성 교육의 핵심을 지키는 일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웨스트 LA 지역에 갈 때면 유달리 유대인 학교들의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는 2세들에게 늘 정체성을 강조한다. '코리안-아메리칸'으로서 자긍심을 가지라고. 그런데 정작 그들이 정체성을 확인하고, 이를 체화할 수 있는 수단은 제공하지 않고 있다. 관심 있으면 필요한 내용물은 알아서 채우라는 식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정체성을 강조해봐야 공허한 메아리가 될 뿐이다.     지난해 재외동포청 출범에 잠시 기대감을 가졌었다. 2세들의 정체성 함양이 역점 사업의 하나로 제시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도 구체적인 시행 방안은 발표되지 않고 있다. 내부 역량으로 어렵다면 외부 지원을 받아서라도 풀어야 할 과제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아 보인다.     부연 설명 한 가지, 교토국제학교의 교가는 '동해 바다 건너서'로 시작되는 한국어 가사다.  김동필 / 논설실장뉴스 포커스 미국 한인 고등학교 야구팀 한인 사회 고등학교 과정

2024-08-22

[뉴스 포커스] 이제부터는 경제다

트럼프가 달라졌다. 대선 유세에서 경제 관련 발언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 지난 14일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쉬빌에서의 유세는 그의 이런 변화를 보여주는 첫 무대였다. 얼마 전 마라라고 자택에서의 기자 회견이나 일론 머스크와의 장시간 대담에서는 보이지 않던 모습이다.       “당선되면 취임 12개월 이내에 전기료 등 가정용 에너지 가격을 50~70% 내리겠다”, “소셜 시큐리티와 팁 수입은 면세 혜택을 주겠다”, “경제를 활성화해 모든 국가 부채를 상환하겠다”, “취임 1년 이내에 일자리 창출을 방해하는 모든 규제를 폐지하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인플레이션을 잡겠다.”    애쉬빌에서 그가 쏟아낸 경제 관련 공약들이다. 이미 소개된 새로운 버전의 ‘트럼프노믹스’에 몇 가지가 추가됐다.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것도 있지만 관심 끌기용으로는 그럴듯하다. 물론 이날도 바이든 대통령을 ‘비뚤어진 조(Crooked Joe)’라 조롱하고, “해리스는 인터뷰를 할 능력이 있을 만큼 똑똑하지 않다”는 등 인신공격 발언을 멈추지 않았지만 경제 얘기를 하느라 비중은 줄었다.     트럼프의 변화는 위기감을 감지한 결과다.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된 해리스의 기세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우세를 보였던 ‘스윙 스테이트’들도 어느새 접전 양상으로 변했다. 일부 주에서는 지지율이 역전됐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온다. 트럼프 캠프 입장에서는 초조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선택한 카드가 ‘경제’다. 경제 분야만큼은 트럼프가 해리스 보다 우위라는 판단 때문인 듯하다.  유권자들도 경제 분야에서는 트럼프가 해리스보다 한 수 위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트럼프가 해리스보다 경제를 잘 이끌어 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응답자 비율이 높다. 그 배경에는 트럼프가 기업인 출신이라는 점이 작용하는 듯하다. 일종의 선입견일 수 있지만 기업인이 경제 문제를 더 잘 알고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그런데 정작 트럼프 스스로는 “그들은 (경제가)가장 중요한 이슈라고 하는 데 정말 그런지는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제로의 방향 전환은 트럼프 본인의 결정이 아니라 공화당과 대선 캠프의 전략적 선택인 듯하다.   그런데 우리는 이미 트럼프의 경제 정책, 즉 ‘트럼프노믹스’를 경험한 바 있다. 그가 대통령으로 재임했던  2017~2020년 사이다. 기억력 탓인지는 몰라도 당시 엄청나게 경제적 호시절을 보낸 것 같지는 않다. 법인세와 소득세 세율을 인하하고,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고, 중국과 요란한 무역 전쟁을 벌였지만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은 특별히 나아진 것이 없었다. 이는 트럼프의 임기 중반쯤이던  2018년 9월에 실시된 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잘 나타난다. 당시 금융정보 업체 뱅크레이트의 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62%가 “트럼프 취임 이후 재정상태가 나아진 게 없다”고 답했다.  실제로 2017년부터 팬데믹 전까지 트럼프 재임 기간 3년 동안의 경제성장률과 바이든 정부와 별 차이가 없다. 자유무역협정 폐기, 세율 인하, 재정 지출 확대, 규제 완화 등으로 대표되는 ‘트럼프노믹스’의 성과가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의미다.      남은 대선 기간엔 경제가 주요 이슈가 될 전망이다. 도전자인 트럼프는 바이든 정부의 경제적 실정을 찾아 맹공에 나설 것이고, 해리스 부통령은 방어와 함께 개선안 제시해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변화는 공화당과 트럼프 캠프의 전략적 선택에 의한 것이지만 오히려 긍정적이다. 서민들에게는 ‘먹고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세 현장에서의 공격적이고 자극적인 언행, 가짜 뉴스 유포, 갈등과 증오 조장 행위도 많이 줄어들 것 같다. ‘경제적 논쟁’은 팩트를 기반으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동필 / 논설실장뉴스 포커스 경제 경제 분야 경제 문제 경제 정책

2024-08-15

[뉴스 포커스] 토미 현수 에드먼이 다저스에 온 의미

메이저리그(MLB)의 한국계 선수인 토미 현수 에드먼이 LA에 왔다. 트레이드를 통해 LA다저스 선수가 된 것이다. 아직 부상에서 회복 중이지만 조만간 다저스타이움에서 그가 활약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됐다. 야구팬들에게는 가슴 설레는 일이다.    개인적으로 그의 다저스행이 반가운 것은 지난해 2월 ‘토미 현수 에드먼의 태극기’라는 칼럼을 쓴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의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한국 대표팀 선발 소식이 전해진 무렵이었다. 그의 한국 대표팀 합류는 큰 의미가 있었다. 당시 재외동포청 출범 작업도 한창이던 터라 시기적으로도 좋았다. 한국에선 ‘한국 국적자가 아닌 선수의 첫 한국 대표’라면서도 반응은 긍정적이었고, 한인 사회는 ‘한국계’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토미 현수가 한국 대표 선수가 될 수 있었던 것은 WBC의 독특한 규정 덕분이다. WBC 주최 측은 흥행을 위해 본인이 원하면 부모는 물론 조부모 출신 국가의 대표로 출전하는 것도 허용했다. 토미 현수는 어머니가 한인이라 자격이 충분하다. 메이저리그에는 한국 대표 선수 자격을 갖춘 선수가 몇 명 더 있었다. 한국 대표팀 측은 이들과도 접촉했지만 아쉽게도 다들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상과 팀 내 주전 경쟁이 이유였다. 사실 확실하게 주전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팀을 이탈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토미 현수는 흔쾌히 합류 의사를 밝혔고 소중한 시간을 할애 했다.     그가 한국 도착 후 공항에서 들뜬 표정으로 첫 인터뷰를 하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한국팀이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서툴지만 한국어 인사말도 건넸다. 하지만 한국 대표팀의 성적이 좋지 않았고 토미 현수 에드먼의 스토리도 거기서 마침표를 찍었다.   그의 한국 대표선수 활약은 많은 여운을 남겼다. 우선 ‘한국계 미국인’의 존재 가치를 다시 한번 확신시켜 줬다. 일반적으로 ‘한국계’란 부모나 조부모 중 한 명이 한인인 경우를 칭한다. 일부에서는 ‘혼혈’이라는 말을 사용하지만 거부감이 든다. 왠지 차별의 의미가 담겨 있는 듯해서다.       이민 역사가 깊어지면서 ‘한국계’도 늘고 있다. 타인종과 결혼하는 한인이 늘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실제로 인구 센서스 결과를 보면 ‘한국계’의 증가폭이 한인 인구 전체의 증가폭을 훨씬 앞선다. 시간이 흐르면 이런 현상이 더욱 가속화 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화제를 모았던 영화 ‘메이 디셈버(May December)’의 남자 주인공 역을 맡았던  찰스 멜튼은 어머니가 한인인 한국계다. 그리고 지난해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 골프에서 깜짝 우승한 앨리슨 코푸즈도 한국계다. 음악계에도 이미 잘 알려진 한국계가 있다. 그래미상 수상자로  2022년 LA에서 열린 56회 수퍼보울 하프타임 공연에도 참여했던 앤더스 팩이다. 그는 외할머니가 한인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들과 한인 사회와의 접점이 크지 않다는 사실이다. 한인 사회는 그들에게 무관심하고, 그들은 한인 사회의 존재를 잘 모른다. 거창하게 정체성 운운하지 않더라도 그들에게 “나도 한인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생각이라도 갖게 할 방법은 없을까. 이를 위해서는 한인 사회가 머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류현진이 떠난 후 다저스에 대한 한인 야구팬들의 관심도 시들해졌다. 하지만 이제 다시 다저스를 응원해야 할 이유가 생겼다. 다저스에는 토미 현수 에드먼이 있기 때문이다. 과거 박찬호, 류현진에게 그랬듯 이제는 토미 현수의 활약에 열광하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그것이 한인 사회가 ‘한국계’를 끌어안는 첫걸음이 되었으면 한다.  김동필 / 논설 실장뉴스 포커스 다저스 토미 토미 현수 한국 대표선수 la다저스 선수

2024-08-01

[뉴스 포커스] 트럼프의 밴스 선택이 효과를 보려면…

도널드 트럼프의 쇼맨십은 여전했고 정치적 감각은 8년전에 비해 발전한 듯하다. 그는 지난 13일 유세 연설 도중 총격 피습을 당한 긴박한 상황에서도 ‘그림’ 하나를 만들었다. 피를 흘리며 경호원들에 에워싸여 안전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주먹을 높이 치켜든 것이다. 본인은 괜찮다는 신호였다. 이에 지지자들은 ‘유에스에이(USA)’를 외쳤고, 그는 ‘파이트(fight)’로 화답했다. 누구와 싸우라는 의미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짧은 순간에도 그의 스타 본능이 작동했고 참석자들은 이에 열광했다. 지지자들이 무엇을 보고 싶어 하는지, 무슨 말을 듣고 싶어 하는지 그는 알고 있었다.   러닝메이트로 JD 밴스를 낙점한 것은 그의 정치적 감각을 보여준다. 밴스는 트럼프 비판자에서 충성파로 돌아선 인물이다. 지명도나 경력 면에서도 다른 후보들에 비해 나을 것이 없다. 트럼프가 ‘확장성’ 대신 ‘충성심’을 선택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는 피상적 분석이다. 트럼프는 밴스 지명을 통해 ‘확장성’과 ‘충성심’ 두 가지를 다 택한 것이다. 밴스가 트럼프에게는 없는 세 가지 강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밴스는 39세의 젊은 정치인이다. 이는 트럼프에게도 제기될 수 있는 ‘고령 논란’을 희석하는 효과가 있다. 워낙 고령인 바이든에 가려서 그렇지 올해 78세인 트럼프도 사실 고령 정치인이다. 만약 그가 당선된다면 임기 2년 차부터 80대에 접어들기 때문이다.         밴스에게는 러스트벨트 지역 ‘흙수저’ 출신이라는 서사도 있다. 부유한 집한 출신인 트럼프와는 전혀 다른 배경이다. 트럼프의 득표율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밴스의 출신 지역인 오하이오 주를 비롯해 펜실베이니아,미시간,위스콘신 등 러스트벨트 지역은 2016년과 2020년 대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곳이다. 올해도 양당의 지지율이 팽팽해 ‘스윙 스테이트’로 분류된다. 여기에서 우위를 점한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밴스가 러닝메이트 수락 연설에서 “러스트벨트 지역 주민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다.     배우자가 소수계라는 것도 밴스의 강점이다. 밴스의 아내 우샤 칠루쿠리 밴스는 인도계 미국인이다. 인도계는 최근 정치적으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소수계 커뮤니티다. 이번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섰던 인물들 가운데서도 인도계가 2명(니키헤일리, 비벡 라마스와미)이나 있었다.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도 모친이 인도계다. 게다가 인도계는 민주당의 아성으로 알려진 실리콘밸리 IT업계도 장악하고 있다. 주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는 물론 인도계의 창업 비율도 높다. 트럼프 캠프 측은 우샤 밴스를 앞세워 인도계는 물론 다른 소수계 유권자들과 접점을 넓히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의 전략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꼭 ‘선거 공학’대로 상황이 흘러가지는 않기 때문이다. 먼저 둘 다 강경 보수의 이미지가 강하다는 것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대통령과 부통령 후보가 모두 강경 보수 이미지라면  중도층의 지지를 끌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사소한 문제로 볼 수도 있지만 밴스가 트럼프의 장남과 친구라는 것도 개운치가 않다. 과거 트럼프 정부 당시 트럼프 자녀들의 국정 관여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정치 언어는 쉽고 간단하고 명료하다. 지지자들이 열광하는 이유다. 그러나 때로는 혐오감과 증오심을 유발하는 언사도 주저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정치적 극단주의가 생기고 양극화가 심화했다. 그리고 그 피해자는 주로 소수계나 사회적 약자들이었다.   트럼프가 이번 선거에서 이기려면 과거 대통령 시절과는 달라져야 한다. 결국 본인이 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전략인 셈이다. 김동필 / 논설 실장뉴스 포커스 트럼프 선택 트럼프 비판자 도널드 트럼프 트럼프 캠프

2024-07-18

[뉴스 포커스] 복수국적 확대가 혜택이라는 착각

1990년대 말 닷컴 열풍이 한창일 때 한인 벤처 스타도 여러 명 탄생했다. 유리시스템스라는 통신장비업체를 10억 달러에 매각한 김종훈도 그중 한 명이었다. 특히 그는 중학생 때 이민 온 1.5세라는 것이 더 친밀감을 갖게 했다. 한인 차세대의 롤모델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김종훈이 다시 뉴스에 등장한 것은 2013년이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그를 미래창조과학부 초대 장관 후보로 임명한 것이다. 당시 한인 사회는 놀라움과 기대감으로 환호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는 청문회를 앞두고 자진 사퇴를 선택했다. 온갖 억지스러운 시비에 마음의 상처도 많이 받았다. 결정적이었던 것이 그의 국적 문제였다. 미국 시민권자라는 것에 대한 한국 사회의 정서적 거부감이었다. 그는 시민권 포기까지 결심하고 한국 국적을 회복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한국에서 복수국적 허용 연령을 낮추는 방안이 추진 중이다. 현행 65세 이상에게만 허용하는 것을 55세 이상으로 한다는 것이다. 사실 ‘연령 하향’ 추진이 처음은 아니다. 2011년 복수국적 시행 이후 여러 차례 시도됐지만 모두 무산됐다. 그 원인 역시 국민 정서 탓이 크다. “국방, 납세 등 의무는 다하지 않은 사람들이 혜택만 보려 한다”는 생각에서 오는 반감이다.     이런 정서가 형성되어 있다 보니 국회에서 법안이 발의 돼도 통과가 어렵다. 의원들은 찬성표를 던져봐야 정작 선거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 듯하다. 그러다 보니 관련 법안들은 시간만 지체하다 자동 폐기되는 운명을 맞았다.    그렇다면 정말 어떤 혜택만을 위해 복수국적 허용 확대를 요구하는 것일까?  ‘복수국적 연령 하향’은 선천적 복수국적자 문제 해결과 함께 한인 사회의 주요 요구 사항이기는 하다. 그러다 보니 한국에서는 이를 해외동포들에게 베푸는 혜택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는 일방적 혜택이 아니라 한국과 재외동포가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방안이다.     정서적 거부감의 밑바닥에 있는 ‘얌체족’ 이슈를 보자. 물론 건강보험 이용 등의 목적으로 한국 국적을 회복하려는 사람도 있겠지만 소수일 것이다. 특히 65세 이상 시니어는 미국에서 메디케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굳이 의료만을 목적으로 ‘한국행’을 택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시니어들에 제공되는 다른 복지 혜택도 미국이 훨씬 많다. 이는 복수 국적 허용 연령을 낮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노동시장의 경쟁 심화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경제 활동 가능 인구가 유입되면 일자리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도 기우다. 한국에서의 취업이 목적이라면 굳이 복수국적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세금 문제 등 복잡한 문제가 생길 수 있음에도 복수국적을 원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 장기 체류의 편리함이다. 물론 해외동포비자(F-4)를 받으면 시민권자도 90일 이상 체류가 가능하지만 한국 국적자가 되는 것만큼 편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재외동포청은 복수국적 확대 명분으로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 문제 해결과 우수 인재 유치’를 내세웠다. 그런데 여기에 추가할 것이 있다. 바로 구매력 있는 소비자의 유치다. 장기 체류를 위해서는 주거지가 있어야 하고 자동차나 가전제품도 구매해야 한다. 생활비도 필요하다. 대부분은 이에 필요한 비용을 미국에서 가져다 쓰기 마련이다. 복수국적자 2000명이 연간 5만 달러씩만 써도 총액은 1억 달러나 된다.         한국 정부는 복수국적 확대에 대한 찬반을 묻는 여론조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조사 대상은 20세 이상의 성인 2000명가량이다. 그런데 이 일이 여론조사 결과로 추진 여부를 결정할 사안인지 모르겠다. 만약 여론조사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온다면 “없던 일”로 하겠다는 것인가.     ‘김종훈 사태’가 벌어진 것이 불과 10년 전이다. 그동안 한국의 정서가 얼마나 달라졌을지 모르겠다. 김동필 / 논설실장뉴스 포커스 복수국적 확대 선천적 복수국적자 복수국적 허용 복수국적 연령

2024-06-27

[뉴스 포커스] 한 올드타이머의 걱정

“20~30년 후에도 한인 커뮤니티가 존재할까요?” 오랜만에 만난 올드타이머 한 분이 자문하듯 질문을 던졌다. “글쎄요. 남아있지 않을까요.” 별 생각 없이 답은 했지만 계속 여운이 남았다. 한인 은행 이사를 하는 등 오랜 세월 한인 커뮤니티와 함께 한 분의 말이라 그냥 흘려 들을 수만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인 생각은 어떤지 되물었다. “안타깝지만 쉽지 않을 거라고 봐요.” 지금 상태가 지속한다면 이름은 남겠지만 존재감은 훨씬 약해질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한인 사회는 주요 소수계 커뮤니티의 하나로 간주된다. 인구는 물론 정치력, 경제적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 결과다. 그 덕에  한인 사회는 소수계 정책의 우선 고려 대상 그룹에 포함되어 이런저런 혜택을 받는다. 소수계 가운데는 정치적 발언권도 꽤 있는 편이다. 그런데 커뮤니티의 존재감이 약해진다는 것은 이런 위상도 함께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혜택도 발언권도 줄어드는 것이다.       그의 걱정에는 근거가 있다. 커뮤니티의 구심력이 점차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지금의 한인 사회는 동력이 많이 떨어진 모습이다. 과거에는 다소 거칠고 구성원간 갈등을 빚더라도 무엇인가 만들어보려는 노력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런 일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현상의 원인 중 하나가 세대교체기로의 진입이 아닐까 싶다. 각 분야에서 1세들의 은퇴가 늘면서 점차 1.5세, 2세들이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이들에게서는 부모 세대가 가졌던 강한 커뮤니티 의식이 보이지 않는 것 같다. ‘한인’이라는 유대감이 1세들보다 약하기 때문이다. 한인 단체들의 활동력이 과거에 비해 많이 약해진 것이 이런 현실을 반영한다. 그렇다고 차세대 모임이 활발한 것도 아니다.     신규 유입 인구 감소도 악조건의 하나다. 한국에서 새로 이민 오는 사람이 줄고 있다. 한인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한 1980~90년대의 한인 영주권 취득자는 연간 3만 명이 넘었다. 그러던 것이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평균 2만 명 선으로 줄었고, 요즘은 1만5000명 수준으로 더 감소했다. 이민의 형태도 가족 초청보다 취업이민이 더 많다. 취업이민자는 지역적, 직업적 분산 현상이 특징이다. 이들에게 커뮤니티 의식을 주문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다.       한인 커뮤니티의 미래를 얘기할 때 흔히 비교되는 것이 일본 커뮤니티다. 우리와 이민 역사가 비슷하고 무엇보다 ‘모국으로부터 유입 인구 감소’라는 공통점 때문이다. 반면, 중국이나 베트남, 필리핀, 인도 등 다른 아시아계 커뮤니티는 유입 인구 등에서 우리와 상황이 다르다. 이로 인해 한 세대 정도 더 지나면 한인 사회도 지금의 일본 커뮤니티처럼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이름은 남아 있지만 존재감은 크지 않은 커뮤니티로 말이다.     한인 이민 역사가 120년이 넘었다. 하지만 본격적인 커뮤니티 형성은 인구가 늘기 시작한 70년대 말 무렵 부터가 아닐까 싶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한인 커뮤니티의 역사는 이제 두 세대가량이 지난 셈이다.     이제 한인 커뮤니티도 갈림길에 서 있는 듯하다. 새로운 모습으로 진화할 것이냐, 아니면 시간의 흐름 속에 퇴화할 것이냐다. 하지만 기자가 만났던 올드타이머처럼 대부분이 퇴화보다는 진화를 원한다. 숫자는 적어도, 신규 유입 인구가 없어도 한인 사회가 영향력 있는 커뮤니티로 남길 바라는 것이다. 그것이 다음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는 유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거저 얻어지는 결과물이 아니다.  지금부터 밑그림을 그리고 준비 작업을 시작해야 하는 일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직 이에 대한 진지한 고민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과연 이 일에 누가 앞장설 것인가? 걱정하는 사람은 많지만, 선뜻 나서는 주체가 없다는 것이 우리의 고민이다.   김동필 / 논설실장뉴스 포커스 올드타이머 걱정 한인 커뮤니티 커뮤니티 의식 아시아계 커뮤니티

2024-06-20

[뉴스 포커스] ‘국경 단속’ 정치적 이용 말아야

‘이민 문제’가 11월 대통령 선거의 주요 이슈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론조사 기관인 갤럽의 4월 설문조사 결과 영향이다. 질문은 ‘현재 미국의 가장 큰 문제’를 꼽으라는 것이었고 ‘이민’을 선택한 응답자가 27%로 가장 많았다. 정부(20%), 경제(17%), 인플레이션(13%) 등의 답변을 훨씬 앞질렀다. 동일 조사에서 ‘이민 문제’는 3개월 연속 1위를 기록했고, 이는 25년 만에 처음이라는 설명도 따랐다.         그런데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표현 방식 문제다. 갤럽이 제시한 항목은 정확히 말해 멕시코 국경을 통한 불법입국자 문제였다. 그런데 대부분의 매체가 이 내용을 전하며 제목에 ‘이민(immigration)’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제목만 보면 불법입국자가 아니라 이민 자체가 문제인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갤럽이 낸 자료를 찾아봤더니 ‘이민이 3개월 연속 미국의 최대 현안에 올랐다(Immigration Named Top U.S. Problem for Third Straight Month)’라는 제목으로 되어 있다. 갤럽의 단어 선택에 문제가 있었고, 다른 매체들은 아무 생각 없이 이를 그대로 옮겼다.      멕시코 국경의 불법입국은 새로운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왜 새삼스레 ‘최대 현안’이 되었을까? 무엇보다 불법입국자의 급증 탓이다.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불법입국자는 계속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지난해 12월에는 25만 명 가까이로 늘어 전달에 비해 31%나 급증했다. 2022년 12월에 비해서도 13%가 늘었다. 이런 국경 상황이 수시로 알려지면서 불안감이 높아졌다.         또 한 가지는 정치 이슈화다. 트럼프를 비롯한 공화당 강경파들은 불법입국이 늘자 국경 문제를 계속 부각했다. 그런가 하면 그렉 애보트 텍사스 주지사,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불법입국자 이송쇼’ 까지 벌였다. 일방적으로 불법입국자들을 이들에게 우호적인 지역으로 보낸 것이다. 명분은 “우리 주가 당하는 어려움을 직접 겪어보라”는 것이었지만 내심은 불법입국자 문제의 전국 이슈화였다. 이들의 전략은 나름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내에서조차 “이대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4일 발표한 ‘국경 망명신청 제한’ 행정명령도 이런 분위기의 연장선이다. 방치하면 선거에서 불리할 것이라는 정치적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그동안 이민단체 등에선 정책 개선을 요구했다. 국경 순찰 인력을 늘려 최대한 불법입국을 막고, 이민법원 판사 충원을 통한 업무 신속화 등이다. 하지만  표를 의식한 바이든 대통령은 시간이 걸리는 정책 개선 대신 행정명령이라는 강경책을 택했다.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에서 이민은 민감한 이슈다. 또 인종 문제와도 연결돼 있어 점화력이 강하다. 여기에 정치적 이슈라는 변수까지 더해지면 혼란은 더 커진다. 그리고 그 와중에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은 소수계 커뮤니티다.   아시아계는 최근에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팬데믹 당시 한인을 포함한 아시아계가 인종 증오범죄의 표적이 된 것이다. 어이없게도 증오범죄의 원인 제공자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었다. 그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하자 이를 ‘쿵후 바이러스’,‘차이나 바이러스’ 등으로 불렀다. 중국과의 껄끄러운 관계를 고려한 정치적 언사였다. 그런데 엉뚱한 방향으로 불똥이 튀었다. 아시아계 주민을 향해 무차별적 폭력이 가해진 것이다. 피해자 대부분은 시니어와 여성이었다. 정치인의 한 마디에 사회적 낙오자들이 아시아계를 분풀이 대상으로 삼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불법이민은 막아야 한다. 하지만 이를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특히 선거 전략과 맞물리면 증오와 갈등만 키울 우려도 있다. 그리고 그 불똥이 자칫 이민 사회로 번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김동필 / 논설실장뉴스 포커스 국경 단속 불법입국자 문제 국경 문제 불법입국자 이송쇼

2024-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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