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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교황 선출, 가톨릭 방향 가늠할 역사적 순간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이후부터 새 교황이 추기경단에 의해 선출되기 전까지의 기간은 '세데 바칸테(sede vacante)'라 불리며 일반적으로 15~20일 지속된다. 이 중 9일은 공식적인 애도 기간인 '노벤디알레(novendiale)'로 지정된다. 장례식이 끝나면 전 세계 주요 추기경들은 비공개회의인 콘클라베에 모여 후계자를 선출한다.   콘클라베라는 단어는 라틴어로 '열쇠로 잠긴(con clave)'이라는 의미로, 13세기 교황 클레멘스 4세 선종 이후 3년 가까이 교황이 선출되지 않자 추기경들을 방에 가두고 빵과 물만 넣어준 데서 유래했다. 오늘날 이 방식은 교회법에 따라 엄격히 유지되고 있다.   ▶정치적 균형 고려도 중요   교황 선출은 단순한 신앙 행위가 아니라 정치적 균형을 고려한 행위다. 현재 구도는 진보 대 전통주의의 양상이다. 진보는 성별과 성적 지향을 포함한 사회문화적 이슈에 있어 교회 개혁을 지지한다. 전통주의는 이에 반대해 오히려 더 엄격한 규범을 주장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진보적 성향이었으며 전임자 베네딕토 16세는 전통주의자였다.   이러한 이념적 차이 외에도 새 교황 선출을 결정지을 중요한 요소는 바로 출신 지역이다. 역사상 대부분의 교황은 이탈리아 출신이었다. 1978년 폴란드 출신인 요한 바오로 2세가 선출되기 전까지 500년 이상 이탈리아 이외 지역 출신 교황은 없었다.   ▶기독교 인구 남반구 우세   세계 기독교 인구의 중심은 빠르게 남반구로 이동하고 있다. 북미와 서유럽에서는 기독교가 쇠퇴하는 반면, 라틴아메리카와 아시아, 아프리카에서는 급속히 성장 중이다. 2050년까지 전 세계 기독교인의 78%가 남반구에 거주할 것으로 예상되며 아프리카만 해도 전체 기독교인의 40%를 차지할 전망이다. 이를 가톨릭에 국한하면 이 추세는 더 분명하다.     그러나 이러한 인구 변화에도 교황직을 포함한 교회의 권력은 여전히 서구에 집중되어 있다. 마지막 아프리카 출신 교황은 496년에 선종한 겔라시우스 1세였으며 아시아 출신 교황은 단 한 명도 없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라틴아메리카 출신이었지만 이탈리아 이민자의 아들이면서 남유럽이라는 문화적 배경을 안고 있었다. 완전히 남반구 출신 교황으로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진보와 보수 사이의 구도   진보적 가톨릭 신자라면 비유럽권 출신 교황의 등장을 환영할 법도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아프리카는 지난 수십 년간 성적 지향과 젠더 이슈 등에서 보수적 입장을 강화해 왔다. 진보적 가톨릭 신자들은 아프리카 교황보다는 유럽 출신의 진보적 교황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현재 아프리카 출신 유력 후보로는 가나 출신 피터 터크슨 추기경(76)과 기니 출신 로버트 사라 추기경(79)이 있다. 두 사람 모두 전통주의 노선으로 특히 동성애 반대 입장과 여성 사제 반대, 이슬람과의 신학적 대화 거부 등 강경한 입장을 취해왔다.   반면 진보 성향 후보는 대부분 유럽 출신이다. 포르투갈의 조제 멘돈사 추기경(59)은 여성 사제 찬성 입장을 피력한 수녀에 공감을 표시했으며 동성 관계에 대해 관용적 시각을 갖고 있다. 그러나 젊은 나이 탓에 새 교황으로 선출될 가능성은 낮다. 보다 유력한 인물은 이탈리아의 마테오 주피 추기경으로 바티칸의 평화 특사로 활동한 경력과 함께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목 철학을 계승하는 인물로 꼽힌다.   ▶아시아 출신도 가능할까   이 모든 이념적.지역적 긴장 속에서 절충안으로 주목받는 인물이 있다. 바로 필리핀 출신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이다. 그는 '아시아의 프란치스코'라 불리며 사회정의에 대한 헌신으로 서구 진보 가톨릭 신자들에게도 지지를 받고 있다. 유럽 문화권 출신이 아니어서 많은 비서구권 신자와 닮은 인물이다.   타글레 추기경은 진보와 보수, 북반구와 남반구, 이념과 지역 간의 구도를 일정 부분 완화할 수 있는 선택이다. 라스베이거스 베팅 사이트에서도 타글레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목소리   누가 되든 차기 교황은 가톨릭 세계의 이런 구도를 일정 부분 통합해야 한다. 교리뿐 아니라 지역과 이념의 차이가 있는 교회와 신자들을 품으면서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된다.   다가올 콘클라베는 단지 한 인물의 선출이 아니라 가톨릭교회의 미래 중심이 어디로 이동할지를 가늠하는 역사적 순간이 될 것이다. 안유회 객원기자가톨릭 교황 교황 선출 프란치스코 교황 세계 기독교인

2025-04-28

하늘로 떠난 교황…세계 130국 지도자들 한 자리에

가난한 자들의 친구로, 검소하며 소탈한 삶을 실천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 세계의 애도 속에서 영면에 들었다.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엄수된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미사는 비공식적인 '외교의 장'이 열리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6일(현지시간) 오전 10시 장례 미사가 엄수된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는 약 25만명이, 운구 행렬엔 15만명이 몰렸다. 이 자리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등 주요 정상이 한자리에 모이는 흔치 않은 장면이 연출됐다. 약 50명의 국가원수와 10명의 군주가 참석했으며, 약 130개국 대표단이 바티칸을 찾았다. 한국 정부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민관 합동 조문사절단을 파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전 끊임없이 가자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중단, 평화와 대화를 촉구해 왔다. 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기 위해 모인 각국 정상들은 국제 현안을 두고 이견을 내거나 갈등을 겪고 있지만, 장례 미사를 계기로 만나 '조문 외교'를 펼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례 미사에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약 15분간 짧게 회동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장례 예절에서 벗어나 성조기 모양 배지가 달린 파란 정장을 입었다. 교황의 장례식에서조차 국제관계에 있어 자신만의 길을 가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됐다.     》관계기사 한국판 관련기사 교황 마지막 길, 노숙자·각국정상…40만이 배웅했다 무덤엔 '프란치스코' 한 글자와 흰장미 한송이 뿐…교황 영면 김은별 기자 [email protected]지도자 하늘 장례 미사가 프란치스코 교황 트럼프 대통령

2025-04-27

“내가 기억하는 프란치스코 교황님, 언제나 낮은 곳에 임하신 분”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21일 선종해 전세계가 슬픔에 빠진 가운데, 달라스의 가톨릭 교인들 사이에서 특별한 애도의 물결이 흐르고 있다. 달라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천주교회 조재형 가브리엘 주임신부는 “지난 4월21일, 부활 팔일 축제 월요일에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선종하셨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며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다음 날, 교황님께서는 하느님의 품으로 가셨다. 예수님께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천상 낙원으로 인도하셨음을 믿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13년에 교황으로 선출되어 12년 동안, 교황님은 세상의 가장 높은 자리에서 가장 낮은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고 덧붙였다. 조재형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작은 인연이 있다. 지난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은 124위 순교자 시복식과 아시아 청년대회를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조재형 신부는 그때 교구 성소 국장이었고, 방한 준비위원회의 영성 신심 분과 위원으로 참여했다.   조재형 신부는 “가까이서 뵈었던 교황님의 모습은 지금도 제 마음에 깊이 남아 있다”며 “교황님은 낡은 가방을 들고 다니셨다. 족히 30년은 된 듯한 가방이었다. 교황님의 검소한 성품을 보여주는 상징이었다”고 회고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서울대교구의 신축 청사를 축복했을 때도, 방명록에는 작고 소박한 글씨로 한쪽 구석에 사인을 남겼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겸손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의전차량으로는 고급 차가 아닌, 한국의 경차인 쏘울을 선택했다. 자신의 소탈한 삶의 태도를 드러내는 결정이었다. 조재형 신부는 ‘그 사람이 있는 곳에 그 사람의 마음도 있다’는 예수의 말을 인용해 “저는 교황님이 있었던 곳이 생각난다. 교황님이 맨 처음 정한 사목 방문지는 람페두사였다”며 “교황님이 람페두사를 방문하면서 유럽은 아프리카에서 오는 난민을 받아들였다. 교황님의 마음은 그렇게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과 가까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조재형 신부는 또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를 회고했다. 교황은 당시 세월호 참사의 유족들을 만나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고 말했다. 조재형 신부는 “교황님의 마음은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슬퍼하는 유족들과 가까이 있었다. 코로나 팬데믹이 정점에 있을 때였다. 교황님은 홀로 바티칸 광장에 서서 기도하였다. 비가 내리는 어두운 바티칸 광장에서 교황님은 하느님의 자비를 청하며 기도하였다. 교황님의 마음은 질병으로 고통받는 이들과 가까이 있었다. 교황님은 아프리카 수단의 정부군과 반군 지도자를 교황청에 초대하였다. 그리고 그들의 발에 입을 맞추었다. 수단에 평화가 찾아올 수 있도록 노력하기를 호소하였다. 교황님의 마음은 전쟁의 폐허 속에 신음하는 사람들과 가까이 있었다. 이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 날에 교황님은 팔레스타인의 평화와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위해서 기도하였다”고 말했다. 조재형 신부는 ‘여러분의 동생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라는 교황의 말을 인용해 “이것이 진정한 신앙이다. 진정한 신앙은 책상 위에 머무는 지식이 아니라, 고통 앞에서 중립하지 않고, 눈물 속에 기도하며, 침묵 속에서 사랑을 실천하는 지혜”라며 “우리는 얼마나 자주 높은 자리가 좋은 자리라고 착각하는가? 그러나 교황님은 보여주었다. 낮은 자리가 더 깊은 자리요, 진리의 자리라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조재형 신부는 그러면서 “우리는 교황님의 삶을 기억하며, 교황님이 남긴 발자국을 따라가면 좋겠다. 그 발자국은 가난한 이들을 향해 있었고, 슬퍼하는 이들과 함께 있었으며, 세상의 변두리에 머물렀다”며 “교황님께서 이제는 천상의 평화 속에서 영원한 안식 누리기를 기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종은 주인보다 높지 않고, 파견된 이는 파견한 이보다 높지 않다. 이것을 알고 그대로 실천하면 너희는 행복하다”는 말씀을 회고했다.                                 〈토니 채 기자〉프란치스코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님 조재형 신부 동안 교황님

2025-04-25

경건함과 추악함 교차하는 영화 속 바티칸

기독교 신앙이 장르를 넘어 문화 코드에 편입된지 오래다. 영화적 상상력 역시 엄숙한 바티칸이라 해도 그냥 내버려두지 않는다.     때로는 경건하게 바티칸의 엄숙함을, 때로는 성직자들의 숨겨진 인간성을 극화한다. 최근엔 성스러움의 이면에 감춰진 은밀하고 추악한 음모가 영화의 단골메뉴가 됐다. 바티칸에겐 거북스럽겠지만 말이다.     전통주의를 벗어나 교회의 개혁에 힘써 왔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을 계기로 바티칸을 무대로 한 주요 영화들을 살펴본다. 바티칸은 촬영을 위해 공개되지 않기에 대부분의 영화들이 고증을 거쳐 세트 제작에 공을 들인다.       콘클라베 (2024)   로버트 해리스의 2016년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작품. 교황 선출에 얽힌 추기경들의 음모와 권력욕을 다뤘다. 곧 있을 콘클라베를 앞두고 세계적으로 가장 큰 주목을 받는 영화다. 레이프 파인즈, 스탠리 투치를 비롯한 화려한 캐스팅과 긴장감 넘치는 전개가 눈길을 끈다. 성스러운 장소 바티칸 내의 은밀한 비밀, 배신, 폭로, 그리고 예상 밖의 반전까지, 스릴러 영화로도 손색없는 요소들을 두루 갖췄다.     특히 카톨릭 교회 내부의 권력 투쟁과 정치적 음모를 그럴듯하게 묘사했다. 추기경들의 세속적인 권력의지는 정치판과 다를 게 없다. 극중 교황 자리에 도전한 벨리니 추기경의 한 마디는 이를 상징적으로 전해준다. “문서를 훔치고, 동료를 비방하고 … 난 교황들의 리처드 닉슨이 됐을 거요.”   그렇다고 무작정 정치 스릴러로 흐르는 건 아니다. 수양이 깊은 추기경들의 입을 통해 세상에 던지는 메시지가 깊다. “확신은 통합의 가장 큰 적입니다. 확신은 관용의 치명적인 적입니다. 심지어 마지막 순간 그리스도조차 확신하지 않았습니다.”(로렌스 추기경, 레이프 파인즈 역) 아집에 가까운 신념의 폐해를 지적한 이 말은 극렬하게 대립하는 우리 사회를 되돌아보게 하지 않나.   2022년 ‘서부 전선 이상 없다’로 뛰어난 연출력을 인정받은 에드워드 버거 감독의 작품이다.   두 교황 (2019)   교황 베네딕토 16세(앤서니 홉킨스)와 그의 후계자로 프란치스코 교황이 된 호르헤 베르골리오 추기경(리차드 프라이스) 사이의 일련의 대화를 통해 담담하게 전개되는 영화다. 두 실존인물과 배우들이 너무도 흡사해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특히 리처드 프라이스는 이번에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과 판박이다.   두 교황은 신심이 깊다는 점 외엔 생각, 출신 배경 등이 하나하나 달라도 너무도 달랐다. 동성애 등 민감한 사회적 사안에 대해선 첨예하게 맞섰다. 그러면서도 자연스러운 승계가 이뤄질 수 있었던 배경을, 영화는 두 교황의 아름답고 사려 깊은 인간적 측면에서 찾는다.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은 두 교황의 인간적 모습을 통해 그들의 신앙, 의구심, 그리고 가톨릭 교회를 이끄는 데 따르는 교황의 책무 등을 진지하고도 유머러스하게 탐구한다. 두 교황이 각자의 조국인 독일과 아르헨티나의 축구경기를 관전하는 장면엔 감독이 보여주려는 진지함, 천진함, 인간미, 유머 등이 모두 녹아 있다.  두 주연 배우의 압도적인 연기력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연출이었다.     천사와 악마 (2009)   댄 브라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종교 미스터리 스릴러다. 소설의 순서로는 ‘다빈치 코드’의 전작이지만, 영화에서는 그 이후의 이야기로 설정돼 있다. 론 하워드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이 시리즈의 주연인 톰 행크스가 기호학자 로버트 랭던으로 나온다.     교황이 선종한 뒤, 콘클라베가 열리는 바티칸에서 고대 비밀결사 조직인 ‘일루미나티’의 복수를 암시하는 사건들이 잇따른다. 이와는 무관해 보이는 반물질 도난 사건도 일어나는데, 결국엔 일루미나티의 바티칸 파괴 음모로 연결된다. 랭던은 ‘다빈치 코드’ ‘인페르노’에서 그랬듯 이 거대하고 고색창연한 음모를 하나하나 풀어나간다.   영화는 로마와 바티칸의 유서 깊은 건축물들을 배경으로 과학과 종교, 이성과 신앙의 갈등을 팽팽하게 전개한다. 특히 랭던 시리즈 특유의 상징 해석, 숨겨진 역사적 서사 등이 지적 호기심과 긴장감을 한껏 고양시켜준다. 신심 깊은 사제와 천하를 찜 쪄 먹으려는 빌런, 이 두 얼굴의 위선을 동시에 연기한 이완 맥그리거가 톰 행크스보다 인상에 남는다.   엑소시스트 더 바티칸 (2023)   평범할 수도 있는 영화를 러셀 크로우가 살려냈다. 믿거나 말거나,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바티칸의 공식 엑소시스트 가브리엘 아모르트는 어린 소년에게 들린 악마를 퇴치하기 위해 스페인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바티칸이 숨겨온 충격적 음모를 파헤친다는 스토리다.     실제 바티칸의 엑소시스트 가브리엘 아모르트 신부가 경험했던 실화에 기반한다. 바티칸 내 구마사들의 역사적 역할과 교황의 권위를 매우 구체적으로 다루면서 가톨릭 교회의 가장 어두운 비밀과 관련된 악마의 빙의를 조사하는 과정을 따라간다. 가톨릭 교회는 엑소시스트에 관한 묘사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로 영화 개봉을 불편해 했다.     우리에겐 교황이 있다 (2011)   원제 ‘하베므스 파팜’은 우리에겐 교황이 있다(We Have a Pope)는 뜻이다. 콘클라베에서 새로 선출된 교황을 선포할 때 사용되는 표현이다. 이 영화는 새로 선출된 교황이 교황직을 원하지 않아 발생하는 코미디 같은 도발적 사건으로 시작한다.     교황으로 선출된 멜빌 추기경(미셸 피콜리)은 자신감을 잃고 걱정과 근심으로 앓다가 우울증 치료를 받는 도중 교황청에서 도망친다. 그의 갑작스런 실종을 숨겨야 야 하는 바티칸은 경비병에게 교황 행세를 대신하게 한다. 인간으로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나선 교황은 무기력한 인간으로 돌아가 그 안에서 진정한 휴머니즘의 참된 가치를 발견한다.     고통과 환희 (1965)   미술영화이면서 종교영화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찰턴 헤스턴)가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를 그리는 동안 교황 율리우스 2세(렉스 해리슨)와의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그렸다. 미켈란젤로의 창의적 천재성, 교황과 맞서는 예술가의 위풍당당함을 부각시켰다. 성서 영화에 가장 잘 어울린다는 찰턴 헤스턴이 주연한 작품 중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다.     미켈란젤로는 자신의 예술관과 신앙, 교황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심리적 부담감 사이에서 갈등한다. 천장화를 그려 달라는 교화의 부름을 받고 성당을 찾아간 그는 처음엔 영감이 떠오르지 않아 대리석 산지 카라라로 달아난다. 도중 신비로운 자연의 풍경 앞에서 종교적 깨달음을 얻어 르네상스 최고의 걸작 시스티나 천장화 제작에 몰입한다. 그 천장화 아래에서 곧 콘클라베가 열린다.   어부의 신발 (1968)   냉전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우크라이나 추기경으로 러시아에서 정치범으로 20년간 감옥살이를 하다가 풀려난 키릴 라코타 신부(안소니 퀸)가 출옥 후 바티칸의 부름을 받고 교황에 오르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낸 영화다. 교황에 오른 후 고독한 순례의 여정을 떠나는 키릴의 무거운 고민과 인간으로서의 연민이 진솔하게 담겨 있다.     명배우 안소니 퀸이 세계적인 긴장 속에서 미국과 소련 사이의 평화 협상을 중재하려 하는 키릴 교황을, 전설적인 배우 로렌스 올리비에가 소련의 피오트르 일리치 카메네프 서기관 역을 연기한다. 수 세기 동안 세계 정세를 좌우해 온 바티칸의 외교적 영향력을 반영하면서 추기경들만의 세상에서 벌어지는 갈등도 심도 있게 다뤘다.     베켓 (1964)   캔터베리 대주교(1141년)였으며 성인으로 기록되는 토마스 베켓(리처드 버튼)과 헨리 2세(피터 오툴)의 갈등을 그린 영화. 교황은 교회와 국가 간의 갈등을 중재하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교황의 영향력이 로마를 넘어 유럽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여주는 영화다. 역사적 사실들 교회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왕권에 맞서야 했던 베켓은 대주교로서의 책무와 교황에 대한 충성 사이에서 갈등한다. 헨리 2세는 무모한 야망을 상징하는 인물로 그려졌다. 두 사람의 이념적 충돌은 결국 헨리 2세의 기사들이 베켓 대주교를 처참하게 죽이는 결과를 가져왔고 이 사건은 전 유럽을 뒤흔들었다.   김정 영화 평론가 [email protected]바티칸 경건 프란치스코 교황 스릴러 영화 교황 선출

2025-04-23

시카고 출신 프리보스트 추기경 유력 차기 교황 후보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한 후 차기 교황에 대한 얘기가 오가는 가운데 시카고 출신 추기경도 차기 교황 후보에 올라 주목된다.     세례 받은 가톨릭 남성이라면 누구나 교황으로 선출될 수 있지만, 1378년 이후 추기경만 교황으로 임명되고 있다. 교황청에 따르면 교황은 80세 미만 추기경이어야 하고, 최소 3분의 2의 득표를 얻어야 한다.     지난 21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현직 추기경 가운데 다수를 임명했고, 자신의 가치관을 연속성으로 이어갈 수 있는 인물들을 지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차기 교황으로 9명의 추기경들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시카고 출신의 로버트 프리보스트(69) 추기경도 포함됐다.     비록 ‘미국인 교황’은 오랫동안 금기어처럼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지만 페루에서 선교사로 그리고 대주교로 풍부한 경험을 쌓은 프리보스트 추기경은 미국인 최초의 교황 후보로 거론된다.     바티칸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수 년 간 프리보스트 추기경을 눈여겨보았고, 2014년 페루 치클라요 교구장으로 그를 파견했다. 이후 2023년 프란치스코 교황은 프리보스트 교구장을 추기경으로 임명했고, 가톨릭 신자가 가장 많은 라틴아메리카에서 교황청 위원장도 지냈다.     교황청 안팎에서는 프리보스트 추기경의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가 앞으로 20여년 가까이 교황으로 활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외려 장점이 되고 있다.     이 외 차기 교황 유력 후보들로는 피터 에르도 추기경 (72∙헝가리), 라인하드 막스 추기경(71∙독일), 마크 아울렛 추기경(80∙캐나다), 피에트로 패롤린 추기경(70∙ 이탈리아), 로버트 새라 추기경(79∙기니), 크리스토프 쇼엔본 추기경(80∙오스트리아), 루이스 태글 추기경(67∙필리핀), 마테오 주피 추기경 (69∙이탈리아) 등이 거론된다.     Kevin Rho 기자시카고 추기경 추기경 유력 교황 후보 차기 교황

2025-04-22

프란치스코 교황, 88세로 선종

지난 12년간 전 세계 14억 가톨릭 신자를 이끌어온 프란치스코 교황(사진)이 21일(현지시간) 오전 선종했다. 비유럽 국가 출신 첫 교황인 그는 개혁과 파격적 메시지를 내놓은 인물로 기억된다. 부활절 직후 떠난 그는 마지막 부활절 강론에서도 전쟁과 평화를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멕시코 국경장벽과 반이민 정책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수차례 충돌하기도 했다.   교황청 궁무처장인 케빈 페렐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날 오전 7시 35분에 88세 나이로 선종했다”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평생 호흡기 질환을 앓았지만, 직접 사인은 뇌졸중과 그에 따른 심부전이었다. 호흡기 질환으로 2월 입원했던 그는 3월 23일 퇴원 후 활동을 재개해 왔다. 로마 시내 교도소를 방문했고,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을 비공개로 만났다. 선종 전날 부활절 미사에도 깜짝 등장해 “가자지구 상황이 개탄스럽다”며 휴전을 촉구했다.     장례는 고인의 뜻에 따라 간소하게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교황청이 공개한 유언장에서 그는 “삶의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며, 영원한 삶에 대한 희망을 품고 제 장례 장소에 관한 유언만을 남기고자 한다”며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 지하에 특별한 장식 없이 간소하게 안치되기를 간구한다”고 밝혔다.   그의 공식 장례 절차는 이날 오후 8시 그가 거주했던 산타 마르타의 집 예배당에 마련된 관에 유해를 안치하며 시작됐다. 오는 23일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일반 대중의 조문을 받을 예정이며, 장례식은 25~27일 사이에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 일정은 22일 추기경 회의에서 결정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는 반복적으로 충돌해왔다.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트럼프 후보의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계획을 전면 비판했다. 1기 집권을 시작한 트럼프 대통령이 바티칸을 찾았을 땐 활짝 웃는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혼자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진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도 공개 비난했다. J D 밴스 부통령이 “다른 사람을 돌보기 전에 가족과 국가를 먼저 돌봐야 한다”고 말하자, 그는 “대규모 추방 행위는 온 가족의 존엄성을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멜라니아 여사와 로마에서 열리는 장례식에 참석하겠다고 밝혔다. 재집권 후 첫 해외 방문이다. 그는 “교황의 평화로운 안식을 빈다”고 밝히고, 백악관을 비롯한 미국 공공건물에 조기 게양을 명령했다.    >> 관계기사 한국판  김은별 기자 [email protected]프란치스코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 도널드 트럼프 선종 전날

2025-04-21

교황 선출 둘러싼 음모…권력 투쟁 적나라한 묘사

앤서니 홉킨스, 조너선 프라이스 주연의 2019년작 ‘두 교황’(넷플릭스)은 자진 퇴위로 전 세계가톨릭 커뮤니티를 뒤흔들었던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그의 후임 프란치스코의 관계를 토대로, 하늘 아래 교황은 오직 한 명이라는 2000년 가톨릭 역사의 기록을 깬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2025년 오스카상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영화 ‘콘클라베(Conclave)’는 로버트 해리스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역사 고증에 인간사의 다양한 정치적 상황을 결합한 작품들을 써온 작가 특유의 상상력과 성스럽고도 영적인 바티칸 내에서 자행되는 음모와 배신 등의 ‘스릴’이 영화에서도 그대로 재연된다.     ‘콘클라베’는 로마 가톨릭교회의 교황을 선출하는 선거제도를 뜻한다. 2022년 교황이 갑작스럽게 서거하자 전 세계에서 118명의 추기경들이 바티칸으로 날아온다. 시스티나 예배당에서 거행될 새로운 교황 선출을 위한 비밀회의 투표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로런스 추기경(레이프 파인스)은 새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를 감독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그러나 그의 이러한 지위는 예상치 못했던 위험을 동반한다.     바티칸이 소재한 로마, 이탈리아를 위시, 유럽 세력이 수적으로 우세한 가운데 바티칸 내 권력 투쟁이 격화되고 로런스는 서거한 교황이 교회의 미래를 바꿀 수 있을 만한 비밀을 숨기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신성의 그늘 아래 음모와 비밀 동맹이 추진되고 바티칸의 어두운 면이 조금씩 드러난다. 종교 이면에 자리한 최고위층 추기경들의 미묘한 ‘권력에의 의지’가 세속의 정치판과 다를 게 없다.     로런스 추기경은 진실이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는 반대파 세력과 대립한다. 신경전과 지역적 결합 등 서로를 견제하는 치열한 경쟁, 3분의 2 이상의 추기경들의 선택을 받는 사람이 나오기까지 거듭되는 여덟 번의 투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인물이 차기 교황으로 선출된다. 마지막에 벌어지는 한판 승부가 영화를 초긴장 상태로 몰고 간다.   성스러운 장소 바티칸 내의 은밀한 비밀, 배신, 충격적 폭로로 이어지는 ‘콘클라베’에는 그간 교황청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에서 볼 수 없었던 장면들이 많다. 2022년 ‘서부 전선 이상 없다’로 뛰어난 연출력을 인정받은 에드워드 버거 감독은 바티칸의 억압적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지는 가톨릭 교회의 권력 투쟁과 정치적 음모를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오스카 남우주연상 후보에 선정될 것이 확실시되는 레이프 파인스 외에 존 리스고(조세프트랑블레 추기경), 스탠리 투치(알도 벨리니 추기경), 이사벨 로셀리니(아그네스 수녀) 등 조연진 배우들의 노련한 앙상블 연기가 볼만하다. 김정 영화평론가교황 선출 교황 선출 권력 투쟁 교황 베네딕토

2024-10-30

교황 ‘동성 커플 축복’ 공식 승인

교황청이 동성 커플에 대한 정규 미사 시간 외 축복을 공식 승인했다.   18일 교황청은 바티칸 뉴스 ‘간청하는 믿음’을 통해 두 사람이 축복을 요구하면 그 관계가 불완전하더라도 승인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결혼은 이성간의 결합임을 명시함으로써, 동성 커플의 결혼을 축복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톨릭 사제의 동성 커플 축복까지는 승인한 것으로, 가톨릭교회의 전통을 뒤집은 것이다.   교황청은 선언을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해를 넓히며, 동성 커플의 지위를 공식 확인·요구하지 않고 축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를 교회의 정규 의식이나 미사 중 주재하는 것은 안 된다.   교황청 교리성은 “축복은 하느님이 모든 이를 환영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교리성은 “사제는 개개인의 경우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며 “축복을 통해 하느님의 도움을 구하는 상황에 처한 사람에게 교회가 접근하는 것을 방해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또 가톨릭교회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상에 따라 축복이 무엇인지 이해를 확대, 풍부하게 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동성 커플 등 ‘규정에 어긋나는 커플’을 공식 인정하거나 결혼 관련 교리를 바꾸지 않고도 축복하는 게 가능하다고 해석했다.   앞서 교황은 동성 결합이 이성간의 결혼과 혼선을 빚어서는 안 된다는 전제를 두고 사제들이 판단해 동성 결합을 축복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때문에 동성 커플에 대한 축복을 공식 승인하는 것 아니냐는 예측이 제기됐다.   이에 보수 성향 추기경들이 ‘동성 결합 축복이 가톨릭교회의 가르침과 일치하는지’ 묻는 서한을 보냈고, 교황은 ‘결혼은 이성간의 결합에 제한한다’고 선을 그었다. 강민혜 기자 [email protected]교황 커플 교황청 교리성은 공식 승인 프란치스코 교황

2023-12-18

[수필] 교황님의 ‘목걸이’

성 비오 10세 교황은 생전에 전임 교황으로부터 물려받은 값비싼 십자가 목걸이를 걸고 계셨다고 한다. 각종 보석으로 장식된 화려한 교황 좌 상징 목걸이였다. 그리스도와 순교자의 피의 상징인 교황의 빨간색 가죽신과 함께 교황의 상징으로 전수되어온 교황 좌의 전통(패션)이었다.                             1903년 257대 교황으로 선출된 비오 10세는 원래 성인소리를 들을 만큼 뛰어난 영성과 심령이 선하고 겸손한 성품의 소유자로 유명했다. 그런 만큼 사람 중에는 왜 그런 교황이 주인이신 그리스도를 본받아 가난하게 살지 않고 저런 값비싼 보석 십자가를 걸고 계실까 하는 의문을 갖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비오 10세 교황 서거 후 그 보석 목걸이를 감정해보니 놀랍게도 그게 모조 보석 목걸이로 밝혀졌다는 것이다. 알고 보니, 비오 10세 교황은 생전 아무도 모르게 비싼 보석 십자가 목걸이를 팔아 가난한 이들과 고아를 돕는데 기부하셨다는 것이다. 교황이 된 후 비밀리에 보석상에게 부탁해 값비싼 목거리를 팔고, 대신 똑같은 모조품을 제작해 목에 걸고 다녔음이 보석상의 입을 통해 알려진 것이다.                                 비오 10세 교황의 이런 일화는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요즘처럼 눈에 보이는 모습만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매도하기까지 하는 일이 흔한 상황에서는 시사하는 바가 더욱 크다.   그런데 그로부터 100여년의 세월이 흐른 2013년 3월 13일,  이제는 아예 모조 보석 십자가 목걸이마저 거부한 교황이 탄생했다. 그분은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Jorge Mario Bergolio) 라는 본명을 지닌 266대 현 프란치스코 교황이다. 전임 베네딕토 16세가 건강상 이유로 갑자기 사임함에 따라 선출된 교황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즉위식 때부터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다.     그동안 사용되어온 모조 보석 황금 십자가의 교황 목걸이를 거부하고, 자신이 1992년 부에노스아이레스 대교구의 보좌주교로 임명됐을 때부터 사용해온 ‘철제 십자가’ 목걸이를 교황 좌 목걸이로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교황권의 상징인 ‘어부의 반지’ 조차도 지금까지 사용해온 순금 대신 도금한 은반지로 교체했다.       로마의 귀금속 세공업자인 파올로 피시오티는 “교황께서 금 등 귀한 보석을 포기한 것은 종교적 권위보다는 겸손과 가난함을 사랑하는 의지의 반영”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교황의 붉은색 전통 가죽 신발마저 거부하고 콘클라베 참석차 로마로 떠날 때는 자신의 구멍 난 신발을 보고 친구가 사줬다는 검은색 구두를 계속 고집한 것을 보면 그분이 왜 ‘빈자의 대부’라 불린지 짐작할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겸손하고 가난한 영성과 삶은 아씨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을 자신의 교황 명으로 선택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성서의 말씀대로 이 세상은 ‘인간과 악령’의 싸움터다. 원래 마귀와 사탄은 하늘에 사는 천사중 인간을 사랑하는 하느님의 계획을 알고 인간을 시기한 나머지 교만해져서 하느님께 반역을 일으켜 쫓겨난 악령들이다. 그래서 이 세상에서 인간을 파멸시켜 영원한 지옥 불에 떨어뜨리려는 일념으로 인간에게 죽기 살기의 영적 싸움을 걸고 있다.                 문제는 그들이 인간 눈으로 볼 수 없는 힘센 영적존재이기에  ‘적을 알고 싸워야 백전백승’인 병법의 원리로 보면 인간이 여간 불리한 게 아니다. 다행히도 하느님께 반역한 사탄과는 달리, 인간인 라자렛의 16세 동정 ‘마리아’가 율법의 돌에 맞아 죽을 것을 각오하고 ‘저는 하느님의 종이 오니, 당신 뜻대로 이루어 주소서’ 하느님께 순명한 겸손 때문에 성령의 힘으로 인간이 되어 이 땅에 오신 하느님의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 마귀와의 싸움에서 인간을 구원해 내신 것이다. 그래서 겸손은 마귀와 대적하는 영적 싸움에서 인간이 보유할 수 있는 가장 강한 무기라는 생각이다.   마지막 때가 가까워질수록 먹이를 찾아 으르렁거리는 사자처럼 악령과 사탄이 발악하는 이 시대에, 낮은 데로 마음을 두는 교황님들의 가난한 심령이 그래서 나는 더욱 좋다. 김재동 / 수필가수필 목걸이 교황 교황 목걸이 보석 목걸이 프란치스코 교황

2023-09-28

[디지털 세상 읽기] 교황의 흰색 패딩, 가짜인 줄 알았나

얼마 전 교황이 흰색 패딩을 입은 모습이 온라인에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그 이미지가 미드저니(Midjourney)라는 인공지능(AI)이 만들어낸 것인 줄 몰랐던 사람이 많다.     물론 모두가 속은 것은 아니다. 만약 누군가 그 사진이 사실인지, AI가 만들어낸 것인지 맞혀보라고 했다면 대부분 가짜 이미지임을 알았을 것이다. 손가락이나 옷섶 부분이 이상한 걸 간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 대부분은 그런 의심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디테일을 살피지 않았다. 그러니 관련 기사를 읽지 않고 이미지만 보고 넘긴 이들은 그냥 “교황은 저런 패딩을 입나 보다” 하고 지나쳤다.   저널리스트 출신의 작가 말콤 글래드웰은 『타인의 해석』에서 우리가 거짓말에 속는 이유는 어리석어서가 아니라, 상대방의 말을 액면가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인류 사회의 기본 룰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사회는 신뢰를 바탕으로 유지되기에 사람들이 일상의 모든 것을 의심하고 직접 확인해야 한다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들게 된다. 그런데 교황의 패딩처럼 생성 AI가 만든 콘텐트가 쏟아져 나온다면?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을 일일이 의심하기 시작할 것이다.   아니, 어쩌면 우리는 이미 그런 세상에 들어와 있을지 모른다.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지평설을 믿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소식은 가짜가 늘어난 탓에 사람들이 진짜(과학)마저 의심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글과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생성 AI’는 완벽하지 않아도 인류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회 구성원이 합의하고 공유하는 현실이야말로 그 사회를 유지하는 최소 기준인데 이를 의심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박상현 / 오터레터 발행인디지털 세상 읽기 교황 흰색 흰색 패딩 대부분 가짜 인류 사회

2023-04-18

[디지털 세상 읽기] 교황의 흰색 패딩, 가짜인 줄 알았나

얼마 전 교황이 흰색 패딩을 입은 모습이 온라인에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그 이미지가 미드저니(Midjourney)라는 인공지능(AI)이 만들어낸 것인 줄 몰랐던 사람이 많다. 만약 누군가 그 사진이 사실인지, AI가 만들어낸 것인지 맞혀보라고 했다면 대부분 가짜 이미지임을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 대부분은 그런 의심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미지만 보고 넘긴 이들은 그냥 “교황은 저런 패딩을 입나 보다” 하고 지나쳤다.   저널리스트 출신의 작가 말콤 글래드웰은 『타인의 해석』에서 우리가 거짓말에 속는 이유는 어리석어서가 아니라, 상대방의 말을 액면가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인류 사회의 기본 룰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일상의 모든 것을 의심하고 직접 확인해야 한다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들게 된다. 그런데 교황의 패딩처럼 생성 AI가 만든 콘텐트가 쏟아져 나온다면?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을 일일이 의심하기 시작할 것이다.   아니, 어쩌면 우리는 이미 그런 세상에 들어와 있을지 모른다.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지평설을 믿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소식은 가짜가 늘어난 탓에 사람들이 진짜(과학)마저 의심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글과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생성 AI’는 완벽하지 않아도 인류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상현 / 오터레터 발행인디지털 세상 읽기 교황 흰색 흰색 패딩 대부분 가짜 인류 사회

2023-04-12

[이 아침에] ‘새사람’

새로운 한해가 찾아왔다. 지난 한해가 또다시 과거의 발자취로 남게 됐다. 찾아온 새해는 내가 발을 딛고 있는 새로운 시작이며, 앞으로 걸어야 할 미래의 첫 발걸음이 시작되는 미지의 세계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새해가 되면 저마다 ‘꿈’을 꾼다. 꿈이란 어찌 보면 마음을 추스르는 맘다짐이다. 잠에서 깨어나 두 팔을 펼쳐 기지개를 켜는 용트림과 같다. ‘그래~, 이제부터 다시 시작해보는 거야!’ 하는 스스로의 마음 다짐이다. 그래서 한해의 시작은 꿈이 움트는 은총의 순간이다. ‘새사람’ 되고 싶은 심령의 울림이다. 마음의 눈을 비비고 새로운 삶을 바라다보며 약간은 두렵지만, 한 번 더 도전해 보고 싶은 갈증이 인다. 이게 바로 저마다 인간에게 주어진 ‘자유의지’의 특권이다. 갈증이 일 때 물을 찾아 나서는 스스로의 결심, 그래서 인간은 새로워질 수 있다.     새사람이 되는 첫 단계 작업은 가지치기다. 꽃나무도 가지가 죽고 시들어 바람이 통할 수 없으면 꽃을 피울 수 없다. 가지치기를 제대로 해주어야 꽃도 탐스럽게 피고 튼튼한 열매도 맺는다. 겉모습만 좋게 하다 보면 아쉬운 마음이 들어 잘라내야 할 부분도 가지치기가 어려워진다. 그것 또한 탐욕이다. 그러다 보면 바람도 잘 안 통하고 비바람에도 견디기 힘들어 쉽게 시들고 과일도 여물기 전에 떨어져 버린다.   인간의 삶도 마찬가지다. 고집과 편견, 집착과 오만을 잘라내 주지 않으면 삶이 시들어간다. 탐욕과 욕심을 가지 쳐 주지 않으면 인간성이 망가져 가게 되어 있다. 감사를 모르면 매사가 불만투성이어서 안하무인이 되기 쉽다. 불쌍한 사람이나 장애인이 보여도 연민의 정이 일어나지 않는다. 돌심장이 되어버린 탓이다. 치료는 오직 한가지뿐이다. 삶의 가지를 쳐주는 길이다.     삶에서 가지치기는 회개를 의미한다. 회개는 그동안 잘못 걸어온 길에서 되돌아서는 결단이다. 미적거리지 않고 잘못된 습관을 썩은 가지 잘라내듯 미련 없이 끊어내는 작업을 의미한다. 악의 길에서 선의 길로 들어서는 가치의 전환이 바로 삶의 가지치기다.     포기하지 않는 한, 꿈은 이루어진다. 새사람이 되는 다음 단계는 ‘넘어지면 일어나라’다. 사람은 누구든지 넘어질 때가 생긴다. 실수하지 않는 삶은 없기 때문이다. 알고 보면,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에 실수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인생이다.  단지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나는 사람과 포기해 버리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성공한 사람과 실패한 사람의 차이는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다. 그 가장 좋은 예가 바로 베드로와 유다의 경우다. 똑같이 예수를 배반했지만, 베드로는 회개하고 일어나 하늘문을 여닫는 수제자가 됐지만 유다는 다시 일어나지 못하고 자포자기한 나머지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됐다.   최근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당신이 시작하면, 세상도 시작한다”고 하시면서, 우리가 ‘새 사람’이 되는 것에 용감하게 도전하기를 권장했다.     성서에서 ‘새 사람은 올바르고 거룩한 진리의 생활을 사는 사람’이라 했다.(에페소서 4:24) 새로 맞이한 한해가 우리 모두에게 ‘새 사람’으로 거듭난, 아름다운 인생의 꽃이 피는 축복이 함께 하길 기원한다. Happy New year! 김재동 / 가톨릭 종신부제이 아침에 새사람 지난 한해 프란치스코 교황 고집과 편견

2023-01-02

프란치스코 교황의 '부활의 의미' 메시지 "부활은 우리 신앙과 희망의 중심"

가톨릭신자들은 매년 부활시기에 교황의 부활 메시지를 듣는다. 올해에도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계의 가톨릭 신자들을 향해 '부활의 의미'를 묻고 있다. 해마다 선포되는 교황의 부활 메시지들을 통해 올 한해를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각자에게 과제로 던져진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올해 전세계 신자들에게 전해주고자 한 '부활의 의미' 메시지(지난 3월28일 성베드로 광장 일반알현)의 내용을 발췌하여 소개한다. (가톨릭교회는 부활대축일부터 '주님 승천 대축일(5월13일)'까지 6주간을 부활시기로 지내며 그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갖는다.) <편집자주> # 성탄절보다 더 중요한 축제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여러분에게 질문 드리고 싶습니다. 어떤 축제가 우리의 신앙에서 가장 중요합니까? 성탄절입니까, 아니면 부활절입니까? 부활절이 가장 중요한 축제입니다. 왜냐하면 부활절은 우리 구원의 축제이고, 우리를 위한 하느님의 사랑의 축제이며, 주님의 죽음과 부활을 거행하는 축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 부활하셨네." 감동적인 이 환호 외침 안에는 기쁨과 희망의 선포 뿐 아니라 책임과 사명에 대한 선포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부활축제는 부활절 케이크나 부활 달걀을 나눠 먹고 파티를 즐기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비록 그렇게 하는 것이 가족 파티이기 때문에 좋다고 해도 부활축제는 그렇게 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부활축제에서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심을 선포하는 사명의 여정이 시작됩니다. 그리스도의 부활은 우리 신앙과 희망의 중심이고 핵심입니다. 성바오로는 다음의 표현으로 부활 사건을 요약합니다. 어린 양처럼 "우리의 파스카 양이신 그리스도께서 희생되셨다"(1코린 5,7). 그분께서는 희생되셨습니다. 성 바오로는 계속해서 말합니다. "그러므로 옛 것은 지나갔습니다. 새 것이 되었습니다"(2코린 5,17). 새로운 탄생입니다. 이 때문에 초대 교회 때부터 부활절 날에 사람들에게 세례를 주었습니다. 동시에 세례받은 이들 안에서 그들의 새로운 상태의 의미를 새롭게 합니다. 이에 대해서 바오로 사도는 항상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여러분은 그리스도와 함께 살아났으니 저 위에 있는 것을 추구하십시오. (…) 땅에 있는 것은 생각하지 마십시오"(콜로3,1-3). 하늘을 쳐다보십시오. 지평선을 바라보면서 시야를 넓히십시오. 이것이 바로 우리의 믿음이며 우리의 의로움입니다. 이는 은총의 상태입니다! 사실 세례를 통해서 우리는 예수님과 함께 부활했으며 세상의 일과 세상의 논리에 죽었습니다. 우리는 새로운 생명체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이는 매일 매일 구체적인 존재가 되도록 요구하는 현실입니다. # 새로 태어남의 축제 이번 부활시기에는 우리가 영혼을 씻고, 영혼의 눈을 씻고, 아름다운 것을 보고, 아름다운 것을 만들어 봅시다. 이것은 훌륭한 것입니다! 이는 바로 죽음 이후의 예수님의 부활입니다. (중략)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를 위해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신비에 점점 더 깊숙이 들어 갈 수 있도록 준비합시다. 예수님의 수난에 동참하신 거룩하신 동정녀께서 이 영적 여정에서 우리와 동행해 주시길 바랍니다. 성모님께서는 거기에 계셨고, 예수님의 수난을 보셨고, 고통을 겪으셨습니다. (…) 성모님께서는 십자가 아래서 그분과 함께 계셨지만 당신 아들을 부끄러워하지 않으셨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을 결코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그분께서는 그 곳에 계셨으며 부활에 대한 큰 기쁨을 어머니의 마음에 받았습니다. 성모님께서 우리의 마음과 삶이 진정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은총을 구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여러분에게 조언합니다. 부활절(부활시기)에 아침에 일어나면 자녀를 데리고 수돗가로 가서 눈을 씻어 주십시오. 부활하신 예수님을 보는 방법의 표시가 될 것입니다. 김인순 객원기자

2018-04-09

교황 부활절 메시지 "한반도 대화 결실을 기원"

프란치스코 교황이 부활절 메시지를 통해 한반도에서 진행 중인 대화의 결실을 기원했다. BBC 등에 따르면 1일 교황은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부활절 미사를 집전했다. 그는 성당 발코니에서 낭독한 부활절 메시지 '우르비 엣 오르비(Urbi et Orbi·로마와 온 세계에)'를 통해 "한반도를 위한 대화가 열매 맺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대화가 평화와 화합을 진전시키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직접적인 책임 당사자가 지혜와 분별력을 발휘해 한국인의 안녕을 증진하고 국제 사회에서 신뢰를 구축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런 언급은 오는 4월 27일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과 5월 열릴 예정인 북미정상회담 등 한반도 정세 변화에 대한 교황의 기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교황은 한반도 긴장 상황에 우려를 표하고, 대화를 통한 화해를 촉구하는 등 한반도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지난해 성탄절엔 "상호 신뢰를 높여 갈등을 극복하길 바란다"고 당부했고,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 직전인 지난 2월 초엔 남북한 선수가 함께 올림픽에 참가하는 데 대해 반가움을 표했다. 지난달 7일에도 "평창올림픽은 스포츠가 분쟁 중인 나라 간에 다리를 놓고, 평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프란치스코 교황은 내전으로 고통받는 시리아와 예멘, 갈등이 고조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극심한 기아에 시달리는 남수단, 정정 불안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 등 전 세계 여러 나라를 언급했다. 그는 "부활의 메시지는 불의와 폭력으로 점철된 세상에 희망을 제시한다"며 "그것이 박탈과 배제, 기아와 실업, 이민자와 난민, 마약 거래와 인신매매, 현대판 노예제가 상존하는 세상에서 희망과 존엄을 간직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부활절 미사는 성베드로 광장에 전 세계의 가톨릭 신자와 관광객 약 8만 명이 운집한 가운데 열렸다. 최근 시리아·이라크에서 활동하던 이슬람국가(IS) 조직원 120명이 이탈리아에 입국했다는 첩보를 이탈리아 당국이 입수하면서 성베드로 광장 주변에선 삼엄한 경비가 이뤄졌다. 광장엔 차량 진입이 일찌감치 통제됐고 총을 든 무장 군인들도 배치됐다. 신자들도 광장에 들어서기 전 금속 탐지대를 통과하고 소지품 검사를 받아야 했다. 홍주희 기자

2018-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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