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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교황 리오 14세 조상 연구 활발

미국인 최초로 카톨릭계의 수장이 된 교황 리오 14세와 시카고의 연관성 연구가 주목받고 있다. 특히 교황의 선조들이 시카고서 어떻게 살아는 지를 확인하는 주민들이 다양한 결과물을 찾아내고 있다.     쿡카운티 서기관실은 시카고 주민들과 관련된 자료를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 시카고 다운타운에 위치한 리차드 데일리 센터 11층에는 서기관실 자료실이 있는데 이 곳에서는 시카고 주민들과 관련된 다양한 자료들을 열람할 수 있다.   교황 리오 14세가 선출된 직후 서기관실 직원들과 계보학자(genealogist)들은 이 자료들을 활용해 교황의 선조들이 어떻게 시카고에 정착했는지 등을 밝혀내고 있다. 이미 교황의 외가쪽은 뉴올린스에서 거주했고 아이티쪽 출신 혼혈이라는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쿡카운티 서기관실 자료를 통해 리오 14세의 친가쪽 정보가 상당 부분 드러났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교황의 친할아버지는 이탈리아서 태어난 이민 1세로 미국으로 이민 온 뒤 뉴욕을 거쳐 일리노이 주로 왔고 이후 시카고로 이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친할아버지는 이탈리아어 학원을 운영하기도 했으며 이런 사실은 시카고 트리뷴에 실린 광고 등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쿡카운티 서기관실에서 현재까지도 보관하고 있는 자료는 친할아버지의 시민권 관련 수속 자료다. ‘Declaration of Intention’이라고 불리는 이 서류는 시민권 신청을 한다는 의도를 밝힌 것으로 수속 과정에서 가장 먼저 서명을 할 때 사용된다.     리오 14세 교황의 친할아버지 이름은 교황과 같은 프리보스트가 아닌 리기타노(Riggitano)를 쓰고 있었다. 교황 친할아버지의 풀네임은 살바토레 지오바니 리기타노였던 것. 이는 친할아버지가 미국에 정착하면서 이름을 바꾼 것으로 추정된다.     살바오레 지오바니 리기타노는 1876년 6월 24일 이탈리아 미라조서 태어났으며 1905년 미국으로 오기 전에는 나폴리에서 살았다. 미국으로의 이민은 뉴욕항을 통해 입국했으며 이후 일리노이 주 퀸시로 이주한 뒤 이중언어 교사로 근무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정보는 모두 시민권 수속 당시 서류에 남아 있었다. 시민권 신청을 할 당시 리기타노는 44세였고 시카고 북부의 로저스파크에 거주하고 있었다. 또 리기타노는 자녀들 중 막내였으며 1895년에 언어와 역사, 수학 학위를 받은 것도 확인됐다. 그리고 1922년에는 리기타노 언어 학교를 세웠고 이 학교는 1934년 리기타노-프리보스트 언어 학교로 이름을 변경했다. 시카고 트리뷴에 실린 광고를 통해 이 학교가 1930년대부터 1956년까지 운영된 것이 확인됐고 1960년 부고란을 통해 교황의 할아버지인 살바토레 지오바니 리기타노이자 존 프리보스트가 사망한 것도 밝혀졌다.     교황의 친할아버지와 외할아버지의 흔적을 연구하는 계보학자들은 교황 리오 14세가 전형적인 미국 이민자의 가정에서 태어났으며 교황의 선조들이 어떻게 미국에 이민 오고 정착했는지 등을 관련 자료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Nathan Park 기자시카고 교황 교황 친할아버지 교황 리오 시카고 주민들

2025-05-23

[이아침에] 섬김의 힘

새 교황이 탄생했다. 그것도 2000년 역사의 교회 안에 첫 미국인 출신 교황이다. 지난 8일 로마 시스틴 성당에서 거행된 콘클라베를 통해 선출된 69세의 시카고 출신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이 ‘레오 14세’라는 이름으로 제 267대 교황이 됐다. 특히 ‘빈자의 아버지’라는 애칭으로 전 세계인의 사랑과 애도 속에 세상을 떠난 전임 프란시스코 교황 후임이라 남다른 관심과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신임 교황 역시 겸손한 삶을 살아왔다.   시카고에서 프랑스·이탈리아계 아버지와 스폐인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시카고 가톨릭 신학 연수원에서 신학을 전공했다. 27세 때 로마로 유학하여 성 아우구스티노 수도회에 들어가 1982년 사제 서품을 받았다. 그 후 페루 선교사가 되어 20년 넘게 원주민 공동체와 가난한 이들을 섬겼다.     덕분에 영어, 스페인어, 라틴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포르투갈어로 사람들과 격의없이 소통할 수 있다고 한다.   마치 하느님께서 미리 그를 교황으로 점지하여 혹독하게 훈련한 ‘준비된 교황’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미 섬김과 소통으로 돌봄의 삶을 살아야 할 교황의 자질을 보여주셨기 때문이다. 때마침, 최근 지인이 카톡으로 보내온 ‘섬김의 위대함’이라는 시의적절한 글이 있어 ‘섬김’의 의미를 함께 나누고 싶다.   4년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특별 보좌관을 지냈던 찰스 콜슨은 미국 의회 역사상 가장 감동적인 순간을 회고했다. 그 순간은 인도 캘커타의 고인이 되신 마더 테레사 수녀가 미국 국회를 방문하여 연설했던 때라고 한다.     미국인들은 대부분 외부 초청자의 연설 때 연설자에게 박수를 아끼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상하게도 테레사 수녀가 연설을 마치자 그 누구도 박수를 치지 않았다. 오히려 침묵만 감돌았다고 한다. 그날 그들은 숨 막히는 감동과 전율이 그들의 가슴과 목을 누르고 있었기 때문에 박수 보낼 여유조차 없었던 것이다. 그 이유는 테레사 수녀가 던진 마지막 한마디의 말 때문이었다.   “섬길 줄 아는 사람만이 다스릴 자격이 있습니다.”   여름엔 시멘트 바닥에서, 겨울엔 거기에 얇은 천 하나만을 깔고 지내면서 환자와 장애아를 돌보는 그녀에게 주변에서 돈과 지위를 갖고 편안하게 사는 사람들이 부럽지 않으냐고 묻자, 대답은 간단했다.   “허리를 굽히고 섬기는 사람에겐, 위를 쳐다볼 시간이 없답니다.”     하느님께서 피조물인 인간을 구원하시기 위해 인간의 모습으로 이세상에 오신 주님께서 ‘나는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다’며 제자들의 발까지 씻어주셨다. 앞으로 레오 14세 새 교황에게서 그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면 지금부터 가슴이 설렌다. 하느님, 새 교황을 축복하소서. 김재동 / 가톨릭 종신부제·의사이아침에 신임 교황 테레사 수녀 시카고 출신

2025-05-20

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 교황 리오 14세와 시카고

로버트 프랜시스 프리보스트 추기경이 교황 리오 14세로 선출되자 시카고는 자랑스러움을 감추지 않았다.     시카고 출신임을 상징하는 핫도그, 딥 디쉬 피자 이미지와 함께 교황 리오 14세가 등장했다. 포틸로의 시카고 스타일 핫도그가 자연스레 나왔다. 스포츠 타운임만큼 교황과 시카고를 연결하는 매개체로 시카고 연고팀들이 응용되기도 했다. 그중 눈길을 끈 것은 모든 미식축구팬들에게 ‘평화를 빕니다’라고 외치지만 시카고 베어스와 운명의 라이벌인 그린베이 패커스팬들은 예외라고 하는 동영상이었다.     야구팀들도 나섰다. 처음에는 교황이 북쪽의 컵스팬이라고 알려졌지만 이후 남부의 화이트삭스팬으로 확인됐다. 현재 시카고 서버브에 살고 있는 교황의 큰형이 교황은 평생 화이트삭스팬이라고 확인해줬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2005년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제치고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할 당시 교황이 시카고서 열린 1차전을 직접 야구장에서 관람했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당시 TV 중계 화면에 교황의 모습이 잠깐 비춰졌던 것이다. TV 카메라가 화이트삭스의 승리를 바라는 관중들을 비췄는데 그때 교황의 모습이 잡혔던 것이다. 교황은 검은색의 화이트삭스 점퍼를 입고 있었고 점퍼 안에는 화이트삭스 저지가 살짝 보였다. 비록 교황 스스로 화이트삭스팬이라고 밝히지는 않았지만 이보다 더 확실한 증거가 있을까. 화이트삭스는 곧바로 교황은 화이트삭스팬이라는 문구를 경기중 대형 스크린에 띄우기도 했다. 팬들은 화이트삭스 로고에 교황을 상징하는 커다란 모자를 추가하며 이를 즐기고 있다.     시카고서 태어나 남부 서버브 돌튼에서 자랐고 지역 학교와 성당을 다녔던 교황 리오 14세의 흔적들을 우리는 이제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교황의 유년 시절 집은 매물로 나왔다가 다시 들어갔고 교황이 출석했었지만 현재는 폐쇄된 성당에는 그를 기억하는 지역 주민들이 다시 찾는 장소가 됐다. 어린 시절 교황과 함께 학교를 다니던 시카고 주민들은 교황이 매우 진솔했으며 노는 시간에 했던 미사 놀이도 장난이 아닌 진지함으로 대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흥미로운 주장도 제기됐다. 바로 교황이 혼혈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전문가의 견해인데 만약 사실이라면 교황은 다민족의 정체성을 갖고 있는 것이 된다. 일각에서 주장된 바에 따르면 교황의 부친인 루이스 매리어스 프리보스트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혈통을 가졌고 모친인 밀드레드 애그니스 마르티네즈는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스페인계인 것으로 보인다. 교황의 외조부와 외조모인 조셉 마르티네즈와 루이스 바키에는 흑인으로 알려졌고 결혼식도 뉴올리언스 7지구에 있는 교회에서 열린 것으로 드러났다. 7지구는 대표적인 흑인 밀집지역이다. 그리고 이들의 조상들은 뉴올리언스와 아이티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교황의 가족들은 20세기 초 뉴올리언스에서 시카고로 이주했다.     당시 이렇게 뉴올리언스에서 시카고 등지의 중서부 주요 도시로 이주하는 일은 매우 흔했다. 일자리를 찾기 위한 선택이기도 했지만 흑인들에 대한 차별을 피하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조셉 마르티네즈는 아이티에서 태어나 시가를 만들어 생계를 이끌거 갔고 루이스 바키에는 아프리칸과 프렌치, 스패니시 혼혈로 알려졌다. 그러니까 적어도 교황 리오 14세의 외가쪽은 크레올의 정체성을 지닌 것으로 추정된다. 크레올이란 루이지애나 지역에서는 프랑스와 스페인 정착민들의 후손으로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백인을 가리키며 프랑스어와 스페인어의 일종을 사용하는 백인과 흑인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을 뜻한다. 결국 교황 리오 14세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 아프리카의 피가 섞인 것으로 보인다. 교황 리오 14세가 미국 출신의 첫번째 교황일 뿐만 아니라 미국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크레올의 피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머지 않아 시카고 지역에 산재한 교황 리오 14세의 흔적들은 많은 이들이 찾는 명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 교황의 흔적을 살펴보면서 그의 집, 학교, 성당, 하물며 화이트삭스 경기장에서 그가 앉았던 좌석도 의미를 부여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면 교황의 선조들이 미국 역사와 떼어낼 수 없는 크레올의 피를 가졌던 것이고 뉴올리언스를 떠나 시카고에 정착했던 역사적인 배경, 시카고 남부 지역에서 살며 종교에 관심을 가졌고 이후 페루에서도 소외받는 이들을 위한 사역에 매진했던 교황의 발걸음을 차분하게 되새기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미국인으로 첫번째 교황의 자리에 오른 리오 14세가 당분간은 일정상 미국이나 시카고를 방문하기 어렵다고 알려졌지만 언젠가 자신이 자랐던 시카고 남부와 돌튼 지역을 찾는 장면도 기다려본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시사분석 nathan 시카고 화이트삭스 교황 리오 시카고 출신

2025-05-14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계승할지 관심

첫 미국인 교황 레오 14세는 이제 프란치스코 교황의 유산 위에 어떤 길을 선택할지 결정해야 할 입장이다.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12년 재위 동안 교회의 세계화와 포용 확대, 기후위기 대응 정책 등 굵직한 변화를 이끌었다. 하지만 동시에 보수주의자들과의 갈등과 성직자 성학대 문제, 여성 사제 논란 등 많은 과제를 남기기도 했다.   중도 성향으로 평가받는 레오 14세 교황은 아직 베일에 싸여있다. 난민의 발을 씻기고 여성의 교회 내 역할 확대를 지지하고 성소수자를 포용하고 부활절 미사에서 가자지구 휴전을 호소하며 전 세계 평화에 목소리를 냈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유산을 이어받을지, 아니면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바티칸 재정 개혁   프란치스코 교황은 투명성 강화와 부패 척결, 부동산 거래 규제 등을 추진하면서 바티칸의 재정 개혁을 주요 과제로 삼았다. 새 교황은 이 유산을 물려받을까. 첫 공식 연설에서 교황은 바티칸의 재정 개혁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프란치스코 교황 재임 동안 새 교황은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총장을 두 차례 역임했다. 수도회 총장은 단순한 영적 지도자가 아니라 각국의 수도원 운영과 투자, 인사, 부동산 운영의 실질적인 책임자다. 또 페루 칙라요 대교구에서 활동하던 시절에는 빈곤층과 소외계층을 위한 투명한 재정 사용과 지역 공동체와의 신뢰 회복에 집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재정 개혁을 이어갈 경험과 의지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바티칸의 재정은 여전히 개혁이 필요하다. 2022년 기준 바 티칸은 8300만 유로의 예산 적자와 6억3100만 유로의 연금 기금 부족을 안고 있다. 레오 14세 교황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시작한 재정 개혁을 이어받되 더 체계적이고 실무적인 방식으로 정비하면서 개혁의 내실화와 제도화를 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소수자 신자에 대한 입장   가톨릭교회는 전통적으로 동성애를 죄로 간주하며 동성 결혼을 허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재임 초부터 교회 내 보수층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빈곤층과 이민자, 환경 문제와 함께 LGBTQ+에 대한 포용적 입장을 고수했다. 2013년에는 "동성애자가 하느님을 찾고 선의를 지닌다면, 내가 그를 판단할 수 있는가"라고 발언해 세간을 놀라게 했다. 2023년에는 로마 가톨릭 사제가 동성 커플에게 축복을 줄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또 트랜스젠더가 세례와 대부모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이 같은 결정은 보수파와 교황청 내부의 거센 반발과 저항에 직면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성소수자 이슈에서 전임자의 유산을 이어갈지, 아니면 보다 전통적인 노선을 선택할지 고민해야 한다.     레오 14세 교황은 이 문제에 대해 문화적 다양성을 고려하되 좀 더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다. 지난해 10월 '주교회의 간의 대화'에서 국가별 문화 차이를 고려한 방식으로 축복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직 동성애에 대해 사형을 적용하는 지역도 존재한다"며 일괄적인 교리 적용이 어려운 현실을 언급했다. 다만, 그는 2012년 “미디어와 대중문화가 복음과 충돌하는 동성애적 생활양식에 동정심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적으로 발언한 것이 전해지기도 했다. 뉴욕타임스가 레오 14세 교황을 프란치스코 교황보다는 성소수자에 덜 우호적이라고 평가한 배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새 교황은 최근 바티칸 내 개혁 흐름 속에서 최고위급 성직자를 지냈다. 교황으로서 앞으로의 행보는 2012년의 발언과 다를 수 있다.   ▶성직자 성학대 문제   프란치스코 교황 당시, 가톨릭교회 안의 조직적인 성학대 은폐 문제가 전 세계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재임 초기 미온적으로 대응한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이후 개혁 정책을 펼쳐 칠레의 피해자들에게 직접 사과했다. 2019년에는 수녀에 대한 성폭력 문제도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여전히 교회의 과제로 남아 있고 레오 14세 교황도 피해 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가 페루 칙라요 교구장을 맡았을 당시, 성직자 성학대 피해자 단체(SNAP)는 그가 성학대 사건을 은폐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여성의 역할 확대   프란치스코 교황은 여성의 교회 내 지도력 확대에 일정 수준의 개혁을 단행했다. 로마 여성 수감자의 발을 씻는 행사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여성 포용을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3년 세계주교회의에서 여성의 투표권을 최초로 허용했는데 이 회의를 주재한 인물이 바로 당시 추기경이던 레오 14세 교황이었다.   레오 14세 교황 재임 중에도 여성의 부제 서품과 사제 서품 문제는 계속해서 교회 내 논쟁거리가 될 것으로 많은 이들이 예상한다. 레오 14세 교황은 이에 대해 "여성을 성직자로 만든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지금까지 레오 14세 교황은 여성의 사제 서품에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도 여성의 지도적 역할 확대에는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여성의 기여는 인정하되 성직자 자격에는 선을 그은 셈이다.   ▶이민자에 대한 관점   프란체스코 교황은 이민자와 난민에 가장 적극적이고 공감하는 태도를 보인 교황으로 평가받는다. "맞이하고 보호하고 증진하고 통합하라"는 당시 교황청의 핵심 원칙이었다. "이민자는 우리를 두렵게 하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성과 연민을 일깨우는 존재입니다"라고 말한 프란체스코 교황은 직접 바티칸에 시리아 난민 가족을 받아들였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추방 정책을 "기독교 정신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페루에서 20년 이상 사목 활동을 한 새 교황은 특히 베네수엘라에서 온 이민자와 난민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2017년에 트럼프 행정부가 시리아 난민 수용 금지 조치를 하자 "예수님께서 우신다"는 글을 공유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2월 J.D. 밴스 부통령이 기독교적 사랑의 우선순위를 주장하며 이민자에 대한 제한을 정당화하자 "예수님은 우리에게 사랑에 순위를 매기라고 말씀하지 않으셨다"며 반박했다.     지난 8일 교황으로 선출된 직후 레오 14세는 성 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서 행한 첫 연설에서 '다리를 놓는 교회'와 '모든 이에게 열려 있는 교회'를 강조했다. 이는 국경을 폐쇄하고 벽을 세우는 정책에 대해 명확하게 반대 의사를 표시한 것이자 이민자와 난민을 향한 환대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풀이된다.     ▶교회 신자의 지리적 다양성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즉위 이후, 추기경단에 지리적 다양성을 확대해 왔다. 그 결과 이번 콘클라베는 교회 역사상 가장 다양한 출신 국가들이 모인 회의로 기록됐다. 유럽 출신이 여전히 과대표되는 상황이지만 아프리카와 아시아 교회 지도부의 영향력은 점차 커지고 있다.   최근 수십 년간 가톨릭교회는 남반구, 특히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가톨릭 인구는 2013년 약 1억8500만 명에서 올해 약 2억3000만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유럽의 신자 수는 정체되거나 감소하는 추세다.   라틴아메리카에서 오랫동안 사목 활동을 했던 교황 레오 14세는 비서구권 지역의 목소리에 익숙하다. 레오 14세 교황은 지역 교회의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고 특정 이슈에 대해 지역 주교단의 논의를 강조해 왔다. 동성 커플에 대한 축복 문제도 지역 주교단이 문화적 현실을 고려하여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가톨릭교회가 신자의 지리적 다양성에 대응해 어떻게 지역 교회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교회의 역할을 강화할 것이냐는 새 교황의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안유회 객원기자프란치스코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 교황 레오 재정 개혁

2025-05-12

“리오 14세 교황은 화이트삭스 팬”

133명의 추기경단 투표에 의해 첫 미국인 교황이 된 리오 14세, 로버트 프랜시스 프리보스트(39) 추기경은 1955년 시카고 남서부 브론즈빌에서 태어났다.     시카고 남 서버브 돌튼에서 성장한 그는 ‘St. Mary of the Assumption’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사제가 되기 위해 아우구스티누스 신학교에 진학했고, 미시간 주 홀랜드에서 고교 시절을 보냈다. 이후 빌라노바 대학에서 1977년 수학 학사 학위를 받았고, 곧바로 아우구스티노 수도회에 합류했다.     다시 시카고로 돌아온 그는 가톨릭 신학교에서 신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이어 로마의 성 토마스 아퀴니스 교황립 대학에서 교회법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리오 14세는 전임자들인 프란치스코 교황(2013)과 베네딕토 16세 교황(2005)이 선출될 당시의 나이였던 76세와 78세보다는 적지만 1800년 이후 교황들 가운데선 4번째로 나이가 많다.     삼형제인 리오 14세의 형인 존은 “아직 나도 이 상황을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을 갖지 못했다”며 “하지만 엄청난 일이고, 매우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시카고 남서 서버브 뉴 레녹스에 살고 있는 존은 리오 14세가 우편을 받기 위해 자신의 집주소를 아직도 사용하고 있다며 “그를 ‘롭’(Rob)이라고 부를지 아니면 ‘리오 14세 교황’이라고 불러야하는지 못 정한 상태”라고 밝혔다.     교황 선출 직전 그와 통화했다는 존은 “로버트에게 영화 ‘콘클라베’(Conclave)를 봤냐고 물어본 후 교황으로 선출됐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지 아느냐고 물었는데 로버트는 ‘안 그래도 콘클라베 영화를 최근에 봤다’고 대답했다”고 전했다.     부친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팬이었고, 어머니는 시카고 컵스 팬이었다는 존은 “남부에서 자란 로버트는 항상 화이트삭스 팬이었고, 2005년 월드시리즈도 보러 갔다”며 그가 화이트삭스 팬임을 확인했다.     곧 로마로 출국할 예정이라는 존은 “내가 오는지 모르는 리오 14세를 어떻게 만날 수 있을지 나도 잘 모르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한편 새 교황 리오 14세가 선출된 후 컵스 구단은 리글리필드 외부 전광판에 "교황은 컵스 팬이야"라는 문구를 송출했다.   이에 화이트삭스는 홈구장 레이트 필드 전광판에서 "헤이 시카고, 교황은 삭스 팬이야"라고 반박했다.   화이트삭스 구단은 또 "화이트삭스 팬이 바티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돼 기쁘다"며 "교황의 이름을 새긴 화이트삭스 유니폼과 모자를 이탈리아 로마로 배송했다"고 전했다.   교황은 자신이 어떤 MLB 구단을 응원하는지 직접 밝히지 않았다.    〈주〉시카고 중앙일보는 새 교황과 관련, 한글 표기를 실제 발음인 ‘리오 14세’, ‘프리보스트’ 추기경으로 합니다. Kevin Rho 기자화이트삭스 교황 교황 리오 화이트삭스 구단 화이트삭스 유니폼

2025-05-09

첫 미국 출신 교황 나왔다

미국의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69) 추기경이 8일(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을 이을 제267대 교황에 선출됐다. 미국인이 교황에 선출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선임 부제 추기경은 이날 오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의 ‘강복의 발코니’에 나와 “하베무스 파팜”(Habemus Papam·우리에게 교황이 있다)을 외쳐 새 교황의 탄생을 공식 선언했다.   이어 프레보스트 추기경이 선출됐으며, 그가 앞으로 사용할 교황 즉위명은 ‘레오 14세’라고 발표했다. 가톨릭교회에서 ‘레오’는 라틴어로 ‘사자’를 의미한다. 그 이름이 주는 이미지처럼 강인함과 용기, 리더십을 상징한다. 교황의 이름은 선출 후 본인이 스스로 고르는 것이 1000년 이상 관례로 내려오고 있다.   레오 14세 교황은 교황명이 발표된 이후 성 베드로 성당 발코니에 나와 손을 흔들며 군중 환호에 화답했다. 이어 이탈리아어로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 있기를”(La pace sia con tutti voi)라고 첫 발언을 했다. 이어 페루에서 오랜 세월을 보낸 기억을 떠올리며 스페인어로 같은 말을 반복했다.   레오 14세는 신자들에게 평화 구축을 위한 ‘대화의 다리’를 건설하자고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성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출신이지만 무엇보다 크리스천이었다고 강조하며 “그래서 우리는 모두 함께 걸을 수 있다”고 말했다.   레오 14세는 전날부터 진행된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 4번째 투표에서 133명의 추기경 선거인단의 3분의 2 득표를 얻어 새 교황으로 선출됐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새 교황에 미국 출신이 선출된 데 대해 “이 나라에 큰 영광”이라며 반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신임 교황으로 선출된 프레보스트 추기경에게 선출을 “축하”한다면서 “그가 첫 번째 미국인 교황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정말로 영광”이라고 밝혔다.       새 교황 레오 14세는=1955년 시카고 출생인 레오 14세 교황은 시카고 가톨릭신학연합에서 신학을 전공한 뒤 27세 때 로마로 유학을 떠났다. 이후 성 아우구스티노 수도회의 일원으로 1982년 사제서품을 받았고, 페루의 빈민가에서 20년 넘게 사목활동을 했다. 2015년 페루 시민권을 취득하기도 했다. 2023년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티칸으로 불러 주교 선임과 관리 등 인사를 총괄하는 교황청 장관에 임명하기도 했다.     선대 프란치스코 교황과 매우 가까운 사이였으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직접 추기경으로 임명했다. 성품은 대체로 온건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중도적이면서 진보적 면모가 있어 선대 프란치스코 교황의 가치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가난한 이들과 이민자들을 포용하는 레오 14세는 프린치스코 교황과 닮았다. 지난해 10월 바티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주교는 자신만의 왕국에 앉는 작은 왕자여서는 안된다”며 “사람들에게 다가가 함께 걷고, 고난을 함께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별 기자미국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 출신 교황 교황청 장관

2025-05-08

새 교황 시카고 출신 프리보스트 추기경

시카고 출신 로버트 프랜시스 프리보스트(69) 추기경이 8일(이하 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을 이을 제267대 교황에 선출됐다.   선임 부제 추기경은 이날 오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의 '강복의 발코니'에 나와 "하베무스 파팜"(Habemus Papam•우리에게 교황이 있다)을 외쳐 새 교황의 탄생을 공식 선언했다.   이어 프리보스트 추기경이 선출됐으며, 그가 앞으로 사용할 교황 즉위명은 '리오 14세'라고 발표했다.   현지 시간 오후 6시를 조금 지난 시각, 시스티나 성당 굴뚝 위로 흰 연기가 피어올랐다. 전 세계 14억 가톨릭 신자들에게 새 교황의 탄생 소식을 전파하는 '봉화'였다.   추기경 선거인단 133명이 차기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투표) 이틀째인 이날 3분의 2 이상인 최소 89명의 지지로 새 교황을 선출한 것이다. 바티칸 현지시간으로 8일 오후 6시8분이었다.     새 교황 리오 14세는 지난 달 21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한 후 유력한 차기 교황 후보로 꼽혔다. 〈본지 4월 23일자 1면 보도〉   비록 ‘미국인 교황’은 오랫동안 금기어처럼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지만 페루에서 선교사로 그리고 대주교로 풍부한 경험을 쌓은 프리보스트 추기경은 미국인 최초의 교황 후보로 거론됐다.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수 년 간 프리보스트 추기경을 눈여겨보았고, 지난 2014년 페루 치클라요 교구장으로 그를 파견했다. 이후 2023년 프란치스코 교황은 프리보스트 교구장을 추기경으로 임명했고, 가톨릭 신자가 가장 많은 라틴아메리카에서 교황청 위원장도 지냈다.     새 교황 리오 14세는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로 앞으로 20여년 가까이 교황으로 활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으로 꼽혔다.     Kevin Rho 기자미국 시카고 교황 시카고 프란치스코 교황 추기경단 비밀투표

2025-05-08

[정책리부트] 교황이 가르쳐준 정치의 목표

부활절 다음날, 세상은 ‘국민 교황’으로 여겨졌던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작별을 고했다. 예수회 출신 첫 교황이었던 그는 사제가 되면서 청빈의 삶을 서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예수가 그러했듯이, 모든 사람에게 겸손한 종복으로서의 여정을 시작했고 마무리했다.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혼돈과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프란치스코 교황의 삶과 가치를 기억하는 것은 매우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그의 삶을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도자가 어떻게 이끌어야 하는지를 세상에 가르쳤다.   교황청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 소식을 공식 발표하며, 전 세계에 걸친 애도의 물결을 전했다. LA의 로저 마호니 추기경은 최근 로마로 향하는 여정을 시작하기 전 프란치스코 교황의 서거에 대한 성명을 발표했다.   오늘 칼럼에서는 마호니 추기경의 말씀을 빌리고자 한다. “성 요한 23세 교황께서 ‘교회의 창문을 열어 성령의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라’고 하셨다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에 ‘모든 사람이 들어오도록 문을 열고 세상의 먼 곳까지 나아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라’고 독려하셨다.”     이는 교황이 재임 기간 중 교회의 문턱을 낮추고 세상 속으로 다가가고자 했던 노력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삶은 이사야 61장 1~4절에 기록된 것처럼 “고통받는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마음 상한 자들에겐 치유를, 포로 된 자들에게 자유를 선포하기 위해” 예수가 왔다는 현실에 집중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삶과 신념을 묘사한 많은 뉴스 보도와 기사를 접했다. 그의 삶은 종종 가난하고 세상에 보이지 않으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췄다. 그는 과거 다른 교황들이 방문하지 않았던,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던 세계의 여러 곳을 방문했다. 프란치스코 교황 자신도 이민자였으며, 전 세계의 이주민과 이민자들을 박해하는 대신 포용하도록 세상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그는 이민자들을 막기 위한 장벽이 아닌 다리를 건설해 포용적인 사회를 만들 것을 호소해왔다.   특히 그는 2015년 미국 의회 합동 연설에서 정치 지도자들에게 그들의 기본적인 소명을 상기시켰다. 당시 교황은 모든 의원들이 “동료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엄성을 수호하고 보존하는 일에 부름받았으며, 이는 공동선을 위한 지칠 줄 모르는 고된 추구이자 모든 정치의 주요 목표”라고 강조하며, 도움이 필요한 모든 이들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역설한 바 있다. 그의 말은 아주 단순하지만 정치인들에게는 매우 어려운 과제들이었다.   그는 마지막 길도 민중 속으로 가길 원했다. 대부분 전임 교황이 묻힌 성베드로 대성당 지하 묘지 대신 평소 즐겨 찾던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을 장지로 택했다. 교황이 바티칸 외부에 묻히는 건 1903년 로마 라테라노 대성당에 안치된 레오 13세 이후 122년 만이다.   운구 행렬의 종착지인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 앞에서는 난민과 수감자 등 ‘가난하고 어려운 이들’ 40여 명이 자리했다. 이들은 생전 교황의 유언에 따라 교황청 특별 초청으로 참석했다.   그의 장례 미사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부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찰스 3세 국왕의 장남 윌리엄 왕세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 50명의 국가 원수와 10명의 군주들이 참석했다. 그날 이들에게 어떤 생각들이 스쳐 갔을지 궁금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리에게 가르친 교훈, 그리고 서민들에 대한 그의 연민과 사랑이 정치인들의 마음속으로 옮겨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부디 평안히 잠드시기를, 프란치스코 교황님. 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당신이 하신 모든 일에 감사 드린다. 석명수 / 정치 컨설턴트·LA메트로 위원정책리부트 교황 정치 프란치스코 교황 교황청 특별 생전 교황

2025-05-07

바티칸 적자 재정에 기적 같은 개혁 다져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하자 그가 추진해온 바티칸 은행 개혁이 조명을 받고 있다. 1942년 성직자와 교회 재정을 관리하기 위해 설립된 바티칸 은행은 비밀주의와 스캔들로 여러 차례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 재임 기간 동안 투명성이 대폭 개선되고, 재정 운영에 대한 중앙집중적 관리가 이뤄지면서 규제 감독도 강화됐다.   공식 명칭이 종교사업연구소(Institute for the Works of Religion, IOR)인 바티칸 은행은 2023년 기준 자산 54억 유로(약 61억 달러)에 달했다.   일부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반자본주의자로 평가하기도 했지만 주요 업적의 하나로 금융 개혁을 꼽는 이들이 많다. 교황은 2013년 즉위와 함께 선임자인 베네딕토 16세가 시작한 개혁 노선을 이어받아 바티칸 은행 개혁에 착수했다.     재임 첫해인 2013년부터 바티칸 은행의 연례 보고서 공개에 들어갔다. 이 보고서에는 수익과 운영비용, 자선 기부 등의 내역이 포함되어 있어 은행 운영의 투명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2014년에는 경제 문제에서 성직자의 영향력을 줄이고 프랑스 금융인 장-밥티스트 드 프랑수를 신임 은행장으로 임명해 조직 재정비에 나섰다. 드 프랑수는 인베스코 유럽의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 2014년 이후 지금까지 바티칸 은행장을 맡아오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재정 투명성과 효율을 위해 인베스코, 독일 보험회사 에르고(ERGO) 등의 글로벌 경제 전문가 7인으로 구성된 위원회를 소집했다. 회의는 고급스러운 사도 궁이 아닌 자신의 숙소인 산타 마르타 게스트하우스의 소박한 회의실에서 열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가난한 이들을 돕는 것이 교황의 사명"이라며 "비효율적인 재정 운영은 자선 활동을 방해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과거 계약 초과 지출을 수용했던 관행에 대해서도 "앞으로 초과 비용이 발생하면 바티칸은 지불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그를 마치 대기업 CEO처럼 평가했고 교황은 "해결책을 가져오라"는 말만 남기고 회의를 마치기도 했다.   바티칸은 KPMG를 통해 국제 회계 기준을 도입하고 어니스트앤영(EY)으로부터 감사를 받았고 델로이트와 스펜서 스튜어트를 통해 인재를 채용했다. 교황은 또 '경제 사무처'를 신설해 권한을 집중시켰는데 현재 수장은 MIT 출신으로 교회 관련 기관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인물이다.   이 같은 개혁에도 바티칸의 재정 문제는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2014년에는 국무원 고위 추기경이 부동산 거래에서 거액의 손실을 입히며 논란을 일으켰고 2019년 조사 결과에서는 수백만 유로가 불법 리베이트와 사적 거래로 사라진 사실이 드러났다. 그럴 때마다 예외 없이 강력한 처벌이 내려져 모두 8명이 수감되고 2명에겐 벌금을 부과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재정 개혁을 멈추지 않았다. 2021년부터 약 250명의 추기경 급여를 세 차례나 삭감했고 2023년에는 고위직의 주택 보조금도 폐지했다. 지난해 9월에는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재정 적자 제로'를 위한 엄격한 시간표를 설정하라고 지시했다.     교황은 선종 직전까지도 재정 개혁을 놓지 않았다. 피로와 기관지염으로 로마 제멜리 병원에 입원한 지 13일째인 지난 2월 27일에도 바티칸의 만성적 예산 적자를 메우기 위한 위원회를 발족했다. 이 조치는 교황청 행정부인 쿠리아(Curia) 내 고위 인사들의 긴축 반대 요구를 무마하려는 전략적 시도로 알려졌다.   교황은 초기에 채용 동결을 선언하고 자연 감원을 통해 인력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연금 문제는 여전히 바티칸의 발목을 잡고 있다. 바티칸은 크게 두 개 영역으로 나뉜다. 하나는 박물관 수익과 기념품 판매 등으로 흑자를 기록하는 '바티칸 시국(City State)'이고 다른 하나는 쿠리아다. 쿠리아는 매년 약 8억~9억 달러의 예산을 지출하며 5000만 달러 이상의 구조적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성 베드로와 바오로 축일에 전 세계 신자들이 헌금하는 성 베드로 성금도 이곳의 운영에 활용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성금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만 사용하고자 했으나 생전 그 목표를 완전히 이루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그는 바티칸이라는 복잡하고 불투명했던 조직에 투명성과 전문성, 청렴성을 가져오는 데 거의 기적에 가까운 변화를 일으킨 것으로 평가받는다.   말년에 병상에 누워서도 재정 개혁의 깃발을 놓지 않았던 프란치스코 교황. 후임자가 이 같은 개혁을 완수하려면 프란치스코 교황만큼 탁월한 전략과 개혁 의지가 필요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은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에게 깊은 슬픔을 안겨줬지만 그가 남긴 개혁은 오랫동안 교황청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유지하는 초석이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안유회 객원기자바티칸 개혁 바티칸 은행장 프란치스코 교황 재정 투명성

2025-05-05

새 교황 선출, 가톨릭 방향 가늠할 역사적 순간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이후부터 새 교황이 추기경단에 의해 선출되기 전까지의 기간은 '세데 바칸테(sede vacante)'라 불리며 일반적으로 15~20일 지속된다. 이 중 9일은 공식적인 애도 기간인 '노벤디알레(novendiale)'로 지정된다. 장례식이 끝나면 전 세계 주요 추기경들은 비공개회의인 콘클라베에 모여 후계자를 선출한다.   콘클라베라는 단어는 라틴어로 '열쇠로 잠긴(con clave)'이라는 의미로, 13세기 교황 클레멘스 4세 선종 이후 3년 가까이 교황이 선출되지 않자 추기경들을 방에 가두고 빵과 물만 넣어준 데서 유래했다. 오늘날 이 방식은 교회법에 따라 엄격히 유지되고 있다.   ▶정치적 균형 고려도 중요   교황 선출은 단순한 신앙 행위가 아니라 정치적 균형을 고려한 행위다. 현재 구도는 진보 대 전통주의의 양상이다. 진보는 성별과 성적 지향을 포함한 사회문화적 이슈에 있어 교회 개혁을 지지한다. 전통주의는 이에 반대해 오히려 더 엄격한 규범을 주장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진보적 성향이었으며 전임자 베네딕토 16세는 전통주의자였다.   이러한 이념적 차이 외에도 새 교황 선출을 결정지을 중요한 요소는 바로 출신 지역이다. 역사상 대부분의 교황은 이탈리아 출신이었다. 1978년 폴란드 출신인 요한 바오로 2세가 선출되기 전까지 500년 이상 이탈리아 이외 지역 출신 교황은 없었다.   ▶기독교 인구 남반구 우세   세계 기독교 인구의 중심은 빠르게 남반구로 이동하고 있다. 북미와 서유럽에서는 기독교가 쇠퇴하는 반면, 라틴아메리카와 아시아, 아프리카에서는 급속히 성장 중이다. 2050년까지 전 세계 기독교인의 78%가 남반구에 거주할 것으로 예상되며 아프리카만 해도 전체 기독교인의 40%를 차지할 전망이다. 이를 가톨릭에 국한하면 이 추세는 더 분명하다.     그러나 이러한 인구 변화에도 교황직을 포함한 교회의 권력은 여전히 서구에 집중되어 있다. 마지막 아프리카 출신 교황은 496년에 선종한 겔라시우스 1세였으며 아시아 출신 교황은 단 한 명도 없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라틴아메리카 출신이었지만 이탈리아 이민자의 아들이면서 남유럽이라는 문화적 배경을 안고 있었다. 완전히 남반구 출신 교황으로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진보와 보수 사이의 구도   진보적 가톨릭 신자라면 비유럽권 출신 교황의 등장을 환영할 법도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아프리카는 지난 수십 년간 성적 지향과 젠더 이슈 등에서 보수적 입장을 강화해 왔다. 진보적 가톨릭 신자들은 아프리카 교황보다는 유럽 출신의 진보적 교황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현재 아프리카 출신 유력 후보로는 가나 출신 피터 터크슨 추기경(76)과 기니 출신 로버트 사라 추기경(79)이 있다. 두 사람 모두 전통주의 노선으로 특히 동성애 반대 입장과 여성 사제 반대, 이슬람과의 신학적 대화 거부 등 강경한 입장을 취해왔다.   반면 진보 성향 후보는 대부분 유럽 출신이다. 포르투갈의 조제 멘돈사 추기경(59)은 여성 사제 찬성 입장을 피력한 수녀에 공감을 표시했으며 동성 관계에 대해 관용적 시각을 갖고 있다. 그러나 젊은 나이 탓에 새 교황으로 선출될 가능성은 낮다. 보다 유력한 인물은 이탈리아의 마테오 주피 추기경으로 바티칸의 평화 특사로 활동한 경력과 함께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목 철학을 계승하는 인물로 꼽힌다.   ▶아시아 출신도 가능할까   이 모든 이념적.지역적 긴장 속에서 절충안으로 주목받는 인물이 있다. 바로 필리핀 출신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이다. 그는 '아시아의 프란치스코'라 불리며 사회정의에 대한 헌신으로 서구 진보 가톨릭 신자들에게도 지지를 받고 있다. 유럽 문화권 출신이 아니어서 많은 비서구권 신자와 닮은 인물이다.   타글레 추기경은 진보와 보수, 북반구와 남반구, 이념과 지역 간의 구도를 일정 부분 완화할 수 있는 선택이다. 라스베이거스 베팅 사이트에서도 타글레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목소리   누가 되든 차기 교황은 가톨릭 세계의 이런 구도를 일정 부분 통합해야 한다. 교리뿐 아니라 지역과 이념의 차이가 있는 교회와 신자들을 품으면서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된다.   다가올 콘클라베는 단지 한 인물의 선출이 아니라 가톨릭교회의 미래 중심이 어디로 이동할지를 가늠하는 역사적 순간이 될 것이다. 안유회 객원기자가톨릭 교황 교황 선출 프란치스코 교황 세계 기독교인

2025-04-28

하늘로 떠난 교황…세계 130국 지도자들 한 자리에

가난한 자들의 친구로, 검소하며 소탈한 삶을 실천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 세계의 애도 속에서 영면에 들었다.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엄수된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미사는 비공식적인 '외교의 장'이 열리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6일(현지시간) 오전 10시 장례 미사가 엄수된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는 약 25만명이, 운구 행렬엔 15만명이 몰렸다. 이 자리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등 주요 정상이 한자리에 모이는 흔치 않은 장면이 연출됐다. 약 50명의 국가원수와 10명의 군주가 참석했으며, 약 130개국 대표단이 바티칸을 찾았다. 한국 정부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민관 합동 조문사절단을 파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전 끊임없이 가자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중단, 평화와 대화를 촉구해 왔다. 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기 위해 모인 각국 정상들은 국제 현안을 두고 이견을 내거나 갈등을 겪고 있지만, 장례 미사를 계기로 만나 '조문 외교'를 펼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례 미사에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약 15분간 짧게 회동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장례 예절에서 벗어나 성조기 모양 배지가 달린 파란 정장을 입었다. 교황의 장례식에서조차 국제관계에 있어 자신만의 길을 가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됐다.     》관계기사 한국판 관련기사 교황 마지막 길, 노숙자·각국정상…40만이 배웅했다 무덤엔 '프란치스코' 한 글자와 흰장미 한송이 뿐…교황 영면 김은별 기자 [email protected]지도자 하늘 장례 미사가 프란치스코 교황 트럼프 대통령

2025-04-27

“내가 기억하는 프란치스코 교황님, 언제나 낮은 곳에 임하신 분”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21일 선종해 전세계가 슬픔에 빠진 가운데, 달라스의 가톨릭 교인들 사이에서 특별한 애도의 물결이 흐르고 있다. 달라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천주교회 조재형 가브리엘 주임신부는 “지난 4월21일, 부활 팔일 축제 월요일에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선종하셨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며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다음 날, 교황님께서는 하느님의 품으로 가셨다. 예수님께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천상 낙원으로 인도하셨음을 믿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13년에 교황으로 선출되어 12년 동안, 교황님은 세상의 가장 높은 자리에서 가장 낮은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고 덧붙였다. 조재형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작은 인연이 있다. 지난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은 124위 순교자 시복식과 아시아 청년대회를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조재형 신부는 그때 교구 성소 국장이었고, 방한 준비위원회의 영성 신심 분과 위원으로 참여했다.   조재형 신부는 “가까이서 뵈었던 교황님의 모습은 지금도 제 마음에 깊이 남아 있다”며 “교황님은 낡은 가방을 들고 다니셨다. 족히 30년은 된 듯한 가방이었다. 교황님의 검소한 성품을 보여주는 상징이었다”고 회고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서울대교구의 신축 청사를 축복했을 때도, 방명록에는 작고 소박한 글씨로 한쪽 구석에 사인을 남겼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겸손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의전차량으로는 고급 차가 아닌, 한국의 경차인 쏘울을 선택했다. 자신의 소탈한 삶의 태도를 드러내는 결정이었다. 조재형 신부는 ‘그 사람이 있는 곳에 그 사람의 마음도 있다’는 예수의 말을 인용해 “저는 교황님이 있었던 곳이 생각난다. 교황님이 맨 처음 정한 사목 방문지는 람페두사였다”며 “교황님이 람페두사를 방문하면서 유럽은 아프리카에서 오는 난민을 받아들였다. 교황님의 마음은 그렇게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과 가까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조재형 신부는 또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를 회고했다. 교황은 당시 세월호 참사의 유족들을 만나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고 말했다. 조재형 신부는 “교황님의 마음은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슬퍼하는 유족들과 가까이 있었다. 코로나 팬데믹이 정점에 있을 때였다. 교황님은 홀로 바티칸 광장에 서서 기도하였다. 비가 내리는 어두운 바티칸 광장에서 교황님은 하느님의 자비를 청하며 기도하였다. 교황님의 마음은 질병으로 고통받는 이들과 가까이 있었다. 교황님은 아프리카 수단의 정부군과 반군 지도자를 교황청에 초대하였다. 그리고 그들의 발에 입을 맞추었다. 수단에 평화가 찾아올 수 있도록 노력하기를 호소하였다. 교황님의 마음은 전쟁의 폐허 속에 신음하는 사람들과 가까이 있었다. 이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 날에 교황님은 팔레스타인의 평화와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위해서 기도하였다”고 말했다. 조재형 신부는 ‘여러분의 동생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라는 교황의 말을 인용해 “이것이 진정한 신앙이다. 진정한 신앙은 책상 위에 머무는 지식이 아니라, 고통 앞에서 중립하지 않고, 눈물 속에 기도하며, 침묵 속에서 사랑을 실천하는 지혜”라며 “우리는 얼마나 자주 높은 자리가 좋은 자리라고 착각하는가? 그러나 교황님은 보여주었다. 낮은 자리가 더 깊은 자리요, 진리의 자리라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조재형 신부는 그러면서 “우리는 교황님의 삶을 기억하며, 교황님이 남긴 발자국을 따라가면 좋겠다. 그 발자국은 가난한 이들을 향해 있었고, 슬퍼하는 이들과 함께 있었으며, 세상의 변두리에 머물렀다”며 “교황님께서 이제는 천상의 평화 속에서 영원한 안식 누리기를 기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종은 주인보다 높지 않고, 파견된 이는 파견한 이보다 높지 않다. 이것을 알고 그대로 실천하면 너희는 행복하다”는 말씀을 회고했다.                                 〈토니 채 기자〉프란치스코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님 조재형 신부 동안 교황님

2025-04-25

경건함과 추악함 교차하는 영화 속 바티칸

기독교 신앙이 장르를 넘어 문화 코드에 편입된지 오래다. 영화적 상상력 역시 엄숙한 바티칸이라 해도 그냥 내버려두지 않는다.     때로는 경건하게 바티칸의 엄숙함을, 때로는 성직자들의 숨겨진 인간성을 극화한다. 최근엔 성스러움의 이면에 감춰진 은밀하고 추악한 음모가 영화의 단골메뉴가 됐다. 바티칸에겐 거북스럽겠지만 말이다.     전통주의를 벗어나 교회의 개혁에 힘써 왔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을 계기로 바티칸을 무대로 한 주요 영화들을 살펴본다. 바티칸은 촬영을 위해 공개되지 않기에 대부분의 영화들이 고증을 거쳐 세트 제작에 공을 들인다.       콘클라베 (2024)   로버트 해리스의 2016년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작품. 교황 선출에 얽힌 추기경들의 음모와 권력욕을 다뤘다. 곧 있을 콘클라베를 앞두고 세계적으로 가장 큰 주목을 받는 영화다. 레이프 파인즈, 스탠리 투치를 비롯한 화려한 캐스팅과 긴장감 넘치는 전개가 눈길을 끈다. 성스러운 장소 바티칸 내의 은밀한 비밀, 배신, 폭로, 그리고 예상 밖의 반전까지, 스릴러 영화로도 손색없는 요소들을 두루 갖췄다.     특히 카톨릭 교회 내부의 권력 투쟁과 정치적 음모를 그럴듯하게 묘사했다. 추기경들의 세속적인 권력의지는 정치판과 다를 게 없다. 극중 교황 자리에 도전한 벨리니 추기경의 한 마디는 이를 상징적으로 전해준다. “문서를 훔치고, 동료를 비방하고 … 난 교황들의 리처드 닉슨이 됐을 거요.”   그렇다고 무작정 정치 스릴러로 흐르는 건 아니다. 수양이 깊은 추기경들의 입을 통해 세상에 던지는 메시지가 깊다. “확신은 통합의 가장 큰 적입니다. 확신은 관용의 치명적인 적입니다. 심지어 마지막 순간 그리스도조차 확신하지 않았습니다.”(로렌스 추기경, 레이프 파인즈 역) 아집에 가까운 신념의 폐해를 지적한 이 말은 극렬하게 대립하는 우리 사회를 되돌아보게 하지 않나.   2022년 ‘서부 전선 이상 없다’로 뛰어난 연출력을 인정받은 에드워드 버거 감독의 작품이다.   두 교황 (2019)   교황 베네딕토 16세(앤서니 홉킨스)와 그의 후계자로 프란치스코 교황이 된 호르헤 베르골리오 추기경(리차드 프라이스) 사이의 일련의 대화를 통해 담담하게 전개되는 영화다. 두 실존인물과 배우들이 너무도 흡사해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특히 리처드 프라이스는 이번에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과 판박이다.   두 교황은 신심이 깊다는 점 외엔 생각, 출신 배경 등이 하나하나 달라도 너무도 달랐다. 동성애 등 민감한 사회적 사안에 대해선 첨예하게 맞섰다. 그러면서도 자연스러운 승계가 이뤄질 수 있었던 배경을, 영화는 두 교황의 아름답고 사려 깊은 인간적 측면에서 찾는다.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은 두 교황의 인간적 모습을 통해 그들의 신앙, 의구심, 그리고 가톨릭 교회를 이끄는 데 따르는 교황의 책무 등을 진지하고도 유머러스하게 탐구한다. 두 교황이 각자의 조국인 독일과 아르헨티나의 축구경기를 관전하는 장면엔 감독이 보여주려는 진지함, 천진함, 인간미, 유머 등이 모두 녹아 있다.  두 주연 배우의 압도적인 연기력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연출이었다.     천사와 악마 (2009)   댄 브라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종교 미스터리 스릴러다. 소설의 순서로는 ‘다빈치 코드’의 전작이지만, 영화에서는 그 이후의 이야기로 설정돼 있다. 론 하워드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이 시리즈의 주연인 톰 행크스가 기호학자 로버트 랭던으로 나온다.     교황이 선종한 뒤, 콘클라베가 열리는 바티칸에서 고대 비밀결사 조직인 ‘일루미나티’의 복수를 암시하는 사건들이 잇따른다. 이와는 무관해 보이는 반물질 도난 사건도 일어나는데, 결국엔 일루미나티의 바티칸 파괴 음모로 연결된다. 랭던은 ‘다빈치 코드’ ‘인페르노’에서 그랬듯 이 거대하고 고색창연한 음모를 하나하나 풀어나간다.   영화는 로마와 바티칸의 유서 깊은 건축물들을 배경으로 과학과 종교, 이성과 신앙의 갈등을 팽팽하게 전개한다. 특히 랭던 시리즈 특유의 상징 해석, 숨겨진 역사적 서사 등이 지적 호기심과 긴장감을 한껏 고양시켜준다. 신심 깊은 사제와 천하를 찜 쪄 먹으려는 빌런, 이 두 얼굴의 위선을 동시에 연기한 이완 맥그리거가 톰 행크스보다 인상에 남는다.   엑소시스트 더 바티칸 (2023)   평범할 수도 있는 영화를 러셀 크로우가 살려냈다. 믿거나 말거나,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바티칸의 공식 엑소시스트 가브리엘 아모르트는 어린 소년에게 들린 악마를 퇴치하기 위해 스페인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바티칸이 숨겨온 충격적 음모를 파헤친다는 스토리다.     실제 바티칸의 엑소시스트 가브리엘 아모르트 신부가 경험했던 실화에 기반한다. 바티칸 내 구마사들의 역사적 역할과 교황의 권위를 매우 구체적으로 다루면서 가톨릭 교회의 가장 어두운 비밀과 관련된 악마의 빙의를 조사하는 과정을 따라간다. 가톨릭 교회는 엑소시스트에 관한 묘사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로 영화 개봉을 불편해 했다.     우리에겐 교황이 있다 (2011)   원제 ‘하베므스 파팜’은 우리에겐 교황이 있다(We Have a Pope)는 뜻이다. 콘클라베에서 새로 선출된 교황을 선포할 때 사용되는 표현이다. 이 영화는 새로 선출된 교황이 교황직을 원하지 않아 발생하는 코미디 같은 도발적 사건으로 시작한다.     교황으로 선출된 멜빌 추기경(미셸 피콜리)은 자신감을 잃고 걱정과 근심으로 앓다가 우울증 치료를 받는 도중 교황청에서 도망친다. 그의 갑작스런 실종을 숨겨야 야 하는 바티칸은 경비병에게 교황 행세를 대신하게 한다. 인간으로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나선 교황은 무기력한 인간으로 돌아가 그 안에서 진정한 휴머니즘의 참된 가치를 발견한다.     고통과 환희 (1965)   미술영화이면서 종교영화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찰턴 헤스턴)가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를 그리는 동안 교황 율리우스 2세(렉스 해리슨)와의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그렸다. 미켈란젤로의 창의적 천재성, 교황과 맞서는 예술가의 위풍당당함을 부각시켰다. 성서 영화에 가장 잘 어울린다는 찰턴 헤스턴이 주연한 작품 중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다.     미켈란젤로는 자신의 예술관과 신앙, 교황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심리적 부담감 사이에서 갈등한다. 천장화를 그려 달라는 교화의 부름을 받고 성당을 찾아간 그는 처음엔 영감이 떠오르지 않아 대리석 산지 카라라로 달아난다. 도중 신비로운 자연의 풍경 앞에서 종교적 깨달음을 얻어 르네상스 최고의 걸작 시스티나 천장화 제작에 몰입한다. 그 천장화 아래에서 곧 콘클라베가 열린다.   어부의 신발 (1968)   냉전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우크라이나 추기경으로 러시아에서 정치범으로 20년간 감옥살이를 하다가 풀려난 키릴 라코타 신부(안소니 퀸)가 출옥 후 바티칸의 부름을 받고 교황에 오르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낸 영화다. 교황에 오른 후 고독한 순례의 여정을 떠나는 키릴의 무거운 고민과 인간으로서의 연민이 진솔하게 담겨 있다.     명배우 안소니 퀸이 세계적인 긴장 속에서 미국과 소련 사이의 평화 협상을 중재하려 하는 키릴 교황을, 전설적인 배우 로렌스 올리비에가 소련의 피오트르 일리치 카메네프 서기관 역을 연기한다. 수 세기 동안 세계 정세를 좌우해 온 바티칸의 외교적 영향력을 반영하면서 추기경들만의 세상에서 벌어지는 갈등도 심도 있게 다뤘다.     베켓 (1964)   캔터베리 대주교(1141년)였으며 성인으로 기록되는 토마스 베켓(리처드 버튼)과 헨리 2세(피터 오툴)의 갈등을 그린 영화. 교황은 교회와 국가 간의 갈등을 중재하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교황의 영향력이 로마를 넘어 유럽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여주는 영화다. 역사적 사실들 교회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왕권에 맞서야 했던 베켓은 대주교로서의 책무와 교황에 대한 충성 사이에서 갈등한다. 헨리 2세는 무모한 야망을 상징하는 인물로 그려졌다. 두 사람의 이념적 충돌은 결국 헨리 2세의 기사들이 베켓 대주교를 처참하게 죽이는 결과를 가져왔고 이 사건은 전 유럽을 뒤흔들었다.   김정 영화 평론가 [email protected]바티칸 경건 프란치스코 교황 스릴러 영화 교황 선출

2025-04-23

시카고 출신 프리보스트 추기경 유력 차기 교황 후보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한 후 차기 교황에 대한 얘기가 오가는 가운데 시카고 출신 추기경도 차기 교황 후보에 올라 주목된다.     세례 받은 가톨릭 남성이라면 누구나 교황으로 선출될 수 있지만, 1378년 이후 추기경만 교황으로 임명되고 있다. 교황청에 따르면 교황은 80세 미만 추기경이어야 하고, 최소 3분의 2의 득표를 얻어야 한다.     지난 21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현직 추기경 가운데 다수를 임명했고, 자신의 가치관을 연속성으로 이어갈 수 있는 인물들을 지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차기 교황으로 9명의 추기경들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시카고 출신의 로버트 프리보스트(69) 추기경도 포함됐다.     비록 ‘미국인 교황’은 오랫동안 금기어처럼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지만 페루에서 선교사로 그리고 대주교로 풍부한 경험을 쌓은 프리보스트 추기경은 미국인 최초의 교황 후보로 거론된다.     바티칸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수 년 간 프리보스트 추기경을 눈여겨보았고, 2014년 페루 치클라요 교구장으로 그를 파견했다. 이후 2023년 프란치스코 교황은 프리보스트 교구장을 추기경으로 임명했고, 가톨릭 신자가 가장 많은 라틴아메리카에서 교황청 위원장도 지냈다.     교황청 안팎에서는 프리보스트 추기경의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가 앞으로 20여년 가까이 교황으로 활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외려 장점이 되고 있다.     이 외 차기 교황 유력 후보들로는 피터 에르도 추기경 (72∙헝가리), 라인하드 막스 추기경(71∙독일), 마크 아울렛 추기경(80∙캐나다), 피에트로 패롤린 추기경(70∙ 이탈리아), 로버트 새라 추기경(79∙기니), 크리스토프 쇼엔본 추기경(80∙오스트리아), 루이스 태글 추기경(67∙필리핀), 마테오 주피 추기경 (69∙이탈리아) 등이 거론된다.     Kevin Rho 기자시카고 추기경 추기경 유력 교황 후보 차기 교황

2025-04-22

프란치스코 교황, 88세로 선종

지난 12년간 전 세계 14억 가톨릭 신자를 이끌어온 프란치스코 교황(사진)이 21일(현지시간) 오전 선종했다. 비유럽 국가 출신 첫 교황인 그는 개혁과 파격적 메시지를 내놓은 인물로 기억된다. 부활절 직후 떠난 그는 마지막 부활절 강론에서도 전쟁과 평화를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멕시코 국경장벽과 반이민 정책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수차례 충돌하기도 했다.   교황청 궁무처장인 케빈 페렐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날 오전 7시 35분에 88세 나이로 선종했다”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평생 호흡기 질환을 앓았지만, 직접 사인은 뇌졸중과 그에 따른 심부전이었다. 호흡기 질환으로 2월 입원했던 그는 3월 23일 퇴원 후 활동을 재개해 왔다. 로마 시내 교도소를 방문했고,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을 비공개로 만났다. 선종 전날 부활절 미사에도 깜짝 등장해 “가자지구 상황이 개탄스럽다”며 휴전을 촉구했다.     장례는 고인의 뜻에 따라 간소하게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교황청이 공개한 유언장에서 그는 “삶의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며, 영원한 삶에 대한 희망을 품고 제 장례 장소에 관한 유언만을 남기고자 한다”며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 지하에 특별한 장식 없이 간소하게 안치되기를 간구한다”고 밝혔다.   그의 공식 장례 절차는 이날 오후 8시 그가 거주했던 산타 마르타의 집 예배당에 마련된 관에 유해를 안치하며 시작됐다. 오는 23일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일반 대중의 조문을 받을 예정이며, 장례식은 25~27일 사이에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 일정은 22일 추기경 회의에서 결정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는 반복적으로 충돌해왔다.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트럼프 후보의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계획을 전면 비판했다. 1기 집권을 시작한 트럼프 대통령이 바티칸을 찾았을 땐 활짝 웃는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혼자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진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도 공개 비난했다. J D 밴스 부통령이 “다른 사람을 돌보기 전에 가족과 국가를 먼저 돌봐야 한다”고 말하자, 그는 “대규모 추방 행위는 온 가족의 존엄성을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멜라니아 여사와 로마에서 열리는 장례식에 참석하겠다고 밝혔다. 재집권 후 첫 해외 방문이다. 그는 “교황의 평화로운 안식을 빈다”고 밝히고, 백악관을 비롯한 미국 공공건물에 조기 게양을 명령했다.    >> 관계기사 한국판  김은별 기자 [email protected]프란치스코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 도널드 트럼프 선종 전날

2025-04-21

교황 선출 둘러싼 음모…권력 투쟁 적나라한 묘사

앤서니 홉킨스, 조너선 프라이스 주연의 2019년작 ‘두 교황’(넷플릭스)은 자진 퇴위로 전 세계가톨릭 커뮤니티를 뒤흔들었던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그의 후임 프란치스코의 관계를 토대로, 하늘 아래 교황은 오직 한 명이라는 2000년 가톨릭 역사의 기록을 깬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2025년 오스카상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영화 ‘콘클라베(Conclave)’는 로버트 해리스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역사 고증에 인간사의 다양한 정치적 상황을 결합한 작품들을 써온 작가 특유의 상상력과 성스럽고도 영적인 바티칸 내에서 자행되는 음모와 배신 등의 ‘스릴’이 영화에서도 그대로 재연된다.     ‘콘클라베’는 로마 가톨릭교회의 교황을 선출하는 선거제도를 뜻한다. 2022년 교황이 갑작스럽게 서거하자 전 세계에서 118명의 추기경들이 바티칸으로 날아온다. 시스티나 예배당에서 거행될 새로운 교황 선출을 위한 비밀회의 투표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로런스 추기경(레이프 파인스)은 새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를 감독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그러나 그의 이러한 지위는 예상치 못했던 위험을 동반한다.     바티칸이 소재한 로마, 이탈리아를 위시, 유럽 세력이 수적으로 우세한 가운데 바티칸 내 권력 투쟁이 격화되고 로런스는 서거한 교황이 교회의 미래를 바꿀 수 있을 만한 비밀을 숨기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신성의 그늘 아래 음모와 비밀 동맹이 추진되고 바티칸의 어두운 면이 조금씩 드러난다. 종교 이면에 자리한 최고위층 추기경들의 미묘한 ‘권력에의 의지’가 세속의 정치판과 다를 게 없다.     로런스 추기경은 진실이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는 반대파 세력과 대립한다. 신경전과 지역적 결합 등 서로를 견제하는 치열한 경쟁, 3분의 2 이상의 추기경들의 선택을 받는 사람이 나오기까지 거듭되는 여덟 번의 투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인물이 차기 교황으로 선출된다. 마지막에 벌어지는 한판 승부가 영화를 초긴장 상태로 몰고 간다.   성스러운 장소 바티칸 내의 은밀한 비밀, 배신, 충격적 폭로로 이어지는 ‘콘클라베’에는 그간 교황청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에서 볼 수 없었던 장면들이 많다. 2022년 ‘서부 전선 이상 없다’로 뛰어난 연출력을 인정받은 에드워드 버거 감독은 바티칸의 억압적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지는 가톨릭 교회의 권력 투쟁과 정치적 음모를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오스카 남우주연상 후보에 선정될 것이 확실시되는 레이프 파인스 외에 존 리스고(조세프트랑블레 추기경), 스탠리 투치(알도 벨리니 추기경), 이사벨 로셀리니(아그네스 수녀) 등 조연진 배우들의 노련한 앙상블 연기가 볼만하다. 김정 영화평론가교황 선출 교황 선출 권력 투쟁 교황 베네딕토

2024-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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