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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리부트] 교황이 가르쳐준 정치의 목표

석명수 / 정치 컨설턴트·LA메트로 위원

석명수 / 정치 컨설턴트·LA메트로 위원

부활절 다음날, 세상은 ‘국민 교황’으로 여겨졌던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작별을 고했다. 예수회 출신 첫 교황이었던 그는 사제가 되면서 청빈의 삶을 서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예수가 그러했듯이, 모든 사람에게 겸손한 종복으로서의 여정을 시작했고 마무리했다.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혼돈과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프란치스코 교황의 삶과 가치를 기억하는 것은 매우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그의 삶을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도자가 어떻게 이끌어야 하는지를 세상에 가르쳤다.
 
교황청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 소식을 공식 발표하며, 전 세계에 걸친 애도의 물결을 전했다. LA의 로저 마호니 추기경은 최근 로마로 향하는 여정을 시작하기 전 프란치스코 교황의 서거에 대한 성명을 발표했다.
 
오늘 칼럼에서는 마호니 추기경의 말씀을 빌리고자 한다. “성 요한 23세 교황께서 ‘교회의 창문을 열어 성령의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라’고 하셨다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에 ‘모든 사람이 들어오도록 문을 열고 세상의 먼 곳까지 나아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라’고 독려하셨다.”  
 
이는 교황이 재임 기간 중 교회의 문턱을 낮추고 세상 속으로 다가가고자 했던 노력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삶은 이사야 61장 1~4절에 기록된 것처럼 “고통받는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마음 상한 자들에겐 치유를, 포로 된 자들에게 자유를 선포하기 위해” 예수가 왔다는 현실에 집중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삶과 신념을 묘사한 많은 뉴스 보도와 기사를 접했다. 그의 삶은 종종 가난하고 세상에 보이지 않으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췄다. 그는 과거 다른 교황들이 방문하지 않았던,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던 세계의 여러 곳을 방문했다. 프란치스코 교황 자신도 이민자였으며, 전 세계의 이주민과 이민자들을 박해하는 대신 포용하도록 세상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그는 이민자들을 막기 위한 장벽이 아닌 다리를 건설해 포용적인 사회를 만들 것을 호소해왔다.
 
특히 그는 2015년 미국 의회 합동 연설에서 정치 지도자들에게 그들의 기본적인 소명을 상기시켰다. 당시 교황은 모든 의원들이 “동료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엄성을 수호하고 보존하는 일에 부름받았으며, 이는 공동선을 위한 지칠 줄 모르는 고된 추구이자 모든 정치의 주요 목표”라고 강조하며, 도움이 필요한 모든 이들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역설한 바 있다. 그의 말은 아주 단순하지만 정치인들에게는 매우 어려운 과제들이었다.
 
그는 마지막 길도 민중 속으로 가길 원했다. 대부분 전임 교황이 묻힌 성베드로 대성당 지하 묘지 대신 평소 즐겨 찾던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을 장지로 택했다. 교황이 바티칸 외부에 묻히는 건 1903년 로마 라테라노 대성당에 안치된 레오 13세 이후 122년 만이다.
 
운구 행렬의 종착지인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 앞에서는 난민과 수감자 등 ‘가난하고 어려운 이들’ 40여 명이 자리했다. 이들은 생전 교황의 유언에 따라 교황청 특별 초청으로 참석했다.
 
그의 장례 미사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부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찰스 3세 국왕의 장남 윌리엄 왕세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 50명의 국가 원수와 10명의 군주들이 참석했다. 그날 이들에게 어떤 생각들이 스쳐 갔을지 궁금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리에게 가르친 교훈, 그리고 서민들에 대한 그의 연민과 사랑이 정치인들의 마음속으로 옮겨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부디 평안히 잠드시기를, 프란치스코 교황님. 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당신이 하신 모든 일에 감사 드린다.

석명수 / 정치 컨설턴트·LA메트로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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