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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 정치 게시물’ 명시해야…의회, 인플루언서 제재법 발의

소셜미디어(SNS) 인플루언서가 돈을 받고 선거 관련 게시물을 올릴 경우 이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법안이 연방의회에서 발의됐다.   LA데일리뉴스는 애덤 시프(민주·가주) 연방상원의원과 마크 타카노(민주·가주) 연방하원의원이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법안을 발의했다고 29일 보도했다. 인플루언서가 특정 후보나 정치적 입장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게시물을 올리는 대가로 정치위원회로부터 돈을 받은 경우, 이를 게시물에 ‘명확하고 눈에 띄는 방식’으로 표시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적용 대상은 대통령과 연방 상·하원 선거 등 연방선거다.  강한길 기자의무화 정치 공개 의무화 정치자금 투명성 정치위원회 모두

2026.07.29. 21:55

정치 싸움에 피로 지킨 나라가 흔들려서야

“정치적 양극화로 서로 발목을 잡고 분열하는 고국의 모습을 볼 때면 마음이 쓰라릴 정도로 아픕니다.”   한국전쟁 당시 창설된 카투사(KATUSA) 초창기 병사로 복무한 하세종(92·사진)씨는 지난 19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한국전쟁의 참상을 복기하며 한국의 현 정치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전쟁의 포화 속에서 피로 지켜낸 자유 대한민국이 오늘날 세계적인 경제·문화 강국으로 우뚝 섰지만, 고질적인 정치·이념 갈등이 국가 도약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1934년 서울에서 태어나 보성중·고등학교를 다닌 하씨는 전쟁 발발 당시 불과 16세의 소년이었다. 하씨는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 일제강점기를 겪으며 대동아전쟁을 귀동냥으로 배웠지만, 실제 전쟁이 얼마나 참혹한 것인지는 전혀 몰랐다”고 털어놓았다. 이승만 대통령의 라디오 방송을 듣고 곧 상황이 수습될 줄 알았으나, 전쟁은 불과 며칠 만에 집 앞마당까지 밀려들었다.   1950년 6월 27일 새벽, 서울 명륜동 자택에 머물던 하씨 가족은 굉음에 잠을 깨야 했다. 그는 “문밖을 내다보니 북한군 탱크와 군용 오토바이 수십 대가 대열을 지어 지나가고 있었다”며 “그중 탱크 한 대가 우리 집을 향해 갑자기 함포를 쏘았고, 수많은 총탄과 파편이 집 안으로 박혀 들었다”고 당시의 긴박했던 순간을 생생히 증언했다.   총알과 파편은 하씨 일가를 덮쳤다,     하씨는 “부모님과 할아버지가 총탄 파편에 맞아 쓰러지셨고, 할머니는 이마에 심각한 총상을 입으신 뒤 서울 수복 이후 끝내 세상을 떠나셨다”며 “사람이 죽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때 처절하게 깨달았다”고 말했다. 전쟁을 정면으로 마주한 하씨 가족은 동대문을 거쳐 뚝섬으로 피신했다. 이후 1·4 후퇴 때 대구를 거쳐 부산까지 내려가는 고난의 피란길에 올랐다.   하씨는 피란처인 부산에서 군에 징집됐다. 그는 “당시에는 전시 상황이라 영장이 원활히 전달되지 못하던 때”라며 “헌병과 경찰이 거리에서 청년들을 무작위로 검문하며 신분증을 확인하고 징집 대상자를 가려냈다”고 설명했다.   거리 검문 당시 16세였던 하씨는 17세가 되면 학도병으로 등록하라는 지침을 받았다. 이듬해인 1951년 학도병 대상자로 등록하는 과정에서 “영어를 할 줄 안다”고 답한 것이 그의 인생을 카투사의 길로 이끌었다. 하씨는 “영어 필기시험과 구두 면접을 거쳐 부산에 있던 미 8군 통신대 본부에 최종 배속됐다”고 밝혔다.   하씨는 1951년 5월부터 휴전협정이 체결될 때까지 카투사로 전장을 누볐다. 그의 주 임무는 후방 지역에서 통역이었다. 미군과 한국군, 그리고 민간인 사이의 가교가 되어 밀가루 배급, 고아원 지원 사업, 부산항으로 유입되는 외국군 수송 지원, 군 병원 행정 등 행정과 구호가 필요한 모든 현장을 넘나들며 통역을 도맡았다.     하씨는 당시를 회고하며 “전쟁은 최전방 전선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카투사 복무 시절 만난 설리번 미군 대위는 그의 인생 행로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설리번 대위는 어느 날 전쟁으로 황폐해진 민둥산을 바라보며 하씨에게 “미국에 가 산림학을 공부해 전후 한국의 복구와 재건에 힘을 보태라”고 권유했다. 당시 미국 유학을 가려면 재정보증을 서줄 현지 후원자가 필수적이었는데, 설리번 대위가 선뜻 직접 스폰서가 되어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후 하씨는 문교부와 외무부, 주한 미국대사관이 주관하는 까다로운 선발 시험을 모두 통과한 뒤에야 유학길에 오를 수 있는 비자를 손에 쥐었다.   노던 애리조나대에 입학한 그는 당초 계획했던 산림학 대신 산업경제학으로 전공을 선회했다. 하씨는 “당장 굶고 있는 한국을 살리기에는 풀과 나무만 연구하는 데 한계가 있겠다고 판단했다”며 “차라리 거시적인 경제를 배워 국가 경제 부흥에 실질적인 보탬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1960년 대학 졸업 후 고국 행을 준비하던 그는 이듬해 발생한 5·16 군사정변으로 귀국 계획을 잠시 접고 대학원에 진학했다. 이 선택은 그가 미국 사회에 정착하는 계기가 됐다. 1962년 애리조나주 선더버드 국제경영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세계적인 광고대행사 ‘맥켄에릭슨’에 스카우트돼 10년간 근무하며 국제선전기획실장까지 역임했다. 이후 미국 우수 제품을 한국에 수출하는 무역업을 일으켜 한·미 경제 교류의 초창기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하씨는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과거의 기억으로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경이롭게 발전한 나라”라고 극찬했다. 그러면서도 한국 사회가 전쟁이 남긴 본질을 결코 망각해서는 안 된다고 경종을 울렸다. 전쟁의 아픔을 단순한 과거사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켜내기 위해 치른 고귀한 대가로 이해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씨는 마지막으로 고국과 후대를 향해 간곡한 당부를 남겼다.   “정치적·이념적 갈등을 극복하고 내부적으로 더 단단해진다면 대한민국은 지금보다 훨씬 더 큰 나라가 될 수 있습니다. 한국전쟁을 기억하는 것은 과거에 얽매이자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누리는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엄숙한 과제입니다.” 관련기사 우리가 흘린 땀과 피 기억해야 자유 지켜낸 희생 계승해야 김경준 기자노병이 던져준 과제 (3) 나라 정치 한국전쟁 당시 정치 상황 정치적 양극화

2026.06.23.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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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정치인 강세 속 세금 인상안 제동

지난 6월 2일 실시된 2026년 예비선거에서 샌디에이고 카운티는 전반적으로 현역.기성 정치권 우세와 증세 안건에 대한 신중론이 두드러졌다.     다만 6월 10일 현재 결과는 아직 비공식이며 이와 관련 카운티 선관위는 6월 8일 기준 약 4만 표가 개표를 기다리고 있고 최종 인증은 7월 10일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6월 8일 현재 투표율은 40.1%였고 개표된 표는 81만3138표였다.   연방하원 48지구에서는 공화당의 짐 데스먼드 후보가 39.6%로 선두를 달리고 있고 민주당의 마니 본 윌퍼트 후보는 21.0%로 2위권을 형성했다.     49지구는 민주당 현역 마이크 레빈 의원이 55.6%로 크게 앞섰고, 50지구의 스콧 피터스 의원은 48.2%, 공화당 스티브 코헨 후보는 40.0%로 11월 본선 대결 구도가 잡혔다. 51지구도 민주당의 현역 새라 제이콥스 의원이 57.4%로 우세를 기록했다.   카운티 5지구 수퍼바이저 선거에서 레베카 존스 후보가 38.62%로 선두를 기록했고 카일 크라헬이 22.03%로 뒤를 이었다. 재무.세금징수관 선거는 현직 래리 코헨 징수관이 47.28%로 셜리 나카와타세 후보(33.78%)를 앞섰다.   샌디에이고 시의회 2지구는 리처드 베일리 후보가 34.92%, 니콜 크로스비 후보는 33.67%로 접전을 펼치고 있고 4지구는 헨리 포스터 3세 현시의원이 불과 십여표 차로 1위를 지키고 있다.     6지구는 현역 켄트 리 시의원이 58.56%로 안정권을 확보했고 8지구는 안토니오 마르티네스 후보가 29.95%로 선두다. 출라 비스타 시장 선거는 현직 존 매캔 시장이 56.50%로 재선 가능성을 높였다.   로컬 유권자들의 가장 큰 이목을 집중시킨 샌디에이고 시의 주민발의안인 '메저 A'(빈집·세컨드홈 과세안)는 반대 53.57%, 찬성 46.43%로 뒤지고 있어 재정난 해법으로 세금 인상을 택하는 데 대한 유권자 저항이 재확인됐다.     반면 북부 카운티 의료시스템의 안정화와 직결된 '트라이-시티 헬스케어 발의안(Tri-City Healthcare Measure H)'은 찬성 92.36%로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김영민 기자현역 정치 세금징수관 선거 51지구도 민주당 민주당 현역

2026.06.1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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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준 기자의 정치 인사이트] 캘리포니아 정가, 지금 무슨 일이

트럼프, 프랫 후보 지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LA시장 선거에 출마한 스펜서 프랫 후보에 대해 공개적으로 지지 의사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기자들과 질의응답 중 프랫에 대해 “그가 선거에서 잘해냈으면 좋겠다”며 “그가 열렬한 마가(MAGA) 지지자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그에 대해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예비선거를 앞두고 보수 진영 표심이 결집할지 주목된다.       힐튼, 지지율 선두 탈환   가주 주지사 선거에 출마한 공화당 후보 스티브 힐튼이 지지율 선두를 다시 탈환했다. 지난 19일 에비타루스가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힐튼 후보는 지지율 22%를 기록해 민주당 선두 주자인 하비에르 베세라(21%)를 1%포인트 차로 앞섰다. 앞서 지난 13일 에머슨대가 발표한 조사에서는 베세라가 1위에 올랐다. 에비타루스 조사가 민주당 의뢰로 실시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힐튼의 선두 탈환은 의미 있는 결과로 해석된다.       민주, 로비 서한 공개에 반대   가주 민주당이 로비 활동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법안에 반대하고 나섰다. 해당 법안은 기업과 비영리단체 등이 로비 활동의 일환으로 정치인들에게 보내는 서한을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민주당 측은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와 비용 부담, 기술적 문제 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LA시, 강경 진보와 더 가까워져   강경 진보 정파로 분류되는 ‘미국 민주사회주의자들(DSA)’이 LA시 정치권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DSA는 내달 2일 중간선거 예비선거를 앞두고 시의원, 검사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 지지를 잇달아 발표했다. 특히, 캐런 배스 시장 역시 DSA 소속 시의원 3명으로부터 지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LA시 정치 지형이 더 좌경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경준 기자김경준 기자의 인사이트 정치 la시 정치권 힐튼 지지율 지지율 선두

2026.05.20. 22:23

[열린광장] ‘옳음’을 잃어버린 정치

영화 한 편이 사람을 오래 붙들어 놓을 때가 있다. 최근 관람한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그랬다. 이 작품은 단순한 사극이 아니다. 시대를 관통하여 오늘의 정치를 향해 정면으로 던지는 불편한 고발장이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비운의 왕 ‘단종’이 있다. 권력에서 밀려난 어린 왕, 그리고 그를 지워버리려는 냉혹한 권력. 그 서슬 퍼런 칼날 아래, 끝까지 남은 사내가 있다. 영월의 촌장 엄흥도다. 모두가 등을 돌린 자리에서 끝까지 등을 보이지 않았던 단 한 사람이다.   당시 단종의 시신을 거둔다는 것은 단순한 장례가 아니었다. 그것은 곧 가문의 파멸을 각오해야 하는 결단이었다. 아무도 나서지 못할 때, 엄흥도는 “옳은 일을 하다가 화를 입는 것은 달게 받겠다”며 기꺼이 나섰다.   이 한 문장이 주는 울림은 오늘날 한국 정치에 내려진 서늘한 판결문이다. 지금 우리 정치가 무엇을 상실했는지를 단 한 줄로 꿰뚫는 선언이다. 그래서 이 문장은 정치인들에게 불편하다.   이제 질문을 피할 수 없다. 정치인의 ‘옳음’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왜 그 ‘옳음’은 늘 권력 앞에서만 고개를 숙이는가.   오늘의 여당, 더불어민주당의 모습은 이 질문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든다. 국회에서 여당이 표를 앞세워 일사불란하게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하는 장면은 이제 낯설지조차 않다. 절차적 정당성을 내세울지 모르나, 고국을 바라보는 미주 한인들의 시선은 절대 편안하지 않다.   지금 여당 내부를 관통하는 흐름은 단순하다. 철저한 권력 중심의 재편이다. 권력의 향배에 얼마나 빠르게 올라타느냐, 얼마나 정확하게 줄을 서느냐가 정치적 생존의 유일한 이정표가 되었다. 그 과정에서 정책은 장식이 되었고, 철학은 실종됐으며, 가치는 공허한 구호로 전락했다. 누구를 위한 정치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비극적인 것은 이것을 더는 숨기려 하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과거의 계파 정치에는 최소한 ‘명분’이라는 가림막이라도 있었다. 지금은 그조차 사라졌다. 남은 것은 오직 결과뿐이다. 누가 권력을 쥐었는가, 그리고 그 곁에 누가 서 있는가다. 결국 정치의 언어는 ‘우리가 남이가’라는 천박한 연고주의로 축약된다.   그 과정에서 ‘의리’라는 단어가 다시 호출되지만, 그 의미는 처참하게 변질되었다. 지금의 의리는 신념이 아니라 ‘거래’다. 권력에 대한 선제적 투자이며, 보상을 전제로 한 계산기 두드리기다. 충성은 미덕이 아니라 보험이 되었고, 침묵은 비겁함이 아니라 전략으로 덧칠됐다. 이것은 정치가 아니다. 단지 고도화된 ‘생존 기술’일 뿐이다.   본래 정당정치는 질서를 지향한다. 공동체의 지속을 논하고, 그 안에서 자유를 수호하는 책임을 말하는 자리다. 그러나 지금의 현실은 정반대다. 질서는 복종으로 치환되었고, 자유는 줄서기로 대체됐다. 철학은 사라지고 기술만 남았다.   정당은 외부의 공격으로 무너지지 않는다. 내부의 기준이 무너질 때 비로소 붕괴하는 법이다. 무엇이 옳은지에 대한 최소한의 합의조차 실종된 조직은 오래 버틸 수 없다. ‘옳음’을 잃어버린 배는 결국 암초를 만나 침몰하기 마련이다.   정치는 현실이기에 타협이 필요하다. 그러나 모든 판단이 일사불란함으로 환원되어 침묵하는 순간, 정치는 존재 이유를 잃는다. 그때부터 정치는 사람을 버리기 시작하고, 결국 국민을 버린다.     명백한 문제 앞에서도, 상식이 무너지는 순간에도 그들이 침묵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입을 여는 순간 공천과 직위, 영향력을 잃기 때문이다. 결국 정치인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양심의 입을 닫는다.   그러나 정치는 본래 그 반대의 지점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손해를 감수하는 용기, 틀린 것을 틀렸다고 말하는 결단, 그 기개 있는 한 사람이 있을 때 공동체는 무너지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지금 우리에겐 그 ‘한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엄흥도를 소환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는 권력을 탐하지 않았고 자리를 구걸하지 않았다. 그는 단 하나, ‘옳음’을 지켰다. 지금 한국 정치가 가장 뼈아프게 잃어버린 것이 바로 그것이다.   결국 질문은 하나로 귀결된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지키고 있는가? 권력인가, 아니면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도리인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옳음’은 앞으로도 권력 앞에서 비굴하게 고개를 숙일 것이다. 그리고 그 끝에는 어김없이 미주 한인뿐만 아니라 온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 기다리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박철웅 일사회 회장열린광장 정치 본래 정당정치 정치적 생존 한국 정치

2026.04.12. 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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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보복’ 주장했던 가주 소송 철회

가주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의 고속철도 지원금 삭감에 반발해 제기했던 소송을 취하했다.   연방정부가 정치적 결정을 내렸다며 소송까지 제기했지만, 결국 스스로 법적 대응을 접은 것이다.   28일 AP통신에 따르면 가주 법무장관실은 지난 23일 가주 고속철도청을 대신해 연방 법원에 제출했던 소송을 5개월 만에 자발적으로 취하했다. 이 소송은 샌프란시스코와 LA를 잇는 고속철도 사업에서 중단된 약 40억 달러의 연방 지원 자금을 복원하기 위해 지난 7월 연방 교통부와 연방 철도청을 상대로 제기됐다.   가주 정부는 연방 정부의 도움 없이 민간 기업 등의 지원을 통해 프로젝트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연방정부는 지난 7월 고속철도 사업의 지연과 비용 증가를 이유로 연방 자금 지원을 종료했다.   숀 더피 연방 교통부 장관은 당시 이 사업을 “막대한 예산만 낭비하는 사업”이라고 규정하며 “연방 자금은 백지수표가 아니며, 결과를 내겠다는 약속이 전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10년이 넘는 실패 끝에 가주 고속철도청은 제때, 예산 안에서 철도를 건설할 수 없다는 점을 스스로 입증했다”고 지적했다.   개빈 뉴섬 가주 주지사는 연방의 자금 철회 결정을 두고 “가주를 처벌하기 위한 정치적 행위”라고 비판하며 소송을 지지했었다. 그러나 가주 고속철도청은 소송을 취하하고 연방 자금 없이 사업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가주 고속철도 사업은 잦은 지연과 비용 급증으로 오랜 논란의 대상이 돼 왔다. 이 사업은 2008년 주민투표로 승인돼 2015년 공사가 시작됐지만, 당초 2022년 완공 목표는 10년가량 늦춰져 현재는 2032년 운행 개시가 거론되고 있다. 사업비 역시 크게 늘었다. 2008년 계획 당시 1단계 총사업비는 450억 달러로 제시됐으나, 최근 추정치는 최대 1280억 달러로 세 배 가까이 불어났다. 초기 운영 구간 공사비도 당초 예상의 약 5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정윤재 기자고속철 정치 고속철도 사업 고속철도 지원금 상대 고속철

2025.12.28. 19:44

[사설] 부디 초심 지키는 정치인 되라

미주 주요 도시의 요직에 한인 인사들이 잇달아 진출했다는 소식은 연말 한인 사회에 큰 낭보다. 가주 랜초팔로스버디스(RPV)시에서는 폴 서 부시장이 시 역사상 52년 만에 첫 아시아계 시장으로 선출됐고, 워싱턴주 시애틀에서는 경제 전문가인 브라이언 수렛이 차기 부시장에 발탁됐다. 미 서부의 상징적인 두 도시에서 행정의 핵심 키를 한인이 쥐게 된 것은 분명 한인 사회의 쾌거이자 축하할 일이다.   육군사관학교 출신으로 검사 경력을 가진 폴 서 시장과 한국인 어머니를 둔 혼혈로 최저임금 인상 등 굵직한 정책을 이끌어온 브라이언 수렛 부시장 모두 검증된 실력을 갖춘 인재들이다. 이들이 주류 사회에서 인정받고 리더의 자리에 오른 것은 그 자체로 한인 정치력 신장의 증거이며, 자라나는 2세들에게는 훌륭한 롤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사회 전반에 반이민 정서와 이민 규제 강화가 다시 거세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러한 한인들의 정치적 도약은 더욱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축하와 기대가 큰 만큼, 그에 따르는 책임 또한 결코 가볍지 않다. 과거 적지 않은 한인 정치인들이 선거 때는 “한인 사회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며 표를 호소하다가도, 막상 당선된 뒤에는 태도가 돌변하곤 했다. 한인 사회의 억울함과 권익 침해 앞에서 침묵하는 경우를 우리는 숱하게 목격했다. 주류 정치권의 눈치만 보면서 한인사회의 고통을 외면하는 것은 배신이나 다름없다.   새로운 자리에 오른 두 리더는 달라야 한다. ‘미국 정치인’이기 이전에 이민자의 아들이다. 한인들의 애환을 누구보다 잘 이해해야 하는 정체성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한인 사회의 지지로 정치의 문을 연 이들에게 주어진 최소한의 책무다. 권한과 직위가 높아질수록, 더 크게 말하고 더 단단히 싸워야 한다.     한인사회는 첫 상원 의원까지 배출했다. 이제는 ‘첫 한인’이라는 타이틀을 넘어, ‘가장 책임 있는 공직자’로 기억되는 이름이 더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 초심을 임기 마지막까지 지키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정치력이다.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은 이들이 한인 사회의 자부심을 넘어, 실질적인 버팀목이 되어주기를 기대한다.사설 초심 정치 한인 정치인들 한인 정치력 한인 사회

2025.12.10. 19:28

[디케의 저울] 다시 살아난 정치 괴물, 샐러멘더

지난달 캘리포니아에서 실시된 주민발의안 50(Prop. 50)이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되면서, 캘리포니아주는 연방 하원의원 선거구 재조정 절차에 착수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발의안은 민주·공화 양당 합의에 의해 설정된 연방 하원의원 선거구를 결과적으로는 민주당에 유리하도록 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가 이 결단을 내리게 된 배경에는 텍사스의 사례가 있다. 텍사스 주의회는 공화당 주도로 선거구 지도를 대대적으로 재편해, 민주당 강세 지역을 분할하거나 흡수시키는 방식으로 공화당의 우세를 강화했다. 이에 민주당은 “표의 가치를 왜곡한 불공정한 지도”라며 강력히 반발했고, 민주당이 절대 우세한 주인 캘리포니아에서 (공화당에서 잃을 것으로 예상하는) 하원 의석을 회복하고자 한 것이다.     Prop 50의 전국적 캠페인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민주당 인사들이 대거 나서면서 가주 선거구 재조정 문제는 단숨에 전국의 중심 이슈로 떠올랐다.   미국 상하원 선거 제도의 뿌리는 건국 당시의 ‘대타협(Great Compromise)’에서 비롯된다. 인구가 많은 주는 인구에 따른 대표성을 요구했고, 작은 주는 개별 주들의 평등한 지위를 주장했다. 그 결과 상원은 인구와 무관하게 각 주에서 2명씩 선출하고, 하원은 인구 비례로 의석을 배분하도록 정해졌다. 다만 하원의원 선거구 구획은 연방이 아니라 각 주의 법에 맡기게 되었다. 이 제도적 여지는 바로 각당의 정치적 유불리에 의한 선거구 재조정의 출발점이 되었다.   이러한 선거구 재조정을 흔히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이라고 한다. 이 단어는 1812년 매사추세츠 주지사 엘브리지 게리(Elbridge Gerry)가 자기 정당에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재조정하여, 그 모양이 흡사 전설속의 괴물 샐러맨더(Salamander)와 비슷하다고 하여, 게리와 맨더를 합쳐서 부르기 시작한 데서 유래했다.   오늘날 텍사스에서 촉발되고 캘리포니아에서 크게 이슈가 된 선거구 재조정 논란은 단지 한두 개 주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미국 정치의 양극화, 그리고 불과 몇 석 차이로 상·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이 의회 장악을 지속하려는 전략적 계산이 텍사스에서 촉발된 결과다.     한쪽 진영이 선거 지형을 구조적으로 바꾸려는 시도, 다른 한쪽은 이를 ‘민주주의 훼손’으로 규정하며 저항하는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텍사스에서는 공화당이 시작했고, 이를 받아 캘리포니아에서는 민주당이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모든 주가 게리맨더링을 시도해야 공평해지는 것은 아니다. 정작 우리가 마주해야 할 본질은 선거구 지도가 아니라 정치의 극단화다. 서로 다른 목소리를 대화로 수렴하지 못하고, 지도 한 줄의 경계로 승패를 가르는 정치 문화가 지속한다면, 아무리 정교한 지도도 민주주의의 균형을 되살릴 수 없다. 결국 문제의 근원은 선거구가 아니라, 대화가 사라진 정치다.   현재 캘리포니아의 Prop 50가 통과 하자마자 공화당 진영은 “헌법상 권한 침해”를 이유로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법정 공방이 시작됐지만, 소송이 정치적 불신을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법은 분쟁을 판가름할 수는 있을 수 있어도, 민심의 합의를 만들어내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민심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하면, 이와 유사한 다툼은 계속될 것이다.   선거구의 선 하나에 걸린 것은 단순한 지도가 아니다. 그것은 미국 민주주의의 경계선이다. 디케의 저울이 공정한 대표성과 민주주의 기본의 방향으로 기울기를 바란다. 김한신 / 변호사·한미정치경제연구소 이사장디케의 저울 정치 괴물 하원의원 선거구 선거구 재조정 선거구 지도

2025.11.19.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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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상황과 이념 초월한 뉴욕평통이 되겠습니다"

"정치 상황과 이념을 초월하고, 또한 뉴욕 한인사회의 평화 통일을 위한 공감대를 확산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제22기 민주평통 뉴욕협의회(이하 뉴욕평통)가 동포사회의 포용과 통합의 힘을 에너지로 삼아 평화통일을 향한 걸음을 더 굳건히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10일 뉴욕중앙일보 본사를 방문한 이시화 22기 뉴욕평통 회장은 "정치 상황과 이념을 초월해 한반도의 평화통일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뉴욕 한인사회와 함께 활동하는 자문위원회가 될 것"이라며 "동포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평화통일의 여정을 함께하며, 지속적이고 건설적인 대화를 주도하는 협의회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한국 정부가 바뀌면서 기존 뉴욕평통 자문위원의 절반 가까이가 물갈이되긴 했지만, 정치 성향을 떠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평통을 만드는 데 주력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22기 뉴욕평통 위원은 총 161명으로, 12개 분과로 구성됐다. 특히 22기 뉴욕평통은 '평화통일 관련 세미나'와 '공공외교 활동'을 확대하는 동시에, 차세대를 육성하는 데 집중하는 것은 물론 여성 자문위원들의 참여를 높여 더 활기차고 발전적인 협의회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발탁된 뉴욕평통의 여성 자문위원은 총 48명이다.   이 회장은 "나이 드신 위원분들로부터는 조언을 받고, 또 후배들에게는 든든한 버팀목으로 작용하는 평통이 되겠다"며 "한인 차세대들이 자긍심과 정체성을 고취할 수 있도록 돕고, 대한민국을 더 자랑스럽게 여기며 한반도 평화통일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우리의 중요한 사명"이라고 말했다.     또한 올해 LA에서 열리는 '세계 청년 컨퍼런스'를 내년에는 뉴욕에서 유치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한인 고등학생과 대학생을 선발해 고국 방문을 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뉴욕평통은 오는 17일 플러싱 디모스연회장(150-25 노던불러바드)에서 '뉴욕평통출범회의'를 열고 힘찬 출발을 한다. 리셉션은 오후 6시에 진행되며, 출범회의는 오후 6시30분에 시작할 예정이다. 오후 7시30분부터는 통일강연이 이어진다. 출범회의에는 평통 사무처 관계자와 미주부의장도 참석할 계획이다. 김은별 기자 [email protected]정치 상황 민주평통 뉴욕협의회 뉴욕 한인사회 정치 상황

2025.11.10.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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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프로포지션 50' 분석] 선거구 다시 그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한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버락 오바마가 최근 TV 광고에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그는 오는 11월 4일 실시되는 가주 선거구 획정안(프로포지션 50) 주민투표를 앞두고 유권자들에게 ‘찬성(Yes)’ 표를 호소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구 획정안 통과를 위해 최근 3개월간 1억3500만 달러에 달하는 거액을 투입하며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선거구 획정안이 무엇이기에 민주당이 이처럼 전력을 쏟고 있는 것일까. 이면에는 복잡한 정치적 셈법이 얽혀 있다.   이번 안은 내년 중간선거부터 2030년 중간선거까지 적용될 가주 연방 하원 52개 선거구의 재조정 여부를 유권자에게 묻는 내용이다.   언뜻 일반적인 선거구 재조정 절차처럼 보이지만, 공화당은 강하게 ‘반대(No)’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가주는 2010년부터 독립기구인 시민선거구획정위원회(CCRC)가 연방 하원 선거구를 그려왔다. 선거구 조정은 인구조사 결과에 따라 10년 주기로 진행된다. 원칙적으로는 CCRC가 2030년 선거를 앞두고 새 지도를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획정안은 그 권한을 사실상 주의회로 이관하자는 내용이 핵심이다.   공화당의 영 김(40지구) 연방 하원의원은 이번 획정안에 대해 “민주당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지도를 밀실에서 새로 그린 것”이라고 비유했다. 그러면서 “유권자가 만든 CCRC를 무력화시키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Politico)도 이번 획정안이 “가주 내 5개 지역구를 민주당에 유리하게 설계한 지도”라고 분석했다.   민주당 측의 입장은 다르다.   개빈 뉴섬 주지사는 “텍사스가 먼저 시작한 것”이라며 “트럼프와 공화당의 권력 장악 시도에 가주도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레드 스테이트’인 텍사스가 선거구 획정안을 추진했기 때문에 ‘블루 스테이트’인 가주도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논리다.   뉴섬 주지사와 민주당은 실제로 신속하게 움직였다.   민주당의회캠페인위원회(DCCC)는 지난 8월 15일 단독으로 선거구 획정안을 공개했다. 뉴섬 주지사가 프로포지션 50 추진을 공식화한 바로 다음 날이었다. DCCC는 곧바로 민주당 소속 주 하원의원들을 통해 획정안을 주민투표에 부치자는 법안을 발의했고, 이 법안은 발의 엿새 만에 통과됐다.   이에 공화당은 ‘졸속 처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획정안 심사에 참여한 최석호(37지구) 주 상원의원은 “민주당은 공화당과 어떤 협의도 하지 않았고, 누가 선거구를 그렸는지조차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며 “공청회를 통해 유권자 의견을 수렴하려는 시도조차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경위로 프로포지션 50 주민투표가 급히 확정됐다.   민주당 측이 발행한 주민발의안 50 안내서에는 “트럼프의 위험한 의제에 대한 필수적 견제와 균형을 제공할 유일한 기회”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만약 선거구 획정안이 통과된다면 공화당은 최대 5석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 현재 가주 내 공화당 의석은 52석 중 9석에 불과하다. 이번 조정으로 정치적 불균형이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영 김 의원은 “텍사스는 본래 주의회가 선거구를 그려왔기 때문에 가주와는 상황이 다르다”며 “선거구 획정을 정치적 보복 수단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언론들은 일단 프로포지션 50에 대해 현재로서는 찬성 여론이 우세하다고 보도하고 있다.     LA타임스가 지난 30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 8141명 가운데 60%가 프로포지션 50 찬성 의사를 밝혔다. 다만 현장 투표를 계획한 유권자 중 70%는 반대 의사를 나타내 결과를 예단하긴 이르다는 분석도 나왔다.   찬반 양측의 입장과 논리가 극명히 다르다. 분명한 건 이번 주민투표 결과는 가주 정치 지형의 향방을 가를 중대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김경준 기자논란의 프로포지션 50 분석 선거구 정치 선거구 획정안 선거구 재조정 하원 선거구

2025.10.30.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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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여론과 정치

근대 사회에서 모든 정치적 행위는 여론을 기반으로 그 정당성을 주장한다. 그렇다면 여론이란 무엇인가. 학자들은 여론을 사회 구성원 다수가 공통된 관심사에 대해 가지는 집단적 의견, 곧 ‘공중의 의견(Public Opinion)’이라 정의한다.   19세기 말 프랑스의 사회심리학자 르봉(Gustave Le Bon, 1841~1931)은 사회 속의 다수를 ‘군중(群衆)’이라 불렀고, 같은 시대의 사회학자 따르드(Gabriel Tarde, 1843~1904)는 이를 ‘공중(公衆)’이라 했다. 이는 세월이 흐르며 인간의 사회적 행동이 가치와 규범, 도구의 층화된 구조로 발전했기 때문이며, 매스커뮤니케이션(Mass Communication)의 발달이 그 변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정보의 확산과 지적 수준의 평준화가 이루어지면서, 우리는 이제 여론을 ‘공론(公論)’이라 부르게 되었다.   국민은 여론을 존중하는 정치를 바란다. 그러나 현실의 정치에서는 과학적 여론조사라는 이름 아래 조사 방식을 조정하거나, 결과를 선택적으로 발표해 정부에 유리한 방향으로 왜곡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는 국민의 뜻을 반영하기보다 조작된 데이터를 통해 정당성을 포장하는 행위이며, 민주주의의 근본을 훼손하는 일이다.   여론은 객관성과 정밀함 위에서만 의미를 가진다. 만약 이를 의도적으로 조작하는 세력이 있다면, 그 결과는 국민의 의지와 정반대의 정치적 행동으로 나타날 것이다.   예일대 심리학자 칼 호블랜드(Carl Hovland, 1912~1961)는 정치적 설득이나 대국민 홍보의 방식을 ‘희망적 소구(Hope Appeal)’와 ‘위협적 소구(Threat Appeal)’로 구분했다. 희망적 소구는 국민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미래의 긍정적 변화를 약속하는 접근법이다. 반면 위협적 소구는 공포와 불안을 자극해 복종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주로 독재국가나 전체주의 체제에서 사용된다.   만약 자유민주국가에서조차 위협적 소구가 사용된다면, 국민은 공포와 불안 속에서 분열될 것이며, 결국 사회 전체의 신뢰 기반이 무너질 것이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다. 영국 제2차 세계대전의 영웅 몽고메리(Bernard L. Montgomery, 1887~1976) 장군은 “머리가 나쁘고 부지런한 자는 가장 위험하므로 가장 먼저 배제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독일의 롬멜(Erwin Rommel, 1891~1944) 장군은 머리가 나빠도 부지런한 이들을 기용하다 패전의 원인을 만들었다고 한다.   오늘의 지도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몽고메리의 통찰이다. 판단력 없이 부지런한 정치인은 국가를 그릇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국민의 여론을 왜곡된 방식으로 이용하는 지도자 역시 그와 다르지 않다. 여론을 존중하고 진정으로 국민의 뜻을 반영하는 것, 그것이 진짜 리더십이며 민주정치의 출발점이다.   박종식 / 예비역 육군 소장열린광장 여론 정치 위협적 소구가 정치적 행위 정치적 행동

2025.10.13.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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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긴장 고조로 텍사스 떠나고 싶다”

 텍사스 대학 교수중 상당수가 최근 다른 주에서 일자리를 찾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텍사스 트리뷴이 최근 보도했다. 교수들의 탈 텍사스 이유는 캠퍼스내에서 정치적 간섭이 심화하면서 공포와 불안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전미 대학교수 협회(American Association of University Professors/AAUP)가 실시한 최근 설문조사에서 드러났다. 이번 조사는 미국 남부 지역 대학 교수 약 4천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이중 1,100명 이상이 텍사스 주내 대학 소속이었다. 텍사스 교수의 약 4분의 1은 지난 2년간 타주 고등교육 기관에 지원했다고 답했으며 25% 이상은 조만간 타주 구직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주를 고려하지 않는 교수 가운데서도 5분의 1 이상은 장기적으로 고등교육 분야에 남을 생각이 없다고 응답했다. 한 텍사스주내 4년제 공립대학 교수는 설문조사에서 “사기가 바닥이다. 친구들이 아무 이유 없이 계약을 잃었다. 우리는 잘못된 말을 할까 두려워한다. 스스로 검열한다. 학문적 자유는 없다”고 적었다. 교수들이 이직을 희망하는 가장 큰 이유는 텍사스의 전반적인 정치 환경이었다. 텍사스에서는 대학 내 다양성·형평성·포용성(Diversity·Equity·Inclusion/DEI) 프로그램을 금지하고, 대학 이사회가 종신재직권(tenure) 부여·박탈 정책을 제정하도록 요구하는 법안, 그리고 교과 과정 및 신규 채용 과정에서 교수진의 역할을 제한하는 법안이 시행됐다. 설문에서는 급여 문제와 학문적 자유 축소도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AAUP 조지아주 지부장 매슈 보디(Matthew Boedy)는 “텍사스를 떠나려는 이유는 복합적이지만, 정치인의 공격 없이 연구할 수 있는 환경과 대학내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은 교수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텍사스 교수들은 이번 조사에서 “동료나 대학원생에게 텍사스에서의 취업을 권하지 않겠다”고 답한 비율이 60%를 넘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버지니아, 노스 캐롤라이나, 사우스 캐롤라이나, 조지아, 플로리다, 테네시, 켄터키, 앨라배마, 미시시피, 루이지애나, 아칸소 등 남부 여러 주 대학 교수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보디 지부장은 “설문에서도 드러나듯 텍사스의 정치 환경은 고등교육에 적대적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많은 교수들이 가능한 한 이를 감내하지 않으려 한다”고 전했다. AAUP 각 주 지부들은 이번 조사를 지난 8월 내내 실시했다. 텍사스 교수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이미 종신재직권을 확보했으며, 약 40%는 현 직장에서 16년 이상 근무 중이라고 답했다. 이번 결과는 미전역에서 대학들이 주·연방 차원의 정치적 압박에 직면한 상황에서 나왔다. 설문에 따르면 텍사스 교수 10명 중 1명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 계약이 축소되거나 중단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연방정부 기관은 연구 자금 지원을 제한하거나 삭감해왔는데, 지난 2월 국립보건원(NIH)의 정책 변경은 텍사스 대학들의 수억 달러 규모 연방 자금을 위협했다. 다만 이후 연방 판사가 해당 조치를 제소한 주들의 소송을 받아들여 이를 막았다. 또한 많은 텍사스 주립대 시스템이 올해 초 통과된 주상원법안 37호에 따라 교수평의회를 해산했다. 이 법안은 교과 과정, 인사 등 주요 학문적 의사결정 권한을 주지사 그렉 애벗(Greg Abbott)이 임명하는 대학 이사회에 넘겼다. 최근 몇 년간 주의회는 고등교육에서 DEI 프로그램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댄 패트릭(Dan Patrick) 부지사는 2년전 주립대 종신재직권 축소를 추진해 반발을 불러왔다. 반대 측은 이 조치가 텍사스내 인재 유출(brain drain)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펜 아메리카(PEN America)의 지난 7월 분석에 따르면, 미국 26개주 의원들이 70건 이상의 법안을 발의했으며, 이는 교육 내용 제한이나 학문적 자유를 약화시키는 방식으로 고등교육을 ‘검열(censor)’하려는 움직임으로 분류됐다.   손혜성 기자텍사스 정치 텍사스 교수들 텍사스 대학 텍사스 트리뷴

2025.09.09. 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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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한인사회는 정치적 도구가 아니다

지난 14일 미 육군 창설 250주년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을 맞아 워싱턴 DC에서 축하 군사 프레이드가 열렸다.   같은 날 “No Kings(우리는 왕을 원하지 않는다)”라는 구호 아래 미국 전역 50개 주 2,000여 개 도시에서 수백만 명이 거리로 나서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No Kings” 시위를 촉발시킨 것은 일주일 전 LA에서 발생한 불체자 단속 반대 시위였다. 이민세관단속국(ICE)은 6월 6일 다운타운 LA 자바시장 의류상가를 예고 없이 급습했다. 패션디스트릭트 내 의류 유통창고와 일용직 노동자들이 모이는 홈디포를 급습해 불법체류자 수십명을 체포했다. 경악한 라틴계 커뮤니티는 분노했다.   이튿날 아침 일찍 파라마운트 홈디포 앞에 라틴계 이민자들이 모여들었다. 홈디포 맞은편에 위치한 연방 사법기관 시설로 불법체류 단속 연방 요원들이 집결하고 있다는 소식이 SNS를 통해 알려졌기 때문이다. 홈디포 앞에 모인 시위대는 “ICE는 떠나라”고 소리쳤다.   소규모 항의에서 시작된 불법체류 단속 반대 시위는 곧 폭력 사태로 번졌고, 통행금지령과 함께 해병대를 포함한 연방 군병력 4700명이 투입되는 초유의 사태로 비화했다.   라틴계 이민자들은 한인 사회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한인 의류업체, 식당, 마켓, 건설업체 등에서는 직원의 상당수가 라틴계 이민자들이다. 지난 6일 급습당한 한인 의류업체 ‘엠비언스 어패럴’에서는 라틴계 직원 십 여명이 불법체류 혐의로 체포됐다.   자바시장 한인 의류업체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현재 자바시장 곳곳에는 문을 닫은 업소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일부는 직원들이 출근하지 않아 문을 닫았고, 다른 업소들은 단속 여파로 고객이 급감해 정상 영업이 어려운 상황이다. “체류 신분을 입증할 서류가 미비한 직원들은 아예 출근하지 않고 있다. 이전에는 범죄 전력이 없는 경우 나오기도 했지만, 지금은 모두가 무서워서 출근을 하지 않는다.” 자바시장 의류업체 업주의 하소연이다.   라틴계 이민자들을 중심으로 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지만, 이는 단지 라틴계만의 분노가 아니다. 미국 전역의 이민자 공동체, 시민단체, 일반 시민들 모두가 ‘공정하고 현실적인 이민개혁’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무차별 단속이 아닌, 공공의 안전을 위협하는 범죄자들에 집중하는 정교한 이민단속 전략을, 가정과 일터를 파괴하는 단속이 아니라, 실제 위협을 제거하는 정책을 요구한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이러한 요구에 응답하기는커녕, 시위대를 ‘폭도’로 낙인 찍고 군 병력을 투입해 강경 진압에 나섰다. 심지어 트럼프 주니어는 트루스소셜에, 지난 1992년 LA 폭동 당시 옥상에서 총을 들고 무장 경계를 서는 모습의 한인 사진과 함께 “루프톱 코리안을 다시 위대하게!(Make Rooftop Koreans Great Again!)”라는 문구를 게시했다.     한인사회는 이 게시물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1992년 LA 폭동 당시 공권력이 백인 지역을 우선적으로 보호하며 갈등의 방향을 흑인과 한인 간의 대립으로 바꾸었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기 때문이다.   6월11일 밤, 시위대가 윌셔길을 따라 다운타운에서 코리아타운으로 향하자, 경찰은 웨스트레이크가 아닌 코리아타운 중심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했다. 시위대를 코리아타운 중심으로 유도한 듯한 조치에 한인사회는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한인사회는 이런 정치적 연출의 소품이 되기를 단호히 거부한다. 1992년 LA 폭동 당시, 한인들은 보호받지 못한 채 무방비로 방치되었다. 정부와 경찰의 외면 속에서 삶과 가게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무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저항이 아닌 생존이었다. 그러나 지금, 누군가는 이 아픈 역사를 왜곡해 또 다른 커뮤니티를 겨냥한 폭력을 부추기고 있다. 이무영 / 뉴스룸 에디터중앙칼럼 한인사회 정치 라틴계 이민자들 한인 의류업체 불법체류 단속

2025.06.23.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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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부끄런 정치’에 당부한다

정치가 부끄럽다.” 몇해전 한 초선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며 한 말이다. “부끄럽지 않은 정치를 꿈꿨지만 쉽지 않았다”며 불출마하겠다는 의원도 있다. 그럼에도 이들은 부끄러운 정치가 안 되도록 국민은 두 눈을 부릅떠 달라고 당부했다.   이들 의원의 말을 글로 옮기며 ‘부끄러운 정치’를 ‘부끄런 정치’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두 의원이 우리 정치의 ‘부끄런 속살’에 절망하며 불출마를 선언했다”와 같이 표기해선 안 된다. ‘부끄런’은 맞춤법에 어긋나는 표현이다. ‘부끄럽다’는 ㅂ불규칙활용을 하는 형용사다. 어간의 끝소리인 ㅂ이 ‘아’나 ‘아’로 시작되는 어미 앞에선 ‘오’로, ‘어’나 ‘어’로 시작되는 어미와 매개모음을 요구하는 어미 앞에선 ‘우’로 변한다. ‘부끄럽-+-어’는 ‘부끄러워’로, ‘부끄럽-+-으니’는 ‘부끄러우니’로, ‘부끄럽-+-은’은 ‘부끄러운’으로 바뀐다.   이때 ‘부끄러운’을 ‘부끄런’으로 줄여 쓸 수 없다. 어간의 끝소리인 ㅂ이 ‘오/우’로 바뀌는 과정에서 이들 모음이 줄거나 탈락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활용형인 ‘부끄러우니’를 ‘부끄러니’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ㅂ불규칙용언인 ‘가깝다’ ‘쉽다’를 활용한 ‘가까운’ ‘쉬운’을 ‘가깐’ ‘쉰’으로 줄이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사랑스런 강아지” “갑작스런 이별” “걱정스런 표정”처럼 쓰면 안 된다. 우리 맞춤법에선 ㅂ이 바뀐 ‘오/우’가 그 앞의 모음과 어울리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러운’을 ‘-런’으로 표기할 수 없다. ‘사랑스러운’ ‘갑작스러운’ ‘걱정스러운’으로 고쳐야 한다.우리말 바루기 정치 당부 우리 정치 우리 맞춤법 초선 의원

2025.05.12. 18:57

[정책리부트] 교황이 가르쳐준 정치의 목표

부활절 다음날, 세상은 ‘국민 교황’으로 여겨졌던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작별을 고했다. 예수회 출신 첫 교황이었던 그는 사제가 되면서 청빈의 삶을 서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예수가 그러했듯이, 모든 사람에게 겸손한 종복으로서의 여정을 시작했고 마무리했다.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혼돈과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프란치스코 교황의 삶과 가치를 기억하는 것은 매우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그의 삶을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도자가 어떻게 이끌어야 하는지를 세상에 가르쳤다.   교황청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 소식을 공식 발표하며, 전 세계에 걸친 애도의 물결을 전했다. LA의 로저 마호니 추기경은 최근 로마로 향하는 여정을 시작하기 전 프란치스코 교황의 서거에 대한 성명을 발표했다.   오늘 칼럼에서는 마호니 추기경의 말씀을 빌리고자 한다. “성 요한 23세 교황께서 ‘교회의 창문을 열어 성령의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라’고 하셨다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에 ‘모든 사람이 들어오도록 문을 열고 세상의 먼 곳까지 나아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라’고 독려하셨다.”     이는 교황이 재임 기간 중 교회의 문턱을 낮추고 세상 속으로 다가가고자 했던 노력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삶은 이사야 61장 1~4절에 기록된 것처럼 “고통받는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마음 상한 자들에겐 치유를, 포로 된 자들에게 자유를 선포하기 위해” 예수가 왔다는 현실에 집중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삶과 신념을 묘사한 많은 뉴스 보도와 기사를 접했다. 그의 삶은 종종 가난하고 세상에 보이지 않으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췄다. 그는 과거 다른 교황들이 방문하지 않았던,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던 세계의 여러 곳을 방문했다. 프란치스코 교황 자신도 이민자였으며, 전 세계의 이주민과 이민자들을 박해하는 대신 포용하도록 세상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그는 이민자들을 막기 위한 장벽이 아닌 다리를 건설해 포용적인 사회를 만들 것을 호소해왔다.   특히 그는 2015년 미국 의회 합동 연설에서 정치 지도자들에게 그들의 기본적인 소명을 상기시켰다. 당시 교황은 모든 의원들이 “동료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엄성을 수호하고 보존하는 일에 부름받았으며, 이는 공동선을 위한 지칠 줄 모르는 고된 추구이자 모든 정치의 주요 목표”라고 강조하며, 도움이 필요한 모든 이들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역설한 바 있다. 그의 말은 아주 단순하지만 정치인들에게는 매우 어려운 과제들이었다.   그는 마지막 길도 민중 속으로 가길 원했다. 대부분 전임 교황이 묻힌 성베드로 대성당 지하 묘지 대신 평소 즐겨 찾던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을 장지로 택했다. 교황이 바티칸 외부에 묻히는 건 1903년 로마 라테라노 대성당에 안치된 레오 13세 이후 122년 만이다.   운구 행렬의 종착지인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 앞에서는 난민과 수감자 등 ‘가난하고 어려운 이들’ 40여 명이 자리했다. 이들은 생전 교황의 유언에 따라 교황청 특별 초청으로 참석했다.   그의 장례 미사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부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찰스 3세 국왕의 장남 윌리엄 왕세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 50명의 국가 원수와 10명의 군주들이 참석했다. 그날 이들에게 어떤 생각들이 스쳐 갔을지 궁금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리에게 가르친 교훈, 그리고 서민들에 대한 그의 연민과 사랑이 정치인들의 마음속으로 옮겨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부디 평안히 잠드시기를, 프란치스코 교황님. 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당신이 하신 모든 일에 감사 드린다. 석명수 / 정치 컨설턴트·LA메트로 위원정책리부트 교황 정치 프란치스코 교황 교황청 특별 생전 교황

2025.05.07.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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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문화와 정치 그리고 종교

어떤 말은 우리가 늘 사용하고 있지만 정확한 의미를 모르거나 오해하며 살아갑니다. 저는 말의 의미를 정확히 아는 것이 삶을 제대로 사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제가 다루고자 하는 낱말은 우리말에서 매우 중요한 어휘입니다. 아니, 인간의 언어와 삶에서 매우 중요한 어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로 문화와 정치 그리고 종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문화 없는 하루하루는 상상하기 어렵죠. 정치가 없다면 세상이 돌아가지 않을 겁니다. 종교가 우리에게 주는 위안과 마음의 평화는 무엇과도 바꾸기 어려운 가치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문화라는 말이나 정치, 종교라는 말을 잘 이해하고 있을까요? 매일같이 사용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 의미를 깊게 들여다보지 않는 듯합니다.     말의 원래 의미와 사용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문화와 정치, 그리고 종교라는 말은 결국 모두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고 봅니다.     문화(文化)의 방향은 글이고, 정치(政治)의 방향은 올바름이고, 종교(宗敎)의 방향은 높음입니다. 한자로 보면 그렇습니다. 하지만 각각 다른 방향이 아닙니다. 같은 방향을 달라 표현하고 있을 뿐입니다. 문자로 보면 글로 하는 게 문화고, 바르게 다스리는 게 정치이고, 가장 높은 가르침이 종교입니다.      문화는 근본적으로 동물과 달라진 것을 말합니다. 자연 상태에서 벗어난 겁니다. 그래서 영어에서는 ‘Culture’가 ‘재배, 경작’과 ‘교양’의 의미도 있습니다. 인간이 자연에서 벗어난 가장 중요한 증거는 ‘말’입니다. 인간은 말로 서로 소통합니다. 그야말로 말을 하며 울고 웃습니다. 강하게 말하자면 말이 곧 인간입니다. 그런데 말을 한다는 것은 폭력에서 벗어났음을 보여줍니다. 싸우는 것이 아니라 말로 하는 겁니다. 문화는 주먹으로 해결하는 폭력이 아닙니다. 폭력을 부추기는 문화, 싸움으로 가득한 화면이 떠오릅니다.    저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라고 했다는 말을 듣고 두 번 놀랐습니다. 하나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했다고 알았기 때문입니다. 평생을 잘못 알고 인생을 보내기도 합니다. 다른 하나는 정치적이 좋은 의미라는 점입니다. 하도 우리말 표현에서 정치적이라는 말이 부정적이어서 그랬을 겁니다.     그런데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정치적’이라는 표현은 최고의 찬사입니다. 폭력이 아닌 말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인간이 가지는 겁니다. 폭력을 벗어나야 비로소 정치가 시작됩니다. 야유가 아닌 설득이 정치의 기본입니다. 멋진 수사학과 연설의 기법이 정치의 묘미인 셈입니다. 이렇게 쓰고 보니 우리 정치가 가슴을 답답하게 하네요. 소리 지르고, 야유하고, 비꼬는 낮은 수준의 언어 구사력입니다.    종교는 사실 좀 어려운 영역입니다. 분명 가르침을 좇아야 하는데 의외로 믿음이 걸림돌이 되기도 합니다. 믿음이 시각을 좁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나와 다른 믿음은 이단이 되고, 사이비가 됩니다. 다른 종교의 책은 읽으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심하게는 버리거나 불태우거나 금서로 만들기도 합니다.     종교를 믿는 사람이 서로의 믿음에 대한 존중이 없습니다. 참으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종교에서 가장 멀리 해야 할 것은 폭력과 폭언, 악담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종교를 떠올리면 폭언과 악담의 장면이 떠오릅니다. 우리 종교 현실이 또 떠오르네요.      문화와 정치, 종교가 향하는 곳은 평화입니다. 원래 이 세 어휘는 모두 평화를 향하고 조화를 향합니다. 싸우지 않아야 하고 서로를 존중하여야 합니다.     문화와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에게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폭력을 조장해서는 안 됩니다. 정치를 하는 사람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폭력의 언어를 사용하는 게 아니라 설득의 언어를 사용해야 합니다. 종교를 믿는 사람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종교는 평화입니다. 종교는 사랑입니다. 말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말대로 살아가기 바랍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문화 정치 정치 종교가 종교가 우리 우리 정치

2025.05.04. 17:40

[종교와 트렌드] 정치적 이념으로 본질 잃은 기독교

최근 미주 지역에서도 한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리는 것을 보았다.   한국에서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연말연초에 나라가 분열된 가운데, 한인 사회에서도 이런 불씨가 타오르는 것을 보니 안타깝다. 이러다 한인 사회에서도 한국처럼 한국 대통령의 탄핵 찬반 맞불 집회들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한국의 계엄 뉴스와 탄핵 뉴스를 보면서 미국에 사는 한인으로서 미국인들에게 얼굴이 뜨거운 창피한 일들이라 빨리 해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한국에는 현재 각종 무당과 주술이 판치는 상황에서 기독교 단체들까지 가세하면서 보수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 특히 극우 기독교 단체의 전광훈 목사가 한국의 기독교를 대표하는 사람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미치면서, 기독교의 안 좋은 모습들을 비추고 있다. 한국의 기독교가 전광훈 같은 사람들의 행동을 묵인하고, 본인들 또한 자기 사리사욕을 챙기는 집단이 되면서 주술과 미신의 집단과 기복 신앙의 교회가 암묵적인 파트너십을 맺었다.   미주 한인 교회들도 일부 목사님들이 정치적 편향성을 가지고 강단에서 설교나 기도 등을 하면서 실망하는 교인들이 많다. 기독교인이 자기의 견해에 따라 진보와 보수로 나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교회 단상에서 목사님들과 장로님들이 한쪽에 치우쳐서 나라를 걱정하는 것은 정치적 견해를 달리하는 교인들에게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요즘은 진리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상식과 합리적 사고도 없고, 믿고 싶은 대로 믿고 우기면 진리다. 예수님의 귀한 가르침은 사라지고, 당장 나의 안위와 내 가족, 내 교회, 내 밥그릇만 안전하면 남은 어떻게 되었든 상관없다. 우리가 믿는 기독교의 본질인 사랑과 포용은 어디 갔는지 없고, 혐오와 독선이 판치는 세대다.   요즘 제일 돈 버는 사람들이 유튜버들이다. 그들은 사람들의 말초신경을 자극하여 시청자 수를 늘리는 것이 목적이다. 특히 사람들을 현혹하고 가짜 뉴스를 생성하는 주범이기도 하다. 이제는 가짜 뉴스인지 알면서도 그냥 믿고 싶은 대로 보기 때문에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중요하지 않다. 요즘 기술의 발달로 인간이 더 풍요로워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정신세계는 더욱 퇴보하는 것 같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이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SNS나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인해 이제는 생각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사리분별이 어려워진다.   보수와 진보는 필요하고 서로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제는 그들의 순수한 정신보다는 보수와 진보가 종교화되어 극우, 극좌로 나뉘어 그냥 믿고 싶은 것을 믿는다. 한국 사람들이 원래 샤머니즘 민족이다 보니 정치든, 어느 종교든 궁합이 잘 맞는다. 기록된 바와 같이 “하나님의 이름이 너희 때문에 이방인 중에서 모독을 받는다”라고 성경 로마서에 얘기하듯이, 세상의 존경을 받지는 못해도 욕먹는 집단이 되지 않기를 꿈꾼다.   [email protected] 이종찬 / J&B 푸드 컨설팅 대표종교와 트렌드 기독교 정치 기독교 단체들 극우 기독교 정치적 견해

2025.01.13. 17:49

추수감사절 정치 얘기, 가족 불화 우려 커졌다

추수감사절 연휴 동안 정치적 견해가 달라 가족 간 불화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모처럼 한자리에 모이는 가족끼리 정치 이야기를 할 때는 감정을 누그러뜨리는 자제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근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공영방송 NPR, LA데일리뉴스 등은 지난 5일 선거 결과를 놓고 가족 간에도 정치 성향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 공화당과 민주당 양측 진영이 치열하게 대립하면서 감정의 골도 깊어진 양상이다.   이를 두고 주요 언론은 ‘미국 가정이 정치적으로 갈라졌다(politically divided family)’고 진단했다.   실제 폴리티코는 일리노이주 센트랠리아의 테드(59)와 프레드(63) 존슨 형제 사례를 전하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정치적 분열 양상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테드 존슨은 “형과 나는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 이슈를 놓고 의견이 달랐다”며 형제끼리 지난 몇 년 동안 이야기를 나누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테드와 프레드는 이번 대선에서도 트럼프 후보 지지 여부를 놓고 대립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 뉴욕대학교 심리학 전문가인 존 조스트는 “정치적 불일치로 대화가 경직되면서 가족 간 유대가 악화할 수 있다”고 전했다.   NPR은 추수감사절을 맞아 가족이 모일 때 정치적 견해가 다르더라도 긴장을 완화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NPR은 최근 몇 년 동안 선거 캠페인이 계속되면서 미국인의 정치적 대립이 깊어졌다며, 추수감사절 기간 정치 이야기를 할 때는 ▶반대하는 견해에 즉흥적으로 반응하지 말고 ▶감정이 고조될 때는 심호흡을 하고 ▶대화와 토론의 목적에 집중하고 ▶상대방의 견해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좋다고 제안했다.   한편 지난 5일 치러진 대통령 선거와 본선거에서 한인을 포함한 아시안 커뮤니티가 공화당으로 부쩍 기운 것으로 나타나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 시티(The City) 집계에 따르면, 뉴욕 한인 밀집지인 플러싱 지역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47.08%를 득표해 2020년(32.15%)보다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칼리지포인트(57.6%), 머레이힐(51.77%) 등에서도 트럼프 당선인 득표율이 50%를 훌쩍 넘어섰다. 한인들은 각종 범죄 증가, 서류미비자 증가, 물가 인상, 공립학교 성 정체성 교육 등을 트럼프 후보와 공화당 지지 이유로 꼽았다. 김형재·김은별 기자추수감사절 정치 추수감사절 가족 가족 추수감사절 추수감사절 기간

2024.11.25. 20:21

대학 지원자 4분의 1, 정치적 성향 고려해 학교 선택

대학 지원자 4명 중 1명은 학교 선택 시 정치적 성향을 고려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 컨설턴트 업체 ‘아트&사이언스 그룹’의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28%의 학생들이 대학의 정치 성향, 법적 상황 등을 이유로 지원 시에 특정 학교를 배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응한 학생 3명 중 2명은 학교에 대한 검색을 시작할 때부터 정치 성향, LGBTQ·낙태 이슈 등을 고려해 특정 대학을 지원 리스트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고 답했다.     자신의 정치 성향이 진보적이라고 밝힌 응답자 4명 중 3명은 ‘낙태권과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 지나치게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학교는 제외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대로 보수 성향을 가진 응답자 3명 중 2명은 ‘성소수자에 지나치게 관대한 학교에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정치적 성향에 따라 특정 주에 있는 학교 전체를 배제해버린 경우도 있었는데, 15% 넘는 응답자들이 정치 성향에 따라 제외시킨 주는 뉴욕·텍사스·캘리포니아·앨라배마·플로리다 등 5개주였다. 특히 보수 진영과 공화당의 텃밭인 텍사스주의 경우, 31%의 학생들이 정치 성향에 따라 이들 주의 대학에 모두 진학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정치 이슈에 대한 대학 측 태도에 대해 62%의 학생들은 ‘학교가 정치 이슈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답했다. 윤지혜 기자 [email protected]지원자 정치 대학 지원자 정치적 성향 정치 성향

2024.10.16. 19:26

[문학으로 세상읽기] 정치는 지옥인가

한국에서 가장 낙후된 곳이 정치권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그 말이 정말로 딱 맞는다는 느낌이 들 때마다 저에게 떠오르는 말이 있습니다. ‘좋은 지옥’이라는 말입니다.   ‘좋은 지옥’이라는 말은 형용 모순입니다. 지옥이 어떻게 좋을 수 있다는 말입니까? 하지만 백 년 전에 루쉰이 쓴 산문시 ‘잃어버린 좋은 지옥’을 보면 ‘좋은 지옥’이라는 말도 성립될 수 있다는 것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이 말을 통해서만 진실이 포착되기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시의 화자 ‘나’는 지옥 근처에서 지옥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들려오는 지옥의 소리는 지옥답습니다. 그때 홀연 마귀가 나타납니다. 한때 지옥의 통치자였으나 이제 지옥을 인류에게 빼앗기고 도망쳐온 마귀가 “이제 다 끝났네, 이제 다 끝났어! 불쌍한 귀신들은 그 좋은 지옥을 잃어버렸어!”라고 비분강개하며 ‘나’에게 그 전말을 알려줍니다.   원래 지옥은 천신(天神)의 것이었습니다. 마귀가 천신과 싸워 이겨 빼앗았던 것이죠. 그 후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지옥의 통치는 해이해졌습니다. 그러자 칼의 숲은 빛을 잃었고, 끓는 기름도 식었고, 불구덩이도 미지근해졌고, 비록 작고 창백하지만, 만다라 꽃이 움텄습니다.   해이해진 지옥에서 귀신들이 깨어났습니다. 깨어난 귀신들은 갑자기 인간 세상을 기억해내고 지옥에 반대하는 절규를 터뜨렸습니다. 인류가 그 소리에 응해 일어났고, 마귀와 싸웠고, 싸워 이겼습니다. 최후의 승리는 인류의 것입니다.   이제 인류가 지옥을 통치합니다. 그런데 지옥의 상황은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더 나빠집니다. 인류는 마귀보다 더 무서운 통치자가 됩니다. 귀신들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다스림을 받는 자일 뿐이며, 인류의 무서운 통치 아래 더욱 무력해지고 더욱 고통받습니다. 귀신들이 지옥에 반대하는 절규를 터뜨려도 이제는 소용이 없습니다. 인류의 반역자로 낙인찍혀 영원한 고통이라는 벌을 받고 칼의 숲 복판으로 쫓겨날 뿐입니다. 이러한 지옥의 현재 모습을 마귀는 다음과 같이 묘사합니다.   “만다라 꽃은 금세 시들었어. 기름은 똑같이 끓었고, 칼은 똑같이 날카로웠고, 불은 똑같이 뜨거웠고, 귀신들은 똑같이 신음했고, 똑같이 몸부림쳤고, 심지어 잃어버린 좋은 지옥을 기억할 겨를조차 없어졌어.”   마귀가 통치하던 과거의 지옥이 상대적으로 더 좋은 지옥이었다는 것입니다. 이야기가 여기에 이르게 되면 ‘좋은 지옥’이라는 형용 모순이 확실히 성립됩니다.   이 이야기에 대한 여러 가지 해석 중 가장 흥미로운 것은 천신을 청나라, 마귀를 베이징 군벌정부, 인류를 국민당 우파와 그들이 장악한 국민정부라고 보는 해석인데, 흥미롭기는 하지만 그럴듯하지는 않습니다. 루쉰이 이 작품을 쓴 때가 1925년 6월이었고, 국민당 우파의 쿠데타는 1927년 4월이었으니 시간이 맞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해석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루쉰이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했다며 그 통찰력을 높이 평가하기도 하지만 아무리 봐도 이건 억지인 것 같습니다.   이 이야기에서 중요한 것은 모든 권력은 동일하며 단지 위치가 바뀔 뿐이라는 보편적 진실입니다. 청나라나 베이징 군벌정부나 국민정부나, 그 이후 지금까지의 여러 형태의 정부들도 모두, 나아가서는 중국뿐 아니라 세계 모든 나라의 각종 정부도, 그 보편적 진실에 비추어 보면 다 마찬가지일 수 있습니다.   루쉰의 이야기를 다시 곱씹어 봅시다. 우리가 주목할 것은 통치자가 누구든 간에 피통치자는 언제나 귀신들이라는 사실입니다. 지옥의 주민은 누구입니까? 귀신들입니다. 그렇다면 귀신들이 스스로 다스릴 수는 없는 것일까요? 자치(自治)는 불가능한가요? 왜 통치를 귀신들 자신이 아니라 천신이 하고 마귀가 하고 인류가 해야 하는 건가요?   귀신들이 자치하지 못하고 통치받는 자로서만 존재하는 한에는 다 똑같은 지옥이고, 통치 기술이 갈수록 더 발달하기 때문에 지옥은 오히려 점점 더 나빠질 것입니다.   자문해 봅시다. ‘나’는 귀신인가요, 인류인가요? ‘우리’가 사는 이곳을 지옥이라고 부른다면 지옥의 주민인 ‘우리’는 인류가 아니라 귀신에 해당하는 것 같습니다. 자신이 인류라고 믿었다면 그것은 큰 착각일 수 있습니다. 지옥의 귀신들에게 ‘잃어버린 좋은 지옥’이라는 말은 너무나 슬픈 말입니다. 성민엽 / 문학평론가문학으로 세상읽기 지옥 정치 해이해진 지옥 지옥 근처 한때 지옥

2024.09.02.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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