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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의 저울] 다시 살아난 정치 괴물, 샐러멘더

Los Angeles

2025.11.19 18:43 2025.11.19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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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신 변호사

김한신 변호사

지난달 캘리포니아에서 실시된 주민발의안 50(Prop. 50)이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되면서, 캘리포니아주는 연방 하원의원 선거구 재조정 절차에 착수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발의안은 민주·공화 양당 합의에 의해 설정된 연방 하원의원 선거구를 결과적으로는 민주당에 유리하도록 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가 이 결단을 내리게 된 배경에는 텍사스의 사례가 있다. 텍사스 주의회는 공화당 주도로 선거구 지도를 대대적으로 재편해, 민주당 강세 지역을 분할하거나 흡수시키는 방식으로 공화당의 우세를 강화했다. 이에 민주당은 “표의 가치를 왜곡한 불공정한 지도”라며 강력히 반발했고, 민주당이 절대 우세한 주인 캘리포니아에서 (공화당에서 잃을 것으로 예상하는) 하원 의석을 회복하고자 한 것이다.  
 
Prop 50의 전국적 캠페인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민주당 인사들이 대거 나서면서 가주 선거구 재조정 문제는 단숨에 전국의 중심 이슈로 떠올랐다.
 
미국 상하원 선거 제도의 뿌리는 건국 당시의 ‘대타협(Great Compromise)’에서 비롯된다. 인구가 많은 주는 인구에 따른 대표성을 요구했고, 작은 주는 개별 주들의 평등한 지위를 주장했다. 그 결과 상원은 인구와 무관하게 각 주에서 2명씩 선출하고, 하원은 인구 비례로 의석을 배분하도록 정해졌다. 다만 하원의원 선거구 구획은 연방이 아니라 각 주의 법에 맡기게 되었다. 이 제도적 여지는 바로 각당의 정치적 유불리에 의한 선거구 재조정의 출발점이 되었다.
 
이러한 선거구 재조정을 흔히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이라고 한다. 이 단어는 1812년 매사추세츠 주지사 엘브리지 게리(Elbridge Gerry)가 자기 정당에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재조정하여, 그 모양이 흡사 전설속의 괴물 샐러맨더(Salamander)와 비슷하다고 하여, 게리와 맨더를 합쳐서 부르기 시작한 데서 유래했다.
 
오늘날 텍사스에서 촉발되고 캘리포니아에서 크게 이슈가 된 선거구 재조정 논란은 단지 한두 개 주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미국 정치의 양극화, 그리고 불과 몇 석 차이로 상·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이 의회 장악을 지속하려는 전략적 계산이 텍사스에서 촉발된 결과다.  
 
한쪽 진영이 선거 지형을 구조적으로 바꾸려는 시도, 다른 한쪽은 이를 ‘민주주의 훼손’으로 규정하며 저항하는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텍사스에서는 공화당이 시작했고, 이를 받아 캘리포니아에서는 민주당이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모든 주가 게리맨더링을 시도해야 공평해지는 것은 아니다. 정작 우리가 마주해야 할 본질은 선거구 지도가 아니라 정치의 극단화다. 서로 다른 목소리를 대화로 수렴하지 못하고, 지도 한 줄의 경계로 승패를 가르는 정치 문화가 지속한다면, 아무리 정교한 지도도 민주주의의 균형을 되살릴 수 없다. 결국 문제의 근원은 선거구가 아니라, 대화가 사라진 정치다.
 
현재 캘리포니아의 Prop 50가 통과 하자마자 공화당 진영은 “헌법상 권한 침해”를 이유로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법정 공방이 시작됐지만, 소송이 정치적 불신을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법은 분쟁을 판가름할 수는 있을 수 있어도, 민심의 합의를 만들어내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민심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하면, 이와 유사한 다툼은 계속될 것이다.
 
선거구의 선 하나에 걸린 것은 단순한 지도가 아니다. 그것은 미국 민주주의의 경계선이다. 디케의 저울이 공정한 대표성과 민주주의 기본의 방향으로 기울기를 바란다.

김한신 / 변호사·한미정치경제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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