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주요 도시의 요직에 한인 인사들이 잇달아 진출했다는 소식은 연말 한인 사회에 큰 낭보다. 가주 랜초팔로스버디스(RPV)시에서는 폴 서 부시장이 시 역사상 52년 만에 첫 아시아계 시장으로 선출됐고, 워싱턴주 시애틀에서는 경제 전문가인 브라이언 수렛이 차기 부시장에 발탁됐다. 미 서부의 상징적인 두 도시에서 행정의 핵심 키를 한인이 쥐게 된 것은 분명 한인 사회의 쾌거이자 축하할 일이다.
육군사관학교 출신으로 검사 경력을 가진 폴 서 시장과 한국인 어머니를 둔 혼혈로 최저임금 인상 등 굵직한 정책을 이끌어온 브라이언 수렛 부시장 모두 검증된 실력을 갖춘 인재들이다. 이들이 주류 사회에서 인정받고 리더의 자리에 오른 것은 그 자체로 한인 정치력 신장의 증거이며, 자라나는 2세들에게는 훌륭한 롤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사회 전반에 반이민 정서와 이민 규제 강화가 다시 거세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러한 한인들의 정치적 도약은 더욱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축하와 기대가 큰 만큼, 그에 따르는 책임 또한 결코 가볍지 않다. 과거 적지 않은 한인 정치인들이 선거 때는 “한인 사회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며 표를 호소하다가도, 막상 당선된 뒤에는 태도가 돌변하곤 했다. 한인 사회의 억울함과 권익 침해 앞에서 침묵하는 경우를 우리는 숱하게 목격했다. 주류 정치권의 눈치만 보면서 한인사회의 고통을 외면하는 것은 배신이나 다름없다.
새로운 자리에 오른 두 리더는 달라야 한다. ‘미국 정치인’이기 이전에 이민자의 아들이다. 한인들의 애환을 누구보다 잘 이해해야 하는 정체성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한인 사회의 지지로 정치의 문을 연 이들에게 주어진 최소한의 책무다. 권한과 직위가 높아질수록, 더 크게 말하고 더 단단히 싸워야 한다.
한인사회는 첫 상원 의원까지 배출했다. 이제는 ‘첫 한인’이라는 타이틀을 넘어, ‘가장 책임 있는 공직자’로 기억되는 이름이 더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 초심을 임기 마지막까지 지키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정치력이다.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은 이들이 한인 사회의 자부심을 넘어, 실질적인 버팀목이 되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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