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와 2세대, 아버지와 아들이 나란히 함께 섰다. 배경은 한인 업소들이 밀집한 올림픽 불러바드다. LA 한인타운에서 차량 정비소인 MJ 오토 모티브를 운영한 강성봉(62) 사장은 27년 간 묵묵히 한자리를 지켜왔다. 기름 냄새 가득한 그곳은 이민 1세대로서의 삶이 녹아 있는 터전이다. 아버지의 손때 묻은 장비를 이제 아들이 대신 잡고 있다. 강민재(27) 씨는 아버지의 땀이 배인 터전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는다. 내연기관 자동차는 아버지가, 첨단 기술의 집합체인 신형 차량은 아들이 나사를 조인다. 아날로그 세대와 디지털 세대가 한곳에 공존하는 MJ 오토 모티브 이야기는 지금의 한인 사회 모습을 투영한다. 미주 한인 사회는 과도기를 겪고 있다. 하지만 이런 변곡점은 새로운 도약의 기회도 된다. 1세대가 닦아온 경제적 기반, 민족 공동체를 중시하는 인식은 그동안 한인 사회를 지탱해온 하드웨어다. 여기에 2세대가 가진 언어적 이점, 주류 사회와의 네트워크, 미국 문화에 대한 이해 등은 하드웨어를 움직이는 소프트웨어가 될 수 있다. 두 세대 간 조화는 한인 사회의 존립을 이어가는 힘이다. 세대와 세대는 연결되어야 한다. 양 세대를 잇는 다리는 정체성이다. 단순히 명맥 유지를 넘어 1세대가 갈고닦은 길 위에 다음 세대가 주체가 되기 위한 방향 설정이 중요한 시점이다. 본지는 창간 51주년을 맞아 급변하는 한인 사회가 새로운 모습으로 존속하기 위한 해답이 무엇인지 현장 곳곳의 목소리를 지면에 담아봤다. 장열 기자전환 시작 시작 공존 한인 사회 la 한인타운
2025.09.21. 19:00
한인 교계는 미주 한인 사회의 축소판이다. 교회를 유심히 들여다보면 이민 사회 변화의 흐름이 보인다. 이민 교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은 곧 한인 사회가 마주한 현실과 상통한다. 그동안 ‘한인 교회(Korean Church)’는 대체로 1세대 중심의 공동체였다. 교회를 지칭할 때 앞에 ‘한인’이 붙는다는 것은 그만큼 민족적 동질성이 강하게 배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00여 년 전 하와이로 건너온 초기 이민자들의 행적만 봐도 한인 사회는 교회를 중심으로 형성되고 발전해왔다. LA 한인타운에 있는 미주평안교회 원로인 송정명 목사(81)는 “한인 이민자들은 청교도처럼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교회부터 세웠고, 이는 이민 사회가 교회를 중심으로 구성된 이유”라며 “그동안 이민 교회가 1세대 목회자들의 헌신, 섬김, 희생 등으로 운영됐다면, 이제는 한인 사회의 세대가 바뀌면서 교회도 그 역할이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인 교회는 1960~1980년대 이민 물결을 타고 급속도로 성장했다. 한인 교회의 존재는 단순히 종교적 공동체를 넘어 이민자를 한데 묶는 사회적 기능까지 감당하게 됐다. UCLA 유헌성 연구원(사회학)은 “타민족 교회들과 비교했을 때 한인 교회들은 복합적인 요소를 많이 갖고 있다”며 “문제는 세대와 문화가 바뀌면서 이민자의 특성도 변했고, 한인 교회만의 민족적 특성 역시 점차 약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민 세대가 바뀌면서 한국어보다는 영어 중심의 언어적 변화, 문화적 차이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다음 세대는 그동안 민족적 색채가 매우 짙었던 1세 중심 교회의 기능과 역할에 이질감을 느끼게 됐다. 남가주 지역 한 대형 교회에서 시무 장로로 활동했던 유기범(79) 씨는 “1세대에게 미국은 ‘타향살이’지만 2세대에겐 나고 자란 곳”이라며 “‘한인’이라는 경계선이 조금씩 희미해지면서 한인 교계의 토양 역시 바뀌게 됐다”고 전했다. 한인 교계는 이미 세대적, 문화적으로 과도기에 접어들었다. 1세와 2세가 ‘한인’이라는 공통분모만 갖고 모이기에는 여러 부분에서 괴리가 존재하는 상황이다. 이미 2000년대 들어 세대 간 간극을 좁히기 위해 한인 교계에서는 ‘한 지붕 두 가족’ 형태의 교회가 속속 생겨나기 시작했다. 쉽게 말해, 한 교회 안에서 한국어권(KM)과 영어권(EM)으로 회중을 분리한 뒤 영어가 편한 2세들이 독자적으로 공동체를 운영할 수 있도록 교회 구조를 이원화시키는 방식인 셈이다. 실제 남가주사랑의교회, ANC온누리교회, 나성영락교회 등 대다수의 1세권 교회는 영어권 예배를 별도로 만들어 2세들에게 일부 교회 공간을 내주거나 별도 예산을 편성해 재정을 지원해주는 형태로 양 세대가 공존하는 방식을 택했다. 교계의 이러한 변화가 한인 사회에 시사하는 바는 크다. 과도기 가운데 공존 구조는 결국 지속성이 약하다. 교계를 보면 이원화 구조는 결국 분립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어바인 지역 데이브 노 목사는 “한인 목회자들만 봐도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1세와 2세 사이의 소통은 많이 단절됐고 사실상 따로 분리된 상태로 사역을 한다”며 “이제는 ‘한인’이라는 이민자의 뿌리를 유지하면서도 주류 사회 속에 ‘코리안-아메리칸’ 공동체의 정의가 무엇인지를 재정립하는 것이 오늘날 교회가 당면한 숙제”라고 말했다. 형태적 변화에 따른 대응 능력은 요즘 한인 교계가 안고 있는 고민 중 하나다. 이를 위한 좀 더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협력, 연구 등이 필요한 이유다. 이학준 박사(풀러신학교)는 “이중문화를 신앙의 관점에서 정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하고, 2세 교육에 대해 이민 교회가 제시할 수 있는 장기적 플랜이 중요하다”며 “지금이라도 뿌리에 기반한 이민 교회의 역사 교육, ‘코리안-아메리칸’으로서 한인들이 갖는 실질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고민하는 것 역시 필요한 일”이라고 전했다. 1세대 한인들의 경우 생존형 이민자들이 많았다. 힘겨운 이민 생활을 영위하면서 자녀 세대만큼은 전철을 밟지 않고 언어나 문화적으로 주류 사회에 편입되기를 원했다. 이러한 교육 방식 때문에 한인 2세, 3세들이 주류 사회의 중심부로 향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성장한 차세대가 되레 한인 사회로 회귀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한인 2세인 레이 김(라이트하우스교회)은 “요즘 미국에서는 다민족 교회가 새로운 형태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그 안에 한인이나 소수 인종 교인들은 저마다 결국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며 “소수 인종으로서 한인 사회나 미국 사회에서 주변인으로 있는 경우를 말하는데 결국 이들이 한인 사회로 돌아갔을 때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받아주고 해결해줄 수 있는 교회가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트리니티신학대학 피터 차 교수 역시 “현재 2세들 가운데 70~80%가 한인 교회를 떠나 백인 교회, 2세들이 설립한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한다”며 “하지만 중년이 된 2세들은 30~40세들의 정체성을 위해 다시 돌아오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1세대에서 2세대로 변화하고, 주류 사회에서 한인 사회로 회귀하는 현상 속에서 더 이상 한인 교회가 아닌 ‘코리안-아메리칸 교회’로의 정의를 확정하지 못한다면 존립 자체가 어려워진다. 한인 교계의 고민은 곧 한인 사회의 숙제다. 강한길 기자공동체 정체성 한인 교회들 한인 이민자들 한인 사회
2025.09.21. 19:00
1970년대 초부터 본격적인 이민이 시작된 미주 한인 사회는 50여 년간 질적, 양적으로 성장했지만 세대 교체기를 맞으면서 위기 의식이 생기고 있다. 이민 1세대들은 고령화로 은퇴했거나 핵심에서 물러났고, 1.5세와 2세들, 즉 차세대가 한인 사회의 중추 역할을 담당하기 시작하면서 과도기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다. 많은 차세대가 명문 대학을 졸업하고 전문직에 종사하면서 나름대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고 있지만 한인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의식은 약하다는 것이 우려된다. 즉, 코리안-아메리칸의 확고한 정체성을 갖지 못하고 한인 사회 참여도도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한인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세대 변화, 그리고 차세대 교육은 한인 사회의 미래를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변수다. 한인 사회는 1992년 4월 29일 발생한 LA 폭동을 경험하면서 전환점을 맞이했다. 그날 LA는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무법천지로 변했고 한인타운도 화염에 휩싸였다. 한인 사회는 그날을 ‘사이구(4·29)’로 기억하고 있다. 한인들은 엄청난 재산 피해에 정신적 충격, 그리고 주류 언론으로부터 무법자로 취급받는 삼중고를 경험했다. 사이구 폭동은 한인 사회에 경종을 울렸고 달라져야 한다는 자각을 하게 해주었다. 즉 ‘코리안-아메리칸’의 새로운 정체성을 형성하는 계기가 됐다. 아메리칸 드림의 꿈을 안고 이민을 왔던 한인들은 1992년 전까지는 ‘미국 속의 한국인’으로 살았다. 그러나 사이구는 ‘코리안-아메리칸’, 즉 한국계 미국인의 새로운 정체성 확립이 필요하다는 자각을 하게 해주었다. 특히 미국에서 나고 자란 차세대는 이민자 세대와는 완전히 다르다. 그들은 ‘코리안-아메리칸’이라는 확고한 정체성을 갖고 미국 시민으로서 의무와 권리를 행사하는 동시에 한국의 발전과 동반자적 한·미 관계 수립에도 기여할 수 있어 매우 중요하다. 역사 의식은 정체성 확립의 가장 중요한 변수다. 자아의식 또는, 정체성 확립을 위해서는 ‘코리안-아메리칸’으로서의 역사 의식 확립이 선행돼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한인 1.5세, 2세들은 ‘코리안-아메리칸’의 역사를 배우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가주에서는 소수인종학을 고교 필수 과목으로 지정하여 소수계 학생들이 자신들의 역사를 배울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애너하임 교육구에서는 전국 최초로 ‘코리안-아메리칸’ 수업을 개설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타지역 차세대 한인 학생들에게는 이러한 기회가 거의 주어지지 않고 있다. 요즘 한국어를 배우려는 열풍이 대단하다. ‘케데헌(케이팝 데몬 헌터스)’으로 불리는 넷플릭스의 작품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는 타인종도 늘고 있다. 물론 차세대 한인 학생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쓰고, 읽고, 말하는 것은 정체성 확립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과연 차세대들이 ‘코리안-아메리칸 데이’의 존재를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1903년 1월 13일 하와이 호놀룰루에 102명의 한국인이 사탕수수 농장 노동자로 일하기 위해 도착했는데 이날을 미국 공식 이민의 시작으로 인정한 것이다. 한인 사회는 매년 1월 13일을 ‘미주 한인의 날(Korean American Day)’로 기념하고 있다. 1965년 이민법이 개정되면서 한인 이민이 급증했다. 1970년대에는 매년 3만 5000명 이상의 한국인이 이민을 와 미국 내 한인 인구는 200만 명을 넘어섰다. 한인의 대부분은 1965년 이후 이주했거나 미국에서 태어난 2, 3세들이다. 신규 이민자 대부분은 자영업에 종사하지만 차세대는 전문직 등의 종사자가 많다. 한국어 학교, 교회 단위의 한글학교 등은 한인 사회에서 차세대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주요 기관이다. 앞으로 차세대 교육의 패러다임을 어떻게 세울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토론, 그리고 정책 수립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코리안-아메리칸’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주류 사회에서 ‘코리안-아메리칸’으로 살아가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문구처럼 역설적으로 ‘코리안-아메리칸’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 주류 사회에서 당당하게 살아가는 방법이라고 제안한다. ‘코리안-아메리칸’은 주인의식을 갖고 책임과 의무를 다하며 동시에 차별에 대항하고 자신의 당당한 목소리를 내면서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도산 안창호 선생은 주인의식을 매우 강조했는데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주인의식이 있어야 사회참여 의식이 생기며 부조리에 대항할 수 있는 힘과 용기가 생기기 때문이다. 코리안 -아메리칸 역사 의식에 기초한 자아의식, 즉 정체성 확립은 코리안-아메리칸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자신감을 줄 수 있다. 이 지점에서 한글학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한글학교는 한국어뿐만 아니라 미주 한인사를 가르치고 그들이 확고하게 코리안-아메리칸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도록 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한글학교에서는 한인 이민사를 가르치지 않는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선생님들도 미주 한인 이민사를 잘 모르기 때문에 가르칠 수 없는 것이고, 둘째, 이민사 교재가 없다는 한계도 있다. 먼저 한국어 학교 선생님들에게 미주 한인사를 교육시켜야 한다. 또한 한인사 교재들을 많이 개발해서 차세대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한글학교의 교육 방법을 바꿀 것을 제안한다. 또한 한인 청소년들에게는 롤모델이 필요하다. 역사적으로 롤모델이 될 수 있는 훌륭한 인물이 많지만 대부분의 한인 청소년들은 알지 못한다. 가령, 김영옥 대령 스토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감명을 주고 있다. 평소 그는 “100% 미국인, 100% 한국인”임을 강조했으며 청소년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가져라”라는 격려를 자주했다. LA 태생의 새미 리 박사는 아시안-아메리칸 최초로 미국 대표로 올림픽에 출전해 금메달을 딴 또 다른 위인이다. 아시안 최초로 할리우드 명성의 거리에 별을 받은 인물이며 도산 안창호의 장남인 필립 안도 있다. 이러한 롤모델을 많이 발굴해 한글학교에서 가르칠 것을 권장한다. 한인 차세대 중에도 성공한 인물이 많다. 그들은 변호사, 의사, 엔지니어, 바이오텍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러나 성공한 한인 차세대 대부분은 한인 사회에 관심을 갖고 참여해야 한다는 의식을 갖고 있지 않다. 그들은 코리안-아메리칸의 확고한 정체성을 갖지 않고 있다. 정체성 결여는 참여 의식의 부재로 연결된다. 따라서 차세대 한인들이 한인 사회에 관심을 갖게 하려면 정체성 교육이 절대 필요하다. 학부모 대상의 교육도 필요하다. 한인 부모와 차세대가 함께 역사 교육을 받고 정체성 확립과 공동체 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차세대 교육은 미래 한인 사회의 운명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 차세대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해야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미래의 한인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미국과 모국에 기여하는 인재들을 많이 배출하면 좋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자신이 자랑스러운 코리안-아메리칸임을 인식하면서 당당히 살아가는 차세대들의 모습을 보면 좋을 것이다. 차세대 교육에 대한 투자는 코리안-아메리칸 역사 의식을 심어주고 자아의식, 즉 정체성을 확립시켜 사회 참여 및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아메리칸 정체성 차세대가 한인 한인 사회 아메리칸 드림
2025.09.21. 19:00
창간 51주년을 맞아 본지는 생성형 인공지능 ‘챗GPT’와의 가상 인터뷰를 시도했다. 핵심 질문은 단 하나, “미주 한인사회의 미래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근거로 세대 교체, 정체성, 경제와 정치, 문화의 변화, 교육 과제, 나아가 50년 뒤 시나리오까지 조목조목 짚어냈다. 다음은 챗GPT와의 일문일답이다. -지금 미주 한인 사회가 맞닥뜨린 가장 큰 변화는. “한인 사회는 뚜렷한 세대 교체의 문턱에 서 있습니다. 1965년 이민법 개정으로 본격적으로 미국에 이주한 1세대는 은퇴와 고령화로 이미 중심 무대에서 물러나고 있습니다. 이제 미국에서 태어나 성장한 2세·3세가 주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언어와 사고방식은 영어권으로 이동했지만, 공동체가 계속 존속할 수 있을지는 ‘정체성을 어떻게 계승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언어 단절 가능성 문제에 대한 지적은 계속 있었다. 한국어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 같은가. “시간이 갈수록 한국어 사용 인구는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미국에서 태어나 교육받은 2세·3세에게 한국어는 ‘가정 언어’ 수준으로만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건 단순히 언어가 아니라 정체성 교육입니다. 한국어 보존은 수단일 뿐, 본질은 ”나는 한국인의 후손인 코리안-아메리칸“이라는 자각을 지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정체성 교육의 방식은 어떻게 이뤄져야 하나. “기존의 주말 한글학교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이제는 역사·문화·이민사 교육이 병행돼야 합니다. 1992년 LA폭동, 이민법 개정의 역사, 초기 이민사 같은 이야기를 차세대가 배워야 합니다. 동시에 K-팝, K-드라마, 한식 등 K-컬처를 활용한 정체성 교육도 유효합니다. 문화적 매력을 통해 자연스럽게 뿌리를 인식하는 것입니다.” -경제적 측면의 변화는 어떤가. “LA 한인타운을 보면 잘 드러납니다. 과거엔 상업지구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고급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며 베드타운 성격이 짙어졌습니다. 식당·카페·마켓도 한인만 상대해선 생존할 수 없고, 다인종 고객을 겨냥합니다. 한인 은행 역시 같은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더 이상 ‘한인만의 은행’이 아니라 다인종 디지털 금융 기관으로 변모해야 합니다.” -한국 기업과 한인 사회의 관계도 예전과 달라졌다. 이런 현상이 지속할 것 같은가. “과거 한인 사회는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 교두보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요즘 한국 대기업은 현지화 전략에 치중하면서 한인 사회를 외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챗GPT 분석에 따르면, 장기적으로는 한국 기업이 다시 한인 사회를 브랜드·문화 전파의 거점으로 삼을 필요가 있습니다. 한인 사회도 한국 기업과의 연결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정치력은 한인 사회 존속의 핵심이라고들 하는데 현재 상황을 평가한다면. “맞습니다. 정치력은 곧 공동체의 생존력입니다. 과거에는 언어 장벽과 낮은 투표율이 걸림돌이었지만, 지금은 달라졌습니다. 이미 연방·주·지방 정치권에서 많은 한인 정치인들이 활약하고 있고, 유권자 등록과 투표율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3세·4세 세대는 아시아계·이민자 연대 속에서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것입니다. 이는 한인 사회의 이슈가 단일 민족의 과제를 넘어, 소수민족 전체의 권익으로 확장된다는 의미입니다.” -종교와 공동체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1세대에게 교회는 곧 삶의 중심이었습니다. 직업 연결, 결혼, 정치 연대까지 모두 교회를 통해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2세·3세는 교회와 느슨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문화·예술·청년 네트워크, 봉사 단체가 교회의 역할을 대신할 가능성이 큽니다. 공동체의 형태는 달라지겠지만, 정체성을 지탱하는 새로운 플랫폼은 반드시 생겨납니다.” -뿌리 교육은 어떤 방식이 효과적일까. “단순히 언어 수업을 반복하는 것보다 경험 중심 교육이 중요합니다. 예컨대, 한인 박물관 탐방, 독립운동사 재현 프로그램, 1세대와 2세대가 함께하는 구술사 프로젝트 등이 필요합니다. 미국 내 공립학교 교과 과정에도 한인 이민사, 아시아계 이민사를 포함시키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이런 제도적 기회도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한인 사회의 미래에 대한 시나리오를 좀 더 구체적으로 정리한다면.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낙관적 전망: K-컬처와 아시아계 연대를 통해 정체성이 재창조되고, 정치력과 경제 기반이 동시에 강화되면서 글로벌 네트워크의 허브로 성장입니다. 비관적 전망: 언어 단절, 세대 간 갈등으로 결속이 약화돼, ‘한인 사회’가 명칭만 남고 실질적 공동체는 해체되는 시나리오입니다. 중도적 전망: 규모는 축소되더라도 정치력과 경제적 기반은 유지하며, 소수지만 강한 공동체로 존속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한인 사회가 꼭 기억해야 할 메시지가 있다면. “존속의 열쇠는 K-DNA, 즉 정신적·문화적 DNA를 어떻게 계승하고 재해석하느냐에 있습니다. 1세대가 피땀으로 일군 유산을 단순히 지키는 데 그쳐선 안 됩니다. 2세·3세가 주체적으로 이를 재창조할 때 비로소 미래가 열립니다.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바꿀 것인지를 분명히 할 때, 미주 한인 사회는 100년, 200년 후에도 여전히 미국 사회에서 존재감을 가질 것입니다.” ▶맺음말 AI와의 대화는 곧 우리 자신과의 대화였다. 한인 사회의 미래는 결국 외부가 아닌 내부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결론이었다. ‘우리는 누구이며, 무엇을 지킬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과 실행 여부가 공동체의 존속 여부를 가르는 분기점이 될 것이다. 재도약 한인 미주 한인사회 한인 사회 한인 은행
2025.09.21. 19:00
최근 LA경찰국(LAPD) 올림픽경찰서는 한인타운 범죄율이 줄었다고 발표했지만〈본지 8월 11일 A-2면〉, 주민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호소한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과 한인 사회를 연결하는 조직이 올림픽경찰서후원회(OBA)다. 지난달 취임한 이창엽(사진) 신임 회장은 본지와 만나 향후 계획과 치안 현황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OBA의 주요 역할은. “핵심은 올림픽경찰서 후원이다. LA시 예산 감축으로 경찰도 어려움을 겪는다. OBA는 부족한 부분을 채운다. 최근에는 2009년 이후 한 번도 교체되지 않은 숙직실 매트리스를 모두 바꾸고, 낡은 의자도 교체했다. 회의용 스크린도 지원했다.” -후원하는 이유는. “경찰을 지원해야 경관들이 한인사회에 감사함을 느끼고 더 가까워진다. OBA 활동이 활발할수록 경찰이 한인사회를 더 챙기고, 주민들도 경찰서를 편하게 이용한다.” -후원금은 어떻게 마련하나. “골프 대회, 펀드레이징 등으로 모금한다. 개인·기업·재단도 도움을 주고 있다. 모든 후원금은 투명하게 단체 활동에만 쓴다.” -한인 사회를 위한 활동은. “OBA는 경찰과 한인 사회를 잇는 가교다. 치안 공백 문제를 경찰에 알리고 한인회 등과 협력한다. 현재는 한인타운 내 감시카메라 설치를 추진 중이다. 웨스턴, 올림픽, 버몬트, 윌셔 등 주요 거리에 200대 정도 설치하고, 경찰서에 전용 모니터링 룸을 두는 방안이다.” -치안 상황은 여전히 취약한가. “범죄율은 줄었지만 여전히 중범죄, 재산 범죄, 금융 사기가 문제다. 나도 ‘5000달러 투자 시 1만 달러 수익’ 광고를 받은 적이 있다. 경찰이 한인타운 치안에 더 집중하게 만들겠다.” -양용 사건에 대해서는. “양용 사건은 하나의 선례로 남아 LAPD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LAPD에 대한 평가와 본인의 목표는. “LAPD는 변하고 있다. 1992년 폭동 당시 게이츠 전 국장이 한인타운을 외면했던 시절과는 다르다. (나는) 당시 주유소를 잃었지만 지금은 LAPD를 지지한다. 앞으로 OBA 회장으로서 경찰 지원이 최우선 목표이며, 감시카메라 설치를 반드시 성사시키겠다.” 이 회장은 “배경이 달라도 경찰과 한인 사회가 협력할 때 안전이 보장된다”며 “OBA가 가교 구실을 충실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한인 최초 올림픽경찰서 서장 “현장서 소통하며 타운 안전 지켜낼 것” 김경준 기자올림픽 한인 한인 사회 한인타운 범죄율 현재 한인타운
2025.09.17. 20:29
지난달 부임한 LA총영사관(총영사 김영완) 신임 영사들은 한인 사회 발전과 권익 향상을 위한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16일 총영사관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는 강용구(정무), 이승용(경찰), 김성훈(입법), 김정민(지자체·보훈), 이나희(운영·공공외교) 등 5명의 신임 영사가 참석했다. 이들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평통) 자문위원 추천, 불법체류자 단속, ‘한국의 달’ 등 주요 현안을 소개하며 향후 업무 방향을 설명했다. 외교부 소속 강용구, 이나희 영사는 각각 여섯 번째와 두 번째 재외공관 근무지로 LA에 왔다. 주멕시코·주파라과이 한국대사관 등을 거친 강 영사는 “여섯 번째 재외광관 근무지만 겸손히 배우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이 영사는 “총영사관은 10월을 ‘한국의 달’로 정해 문화원, 한국교육원, 한국국제교류재단 등과 다양한 문화·외교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며 관심을 당부했다. 강 영사는 정무와 평통 업무를 겸임한다. 그는 “22기 평통 자문위원 추천이 마감됐지만 청년층 비중은 크게 늘지 않았고, LA·OCSD 협의회 정원(약 220명)에도 미달했다”고 밝혔다. 이승용 경찰영사는 경찰대 15기 출신으로 경기남부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상황팀장, 충남경찰청 안보수사과장, 당진경찰서장 등을 역임한 베테랑이다. 그는 “지역 사법 당국과 네트워크를 강화해 재외국민 보호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또 “최근 관할 지역에서 한국인 2명이 불법체류 혐의로 구금 중이며, 한국어 통역 부재와 음식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해왔다”며 “한 명은 귀국 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국회사무처가 파견한 김성훈 영사는 “한인 사회와 국회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며 현안을 성실히 전달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영사는 국회 공보담당관, 의회외교총괄과장 등을 역임했다. 한국 지방자치단체 교류와 보훈 업무를 맡게 된 김정민 영사는 경기도 행정심판담당관, 균형발전담당관, 기획담당관, 양주시 부시장 등을 거쳐 이번에 부임했다. 그는 “한인 사회와 소통을 넓히고 경청하며 묻는 자세로 업무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김경준 기자한인 목소리 한인 사회 이승용 경찰영사 문화원 한국교육원
2025.09.16. 21:23
최근 LA와 애틀랜타에서 각각 70대, 50대 한인 가장이 가족을 살해하고 자살한 사건이 잇따랐다. 따뜻한 축복 속에 결혼하고 낯선 땅에서 자식들을 키우며 수많은 고비를 홀로 이겨냈을 한 사람의 인생. 누군가의 아들이고, 오빠이며, 형이었고, 동생이었을 그들이 가족을 살해하고 스스로 생을 저버린 비극을 생각하면 깊은 슬픔과 함께 무거운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세상을 떠난 분들과 그 주위에 남은 모든 분들께 드릴 위로의 말을 찾기 어렵다. 필자는 한인 사회에서 40여 년간 어려운 이웃을 돌봐 온 정신과 의사다. 그동안 점점 열악해지는 정신 질환 치료 환경을 보면서 안타깝고 고통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특히 가족 살해·자살 같은 참극이 벌어질 때마다 정신과 의사로서 맡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든다. 온전한 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가족의 생명을 앗아가고 자신의 목숨까지 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인생에서 어떤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죽음이 해답이 될 수 없다는 무언의 약속을 우리는 공유하며 살아간다. 우리 인간은 참혹한 전쟁 속에서도, 자연재해와 폭력 속에서도 살아남았다. 물론 극단적인 상황에서 심장마비나 뇌졸중으로 사망하기도 하지만, 50년간의 정신과 의사 경험으로 볼 때 살인과 자살은 뇌의 기능이 병적으로 잘못된 상태에서 비롯된다고 확신한다. 건강한 상태에서는 결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일반적으로 자살에 이를 정도의 심한 우울증에 빠진 사람의 뇌에서는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현저히 떨어져 있다. 뇌의 이런 병적인 상황이 극심한 우울증을 유발하며, 이때 자살을 결심하는 세 가지 생각이 들게 된다. 첫째, 아무런 희망이 없다. 둘째, 아무도 나를 도와줄 수 없다. 셋째, 나는 도움을 받을 가치조차 없다는 생각이다. 또한, 자신을 힘들게 만든 사회 또는 특정한 사람에 대한 분노의 감정이 타인 살해로 이어지기도 한다. 인간에게는 악한 면이 있지만,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결코 자신이나 타인을 해치는 행동을 할 수 없다. 이처럼 병든 사람들을 제때 치료하면 모두를 살릴 수 있다.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강제 입원시키고, 뇌 호르몬 생성을 돕는 약물 치료를 병행하면 사고가 정상으로 돌아올 때까지 안전하게 병원에서 치료받고 완전히 회복할 수 있다고 나는 경험으로 확신한다. 치사율이 높은 전염병을 생각해 보자. 코로나19의 경우, 거리두기와 소독, 검사만으로는 사망률을 낮출 수 없다. 만약 심한 증상이 나타났을 때 긴급하게 입원시켜 호흡기 치료를 한다면 대부분의 환자를 살릴 수 있다. 정신의학적으로 볼 때 자살과 타살은 전염성이 있다. 치사율이 높은 전염병은 갑자기 크게 확산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병에 걸린 사람이 이미 사망하여 타인에게 전염시킬 위험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인 사회에는 이런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을 제대로 치료할 수 있는 여건이 전무하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이들이 스스로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변 사람들이 병원 치료를 권유해도 듣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이미 들을 수 있는 능력을 상실했다는 사실을 주위 사람들이 모르고 있다. 정신 질환에 대한 무지가 그 가장 큰 이유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떤 기관이나 상담가도 도움을 줄 수 없다. 가장 확실한 해결책은 LA카운티 정신건강국이 전적으로 개입해 강제 입원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조만철 / 정신과 전문의기고 극단 선택 극단적 선택 한인 사회 정신과 의사
2025.09.14. 18:33
한인가정상담소(KFAM)가 지난 6일 제42회 연례 기금 모금 행사를 개최했다. LA 다운타운 조나단 클럽에서 열린 행사에는 한인 사회 주요 인사와 기업인, 개인 후원자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한인가정상담소는 한인 사회 내 가정, 여성, 노인, 아동 등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상담 및 지원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한인가정상담소 제공] 한인가정상담소 기금 한인가정상담소 기금 연례 기금 한인 사회
2025.09.08. 20:29
손흥민(LAFC)으로 인해 한인들 사이에서 축구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축구 불모지로 불리는 미주에서 손흥민의 영입은 메이저리그사커(MLS)와 내년 열리는 북중미 월드컵에 대한 관심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본지는 미주 중앙일보 웹사이트(koreadaily.com)를 통해 지난 15~22일까지 한인들을 대상으로 손흥민 영입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래픽 참조〉 먼저 한인 5명 중 3명(60%)은 ‘손흥민 때문에 LAFC와 MLS에 대해 처음 관심을 갖게 됐다’고 답했다. ‘LAFC 경기를 종종 챙겨봤다(3.4%)’, ‘MLS에 원래 관심이 많았다(3%)’고 답한 한인은 소수에 불과했다. LAFC의 손흥민 영입이 한인들의 축구에 대한 관심도를 끌어올린 셈이다. 앞으로 LAFC의 경기가 열리는 날에는 상당수의 한인 팬들이 스타디움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LAFC의 경기를 꼭 보러 가겠다(30%)’ 또는 ‘가능하면 가보고 싶다(40.4%)’고 답한 한인도 전체 응답자 중 70% 이상이다. ‘TV나 온라인 중계로 경기를 시청하겠다(15.5%)’는 응답까지 합하면 대부분의 한인이 손흥민이 뛰는 LAFC의 경기를 보겠다는 의향을 밝힌 것이다. 손흥민의 영입 효과는 유니폼 판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손흥민의 유니폼을 이미 구매했거나, 구매할 계획이라고 답한 한인은 전체 응답자 중 34.6%(196명)로 나타났다. 유니폼 구매에 관심이 있다고 답한 한인도 39.7%(225명)로 조사됐다. 손흥민에 대한 관심은 내년 6월 LA를 비롯한 전국에서 열리게 될 북중미 월드컵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 대표팀 등의 경기를 직접 보러 갈 의향이 있느냐는 본지 질문에 응답자 중 33.5%가 ‘티켓을 예매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아직 미정이지만 관심이 있다’고 답한 한인도 35.6%에 달했다. 또, 한인 응답자의 86.8%가 손흥민의 LAFC 입단이 한인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매우 또는 어느 정도)이라고 답했다. 이밖에도 200여 명의 한인이 설문조사와 함께 손흥민 선수를 위한 응원의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미주 지역 한인(10대~60대 이상) 567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응답자의 거주 지역을 보면 LA와 오렌지카운티를 비롯해 텍사스, 뉴욕, 시카고, 메릴랜드, 버지니아, 네바다 등 전국 각지의 한인들이 참여했다. 관련기사 이번 일요일은 쏘니<손흥민> 데이…LA가 들썩 정윤재 기자 [email protected]손흥민 한인 한인 응답자 한인도 전체 한인 사회
2025.08.28. 22:09
지난 25일 LA총영사 관저, LA경찰국(LAPD) 짐 맥도넬 국장 취임 축하 리셉션이 열렸다. 한인 단체장 중심으로 마련된 이 자리엔 200여 명이 참석했다. 시종일관 웃음꽃이 핀,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김영완 LA총영사, 강일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미주 부의장, 이창엽 올림픽경찰서후원회장, 정상봉 LA 한인상공회의소 회장, 알렉스 차 LA한인축제재단 회장 등이 무대에 올라 축사를 했다. 칭찬과 격려 일색이었다. 하지만, 있어야 할 뭔가가 없었다. 한인타운 치안 문제와 한인 사회의 사각지대를 해결하기 위해 LAPD가 더 노력해 달라는 당부와 제안 말이다. 요즘 LAPD에 대한 여론은 부정적으로 기울고 있다. 참석한 한인들은 그런 분위기를 모르는지 맥도넬 국장 앞에서 칭송 일색이었다. 물론 축하연에서 불편한 목소리를 내는 게 쉽지 않았겠으나, 한인 사회의 대표급 인사라면 할 말은 해야 하는 것 아닌가. LAPD는 현재 막무가내식 공권력 행사로 도마 위에 올라 있다. 최근 보일 하이츠에서 20대 청년 제러미 플로레스가 차 안에서 장난감 총을 갖고 있다가 LAPD 경관들에게 총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그는 정신질환자였다. 이 사건은 지난해 5월 한인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던 양용 사건과 너무도 흡사하다. 제2의 양용 사건이 또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있나. 양용에 총을 쏜 LAPD 올림픽지서의 안드레스 로페즈 경관은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고 실탄을 장전한 총을 차고 한인타운을 활보하고 있다. 축하연에 모인 한인들에게 이건 아무렇지도 않은 에피소드인가. 심지어 LAPD는 언론을 향해서도 총구를 겨눴다. 지난 6월 LA 한인타운에서 벌어진 불법 체류자 단속 항의 시위를 취재하던 본지 김상진 기자는 LAPD 경관에게 고무탄을 맞고 길바닥에 쓰러졌다. 당시 수많은 언론인이 취재 현장에서 LAPD의 고무탄에 맞았다. LAPD는 현재 언론인들로부터 피소된 상태다. 공권력을 존중하는 건 시민의 상식이자 의무다. 단, 상호존중이라는 대전제하에 성립하는 말이다. 지금까지 한인이 소수계로서 공권력의 존중을 받아 왔나. 이에 ‘그렇다’고 누가 자신 있게 답할 수 있겠나. LAPD는 물론이고, 한인 사회의 대표를 자처하는 단체장들도 이 문제에 대해 깊이 자성해야 한다. 취재기자로서 맥도넬 국장에게 공권력 논란에 대해 직설적으로 질문했다. 그는 “LAPD는 다른 어느 미국 경찰 조직보다 철저히 조사·검증하고 있다”며 “물리력이 사용되는 경우는 2% 미만, 총격이나 병원 치료가 필요한 중대한 사례는 1% 미만”이라고 답했다. 원론적인 변명이지만, 질문에 슬쩍 감사의 뜻을 표했다. 불편한 이슈라 해도 언제든지 논의할 준비는 돼 있다고 내비친 셈이다. 더 본격적으로 달려들어야 할 한인 사회 지도급 인사들은 칭송의 말 잔치만 이어갔다. 한인 사회에게 맥도넬 국장이 LA판 사또라도 되나. 듣기 좋은 말만 해주다간 한인 사회는 계속 사각지대에 놓일지 모른다. 나중에 자업자득이라는 푸념이라도 안 하려면 지금부터라도 상호존중과 건강한 긴장감을 유지해야 한다. 김경준 기자취재 수첩 국장 la판 한인타운 치안 한인 사회 한인상공회의소 회장
2025.08.26. 22:01
LAFC의 손흥민이 전국의 한인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특히 손흥민이 지난 9일 시카고 파이어 FC와의 경기에서 교체 투입되면서 데뷔전을 치르자, 원정 경기가 열리게 될 지역의 한인들은 손흥민의 선발 출전과 첫골 등을 기대하며 티켓 구매에 나서는 등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다. 먼저 LAFC는 오는 16일 메사추세츠주의 연고팀인 뉴잉글랜드 레벌루션과 원정 경기(질레트 스타디움)를 갖는다. 교체 투입으로 예열을 마친 손흥민은 이 경기부터 본격적으로 선발 출전이 예상되고 있다. 보스턴 지역 한인 여성 축구 동호인팀인 보스턴 레드브릭스 회원들은 벌써 이 경기 티켓을 단체로 구매했다. 이 팀의 김진광(37) 주장은 “손흥민 선수가 뛰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기대에 벌써 많은 회원이 티켓을 샀다”며 “다른 한인들도 손 선수 때문에 잇따라 표를 구입하고 있고, 그 때문인지 티켓 가격도 평소보다 올랐다”고 말했다. LAFC의 다음 경기는 23일 텍사스주 댈러스의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FC댈러스와의 경기다. 댈러스 지역은 한인 인구가 10만 명 이상으로 LA 못지 않게 열기가 뜨겁다. 댈러스한인회 브라이언 전 사무국장은 “한인 팬들을 위해 이미 경기 티켓 가격을 할인 받을 수 있는 단체 프로모션도 진행되고 있다”며 “한인 인구가 많아서 내년 시즌부터는 한인회 차원에서 단체 티켓 구매나 단체 응원도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LAFC는 올 시즌 정규리그 11경기만을 남겨놓고 있다. 이 가운데 원정 경기는 뉴잉글랜드 레벌루션, FC댈러스를 포함, 샌호세 어스퀘이크스(9월 13일), 레알 솔트레이크(9월 21일), 세인트루이스 시티 SC(9월 27일), 오스틴 FC(10월 12일), 콜로라도 래피즈(10월 18일) 등과의 일정이 남아있다. 앞서 지난 9일 시카고 파이어 FC와의 원정 경기에서 손흥민이 데뷔전을 치르자, 시카고 지역 한인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시카고한인회 김상환 부회장은 “이곳에서도 계속해서 손흥민 선수의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며 “시카고에는 한인 조기 축구회만 10개가 넘을 정도로 축구 인기가 대단한데, 모든 한인이 손 선수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손 선수에 대한 관심과 응원 열기는 한국 국가대표팀의 평가전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내달 9일 테네시주 내슈빌에서는 한국과 멕시코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평가전이 열린다. 내슈빌 지역 한인들은 이미 400여 명 규모의 전용 응원석을 마련 단체 응원에 나설 예정이다. 손 선수의 LAFC 이적 소식과 함께 이번 평가전에서 그의 경기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소식에 지역 한인 단체들이 공동으로 단체 응원을 추진한 것이다. 권오석 조지아대한체육회장은 “이번 응원전 준비 경험을 발판 삼아 내년 6월에 열리는 북중미 월드컵에서도 체계적인 응원전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경준·정윤재 기자완료 원정 원정 경기 한인 사회 전국 한인
2025.08.11. 20:15
미국의 하루는 한인 앵커에 의해 마무리된다. ABC 나이트라인의 기자이자 공동 메인 앵커로 14년째 뉴스를 전달하는 주주 장(한글명 현주·사진) 앵커는 자신을 ‘스토리텔러’라고 했다. 지난 3일까지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열린 ‘2025 아시아계미국인언론인협회(AAJA) 연례 컨벤션’에서 만난 장 앵커는 뉴스 전달을 ‘성스러운 책임’으로 여긴다고 했다. 38년째 방송 저널리즘의 최전선을 지키고 있는 그는 방송계에서 신뢰의 상징으로 통한다. 장 앵커와 단독 인터뷰를 통해 언론인이 된 이유와 뉴스의 본질이 무엇인지 물었다. 앵커의 길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원래 엔지니어가 될 줄 알았다. 실리콘밸리의 서니베일에서 자라 스탠퍼드대에 입학했는데, 이공계 수업 성적이 엉망이었다. 반면 정치학 수업에서는 A+를 받고 우수상까지 받았다. 진로에 대해 고민하던 중, 당시 유명 앵커였던 중국계 코니 정에게 영감을 받아 언론인의 길을 결심했다. 학보사 활동과 지역 방송국 인턴을 거쳐, 대학 졸업 10일 만에 ABC에 입사했다. 그렇게 38년이 흘렀다.” ‘한인’이라는 정체성이 활동에 미치는 영향은. “초반에는 아시아계나 여성으로 분류되는 게 싫어 일부러 남자 기자들처럼 행동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여성, 워킹맘, 한인이라는 내 정체성이 오히려 보도에 깊이를 더해준다는 걸 깨달았다. 특히 내가 설립에 참여했던 한인커뮤니티재단(KACF)을 통해 한인 사회의 현실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됐다. 예를 들어 뉴저지 북부 지역 한인 시니어들은 보험이 없거나, 언어 장벽, 빈곤 문제로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체감했다. 이런 경험은 언론인으로서 우리 커뮤니티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한다는 사명을 일깨웠다.” 유리천장이나 차별은 없었나. “누군가 대놓고 ‘넌 여기에 어울리지 않아’라고 말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아시아계 여성으로서 늘 스스로를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은 분명히 있었다. 특히 방송계에서 아시아계 임원이 부족한 건 구조적인 문제다. 의사결정권을 가진 자리에 아시아계는 여전히 너무 적다. 그래서 나는 ABC에서 후배 아시아계 기자들을 멘토링 하며, 그들이 ‘이 공간에 속해 있다’는 소속감을 가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것이 내가 유리천장을 깨는 방식이다.” 앵커로서 한인임을 깊이 느꼈던 순간은. “유엔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방탄소년단(BTS)을 인터뷰했을 때, 한국이 ‘소프트 파워’를 통해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습을 생생히 느꼈다. BTS가 유엔에서 메시지를 전하고 춤을 춘 장면은 전 세계 수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유엔 웹사이트가 다운될 정도였다. 그 순간, 한국 문화의 위상을 직접 체감하며 한인으로서 깊은 자부심을 느꼈다.” 주류 언론에 한인 언론인들은 충분한가. “아직도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LA처럼 아시아계 인구 비율이 높은 지역조차, 지역 방송국에 한인 기자는커녕 아시아계조차 없는 경우가 있다. 더 나아가, 우리는 왜 아시안이 운영하는 영어 미디어가 아직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지 고민해야 한다. 아시안이 주도하는 영어 미디어 플랫폼이 절실하다. 미주중앙일보가 그 좋은 예시다.” 주류 언론에 한인이 필요한 이유는. “대표성은 우리가 이 사회의 ‘당연한 구성원’임을 보여주는 데 있어 핵심 요소다. 우리는 ‘영원한 외국인(perpetual foreigner)’이 아니다. 나는 미국인인데도 ‘영어 잘하시네요’라는 말을 듣는다. 이런 인식은 우리가 주류 미디어 속에서 제대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다양한 이야기와 얼굴을 통해 한인의 입체적인 정체성을 보여주는 것이 곧 편견을 깨는 힘이다.” 기억에 남는 보도는. “하나만 꼽긴 어렵다. 50개 주는 물론, 케냐 기린 보호 구역부터 과테말라 난민 문제까지 세계 곳곳을 다녔다. 그래도 한국 관련 보도 중 인상 깊었던 건, 최근 오징어 게임 출연진과 감독 인터뷰, K-뷰티 트렌드 취재가 있다. 또 지난 5월 한국에서 한인 셰프 오스틴 강과 함께 광장시장을 돌고, 유명 댄스 아카데미인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를 방문했다. 이런 한국 문화 콘텐츠 취재는 내 정체성과 맞닿아 있고, 한국의 글로벌 영향력을 보여줄 수 있어 특별하게 느껴진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인터뷰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오프라 윈프리 등 많은 유명 인물을 인터뷰했지만, 내게 진짜 의미 있는 인터뷰는 인생의 결정적 순간에 만난 일반인들과의 대화다. 아카데미상을 받은 기쁨의 순간이든, 총기 사고로 아이를 잃은 비극의 한가운데든, 약물 중독으로 병원에 있는 순간이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존엄을 담아 전달하는 것이 내가 이 일을 하는 진짜 이유다.” 어떤 앵커로 남고 싶나. “나는 모든 사람을, 모든 이야기를 진심으로 존중했던 기자로 기억되고 싶다. 나와 생각이나 배경이 다르더라도, 그들의 인간적인 면을 귀하게 대하려 노력해왔다. 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왜곡 없이 전달하는 걸 ‘성스러운 책임’으로 여긴다. 그런 태도를 끝까지 지키는 앵커로 남고 싶다.” ━ ☞주주 장은 현재 ABC 뉴스 나이트라인 공동 앵커로 지난 2014년부터 11째 진행을 맡고 있다. 그는 굿모닝 아메리카, 20/20, 월드 뉴스 투나잇, 나이트라인 등 주요 프로그램을 이끌며 에미상 등 권위 있는 언론상을 다수 수상해 이제는 미국 방송계에서 신뢰의 상징으로 통한다. 장씨는 지난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나 4살 때 부모님을 따라 미국에 이민 왔다. 스탠퍼드대에서 정치학과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했고, 대학 졸업 10일 만에 ABC에 입사했다. 그는 지난 1995년 공영방송 PBS의 지역 방송국 WNET 대표 닐 샤피로와 결혼해 슬하에 아들 셋을 두고 있다. 시애틀=김경준 기자이야기 존중 한인 앵커 한인 정체성 한인 사회
2025.08.04. 20:18
LA에서 한국 축구의 수퍼스타 손흥민(33·사진)이 필드를 누비는 모습을 곧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관계기사 스포츠면〉 유럽 축구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지오 로마노 기자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손흥민이) 미국 무대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LAFC와 협상 막바지로 손흥민은 구두 합의를 한 상태다. 세부 사항 조율 중”라고 3일 전했다. 이적료는 2000만 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본지는 한인 언론 중 손흥민의 메이저리그 사커(MLS) 진출 가능성을 가장 먼저 보도한 바 있다. 〈7월 2일자 A-1면〉 한인들은 벌써부터 손흥민이 골을 넣은 후 보여주는 ‘찰칵 세리머니’를 LA에서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들썩이고 있다.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으로 최신 소식을 공유하는가 하면, 한인 유튜버 ‘엘에이쏘큐’는 3일 LAFC 경기장 기념품 가게를 방문해 LAFC 유니폼 등번호에 ‘SON 7’을 새겨 응원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현재 언론들은 손흥민이 MLS 연봉 3순위인 미드필더 세르히오 부스케츠(마이애미)보다 많은 연봉(870만 달러)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MLS 연봉 순위에서 리오넬 메시(2040만 달러·마이애미), 로렌초 인시녜(1540만 달러·토론토)에 이어 3위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관련기사 손흥민 LA 오나…한인 축구팬 '들썩' 김형재 기자손흥민 한인 한인 사회 한인 언론 연봉 순위
2025.08.03. 18:49
미주 한인 사회 최대 규모 장학금인 킴보 장학생 2025년 시상식이 미주중앙일보와 킴보장학재단 공동 주최로 1일 LA 한인타운 내 가든스위트 호텔에서 열렸다. 올해로 38회째를 맞은 킴보 장학생 행사에서는 한인 학생 등 213명에게 1인당 2500달러씩, 총 53만2500달러의 장학금이 전달됐다. 킴보장학재단은 1987년 고 김건용 장로가 설립했다. 김상진 기자온라인용 시상식 장학금 시상식 한인 사회 장학생 행사
2025.08.01. 20:58
의술은 인술(仁術)이다. 사람을 아끼는 어질고 자비로운 기술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지금 LA 한인타운 일부 병원에서는 이 상식이 무너지고 있다. 본지는 일부 한인 병원들이 PPO(Preferred Provider Organization) 보험 가입자라는 이유로 환자들을 문전박대를 당하고 있는 현실을 보도했다. 정밀 검사가 필요한 안과 환자에게 PPO를 취급하지 않는다면서 병원에 오지 말라고 하고, 심한 복통을 호소하는 환자 역시 같은 이유로 진료를 거부당했다. 환자의 고통보다 병원의 수익과 편의를 우선하는 개탄스러운 처사다. 병원들이 PPO 환자를 기피하는 이유는 명료하다. 환자 수에 따라 매달 고정 수입이 보장되는 HMO(Health Maintenance Organization) 플랜과 달리, PPO는 진료비를 건별로 청구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보험사와의 조율 과정에서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시니어 메디케어·메디캘 환자를 많이 확보하면 병원 운영이 안정적이니, 굳이 PPO 환자까지 받을 필요가 없다는 계산이다. 환자의 편의와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더 비싼 보험료를 내는 PPO 가입자들은 정작 위급한 순간에 그 혜택을 박탈당하고 있다. 병원들이 PPO 환자를 거부할 수 있는 근거는 제재가 없어서다. 현행법상 민간 의료기관은 모든 보험 플랜을 수용할 의무가 없다. 단, 응급 상황에서 환자를 돌려보내는 것은 EMTALA(응급의료 및 노동법)에 따라 위법 소지가 있지만, 일반 개인 병원에서 ‘응급’의 기준은 모호하며 환자의 긴박한 상황과는 거리가 멀 때가 많다. 하지만 법의 테두리 안에 있다고 해서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법적 문제를 떠나 이는 지역사회의 건강을 책임져야 할 의료인으로서의 윤리를 저버린 행태다. ‘수익이 안 된다’는 이유로 아픈 사람을 가려 받는 병원을 과연 한인들이 신뢰할 수 있겠는가. 병원 다운 병원을 만들기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우선 의회 차원의 입법 추진 노력이 필요하다. 메디캘·메디케어 등 공공 의료보험 수혜 환자를 받는 병원에 한해서라도, PPO 등 주요 민간 보험 가입자에 대한 정당한 사유 없는 신규 진료 거부를 금지하는 법안을 검토해야 한다. 또 남가주 한인의사협회(회장 폴 장) 등 의료 전문가 공동체의 역할도 중요하다. 동료 직업인들의 비윤리적 행태에 대한 자정의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보험금 청구 절차의 간소화 또한 필요하다. 병원들이 PPO를 기피하는 이유로 ‘행정적 번거로움’을 꼽는 만큼, 보험 업계와 의료계가 협력하여 청구 및 지급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의사의 시선은 환자의 보험증이 아닌, 환자의 아픈 곳을 향해야 한다. 수익 논리에 밀려 실종된 인술을 바로 세우고, 아프면 누구나 걱정 없이 병원 문을 두드릴 수 있는 당연한 권리를 되찾기 위한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절실하다.사설 환자 병원 미주 독립운동사적지 한인 사회 정부 사업
2025.07.23. 19:44
오는 9월 6일(토) 오후 1시 30분, 뉴저지 해리슨의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스타디움(옛 레드불 아레나)에서 열리는 한국과 미국의 축구 국가대표 친선 경기를 앞두고 뉴욕·뉴저지 한인 사회가 들썩이고 있다. 한국 대표팀의 간판스타 손흥민을 비롯해 김민재, 이강인 등 주전급 선수들의 출전이 유력한 가운데, 이번 경기는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을 앞둔 실전 평가전이자, 한인 사회가 모국 대표팀을 직접 응원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로 기대를 모은다. 한국 대표팀은 지난 6월 이라크를 꺾고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으며, 이번 미국 원정 경기는 본격적인 본선 대비의 시작점이다. 특히 이번 경기에서 한국의 주장 손흥민이 출전하면, 미국 대표팀을 새롭게 지휘하는 토트넘 홋스퍼 출신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과 맞붙게 돼 ‘사제 맞대결’이라는 점에서도 축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와 맞물려 뉴욕·뉴저지 한인 사회는 지난 6월, 비영리단체 ‘2026 월드컵 뉴욕뉴저지 한인위원회(K-NYNJ Host Committee Inc., 이하 위원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응원 준비에 나섰다. 위원회는 오는 6월 29일(일) 오후 2시 뉴저지 레오니아 파빌리온에서 공식 출범식을 갖고, 한인 사회 결속을 다지는 응원 활동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위원회는 티켓 공동 구매, 홍보 캠페인, K-푸드 및 K-상품 프로모션 등 다양한 준비를 추진 중이며, 9월 6일 경기를 한인 사회의 단합을 보여주는 ‘응원의 전초전’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위원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원유봉 팰리세이즈파크 시의원은 “월드컵이라는 세계적인 축제를 통해 한인 사회의 결속을 다질 좋은 기회”라며 “모든 한인 단체가 함께하는 응원전을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티켓 예매와 관련해 전재현 사무처장은 “위원회에서 확보한 공동 티켓이 있다”며 “협약을 맺은 여행사를 통해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으니 매진 전에 서둘러 달라”고 당부했다. 행사 홍보차 함께 본사를 방문한 전창덕 위원장은 “손흥민 선수를 비롯한 태극전사들의 출전이 유력한 만큼, 한인 사회가 하나 되어 다시 한 번 붉은 악마의 함성을 보여주자”고 강조했다. 문의 전화 201-461-0606, 이메일 [email protected] 글·사진=서만교 기자뉴저지 태극 뉴저지 한인 한인 사회 월드컵 뉴욕뉴저지
2025.06.24. 17:45
“화마로 폐허가 된 알타데나가 다시 일어서는 데 기여 해야죠.” 한인 가족이 운영하는 알타데나 지역의 명물 햄버거 식당 ‘페어옥스 버거’가 다시 문을 열었다. 지난 1월 이튼 산불 여파로 문을 닫은 지 6개월 만이다. ‘페어옥스 버거’는 지난 14일 주민들과 함께 시끌벅적한 재오픈 행사를 가졌다. 38년간 식당을 운영해온 이기선(81), 유정자(75)씨 부부는 모처럼 밝은 미소를 머금고 분주히 움직였다. 부부는 이날 주민들을 위해 햄버거, 샌드위치, 데리야키 차우멘 등 1000인분의 음식을 준비했다고 귀띔했다. ‘페어옥스 버거’는 지난 1월 대규모 화재 당시 운 좋게 화를 면했다. 주변은 다 잿더미가 됐지만 피해를 입지 않았다. 하지만 전기와 수도 공급이 끊기고 내부에는 재가 쌓여 영업이 불가능했다. 본지 2월11자 A-1면 이씨는 “6개월 동안 너무 힘들었는데 다시 문을 열 수 있게 돼 너무 기쁘고 감개무량하다”며 “응원해준 주민과 한인 사회에 너무 감사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부인 유씨도 “재개장 행사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올 줄 몰랐다”며 “여러분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다시 문을 열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페어옥스 버거’의 운영은 부부의 첫째 딸 재닛과 작은딸 크리스틴이 도맡고 있다. 이날 재오픈 행사를 기획한 것도 이들 자매다. 재닛씨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것 같다”며 “모두 긍정적인 자세로 동네 재건에 나섰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크리스틴씨는 “완전히 준비된 상태에서 재오픈하는 것이 아니라 솔직히 걱정은 되지만 커뮤니티에 희망을 준다는 생각에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7년 단골이라는 올리버 스미스씨는 “페어옥스 버거가 살아남아 누구보다 기분이 좋다”며 “우리 동네 재건에 상징적인 신호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오랫동안 LA에인절스 경기 중계를 하다 지금은 LA다저스 경기 중계를 하는 야구 전문 방송인 호세 모타도 이날 페어옥스 버거를 찾았다. 이씨 가족과 친분이 있다는 모타는 “이씨 가족을 놀라게 하고 싶어 행사에 깜짝 참석했다 방문했다”며 “주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장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페어옥스 버거’는 산불 이후 지역 재건을 위해 여러 단체와 협력해왔다. 식량 지원 단체 ‘푸드 포 헬스(Food for Health)’와 함께 한 파머스 마켓도 그중 하나다. 지난 3월 7일부터 매주 토요일 식당 주차장에서 파머스 마켓을 열었다. 지금까지 450여 가구에 식량을 지원했고 재오픈 행사 당일에도 파머스 마켓을 함께 열어 축제 현장을 방불케 했다. ‘푸드 포 헬스’의 카를로스 마로퀸 프로그램 디렉터는 “파머스 마켓을 열 장소를 물색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많은 곳에서 거절당했지만, 페어옥스 버거는 커뮤니티를 위해 흔쾌히 공간을 제공해줬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알타데나는 페어옥스 버거와 함께 회복 중”이라고 강조했다.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했던 곳이 이제는 재기의 상징이 되고 있다. 지역 정치인들도 페어옥스 버거에 감사를 전했다. 르네 페레즈 가주 상원의원(25지구)과 존 하라베디안(41지구) 가주 하원의원(41지구)은 이날 감사패를 보내왔다. 모두가 힘든 상황에서 남을 돕기가 쉽지 않은데, 페어옥스 버거가 그 일을 해줘서 고맙다는 이유였다. 이씨는 “두 딸이 식당을 운영하며 지역 사회에 더 많은 봉사를 할 것”이라며 “섬기는 자세로 받은 만큼 동네와 한인 사회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유씨는 “딸들이 지금도 잘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보답하는 마음으로 살았으면 한다”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글·사진=김경준 기자한인 업소 햄버거 샌드위치 한인 사회 한인 가족
2025.06.16. 20:53
지난 11일 밤 불법체류자 단속 반대 시위대가 LA한인타운까지 진입하도록 방치한 것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커지자〈본지 6월 13일자 A-1면〉 캐런 배스 LA시장이 한인타운의 안전을 약속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관련기사 한인타운까지 시위대 방치, 한인들 분노 시위대 타운 진입 상황…경찰차 뒤쫓기만…"의도적 아니냐" 의혹 배스 시장은 지난 13일 성명에서 “한인 사회와 함께 하고, 한인 사회를 지킬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하고 “LA경찰국(LAPD)은 도시 전역의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며 최선을 다해 대응하고 있으며, 특히 지난 11일 시위대가 몰린 한인타운의 경계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배스 시장은 4·29 폭동, 조지 플로이드 사망 항의 시위 당시 한인들이 겪었던 트라우마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LA시는 한인 사회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며, 제기되는 우려들을 인식하고 있다”며 “한인타운 내 비즈니스와 주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지속해서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시장실은 성명과 함께 이민자 권리 정보, 고용주와 가족별 숙지사항, 통행금지령 가이드 등을 한글로 소개한 국립이민법센터(www.nilc.org/resources/know-your-rights-what-to-do-if-arrested-detained-immigration/), LA시 지역사회 투자 및 가족부서(CIFD)(communityinvestment.lacity.gov/articles/know-your-rights-immigrants-rights-and-resources) 웹사이트들도 소개했다. 김경준 기자배스 시장 한인 사회 배스 시장 캐런 배스
2025.06.15. 20:13
최근 현대 자동차 미주법인이 LA도서관 재단(LFLA)에 1만 달러를 기부했다. 5월 아시아·태평양계 문화유산의 달(AAPI Heritage Month)을 맞아 아시안 커뮤니티의 문화 및 언어 관련 프로그램 지원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현대는 지난 1월에도 LA산불 지원금으로 20만 달러를 쾌척하기도 했다. 현대의 선행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움도 남는다. 미국에서 막대한 이익을 거두고 있는 한국 대기업들이 그 성장 발판을 마련해준 한인 사회를 외면하고 있다는 씁쓸한 현실 때문이다. 한국 대기업들의 미국 시장 공략은 눈부시다. 매년 놀라운 성장세로 주류 경제에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대기업의 북미 시장 매출은 전년 대비 20% 급증했으며, 매출을 공시한 319개 종속기업의 매출 총액은 무려 1590억 달러(약 226조 원)를 넘어선다. 가히 천문학적인 규모다. 문제는 이처럼 미국 시장에서 막대한 부를 축적하는 한국 대기업들이 과연 그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느냐는 근본적인 질문이다. 특히 자신들의 성장 발판이자 든든한 지원군이었던 한인 사회에 대한 실질적이고 의미 있는 기여나 대규모 환원 사례는 여전히 찾아보기 어렵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LA한인회에 따르면 매년 한인회 기금모금 행사에 꾸준히 기부하는 한국 기업은 대한항공, 아시아나, 농심, 코웨이 정도라고 한다. 1센트도 내지 않은 대기업도 있으니 이들은 그나마 칭찬받아야 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기부 내용은 민망할 정도다. 항공 티켓 몇 장, 라면 몇 박스에 기부금도 2000~3000달러 수준이라고 한다. 특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기부는 인색함의 단적인 예다. LA공항국에 따르면 LA국제공항(LAX)에서만 지난해 100만 명 이상이 두 항공사를 이용했다. 각 항공사 탑승객 수는 LAX 취항 40여 개 장거리 항공사중 9·10위다. ‘톱 10 글로벌 항공사’가 소규모 여행사나 할 법한 비행기표 기부로 체면치레나 해서야 되겠는가. 농심도 기부의 격이 떨어지긴 마찬가지다. 2024년 4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906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 늘었다고 한다. 이런 큰 기업이 라면 기부가 웬 말인가. 한국의 대기업들이 일회성 행사 후원이나 소규모 기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기업의 사회 공헌 문화가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최고 경영진의 의지와 솔선수범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최근 자신의 재산 대부분인 1070억 달러를 사회에 환원하고 2045년까지 게이츠 재단을 통해 2000억 달러 이상을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해결해야 할 시급한 문제가 너무 많다. 원래 계획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빨리 사회에 환원하기로 했다”면서 “부유하게 죽지 않겠다”고 사회적 책임의 모범을 보였다. 이에 비하면, 미국에서 수십 년간 성공을 구가하며 막대한 부를 축적한 한국 대기업 수장들과 그 미주법인들의 사회 환원 규모와 적극성은 초라하기만 하다. 한인들에게 대기업은 조국이고 고향이다. 1972년 4월19일 대한항공의 LA 노선 첫 취항일에 LA공항에는 한인 수천 명이 몰려 태극기를 흔들며 항공기와 승무원들을 환영했다고 한다. 1986년 울산 공장에서 생산된 현대의 첫 미국 수출차량 ‘엑셀’은 주류 사회에서는 ‘일회용 차’라는 오명을 얻었지만 한인들은 기꺼이 차를 구입했다. 우리 기업을 사랑하는 것이 곧 애국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짝사랑’에 가까운 지지와 성원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기업의 성공은 단순히 재무적 성과나 주주 이익 극대화에만 있지 않다. 기업이 뿌리내리고 활동하는 지역사회, 특히 과거부터 현재까지 변함없는 지지와 성원을 보내준 한인 사회에 대한 진정성 있고 ‘통 큰’ 환원은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필수 조건이자 마땅히 다해야 할 윤리적 책무다. 이제라도 대기업들은 한인 교육, 문화, 복지, 소외 계층 지원 등 실질적인 필요가 있는 분야에 대한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지원에 노력해야 한다. 당장 통 큰 환원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비행기표나 라면 협찬 수준에서는 벗어나야 하지 않나.사설 비행기표 라면기부 한국 대기업들 한인 사회 한인회 기금모금
2025.05.14. 20:10
최근 정계 은퇴를 발표한 딕 더빈 연방 상원 의원은 한인 사회와도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다. 한인 후원회가 조직돼 선거 때마다 지지를 표명하는 한인들이 많았으며 한인들로부터 다양한 요청 사항을 듣는 것에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포괄적 이민 개혁 법안 중 하나인 드림액트였다. 민주당이 오랫동안 줄기차게 추진했지만 결국 무산된 바 있는 포괄적 이민 개혁 법안은 더빈 의원이 연방 상원으로 재임하는 동안 끈임없이 관심을 보였던 사안이다. 그리고 이 법안을 발의하는 데에는 한인 학생 테레사 리의 사례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부모와 함께 미국 이민을 왔지만 체류 신분이 없어 대학 진학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테레사의 사례를 접하고 의회에 포괄적 이민 개혁 법안인 드림액트를 발의한 것이다. 테레사는 추후 더빈 의원이 여러 차례 거론하며 이민법 개혁 필요성을 역설하곤 했고 자신도 직접 드림액트의 중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결국 이 학생은 무사히 대학을 졸업한 뒤 정착했지만 부모와 함께 이민 온 다른 많은 이민 학생들은 체류 신분의 불안감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오바마 대통령 재임 당시 미성년자로 미국에 입국한 서류미비자에 대한 구제책이 마련되긴 했으나 이보다 더 근본적인 이민법 개혁에는 실패함에 따라 이들이 시민권을 취득해 보다 안정된 생활을 영위하는 것은 쉽지 않게 됐다. 만약 더빈 의원이 테레사의 사례에서 추진했었던 포괄적 이민 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되고 대통령의 서명으로 발효됐다면 현재 전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대규모 서류미비자 추방 사태 등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아쉽다. 더빈 의원은 큰형이 한국전 참전 용사라는 사실도 공식 석상에서 언급하기도 했다. 예전 시카고의 한인사회복지회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더빈 의원은 “한국이라는 나라는 나에게 매우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어렸을 때 한국전에 참전한 큰형이 가족들에게 편지를 보내오면 듣곤 했던 한국이라는 단어는 어렸던 나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가져다 주곤 했기 때문이다.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큰형은 어떤 임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어떤 곳인지를 머리 속에 떠올리곤 했다. 그 이후 한국은 나에게 매우 특별한 나라가 됐다”고 언급한 것을 직접 들을 수 있었다. 더빈 의원의 정계 은퇴 선언이 나오고 약 2주 후에는 잰 샤코우스키 의원도 내년 선거 불출마 선언을 했다. 샤코우스키 의원은 9지구 연방 하원 의원으로 1999년 이후 무려 14선을 지냈다. 내년에 도전하는 15선을 포기하고 출마하지 않기로 공식 선언한 것이다. 9지구는 현재 선거구로는 시카고 북부 지역과 시카고 북서브 서버브 지역을 포함하고 있어 대표적인 한인 밀집지구다. 이런 이유로 샤코우스키 의원은 한인 사회 주요 이슈가 있을 때면 한인들과 만나 의견을 나눴다. 샤코우스키 의원을 개인적으로 처음 만난 것은 오희영 전 한인회 이사장의 노스브룩 자택에서 열린 후원의 밤 행사를 통해서였다. 당시 총영사를 비롯해 한인 사회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샤코우스키 의원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었다. 샤코우스키 의원은 여권 신장과 소비자 권익 보호, 총기 규제, 환경 문제 등에 관심이 많았고 일리노이주를 대표하는 대표적인 여성 정치인으로 그간 위상을 확고히 했다. 처음 연방 하원으로 당선될 때에는 일리노이주 여성 의원이 손꼽을 만큼 적었지만 지금은 태미 덕워스 연방 상원을 비롯해 로렌 언더우드, 매리 밀러, 로빈 켈리 의원 등 일곱 명의 여성 연방 의원이 재임 중이다. 샤론 정 일리노이 주하원을 비롯해 테레사 마, 제니퍼 공 거쇼위츠 등 아시안계 일리노이주 하원 의원들의 롤 모델이 샤코우스키 의원인 것은 이러한 배경이 있기 때문이다. 두 명의 유력 일리노이 정치인들이 은퇴를 결심함에 따라 지역 정계도 큰 폭의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이미 후임 자리를 놓고 예비 후보들의 출마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더빈 의원의 후임으로는 줄리아나 스트랜톤 부주지사를 비롯해 라자 크리스나무티, 로빈 켈리 연방 하원 등이 출마 선언을 한 바 있다. 샤코우스키 의원 후임으로는 다니엘 비스 에반스톤 시장과 로라 파인 주 상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두 의원 모두 80세가 넘은 고령인 점을 감안하면 정계 은퇴가 그리 빠른 것은 아니지만 오랜 시간 일리노이 정계를 이끌어 오던 리더십이 어떤 변화를 맞을까 기대감도 크다. 아울러 두 의원 모두 한인 사회와 가까워 후임자 역시 한인사회를 잘 알고 충분하게 소통할 수 있는 인물이 당선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예비 후보들 중에서는 비스 시장이 주하원 재임 당시 의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큰 역할을 한 바 있어 그를 지지하는 한인들도 많았다. 파인 의원 역시 북서버브를 지역구로 하는 주하원으로 오랫동안 재임하면서 한인 세탁인들을 위한 법안을 여러번 처리하고 한인 단체 지원을 하는 등 한인 사회 이슈에 관심이 높았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시사분석 nathan 한인 사회 이민법 개혁 한인회 이사장
2025.05.07. 1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