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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변변한 행사 없었던 ‘4·29’ 이래도 되나

Los Angeles

2026.04.29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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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63명, 부상 최소 2300명, 재산피해 10억 달러. 1992년 4월29일 발생한 4·29 LA폭동을 설명하는 내용이다. 숫자들에서 알 수 있듯 4·29는 미국 사회에 충격을 준 사건이었다. 동시에 미국 사회에 내재한 중층적 갈등 구조의 단면을 드러낸 사건이기도 했다.  
 
하지만 폭동의 최대 피해자는 한인 사회였다. 직접 피해를 본 한인 업소만 2300~2500개에 달했다. 폭도들에 약탈당하고 방화로 전소했다. 업주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공권력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그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순식간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한인들에겐 원망과 절망만 남았었다.  
 
그리고 34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다. 재기에 성공한 이도, 그대로 주저앉은 이도 있다. 그동안 한인 사회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정치, 경제적 성장을 거듭하며 대표적인 소수계 커뮤니티의 위상을 확보했다. 이제 폭동의 상처나 후유증을 얘기하는 한인은 드물다. 시간의 흐름이 갖는 위력이다.  
 
하지만 4·29는 한인 사회가 잊지 말아야 할 사건이다. 과거의 피해를 곱씹자는 의미가 아니다. 4·29의 배경과 의미를 다음 세대에 제대로 전달하자는 것이다.  
 
그중 하나가 ‘커뮤니티 의식’이다. 1세들은 4·29를 계기로 나만 잘살면 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무시당하거나 차별받지 않으려면 커뮤니티라는 울타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그리고 우군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았다. 지금도 정치력 신장을 부르짖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커뮤니티 의식은 점차 엷어지는 모습이다. 세대교체라는 거스를 수 없는 상황 탓도 있겠지만, 1세들이 할 일을 하지 않는 탓은 아닌지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커뮤니티 의식은 자연스레 전달되는 것이 아니다. 목적성을 갖고 실행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올해 4·29에는 한인 사회 전체를 아우르는 행사 하나 없었다는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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