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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변변한 행사 없었던 ‘4·29’ 이래도 되나

사망 63명, 부상 최소 2300명, 재산피해 10억 달러. 1992년 4월29일 발생한 4·29 LA폭동을 설명하는 내용이다. 숫자들에서 알 수 있듯 4·29는 미국 사회에 충격을 준 사건이었다. 동시에 미국 사회에 내재한 중층적 갈등 구조의 단면을 드러낸 사건이기도 했다.     하지만 폭동의 최대 피해자는 한인 사회였다. 직접 피해를 본 한인 업소만 2300~2500개에 달했다. 폭도들에 약탈당하고 방화로 전소했다. 업주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공권력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그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순식간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한인들에겐 원망과 절망만 남았었다.     그리고 34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다. 재기에 성공한 이도, 그대로 주저앉은 이도 있다. 그동안 한인 사회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정치, 경제적 성장을 거듭하며 대표적인 소수계 커뮤니티의 위상을 확보했다. 이제 폭동의 상처나 후유증을 얘기하는 한인은 드물다. 시간의 흐름이 갖는 위력이다.     하지만 4·29는 한인 사회가 잊지 말아야 할 사건이다. 과거의 피해를 곱씹자는 의미가 아니다. 4·29의 배경과 의미를 다음 세대에 제대로 전달하자는 것이다.     그중 하나가 ‘커뮤니티 의식’이다. 1세들은 4·29를 계기로 나만 잘살면 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무시당하거나 차별받지 않으려면 커뮤니티라는 울타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그리고 우군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았다. 지금도 정치력 신장을 부르짖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커뮤니티 의식은 점차 엷어지는 모습이다. 세대교체라는 거스를 수 없는 상황 탓도 있겠지만, 1세들이 할 일을 하지 않는 탓은 아닌지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커뮤니티 의식은 자연스레 전달되는 것이 아니다. 목적성을 갖고 실행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올해 4·29에는 한인 사회 전체를 아우르는 행사 하나 없었다는 현실이 안타깝다. 사설 행사 한인 사회 커뮤니티 의식 소수계 커뮤니티

2026.04.29. 20:11

[뉴스 포커스] 한 올드타이머의 걱정

“20~30년 후에도 한인 커뮤니티가 존재할까요?” 오랜만에 만난 올드타이머 한 분이 자문하듯 질문을 던졌다. “글쎄요. 남아있지 않을까요.” 별 생각 없이 답은 했지만 계속 여운이 남았다. 한인 은행 이사를 하는 등 오랜 세월 한인 커뮤니티와 함께 한 분의 말이라 그냥 흘려 들을 수만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인 생각은 어떤지 되물었다. “안타깝지만 쉽지 않을 거라고 봐요.” 지금 상태가 지속한다면 이름은 남겠지만 존재감은 훨씬 약해질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한인 사회는 주요 소수계 커뮤니티의 하나로 간주된다. 인구는 물론 정치력, 경제적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 결과다. 그 덕에  한인 사회는 소수계 정책의 우선 고려 대상 그룹에 포함되어 이런저런 혜택을 받는다. 소수계 가운데는 정치적 발언권도 꽤 있는 편이다. 그런데 커뮤니티의 존재감이 약해진다는 것은 이런 위상도 함께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혜택도 발언권도 줄어드는 것이다.       그의 걱정에는 근거가 있다. 커뮤니티의 구심력이 점차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지금의 한인 사회는 동력이 많이 떨어진 모습이다. 과거에는 다소 거칠고 구성원간 갈등을 빚더라도 무엇인가 만들어보려는 노력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런 일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현상의 원인 중 하나가 세대교체기로의 진입이 아닐까 싶다. 각 분야에서 1세들의 은퇴가 늘면서 점차 1.5세, 2세들이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이들에게서는 부모 세대가 가졌던 강한 커뮤니티 의식이 보이지 않는 것 같다. ‘한인’이라는 유대감이 1세들보다 약하기 때문이다. 한인 단체들의 활동력이 과거에 비해 많이 약해진 것이 이런 현실을 반영한다. 그렇다고 차세대 모임이 활발한 것도 아니다.     신규 유입 인구 감소도 악조건의 하나다. 한국에서 새로 이민 오는 사람이 줄고 있다. 한인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한 1980~90년대의 한인 영주권 취득자는 연간 3만 명이 넘었다. 그러던 것이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평균 2만 명 선으로 줄었고, 요즘은 1만5000명 수준으로 더 감소했다. 이민의 형태도 가족 초청보다 취업이민이 더 많다. 취업이민자는 지역적, 직업적 분산 현상이 특징이다. 이들에게 커뮤니티 의식을 주문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다.       한인 커뮤니티의 미래를 얘기할 때 흔히 비교되는 것이 일본 커뮤니티다. 우리와 이민 역사가 비슷하고 무엇보다 ‘모국으로부터 유입 인구 감소’라는 공통점 때문이다. 반면, 중국이나 베트남, 필리핀, 인도 등 다른 아시아계 커뮤니티는 유입 인구 등에서 우리와 상황이 다르다. 이로 인해 한 세대 정도 더 지나면 한인 사회도 지금의 일본 커뮤니티처럼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이름은 남아 있지만 존재감은 크지 않은 커뮤니티로 말이다.     한인 이민 역사가 120년이 넘었다. 하지만 본격적인 커뮤니티 형성은 인구가 늘기 시작한 70년대 말 무렵 부터가 아닐까 싶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한인 커뮤니티의 역사는 이제 두 세대가량이 지난 셈이다.     이제 한인 커뮤니티도 갈림길에 서 있는 듯하다. 새로운 모습으로 진화할 것이냐, 아니면 시간의 흐름 속에 퇴화할 것이냐다. 하지만 기자가 만났던 올드타이머처럼 대부분이 퇴화보다는 진화를 원한다. 숫자는 적어도, 신규 유입 인구가 없어도 한인 사회가 영향력 있는 커뮤니티로 남길 바라는 것이다. 그것이 다음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는 유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거저 얻어지는 결과물이 아니다.  지금부터 밑그림을 그리고 준비 작업을 시작해야 하는 일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직 이에 대한 진지한 고민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과연 이 일에 누가 앞장설 것인가? 걱정하는 사람은 많지만, 선뜻 나서는 주체가 없다는 것이 우리의 고민이다.   김동필 / 논설실장뉴스 포커스 올드타이머 걱정 한인 커뮤니티 커뮤니티 의식 아시아계 커뮤니티

2024.06.20.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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