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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넷플릭스 ‘비프’와 한인사회 풍자

Los Angeles

2026.04.21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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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원 변호사

이종원 변호사

한인 사회를 소재로 한 넷플릭스 드라마 ‘비프(Beef, 한국명 성난 사람들)’의 시즌 2가 최근 공개됐다. 시즌 1은 LA 한인 사회를 소재로 한국계와 중국계 주인공들이 미국 사회와 한인 사회를 무대로 엎치락뒤치락하는 블랙 코미디 였다. 시즌 1은 2023년 발표돼 큰 인기를 끌었고 에미상에서 8관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시즌1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벌이가 시원찮은 한인 1.5세 컨트랙터 대니(스티븐 연)와 돈은 많지만 가정은 파탄 난 에이미(앨리 왕)가 사소한 주차 시비를 계기로 싸운다. 처음엔 자동차에 낙서하거나 상대방 집에 오물을 뿌리는 유치한 장난을 하다가, 나중에는 서로를 파멸시키는 소동까지 일으킨다. 열 받은 대니가 “한국인은 지구 위에서 가장 스트레스 많이 받는 민족이야. 그게 한국인들이 성공하는 이유지”라고 자조하거나, “미국식으로 위로해봤자 아시안에게 통하지 않아”라고 한탄하는 모습은 쓴웃음을 자아낸다.
 
또한 죄책감에 쌓인 대니가 LA 한인 교회에 가서 “교회는 나처럼 갈곳이 없는 사람이 가는 장소야”라고 말하거나, “난 하느님을 찬양해. 하느님이야말로 날 야단치지 않는 유일한 존재거든”라고 말하는 장면은, 한인 교회를 겪어본 사람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비프’는 풍자를 통해 한인 사회와 미국 사회의 모순을 드러낸다. 작가 에밀 아목 기예르모는 “풍자는 사회의 모순과 진실을 드러내는 수단”이라 표현한다. 주류 미디어가 재현하지 못하는 경험들을 무대에 올리거나 드라마로 만든다는 뜻이다.
 
코미디언 삼슨 코에틀커는 코미디의 본질을 ‘공감’이라 정의한다. 웃음은 동의의 표현이다. “코미디언이 무대에서 던지는 농담은 관객 개개인이 속으로 생각했지만 말하지 못했던 것들이다. 웃음이 터지는 순간, 사람들은 자신이 혼자가 아님을 깨닫는다”라고 그는 지적한다. 분열된 사회에서 웃음은 공통의 경험을 확인하는 의식이며, 정치적 입장이 다른 백인 시청자들도 ‘비프’와 같은 한국식 농담을 보고 웃으며 한인과 공감할 수 있다는 뜻이다.
 
대니처럼 하루하루 살기 힘든 한인 이민자들에게는 풍자와 웃음이 더욱 필요하다. 코미디언들은 자신들의 일을 “슬픔의 해독제”라 부른다.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웃음은 일종의 감정적 배출구다. 분노를 소화 가능한 형태로 변환시킨다. 불안이 일상화된 사회에서 웃음은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생존 전략에 가깝다.  
 
특히 요즘처럼 정치 상황이 암울할수록 풍자, 특히 정치 풍자는 빛을 발한다. “뉴스가 절망을 안겨줄 때 유머는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제공한다.” 기예르모의 말이다. 웃음은 도피가 아니라 재정비의 시간이다.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마주할 힘을 얻는 과정이다. 유명 정치인들과 정책, 사회적 모순을 유머와 과장을 통해 비틀어 표현하는 풍자는 권력을 견제하는 동시에 대중의 답답함을 해소하는 기능을 한다.
 
혼란의 시대에 코미디언의 존재는 그래서 중요하다. 그들은 풍자를 통해 우리가 보고 싶지 않은 것을 보여주고,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을 말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웃음을 선물한다. 그 웃음은 카타르시스이자 저항이며, 치유이자 연대다. 블랙 코미디 ‘비프’의 시즌 2를 기대하며, 이 드라마가 미국 사회의 모순과 한인 사회의 갈등을 웃음으로 드러내길 기대한다. 

이종원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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