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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아메리칸 드림, 끝 아닌 진화 중"

Los Angeles

2026.01.29 21:43 2026.01.29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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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드림은 누구나 가슴에 품을 수 있던 꿈이었다. 그러나 요즘 들어 이 꿈이 사라지고 있다며 한숨 섞인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비자의 문턱은 높아졌고 단속도 거세진 탓이다. 현실만 놓고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취재 현장에서 바라본 풍경은 달랐다. 아메리칸 드림이 사라졌다기보다는, 꿈의 형태가 바뀌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과거 이민은 생존을 전제로 한 결정이었다. 지금은 삶의 질 향상과 미래의 안정성을 위해 여러 가지 옵션 중에서 고르는 선택에 가깝다. 이민자들의 모습도 달라졌다. 이민 가방 하나만 들고 무작정 비행기에 몸을 싣기보다는, 한국에서의 탄탄한 경제적 기반을 토대로 더 큰 시장과 확장 가능성 등을 꼼꼼하게 살핀다.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막연한 기대 대신 조건과 리스크부터 계산한다. 비자 종류와 체류 가능성, 실패 확률까지 따진다. 이전 세대가 현장에서 막연히 부딪혔다면, 지금은 출발 전부터 각종 데이터를 확인한다. 그만큼 1세대 이민자들의 경험과 정보가 축적돼 있는 상황이다.
 
이제 한인 사회도 ‘인구 200만 시대’에 접어들었다. 연방 센서스국이 지난 27일 공개한 아메리칸커뮤니티서베이(ACS) 결과에 따르면 한인 인구는 206만2223명으로, 직전 조사 때보다 3.2%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국 전체 인구 증가율(0.5%)의 6배에 달한다.
 
전국적으로 이민자가 감소하는 흐름 속에서도 한인 인구의 증가세는 뚜렷하다. 과거와 같은 1세대식 이민 행렬은 줄었을지 몰라도, 경제적으로 일정 수준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이민자들은 계속 유입되고 있다. 여기에 1세대가 갈고닦은 삶의 터전 위에서 자리를 잡은 2~3세 한인들이 깊이 뿌리내리면서 한인 이민 사회는 양적·질적으로 성장과 확장을 이어가고 있다.
 
아메리칸 드림이 이민 정책 강화로 흐릿해진 듯 보이지만, 많은 이들은 여전히 꿈을 좇아 미국행을 고려하거나 선택하고 있다.
 
미국 시장은 여전히 산업 규모가 크고, 지역적으로도 선택의 폭이 넓다. 교육 측면에서도 서열화된 대학보다는 전공에 따라 학교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주류 사회 곳곳에 한인들이 자리 잡고 있고, K팝 등 한국 문화의 세계화로 과거에 비해 주류 사회와 한인 사회 간의 이질감도 크게 줄었다.
 
아메리칸 드림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그 의미를 다시 정의할 필요가 있을 뿐이다. 규모가 커지는 한인 사회가 이를 방증하고 있다.

강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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