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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주류언론이 할 수 없는 일을 한다는 것

Los Angeles

2026.07.07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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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열 사회부장

장열 사회부장

본지가 영문 기획 시리즈로 보도한 한인 추방자 관련 기사가 아시아계미국인언론인협회(AAJA)가 주최한 ‘올해의 저널리즘 시상식’에서 가작(Honorable Mention)에 선정됐다. 이번 수상의 의미는 단순히 상 하나를 받았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수상 명단에는 워싱턴포스트, 가디언, CNN, 블룸버그 등 언론계를 대표하는 주류 매체들이 이름을 올렸다. 그들과 나란히 호명됐다는 사실은 한인 언론계에 작지 않은 이정표다.  
 
무엇보다 이번 수상은 한인의 삶을 공적 담론의 장으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본지가 수상한 분야는 보도 기사(Written Reporting) 부문이다. 언론의 기본이자 가장 치열한 영역이다. 현장 취재와 사실 확인, 문제의식과 서사, 공익성과 완성도가 함께 요구되는 분야다. 그 무대에서 한인들의 이야기가 주류 언론 기사들과 함께 평가받았다는 것은, 결국 한인 사회의 목소리도 더는 작은 울림에 머물지 않는다는 뜻이다.  
 
한인 사회는 오랜 이민 역사를 갖고 있지만, 인구 규모만 놓고 보면 여전히 작다. 소수의 목소리는 쉽게 묻힌다. 언어와 문화가 다르고, 관심사의 우선순위도 다르기 때문이다. 주류 언론은 전국 단위의 이슈와 거대 담론은 다룰 수 있지만, 한인 사회 내부에서 오래 누적된 문제, 이민자의 삶 속에 숨어 있는 상처, 언어 장벽 때문에 드러나지 않는 현실 등은 쉽게 기록하지 못한다.
 
수년 전부터 언론계에서는 ‘뉴스의 사막화’라는 말이 화두가 됐다. 지역 언론사가 사라지거나 뉴스 매체가 줄면서, 한 지역 또는 커뮤니티가 필요한 정보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현상을 뜻한다. 뉴스가 사라진 곳에는 정보의 빈곤이 찾아온다. 특히 미국처럼 국토가 넓고 다민족·다문화 사회로 구성된 나라에서는 목소리를 낼 통로도 좁아진다. 결국 소수계는 공적 관심 밖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모든 이민자 사회가 자신들의 언어와 관점으로 삶을 기록하는 언론을 가진 것은 아니다. LA카운티만 해도 224개 언어와 140개 민족으로 구성돼 있지만, 자체 언론을 보유한 민족은 일부다.
 
한인 언론은 한인들의 삶을 기록하고, 권익을 대변하며, 주류 사회가 소수계의 문제를 외면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역할을 한다.
 
한인 추방자 기획도 그러한 의식에서 출발했다. 추방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다. 추방자라는 낙인이 찍힌 채 자신이 나고 자란 미국을 떠나 법적으로는 모국인 한국으로 돌아간 이들은, 그곳에서 다시 이방인으로 살아가야 한다. 한국은 혈통의 땅일 수는 있어도, 언어와 문화, 생활 기반의 측면에서는 낯선 사회다.
 
제도의 결과 뒤에는 남겨진 가족, 무너진 관계, 사라진 기반, 수치심과 고립이 있다. 한인 추방자 기사는 그러한 사각지대를 기록하려는 시도였다. 불법 체류를 정당화하려는 것도, 특정 정치적 입장을 옹호하려는 것도 아니었다. 추방 이후 어떤 상황과 현실에 직면하는지, 왜 그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았는지를 묻기 위한 보도였다.
 
추방자들의 사연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묻힐 수밖에 없는 목소리를 듣고 기록하는 일, 보이지 않는 존재를 공론의 장으로 옮기는 일은 누군가 해야 한다. 한인 언론은 주류 사회가 보지 못하거나 보려 하지 않는 곳을 본다. 통계 뒤에 가려진 사람을 만나고, 정책 뒤에 숨은 삶을 기록한다. 커뮤니티 내부의 언어로 이야기를 듣고, 다시 주류 사회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그 현실을 전달한다.
 
200만 명이 넘는 한인이 이곳에 살고 있다. 한인들의 삶은 더 이상 주변부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번 AAJA 수상은 그래서 더 의미가 있다. 이는 미주중앙일보만의 성취가 아니다. 한인 커뮤니티의 이야기가 미국 언론계의 공적 평가 무대에서 의미 있는 보도로 인정받은 일이다. 한인 사회가 더 이상 변방의 소수가 아닌, 미국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이자 목소리를 가진 공동체임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소수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일은 결코 헛되지 않다. 그것은 커뮤니티의 존재를 증명하는 일이다.

장열 /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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