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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트램프’의 귀환…100년 관통한 웃음과 풍자

영화 역사상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한 명인 찰리 채플린은 단순한 코미디 배우 이상을 넘어서는 위대한 인물이다. 그는 감독, 각본가, 제작자, 편집자, 작곡가로서 영화의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뛰어난 재능을 발휘했다. 채플린의 작품은 슬랩스틱 코미디를 기반으로 하지만, 그 속에는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와 인간에 대한 따뜻한 애정이 담겨 있다.     채플린의 가장 위대한 작품 중 하나로 평가되는 ‘골드 러시(The Gold Rush)’가 개봉 100주년을 맞이했다. 1925년 6월 26일에 미국에서 처음 공개된 이 영화는 채플린이 직접 각본, 제작, 감독하고 주연까지 맡은 걸작이다. 영화사에 획기적인 업적을 남긴 작품으로 평가된다.     1896년 클로다이크강 근처에서 금광이 발견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알래스카를 거쳐 캐나다로 이동했다. 영화 ‘골드 러시’는 19세기 서부 개척과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 알래스카 클론다이크 골드 러시를 배경으로 한다.     채플린 자신도 이 영화를 가장 기억되고 싶은 작품으로 꼽았다. 채플린 특유의 코미디와 애수가 어우러져 인간의 야망, 인내, 그리고 행운을 향한 갈망을 영화는 유머, 모험, 로맨스를 결합한 형식으로 전개해 나간다.     개봉 당시 뉴욕타임스는 “시적인 부드러움이 거침과 활기와 어우러진 채플린 영화 중 단연 돋보이는 보석”이라고 극찬했다.     현재까지도 로튼 토마토에서 100%의 신선도를 유지하며 비평가들의 꾸준한 찬사를 받고 있다. ‘골드 러시’는 인간의 외로움과 회복력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섬세하게 다루며 깊은 울림을 준다. 100년이 지났어도 시대를 초월하는 감동을 주는 이유일 것이다.     채플린은 종종 자신의 영화에 노동자 계급을 주요 인물로 등장시킨다. 채플린의 약자에 대한 공감은 그의 대표적 캐릭터인 ‘리틀 트램프’를 통해 표현된다. 작은 콧수염, 헐렁한 바지, 좁은 재킷, 큰 신발, 그리고 지팡이를 든 떠돌이 캐릭터로, 채플린의 영화에서 가장 상징적인 인물이다. 사회 저변층을 대변하는 그는 부조리에 맞서 유머와 따뜻한 마음을 지니고 살아간다. 사회의 불평등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낙천적 캐릭터다.     리틀 트램프는 ‘골드 러시’ 이후 시대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며 오늘날까지도 패러디와 오마주를 통해 문화 콘텐츠로서의 존재 가치를 유지하고 있다. 인간적인 따뜻함과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는 그의 섬세한 마임 연기와 표정 연기를 통해 전달된다. 프랑스 코미디의 거장 자크 타티, 20세기 가장 우디 앨런 등 수많은 코미디 배우와 감독들이 리틀 트램프에게 영감을 받아 그들의 작품에 활용했다.   채플린의 영화들은 하나 같이 사회를 반영하고 비판하는 ‘예술로서의 영화’였다. 그의 작품 전반에는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옹호하는 휴머니즘이 깔려있다. ‘모던 타임즈’에서는 산업화 시대의 비인간적인 노동 환경을, ‘위대한 독재자’에서는 파시즘과 전쟁의 광기를 날카롭게 풍자하며 사회 비판의 도구로 삼았다.     찰리 채플린은 영화계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고 깊은 영향을 미쳤다. 억압받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인간성을 상실한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그의 메시지는 대중들에게 사회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유성 영화 시대의 도래에도 불구하고, 채플린의 영화들은 무성 영화의 영구성을 극대화하여 무성 영화가 언어의 장벽을 넘어 하나의 영화 장르로 정착하는 기틀을 마련했다. ‘골드 러시’가 영화사에서 차지하는 공고한 위상과 예술적 업적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골드 러시’는 그 어느 영화보다도 채플린의 천재성을 읽을 수 있는 영화다. 이 영화는 작가, 감독, 배우, 그리고 (1942년 재개봉을 위한) 작곡가로서의 채플린의 뛰어난 재능을 보여준다. 슬랩스틱 정교한 타이밍, 그리고 스토리텔링에서 볼 수 있는 그의 천재성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놀라움의 대상이다.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사랑을 찾아가는 이야기 ‘골드 러시’에는 채플린 특유의 명장면들이 많다. 채플린이 인류에 남긴 유산들이다. 포크 두 개를 발처럼 움직이며 익살스러운 동작을 연출한 ‘빵롤 춤(Roll Dance)’이나 가죽 구두를 끓여 먹는 장면은 관객들에게도 큰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골드 러시’는 클론다이크 골드 러시 동안 알래스카로 떠난 외로운 탐사자 리틀 트램프의 이야기다.  그는 혹독한 눈보라 속에서 곤궁에 시달리며 피난처를 찾는다. 오두막에서 범죄자 블랙 라르센과 금광 탐사자 빅 짐을 만난다. 식량이 부족해지면서 자신의 신발을 삶아 먹는다. 이후 리틀 트램프는 마을에 도착해 댄스홀의 여인 조지아와 사랑에 빠지지만, 부유한 경쟁자와 맞서야 한다.     한편, 기억을 잃었던 빅 짐은 자신의 금광 위치를 떠올리고, 리틀 트램프와 함께 금을 캐러 떠난다. 리틀 트램프는 마침내 부자가 되고 조지아와 재회한다. 가난한 사람들의 고난과 절망은 결국 해피 엔딩으로 막을 내린다.     채플린은 매카시즘이 지배했던 냉전 시대의 대표적 희생양이었다. 그가 영화를 통해 사회 문제와 더불어 노동자 계층에 보인 관심은 후일 그가 공산주의자로 낙인 찍히는 빌미가 된다. 그는 ‘위대한 독재자’에서 파시즘과 독재를 풍자해 일부 보수 세력의 반감을 샀다.     예술가의 사회 참여와 정치적 견해 표명이 인정되지 않던 시대였다. 1952년, 채플린이 유럽을 여행하던 중 미국 정부는 그의 재입국을 금지시켰다. 결국 스위스에 정착한 그는 1972년 아카데미 명예상 수상자로 선정되어 20년만에 다시 미국땅을 밟을 수 있게 됐다. 시대가 바뀌면서 그의 예술적 업적과 그가 만든 영화들의 사회적 가치가 재평가되었고 오늘날 영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예술가 중 한 명으로 존경받고 있다.     찰리 채플린은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예술성과 사회성을 동시에 구현하며, 전 세계 관객들에게 웃음과 감동, 그리고 깊은 사유를 던져준 위대한 예술가였다. 그의 영향력은 영화를 넘어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영원히 지속될 것이다.   김정 영화 평론가 [email protected]풍자 웃음 채플린 영화 찰리 채플린 영화 역사상

2025-06-11

광복 80주년 기념 영화 특별 상영…18일 LA한국문화원 아리홀서

LA한국문화원(원장 이해돈)이 오는 18일 영화 ‘암살(2015)’ 특별 상영회를 개최한다. 상영회는 이날 오후 6시 30분 문화원 아리홀(5505 Wilshire Blvd)에서 진행된다.     이번 상영회는 문화원이 광복 80주년을 맞아 기획한 ‘한국영화로 보는 광복 이야기’ 시리즈의 일환이다. 지난 3월 13일 시작한 시리즈는 오는 11월 19일까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독립운동과 독립운동가들의 활약상을 조명한 한국영화 6편을 상영한다.     영화 암살은 1930년대 경성(서울)을 배경으로 친일파 처단을 위해 활약한 독립군 암살단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지난 2015년 개봉 당시, 한국 관람객 1270만을 동원했으며, 실존 인물과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절묘하게 각색을 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지현, 이정재, 조진웅, 김의성 등 유명 배우들이 다수 출연하기도 한다.     이해돈 문화원장은 “상영회 시리즈는 광복 80주년을 기념하며 우리 역사의 중요한 사건과 인물들을 기억하고,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자유의 가치와 의미를 되새기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며 “영화를 통해 ‘대한독립’의 감동을 새롭게 느껴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예약 : www.kccla.org 김경준 기자게시판 문화원 광복 문화원 광복 영화 암살 이해돈 문화원장

2025-06-10

또 갱 영화 같은 보석상 절도…옆 가게 들어가 벽 뚫고 침입

시미밸리의 가족 운영 보석상이 영화 같은 수법의 절도범에 털렸다.     범인은 보석상 옆 커피숍의 화장실 지붕을 뚫고 침입한 뒤, 뒷문을 통과하고 감시카메라를 피하기 위해 바닥을 기어 이동했다. 이후 커피숍과 보석상을 연결하는 벽(두께 약 8인치)을 파워툴로 터널처럼 뚫어 보석상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무게 5000파운드짜리 대형 금고를 열어 현금과 보석 등을 모두 훔쳐갔다. 피해 규모는 250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LA타임스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25일 자정 쯤 코크란 스트리트 2800블록에 위치한 ‘파이브스타 주얼리 앤 워치 리페어’에서 발생했다.     피해 업소 업주인 조너선 유셰프는 “아버지와 함께 25년간 일궈온 모든 것이 사라졌다”며 “고객들이 맡긴 유품까지 도난당한 것이 가장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   금고 안에는 금괴, 은괴, 백금, 다이아몬드 반지, 고가의 시계(롤렉스·태그호이어·오메가) 등이 보관돼 있었다.     이 업소는 도난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업주의 손실이 클 것으로 보인다. 유셰프는 “아버지의 은퇴도 무산됐다”며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범행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미밸리 경찰국은 현재 용의자 신원 파악에 나섰다.     한편, 지난달에는 LA 다운타운에서도 유사한 수법의 보석상절도 사건이 있었다.〈본지 4월 16일자 A-1면〉 당시 절도범들은 보석상 옆 영화관에 먼저 침입, 벽을 뚫고 보석상에 들어가 2000만달러 상당의 금품을 털어 도주했다.   강한길 기자보석상 영화 보석상절도 사건 보석상 절도 당시 절도범들 다운타운 미국 LA뉴스 LA중앙일보 강한길 미주중앙일보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 유품 터널

2025-05-29

‘이유없는 반항’, 문제 있는 어른들의 이야기

‘이유 없는 반항’(A Rebel Without a Cause, 1995)은 전후 미국 사회의 급격한 변화와 그에 따른 사회 전반의 불안함, 그리고 미국 가정 내에서 일어나는 세대 갈등과 청소년들의 정체성 혼란 등을 섬세하게 담아낸 심리극이다.     제임스 딘의 대표작이자 청춘 영화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한 이 영화는 단순한 10대들의 이야기가 아닌, 1950년대 당시 미국 사회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하며 젊음의 불안과 고뇌를 강렬하게 그려낸 수작으로 평가된다.     ‘이유 없는 반항’은 제임스 딘의 압도적인 존재감과 니콜라스 레이 감독의 세련된 연출이 어우러져 시대를 초월한 감동을 전하는 작품으로 영화사에 남아 있다. 영화는 중심 인물인 짐 스타크(제임스 딘)를 통해 부모 세대와의 단절, 소속감의 부재, 남성성의 혼란 등 1950년대 청소년들의 고뇌, 어린 정서를 대변하면서 무의미한 경쟁 사회 속에서 젊은 세대가 느끼는 절망감을 잘 포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얼핏 보면 문제 청소년들의 이야기 같지만 사실 영화 ‘이유 없는 반항’은 문제 있는 어른들의 이야기다. 자녀들에 대한 무관심, 이기심, 독단, 요란스러움, 권위 등 어른들의 문제 때문에 가정 내에서 힘겹게 자신을 지키고 살아가야 하는 가엾은 청소년들의 이야기다.     영화 제목과는 다르게 영화에 등장하는 청소년들은 모두 이유 있는 반항을 하고 있다. 부모들의 사랑 결핍, 사회의 부조리 등 어른들의 세계에 대한 불만과 저항이 ‘이유 없는’ 반항으로 표현되었을 뿐이다. 영화가 단순히 젊은이들의 일탈을 그린 것이 아니라, 기성세대의 책임과 사회 구조적인 문제점을 파헤치고 있음을 시사한다.     청소년들의 방황은 언제나 대화와 소통이 막혀 있는 부모의 무관심에서 기인한다. 들여다보면 부모들의 문제인데 마치 아이들의 문제인 양 비추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이유 없는 반항’은 70년이 지난 오늘의 부모 세대들에게도 일침을 가한다.     짐(제임스 딘)이 어느 날 술에 만취해서 경찰서에 끌려온다. 그곳에서 존(살 미네오)과 주디(나탈리 우드)를 만난다. 동시에 경찰서로 연행된 이 세 청소년에게 과연 무슨 문제가 있었을까.   짐은 사고를 자주 쳐서 그때마다 짐의 부모는 이사한다. 이사 첫날 경찰서에 끌려온 짐은 다음 날 첫 등교에서 전날 경찰서에서 본 주디가 이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자신을 알아차리고 다가오는 짐에게 주디는 쌀쌀맞다. 이를 멀리고 지켜보고 있는 학교의 불량배들.     짐은 플라톤이라는 별명의 존과도 재회하고 존이 왕따 취급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친해지는 짐과 존, 깊어가는 그들의 우정!     패거리의 두목 버즈가 짐에게 시비를 건다. 짐은 버즈에게 용감하게 맞서며 버즈에게 굴욕감을 안겨준다. 결국 둘은 절벽으로 차를 몰고 돌진하다가 차에서 먼저 뛰어내리는 자가 패자가 되는 ‘치킨 런’ 게임에 돌입한다. 이 순간 짐에게 오히려 호감을 느끼는 버즈, 하지만 옷이 걸려 차에서 뛰어 내리지 못하고 추락사를 당하고 만다.     죄책감에 경찰서로 가지만 짐을 거들떠보지도 않는 경찰관. 버즈와 친하게 지내던 주디 또한 충격을 받지만 짐의 진심을 알게 되면서 그에게 마음이 끌린다. 둘은 존이 알려준 빈집으로 가 함께 시간을 보낸다. 존은 버즈의 패거리들이 짐에게 복수할 것을 알고 그걸 막기 위해서 총을 들고 집을 나선다. 천문대에서의 존과 경찰의 대치, 그리고 안타까운 결말.     단 하루 동안 일어나는 짧은 시간의 긴 이야기에 영화를 본 어른들은 하루 동안 그렇게 많은 사건이 청소년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의아해했다. 만약 버즈의 죽음 이후 짐이 경찰서를 찾아갔을 때 담당 형사가 약속한 대로 짐의 고민을 진지하게 들어주었다면 존의 죽음을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대중들 사이에서 많이 회자했다.     제임스 딘은 짐 스타크라는 캐릭터를 통해 부모와의 갈등, 학교에서의 외로움,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 문제 청소년이 지닌 다양한 감정과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하여 깊은 인상을 남겼다. 딘은 이 영화 이후 반항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그의 불안하고 고독한 눈빛, 거칠면서도 여린 내면 연기는 당시 젊은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짐은 부유한 가정의 자녀임에도 불구하고 술과 칼싸움에 몰두해 있다. 나약한 아버지에 대한 실망, 심술궂은 어머니에 대한 반항 등 그 나름의 ‘이유 있는’ 반항이었다. 그런 짐의 모습은 청년기의 단순한 방황이 아닌 자신의 존재 확인에 대한 강렬한 몸부림의 표현으로 대중들에게 전달됐다. 부모와 단절된 삶을 사는 존과 주디도 마찬가지다. 존은 부모로 인하여 정신질환 증세마저 보인다. 아버지의 무관심에 주디는 가출을 해버린다.     비교적 작은 키의 제임스 딘은 이 영화 한편으로 ‘삐딱한 청년’역에 죄적화된 배우로 각인된다. 그리고 갑작스러운 죽음이 그를 더욱 신화 같은 존재로 만들었다.     니콜라스 레이 감독은 강렬한 색감의 활용, 불안정한 카메라 움직임, 그리고 상징적인 미장센 등으로 젊은이들의 불안한 심리를 적절하게 시각적으로 표현했다는 평을 받았다. 특히 치킨런 자동차 경주 장면과 영화의 장면과 실제 장소, 자연경관이 지금도 거의 동일한 그리피스 천문대에서의 대치 장면은 아직도 명장면으로 기억된다. 레이 감독은 50년대 이전 영화가 외면했던 10대들을 드라마 중심에 등장시켜 대성공을 거두며 주목받았지만 ‘왕중왕’, ‘북경의 55일’ 등 이후 연출한 대작들은 대부분 실패에 그쳤다.     옆집에 사는 가출 소녀 주디 역의 나탈리 우드와 짐을 향한 희생적 우정으로 깊은 감동을 준 ‘버림받은 소년’ 존 역의 살 미네오는 각기 아카데미상 조연상 후보로 올랐고, 니콜라스 레이 감독은 각본상을 받았다.     일부 평론가들은 영화의 극단적인 상황 설정이나 다소 작위적인 결말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보였다. 또한, 당시로써는 파격적인 내용과 연출 스타일 때문에 대중적인 호응을 얻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영화의 진가가 재평가되었고, 오늘날까지 청춘 영화의 대명사격으로 그 위상을 지키고 있다.   이 작품이 지금까지도 고전으로 회자하는 이유는 반항 자체를 낭만화하거나 단죄하지 않고, 그 근원적 정서를 이해하려 했기 때문이다. 영화는 짐과 친구들의 탈선을 사랑받고 이해받기를 원하는 그들의 절박한 절규로 그렸다. 김정 영화 평론가 [email protected]이야기 반항 문제 청소년들 부모 세대들 청춘 영화

2025-05-28

기독교 드라마·영화 인기 뜨겁다

최근 '예수 콘텐츠'로 불리는 종교 콘텐츠 제작이 활기를 띠기 시작한 것은 TV 시리즈 '더 초즌(The Chosen)이 성공을 거두면서부터다. '더 초즌'은 예수의 이야기를 기존의 경건한 신화적 서술에서 벗어나 현실적인 인물과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시즌 7까지 이어지는 장대한 이야기 구조로 풀어냈다. 텍사스에서 촬영한 2018년 첫 번째 시즌은 제작비가 1000만 달러였다. 다섯 번째 시즌 '최후의 만찬'은 제작비가 4800만 달러로 뛰었다. '더 초즌'은 현재 전 세계에서 50개 언어로 번역돼 2억8000만 명 이상이 시청했다. 세계적인 인기에 힘입어 시리즈는 부활절 시즌에 맞춰 전 세계 극장에서 3부작 영화로 개봉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달 28일 1부와 2부가 공개됐다. 현재는 아마존 프라임에서 상영 중이고 전용 앱으로 무료 시청도 가능하다.   '더 초즌'의 인기 행진은 끝나지 않았다. 여섯 번째 시즌은 예수의 십자가 처형 이야기를 다루며 클라이맥스로 치닫는다. 마지막 시즌은 전 세계에서 극장 이벤트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시리즈 외에도 어린이 애니메이션과 요셉을 주인공으로 한 미니시리즈, 탐험가 베어 그릴스와 함께하는 리얼리티쇼 등 다양한 스핀오프를 기획하고 있다.   '더 초즌'의 성공은 예수 역할을 맡은 주연배우 조너선 루미를 스타로 만들었다. 9년 전만 해도 LA의 무명 배우였던 루미는 어느 날 아침 "하느님, 이젠 당신의 손에 맡깁니다. 제 뜻대로 하지 않겠습니다"라고 기도했고 3개월 뒤 '더 초즌'에 캐스팅돼 예수 역할을 맡았다. 가톨릭 신자인 루미는 이제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셀카를 찍고 대규모 신앙 집회에서 연설을 한다. 유명인들은 돈을 내고 따로 루미를 만나기도 한다.     '더 초즌'의 댈러스 젠킨스 감독은 "이야기 자체가 역사상 가장 유명한 것이어서 흥행의 공을 내가 가져갈 순 없다"면서도 "다만 신자와 비신자 모두에게 인간애와 그 현재적 의미를 일깨웠을 것"이라고 흥행 성공에 의미를 부여했다.   아마존은 최근 '하우스 오브 다윗(House of David)'이라는 초대형 성경 드라마를 공개했다. 드라마에는 특수효과를 동원한 골리앗과의 전투 등 화려한 볼거리도 등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드라마를 제작하는 '원더 프로젝트'는 아마존과 장기 계약을 맺고 신앙 기반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넷플릭스도 '마리아(Mary)' 등 기독교 영화 제작을 끝냈으며 다음 작품으로 현대 테네시를 배경으로 한 영화 '룻과 보아스(Ruth and Boaz)'를 예고했다.   찰스 디킨스가 자녀들에게 예수의 삶을 설명하기 위해 쓴 책을 바탕으로 한 애니메이션 영화 '킹 오브 킹스(The King of Kings)'는 지난달 11일 개봉해 흥행 2위까지 올랐다. 한인 장성호 감독이 만든 이 영화에는 케네스 브래너와 우마 서먼, 피어스 브로스넌, 벤 킹슬리 등 호화 출연진이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전 세계에서 흥행을 거둔 2004년 화제작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The Passion of the Christ)'도 속편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부활(The Passion of the Chris: Resurrection)' 제작에 들어갔다. 여름께 이탈리아에서 촬영에 들어갈 속편에 대해 멜 깁슨 감독은 "천사의 타락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겠다"고 예고했다. 짐 카비젤은 전편에 이어 예수 역을 맡는다.   신앙 기반 콘텐츠의 급부상은 종교적, 정치적 흐름 때문만은 아니다. 상업적 이유도 크다. 우선 성경 속 이야기는 2000년 전 저작권이 만료돼 제작비 부담이 적다. 상대적으로 제작이 덜 복잡하고 스타가 없어도 예수라는 존재 자체가 브랜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대규모 캐스팅이 필요 없다. 무엇보다 전 세계 약 24억 명에 이르는 기독교 인구가 예비 관객으로 존재한다. 제작비 대비 수익성이 높은 것이다.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지는 기독교 콘텐츠의 강점으로 "기독교적이지 않다"는 부정적 평가마저 오히려 기독교적 열정을 자극한다고 분석했다. 역사적으로 신앙은 박해를 통해 더 강해졌다는 점에서 오히려 반응이 더 뜨거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흥행 요소 덕분에 한때 교회 네트워크와 보수 매체의 지원에 한정되었던 신앙 기반 콘텐츠는 이제 주류 플랫폼인 아마존과 넷플릭스까지 진출하게 됐다.     이런 흐름을 주기적이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종교 미디어 전문가인 다이앤 윈스턴 USC 교수는 "할리우드에서 종교 콘텐츠 부흥은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며 "종교에 대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관심은 본질적으로 주기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의 흐름엔 좀 더 대중적인 특징이 있다. 최근 작품들은 설교하려 들지 않는다. 신앙을 삶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다룬다. 이런 접근 방식 덕분에 비신자도 부담 없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실제로 이들 작품은 전통적인 신앙 중심 콘텐츠와 일반적인 세속 콘텐츠 사이의 중간지대에서 신앙인을 일반 인물로 묘사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종교색이 강하지 않으면서도 본질은 유지하는 균형 잡힌 콘텐츠로 평가받고 있다. '더 초즌'은 오히려 직장 내 드라마나 '웨스트윙'의 갈릴리 버전처럼 느껴진다는 평가도 있다.   그래도 종교 경전을 바탕으로 한 콘텐츠는 일반적인 드라마와 다르다. 신성함에 대한 존중과 해석의 경계에서 제작자들은 고민한다. 이런 균형 감각을 갖추면서 성경 드라마는 이전과 다른 대중적 흥행을 이뤄냈고 지금의 인기가 쉽게 식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안유회 객원기자아마존 기독교 종교 콘텐츠 3부작 영화 인기 행진

2025-05-19

영화 ‘파과’ 북미 극장 상영…구병모 소설 원작으로 제작

구병모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파과(The Old Woman with the Knife)'가 지난 16일 국내와 캐나다에서 개봉했다.     '내 아내의 모든 것',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 '허스토리' 등 다양한 장르에서 독창적인 연출력을 선보인 민규동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노련한 여성 킬러와 신참의 관계를 통해 인간의 내면과 감정을 밀도 있게 풀어낸 영화다.     제75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처음 공개된 이 작품은 브뤼셀 판타스틱 영화제와 베이징 국제영화제에도 초청되며 기대를 모았다. 주연은 이혜영, 김성철, 연우진, 김무열 등 실력파 배우들이 맡아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다.   영화 줄거리는 노련한 여성 암살자 '혼클로'는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일을 겪어왔지만, 무모한 신참 킬러 '불파이트'를 멘토링하게 될 줄은 예상치 못했다. 둘 사이의 뜻밖의 유대가 깊어지면서 그들이 몸담은 암흑세계에도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혼클로는 누군가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치명적인 속임수와 배신이 얽힌 위험한 게임에 휘말린다.     파과는 LA를 포함한 북미 주요 도시에서 순차 개봉될 예정이다. LA 지역에서는 CGV LA, AMC 몬트레이파크, 풀러튼, 리걸 라하브라 등에서 상영된다.구병모 영화 구병모 소설 베이징 국제영화제 베를린 국제영화제

2025-05-18

AMC, 7월부터 매주 수요일 영화 티켓 50% 할인

영화관 체인 AMC가 오는 7월 9일부터 매주 수요일 영화 티켓을 50% 할인된 가격에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이벤트는 팬데믹과 스트리밍 서비스 확산, 할리우드 파업 등으로 침체한 극장 산업을 회복하기 위해 마련됐다.     AMC는 최근 1분기 국내 관객 수가 전년 대비 11% 감소했지만, 4월과 5월 박스오피스 실적은 호조세를 보인다고 밝혔다.     또 7월 개봉 예정작인 ‘수퍼맨’, ‘주라기 월드 리버스’ 등 대작들이 줄지어 있어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을 것으로 전망했다.     아담 애런 AMC 최고경영자(CEO)는 “박스오피스가 본격적으로 회복되기 전까지는 이 같은 전략을 시행할 수 없었다”며 “수요일 할인은 관객 유입을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혜택은 AMC 스터브스 리워드 프로그램 회원을 대상으로 하며, 기존 화요일 할인 혜택과 함께 운영된다.   AMC 리워드 프로그램은 누구나 무료로 가입할 수 있으며, 현재 전 세계적으로 3600만 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할인 제공은 일반관은 물론 IMAX, 돌비 시네마 등 프리미엄 상영관의 기본 티켓 가격에도 적용되며, 일부 인기작이나 공휴일은 제외될 수 있다. AMC는 해당 혜택의 종료 시기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이은영 기자 [email protected]수요일 반값 수요일 할인 수요일 영화 반값 영화

2025-05-14

베를린영화제 초청작, 영화 '파과' 5월 16일 북미 개봉

한국을 넘어 글로벌 무대에서 주목받은 액션 드라마 ‘파과’(영문 제목: The Old Woman with the Knife)가 오는 5월 16일 북미 개봉을 확정지었다.   제75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제43회 브뤼셀 판타스틱 영화제에 공식 초청되며 세계 영화계의 이목을 끌었던 본 작품은 탄탄한 서사와 감정이 살아 숨 쉬는 액션으로 현지 관객들에게 새로운 충격을 예고하고 있다. ‘파과’는 40년간 ‘방역’이라는 이름으로 인간 쓰레기들을 제거해온 전설의 여성 킬러 ‘조각’(이혜영)과 그녀를 집요하게 쫓아온 젊은 킬러 ‘투우’(김성철)의 마지막 대결을 중심으로, 고독과 증오, 선택과 후회의 감정들을 밀도 있게 풀어낸 액션 드라마다.   감독 민규동은 《내 아내의 모든 것》, 《허스토리》,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 등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연출로 잘 알려진 감독으로, 이번 작품에서도 물리적 액션뿐만 아니라 인물의 내면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내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이혜영은 생애 첫 액션 연기에 도전, 냉혹하면서도 인간적인 킬러 '조각'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이혜영이 아니면 불가능한 캐릭터"라는 찬사를 받았다. 김성철, 연우진, 김무열, 신시아 등 탄탄한 배우진이 함께하며 스릴 넘치는 세계관을 완성했다.   해외 매체는 “한국 액션 영화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작품”이자 “강렬한 액션과 감정의 조화가 돋보이는 작품” 이라 평가하며 높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노련함과 신념, 고독과 폭발이 맞부딪히는 액션 영화 ‘파과’는 5월 16일 뉴욕, LA 등 북미 주요 도시 극장에서 개봉될 예정이다.국제영화제 베를린 베를린 국제영화제 액션 영화 북미 개봉

2025-05-13

경건함과 추악함 교차하는 영화 속 바티칸

기독교 신앙이 장르를 넘어 문화 코드에 편입된지 오래다. 영화적 상상력 역시 엄숙한 바티칸이라 해도 그냥 내버려두지 않는다.     때로는 경건하게 바티칸의 엄숙함을, 때로는 성직자들의 숨겨진 인간성을 극화한다. 최근엔 성스러움의 이면에 감춰진 은밀하고 추악한 음모가 영화의 단골메뉴가 됐다. 바티칸에겐 거북스럽겠지만 말이다.     전통주의를 벗어나 교회의 개혁에 힘써 왔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을 계기로 바티칸을 무대로 한 주요 영화들을 살펴본다. 바티칸은 촬영을 위해 공개되지 않기에 대부분의 영화들이 고증을 거쳐 세트 제작에 공을 들인다.       콘클라베 (2024)   로버트 해리스의 2016년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작품. 교황 선출에 얽힌 추기경들의 음모와 권력욕을 다뤘다. 곧 있을 콘클라베를 앞두고 세계적으로 가장 큰 주목을 받는 영화다. 레이프 파인즈, 스탠리 투치를 비롯한 화려한 캐스팅과 긴장감 넘치는 전개가 눈길을 끈다. 성스러운 장소 바티칸 내의 은밀한 비밀, 배신, 폭로, 그리고 예상 밖의 반전까지, 스릴러 영화로도 손색없는 요소들을 두루 갖췄다.     특히 카톨릭 교회 내부의 권력 투쟁과 정치적 음모를 그럴듯하게 묘사했다. 추기경들의 세속적인 권력의지는 정치판과 다를 게 없다. 극중 교황 자리에 도전한 벨리니 추기경의 한 마디는 이를 상징적으로 전해준다. “문서를 훔치고, 동료를 비방하고 … 난 교황들의 리처드 닉슨이 됐을 거요.”   그렇다고 무작정 정치 스릴러로 흐르는 건 아니다. 수양이 깊은 추기경들의 입을 통해 세상에 던지는 메시지가 깊다. “확신은 통합의 가장 큰 적입니다. 확신은 관용의 치명적인 적입니다. 심지어 마지막 순간 그리스도조차 확신하지 않았습니다.”(로렌스 추기경, 레이프 파인즈 역) 아집에 가까운 신념의 폐해를 지적한 이 말은 극렬하게 대립하는 우리 사회를 되돌아보게 하지 않나.   2022년 ‘서부 전선 이상 없다’로 뛰어난 연출력을 인정받은 에드워드 버거 감독의 작품이다.   두 교황 (2019)   교황 베네딕토 16세(앤서니 홉킨스)와 그의 후계자로 프란치스코 교황이 된 호르헤 베르골리오 추기경(리차드 프라이스) 사이의 일련의 대화를 통해 담담하게 전개되는 영화다. 두 실존인물과 배우들이 너무도 흡사해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특히 리처드 프라이스는 이번에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과 판박이다.   두 교황은 신심이 깊다는 점 외엔 생각, 출신 배경 등이 하나하나 달라도 너무도 달랐다. 동성애 등 민감한 사회적 사안에 대해선 첨예하게 맞섰다. 그러면서도 자연스러운 승계가 이뤄질 수 있었던 배경을, 영화는 두 교황의 아름답고 사려 깊은 인간적 측면에서 찾는다.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은 두 교황의 인간적 모습을 통해 그들의 신앙, 의구심, 그리고 가톨릭 교회를 이끄는 데 따르는 교황의 책무 등을 진지하고도 유머러스하게 탐구한다. 두 교황이 각자의 조국인 독일과 아르헨티나의 축구경기를 관전하는 장면엔 감독이 보여주려는 진지함, 천진함, 인간미, 유머 등이 모두 녹아 있다.  두 주연 배우의 압도적인 연기력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연출이었다.     천사와 악마 (2009)   댄 브라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종교 미스터리 스릴러다. 소설의 순서로는 ‘다빈치 코드’의 전작이지만, 영화에서는 그 이후의 이야기로 설정돼 있다. 론 하워드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이 시리즈의 주연인 톰 행크스가 기호학자 로버트 랭던으로 나온다.     교황이 선종한 뒤, 콘클라베가 열리는 바티칸에서 고대 비밀결사 조직인 ‘일루미나티’의 복수를 암시하는 사건들이 잇따른다. 이와는 무관해 보이는 반물질 도난 사건도 일어나는데, 결국엔 일루미나티의 바티칸 파괴 음모로 연결된다. 랭던은 ‘다빈치 코드’ ‘인페르노’에서 그랬듯 이 거대하고 고색창연한 음모를 하나하나 풀어나간다.   영화는 로마와 바티칸의 유서 깊은 건축물들을 배경으로 과학과 종교, 이성과 신앙의 갈등을 팽팽하게 전개한다. 특히 랭던 시리즈 특유의 상징 해석, 숨겨진 역사적 서사 등이 지적 호기심과 긴장감을 한껏 고양시켜준다. 신심 깊은 사제와 천하를 찜 쪄 먹으려는 빌런, 이 두 얼굴의 위선을 동시에 연기한 이완 맥그리거가 톰 행크스보다 인상에 남는다.   엑소시스트 더 바티칸 (2023)   평범할 수도 있는 영화를 러셀 크로우가 살려냈다. 믿거나 말거나,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바티칸의 공식 엑소시스트 가브리엘 아모르트는 어린 소년에게 들린 악마를 퇴치하기 위해 스페인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바티칸이 숨겨온 충격적 음모를 파헤친다는 스토리다.     실제 바티칸의 엑소시스트 가브리엘 아모르트 신부가 경험했던 실화에 기반한다. 바티칸 내 구마사들의 역사적 역할과 교황의 권위를 매우 구체적으로 다루면서 가톨릭 교회의 가장 어두운 비밀과 관련된 악마의 빙의를 조사하는 과정을 따라간다. 가톨릭 교회는 엑소시스트에 관한 묘사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로 영화 개봉을 불편해 했다.     우리에겐 교황이 있다 (2011)   원제 ‘하베므스 파팜’은 우리에겐 교황이 있다(We Have a Pope)는 뜻이다. 콘클라베에서 새로 선출된 교황을 선포할 때 사용되는 표현이다. 이 영화는 새로 선출된 교황이 교황직을 원하지 않아 발생하는 코미디 같은 도발적 사건으로 시작한다.     교황으로 선출된 멜빌 추기경(미셸 피콜리)은 자신감을 잃고 걱정과 근심으로 앓다가 우울증 치료를 받는 도중 교황청에서 도망친다. 그의 갑작스런 실종을 숨겨야 야 하는 바티칸은 경비병에게 교황 행세를 대신하게 한다. 인간으로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나선 교황은 무기력한 인간으로 돌아가 그 안에서 진정한 휴머니즘의 참된 가치를 발견한다.     고통과 환희 (1965)   미술영화이면서 종교영화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찰턴 헤스턴)가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를 그리는 동안 교황 율리우스 2세(렉스 해리슨)와의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그렸다. 미켈란젤로의 창의적 천재성, 교황과 맞서는 예술가의 위풍당당함을 부각시켰다. 성서 영화에 가장 잘 어울린다는 찰턴 헤스턴이 주연한 작품 중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다.     미켈란젤로는 자신의 예술관과 신앙, 교황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심리적 부담감 사이에서 갈등한다. 천장화를 그려 달라는 교화의 부름을 받고 성당을 찾아간 그는 처음엔 영감이 떠오르지 않아 대리석 산지 카라라로 달아난다. 도중 신비로운 자연의 풍경 앞에서 종교적 깨달음을 얻어 르네상스 최고의 걸작 시스티나 천장화 제작에 몰입한다. 그 천장화 아래에서 곧 콘클라베가 열린다.   어부의 신발 (1968)   냉전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우크라이나 추기경으로 러시아에서 정치범으로 20년간 감옥살이를 하다가 풀려난 키릴 라코타 신부(안소니 퀸)가 출옥 후 바티칸의 부름을 받고 교황에 오르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낸 영화다. 교황에 오른 후 고독한 순례의 여정을 떠나는 키릴의 무거운 고민과 인간으로서의 연민이 진솔하게 담겨 있다.     명배우 안소니 퀸이 세계적인 긴장 속에서 미국과 소련 사이의 평화 협상을 중재하려 하는 키릴 교황을, 전설적인 배우 로렌스 올리비에가 소련의 피오트르 일리치 카메네프 서기관 역을 연기한다. 수 세기 동안 세계 정세를 좌우해 온 바티칸의 외교적 영향력을 반영하면서 추기경들만의 세상에서 벌어지는 갈등도 심도 있게 다뤘다.     베켓 (1964)   캔터베리 대주교(1141년)였으며 성인으로 기록되는 토마스 베켓(리처드 버튼)과 헨리 2세(피터 오툴)의 갈등을 그린 영화. 교황은 교회와 국가 간의 갈등을 중재하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교황의 영향력이 로마를 넘어 유럽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여주는 영화다. 역사적 사실들 교회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왕권에 맞서야 했던 베켓은 대주교로서의 책무와 교황에 대한 충성 사이에서 갈등한다. 헨리 2세는 무모한 야망을 상징하는 인물로 그려졌다. 두 사람의 이념적 충돌은 결국 헨리 2세의 기사들이 베켓 대주교를 처참하게 죽이는 결과를 가져왔고 이 사건은 전 유럽을 뒤흔들었다.   김정 영화 평론가 [email protected]바티칸 경건 프란치스코 교황 스릴러 영화 교황 선출

2025-04-23

벽 뚫고 경보 끊고 싹쓸이…2000만불 피해 입은 보석상

  LA 다운타운에 있는 한 유명 보석상에 절도범들이 터널을 뚫고 침입, 업소 내 귀중품을 모조리 털어가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 업주에 따르면 피해 규모가 2000만 달러에 달한다.     용의자들은 마치 영화처럼 벽을 터널처럼 뚫은 뒤, 가게로 침입해 카메라와 경보 장치 등을 무력화하고 범행을 저질렀다.   15일 LA경찰국(LAPD)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13일 늦은 밤, 다운타운 지역 5가와 브로드웨이 인근 ‘러브 쥬얼(Love Jewels)’에서 발생했다. 업주는 다음 날인 14일에야 피해 사실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보석류와 현금 등 각종 금품이 모두 털린 상태였다.   LAPD 라울 조벨 경관은 “절도범들이 보석상 옆 영화관을 통해 두꺼운 벽을 뚫고 진입했다”며 “범행 추정 시간은 지난 13일 오후 9시30분 정도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수사관들은 이번 범행을 전문 절도단에 의한 소행으로 보고 있다. 이에 연방수사국(FBI)이 LAPD로부터 수사권을 넘겨 받아 조사를 진행중이다.   LAPD 한 수사관은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용의자들은 가게에 진입하자마자 보안 카메라부터 끊어버렸기 때문에 사업장 내부에서 촬영된 영상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라며 “법의학 전문가들이 나서 지문과 DNA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현재 피해 규모가 약 1000만 달러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보석상 측은 “피해 규모는 2000만 달러”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 보석상은 평소 래퍼들과 인플루언서들이 자주 찾는 업소로 유명세를 얻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업소에 있던 현금, 금괴, 보석 등이 전부 사라졌다. 어 업소는 보험에도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업주의 피해가 막대한  상황이다. 보석상 업주의 아들인 케빈은 “아버지의 20년 인생이 한순간에 사라졌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한편, LA타임스는 LA 지역에서 터널을 파고 금고를 훔치는 형태의 범죄는 1980년대부터 빈번하게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홀 인 더 그라운드 갱(Hole in the Ground Gang)’으로 불리던 조직이 있었는데, 은행 세 곳의 지하 터널을 뚫고 이 중 두 곳에 침입해 27만 달러와 금고 안에 있던 금품을 훔쳐 달아난 적도 있었다”고 전했다. 김경준 기자다운타운 영화 보석상 업주 다운타운 지역 보석상 측은

2025-04-15

이민자 삶 그대로…수진 오 ‘블루 선 팰리스’ 개봉

한인 1.5세 샐리 수진 오(사진) 필드트립 대표가 제작한 영화 ‘블루 선 팰리스(Blue Sun Palace)’가 오는 4월 25일부터 5월 1일까지 글렌데일 라엠리 극장에서 상영된다.   ‘블루 선 팰리스’는 뉴욕 퀸즈의 중국 이민자 커뮤니티를 배경으로, 이민자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영화는 지난해 제63회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경쟁 부문에 선정돼 상영됐다. 1962년 시작된 비평가주간은 프랑스비평가협회가 주관해 신인 감독들의 작품성 있는 영화를 선정해 상영하는 부문이다.   오 대표는 LA 출신 한인 1.5세로, UC샌타바버러를 졸업한 뒤 비욘세 뮤직비디오 제작팀에서 활동하며 경력을 쌓았다.     이후 독립해 프로덕션 회사 필드트립을 설립하고 지난해 이번 영화를 제작했다.   영화는 중국계 감독 콘스탄스 메가폰을 잡고, 대만 배우 이강생(Lee Kang Sheng)과 케시 우(Ke-Xi Wu)가 주연을 맡았다.     오 대표는 “소수지만 뛰어난 스태프들과 함께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이민 1세대들의 다양한 경험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민자의 삶에는 힘든 면도 있지만 기쁨도 담겨 있다”며 “직관적으로 그들의 다양한한 삶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블루 선 팰리스’는 상영 기간 동안 오후 1시와 7시 두 차례 상영된다.   예매는 (laemmle.com/film/blue-sun-palace)에서 할 수 있다. 강한길 기자게시판 팰리스 제작 영화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샐리 수진

2025-04-15

'하보우만의 약속' 영화 상영회…이승만·박정희 대통령 조명

이장호 감독의 '하보우만의 약속' 영화 상영회가 27일 오후 4시 샌디에이고 연합감리교회(6701 Convoy Ct, San Diego)에서 샌디에이고 이승만 기념사업회(회장 김일진) 주최로 열린다. 이날 상영회엔 이장호 감독이 직접 참석해 인사를 할 예정이다.   '하보우만의 약속'은 대한민국의 건국과 경제발전에 기여한 이승만, 박정희 두 대통령의 업적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 영화로, 하보우만은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를 의미한다.      영화는 ▶대한민국 건국 이승만 대통령 ▶경제 대국 박정희 대통령 ▶대한민국에 미친 영향 ▶좌파의 유산 ▶에필로그로 구성됐다.   이장호 감독은 1970~90년대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연출하며 한국 영화 발전에 기여했다. 그는 1974년 데뷔 후 '별들의 고향', '무릎과 무릎 사이', '이장호의 외인구단' 등 영화를 연출하며 한국 영화의 거장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감독은 "아버지의 영향으로 평생을 이승만은 친일파, 박정희는 독재자로 알고 지냈다"며 "이승만은 건국 대통령, 박정희는 국가의 기틀을 다진 대통령이란 사실을 깨닫고 영화를 빌려 역사 오인 과정을 솔직하게 고백하려 한다"고 밝혔다.   티켓은 15달러, 이승만 기념사업회를 통해 구입 가능하다.   ▶문의: (760) 505-3110 샌디에이고 이승만 기념사업회 백황기 이사장상영회 박정희 박정희 대통령 이승만 박정희 약속 영화

2025-04-08

이승만·박정희 다큐 ‘하보우만의 약속’ 전 세계서 첫 상영

“나는 잘못 알고 있었습니다.”   대한민국 영화계의 거장 이장호 감독이 진심 어린 고백과 함께 내놓은 다큐멘터리 영화, ‘하보우만의 약속’이 오는 15일 화요일, 뉴욕에서 전 세계 최초로 상영된다.     영화는 대한민국의 두 전직 대통령, 이승만과 박정희의 삶과 만남을 따라가며, 현대사 속 잊힌 진실과 감동을 조용히 되살린다.   영화 제목 ‘하보우만’은 애국가 1절 첫 구절인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의 각 단어 앞 글자를 따서 만든 말이다. 감독은 이 이름에 신앙적 의미와 나라를 향한 기도를 담았다.   이 감독은 작품을 통해 오랜 세월 자신이 품었던 역사 인식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이승만은 친일파, 박정희는 독재자라는 시각만으로 그들을 판단했던 내 사고가 틀렸다는 걸 깨달았다”며, 이제는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이 영화는 그의 사죄이자, 다음 세대를 위한 역사적 성찰의 기록이다.   이승만 대통령의 독립운동과 건국,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개발과 산업화는 시대도 성격도 달랐지만 한 나라를 세우고 지키기 위한 헌신이었다.     영화 홍보차 뉴욕중앙일보를 방문한 박정희대통령뉴욕기념사업회 이청일 회장과 이승만 건국대통령 기념사업회 뉴욕지회장 노기송 목사는 “이번 상영은 한국보다 앞서 이뤄지는 전 세계 첫 공개 상영으로, 미주 한인 동포들에게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며 “뉴욕 동포들에게 스스로의 뿌리를 알게 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 프라미스 교회(130-30 31st Ave, Flushing, NY 11354)는 오전 11시와 오후 2시, 7시에 영화를 상영하며 입장료는 20달러, 단체 관람(10인 이상)은 15달러다.   한편 주최측은 상영 하루 전인 14일 월요일 오후 4시, 프라미스교회 본당에서 시사회를 개최한다.     시사회에는 이장호 감독과 함께 정운찬 전 국무총리도 참석해 영화가 담고 있는 역사적 주제와 대한민국의 국가 비전, 그리고 두 지도자의 정책적 연속성에 대해 직접 관객과 대화할 예정이다.     ‘하보우만의 약속’은 과거를 미화하거나 비판하지 않는다. 한 세대를 살다간 두 인물이 조국을 위해 걸어간 길을 진지하게 되돌아 본다.     정치적 시비를 넘어, 신앙과 헌신, 그리고 그 약속의 무게는 깊은 울림을 줄 것이다.   문의 전화: 917-699-6036 글·사진=서만교 기자 [email protected]박정희 이승 이승만 대통령 다큐멘터리 영화 친일파 박정희

2025-04-08

“한국 사회가 직면한 보편적 고민 담았다”

지난 4일 오후 3시 시카고 다운타운 더 화이트홀 호텔에서는 시카고서 열리고 있는 아시안 팝업 시네마(Asian Pop-Up Cinema)의 ‘2025 한국 영화 쇼케이스’에 초청된 작품 ‘딸에 대하여’의 감독 및 배우와 함께 하는 특별 인터뷰가 열렸다.     영화 ‘딸에 대하여’는 2007년 출간된 동명의 장편소설을 원작으로, 중년 여성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 낸 작품이다.     이번 영화는 이미랑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으로, 이 감독은 “나이가 들어가는 삶의 과정 속에서 이 작품을 만나 의미 있었다”며 “문학 언어를 영화 언어로 어떻게 전환할지 고민하며 작업에 임했다”고 전했다.   ‘폭삭 속았수다’, ‘더 글로리’, ‘펜트하우스’ 등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한 주연 배우 오민애는 기존의 강렬한 이미지와는 달리 조용하고 현실적인 한국 엄마 역할을 맡으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그는 “굉장히 섬세한 감정선이 매력적인 시나리오였다. 연기하면서도 편안하게 다가올 수 있는 인물로 10년 전 취득한 요양보호사 자격증이 있어 배우로서 자연스럽게 역할에 몰입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영화 ‘딸에 대하여’는 딸의 동성 연애, 비정규직 문제, 노년의 고독 등 현대 한국 사회가 직면한 보편적인 고민들을 담아냈다. 이 감독은 “이 영화는 결국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며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는 시대에 따뜻한 위로와 공감을 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해외 영화제에서의 반응에 대해 이 감독은 “동성 연애라는 소재가 특별하게 부각되는 영화가 아니라 많은 관객이 엄마와 딸의 관계, 가족 같은 관계, 노년의 삶에 감정 이입하며 봐준 점이 인상 깊었다”고 전했다   향후 활동에 대해 이미랑 감독은 “이번 작품보다 더 성숙한 이야기로 다시 찾아뵙고 싶다”며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고, 오민애 배우 역시 “해외 배우들과 함께 작업해 보고 싶다는 꿈을 진지하게 품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영화 ‘딸에 대하여’는 지난 6일 오후 3시, 시카고 AMC NEWCITY 14에서 아시안 팝업 시네마 ‘2025 한국 영화 쇼케이스’의 일환으로 상영됐다.     이날 상영회에는 오민애 배우, 이미랑 감독 외 김정한 시카고 총영사, 소피아 웡 보치오(Sophia Wong Boccio) 아시안 팝업 시네마 디렉터가 참석, 관객들과의 질의응답 세션도 마련돼 소통하는 시간도 가졌다.     Luke Shin한국 사회 한국 영화 한국 엄마 현대 한국

2025-04-07

로맨스 영화의 영원한 고전 '남과 여'

프랑스적으로 우울한 로맨스! 1966년 개봉되어 오늘날까지 전 세계 영화 팬들의 마음속에 로맨스의 영원한 고전으로 남아 있는 영화.     1966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끌로드 를르슈 감독의 ‘남과 여(Un Homme Et Une Femme)’의 복원판이 LA와 뉴욕에서 재개봉된다.     ‘남과 여’는 단 3주 만에 완성됐다. 누구도 이 영화가 이후 프랑스 영화의 전설이 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불과 28세 신인 감독의 작품이 획기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한 줄거리에 대사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대신 두 주연 배우의 이미지로 채운 영상미 때문이었다.     여주인공 안느 역의 아누크 에메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성숙미와 남자 주인공 역의 장루이 트랭티냥의 깊이 있는 내면이 신비스럽고 로맨틱한 조화를 이루었다.   ‘남과 여’는, 스타일은 멜로드라마의 모든 것이라는 걸 입증해 보인 영화였다. 평범하고 밋밋한 듯 보이지만 극적으로 로맨틱한 분위기로 연출했고 안개처럼 희미한 의식 속에서도 이어지는 사랑을 잔잔하고 황홀한 영상으로 표현했다.     ‘남과 여’에는 두 남녀 주인공 외에 또 다른 주인공이 있다. 영화를 모르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보았을 주제가 ‘러브 테마’다. 영화 촬영을 다 마치고 난 후, 를르슈 감독은 뭔가 부족한 느낌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작곡가 프란시스 레이의 달콤한 음악이 그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었다. 영화의 주제곡은 영화 못지않게 큰 인기를 얻었다. 레이는 이후 ‘러브스토리’(1970)의 주제가를 작곡, 로맨스 영화 음악의 거장 반열에 오른다.     영화 스크립터 안느(아누크 에메)는 파리에 혼자 살고 있다. 주말이면 기차를 타고 근교 도빌의 기숙학교로 딸을 찾아간다. 그녀의 유일한 즐거움이다. 홀애비 장루이(장루이 트랭티냥)도 다를 바 없다. 카레이서인 그는 아들과 주말을 보내기 위해 차를 몰고 도빌로 향한다.     안느는 딸과 보내는 행복함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다가 막차를 놓치고 만다. 일 때문에 파리로 돌아가야만 하는 안느, 당황해 하는 그녀에게 장루이가 다가간다. 어디로 가는지 묻는다. 남과 여는 이렇게 처음 만난다.     남자는 아름다운 안느에게 마음이 끌린다. 조심스레 말을 걸어보지만 안느는 자신이 얼마나 남편을 사랑하는지에 대해서만 이야기할 뿐이다. 도착할 무렵에야 얼마 전 스턴트맨으로 일하던 남편이 사고로 사망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다음 주에 함께 도빌로 가자는 장루이의 제안에 안느는 답 대신 전화번호를 적어 준다.     이후 두 사람은 빨간 스포츠카를 타고 한가로운 파리의 거리를 누비고, 호젓한 바닷가에서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두 사람의 사랑은 깊어만 간다. 안느는 장루이의 아내가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카레이서 남편을 기다리는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경주를 마친 장루이에게 안느는 “사랑해요”라는 단 한마디의 전보를 보내고 장 루이는 즉시 안느를 향해 달려간다.   2008년, 를르슈 감독은 속편 ‘남과 여, 20년후(Un Homme Et une femme, 20 ans deja)’를 발표한다.     30대였던 두 주인공이 50대의 중년이 되어 다시 재회하는 내용이다. 전편이 영상미와 분위기 위주였다면 속편은 두 배우의 원숙한 연기력에 의존하여 영화를 끌고 나간다. 보사노바풍의 테마 음악이 영화 전편에 흐른다.     안느는 50대 중반의 영화제작자가 되어 있고 장루이는 여전히 카레이서로 일하고 있다. 장 루이의 아들은 결혼했고 안느의 딸은 엄마의 영향을 받아 여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어느 날 딸이 장루이의 소식을 듣고 엄마에게 전하면서 두 사람은 20년 만에 재회한다.     안느는 장루이에게 20년 전의 추억을 영화로 만들자고 제안한다. 영화 속 자신의 역할은 안느의 딸이 맡기로 하고 촬영에 들어간다. 이후 영화는 영화 속 영화와 영화 밖 현실을 오가며 진행되지만 안느는 갑자기 영화를 중단해버린다. 중단되었던 그들의 사랑을 의미하는 듯.     2019년 를르슈 감독은 칸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대되어 ‘남과 여’ 3편을 ‘남과 여, 여전히 찬란한(The Best Years of a Life)’라는 제목으로 발표한다. 오리지널 발표 후 54년만의 일이다. 같은 주제곡이 흐르는 가운데 노년의 두 배우가 다시 한번 안느와 장루이를 연기하며 이전 두 작품의 스토리를 이어간다.     요양원에 앉아 있는 80대 후반의 장루이. 그는 기억을 잃어가고 있다. 아들조차도 알아보지 못하고 조용히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 그가 유일하게 기억하는 건 한때 사랑했던 여인 안느. 그는 안느와 함께 요양원을 탈출한다. 차를 타고 거리를 달리고 바다를 향해 질주한다. 쫓아오는 경찰에게 총을 쏘아댄다. 꿈에서 깨어난다. 여전히 요양원 마당이다.   아들은 안느를 수소문, 아버지 앞에 데려온다. 그러나 설렘으로 찾아온 안나를 장루이는 알아보지 못한다.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해피엔딩인 줄 알았던 1966년의 원작이 해피엔딩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과거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던 안느를 장루이는 견디지 못하고 이 여자 저 여자의 품을 전전하다 결국 안느와 헤어지고 말았다.     장루이는 안느가 누군가와 닮았다면서 말한다. 자신에게도 한때 사랑했던 여인이 있었노라고. 안느는 장루이의 ‘과거의 연인’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두 사람의 운명에 얽힌 사랑의 아이러니를 느낀다.     자신만을 사랑한다면서 자신을 떠나갔던 남자, 자신만을 사랑한다면서 이 순간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남자. 안느는 인제야 깨닫는다. 장루이가 자신을 떠났지만, 아직도 자신에게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음을. 트랭티냥과 에메가 2022년과 2024년에 사망할 때까지 생전에 출연한 마지막 영화였다.     2015년 전도연, 공유 주연의 ‘남과 여’는 눈 덮인 핀란드를 배경으로 한다. 아이들이 다니는 국제학교에서 만나 사랑을 나누고, 8개월 후 서울에서 만나 다시 사랑을 이어가는 스토리! 를르슈 감독의 원작의 제목과 내용을 살짝 차용한 한국판 ‘남과 여’는 윤리와 책임감, 배우자에 대한 죄책감을 뒤로하고 뜨거운 장면 가득한 ‘불륜’ 이야기로 전개된다. 전도연의 우아한 연기가 돋보였던 작품이었다.     죽어가는 순간에도 사랑을 나누는 장루이와 안나. ‘남과 여’라는 제목의 4편의 영화가 공통으로 던지는 질문, 사랑의 유효 기간은 얼마나 될까. 김정 영화 평론가 [email protected]로맨스 영화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칸영화제 비경쟁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2025-04-02

[심리만화경] 나를 알면 승리할 수 있어!

“네가 어떤 선수인지 알게 되면, 1승이 아니라 100승도 할 수 있어.”   영화 ‘1승’의 대사이다. 송강호 배우가 주연인 이 배구 영화는 영화적 재미 못지않게 김연경 선수를 비롯한 현역 및 은퇴 선수들의 모습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지만, 내 귀에 꽂힌 것은 저 한 마디였다.   영화에서 말하는 ‘나를 아는 것’은 메타인지와 관련된다. 상위인지, 초인지라고도 불리는 메타인지는 보통 ‘생각에 대한 생각’이라는 말로 표현되는데, 쉽게 말해서 자신이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에 대해 알고, 자신의 생각에 대해 판단하는 자기 인지 능력을 말한다.   최근엔 학업 성적과 관련해서 메타인지 능력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한다. 메타인지를 통해 자신이 무엇을 이해하고 있고, 무엇을 못하는지에 대한 현재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발전을 위한 계획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영화에서는 “내가 어떤 선수인지 알게 되면, 다음에 뭘 할지가 보여”라고 표현했다.   MZ세대 학생들은 자신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 한다. 최근 MBTI의 인기도 유사한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막상 자신의 장, 단점을 확인하는 것은 그리 달갑지 않은 일이다.   영어 공부를 하겠다는 학생에게 ‘당장 시험에 응시하라’고 권유했다. 각각 20점과 80점의 실력을 가진 사람에게 각기 다른 학습법이 필요한 것은 명확하니, 자신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평가받고, 그 결과에 기반한 학업 계획을 세우는 것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답은 ‘조금 더 준비한 다음에 볼게요’였다. 지능 검사를 대비해 공부하겠다는 느낌의 대답이었다.   우리는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건강검진 받는 것을 미루는 것처럼 본인의 정확한 상태를 진단하고, 그 결과를 마주하는 것은 고통스럽다. 하지만, 그 두려움을 이겨내고 내가 누구인지를 아는 것, 그것이 성장의 첫걸음이다. 최훈 / 한림대 교수심리만화경 승리 영화적 재미 배구 영화 김연경 선수

2025-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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