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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질문하는 힘’에서 답을 찾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저서 ‘호모 데우스’에서 이미 경고했다. 대규모 데이터 처리와 의사 결정이 알고리즘에 의해 좌우되는 시대, 디지털 전환을 넘어 인공지능(AI)이 현실을 지배하는 미래가 도래할 것이라고. 그의 예견은 이미 우리 곁에 현실로 다가왔다.   필자는 매년 여름, 한국의 교육 현장으로 향한다. AI가 교육에 던지는 시사점을 주제로 강연을 이어온 지도 여러 해다. 다음 달에도 다섯 차례의 특강이 예정돼 있다. ‘AI와 영어 독서’, ‘AI와 영어 작문’, ‘AI 시대의 질문법’ 등, 교육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AI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우리의 준비 자세에 대한 고민과 경험을 나누는 자리다.     놀랍게도 참석자들의 반응은 매번 뜨겁다. 이는 AI와의 공존이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과제임을 방증하며, 필자에게도 끊임없는 배움과 성찰의 동기를 부여한다.   ‘AI 시대, 교육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필자가 가장 먼저 강조하는 것은 ‘질문의 힘’, 특히 ‘수준 높은 질문 전략’이다. 대화형 AI인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전제 조건은 바로 양질의 질문 능력이다. AI는 질문의 수준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물을 내놓기 때문이다. 단순 사실과 개념 암기는 AI의 몫이 된 지 오래다. 이제 교육의 무게중심은 시험 성적이나 지식 전달에서 학생들의 창의성, 인성, 고등 사고력, 문제 해결 능력으로 옮겨가야 한다. 암기식 주입 교육, 정답 맞히기식 평가는 AI 시대의 생존법이 될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떤 질문이 좋은 질문인가? 풍부한 독서, 역사와 사회문화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할 때 비로소 AI에게 구체적이고 다층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현재 챗GPT 언어 데이터의 92%가 영어라는 사실이다.     자동 번역 앱의 편리함 이면에는 영어권 문화와 그들의 사고방식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는 한계가 존재한다. 머신러닝의 기반이 영어 데이터인 이상,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하고 영어권 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은 미래 사회의 핵심 경쟁력이 될 수밖에 없다. 영어 자체뿐 아니라 그 문화적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챗GPT를 향한 질문의 깊이는 얕을 수밖에 없다.   인문학, 예술, 철학, 수학, 과학, 윤리 등 다양한 학문을 융합적으로 탐구하며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이를 현실에 적용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토론을 통해 함께 배우는 ‘소크라테스식 세미나’나 유대인의 토론 학습법 ‘하브루타(Havruta)’처럼 학생 중심의 효과적인 소통(Communication)과 동료들과의 가치 있는 협력(Collaboration)을 통해 창의력(Creativity)과 비판적 사고력(Critical Thinking)을 길러내는 교육, 이것이 AI 시대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육의 본질이다.   AI 교육의 방향 설정에 참고할 만한 저서 몇 권을 소개한다. ‘AI 시대와 인류의 미래(The Age of AI and Our Human Future·에릭 슈밋 외)’, ‘디지털 세대 교육(Teaching Digital Natives·마크 프렌스키)’, ‘IQ. EQ. DQ: AI 시대의 새로운 지능(IQ. EQ. DQ New Intelligence in the AI Age·박유현)’ 등이다. 이 책들이 미래 교육을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작은 등대가 되길 바란다. 수지 오 / 교육학 박사·교육컨설턴트오픈 업 영어권 문화 영어 독서 영어 작문

2025-06-02

글렌데일 '차 없는 거리' 축제…31일 오전 10시~오후 4시

글렌데일 시가  오는 31일(토) 도심에서 차 없는 거리 축제 ‘레츠 고 글렌데일(Let’s Go Glendale)'을 개최한다.   행사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사우스 글렌데일 애비뉴 1.3마일 구간(렉싱턴~체비체이스 드라이브)에서 진행된다. 해당 도로는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차량 진입이 전면 통제된다.     행사 참여는 무료다. 시민들은 시작점이나 종착점 없이 어디서든 자유롭게 진입하고 나갈 수 있다. 단, 전동 킥보드·전기자전거 등 전기 이동수단은 금지된다. 다만, 장애인을 위한 전동 휠체어나 보조기기는 예외다. 반려견은 목줄 착용 시에만 동반이 가능하다.     거리 곳곳에는 지역 음식 부스와 로컬 상점들이 운영되고, 각종 예술·문화 체험도 함께 마련된다. 후버 고등학교 마칭밴드, 재즈 밴드, 레르나장 앙상블, 마리아치 연주 등 다양한 음악 공연도 펼쳐질 예정이다.   행사장 내에는 세 곳의 '허브'가 운영된다. 각 허브에는 예술·문화 체험, 시 정부 및 커뮤니티 정보 부스, 응급처치, 자전거 수리, 음수대 등이 설치된다.     행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웹사이트(glendaleca.gov)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강한길 기자거리 축제 거리 축제 거리 곳곳 문화 체험 강한길 미주중앙일보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 미국 LA뉴스 LA중앙일보 글렌데일 차량 통제

2025-05-29

[구호 현장에서] 이제는 K-나눔의 시대

BTS, 블랙핑크, 뉴진스 등으로 대표되는 K-팝은 더 이상 아시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LA, 파리, 리우데자네이루까지 지구 반대편에서도 한국 음악이 울려 퍼진다. K-푸드 역시 마찬가지다. 김치, 불고기, 떡볶이, 삼계탕은 이제 전 세계인의 식탁 위에 올라 있다.   이러한 K-컬쳐의 세계화 속에서, 이제 한국이 보여줘야 할 새로운 한류는 단순한 소비가 아닌 ‘K-나눔’이라는 가치의 확산이다.   불과 수십 년 전, 한국은 세계의 원조를 받던 나라였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미국, 유엔, 유럽 등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재건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제 대한민국은 G20 국가 중 가장 빠른 성장 속도로 공적개발원조(ODA)를 확대하는 나라로 거듭났다. 2023년 기준 한국의 ODA 예산은 약 47억 달러(약 6조 1000억 원)에 달하며, 대표 기관인 KOICA(한국국제협력단)는 60여 개국에서 보건, 교육, 식수, 디지털 개발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제 K-나눔의 개념은 정부 예산 집행을 넘어 시민사회와 비영리단체(NGO)의 참여로 확대되고 있다. 굿네이버스를 비롯한 대표적인 한국 NGO들은 현재 100여 개국에서 교육, 보건, 식수, 여성 권익 신장 등 다양한 사업을 활발히 수행하고 있다.   특히 굿네이버스는 소액 정기 후원자의 참여를 기반으로 성장해 왔으며, 최근에는 K-팝 팬덤의 기부 문화가 새로운 나눔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팬들은 아티스트의 생일, 데뷔 기념일, 콘서트 등을 계기로 해외 아동 지원, 재난 구호, 의료 지원 등 사회적 가치 실현에 직접 참여하는 ‘참여형 기부’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해 6월 임영웅 씨의 생일을 맞아 팬클럽 ‘영웅시대’ 미국 동부 스터디방 회원들이 해외 아동을 돕기 위한 후원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러한 활동은 문화 감동이 사회적 책임으로 확장되는 K-나눔의 대표 사례로 손꼽힌다.   K-나눔의 뿌리는 우리 민족 고유의 품앗이와 정(情)의 문화에 있다. 어려운 이웃을 함께 돌보고, 한 장의 연탄도 나누었던 공동체 정신은 한국인의 삶의 철학으로, 국경을 넘어 미주 한인 사회에서도 실천되고 있다.   1992년 LA 폭동, 2008년 금융 위기, 최근 코로나 팬데믹 등 수많은 위기 속에서도 한인 동포들은 ‘혼자가 아닌 함께’라는 신념으로 위기를 극복해왔다. 팬데믹 당시 재봉틀로 마스크를 만들어 이웃에게 나누고, 식당들은 도시락을 전달하며 연대를 실천했다. 이는 정신적 K-나눔의 완벽한 사례다.   우리가 키운 K-컬쳐가 보여주는 문화였다면, K-나눔은 함께 사는 문화를 만드는 힘이다. 미국 내 한인 사회는 문화 외교의 숨은 주역이자, 앞으로 K-나눔 확산의 중추적 플랫폼이 될 수 있다. 교회, 지역 단체, 비즈니스 커뮤니티, 청년 세대의 자원봉사 정신은 이미 글로벌 소프트파워로 작용하고 있다.   이제는 한국이 전 세계의 마음을 얻은 K-컬쳐에 ‘가치’를 더할 차례다. 더 많은 나라에 학교가 세워지고, 더 많은 아동에게 깨끗한 물이 공급되며, 더 많은 여성이 존엄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 우리가 받은 사랑을 ‘세상을 위한 좋은 변화’로 전환하는 길이다.   K-나눔은 선택이 아닌 대한민국의 책무다. 대한민국이 ‘주는 나라’가 될 때 비로소 K-컬쳐는 완성된다. K-팝이 춤추게 하고, K-푸드가 미소 짓게 했다면, K-나눔은 세계를 따뜻하게 할 수 있다. 김재학 / 굿네이버스 USA 본부장구호 현장에서 나눔 나눔 방식 기부 문화 참여형 기부

2025-05-27

CBS 뉴스 한국 출신 예술가 브렌다 터너 소개

 CBS 뉴스 텍사스는 지난 23일, 5월 아시아계 미국인 및 태평양 제도민 유산의 달(Asian American and Pacific Islander Heritage Month)을 기념하며, 어린 시절 한국에서 자란 기억을 예술을 통해 공유하는 북 텍사스 여성 예술가 브렌다 터너(Brenda Turner)의 이야기를 조명했다. 다음은 보도 내용을 전재한 것이다. 브렌다 터너의 거실은 꿈에서 시작된 하나의 비전을 완성하기 위해 모인 물감 병들로 가득 차 있다. 터너는 “이 작품은 꿈에서 떠오른 것으로 향수를 불러일으키죠. 기억들이 밀려오기 시작하거든요”라고 말했다. 이 예술가는 오래된 사진들을 캔버스 위에 되살리며, 자신의 어린 시절 기억을 재현하고 있다. “지금 작업 중인 이 작품은 제 첫 번째 생일 때 찍은 아기 사진이에요. 사진 속의 저는 좀 괴상하고 심술궂어 보이죠”라고 터너는 말했다. 1987년, 터너의 어머니가 찍은 이 사진은 그녀의 최신 작품에 영감을 주었다. “어머니는 서울에서 태어나셨어요”라고 터너는 덧붙였다. 터너의 작품은 달라스의 딥 엘럼(Deep Ellum) 지역에 위치한 ‘퍼스펙티브 6 아트 갤러리’(Perspective 6 Art Gallery)에 전시돼 있으며 그녀는 이곳에서 3점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터너의 작품 중 하나는 한국 문화의 한 단면을 담고 있다. “이 작은 인형들은 사실 자석이에요. 한국 문화에서는 꽤 흔하죠,”라고 그녀는 설명했다. 또 다른 작품은 한국 군부대에서의 성장 경험과 복잡한 가족사를 담아낸다. “어머니는 한국인이고, 아버지는 흑인이셨어요. 80년대 당시 사회에서는 그로 인해 많은 문제가 있었죠”라고 터너는 회상했다. 그녀는 어린 시절, 아버지에 대한 비하 발언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키가 크고 피부가 짙은 아버지를 보면 사람들은 비하적인 표현으로 그를 언급하곤 했어요”라고 그녀는 말했다. 터너의 두 번째 작품은 그녀의 조카의 본질을 포착하고 있으며 세 번째 작품은 아시아 역사 속 비극적인 사건을 반영한다. “이건 제가 만든 리놀륨(linoleum) 프린트 작품인데요, 2011년 일본에서 발생한 지진을 유발한 쓰나미를 주제로 했어요”라고 터너는 설명했다. 이 작품은 회복력과 강인함을 상징한다. “일본 지역 사회의 사람들은 여전히 힘을 모아 공동체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노력했죠”라고 그녀는 말했다. 터너는 20년 넘게 회화를 통해 자신의 아시아적 뿌리를 나누어 왔으며 앞으로도 멈출 계획이 없다. “어릴 때는 항상 ‘넌 뭐야? 누구야?’라는 질문을 받았어요. 하지만 내 예술을 보면 그게 무엇인지, 제가 누구인지 알 수 있을 거예요”라고 터너는 전했다. 그녀는 자신의 역사와 문화 유산을 통해 달라스-포트워스 지역 사람들에게 아시아적 정체성을 소개하고 그 기반 위에 미래의 작품 세계를 만들어가고자 한다.   손혜성 기자예술가 브렌다 브렌다 터너 한국 문화 한국 군부대

2025-05-27

SLA Medical Spa

   덴버 다운타운의 상징적인 장소인 유니온 스테이션과 Byron White Courthouse가 어느 날,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특별한 무대로 변신했다. SLA 메디컬 스파(Medical Spa, 원장 박슬아) 팀이 올해의 포토 프로젝트를 위해 이곳에서 진행한 촬영은 단순한 팀 프로필을 넘어, K-Beauty의 아름다움을 담은 문화적 메시지였다. SLA Medical Spa는 매년 다른 콘셉트로 팀 사진을 기획해왔고, 올해의 주제는 K-Beauty in Colorado. 트렌디한 감각과 한국적인 미를 동시에 담아낸 이 촬영은, 덴버 시민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지나가던 외국인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사진 촬영을 지켜보며 "Beautiful!"이라는 감탄을 연신 내뱉는 장면도 인상 깊었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이미지 연출을 넘어서, 한국적인 피부미용의 철학을 자연스레 녹여낸 기획이었다. 한복 스타일의 디테일을 가미한 의상과 절제된 동작, 그리고 자연광을 활용한 촬영 기법이 조화를 이루며 동서양의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순간을 담아냈다. SLA Medical Spa 박슬아 원장은 이렇게 전했다. “최근 들어 K-Beauty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이 점점 높아지면서, 스파도 하루가 다르게 바빠지고 있어요. 이번 촬영을 통해 단순한 마케팅을 넘어서 한국의 미와 스파 문화가 얼마나 조화로울 수 있는지를 지역사회에 보여주고 싶었어요. 현장에서 많은 분들이 우리의 모습을 보고 감탄해주셔서 정말 뿌듯했어요.” 덴버 중심에서 K-Beauty를 선보인 그들은, 단순히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가를 넘어, 문화의 전달자 역할을 해냈다. SLA Medical Spa는 덴버 지역에서 K-Beauty를 기반으로 한 메디컬 스킨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며, 피부 관리뿐 아니라 한국 문화의 미적 가치도 함께 전달하고자 한다. 전문성과 예술성이 어우러진 이번 촬영 프로젝트는, 그 자체로 하나의 전시작이자 문화 콘텐츠가 됐다. 앞으로도 SLA Medical Spa는 뷰티를 넘어, 이야기를 담는 브랜드로 성장해 나갈 계획이다.  이은혜 기자medical spa medical spa 한국 문화 스파 문화

2025-05-21

[이아침에] “빵 사!” 한마디에 담긴 정

현재 다니는 미국 회사에 입사하기 전, 나는 10여 년을 한인 의류 회사에서 일했다.그곳은 ‘포에버21(FOREVER 21)’이라는, 한때 전국에서 큰 인기를 끌던 한인 브랜드였다.   전성기 시절 포에버21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약 80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며 자라(ZARA), 망고(MANGO)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했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빠르게 바뀌자, 무리한 사세 확장으로 인해 점차 무너졌다.     각 매장에 쏟아부은 투자는 온라인으로 전환하기엔 너무 무거운 짐이었고, ‘정크 패션’이라는 오명을 쓰게 되면서 쉬인(SHEIN), 아소스(ASOS) 등 중국계 브랜드의 공세에도 밀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브랜드가 가장 빛나던 시절, 나 또한 그 안에서 함께하며 직원들 사이의 따뜻한 정과 활기 넘치는 분위기를 누릴 수 있었다. 1년에 세 차례나 받았던 200% 보너스, 연말 선물 보따리, 회사 창립기념일마다 열리던 고기 파티와 경품 이벤트….   그 시절의 사내 문화는 직원들에 대한 애정과 사기를 북돋우려는 노력이 가득했다.   우리 팀은 멕시칸 직원을 포함해 20여 명으로 구성돼 있었고, 그중 15명이 한인이었다. 칸막이 없이 한 공간에서 일하다 보니, 점심시간이면 서로 음식을 나누고 숟가락 개수까지 알 만큼 가까워졌다.   오전 7시30분까지 출근해야 했던 우리 팀은 대부분 아침을 거르고 출근했지만, 누군가 정성껏 음식을 싸오면 5~10분 정도 다 함께 둘러앉아 아침을 나눴다. 배추전, 고추전, 깻잎전, 군고구마, 찐계란, 수제 빵, 찹쌀떡까지 연륜 있는 샘플사 언니들의 솜씨 덕분에 매번 푸짐한 식탁이 차려졌다.   우리 패턴사들은 그 고마움에 보답하고자 하루씩 정해서 30여 개의 빵과 간식을 사오기도 했다. 당시 빵 값은 개당 1~2달러 정도 하던 때라 큰 부담이 아니었고, 함께 나누는 즐거움이 더 컸다. 인기 메뉴는 베이글과 크림치즈, 곰보빵, 김치만두, 붕어빵, 프렌치토스트, 샌드위치 등 다양했다. 때로는 부지런을 떨며 한인타운에서 김밥, 떡, 떡볶이까지 사오기도 했다.   그렇게 일주일에 3~4번은 누군가가 돌아가며 아침을 준비했는데, 어느 날부턴가 자연스럽게 ‘칭찬 → 축하 → “빵 사!”’가 문화처럼 굳어졌다.   예를 들면 이렇다. “언니, 요즘 피부 너무 좋다~” “아드님 결혼 날짜 잡았어요?” “따님 대학 잘 갔다면서요?” 이런 덕담이 오고 가면 이어지는 말은 거의 늘 같았다.“그럼 빵 사야지~!”   경조사가 많고 자랑거리도 많은 아줌마 15명이 함께하다 보니, 매번 누군가는 빵을 사야 했고, 우리는 그것을 즐겁게 받아들였다. 정이 넘치고 먹는 인심이 좋았던, 지금도 그리운 그 시절이었다.   그 회사를 떠나 지금 근무하는 미국 회사에 오면서, 나는 그 따뜻한 문화가 아쉬웠다.   가벼운 농담 삼아 “도넛 사!(You should buy the donut!)”라고 말해봤지만, 미국 직원들은 잘 이해하지 못했다.   한인들처럼 축하할 일이 생기면 음식으로 나누는 문화가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다소 낯설었던 것이다. 생일이면 매니저가 슈퍼마켓에서 사온 크림 가득한 케이크 하나가 전부였다.     그러던 중, 코로나 이후 구조조정으로 팀원이 줄고 내가 팀장을 맡게 되었다. 팀원이 8명이라 부담도 적었기 때문에 어느 날 회사 근처에서 베이글을 사갔다. 직원들은 예상보다 훨씬 고마워 했고, 그것이 시작이 되었다.   이후로는 누가 먼저 시키지 않아도, 각자 돌아가며 음식을 사오게 되었다. 멕시칸 동료는 자신이 즐겨 찾는 빵집에서 전통 빵을, 미국인 동료는 SNS에서 유명한 도넛을 사왔다.   이제는 “빵 사!”라는 말 없이도, 다들 자연스럽게 돌아가며 나누는 문화가 생겼다.   누군가 기쁜 소식을 전하면, 다 함께 축하해 주고 마음을 나눈다.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사람은 누구나 정을 나누는 걸 좋아한다는 것. 국적과 문화는 달라도, 따뜻한 마음은 통한다는 것. 그리고 그 시작은 한 조각의 음식처럼 작고 소박할 수 있다는 것을. 이선경 / 수필가이아침에 보따리 회사 멕시칸 직원 사내 문화

2025-05-15

[아름다운 우리말] 문화와 정치 그리고 종교

어떤 말은 우리가 늘 사용하고 있지만 정확한 의미를 모르거나 오해하며 살아갑니다. 저는 말의 의미를 정확히 아는 것이 삶을 제대로 사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제가 다루고자 하는 낱말은 우리말에서 매우 중요한 어휘입니다. 아니, 인간의 언어와 삶에서 매우 중요한 어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로 문화와 정치 그리고 종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문화 없는 하루하루는 상상하기 어렵죠. 정치가 없다면 세상이 돌아가지 않을 겁니다. 종교가 우리에게 주는 위안과 마음의 평화는 무엇과도 바꾸기 어려운 가치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문화라는 말이나 정치, 종교라는 말을 잘 이해하고 있을까요? 매일같이 사용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 의미를 깊게 들여다보지 않는 듯합니다.     말의 원래 의미와 사용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문화와 정치, 그리고 종교라는 말은 결국 모두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고 봅니다.     문화(文化)의 방향은 글이고, 정치(政治)의 방향은 올바름이고, 종교(宗敎)의 방향은 높음입니다. 한자로 보면 그렇습니다. 하지만 각각 다른 방향이 아닙니다. 같은 방향을 달라 표현하고 있을 뿐입니다. 문자로 보면 글로 하는 게 문화고, 바르게 다스리는 게 정치이고, 가장 높은 가르침이 종교입니다.      문화는 근본적으로 동물과 달라진 것을 말합니다. 자연 상태에서 벗어난 겁니다. 그래서 영어에서는 ‘Culture’가 ‘재배, 경작’과 ‘교양’의 의미도 있습니다. 인간이 자연에서 벗어난 가장 중요한 증거는 ‘말’입니다. 인간은 말로 서로 소통합니다. 그야말로 말을 하며 울고 웃습니다. 강하게 말하자면 말이 곧 인간입니다. 그런데 말을 한다는 것은 폭력에서 벗어났음을 보여줍니다. 싸우는 것이 아니라 말로 하는 겁니다. 문화는 주먹으로 해결하는 폭력이 아닙니다. 폭력을 부추기는 문화, 싸움으로 가득한 화면이 떠오릅니다.    저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라고 했다는 말을 듣고 두 번 놀랐습니다. 하나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했다고 알았기 때문입니다. 평생을 잘못 알고 인생을 보내기도 합니다. 다른 하나는 정치적이 좋은 의미라는 점입니다. 하도 우리말 표현에서 정치적이라는 말이 부정적이어서 그랬을 겁니다.     그런데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정치적’이라는 표현은 최고의 찬사입니다. 폭력이 아닌 말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인간이 가지는 겁니다. 폭력을 벗어나야 비로소 정치가 시작됩니다. 야유가 아닌 설득이 정치의 기본입니다. 멋진 수사학과 연설의 기법이 정치의 묘미인 셈입니다. 이렇게 쓰고 보니 우리 정치가 가슴을 답답하게 하네요. 소리 지르고, 야유하고, 비꼬는 낮은 수준의 언어 구사력입니다.    종교는 사실 좀 어려운 영역입니다. 분명 가르침을 좇아야 하는데 의외로 믿음이 걸림돌이 되기도 합니다. 믿음이 시각을 좁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나와 다른 믿음은 이단이 되고, 사이비가 됩니다. 다른 종교의 책은 읽으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심하게는 버리거나 불태우거나 금서로 만들기도 합니다.     종교를 믿는 사람이 서로의 믿음에 대한 존중이 없습니다. 참으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종교에서 가장 멀리 해야 할 것은 폭력과 폭언, 악담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종교를 떠올리면 폭언과 악담의 장면이 떠오릅니다. 우리 종교 현실이 또 떠오르네요.      문화와 정치, 종교가 향하는 곳은 평화입니다. 원래 이 세 어휘는 모두 평화를 향하고 조화를 향합니다. 싸우지 않아야 하고 서로를 존중하여야 합니다.     문화와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에게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폭력을 조장해서는 안 됩니다. 정치를 하는 사람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폭력의 언어를 사용하는 게 아니라 설득의 언어를 사용해야 합니다. 종교를 믿는 사람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종교는 평화입니다. 종교는 사랑입니다. 말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말대로 살아가기 바랍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문화 정치 정치 종교가 종교가 우리 우리 정치

2025-05-04

[제10회 한국 문화 축제] CSU 샌버나디노 한국 문화 축제 성공적 마무리

  지난 18일 캘스테이트 샌버나디노(CSUSB)에서 '제10회 한국 문화 축제'가 성황리에 개최됐다.     황보미 교수의 주도하에 LA 한국문화원(원장 정상원), 재미국악원, 이영미 한식 대가, 그리고 이모네키친의 협력으로 마련된 이번 행사는 한국 학생이 적은 캠퍼스에서 한국 문화를 알리는 뜻깊은 자리였다. 지난 10년간 소규모로 이어져 온 축제가 올해 10주년을 기념하며 한층 풍성한 프로그램으로 발돋움했다.   축제는 한국 전통과 현대 문화를 아우르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재미국악원의 궁중음악 정악 중 유초신지곡의 '타령'을 시작으로 장고춤, 최옥산류 산조의 가야금과 거문고 이중주, 그리고 25현 가야금으로 연주된 BTS의 'Dynamite'까지,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무대는 한국 문화의 깊이와 아름다움을 생동감 있게 전달했다. 이 공연은 섬세한 연주와 역동적인 춤으로 많은 이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또한 이영미 한식 대가의 김치 만들기 체험도 큰 인기를 끌었다. 참가자들은 직접 김치를 담그며 한국의 발효 음식 문화를 배우고, 그 맛을 음미하며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     이번 축제의 성공 뒤에는 황보미 교수의 10년간의 헌신과 노고가 있었다. 한국 학생이 많지 않은 CSUSB에서 한국 문화를 알리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온 황 교수는 이번 10주년 행사를 통해 그 결실을 맺었다. 황 교수는 "한국 문화를 통해 학생들이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키우길 바란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이모네키친의 참여 역시 축제의 특별한 요소였다. 일명 '한강라면'으로 알려진 라면 조리기를 통해 즉석에서 끓인 한국 라면을 제공하며 학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긴 줄을 서며 라면을 맛본 학생들은 캠퍼스 내 상시 한국 라면 제공을 요청할 정도로 열렬한 반응을 보였다. 이 음식들은 한국의 정과 문화를 나누는 매개체가 되었으며, 지역 사회와의 연결고리를 강화하는 데 의미 있는 기여를 했다.   한편, 제10회 CSUSB 한국 문화 축제는 한국의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며, 다양한 배경의 학생들에게 문화적 공감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황보미 교수의 열정, LA 한국문화원과 재미국악원의 협력, 이영미 대가의 전문성, 그리고 이모네키친의 따뜻한 참여가 어우러진 이 축제는 CSUSB 캠퍼스에서 한국 문화의 씨앗을 뿌리는 소중한 전통으로 이어질 것이다.알뜰탑 한국 문화 한국 문화

2025-04-23

“코리아 원더풀” 세종학당 학생 15명 참가

LA한국문화원(원장 정상원)이 한국관광공사 LA지사, 세종학당(소장 안형미)과 광복 80주년을 맞아 기획한 ‘2025 한국 문화 현장 체험’ 프로그램을 지난 6일부터 12일까지 성공리에 개최했다.     한국어 학습자들의 한국 방문 프로그램은 지난 2013년 처음 시작해 올해로 10회를 맞이했다.     LA를 비롯해 애리조나, 오하이오, 텍사스, 몬태나주 등에서 세종학당의 온라인 한국어 수업을 듣는 수강자와 그들의 친지를 포함해 15명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번 현장 체험에서는 광복의 역사적 가치와 한국 문화를 배울 수 있는 학습 중심의 문화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특히,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바 있는 창덕궁과 종묘 등 유적지를 방문해 한국의 깊은 역사와 문화를 더 깊이 이해할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문화원 측은 ▶한글 캘리그라피 체험 ▶한국 전통 음식 만들기 ▶한국 드라마 및 영화 촬영지 투어 등 다양한 한류 콘텐츠를 직접 체험할 기회를 제공해 참가자들이 한국을 더욱 가깝고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정상원 문화원장은 “이 프로그램은 한국어 학습자들이 직접 한국을 방문해 언어와 문화를 체험하고, 한국에 대한 이해와 친밀감을 높이는 대표적인 문화 교류 행사”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관련 예산을 확충해 다양한 문화 체험과 교류를 통해 한국어와 한국 문화의 저변 확대 및 현지 한류 확산에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경준 기자게시판 한국어 수강자 한국어 학습자들 온라인 한국어 한국 문화

2025-04-14

초대형 한식 체험몰 '자갈치' 화제…7만5000스퀘어피트 규모

다양한 한식 등 한국의 식문화를 한 곳에서 체험할 수 있는 초대형 복합몰이 샌프란시스코 지역에 문을 열어 화제가 되고 있다.     면적이 7만 5000스퀘어피트나 되는 이 곳에는 마켓을 비롯해 미슐랭 셰프가 운영하는 160석 규모의 레스토랑과 베이커리, 바(Bar) 등도 입점했다.   지역 언론인 머큐리뉴스와 ABC7 방송 등은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 북서쪽 지역 델리 시티 세라몬테 센터에 한국의 맛과 전통을 느낄 수 있는 복합 문화 시장 ‘자갈치(Jagalchi)’가 지난달 28일 개장했다고 보도했다.   자갈치가 위치한 곳은 대규모 쇼핑몰 내로 과거 JC페니가 입점했던 곳이다.     자갈치 측은 여유있는 공간을 활용, 이곳을 거대한 한식 문화 체험장으로 꾸몄다. 특히 자갈치는 다른 마켓과 다른 독특한 매장 구성으로 차별화에 성공했다는 평이다. 상호를 한국 부산의 자갈치시장에서 차용했지만, 매장 안은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특색 있는 입점 업체로 꾸몄다.   매장 안에는 식료품점을 비롯한 정육점, 수산물점 등도 있다. 자갈치 측은 한국 화장품 전시·판매 구역도 마련할 예정이라고 한다.   특히 레스토랑 ‘포구(Pogu)’   는 한국 최초로 미슐랭 셰프로 선정된 유현수 셰프가 운영을 맡았다. 유 셰프는 개방형 주방으로 손님에게 볼거리와 한국의 맛을 제공하게 된다. 자갈치 측은 매장에서 참치 해체 쇼도 정기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주민들은 매장에 들러 단순히 장을 보는 것이 아닌 한국의 다양한 식재료를 둘러보고, 한국 음식 문화를 직접 체험하는 기회를 얻는 셈이다.   자갈치 측은 “한식을 맛보기 위해 한국행 비행기표를 사지 않아도 된다”며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어 “한국의 전통 음식과 현대적인 감각이 어우러진 특별한 공간”이라며 “베이 지역에 한식의 새로운 맛과 문화를 선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역 언론들도 중국 및 일본 음식 문화가 강세인 베이 지역에서 한국 고유의 식재료와 음식을 선보이는 자갈치 마켓의 등장을 반겼다. 머큐리뉴스는 한식을 처음 접하거나 이미 한식을 좋아하는 주민 모두에게 즐거운 문화 체험 공간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자갈치는 농심그룹의 유통 계열사인 메가마트가 운영한다. 메가마트는 현재 미국에 3개 매장(애틀랜타·가주 서니베일·프리몬트)을 운영하고 있으며 자갈치는 네 번째 매장이다.     ▶자갈치 주소: 63 Serramonte Center, Daly City 김형재 기자스퀘어피트 초대형 자갈치 측은 자갈치 마켓 한식 문화

2025-04-02

[기자의 눈] 한류 르네상스, 깊이가 숙제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LA 킹스가 지난달 23일 홈구장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한국 문화 축제인 ‘K-타운 나이트’를 성황리에 개최하며 LA 한인 사회의 뜨거운 열기를 실감케 했다. 코리아타운 시니어 & 커뮤니티 센터의 흥겨운 사물놀이 공연과 하모니카 연주, 한인 DJ가 선사하는 K-팝의 향연은 경기장을 찾은 현지 팬들을 매료시켰다.   그런가하면 LA 다운타운에선 한국 미슐랭가이드에 이름을 올린 돼지곰탕 전문점 ‘옥동식’의 팝업 식당이 연일 화제다. 지난 1일부터 오는 12월까지 9개월간 운영될 예정인 옥동식 팝업 매장은 뉴욕타임스도 극찬한 한국 전통의 맑은 돼지곰탕 맛을 LA 미식가들에게 선보이며 입소문을 타고 있다. 또한, 한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K-도넛 브랜드 ‘카페 노티드’가 오는 12일 LA에 미주 1호점을 오픈하며 디저트 시장까지 K-열풍을 이어갈 전망이다.   스포츠, 음식, 디저트에 이르기까지, 최근 LA에서는 그야말로 ‘한류 르네상스’라 불러도 좋을 만큼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과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인 흐름이 단순한 유행에 그치지 않고, LA 문화의 한 축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보다 심층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강력한 팬덤을 구축한 한류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시작으로 방탄소년단, 영화 ‘기생충’과 ‘미나리’ 등을 통해 한국 대중문화의 저력을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 그러나 현재의 한류 소비는 한국 문화를 ‘겉으로 즐기는’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콘텐츠 자체의 매력에 대한 반응은 뜨겁지만, 그 이면에 담긴 한국인의 정서나 역사적 맥락에 대한 이해는 여전히 부족하다.   예를 들어, LA 현지인들이 한식을 맛본다고 해도 김치나 곰탕 한 그릇에 담긴 한국인의 삶과 철학, 역사적 의미까지 깊이 이해하는 경우는 드물다.     지난해 LA타임스의 저명한 음식 비평가 빌 에디슨과의 인터뷰에서 삼계탕을 메뉴로 함께 식사한 적이 있다. 그는 한국의 ‘삼복(三伏)’이라는 절기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그 유래나 담긴 의미까지는 정확히 알지 못했다.     삼복의 역사와 의미를 설명해주자 그는 깊은 감명을 받은 표정이었다. 당시 에디슨은 “한식이 진정으로 타인종의 일상에 스며들기 위해서는 단순한 음식 소개를 넘어 정통 한식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깊이 있는 확산이 필요하며, 그 수요는 한국인들의 생각 이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드라마 역시 마찬가지다.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열연에 매료된 시청자들은 K-드라마를 즐겨 보지만, 그 속에 녹아 있는 한국인의 보편적인 정서나 시대적 배경, 사회상은 때로는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결국, 현재의 한류 소비는 콘텐츠라는 ‘결과물’에 집중되어 있을 뿐, 그 문화적 ‘맥락’까지 깊이 공유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러한 피상적인 소비 형태가 지속된다면, 한류는 일시적인 유행으로 끝나고 머지않아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질 수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한류를 지속 가능한 문화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몇 가지 근본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한국 문화가 지닌 고유한 ‘문화 내러티브’를 적극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단순한 볼거리나 먹거리를 넘어 한국인의 역사적 경험과 가치관, 삶의 지혜 등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함께 전파해야 한다. 화려한 K-팝 퍼포먼스 뒤에 숨겨진 아티스트와 스태프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열정, 그리고 LA를 비롯한 타지에서 묵묵히 삶을 일궈온 한인 이민자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조명될 때, 비로소 감상자들은 한국 문화에 대한 깊은 공감과 진정한 이해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지속적인 문화 교류와 교육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대학의 한국학 강좌나 세종학당의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처럼 언어와 역사를 함께 배울 수 있는 창구를 더욱 늘려야 한다. 이를 통해 일회성 문화 체험이 장기적인 관심과 깊이 있는 이해로 발전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셋째, 전략적인 지원과 연대 또한 중요하다. 문화가 꽃피우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수적이다.     일본의 사례를 보자. 태미 김 전 어바인 시의원은 지난 2022년 한 인터뷰에서 “일본은 소름 끼칠 만큼 치밀한 로비로 미국 사회에서 문화 영향력을 유지 중”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의 말처럼 민간 차원의 뜨거운 열정에 더해 한국 정부와 LA 한인 사회가 적극적으로 협력하여 한류의 제도적 기반을 튼튼히 다져나갈 때, 한국 문화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미국 사회의 일상 속으로 깊숙이 스며드는 진정한 ‘생활 문화’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LA 킹스의 ‘K-타운 나이트’ 행사장에서 뜨거운 함성, 옥동식 팝업 식당 앞에 길게 늘어선 줄, 달콤한 K-도넛의 인기. 이 모든 현상이 단순한 유행으로 스쳐 지나갈 것인지, 아니면 미국 사회에 한국의 이야기를 깊이 새기는 문화의 씨앗이 될지는 결국 우리 스스로의 노력과 고민에 달려 있다. 김경준 / 사회부 기자기자의 눈 르네상스 한류 한국 대중문화 한류 르네상스 한국 문화 김경준 미국 캘리포니아 가주 엘에이 로스앤젤레스 LA뉴스 한인 뉴스 미주 한인 한인 LA중앙일보 미주중앙일보

2025-04-02

“의회 식당에 김치가 놓이는 그날까지”

“연방의회 카페테리아에 김치가 놓이는 그날까지 한국 문화를 미 주류사회에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한국문화의 날(Korean Culture-Kimchi Day)’을 연방기념일로 제정하는 내용이 담긴 결의안(H.Res.64) 발의를 기념하고, 통과를 촉구하는 행사가 내달 9일 워싱턴DC 연방의사당에서 개최된다.     김민선 미주한인이민사박물관장은 “매년 ‘김치의 날’ 기념 행사를 연방의사당에서 진행했지만, 올해에는 김치를 넘어 좀 더 넓은 의미의 한국 문화를 알리고자 하는 마음에 결의안 내용에 ‘김치의 날’이 아닌 ‘한국문화의 날’을 포함시켰다”며 “K-문화가 글로벌화되는 가운데 한국 문화를 ‘김치’로만 국한시키는 것보다는 범위를 넓히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1월 23일 톰 수오지(민주·뉴욕 3선거구) 연방하원의원은 해당 결의안을 연방하원에 발의했다.   ‘김치의 날’에서 ‘한국문화의 날’로 범위가 넓어진 만큼, 특별히 이번 행사에서는 수오지 의원 및 그레고리 믹스(민주·뉴욕 5선거구) 연방하원의원 등 4명 의원들이 직접 태권도 격파 시범을 선보일 예정이다.     문준호 미동부한식세계화추진위원회장은 “각종 김치와 떡을 각 테이블마다 준비해서 한국의 주요 음식인 김치의 위상을 주류사회에서 높이고자 한다”며 “특별히 올해에는 완도군의회에서 전복 등 한국에서 난 해산물들을 김치처럼 전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치의 날’ 연방기념일 제정이 번번이 가로막히는 것에 대해서 김 관장은 “최종적으로 일본, 중국, 인도 등 타민족 연방의원들의 반대에 부딪혀 연방기념일 제정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그래서 이번에는 좀 더 큰 범위인 ‘한국문화의 날’로 이름을 바꾸고, 행사를 통해 의원들에게 한국 문화의 우수함에 대해 알리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행사는 역대 대통령들의 초상화가 걸린 연방의사당 매디슨홀에서 진행되는데, 이를 두고 북미주한식세계화총연합회 김영환 회장은 “그 나라의 문화를 접하려면 음식부터 접하게 된다. 매디슨홀에서 한식을 홍보하는 행사를 하는 것은 한국의 국력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는 상징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지혜 기자 [email protected]의회 식당 각종 김치 의회 식당 한국 문화

2025-03-24

캔자스 ‘한국 문화의 날’ 연다…LA한국문화원 29일 주최

LA한국문화원(원장 정상원)이 오는 29일 캔자스대(Univ. of Kansas)를 찾아 평소 한국 문화를 접하기 어려운 대학생 및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한국 문화의 날’ 행사를 개최한다.     문화원 측이 캔자스주 주도인 로렌스에서 처음 개최하는 이번 ‘한국 문화의 날’ 행사는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투호, 제기차기, 한복 착용 등 전통 체험을 비롯해 한글 캘리그라피 이름 써주기, 한국 간식 시식, K팝 음악 랜덤 플레이 댄스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행사를 공동 주최하는 캔자스대 동아시아연구소의 아키코 타케야마 소장은 “캔자스대는 한국어 전공 및 부전공을 포함해 한국어 5단계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미국 내 10개 대학 중 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행사를 통해 학교의 우수한 한국어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학생들과 지역민들이 한국 문화를 깊이 이해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정상원 LA한국문화원장은 “지난 2023년부터 문화원이 없는 타주 지역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한국 문화 체험행사를 개최해 오고 있다”며, “세종학당재단 등 유관기관들과 협력해 미국 주류 대학에서 한국의 문화유산과 전통, 최신 한국 문화까지를 체험할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경준 기자게시판 캔자스대 문화원 정상원 la한국문화원장 문화원 캔자스대 한국 문화

2025-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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