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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춤추는 영혼

오랜 세월 크루즈를 타면서 단 한 번도 밴드가 연주하는 밤에 춤추러 가지 않았다. 남편이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꺼리고 춤추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배에서 내릴 때마다 내가 그리도 좋아하는 춤을 추지 못한 것을 후회하다가 한이 되었다.   “이번에는 꽤 오래 배 안에 있어야 하니까 밤무대에서 춤을 꼭 춰야겠어. 나 춤추러 가는 것 말리지 말고 케빈에서 자고 있어.”   “알았어. 마누라 하고 싶은 대로 해.”   남편도 나의 춤 사랑에 지쳤는지 흔쾌히 허락해 줬다. 나흘째 되는 날 큰맘 먹고 추러 갔다. 모두가 부부들이 왔다. 나만 혼자다. 연주가 시작된 지 15분쯤 후, 한 여자가 그녀보다 마른 남편을 끌어내어 추기 시작했다. 배 둘레가 키보다 더 굵었지만, 통통한 몸매로 잘도 흔들었다. 흥이 많은 와이프를 위해 마지못해 끌려나가 쑥스럽다는 듯 흔들며 그만 추었으면 하는 표정이다. 여자는 흥에 겨워 벌어진 입으로 남편에게 뭐라고 지껄이며 잘도 흔들었다. 갑자기 춤추는 여자만큼이나 통통한 여자가 내 옆자리에 앉아도 되냐고 물었다. 나를 자꾸 쳐다보며 웃었다. 쳐다보는 눈초리가 예사 눈빛이 아니다. ‘혹시 레즈비언은 아니겠지?’ 비슷한 경험이 한번 있었기 때문이다.     작은 밴드가 연주하는 리버사이드 공원에서 내 옆에 앉아 있던 뚱뚱한 브라운 피부의 여자인지 남자인지 모를 여자가 자꾸 나를 흘끔흘끔 쳐다봤다. 나도 웃음으로 인사했다.     “이 동네 살아요?” “네 당신은?”으로 시작한 대화가 점점 이상한 분위기로 흘러갔다. 레즈비언 파트너를 찾는다는 직감에 먼저 가겠다고 일어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크루즈 춤으로 돌아가서 내 오해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때의 브라운 여자와 내 옆자리에 앉은 여자의 눈빛이 같다는 느낌이 들어 몸을 움츠렸다. 그녀가 나에게 물었다.   “추워요?” “약간” 그녀의 물음에 내가 대답하자 “그럼 우리 나가서 춤출래요?”     춤추고 싶어 하던 나는 벌떡 일어나 그녀와 함께 무대로 나가 추기 시작했다. 다른 키 큰 여자도 합세했다. 그리고 이어 사람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몰려나와 흔들었다. 밴드도 신나는 춤곡을 마구 연주하고 가수는 목청을 높였다. 우리는 음악이 끝나도 자리로 돌아가지 않고 계속 췄다.     “우리 그만 자리에 들어갈까?” 그녀가 헐떡이며 나에게 물었다.     “나는 더 출래요.” 대답했더니 “그럼 한 곡만 더 추고 들어가지요.”     처음엔 신나서 추더니 힘든가 보다. 우리는 자리에 돌아와 앉았다. 내가 물었다.   “혼자 배 탔어요?”   “아니. 남편은 피곤하다고 자요.”   “내 남편도 지금 자고 있어요. 밥 먹을 때만 나와요. 나는 싱글처럼 혼자 돌아다녀요. 우리 내일 또 함께 출까요?”   “글쎄 내일은 잘 모르겠는데.”   예상을 뒤엎는 그녀의 대답에 실망했지만, 내일은 나 혼자 서러도 흔들어야겠다. 이수임 / 화가·맨해튼글마당 영혼 브라운 여자 레즈비언 파트너 세월 크루즈

2025-06-12

[이 아침에] 역설적 이야기

텃밭에 심은 복초이가 배추만큼 커졌다. 올해는 왜 이토록 실하게 자라냐고 남편에게 물었더니, 이른 봄에 닭똥과 소똥을 주었다고 한다. 매일 아침 나오는 계란 껍질과 커피 찌꺼기도 썩혀서 같이 주었다고 하니, 역설적이지만, 배설물과 썩은 물질에서 생명이 쑥쑥 자란다는 말이 된다.     ‘오물에서 생명이 자란다.’ 그런데 이 모순적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인간의 배설물에서 인간이 자란다는 블랙 코메디를 쓴 작가가 있다. 정보라 작가의 『머리』라는 제목의 단편이다. 친구는 이 이야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요즘 한국의 젊은 작가들이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를 쓰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나는 반박했다. “소재가 신선하잖아. 본업은 작가고 취미가 시위하러 가는 거래.” “그래서 글이 그 모양이구나.” 친구의 혹평은 끝이 없었다. 작가는 시간 강사로 십 년을 일했던 자신의 모교를 고소했다. 이유는 부당 노동 착취다. 약자가 당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오랜 법적 투쟁을벌여서 승소했다.     지금 친구와 논쟁하고 있는 이야기는 나도 처음 읽고 나서 말이 되지 않는다고 느꼈다. 내용인즉슨, 변기에서 매일 버린 오물에서 생명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어느 날, 젊은 여자가 변기에서 자라는 머리 비슷한 오물을 보고 기겁한다. 그 머리처럼 생긴 것은 가끔 변기 속에 나타나더니, 몇십 년 동안 자라서 인간의 형태를 갖춘다. 다 자란 오물은 여자를 ‘어머니’라고 부른다. 여자는 질색한다. “내가 왜 너의 어머니냐? 나는 너 같은 것을 낳은 적이 없다.” “아닙니다. 저는 어머니 몸에서 나온 것을 매일 먹고 자랐습니다. 그러니 저의 어머니입니다.” 형상을 갖춘 오물이 어느 날 변기에서 걸어 나왔다. 자세히 보니, 여자의 젊은 시절 모습이다. 여자의 몸은 이미 늙어 있었다. 가늘어진 머리칼과 거칠어진 피부를 보며 늙음을 한탄하는데,  자신의 젊은 모습이 변기 속에서 나왔다. 여자가 매일 내놓은 오물을 먹고 자란 여자는 아름답다. ‘젊은 여자’는 발버둥 치는 늙은 여자를 변기에 밀어 놓고, 변기 물을 내리고 뚜껑을 닫는다. 늙은 여자의 옷을 대신 입고 화장실을 빠져나간다.     정보라 작가가 대학에 다닐 1990년대 한국 사회는 괴담이 많이 떠돌았다. 어느 백화점 지하 화장실에 가면 여자 귀신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끊임없이 들었다고 한다. 내가 어릴 때는 귀신은 마당 구석에 있는 변소에서 나온다고 했다. 밤에 화장실 가려고 시커먼 마당을 가로질러 변소 문을 열고 들어가면 머리털이 곤두서곤 했었다. 그때는 변소 밑에서 손이 나타나서 ‘빨간 손 줄까? 파란 손 줄까?’ 한다는 그런 이야기였다. 집에 출몰하던 여자 귀신이 현대 사회로 진화한 다음에는 공공장소인 백화점으로 옮겨갔나 보다. 한국인의 무속 및 민담은 시대가 지나도 본질은 여전히 같다는 점이다. 작가의 ‘저주토끼’라는 단편집은 2022년에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르고, 2023년에는 전미도서상을 수상했다. 외국에서 먼저 알려져서 국내에서 뒤늦게 인정을 받은 경우다.     우리는 젊음에서 늙음으로 가는 몇십 년 동안 먹고 처리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연인들은 분위기 좋은 식당을 찾고, 자식은 고심하여 선택한 식당에서 부모님을 대접한다. 일상과 경사의 중심에는 음식이 있다. 그런데 우리가 맛있게 먹었던 음식은 어디로 가는가. 다음 날 아무도 모르게 화장실에서 혼자 처리한다. 축제의 중심에 있었던 음식의 후처리 과정에서 간혹 눈살을 찌푸리기도 한다. 단편에 등장하는 여자는 젊은 시절을 대충 살고 나서는 순식간에 젊음이 사라졌다고 허무해 한다. 그녀의 젊음은 어디로 갔는가? 빠져나간 오물 사이로 소비된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나타난 생명을 적대시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봄에는 유달리 비가 많았다. 비가 너무 많이 온다고 불평하면 남편은 반대로 말한다. “올해는 대박 날거야.” 하면서 비를 귀한 손님처럼 반긴다. 비가 닭똥과 소똥을 땅속으로 깊이 넣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우리 텃밭의 복초이는 배설물과 썩은 것을 먹고 오늘도 쑥쑥 자란다. 김미연 / 수필가이 아침에 이야기 역설 역설적 이야기 여자 귀신 가면 여자

2025-05-29

[이 아침에] 노라, 너는 지금 어디에

노라. 노라는 이곳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알게 된 직장 동료다.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한 첫 직장. 신입사원은 일 년간 교습을 받고 통과해야 정식 사원이 되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 도와 가면서 혹독한 훈련을 함께 받았다. 동기 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사람이 바로 아이리스 계의 노라였다.   선한 갈색 눈동자를 한 삼십 대 중반의 노라는 늘 웃는 얼굴이었다. 강사가 질문할 때마다 막히지 않고 대답하며, 모르는 사항은 솔직하게 모른다고 하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트레이닝이 끝나갈 무렵, 그녀와 나는 상당히 친해졌다.   약간 펑퍼짐한 몸매의 그녀는 남편이 금발을 좋아한다며 항상 머리를 물들었다. 아기를 갖고 싶어했지만, 치과 의사인 그가 아이를 원치 않자, 애완용 개를 자기 아들이라 했다.   어느 날 아침 노라의 사무실로 우편이 배달되었다. 그 전날까지 함께 저녁 먹고 한 집에서 자고, 다음날 아침에 같이 출근한 남편이 보낸 이혼 서류였다.     나이 어린 히스패닉계의 간호사가 자기 아이를 가졌다며 이혼을 요구했다.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한 오십을 바라보는 그녀에겐 큰 충격이었다. 일 년 동안의 이혼 소송에 지칠 대로 지친 그녀는 우울증과 술에 빠졌다. 보다 못한 매니저가 6개월의 병가를 주었지만, 재출근 후 일주일 만에 사표를 냈다. 그 후로 노라와의 연락은 끊어졌다.   오랜만에 노라가 일했던 오피스에 들려서 일을 보고 차로 향했다. 저쪽에서 어떤 꾀죄죄한 옷을 입은 뚱뚱한 여자가 환히 웃으며 걸어왔다. 검게 썩어가는 누런 이가 햇빛에 반짝였다. 여기저기 색깔이 벗겨진 낡은 갈색 선글라스 너머로 90도가 넘는 이 더운 대낮에 행여 바람이라도 들어갈까 봐 옷깃을 단단히 여미고 얼굴엔 검버섯이 잔뜩 핀 여자. 한눈에 봐도 노라였다.     “리나”라고 부르면서 다가온 그녀는 반갑게 두 팔을 벌려 나를 안았다. 무심결에 뒤로 한 발짝 물러서며 눈을 꼭 감았다. 간단한 안부 인사를 묻고, 우린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헤어졌다.     잊히지 않는 죽음을 살아가는 노라의 뒷모습을 봤다. 비틀비틀 걸어가는 노라를 보며 고작 내가 꺼낸 말은 “안 더운가!”였다. 또, ‘이 옷은 한번 빨아선 냄새가 가시지 않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교만함에 입안이 씁쓸해졌다. 그토록 당당하고 자신만만하던 그 여자, 다른 사람의 필요를 자상하게 채워주던 그 여자, 위트가 넘치던 내가 알던 노라는 어디로 갔을까.     문득 피천득의 ‘인연’이 떠오른다. 과거는 추억으로 새기고 마지막은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 춘천의 소양강에는 못 가지만 대신 주마 비치에나 가야겠다. 모든 것을 품은 아름다운 바다를 보련다. 이리나 / 수필가이 아침에 여자 위트 이혼 소송 갈색 선글라스

2025-05-19

IL 가장 인기 있는 아기 이름 리엄(남) 올리비아(여)

가장 인기 많은 아기 이름은 리엄(남)과 올리비아(여).     연방 사회보장국(Social Security Administration•SSA)이 매년 발표하고 있는 아기 이름 선호도에 따르면 리엄(Liam)과 올리비아(Olivia)가 각각 9년, 6년 연속 미국서 가장 인기 있는 남녀 아기 이름으로 기록됐다.     일리노이 주서 2024년 가장 인기 있는 남자 아기 이름은 리엄에 이어 노아(Noah), 올리버(Oliver), 테오도르(Theodore), 마테오(Mateo), 헨리(Henry), 벤자민(Benjamin), 제임스(James), 윌리엄(William), 산티아고(Santiago) 순으로 탑10을 차지했다.     일리노이서 가장 인기 많은 여자 아기 이름은 올리비아에 이어 미아(Mia), 샬럿(Charlotte), 소피아(Sophia), 에마(Emma), 아멜리아(Amelia), 이사벨라(Isabella), 에벨린(Evelyn), 에이바(Ava), 카밀라(Camila)가 차례로 탑10을 형성했다.     전국적으로는 남자 아기 이름은 리엄•노아•올리버•테오도르•제임스•헨리•마테오•일라이자•루카스•윌리엄이 상위 10위권을 차지했다.    여자 아기 이름은 올리비아•에마•아멜리아•샬럿•미아•소피아•이사벨라•에벨린•에이바•소피아(Sofia) 등이 가장 인기 있는 이름 톱10으로 꼽혔다.     사회보장국에 따르면 비록 탑10 순위권에 들지는 못했지만 빠르게 인기를 얻고 있는 이름으로는 남자 아기의 경우 위한 트루스(Truce), 콜슨(Colsen), 브라이어(Bryer), 그리고 여자 아기의 경우 아일라니(Ailany), 에일라니(Aylani), 마조리(Marjorie) 등이 꼽혔다.   한편 이색적인 경향으로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탑10에 들어간 여자 아기 이름은 모두 A로 끝이 났다. 또 앨라바마 주에서는 클래식한 윌리엄, 존, 제임스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고, 하와이에서는 하와이에서만 유행하는 카이(Kai)와 카이아(Kaia) 등이 톱10에 포함됐다.   Kevin Rho 기자올리비아 인기 아기 이름 여자 아기 남자 아기

2025-05-19

조지아서 최고 인기 아기 이름은?

몇 년 만에 조지아에서 인기 많은 아기 이름 랭킹 순위에 변동이 있었다.     사회보장국(SSA)이 15일 발표한 전국 아기 이름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각각 451명의 아기에게 샬럿(Charlotte)과 올리비아(Olivia)라는 이름이 붙으면서 공동 1위에 올랐다. ‘올리비아’라는 이름은 최근 몇 년간 조지아뿐 아니라 전국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여자 이름이었으며, 샬럿은 2023년 조지아 2위에서 2024년 공동 1위에 올랐다.     조지아에서 인기 있는 여자 이름 중 ‘A’로 끝나는 것들이 많다. 아멜리아(Amelia), 엠마(Emma), 에바(Ava)는 각각 3위, 4위, 5위를 차지했다. 이외에도 미아(7위), 소피아(Sophia·8위), 엘리(Ellie), 조이(Zoe), 라일리(Riley) 등이 상위 25위에 포함됐다.     100위권에서 전년과 비교해서 순위가 가장 많이 상승한 여자 이름은 새디(Sadie·42위)와 밀리(Millie·56위)로, 각각 25계단이나 상승했다. 반대로 순위가 가장 많이 떨어진 이름은 32계단 하락한 레일린(Raelynn)이다.     조지아의 남자 아이 이름 랭킹은 리암(Liam)이 1위, 노아(Noah)가 2위, 제임스(James)가 3위, 윌리엄(William)이 4위를 차지했다. 전국 순위로 봐도 리암이라고 이름 붙은 아기들이 가장 많았다.     지난해 조지아에서 771명의 신생아에게 리암이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노아는 708명, 제임스는 478명이었다. 비교적 고르게 분포된 여자 아기 이름보다 남자아이 이름은 리암과 노아에 많이 몰린 것을 알 수 있다.     남자아이 이름 25위권에는 테오도르(Theodore), 이든(Ethan), 딜런(Dylan) 등의 이름도 포함됐다. 상위 100위권에서 순위가 가장 많이 상승한 남자 이름은 산티아고(Santiago)로 33계단이나 올라 39위를 기록했다.     전국적으로 리암과 올리비아가 1위를 차지했으며, 2위는 노아와 엠마가 올랐다. 조지아에서 인기 있던 샬럿이라는 이름은 전국 4위에 그쳤다. 윤지아 기자조지아 인기 아기 이름 남자아이 이름 여자 이름

2025-05-16

[열린광장] 해는 저물었는데 갈 길이 멀다

또 일을 저질렀다. 가든그로브의 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일어났다. 아내가 화장실에 간다고 한다. 다시 앉아서 기다렸다. 한참 기다려도 나오지 않는다. 여자 화장실 앞에는 항상 여자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남자로 태어난 것이 다행이다 싶다.     아내가 나오지 않았다. 여자 종업원에게 말했다. 아내가 화장실에 가서 나오지 않으니, 남편이 기다리고 있다고 전해 달라고 했다.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세요.”     텔레비전을 보다가 더 기다릴 수 없어 일어나서 주차장으로 나가려는데, 아내가 밖에서 식당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아내는 화장실에서 나와 곧바로 주차장으로 갔다고 했다. 텔레비전에 정신이 팔려 아내가 나가는 것을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다.     나는 아내를 떼어놓고 혼자 다니는 ‘전과’가 있다. 오래전 일이다. 그랜드캐년에 갔었다. 그곳은 몇 번 갔어도 항상 그 웅대함에 압도당하고 감탄사가 나온다. 골짜기 사이를 흐르는 강물은 흙탕물이다. 누군가가 “음료수로 마시기는 너무 걸쭉하고 농사짓기는 너무 묽다”라고 했다. 나는 군중과 같이 움직였지만, 아내는 풀 한 포기, 돌 하나를 세심히 관찰하느라 시간이 걸렸다. 나도 모르는 사이 아내를 놓쳤다. 한 참 돌아다니다가 쉼터서 만났다. 아내는 뿔이 났다. 혼자 다니다가 어떤 할머니를 만났는데, 어찌 혼자 구경 왔느냐 묻더란다. 아내는 “당신은 날 생과부로 만들었어”라고 툴툴거렸다.   단체 여행을 가도 아내를 깜빡 잊어버리고 혼자 다닌다. 몇 년 전 동유럽에 갔었다. 안내자는 나와 아내가 따로 다니는 것을 보다 못해, 아내의 손을 끌어다 나의 손을 잡아주면서 “이렇게 같이 다녀요”라고 주의를 줘 모두 웃었던 일도 있다.   성경에 아내를 제 몸과 같이 사랑하고 배려하라고 했다. 그러나 나는 아내를 너무 고생시켰다. 결혼하자마자 아내는 인천에서 경기도 향남의 시골 초등학교로 전근 발령이 났다. 미군 부대 박봉으로 시동생을 도와주며 살아가는 남편을 보다 못해 교직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남편을 만나기 위해 임신한 몸으로 매주 토요일이면 한 시간씩 덜컹거리는 버스를 타고 수원으로, 다시 기차를 갈아타고 인천에 왔다. 그리고는 하룻밤 자고 다시 향남의 학교로 돌아갔다. 그때 나는 아내가 좋아하는 냉면도 제대로 사주지 못했다.   아들이 8개월 조산아로 태어나서 2파운드가 되지 않았다. 아기의 포동포동한 모습은 없고 작고 약하기만 했다. 마침, 인천 기독 병원에서 인큐베이터를 최초로 도입한 혜택으로 아들을 살렸다. 아내는 교사를 포기하고 아기를 키우는 데 전념했다. 그 아이가 자라서 지금 청년 장로 그리고 심장전문의로, 매년 필리핀으로 단기 의료선교를 다녀온다. 모두 천우신조(天佑神助)다.   아내가 3년 전 뇌졸중을 일으켜 심신이 쇠약해졌다. 나도 구순을 넘겨 걸음걸이가 시원하지 않은 몸으로 아내의 시중을 들고 있다. 아내에게 빨리 보상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 해는 저물었는데, 갈 길은 멀다. 윤재현 / 전 연방정부 공무원열린광장 가도 아내 사이 아내 여자 화장실

2025-05-05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뼈와 흙의 대결

뼈와 흙이 싸우면 어느 쪽이 이길까. 백전백패 뼈가 이긴다. 흙은 던지면 흩어지지만 뼈는 여간해서 부스러지지 않는다. 남자와 여자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힘으로 하면 남자가 이길 것 같지만 끝까지 가면 여자가 이길 확률이 높아진다. 남자가 호랑이 가죽 뒤집어쓴 동물이라면 여자는 꼬리 열 개 달린 여우라서 대적이 불가능하다.   후배 한 사람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는데 아내 맘을 알 수 없다면서 어떻게 하면 아내를 이길 수 있는지 고민했다. 결론은 간결하다. ‘무조건 져라. 항복 선언해라. 그러면 가정과 자식, 부모 형제, 이웃과 친구들, 삼대가 평온해진다’고 답했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 여자는 마음이 한 번 틀어지면 원한을 품고 독하기 그지없다. 불똥이 튀기 전에 평화조약 맺는 것이 현명한 처사다.   부부 싸움은 고대부터 있었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제우스와 가정의 여신 헤라는 파뿌리가 하얗게 되도록 부부 싸움을 했다. 신들은 선악의 개념 없이 자기 욕심을 채우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제우스는 무녀의 딸 이오에게 흑심을 품어 겁탈한 뒤 증거 인멸을 위해 암소로 둔갑시킨다. 제우스가 바람 피운 사실을 눈치챈 부인 헤라는 암소를 자신에게 달라고 한 뒤 100개의 눈을 가진 아르고스에게 감시 임무를 맡긴다. 헤르메스는 제우스에게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피리 소리로 아르고스를 잠재워 죽인 뒤 이오를 구출해낸다.   ‘헤르메스와 아르고스(드레스덴 미술박물관, 1635~1638)’에는 헤르메스의 피리 소리에 잠든 아리고스 옆에 암소가 된 이오가 처량한 눈으로 보고 있다. 루벤스는 불륜과 부도덕으로 가득 찬 신들의 에피소드를 유머러스하게 포착했다. 그리스 신화가 매혹적인 이유는 욕망과 힘의 논리가 지배한 인간세계의 원형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여호와 하나님이 땅의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넣으시니(창세기 7장)’ ‘여호와 하나님이 아담을 깊이 잠들게 하시니 잠들매 그가 그 갈빗대 하나를 취하고 살로 대신 채우시고(21장)’ 흙과 뼈로 된 인간이 인류 최초의 가정을 만드는 장면이다. 여자가 남자보다 단단하고 부서지지 않는 원리를 추정해 볼 단서다.   여자와 남자는 선천적으로 다르다. 서로 타협하기 힘들다. 부부간의 싸움은 끝나지 않는 전쟁이다. 남자가 목숨 거는 건 자존심이고 여자는 사랑이다. 여자에게 사랑이 없으면 오아시스 없는 사막이다. 여자는 남자에 비해 악착 같고 치밀하다. 자존심은 타협으로 보수가 가능하지만 사랑은 파장이 광대하고 자기 중심적이라서 대처하기 불가능하다.   여자와 남자는 다르게 태어난다. 죽었다 깨어나도 남자는 여자를 알지 못한다. 여자는 외출할 때 몇시간 전부터 야단법석을 떨지만 남자는 약속시간 될 때까지 컴퓨터만 한다. 철이 바뀌면 여자는 옷이 가득한 옷장을 보며 입을 옷이 없다고 한다. 남자는 텅 빈 옷장을 보고 입을 게 거뜬하다고 생각한다. 여자는 말로 달콤하게 사랑을 속삭여 주길 바라지만 남자는 말 안 해도 잘 알 거라고 생각한다. 여자는 자기가 마지막 사랑이길 원하지만 남자는 자기가 첫사랑이길 바란다. 여자가 용의주도 하고 남자가 천진난만 한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여자는 비정상적 인간의 정상화 방법을 탐구한다. 하늘 향해 침 뱉으면 내 얼굴만 더러워진다. 아담이 갈비대로 만든 여자를 보고 ‘내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이라 했으니 남자가 여자를 위해 하지 못할 일이 없다.   여자를 알려고 노력하지 하지 말라. 이해 불가능해도 사랑을 듬뿍 받고 사는 여자는 뼈를 깍는 아픔을 견디며 흙으로 믿음의 반석을 세운다. (작가, Q7 Editions 대표) 이기희이기희 하늘 가면 여자 여호와 하나님 그리스 신화

2025-04-15

한인 다수 출전 JM이글 챔피언십 17일 개막

한인 및 한국인 LPGA 선수들의 치열한 승부가 LA에서 펼쳐진다.     JM이글 LA 챔피언십이 오는 17일부터 20일까지 타자나 지역의 엘 카발레로 컨트리클럽에서 개최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총상금 375만 달러라는 거액의 상금이 걸렸다. 이는 5대 메이저 대회 및 시즌 최종전인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을 제외하면 LPGA 투어에서 두 번째로 큰 상금 규모다.   김효주, 고진영, 김세영, 최혜진 등 한국 선수 20여 명이 이 대회에서 샷 대결을 펼친다. 2019년 아마추어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던 LA출신 안드레아 이 선수도 출전해 LA 한인 골프팬들의 기대를 받고 있다.   대회를 앞두고 10일 코리아타운플라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안드레아 이 선수를 비롯해 제레미 프리드먼 대회 미디어 디렉터, 데이브 터커 세일즈 부사장 등이 참석해 대회 준비 상황을 설명했다.     프리드먼은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며 “대회가 개최되는 엘 카발레로 컨트리클럽은 코스 상태와 시설 모두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JM이글 LA 챔피언십은 지난 2023년 시작된 이래 줄곧 행콕파크에 있는 윌셔컨트리클럽에서 열렸다. 그러나 윌셔컨트리클럽이 현재 보수공사 중이어서 올해 처음 다른 곳에서 개최되는 것이다.     프리드먼은 “올해도 선수 144명에게 최고급 호텔을 무료 숙소로 제공한다”며 “선수들이 최고의 컨디션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특히 대회 호스트인 월터(JM이글 대표)·셜리 왕 부부는 여성 스포츠 발전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며, 지난 2023년 대회부터 상금 상향 조정에도 앞장서왔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회는 골프 외적으로도 지역사회와 연대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대회 측은 LA 산불 피해자 및 대응 인력(소방관, 군인, 경관, 구급요원 등)에게 무료입장권을 제공한다. 또한, 호스트 부부는 피해 복구 지원을 위해 이미 150만 달러를 기부했고, 추가로 500만 달러를 전달할 예정이다. 프리드먼 디렉터는 “대회를 통해 아픔을 이겨내고 희망을 찾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LA 출신 안드레아 이 선수는 “대회를 통해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어서 기쁘고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주니어 시절부터 ‘미국 골프의 미래’로 주목받아 왔으며, 현재 LPGA 투어에서 드라이버 정확도 1위, 샌드 세이브 2위를 기록 중이다. 또한, 지난 2019년에는 아마추어 골프 세계 랭킹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 선수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지난 8일 엘 카발레로 컨트리클럽에 처음 가봤는데 빠른 그린이 인상적이었다”며 “나는 빠른 그린을 선호하기 때문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템포와 리듬, 자신감이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이 선수는 “사람들이 나의 드라이버 스윙을 보고 박자와 리듬이 좋다고 하는데 그게 드라이버 정확도를 높여주는 것 같다”며 “또 벙커 게임에서 자신감을 가지고 스윙을 해서 샌드 세이브 기록도 좋게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퍼팅 실력을 높이기 위해 쇼트 게임 연습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올해 개최가 취소된 박세리 챔피언십에 대해 아쉽다는 입장도 전했다. “한인 선수로서 박세리라는 전설의 이름을 단 대회에 출전하지 못해 아쉽다”며 “(박세리 챔피언십 개최지)팔로스버디스 골프 클럽은 연습을 많이 해서 추억이 많은 곳”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에 대회가 열린다면 꼭 참가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티겟 예약 : www.jmeaglelachampionship.com 김경준 기자LPGA JM이글챔피언십 김효주 박성현 안드레아 리 전인지 최혜진 여자 골프 김경준 미국 캘리포니아 가주 엘에이 로스앤젤레스 LA뉴스 한인 뉴스 미주 한인 한인 LA중앙일보 미주중앙일보

2025-04-10

[열린광장] 폭싹 속았수다

초등학교 1, 2학년은 같은 담임이었다. 1학년을 잘 가르쳐 주셨던 중년의 여자 선생님은 2학년이 되자, 나를 불렀다. 1학년 때는 없던 반장이라는 제도가 2학년부터 생겼단다. “선생님이 너를 반장으로 임명할테니 어머니께 꼭 그렇게 말씀을 드려라.”     세 번 정도 나를 불러 똑같은 말씀을 하셨다. 하지만 실제로 반장을 임명하는 날, 선생님은 다른 아이를 반장으로 임명했다. 나는 반장도 부반장도 아니었다.   집에 가서 어머니께 이 이야기를 하자, 남편 없이 혼자 호텔에서 매일 청소를 하셨던 어머니께서는 동네 아주머니들과 상담을 하시더니 다음날 학교로 찾아가셨다. 선생님은 촌지를 기대했던 것인데, 어머니가 알아듣지 못하셨던 것이다.     어머니께서 봉투를 들고 학교에 다녀가신 후에, 선생님은 ‘회장’이라는 자리를 만들어 나를 임명하셨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반장보다 회장이 더 높은 자리란다.’ 그리고 나서 어머니는 정기적으로 선생님을 찾아 가셨고 2학기때 나는 회장보다 낮은 ‘반장’이 된다. 초등학교 4학년 때는 반장투표를 했다. 학생들이 모두 청소를 하는 동안 선생님은 혼자서 개표를 마친다. 그리고 결과를 칠판에 적으셨다. 박미애 24표, 손헌수 12표, 이승진 10표, 기타 등등….     박미애라는 여자아이가 반장이 된다. 미애는 부모님 두분 모두 선생님들이었다. 특히 미애의 어머니는 담임선생님을 가르쳤던 선생님의 선생님이었다고 했다.   여학생에게 투표에서 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친구들에게 물어보았다. 친구들은 모두 투표용지에 내 이름을 적었단다. 나도 내 이름을 적어냈으니 어림잡아 계산해도 내 표가 20표는 넘을 것같았다. 그날 선생님이 자기의 책상 아래 서랍에 투표용지를 넣으신 것을 보았다. 친구들에게 다음날 아침 일찍 학교에 나오라고 했다. 투표용지를 함께 열어 보자고 말이다.   다음날 선생님이 오기 전에 친구들과 투표용지를 꺼내서 세어 보았다. 내 표가 제일 많았다. 사실을 알고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담임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모두 함께 2교시 국어시간에 개표를 다시 하자고 하셨다. 결과는 역시 내표가 가장 많았다. 하루만에 반장이 바뀌었다. 다음날 어머니는 다시 봉투를 들고 학교에 오셨다.   중학교 1학년 담임은 영어선생님이셨다. 그분에게 배운 영어문장 하나가 아직도 기억이 난다. “What is the matter with you?” 누군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을때 물어보는 문장이라고 가르쳐 주셨다. “너 무슨 문제 있니?, 어떻게 도와줄까?” 이런 뜻이란다.   얼마 후 백인남자 한 명이 지하철역에서 승차권을 구매하는데 애를 먹고 있었다. 배운 걸 써먹고 싶어서 달려갔다. “What is the matter with you?”라고 물었다. 백인은 나에게 한동안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신촌’을 외치는 것으로 보아 신촌역으로 가는 표를 사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가 표를 사도록 도와줬지만 그에게 고맙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그는 계속해서 어이없는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이 말이 “너 도대체 왜 그래? 정신이 있는거야?” 정도로 상대방을 질책할 때 쓰이는 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그로부터 몇년 후에 일이다.   이 분은 중학교 1학년에 입학하자 입학성적 순으로 반장 부반장을 임명했다고 하셨다. 부반장이 된 나는 몇일 후에 입학성적이 8등인 학생이 반장이 된 사실을 알고 선생님에게 따졌다. 선생님은 임명장이 이미 인쇄된 후이기 때문에 변경은 불가하니, 나더러 반장으로 임명된 친구와 1주일씩 번갈아서 차렷 경례를 하라고 하셨다. 가난과 촌지 때문에 ‘폭싹’ 속았던 어린 시절이다. 손헌수 / 변호사·공인회계사열린광장 반장 부반장 여자 선생님 동안 선생님

2025-04-03

"트랜스젠더 선수, 여성 경기 참여 금지" 법안, 켐프 주지사 서명만 남아

조지아주에서 트랜스젠더 학생 운동 선수들이 자신의 ‘성 정체성’을 따라 스포츠팀에 참여하는 것이 곧 금지될 전망이다. 트랜스젠터 선수의 경기 참여를 규제하는 법안(SB1)은 1일 상원과 하원을 통과했으며,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의 서명이 유력하다.   해당 상원 법안(SB 1)은 공립학교 K~12학년 및 대학 스포츠팀에서 트랜스젠더가 자신의 생물학적 성별을 따르지 않고 스포츠팀에 참여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이 시행되면 가령 생물학적으로 남성인 여성 트랜스젠더는 여자 스포츠팀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화장실, 라커룸 이용 등도 제한되며, 공립학교와 경기하는 사립학교도 이 법을 준수해야 한다.   주 하원과 상원은 정기회기 중 트랜스젠더의 정의와 경기 출전을 제한하는 법안을 각각 상정해 통과시켰다.   상원 법안(SB 1)을 발의한 그렉 돌레잘(공화) 의원은 “이 법안은 스포츠에만 관한 것”이라며 남성으로 태어난 트랜스젠더 여성은 여성으로 태어난 여성보다 ‘신체적 이점’이 있기 때문에 같은 스포츠에서 겨루는 것은 공정하지 않고, 소녀들이 안전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반면, 법안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여성과 소녀를 보호하는 법안이 아니며, 반 트랜스법은 곧 반 여성 법안”이라고 주장한다. 일각에서는 법안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조지아에서 트랜스젠더 여성이 공립학교 여성 스포츠팀에 참여하려고 시도한 사례는 아직 없다.   켐프 주지사는 이미 2022년 "트랜스젠더 학생이 여자 스포츠 경기에 참여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어 법안 서명이 유력시된다.   2020년 이후 최소 25개 주에서 트랜스젠더 선수가 성 정체성과 일치하는 팀에 참여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을 제정했다. 아이다호, 웨스트버지니아, 유타, 애리조나 4개 주에서는 이와 같은 법안이 연방법원명령에 의해 차단된 바 있다. 윤지아 기자트랜스젠더 스포츠 트랜스젠더 스포츠 트랜스젠더 여성 여자 스포츠팀

2025-04-01

손헌수의 활력의 샘물 - 폭싹 속았수다

초등학교 1, 2학년은 같은 담임이었다. 1학년을 잘 가르쳐 주셨던 중년의 여자 선생님은 2학년이 되자, 나를 불렀다. 1학년 때는 없던 반장이라는 제도가 2학년부터 생겼단다. “선생님이 너를 반장으로 임명할테니 어머니께 꼭 그렇게 말씀을 드려라.” 세번정도 나를 불러 똑같은 말씀을 하셨다. 하지만 실제로 반장을 임명하는 날, 선생님은 다른 아이를 반장으로 임명했다. 나는 반장도 부반장도 아니었다.   집에 가서 어머니께 이 이야기를 하자, 남편없이 혼자 호텔에서 매일 청소를 하셨던 어머니께서는 동네 아주머니들과 상담을 하시더니 다음날 학교로 찾아가셨다. 선생님은 촌지를 기대했던 것인데, 어머니가 알아듣지 못하셨던 것이다. 어머니께서 봉투를 들고 학교에 다녀가신 후에, 선생님은 ‘회장’이라는 자리를 만들어 나를 임명하셨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반장보다 회장이 더 높은 자리란다.’ 그리고 나서 어머니는 정기적으로 선생님을 찾아 가셨고 2학기때 나는 회장보다 낮은 ‘반장’이 된다.     초등학교 4학년 때는 반장투표를 했다. 학생들이 모두 청소를 하는 동안 선생님은 혼자서 개표를 마친다. 그리고 결과를 칠판에 적으셨다. 박미애 24표, 손헌수 12표, 이승진 10표, 기타등등…  박미애라는 여자아이가 반장이 된다. 미애는 부모님이 두분 모두 선생님들이었다. 특히 미애의 어머니는 담임선생님을 가르쳤던 선생님의 선생님이었다고 했다.     여학생에게 투표에서 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친구들에게 물어보았다. 친구들은 모두 투표용지에 내 이름을 적었단다. 나도 내 이름을 적어냈으니 어림잡아 계산해도 내 표가 20표는 넘을 것같았다. 그날 선생님이 자기의 책상 아래서랍에 투표용지를 넣으신 것을 보았다. 친구들에게 다음날 아침 일찍 학교에 나오라고 했다. 투표용지를 함께 열어 보자고 말이다.   다음날 선생님이 오기 전에 친구들과 투표용지를 꺼내서 세어 보았다. 내 표가 제일 많았다. 사실을 알고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담임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모두 함께 2교시 국어시간에 개표를 다시 하자고 하셨다. 결과는 역시 내표가 가장 많았다. 하루만에 반장이 바뀌었다. 다음날 어머니는 다시 봉투를 들고 학교에 오셨다.   중학교 1학년 담임은 영어선생님이셨다. 그 분에게 배운 영어문장 하나가 아직도 기억이 난다. “What is the matter with you?” 누군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을때 물어보는 문장이라고 가르쳐 주셨다. “너 무슨 문제 있니?, 어떻게 도와줄까?” 이런 뜻이란다.     얼마 후 백인남자 한명이 지하철역에서 승차권을 구매하는데 애를 먹고있었다. 배운 걸 써먹고 싶어서 달려갔다. “What is the matter with you?”라고 물었다. 백인은 나에게 한동안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신촌’을 외치는 것으로 보아 신촌역으로 가는 표를 사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가 표를 사도록 도와줬지만 그에게 고맙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그는 계속해서 어이없는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이 말이 “너 도대체 왜 그래? 정신이 있는거야?” 정도로 상대방을 질책할때 쓰이는 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그로부터 몇년 후에 일이다.     이 분은 중학교 1학년에 입학하자 입학성적 순으로 반장 부반장을 임명했다고 하셨다. 부반장이 된 나는 몇일 후에 입학성적이 8등인 학생이 반장이 된 사실을 알고 선생님에게 따졌다. 선생님은 임명장이 이미 인쇄된 후이기 때문에 변경은 불가하니, 나더러 반장으로 임명된 친구와 1주일씩 번갈아서 차렷경례를 하라고 하셨다. 가난과 촌지 때문에 ‘폭싹’ 속았던 어린 시절이다. (변호사, 공인회계사)     손헌수손헌수 활력 반장 부반장 여자 선생님 동안 선생님

2025-03-27

[삶의 뜨락에서] 여자들이 돌아온다

“여자들이 돌아온다. 멀리 영원으로부터” 돌아온 여자들이 외친다. “때 이른 여자들인 우리, 문화에 억압된 자들인 우리, 입마개로 차단된 아름다운 입들, 꽃가루, 숨결, 미궁, 사다리, 짓밟힌 공간인 우리, 도둑맞은 여자들인 우리- 프랑스 페미니즘 대표 사상가, 작가, 교수인 엘렌 식수(Helen Cixous, 1937~)는 산파인 어머니를 따라 출산하는 여성을 보는 일이 즐거웠다고 고백한다. 그녀 자신이 임신해 출산한 경험은 ‘글쓰기’라는 생산 행위와 같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여성적 글쓰기’의 바탕에 아이를 품어 낳는 경험이 녹아난 것이다.     그녀는 1969년에 유럽 대학에서 최초로 ‘여성학’을 개설했다. 그녀는 여성의 창조적인 경험을 중심으로 하는 문학과 예술작품의 창작을 촉진하였고 여성의 주체성과 창의성을 강조하는 다양한 학문적이고 문학적인 논의를 끌어냈다. 많은 여성 정치인, 여성 경영인들이 있지만 그녀는 글쓰기를 통해 여성 해방운동을 주도한 페미니스트다.     나도 태어나 보니 여자였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계속 선택하고 그 선택은 사람을 만든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예가 부모를 선택할 수 없고 성별을 선택할 수도 없다. 내가 자랄 때만 해도 남성우월주의가 만연할 때여서 한 가정에서 아들은 특별 대우를 받고 자랐다. 음식이 귀하던 시절, 아버지나 아들의 귀가 시간이 늦어지면 어머니는 밥을 미리 퍼서 따뜻한 아랫목에 묻어두었던 추억을 누구나 갖고 있다. 어머니와 딸들은 아들의 성공을 위해 희생과 협력으로 사회의 기성 질서를 지키는 수호신이 된다. 그들은 당신의 여성성을 주장할 엄두도 못 내고 가부장적 사회 질서에 감염되어 그 기성 질서에 순응하도록 길들여졌다.     이런 부당한 성차별은 나의 대학 시절 때 최고조에 달했다. 그 당시만 해도 여자가 대학에 가서 커리어우먼이 되기보다는 격에 맞는 남자를 만나기 위한 경우가 더 많았다. 당연히 여자들은 화장하고 옷을 잘 차려입고 다양한 머리 모양으로 한껏 멋을 내기 바빴다. 난 그런 상황이 너무 싫었다. 인간의 뇌세포가 가장 활발한 20대 초반에 지식을 스펀지처럼 흡수하기에도 모자라는 시간에 어떻게 시간 낭비, 돈 낭비, 에너지 낭비를 한단 말인가. 자신을 잘 보이게 치장해서 쇼윈도에 진열해 놓고 주인을 기다리는 애완견 같았다. 청바지에 티셔츠, 운동화는 나의 시그니쳐였다. 그리고 남몰래 미국에 와서 성전환 수술을 해야겠다고 심각하게 고민한 적도 있었다.     대학을 마치고 바로 미국에 왔다. 그동안 많은 세월이 흘렀고 사람들의 인식도 많이 진화되었다. 여자는 집에서 해왔던 육아와 가사 일에서 많이 해방되었다.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 생활은 편리하고 간편해졌다. 일찍 깨우친 여성 운동가들이 나왔고 남녀평등을 주장함으로써 여성 참정권도 얻었다. 이제는 자유경쟁 시대다. 이제는 성차별이 아니라 능력에 따라 대우받는 시대다. 그동안 남성의 전유물로만 여겼던 정치, 경제, 사회적 지위에도 여성의 지위는 양적으로 질적으로 향상되었다. 우선 여성 대통령, 총리, 정치가, 대기업 총수 그리고 의사, 변호사는 과반수가 여성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남아선호 사상은 고대부터 존재해 왔다. 수렵과 농업 시대에서는 신체적으로 강한 남성이 여성위에 군림해 왔다. 점차 문명이 발달하면서 종족 번식과 가계의 대를 잇는다는 이유로 남아선호사상은 늘 우세했다. 다행히 지금은 남녀평등이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고 기회는 모두에게 균등하게 주어졌다. 1970년대에는 유리천장(glass ceiling)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암묵적인 사회적 차별과 편견이다. 그동안 나는 여자로 태어나 많은 불이익을 당해왔다고 믿었었다. 이제는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여자이기에 남자보다 훨씬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으니 고맙게 생각한다. 이 경험을 십분 활용하여 “여성들이여 힘내라. 유리천장을 깨고 훨훨 날아라”라고 외치고 싶다. 정명숙 / 시인삶의 뜨락에서 여자 여성 해방운동 여성적 글쓰기 여성 참정권

2025-01-27

여자 농구팀<캘스테이트LA> 한인타운 봉사활동 호평

캘스테이트LA 여자 농구팀이 한인타운 쓰레기 줍기 등 봉사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캘스테이트LA는 여자 농구팀 선수들이 각종 경기에서 최고의 기량을 뽐내면서도 지역사회 봉사활동을 소홀히 하지 않는 모습을 18일 웹사이트 뉴스룸을 통해 알렸다.     대학 측은 여자 농구팀 선수들이 지역사회에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으로 하나가 됐다고 강조했다. 선수들은 경기 준비 등 바쁜 일정을 보내지만, 주말이면 되도록 봉사활동에 나선다고 한다.     여자 농구팀 선수들의 봉사활동은 ‘LA미션 홈리스 지원, 엘세레노 저소득층 주택 페인트 작업, 지역사회 환경미화, LA푸드뱅크 음식 나누기, 리딩투키즈 풀뿌리 단체의 청소년 독서활동 독려, 자선기금 마련 걷기대회 음료수 지원’ 등 다양하다.     특히 최근에는 한인타운청소년회관(KYCC)과 협력해 LA한인타운 거리를 돌며 쓰레기 줍기에 나섰다. 당시 선수들은 LA한인타운 주요 거리 쓰레기를 치우는 동안 힘든 기색 없이 즐거운 모습을 보였고, KYCC 자원봉사자 등 주민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이 대학 여자 농구팀은 토리노  존슨 감독의 제안을 계기로 자원봉사를 중요하게 받아들였다고 한다. 존슨 감독은 봉사활동을 지역주민과 소통하는 현장 학습으로 여기고 선수들에게 학교 밖으로 나가보자고 제안했다. 선수들도 흔쾌히 동의했다고 한다. 선수들은 매년 10~15회 봉사활동에 나서고 있다.     존슨 감독은 “선수들에게 봉사활동을 통해 지역 주민들의 삶의 현장을 느끼고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우리가 그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알아보자고 했다”면서 “홈리스 문제, 약물 남용 등 지역사회가 어려움을 겪을 때 우리 선수들이 손을 내민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2학년 선수인 소피아피델루스는 “봉사활동은 일생에 한 번뿐인 기회”라며 “봉사활동을 하고 나면 사회를 위해 이바지했다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한편 캘스테이트LA 여자 농구팀 골든 이글스는 지난 두 시즌 연속 전미대학리그(NCAA) 여자 농구 토너먼트에 진출하는 역사를 썼다.   김형재 기자 [email protected]한인타운 봉사활동 지역사회 봉사활동 여자 농구팀 농구팀 선수들

2024-12-19

[미국 여자대학] 다양하고 안전한 환경서 지도자 양성

최근 한국의 모 여자대학에서 남녀공학으로의 전환 논의로 인해서 큰 시위가 났다. 원래 여자대학은 여자들의 고등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 시작됐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그 필요성이 줄어들었음에도 아직도 여자대학은 더 안전하고 친밀한 대학 생활을 제공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미국의 여자대학에 대해서 알아본다.       미국에서 여자대학은 원래 여성이 고등 교육에서 배제되는 현실에 대한 대응책으로 만들어졌다.   여자 대학 및 단과대학 연합체인 여자대학연합(Women's College Coalition)에 따르면, 1960년대에는 230개의 여자 대학이 있었으나 현재는 크게 줄어 30개로 감소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대 사회에서 여자 대학의 가치와 사회적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러나 250년 전 여성 대학이 설립되었을 때 여성 교육과 여성의 권한 부여가 중요했던 것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공감을 얻고 있다. 여성 대학은 여전히 전국적으로 여성을 권력과 영향력 있는 자리에 앉히고, 그 뒤를 이을 세대의 여성에게 문을 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면 여자 대학의 반대는 무엇인가. 남자 대학이 아니고 남녀공학 대학이다. 남자들로만 이뤄져 있을 것같은 사관학교도 모두 남녀공학이다.       ▶여자대학과 남녀공학 대학의 비교   남녀공학에 비해 여자 대학은 여성을 커리큘럼의 최우선 순위에 둔다. 한 여대 관계자는 "여자 대학은 학생들이 자신과 선배 여성이 이룬 공헌에 대한 역사적, 문화적 지식을 얻도록 돕는다"면서 "미국과 전 세계에서 여성의 역할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배우면서 학생들은 자신에 대해 배우고 높은 목표를 세우고 '안주하지' 않는 법을 배우며 자신의 공헌에 대한 야망을 키우고 힘을 얻는다"고 존재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또한 여대는 남녀공학 대학에 비해 여성 교수진의 비율이 높은 경향이 있어 학생들이 여성 리더를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더 많다.   네브래스카주 소재 세인트 메리 대학의 아만다 로 부학장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이 이미 그 자리에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자신이 그 자리에 있는 모습을 상상하기가 쉽다"고 말했다.         ▶여대에 다니는 이점   여자 대학은 학생 수가 적은 경우가 많아 개인화된 관심을 더 받을 수 있다. US뉴스의 2025년 베스트칼리지 순위에 오른 여자 대학 10곳 중 2023년 평균 등록 학생 수는  1913명이었다. 또한 모두 리버럴 아츠 칼리지였다.   또한 멘토링이 되는 멘토와 멘티간의 강력한 관계는 대학원 및 전문 대학원, 인턴십 및 일자리에 대한 의미 있는 추천서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다른 남녀 공학 대규모 대학에 비해서 학생들은 교수와 함께 연구를 수행하는 것 같은 일대일 학습을 경험할 기회가 더 많다.   여대 캠퍼스는 또한 더 안전한 경향이 있다. 각종 폭행은 주로 여성을 상대로 발생하는데 여성만 있는 캠퍼스에서는 그런 종류의 일이 상당히 줄어든다. 하지만 그것이 단지 신체적 안전에 대한 것만은 아니다. 공간에서 더 안전하다고 느낄 때, 학생에게 경험과 학습 기회, 성장에 더 기회가 열려 있다.   조지아주 소재 애그네스 스콧 대학의 레오카디아 I. 잭 총장은 여대에 다니면 학생들이 다양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은 현시대 여대에 존재하는 다양성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서 "경험에서 또 다른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다양한 환경에서 학습하는 것은 학생들에게 더 넓은 세계관, 더 넓은 문화적 관점을 제공하고, 졸업 후 세상에 더 잘 대비할 수 있도록 준비 시켜준다"고 설명했다.       ▶여대에 진학하는 것이 맞는가   대학 선택은 개인의 선호도에 달려 있으며 대학 생활에서 무엇을 얻고 싶은지도 맞아야 한다. 예를 들어, 소규모, 중간규모 또는 대규모 캠퍼스를 선호하는지, 교외 또는 도시 지역을 원하는지를 고려해 봐야 한다.     고려해야 할 또다른 요소는 대학의 학업 프로그램이다. 전공, 프로그램 또는 스포츠 팀은 대규모 남녀공학 대학에 비해서 더 많이 제공할 수 없다. 하지만 여대가 여학생, 특히 스템분야에서 비교할 수 없는 많은 이점을 제공하고 있다.     그동안 많은 여대들이 오랫동안 스템 프로그램에 집중해 왔다. 캘리포니아주 마운트 세인트 메리 대학의 여성 진흥 센터와 여성대학연합(WCC)의 2020년 연구에 따르면, 유색 인종 여성이 취득한 스템 분야 학사 학위의 비율은 여대에서 34.2%로 남녀공학 대학의 19.8%보다 훨씬 높았다.   최근 몇 년 동안 여대에서는 스템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려왔다. 예를 들어, 2023년에 NASA는 스템 분야의 성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7개 여자 대학에 500만 달러 이상의 기금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세인트 메리 대학은 61만5000달러 이상의 보조금을 사용하여 스템에 관심이 있는 커뮤니티 칼리지 편입생에게 장학금을 제공하여 교육비를 충당하고 학업 지원과 연구 기회를 지원하고 있다.     남녀공학 대학에서의 경험을 원하는 학생이 반드시 여대를 멀리할 필요는 없다. 학생이나 가족이 원하는 남녀공학 경험을 여대에 다니면서도 가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조지아 주에 있는 흑인 여성 대학인 스펠먼 대학의 학생들은 애틀랜타 지역 고등교육 협의회에 가맹된 모든 대학에서 교차 등록할 수 있다. 여기에는 남자 대학인 모어하우스 대학과 남녀 공학인 클라크 애틀랜타 대학이 포함된다.         ▶명문 여대 톱10   여대1위인 웰즐리 칼리지(Wellesley College)는 힐러리 클린턴이 나온 대학으로 유명하다. 영부인으로 나중에 뉴욕주 상원의원, 대통령 후보까지 됐던 힐러리 클린턴은 웰즐리시절부터 떡잎부터 알아본 인재였다. 웰즐리는 MIT, 다트머스의 강의를 들을 수 있다.   바너드 칼리지는 전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여대다. 컬럼비아대가 여학생을 받지 않는 것에 반발해서 세워졌다. 1900년 이후로 오히려 컬럼비아와 제휴하고 있다. 특히 건물, 수업, 동아리 등을 컬럼비아와 공유한다. 졸업생들은 바너드 칼리지 총장과 컬럼비아 총장이 서명한 학위를 받는다.   스미스 칼리지는 리버럴 아츠 칼리지임에도 일부 학과는 대학원 과정을 두고 있다. 인근 매사추세츠 주립 애머스트 캠퍼스, 애머스트 칼리지, 마운트홀리요크, 햄프셔 칼리지와 자유로이 내왕하고 있으며 남학생이 수업에 참여하기도 한다.   이외 브린모어, 마운트 홀리요크, 흑인 여대인 스펠먼, 캘리포니아에 있는 스크립스, 애그니스 스콧, 세인트 베네딕트, 세인트 메리가 여대 톱 10에 꼽힌다. 〈표 참조〉   장병희 기자미국 여자대학 지도자 안전 남녀공학 대학 여성 대학 여자 대학

2024-12-08

한인 여성 ‘여성의 꿈’에 최고액 기부

“저는 이 나라에 이민 온 사람으로서, 미국이 제 꿈을 좇고 이룰 기회를 준 것에 대해 매우 고맙게 생각합니다. 어린 소녀와 여성들이 축구팀과 조국을 위해 열정을 쏟고 있습니다. 그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싶습니다.”   최근 미국 축구협회에 역사상 최고액인 여자 축구 발전진흥기금 3000만 달러를 기부〈본지 11월 20일자 A-1면〉한 미셸 강(한국이름 용미·65) 워싱턴 스피릿 구단주의 말이다. 미국과 한국 주요 언론은 작은 체구의 한인 여성 사업가의 거침없는 축구 사랑에 놀라워하고 있다.     관련기사 한인 3000만불 기부…축구협 사상 최대액 지난 22일 미셸 강 구단주는 CBS스포츠 인터뷰를 통해 여성이 잠재력과 능력을 숨기지 않고,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모든 지원에 나서고 싶다고 강조했다.     강 구단주는 “3000만 달러 기부를 통해 여성 스포츠 활성화, 특히 여자 축구가 프로 수준의 생태계를 구축하길 바란다. 수많은 어린 소녀와 선수들의 열정을 살려 여성 스포츠를 다음 단계로 끌어 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강 구단주는 축구 등 여성 스포츠를 활성화하면 여성의 권익신장도 효과적으로 끌어 올릴 수 있다고 믿는다.     강 구단주가 2020년부터 여성 축구 진흥에 나서며 전미여자축구리그(NWSL) 워싱턴 스피릿·2023년 프랑스 명문 올랭피크 리옹 페미닌·잉글랜드 여자 챔피언십 런던시티 라이어니스를 인수하고, 세계 최초의 멀티구단 조직 ‘키니스카 스포츠 인터내셔널’을 설립한 이유다.   강 구단주는 여자 축구 기부에만 전념하지 않는다. 그는 2008년 헬스케어 컨설팅 업체 코그노산트를 창업해 올해 4억1430만 달러 매출을 달성했다.     기업가 시각으로 볼 때 여자 프로축구도 충분히 투자가치가 있다고 본다.   강 구단주는 “지난 몇 년 동안 공격적인 투자 결과 워싱턴 스피릿 등 여자 축구경기 관중이 2~3배로 늘었다”면서 “여자 축구 생태계 시스템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축구를 좋아하는 소녀들이 어릴 때부터 열정과 비전을 갖도록 해주는 멘토가 필요하다. 여자 선수들이 성장하려면 전문가인 코치와 감독도 더 늘려야 한다. 미국축구협회가 그 역할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미셸 강 구단주는 서강대 경영학과 1학년을 마치고 1981년 미국 유학을  떠났다. 당시 그는 부모님께 ‘결혼을 위해 모아둔 돈을 빌려달라’고 한 뒤 미국으로 왔다. 이후 아르바이트를 하며 시카고대에서 경제학 학사, 예일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김형재 기자 [email protected]구단주 미셸 구단주 여성 여자 축구경기 여성 축구

2024-11-25

한인 3000만불 기부…축구협 사상 최대액

한인 여성사업가이자 전미여자축구리그(NWSL) 워싱턴 스피릿 구단주인 미셸 강(한국이름 용미·65) 회장이 미국 축구협회 역사상 최대 규모인 3000만 달러를 기부한다.   19일 CNN방송과 스포츠전문매체 ESPN은 강 회장이 미국 축구협회에 여자 축구 발전진흥기금 3000만 달러 기부를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축구협회와 주요 언론은 강 회장의 통 큰 기부는 여자 축구계에서 전례 없다며 ‘축구계 변혁의 씨앗’이라고 평가했다.   ESPN 등에 따르면 강 회장이 기부한 여자 축구 진흥기금은 향후 5년 동안 여자 축구 경쟁력 향상, 선수 전문성 개발 및 강화, 여성 코치 및 심판 충원 프로그램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특히 ESPN은 강 회장의 기부를 미국 축구협회 역사상 여자 축구 진흥을 위한 최대 규모 기부라고 추켜세웠다. CNN은 강 회장의 기부로 여성 축구 선수 발굴 및 육성 사업이 힘을 받아 현재보다 최대 12배 많은 선수가 유입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강 회장은 여성 스포츠 지원을 통해 여성의 잠재력을 끌어내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그는 “여성 스포츠는 오랫동안 과소평가 속에 외면을 받아 왔다”면서 “여성 축구를 바라보는 기준을 경기장 안팎에서 끌어올리고, 여성 선수들이 능력과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투자가 ‘종잣돈’이 돼 다른 기부자도 동참하길 바란다. 여성 선수들이 능력에 걸맞은 대우를 받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축구협회 신디 팔로우 콘 회장은 “강 회장의 선물은 미국 여성과 유소녀를 위한 축구를 변화시킬 것”이라며 “선수, 코치, 심판 등 여러 세대에 걸쳐 큰 영향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5월 미국 여자축구대표팀 감독을 맡은 엠마 헤이스 전 첼시 감독은 “강 회장의 선물은 스포츠 궤도 자체를 바꿀 것”이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한편 미셸 강 회장은 NWSL팀을 소유한 최초의 유색인종 구단주다. 지난 7월 미국 여자럭비팀이 파리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자 전미럭비협회에 400만 달러를 기부했다.     강 회장은 11·13대 국회의원으로 소비자와 여성 권익 신장에 앞섰던 고 이윤자 전 의원의 딸이다. 강 회장은 1981년 서강대에 재학하다 유학길에 올라 글로벌 방위산업체인 노스럽 그러먼인포텍 부회장과 제너럴 매니저로 활동했다. 2008년 버지니아주 폴스처지에서 헬스케어 컨설팅 업체 코그노산트를 창업했고, 2020년부터 워싱턴 스피릿 공동구단주로 참여했다. 2022년 워싱턴 스피릿 지분을 모두 인수한 뒤, 2023년 프랑스 명문 올랭피크 리옹 페미닌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강 회장은 지난해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에서 선정한 스포츠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50인에 선정됐다. 김형재 기자 [email protected]축구협 최대액 축구협회 역사상 여자 축구계 기부로 여성

2024-11-19

[문예마당] 맛집 ‘삼세판’

  지난해 말 타지에 사는 아들네 다섯 식구가 성탄과 연말을 우리와 함께 보내겠다며 왔다. 아들 가족은 LA에 올 때면 맛집도 기대한다. 가까이 사는 딸이 동생 가족에게 한턱낸다고 해서 오전 붐비지 않을 시간에 LA한인타운의 한 식당을 찾았다. 항상 붐비는 식당이라 일행 중 네 명이 먼저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아직 정리는 되지 않았지만 다행히 양옆 테이블은 비어있었다.     일행이 11명이라 양쪽 두 테이블을 예약하려 했더니 종업원은 안된다는 것이었다. 오는 순서대로 앉는다는 이유였다. 곧 아들 가족이 들어왔지만 그 종업원은 멀리 떨어진 테이블로 안내했다. 바로 뒤이어 딸 가족도 왔는데 더 먼 자리였다. 남편은 종업원을 따라다니며 우리 옆자리를 달라고 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갑자기 며느리의 얼굴색이 변하더니 화가 나서 어찌할 줄을 몰라 했다. 종업원이 남편에게 “안 된다”며 험악한 표정으로 소리를 질렀다는 것이다. 그때까지 우리 양옆자리는 깨끗이 치워진 채 비어 있었다.     무리한 요구가 아니었다. 모처럼 온 가족이 즐겁게 식사하려고 왔는데 난처했다. 며느리는 시아버지를 함부로 대하는 종업원에게 화가 나 어찌할 줄을 몰라 했다. 외식이란 가족들이 한자리에 앉아 이것저것 시켜서 서로 나누어 먹는 재미인데 뿔뿔이 떨어져서 먹으니 자연히 맛도 없었다. 자리가 부족해 그렇게 되었다면 이해할 수 있다. 고객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는 식당 규정이었다. 그 식당은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식당이 되어버렸다.     절대 가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그 맛집을 또 가게 되었다. 보스턴에 있는 질녀 가족이 와 맛집을 고르라고 했더니 그 식당을 선택했다. 이번에는 으레 따로 앉을 각오로 갔더니 인원수를 물었다. 우리는 열 두 명이었다. 예쁜 여자 종업원이 친절하게 “조금만 기다려주면 자리를 잡아 주겠다”고 했다. 의외였다. 붐비는 저녁 시간이었는데도 조금 후 우리 일행이 함께 식사할 수 있는 테이블로 안내했다.     대접하는 입장에서 너무 기분이 좋았다. LA한인타운이 자랑스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데 반찬과 밥은 일찍 나왔지만 주문한 메인 음식은 영 나오질 않았다. 나중에 알았는데 우리가 주문한 요리는 30분이 걸린다고 카운터 앞에 적혀 있었다. 그 시간이 그렇게 긴 줄 그때 알았다. 한참 만에야 메인 요리가 나왔다. 비주얼이 장난 아니었다. 갈비, 떡, 감자 등을 수복이 쌓아 올리고 그 위에 치즈까지 얹었다. 가스라이터로 불맛까지 내주는 게 아닌가.  맛집다웠다. 우리 일행은 “우와!”하며  즐거워했다.     ‘시장이 반찬’이라는 말이 있듯이 배가 고픈 데다가 그 맛집의 대표 요리다 보니 모두 흡족하게 밥을 모두 비웠다. 그런데 식사가 끝날 무렵 사위가 들어왔다. 따로 음식을 주문했다. 그런데 안된다는 것이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지금 시키면 30분을 기다려야 하는데 그 시간까지 우리 테이블을 놓아둘 수 없다는 것이다. 이해가 되긴 했지만 당시 식당에는 빈 테이블이 많은 상황이었다. 그리고 사위가 주문하려던 음식은 조리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도 아니었다. 식당 문 닫을 시간이 가까워 그러느냐고 했더니 그것도 아니란다. 무조건 안 된다고 했다.     납득할만한 설명도 없이 종업원은 무조건 거절했다. 식당 내부가 너무 시끄러워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였지만  맛집이라는 이유로 참았는데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또 실망감을 줬다. 계산하는 딸에게 얼마나 나왔느냐고 물었더니 예상외로 금액이 많았다. 딸은 인원도 많고 해서 팁을 많이 주었다고 했다. 사위의 추가 식사 주문을 이유 없이 거절한 종업원에게 오히려 팁을 많이 줬다고 하니 화가 날 정도였다. 팁이란 고객이 종업원의 서비스 만족도에 따라 주는 것 아닌가. 사위는 한사코  간식을 먹어서 괜찮다고 했지만 미안하고 속이 상했다. 손녀는 아빠 준다고 깨끗이 남긴 음식을 투고 박스에 담고 있었다.아무리 소문난 맛집이라고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두 번째 방문에서도 씁쓸한 기분으로 식당을 나섰다.   시간이 흘러 어느 날 며느리와 파마를 하러 갔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 끝이 났다. 너무 배가 고팠는데 며느리가 지난번 갔던 맛집이 가까이 있다고 했다. 우리는 또 그 집을 들어갔다. 시장하던 차라 둘이 정신없이 식사했다. 이번에는 다행히 별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밥값 계산을 하며 영업시간을 물었더니 ‘24시간 오픈’이라고 했다. 난 깜짝 놀라 두 번째 방문 때 얘기를 하면서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다. 매니저라는 그분은 그럴 리가 없다면서도 미안하다고 했다. 결국 세 번째 가서야 기분 좋게 밥을 먹은 셈이다.     매니저는 음료수까지 들고 따라 나왔다. 한국 속담에 ‘삼세판’이란 말이 있다. 한번 경험으로 누구를 판단하는 것은 경솔한 행동이다. 적어도 세 번은 겪어 봐야 평가를 할 수 있는 것 같다.  음식 맛도, 분위기도 좋은 그 맛집이 고객을 기분 좋게 하는 친절도 함께 내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영희 / 수필가문예마당 삼세판 맛집 여자 종업원 양옆 테이블 아들 가족

2024-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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