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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유학생 배척은 국가적 자해행위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시작된 미국 정치의 깜짝 쇼는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중 가장 해괴한 것은 하버드 대학과 벌이고 있는 전쟁이다. 미국의 많은 일류 대학과 전반적 지식층 분위기가 그렇듯이, 하버드 대학은 트럼프 정권에서 미워하는 진보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진보적 정책들을 취소하라는 정부의 요구에 하버드는 순순히 응하지 않았고 트럼프 정권은 그것을 찍어 눌러서 본보기로 삼겠다는 결심을 한 듯하다.   연구비 지원 중단으로 시작하더니, 이제는 하버드 대학에서 외국인 유학생을 받지 못한다는 명령을 내렸다. 이 명령은 일단 법원의 비상 개입으로 집행이 중지되었는데 정식 재판에서 어떤 판결이 나올지 알 수 없다.     유학생을 받을 수 없다면 연구비를 잃는 것보다도 더 심각한 위기이다. 하버드처럼 재정이 풍부한 대학에서는 필요하다면 자체적으로 연구비를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외국인 학생을 없앤다면 그것은 대학의 정체성 그 자체를 바꿔버리는 일이 된다. 한국과 달리 미국의 일류 대학은 전 세계에서 훌륭한 학생과 교수들이 오는 것을 큰 자랑으로 생각한다. 그러한 외국인들을 환영하고 포용함으로써 이루어진 국제적 공동체를 경험하는 것을 진정한 고등교육의 중요한 측면으로 여긴다. 그러한 세계적 차원을 말소하겠다는 협박은 대학교를 뿌리부터 흔들겠다는 의도이다.   외국인이 필요 없다는 충동적 생각은 트럼프식 정치의 핵심이다. 며칠 전 미국 국무부는 세계 각국에 있는 미국 대사관과 영사관에 유학생 비자 인터뷰를 중단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비자 신청자들의 사상과 언행을 속속들이 점검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이 준비될 때까지 신규 비자를 발부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또 중국 유학생들은 다시 심사하여 이미 받은 비자도 취소할 수 있다는 협박까지 하고 있다.     트럼프가 가진 유학생의 이미지란 공부는 안 하고 좌파적 선동을 일삼는 미국 혐오자들이다. 사실과는 동떨어진 생각이며 인종주의와 배타주의의 표출에 불과하다.   이러한 배타주의는 국가적 자해행위라 볼 수 있다. 세계 각국에서 꿈을 품고 이민과 유학을 왔던 외국인들은 미국 과학기술의 눈부신 성장에 큰 공헌을 하였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인슈타인을 필두로 나치 정권 아래의 유럽에서 도피한 수많은 유대인 과학자들을 받아들였던 것이다.     2차대전 후에는 나치 정권과 협력했던 과학자들도 흡수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예는 로켓 공학의 선구자 베르너 폰 브라운이다. 정치적 성향에 상관없이 재능이 있는 사람들은 몽땅 흡수했다.     세르비아 출신의 전기공학자 테슬라는 20대 후반에 미국으로 이주하여 유명한 에디슨의 회사에서 일하다가 독립하여 교류 전력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많은 공헌을 하였고 여러 가지 기발한 발명품도 남겼다.     요즘 많은 논란이 되고 있는 머스크가 소유한 전기차 테슬라 회사는 이 사람을 기리며 명명한 것이다. 머스크 자신도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유학생으로 미국에 처음 왔고 그 후에 사업을 하며 정착했다.   이주민을 배척하는 배타주의는 과학의 기본 정신과 정반대이다. 경제적으로 볼 때 외국인들을 들여와서 필요한 일을 시키는 것은 상식적인 일이지만 과학에서 이루어지는 국제적 교류는 그 차원을 넘어선다. 자기의 연구에 필요한 배경 지식이나 기술적 설비는 어느 나라에서 만들어 내었는지에 상관없이 수입한다. 과학이 가장 발달한 곳을 보면 인간관계도 국경 없이 이루어진다. 최고의 학생들과 연구자들을 차별 없이 모집하고 문화의 장벽을 넘어서 협업하고 교류한다. 배우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훌륭한 선생과 학교·연구소를 찾아 지구 곳곳으로 다닌다. 그러한 개방성이 없는 집단이 하는 과학연구는 곧 한계에 부딪힌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유학생이란 과학의 생태계에 아주 긴요한 일원이 된다. 자연과학뿐 아니라 다른 학문과 산업들도 이런 모습으로 발전한다.   하버드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하버드는 단순히 좋은 학교가 아니라 온 세계가 왜 미국을 부러워하는지를 상징한다. 하버드가 대표하는 미국의 고등교육을 경험한 사람들은 대부분 미국을 이해하고 미국을 사랑하게 된다. 그것은 미국이 누려온 ‘부드러운 힘(Soft Power)’에 크게 보태주는 역할을 해 왔다. 필자의 아버지도 패기만만한 젊은 공무원 시절 미국 정부 지원을 받아 하버드 법대 대학원에서 1년 동안 연수할 수 있는 엄청난 기회를 가질 수 있었고 그 후로 일생동안 미국에 대한 예찬과 애정을 유지하고 있다. 세계 곳곳에 이런 사람들이 박혀 있다. 그런 전통과 그의 위력을 잘 알지도 못하고 파괴하려는 트럼프 정권의 작태를 보면 서글프기 그지없다. 장하석 / 케임브리지대 교수기고 자해행위 유학생 외국인 유학생 하버드 대학 트럼프식 정치

2025-06-11

“멈춰있던 한국, 제대로 이끌기를”

“오늘 안 걸은 만큼 내일 뛰어야 하잖아요. 그 마음으로 국정운영에 임하면 좋겠습니다.”   뉴욕 일원 한인사회가 이재명 제21대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은 ‘대한민국의 정상화’였다. 탄핵정국으로 분열된 사회를 화합하고, 사실상 멈췄던 외교정책도 다시 펼치길 기대했다. 재외선거에 참여한 동포 중 3분의 2(66.4%)가 이 대통령에게 표를 행사한 만큼, 실질적인 재외동포정책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 대통령이 취임한 4일 뉴욕 일원 한인·단체장들은 “드디어 불확실성이 끝났다”며 “정치적 성향은 일단 뒤로 하고 힘을 모을 때”라고 입을 모았다. 곽호수 한인단체장연합회장은 “어려운 시기에 대통령이 된 만큼 분열된 한국 정치를 빠른 시일 내에 치료할 지도력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이 박씨는 “보복정치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국정운영에 집중하길 바란다”고 전했고, 서머 고씨도 “이전 정권에서 비판받았던 정책들을 다시 살피길 바란다”고 했다. 김모 씨는 “가장 강력한 정권을 갖게 됐는데 나라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국정운영을 해 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곧 한국으로 돌아가는 직장인 이모 씨는 “타국에서 한국 상황을 지켜보며 매우 불안했는데 이제 안정화하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거의 6개월간 전무했던 한미 외교에 대한 관심도 컸다.   김의환 주뉴욕총영사는 “해외에서도 최근 한국의 상황에 대한 관심이 크다”며 “미국과의 강력한 관계를 중심으로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금융권에 근무하는 한인 김모 씨는 “친중과 친미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고, 한미연합의 중요성을 늘 생각하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한인 가족을 둔 프레드 맥널티씨는 “‘한국이 미국을 이용한다’고 언급한 미 대통령, 그리고 관세 정책을 헤쳐나가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미국의 불안정한 관세정책 때문에 타격이 큰 한인 경제인들은 관세 대응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유정학 전 뉴욕한인경제인협회 회장은 “관세 문제가 심각함에도 거의 6개월을 눈치만 보고 있었다”며 “이제 상호관세 발효일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만큼 재합의가 시급하다”고 전했다.     재외동포에 대한 관심을 호소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이명석 뉴욕한인회장은 “미주한인사회는 한미관계의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는 만큼 활용 방법을 고민했으면 좋겠다”며 “750만 해외동포가 대한민국과 한 공동체가 될 수 있도록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이현탁 퀸즈한인회장은 “동포사회를 정말 위한다면 말뿐인 정책 대신, 부족한 총영사관 민원 인력과 소규모 한인 비영리단체 지원 등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일을 해 달라”고 강조했다. 김은별·윤지혜 기자한국 대한민국 한국 정치 한국 상황 뉴욕한인경제인협회 회장

2025-06-04

[열린광장] 새 대통령의 품격

지금 한국은 전임 대통령 탄핵 후 또 한 번의 조기 선거를 앞두고 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지만 그 꽃이 아름답게 피기 위해선 건강한 토양, 곧 성숙한 정치 문화와 책임 있는 시민 의식이 필수다.   한국 정치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극단적인 진영 대결이다. 선거철만 되면 정책보다 정파적 충성심이 주요 쟁점이 되고 여야는 마치 전쟁하듯 싸운다. 정작 민생 문제나 국가 비전은 뒤로 밀린다. 이러한 구도가 반복되면서 유권자들은 피로감을 느끼고, 정치 혐오로 이어진다. 결과적으로 투표율이 낮아지고 이는 곧 민주주의의 기반을 흔들 수 있다.   정치의 본질은 권력 쟁취가 아니라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상대를 깎아내리는 네거티브가 아니라 탄핵 이후의 경제 회복, 인구 절벽과 지방 소멸, 기후 위기 대응과 같은 장기적 과제에 대한 청사진이다. 차기 대통령 후보들은 ‘누가 더 인기있는가’가 아닌 ‘누가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가’로 평가받아야 한다.   정치는 사람을 통해 구현된다. 따라서 후보자의 인격과 윤리성은 결코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후보자를 둘러싼 도덕적 논란은 단순한 흠결을 넘어서 그가 최고 권력자로서의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을 던진다.     대한민국의 품격은 대통령에게서 시작된다. 대통령은 단순히 권력의 상징이 아니라 국가의 품격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가족과 관련된 윤리, 도덕 논란은 단지 후보 한 사람의 이미지 문제에만 그치지 않는다. 이를 사생활로 치부하며 책임을 외면하는 태도는 공적 책임에 대한 감수성이 부족한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대선을 앞둔 지금, 유권자들은 단순히 진영 논리에 따라 움직이지 않고 인물의 윤리성과 정치 세력의 책임감, 그리고 무엇보다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는 도덕성과 공정성을 매우 중시하며 권력자에게는 더 높은 윤리적 기준을 요구한다.     거대 양당 모두 당내 검증 시스템 부재와 리더십 부족에 대해 스스로 성찰해야 한다. 한국 사회는 지금 정치적 이념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인 ‘이 사람이 과연 대통령으로서 품격과 자질을 갖췄는가’를 던지고 있다.   바라건대 국가의 지도자는 국민에게 희망과 기회를 줄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 점에서 후보자는 국가 부흥을 이끌 준비가 되어 있는지 되묻게 한다. 또 가장 중요한  대북 문제에 대한 후보자의 일관성 있는 발언도 요구된다.     한 후보는 과거 북한에 대해 관용적인 입장을 보이다가 정권 교체 국면에서는 강경한 메시지로 입장을 선회했다. 국민은 외교와 안보에 있어 신중하고 일관된 리더를 원한다. 모름지기 경제는 국가의 성장을, 안보는 국가의 존폐를 뜻한다.   정치의 품격은 높은 도덕성과 정치적 책임감을 요구받는 게 당연하다. ‘누구를 심판할 것인가’ 못지않게 중요한 질문은 ‘누구에게 미래를 맡길 수 있는가’이다.     정치는 비전을 말해야 한다. 그리고 유권자의 책임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이번 대선은 단지 한 명의 대통령을 뽑는 절차가 아니라 한국 정치의 방향을 결정짓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 유권자와 정치권 모두가 성숙한 책임감을 발휘할 때 진정한 민주주의는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이다. 이재학 / 6.25참전유공자회 회장열린광장 대통령 품격 대통령 탄핵 차기 대통령 한국 정치

2025-05-21

[우리말 바루기] ‘부끄런 정치’에 당부한다

정치가 부끄럽다.” 몇해전 한 초선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며 한 말이다. “부끄럽지 않은 정치를 꿈꿨지만 쉽지 않았다”며 불출마하겠다는 의원도 있다. 그럼에도 이들은 부끄러운 정치가 안 되도록 국민은 두 눈을 부릅떠 달라고 당부했다.   이들 의원의 말을 글로 옮기며 ‘부끄러운 정치’를 ‘부끄런 정치’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두 의원이 우리 정치의 ‘부끄런 속살’에 절망하며 불출마를 선언했다”와 같이 표기해선 안 된다. ‘부끄런’은 맞춤법에 어긋나는 표현이다. ‘부끄럽다’는 ㅂ불규칙활용을 하는 형용사다. 어간의 끝소리인 ㅂ이 ‘아’나 ‘아’로 시작되는 어미 앞에선 ‘오’로, ‘어’나 ‘어’로 시작되는 어미와 매개모음을 요구하는 어미 앞에선 ‘우’로 변한다. ‘부끄럽-+-어’는 ‘부끄러워’로, ‘부끄럽-+-으니’는 ‘부끄러우니’로, ‘부끄럽-+-은’은 ‘부끄러운’으로 바뀐다.   이때 ‘부끄러운’을 ‘부끄런’으로 줄여 쓸 수 없다. 어간의 끝소리인 ㅂ이 ‘오/우’로 바뀌는 과정에서 이들 모음이 줄거나 탈락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활용형인 ‘부끄러우니’를 ‘부끄러니’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ㅂ불규칙용언인 ‘가깝다’ ‘쉽다’를 활용한 ‘가까운’ ‘쉬운’을 ‘가깐’ ‘쉰’으로 줄이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사랑스런 강아지” “갑작스런 이별” “걱정스런 표정”처럼 쓰면 안 된다. 우리 맞춤법에선 ㅂ이 바뀐 ‘오/우’가 그 앞의 모음과 어울리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러운’을 ‘-런’으로 표기할 수 없다. ‘사랑스러운’ ‘갑작스러운’ ‘걱정스러운’으로 고쳐야 한다.우리말 바루기 정치 당부 우리 정치 우리 맞춤법 초선 의원

2025-05-12

[정책리부트] 교황이 가르쳐준 정치의 목표

부활절 다음날, 세상은 ‘국민 교황’으로 여겨졌던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작별을 고했다. 예수회 출신 첫 교황이었던 그는 사제가 되면서 청빈의 삶을 서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예수가 그러했듯이, 모든 사람에게 겸손한 종복으로서의 여정을 시작했고 마무리했다.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혼돈과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프란치스코 교황의 삶과 가치를 기억하는 것은 매우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그의 삶을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도자가 어떻게 이끌어야 하는지를 세상에 가르쳤다.   교황청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 소식을 공식 발표하며, 전 세계에 걸친 애도의 물결을 전했다. LA의 로저 마호니 추기경은 최근 로마로 향하는 여정을 시작하기 전 프란치스코 교황의 서거에 대한 성명을 발표했다.   오늘 칼럼에서는 마호니 추기경의 말씀을 빌리고자 한다. “성 요한 23세 교황께서 ‘교회의 창문을 열어 성령의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라’고 하셨다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에 ‘모든 사람이 들어오도록 문을 열고 세상의 먼 곳까지 나아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라’고 독려하셨다.”     이는 교황이 재임 기간 중 교회의 문턱을 낮추고 세상 속으로 다가가고자 했던 노력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삶은 이사야 61장 1~4절에 기록된 것처럼 “고통받는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마음 상한 자들에겐 치유를, 포로 된 자들에게 자유를 선포하기 위해” 예수가 왔다는 현실에 집중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삶과 신념을 묘사한 많은 뉴스 보도와 기사를 접했다. 그의 삶은 종종 가난하고 세상에 보이지 않으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췄다. 그는 과거 다른 교황들이 방문하지 않았던,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던 세계의 여러 곳을 방문했다. 프란치스코 교황 자신도 이민자였으며, 전 세계의 이주민과 이민자들을 박해하는 대신 포용하도록 세상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그는 이민자들을 막기 위한 장벽이 아닌 다리를 건설해 포용적인 사회를 만들 것을 호소해왔다.   특히 그는 2015년 미국 의회 합동 연설에서 정치 지도자들에게 그들의 기본적인 소명을 상기시켰다. 당시 교황은 모든 의원들이 “동료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엄성을 수호하고 보존하는 일에 부름받았으며, 이는 공동선을 위한 지칠 줄 모르는 고된 추구이자 모든 정치의 주요 목표”라고 강조하며, 도움이 필요한 모든 이들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역설한 바 있다. 그의 말은 아주 단순하지만 정치인들에게는 매우 어려운 과제들이었다.   그는 마지막 길도 민중 속으로 가길 원했다. 대부분 전임 교황이 묻힌 성베드로 대성당 지하 묘지 대신 평소 즐겨 찾던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을 장지로 택했다. 교황이 바티칸 외부에 묻히는 건 1903년 로마 라테라노 대성당에 안치된 레오 13세 이후 122년 만이다.   운구 행렬의 종착지인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 앞에서는 난민과 수감자 등 ‘가난하고 어려운 이들’ 40여 명이 자리했다. 이들은 생전 교황의 유언에 따라 교황청 특별 초청으로 참석했다.   그의 장례 미사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부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찰스 3세 국왕의 장남 윌리엄 왕세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 50명의 국가 원수와 10명의 군주들이 참석했다. 그날 이들에게 어떤 생각들이 스쳐 갔을지 궁금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리에게 가르친 교훈, 그리고 서민들에 대한 그의 연민과 사랑이 정치인들의 마음속으로 옮겨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부디 평안히 잠드시기를, 프란치스코 교황님. 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당신이 하신 모든 일에 감사 드린다. 석명수 / 정치 컨설턴트·LA메트로 위원정책리부트 교황 정치 프란치스코 교황 교황청 특별 생전 교황

2025-05-07

[아름다운 우리말] 문화와 정치 그리고 종교

어떤 말은 우리가 늘 사용하고 있지만 정확한 의미를 모르거나 오해하며 살아갑니다. 저는 말의 의미를 정확히 아는 것이 삶을 제대로 사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제가 다루고자 하는 낱말은 우리말에서 매우 중요한 어휘입니다. 아니, 인간의 언어와 삶에서 매우 중요한 어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로 문화와 정치 그리고 종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문화 없는 하루하루는 상상하기 어렵죠. 정치가 없다면 세상이 돌아가지 않을 겁니다. 종교가 우리에게 주는 위안과 마음의 평화는 무엇과도 바꾸기 어려운 가치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문화라는 말이나 정치, 종교라는 말을 잘 이해하고 있을까요? 매일같이 사용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 의미를 깊게 들여다보지 않는 듯합니다.     말의 원래 의미와 사용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문화와 정치, 그리고 종교라는 말은 결국 모두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고 봅니다.     문화(文化)의 방향은 글이고, 정치(政治)의 방향은 올바름이고, 종교(宗敎)의 방향은 높음입니다. 한자로 보면 그렇습니다. 하지만 각각 다른 방향이 아닙니다. 같은 방향을 달라 표현하고 있을 뿐입니다. 문자로 보면 글로 하는 게 문화고, 바르게 다스리는 게 정치이고, 가장 높은 가르침이 종교입니다.      문화는 근본적으로 동물과 달라진 것을 말합니다. 자연 상태에서 벗어난 겁니다. 그래서 영어에서는 ‘Culture’가 ‘재배, 경작’과 ‘교양’의 의미도 있습니다. 인간이 자연에서 벗어난 가장 중요한 증거는 ‘말’입니다. 인간은 말로 서로 소통합니다. 그야말로 말을 하며 울고 웃습니다. 강하게 말하자면 말이 곧 인간입니다. 그런데 말을 한다는 것은 폭력에서 벗어났음을 보여줍니다. 싸우는 것이 아니라 말로 하는 겁니다. 문화는 주먹으로 해결하는 폭력이 아닙니다. 폭력을 부추기는 문화, 싸움으로 가득한 화면이 떠오릅니다.    저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라고 했다는 말을 듣고 두 번 놀랐습니다. 하나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했다고 알았기 때문입니다. 평생을 잘못 알고 인생을 보내기도 합니다. 다른 하나는 정치적이 좋은 의미라는 점입니다. 하도 우리말 표현에서 정치적이라는 말이 부정적이어서 그랬을 겁니다.     그런데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정치적’이라는 표현은 최고의 찬사입니다. 폭력이 아닌 말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인간이 가지는 겁니다. 폭력을 벗어나야 비로소 정치가 시작됩니다. 야유가 아닌 설득이 정치의 기본입니다. 멋진 수사학과 연설의 기법이 정치의 묘미인 셈입니다. 이렇게 쓰고 보니 우리 정치가 가슴을 답답하게 하네요. 소리 지르고, 야유하고, 비꼬는 낮은 수준의 언어 구사력입니다.    종교는 사실 좀 어려운 영역입니다. 분명 가르침을 좇아야 하는데 의외로 믿음이 걸림돌이 되기도 합니다. 믿음이 시각을 좁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나와 다른 믿음은 이단이 되고, 사이비가 됩니다. 다른 종교의 책은 읽으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심하게는 버리거나 불태우거나 금서로 만들기도 합니다.     종교를 믿는 사람이 서로의 믿음에 대한 존중이 없습니다. 참으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종교에서 가장 멀리 해야 할 것은 폭력과 폭언, 악담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종교를 떠올리면 폭언과 악담의 장면이 떠오릅니다. 우리 종교 현실이 또 떠오르네요.      문화와 정치, 종교가 향하는 곳은 평화입니다. 원래 이 세 어휘는 모두 평화를 향하고 조화를 향합니다. 싸우지 않아야 하고 서로를 존중하여야 합니다.     문화와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에게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폭력을 조장해서는 안 됩니다. 정치를 하는 사람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폭력의 언어를 사용하는 게 아니라 설득의 언어를 사용해야 합니다. 종교를 믿는 사람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종교는 평화입니다. 종교는 사랑입니다. 말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말대로 살아가기 바랍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문화 정치 정치 종교가 종교가 우리 우리 정치

2025-05-04

[신영웅전] 복수를 거부한 조조

『삼국지』의 전쟁 장면이라면 적벽대전이 먼저 떠오르겠지만 가장 처절했고, 조조의 운명을 가른 것은 관도(官渡)대전(서기 200년)이었다. 40만 명의 원소(袁紹)와 싸워야 하는 조조(曹操)는 병력의 열세는 말할 것도 없고, 군량미도 부족했으며, 책사(策士)도 원소 쪽이 우세했다. 그러나 원소는 그 장점을 이용할 만한 그릇이 아니었다. 그래서 원소는 대패하고 쫓기는 몸이 됐다.   조조의 막료들이 원소의 뒤를 쫓았다. 원소는 문서와 귀중품을 모두 버린 채 기병 800명만을 이끌고 달아났다. 조조는 더 이상 추격하지 않고 원소가 버리고 간 물건들을 수습했다.   조조는 전리품을 병사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빼앗은 문서 가운데 편지 한 묶음이 있었는데 모두가 조조의 부하 장수들이 주군을 배신하고 원소와 은밀하게 내통한 것들이었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조조에게 아뢰었다. “일일이 이름을 대조해 모두 죽이시지요.”   그 말에 조조가 이렇게 대답했다. “원소가 강성했을 무렵에는 나도 마음이 흔들렸는데 남들이야 오죽했겠는가?” 그러고는 그 편지들을 모두 태워버리도록 하고 다시는 그 문제를 따지지 않았다(『삼국지』 제30회).   동양의 춘추 논리에서는 복수를 부덕하다고 여기지 않았다. 부모 죽인 원수를 죽이는 것은 살인에서 면죄되며 칭송을 받았다. 복수심이 삶의 에너지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군주제에서 공화정으로 바뀐 지금의 상황은 다르다.   그럼에도 지금 한국의 정치는 복수극이다. 학회의 어느 자리에서 김학준(金學俊) 교수가 “지금 한국의 정치제도는 대통령 격노(激怒) 중심제”라고 주장하기에 내가 “지금 한국의 정치제도는 복수(復讐) 중심제가 아닐까?”라고 반문한 적이 있다. 지금이 그렇다. 내가 살아 보니 복수심은 나를 다치게 하더라. 한국 정치도 이제 조금은 더 너그러워질 수 없을까? 잡범들은 빼고…. 신복룡 / 전 건국대 석좌교수신영웅전 복수 한국 정치 대통령 격노 춘추 논리

2025-04-06

[사설] 한인 대학생 추방은 정치 탄압

가자 전쟁 반전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추방될 위기에 놓였던 컬럼비아대학 한인 재학생 정윤수(21)씨에 대해 법원이 25일 추방 중단 명령을 내렸다. 다행스럽고 당연한 결정이다.   뉴욕 남부연방법원은 “정씨가 지역사회를 위험에 빠뜨리거나, 외교정책에 위협을 가하거나, 테러 조직과 소통했다는 어떤 기록도 없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추방 시도를 일시 중단시켰다.   7세에 미국으로 이민와 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아이비리그 명문 대학에 진학한 영주권자 학생을, 단지 반전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추방하려 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표현의 자유가 헌법으로 보장된 미국에서 이러한 이유로 추방을 시도하는 것은 명백한 권리 침해이자 정치적 탄압이다.   정씨의 사례는 우려했던 트럼프 행정부의 편협한 반이민 정책이 확인된 경우다. 오랜 기간 미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왔고, 학업에서도 뛰어난 성과를 보여온 학생을, 정부의 정책 방향과 다른 의견을 표현했다는 이유만으로 ‘위협’으로 간주하고 추방하려 드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를 넘어, 비시민권자의 정치적 자유를 억압하고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잠재우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이번 법원의 결정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 기조는 여전히 우려스럽다. 정부는 시민권자뿐 아니라 합법 이민자들의 기본적인 권리 또한 존중해야 한다.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한 추방 시도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다. 향후 법원의 최종 판단이 합리적인 방향으로 내려져 정씨와 같은 제 2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길 촉구한다.사설 대학생 한인 한인 대학생 정치 탄압 추방 시도

2025-03-26

‘대한민국 제7공화국’ 출간…갈릴리신학대 김재율 총장

김재율 목사가 ‘대한민국 제7공화국’(거룩한선교이야기 출판.표지)을 출간했다.     책은 대한민국이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로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동시에 ‘양원정부통령제’를 중심으로 한 정치 체제 개혁과 경제 민주화의 필요성을 다루고 있다.     현 정치 체제가 ‘패왕적 대통령제’로 발전하면서 비효율과 불균형을 초래했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새로운 정치 체제와 선거제도의 도입을 주장하는 것이 핵심이다.     내용을 요약하면 ‘양원정부통령제’ 체제는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 간에 상호 견제와 균형을 통해 효율적인 정부 운영과 사회적 안정성을 도모하려는 목적을 갖는 것이다.     또한 두 개의 입법부인 ‘국회’와 ‘대회’가 협력하여 법안을 심의하고, 대통령과 총리가 서로 역할을 나누어 행정부를 이끌며, 사법부는 대법원과 국가수사처가 복수로 견제하는 ‘복수 3권분립형’이다.     책은 권력 집중을 방지하고, 정치적 상호작용을 증진시키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동시에 저자는 책에서 책임정치와 상생, 대기업 중심에서 벗어난 경제 민주화, 중소기업 및 생산성 자영업을 육성하고, 경제적 불균형을 해소하는 방향으로의 구조 개혁을 강조한다.     김재율 목사는 40년 목회 경력을 갖고 있으며, 갈릴리신학대학교 총장, 임마누엘대학교 이사장, 세계선교사연합회 총재, 거룩한선교이야기 대표, 이민사회변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문의: (213)559-7500 최인성 기자 [email protected]게시판 공화국 정치 체제 대한민국 제7공화국 정치적 개혁

2025-03-18

미국인 58% "성경이 법률에 영향 미쳐"

미국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종교적 민족주의(Religious Nationalism)'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지만 고소득 국가 중에서는 정치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퓨리서치센터는 최근 36개국을 대상으로 종교가 정치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설문조사를 발표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기독교와 불교, 이슬람, 힌두교, 유대교, 신도가 주요 종교인 국가들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미국에서는 종교적 민족주의자가 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6%인 칠레와 8%인 멕시코, 8%인 아르헨티나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캐나다는 3%에 그쳤고 독일과 스웨덴은 종교적 민족주의자로 분류된 사람이 1% 미만이었다.     반면, 인도네시아와 방글라데시는 각각 46%와 45%로 10명 중 4명 이상이 종교적 민족주의자로 나타났다. 절반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콜롬비아(12%)와 브라질(13%), 페루(17%)는 다소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퓨리서치센터는 설문조사 보고서에서 "세계적 맥락에서 볼 때, 미국은 종교적 민족주의 수준이 특히 높은 국가로 분류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퓨리서치센터는 종교적 민족주의자를 "기독교인이 되는 것이 진정한 미국인이 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믿는 사람들로 정의했다. 옥스퍼드대학 용어사전은 '종교적 민족주의'를 종교적 정체성.목적과 국가적 정체성.목적의 융합이라고 정의했다. 또 종교적 정체성과 국가적 정체성이 공존하며 나아가 서로를 강화한다고 풀이했다.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1기 재임 기간에 기독교 민족주의를 둘러싼 논쟁이 있었다. 2021년 1월 6일, 트럼프 지지자들이 의사당을 점거한 사건 이후 논쟁이 거세지기도 했다. 점거 사건 당시 적지 않은 참가자들이 종교적 신념과 트럼프를 연결하는 깃발을 들고 있었다.   고소득 국가에서는 종교에 대한 인식이 중.저소득 국가들과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미국은 고소득 국가들과 비교할 때 종교 경전(성경)에 대한 태도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설문조사에서 미국 성인들은 "현재 종교 경전(성경)이 자국의 법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에 동의하는 비율이 58%에 달해 다른 어느 고소득 국가보다 높았다. 조사 대상국 가운데 7만5000달러 이상인 싱가포르는 20%를 조금 넘어 2.5배가 넘는 차이를 보였다. "종교 경전(성경)이 자국의 법률에 상당한 영향을 미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에서도 미국은 50%로 나타나 고소득 국가 가운데 가장 높았다.     ▶종교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   종교가 사회에 미치는 전반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36개국의 응답자 가운데 "종교가 대체로 사회에 도움이 된다"고 답한 중앙값은 77%에 이르렀다. "대체로 해를 끼친다"고 응답한 이들은 19%였다.   미국에서는 72%가 종교의 사회적 영향을 긍정적으로 인식해 고소득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고소득 국가 가운데 이탈리아(65%)와 스페인(50%)도 50%를 넘었다.   특히 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에서는 종교의 긍정적 역할에 대한 인식이 강했다. 방글라데시와 인도네시아, 케냐, 말레이시아, 스리랑카, 태국, 튀니지에서는 약 90%가 종교가 사회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동남아시아의 불교 신자들은 90%가 넘는 압도적 다수가 종교가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다. 인도네시아는 100%가 종교가 사회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한 유일한 나라였다. 한국(72%)은 일본(46%)보다 긍정적 인식이 훨씬 높았다. 한국에서는 "종교가 미신을 부추긴다"는 응답도 50%로 높은 편이었다.     일부 국가에서는 이에 대한 의견이 엇갈렸다. 호주와 네덜란드, 스웨덴, 영국 등에서는 절반 이상의 응답자가 종교가 사회에 해를 끼친다고 답했다.   ▶종교 친화적 지도자의 중요성   퓨리서치센터의 전체 조사 대상국가에서 "자신과 같은 종교적 신념을 가진 사람들을 옹호하는 지도자가 매우 중요하다"고 답한 이들의 중간값은 30%이었다. 고소득 국가에서는 이런 경향이 대체적으로 약했다. 가장 낮은 일본은 5%에 불과했고 프랑스(11%), 한국(13%), 독일(15%), 스웨덴(17%)도 가장 낮은 국가에 속했다. 미국은 31%로 고소득 국가 가운데 높은 비율을 보였다.     방글라데시와 인도네시아에서는 대통령이나 총리가 종교적 신념을 옹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답한 비율이 약 70%에 달했다.   퓨리서치센터는 종교적 민족주의에 대한 정의가 학자들 사이에서도 완전히 일치하지 않으며, 특히 여러 국가와 종교 집단을 대상으로 연구할 때 개념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기독교 민족주의를 측정할 때 공립학교에서의 기도 허용 여부를 고려할 수 있지만, 인도에서 힌두교 민족주의를 연구할 때는 정부의 소 보호 정책이 핵심 쟁점이 될 수 있다. 퓨리서치센터는 과거 설문조사에서도 기독교 민족주의를 다뤘다. 지난해 2월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5%만이 '기독교 민족주의'라는 개념을 알고 있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13%는 연방 정부가 기독교를 공식 종교로 선언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미국 성경 종교적 민족주의자 고소득 국가들 종교가 정치

2025-02-10

[열린광장] “언제쯤 우리는 하나가 될까”

코리아, 코리아, 코리아라고 혼자서 되 뇌어 볼 때면 가슴에 어떤 울림을 느낍니다. 나의 조국, 내 민족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짚신과 고무신, 갓 쓰고 지팡이 짚어야 출입을 했고, 지게지고 5일 장 마당에서 보리밥에 막걸리 마시고, 호롱 불 켜고 새끼 꼬고, 이웃 집 닭 잡아 서리 하던 눈 오는 고향 마을….  일본 식민지, 8.15 해방, 6.25 사변, 4.19 학생 혁명, 5.16 군사 정변으로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견뎌내고 오늘을 살고 있습니다.   김포 공항에서 댈러스까지 거리가 1만1000km 정도 랍니다. 우리 한국 척수로는 2만8000리나 되니 참 먼길을 왔습니다. 금수저 입에 물지 않은 내가 1972년 미국 유학길에 오를 때 손에 쉰 건 당시 100달러 뿐이었습니다.     백인이 대다수인 이곳에 노스웨스트 항공 비행기표 넉 장을 3년 월부로 끊어 겁없이 하와이 호놀룰루 공항을 거처 본토에 덜렁 내렸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미국땅에 와서 처음 울었을 때가 생각납니다. 1972년 4월 대한항공이 처음으로  LA에 취항한다고 해서 비행기 시간에 맞춰 LA공항으로 갔습니다. 그리고는 공항의 서쪽, 임페리얼 하이웨이 길 철조망 옆에 우두커니 서서 조국 방향 하늘을 쳐다보다가 대한항공 비행기가 서서히 착륙하는 것을 보고, 목놓아 울어 본적이 있습니다.   두 번째  울었던 기억은 1979년 10월26일 아침이었습니다. 출근을 했는데, 루스라는 회사 동료가 하는 말이 “어제 너희 나라 박정희 대통령이 피살됐다”면서 무슨 일인지 아느냐고 물었습니다. “또?”   저는 아무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해방 이후 민족의 지도자들이 피살, 자살, 사고로 사망했다는 뉴스를 얼마나 많이 듣고 살아왔는데…. 사무실에서 가방을 놓는데, 자꾸 눈물이 나와 한 두 시간 일을 하다가 일찍 퇴근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요즘 한국의 정치 사회 상황은 이념적 갈등으로 크게 나누어져 있어 참 어려운 시대를 지나고 있습니다. 걱정도 됩니다. 그리고 울고 싶은 마음입니다.     국민의 교육수준이 높아지고, 국민소득도 3만5000달러를 넘기고 있습니다. 외신들은 한국이 곧 세계 5대 경제 대국에 진입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한국이 세계 1등을 하는 분야가 얼마나 많은지 우리가 알고 있지 않습니까. 동족 간의 싸움은 그만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의 정치 지도자들이 과거에 중국을 대국이라고 섬기던 때가 있었고, 일본에게 삼천리 강산을 통째 넘겨 주던 때가 있었습니다. 감격스러운 해방을 맞는가 싶더니 남한과 북한이 딱 갈라져 75년을 살고 있는 현실을 한번 생각해 봐야 합니다. 지구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분단 국가로 남은 우리 대한민국입니다.     60년대 말, 나라의 되어져 가는 환경 가운데 나 같은 사람이 꾸는 꿈은 자리를 못 찾고 있었습니다. 떠날 수만 있으면 다 버리고 떠나고 싶었던 내 나라였습니다.     꾸던 꿈은 산 같이 높고 커서 제 능력으로는 오르고 넘을 수가 없었는데 어느 때부터 쉽게 그 산을 넘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은 너무 가여워서 일이 술술 풀리게 하여 주신 것을 지금 깨닫습니다.   손주들은 너무 자랑스럽게 각 분야에서 뛰어나게 공헌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올해 한국을 홀로 여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집 사람이 가르쳐 준 가사의 전 부분을 다 외우지 못하여서 기억나는 데로 가끔 혼자서 흥얼거려 보던 ‘홀로 아리랑’을 같이 나눕니다.   ‘금강산 맑은 물은 동해로 흐르고, 설악산 맑은 물도 동해 가는데, 우리네 마음은 어디로 가는가, 언제쯤 우리는 하나가 될까…. 아리랑 아리랑 홀로 아리랑, 아리랑 고개를 넘아가 보자, 가다가 힘들면 쉬어 가더라도, 손잡고 가 보자 같이 가 보자.’ 변성수 / 교도소 사역 목사열린광장 대한항공 비행기 코리아 코리아 정치 지도자들

2025-01-28

[문예마당]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새해를 새 마음으로 시작하기는 애초부터 글렀다.     지난 연말부터 한국에서 들려온 방탄, 탄핵, 비상 계엄 등 무시무시한 말들로 뒤숭숭하더니 급기야 최악의 제주항공 참사로 179명이나 되는 희생자가 숨졌다.     LA에서는 역대 최악의 산불이 LA 곳곳을 휩쓸며 황폐화시켰다. 한국의 지인이 문자를 보냈다. “지금 한국 사람들은 이래서 아프고 저래서 아프고, 땅도 하늘도 모두 아픕니다.”   나도 댓글을 보냈다. “지금 LA도 이래서 힘들고 저래서 힘들고 모두 사는 게 힘듭니다.”     옛말에 ‘복은 겹쳐 오지 않고 화는 홀로 오지 않는다’고 하더니 나쁜 소식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정초에는 덕담을 주고받으며 희망찬 한 해를 설계하는 게 보통인데 올해는 어쩐지 떠오른 해가 밝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지금 한국은 불신과 반목, 가짜뉴스, 유언비어에 음모론까지 판을 친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정국이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행을 비롯해서 대행이 많다 보니 ‘대행민국’이라는 말까지 나돈다.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매일같이 벌어지고 있다. 무정부 상태와 다름없다.   연말연시 파티로 즐겁게 북적일 시기에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과 광화문에선 탄핵 찬반 시위로 진영이 둘로 쪼개져 목청이 터져라 외쳐대고 있다. 한겨울 맹추위에 철야 농성을 이어 가니 안타깝다. 백골단까지 등장하며 준 내전상태다. 국가 기관끼리 맞부딪치는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언제 끝날 것인가. 뉴스를 보고 있으면 부글부글 화가 치민다. 행여 무슨 일이 일어날 까 불안하다.   한국의 지인들은 요즘 이념 양극화로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과는 밥도 같이 먹기 싫다고 한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 달라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정치 이야기를 하지 못한다. 모임에서 정치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게 암묵적 규칙이다.     정치 위기는 정치로 풀어야 하는데 정치는 없고 모든 것을 법에 의존한다. 아전인수격으로 법을 따지지만 법은 딱 떨어지지 않는다.     기억에 남는 법에 대한 얘기가 있다. “법을 무시하는 난동은 최악이고, ‘법대로 하라’며 따지는 세상도 결코 좋은 세상은 아니다. 예로서 질서를 지키고 악으로써 화합하여 ‘법 없이도 사는 세상이 가장 좋은 세상’이다.”   정치도 품격이 있다. 화합과 타협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독일 재상 비스마르크는 “정치는 정확한 과학이 아니다.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라고 말했다. 타협의 예술, 타협의 기술이란 뜻이다. 타협은 없고 대결만 있는 지금의 한국 정치에서 곱씹어 봐야할 말이다.   TV가 없던 시절, 아버지는 라디오를 끼고 사셨다. 매시간 뉴스를 경청하셨다. 내가 보기엔 똑같은 뉴스 같은데 이해할 수 없었다. 요즘 내가 그렇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신문을 읽고 낮엔 같은 뉴스를 계속 본다.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화가 나면서도 보고 또 본다.   그러다 보니 내용을 꿰뚫고 있다. 그런 나에게 남편은 “정치 평론가 수준인데”라고 놀린다. 예전에는 대다수의 여성들이 정치에 관심이 없었다. 정치는 원래 남자들의 전유물처럼 여겼다. 요즘은 여자들이 더 정치에 관심이 많다. ‘개딸’이나 ‘태극기 부대’를 보면 여자들이 더 적극적이다.   원래부터 정치나 뉴스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한국 방문을 자주하게 되고부터 하도 시끄럽게 정치문제가 사회 전체를 삼키다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리 된 것이다. LA에서도 거의 실시간으로 한국 뉴스를 접할 수 있어 마찬가지다. 한국 정치는 나 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을 정치에 함몰시킨다.   나라의 앞날 걱정에 잠을 설치니 남편은 “신경 꺼”라며 신경질적으로 말한다. 남편은 스트레스 받는다며 아예 한국 뉴스를 외면한다. 초야에 묻힌 선비처럼 집에서 책만 읽고 있다. 요즘은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를 읽고 있다. 지금 한국의 모양새가 포용과 보편성은 사라지고 혐오와 독선이 판치는 멸망 직전의 로마제국을 보는 것 같기 때문일까.   한국인의 정치 관심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정치에 대한 높은 관심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중요한 가치이자 높은 시민 의식을 반영하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 하지만 지나친 몰입은 정치적 극단화와 사회 분열을 심화하는 부정적인 경향이 있다.   결국 계엄 사태 43일 만에 윤대통령이 체포됐다. 온 나라를 뒤집어 놓은 불안감은 일단 해소됐다. 그래서 대통령의 미래는, 한국의 앞날은 어찌 될 것인가?     어수선한 조국을 바라보며 한국 근무를 마친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가 떠나며 한 말을 생각한다.     “지금 한국은 매우 어려운 순간이지만 이겨낼 것이다.”     한국은 저력이 있는 나라니까 희망을 가져 본다. 누구의 말 대로 ‘희망은 힘이 세니까’ 그 말을 믿어본다.   정초에 한국이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혼란스러웠다면 LA에서는 역사상 최악의 산불로 비상상태가 선포됐다. 주택 등 1만여 채의 건물이 전소됐고, 수만 명에게 긴급 대피령이 내려졌다. LA 인근 지역 곳곳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난 산불은 건조한 날씨와 악마의 바람이라는 ‘샌타애나’ 강풍으로 급속히 번져나갔다. 투명하도록 맑고 파랗던 LA하늘은 온통 잿빛 연기로 뒤덮였다.   우리 집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밤중에 ‘삐익 삐익’ 급박한 소리와 함께 대피하라는 경고문자를 세 번이나 받았다. 난감했다. 한국 같으면 염치 불구하고 친척 집이라도 간다지만 캄캄한 밤중에 어디로 대피한단 말인 가. 불안하지만 꼬박 밤을 새며 버텼다.   다음날 또 대피 경고를 받았다. 일단 집을 떠날 때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기에 가지고 나갈 물건을 챙기는데 무엇을 챙겨야 할지 몰랐다. 산이 가까운 LA 북쪽에 살면서 대형 산불을 여러 번 경험했지만 당황하기는 매번 마찬가지였다. ID와 신용 카드, 여권과 중요한 서류, 먹는 약만 챙겼다. 가족 사진을 가지고 나오지 않은 게 마음에 걸렸다.   단출하게 짐을 챙겨 밖에 나가보니 좀 떨어진 거리가 시커먼 연기 속에 묻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다행히 바람과 연기가 우리집과 다른 방향으로 향하는 걸 본 후 안심이 되어 집으로 돌아왔다. 사방에서 염려하는 전화가 왔다. 특히 한국에서 “괜찮으냐”는 전화가 많이 왔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귀중품이 아니라 힘들 때 나를 생각해 주는 사람들의 정이라는 것, 재난속에서 얻은 귀한 깨달음이었다.   나훈아가 부른 노래 중에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라는 노래 가사가 떠올랐다. 정말 세상이 왜 이런지 모르겠다. 혼돈과 슬픔에 빠진 한국 사회와 대형 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LA에 평화가 깃들기를 바란다. 배광자 / 수필가문예마당 이래 수필 한국 정치 정치 이야기 정치 위기

2025-01-23

[글로벌 아이] 한국을 보라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일본에선 권력에 맞선 한국을 보며 “일본과는 달리 민주주의가 성숙했다”며 대단하다는 식의 여론이 있었다. 자민당 일당 독주 체제에서 정치 안정화가 익숙한 일본은 한국처럼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가 일치하지 않아 생기는 여소야대의 상황을 큰 정치적 불안정 요소로 바라보며, 한국을 ‘민주화가 불충분한 나라’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해수가 담수로 바뀌는 듯한 한국 정치의 역동성을 보니 최근 고인 물은 썩을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다시 하게 된 일본 입장에선 의미를 부여했던 것이다.   이런 인식에 대해 한 극우 성향 매체는 “대통령이 헌법을 어긴 행위에 불과한 것”이라며 “법치국가라면 국회에 군인을 파견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라 힐난조로 폄하했다. 이 매체는 “한국은 민주주의 기반이 약해 좌우 대립이 격화하면 민주주의의 구조가 쉽게 흔들린다”며 “일본의 민주주의를 넘어섰다고 자랑하지만, 선진국 정치 시스템을 모방한 것에 불과하다”고 혹평하기도 했다.   일어나선 안 될 일이 일어나 국민적 항거의 움직임으로 이어지는 것을 민주주의의 회복 탄력성으로 볼 것인지, 토대의 취약함으로 볼 것인지 관점에 따라 나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와 구속 과정에서 수사기관의 법 집행을 두고 해석의 영역에서 공연히 맞선다든가, ‘헌정 사상 초유’라는 클리셰가 매일 반복되는 모습이 국민에겐 일상이 되고 말았다.   5년 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했을 당시 불복 선언과 부정선거 음모론으로 국회의사당 폭동 사태를 야기했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했다. 미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자신을 두고 혼란스럽다는 지적에 대해 “한국을 보라”라고 말했다고 한다. ‘조크(농담)’라는 표현이 붙긴 했지만, 이런 걸 두고 시쳇말로 “뼈 때린다”고 표현한다. 이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결정에 불만을 품은 지지자들은 경찰 저지선을 뚫고 유리창과 셔터를 부수며 법원에 난입했다. 쇠파이프를 들고 영장을 발부한 판사의 이름을 불러대며 법원 내부를 휘젓고 다니는 모습은 2025년 벽두부터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한국 정치는 뒤집어엎을 수 있는 ‘역동성’을 그 저변에 깔린 힘과 건전함의 원천으로 삼는다고 종종 표현되곤 한다. 그런데 쇠몽둥이로 사법부를 점거하려는 시도는 ‘다이내믹함’이었을까, 극우 매체의 혹평처럼 민주주의의 구조가 쉽게 흔들리는 모습이었을까. 트럼프의 조크를 다시 떠올려본다. 한국을 보라. 정원석 / 한국 중앙일보 도쿄 특파원글로벌 아이 한국 한국 정치 맞선 한국 민주주의 기반

2025-01-21

[아메리카 편지] 황제의 꿈

정치적 위기로 인한 혼란은 새 역사의 단초가 된다. 로마 공화정 말기 100년은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부패와 내전으로 심각한 위기상황이었다. 결국 기원전 44년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암살로 500년 동안 지속한 로마 공화정은 막을 내린다. 그의 조카인 아우구스투스를 초대 황제로 한 로마 제국이 탄생했다.   기원전 27년부터 서기 14년까지 아우구스투스는 독재정치를 뿌리내렸다. 그의 혈통을 이어받은 율리우스-클라우디우스 왕조는 행정 개혁과 효율적인 인프라 건설을 통해 영토를 확장하고 지방을 통합했다. 그러나 이어진 칼리굴라와 네로 황제의 통치는 음모와 무질서로 악명 높았고, 네로가 후계자 없이 자살하면서 로마 제국은 또다시 내전의 혼란에 빠졌다.   이어진 ‘네 황제의 해’는 격동의 시기였다. 서기 68~69년에 걸친 1년의 기간 동안 갈바·오토·비텔리우스에 이어 베스파시아누스까지 무려 네 명의 군 출신이 잇따라 황제를 자처했다.     그 결과 갈바는 오토의 기병 공격으로, 오토는 자살로 각각 생을 마감했고, 비텔리우스는 처형됐다. 결국 베스파시아누스의 승리로 혼란기가 매듭지어진다. 최초의 평민 출신 로마 황제였던 베스파시아누스는 실용적 리더십으로 제국의 안정을 회복했고, 경제·정치적 질서를 재구축했다. 제국 역사상 처음으로 서글서글한 눈빛의, 이상화되지 않은 사실주의적인 초상을 채택한 것도 그였다.   그러나 로마의 이상은 어디까지나 공화정이었다. 황제로의 권력 집중은 결국 허망한 몰락을 부른다. 게르만족의 침입과 황제 정치 내부의 분열로 로마는 멸망하고 만다.   한국 정치사의 큰 물줄기는 권력 집중이 아닌 권력 분산의 길이었다. 계엄 사태는 황제의 꿈을 실현하려는 반동이었다. 민의와 헌법을 무시하는 처사였다. 진보와 민주의 길을 가던 나라에 이런 무리수는 설 자리가 없다. 김승중 /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아메리카 편지 황제 황제 정치 네로 황제 초대 황제

2025-01-20

백악관, 정치인들 ‘미주한인의 날’ 축하

13일 ‘미주한인의 날’을 맞아 백악관을 비롯해 유력 기관과 단체, 그리고 연방의원들이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백악관 산하 아시아태평양아일랜더 이니셔티브(WHIAAPI)는 소셜미디어 X를 통해 “1903년 이날 첫 번째 한국 이민자들이 하와이에 도착했다”며 “한인들은 여러 세대에 걸쳐 이 나라의 역사를 풍요롭게 했고 모든 사회 분야에서 기여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어와 영어로 ‘미주한인의 날을 축하한다’는 문구가 적힌 사진을 올렸다.   앤디 김 연방 상원의원(민주·뉴저지)도 이날 X에 자신의 어머니가 한국전쟁 당시 지냈던 집 앞에서 최근 찍은 사진 등을 올리며 “한인 최초로 상원의원이 된 것의 의미를 묻는 질문을 받아왔다”며 “미국은 한국의 문을 열어줬고, 어머니가 간호사의 꿈을 실현할 수 있게 도와줬다”고 적었다.   영 김 연방 하원의원(공화·가주 40지구)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지미 고메즈 하원의원(민주·가주 34지구)과 함께 ‘미주한인의 날’ 기념 결의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122년 동안 한인들은 학교와 기업, 그리고 이곳 의회에서 성공을 거뒀다”며 “한인들은 이 나라를 더 나은 나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밝혔다.   고메즈 의원 역시 “미국에서 한인이 가장 많은 LA 한인타운을 지역구로 둔 의원으로서 한인 커뮤니티와 계속 협력해 LA와 미국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자 한다”고 전했다.  김영남 기자 [email protected]상하원의원 미주한인 한인 커뮤니티 한인 정치 한인 여성

2025-01-13

[종교와 트렌드] 정치적 이념으로 본질 잃은 기독교

최근 미주 지역에서도 한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리는 것을 보았다.   한국에서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연말연초에 나라가 분열된 가운데, 한인 사회에서도 이런 불씨가 타오르는 것을 보니 안타깝다. 이러다 한인 사회에서도 한국처럼 한국 대통령의 탄핵 찬반 맞불 집회들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한국의 계엄 뉴스와 탄핵 뉴스를 보면서 미국에 사는 한인으로서 미국인들에게 얼굴이 뜨거운 창피한 일들이라 빨리 해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한국에는 현재 각종 무당과 주술이 판치는 상황에서 기독교 단체들까지 가세하면서 보수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 특히 극우 기독교 단체의 전광훈 목사가 한국의 기독교를 대표하는 사람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미치면서, 기독교의 안 좋은 모습들을 비추고 있다. 한국의 기독교가 전광훈 같은 사람들의 행동을 묵인하고, 본인들 또한 자기 사리사욕을 챙기는 집단이 되면서 주술과 미신의 집단과 기복 신앙의 교회가 암묵적인 파트너십을 맺었다.   미주 한인 교회들도 일부 목사님들이 정치적 편향성을 가지고 강단에서 설교나 기도 등을 하면서 실망하는 교인들이 많다. 기독교인이 자기의 견해에 따라 진보와 보수로 나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교회 단상에서 목사님들과 장로님들이 한쪽에 치우쳐서 나라를 걱정하는 것은 정치적 견해를 달리하는 교인들에게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요즘은 진리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상식과 합리적 사고도 없고, 믿고 싶은 대로 믿고 우기면 진리다. 예수님의 귀한 가르침은 사라지고, 당장 나의 안위와 내 가족, 내 교회, 내 밥그릇만 안전하면 남은 어떻게 되었든 상관없다. 우리가 믿는 기독교의 본질인 사랑과 포용은 어디 갔는지 없고, 혐오와 독선이 판치는 세대다.   요즘 제일 돈 버는 사람들이 유튜버들이다. 그들은 사람들의 말초신경을 자극하여 시청자 수를 늘리는 것이 목적이다. 특히 사람들을 현혹하고 가짜 뉴스를 생성하는 주범이기도 하다. 이제는 가짜 뉴스인지 알면서도 그냥 믿고 싶은 대로 보기 때문에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중요하지 않다. 요즘 기술의 발달로 인간이 더 풍요로워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정신세계는 더욱 퇴보하는 것 같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이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SNS나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인해 이제는 생각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사리분별이 어려워진다.   보수와 진보는 필요하고 서로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제는 그들의 순수한 정신보다는 보수와 진보가 종교화되어 극우, 극좌로 나뉘어 그냥 믿고 싶은 것을 믿는다. 한국 사람들이 원래 샤머니즘 민족이다 보니 정치든, 어느 종교든 궁합이 잘 맞는다. 기록된 바와 같이 “하나님의 이름이 너희 때문에 이방인 중에서 모독을 받는다”라고 성경 로마서에 얘기하듯이, 세상의 존경을 받지는 못해도 욕먹는 집단이 되지 않기를 꿈꾼다.   [email protected] 이종찬 / J&B 푸드 컨설팅 대표종교와 트렌드 기독교 정치 기독교 단체들 극우 기독교 정치적 견해

2025-01-13

[우리말 바루기] 낮추는 말 ‘~하는 자’

의존명사는 말 그대로 다른 말 아래에 기대어 쓰인다. ‘좋은 것, 감사할 따름, 웃을 뿐’에서 ‘것, 따름, 뿐’처럼 앞말에 기댄다. 훈민정음 언해본 서문에 “제 뜻을 시러(능히) 펴지 못할 놈이 하니라(많다)”의 ‘놈’도 앞말 ‘못할’에 의지한다. ‘놈’이라고 해서 지금처럼 대상을 낮추는 말은 아니었고, 단지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훈민정음 한문본에는 ‘못할 놈’이 ‘불가자(不可者)’로 돼 있다. 여기서 ‘자’는 ‘못할 놈’의 ‘놈’과 뜻은 같지만 쓰임새가 다르다. ‘과학자, 기술자, 노동자’의 ‘자’처럼 쓰였다. 의존명사가 아니라 낱말 끝에 붙어서 새로운 말을 만드는 접미사로 쓰인 거다. 이때 ‘자’는 ‘못할 놈’의 ‘놈’처럼 ‘사람’을 뜻한다. 이전에도, 지금도 낱말 끝에 붙는 ‘자’는 ‘사람’이다.   그런데 변화가 생겼다. “낯선 자”에서처럼 ‘자’가 의존명사로도 쓰이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어의 영향으로 보인다. 의존명사로 쓰이는 ‘자’는 의미도 달라져 ‘사람’과 ‘놈’ 사이쯤에 있다. 맥락에 따라 더 낮추고 덜 낮추는 차이는 있다. “미친 자, 저 자를 잡아라”에서 ‘자’는 홀대의 정도가 커 보인다. “미친 사람, 저 사람을 잡아라”와 확연한 차이가 난다. ‘부역자’를 더 얕잡고 싶으면 ‘부역하는 자’라고 하면 된다. ‘동조자’는 ‘동조하는 자’라고 하면 된다. 법조문이나 공문서에는 의존명사로 쓰이는 ‘자’가 더 흔하다. 당연하다는 듯이 ‘정치 활동을 하는 자’라고 쓴다. ‘정치 활동을 하는 사람’이 받아들이기 편하다. 특별하지 않다면 ‘노력하는 자’보다는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하는 게 더 좋겠다.우리말 바루기 훈민정음 언해본 정치 활동 과학자 기술자

2024-12-26

추수감사절 정치 얘기, 가족 불화 우려 커졌다

추수감사절 연휴 동안 정치적 견해가 달라 가족 간 불화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모처럼 한자리에 모이는 가족끼리 정치 이야기를 할 때는 감정을 누그러뜨리는 자제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근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공영방송 NPR, LA데일리뉴스 등은 지난 5일 선거 결과를 놓고 가족 간에도 정치 성향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 공화당과 민주당 양측 진영이 치열하게 대립하면서 감정의 골도 깊어진 양상이다.   이를 두고 주요 언론은 ‘미국 가정이 정치적으로 갈라졌다(politically divided family)’고 진단했다.   실제 폴리티코는 일리노이주 센트랠리아의 테드(59)와 프레드(63) 존슨 형제 사례를 전하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정치적 분열 양상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테드 존슨은 “형과 나는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 이슈를 놓고 의견이 달랐다”며 형제끼리 지난 몇 년 동안 이야기를 나누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테드와 프레드는 이번 대선에서도 트럼프 후보 지지 여부를 놓고 대립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 뉴욕대학교 심리학 전문가인 존 조스트는 “정치적 불일치로 대화가 경직되면서 가족 간 유대가 악화할 수 있다”고 전했다.   NPR은 추수감사절을 맞아 가족이 모일 때 정치적 견해가 다르더라도 긴장을 완화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NPR은 최근 몇 년 동안 선거 캠페인이 계속되면서 미국인의 정치적 대립이 깊어졌다며, 추수감사절 기간 정치 이야기를 할 때는 ▶반대하는 견해에 즉흥적으로 반응하지 말고 ▶감정이 고조될 때는 심호흡을 하고 ▶대화와 토론의 목적에 집중하고 ▶상대방의 견해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좋다고 제안했다.   한편 지난 5일 치러진 대통령 선거와 본선거에서 한인을 포함한 아시안 커뮤니티가 공화당으로 부쩍 기운 것으로 나타나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 시티(The City) 집계에 따르면, 뉴욕 한인 밀집지인 플러싱 지역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47.08%를 득표해 2020년(32.15%)보다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칼리지포인트(57.6%), 머레이힐(51.77%) 등에서도 트럼프 당선인 득표율이 50%를 훌쩍 넘어섰다. 한인들은 각종 범죄 증가, 서류미비자 증가, 물가 인상, 공립학교 성 정체성 교육 등을 트럼프 후보와 공화당 지지 이유로 꼽았다. 김형재·김은별 기자추수감사절 정치 추수감사절 가족 가족 추수감사절 추수감사절 기간

2024-11-25

투표율 제고·정치인 후원 조직화가 관건

한인사회 주요 비영리 단체들은 한인 유권자들의 낮은 정치참여 의식 등 이민자 커뮤니티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유권자 등록과 투표율을 높이고, 정치활동위원회(PAC: political action committee) 설립에 나서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해나가고 있다.   시민참여센터(KACE)는 한인 유권자들의 투표율 제고를 위해 교육과 정치인 타운홀 미팅, 정보 제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뉴저지주 포트리에 있는 시민참여센터는 지난 3월에는 버겐 커뮤니티 칼리지의 다문화교육연구소에서 2024년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 등록 및 뉴저지 선거제도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지난 8월에는 한인들이 많이 사는 버겐카운티 한인타운을 지역구로 하는 엘렌 박 뉴저지주하원의원·고든 존슨 뉴저지주상원의원(이상 민주·37선거구) 등이 참석하는 타운홀 미팅을 열었다.   뉴저지주 팰리세이즈파크에 사무실을 두고 이민자 권익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뉴저지 민권센터는 지난 6월 예비선거가 열린 날 팰리세이즈파크 투표소에서 아시안아메리칸법률교육재단, 아태계 아메리칸 NJ와 함께 출구조사에 참여했다. 민권센터는 “출구조사 결과는 뉴저지 아태계 투표자들의 성향을 분석하기 위해 쓰이고, 또 앞으로의 선거 참여운동에 귀중한 자료로 활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뉴저지 민권센터는 한인과 아시안, 이민자 커뮤니티 정치력 신장을 위한 새로운 유권자 등록 활동을 위해 지난 6월 이민자들의 시민권 선서식이 열리는 뉴왁 이민서비스국 연방 청사에서 활동했다. 이날 방문에서 이민국과의 사전 협의로 김성원 프로그램 매니저가 민권센터를 소개하고 유권자 등록을 안내했다.     뉴저지주 티넥에 있는 사회복지 비영리단체 AWCA는 지난 9월에 열린 한인사회 최대 축제인 추석대잔치에 참여해 행사장을 방문한 한인들을 상대로 유권자 등록 캠페인을 펼치며 미국 정치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했다.   추석대잔치에서 유권자 등록을 받은 AWCA 사무엘 오 커뮤니케이션 청소년프로그램 국장은 “이민자 커뮤니티인 한인사회가 미국에서 발전하고 또 2세들이 주류사회에 더욱 많이 진출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해 정치적인 영향력을 넓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언어장벽 등 여러 어려움을 갖고 있는 한인들을 위해 지속적으로 유권자 등록과 투표 참여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정치 후원금 기부 시스템 제고   한인들의 정치참여를 확대하는 노력 중 중요한 부분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 한인 정치인들에 대한 후원을 가능한 빠르게 조직화하는 것이다. 현재 한인사회의 정치 후원금은 후보들이 선거에 출마하면 개인과 단체들이 선거법이 정한 한도 내에서 합법적인 선거 후원금을 모아주고 있다.   솔로몬보험그룹 하용화 회장과 김광수 변호사 등 뉴욕 한인사회 주요 인사들은 지난 3월 솔로몬보험그룹 본사에서 11월 연방상원의원 선거에 도전하는 앤디 김 후보를 지원하는 후원의 밤 행사를 열고, 3만7000달러의 후원금을 전달했다. 또 같은 달 뉴저지주 마운트로럴 BTH 브루잉(Brewing)에서 앤디 김 후보를 지원하는 후원의 밤 행사가 열려 한인 지지자들이 2만 달러(비공식 추산) 정도의 후원금을 모아준 것으로 알려졌다.     한인 정치인 중 적지 않은 수는 정당 지지자와 학벌, 지연, 인맥 등으로 구성된 후원그룹으로부터 주로 ‘후원의 밤’ 또는 ‘후원 행사’를 통해 정치 자금을 모으고 있다.       버겐카운티 잉글우드클립스 박명근 시장(공화)은 “체계적이고 오랜 정치 후원금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주류사회와 달리 한인사회의 선거 후원금은 대부분 개인들이 후원금을 모아 주는 ‘십시일반(한국사회의 전통적인 상부상조 시스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풀뿌리의 근간이 되는 각 타운별 후보자의 경우 대부분 후보자 지인 몇 사람의 지원 혹은 후보자 개인 호주머니를 털어서 선거에 임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특히 타 진영의 괴롭힘 소송이라도 당하면 많게는 몇십 만불의 소송비까지 본인 부담이 되는 열악한 정치환경”이라고 밝혔다.   박 시장은 “내 개인적으로 선거를 치러본 경험에 의하면 연방이나 주정부 선출직에 대한 한인사회 인식은 그나마 호의적이어서 재력을 가진 이너 서클 인사들이 개인 가정집을 오픈해 재력가들을 모아서 지원해 주고 있기에 지역 풀뿌리 정치가들에 비해 월등히 나은 편”이라며 “현재로 중요한 것은 한인사회의 풀뿌리 지역 후보자들에 대한 투자(후원금 기부)가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앤디 김 후보 선거캠프에 따르면 김 후보는 지난 봄 민주당 뉴저지주 연방상원의원 예비선거를 앞두고 700만 달러를 모금했다. 선거운동을 본격화한 올해 1~3월에만 300만 달러 넘게 모금했다. 그러나 후원자의 거의 대부분인 95%가 100달러 이하를 기부한 소액 후원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앤디 김 후보 선거캠프에 따르면 김 후보는 한인사회 차원에서는 전문적인 정치 후원금 지원 단체인 정치활동위원회(PAC)로부터의 후원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시장은 이에 대해 “현재로서 한인커뮤니티와 한인들을 중심으로 후원금을 모아 한인 정치인들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한인 정치활동위원회(K-PAC)의 조직과 활동이 시급하다”며  “그러나 이 K-PAC이 성공하기 위해 각 후보자가 갖는 이념적 지향이 분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시장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앞으로 단순히 한인 정치인이라는 이유로 기부자를 끌어들이기에는 점점 어려워질 것이고, 적어도 K-PAC에 의한 지원이라면 이제는 공화당과 민주당에 대한 선명한 이념적인 정체성도 표방하는 K-PAC이 나와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권익보호 위한 정치력 향상   한편 적지 않은 정치인과 유권자들이 미국에서 정치력 향상이 곧 한인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길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팰리세이즈파크 스테파니 장(공화) 시의원은 “최근 뉴저지주 포트리에서 일어난 빅토리아 이 씨 사망사건은 무장상태가 아닌 일반 주민에게, 그것도 911을 불러 기다리던 정신장애 한인 주민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한 경찰의 피격사건”이라며 “이 사건이 있은 후 많은 한인 단체들과 정치인이 함께 나서서 성토대회를 열고 포트리 타운의 시의회에 참여하여 이 건에 대한 대책과 미온적인 타운의 태도를 비난했는데, 이제는 적극적인 정치참여가 필요하며 이제는 일류 시민으로 올라서는 한인사회가 되느냐 아니면 계속 삼류 시민 자리도 못 찾는 한인사회로 전락하느냐 하는 기로에 서 있다는 절박감이 생겨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또 장 시의원은 “미국 땅에서 태어난 나의 자손은 출생 시에 이미 미국 대통령 출마자격 1번인 ‘미국에서 태어난 자’가 되어있으며, 미국 대통령 자리에 도전하고 이겨서 백악관의 주인이 될 수 있다”며 “정치 헌금으로 한인 정치인들을 후원하는 것과 함께 나의 투표권 한 장이 한인사회의 미래를 만든다는 의식으로, 우리가 서로 격려해서 한인 유권자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투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종원 기자 [email protected]한인 정치참여 한인 투표율 한인 유권자 등록 한인 정치 후원금 한인 정치행동위원회 K-PAC 박명근 시장 사무엘 오 국장 스테파니 장 의원 뉴저지 한인 정치인

2024-10-31

대학 지원자 4분의 1, 정치적 성향 고려해 학교 선택

대학 지원자 4명 중 1명은 학교 선택 시 정치적 성향을 고려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 컨설턴트 업체 ‘아트&사이언스 그룹’의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28%의 학생들이 대학의 정치 성향, 법적 상황 등을 이유로 지원 시에 특정 학교를 배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응한 학생 3명 중 2명은 학교에 대한 검색을 시작할 때부터 정치 성향, LGBTQ·낙태 이슈 등을 고려해 특정 대학을 지원 리스트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고 답했다.     자신의 정치 성향이 진보적이라고 밝힌 응답자 4명 중 3명은 ‘낙태권과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 지나치게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학교는 제외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대로 보수 성향을 가진 응답자 3명 중 2명은 ‘성소수자에 지나치게 관대한 학교에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정치적 성향에 따라 특정 주에 있는 학교 전체를 배제해버린 경우도 있었는데, 15% 넘는 응답자들이 정치 성향에 따라 제외시킨 주는 뉴욕·텍사스·캘리포니아·앨라배마·플로리다 등 5개주였다. 특히 보수 진영과 공화당의 텃밭인 텍사스주의 경우, 31%의 학생들이 정치 성향에 따라 이들 주의 대학에 모두 진학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정치 이슈에 대한 대학 측 태도에 대해 62%의 학생들은 ‘학교가 정치 이슈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답했다. 윤지혜 기자 [email protected]지원자 정치 대학 지원자 정치적 성향 정치 성향

2024-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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