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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 적도 위의 금빛 세상 브루나이(Brunei)

동남아시아 보르네오 섬 북쪽에 자리 잡은 작은 왕국 브루나이는 우리에게 아직은 낯선 땅이다. 경기도의 반 정도밖에 안 되는 넓이에 인구는 35만 명. 하지만 좁은 땅에서 솟아나는 막대한 석유와 천연가스 덕에 아시아 최고 GDP를 자랑하는 나라다. 게다가 세계적인 부호로 꼽히는 왕이 국민들의 의료서비스와 노후 생활을 완벽하게 책임진다는 꿈같은 복지국가다. 낯설어 더 신비한 나라, 브루나이에 대한 기본지식을 갖췄다면 이제 ‘황금 왕국’의 매력적인 풍경 속으로 떠나보자. ■ 손 닿는 곳마다 '금' 공항에 내리면 후끈한 공기와 함께 브루나이 청소년들의 경쾌한 타악기 연주가 관광객들을 맞는다. 넘치는 자원 덕분에 관광산업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던 이 나라는 요즘 막 '황금알을 낳는'관광분야에 눈을 떴다. 천연자원이 고갈되고 있다는 본질적 이유 외에도 나라를 세계에 널리 알리려는 목적에서다. 브루나이는 요즘 가장 '핫'한 관광지로 떠오른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와 자주 비교된다. 둘 다 작지만 풍요로운 무슬림 국가인데다 '버즈 알 아랍'(아랍에미리트)과 '엠파이어'(브루나이)라는 나라를 대표하는 7성급 호텔이 있기 때문이다. 브루나이 수도 중심에 있는 엠파이어 호텔은 본래 왕실 영빈관으로 설계됐다가 2000년에 호텔로 문을 열었다. 호텔 벽면과 기둥은 번쩍이는 순금으로 장식돼 있고 호텔 곳곳에 놓인 가구들 역시 특별 주문된 명품이란다. 세계 고급호텔의 현대식 인테리어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다소 촌스럽게 보일 수도 있지만 웅장하면서도 고풍스러운 매력이 색다르다. ■ 호텔 내 즐길거리 가득 2만달러라는 디럭스룸의 침대는 빡빡한 도시생활에 지친 몸을 푸근하게 받아준다. 객실 창밖으로 펼쳐진 파란 하늘과 바다의 조화도 일품이다. 호텔이 자랑하는 최고의 객실 '엠퍼러 스위트룸'을 둘러봤다.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이 묵었다는 이 방은 수도꼭지와 문 손잡이까지 죄다 순금이다. 화려하지만 품위있게 장식된 인테리어는 구경만으로도 행복하다. 전용 수영장과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는 이 방의 하룻밤 숙박료는 1750만원. 엠파이어 호텔에 속한 골프 코스인 '엠파이어 CC'는 세계적인 골퍼 잭 니클로스가 설계했다. 자연을 최대한 살린 18홀의 코스를 돌다 보면 정글과 호수 바다 너머로 지는 석양을 모두 만날 수 있다. 골프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오고 싶어 한다는 '꿈의 코스'다. ■ 따뜻하고 평화로운 시내 호텔이 따분하다면 반다르세리베가완 시내로 나가보자. 깨끗한 도심 구석구석에 볼거리가 많다. 석양을 받아 빛나는 모스크가 이 나라가 이슬람국가임을 말해준다. 시내 중심에 있는 자미 아스리 볼키아 모스크는 지금의 하사날 볼키아 국왕이 즉위 25주년을 기념해 지었다. 자신이 29대 국왕임을 알리기 위해 29개의 금빛 돔을 세웠는데 여기에 들어간 금이 25t이란다. 모스크 내부는 기도시간이 아니면 다른 종교인들에게도 개방한다. 들어갈 때 종교적 장소인 만큼 노출이 심한 복장은 피해야 한다. 브루나이를 소개하는 엽서에 단골로 등장하는 오마르 알리 사이푸틴 모스크는 아쉽게도 보수 중이다. 잘사는 나라답게 깔끔하게 꾸며진 도심은 편안한 느낌이다. 아야산 쇼핑센터에서 만난 사람들의 표정은 순박하고 온화하다. 동남아를 휩쓸고 간 한류 열풍은 이 조그만 나라에도 영향을 미쳐 시내 비디오숍에는 한국 드라마가 코너 가득 진열돼 있고 '코리아에서 왔다'는 말에 사람들의 표정이 밝아진다. 해가 지면 야시장이 깨어난다. 전형적인 동남아 국가의 떠들썩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천연 밀림을 가로지르는 템부롱 국립공원 트레킹은 열대의 자연을 온몸으로 만나는 길이다. 3만2000명이 사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수상가옥촌인 '캄퐁 아예르'에서는 브루나이인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TIP 이슬람 국가이기 때문에 술을 마시는 것이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호텔 내에서도 술을 팔지 않는다. 관광객들에게는 1인당 맥주 12캔, 양주 2병까지 반입을 허용하니 애주가라면 술을 미리 준비해가야 한다. 브루나이는 아직 관광객들에게 친절한 나라는 아니다. 서비스가 원활하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으니 사람이 많은 식당에서는 느긋한 마음을 갖는 것이 좋겠다. 이영희 기자

2009-03-05

[해외 여행] SAMBA의 뜨거운 리듬···'삼바 없인 못살아'

브라질 상파울루의 삼바스쿨 아기아지 오우루(황금 독수리). 새로 시작하는 한 주에 대한 부담감이 클 법한 일요일 밤이지만 이곳의 공기는 타악기(바테리아)들이 뿜어내는 흥겨운 삼바 리듬으로 가득 찼다. 스쿨에는 모두 250여 명의 회원이 모여 있었다. 연습이라 그런지 다들 평상복 차림이다. 하지만 그들의 몸짓과 열정은 진짜 삼바 카니발 못지않았다. 삼바스쿨은 학교 체육관 같은 소박한 느낌의 건물. 땀에 흥건하게 젖은 회원들은 메스트리(삼바 지휘자)의 손동작에 따라 악기를 연주하며 발을 굴렀다. 남녀노소.인종.직업의 구분을 찾을 수 없었다. 다양한 타악기가 빚어내는 화음 또한 듣는 이의 어깨를 절로 들썩이게 했다. 삼바는 브라질 사람들의 삶과 문화 그 자체였다. 해변에서 공을 차는 소년의 발끝에서도 삼바 리듬이 느껴졌다. ■ 모든 것은 삼바로 상파울루시에는 모두 130여 개의 삼바스쿨이 있다. 상파울루 주 전체의 삼바스쿨은 무려 1500여 개. 삼바 카니발이 시작된 리우데자네이루에는 더 많은 삼바스쿨이 있다. 상위급의 스쿨끼리 경쟁하는 올해 카니발에서 이 학교는 브라질 전통 수공예를 주제로 한 공연으로 4위에 올랐다. 삼바스쿨의 역할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지역 주민들의 교류 활성화다. 둘째 세대를 넘어 삼바의 전통을 전수하는 것이다. 시종일관 즐거운 표정으로 전통악기 아고고를 흔드는 여대생 마리나(20.법대 3년)를 만났다. 그에게 삼바는 어떤 의미일까. "올해 처음 카니발에 참가했는데 행진을 알리는 북소리와 함께 심장이 힘차게 뛰기 시작했어요. 3대째 이어오는 삼바 전통 때문에 어릴 때부터 삼바 리듬에 익숙했습니다. 나중에 법조인이 돼도 삼바는 취미로 계속할 거예요. 삼바스쿨 출신인 축구선수 호나우지뉴도 취미로 삼바를 하잖아요."? 이날 화려한 옷을 입고 현란한 춤을 보여준 타이스(27.레스토랑 종업원)는 카니발의 꽃이라 불리는 밴드의 여왕이다.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섹시한 춤을 추기 때문에 늘 카메라 세례를 받는다. 하지만 그는 이것이 카니발의 전부는 아니라고 말했다. "전체적인 조화를 위해 필요한 역할일 뿐이에요. 노출이 심하다고 더 높은 점수를 받는 것도 아니죠. 선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어요."? ■ 모두 하나로 삼바는 사람을 들뜨게 하는 흥겨운 리듬과 춤 이상의 의미가 있다. 삼바 리듬과 카니발은 인종과 세대 빈부격차 등 사람 간의 벽을 허물어뜨린다. 주민들은 삼바스쿨을 통해 한 해 카니발 농사를 기획하고 준비하며 하나가 된다. 이 스쿨의 회장 시드니 카히우오루(51.경찰)는 피부색.계층.재산 유무에 상관없이 모두가 자유롭게 만나 함께 어울리는 축제가 삼바 카니발이라며 그런 점에서 삼바는 음악을 통한 사회민주주의 혁명이라고 밝혔다. 물론 삼바가 심각한 빈부격차 등 브라질 사회의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못한다. 그러나 팍팍한 삶에 찌들린 서민들의 숨통을 터주고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사회적 기능을 하고 있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카니발 기간에 삼바 리듬은 남미의 강렬한 태양처럼 리우데자네이루의 해변은 물론 세계 최대의 빈민촌 파벨라에도 뜨겁게 쏟아진다. 상파울루대 로렌조 마미 교수는 백인.흑인.원주민의 다양성이 합쳐진 삼바는 태생적으로 통합적 성격을 갖고 있다며 다른 문화의 여러 요소가 녹아 있기 때문에 누가 들어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바 카니발은 대도시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카니발 전용행사장을 갖추지 못한 소도시에서는 도로를 막아 임시 카니발 장소로 활용한다. 일부 삼바스쿨은 아이들에게 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등 지역사회의 문화.교육적 구심점으로서의 역할도 한다. 대중음악 평론가 송기철씨는 삼바는 브라질 국민의 화합과 열정을 대변하기 때문에 대를 이어 끊임없이 사랑받는다고 말했다. ◆삼바=아프리카에서 끌려온 흑인노예들이 노동의 고통과 시름을 달래기 위해 추기 시작한 춤에서 비롯됐다. 흑인의 리듬에 백인의 악기, 원주민의 장식이 가미돼 오늘날의 삼바로 발전했다. 상파울루= 정현목 기자

2009-02-26

[해외 여행] '남국의 섬' 타히티(Tahiti)···'세상 끝' 에서 바다를 만나다

얼마 전 할리우드 스타 에디 머피가 섬 하나를 빌려 은밀한 결혼식을 올렸고, 니콜 키드먼, 브래드 피트, 패리스 힐튼도 이곳에서 은밀한 휴가를 즐겼다. 햇빛 찬란한 남국의 섬, 타히티의 하루를 소개한다. ■ 태평양의 진주 보라보라 타히티의 공식 명칭은 프랑스령 폴리네시아다. 타히티는 그 118개 섬들 중 하나. 하지만 요즘은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전체를 통칭하는 대명사처럼 쓰이고 있다. 보라보라는 타히티의 수많은 섬 가운데 가장 아름답고 럭셔리한 곳으로 꼽힌다. 타히티 국제공항에 내리자마자 경비행기를 타고 또 한번 '공중부양'을 경험하고 나서야 이'태평양의 진주'에 닿을 수 있다. 터미널에 도착하면 마중 나온 리조트 직원이 타히티 국화인 티아레로 만든 목걸이를 목에 걸어준다. 바로 앞 선착장에는 리조트에서 준비한 전용보트가 대기 중이다. 일행이 첫날 머문 보라보라 리조트&스파 럭셔리 컬렉션은 철저한 '프라이비트' 리조트다. 공항이 있는 보라보라 본섬에서 보트로 10분쯤 떨어져 있어 전용보트가 없으면 들어갈 수 없다. 덕분에 1㎞에 달하는 백사장은 온전히 리조트 전용 비치가 된다. 여성들은 스스럼없이 상의를 벗고 일광욕을 즐기고 연인들은 바닷물에 반쯤 몸을 담그고 뜨거운 키스를 나눈다. 그래도 동남아 리조트에 비하면 백사장은 한산한 편이다. 수상 방갈로 선 베드에서 '나홀로' 일광욕을 즐길 수 있고 객실에 비치된 스노클링 장비를 챙겨 바로 물속으로 다이빙이 가능하니 굳이 백사장에 나갈 필요를 못 느끼기 때문이다. 바게트 한 조각을 들고 다이빙을 해봤다. 순식간에 물고기들이 몰려든다. 수심이 1m가 넘지만 물고기 비늘을 하나 하나 셀 수 있을 만큼 맑고 투명하다. 배가 고프면 전화 한 통화면 된다. 카누를 타고 배달된 식사가 테라스에 한 상 가득 차려진다. 일광욕 스노클링 말고도 놀거리는 많다. 타히티는 세계적인 스쿠버 다이빙 명소. 수온이 높아 건기 우기를 막론하고 1년 내내 체험이 가능하다. 초보자들에게는 모레아 섬이나 보라보라 섬 상급자에겐 파도가 높은 미니히 섬이 적당하다. 일부 상류층 관광객들은 아예 전용 보트를 빌려 섬을 오가며 온종일 크루징을 즐기기도 한단다. 어느 할리우드 스타가 휴가 비용으로 하루에 수천만원을 썼다는 얘기 보라보라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이튿날 보라보라에서도 손꼽히는 고급 리조트 세인트 레지스로 이동했다. 역시나 체크 아웃 시간에 맞춰 전용보트가 기다리고 있다. 문을 연 지 채 2년이 안 된 세인트 레지스는 남태평양 최대 규모의 수상빌라 및 객실을 보유하고 있다. 전용풀장 서재 부엌 등이 딸린 로열 빌라는 니콜 키드먼과 카타르 국왕이 묵었던 곳. 하룻밤 방값이 무려 2000만원이다. 워낙 규모가 크다 보니 리조트 내 이동도 개인 집사와 함께 카트를 타고 움직인다. 레스토랑의 음식은 모두 정통 프랑스식이다. 특히 라군 레스토랑은 미슐랭 스리스타 요리사인 장 조지가 메뉴를 관리한다. ■ 진품 없는 고갱 미술관 타히티에 고급 리조트만 있는 건 아니다. 공항이 있는 타히티 섬 파테테에서 시내 관광도 가능하다. 하지만 교통편이 불편해 그리 추천할 만한 코스는 못 된다. 1시간 거리에 고갱 미술관이 있지만 벽에 걸린 작품들은 모두 복제품. 그 외에 전시물이라곤 일기장이나 유품 정도가 고작이다. 굳이 로컬 관광을 원한다면 차라리 공항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마르셰(시장) 구경이 낫다. 목각 민속품 천연 오일 등 타히티를 대표하는 기념품을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물가가 워낙 비싸 선뜻 손이 가는 물건을 찾기는 쉽지 않다. 달러나 카드를 받아주는 곳이 거의 없으니 반드시 프렌치 퍼시픽 프랑(XPF)으로 환전해 갈 것. 유로화에 대해 고정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다. 1유로가 약 119XPF. ■여행 수첩 ▷어떻게=타히티로 바로 가는 직항은 없다.일본 나리타를 경유하는 에어타히티 누이항공(02-752-0301)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월·수·토요일 주 3편이 있다. 가격은 110만원(세금 별도) 내외. 일본 경유 시간까지 총 14시간이 걸린다. 섬과 섬 간의 이동은 경비행기나 배를 이용한다. ▷언제=일년 내내 심한 기온 차는 없지만 5~10월이 여행하기 가장 좋은 때. 우기가 끝나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다. 김현명 기자

2009-02-19

[해외 여행] JAPAN OSAKA, 샤핑의 천국···온천 순례는 '덤'

간사이의 대표 도시 오사카는 동서남북 어디를 가도 쇼핑단지가 형성돼 있다. 대형 아웃렛이 많아 알뜰쇼핑도 가능하다. 오사카에서 기차로 3시간이 채 되지 않는 거리, 여기엔 1500년 역사의 기노사키 온천마을이 있다. 한적한 분위기의 시골이지만 무료 족욕탕부터 고급 료칸(온천이 딸린 전통 여관)까지 고루 갖춘 곳이다. 간사이는 ‘낮 쇼핑, 밤 온천’을 즐길 수 있는 알찬 여행지다. ■ 일본 간사이 지방의 대표도시 '일본 쇼핑여행' 하면 도쿄부터 떠올리지만 진짜 쇼핑 고수는 지금 오사카로 향한다. 오사카는 일본 제2의 도시로 상당수의 로컬 브랜드가 본사를 두고 있을 만큼 섬유산업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도쿄의 유행에 뒤지지 않으면서 물가는 상대적으로 낮아 경제적인 쇼핑이 가능하다. 도쿄에 비해 항공료도 싸고 페리로도 갈 수 있어 요즘 같은 고환율 시대에 딱 맞는 쇼핑 루트라 할 수 있다. 오사카는 크게 남과 북으로 나뉜다. 고급 브랜드 쇼핑을 원한다면 우메다를 중심으로 한 북쪽 지역을 독특하고 다양한 아이템을 찾는다면 아메리카무라호리에를 중심으로 한 남쪽 지역을 둘러볼 것을 추천한다. 또한 일본 최대 규모의 한인타운도 시내 중심가에 있는 쯔루하시(학 다리) 지역에 자리잡고 있어 불고기.갈비.김치 등 한국 음식을 즐길수 있는 식당이 즐비한 실정이다. ■ 아메리카무라 vs 호리에 원래는 물류창고가 밀집한 업무 지역이었다. 해외파 젊은 서퍼들이 물류창고를 개조해 미국에서 수입한 구제 의류를 팔기 시작하면서 '아메리카무라'라는 지명이 붙었다. 지금은 복합쇼핑센터 빅스테이션을 중심으로 점포 수만 2500개가 넘는 번화가로 성장해 '간사이의 신주쿠'로 불린다. 한국의 홍대 앞 거리와 이태원을 섞어놓은 것 같은 분위기로 개성 있는 구제 스타일과 알뜰 보세 쇼핑이 가능하다. 거리를 활보하는 과감하고 독특한 패션의 일본 젊은이를 구경하는 것도 이곳을 찾는 또 하나의 재미다. 아메리카무라를 지나 호리에 공원부터는'호리에'라는 동네다. 바로 옆에 붙어 있지만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아메리카무라가 정크 스타일의 남성 패션숍이 주를 이룬다면 호리에는 도쿄에서 내려온 유명 브랜드숍과 개성있는 수입 컬렉션 매장 위주다. 당연히 젊은 여성이 많이 찾는다. '오렌지 스트리트'라 불리는 다치바나도 오리가 여기서 가장 유명하다. 원래 이 골목은 고급 가구거리로 유명했던 곳이다. 버블 경제 이후 2세 경영자들이 경영난을 타계하고자 인테리어숍이나 패션숍을 열면서 새로운 쇼핑 명소로 떠올랐다. 거리 이름을 다치바나 도오리의 영어식 이름인 오렌지 스트리트로 바꾼 것도 최근의 일이다.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잡화 숍과 분위기 좋은 카페 등 소소한 볼거리가 많아 굳이 쇼핑이 아니더라도 산책하는 기분으로 걷기에 좋다. ▶가는 길: 지하철 요쓰바시센 요쓰바시역에서 하차 ■ 린쿠 프리미엄 아웃렛 오사카 시내 관광만으로는 아쉽다면 공항가는 길에 린쿠 프리미엄 아웃렛에 들를 것. 간사이 국제공항에서 지하철로 한 정거장 거리에 위치하기 때문에 귀국 전 혹은 스톱오버 이용 시 시간 때우기에 안성맞춤이다.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에서 일본 오리지널 브랜드까지 150여 개 브랜드 제품을 25~65%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나이키나 아디다스와 같은 스포츠 브랜드는 최근 급등한 환율을 감안하더라도 한국보다 저렴하다. 관서지방 최대 규모라는 명성에 걸맞게 쇼핑시설 외에 80여 개의 음식점과 레저타운이 형성돼 있으며 올해 말에는 24시간 온천 시설도 문을 열 계획이다. 세일 기간에는 추가 할인이 적용되니 홈페이지(www.premiumoutlets.co.jp/rinku)에서 세일 정보를 알아가거나 쿠폰을 출력해 갈 것. ▶가는 길 : 지하철 난카이혼센 또는 JR 한와선 린쿠타운역 하차 오사카=김현명 기자

2009-02-12

[해외 여행] 그리스 산토리니, 4계절 아우르는 '최고의 허니문 명소'

요즘처럼 어려운 시기, 신혼부부를 위한 허니문 요령을 소개한다. 비수기 특수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요즘 주목받는 곳이 있다. '로망 허니문 여행지' 의 1순위로 꼽히는 '그리스 산토리니'다. 산토리니는 해마다 50만 명이 넘게 찾는 세계적인 휴양지다. 한국에서는 한 이온음료 CF로 단번에 유명해졌다. 가장 '핫'한 시즌은 6월에서 8월로 전 세계 여행자들이 모여 발 디딜 틈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유명 리조트들은 1년 전부터 예약 만료 상태다. 그러나 이 시기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연중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로 겨울에도 영상 10~15도 사이를 유지하는 사계절 여행지여서다. 그리스 전문 여행사인 한국의 아이그리스의 김우현 이사는 "해변을 중심으로 하는 여행지가 아니라 하얗고 파란 마을의 환상적인 분위기를 즐기는 여행지여서 겨울 여행지로도 손색이 없다. 여유롭고 오붓한 시간을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여행상품을 15~20% 정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산토리니 여행상품의 경우 항공과 호텔 이용료만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크다. 하나 겨울 비수기의 경우 자동차 렌트비는 물론 기념품 쇼핑까지 10~20%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산토리니에서 매력적인 건 뭐니 뭐니 해도'블루 앤드 화이트(blue and white)'가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마을 풍경이다. 파란 하늘 아래 하얀 마을 그 안을 들여다보면 파란 지붕 하다못해 파란 문을 가진 하얀 건물이 절벽을 따라 촘촘히 들어서 있다. 아무리 바라 봐도 물리지 않고 아무리 바라봐도 현실적이지 않은 풍광이다. 그러나 이토록 환상적인 모습을 갖추기까지 산토리니는 숱한 고초를 겪어야 했다. 옛날 산토리니는 '악마의 섬'이라 불리곤 했다. 기원전 1450년께 대규모 폭발이 일어나 섬 안의 모든 생명을 앗아갔으며 거대한 해일이 크레타 섬을 덮쳐 유럽 최초의 미노아 문명을 쓸어 버렸다. 기원전 3000년부터 시작된 섬의 문명도 지진으로 사라졌고(아크로티리 지역에서 유적이 발견된다) 그 뒤에도 산토리니엔 크고 작은 지진과 화산 폭발이 끊이지 않았다. 대자연의 위협 앞에서 산토리니 사람들은 살길을 찾아야 했다. 절벽 위로 올라갔고 굴을 파서 살았다. 등대도 세워야 했다. 하나 잦은 지진 때문에 그것도 쉽지 않았다. 고민 끝에 찾아낸 방법이 건물마다 눈에 띄도록 칠을 하는 것이었다. 저 먼바다에서도 여기가 산토리니란 걸 알 수 있도록 사람들은 건물마다 온통 하얗게 칠을 했다. 그러니까 산토리니는 마을 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등대인 셈이다. 척박한 산동네가 최고의 휴양지로 거듭난 산토리니의 가슴 아픈 사연이다. 연인과의 여행이라면 단연 피라 마을이나 이아 마을에서 묵어야 한다. 깎아지른 절벽위에 총총히 박혀 있는 리조트들은 짙푸른 에게해를 내려다보고 있다. 나이트 라이프가 살아 있는 다운타운을 선호한다면 피라 마을을 최고급 리조트에서의 오붓한 시간을 원한다면 이아 마을을 선택하면 된다. 피라 마을이든 이아 마을이든 두 곳 모두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골목골목 끊임없이 계속되는 행렬의 상점은 굳이 쇼핑이 취미가 아니어도 구경하는 즐거움을 준다. 산토리니 동쪽의 카마리 비치나 남쪽의 레드 비치는 눈부신 백사장은 아니지만 에게해의 포근한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해질 녘이면 이아 마을로 가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몰 명소로 꼽히는 곳이다. 붉게 물들어 가는 이아 마을의 모습은 언제 다시 꺼내봐도 좋을 그리운 추억이 될 것이다. ■여행 수첩 현재 가장 인기 있는 그리스 여행 코스는 터키항공을 이용해 그리스와 터키의 지중해를 돌아보는 여정이다. 그리스 여행 정보는 그리스관광청 홈페이지(www.visitgreece.kr) 참조. 글·사진 산토리니=서다희 기자

2009-02-05

[해외 여행] 스위스, 기찻길이 세계문화유산 된 까닭

아니면 전 세계 부호의 휴양지 생 모리츠(St. Moritz)의 럭셔리 호텔? 그러면 지난 해 7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기찻길 ‘레티셰 반(RhB : Rhaetische Bahn) 알불라/베르니나(Albula/Bernina).구간은 알고 계십니까. 천 년도 넘은 계곡길 비아말라(Viamala)에 켜켜이 쌓인 사연은 들어본 적이 있으신지요. 당신이 미처 몰랐던 스위스의 숨은 매력 두 가지를 공개합니다. 한국인 방문자 수가 확인이 안 될 만큼 우리에겐 아직 생소한 곳입니다. 그렇다고 지레 걱정은 하지 마십시오. 스위스는 여전히 보고 듣고 즐길거리로 넘쳐났습니다. 알프스 기차여행을 꿈꾸는 당신을 위해 세계문화유산이 된 기찻길.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7월 7일 스위스 동남부 그라우뷘덴(GraubUnden)주를 관통하는 기찻길'레티셰 반 알불라/베르니나'구간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인류는 오스트리아의 젬머링(Semmering) 철도와 인도의 히말라야 철도에 이어 세 번째로 세계문화유산이 된 기찻길을 보유하게 되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구간은 정확히 122㎞의 철길이다. 투시스(Thusis)에서 생 모리츠까지의 알불라 노선과 생 모리츠에서부터 이탈리아 접경지대 티라노(Tirano)까지의 베르니나 노선이다. 모두 196개의 다리를 건너고 55개의 터널을 지난다. 구간 중에서 가장 낮은 지역인 티라노가 해발 429.3m이고 가장 높은 오스피지오(Ospizio)가 해발 2253m다. 1889년 공사가 시작됐고 구간별로 노선을 확장하다 1910년 오스피지오-포스키아보(Ospizio-Poschiavo) 구간을 개통하면서 오늘의 노선이 확정됐다. 그러니까 레티셰반 노선은 유럽의 지붕을 잇는 지리적.건축적 의미와 100년 이상 묵었다는 역사적 의의를 인정받아 세계문화유산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오전에 경험한 구간은 산악 열차의 아찔한 경험이 여태 생생한 베르니나 노선. 기차는 두 시간동안 부지런히 능선을 올랐고 철로는 마침내 하늘과 맞닿았다. 기차가 멈춘 곳은 알프 그륌(Alp Gruem)역. 해발 2019m 언덕 위에 우뚝 선 기차역이다. 짙은 비구름이 기차역을 삼켜버렸다. 기차역에 머무르는 두 시간 동안 시야는 좀처럼 확보되지 않았다. 여기가 해발 2000m 고지란 사실을 새삼 절감하는 순간이었다. 기차역 바로 아래가 깎아지른 절벽이고 그 아래로 삐죽삐죽 가위 모양의 기찻길이 펼쳐져 있다는데 그 장관을 끝내 보지 못했다. 기차역 뒤로 우두커니 서 있다는 팔뤼산 정상(PizPalue)의 빙하도 오롯한 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솜이불처럼 두꺼운 구름 사이로 기차역 전경을 잠깐 엿본 게 전부였다. 아쉬움은 거기까지였다. 알프 그륌 역에서 내려오는 길 하늘은 말끔히 개어 있었다. 차창 밖으로 흘러가는 고원의 풍광은 선계(仙界)의 그것처럼 낯설고 황홀했다. 기차는 구름 위 세상에서 막 내려오는 길이었다. 오후가 되자 알불라 노선에 올라탔다. 알불라 노선은 오전의 베르니나 노선처럼 광활한 고원 풍광으로 여행객을 압도하진 않았다. 대신 가파른 산기슭에 슬쩍 얹힌 듯한 기찻길이 위태위태한 흥분을 불러일으켰다. 베르니나 노선이 하늘을 향해 고원을 내달렸다면 알불라 노선은 첩첩산중을 요리조리 헤집고 다녔다. 알불라 노선은 베르니나 노선보다 29개나 많은 터널을 통과했고 베르니나 노선보다 92개나 많은 다리를 건넜다. 열차가 지나간 수많은 다리 중엔 1902년 완공된 65m 높이의 랜드바저 비아덕트(Landwasser Viaduct)도 있었다. 스위스에서 중간 발판 없이 세운 가장 높은 다리이자 처음으로 돌을 쌓아 올린 다리다. 터널에서 나오자마자 곡선을 그리며 이어지는 136m 길이의 이 다리는 알불라 노선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다. 오후 4시쯤 기차가 해발 1277m의 스툴스(Stuls) 역에 정차했다. 100년 전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옛 역이다. 알불라 노선이 놓인 그라우뷘덴 지역은 스위스 로마니시(Swissromanish)의 집단 거주지다. 로마니시는 라틴어에서 파생한 자체 언어를 쓰는 소수민족으로 스위스 인구의 1%에 해당한다. 전통 복장을 차려입은 로마니시의 공연을 지켜보다 문득 깨달았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된 기찻길엔 빼어난 기술이나 그림 같은 자연 이상의 의미가 스며 있었다. 그건 100년이 넘도록 철길이 들여오고 건네준 수많은 사연이었다. 스위스의 독일어권-로마니시권-이탈리아어권을 연결한 뒤 마침내 이탈리아로 이어지는 단 하나의 철길은 스스로 스위스의 역사와 문화를 가리키고 있었다. 글·사진=손민호 기자

2009-01-22

[해외 여행] 다이센·일본, 돌아보니 저기 동해가···

도시로 가면 쇼핑이 우선이고, 시골에 머물면 온천이 주류를 이룬다. 물론 쇼핑도 좋고 온천도 좋다. 하나 일본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은 매력을 간직한 여행지다. 그래서 준비했다. 일본의 산과 바다 여행. 특히 중부 지역의 산과 바다를 골라봤다. 돗토리(鳥取)현의 다이센(大山)은 일본 서중부 지역 최고의 산이고, 본토 혼슈(本州)와 시코쿠(四國) 사이의 세토내해 지역은 일본 문화의 태자리와 같은 곳이다. 후지산과 함께 일본을 대표하는 산이다. 우리나라에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 일본에선 100대 명산 중의 하나로 꼽힌다. 코스가 어렵지 않은 산이다. 사람과 친숙한 산이란 얘기다. 한국에서 가는 길도 편하다. 인천공항에서 1시간10분이면 요나고(米子) 공항에 도착한다. 공항에서 다이센 아래까지는 버스로 40분 거리. 한국에서 출발하는 산행 일정도 2박3일이면 충분하다. 다이센은 서일본 지방 최고봉이다. 서쪽에서 바라본 모습이 후지산과 비슷해 '작은 후지산'으로도 불린다. 일본인은 이 다이센을 북알프스의 야라가다케산과 후지산에 이어 세 번째 산행 명소로 꼽는다. 봄여름에는 야생화와 고산식물 가을엔 단풍 겨울엔 설산 트레킹으로 이어지는 매력 때문이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동해가 압권이다. 최고봉인 켄카미네봉(1729m)은 능선이 무너져 미센봉(1709m)까지만 오를 수 있다. 설악산과 비슷한 높이다. 등산로가 굴곡 없이 완만해 쉬엄쉬엄 올라도 3시간이면 정상에 다다른다. 남녀노소 누구나 오를 수 있는 평탄한 코스다. 다이센 주차장에서 출발하는 등산로를 20여 분 오르면 일본 최대 규모의 너도밤나무 군락지와 만난다. 어른 두 명이 손을 맞잡아야 할 정도로 굵은 나무가 많다. 수분을 저장해두었다 천천히 내보내는 너도밤나무의 정화작용으로 이 지역은 일본 안에서 물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정상 부근에는 '캬라보쿠'라는 주목과의 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숲을 보호하기 위해 깔아놓은 나무 데크 아래로 펼쳐진 캬라보쿠 군락은 정상을 향한 막바지 산행에 청량감을 준다. 본래 이곳은 풀 한 포기없는 민둥산이었다. 이 산이 지금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건 순전히 등산객의 정성 덕분이다. 산을 오르는 사람마다 나무 한 그루씩을 가져다 심었고 그 나무가 군락을 이뤄 산을 지탱하게 된 것이다. 29년째 계속되고 있는 일이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360도 파노라마 풍경에 가슴이 뻥 뚫린다. 사방을 둘러봐도 시야를 가리는 것이 없다. 트레킹 이후 온천욕을 빠뜨릴 수 없다. 동해에서 솟아나는 온천수를 끌어올린 카이케 온천에 몸을 담그고 바다를 바라보는 맛이 그만이다. 라듐 함유량이 많아 유명한 마사시 온천을 비롯해 다양한 효능과 분위기를 자랑하는 온천 10여 개가 있다. 다이센 트레킹 말고도 둘러볼 곳이 많다. 다이센 인근의 식물원 '하나카이로'는 일본 최대 규모다. 50ha 넓이의 화원에 사시사철 꽃이 피고 진다. 시마네현의 아다치 미술관도 가볼 만하다. 미술관이지만 정원으로 더 유명하다. 미국의 일본 정원 전문지 .Journal of Japanese Gardening.이 2003년부터 2007년까지 4년 연속 일본 최고의 정원으로 선정했다. 아시아나항공에서 인천~요나고 노선을 주 3회(화.금.일 요일) 운항한다. 관광지 중에는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하는 관광객에게 입장료를 할인해 주는 곳도 많다. 돗토리현 문화관광국 관광과 0857-26-7233 돗토리현 관광안내소 0857-22-3318. 일본 전문여행사 엔타비(http://ntabi.kr/)는 다이센 하나카이로 식물원 아디치 미술관을 둘러보는 상품을 내놨다. 02-755-5888. 다이센 글.사진=김태성 기자

2009-01-15

[해외 여행] '욕야카르타' yogjakarta···적도 위의 종교 교차로

종교를 빼놓고는 인도네시아 욕야카르타(이전 표기 족자카르타)를 이야기할 수 없다. 세계 최대의 불교 사원, 그리고 동남아 최대의 힌두교 사원을 한 곳에서 접할 수 있는 지역, 아직도 술탄이 이슬람 율법으로 지배하는 특별한 곳이 바로 욕야카르타다. 매끈한 관광지에 염증이 났다면 문화와 역사, 현지인의 순박한 미소가 남아있는 욕야카르타의 매력에 기꺼이 빠져보자. ■보로부두르 사원 세계 최대의 불교사원이 왜 이슬람 세력권의 인도네시아 중부 자바에 남아있는지는 미스터리다. 8세기에 지어진 이 사원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1814년 영국 총독에 의해 숲 한가운데서 처음 발견됐을 땐 전체 10층 중 4층까지가 화산재로 덮여 있었다. 천년의 은둔 뒤에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욕야카르타 시내에서 1시간30분 정도 차로 떨어진 이곳에서 일출을 보기 위해 새벽 3시 호텔에서 출발했다. 졸린 눈을 비비고 가쁜 숨 몰아 쉬며 가파른 7층 층계를 오르니 가슴이 탁 터지는 전망이 펼쳐진다. 하지만 구름에 가린 태양은 끝내 일출을 보는 행운을 허락하지 않았다. 멀리서 이슬람 교도들의 기도 소리가 새2벽 적막 속에서 청아하게 울려퍼지자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장엄함이 공기를 채운다. 손잡이가 달린 커다란 종을 뒤집어 놓은 듯한 스투파(탑) 안으로 손을 뻗어 불상의 손가락을 만질 수 있다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속설을 듣고 스투파 안으로 힘껏 손을 넣어 봤지만 아슬아슬하게 모자란다. 7층 사원을 내려가는 길 인과응보와 석가모니의 일대기를 정교하게 재현한 부조 조각들을 살폈다. 순서대로 보려면 시계 방향으로 회랑을 따라 1층에서부터 7층까지 봐야 한다. 전체 길이는 4km에 달한다. ■프람바난 사원 보로부두르 사원과 더불어 세계문화유산인 프람바난 사원은 850년께 세워진 이후 폐허가 되다시피 했다가 1918년 재건이 시작돼 여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무너진 돌조각을 하나씩 맞춰 쌓아올리는 까다로운 작업 탓이다. 사원 안엔 아직도 많은 신전이 돌무더기 형태로 쌓여 있다. 더욱이 2006년 5월 지진으로 벽에 금이 가고 일부가 무너지는 피해까지 당했다. 마침 가루다와 비슈누 신전의 복구가 지난달 완료됐다. 가장 중앙에 있는 47m 높이의 시바 신전은 불타오르는 듯한 위용을 자랑한다. 프람바난은 해가 지고 난 뒤 더 화려하다. 1000여 석 규모의 야외무대에서 펼쳐지는 공연 때문이다. 힌두 서사시 라마야나가 2시간 동안 펼쳐진다. 똑같은 내용이 사원 안의 시바 신전과 브라마 신전의 석벽에 부조로 새겨져 있다. 욕야카르타 전통 타악기의 선율 속에서 권선징악을 그린 공연은 프람바난 사원과 어우러져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크라톤 궁전 크라톤 궁전은 현재 욕야카르타의 술탄이자 주지사인 하멩쿠보워노 10세의 선조인 하멩쿠보워노 1세가 1756년 지었다. 욕야카르타 시내에 있다. 지금도 술탄과 왕족이 거주하고 있는데 일부 시설은 일반인에게도 개방돼 있다. 가장 유명한 곳은 금을 입힌 프로보소 누각. 내빈 접대나 연회장으로 쓰였던 곳으로 샹들리에와 스테인드 글라스 장식이 화려하다. 크리스(자바 특유의 단도)를 뒤에 차고 바틱을 입은 술탄의 호위 무사들이 곳곳에 앉아 있지만 대부분이 노인이다. 카메라를 들이대면 순박한 웃음으로 포즈를 취한다. 크라톤 궁전 근처에 술탄의 후궁들이 사용하던 수영장과 별궁 '따만 사리'가 있다. 술탄의 후궁 27명은 여기서 한껏 멋을 부리고 술탄을 기다렸단다. 정원에 후궁들이 천연 향수와 천연 매니큐어로 썼다는 진귀한 나무들이 심어져 있다. 보름달이 뜨는 밤 술탄이 발코니에서 수영하던 후궁들 중 한 명에게 손수건을 던져 간택하면 그녀는 옆에 있는 운하를 헤엄쳐 술탄을 만나러 나왔단다. 지금은 이끼가 끼고 물도 거의 없어 무상한 세월만 느껴진다. TIP ▷욕야카르타의 숙소와 식사는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나 휴양지 발리에 비해 훨씬 싸다. 특급호텔인 욕야카르타 플라자호텔(0274-584-222)도 50~60달러면 1박이 가능하다. 보로부두르 사원의 일출을 보려면 사원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마노하라 호텔에 머무르는 것도 방법이다. ▷인도네시아 관광을 위해선 비자를 받아야 한다. 현지 공항에서 10달러(체류 7일 이내)나 25달러(체류 한 달 이내)를 내면 바로 비자가 나온다. 그 외 문의나 예약은 욕야카르타 관광정보 사이트(www.yogyes.com), 인도네시아관광청(02-534-0327~8), 마타하리투어(www.clubbali.co.kr) 참조. 최지영 기자

2008-09-04

[해외 여행] 뉴 칼레도니아(New Caledonia)···'천국에서 가장 가까운 섬'

한인들에게 아직은 낯선 여행지인 뉴 칼레도니아. 이 이름을 들었을 때 어떤 풍경을 먼저 떠올리셨나요? 에메랄드빛 바다와 은빛 백사장,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걸어가는 연인의 뒷모습? 아니면 ‘칼레도니아’라는 단어의 거센 어감에서 느껴지는 자연 속 야생과의 한판 승부? 결론부터 말하자면 둘 다 맞습니다. 호주 동쪽, 뉴질랜드 북쪽에 있는 남태평양의 섬나라 뉴 칼레도니아는 아무것도 안하고 하루 종일 바다만 바라봐도 좋은 근사한 휴양지입니다. 국토의 60%가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등록될 만큼, 태곳적 자연이 살아 숨쉬는 생태체험지이기도 합니다. 그러하니 이도 저도 아닌 여행이 되지 않으려면 떠나기 전 목적을 분명히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당신이 원하는 것은 휴식인가요, 모험인가요. ◇'남태평양의 니스' 항구도시 누메아 뉴 칼레도니아의 항구도시 누메아로 향하는 비행기 안 여행 책자를 펴들고 이 생소한 나라에 대해 잠시 공부했다. 1774년 스코틀랜드 출신 제임스 쿡 선장이 발견해 자신의 고향인 스코틀랜드의 옛 이름을 따 '뉴 칼레도니아'라는 이름을 붙였단다. 이후 프랑스 식민지가 되면서 파리코뮌 때는 정치범의 유배지였다. 현재 프랑스령. 니켈 매장량 세계 1위의 축복받은 나라. 한국의 3분의 1 정도 되는 크기에 인구는 겨우 25만 명. 이 지역 원주민인 멜라네시아계가 44.1% 유럽인들이 34.2% 그 외 아시아계 등이 21.7% 살고 있다. 프랑스의 남부도시 니스를 연상시키는 작은 항구도시 누메아에는 그다지 큰 볼거리가 없다. 하지만 가이드북을 들고 하루 종일 발품을 파는 관광이 아니라 현지인처럼 즐기는 여유 있는 일정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그만이다. 해변이고 시내고 붐비는 곳은 없다. 해변을 따라 길게 조성된 산책로에는 낮이건 밤이건 짧은 반바지를 입고 걷는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다.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윈드서핑과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이 호텔 인근 바닷가로 몰려든다. 시내를 둘러보고 싶다면 오전과 오후 하루 두 차례 운행하는 코끼리 열차를 타 보자. 1시간30분 정도 걸리는데 가격은 1200퍼시픽 프랑(XPF)이다. 누메아에서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은 치바우 문화센터다. 서양인들이 이곳을 발견하기 전 섬에 살고 있던 원주민들을 '카낙'이라 불렀는데 이 곳에 서는 조각 회화 공예 등을 통해 카낙의 전통과 역사를 경험할 수 있다. 프랑스 파리의 퐁피두 센터 일본 간사이 국제공항 등을 설계한 이탈리아 출신 유명건축가 렌조 피아노(Renzo Pianno)의 작품이라니 건축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필수 코스다. 입장료는 500XPF. ◇소설의 배경 '일데팽' 신혼여행을 온 부부 혹은 '바다 보며 쉰다'가 유일한 목적인 사람이라면 누메아에서 하루나 이틀 정도 나머지는 섬에서의 일정으로 짜는 게 좋겠다. 누메아가 있는 본섬 그랑테르(Grande Terre) 동쪽에 로열티 군도라 불리는 리푸섬(Lifou) 마레섬(Mare) 우베아섬(Ouvea)이 자리잡고 있다. 일본 작가 모리무라 가쓰라의 소설 '천국에서 가장 가까운 섬'의 배경이 된 일데팽(Ile despins)은 본섬의 동남쪽이다. 일본인들의 신혼여행지로 인기가 높은 일데팽에는 르 메르디앙 호텔을 비롯해 여러 개의 대형 리조트가 있다. 에메랄드 사파이어 흑진주 빛이 함께 녹아든 환상적인 색채의 바다와 밀가루처럼 희고 고운 모래가 있다. 이 지역의 전통 카누인 피로그에서 둘러본 섬 주변 풍경은 최고의 장관으로 꼽힌다. 일데팽보다 덜 발달된 섬인 리푸에는 리조트급 호텔이 딱 3개뿐이다. 샤토브리옹 해변을 따라 늘어선 호텔 드레우 빌리지의 풍경은 꿈에 그리던 휴식 그 자체다. 아담하고 깔끔한 방갈로 바로 앞에 펼쳐진 그림 같은 바다 윈드서핑을 배우는 원주민 아이들의 웃음소리. '이런 곳에서 딱 3일만 늘어져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에 발길을 돌리기가 힘들 정도다. 바다의 푸른빛에 질릴 때쯤이면 섬을 한 바퀴 돌아보자. 원주민들의 전통 가옥을 방문해 잔치 음식인 '분야'를 맛볼 수 있는 관광코스가 있다. 직접 재배한 바닐라로 만들었다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의 맛은 이때까지 먹어온 수많은 아이스크림 중 최고다. ◇쥐라기 공원의 무대 원시생태의 보고 해변에서의 게으른 휴식 말고 산과 계곡에서의 거친 휴식을 즐기고 원한다면 쥐라기시대의 나무들이 아직도 자라고 있다는 블루리버 파크를 놓치면 안 된다. 누메아에서 자동차로 1시간 반 정도면 도착하는 이곳은 공원이라고 부르기엔 무리가 있을 정도로 크고 방대하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인 아로카이아 나무 수백 년이 넘는 나이의 카오리 나무 등 남태평양의 다른 지역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는 원시식물들이 거대한 숲을 이루고 있다. 날씨가 좋은 날엔 카누를 타고 블루 리버를 돌아볼 수도 있다. 1년에 알을 하나씩만 낳아 현재 전 세계에 450마리밖에 살지 않는다는 날지 못하는 새 카구(Kagou)도 만났다. 가이드가 휘파람을 불면 흰 색의 카구들이 숲 속 여기저기에서 드라마틱하게 등장한다. 뉴 칼레도니아의 대표적인 산인 코기산(Koghi)은 해발 3481피트로 정상에서 뉴 칼레도니아의 석호를 내려다보는 경치가 장관이다. 트레킹을 하다 보면 50피트 높이의 큰 나무 위에 지어진 통나무집이 나타난다. 이곳에서 하루쯤 묵어가는 것도 색다른 체험이 될 듯. 아이들과 함께하는 여행이라면 나무 위에 줄을 매달아 타잔 놀이를 즐기는 산악 어드벤처도 시도해 볼 만하다. 이영희 기자

2008-08-14

[해외 여행] '하이난 섬' (HAINAN)···중국 땅끝서 '하와이' 를 만나다

등판에 치덕치덕 옷이 달라붙는 여름날엔 누구나 떠밀리듯 풍덩 백일몽에 빠진다. 비췻빛 물결 부서지는 백사장 기다란 잎을 양산처럼 펼쳐 그늘을 드리운 야자수 그 사이사이의 풀장…. 중국 하이난섬의 싼야 야롱베이는 매일 그런 꿈같은 풍경이다. 겨울에도 낮 기온이 화씨 75도를 넘는 '동양의 하와이' 일년에 비 오는 날이 채 30일이 안 돼 늘 햇볕 반짝이는 '남국의 보석'이다. 싼야는 중국 최남단의 섬인 하이난에서도 남쪽 끝이다. 이 곳이 '중국 같지 않은 중국'인 것은 중국에서 유일한 아열대 지역인 덕분이다. 그래서 중국인들이 죽기 전에 가봐야 할 10곳 중 하나로 하이난을 꼽았다던가. 13억 인의 선택을 못 믿겠다는 사람에겐 혹시 유네스코의 보증은 통할까. 하이난은 쿠바의 아바나와 함께 세계 2대 청정해역으로 지정돼 있다. 리조트의 1층 객실에서 창문을 열면 바로 전용 풀장이다. 백사장과 파도가 생각나면 맨발로 잠깐 걸어 나가면 된다. 4.7마일의 초승달 같은 백사장을 따라 흩어지는 물보라가 메밀꽃밭처럼 눈부시다. 백사장에는 리조트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초막과 선베드가 줄지어 있다. 선탠을 즐기며 책장을 넘기는 러시아.호주.유럽 미녀들이 눈에 띈다. 바다로 나간 이들은 패러세일링.제트스키.윈드서핑.스노클링 등의 해양스포츠를 즐긴다. 헤엄치다 몸을 돌려보니 물갈기를 세우고 달려가는 파도가 해변을 덮고 리조트까지 적셔버릴 기세다. 리츠칼튼.힐튼.매리어트.셰러턴.글로리아.맹그로브.호라이즌.크라운플라자…. 해변을 따라 고급 호텔이 즐비하다. 제주도의 18배가 넘는 하이난은 구경거리가 많고 역사 또한 깊다. 싼야 시내에서 서쪽으로 14마일 떨어진 땅 끝 천애해각(톈야하이자오)은 우리의 해남강진이나 제주처럼 유배지였다. 당송팔대가의 대문장가 소동파가 죽기 직전에 유배당해 '아득한 하늘 밑은 송골매 사라지는 곳'이라고 읊었던 시심이 '하늘 끝 바다 끝'의 지명으로 남았다. 망망대해 가운데 그리고 백사장 곳곳에 울쑥불쑥 솟은 거대하고 미끈한 기암괴석엔 '天涯' '日月' '南天一柱' 등 붉은 글씨로 그 역사가 각인돼 있다. 그러나 소동파의 7년 수심도 바위에 철썩대는 파도에 씻겨 스러진 지 오래다. 역시 이곳에 유배당했던 이덕유.이강.이광.조정.호전 등 다섯 충신의 한도 쓸려가고 충심만 남았다. 백사장 옆의 열대림 동굴을 따라 걷는 남녀는 하나같이 손을 잡고 있다. 아니 잡아야 한단다. 하늘 끝 바다 끝까지 가도록 그렇게. 혼자 온 사람이라면 전화를 하란다. "하늘 끝 바다 끝까지 와도 내 마음속엔 당신뿐이야"라고. 해수욕과 관광으로 노곤해진 몸은 온천으로 푼다. 뜨거운 곳에서 더 뜨거운 곳 이열치열이 싫더라도 끌리는 것은 닥터피시 때문이다. 야롱베이에서 차로 30분 거리의 주강남전 온천은 터키의 캉갈 온천과 함께 '물고기 의사'의 고장으로 이름났다. 화씨 95~122도의 탄산수에서 살다 보니 플랑크톤 먹이가 없어 객들의 각질을 쪼거나 핥아 먹는다. 아토피.건선.무좀 같은 피부질환이 있다면 두말없이 두 발과 온몸을 맡길 일이다. 작은 물고기들이 떼 지어 살갗을 쪼아대는 입질 마사지에 피로가 싹 가신다. 원숭이만 사는 원숭이섬은 바다 위로 케이블카를 타고 가는 것만으로도 짜릿하다. 여기서 가장 높은 공원 녹회두에서는 한밤 연인들이 남국의 별빛을 보며 사랑을 맹세하고 싼야의 야경을 굽어보며 앞날을 설계한다. 야롱베이.선밸리.일출 등 골프장에서 야자수 사이로 샷을 날리는 멋은 싼야의 즐거움 중 아주 작은 부분이다. 중국의 땅 끝 그 유배지의 의미를 살린다면 그곳으로 일상에 찌든 나를 유배시켜도 좋을 것이다. 왕이 없어진 세상에서 '나를 유배시킬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일 테니까. TIP ▷LA에서는 인천, 홍콩, 베이징, 상하이 등을 거쳐야 한다. 가격, 운항 시간 등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알뜰여행을 위해선 한국 여행을 겸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천의 경우 하이난의 싼야까지 가는 직항이 수·목·토·일요일에 있다. 아시아나·해남·동방·남방항공에서 하루 2~3편. 4~6일의 왕복 패턴에 맞춘 티켓이 싸다. 공항에서 야롱베이까지는 차로 30분. 해수욕장은 바닷속 8미터까지 보이는 곳도 있다지만 그렇게 투명하지는 않다. 관광지 대중교통이 많지 않아 패키지 여행(1000달러 선)이 좋다. 싼야 정보는 중국 관광청(http://old.cnta.gov.cn/lyen/)에서 얻을 수 있으며 한국에서 출발할 경우 sanya4u.com, gohainan.net, hainanweb.com, hainanstory.com 등의 웹사이트를 이용하면 편하다. ▷사철 따가운 햇볕을 차단할 선스크린·선글라스·모자·양산 등을 챙기도록 한다. 옷은 반팔·반바지면 되지만 숙소에선 냉방이 좋으니 얇은 긴소매도 준비한다. 밤엔 야롱베이 중심광장의 야외 공연과 함께 즐기는 맥주 맛이 그만이다. 싼야 시내의 노천 야시장에서 맛보는 꼬마오징어꼬치, 전통볶음면, 닭튀김 등도 별미다. 배두일 기자

2008-08-07

[해외 여행] 천혜의 휴양지 호주 퀸즐랜드 케언스, 자연의 캔버스에 신이 그린 풍경화

바캉스철. ‘지상낙원’을 찾아 떠나는 발걸음이 분주하다. 지구촌 이곳저곳이 저마다 천혜의 휴양지임을 내세우며 피서객을 유혹한다. 하지만 호주 퀸즐랜드 케언스 앞에선 한수 접고 들어가야 한다. 열대우림, 바다의 화원 산호초 지대…. 쉼을 위한 장소론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1년 내내 화창한 '선샤인 스테이트' 호주 퀸즐랜드주의 애칭은 선샤인 스테이트. 1년 365일 중 360일이 화창하다고 해서 붙여졌다. 호주 6개주 중 두 번째로 큰 주로 브리즈번과 케언스가 여기에 속한다. 남한 면적의 17.8배지만 인구는 고작 400만여 명. 그 여유로움이 못내 부럽다. 브리즈번과 골드 코스트의 기온은 연중 화씨 48~84도 케언즈는 63~88도 선을 유지한다. 광활하게 뻗은 브리즈번의 골드 코스트 해변이며 케언스의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Great Barrier Reef)와 데인트리 열대우림 등 대자연의 절묘함이 여행자의 오감을 사로잡는다. 해수욕을 할 수 있는 석호 코알라와 다양한 동식물의 보고 열대우림 보호구역 나비와 곤충들의 서식처 100만 ㏊가 넘는 국립공원도 맛깔스러운 휴가를 돕는다. 케언스는 수상 레포츠의 천국 퀸즐랜드주 북부에 위치한 케언스는 1년에 200일 이상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가 지속되는 태양의 땅. 한 지역에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와 데인트리 열대우림 2개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 지정된 유일무이한 곳이기도 하다.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는 2000km에 달하는 거대한 산호초 지대로 단연 케언스의 자랑거리. 중국의 만리장성이 우주에서 보이는 유일한 인간의 피조물이라면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는 유일한 신의 피조물이다. 맑은 날은 70~90m 수심을 들여다 볼 수 있으며 바닷물 온도가 연중 77~82도를 유지해 해양 레포츠의 천국으로 꼽힌다. 선상 선탠.바다 수영 등 평범한 물놀이도 이곳에서는 특별한 경험이 된다. 특히 스쿠버 다이빙과 스노클링 유리바닥 보트와 잠수선을 통해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의 진수를 맛 볼 수 있다. 쿠란다의 원시 열대우림 케언스에서 해상관광 못지않게 꼭 해봐야 할 것이 세계 최대의 원시 열대 우림지역 정글탐험이다. 약 1억 4000만년 전 존재했던 양치식물인 소철류 등 다양한 희귀 생물을 관찰할 수 있다. 또 호주 원주민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프로그램과 열대 우림 투어도 마련돼 있어 여행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쿠란다 빌리지는 케언스에서 북서쪽으로 34km 떨어진 전원마을로 열대우림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다. 열대우림을 헤치고 지나가는 쿠란다 열차와 스카이레일은 그 자체로 하나의 명물 관광상품이다. 쿠란다의 레인포레스테이션 네이처 파크에서는 아미 덕(Army Duck) 투어도 해볼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사용된 수륙양용차 아미 덕을 타고 정글과 호수를 두루 돌아볼 수 있는 코스다. 또 밀림과 함께 멀리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를 볼 수 있는 쿠란다 번지 점프도 인기. 50m 높이의 밀림 속 점프대는 호수나 다리 위의 점프대보다 훨씬 아찔해 보인다. 그 외에도 경비행기를 타고 케언스의 바다와 밀림을 둘러보는 시 플레인(Sea Plane)투어와 열기구.스카이 다이빙도 체험할 수 있다. 케언스 근교 팜코브에 위치한 블레이징 새들스(Brazing Saddles)에서는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듯한 산 속 오솔길을 말을 타고 가로지를 수 있다. 대자연을 배경으로 육.해.공을 망라한 550여 가지 레포츠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케언스다. ▷문의: 퀸즐랜드주 관광청 www.australia.com 또는 www.queensland.or.kr TIP 보통 LA에서는 시드니나 브리즈번까지 간 뒤 국내선으로 갈아탄다. 하지만 18~20시간이 소요돼 기내에서 꽤나 고통스러울 수 있다. 때문에 한국 관광을 겸해 가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일 수도 있다. 매년 여름 대한항공이 케언스 직항 전세기편을 운행한다. 올해는 7월18일부터 8월15일까지 월요일과 금요일 주2회 총 9회 운항할 예정이다. 소요시간은 약 7시간50분. 1 호주 달러(AUD)=약 96센트. 이송이 기자

2008-07-31

[해외 여행] E l N i d o P h i l i p p i n e s…섬 중의 섬

“만나야 할 사람은 언젠가 꼭 만나게 된다.” 영화 ‘접속’에 나왔던 명대사다. 여행을 하다 보면 비슷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가봐야 할 곳은 언젠가 꼭 가게 된다. 4년 전 신혼여행을 갈 뻔했던 곳이 있다. 당시 허니문 장소로 한창 ‘뜨던’ 곳이다. 하지만 일정이 맞지 않았다. 그때 그곳, 필리핀 엘니도에 일 때문에 가게 됐다. 언젠가 꼭 만나게 되는 사람, 언젠가 꼭 가게 되는 곳, 사람들은 그것을 ‘인연’이라고 부른다. 허니문? 가족 여행? 엘니도는 팔라완 섬 최북단에 있는 군도다.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에서 비행기로 1시간30분 떨어져 있다. 지질학적으로는 2억5000만년 전 만들어진 곳이지만 한인들에게 알려진 것은 얼마 안 됐다. 2000년 모 유명 연예인이 이곳 리조트로 신혼여행을 다녀온 뒤부터다. 몰디브 못잖은 풍광에 더 저렴한 곳으로 소문이 났다. 덕분에 한때 연간 이용객의 35%를 한국인이 차지하기도 했다. 기자 역시 그 대열에 낄 뻔했던 셈이다. 하지만 뒤늦게 찾아가 본 엘니도는 다른 유명 신혼여행지와는 좀 달랐다. 몰디브는 섬이라고 부르기도 뭣한 작은 산호초 위에 리조트가 하나씩 들어서 있다.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바다 아니면 산호모래 뿐이다. 더없이 한적한 반면 단조롭다. 반면 엘니도 리조트는 열대우림이 우거진 '번듯한' 섬에 있다. 앞바다에는 크고 작은 섬과 암초가 가득 떠 있다. 발리엔 화려한 풀(Pool) 빌라가 많다. 명성에 비해 바다 색이 별로인 대신 리조트 안에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 그에 비해 엘니도 리조트는 상당히 수수한 편이다. 럭셔리보다는 환경 친화를 강조한다. 대신 리조트 밖으로 나가는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아침은 라겐.미니락 섬에서 먹고 점심은 엔탈룰라 섬에서 피크닉 저녁 땐 팡굴라시안 섬에서 석양을 감상하는 식이다. 이 때문에 허니문도 나쁘지 않지만 가족.친구끼리의 여행에 훨씬 더 어울린다. 실제로 그런 해외 관광객들이 대부분이다. 꼭꼭 숨어 있는 황홀한 비경 엘니도 인근에는 비경이 많다. 대표적인 곳이 '시크릿(Secret) 비치'. 이름 그대로 아는 사람만 찾아갈 수 있는 비밀의 해변이다. 바다 쪽에선 아무리 봐도 보이지 않는다. 가파른 해안 절벽에 배를 묶어 두고 밑동에 있는 작은 구멍으로 헤엄쳐 들어가야 한다. 바닷물과 천장 사이의 공간은 불과 1m 안팎. 그나마 만조 땐 끝까지 물이 차올라 아예 잠수를 해야 한다. 컴컴한 물길로 열댓 번쯤 물장구를 칠까. 돌연 하늘이 열리고 눈 앞에 그림 같은 해변이 펼쳐진다. 꼭 마술처럼! 안에서 보면 꼭 화산 분화구 속에 들어앉은 듯하다. 사방은 칼날같이 날카로운 돌산으로 막혀 있고 그 가운데 작은 모래사장 호수처럼 맑고 잔잔한 바다가 숨어 있다. 외부로 통하는 길은 방금 전 헤엄쳐 들어온 작은 구멍뿐이다. 미니락 섬 인근의 '스몰 라군'도 비슷한 느낌이다. 라군(Lagoon)은 산호초.모래 둔덕 등에 의해 갇힌 얕은 바다를 말한다. 하지만 엘니도 '스몰 라군'은 '시크릿 비치'처럼 바위 절벽 안에 담겨 있다. 마찬가지로 절벽 밑동의 구멍을 통과해야 들어갈 수 있다. 2인승 카약이 간신히 지날 만큼 작은 구멍이다. 차이가 있다면 사방을 막아선 바위 절벽이 훨씬 더 거대하다는 점. 그만큼 내부 계곡도 넓고 깊다. 한낮을 제외하면 햇빛마저 잘 안 든다. 패들을 지치며 여기저기 둘러보다 보면 꼭 어딘가 오지를 떠도는 탐험가가 된 듯한 기분이 든다. 비밀은 석회암 바위 속에 엘니도의 이런 독특한 풍광 뒤엔 비밀이 하나 숨어 있다. 바로 바위다. 이 일대는 전형적인 열대 카르스트(Tropical Karst) 지대다. 베트남 할롱베이 중국 구이린 태국의 크라비 등과 마찬가지다. 수온 높은 얕은 바다에 퇴적된 석회암층이 치솟으며 만들어진 지형이다. 삐죽삐죽 솟은 석회암 절벽이 탑처럼 보인다고 달리 타워(Tower) 카르스트 지대라고도 불린다. 석회암은 여러 암석 중에서 가장 무른 편에 속한다. 물에도 잘 녹는다. 기암절벽으로 가득한 오늘의 엘니도는 남중국해의 거센 파도와 비바람이 2억5000만 년간 '떡 주무르듯' 두드린 끝에 만들어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내부가 텅 빈 거대한 석회 동굴이 무너지며 '시크릿 비치' '스몰 라군' 같은 비경을 만들었으리라고 추측한다. 실제 라겐 섬 인근에는 '아직 무너지지 않은' 거대한 석회 동굴이 남아 있다. 모터보트를 타고 내부를 둘러볼 수도 있다. 무른 석회암은 인간뿐 아니라 새들에게도 안식처를 제공했다. 엘니도 인근엔 유달리 새 둥지가 많다. 주로 흰집칼새 등 칼샛과 새들이다. '무른' 바위 절벽 곳곳에 팬 구멍에 둥지를 틀고 살아간다. 중국인들이 흔히 제비집 수프라고 부르는 요리는 바로 이 새들의 둥지를 모아 만든다. 엘니도(El Nido) 스페인어로 새 둥지(영어론 Nest)를 뜻하는 지명도 거기서 유래됐다. Tip 터미널 연결 교통편을 감안하면 항공편은 ‘필리핀 에어’가 가장 편리하다. 마닐라~엘니도는 19인승 프로펠러기, 공항에서 리조트가 있는 섬까지는 배로 이동한다. 엘니도 리조트(www.elnidoresorts.com) 숙박 패키지를 이용하면 항공·배편 예약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1페소=약 2.2센트. 김한별 기자

2008-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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