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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 스위스, 기찻길이 세계문화유산 된 까닭

레티셰 반~알불라/베르니나

아니면 전 세계 부호의 휴양지 생 모리츠(St. Moritz)의 럭셔리 호텔?

그러면 지난 해 7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기찻길 ‘레티셰 반(RhB : Rhaetische Bahn) 알불라/베르니나(Albula/Bernina).구간은 알고 계십니까.

천 년도 넘은 계곡길 비아말라(Viamala)에 켜켜이 쌓인 사연은 들어본 적이 있으신지요. 당신이 미처 몰랐던 스위스의 숨은 매력 두 가지를 공개합니다. 한국인 방문자 수가 확인이 안 될 만큼 우리에겐 아직 생소한 곳입니다.

그렇다고 지레 걱정은 하지 마십시오. 스위스는 여전히 보고 듣고 즐길거리로 넘쳐났습니다.

알프스 기차여행을 꿈꾸는 당신을 위해 세계문화유산이 된 기찻길.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7월 7일 스위스 동남부 그라우뷘덴(GraubUnden)주를 관통하는 기찻길'레티셰 반 알불라/베르니나'구간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인류는 오스트리아의 젬머링(Semmering) 철도와 인도의 히말라야 철도에 이어 세 번째로 세계문화유산이 된 기찻길을 보유하게 되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구간은 정확히 122㎞의 철길이다.

투시스(Thusis)에서 생 모리츠까지의 알불라 노선과 생 모리츠에서부터 이탈리아 접경지대 티라노(Tirano)까지의 베르니나 노선이다.

모두 196개의 다리를 건너고 55개의 터널을 지난다. 구간 중에서 가장 낮은 지역인 티라노가 해발 429.3m이고 가장 높은 오스피지오(Ospizio)가 해발 2253m다.

1889년 공사가 시작됐고 구간별로 노선을 확장하다 1910년 오스피지오-포스키아보(Ospizio-Poschiavo) 구간을 개통하면서 오늘의 노선이 확정됐다.

그러니까 레티셰반 노선은 유럽의 지붕을 잇는 지리적.건축적 의미와 100년 이상 묵었다는 역사적 의의를 인정받아 세계문화유산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오전에 경험한 구간은 산악 열차의 아찔한 경험이 여태 생생한 베르니나 노선. 기차는 두 시간동안 부지런히 능선을 올랐고 철로는 마침내 하늘과 맞닿았다. 기차가 멈춘 곳은 알프 그륌(Alp Gruem)역. 해발 2019m 언덕 위에 우뚝 선 기차역이다.

짙은 비구름이 기차역을 삼켜버렸다.

기차역에 머무르는 두 시간 동안 시야는 좀처럼 확보되지 않았다. 여기가 해발 2000m 고지란 사실을 새삼 절감하는 순간이었다.

기차역 바로 아래가 깎아지른 절벽이고 그 아래로 삐죽삐죽 가위 모양의 기찻길이 펼쳐져 있다는데 그 장관을 끝내 보지 못했다.

기차역 뒤로 우두커니 서 있다는 팔뤼산 정상(PizPalue)의 빙하도 오롯한 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솜이불처럼 두꺼운 구름 사이로 기차역 전경을 잠깐 엿본 게 전부였다. 아쉬움은 거기까지였다.

알프 그륌 역에서 내려오는 길 하늘은 말끔히 개어 있었다. 차창 밖으로 흘러가는 고원의 풍광은 선계(仙界)의 그것처럼 낯설고 황홀했다. 기차는 구름 위 세상에서 막 내려오는 길이었다.

오후가 되자 알불라 노선에 올라탔다.

알불라 노선은 오전의 베르니나 노선처럼 광활한 고원 풍광으로 여행객을 압도하진 않았다. 대신 가파른 산기슭에 슬쩍 얹힌 듯한 기찻길이 위태위태한 흥분을 불러일으켰다.

베르니나 노선이 하늘을 향해 고원을 내달렸다면 알불라 노선은 첩첩산중을 요리조리 헤집고 다녔다. 알불라 노선은 베르니나 노선보다 29개나 많은 터널을 통과했고 베르니나 노선보다 92개나 많은 다리를 건넜다.

열차가 지나간 수많은 다리 중엔 1902년 완공된 65m 높이의 랜드바저 비아덕트(Landwasser Viaduct)도 있었다.

스위스에서 중간 발판 없이 세운 가장 높은 다리이자 처음으로 돌을 쌓아 올린 다리다. 터널에서 나오자마자 곡선을 그리며 이어지는 136m 길이의 이 다리는 알불라 노선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다.

오후 4시쯤 기차가 해발 1277m의 스툴스(Stuls) 역에 정차했다. 100년 전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옛 역이다.

알불라 노선이 놓인 그라우뷘덴 지역은 스위스 로마니시(Swissromanish)의 집단 거주지다. 로마니시는 라틴어에서 파생한 자체 언어를 쓰는 소수민족으로 스위스 인구의 1%에 해당한다.

전통 복장을 차려입은 로마니시의 공연을 지켜보다 문득 깨달았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된 기찻길엔 빼어난 기술이나 그림 같은 자연 이상의 의미가 스며 있었다. 그건 100년이 넘도록 철길이 들여오고 건네준 수많은 사연이었다.

스위스의 독일어권-로마니시권-이탈리아어권을 연결한 뒤 마침내 이탈리아로 이어지는 단 하나의 철길은 스스로 스위스의 역사와 문화를 가리키고 있었다.

글·사진=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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