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뱀 '중대발표 있겠습니다'
도마뱀이 별다른 목적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데도 있는 힘을 다 해 팔굽혀펴기를 하는 것은 동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서임이 밝혀졌다고 라이브사이언스 닷컴이 최신 연구를 인용 보도했다. 하버드대 연구진은 푸에르토리코 아놀 도마뱀 수컷이 힘들게 팔굽혀펴기 동작을 하는 것은 안개 등으로 시야가 불량할 때 일단 동료들의 주의를 끈 뒤 그 다음 구체적인 음성이나 시각 신호를 보내기 위한 것이라면서 이는 만찬 식탁에서 무언가 발표할 것이 있을 때 유리 잔을 두드려 사람들의 주의를 집중시키는 것과 같은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도마뱀의 이런 동작은 많은 동물들이 음성이나 시각 신호를 보내기 전에 일견 의미없어 보이는 주의 신호를 보낸다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것이라면서 새와 개구리 개 코요테 그밖에 사람을 비롯한 수많은 다른 동물들도 이런 동작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푸에르토리코 북동부 루키요 산맥의 깊은 숲속에 사는 노란뺨 아놀 도마뱀 수컷들이 새벽이나 황혼녘이면 자기 영역 안의 높은 곳에 올라가 주변에 있는 암수 동료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는 동작을 하는 것을 발견했다. 머리를 리드미컬하게 흔들고 알록달록한 목줄기를 늘려 보여주는 이런 동작은 마치 보디빌더가 다른 보디빌더 앞에서 자신의 근육을 과시하는 것과 비슷한데 만일 한 수컷이 다른 수컷보다 눈에 띄게 강하게 보이면 약한 녀석은 굳이 부상이나 죽음까지도 무릅써야 하는 도전을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도마뱀은 이런 동작을 통해 자신의 그 영역의 주인임을 선포하기도 한다. 연구진은 노란뺨 아놀 도마뱀 38마리의 행동을 촬영한 비디오테이프를 분석한 끝에 수컷 도마뱀들이 때때로 이런 동작을 하기 전에 온 몸을 사용해 팔굽혀펴기를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들은 이런 동작의 의미를 밝혀내기 위해 진짜처럼 보이는 라텍스 도마뱀 로봇을 사용 일상적인 머리 흔들기 동작에 팔굽혀펴기 동작이나 신출내기의 목줄 늘리기 동작을 덧붙여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