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박물관 산책-36] 인트레피드 해양항공우주박물관
인트레피드 해양항공우주박물관은 맨해튼 서쪽 허드슨 강가 86번 부두(Pier 86)에 있다. 미 해군에서 활약하다 퇴역한 항공모함(항모)과 잠수함을 박물관으로 개조했다. 전 세계에서 항모를 전력화한 나라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 러시아, 태국(경항모) 등 소수인데 특히 항모와 잠수함을 박물관으로 만들어 일반인에게 공개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뿐이다. 비록 항모와 잠수함이 구식이긴 하지만 군사 분야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인트레피드 박물관 존재 자체가 미국에서만 누릴 수 있는 대단한 행운이다. 인트레피드 박물관은 1943년 취역해 약 30년간 임무를 수행하다 74년 퇴역한 미 해군 항모 인트레피드(USS Intrepid)에 만들어졌다. 인트레피드는 전장 912피트, 전폭 192피트, 흘수 27피트, 배수량 4만1400톤, 최대 시속 37마일, 승무원 3600여명으로 현재 미 해군이 주력으로 배치하고 있는 배수량 10만톤 내외의 니미츠급 원자력 항모와 비교하면 중형급이다. 인트레피드 박물관은 항모의 최상위 비행갑판에 항공기 전시장, 갑판 밑의 원 항공기 적재소에 주전시장, 승무원 거주지역과 임무실 공간에 작전상황실과 암호부서, 조종사 브리핑 룸 등 과거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개별 전시장을 구석구석 갖추고 있다. 비행갑판 항공기 전시장에는 한국 공군의 주력기 중 하나인 KF-16의 원 모델인 F-16서부터 러시아 공군이 사용한 수호이 전투기, 미 해안경비대의 구조 헬기 등 10여대가 진열돼 있다. 주 전시장에는 항모 활동사진(대형 스크린과 영화관에서 기록영화 상영)과 2차 대전 당시 일본 해군과의 접전 기록과 기념품, 베트남 전쟁 참전 기록, 1960년대 인트레피드 항모가 태평양서 수거한 NASA의 우주인 지구 착륙 모듈, 근무 수병 복장과 앨범 등 각종 기념품 등이 전시돼 있다. 또 수기(手旗)와 모스 신호 등 선박 간 통신수단, 항공모함 내부의 의자와 침대, 임무와 시간 변경을 알렸던 종(鍾), 수천명의 식사를 준비했던 주방기구 등과 함께 어린이·청소년들을 위한 G-중력(항공기를 급속 발진할 때 느끼는 가중 압력) 체험시설, 항공기 조종석 모델 등도 갖추고 있다. 특히 2차 대전 당시 항모 조종사들이 조난을 당했을 때 영어를 모르는 지역 주민에게 보여주고 도움을 청하던 조난 전단도 소장품 중의 하나다. 이 색 바랜 전단 우측 하단에 한글로 “내 비행기가 깨졌다. 가까운 연합군 측에 나를 보내면 상금을 받는다”라는 내용의 글이 쓰여져 있어 당시 상황에 대한 깊은 감회를 느낀다. 입장료가 비싸긴 하지만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물론 군사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들도 한 번은 가볼 만한 곳이다. 인트레피드 옆에 있는 3500톤급 그로울러 잠수함(USS Growler)은 역사상 최초의 디젤 전략 잠수함(핵탄두 미사일 발사)으로 현재 수리 중이라 올 봄 다시 문을 연다. 박종원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