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박물관 산책-35] 만화미술박물관 '할아버지-손자가 함께 즐기는 곳'
신문 만화, 캐리커처, 광고 등 전시…한국계 3세 그렉 박의 '헐크'도 소장
미국은 보통 ‘만화의 고향’으로 불린다.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도 만화 문화가 발달했지만 전문가들은 ‘만화의 메카는 미국’이라고 말한다. 미국은 이미 19세기 중반부터 만화책은 물론 신문과 잡지의 연재만화, 정치적 풍자화, 인물 만화(캐리커처), 그림 소설(그래픽 노블), 책 삽화, 광고를 위한 일러스트레이션 만화 등이 쏟아져 나와 문화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20세기 중반부터는 월트디즈니의 ‘미키 마우스’로 대변되는 만화영화가 나와 미국인의 삶을 풍요롭게 했다.
요즘에는 FOX방송의 TV 애니메이션 프로그램 ‘심슨’, 만화 영화만을 전문으로 상영하는 카툰 네트워크 채널, 컴퓨터를 이용한 컴퓨터 제작 만화(컴퓨터 카툰),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교육 교양만화, 초호화 코팅지와 하드커버로 장정된 성인용 그래픽 만화, 컴퓨터와 X박스 등 게임기를 위한 프로그램 일러스트레이션 등으로 계속 진화하고 있다. 이 같은 만화 형식들은 미국인들에게 ‘할아버지와 손자가 함께 즐기는 문화양식’으로 받아 들여져 높은 평가와 사랑을 받고 있다.
만화미술박물관은 이 같은 미국 만화 예술의 중요한 역사 자료를 수집해 보존·전시하고, 교육과 연구를 지원하는 전문 박물관이다. 19세기 중반부터 최근까지 미국 만화예술의 각 시대와 장르를 대표했던 작가들의 원본 그림과 만화책 초본, 풍자화를 담고 있는 신문과 잡지, 삽화 등을 소장하고 있다.
만화미술박물관은 소장품을 분류해 정기적인 전시를 하는 한편 매년 한 번씩 미국의 대표적인 만화가와 시사 카투니스트(신문 잡지 등에 정치 풍자 만화를 그리는 작가), 만화 출판사, 만화영화 제작사 등을 초청해 대규모 만화미술 박람회를 개최한다. 또 정기적으로 기금마련을 위한 경매를 하는데, 수십년 전에 나온 만화책 표지 원본 그림의 경우 2만달러 가까운 고가에 팔리기도 한다.
만화미술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자료 중 눈에 들어 오는 것은 한국계 3세인 그렉 박(Greg Pak)의 만화책 ‘헐크’ 시리즈다. 현재 미국 만화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가인 그렉 박은 예일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로즈(Rodes) 장학생으로 옥스퍼드에서 공부한 뒤 NYU에서 영화를 전공했다. NYU 다닐 때 한국인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린 실험영화로 ‘스튜던트 아카데미상’을 받았다.
졸업한 뒤 영화제작자 겸 작가로 활동하면서 ‘아이론 맨’ ‘워 매칭’ 등 인기 만화 스토리를 썼고 현재는 미국의 대표적인 만화 출판회사 마블 코믹스와 계약을 맺고 ‘인크레디블 헐크’ 등 시리즈를 만들고 있다.
미국에서는 만화책을 만들 때 스토리 작가가 글을 쓰고 여기에 맞춰 만화가와 일러스트레이터 여러 명이 함께 그림을 그려 책을 만드는데, 보통 작가가 원저작자가 된다. 그렉 박이 스토리를 쓴 ‘헐크’ 만화책 시리는 권당 30~40달러씩의 고가임에도 요즘 만화 매니아들 사이에서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다.
박종원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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