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산책 -46] 프런시스 태번 박물관(Fraunces Tavern Museum)…격동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곳
독립전쟁 등 건국 관련 자료 소장…초대 워싱턴 대통령 고별사 하기도
센트럴파크와 연접한 동쪽 도로를 따라 남북으로 메트로폴리탄미술박물관, 구겐하임박물관 등이 몰려 있어 ‘뮤지엄 마일’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데, 맨해튼 남단 월스트리트 근처도 만만치 않다.
20개 가까운 크고 작은 박물관들이 집중적으로 몰려 있어 ‘뮤지엄 디스트릭트’로 불릴만한 곳이다. 뮤지엄 마일이 주로 미술 관련 박물관이라면 월스트리트 증권거래소 부근은 역사 관련 박물관들이 많다.
프런시스 태번 박물관이라는 이름은 새뮤얼 프런시스(Samuel Fraunces)의 성 ‘프런시스’와 우리 말의 선술집 또는 연회장이 딸린 술집(주막)을 뜻하는 ‘태번(tavern)’에 중요한 자료와 물건을 모아 놓은 박물관이라는 말이 합쳐진 것이다.
그러나 태번 박물관은 단순히 오래된 선술집이나 여인숙의 모습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역사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자료를 모아 놓은 박물관이자 사적지라고 할 수 있다.
태번 박물관은 원래 1762년 새뮤얼 프런시스가 선술집을 하던 자리다. 3층 붉은 벽돌로 지어진 프런시스 태번은 당시로 말하면 뉴욕은 물론 미국 북부와 남부, 유럽의 부자와 명사들이 뉴욕에 오면 한 번씩 들르는 사교 장소였다. 최고급 술집이자 연회장인 셈이다.
프런시스 태번은 이후 독립전쟁과 건국으로 이어지는 격동의 시대를 지나면서 역사의 현장을 제공하고 지켜보는 중요한 장소가 된다. 여기서 뉴욕상공회의소가 설립됐고 독립전쟁 때는 대륙군의 전투를 지휘하는 장소와 병참 본부 역할도 했다.
이 때문에 1775년 뉴욕만에 배치돼 있던 영국 해군이 군함의 함포 수십발을 쏘아 프런시스 태번의 지붕이 크게 부서지기도 했다.
또 바로 근처에 있는 연방홀(44회 소개)에서 취임식을 한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이 주위의 호족과 군벌들의 ‘왕위 즉위’ 또는 ‘종신 대통령’ 권유를 물리치고 임기 8년을 마친 뒤 마지막 고별사를 한 곳이기도 하다.
(실제로 워싱턴은 군 사령관과 대통령직을 수행하면서 자신을 3인칭으로 칭하는 등 유럽의 군주처럼 행동하기도 했다. 버지니아주 자신의 장원에서 일하던 노예만 3000명에 이르고, 독립전쟁 때 동원한 사병이 1만5000명이나 된다.)
미국이 독립전쟁을 승리로 끝낸 직후인 1785년 뉴욕에서 대륙의회를 개최할 때 프런시스 태번은 외무부(Dept. of Foreign Affairs)와 재무부·국방부가 함께 입주한 정부 청사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애국심과 영국에 대한 당시 식민지 미국인들의 증오를 상징하듯 프런시스 태번의 문장은 영국 여왕의 ‘잘려진 머리’ 모양을 하고 있다.
이후 프런시스 태번은 공용과 상용의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다 1904년 독립전쟁을 기리는 비영리단체가 매입해 1907년 비영리 역사 박물관을 만들었다.
이후 뉴욕 지역의 명사와 역사학자들이 보드멤버로 참가해 기금을 만들어 16세기부터 뉴욕시의 성립, 독립전쟁, 남북전쟁, 대외 해상진출 등과 관련된 자료를 수집 정리했다.
특히 미국이 영국을 상대로 독립전쟁을 치르던 시기 조지 워싱턴 대통령(당시는 대륙군 총사령관)과 관련된 희귀 자료 등이 유명하다.
특히 프런시스 태번은 역사 박물관이면서도 한편으로 미국의 근대 미술과 공예, 생활, 군사 분야를 연구하는 학자들에게도 중요한 자료를 제공한다.
미국 역사와 관련된 기록화(미국 미술의 중요한 한 분야)와 판화 등 미술품은 물론 수백년 전에 사용됐던 선술집 관련 시설과 장비, 공예품, 독립전쟁 당시 사용됐던 무기류 등이 전시돼 있어 깊은 역사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박종원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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