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박물관 산책(61)] 엘리스아일랜드이민박물관
이민자들의 애환 서린 곳
60여년간 전 세계 1200만명 입국
입국심사·의료실 등 옛 모습 보존
이민박물관에 가려면 2·3번 전철 등을 타고 맨해튼 남단 배터리파크에 가서 자유의 여신상-엘리스아일랜드로 가는 페리를 타야 한다. 과거 포병 기지로 사용됐던 클린턴 성(城) 안에 있는 매표구에서 표를 사면 된다. 그러나 이민박물관에 가려면 큰 마음을 먹고 나서야 한다.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관광객들 때문에 배를 타기 위해 한 두 시간 땡볕에서 기다리는 것은 보통이다. 공식적으로 엘리스아일랜드를 찾는 관광객은 한 해 200만명이 넘는다.
28에이커 넓이의 엘리스아일랜드는 17세기만 해도 굴이 많이 나와 ‘오이스터아일랜드’로 불렸다. 독립전쟁 때는 영국의 해군 함대가 주둔하기도 했고, 19세기 중반에는 뉴욕만에 진입하는 적함을 막기 위한 포대 기지로 사용됐다.
19세기 후반 미국이 유럽인들을 대상으로 이민 문호를 대폭 개방하면서 연방정부는 1890년 이 섬에 연방이민관리소를 만들었다. 지금의 박물관 건물은 당시 이민자들이 미국 입국심사를 받던 건물을 1984년 1억6000만달러를 들여 원형을 보존하면서 대대적으로 보수한 것이다.
연방이민관리소는 1892년 1월 2일 문을 열었는데, 최초의 이민 등록자는 아일랜드에서 가족들과 함께 이민 온 15세 소녀 애니 무어였다. 이후 60여년간 이곳 이민관리소를 통과한 이민자는 1200만명을 넘었고 어떤 날은 하루에만 5000여명이 입국허가를 받기 위해 줄을 섰다. 공식적으로 미국 국민의 절반 이상이 이곳 이민관리소를 통해 미국에 입국한 이민자의 후손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민박물관은 1965년 연방정부가 당시 소유권 분쟁이 벌어지던 엘리스아일랜드를 사들여 인근 자유의 여신상과 함께 묶어 국립공원으로 만든 뒤 1990년 문을 열었다.
박물관 1층에는 19세기 초반 이민자들이 갖고 들어왔던 이삿짐을 모아 전시하고 있고 뒤쪽에는 미국 이민을 인구학적으로 분석한 각종 자료를 모은 특별 전시실과 극장, 선조의 뿌리를 찾는 족보조사서비스 룸 등이 있다.
2층과 3층에는 입국심사를 받던 등록실과 의료시설, 식당 등이 보존돼 있다. 특히 2층 가운데 있는 등록실은 마피아 영화 ‘대부(God Father)’에서 1세대 빅터 콜리오네가 시실리에서 부모를 잃고 미국에 혈혈단신 입국해 벙어리 흉내를 내며 심사대를 통과, 유치장에 수용되는 장면 등에 잘 묘사돼 있다.
이민박물관은 볼 것도 많고 사람도 많다. 미국인들에게는 자신의 뿌리를 찾는 성지와 같은 곳이기 때문이다. 또 인근에 있는 자유의 여신상도 함께 관람하는 것이 좋기 때문에 이민박물관을 찾기 위해서는 간단한 점심을 준비해 아침 일찍부터 서두는 것이 좋다. 자세한 정보는 웹사이트 www.ellisisland.org/genealogy/ellis_island_visiting.asp 참조.
박종원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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