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산책 -48] 니콜라스 로리치 박물관…명상·평화의 메시지 담은 곳
러시아 출신 화가 로리치 개인 박물관
1874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나 1947년 인도의 클루에서 영면한 위대한 화가이자 저술가, 여행가였던 니콜라스 로리치의 삶과 예술을 기리는 개인 박물관이다.
박물관에는 로리치가 평생 그렸던 7000여점의 그림 중 대표작 수백점, 직접 집필한 여행기와 수상록, 그의 생애를 소개한 서적(영어, 러시아어, 힌두어, 일본어판), 인도와 부탄 등을 여행하면서 본인이 수집한 불경과 불상 등 동양학 자료, 말년에 사용하던 피아노와 테이블 등이 전시돼 있다.
박물관 1층 입구에는 기념품점이 있고 그림과 자료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벽면부터 2층과 3층 전체에 촘촘히 배치돼 있다.
로리치는 동서양 미술사의 격동기라고 할 수 있는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중반까지의 시기를 살면서 자신의 길을 찾아 독자적인 표현세계를 개척한 화가다. 이 시기에 미술사를 뒤흔든 것은 과학과 경제였다.
카메라 등 영상기기가 발달하면서 미술은 재현(再現)이라는 고유기능을 잃었고, 미술가는 자본주의 발달로 왕실과 귀족 등 고전적인 후원그룹을 상실하고 방황했다.
미술은 문화의 한 부분으로 생존하기 위해 인상파, 야수파, 입체파, 포스트모더니즘 등으로 활로를 찾아 나섰고 당연히 이 시기 많은 미술가들이 품었던 명제는 형식(style)이었다.
이것은 역사의 전통과 국가 체제의 특성상 일부 변화는 있지만 큰 틀로 보면 유럽이나 미국, 한국과 중국·일본 등 동서양 모두가 같았다.
로리치는 이러한 형식의 시대에 미술이 가진 인간 내면의 진수를 드러내고 담는 종교적 속성에 집중했다. 그에게 있어 그림은 절대자와 진리에 도달하는 매개체였다.
로리치의 그림에 히말라야의 장대한 자연과 동양의 지혜를 상징하는 불교적 소재가 수시로 등장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또한 로리치 작품들은 화면의 전체적인 구성과 색감, 인물과 풍경의 표현형식 등도 동양의 정(靜)적인 분위기를 드러내고 있다.
로리치박물관은 이러한 로리치 예술의 대표적인 작품들을 전시하는 한편 정기적으로 미술과 문학이 만나는 시 낭송회도 개최한다. 또 생전 음악에 높은 찬사를 보내고 명상적인 선율의 피아노 곡을 연주했던 로리치를 기리기 위해 소규모 음악회도 열고 있다.
미술이 종교성을 담는 무한한 ‘바다’이자 ‘엄마’가 될 수 있다는 대단한 감동을 주는 곳이다.
박종원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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