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둘 떨어져 내리는 거리의 낙엽이 가을 여행을 재촉한다. 본격적인 단풍 여행을 나서기는 이른 요즘, 주변의 가까운 공원을 찾아 초가을의 향취를 맛보자. 돌아보면 의외로 가까운 곳에 보석 같은 공원들이 숨어 찾는 이의 발길을 기다리고 있다.
몽고메리 카운티 위튼 지역 공원 내 브룩사이드 가든도 바로 그런 곳 중 하나다. 워싱턴 DC권역 어디서나 한시간 남짓 걸려 도착할 수 있는 이 정원은 너무 가까워 오히려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던 곳.
가벼운 운동화에 잠바 하나 걸치면 출발 준비 끝. 단풍색의 모자나 등산용 조끼가 있다면 금상첨화로 여행의 맛이 배가된다.
요즘 브룩사이드 가든에 가면 울창한 가을 숲과 함께 가을 전령사 국화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26, 27일에는 만개한 국화를 볼 수 있는 국화쇼도 예정돼 있다.
495도로 31번 출구로 나와 조지아애비뉴를 타고 북쪽 위튼 방향으로 3마일 정도 달려 란돌프 로드를 만나 우회전한다. 란돌프 로드를 1마일 쯤 진행한 후 글레날랜 애비뉴로 우회전하면 하늘을 가린 키 큰 나무들이 우뚝 막아선다. 제대로 길을 찾은 것이다.
브룩사이드 가든에 도착했다면 우선 가든 내 유리 온실을 찾을 일이다. 이곳에는 국화를 비롯 다년생 열대 식물과 다채로운 계절 꽃들이 연중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또 봄에는 조각전시회, 여름에는 살아 있는 나비 전시회 등 계절별 특색이 두드러진 각종 행사가 개최된다.
국화 향기 그윽한 온실을 나서면 장미 정원, 수중 정원, 향기 정원 등 12개 테마별 작은 정원이 50에이크 크기의 브룩사이드 정원에 펼쳐져 있다.
어른 손바닥 크기의 하이브리드 티 로즈, 연분홍 베이비 블랭킷 로즈 등 이름을 다 헤아리기 어려운 다양한 꽃이 만발한 장미공원을 지나 체리나무와 사이프러스가 무성한 숲속 산책로를 걷다보면 ‘좋다’ 한마디가 자신도 모르게 튀어 나온다.
장미꽃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 진지한 모습의 사진가 , 벤치에 앉아 나즈막한 소리로 대화를 나누는 백발의 노부부, 빠른 발걸음으로 산책로를 지나는 반바지 차림의 조깅족, 모두가 자연속에 녹아들어 사람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는다.
가든의 북동쪽으로 방향을 잡아 발아래 밟히는 낙엽들의 아우성 소리가 익숙하게 느껴질 때 쯤 호수와 동양풍 정자가 어울린 ‘수중 정원’이 문득 걸음을 멈추게 한다. 다양한 습지 식물들을 관찰할 수 있는 호수와 그 중앙에 장미 덩쿨과 향기나는 꽃나무로 뒤덮힌 작은 정자가 운치를 더하고 있다.
이밖에도 봄철 4백여 종류의 아잘리아를 볼 수 있는 ‘아잘리아 정원’, 코 끝을 파고 드는 진한 향기의 허브와 관목들이 심겨져 있는 ’향기 정원’ 등이 잘 가꾸어져 있다.
1969년 온실과 도서관을 중심으로 개장한 브룩사이드 정원은 지역의 특색있는 식물들을 채집· 보존하면서 이 지역 원예학 연구의 산실이 되었다. 식물학과 원예학에 관한 4천여권의 장서와 각종 잡지를 구비한 도서관에서는 정원과 꽃에 관심 있는 지역 주민을 위한 각종 강좌도 진행하고 있다.
11월 말 쯤 가든을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저녁 시간을 권하고 싶다. 가든이 온통 반짝이는 작은 등으로 장식돼 환상적인 연말 분위기가 연출된다. 이제 막 사랑에 빠진 젊은 연인들이라면 필수 코스다. 나이든 부부라고 움추려들 필요는 없다. 연애 시절의 아기자기한 얘기들을 되살릴 수 있을 테니까.
브룩사이드 가든은 결혼식이나 연회 등을 열 수 있도록 개인에게도 장소를 빌려준다. 가든 한가운데 세워진 웨딩 가제보(결혼 정자)는 신랑 신부 결혼 사진 촬영의 최적지로 손꼽힌다. (사용 문의 301-962-1404)
브룩사이드 가든은 어른과 어린이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와 강좌를 연중 개최하고 있다. 강좌 시간표나 참가를 원하면 홈페이지(www.brooksidegardens.org)를 찾거나301-962-1451로 문의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