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 하면 일반적으로 수많은 사무실이 들어서 있는 고층건물과 끝없이 이어지는 상점을 떠올린다. 맨해튼은 상업과 경제의 중심지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대단히 훌륭한 거주지다. 맨해튼 곳곳에는 뉴욕시 외곽의 고급주택에 버금가는 훌륭한 콘도들이 많다. 9·11 테러 이후 맨해튼이 거주지로서 다소 인기가 떨어지기는 했으나 아직까지 교통, 쇼핑, 문화생활, 투자가치 등에서 맨해튼을 따라올 만한 곳이 별로 없다. 레녹스힐은 맨해튼 중에서도 대표적인 거주지역으로 꼽히는 곳이다. 생활의 편리함을 추구하는 부유층과 여피족이 함께 살고 있는 도심 속의 거주지가 레녹스힐이다.
레녹스 힐 서쪽 3애버뉴 선상에 있는 고급 콘도 건물들.
◇위치와 역사〓레녹스힐은 맨해튼 동쪽에 위치하고 있다. 동서로는 허드슨강의 지류인 이스트리버 강변부터 3애버뉴까지, 남북으로는 59스트리트부터 79스트리트까지다. 동쪽 이스트리버 건너편으로는 루즈벨트아일랜드를 마주보고 있고 남동쪽 끝에는 이스트리버를 건너 퀸즈 롱아일랜드시티로 연결되는 퀸즈보로브리지가 있다.
맨해튼은 다른 곳과 달리 타운별이 아니라 선거구별로 나눠져 있다.
따라서 레녹스힐은 타운 홀이나 시장이 없고 다만 지역을 대표하는 시의원 2명이 있어 주민들의 이익을 대표한다.
본래 레녹스힐이라는 이름은 지난 1800년을 전후로 이곳에서 살았던 스코틀랜드 출신의 지주 로버트 레녹스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레녹스는 현재 파크애버뉴와 5애버뉴, 68스트리트와 72스트리트 사이를 중심으로 30에이커에 달하는 농장을 갖고 있었다. 당시 이곳은 약간 경사가 있는 언덕이었는데 그가 사망한 뒤 주민들은 그의 농장 동쪽 지역을 레녹스힐이라고 불렀다.
레녹스힐은 지역 전체가 바둑판처럼 애버뉴와 스트리트로 획정돼 있는데다 서, 남, 북으로 맨해튼 어디든지 갈 수 있기 때문에 교통이 편리하다. 동쪽에 있는 프랭클린루즈벨트 고속도로(FDR 드라이브)를 이용해 로어맨해튼이나 조지워싱턴브리지에 10분 내외면 갈 수 있다. 아쉬운 것은 지역을 직접 지나가는 지하철 노선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북쪽에 있는 요크스빌이나 남쪽의 터틀베이 등을 지나가는 B, Q, N, R, E, F, 4, 5, 6번 지하철을 이용해 뉴욕시 곳곳을 오갈 수 있다.
◇거주환경〓레녹스힐은 맨해튼에서도 ‘개방적인 지역(liberal district)’, ‘가정 중심적인 지역(family oriented district)’으로 불린다. 서쪽에 있는 5애버뉴와 파크애버뉴 등은 센트럴파크와 가까운데다 고급 건물들이 줄지어 있기 때문에 거리 분위기와 주민들 성향이 매우 보수적이다. 북쪽의 요크스빌도 마찬가지다. 요크스빌에는 주로 월스트리트에서일하는 금융인 그리고 연예인과 광고업자들이 많이 사는데 높은 빌딩이 많고 고급 콘도들이 줄지어 있어 위압적인 느낌을 준다.
그러나 레녹스힐에는 4~5층 높이의 오래된 콘도들이 많다. 타운의 서쪽인 3애버뉴에만 고층 콘도들이 있을 뿐 동쪽으로는 2차대전 전후에 지어진 오래되고 낮은 콘도들이 스트리트를 따라 줄지어 있다. 또한 레녹스힐은 크고 작은 식당들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주로 1, 2 애버뉴 등을 따라 형성된 식당가는 업소별로 독특한 역사와 맛을 갖고 있어 미식가들이 찾는 명소가 되어있다. 또 레녹스힐의 남쪽 59가 일대에는 골동품점과 고급 가구점 등이 밀집돼 있어 고풍스런 느낌을 갖게 한다.
레녹스힐을 소개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퀸즈보로브리지 밑에 만들어진 브리지마켓이다. 이곳은 지난 1990년대 중반까지 자동차 정비공장과 차고로 사용되고 있었으나 지역개발 비영리단체인 ESNA(East Sixties Neighborhood Association)가 대대적인 공사를 벌여 2000년 최고급 상가로 완전 개조했다.
현재는 대형 슈퍼마켓 푸드 엠포리엄과 최고급 스페인식당 콘란스 앤드 과스타비노(Conran’s and Guastavino)가 있어 많은 주민들이 이용하고 있다.
또 레녹스힐에는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원도 여러개다. 대표적인 공원이 77스트리트 동쪽의 이스트리버 가까이에 있는 존제이 파크로 큰 규모의 공공수영장을 갖추고 있다. 체로키 풀로 불리는 이 수영장은 뉴욕시에 있는 대형 공공수영장 중 하나로 여름철 주민들이 더위를 피하는 장소다. 또 1애버뉴의 67스트리트와 68스트리트 사이에 그네, 모래 상자(sand box), 미끄럼틀, 화장실 등을 갖춘 세인트캐터린스 파크가 있어 어린이 놀이터와 주민들의 휴식처로 이용되고 있다.
이곳에 사는 한인들은 많지 않은 편이다. 맨해튼에 있는 토머스 인터내셔널 부동산의 김석화 브로커는 “레녹스힐은 자녀가 없는 부부, 노인, 전문직 젊은이 등이 살기 편리한 동네”라며 “이곳서 사업을 하거나 거주하는 한인들은 손으로 꼽을 정도”라고 밝혔다.
◇집값과 임대료〓레녹스힐은 콘도로 이뤄진 곳이라고 할 수 있다. 3애버뉴를 따라 50~60층 높이의 고층 콘도가 있고 동쪽 1, 2애버뉴에는 주로 오래되고 낮은 콘도들이 있다. 고급 콘도로는 3애버뉴 65가의 채섬(Chatham)과 76가의 시에나(Siena), 77가의 엠파이어(Empire) 등이 대표적이다.
가격은 뉴욕의 중심지인 맨해튼 답게 1베드룸 콘도 평균가격이 45만달러를 오르내린다. 뉴욕시 인근의 부유층 거주지인 롱아일랜드와 웨스트체스터카운티, 뉴저지주의 버겐카운티의 괜찮은 단독주택과 맞먹는 가격이다. 특히 3애버뉴 일대에 있는 고급 콘도의 경우 평방피트 당 1천5백달러를 호가하고 있다. 최근 나온 채섬 콘도의 2천8백 평방피트짜리 매물이 4백50만달러에 매매됐을 정도다. 그러나 동쪽에 있는 4~5층 높이의 콘도의 경우 보통 1베드룸이 32만5천달러, 2베드룸은 70만달러 내외에 거래되고 있다.
또 레녹스힐은 일명 ‘렌트 지역(lent district)’으로도 유명하다. 맨해튼에 있는 회사에 다니고 있는 젊은 여피족들이 이곳에 있는 콘도를 임대하거나, 룸메이트를 많이 하고 있다. 집을 빌려주고 자신은 뉴욕시 외곽에서 거주하는 콘도 소유주들도 많다. 9·11 테러 이후 렌트 가격은 이전보다 10% 정도 떨어졌는데 그래도 가장 임대료가 낮은 스튜디오가 1천1백50달러 이상, 1베드룸이 1천4백달러 이상이다. 일부 20세기 초에 지어진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 5층에 있는 1베드룸 콘도의 경우 1천2백50달러, 2베드룸 콘도는 1천8백달러 정도에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2베드룸 콘도의 임대료는 2천~3천달러선이고 고급 콘도는 4천달러 이상 올라가기도 한다.
◇교육〓레녹스힐은 초등학교부터 중고등학교까지 완벽하게 공립학교 교육체제가 갖춰져 있다. 수입이 평균 이상인 주민들이 대부분이고 교육열이 높기 때문에 공립학교들 대부분이 뉴욕시에서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초등학교는 1애버뉴 66스트리트에 있는 PS183과 요크애버뉴 77스트리트에 있는 PS158 등 두군데다. 이들 초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은 로버트 와그너 중학교로 불리는 3애버뉴 76가에 있는 IS167로 진학한다.
고등학교는 지난해 9월 설립됐다. 그동안 고등학교가 없어 주민들은 자녀들을 요크스빌 등에 있는 학교에 보내야 했는데 이 지역 출신인 에바 모코위치 시의원 등이 꾸준히 노력해 엘리너 루즈벨트 고등학교가 만들어졌다. 현재는 임시 교사를 사용하고 있는데 내년에는 현재 수리 중인 76가 411번지에 있는 소더비 창고건물로 이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