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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천재의 살며 생각하며] 태권도의 자세, 마음의 중심이동

Washington DC

2003.07.11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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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걸음은 모든 신체운동의 기본이라 할 수 있다. 단순한 동작이지만 신체 기동학적으로 볼 때 이는 인체의 중심(center of gravity) 을 뒷발에서 앞발로 연속적으로 옮김으로써 가능해 진다. 신체의 중심이동을 좀더 의도적으로 실행하면 특정한 모양을 띠게 되는데 스포츠 현장에서는 이를 자세(stance)라 부른다.

 태권도에는 여러 가지의 자세가 있지만, 크게 방어자세와 공격자세로 나뉜다. 물론 방어자세는 상대의 공격을 방어하기에 용이한 자세고 공격자세는 공격하기에 유용한 자세이다.

 무술의 공격과 방어 자세들은 야생 동물들이 싸울 때 취하는 자세에서 본을 떠온 것들이 많다. 예를 들어 학 다리서기는 학이 뱀과 싸울 때 한발을 치켜들고 양 날개를 펴서 몸을 요리조리 움직이며 뱀을 부리로 쪼아대는 자세를 따온 것이다. 이러한 자세는 동물들이 터득한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는 생존의식의 발로이기도 하다. 이것을 응용하고 과학적 감각을 통해 더욱 발전시킨 것이 현대무술에 반영된 것이다.

 #마음을 다스리는 태권도의 매력

 모든 무술의 자세들은 신체의 무게중심을 이동하여 공방에 적절히 대처하는 힘의 운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모든 동작의 기저가 된다. 따라서 다양한 자세를 익혀 응용하는 능력은 태권도 수련자의 실력을 가름해 볼 수 있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태권도는 몸의 움직임만을 익히는 것이 아니다. 유한한 신체를 통하여 무한한 세계를 이해하고 익히려는 인간의 행위이기도 하다. 이는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데 그치지 않고 마음의 세계를 접근하여 ‘심신일여’를 추구하는 지극히 철학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술 수련을 통하여 삶의 지혜를 얻고자 한다는 말이다.

 오늘날 태권도는 폭발적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미국인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그렇다면 현대과학과 문명이 발달한 사회 속에 살고 있는 미국인들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고대예술(ancient art)의 한 부류이기도 한 동양무술 태권도에 왜 매료되고 있는 걸까? 호신술을 익히고 운동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일까? 물론 그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호신용이라면 총기 구입이 가장 수월할 것이며, 운동효과를 고려한다면 첨단 운동기구와 시설을 갖춘 헬스 클럽이 훨씬 대중적이지 않은가?

 태권도의 남다른 매력은 무엇보다도 무술 동작이 내포하고 있는 활달성과 절제력이 통합되어 내뿜는 멋진 기술이 아닌가 한다. 맨손으로 상대를 처치하는 가상 하에 취해지는 발차기와 지르기는 서양의 어느 스포츠에서도 볼 수 없는 매력이다. 그러나 이러한 힘의 운용은 신체를 이동하는 능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방어에 필요한 자세에는 뒤 굽히기로 신체의 중심이 몸의 뒤 즉 뒷발에 두고 공격 시에는 신체의 중심을 앞에다 두어야만 한다. 힘을 최대화 하기 위하여 허리를 움직여 돌리는 것은 신체의 중심이 허리 부위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고 이는 신체의 중심의 이동을 말한다. 신체 중심이동으로 말미암아 파생된 힘을 사지에 연결시켜 타격 부위에 전달하는 것이 무술의 동작이다. 이러한 힘의 전달 원리를 이해하고 일상생활 속의 취해지는 우리의 자세를 한번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고정된 자세, 구부정하거나 삐뚤어진 자세들은 힘 전달의 원활성을 크게 떨어뜨려 건강을 해친다. 그러나 신체적 자세야 외견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덜 어렵게 고칠 수 있겠지만 정작 큰 문제는 마음의 자세다. 쉽게 나타나지 않는 고질적인 병이 바로 굳은 마음이다. 모든 일에 자신이 중심이 된 고정자세를 말하는 것이다. 성경은 이를 두고 사망이 문 앞에 엎드려져 있는 상태라고 말하고 있다. 이런 마음의 소유자는 감사를 잘 모른다.

 #‘트레이’를 바꾼 태권도 수련

 태권도는 신체단련으로 얻어진 힘이 마음에 작용하도록 도와준다. 내 태권도 도장에는 일곱 살짜리 트레이라는 어린 학생이 있다. 성취도가 너무 높아 자신이 하는 거의 모든 일에 완벽을 추구하는 성격을 지닌 아이다. 자존심이 얼마나 강한지 자신의 머리를 어느 누구도 함부로 만지지 못하게 한다. 겨루기를 하다가 상대에게 한대 얻어맞으면 악착같이 반격을 하다가 잘 되지 않으면 코너로 밀어 부치고는 상대의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해대는 아이이다. 물론 태권도 겨루기에서 얼굴을 주먹으로 치는 것은 반칙 행위로 간주된다. 이런 일로 몇 번의 경고도 받고 한동안 겨루기 시간에 참석하지 못하게도 했다. 상대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지극히 자신이 중심 되어진 자아가 아주 강한 아이였다.

 처음 도장에 입관했을 때는 잘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학생들의 성격이나 장단점이 나타난다. 왜냐하면 도장에서는 사범에 의해 상당한 통제력이 이루어 지고 있기 때문이다. 도장 밖에서 대체적으로 자유분방하게 지내다가 도장에 들어서면서부터 규율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서양 사람들에게는 결코 쉽지 만은 않은 것 같다. 어린 트레이도 처음에는 지나친 자존심과 자기 중심적인 사고방식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금은 많이 바뀌어 남의 말을 귀담아 들으려 하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깊어져 가는 것을 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부모나 내가 동의하는 바이다. 그의 동생도 이제 세 살 반인데 형에게 질세라 태권도에 열심이다.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얼마나 흐뭇함에 젖는지 모른다. 수련을 거듭할 수록 신체는 물론 마음까지 건강하게 바뀌어 가는 것이 참으로 감사하다. 나는 태권도를 통해 자신에게만 고정되어 있던 마음의 중심을 남을 인식하고 배려하는 자세로 바꾸도록 가르친다. 다행이 나의 지도를 잘 따라주는 수련 생들 덕에, 고단자로 올라갈수록 상대방에게 마음을 열며, 귀를 기울이는 자세가 눈에 두드러진다.

 #마음의 중심을 옮겨보자

 지금 이 시대에 왜 공자가 죽고 사는 일이 화두가 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한 마디로 공자가 살면 무엇하고 또 죽은들 뭐하랴. 물론 죽은 그가 살아 날 수도 없으려니와 설령 살아난들 자기가 중심이 되어 들을 귀가 없는 사람들에게 과연 무슨 소용이 있을까. 참으로 죽어야 할 자는 우리의 자아인 것을. 허상에 불과한 나의 자아가 죽어 썩은 냄새가 날 때 비로소 모든 일에 실마리가 풀린다. 썩은 거름 위에 피어 오른 장미일수록 화려한 법이다. 끊임없는 갈등과 반목, 그리고 불신 투성인 이 시대에 가장 알맞은 자세는 자신이 중심 되어진 삶에서 이웃과 상대를 배려하는 자세로, 그리고 절대자이신 하나님께 묻고 듣는 자세는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성공의 핵심이 아닐 수 없다. 믿음의 발걸음의 시작 역시 마음의 중심을 하나님께 돌려 드리는 것이다. 우리 삶의 진정한 성공 여부가 자신의 손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자세를 바꾸기 위하여 중심을 이동시킬 것을 감히 권하고 싶다. 그러면 곧바로 하나님이 친히 이끄시는 삶을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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