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 6시, 떠오르는 태양빛을 받으며 해안을 따라 만들어진 오션드라이브웨이를 달린다. 시속 20마일로 ‘느림’의 즐거움을 느끼며 바다를 보면 떠나온 곳에서 함께 묻어왔던 상념은 조용히 바다가 삼킨다.
뉴욕에서 불과 3시간 정도만 달리면 작은 항구도시 뉴포트가 나온다.
미국 북동부 로드아일랜드주에 있는 뉴포트. 음악 애호가에게는 해마다 여름철에 열리는 재즈 페스티벌을 연상하고, 스포츠 팬이라면 아메리카즈컵 요트 경주를 머리에 떠올릴 것이다. 역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뉴포트에 해군기지가 있었고 일본을 개국시킨 페리 제독이 그곳 출신이라는 것까지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뉴포트는 18~19세기의 콜로니얼스타일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미국 부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맨션투어’로 가장 유명하다. 그중 대표적인 곳이 밴더빌트가의 맨션이다. 밴더빌트는 산업혁명기 미국의 대표적인 부자로 뉴포트에 맨션 두채를 가지고 있다.
18세기 해양 중심지였던 뉴포트는 경치와 기후가 좋은 데다 섬이기 때문에 주위와 격리돼 있어 부자들이 여름을 지내기에 안성맞춤이다. 당시 부자나 저명인사들은 뉴욕주 롱아일랜드나 또는 메인주 아카디아 등지에 여름 별장을 가지고 있었다. 이중 뉴포트는 ‘여름 휴양지의 여왕’이라 불리울 정도로 모든 면에서 단연 뛰어났다.
1945년 뉴포트 시민들이 주축이 된 맨션 보존협회(Preservation Society)가 만들어지면서 유서깊은 뉴포트 맨션을 물려받은 상속인들이 자진하여 이들 맨션을 보존협회에 기증했다. 무거운 재산세와 상속세 탓도 있었겠지만 공익과 시민정신을 앞세운 보존협회의 노력이 크게 어필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전국 명승지마다 높은 담 속에 갇혀 있던 맨션들이 공익단체에 기부되어 일반인도 발을 디딜 수 있게 됐다.
뉴포트시 벨뷰애브뉴를 따라서 줄지어 있는 맨션에서는 18~19세기 부호들의 취미와 건축양식, 실내장식 스타일을 그대로 엿볼 수 있다. 현재 20여채의 맨션이 일반에 공개되고 있다. 자원봉사자의 안내를 받아 맨션 구석구석을 돌아보는 데 걸리는 시간은 보통 1시간 정도.
맨션이 줄지어 있는 벨뷰애브뉴 바로 앞쪽에는 해안선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가 있다. 이곳을 클리프워크라고 부르는데 왼쪽에는 잔잔한 바다를 끼고 있고 오른쪽으로는 호화 맨션의 뒷마당을 감상할 수 있다. 신과 인간의 합작품, 그야말로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가족과 또는 연인과 함께 걸으면서 속내를 털어내기에는 안성마춤이다.
맨션투어에 클리프워크를 산책까지 하고 나면 시장기가 감돌기 마련이다. 뉴포트는 일찍이 관광도시로 개발됐기 때문에 이곳 사람들의 친절함은 두드러진다. 이렇게 친절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시장기를 채울수 있는 곳이 버스터미널과 여객터미널이 있는 템스스트릿이다. 이곳에는 맛있기로 소문난 집들이 줄지어 있어 기호대로 음식을 선택할 수 있다. 특히 랍스터는 이곳 사람들의 자랑거리로 꼽히는 먹거리이다.
뉴포트항구에 있는 여객선을 이용하면 바다에서 뉴포트를 감상할 수 있고 버스터미널에서는 오래되고 낡은 버스로 시내 구경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덜컹거리는 버스소리가 2세기전으로의 여행을 실감나게 한다. 여행정보는 시내 식당이나 상점 어디에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안내책자나 웹사이트 www.newportri.com를 참고하면 된다.
보너스로 벨뷰애브뉴 시작점에 있는 테니스 ‘명예의 전당’도 한번쯤 둘러볼 만하다. 숙박시설은 시내 곳곳에 많은 호텔과 여관이 있으며 요금은 95달러~1백50달러 정도. 비용을 절약하고 싶다면 뉴포트 시내를 약간 벗어나면 50달러 정도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 아침에 침대에서 식사를 주문하는 베드 앤드 브렉퍼스트(Bed & Breakfast)를 할 수 있는 호텔에서 18세기 부자들의 기분을 내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580 Bellevue Ave,401-846-2772, 영국 빅토리아시대 건축양식,입장료 성인 15달러, 아스터가의 후손이 뮤지컬 형식으로 맨션 소개
▶Belcourt Castle
657 Bellevue Ave,401-846-0669, 루이 13세 스타일,1891년 건축,33개국의 장식품 소유, 오픈시간 오전 9~오후 5시(5월~9월), 오전 10시~오후 4시(겨울철) ,입장료 성인 10달러
◇먹거리
▶Percy’s Bistro
341 Thames St, 401-849-7896, 오후 10시30분까지 오픈, 예약 가능, 시푸드, 아메리칸 스타일
▶Newport Blues Cafe
286 Thames St, 401-841-5510, 라이브 음악, 퓨전 음식, 저녁식사는 오후 6시~10시, 라이브음악 밤 10시~새벽 1시,
▶Lucia Itallian Restaurant and Pizzeria
186B-190B Thames St, 401-846-4476, 이탈리안 음식
▶Sumo Sushi
198 Thames St, 401-848-2307, 일식/한식 , 오전 11시30분~오후 10시30분 오픈
◇베드 앤드 브렉퍼스트(Bed & Breakfast)를 할 수 있는 곳
▶1812 House B&B
98 Mill St Newport, RI 02840, 401-847-1188
▶A View Point B&B
29 Kay St Newport, RI 02840, 401-841-5120
▶Burbank Rose
111 Memorial Blvd, Newport, RI 02840, 401-849-5800
◇ 가는 길
뉴욕을 출발해서 95번을 따라 북쪽으로 5A 출구까지 달린다. 이곳까지는 약 3시간 정도 소요된다. 거리는 뉴욕에서 1백45마일. 5A 출구를 나와 RI-102번 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10마일을 가다보면 RI-138이스트를 만난다. RI-138 이스트를 따라서 4마일정도 달리면 뉴포트로 들어가는 뉴포트브리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