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은 인생의 길입니다! ..... 사막은 그 불확실성 때문에 사람들을 더 높은 힘에 점점 끌리도록 합니다.” [브루스 페일러, 워킹 더 바이블(Walking the Bible)에서]
사람들은 누구나 불확실한 것을 싫어합니다. 불확실성은 우리를 불안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예측할 수 없는 상태, 통제할 수 없는 상황(out of control)들이 너무 오래 계속되면 그것이 스트레스가 되고, 결국엔 스트레스와 관련된 만성적인 질병으로 발전하곤 합니다.
그러나 크리스천에게는 바로 이 불확실성이 우리를 더 높은 힘과 만나게 해주는 징검다리가 되기에, 우리 삶 속에서 만나지는 온갖 불확실성은 피해야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안아 주어야 할 대상이 됩니다.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불확실성은 굳건한 믿음을 길러내는 토양입니다. 우리를 불확실성 속으로 던져 버리는 사막은 또한 믿음을 배태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민수기서의 이스라엘 백성들은 광야에서 유리하는 그들의 척박한 삶 속에서 끊임없이 이 불확실성의 격랑에 휩싸여 있었습니다. 불확실함에 대한 저항... 그리고 회개....저항, 회개... 이러한 반복의 사이클이 민수기의 흐름이 되고 있습니다. 광야에서 한 곳에 밭을 일구고 안주하려고 하면, 겨울 홍수와 사막의 폭풍이 모든 것을 모래 속에 묻어 버려 원점으로 되돌립니다. 미지의 곳을 향해 떠나게 합니다. 한 곳에 안주하지 못하게 합니다. 인간의 힘, 나 자신의 능력을 철저하게 의지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사막의 삶입니다. 사막은 거짓된 나의 모습을 벗고, 적나라하게 하나님과 대면하도록 몰아붙입니다.
브루스 페일러는 위에 인용한 책에서 말합니다. “사막은 가식을 쳐부수고 진실해질 것을 요구한다. 특히 아프리카와 아시아 사이에 있는 시나이는 확실한 명징성을 요구한다. 막연한 자기 정체성을 가지고 왔다가 더욱 확실한 자기 의식을 가지고 따나게 되는 곳, 그 곳이 바로 사막이었다.”
페일러는 모세오경의 무대가 된 시나이 반도의 사막을 여행하면서, 사막에서의 삶을 자진하여 선택한 사람으로부터 사막의 홍수 이야기를 듣습니다. 불확실하고 통제 불능한 세계, 사막의 가공할 만한 파괴력이 묘사된 글입니다.
“그럼 왜 사막에 머물고 있어요 ”
“아무 것도 통제하지 못하니까요. 도시에 살고 있으면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것만 보게 돼요. 그러나 여기에서 살면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걸 보게 돼요... 홍수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아요. 징조나 예고도 없어요. 갑자기 하늘이 열리고 장대비가 내리기 시작해요. 그리곤 끊임없이 쏟아져요. 북쪽인 아브도트에서 거센 물결이 넘실댔어요. 절벽 꼭대기에 부딪쳐 공중으로 20미터나 솟구쳤다가 땅에 쏟아지는 걸 보았어요. 나는 하마터면 울 뻔했지요. 모든 게 떠내려간다는 걸 알았으니까요. 베두인 천막, 새로 심은 나무들, 흙까지. 하지만 봄이 되면 홍수가 무엇을 가져오는지 알게 돼요.”
사막에는 긴장이 존재한다. 홍수는 아름답지만 파괴적이다. 사막은 정화시키지만 재난이 많다. 페일러의 사막의 홍수 이야기는 시편 107편의 상황을 더 실감나게 이해하도록 도와줍니다.
“여호와께서는 강을 변하여 광야가 되게 하시며 샘으로 마른 땅이 되게 하시며 그 거민의 악을 인하여 옥토로 염밭이 되게 하시며 또 광야를 변하여 못이 되게 하시며 마른 땅으로 샘물이 되게 하시고.... 또 복을 주사 저희로 크게 번성케 하시고 그 가축이 감소치 않게 하실지라도
다시 압박과 곤란과 우환을 인하여 저희로 감소하여 비굴하게 하시는도다.”[시편 107: 33-39]
어제 샘이었던 곳이 오늘은 마른 땅으로 바뀔 수 있고, 지금 광야였던 곳이 내일은 강이 될 수 있는 곳이 광야입니다. 내가 이루어 놓았다고 믿는 것들이 한 순간에 모래더미로 바뀔 수 있는 곳. 그 곳이 사막입니다. 아무 것도 보장되지 않는 곳. 그러기에 오히려 사막은 영혼을 치료하는 힘을 갖습니다. 사막은 인생으로 하여금 전적으로 하나님께만 의지하는 지혜를 가르쳐 주는 성소가 됩니다.
우리는 종종 인생의 빈 광야에 동그마니 서게 됩니다. 방향감각을 상실한 채.... 그러나, 내일을 알 수 없는 내 삶의 불확실성은 그 자체가 곧 축복이기도 합니다. 겸손함으로 하나님의 인도하시는 손길에 나를 온전히 맡기는 계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밤중, 사우스 다고타 주의 한 광야에서 차가 고장난 적이 있었습니다. 광대한 사막과도 같은 곳이었습니다. 교통 경찰을 기다리는 동안, 바라본 수 천, 수 만의 별이 빛나는 하늘은 아마도 아브라함이 보았을 하늘, 야곱이 돌 베개 베고 우러러 쳐다보았을 하늘, 생떽쥐베리의 ‘어린 왕자’가 보았을 밤하늘이었습니다. 하늘과 땅이 맞닿아 있는 곳이기에, 마치 별이 땅에 내려와 있는 것 같았습니다.
별을 아주 가깝게 볼 수 있는 곳, 그 곳이 사막입니다. 하나님의 임재가 그 어느 때 보다도 가깝게 느껴질 때, 바로 우리가 인생의 광야, 삶의 사막 가운데 서 있을 때가 아닐는지요
“하나님과 대화를 나누고 싶은 사람들이 사막으로 가는 까닭이 있어요. 하나님을 알아보기가 훨씬 쉽거든요.”